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2권 10편
지승 지음
“산을 부술 듯한 요란한 천둥소리라도 귀머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은 그 소리가 작아서가 아닙니다. 참으로 이치가 통하면 만 리 밖에서도 응하게 되지만, 만일 그것이 막혀 있다면 간(肝)과 담(膽)처럼 가까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초(楚)나라나 월(越)나라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장욱은 돌아와서 칭찬하였다.
“강승회의 재주와 명석함은 제가 헤아릴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원컨대 왕께서 친히 살펴보소서.”
손호는 크게 조정의 인재를 모아 놓고 말과 수레를 갖추어 강승회를 맞이하였다. 강승회가 자리에 앉자 손호가 물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밝히고 있는 선악의 보응[善惡報應]이란 무슨 뜻이오?”
강승회가 대답하였다.
“무릇 훌륭한 임금이 효성과 자애로써 세상을 가르치게 되면, 붉은 까마귀가 날고 노인성[老人]이 나타나며, 어진 덕으로 만물을 기르게 되면, 예천(醴泉 : 단맛이 나는 샘)이 솟아오르고 좋은 곡식이 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한 행위를 하면 상서로운 일이 있고, 악한 행위를 하면 또한 그와 같게 됩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한 일을 하면 귀신이 그에 대한 벌을 주고, 드러난 곳에서 악한 일을 하면 사람들이 그에 대한 벌을 줍니다. 『주역(周易)』에서도 ‘착한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積善餘慶]’라고 하였고, 『시경(詩經)』에서도 ‘복을 구하는 데에 어그러짐이 없네[求福不回]’라고 읊었습니다. 비록 유가 경전의 격언이라고는 하나,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도 나오는 밝은 교훈입니다.”
손호가 다시 물었다.
“만일 그렇다면 주공[周]22)과 공자[孔]가 이미 말씀하신 것인데, 무엇 때문에 불교가 필요하단 말이오?”
강승회가 대답하였다.
“주공이나 공자의 말씀은 대략 생활에 가까운 자취만을 보여 주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매우 그윽함과 미묘함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악한 일을 행하면 오랜 세월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고, 선한 일을 행하면 길이 극락세계의 즐거움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선을 권하고 악을 막고자 하셨으니, 어찌 그 가르침이 크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손호는 그때 그 말을 꺾을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손호가 비록 바른 법을 듣게 되었으나, 그 성질이 어리석고 포악하기 때문에 그 잔악함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 뒤에 숙위병(宿衛兵)들을 후궁(後宮)으로 보내어 정원을 수리하게 하였는데, 이때 땅 속에서 높이가 수 척(尺)이나 되는 금으로 된 불상을 발견하고는 손호에게 바쳤다.
손호는 사람을 시켜 금불상을 더러운 곳에 놓아두게 하고는 넉 달 여드레 동안이나 오물을 끼얹고 여러 신하들과 함께 웃으면서 즐거워하였다. 갑자기 그의 온몸에 큰 종기가 생겼는데, 특히 음부(陰部) 부분의 고통이 더욱 심하여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였다.
태사(太師)가 점을 치고 나서 말하였다.
“위대한 신령을 범했기 때문이옵니다.”
이에 즉시 여러 사당에 기도를 드렸으나, 고통은 더욱 더 심하여졌다. 궁녀 중에 이전부터 불법을 받드는 이가 있었는데, 손호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절에 나아가 복을 빌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손호는 머리를 들면서 물었다.
“부처라는 신(神)이 그렇게도 위대하냐?”
그러자 궁녀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하늘과 신들이 존중하는 위대한 성인이십니다.”
마침내 손호는 마음속으로 그 말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궁녀는 즉시 불상을 가져다가 전(殿) 위에 모셔 두고, 향내 나는 더운 물로 수십 번을 씻고 나서 향을 사르고 참회하게 하였다. 손호는 정성스럽게 베갯머리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스스로 자신의 죄상을 고백하였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차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신을 절로 보내어 모든 도인(道人)들을 찾게 하고는 강승회에게 설법하여 주기를 청하였다.
강승회가 그를 따라 궁으로 들어가자, 손호는 예를 갖추어 죄와 복을 얻는 연유에 대하여 물었다. 강승회는 그를 위하여 상세하게 풀어 설명하였는데, 그 말이 매우 정밀하고 핵심을 그대로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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