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6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그러므로 역(易)에서 건삼련(乾三連) ≡≡의 두 괘(卦)를 중첩하여 천지를 표상(表象)하기에, 건이란 하늘을 이른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후세 사람이 이를 베껴쓰다가 승축(昇竺)이란 글자를 건(乾) 자 위에 잘못 베꼈기에, 마침내 축건이라 말하게 된 것이다. 또 서번(西蕃)의 총령(葱嶺)을 기점으로 서쪽으로는 서해에 다다르게 되고, 동ㆍ서ㆍ남ㆍ북에 단지 5천축국(天竺國)만이 있지 축건이라는 나라는 없다. 분명히 후대로 전해지면서 잘못 필사한 것이니, 노자가 호인으로 화현하지 않은 자취 또한 이러함을 알 수 있다. 저 『윤희전』이나 『노자출새기(老子出塞記)』 및 『문시내전(文始內傳)』은 근대의 도사들이 불법이 흥성하자 속인들이 도교를 업신여기는 것을 보고, 투기하는 마음을 품어 이와 같은 문(文)ㆍ서(書)를 날조하여, 노자가 호인으로 화현하여 성불하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글을 직접 근거하더라도 경전이 원래 날조된 것임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사기』나 『전한서(前漢書)』의 「서이전(西夷傳)」에 따르면, 여러 번(蕃)의 부락이 각각 달라서 하나의 번 가운데에도 다시 몇 개의 부(部)로 나눠진다. 서번의 국가들은 모두가 성곽에 머물기에 국호를 번(蕃)이라 이름한 것도 그 수효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월지(月支)ㆍ소륵(疏勒)ㆍ쇄엽(碎葉)ㆍ철륵(鐵勒)ㆍ대하(大夏)ㆍ대완(大宛)ㆍ거연(居延)ㆍ휴도(休屠)ㆍ파사(波斯)ㆍ천축(天竺)은 대략 큰 나라만을 세어본 것으로 작은 나라는 아주 많다. 천축에도 동ㆍ서ㆍ남ㆍ북 및 중앙으로 나뉘어 있는 5개국의 국호를 천축이라 하는데, 그 인민들을 바라문(婆羅門)이라 하여, 호(胡)의 경계와 서로 만 리나 떨어져 있다. 만약 노자가 몸소 바라문으로 화현하여 성불하였다면, 경전에서 호인으로 화현하였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석가는 원래가 중천축국의 태자로만 있었지, 본시 왕위에 오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경전에서는 ‘부처님은 호나라의 왕이다’ 이르는가? 이 같은 경문을 증험하되 두세 번을 거듭하더라도 모두가 망령된 것이다. 참으로 송문명 등은 불법이 이 땅에 이르자 백성들이 모두 귀의하는 것에 연유하여 호인으로 화현하였다고 경전을 날조하였는데, 이는 부처님이 노자가 화현한 것이라 말하여 귀먹은 속인들을 속여 자신들을 받들게 하려는 것이다. 또 송문명 등은 장강(長江)의 기슭에 태어나 서역 사정을 알지 못했으므로, 서쪽에 호나라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부처님이 호나라 사람이 아닌가 의심하다가, 다시 부처님이 왕족이란 말을 전해 듣자, 부처님은 국왕이라고 말하였다. 소문만 듣고 이같이 경문을 날조하여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일을 말하였으나 나라 이름이나 왕의 시호가 서로 맞아 떨어지지 않으니, 초(楚)ㆍ월(越)을 간담(肝膽)이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경전으로 증험하더라도 그 나라가 날조되었다는 것은 자명하니, 말하지 않아도 헛되다는 것을 가릴 수 있으리라.”
공자가 말했다.
“만약 이 같은 경전이 날조된 것이라면, 어떻게 노자가 호나라의 왕과 군신들에게 『열반경(涅槃經)』ㆍ『법화경(法華經)』ㆍ『화엄경(華嚴經)』ㆍ『금광명경(金光明經)』 등을 설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경이 지금도 실제로 소견되는데, 어찌하여 모두 거짓이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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