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7권
불본행집경 제4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7. 대가섭인연품 ③
“이때 제석천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염부제에 내려가 저 인간의 몸을 받아 그들을 교화하여 깨달음을 얻게 하리라.’
그리고 나서 사천왕을 불러 말하였다.
‘착하다, 그대들이여, 너희들은 이제 나에게 와서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나는 지금 너희들과 함께 인간세계에 태어나서 인간을 교화시킬 것이다. 나는 사자왕의 몸이 될 것이니 너희들은 사자가 되어 그 사자왕을 수호하고 많은 권속들로 하여금 사자왕을 에워싸고 다니게 하라. 이렇게 사자의 몸으로 마을과 성읍을 돌아다닐 때 사람들이 만약 묻기를 <그대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라고 하면 너희들은 그 사람들에게 대답하기를 <우리들에게 따로 100여 명의 사람을 달라>고 하라. 그들이 다시 묻기를 <장부가 필요한가, 어린애가 필요한가, 아니면 여자를 가지겠는가, 남자를 가지겠는가?>라고 하면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하여라.
<만약 살생을 많이 한 자가 있거든 이런 사람들을 날마다 100명씩 이 사자에게 먹이로 공급하라. 이와 같이 도둑질하는 사람ㆍ삿된 음욕을 행한 사람ㆍ거짓말을 하는 사람ㆍ이간질하는 말을 하는 사람ㆍ욕을 하는 사람ㆍ꾸밈말을 하는 사람ㆍ탐욕이 많은 사람ㆍ성내는 마음이 큰 사람ㆍ그릇된 견해를 가진 사람 등 이와 같은 온갖 나쁜 사람을 매일 100명씩 이 사자에게 먹이로 공급하여라. 만약 전혀 살생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희들은 먹이로 내어 주어서는 안 된다. 사자는 이런 사람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남의 것을 전혀 훔치지 않은 사람이나 나아가 그릇된 견해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은 내어 주지 말아라. 이런 사람들은 사자가 전혀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집집마다 한 사람씩 꼭 출가하라고 가르쳐야 한다.’이렇게 제석천왕과 사천왕들은 잘 가르칠 것을 생각하고 난 뒤에 염부제로 내려왔다. 제석천왕은 사자로 몸을 변화하였는데 그 몸의 가로 세로 높이와 너비가 1구로사였으며 사자와 아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권속들도 사자의 뒤에서 사자왕을 위하여 먹을 것을 찾아다녔으니 앞서 제석천왕이 시킨 것과 다르지 않았다.그때 그 모든 중생들은 사자를 무서워하여 마음으로 살생을 뉘우치고 남의 것을 훔치지 않았으며 또한 삿된 음욕에 빠진 일이 없었고 나아가 그릇된 견해를 지닌 마음도 없이 모두 다 10선업(善業)을 완전하게 갖추어서 닦았으며 집집마다 한 사람씩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네 가지 범행(梵行)을 행한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궁에 났는데 그 중생들 가운데 다만 10선업만을 행하고 출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주 많이 인간세상과 천상에 태어나서 흘러 다녔다.
그때 마하가섭은 이런 방편으로 많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었으며 이러한 과거 인연의 힘 덕분에 지금도 역시 많은 사람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 마하가섭 비구는 저 미래세에 미륵 세존께서 가르침을 펼치실 때에도 또한 많은 사람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을 것이다.”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마하가섭은 거기서 어떤 이익을 짓게 됩니까?”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비구들아, 이 마하가섭은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나의 법과 계율을 보호하여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게 하며 장차 법의 모임을 만들 것이요, 장차 수명이 다하고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산 사이에 들어가 신통력으로 그 몸을 머물게 하면서 이런 서원을 일으킬 것이다.
‘원하옵건대 나의 이 몸이 흩어지거나 무너지지 말고 나아가 미륵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출현하셔서 나의 몸을 보게 하소서.’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드디어 목숨을 버리고 무여열반에 들어갈 것이며 그가 열반한 뒤에는 두 산이 도로 합쳐질 것이다.
