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6권
불본행집경 제4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7. 대가섭인연품 ②
어느 날 발타라가 곤히 잠이 들어 있었고, 남편은 일어서서 거닐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곳으로 검은 뱀 한 마리가 기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 발타라는 깊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한쪽 손이 침상 아래로 내려뜨려져 있었다. 필발라야나는 아내의 손이 드리워진 곳으로 검은 뱀이 지나가려는 것을 보고 뱀이 아내의 손을 물까 두려웠다. 그리하여 옷으로 자기 손을 감싸서 발타라의 팔을 들어서 침상 위에 올려놓았다.발타라는 팔이 들리우는 바람에 잠결에서 깨어나 마음에 공포를 느끼고 걱정 근심에 불안하고 괴이한 생각이 들어 필발라야나에게 물었다.
“어질고 착한 성자(聖子)여, 당신은 예전에 나와 함께 다섯 가지 욕망을 행하는 것을 싫어하고 범행을 닦고 싶다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마음을 내십니까?”
필발라야나는 대답하였다.
“그렇소. 나는 욕망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소.”
발타라는 물었다.
“성자여, 만약 욕망을 채우려 하지 않으셨다면 어찌하여 느닷없이 나의 팔을 만지셨습니까?”그러자 필발라야나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아까 검은 뱀이 이리로 기어갔는데 나는 그대의 팔이 침상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보았소. 나는 저 뱀이 독을 뿜어 그대의 팔을 물까 두려웠소. 그래서 곧 옷으로 내 손을 감싸서 그 손으로 그대의 팔을 들어 침상 위에 놓았을 뿐이지 일부러 만진 것은 아니오.”
이런 방식으로 그 두 사람은 12년이 지나도록 한 방에서 지내면서도 서로 접촉하지 않았다.
12년이 지나자 필발라야나의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 가업(家業)이 크고 넓어 곧 그들이 직접 경영하게 되었다. 필발라야나는 몸소 집 밖의 농사 일을 감독하였고, 발타라는 집안에서 모든 살림살이를 다스렸다.어느 날 필발라야나가 발타라에게 말하였다.
“어질고 착한 그대여, 지금 소에게 먹여야 하니, 그대는 오마(烏麻) 기름을 짜도록 일을 시키시오.”
발타라는 곧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당신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계집종들을 모두 불러 명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오마 기름을 짜라. 주인 어른께서 소들에게 먹이려 하신다.”계집종들은 이런 지시를 받고 오마를 가지고 햇빛에 널어 말렸다. 그런데 그때 수없이 많은 벌레들이 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이 광경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한없는 죄를 짓게 되었구나.”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지금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이 죄는 발타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가 우리들에게 이런 일을 시켰기 때문이다.”
발타라는 계집종들의 이런 말을 듣고서 곧 일렀다.
“만약에 그렇게 죄가 될 것이라면 너희들은 다시는 그 기름을 짜지 말아라.”
발타라는 사람을 시켜 그 오마를 치우라 하고 방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마음이 괴로워서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이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한편 필발라야는 농토를 감독하고 돌아오다가 모든 중생들이 온갖 괴로움을 한없이 받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소들이 고생스럽게 일하며 채찍질을 받으면서 부림을 당하고 이리저리 내몰리면서도 조금도 쉬지 못하는 광경을 보자 근심과 걱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아아 슬프다. 모든 중생들은 이런 고통을 당하는구나.’
그는 집에 도착해서도 크게 근심에 잠기고 얼굴에 불안한 빛이 가득한 가운데 고개를 떨구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발타라는 필발라야나가 이렇게 근심스런 모습으로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그 곁에 가서 물었다.
“성자여, 무엇 때문에 그렇게 근심에 싸여 괴로워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습니까? 당신께서는 지금 저에게 계집종들을 시켜 오마 기름을 짜라고 했는데 기름을 짜지 않아서 그 때문에 마음이 즐겁지 않은 것입니까?”
그는 곧 대답하였다.
