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8권
불본행집경 제4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9. 사리목련인연품 ②
이때 왕사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리거하(祇離渠呵)라는 산이 하나 있었다. 이 산에서는 항상 어느 때에 대회(大會)를 베풀었기에, 그 모임의 이름도 기리거하라 하였다.
또 리사기리(離師祇離)라는 산이 있었는데 이 산에서도 리사기리라는 이름의 대회를 항상 베풀었고, 또 배가라(倍呵羅)라는 산이 있었고, 반도산(般塗山), 비부라산(毘富羅山)이 있었는데, 이들 산에서도 각각 대회가 베풀어 졌으며 그 모임의 이름도 산의 이름과 똑같았다.
이렇게 저 기리거하산에서는 계절을 따라 대회가 마련되는데 그 대회 장소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때로는 한량없는 수천 수만 명 내지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그들은 코끼리와 말 등의 온갖 수레들에 올라타거나 또는 걸어서 그 대회를 구경하려고 사방팔방에서 몰려왔다. 그 왕사성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그곳에 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때에 왕사성 나라타촌에서 구리가 마을까지는 반 유순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때 우바저사 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기리거하에 가서 대회를 구경해야겠다. 그곳에 가면 나는 한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니 그것은 곧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우바저사 동자는 코끼리 네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나라타 마을을 나와 기리거하 대회를 구경하러 갔다.
그때 구리다 동자도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기리거하에 가서 대회를 구경해야겠다. 그곳에 가면 나는 한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니 그것은 곧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이다.’
그도 코끼리 등에 타고 점점 나아갔다. 이 동자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흥겹게 놀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구리가 마을을 나와 기리거하 대회가 준비된 장소에 닿았으니 그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이때 그 두 사람은 얼굴이 단정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어떤 놀이와 예능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어 대중의 우두머리가 되기에 충분하였으므로 그 대회장에 마련된 여러 높은 자리에 각각 앉았다.
그때 우바저사 동자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면서 음악을 울리며 노래하거나 춤도 추는 등 유쾌하게 놀면서 쾌락을 누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 신기하고 이상하구나. 지금의 이 사람들은 여기 괴롭고 어지러우며 더럽고 탁한 가운데 늙고 저무는 번뇌가 있는 곳에서 즐거움을 누리면서 게으름을 핀다. 이와 같은 병의 더러움 속에는 어떠한 편안함도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죽음의 티끌에서 목숨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대중들은 즐겁다는 생각을 일으키면서 게으르고 제멋대로 굴며 갖가지 춤과 노래에 빠지고 온갖 음악들을 만들어내면서 갖은 오락과 쾌락을 누리고 있구나.’
우바저사는 대중들을 지켜보고 난 뒤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백년이 지난 뒤에는 이 대중들 가운데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곧 회한이 일어나고 즐거운 생각이 사라졌으며 그는 이내 훌륭한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그 대회장을 떠났다. 그리하여 조용한 숲의 어느 나무 한 그루 아래로 가더니 절망에 사로잡힌 채 앉아 모든 감각기관을 닫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마침 그 대회에서 어떤 광대 하나가 재주를 피우면서 대중들을 즐겁게 하였다. 구리다 동자는 대중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이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 대중들은 백년이 지나면 저 웃는 턱과 광대뼈를 다시 놀릴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커다란 근심과 괴로움이 일어나고 즐거운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우바저사 동자를 찾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바저사 동자는 지금 어디 있을까?’
사방을 두루 찾다가 멀리 우바저사 동자가 어느 숲의 나무 아래에서 편안히 앉아 사유하는데 그 마음이 즐겁지 않은 채 모든 감각기관을 닫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을 보았다. 그는 친구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에 기쁘지 않는 마음으로 이곳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가? 그대는 지금 좋지 못한 일이나 괴로운 지경에 빠져 있기라도 하는가?”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북이며 거문고 등의 음악 소리와
남자와 여자들의 노래 소리
분명 이런 고운 소리 들었을 텐데
어찌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대는 즐거워해야 한다.
근심과 걱정은 품지 말아라.
지금은 쾌락을 누릴 시간이니
회한이나 근심에 잠겨서는 안 된다.
