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설대승보살장정법경(佛說大乘菩薩藏正法經) 28권
대승보살장정법경 제28권
서천 역경삼장 조산대부 시광록경 전범대사 사자사문 신 법호 등 한역
변각성 번역
9. 정진바라밀다품 ④
“또 사리자여, 재가 보살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경전의 여실한 행상을 다 듣고도 많이 듣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욕심이 적은 행을 닦기를 즐기지 않고, 또 같은 종류의 경전 등도 믿어 받지 않는다. 다시 여래의 대승 경전을 비방하다가 다 온갖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어떤 것을 나쁜 세계라 하는가? 이른바 염마라(焰魔羅) 세계와 아귀ㆍ축생의 세계이다. 또 나쁜 법을 쓰는 변방지대에서 비록 사람이 되더라도 몸이 불구가 되며, 더러운 장애가 많고 온갖 삿된 견해를 가진다. 사리자여, 이런 더러운 곳을 부처님과 보살들은 다 멀리 떠나고 거기서 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자여, 재가 보살은 큰 세력을 가진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여 거기 의지하나니, 이른바 국왕 대신과 또 모든 인민으로서 큰 부자나 호걸들이다. 그리하여 성내기를 좋아하여 그 말은 아첨과 거짓이 많으며, 갖가지 악을 지어 사람들을 속이며, 다시 남을 업신여긴다. 그는 나쁜 말 때문에 악취에 떨어지며, 몸이 여위고 온갖 나쁜 상을 갖춘다. 사리자여, 이것을 재가 보살의 다섯 가지 법이라 한다.
이상의 인연으로 세상에 나오시는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또한 착한 벗을 친근하지도 못하며,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고, 모든 선근을 다 파괴하며, 계율을 지니는 보살마하살 등을
배우지 못하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지 못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밝히시려고 게송을 설하셨다.
만일 누구나 이 다섯 가지 법을 행하면
거기서 훌륭한 지혜가 더욱 자라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조어존(調御尊)을 멀리 떠나게 되어
바른 깨달음을 빨리 이루지 못하느니라.
거짓으로 일체의 유정들을 속이기 때문에
왕의 가신(家臣)과 저 종이나 하인과 같아
일체의 선근의 힘을 모두 끊어 버리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지 못한다.
또 혹은 저 유정들을 놀라거나 두렵게 하며
그 말로 결박을 짓게 하고 매를 때리게 한다.
이와 같이 갖가지 나쁜 업을 짓고는
최상의 높은 어르신을 언제나 멀리 떠난다.
그리고 필추와 필추니에 대해
그의 깨끗한 계율을 깨뜨리고 병의 고통을 내며
찰나에도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언제나 멀리 떠난다.
부모와 처자와 모든 권속과
법이 아닌 행을 간단없이 항상 행하며
바른 법은 듣기를 즐거워하지 않다가
우치의 헷갈림 속에 떨어져 벗어나기 어렵다.
비록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 친하려 하지만
찰나 사이에도 그것을 얻지 못하며
혹은 집 떠남을 사랑하고 즐거워할 때라도
저들이 모두 다투어 와서 장애와 어려움 된다.
혹은 때로 이 바른 법을 듣고는
곳을 따라 진실의 공(空)을 연설하여도
저들은 다투어 성내는 마음을 내어
이에 말하기를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니라 한다.
이와 같은 갖가지의 장애와 어려움도
그것의 16분 중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바른 법의 종자를 비방함으로 말미암아
세상마다 장님이 되어 아무것도 못 보느니라.
그들은 거룩하신 정각존(正覺尊)을 보지 못하고
비록 보더라도 청정한 믿음을 내지 못한다.
장차 사람의 몸을 얻어도 불구가 될 것이요
그 뒤에는 일체의 축생 속에 떨어지리.
만일 누구나 부처님의 보리에 돌아오고
또 보살들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면
일체의 장애와 어려움을 모두 다 제거하고
진실하고 바른 행을 능히 닦아 익히라.