“어질고 착한 그대여, 나는 지금 그런 이유로 마음이 즐겁지 않아서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가 밭농사를 감독하다가 모든 중생들이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지만 잠시도 편안히 쉬지 못하는 광경을 보았소. 또 모든 소를 보아도 온갖 일을 하면서도 조금도 쉴 사이가 없었소. 나는 이런 광경을 보고 몹시 슬픈 생각이 들었소. 모든 중생들이 이런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자 나는 이런 까닭에 마음이 즐겁지 않아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오.”그때 발타라도 남편에게 말하였다.
“착하고 어지신 성자여, 나도 오늘 이런 큰 근심을 보았습니다.”
남편이 물었다.
“어질고 착한 그대여, 그대는 무슨 근심을 보았소?”
그러자 발타라도 오늘 있었던 일을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필발라야나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어질고 착한 그대여, 가정에서 지내다가는 결함도 없고 범하지도 않으면서, 손해도 없고 해도 입지 않는 청정행을 하기가 어렵소. 죽을 때까지 결코 마음에 맞는 범행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오.”발타라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버리고 출가하십시다.”
이때 필발라야나는 곧 발타라에게 대답하였다.
“어질고 착한 그대여, 그대는 지금은 그냥 머물러 있으오. 내가 스승을 찾아다니다 만약 만나게 되면 그대에게 알릴 것이니, 그때 그대는 집을 버리고 출가하시오.”그리고 나서 필발라야는 곧 집안의 남녀 하인들을 불러모아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의 재산을 맡아라. 이제 곡식까지도 모두 그대들의 것이 되었고, 모두 다 풀어 줄 터이니, 이제 너희들은 양민(良民)이 되었다. 나는 세속을 싫어하여 떠나기 위해 출가하여 범행을 수행하려 한다.”필발라야나는 값진 흰 모전[白氎]을 가져다 곧 승가리(僧伽梨)를 만들고 또다시 사람을 불러 자신의 머리와 수염을 깎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간에 위대한 아라한으로서 출가한 분이 있으면 내 이제 그를 따라 출가 수도하리라.”
그런데 당시 세간에는 아라한이 한 사람도 없었고, 오직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만 계셨고, 마침 그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 샛별이 막 돋을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다.필발라야나 가섭은 바로 그 날에 밤이 지나고 해가 막 돋을 때 출가하였던 것이다. 이 필발라야 가섭은 대가섭 종성에서 태어났으므로 세간에서는 가섭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는 출가한 뒤에 마을을 차례로 걸식하면서 점차 앞으로 나아갔다. 또 얼마 정도 차례로 유행(遊行)하여 마가다국의 마가다 마을에 이르렀다. 마가다 마을에서 다시 나다타(那茶陀) 촌을 지나 왕사성으로 가는 중간에서 그는 문득 여래께서 어떤 신을 제사하는 곳에 앉아 계신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신(神)의 이름은 다자(多子)라 하였는데, 여래께서 그 자리에 앉아 계신 모습이 매우 단정하였고, 그 몸이 반듯하고 곧은 것이 마치 허공에 뭇 별이 장엄해 있는 것과 같았다. 가섭은 그 모습을 보자 이내 청정함을 얻게 되었고, 둘이 아닌 생각[無二想]을 얻게 되었다.
“나는 지금 틀림없이 스승을 뵈었다. 나는 지금 틀림없이 바가바를 뵈었다. 나는 지금 틀림없이 일체지를 뵈었다. 나는 지금 틀림없이 세존 일체견자(一切見者)를 뵈었다. 나는 세존을 뵈었다. 나는 걸림없는 지견을 지닌 이를 뵈었다. 나는 세존을 뵈었다.”
대가섭은 이렇게 깨끗한 마음을 얻고서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이어지고 바른 생각을 흩지 않고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성문 제자입니다. 오직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시옵소서. 저는 세존의 성문 제자입니다.”
이런 까닭에 논자(論者)들은 게송을 읊었다.
그가 부처님께서 다자(多子)나무 아래 계신 것을 보니
마치 금상(金像)의 광채가 눈부시게 빛나듯 하여
그 마음에 일체지(一切智)를 내어
합장하고 크게 기뻐하며 세존을 향하였네.
그 숲에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세존께 이렇게 아뢰었네.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 되어 주소서.