그 후 미륵불이 아뇩다라삼먁삼불타를 얻을 때에 널리 법의 가르침을 펼칠 것이니 그 시절에 미륵 세존께서 이 대가섭의 사리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생각하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 비구들이여,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삼먁삼불타의 성문제자로서 욕심이 적고 족함을 아는 두타행(頭陀行)이 으뜸이었던 마하가섭을 보고자 하는가?’
그 비구들은 대답한다.
‘예,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기꺼이 보고 싶습니다.’이때 미륵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한량없는 수천의 무리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그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 이르면 두 산이 문득 갈라질 것이며 그때에 미륵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대가섭 비구의 사리가 흩어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은 채 승가리를 입은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고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삼먁삼불타의 성문제자로 두타행이 으뜸이었던 대가섭이다.’이때 미륵 다타아가도ㆍ삼먁삼불타는 그곳에서 모든 비구들에게 그 법을 설하여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가섭 비구는 행한 것이 이러하였고 나는 이렇게 가르치니 너희들은 이제 가섭 비구가 행하였던 것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그때 그 대중 가운데 수천의 비구들은 이런 법에 의지하고 이런 법을 행하여 마하가섭 비구가 행하던 것과 같이 할 것이며 그 대중 가운데 한량없는 수천의 무리들이 그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을 것이다.”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이런 차례로 이 대가섭 비구는 오는 세상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내 이제 너희들에게 대가섭 비구를 배우기를 권한다. 너희들도 가섭 비구와 같이 행하기를 원한다.”
48. 발타라부부인연품(跋陀羅夫婦因緣品)
그때 가섭의 아내 발타라가비리야(跋陀羅迦卑梨耶)는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결국 외도(外道) 파리바사가(波離婆闍迦)에게 나아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정근하고 닦아 익혀 그 법을 성취하고 4선을 얻고 5신통을 모두 갖추어서 그의 법 가운데서 큰 명예를 얻고 위력을 성취하였다.당시 세존께서는 이미 여인들에게도 승가의 문을 열어 출가를 허락하신 뒤였고, 이 때는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와 5백 명의 석가족 여자들은 모두 다 출가하여 불법을 빛내고 비구니 승단을 세웠던 때였다.
이때 장로 대가섭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난 날 발타라가비리야에게 좋은 스승을 찾으면 반드시 알려 주어서 그를 출가시켜 도를 배우게 하리라고 약속하였다. 그 발타라가비리야는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문득 정(定)에 들어 인간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하늘눈으로 보니, 그녀는 외도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항하(恒河) 언덕에서 외도행을 닦고 있었다.
보고 나서 곧 신통을 얻은 비구니 한 사람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착한 누이여, 저 발타라가비리야 여인이 파리바사가 외도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지금 항하 언덕에 있는데 그대가 만약 때를 안다면 그곳으로 가서 ‘착한 자매여, 당신의 남편 가섭은 나와 같은 스승 밑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당신은 지금 그곳으로 가서 우리 스승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수행합시다’라고 사실 그대로 말해 주시오.”
그 신통을 얻은 비구니는 장로 마하가섭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듯한 짧은 사이에 바람처럼 빨리 사위성에서 그 몸을 숨기고 그 발타라가비리야 파리바사가 외도 여인의 앞에 이르러 몸을 나타내고 한쪽에 머물러 섰다.그 비구니는 여인을 위문한 뒤에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착한 자매여, 당신은 아셔야 합니다. 당신의 남편 가섭은 나와 같은 스승 밑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제 그곳에 나아가 우리 스승 밑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읍시다.”그러자 발타라가비리야 여인이 그 비구니에게 물었다.
“착하신 자매여, 당신들 스승은 어떤 분이십니까?”