그저 이 음악 소리 듣고 있자면
천상의 고운 여인들이 울리는 것 같고
이 모임도 하늘의 모임 같은데
어찌 기뻐하는 마음이 없는가.
그러자 우바저사 동자는 구리다 동자에게 말하였다.
“벗이여, 그대는 이 대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았는가? 온갖 음악 소리와 춤과 노래로 한없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이 대회에 모인 대중들은 백 년이 지나고 나면 한 사람도 살아남아 있지 않으리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스런 대상을 탐하지만
이런 대상들은 능히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리라.
모든 사물은 영원토록 가는 것이 없는데
어리석은 무리들 무엇을 즐기는가.
이 모든 중생들은
5욕락에 물든 마음으로
오래지 않아 지옥에 떨어지고
목숨이 다하면 재와 흙이 되리라.
나는 지금 마음에 조금도 기쁘지 않고
두려움과 근심 걱정만 더해가네.
그대들은 음악이 즐거울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엔 법을 즐기는 마음뿐이네.
천상ㆍ인간과 아수라ㆍ긴나라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쾌락을 누려도
싫어 버리지 못한 채 문득 목숨을 마치네.
그러므로 나는 진리를 닦으려 하네.
그때 구리다 동자가 우바저사 동자에게 말하였다.
“우바저사여, 내 마음도 그러하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괴롭고 즐거움을 서로 함께하고
근심과 기쁨도 또한 같으니
지혜 있는 이 찬탄한 것 같이
이제 나 또한 그대와 같노라.
그대의 마음에 좋아하는 것은
내 마음도 또한 따라가거늘
차라리 그대와 함께 죽을지언정
살아서 그대와 헤어질 수 없노라.
구리다 동자는 우바저사 동자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좋을까?”
우바저사 동자가 대답하였다.
“그대도 만약 그런 마음이라면 우리 함께 출가하여서 훌륭한 감로(甘露)의 법을 구하자.”
구리다 동자가 답하였다.
“그대가 뜻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나 또한 그대를 기꺼이 따르겠다. 우바저사여, 우리들은 이미 집을 버렸으니 마땅히 여기서 떠나 출가를 구하자.”
그때 우바저사가 구리다 동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구리다여, 응당 때를 알라. 지금 우리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람이라서 만약 집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리를 출가시키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부모님이 만류시킬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두 동자는 그 대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우바저사가 부모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청하였다.
“훌륭하신 아버님 어머님이시여, 저는 이제 출가하기를 원합니다. 제발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모는 함께 의논하였다.
“이제 우리 집안의 후사를 누가 이을 것이며, 이 모든 재산은 누가 주인이 되어 거느릴 것인가. 우리가 이토록 이 아이를 사랑하고 생각하는데 이 아이는 우리를 버리고 도를 구하기 위해 출가하려 한다. 우리가 어떻게 이 아이와 헤어질 수 있단 말인가.”이렇게 서로 의논하고 난 뒤에 아들 우바저사에게 말하였다.
“우바저사야, 지금 우리에게는 자식이 여러 명 있지만 너를 특히 사랑하였다. 그래서 잠시라도 너를 보지 못하면 말할 수 없는 걱정과 근심이 생겨났다. 우리에게 즐거움이라고는 오직 언제나 너를 지켜보는 것이니 우리는 너를 떠나보낼 수 없다. 그리고 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생한 적이 없다. 우리는 죽어서도 너와 헤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데 하물며 살아 있으면서 너와 헤어질 수 있겠느냐. 절대로 너의 출가를 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바저사가 이렇게 두 번 세 번 청하였지만 부모는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세 번씩 청하였지만 허락을 얻지 못하자 마침내 우바저사 동자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이렇게 7일을 보내자 그의 모든 친척과 친지들이 다함께 몰려와서 그의 부모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성자여, 우바저사의 출가를 허락하십시오. 그가 만약 집을 떠나 출가하여 도를 구한다면 살 길이 열려서 목숨은 부지할 것인데 당신들은 어찌 만나지 못할 것을 근심합니까? 그러다 그곳이 즐겁지 않으면 제 발로 돌아올 것입니다. 부디 당신들 앞에서 그의 목숨을 끊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동자의 부모는 말하였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지금 허락해 주겠습니다.”