마치 어두운 곳에 등불을 밝히듯이.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이르셨다.
“가섭아, 만약 성문 제자가 이렇게 일심으로 바르게 생각한 뒤에 바로 나의 스승이라고 말하며 이와 같은 마음으로 존중 공양하였는데, 만약 그 스승이라는 자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 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런 거짓말로 인하여 이와 같은 존중 공양을 받았으므로 그 사람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깨어질 것이다. 그러나 가섭아, 나는 이제 참으로 알고서 안다고 하며, 참으로 보고서 보았다고 한다. 나는 성문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할 때 인연을 설하나니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며, 개차(開遮:해도 좋은 행위와 금지하는 행위)가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개차뿐만이 아니라 신통도 나타내고 또한 신통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개차도 있으니 개차가 없는 것이 아니다.또다시 가섭아, 나는 그때에 인연을 설하고 내지 또한 개차가 있으며 개차가 없는 것도 아니니, 내가 설한 바와 같이 받들어 행하되 어기지 말고 나의 말을 따르라. 만약 이렇게 하면 미래 세상에 길이 스스로 이익을 얻을 것이요 크게 안락해질 것이다.또다시 가섭아, 너는 이렇게 배워야 한다. 가섭아, 네가 만약 이런 행을 배우고자 하거든 범행하는 사람 가운데 하ㆍ중ㆍ상에게 공경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가섭아, 너는 이렇게 배워야 한다.또다시 가섭아, 너는 그때에 항상 바른 생각을 일으키되 잠시라도 버리거나 떠나서는 안 된다. 가섭아, 너는 이것을 또 배워야 한다.또다시 가섭아, 너는 그때 5음(陰) 가운데 나고 멸하는 상(相)을 관찰해야 하니,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고, 이것은 색의 생겨남이고, 이것은 색의 멸함이요, 이것은 느낌[受]이요, 이것은 생각[想]이요, 이것은 결합[行]이요, 이것은 식별[識]이고, 이것은 식별의 생겨남이고, 이것은 식별의 멸함이라고 관찰해야 한다. 가섭아, 너는 이곳에서 이렇게 배워야 한다.”장로 마하가섭은 세존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나서 부정하다는 생각을 일으켰으며 언제나 걸식으로 살아갔다. 그리하여 7일이 지나고 8일째가 되자 가르침과 같은 지혜가 일어났다.
세존께서 이렇게 가르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시니, 장로 마하가섭은 세존을 모시며 뒤를 따라갔다.세존께서 길을 가신 지 오래지 않아 문득 길가의 어느 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셨다. 그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자 장로 마하 가섭은 자기가 입고 있던 승가리를 벗어 네 겹으로 접어 땅에 깔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자리는 부처님을 위하여 만들었으니,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어서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세존께서는 곧 그 자리에 앉으셨다. 앉고 난 뒤에 부처님께서는 장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승가리는 더할 수 없이 미묘하고 매우 훌륭하며 참으로 부드럽구나.”
장로 가섭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세존께서 지금 저를 불쌍하게 여기신다면 저의 이 자리를 받아 주십시오.”그러자 세존께서 장로 마하가섭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내가 입고 있는 분소의를 가지겠느냐?”
가섭은 대답하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여래께서 입고 계시는 분소의를 갖겠습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장로 마하가섭에게 거친 분소의를 주시고, 마하가섭이 입고 있던 묘한 옷을 받으셨다.
세간의 어떤 사람은 의심을 내어 말했다.
“자못 세존께서는 남을 가엾게 여기시는 까닭에 큰 복덕의 이익을 나타내시려고 부자의 호화로운 것을 먼저 버리시고 굵은 베로 만든 분소의를 받으시는 것이다.”
그 의심하는 이는 이렇게 말해야만 한다.