있는 부모와 또 권속들과
그리고 다른 일체의 유정들을
자주자주 인도하여 출가시키고
빨리 잘 포섭하여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어머니 인도하고
다시 잘 찬탄하면서 출가하게 하고
바로 곧 선서존(善逝尊)에게 나아가
마음을 내어 큰 보리를 깨치게 한다.
“또 사리자여, 출가(出家) 보살에게는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어서 착한 벗을 멀리 떠나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도 잠깐 동안도 만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쌓아 모은 선근의 힘을 다 파괴하며, 계율을 보살마하살에게 배우지도 못하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삿된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깨끗한 계율을 깨뜨리는 것이요, 둘째는 믿지 않기 때문에 바른 법을 훼방하는 것이며, 셋째는 이익에 탐착하고 이름을 좋아하는 것이요, 넷째는 아견(我見)에 집착하여 온갖 험난한 곳에 들어가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의 선행에 질투를 내는 것이다.
사리자여, 출가 보살은 이런 다섯 가지 법을 갖추기 때문에 착한 벗에게 멀리 떠나며, 또한 세상에 나오시는 부처님을 만나지 못한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이루지 못하느니라.
사리자여, 이런 이치로 비유하면 주린 개가 가죽과 뼈가 잇닿을 만큼 여위었다가 갑자기 마른 뼈다귀를 보고는 먹고 싶은 생각을 내어 으슥한 곳에 가서 힘껏 핥고 씹다가 그 입을 다쳐 피가 그 뼈에 묻었지마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허망하게 욕심을 부리더라도 끝내 배가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때 어떤 찰제리나 바라문ㆍ장자ㆍ거사가 멀리서 오다가 그 주린 개가 마른 뼈를 씹는 것을 보고는
몹시 가엾이 여긴다. 그때 주린 개는, 그 사람들이 제가 먹는 맛난 것을 빼앗을까 생각하고 눈을 흘기며 소리를 내어 으르렁거리고 짖는다.
사리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들이 피도 살도 없이 다 말라빠진 그 뼈를 빼앗겠는가?”
사리자는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아닙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그 개는 왜 그런 꼴이 되었느냐?”
사리자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개는 주렸기 때문에 그 마른 뼈를 감로(甘露)의 맛인 듯 씹고 탐애 때문에 그런 나쁜 소리를 내고 눈을 흘기며 으르렁거리고 짖으면서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내가 멸도한 뒤에 저 필추들은 종족 가운데서 더러운 똥오줌에 깊은 애착을 내고 거기 얽매일 것이니, 그런 행상으로는 찰나 사이에도 불사(佛事)를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필추들은 내가 지금 말한 바와 같이 불법 가운데서 저 주린 개와 같아 오직 여래를 헐뜯지만 않을 것이니, 만일 저 유정들이 저 필추들의 그런 행상을 보면 그들을 비방하기가 저 주린 개와 같다 할 것이다.
사리자여, 반면에 어떤 보살마하살은 일체 유정을 두루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해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되 그 신명도 버리겠거늘, 하물며 남의 선업에 질투를 내겠느냐.
또 사리자여, 또 세간의 우치한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세간의 재보와 음식을 즐기며, 그 몸은 종이 되어 남에게 얽매이고 모질게 부림을 받으면서 다른 종족을 친근하여 거짓으로 속이며, 탐애 때문에 남을 질투하느니라.
사리자여, 저 필추와 같이 이익을 탐하여 먼저 그 종족에 있다가 뒤에 오는 이를 보고는 질투하는 마음을 내면서 뒤에 오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내가 먼저 여기에 머물렀다. 너희들은 어디서 오느냐? 지금 이 종족 중의 장자들은 전에 발원하기를 모든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 등을 반드시 나에게 보시할 것이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 뒤에 오는 자가 어떻게 무엇을 얻겠는가?
그 때문에 그들은 세 가지 허물을 짓는다. 그 세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머무르는 곳에 집착하는 것이요, 둘째는 본래 머무르던 곳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세간법은 잘 알지마는 출세간법은 잘 모르는 것이다.
또 그 필추는 이 장자족 가운데서 살기를 즐기지 않고, 그 필추는 또 말한다.