이때 구리다 동자도 자신의 부모에게 허락을 청하였다.
“훌륭하신 부모님이시여, 저는 이제 집을 떠나 출가하려 합니다. 제발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나 구리다의 부모에게는 오직 아들 하나만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지극하여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지 못하였다. 잠시라도 아들을 보지 못하면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근심걱정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런데 구리다 동자의 부모는 예전에 집안에서 이렇게 맹세를 한 적이 있었다.
“너희들 집안 사람들은 구리다 동자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그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그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그의 부모들은 그 때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리다 동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이때 왕사성에는 파리바사산사야(波離婆闍刪闍耶)라는 외도(外道)가 살고 있었는데 제자 5백 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마침 우바저사와 구리다 두 동자는 아직 누구에게 귀의할지를 몰라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이 산사야[彼勝] 외도에게 들어와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 두 사람은 생각하는 것과 행동이 민첩하고 욕심이 적고 족함을 알며 지혜가 깊고 폭넓었으므로 그 외도가 두 사람에게 도술과 온갖 기예와 의술에 쓰이는 약초와 비상(非想)의 선정(禪定) 등을 설명하자 그 말을 들은 지 이레 만에 완전히 다 통달해버렸다.
두 사람은 이렇게 통달하고 나서 그 파리바사가 외도 스승 아래에서 5백 명의 권속들을 가르치고 이끄는 스승이 되었다.
그때 그 두 사람은 이런 차례로 대중들을 인도하고 이끌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아직 평온함을 얻지 못하였다.
우바저사는 파리바사가(波離婆闍迦)수나라 말로는 원리(遠離)라고 함 구리다에게 말하였다.
“구리다여, 이 산사야 파리바사가의 법은 괴로움을 완전히 없애주지 못한다. 그러니 그대는 나와 함께 다시 좋은 스승을 찾아보자.”
구리다 파리바사가 동자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 동자에게 대답하였다.
“우바저사 그대의 말대로 하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의 스승을 완전히 저버리고 다시 다른 곳에서 스승을 찾을 수는 없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한마음으로 함께 맹세하였다.
“만약 우리 두 사람이 지금의 스승보다 더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우리들을 위해 감로법을 설하는 이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서로에게 알려주기로 하자.”당시 세존께서는 빈바사라왕 등 12나유타의 중생을 교화하고 왕사성 가란타 죽림원에서 큰 비구들 천 명과 함께 머물고 계셨다. 그 비구들은 모두가 머리를 깎고 출가한 이들이었다.그때 우파사나(優婆斯那) 장로 비구는 격식을 갖춘 단정한 몸가짐을 지닌 자로는 모든 비구들 중에서 제일이었다. 그가 어느 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가 그 성안에서 차례로 걸식하였다.
마하승기사는 이렇게 말하였다.그 밖의 모든 논사들은 또 말하였다.
이때 아수파유기다(阿輸波踰祇多)수나라 말로는 마성(馬星)이라 함는 이른 아침해가 떠오를 때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러 왕사성에 들어갔다. 그는 그 성안에서 차례로 걸식하였는데 격식을 갖춘 몸가짐은 조용하였으며 행동거지가 법다웠고 승가리와 열반승을 입었으며 밥그릇을 공손히 들었는데 모든 것이 반듯하였다. 그리고 모든 감각기관을 조복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외부를 보면서 모든 법을 생각하고 바른 기억으로 반듯하게 걸어갔다.그때 왕사성에 살던 사람들 가운데 그런 그를 본 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그를 평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게 모든 감각기관을 다스려서
거동이 항상 고요하고 안정되었네.
웃음을 머금고 아름다운 말을 하니
이는 틀림없이 석가 세존의 제자로다.
이때 우바저사는 그 장로 아습파유기다(阿濕波踰祇多) 비구가 왕사성에서 차례로 걸식을 하는데 행동거지가 조용하고 걸음걸이가 법도가 있으며 승가리와 열반승을 입고 밥그릇을 공손히 들었는데 모두가 반듯하였고 훌륭하게 모든 감각기관을 다스렸으며 마음을 편안히 하여 자세히 관찰하며 모든 법을 생각하면서 바르게 기억하며 반듯하게 걸어가고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게송을 읊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생각하였다.
