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2권 9편
지승 지음
그리고는 모두 고요한 방에서 결재(潔齋)19)하고, 구리로 만든 병으로 가지(加持)20)하고 향을 피우며 예배하였다. 이레의 기한이 끝났지만, 고요하기만 할 뿐 아무런 감응이 없었다.
이에 다시 이레 동안의 기한을 줄 것을 청하여 그리하게 하였으나 역시 아무런 감응이 없자, 손권은 말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술수로다.”
그리고는 죄를 주려고 하자, 강승회가 다시 세 번째로 이레의 기한을 청하니, 손권은 다시 한 번 특별히 그 청을 들어 주었다.
강승회는 법을 지키는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공자[宣尼]는 말씀하시길, ‘문왕(文王)이 이미 돌아가셨으나, 그 분이 남기신 글[文]은 나에게 있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법의 영험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지만, 우리들이 감응하지 않고 어찌 왕의 벌만을 기다릴 것이냐? 마땅히 기한까지 목숨을 걸고 서원(誓願)해야 할 것이다.”
삼칠일(三七日)저녁 무렵이 되어도 보이는 바가 없자, 모두들 두려움에 떨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오경(五更)이 되자, 문득 병 속에서 쟁그랑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승회가 스스로 가서 살펴보니, 과연 사리가 들어 있었다.
다음 날 강승회는 사리를 가져다가 손권에게 바쳤다. 조정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바라보았는데, 오색 찬란한 광채가 병 위로 뻗쳐 나왔다. 손권이 직접 손으로 구리 쟁반 위에 병을 기울이자, 사리가 부딪쳐 쟁반이 곧 깨지고 말았다. 손권은 숙연해지면서 놀라 일어나 말하였다.
“참으로 희유한 상서로구나.”
강승회가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사리의 신비로운 위엄이 어찌 다만 광채를 말하는 일에만 그치겠습니까? 겁화[劫火]로써도 감히 태울 수 없고, 금강저[金剛杵]21)로도 부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손권은 명령을 내리어 그것을 시험하게 하였다. 강승회는 다시 서원하였다.
“법 구름[法雲]이 바야흐로 덮이기 시작하면, 모든 백성들은 그 은혜를 우러러 보게 될 것이옵니다. 원하옵건대, 다시 신비로운 자취를 드리우셔서 널리 위엄 있는 영험을 보여 주소서.”
이에 사리를 쇠로 된 다듬잇돌[鐵砧] 위에 놓고 힘이 센 자에게 내려치도록 했다. 그러자 쇠로 된 다듬잇돌과 쇠몽둥이는 모두 움푹 파였지만, 사리는 아무런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손권은 크게 탄복하여 즉시 탑을 세우게 하였다. 처음으로 불사(佛寺)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절 이름을 건초사(建初寺)라고 불렀으며, 이로 인하여 그 땅의 이름을 불타리(佛陀里)라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강좌(江左) 지역은 점차로 큰 법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후 손권의 손자 손호(孫皓)가 정사를 맡게 되자 법령이 가혹해졌다. 부정한 제사[淫祀]를 없애 버렸으며, 불사(佛寺)도 아울러 헐어 없애고자 하였다. 손호가 말하였다.
“이런 불사들이 어찌하여 이토록 흥하게 되었는가? 만일 그 가르침이 참으로 올바르다면, 성전(聖典)과 서로 통하는 것이니, 마땅히 그 도를 보존하고 받들겠지만, 만일 그것이 진실하지 못하다면, 모두 다 불태워 버리리라.”
여러 신하들이 모두 아뢰었다.
“부처님의 위력은 여타의 다른 신(神)과는 다릅니다. 강승회가 상서로운 일을 보여 주어 대황제(大皇帝)께서 절을 창건하신 것입니다. 이제 만일 가벼이 여기시어 훼손한다면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손호는 장욱(張昱)을 절로 보내어 강승회에게 힐문하게 하였다. 장욱은 고상하고 재치 있게 말을 잘하여, 거침없이 어려운 질문을 퍼부었다. 그렇지만 강승회는 그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명확한 답변을 했는데, 그 말의 이치가 매우 합당하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었지만 장욱은 강승회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
장욱이 그곳에서 물러나 돌아가려 하니 강승회가 문에서 배웅을 하였다. 마침 절 옆에 부정한 신에게 제사를 모시는 자가 있었다. 장욱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교화[玄化]가 그렇게 훌륭하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무리들이 가까이에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입니까?”
강승회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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