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0권
불본행집경 제5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2. 설법의식품 ②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우리들에게 5일마다[五日五日] 법회를 열도록 허락하셨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나아가 6신통의 모든 공덕을 설하는 것을 찬탄하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모든 비구들은 5일마다 모여서 다 같은 소리로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고 나아가 6신통 등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각기 모여와 법문을 듣고 곧 서로 입을 모아 비구들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모든 스님들은 어째서 꼭 같은 한가지 소리로 설법하는 것일까? 마치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동자들이 합창하여 읽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비구들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사실대로 아뢰었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모든 제자들에게 규칙을 정하니 한가지 소리로 법의 뜻을 찬탄하게 하지 말고 오직 말솜씨가 설법하기에 뛰어난 자에게만 하도록 청하여라.”그때 모든 비구들은 머리가 좋지 않고 둔하고 결함이 있으면서도 구족계를 받지 못한 자에게 설법하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비난하여 온갖 욕을 하면서 기뻐하는 마음을 조금도 품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렇게 스승이라는 자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스승이 아닌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또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오늘부터 나는 모든 제자들에게 규칙을 정하리니 머리가 좋지 않고 둔하고 결함이 있으면서 구족계를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설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는 만약 누군가에게 설법하도록 청하려면 그 사람은 반드시 미묘한 행을 모두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모든 대중들 가운데서 훌륭한 행을 성취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거듭 그 규칙을 말씀하셨다.
“말솜씨가 있고 법을 알며 나아가 오래 전에 『아함경』 등을 이해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 사람에게 설법하기를 청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 가운데는 『아함경』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함경』만을 아는 사람에게 설법을 청하지 말고 나아가 수다라(修多羅)를 알고 마등가(摩登伽)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에게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도록 청해야 한다. 만약 대중 가운데 수다라를 알고 비니(毘尼)를 이해하며 마등가를 아는 이가 많거든 그 중에서 문자가 분명하고 말솜씨를 잘 갖춘 사람을 선택하여라.
또 대중 가운데서 현재 비구로서 문자를 분명히 많이 알고 말솜씨를 잘 갖춘 사람이 많으면 내 이제 허락하나니, 이들 비구를 하좌(下座)에서부터 차례로 보내어 대중을 위해 설법하게 하라. 첫째 사람이 피곤하면 다시 둘째 사람을 시키고, 둘째 사람도 피로하면 셋째 사람을 청하며, 셋째 사람이 피로하면 넷째 사람을 시키고, 넷째 사람이 피로하면 다섯째 사람을 시키며 내지 어느 정도 설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청하여 대중을 위하여 설법케 하라.
모든 비구들이 맨 땅에서 설법할 때 춥거나 더운 경우에는 법당을 짓고 법당 아래에서 설법할 것을 내가 허락한다. 그러나 만약 법당이 있다 하더라도 사방의 벽이 없어 바람이 먼지와 풀을 날려 비구들을 더럽히거든 나는 이제 사방의 벽을 세워 온갖 티끌과 풀을 막을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비구들이 법당에 있을 때 만약 그 바닥이 고르지 않거든 여러 가지 삼[麻]이나 풀이나 진흙으로 그 땅에 발라서 청정하고 아름답게 만들도록 하여라.”그때 모든 비구들은 설법당을 세우고 땅에 진흙을 바르고 난 뒤에 설법당에서 부처님 말씀을 외우고 익히며 경행(經行)하니 발이 더러워졌다. 그리하여 이로써 비구들에게 발을 씻을 것을 허락하였다.
그때 비구들은 너무나도 자주 발을 씻으므로 다리와 발에 통증이 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향물을 땅에 뿌려 먼지와 티끌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라.”
그러나 그 땅이 마르자 다시 발이 더럽혀졌다. 부처님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쇠똥과 향수를 법당 바닥에 바를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물이 마르자 쇠똥이 부서져 다시 발을 더럽혔다. 부처님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부드러운 풀이나 혹은 또 삼[麻]을 가져다 땅 위에 깔도록 하여라.”