‘만약 이 세상에 그 어떤 아라한이나 일체 성인, 그리고 도를 성취한 분이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지금의 이 대덕이 그 중 한 사람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로 가서 나의 의심들을 물어보아야겠다.’하지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다시 생각하였다.
‘가서 묻는다 하더라도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니다. 왜냐 하면 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구하는 자는 아만(我慢)을 버려야만 하니 그가 어느 곳으로 가는지 따라 가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우바저사는 그의 뒤를 밟으면서 그가 가는 곳을 따라갔다.그때 아습파유기다 비구는 왕사성에서 걸식을 하고 나서 밥을 가지고 성에서 나왔다. 그래서 우바저사는 급히 아습파유기다 비구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 장로 아습파유기다 비구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은 뒤에 한쪽에 물러가 섰다.그리고 나서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대덕 아습파유기다 비구에게 물었다.
“그대는 스승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의 성문 제자입니까?”
장로 아습파유기다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에게 대답하였다.
“따로 큰 스승이 계시고 나는 그 분의 성문제자입니다.”우바저사는 또 대덕 아습파유기다 비구에게 물었다.
“대덕이여,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를 의지하여 출가하였고 누구의 법행(法行)을 즐기십니까?”당시는 세존께서 막 정각을 이루신 뒤라 그 때의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부처님을 큰 사문이라 불렀다. 그리하여 아습파유기다 비구는 그 우바저사에게 대답하였다.
“그대여, 큰 사문이 계시니 그 분은 석가족이며 석가족에서 출가하였습니다. 그 분이 나의 스승이요, 나는 그 분을 의지하여 출가하였고 그의 법을 기쁘게 따릅니다.”
그러자 우바저사 파리바사가가 다시 대덕 아습파유기다에게 물었다.
“당신의 큰 스승께서는 용모의 단정함이 당신보다 훌륭하며 모든 덕술(德術)도 당신보다 훌륭하십니까?”그때 장로 아습파유기다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나를 스승에게 비유한다는 것은
겨자씨로 수미산을 대는 것과 같고
소 발자국에 담긴 물을 대해에 견주는 것과 같고
모기를 금시조에 비기는 것과 같습니다.
설령 성문으로 저 언덕에 이르고
모든 지(地)를 성취하여도 여전히 제자입니다.
부처님 숫자에는 들지도 못하니
부처님 세존의 위덕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스승께서는 삼세법에 있어 모두 다 밝게 아시고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으셨습니다. 그대여, 우리 스승께서는 일체 법을 모두 성취하셨습니다.”
그러자 우바저사 파리바사가가 다시 대덕 아습파유기다에게 물었다.
“당신의 스승께서는 어떤 법을 설하시고 어떤 일을 논하십니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이런 법도에 맞는 몸가짐을 뵙자니
몸과 마음이 참으로 고요합니다.
그러므로 내 의심의 그물을 찢기 위해서
제발 이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내 마음에는 의심의 그물 품었으니
당신은 지금 피곤해하지 마시고
당신의 스승이 무슨 법을 설하는지
제발 나를 위해 설명해 주십시오.
이 바라문을 보고
공경하면서 이렇게 질문을 하니
대답하기를, 우리 스승은
감자종(甘蔗種)의 큰 족성이요,
가장 훌륭한 일체지를 지니신
이 분이 바로 나의 위없는 스승입니다.
그때 대덕 아습파유기다가 우바저사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내 나이 어리고 법을 배운 지 오래지 않아 아는 것도 적고 들은 것도 적으니 어찌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겠소? 그저 당신을 위하여 간략하게 말해주겠소.”
그러자 우바저사가 아습파유기다에게 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덕이시여, 요약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나도 많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취할 뿐이요
명구(名句)를 즐기지 않습니다.
지혜 있는 이는 참 뜻을 사랑하니
이치[義]를 따라 나는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자 대덕 아습파유기다는 곧 우바저사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우리 큰 스승께서는 인연법을 설하시고 해탈의 길을 말씀하십니다. 우리 스승께서는 다음과 같은 법을 게송으로 설하십니다.”
마하승기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가섭유사(迦葉惟師)는 또 다음과 같이 다르게 말하였다.
