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4권 27편
지승 지음
때마침 위(魏)의 태무황제(太武皇帝)가 담무참의 도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사신을 파견하여 맞으려고 하면서, 우선 저거몽손에게 말하였다.
“만일 담무참을 보내 주지 않으면 곧 병사를 내어 공격하리라.”
저거몽손은 스스로 헤아려 보아도 나라가 미약하여 명을 거역하기 어려웠다. 거기다 담무참은 많은 술법이 있으므로, 혹시 위(魏)나라를 위하여 자기를 도모할까 염려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였다. 이에 은밀히 계교를 내어 그를 제거하려 하였다.
처음에는 담무참이 『열반경』을 번역하여 권수(卷數)를 다 정하였는데, 외국 사문 담무발(曇無發)이 말하였다.
“이 경은 품수(品數)가 아직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담무참은 일찍이 슬퍼하면서, 반드시 거듭 찾아서 번역하겠다는 것을 맹세하였다. 저거몽손은 그가 서역으로 가려는 뜻을 알고, 거짓으로 물자와 양식을 보내고 후하게 보화(寶貨)를 선사하였다.
출발하기 며칠 전에 담무참은 눈물을 흘리면서 대중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말하였다.
“나의 업의 과보가 장차 이를 것인데, 뭇 성인들께서도 이를 구할 수는 없다. 본래 나는 마음의 서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
출발하여 40리쯤 갔는데, 저거몽손은 자객(刺客)을 보내어 그를 살해하였다. 그 때의 나이 49세였는데, 대중들은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겼다.
얼마 후 저거몽손의 좌우에는 항상 대낮에도 귀신이 나와 칼로 공격하였다. 저거몽손은 그 뒤 4월에 병으로 죽고 말았다.저거몽손은 의화(義和) 3년(433) 3월에 담무참을 살해하고, 곧 그 해 4월에 병이 들어 죽었으니 진실로 보응(報應)은 헛된 것이 아니어서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다. 장방이 “담무참이 세간에 있다가 승화(承和) 4년(436)에 입적하였다”는 것은 잘못이다. 그 의화 3년(433)은 곧 위(魏)의 연화(延和) 2년 계유(癸酉, 433)이다.
처음에 담무참이 고장(姑臧)에 있을 때 장액(張掖)의 사문 도진(道進)이 담무참으로부터 보살계(菩薩戒)를 받으려 하자 담무참은 말하였다.
“우선 허물부터 참회하라.”
이에 도진은 밤낮 7일 동안 정성을 다하고, 8일째 되는 날 새벽에 담무참에게 나아가 계를 받기를 청하자, 담무참은 갑자기 성을 내었다. 도진은 다시 생각하기를 ‘이것은 나의 업장이 아직 녹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하고, 3년 동안 전력을 기울여 좌선도 하고 참회도 하였다. 도진은 곧 선정(禪定) 중에 석가문불(釋迦文佛 : 석가모니부처님)이 여러 보살들과 함께 자기에게 계법을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날 밤 같은 장소에 있던 10여 인이 모두 도진이 본 것과 같은 꿈을 꾸었다. 도진이 담무참에게 나아가 그 일을 말하려고 하는데, 아직 십 보 앞에 이르기도 전에 담무참은 놀라 일어나며 외쳤다.
“장하고 장하도다. 이미 계를 깊이 느끼어 터득[感得]하였구나. 나는 마땅히 다시 그대를 위하여 증명하리라.”
그리고는 차례로 불상 앞에서 계상(戒相)26)을 해설하였다.
그 당시 사문 도랑(道朗)은 관서(關西) 지방에서 명예를 떨치고 있었는데, 도진이 계를 감득한 그날 밤에 도랑도 역시 똑같은 꿈을 꾸었다. 이에 도랑은 자신의 계랍(戒臘 : 계를 받은 년수)을 낮다고 여겨 도진의 법제자(法弟子)가 되기를 청하였다. 이리하여 도진에게서 계를 받은 사람들이 천여 인이나 되었다. 이 계법이 전수(傳授)되어 마침내 지금까지 이른 것은, 모두 담무참이 남긴 법도이다.
별기(別記)에 이르기를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은 반드시 이파륵(伊波勒)보살이 이 땅에 전래(傳來)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뒤에 과연 담무참이 전하여 번역하였다. 아마도 담무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보살계경(菩薩戒經) 8권『승우록』과 『장방록』 등의 목록에서는 다 같이 “담무참의 번역이다”라고 하였다. 이제 이 경은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의 별명(別名)이기 때문에 두 번 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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