그때 모든 사람들은 그 법사들이 말솜씨가 능숙하여 설법을 아주 잘 하는 것을 보자 향과 꽃을 가져와 그 위에 뿌렸다. 하지만 비구들은 그런 것을 받지 않고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그 이유는 부처님께서 금하셨기 때문이다. 출가한 사람은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이나 모든 꽃다발을 지녀서는 안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듣고 나서 또 비난하며 말하였다.
“이 비구들은 이런 공양도 달갑게 받지 않는데 하물며 더 나은 것이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만약 재가 신자가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길조로 여기는 마음 때문에 온갖 향이나 꽃과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 온갖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법사 위에 뿌리면 그것을 받아야 한다.”
그때 재가 시주자들은 갖가지 재물과 보배, 가사 등을 가지고 와서 법사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러나 비구들은 두렵고 부끄러워 그 물건을 받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다시 비방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과 모든 석가(釋迦)의 제자들은 약간의 가벼운 물건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하물며 더 나은 물건이겠느냐.”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만약 속인들이 모든 재물과 또 가사 등을 가지고 와서 법사에게 받들어 올리고 크게 기뻐한다면 나는 그 보시 물건 중에서 필요한 것은 받고 필요치 않은 것은 돌려보낼 것을 허락한다.”그때 모든 비구들은 설법할 때 대부(大部)를 취하여 암송하는 자가 많았는데 어떤 이는 한 달이 가도록 다 마치지 못하여 그만 두자니 창피 당할 것이 두렵고 끝까지 다 외우자니 몸과 마음이 매우 피로하였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이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중을 위하여 설법할 때는 때를 알아야 한다.”그때 모든 비구들이 설법할 때 아름다운 음성으로 법의 이치를 연설하였는데 어느 비구 한 사람은 창피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부처님께 그 사실을 여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아름다운 음성으로 설법하기를 허락한다.”
그런데 비구들은 모든 경 가운데서 의미를 요약하여 다른 이에게 설법하면서 차례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자 비구들은 부끄럽고 두려우며 경율을 어길까 염려되어 이 사실을 자세하게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이 편의에 따라서 모든 경 가운데 중요한 뜻을 취하고 문구를 정리하여 다른 이에게 설법하는 것을 허락하니 다만 그 가운데 뜻만 취할 것이요 그 경전의 근본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어느 날 법사들이 설법할 때였다. 대중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소리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대중들을 기쁘거나 즐겁게 해 주지 못하였다. 이때 비구들은 이 일을 자세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두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모든 대중 가운데 높은 자리를 마련할 것을 허락한다. 그리하여 법사를 청할 때 그가 그 자리에 올라가 앉아 설법하여 모든 대중들에게 들리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들이 모여 법회를 여는데 너무 많이 모여서 법사의 목소리가 끝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보다 갑절 더 높은 자리를 마련하여 설법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오르게 하여라.”
그런데 대중들의 수가 갑절로 불어났으므로 여전히 법사의 목소리가 끝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또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이 서 있거나 걸어다니면서 편한 대로 설법할 것을 허락한다.”
어느 날 비구들이 하나의 법당에 모였는데 비구 두 사람이 경법을 연설하여 서로 방해가 되었다. 그리하여 곧 법당을 하나 더 지어서 두 법당 안에서 각각 따로 설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 방해가 되었으니 이쪽 법당에 있던 비구들을 이끌고 저쪽 법당으로 가기도 하고 저쪽 법당에 있던 비구들을 서로 맞아들여서 이 법당으로 오게 하는 등 왕래가 뒤섞이다 결국 대중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 사람들이 오가느라 법사(法事)가 끊어지고 혹 어떤 비구는 이 법문을 즐겨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이 사실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지금부터는 한 법당 안에서 두 사람이 설법하지 말며, 또한 두 법당이 서로 가까워 소리가 섞이어 서로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이쪽 대중이 저쪽에 가고 저쪽 대중이 이쪽에 와서도 안 되며, 또한 법문을 미워하거나 즐겨 들으려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만약 법문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법답게 다스려야 한다.”어느 때 대중 가운데 법사(法師)가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하게 여쭈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만약 법사가 없으면 경을 잘 외우는 사람을 불러 자리에 앉히고 외우게 하라.”