“그 뜻은 무엇인가 하면, 우리 스승께서는 다음과 같은 법의 구절을 설하셨습니다.”
모든 법은 인(因)을 따라 생겨나고
모든 법은 인을 따라 멸하니
이렇게 멸하고 또 생기는 것을
사문께서는 이와 같이 말하셨습니다.
그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문자의 법에 잘 통달하였고, 당시 대덕 아습파유기다 비구는 글귀의 뜻을 잘 이해하였고, 또 그 뜻과 문자를 아주 잘 이해하여 받아들였으니 무슨 많은 글자가 필요하겠는가.
인(因)을 따라 생겨난 모든 법은
그 법은 인을 따라 멸하나니
인연이 멸하면 곧 도(道)라고
큰 스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이런 법행(法行)을 관하여 보고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垢]를 멀리 버리고 모든 번뇌를 없애고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모든 유위법(有爲法)은 모두가 멸하는 상(相)임을 사실 그대로 관찰하여 알았다. 마치 아무런 색도 물들지 않고 검은 때가 전혀 타지 않은 깨끗한 옷을 물들이면 염료의 색깔을 잘 받아들이듯 그와 같이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이 행법을 관하자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나아가 사실 그대로 관찰하여 알았다.
그리고 그 우바저사는 사실 그대로 그 모든 법을 관찰하여 알고 난 뒤에 모든 법을 얻었고 모든 법을 관찰하였으며 모든 법에 들어가고 모든 법을 건너서 다시 의심의 그물이 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을 완전히 없애고 두려움이 없는 자리를 얻었으니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라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자연히 여래의 법을 알아서 그리 된 것이다. 곧 게송을 읊었다.
이처럼 내가 얻은 바와 같은
이러한 법행은
몇 나유타 겁을 지나도
이런 법을 얻은 적이 없었네.
그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이미 모든 법을 보고 모든 법을 얻고 지혜가 생겨나자 삼기목(三奇木)을 버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에 대덕 아습파유기다 발 아래 이마를 대고 절을 하였다. 절을 하고 난 뒤에 다시 일어나서 오른 쪽으로 세 번 돈 뒤에 하직하고 떠나갔다. 그리고 그는 구리다 파리바사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구리다 파리바사가가 멀리서 다가오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를 보니 그의 얼굴이 유달리 깨끗하고 온몸에서 빛이 나고 위엄이 흘렀다. 그리하여 구리다는 물었다.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여, 그대는 지금 모든 감각기관이 깨끗하고 피부가 윤이 나며 얼굴이 청정해 있다. 혹시 지금 감로(甘露)의 법이라도 체득하였소? 혹시 감로의 도라도 얻었소?”
그러자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구리다 파리바사가에게 답하였다.
“나는 감로의 훌륭한 법을 만났고 감로의 도를 이미 얻었소.”
구리다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그런 감로법을 누구에게 얻었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대답하였다.
“나는 저 큰 사문에게서 그것을 얻었소.”
구리다 파리바사가가 또 물었다.
“그 큰 사문은 어떤 일을 설하고 어떤 법을 논하였소? 그대는 지금 어떻게 감로의 좋은 도를 얻었소?”
그러자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구리다 파리바사가에게 게송을 읊었다.
인(因)을 따라 생겨난 모든 법은
그 법은 인을 따라 멸하나니
인연이 멸하면 곧 도(道)라고
큰 스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네.
구리다 파리바사가는 이 게송을 듣는 순간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번뇌를 다하고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일체 법이 다 멸하는 상(相)임을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이해하여 체득하였다. 마치 전혀 물들지 않고 검은 때가 타지 않은 깨끗한 옷이 염료를 쉽게 받아들이듯 하였으며 나아가 사실 그대로를 관찰하여 알고서 게송을 읊었다.
이처럼 내가 얻은 바와 같은
이러한 법행은
몇 나유타 겁을 지나도
이런 법을 얻은 적이 없었네.
그리고 나서 구리다는 다시 우바저사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는 감로법을 만났으므로
얼굴빛이 깨끗하고 광채가 났네.
그대가 찬탄하며 말해준 이 법을
듣고 나는 청정한 눈을 얻었네.
