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하권 2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하물며 하상공이 앉아서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운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황제에게 책을 주어, 『도덕경』을 널리 폈다면, 근교에서 신광(神光)에게 제사지내거나 이씨(李氏) 부인의 일에 비해, 이것이 더욱 빛나는데도 이를 버려두고 기록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이 같은 이치는 있을 수 없다. 또 하상공이 ‘내가 이 책을 주석한 지 천 7백여 년이나 되었다’는 이 같은 말은 더욱 해괴하다. 주(周) 성왕(成王)이 회이(淮夷)를 정벌한 이래로 정전법(井田法)을 시행하여 왕기(王畿) 천 리 이내로 수레를 만 대나 공출하였기에 천자의 만승(萬乘)이 바로 성왕에서 나왔고 성왕 이전에는 만승의 제도가 없었다. 성왕의 재위에 근거하면 주공(周公)이 섭정한 것까지 합치더라도 모두 37년이며, 난왕(赧王)이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에게 살해당하기까지가 총 8백60년이고, 진나라 소양왕에서 자영(子嬰)에 이르러 항우(項羽)에게 멸망되기까지 합쳐서 50년인데, 한(漢) 고황제(高皇帝)의 재위 12년, 혜제(惠帝)의 재위 7년, 여태후(呂太后)의 섭위(攝位) 8년, 문제의 재위 23년을 합치면, 성왕에게 효문제 말년까지 모두 9백32년이다. 『도덕경』의 ‘어떻게 만승의 주군으로 몸을 천하에 가벼이 하며……’란 구절에 의하면, 노자가 이 경을 설할 때가 성왕 이후다. 본래 경에 주석을 다는 것은 경을 해석하기 위한 것인데 경이 있지도 않았는데 주석이 어찌 먼저 이루어지겠는가? 따라서 천 7백 년 어쩌구 하는 것은 날조이다. 또 하상공의 노자주(老子注)에서 순도하빈(舜陶河濱)이나 주공하백옥(周公下白屋)이라 말하는데, 이같이 주석한 말은 전부 주공 이후인데도, 천 7백 년이라 한 것은 더욱 망령되다. 사적이 이미 날조인데 감응이란 것이 어찌 실답겠는가? 회영(晦影)의 설조차 헛소리인데, 반진(返眞)이란 말은 얼마나 그릇되었겠는가?”
공자가 말했다.
“역사책에 실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근거 삼기가 어렵습니다만, 어리석은 소견으로 이같이 현혹되곤 합니다. 노장의 가르침이 그 유래가 오래고 도사의 칭호도 지금에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관우(觀宇)와 존용(尊容)이 진설되어 이에 이르렀으며, 이 같은 관(冠)ㆍ월피(月帔)ㆍ운갈(雲褐)ㆍ예상(霓裳)은 눈으로 경험하여 알 수 있는데, 어찌 모두 거짓이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노장의 가르침을 내 어찌 일부러 훼손하겠는가마는, 불경과 비교하자면 아주 다른 것이다. 선(善)을 논하는 것이야 길이 같다 하더라도 애쓰는 바가 다르고, 말은 근본에 두더라도 법도가 다른지라 취하는 바도 나눠진다. 노자의 가르침은 자유(雌柔)1)에 두고, 불법의 일은 인과(因果)를 밝히는 데 있었다. 2축(軸)과 7편(篇)의 깊은 이치는 죽음을 잊고서 물상의 경계를 고르게 하는 데 있고, 8만 4천의 법문은 적멸(寂滅)을 계합하여 열반의 경계에 처하는 데 있으며,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의 요체는 『도덕경』에서 모두 밝히고, 범부를 버리고 성과(聖果)를 증득하는 것은 반야(般若)의 글에서 드러내었으니, 집착을 버려서 경계를 깨뜨리고 알음알이를 그쳐서 몸을 잊는 것이다. 『도덕경』에 그러한 말이 없지 않더라도, 어찌 행을 세울 수 있겠는가? 그 종지에서 ‘닦는다는 것’은 오직 인간에 있으니 과를 지극히 하여 겨우 수고(壽考:長壽)에 이를 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물상에 따르는 연을 버리고 유(類)에 따라서 법문을 달리하고 기틀에 기인하여 행을 열되, 가까운 데서 먼 데로 들어가고 얕은 곳에서 깊은 데로 들어가면서 한 생각을 돌이켜 진여(眞如)의 과를 증득하여 천지를 그대로 현시하는 것이 밝기가 일월과 같기에, 글을 대강 훑어보면 서로 통하는 데가 있는 것도 같으나, 묘한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확연하여 완전히 다르다. 또 그대가 도사라는 칭호가 지금에서야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 이 또한 무슨 날조인가? 개벽 이래로 진(晉)나라 말엽에 이르기까지 반곡(斑穀)의 관대(冠帶)를 쓰거나 누런 빛깔의 장삼을 입거나 천존의 상(像)을 세우고 영보의 경전을 읽으면서 도사라 호칭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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