그런데 대중 가운데는 경전을 외우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이 일을 자세하게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차례로 외울 것을 허락하니 위[上座]에서부터 차례로 외우거나 아래[下座]에서부터 차례로 외워 나아가 하나의 4구게를 독송하는 사람에게까지 이르게 하라.”
그 뒤 모든 법사들이 경전을 암송하였는데 그 설법하는 것이 마치 세속의 노래와 같았으므로 사람들의 비방과 조롱을 받았다.
“이런 설법은 우리 속인들이 노래 부르는 것과 다름이 없구나. 머리를 깎은 사문들이 어찌 노래 부르는 것처럼 설법을 하는가.”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자세히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만약 비구들이 세속의 노래에 의지해 법을 설하게 되면 다섯 가지 손해가 있을 것이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스스로 노랫소리에 물듦이요, 둘째 남이 들으면 마음이 물들어 이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요, 셋째 노랫소리가 커지거나 잦아듦으로써 문구(文句)를 잃음이요, 넷째 속인이 들으면 비방하고 조롱함이요, 다섯째 미래세 사람이 이런 일을 듣고는 곧 세속을 따라 행하는 것이 당연한 의식이라고 여기게 된다. 만약 비구들이 세속의 노래에 부쳐서 법을 설한다면 이런 다섯 가지 손실이 있을 것이니 그러므로 세속의 노래에 의지하여 법을 설해서는 안 된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앞에서와 같은 법 중에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너희들이 머물거나 다니고 있는 곳에서 화상 아사리에게 먼저 물어야만 한다.”
어느 때 비구들이 다른 지방의 성읍과 마을로 나가려 하였는데 화상 아사리들은 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장로들이여, 그대들은 나가지 말아라.”
그러나 그 비구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고 그곳으로 나갔다가 도중에서 도적 떼를 만나고 말았다. 비구들은 도적에게 붙잡혀서 주먹으로 맞거나 발로 밟히는 등 곤욕을 치르고 겨우 목숨만 건진 채 옷과 발우를 빼앗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 비구들이 승가람에 돌아와 이 사실을 말하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대중들을 모으고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화상 아사리들은 진실로 너희들이 먼 마을을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비구들은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일이 옳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화상 아사리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다른 마을로 나갔단 말인가?비구들이여, 여기에는 인연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과거세에 이 염부제 안에 5백 명의 상인(商人)들이 있었다.
그 상인들 가운데 자자(慈者)라는 이름의 우두머리가 있었으니 그가 무리들을 인도하는 자였다. 그 모든 상인들은 다 함께 모여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물자와 도구를 준비하여 저 대해에 들어가 재물을 구하자. 그래서 바다에서 온갖 진귀한 보배, 이른바 마니ㆍ진주ㆍ흰 마노ㆍ산호와 금ㆍ은 등의 온갖 보배들을 건져서 집으로 돌아오자. 그렇게 되면 우리는 7대에 이르도록 집안이 크게 부귀하여 재물을 가지고 권속을 양육하여 많은 사업의 기초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그리하여 그 5백 명의 상인들은 바다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였으니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이 3천만에 달하였다. 1천만으로는 여행길에 필요한 양식을 장만하고, 또 1천만은 상인들이 본 밑천을 삼았으며, 나머지 1천만으로는 배를 빌리고 뱃사공의 급료로 마련하였다. 이렇게 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는 각각 마음을 편안히 하여 팔관재를 받았다. 팔관재를 받은 뒤에는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와 처자, 일가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자자(慈者)도 어머니에게 나아가 이 일을 아뢰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누각 위에서 머리를 깨끗하게 감고 팔관재를 받아 법을 간직하며 고요하게 머물러 있었다.