“마하가섭은 성문의 제자이기 때문에 부처님에게서 거친 분소의를 받았다. 그 장로는 나아가 아라한과를 성취하였으며, 목숨이 다하도록 그 장로 마하가섭은 이 생각을 버리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너희 비구들아, 나의 성문 제자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두타(頭陀)를 행하여 완전하게 다 갖춘 사람은 바로 장로 마하가섭 비구가 그 사람이다’고 수기를 주신 것이다.”세존께서는 또 어느 때 한동안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비구들아, 나는 지난날 모든 탐욕스럽고 악하며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거친 생각[覺]과 세밀한 생각[觀]이 있어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초선(初禪)에 들었다.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러하여 모든 탐욕스럽고 악하며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거친 생각과 세밀한 생각이 있어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초선에 들었다.나는 그때 거친 생각과 세밀한 생각을 없애고 안으로 깨끗한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거친 생각도 없고 세밀한 생각도 없으며 정(定)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제2선(禪)에 들었는데,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러하여 또한 거친 생각과 세밀한 생각을 없애고 나아가 제2선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기쁨을 떠나 담담함을 행하며 바른 지혜를 생각하여 몸의 즐거움을 누렸으며 현성들이 찬탄하는 바와 같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안락에 머무는 제3선(禪)에 들었는데, 이 마하가섭 비구도 그렇게 기쁨을 떠나 담담함을 행하며 바른 지혜를 생각하여 몸의 즐거움을 누리고 현성들이 찬탄한 것같이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안락에 머물러 제3선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모든 괴로움을 끊고 모든 즐거움도 버리고자 하여 먼저 근심과 기쁨을 멸하여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으며 담담한 생각이 청정해져서 제4선(禪)에 들었는데, 이 가섭 비구도 그러하여 괴로움과 즐거움을 끊어 버리고 먼저 근심과 기쁨을 멸하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고 담담한 생각이 청정해져서 제4선에 들었다.너희 비구들아, 나는 그때 사랑하는 마음[慈心]을 하나의 방위[一方]에 두루 채웠으며 정(定)에 들어 편안히 머물렀는데, 이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와 네 번째 방위에까지 그렇게 하였으며, 위와 아래 방위에까지도 그렇게 하여 온 세상 어느 곳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일체에 두루하도록 정에 들어서 편안히 머물렀다. 그리하여 그 마음은 광대하고 한량없었으며 원한도 없었고 해를 끼치려는 마음도 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러하며 내지 원한도 없고 해를 끼치려는 마음도 내지 않았다. 슬퍼하는 마음[悲心]과 기뻐하는 마음[喜心]도 그러하였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담담한 마음[捨心]을 하나의 방위[一方]에 두루 채웠으며 정(定)에 들어 편안히 머물렀는데, 이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와 네 번째 방위에까지 그렇게 하였으며 위와 아래 방위에까지도 그렇게 하여 온 세상 어느 곳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일체에 두루하도록 정에 들어서 편안히 머물렀다. 그리하여 그 마음은 광대하고 한량없었으며 원한도 없었고 해를 끼치려는 마음도 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러하며 내지 원한도 없고 해를 끼치려는 마음도 내지 않았다.너희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일체 색상(色相)을 초월하여 일체 유대상(有對相)을 멸하여 일체 별이상(別異相)을 생각하지 않고 가없는 허공처(虛空處:空無邊處)를 생각하여 곧 가없는 허공처의 행에 들어갔는데, 이때 비구 가섭 또한 그렇게 일체 색상을 초월하고 나아가 가없는 허공처의 행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일체 가없는 허공처를 초월하여 가없는 식처(識處:識無邊處)를 생각하여 곧 가없는 식처의 행에 들었는데, 이때 비구 마하 가섭도 그렇게 가없는 식처의 행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일체 식상(識相)을 초월하여 일체 무소유상(無所有相)을 생각하여 아무것도 있지 않은 선정[無所有處定]에 들었는데,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렇게 나아가 아무것도 있지 않은 선정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일체 무소유상(無所有相)을 초월하여 상(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想)이 없는 것도 아닌 선정[非有想非無想處定]의 행에 들었는데, 그때 마하가섭도 그렇게 나아가 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이 없는 것도 아닌 선정의 행에 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일체의 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이 없는 것도 아닌 정의 행을 초월하였는데, 이 마하가섭 비구도 그러하였다. 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8해탈행(解脫行)에 들어가 역순으로 드나들었다. 들어갔다가는 나오고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갔는데,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나아가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8승처행(勝處行)에 들어가 역순으로 드나들었다. 