구리다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어서 빨리 그 큰 사문에게로 가서 깨끗한 행을 닦아야 하오. 그 불세존은 우리의 스승이오.”그러자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구리다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하지만 우리는 오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오. 본래 스승인 산사야 계신 곳에 먼저 나아가야 하오. 왜냐 하면 그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익을 지었으며 우리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었소. 그 분은 바로 우리를 구제하여 출가시킨 분이 아니오? 그러니 그 분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하오. 또 5백 명의 권속들도 우리를 의지하여 수학하고 법을 행하여 왔으니 다시 그들에게도 일러주어서 만약 그들이 좋다면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해야 할 것이오.”그리고 나서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와 구리다 파리바사가는 그 스승인 산사야 파리바사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신 분이시여, 우리는 이제 큰 사문 불세존께 나아가 청정한 행을 닦고자 합니다.”
그러자 산사야 파리바사가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곳에 가지 말아라. 나와 함께 너희들은 이 대중들을 가르쳐야 한다.”
다시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는 산사야 파리바사가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큰 사문 불세존 계신 곳으로 가서 청정한 행을 닦고자 합니다.”
산사야 파리바사가도 거듭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그곳에 가지 말아라. 이 모든 제자들을 너희에게 모두 맡기리라. 이제 나는 한 곳으로 물러나 홀로 마음껏 머물되 간섭하지 않겠다.”
다시 세 번째로 우바저사와 구리다는 산사야 파리바사가에게 말하였다.
“저희 두 사람에게는 제자들이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어서 빨리 저 스승이신 큰 사문 계신 곳으로 나아가 청정한 행을 닦는 것뿐입니다. 그 큰 사문은 우리의 세존이요 우리의 스승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이내 그 자리에서 산사야를 등지고 떠나갔다.그때 5백 명의 파리바사가 외도 대중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우바저사와 구리다 두 사람은 지혜가 많고 총명하고 영리하다. 우리들은 오래도록 애쓰고 피로할 정도로 부지런히 기예와 주술을 독송하였지만 이 두 사람은 이레 만에 모두 다 통달하였으니 이들은 예사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틀림없이 가장 훌륭한 곳을 찾아내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가기를 원하는 곳이라면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가기를 원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행하는 법이라면 우리도 또한 행해야 할 것이요, 그들이 청정한 행을 수행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두 다 그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
그러자 산사야 파리바사가는 다시 그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가지 말아라. 가지 말아라.”
이렇게 같은 말로 그들을 붙잡았지만 그들을 막지 못하였으니 결국 모든 제자들은 그를 떠나고 말았다.
그때 산사야 파리바사가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이 대중들이 끝내 나를 버리고 마는구나.’
이렇게 대중들이 버리고 떠난 인연으로 크게 근심하고 번민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다가 결국 목구멍에서 뜨거운 피를 토하더니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한편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와 구리다 파리바사가는 5백 명의 권속들을 거느리고 가란타죽림원으로 나아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때를 잘 알아서 이 동산 안에 깨끗한 자리를 깔아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답하였다.
“세존의 가르침을 받들어 거행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비구들이 부처님을 위하여 동산 안에 깨끗한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그 자리에 앉으셨다.
이때 장로 교진여는 저 우바저사와 구리다 두 사람이 외도의 무리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인 채 다가오고 있는 광경을 멀리서 보고는 곧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기 오는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와 구리다 파리바사가 등 두 사람은 기예가 뛰어나고 많이 들었고 아는 것도 많으며 모든 도술에 다시 의심이 없어 그 명성이 사방에 두루 퍼져 있는 이들인데, 지금 세존께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이 두 사람이 부처님과 논쟁을 하려고 오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부처님께서는 장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교진여야, 나는 지금 저 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다. 저들은 더욱 훌륭한 것을 구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논쟁을 벌이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우바저사 파리바사가와 구리다 파리바사가 등 두 사람을 멀리서 보시고 그 인연으로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성현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함께 사는 것은 더욱 즐겁다.
뭇 어리석은 무리를 보지 않는 것
이것을 곧 항상하는 즐거움이라 하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 두 명의 파리바사가 가운데 우바저사라는 이와 구리다라는 이를 보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금 이 두 사람은 곧 나의 성문 제자 중에서 각각 으뜸이 되리니 한 사람은 지혜가 제일이요 다른 한 사람은 신통이 제일일 것이다.”