그 비구니는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착하신 자매여, 우리의 스승께서는 서른두 가지 대장부의 특징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여든 가지 세밀한 모습과 18불공불법(不共佛法)ㆍ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를 모두 갖추셨으며, 대자대비하시고 끝없는 계(戒)를 완전히 갖추었고 끝없는 정(定)과 끝없는 지혜[慧]와 끝없는 해탈과 끝없는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큰 스승의 일체 성문제자들도 또한 다시 그러하여 계ㆍ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을 모두 갖추었습니다.”그 비구니가 발타라가비리야 여인 앞에서 이렇게 부처님의 공덕과 성문제자들을 찬탄하자 그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은 그 말을 듣고 부처님과 비구승에 대하여 마음의 청정함을 얻었다. 청정함을 얻고 나서 그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자매여, 그와 같다면 저는 따라가겠습니다.”
그때 비구니는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자매여, 그러면 나의 신통을 타고 함께 갑시다.”그러자 발타라 여인은 비구니에게 대답하였다.
“착하신 자매여, 저에게도 신통이 있습니다.”그때 그 비구니와 발타라가비리야 여인은 그곳에서 떠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항하에서 몸을 숨겨 기타림(祗陀林) 한가운데에 문득 나타났다. 그리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이 세존을 멀리서 우러러보니 단정하고 엄숙하며 아름답고 미묘하며 나아가 허공에 뭇별이 장엄한 듯하였다. 이 모습을 보고 나자 마음이 청정함을 얻어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며 부처님께 청하였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출가를 허락하시며 구족계를 주소서.”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로 아난아, 이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을 데리고 마하파사파제 교담미에게 맡기면서 이렇게 하도록 가르침을 주어라.
‘이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을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어라. 이 여인은 장차 신통을 모두 갖추고 위력을 겸비하게 될 것이다.’”장로 아난은 부처님의 명령을 받들어 곧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하여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난은 마하파사파제 교담미 비구니가 있는 곳으로 그 여인을 데리고 가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자세히 말하였다.그때 마하파사파제 교담미 비구니는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을 제도하여 출가시키고 구족계를 주었다.
그는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텅 비고 한가로운 곳에 가서 홀로 편안하고 고요하게 모든 번뇌를 멀리 떠나고 부지런히 정진 고행하고 마음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사유하면서 머물렀다.그때 발타라가비리야 외도 여인은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나아가 마음을 게을리 하지 않고 생각하고 머무른 지 오래지 않아서 저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을 구하며 현재에 진리를 보게 되고 스스로 신통을 얻어 해야 할 일은 이미 다하고 안락하게 머물러 스스로 ‘생사는 이미 끊어졌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다하여 다시는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라’고 외치게 되었다.이 장로 비구니는 이것을 보고 알아 마침내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세존께서 또한 수기를 주어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숙명(宿命)을 아는 성문 비구니들 가운데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가 으뜸가는 자이다.”모든 비구니들이 묻는 것을 그는 다 알아 수기하였다.
그때 비구니 대중들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들 찬탄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는 참으로 신기하고도 신기하구나. 비구니 승가 가운데 많은 이들은 오래 전부터 출가하여 범행을 닦아 왔지만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만큼 빠른 신통을 얻지 못하였다.”이때 그 비구니들은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자 의혹을 끊고 모든 참뜻을 깨달은 여래에게 나아갔다. 그들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는 지난 과거세에 어떤 선근을 지었기에 이번 생에 대부호의 집에 나서 재물이 풍족하고 나아가 모자란 것이 전혀 없으며, 생김새가 단정하여 여러 사람이 즐겨보고 보는 이가 싫어하지 않게 되었으며,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모든 상호를 갖추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하여 모든 계행을 고루 갖추게 되었으며 신통을 빨리 얻어 부처님께서 ‘모든 성문 비구니 제자들 가운데서 숙명을 아는 자로는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가 으뜸이다’라고 수기하셨습니까?”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니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비구니들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과거세에 파라나성(波羅㮈城) 안에 친구인 여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대부호인 장자의 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름 있는 가문인 바라문의 딸이었다.