들어갔다가는 나오고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갔는데, 그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와 같아서 나아가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10일체처행(一切處行)에 들어갔는데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갔다.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렇게 하여 나아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갖가지 신통 경계에서 노닐었으니, 이른바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나뉘고 여러 몸이 한 몸으로 합쳐지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안에서 밖으로 나오며,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고 아래에서 위로 나오며, 돌 벽이나 산과 같이 막힌 곳도 뚫고 지나가되 걸림이 없으며, 땅 속으로 들어가고 나오기를 마치 물에서 하듯 자유롭게 하였으며, 마치 불꽃처럼 나타났다 꺼졌다 하였고, 큰 위덕과 큰 위력이 있는 해와 달까지도 능히 손으로 만지며 몸이 자재로워서 내지 범천(梵天)에 이르렀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렇게 갖가지 신통에서 노닐었으니, 한 몸이 많은 몸을 만들고 많은 몸이 한 몸으로 합쳐지며 나아가 몸이 자재로워서 범천에 이르렀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사람의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이(天耳)로 모든 소리를 들었으니, 하늘의 소리나 사람의 소리를 모두 다 알아들었다.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와 같아서 사람의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를 지녔으며, 일체를 모두 다 알아들었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타심지(他心智)로써 다른 중생들이 어떤 마음을 쓰고 있는지를 알았다. 다음과 같은 마음을 사실 그대로 알았으니, 이른바 만약 원하는 마음이면 곧 원하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원함이 없는 마음이면 곧 원함이 없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성내는 마음이면 성내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성냄이 없는 마음이면 성냄이 없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어리석음이 있는 마음이면 어리석음이 있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이면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사랑이 있는 마음이면 사랑이 있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사랑이 없는 마음이면 사랑이 없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함이 있는 마음이면 함이 있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함이 없는 마음이면 함이 없는 마음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적은 마음과 넓은 마음, 큰마음과 좁은 마음, 어지러운 마음과 어지럽지 않은 마음, 한량없는 마음, 가없는 마음, 위 있는 마음, 위없는 마음, 정에 들어가는 마음, 정에 들지 않는 마음, 정에 머무는 마음, 정에 머물지 않는 마음, 해탈하는 마음, 해탈하지 못한 마음 등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렇게 타심지로써 중생들이 어떤 마음을 일으키는지를 사실 그대로 알았으니, 원함이 있는 마음이나 원함이 없는 마음 등을 사실 그대로 알았고, 해탈하는 마음이나 해탈하지 못하는 마음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갖가지 숙명(宿命)의 일을 알았으니, 한 번 난 곳, 혹은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혹은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쉰 번 혹은 백, 천, 혹은 한 번의 괴겁(壞劫), 한 번의 주겁(住劫), 혹은 무너진 뒤에 머물고 머문 뒤에 무너지며, 혹은 한량없는 괴겁이 이루어진 뒤에 무너지고, 괴겁이 지난 뒤에 이루어지는[成劫] 등의 세월 동안 나는 그곳에서 이런 이름, 이런 성(姓), 이렇게 남[生]과 이렇게 먹는 것과 이런 즐거움, 이런 괴로움, 이런 느낌과 수명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죽고 이곳에 나며, 이곳에서 죽고 저곳에서 나는[生] 이런 상(相), 이런 형상 등의 갖가지 숙명을 다 생각하여 알았다. 이 마하가섭 비구도 또한 그러하여 깨끗한 천안(天眼)이 천상이나 사람보다 뛰어나 숙명의 일을 보았으니, 혹 한 번의 생에서 나아가 이런 상, 이런 형상 등 갖가지 숙명을 모두 다 생각하여 알았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천상의 사람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을 지녀서 모든 중생들이 여기서 죽고 저기서 나며, 혹은 좋거나 추하며 혹은 착한 길에 나거나 악한 길에 나되, 그것은 업보를 따르는 것임을 보았고, 나아가 이들 중생이 몸으로 온갖 악행을 다 짓고, 입으로도 온갖 악행을 다 지으며, 뜻으로도 온갖 악행을 다 짓고, 나아가 다시 성현을 비방하며 그릇된 견해로 뒤바뀌어 이 업이 화합하는 인연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하면 나쁜 갈래[惡道]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또한 어떤 중생들은 몸으로 모든 선행을 다 짓고 입으로도 모든 선행을 다 지으며 뜻으로도 모든 선행을 다 짓고, 나아가 성현을 비방하지 않으며 바른 소견을 지녔는데, 그러한 업인(業因)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하면 좋은 갈래[善道]에 나는 이런 일을 실제로 보았다. 천상 사람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으로 저곳에서 죽고 이곳에 태어나는 것을 보았는데, 뛰어나거나 하천하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그 모든 것이 착한 갈래와 악한 갈래에 대한 업을 따라 과보를 받는 것들임을 모두 다 알고 보았다. 그런데 이 마하가섭 비구도 사실 그대로 그와 같이 잘 알고 잘 보았다.모든 비구들아, 나는 그때 모든 번뇌[漏]가 다하여 누가 없는 가운데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을 얻어 모든 법 가운데 신통이 자재하며 안락행을 증득하고 이렇게 외쳤다.
