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8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이 같은 말이 한번 나오게 되면, 바로 그대 같은 이들이 이에 현혹되는구나. 단지 노자가 관문을 지나던 날에 스스로 축건에 고선생이 있다고 말하면서 바야흐로 철륵(轍勒)의 금하리(金河裏)에서 옥문관(玉門關)을 지나 사막을 건너고 산천을 지나쳐 백방으로 다니면서도 피곤함을 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를 찾고자 하였으며, 멀리 성덕(聖德)을 기리면서 늦게라도 이를 존중하여 ‘스승’이라 불렀다. 지금 『화호경』에서는 자신이 부처가 되었다 하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지라, 도대체 내가 누구를 따라야 하겠는가? 『서승기』의 첫 장을 징험하여 호인으로 화현하였다는 마지막 구절을 비교해 보면, 저 이가 말한 것과 이 이가 설하는 것이 끝내 엇갈리는데, 이는 말을 헛되이 꾸미려다가 착오가 많아진 것이다. 노담(老聃)이 축건으로 가고자 한 것도 저 석가의 성덕에 근거하였으며, 이로써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것이 이미 오래되어, 그 소식이 멀리 동주(東周)에까지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담이 그 이치를 기리고 그 풍도를 그리며 수레를 몰고 서쪽으로 갔는데도, 이것을 저 이의 후신(後身)이 잉태한 것이라 이르니, 이는 참으로 눈에 그대로 드러나는 거짓인지라, 그대가 번거로운 말로 변명하여 날조하더라도 마음만 피곤하고 그 종적이 환히 드러나게 된다. 코끼리를 타고 태중에 들어 그 몸을 변화시켜 부처가 되었다고 말하는데, 어찌하여 노자가 호인으로 화현하였다고 다시 말하는가? 반드시 태중에 들은 것이 헛되지 않아서 화생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노자가 자신이 부처를 이루었는데 누구를 보내 서로 교화하였겠는가? 이는 백양(伯陽)이 태어나 부처님이 되었다 하더라도 저 백양이 호인으로 화현하여 성불했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에 따르면 호인으로 화현하여 태중에 들었다는 것은 양쪽 모두 허망한 일이며, 경전을 설했다는 것도 모두 날조된 것이다. 설사 노자가 실제로 모태로 들어가 생을 받아 부처가 되었다면, 부처님은 노자의 응신(應身)이기에 즉시 도가의 도문(道門)에도 종조(宗祖)가 되시며, 도사(道士)들도 스스로 삭발하고 가사를 입고 스님들을 따라야만 한다. 올빼미의 소리를 변조하여 그 명성을 더럽히고, 가면 쓴 이리의 삿된 마음으로 틈을 엿보면서, 5승(乘)의 성스러운 글을 훼손하고, 3장(張)의 비루한 가르침만을 기려서 미혹의 길로 접어들어 발을 적시는구나. 욕해(慾海)에 떠 있는 배를 가라앉히면 다시는 근본을 돌이켜 종지(宗旨)에 귀의하지 못하니, 참으로 이 같은 경전이야말로 으뜸가는 날조라 하겠다.”
공자가 말했다.
“이를 다시 날조라 말씀하시더라도, 제가 어떻게 이를 말이 있겠습니까? 단지 도가의 법이 흥기한 것은 수고(邃古:往古)인지라. 교문(敎門)이 넓어서 종지가 깊은 데에 이르렀으며, 그 읊조리는 바가 중현(中玄)이고, 귀의하는 바가 삼보(三寶)이고, 정진대도(正眞大道)가 무상(無上)의 복전(福田)이기에, 닦으면서 행하면 모두 이익을 얻게 됩니다. 난새[鸞:靈鳥의 일종]를 잡고 은한(銀漢)을 오르거나 혹은 백학을 타고 충천(沖天)에 오른거나 기(氣)를 부려서 널리 다니되, 구름 사이를 밟고 날아다니는 이와 같은 것은 사(史)ㆍ전(傳)에 실려 있는데, 저나 선생이나 어찌 이를 그르다 하겠습니까?”
선생이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하였다.
“그대가 지금껏 내세운다는 것이 모두 실다운 것을 버리고 헛된 것에 근거하는 것이고, 바른 것을 등지고 거짓된 것만 의지하는 것이구나. 내가 그대에게 말하겠는데, 이전에 현혹되었더라도 나중에는 깨달을 줄 알아야 하며, 오늘은 옳더라도 어제는 글렀다는 것을 가려야 하는데, 도리어 반딧불을 받들어 햇빛을 가리려 하고, 절름발이를 채찍질하여 준마와 나란히 하려고 하는구나. 이처럼 논의하는데 어찌하여 자기 힘을 헤아릴 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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