어느 날 그 바라문의 딸이 그 부호 장자의 딸을 만나러 그의 집으로 갔다. 마침 그때 가섭 여래 다타아가도ㆍ삼먁삼불타도 그 장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대부호인 장자의 딸은 가섭 여래가 자기 집에 오는 것을 보고 문득 집에서 나와 영접하였으나 그 바라문의 딸은 기꺼이 맞이하러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 장자의 딸이 바라문의 딸에게 말하였다.
‘착한 자매여, 그대는 어찌하여 세존을 맞이하지 않습니까?’바라문의 딸이 대답하였다.
‘착한 자매여, 나는 지금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며 지금 부처님께 어떤 일로 마음껏 맞이하겠습니까?’
그러자 장자의 딸이 그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착한 자매여, 그대는 그저 부처님을 맞이하기만 하십시오. 여래께서는 반드시 들어오실 것입니다.’
그때 그 바라문의 딸은 드디어 일산을 하나 만들어 온갖 보배로 장엄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그 위를 덮은 뒤에 다시 온갖 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사방에서 흩어 내려뜨렸다.이때 가섭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아침이 되어 해가 동쪽에서 솟을 때에 그 여인들을 불쌍하게 여기신 까닭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그 대부호인 장자의 딸 집으로 나아갔다.바라문의 딸은 그 보배 일산을 가지고 나와 가섭 여래 아라하ㆍ삼먁삼불타에게 받들어 올리고 나서 다시 게송을 읊었다.
온갖 보배로 꾸민 일산에 자루는 금이요
미묘한 천과 꽃을 위에 덮어서
대장부이신 거룩하신 분께 받들어 올립니다.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셔서 받아주소서.
그러자 가섭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그 여인을 가엾게 여긴 까닭에 그 보배 일산을 받았다.
너희 비구니들은 의심을 내지 말아라. 그때에 보배일산을 보시한 여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의 몸이었다.모든 비구니들아, 또 다른 인연이 있으니 내가 지나간 옛날을 생각하건대 과거세에 이 파라나성에 대부호 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 장자는 계집 종 하나를 부리고 있었다.
당시 또한 벽지불이 파라나성에서 살고 있었다.어느 날 벽지불은 아침이 되어 해가 동쪽에서 돋을 무렵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걸식을 하고자 그 장자의 집으로 다가왔다.
그때 계집종은 벽지불이 차츰 다가오는데 그 반듯한 몸가짐은 조용하고 걸음걸이가 법도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여인은 마음에 청정함을 얻었다. 청정함을 얻고 나서 서둘러 집에 들어가 장자의 부인에게로 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착하십니다. 성스러운 부인이시여, 비구 한 분이 와서 문전에서 밥을 빕니다.’그때 장자의 부인은 앉아서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쥐고서 멀리 그 벽지불을 보았다. 그런데 그 벽지불은 생김새가 추하고 몸이 반듯하거나 곧지 않았으므로 장자의 부인은 이런 모습을 보고 나서 곧 계집종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렇게 추하고 바르지 않은 사람은 반갑지 않다. 그런데 하물며 내가 밥을 주겠느냐?’
그러자 계집종은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착하십니다. 성스러운 부인이시여, 그저 이 선인에게 음식을 주기만 하소서. 이런 사람이 어찌 반드시 단정하겠습니까? 다만 그 마음의 어짊을 취하기만 하소서.’
장자의 부인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정말 이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음식을 보시하라 하느냐?’
계집종은 또 말하였다.
‘성스러운 부인께서 지금 이 선인에게 기꺼이 음식을 주고 싶지 않으시면 저에게 하루치 먹을 것을 주십시오. 제가 돌려서 베풀겠습니다.’
장자의 부인은 대답하였다.