그때 이 게송을 읊었다.
그들은 멀리서 두 사람이
제자와 권속에게 에워싸여 오고 있는 것을 보았네.
우레 같은 음성으로 비구들에게 이르기를
이 두 사람은 외도 출신인데
이제 내 대중 처소로 오는구나.
너희 비구들은 알아야 한다.
그 중 한 사람은 지혜가 으뜸가고
다른 한 사람은 신통이 으뜸가리라.
그리고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과거의 모든 부처님 다타아가도ㆍ삼먁삼불타의 제자들은 지금의 이 성문 제자들보다 뛰어난 이가 없었고, 지금의 저 두 사람도 역시 그러하다. 모든 비구들아, 만약 미래세에 모든 불ㆍ여래ㆍ삼먁삼불타에게도 지금의 나의 저 한 쌍의 성문 제자보다 나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희 비구들아, 어서 자리를 펴서 그들을 앉게 해야 하리라.”
이런 게송이 있었다.
두 사람의 우왕(牛王)은 깊은 지혜를 얻어
이미 일체 모든 그릇된 도를 버렸다.
아직 이 큰 숲에 이르지 않았건만
세존은 멀리서 그들을 수기하였네.
그때 두 사람이 차츰 앞으로 나아가 그 숲에 막 이르려다가 멀리서 장로 아습파유기다가 나무 아래서 땅을 내려다보며 경행하는 것을 보자 곧 그곳으로 나아가 절을 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그러자 교진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지금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들은 저 훌륭하고 제멋대로 군림하던 처소와 들음이 많은 곳에서 가장 높은 마음을 일으키던 것을 모두 저버리고 장로 아습파유기다에게 가장 겸손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장로 혜명(慧命)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지혜 있는 사람은 지혜를 얻은 곳에 대하여 항상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을 일으키며 마음에 기억하여 잊지 않는다. 작은 은혜를 입었더라도 언제나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하거늘 하물며 많이 얻은 경우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교진여야, 저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들은 아습파유기다에게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 법구(法句)를 읊으셨다.
모든 부처님이 설하는 법을
누군가에게 들어서 알았다면
그 사람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하니
범지가 불의 신을 섬기듯 해야 한다.
이때 우바저사 파리바사가들은 모든 파리바사가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그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호궤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세존의 앞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제발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고 구족계를 주소서.”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잘 왔다. 비구들아, 이제 내가 스스로 증득한 법 가운데 들어와 모든 괴로움을 없애기 위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라.”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모든 비구들은 저절로 몸에 3의가 입혀졌고 손에는 각기 질그릇의 발우가 들려졌으며,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애가 막 머리를 깎은 지 7일이 지난 모습이었다. 이렇게 모든 장로들은 곧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를 갖추었다.그때 장로 우바저사는 부처님 오른쪽에 앉고 장로 구리다는 부처님 왼쪽에 각각 앉았다. 장로 우바저사는 출가한 지 겨우 보름이 되었을 때 모든 번뇌를 없애고 신통력을 나타내고 신통의 지혜바라밀다를 성취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구리다는 7일이 지나자 이내 모든 번뇌를 다하고 신통력을 나타내며 또 신통의 지혜바라밀을 성취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그때 그 장로 우바저사와 구리다 등의 이런 인연으로 점차 그 5백 명의 권속들도 모두 다 출가하여 구족계를 이루었다.이때 장로 우바저사의 어머니의 이름은 사리(舍利)수나라 말로는 앵욕(鸚鵒)이라 함였는데 이런 인연으로 세간에서는 그를 사리불다(舍利弗多)불다(弗多)는 수나라 말로는 아들(子)의 뜻임라 이름하게 되었고, 장로 구리다는 그 종성이 목건련연(目揵連延)이었으므로 이런 인연으로 세간에서는 그를 목건련연이라 불렀다.