‘머무르는 곳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즐거운 곳에 사는 것이요, 둘째는 화합한 곳에 사는 것이며, 셋째는 여실(如實)한 곳에 사는 것이다. 그대 장자들은 허물이 많다. 우리를 공경하고 우리 법을 칭양하고 찬탄해야 한다.’
사리자여, 이 종족들이 미워함으로 말미암아 우리 깨끗한 법이 다 괴멸되고 마는 것이다.
또 사리자여, 또 어떤 종족은 질투가 많고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다. 계율을 가지는 자나 계율을 가지지 않는 자는 다 보살마하살을 멀리 떠나 그들에게 배우지 않나니, 이런 비유로 알아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여, 과거 한량없고 가없고 광대하며 불가사의한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그 이름은 승고(勝高)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徧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
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었는데, 그 부처님께서는 90구지(俱胝) 년 동안 세상에 계셨다. 그 부처님 회중에 90나유다(那踰多)의 큰 성문들이 있었는데, 모두 아라한으로서 다 번뇌를 없애어 자신들의 이익을 얻고 마음이 자재하여 저 언덕에 이르렀다.
그때에 또 선집(善集)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은 큰 부자요, 권속은 광대하며, 재보가 많아 금ㆍ은ㆍ유리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ㆍ진주 등 보배를 다 구족하였고, 수용이 광대하였다. 또 종ㆍ하인ㆍ코끼리ㆍ말ㆍ수레 및 갖가지 창고가 가득했었다.
그 장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이름은 정주(淨住)요, 둘째는 정지(淨持)로서 얼굴이 단정하고 신상(身相)이 원만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은 어느 때 갑자기 큰 누각에 올라가 거닐며 유희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승고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큰 필추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큰 성 안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였다. 그 부처님 상호는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고, 또 광대하고 묘하고 좋아 가장 제일인 금당기와 같았으며, 사마타에 머물러 모든 기관이 은밀하고 용과 코끼리가 극히 묘하고 청정한 것 같았으며, 큰 못과 같아 온갖 더러움을 떠났었다. 또 보배가 가득 찬 큰 바다와 같았고, 모든 하늘에 둘러싸인 제석천왕과 같았으며, 대범천왕과 같아서 고요하고 장엄하며 원만하고 청정하며 결백함을 다 갖추었고, 마음은 고르며 감관은 고요하였다.
그 두 동자는 그때 그 승고 여래ㆍ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를 보았다. 그 두 동자는
멀리서 오시는 여래께서 상호가 한량없고 가없으며 원만하고 구족하심을 찬탄하면서 아무리 세존을 우러러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사리자여, 그때 그 정주 동자는 과거에 이미 승고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을 뵈온 적이 있었으므로 정지 동자에게 물었다.
‘너는 이전에 승고여래를 뵈온 적이 있느냐? 이 부처님의 공덕은 한계가 없고, 일체 유정들의 큰 자부(慈父)이시니라.’
정지 동자는 말했다.
‘저는 이전에 뵈온 적이 없습니다. 이 부처님 세존께서는 상호가 구족하시고 위덕이 특히 높으십니다.’
정주 동자는 말하였다.
‘나는 옛날 이 승고여래를 뵈온 일이 있다. 그리고 나도 장차 이 부처님과 같이 되기를 원한다.’
사리자여, 그때 정주 동자는 게송을 설하였다.
나도 장래에 이 세존과 같이
모든 필추들의 호위 받기 원한다.
만일 내가 여래의 상호와 같이 되면
다시 이름도 최상의 높은 이라 불리리라.
나는 지금 음식과 온갖 공양 가지고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해
내가 가진 집들도 다 버리리니
나도 장래에 바른 깨달음 이루기 원하네.
비유하면 뭇 별 가운데 달이 제일인 것 같나니
누가 이것을 보고 맑고 시원하다 하지 않으리.
모든 유정들 가운데 부처님께서 가장 높거니
누가 집을 버리고 벗어나기를 구하지 않으리.
사리자여, 그 정지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게송을 설하였다.
형은 지금 그런 말 하지 말라.
또한 높은 소리로 사방에 알리지 말라.