‘잘하는 일이다, 얘야. 너는 우리 집 하인의 신분이니 너의 것을 찾아 마음대로 주어라.’그러자 계집종은 장자 부인에게 자기 것을 받아 존자 벽지불에게 받들어 올렸다.모든 벽지불에게는 이런 법이 있으니 신통력으로 중생을 교화할 뿐 다른 법으로는 하지 않는다. 그 벽지불은 계집종을 가엾게 여긴 까닭에 그가 받드는 음식을 받고 곧 그 앞에서 허공을 날아 가버렸다.
계집종은 벽지불이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올라 가는 모습을 보고 커다란 기쁨에 마음이 뛰놀며 심신이 즐거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합장하고 멀리 그 존자 벽지불에게 정례하고 이런 서원을 소리 내어 외쳤다.
‘원하건대 저는 미래세에 이런 훌륭한 스승이나 혹 나은 분을 만나며 그의 말씀하는 법을 따라 빨리 깨닫고 세세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말며 생김새가 추하거나 몸이 바르지 못한 이런 선인(仙人)이 되지 않기 바랍니다. 왜냐 하면 생김새가 추하면 걸식할 때에 음식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느 때 어느 곳에 태어나더라도 언제나 단정하고 어여쁘며 모든 사람이 즐거이 보게 하소서.’
그때 그 장자의 부인은 존자 벽지불이 하늘의 신통을 내어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계집종에게 말하였다.
‘착한 자매여, 너의 그 공덕을 나에게 주면 나는 너에게 갑절의 급료를 주겠다.’
그러자 계집종은 장자 부인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부인이시여, 저는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장자의 부인은 다시 말하였다.
‘착한 자매여, 제발 너의 이런 공덕을 나에게 주면 나는 너에게 두 갑절의 급료를 주겠다.’
그 여인이 역시 줄 수 없다고 대답하자 이렇게 세 배ㆍ네 배ㆍ다섯 배ㆍ열 배ㆍ스무 배ㆍ서른 배ㆍ마흔 배ㆍ쉰 배의 급료를 주겠다 하였지만 역시 계집종은 모두 다 거절하였다.그러자 그 장자의 부인은 다시 그 계집종에게 말하였다.
‘착한 동생아. 네가 지금 나에게 이런 공덕을 준다면 나는 너에게 백 배의 급료를 주겠다.’
계집종은 역시 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그러자 장자의 부인은 곧 크게 화를 내고 원망하면서 꾸짖었다.
‘너는 어째서 내 명령을 어기느냐?’
그리고는 그 계집종을 잡아서 묶더니 매를 때리며 괴롭혔다. 그러자 계집종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침 그때 장자가 밖에서 들어오다가 계집종이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왜 이렇게 울고 있느냐?’
계집종이 장자에게 앞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하였다.
그러자 장자는 크게 화를 내며 부인을 탓하다가 곧 자기 부인을 불러 의복과 온갖 영락을 벗기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에게 집안 살림을 다스리게 하였는데 어찌하여 사문이나 바라문이 내 집에 와서 걸식하는데도 주지 않았소?’
그러더니 이러한 이유를 들어서 부인을 좁고 누추한 방으로 내쫓은 뒤에 곧 그 계집종을 불러 목욕을 시키고 부인의 모든 영락과 의복을 다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창고 문을 열고 재물과 보배들을 보여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 돈과 재물 가운데서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와서 구걸하거든 달라는 대로 베풀어주고 제한하지 마시오.’너희 비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 장자의 집에서 부리던 계집종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의심을 내지 말아라. 지금의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때 그 여인은 벽지불에게 청정한 마음을 낸 까닭에 그 목숨이 다하자 도리천에 태어나 단정하고 어여쁘며 모든 사람이 그녀를 보면 마음이 즐거워졌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다워 도리 천궁의 옥녀(玉女)들 가운데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그 천상에는 네 명의 천자(天子)가 있어 각각 그 옥녀를 자신의 아내로 삼고자 다툼을 벌였다.
