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9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도가의 가르침이라는 게 참으로 도탄(塗炭)이 많은지라, 본래 하나의 기(氣)가 파생하여 만휘(萬彙)를 이룬다 하니, 그대가 수고(邃古)라 일러도 이는 거짓된 말이 아니다. 자고로 2의(儀)가 형상을 분명히 하면 삼재(三才)가 자리잡은 형태(形態)가 한 가지 도에 함께 부여되니, 허박(虛博)하여야만 통할 수가 있다. 이를 가리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으므로 사람을 떠나서는 도가 없다. 이를 쓰면 보게 되고 이를 버리면 감춰지니, 이 같은 이치를 깨달아야 도를 얻었다고 말하게 된다. 이 같은 이치를 체득하는 이는 재난을 면하여 생(生)에 순응하여 장수하고, 이 같은 이치를 어기는 이는 반드시 횡액이 펼쳐져 생이 어긋나서 일찍 죽는다. 그러므로 노자가 ‘그 몸을 벗어나야 몸이 보존된다’고 일렀고, 장자는 ‘삶을 죽이는 자에게 죽음은 없다’고 일렀으니, 이것이 ‘삶에 순응하는 것’이다. 노자는 ‘내가 근심하는 이유는 나에게 몸이[有身] 있기 때문이다’라고 일렀고, 장자는 ‘삶을 살려고 하는 자에겐 삶이 없다’고 일렀는데, 이것이 삶을 역행하는 것이다. ‘몸을 벗어난다는 것’이란 자기 몸을 스스로 귀하게 여기지 않고, 남을 업신여기거나 물건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면서 소리ㆍ색ㆍ인아(人我)의 재미 따위의 법을 탐하지 않는 것을 말하므로, 모두 함께 이뤄가야만 이 환난을 면하고 마침내 그 수명을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죽이는 자에겐 죽음이 없다’는 것이다. ‘몸이 있는 것’이란 자기 몸을 스스로 귀하게 여겨서 남을 업신여기고 물건을 함부로 대하고 소리와 색과 재물과 이익을 탐하여 그 몸을 봉양하되 생으로 생을 두터이 하면 물건마다 걱정거리가 되어 그 몸으로 굴욕을 맛보고 재난이 연이어 천수(天壽)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살려고 하는 자에겐 삶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행실로써 도를 논한 것이다. 만약 나라로써 논하자면 군주가 사치를 없애고 소리와 색을 막고 궁실을 줄이고 세금을 낮추고 부역을 줄여서 농잠업(農蠶業)을 권면한다면, 위에 있는 임금은 팔을 펴고 한가로워질 것이고 아래 있는 신하는 배를 두드리며 즐거워할 것이다. 상하가 서로 편안하니, 바람과 비도 때맞춰 내리고 일월도 반듯하게 빛나서 조력(祚歷)이 장구하게 된다. 이처럼 그 몸을 바깥에 두어 몸을 보존한 이가 요(堯)와 순(舜)이다. 군주가 사치스럽고 교만하며 궁실을 장식하고 소리와 색에 탐닉하고 부역을 무겁게 하되 그 머리마다 세금을 매겨서 산 사람을 힘들게 하는 데다 법령이 복잡해져서 죄없는 이를 살육하면, 비바람도 때를 어기고 별자리도 도수를 잃으며 위에서는 임금이 우매하고 밑에서는 신하가 어지럽히기에 도적이 사방에서 일어나 종사(宗社)가 무너지게 된다. 이와 같이 ‘몸이 있는 것’을 행한 이가 걸(傑)과 주(紂)이다. 이같이 수행하여 몸에 행하는 것을 신도(身道)라 이름하고, 나라에 행하는 것을 화도(化道)라 이름한다. 그러므로 공안국(孔安國)이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黃帝)의 설을 삼분(三墳)이라 이르면서 대도(大道)를 말한다 하였고, 소호(少昊)ㆍ전욱(顓頊)ㆍ고신(高辛)ㆍ당우(唐虞)의 설을 오전(五典)이라 이르면서 상도(常道)를 말한다 하였다. 그러므로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니다’라고 일렀고, 다시 ‘대도가 황폐해지면 인의(仁義)가 생겨난다’고 일렀으니, 바로 도가의 도를 밝히자면 곧 이것을 이르는 것이다. 임금이 도를 체득하여 함이 없으면 바로 그때에 민속이 태평해지고, 사람이 도를 체득하여 무위(無爲)에 이른다면 생을 온전히 하여 수명을 다할 것이다. 수명에도 세 등급이 있어서 상수(上壽)는 1백20살이고, 중수(中壽)는 1백살이고, 하수(下壽)는 80살이다. 불사(不死)라 말하는 것은 이 같은 세 가지 수(壽)를 늘여서 요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가 이르는 ‘중현(重玄)을 읊조린다는 것’도 『도덕경』에서 ‘아득하고 또 아득하니[玄之又玄]’라고 이르는 것이다. 이같이 묘하게 2관(觀)을 밝히더라도 모두 한 가지 마음의 허망함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를 보고 저를 보면 변별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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