형은 지금 진실한 내 말 들으라.
어떻게 보리의 도를 빨리 얻으리.
사리자여, 그때 정주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게송을 설하였다.
너는 이 도를 좋아하지 않지만
부디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좋은 말이니
그러므로 반드시 보리의 도를 얻으리.
너는 세간의 모든 재물과 보배에 대해
부디 곧 인색한 마음 내지 말라.
나는 내 신명까지도 능히 버릴 수 있거니
그러므로 모두 다 안다고 네게 말한다.
나는 너에게 이러한 집과
또 일체의 재보 등을 다 주고
나는 지금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여 보리의 기별 주시기를 구하리.
서른두 가지의 뛰어나고 훌륭한 모습
누군들 그것 보고 사랑하고 즐거워하지 않으랴.
위없는 보리를 누가 행하지 않으랴.
부디 여기에 대해 스스로 못났다 생각지 말라.
나는 지금 이 집과 또 재물과 보배와
부모와 권속과 그리고 친한 벗들
그 모두를 이제 여기서 다 버리고
보리를 구하기 위해 부처님께로 나아가리.
설령 구지(俱胝)의 천 겁을 지나더라도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어렵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큰 광명이 되시나니
부처님의 광명을 만나기도 또한 어렵네.
부처님께서 왕성(王城)에 오셔서 교화를 행하실 때
큰 필추들이 모두 그를 둘러싸나니
마치 저 푸른 하늘의 청정한 달과 같아
세간을 두루 밝게 비추네.
또 천 개의 해가 나타나
네거리의 골목골목을 다 환히 비추는 것처럼
부처님께서 성안에서 교화의 행을 하실 때
두루 광명을 놓으시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아라.
비유하면 산 가운데의 왕인 수미산 같고
또한 뛰어나고 묘한 보배가 나타나는 것처럼
부처님께서 필추 대중 가운데 계실 때
그 맑고 깨끗한 존엄도 또한 그와 같아라.
불꽃처럼 왕성한 광명과 큰 위엄과 덕망
유정들을 두루 잘 환히 비추나니
여래께서는 뛰어나고 훌륭한 이족존(二足尊)으로
이와 같이 원만한 온갖 색상 갖추셨다.
부처님께서 왕성 안에 들어와 교화 행하시어
한량이 없는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실 때
모든 하늘과 용과 신과 유정들
보는 이들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다 공경한다.
서른두 가지의 뛰어나고 훌륭한 모습
보는 사람 그 누군들 바른 법을 안 구하리.
만일 저 소승을 즐거워해 그것 닦아 익히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요 열등한 소견이다.
나는 보노니 위없는 사람 가운데의 어른
그 상호 단정하고 위엄 있어 세상에 희유하다.
나는 지금 저 거룩한 선서존(善逝尊)께 가리니
위없는 보리의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네.
사리자여, 그때 정지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게송을 설하였다.
나는 소승을 사랑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나니
나도 또한 부처님 계신 곳에 가리라.
지금 여기 큰 누각 위에서
맹세코 신명을 버리려 하네.
나는 생각하노니 이 몸은 다 허깨비요 꼭두각시
그런 몸이나 목숨을 곧 다 버리고
위없는 큰 지혜를 구하기 위해
나도 또한 부처님 계신 곳에 가리.
부모의 은혜와 사랑이 극히 가장 중함과
집과 재물 등 온갖 탐욕 경계들
나는 지금 그것들을 모두 버리고
맹세코 저 부처님 계신 곳에 가리.
만일 내가 원하여 세존과 같이 되고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그의 거둠이 되면
일체의 가진 것을 모두 다 버리고는
집을 떠나 부처님께 귀의하여 제자 되리.
사리자여, 그때 정주 동자는 큰 누각에서 조용히 내려와 승고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로 갔다. 그때 정지 동자는 다시 큰 누각에서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 신명을 돌아보지 않고 빨리 내려와 정진하기 위해 먼저 승고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사라자여, 정주 동자는 부처님께 가서 염부단금(閻浮檀金) 1구지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법복(法服)을 가지고 여래께 바치면서 게송을 설하였다.