다시 부처님께서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여,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이는 사리불다가 으뜸이고, 또 신통으로는 목건련연이 으뜸이다.”이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로 사리불과 목건련은 지난 과거세에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그 인연을 타고 이제 출가하여 구족계를 이루었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또 ‘큰 지혜 성문 제자들 가운데는 사리불이 제일이요, 신통 가운데 목건련이 제일이다’라고 수기를 내리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내가 지난 먼 옛날 과거세를 기억해 보니 저 파라나성에 두 오누이가 살고 있었는데 오빠는 소필리야(蘇畢利耶)수나라 말로는 선애(善愛)라 함였고 여동생의 이름도 역시 소필리야라 하였다.
그런데 오빠인 소필리야는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곧 벽지불도를 이루었고 여동생 소필리야는 파리바사가 외도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어느 날 오빠인 소필리야 벽지불은 외도 여동생 소필리야를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자리를 깔고 앉자 여동생인 소필리야는 온갖 가지 맛좋은 음식을 장만하여 손수 공양을 베풀어 배불리 먹게 한 뒤에 다시 칼 하나와 바늘 하나를 그 오빠인 벽지불에게 받들어 올렸다.
그 벽지불은 밥을 다 먹고 나서 여동생이 보시한 칼과 바늘을 가지고 그 여동생 앞에서 허공을 날아 떠나갔다. 여동생 소필리야는 존자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마음에 커다란 기쁨이 일어나 환희에 넘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합장하고서 멀리 그 벽지불에게 절을 한 뒤에 이런 소원을 세웠다.
‘부디 나는 미래세에 이런 스승이나 이 분보다 더 나은 분을 만나 그가 설하는 법을 빨리 깨닫고 악도에 나지 않게 되기를 빕니다. 또한 내가 보시한 저 날카로운 칼이 베지 못하는 것이 없듯이 이와 같이 끊고 베는 인연업으로 나는 미래세에 그 어떤 번뇌라도 모조리 끊어버리기를 빕니다. 또한 저 바늘이 두루 꿰고 뚫듯이 나는 미래세에 그 어떤 번뇌라도 모조리 꿰뚫어 버리기를 빕니다.’
너희 비구들이여, 그때 벽지불에게 칼과 바늘을 보시한 외도인 소필리야 파리바사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사리불 비구이다.또 모든 비구들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적 과거세에 파라나성에 상인(商人)이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항상 큰 바다에서 소라를 따서 팔았다. 어느 때 그 상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내가 재물을 추구하며 사는 것은 큰 괴로움의 업이다. 오늘부터 응당 미래세의 공덕의 인연을 지으리라.’
그때 파라나성에는 벽지불 한 분이 성을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그 벽지불은 해가 막 솟아오르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그 파라나성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였다.
마침 소라를 파는 상인이 멀리서 벽지불이 오는 것을 보니 격식을 갖춘 몸가짐은 조용하고 행동거지가 점잖으며 얼굴을 펴고 반듯이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런 벽지불을 보고 나자 마음이 깨끗해져서 곧 절을 올린 뒤에 벽지불을 초청하였다. 벽지불은 그의 집에 가서 존중 공양하며 베푸는 모든 음식을 받았고 필요한 것을 얻었다.
원래 벽지불은 설법하는 일이 없고 오직 신통으로써 교화하고 다른 방편을 쓰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 그때 벽지불은 그 상인이 보시하는 공양을 받은 뒤에 그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그곳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떠나갔다.
그때 이 상인은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직접 보고는 크게 기뻐 뛰놀며 기쁨을 참지 못해 합장하고 멀리 그 벽지불을 향하여 절을 한 뒤에 이런 원을 세웠다.
‘제발 나는 미래세에 이런 스승이나 혹은 이 분보다 더 훌륭한 분을 만나 그의 설법을 듣는 대로 속히 깨닫고 태어나는 곳마다 악도에 떨어지지 말기를 빕니다. 그가 얻은 것같이 나도 또한 얻으며 이 성자가 허공을 날아가듯 나도 미래세에 또한 그렇게 되기를 빕니다.’
너희 비구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 소라를 따서 팔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뒤에 벽지불에게 공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목건련 비구였다.모든 비구들이여, 이 사리불과 목건련은 지난 과거세에 그 모든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제 출가를 얻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내가 또 ‘나의 성문 제자 중에서 지혜가 제일인 사람은 사리불이요, 신통이 제일인 사람은 목건련’이라는 수기까지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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