‘이 옥녀를 내 아내로 삼겠다.’그러자 제석천왕은 네 명의 천자들이 제각기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고 영을 내려서 이렇게 제안을 하였다.
‘그대들이 한결같이 이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삼고 싶어하니 만약 그렇다면 그대들은 각자 게송을 읊어 보아라. 가장 훌륭한 게송을 읊은 자에게 이 여자를 주겠다.’
그러자 네 명의 천자는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십니다. 천왕이시여, 저희들은 천왕님 앞에서 게송을 읊겠습니다.’
그때 제석천왕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길을 가거나 앉아서도 언제나 생각하고
자리에 누워서도 언제나 즐겁지 않네.
나는 잠잘 때에만
곧 마음이 놓인다네.
그러자 그 네 명의 천자 가운데 첫 번째 천자가 게송을 읊었다.
천왕이여, 당신은 쾌락하여서
잠자면 편안함을 얻는다지만
마치 싸움의 북소리 같이
항상 나를 어지럽힙니다.
두 번째 천자가 게송을 읊었다.
전쟁터에서 치는 북소리라면
이 소리는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지만
귀 가까이에서 우유 통을 흔들 듯
나를 쉬지 않고 뒤흔들고 있네.
세 번째 천자도 게송을 읊었다.
우유통을 흔드는 것도 이따금
급하거나 빠른 때가 있지만
나는 애욕에 어지럽혀지니
그 모습이 마치 아지랑이 같네.
네 번째 천자도 게송을 읊었다.
그대들은 모두 안락하여서
솜씨 좋게 게송을 잘도 읊는구려.
나는 지금 내 자신이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알지 못하오.
그때 제석천왕은 네 번째 천자가 그 마음이 애욕에 탐착해 있음을 알고서 곧 게송을 읊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버리고자 하니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이다.
어쩌면 하늘의 즐거움을 버릴지도 모르니
서둘러 이 여인을 주어야겠다.
그리하여 그 하늘 대중들은 다시 논의를 하고 나서 마침내 그 여인을 네 번째 천자에게 주었다.
그 여인은 이때부터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두루 돌아 천상과 인간을 오가다가 한량없는 생을 지나 최후의 생에 가비라 바라문 집에 태어나게 되었으니 그에게는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이 많았다.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는 지난 옛날 그 큰 바라문 집의 딸로 태어났을 때 가섭 여래 삼먁삼불타에게 보배 일산을 보시하고, 또 지난 옛날 장자의 집에서 계집종으로 있을 때 존자 벽지불에게 한 그릇의 밥을 보시한 인연으로 서원을 세워서 ‘원컨대 내가 태어날 때마다 단정하고 어여뻐 모든 사람들이 보면 누구나 기뻐하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이런 업보 인연의 힘으로 나는 곳마다 아름답고 단정하여 모든 사람들이 보면 즐거워하였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여 사람들이 사모하는 바 되었으며, 그때 또다시 ‘나는 미래세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발원을 한 업보 인연으로 나는 곳마다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오가면서 항상 쾌락을 누려왔다.
또 그때에 거듭 ‘나는 미래세에 이 같은 스승이나 혹은 이보다 나은 분을 만나 그에게서 법을 듣고서 모두 깨닫게 하소서’라고 발원한 업보 인연력으로 이제 나를 만나 출가하게 되었으며 구족계를 받아 빨리 신통을 성취하였으며 나는 ‘모든 성문 비구니 제자들 가운데서 숙명통을 얻기로 으뜸인 사람은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이다’라고 수기한 것이다.