내가 지금 최상으로 묘한 이 옷을 드리는 것은
단정하고 장엄한 온갖 세상을 구함이 아니요
다만 원하옵기는 장차 세존같이 되어
가장 높고 가장 거룩해 제일이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맑고 깨끗한 큰 지혜를 두루 다 갖추고
정진하는 힘에 편안히 머무르며
서른두 가지 모습으로 묘하게 장엄하고
이족존(二足尊)과 같은 과보를 얻기 원하네.
다시 열 가지 지혜의 힘을 성취하고
네 가지 두려움 없음에 편안히 머물면서
원하노니 나도 장래에 세존과 같이 되어
가장 높고 가장 거룩해 제일이라 일컬어지리.
원하노니 나는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서
부처님 광명의 무더기에 편안히 머물면서
온갖 법을 연설하여 유정들에게 베풀어
일체 유정들로 하여금 두루 깨닫게 하리.
내가 지금 훌륭하고 묘한 옷을 드리는 것은
단정하고 장엄한 온갖 색상을 구함 아니네.
원하옵나니 맑고 깨끗한 큰 보리를 이루어
끝없는 하늘과 사람들을 널리 구제하려 함이네.
또 내가 드리는 이 훌륭하고 묘한 옷은
여래의 위없는 지혜를 구해
둘이 아닌 바른 법의 문에 편히 머물러
일체의 저 외도들을 다 항복 받으려 함이네.
또 원하는 것은 유정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고
그들이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다 버리게 하며
무명과 애욕과 존재 등을 모두 없애어
함이 없는 감로의 법을 얻게 하려 함이네.
또 여래의 맑고 깨끗한 법을 연설하여
유정들을 두루 이롭고 즐겁게 하며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 등을 떠나게 하고
또 근심과 슬픔과 온갖 고뇌를 멸하게 하리.
또 원하노니 법을 설해 일체의
하늘ㆍ용ㆍ사람 등과 또 비인(非人)과
생각 있고 생각 없는 모든 유정 이롭게 하고
스스로 깨닫고 남을 깨우치며 다 공경하게 하리.
원하노니 만일 내가 부처님 세계에 머물면
광명을 두루 놓아 시방 비추어
큰 어두움의 뜨거운 번뇌 속에서
저들의 맑고 시원한 감로(甘露)의 맛이 되리.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들
그들로 하여금 어디에도 집착이 없게 하고
미워하며 사랑하는 경계를 다 멀리 떠나게 하고
언제나 여래의 맑고 깨끗한 법을 설하리.
사리자여, 그때 정지 동자는 부처님께 가서 다시 훌륭하고 묘한 신발을 가지고 부처님께 받들고 친절히 올린 뒤에 게송을 설하였다.
원하옵나니 나는 부처님처럼 중생의 어른으로
큰 집과 같이 그들을 구호하는 이 되어
저 유정들로 하여금 나쁜 세계를 떠나게 하고
다시 진실하고 바른 도를 잘 설하리.
이 세간에 있는 갖가지 애욕
그것을 어리석은 사람의 추한 경계라 한다.
일체의 유위(有爲)를 다 멀리 떠나고
세상에 나오시는 부처님을 항상 만나기 원하네.
부처님의 광명이 세간을 비추는 것 보나니
이족존(二足尊)께 마땅히 공양하여야 하리.
일체의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맹세코 위없는 보리의 열매를 구하리.
다시 가장 훌륭한 향과 꽃 등과
갖가지 당기와 번기와 보배 일산들
저 일체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그것 가지고 크게 깨달으신 어른께 공양하리.
훌륭하고 묘한 의복과 또 음식과
평상 깔개와 침구와 온갖 약품들
일체의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그런 것을 가지고 여래께 공양하리.
또 북과 고동 등 온갖 악기와
노래하고 읊조리며 찬탄하는 묘한 음성 가지고
저 일체의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오신 광명의 어른께 공양하리.
또 보배롭고 묘한 갖가지 음식과
이 세간에 있는 최상의 맛 가지고
저 일체의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기 원하네.