‘생사는 이미 끊어졌고 범행은 이루어졌으니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하여 후유(後有)를 받지 않는다.’
이때 마하가섭 비구도 이렇게 모든 번뇌가 다하여 나아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뒷 몸[後有]을 받지 않게 되었다.”이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장로 마하가섭은 지난 과거에 어떤 선업을 지었기에 부귀한 집에 나서 갖추어야 할 온갖 재물을 다 갖추었으며, 나아가 해야 할 일을 다 마쳤고, 몸의 생김새가 단정하고 훌륭하여 그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즐거워졌고, 이 세상에서는 그를 비교할 자가 없고 으뜸가며 또 모습이 금상(金像)과 같은 것입니까? 또 무슨 업의 인연으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 가운데서 욕심이 적고 만족한 줄을 알아 두타행이 제일인 사람은 마하가섭 비구라고 수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비구들아, 내가 아주 먼 옛날을 생각해 보니, 지난 과거에 벽지불이 한 분 계셨는데, 이름을 다가라시기(多伽羅尸棄)라 하였다. 그는 바라나성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그 바라나성은 흉년이 들어 곡식이 매우 귀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 천지에 백골이 가득하였다. 그리하여 걸식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으니 출가한 사람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날도 벽지불은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바라나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였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씻어서 들고 간 발우를 빈 채 그대로 들고 나오던 참이었다.그때 바라나성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은 너무나도 가난하였고 쌓아둔 재산도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 가난한 사람이 다가라시기 벽지불을 보니, 벽지불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는데 행동거지가 조용하고 땅을 보고 걸음을 옮기지만 발자국이 어지럽지 않으며 얼굴을 펴고 반듯하게 보는데 위의를 모두 갖추었고 마음에 정념(正念)을 얻었다. 그는 이 벽지불을 보자 마음이 깨끗해져서 차츰 벽지불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신 대선(大仙)이시여, 성안에서 음식을 얻으셨습니까?’벽지불은 대답하였다.
‘착한 그대여, 나는 이 성에서 밥을 얻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 가난한 사람은 말하였다.
‘훌륭하신 대선이시여, 그렇다면 저의 집으로 오십시오.’
그때 그 사람은 집에 한 되 가량의 피밥[稗飯]을 짓고 있었다. 그는 벽지불을 집안으로 모시고 들어와 자리를 깔고 편히 앉게 한 뒤에 밥을 받들어 올렸다.
모든 벽지불들에게는 항상 다음과 법이 있었으니,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신통력을 부리는 것이지 달리 신통력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이때 다가라시기 벽지불은 그 사람에게 공양을 받은 뒤 그를 가엾게 여긴 까닭에 그 집에서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 가난한 사람은 존자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온몸과 마음에 기쁨이 두루 차올라 합장 공경하여 정례하고 이렇게 소원을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장래에 이런 벽지불이나 혹은 더 훌륭한 분을 만나고, 만약 그 성인이 말씀하시는 법문을 들으면 빨리 깨닫기를 바랍니다. 또 세세생생에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너희 비구들아, 그때 바라나성의 가난한 사람으로서 다가라시기 벽지불을 자기 집으로 청하여 공양을 베푼 사람이 바로 지금의 마하가섭 비구였다.