모든 비구니들이여, 이 발타라가비리야는 옛적에 선근을 심어 그 선근 인연의 힘으로 금세에 대부호의 바라문집에 태어났으며 단정하고 아름답고 나아가 나의 성문 비구니 제자들 가운데서 숙명을 아는 자로는 으뜸가는 이가 된 것이다.”이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드문 일입니다. 바가바시여, 이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는 장로 마하가섭을 따라 출가하고 난 뒤에 출가의 법을 아주 잘 따랐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 발타가비리야 비구니는 이번 생에서만 마하가섭을 따라 출가한 것이 아니라 과거세에도 또한 그렇게 그를 따라 출가하였다.”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어떤 일인지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에 너무나도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밭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가난한 사람의 부인이 남편의 점심밥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가 시냇가에 이르렀을 때 존자 벽지불 한 사람이 나무 아래에서 가부좌를 맺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여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 가난한 사람의 아내는 벽지불을 보자 마음이 깨끗해져서 합장하고 그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남편은 밭에 있다가 멀리 자신의 아내가 집에서 나와 시냇가 아래로 들어갔는데 건너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대체 누가 저 곳에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기에 어서 오지 않는 것인가. 지금 나는 배고프고 목이 말라 몹시 피곤하다. 아내가 빨리 왔으면 좋으련만…….’
그리하여 마침내 남편은 곧 크게 화가 나서 불쾌해지기 이를 데 없어지자 지팡이를 들고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조용히 선정에 들어앉아 있는 벽지불을 발견하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아내는 지금 저 사문과 함께 간통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러자 그 사람은 몹시 화가 나서 지팡이로 그 파사술타 존자 벽지불을 내려쳤다. 그 순간 벽지불은 문득 신통력으로 강 언덕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멀리 날아가 버렸다.그때 아내는 곧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제 당신은 이렇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선인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어쩌자고 함부로 행패를 부렸습니까? 이 대선은 계덕(戒德)을 모두 갖추었고 미묘한 법을 행하였으며 큰 위덕이 있고 큰 신통을 갖춘 분이었습니다.’
그 가난한 사람은 벽지불을 때리고 난 뒤에 이내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나서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여보, 이제 나와 함께 출가하여 범행을 닦읍시다. 왜냐 하면 나는 이제 이런 큰 죄를 지었으니 가히 작은 인연으로는 그 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아내는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착하여라 성자여, 당신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버리고 출가합시다.’
그때 그 두 사람은 한 마음으로 함께 출가하였다. 이미 출가하고 나서 두 사람은 수행하여 자심(慈心)을 성취하고 목숨이 다한 뒤에 마침내 범천에 태어났다.
너희 비구들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옛날에 이렇게 가난한 사람으로 밭 농사를 일구던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는 바로 마하가섭 비구였다. 그때 그 가난한 사람의 아내로서 벽지불을 공양하고 남편을 위하여 밥을 가지고 가다가 내지 자심을 성취하였으며 목숨을 다하고 범천궁에 났던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발타라가비리야 비구니였다. 그때에 남편을 따라 출가한 인연으로 지금에도 또한 마하가섭을 따라 출가하였으며 가르침을 어기지 않았다.”
49. 사리목련인연품(舍利目連因緣品) ①
그때 마하타(摩訶陀) 취락과 왕사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라타(那羅陀)라는 촌락이 있고, 그 촌락에는 아주 부유한 큰 바라문이 살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단냥야나(檀孃耶那)수나라 말로는 길지(吉至)라고 함라 하였다.
또 어떤 논사는 그 바라문의 이름은 단나달다(檀那達多)수나라 말로는 재여(財與)라고 함라고 하였는데 아주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매우 많았으며 그 집은 비사문 천궁과 아주 똑같았다고 말하였다.