이렇게 넓고 큰 공양을 올린 뒤에
여래께 나아가 집 떠나기 구하고
일체의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맹세코 일체의 맑고 깨끗한 행을 행하리.
또 원하옵나니 유정들
그릇된 도의 흘림 속에 살지 않고
구지 수의 그 유정들로 하여금
모두 안온하게 8정도(正道)에 머물게 하리.
원하옵나니 나는 이 욕계의
극히 나쁜 변방 지대의 더러운 곳에 나지 않고
일체의 방탕한 행동을 멀리 떠난 뒤에는
언제나 방탕하지 않은 사람을 가까이 친하리.
또 원하옵나니 저 온갖 나쁜 세계에 나지 않고
언제나 믿는 종족 가운데 나기를 원하며
거기 나서는 마땅히 최상의 마음을 내어
여래를 뵈옵고 언제나 친근하기 원하네.
뵈옵고는 이런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또 화만과 바르는 향 등과
온갖 북과 기악(伎樂) 등 갖가지 공양으로
항상 훌륭한 앎을 구하여 일체를 이롭게 하리.
원하옵건대 구지(俱胝)의 많은 겁 동안
언제나 광대한 공양하는 일 짓고
집을 나와서는 모든 욕심 경계를 멀리 떠나
마땅히 일체의 맑고 깨끗한 행을 행하리.
사리자여, 그 두 동자는 승고 여래ㆍ응(應)ㆍ정등각(正等覺)께서 계신 곳에서 갖가지의 기악과 게송과 찬탄으로 공양한 뒤에 곧 지방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어 붉은 전단으로 정사를 세우니, 가로와 세로는 4유선나(踰繕那)요, 높이는 반 유선나였다. 이렇게 짓고는 세존께 바치면서 말하였다.
‘원하옵나니 여래께서는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그리고 그 두 동자는 그 승고 여래ㆍ응ㆍ정등각께 청하면서 게송을 설하였다.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우리 정사에 계십시오.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칭찬하신 바입니다.
저희는 지금 이 깨끗한 보시할 마음 내었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겨 받아 주소서.
만일 부처님께서 우리 정사에 계시면
저 구지의 유정들 수와
과거 현재 미래의 3세 마음을 아시리니
저희들도 장래에 그와 같이 되기를 원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정사에 사시면서 저 언덕에 가시고
정단(正斷)과 신족(神足)을 얻으시고
네 가지의 훌륭한 행을 각각 다 아시리니
저희들이 정사를 보시하고도 그리 되어지이다.
원하옵건대 승고 여래 부처님께서는
일체 필추 스님들과 함께
반 달 동안 이 정사를 받아 주소서.
저희들은 공양하고 존중하며 항상 공경하리다.
저희들은 지금 여래 계시는 곳에서
친근하여 공경하고 공양한 뒤에
이런 믿는 마음을 내어 집 나오기 구하여
정수리의 머리털 깎고 법복(法服)을 입으리라.
이와 같이 집을 버리고 집을 떠난 뒤에는
모든 이익과 즐거움을 두루 바라고 구하여
언제나 마땅히 선과 상응한 일을 지으면서
이와 같은 진실한 법을 사랑하고 즐기리이다.
그때 두 동자는 이 게송을 마쳤는데, 그 정주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장차 정각을 빨리 이루어 큰 광명을 놓아 부처님 세존과 다름이 없기를 원합니다.’
또 정지 동자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장차 험난한 악도(惡道)에서 항상 길잡이가 되기를 원하나이다.’
사리자여, 그리고 그 정지 동자는 승고여래 앞에서 한쪽에 서서 공경히 합장하고 또 서원을 세웠다.
‘나는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다시는 앉거나 눕지 않고 항상 잠을 자지 않으며, 유정들의 이익을 위해 위없는 도를 구하면서 언제나 일체 게으름을 멀리 떠나고 차라리 신명의 모두를 버릴지언정, 나아가 힘줄ㆍ가죽ㆍ피ㆍ살이 다 마르더라도 일체의 게으름을 버리고 광대한 용맹 정진을 내어 보리를 구하기를 서원합니다.’
