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가섭결경(迦葉結經)
안세고(安世高) 한역
최윤옥 번역
현자 아난은 사방의 좌석을 둘러보며 슬피 울면서 말했다.
“아아! 지극히 매정하구나.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저의 몸은 오늘 이미 여래를 여의어 구제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할 것이며, 눈으로는 밝은 것을 보지 못하여 세간이 어두워질 것입니다. 또한 현자 대가섭이시여, 불ㆍ세존께서 멸도(滅度)에 임하실 때, 저 아난에게 ‘그대는 슬피 울지 마라. 나에게 누(累)가 되나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대가섭께서 지금 우연히 작은 오해를 가지고 용서하지 않고 계십니다. 인자(仁者) 가섭이시여, 즐거운 기분으로 마음을 푸십시오. 이후로는 감히 잘못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슬피 울지 마시오. 인자(仁者)의 공덕은 근본적으로는 널리 갖추어져 있소. 우리들은 법의 요체를 모임에서 반드시 여실하게 말해야 하니, 직접적으로 충고하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소. 아난이여, 이제 일어나시오. 우리는 그대와 함께 경전의 요체를 결집할 수 없소.”
이때 현자 아나율이 대가섭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부처님의 본의에 어긋나고 멀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侍者)로서 학식이 넓고 중요한 경장(經藏)을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가 아니면 다음의 부처님이나 그 다음의 부처님이 오셔야 경전의 요체를 결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존자 대가섭이 말했다.
“우리들은 아난과 같이 바야흐로 더 배워야 할 부류와는 함께 경전의 뜻과 법의 요체를 결집할 수 없소. 아난이여, 이제 일어나 스스로 물러가시오. 나는 아라한을 성취한 이들과 함께 경전을 결집할 것이오.”
이에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픈 마음으로 비구들을 돌아보고 수심 어린 기색을 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그날 밤 그는 기지자(祇支子)에 의해 지도를 받아 일체의 번뇌[結]를 끊고 아라한도[羅漢道]를 얻어 삼달지(三達智)를 체득했으며 과보로 대신통(大神通)을 획득했다.
모든 나한들이 다음 날 다 모였는데 그 숫자는 백천(百千)이나 되었다. 마치 아수륜(阿須倫)이 달빛을 가려도 그 광명이 밝게 빛나 널리 세간에 나타내는 것과 같았다. 아난은 마음이 흔쾌했으며 모든 흠이나 더러움에서 벗어났고 해야 할 일을 다 처리하였다.
존자 가섭이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오. 아난 그대는 평등(平等)을 얻어 나의 마음을 뛸 듯이 기쁘게 하였소. 세존께서 말씀하신 불교에 누를 끼치는 자의 범주에서 그대는 이미 벗어났으니, 이와 같이 순차적으로 온갖 번뇌[漏]를 끊을 수 있었소. 또한 아난 그대는 불ㆍ세존으로부터 법을 강설받아 법안(法眼)이 열렸고, 인자(仁者)는 또 법을 들어 널리 간직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지금 영원히 잘 건립해야만 하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저 부처님은 세간의 존귀한 이로서 머무르면서
제일(第一)에 이르셨으니
모든 사람들의 도술은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여 함께 노닐 수 없네.
이에 감로(甘露)의 맛은
널리 현인(賢人)들에게 이르렀으나
부처님께서 결정적으로 적멸하셨기 때문에
교화하는 일이 드물게 되었네.
이때 나이가 많은 이들[耆年]이 아난에게 말했다.
“당신은 머무르면서 반드시 정경(正經)과 법률 그리고 갖가지 법의 해석을 결집해야만 합니다.”
이어서 모임에 참석한 무수한 백천(百千)의 대중들이 아난에게 말했다.
“법을 생각하여 공경하시고 널리 구체적으로 갖추셨으니, 비구들이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는 것이 한량없다는 것을 두루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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