그 바라문에게 아들 여덟 형제가 있었는데 첫째 아들의 이름은 우바저사(優婆坻沙)였고, 둘째 아들은 대슬(大膝), 셋째 아들은 순타(純陀), 넷째 아들은 강차힐리발다(姜叉頡唎拔多), 다섯째 아들은 천타(闡陀), 여섯째 아들은 염부하가(閻浮呵迦), 일곱째 아들은 교진니(憍陳尼), 여덟째 아들은 소달리사나(蘇達離舍那)라는 이름이었다. 또 딸도 한 명 있었는데 딸의 이름은 소시미가(蘇尸彌迦)라고 하였으며 이 딸은 저 파리파사 외도의 가르침에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마하승기(摩訶僧祇) 논사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 바라문에게 일곱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 아들의 이름은 달마(達摩), 둘째 아들은 소달마(蘇達摩), 셋째 아들은 우파달마(優波達摩), 넷째 아들은 저사(坻沙), 다섯째 아들은 우바저사(優波坻沙), 여섯째 아들은 힐리발다(頡唎拔多), 일곱째 아들은 우파파리발다(優波波離拔多)였다.이 우바저사 동자가 형제 중에서 가장 뛰어났는데 잘 배우고 익혔으며 다른 사람도 잘 가르쳤다. 그는 4베다에서 깨닫지 못한 부분이 없었으며 아주 잘 외우고 익혔고 잘 해석하였으며, 그 밖의 모든 논(論), 이른바 니건타(尼健陀), 계주파(雞晝婆) 등과 그 명자(名字)를 낱낱이 해석하였고, 지난 세상의 일에도 밝아 능숙하게 분별하였으며, 5명(明)에 대해서도 통하여 걸림이 없었고, 예언을 내리는 논[授記別論]도 익혀 마음에 새겨 두었고, 64가지 기술에 모두 다 능숙하게 숙달하였고 대장부의 특징도 환히 통달하였다.
이 동자는 본성이 부드럽고 그 마음이 어질고 곧으며 항상 자비를 품고 깊이 세상사를 싫어하였으며 과거의 죄를 뉘우쳤다. 이미 과거에 모든 부처님을 많이 만나 온갖 선의 근본을 심고 모든 일을 성취하여 아주 잘 닦고 익혀왔으며, 항상 부지런함을 즐기고 먹는 데 족함을 알며 번뇌를 등지고 열반을 향하여 이치를 따르고 걸림이 없으며 모든 유(有)를 싫어하고 모든 행을 성취하였으며, 번뇌가 부서지고 무너져 잘 무르익은 경지에 이르렀고 오직 한 번의 태어남만을 남겨두었으며 총명하고 교묘하여 세심히 생각하고 모든 법을 밝히 알았다. 그리하여 동자의 부모는 집안 일을 해나갈 때면 항상 이 동자에게 일일이 물어서 일을 처리하였다.이때 왕사대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을 하나가 있었는데 이 마을의 이름은 구리가(拘離迦)라 하였다. 그 마을 안에 아주 큰 가문의 바라문 거사가 살고 있었는데 이 큰 거사는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로서 재산이 넉넉하였고 나아가 그 집은 마치 비사문천궁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 바라문에게 아들이 하나 있으니 이름을 구리다(拘離多)라 하였다. 용모가 단정하여 여러 사람이 보면 누구나 좋아하였고, 모든 글과 논에 환히 통달하였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으며 나아가 장부의 특징을 환히 알았던 그는 앞서의 우바저사 동자와 아주 친한 친구 사이였다.
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생각하여 항상 기쁨을 품고 얼굴이 화평하고 즐거웠으며 만약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큰 근심과 걱정이 생겼으니 그들은 지난 옛적 천생(千生) 중에서 사랑으로 서로 얽혀 왔다. 이런 게송이 있다.
숙세(宿世)의 인과를 서로 익혀서
두 마음이 거듭 서로 친했고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 까닭에
마치 연꽃이 물에서 나듯 하네.
우바저사와 구리다
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공경하여
만약 잠시라도 만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 괴로워하였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853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9권 (6) | 2024.09.23 |
---|---|
[적어보자] #4852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8권 (4) | 2024.09.23 |
[적어보자] #4850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6권 (10) | 2024.09.22 |
[적어보자] #4849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5권 (19) | 2024.09.22 |
[적어보자] #4848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4권 (10) | 2024.09.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