그때 집이 가난하여 모아둔 것이 없었는데도 착한 마음으로 다가라시기 벽지불에게 공양을 한 번 베푼 인연으로 천 번이나 북쪽의 울단월에 났고, 한량없는 세상에 항상 찰제리의 큰 가문이나 바라문 종족 또는 가문 좋은 거사(居士) 집안에 태어났으며, 이런 업보 인연을 의지하여 가섭불이 세상에 나셨을 때 가시국왕(迦尸國王) 흘리시(訖利尸)의 아들이 되었다.
그 가시국왕 흘리시의 아들은 한평생 가섭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공경 존중하였고, 그 후 가섭여래께서 열반에 드시자 가시국왕은 부처님의 사리를 위해서 7보탑을 조성하였다. 7보란, 금ㆍ은ㆍ파리ㆍ유리ㆍ호박ㆍ마노ㆍ차거 보배를 말하는데, 그 보배 탑 안에도 7보로 장식하고 밖은 돌을 쌓아서 그 보배 탑을 덮었다. 그 탑은 높고 화려하였으며 높이가 1유순이고 너비는 반 유순이었다. 그 왕의 아들 이름은 사파릉가(奢婆陵伽)수나라 말로는 반연(攀緣)이라 함라고 하는데, 그는 탑 위에 7보의 일산을 만들어 탑을 덮었다.또 어떤 논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탑을 8할 가량 만들었을 때 그는 비구 스님들에게 옷과 음식과 신발을 보시하고서 이렇게 서원하였다.
‘원하건대 미래세에 이런 성인을 만나고 그 성인의 설법을 들으면 곧 깨닫기 바라오며 또 악한 갈래에 나지 않고 태어날 때는 금빛의 몸을 얻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부왕에게 출가하기를 간청하였으나 그 부왕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자는 부왕이 별세한 뒤에 출가하였으며, 출가하자 경전을 독송하고 선정을 성취하였고, 그 목숨을 마친 뒤에는 항상 천상과 인간계에 나서 오고 가며 한량없는 세상을 두루 거치며 노닐다가 마지막 몸을 받아 이번에 니구타갈파 바라문 집에 태어난 것이다.
그 집은 매우 부유하여 온갖 재물과 보배를 다 갖추고 있었으며 필요한 것은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마하가섭은 가섭 부처님의 사리탑 위에 7보 일산을 만들어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양한 인연의 힘 덕분에 금빛의 몸을 얻은 것이다. 그때 ‘나는 악한 갈래에 태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고 소원을 세웠던 인연의 업보로, 그 때부터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계에 났으며 한없는 즐거운 과보를 받았다.
그때 또한 ‘원하건대 나는 장래에 이런 성인을 만나기를 바라며, 만약 만나게 되면 그가 나를 등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보다 더 훌륭한 성인에게서 그의 설법을 들으면 곧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고 서원을 하였던 업보 인연의 힘으로 이와 같은 나의 교화를 만났으며, 곧 나를 만나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내가 모든 비구 가운데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아는 사람은 곧 이 상좌 마하가섭 비구라고 수기한 것이다.모든 비구들아, 이 마하가섭은 지난 옛날에 지었던 공덕 업보의 인연의 힘으로 말미암아 부유한 바라문 집안에 태어났으며 부족한 것이 없었고 생김새가 단정하고 가장 묘하고 가장 훌륭하여 그 모습이 황금상과 같았고, 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또 내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아는 으뜸가는 두타 행자가 바로 마하가섭 비구라고 수기한 것이다.”그 후 오랜 세월을 지나 세존께서 어느 날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대는 이미 소년기를 지나 이제 노년에 접어든 지 오래이다. 그러니 그대는 굵은 베로 만든 분소의를 더 이상 입지 말고 버려라. 그리고 지금 나의 가장 좋은 의복을 가져가라. 가섭아, 오라. 이 옷은 장자들이 보시한 것으로 미세하고 가볍고 부드러우며 칼로 재단하고 재봉하여 몸에 맞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청을 받을 때에도 항상 부처 곁에 있고 나를 떠나지 말아라.”