사리자여, 그때 정주 보살마하살은 저 정지 보살마하살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나는 너와 함께 평등한 마음 내어
위없는 보리행을 닦아 행하리.
나는 이제 또한 정진의 힘을 내나니
일체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네.
온갖 욕심과 신명을 멀리 버리되
피와 살이 다 말라도 사양 않으리.
원하노니 천 겁이 다하도록 닦아 익히되
정진하여 보리의 도를 즐거워하리.
언제나 광야 가운데 편히 머물기 생각하고
또 산중의 고요한 곳을 즐거워하면서
위없는 큰 지혜를 구하기 위해
맑고 깨끗한 법에서 자재함을 얻으리.
사리자여, 그때 정지보살은 천 년 동안을 잠깐 동안도 자거나 게으른 적이 없었거늘 하물며 몽상이겠느냐? 또 천 년 동안은 편히 앉기를 구하지 않았고, 모든 편리(便利)를 없앴으며, 나아가 잠깐 동안도 호궤(胡跪)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앉고 누움이겠느냐?
그 정지보살은 또 천 년 동안은 밥 때에는 발우를 들고 행걸(行乞)하여 먹되, 그 주는 자로서 이 사람은 남자다, 이 사람은 여자다, 또 동자인지 동녀인지를 구별해 보지 않고 유정을 교화하되 평등하게 행하며, 본래 자리에 돌아와서는 세간을 세 번 관찰한 뒤에 먹었다. 이렇게 먹고는 먹을 때가 아니면 한 생각도 배가 고프다거나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으며, 나아가 달다, 시다, 짜다, 싱겁다, 쓰다, 맵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먹을 때가 아니면 걸식도 하지 않았다.
그때 그 보살은 또 천 년 동안은 나무 밑에서 일심으로 정진하여 보리의 도를 구하되, 이것이 어떤 나무인가 보지도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그 법복을 잠깐도 갈아입은 적이 없었다.
그때 그 보살은 또 천 년 동안은 모든 욕심에 대해 구할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어떤 손해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했다. 또 천 년 동안은 부모 형제자매 및 권속과 해ㆍ달 등의 수에 있어서도 살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그 집에 대해 한 생각도 즐겨 의지할 생각이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해ㆍ달ㆍ별 등을 잠깐도 바라볼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담이나 나무를 의지해 그 가운데서 머문 적이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그 몸에 연유 기름을 바른 적이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그 몸에 잠깐도 게으름이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그 생각에 피로와 권태가 없었다. 또 천 년 동안은 내지 연유 기름도 받지 않았고, 오직 일심으로 즐겨 정진하였으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 보살은 또 천 년 동안은 그 몸과 마음에 게으름과 권태를 느끼지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정진행을 닦으면서 잠깐 동안도 수염이나 머리를 깎지 않았는데, 그때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와서 정수리 위를 손으로 만지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졌다. 그러자 사대천왕은 그 머리털을 가지고 깨끗한 땅에 탑을 세웠다. 또 천 년 동안은 사대천왕이 그 보살이 선행을 행하는 줄을 알고 모두 와서 성취시켜 주었다.
그때 그 보살은 또 천 년 동안은 혹 더운 때를 만나더라도 나무 그늘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혹 추운 때를 만나더라도 옷으로 몸을 덮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 천 년 동안은 세간의 유정들과 농담하기도 좋아하지 않았다.
또 사리자여, 그때 치념(癡念)이라는 마왕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때 치념 마왕은 모든 파순(波旬)에게 분부하였다.
‘저 정주ㆍ정지 두 보살을 위해 칼 숲과 칼 다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그 마왕과 파순은 미친 듯 왔다갔다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지금 이 칼 숲을 만든다.’
그 마왕이 이렇게 말할 때 삼천대천세계 속의 위로는 악마의 궁전에 이르고, 밑으로는 지계(地界)에 사무쳐 거기 있는 백천 구지 마왕과 파순의 여러 하늘 권속들이 다 이 소리를 듣고 모두 모여 왔다. 그리하여 함께 두려워하여 그를 해치기를 서로 모의했다.
사리자여, 그러나 그 보살은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편히 머물러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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