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7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것이 원래 허망한데, 경전을 설했다는 것은 그대로 거짓이니, 이것은 의심할 바가 못 된다. 그대는 어째서 숨기려고만 하는가? 『열반경』 등은 모두 부처님의 말씀이니, 각각 연기(緣起)가 있어 법상(法相)을 상세히 논증하고, 3세(世)에 대한 인과를 풀이하며, 6도(道)에 대한 죄복을 가르치고, 보응(報應)하는 업을 밝혀서, 진여(眞如)의 이치를 현시한 것이다. 그 이치 가운데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것은 논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노자의 설과 관련이 있겠는가? 송문명 등이 원래 불법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 도가 경전의 이치가 이렇다고 말하면서 망령되게 노자가 설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근본 자취를 짚어 본다면 도대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겠는가? 대체로 저술하는 데는 반드시 그 유래와 단서가 있다. 그러므로 쌍림(雙林)에서 열반을 보이시자, 삼장(三藏)을 열어 종지를 결집한 것이다. 양영(兩楹)에 몽전(夢奠)하고서야4) 10철(十哲:10명의 제자)이 그 말을 엮어 논(論)으로 찬술하면서, 주나라의 문화를 치켜세워 명이(明夷)의 이치를 펴게 되었다. 또 사마천이 하옥되고서야 태사(太史)의 서(書)가 바야흐로 지어졌으니. 대체로 이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바가 없다. 육수정 등의 무리가 강좌(江左)에 비루하게 흘러 다니며 사견을 길렀으므로, 그 마음이 이미 삐뚤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저들이 깨달았다는 자취 또한 어찌 헛되지 않겠는가? 『전한서』에 따르면 무제(武帝) 원수(元狩) 연간에 곽거병(霍去病)을 파견하여 흉노(匈奴)를 토벌케 하였으므로, 고란(皐蘭)에 이르러 거연(居延)을 지나서 우두머리를 베는 큰 공을 세웠는데, 곤야왕(昆耶王)이 휴도왕(休屠王)을 죽이고 장차 그 나라 사람 5만여 명을 데리고 투항하면서 금으로 빚은 사람을 바치자, 황제가 신령스럽게 여겨 감천궁(甘泉宮)에 안치하였다. 아울러 서역(西域)을 개척하고자 장건(張騫)을 대하국(大夏國)에 사신으로 보냈고, 돌아오면서 그 옆에 신독국(身毒國)이 있다고 전했는데, 신독은 바로 천축을 이름하는 것이다. 비로소 ‘부도(浮圖)의 가르침’이 있는 것을 처음 들었고, 애제(哀帝) 원수(元壽) 원년(元年)에 박사(博士) 경헌(景憲)이 대월씨(大月氏)의 사신인 이존(伊存)이 구술하는 부도의 경전을 전수받으면서, 불법이 차츰 동쪽으로 전파되었는데, 대체 무슨 연유로 노자가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일을 말하지 않았겠는가? 만약 호인으로 화현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사(史)ㆍ전(傳)에도 자연히 기록되었을 터이나 실로 이 같은 일이 없으므로 그 경위를 날조하여 망령되게 써서는 안 된다.”
공자가 말했다.
“『화호경』을 선생께서 날조라고 말씀하시는데, 어째서 당조(唐朝) 호천관(昊天觀)의 도사 윤문조(尹文操)가 칙명을 받아 노자의 성기(聖紀)를 편수하면서 『화호경』 따위의 경전에서 노자가 몸을 나투어 육아백상(六牙白象)을 타고 그날로 정반왕(淨飯王)의 궁전에 하강하여 마야(摩耶)부인의 태중으로 들어갔고, 태어나서 부처가 되었다는 대목을 인용하였습니까? 이 같은 설에 근거하면 부처는 바로 노자의 응신(應身)이며, 경을 설했다는 것도 어찌 사실에 어긋나겠습니까?”
선생이 부지불식간에 혀를 차다가 개탄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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