이런 말을 하자 대가섭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랜 세월 아란야(阿蘭若:고요하고 한적한 곳)에서 지냈으며 항상 아란야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걸식하며 지내 왔고 또 걸식의 공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분소의를 입었으며 또 분소의 공덕을 찬탄합니다. 저는 때 아닌 때에 먹지 않으며 또 때 아닌 때에 먹지 않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먹는 일을 하고 또 한자리에서 먹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한 주먹밥을 받아 양을 줄였으며 또한 주먹밥을 찬탄하고 양을 줄여 먹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무덤 사이에서 지냈으며 또 무덤 사이에 있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노지(露地)에서 지냈으며 또 노지에서 지내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나무 아래에서 지냈으며 또 나무 아래에서 지내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항상 앉아서 지내고 눕지 않았으며 또한 눕지 않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오직 3의(衣)만을 지녔으며 또한 3의를 갖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았으며 또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고요함을 즐겼으며 고요함을 즐기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이익이 없는 말을 즐기지 않았으며 또 이익이 없는 말을 즐기지 않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항상 정진하며 지냈고 또한 항상 정진하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정념(正念)을 성취하여 왔고 또 정념을 성취하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정정(正定)을 성취하여 왔고 또 정정을 성취하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지혜를 이루어 왔고 또 지혜를 이루는 법을 찬탄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항상 선정(禪定)에 들어 있었으며 또 선정에 드는 법을 찬탄합니다.”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무슨 이익을 보았기에 오랜 세월 스스로 아란야법을 행하여 왔고 또 아란야법을 찬탄하고, 내지 오랜 세월 스스로 선정에 들고 또한 선정에 드는 법을 찬탄하는가?”대가섭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두 가지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아란야에 있으면서 또한 아란야를 찬탄하였고, 나아가 오랜 세월 항상 선정에 들고 또한 선정에 드는 것을 찬탄하였다. 두 가지 이익이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저는 이제 안락행 법을 얻은 것이고, 둘째는 미래 세상의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미래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보고 우리들의 행을 배우면서 ‘과거세에 장로 상좌의 성문 비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오랜 세월 아란야를 즐기고 아란야행을 찬탄하였고, 나아가 항상 선정에 들고 또 항상 선정에 드는 법을 찬탄하였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떻게 그 행을 배우고, 내지 스스로 선정에 들고 항상 선정에 드는 법을 찬탄하겠는가?’라고 말하기를 저는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두 가지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아란야법을 행하며 지냈고 또한 아란야를 행하는 것을 찬탄하며, 나아가 항상 선정에 들고 또한 항상 선정에 드는 법을 찬탄하는 것입니다.”부처님께서는 대가섭에게 이르셨다.
“대가섭아, 그대는 내세에 많은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고 큰 안락을 지으며 한량없는 모든 천상과 인간을 평안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이제 네 마음에 드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아란야처)에서 머물도록 하라. 만약 그대가 여래를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와서 만나도록 하여라.”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물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로 마하가섭은 무슨 까닭에 많은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여, 이 마하가섭은 이번 생애에서만 많은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은 것이 아니라 과거세에도 많은 사람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었다.”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제발 그 인연을 말씀하여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자니, 과거세에 이 마하가섭은 일찍이 제석천왕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아직 부처님도 세상에 나지 않았고 벽지불 또한 세상에 나지 않았으며, 당시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갈래[人道]에서 목숨이 다하면 사람의 몸을 버리고 악한 갈래에 태어나는 자가 많았고, 인간 세상이나 천상에 나는 이들은 적었다. 이렇게 삼십삼천ㆍ야마천ㆍ도솔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ㆍ범천들도 악한 갈래에 떨어져서 나는 이들이 많았으며, 인간과 천상에 나는 이들은 적어서 당시 천상계나 인간계는 빈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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