자자는 그런 어머니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바다로 나아가서 여러 재물과 보석을 구해 오려 합니다. 그곳에 가서 마니ㆍ진주ㆍ파리와 내지 금ㆍ은과 같은 온갖 보물들을 구해오려고 합니다. 이 보석들을 가지면 우리 집은 7대에 이르도록 부족함이 없이 쓸 수 있고 부유해지며 풍부한 재물로 부모님과 처자와 모든 가족들을 공양할 수 있으며 또 보시를 하여 여러 공덕을 지을 수 있습니다.’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인 자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여 바다에까지 나아가려 하느냐? 지금 우리 집안은 크게 부유하고 넉넉하며 모든 재물을 다 갖추고 있고 어느 하나도 모자라는 것이 없으며, 7대에 이르도록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공양할 수 있고 겸하여 보시를 행하여 모든 공덕을 지을 수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저 큰 바다에는 높은 파도와 태풍의 위험이 있고 저미라 고기와 바다 신의 분노가 있으며 여자 나찰귀의 위험과 같은 온갖 무서운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아들 자자야, 바다에는 이런 험난함이 많이 있는데다가 지금 나는 나이가 들어 인생의 말년에 이르렀는데 사랑하는 아들인 네가 떠나면 다시 서로 만날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다. 지금 비록 내 목숨이 조금은 남아 있지만 죽을 날이 가까이 왔다.’어머니는 이렇게 두 번 세 번 은근하고 간절하게 만류하였지만 아들인 자자는 거듭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반드시 바다로 나아가서 재물을 구해 올 것이며 그곳에서 온갖 보물을 캐서 돌아오고 싶습니다. 마니ㆍ진주와 내지 금ㆍ은을 가지고 와서 부모와 스승을 공양하고 널리 보시를 행하고 널리 공덕을 닦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곧 떠나려 하자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자를 껴안고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 자자야, 나는 네가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을 캐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구나. 우리 집안에도 엄청난 재물이 많지 않느냐? 우리는 모자라는 것이 없지 않느냐?’
그때 자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어머니는 지금 나의 이익을 좋아하지 않으니 틀림없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바다로 나아가 재물을 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분명 화를 입고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문득 성이 나서 결국은 제 어머니를 쳐서 쓰러뜨린 뒤에 어머니의 머리를 치고는 대중들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상인들과 함께 바닷가에 도착한 뒤에 바다의 신에게 제사하고 선박을 정비하고 다시 세 배의 값을 쳐서 다섯 사람을 고용하였으니 그 다섯 사람이란 이른바 고물[船尾]을 담당하는 사람, 돛대를 담당하는 사람, 새는 물을 잘 막는 사람, 뜨고 가라앉기에 능숙한 사람, 배를 잘 젓는 사람이다. 그들과 서로 적당하게 의논하고 드디어 배를 타고 재물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배가 난파되어 5백 명의 상인들은 모두 물에 빠졌고 상인의 우두머리인 자자 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자자는 부서져서 떠다니는 나뭇조각 하나를 붙잡고 그 널빤지에 의지하여 힘껏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사력을 다하였다가 바람 부는 대로 파도치는 대로 떠다니다 어느 해안에 닿게 되었다.
그 해안의 이름은 비시파제파(毘尸波提婆)수나라 말로는 화저(化渚)라고 함였다.자자는 그곳에서 나무 열매와 약초를 캐어 얼마 동안 목숨을 보전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자자는 그 물가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남쪽 가에 이르러 길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길을 따라 얼마 동안 걸어가니 멀리 은(銀)으로 된 성이 하나 보였다.
그 성은 매우 아름답고 미묘하고 희유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망루(望樓)며 성가퀴, 참호 등이 성을 에워싸고 있었으며 천장에 난 창문과 난간이며, 온갖 보석이 박힌 누각과 대전(臺殿), 그리고 작은 별채들, 한쪽에 치우친 복도 위에는 보배 장막이 덮였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또한 온갖 당번과 일산이 세워졌고 보배 깃대가 솟아 있으며 향로 탁자에는 온갖 미묘한 향이 피어오르는 향로가 놓여 있었다. 또 그 성 주위에는 여러 동산 숲ㆍ샘ㆍ못ㆍ도랑들이 있어 즐길 수 있는 곳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그 성 중앙에는 희락(喜樂)이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 전각은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호박ㆍ진주 등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보석들로 이루어졌다.이때 그 성에서 네 명의 여자가 나왔다. 이 여자들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단정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게다가 가장 좋고 화려한 장식품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다. 여인들은 자자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자자여, 어떻게 위험을 무릅쓰고 이 성까지 오셨습니까? 이 성에는 주인이 없으나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다 갖추어져 있어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이 성안에는 희락이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있는데 7보로 만들어졌으며 저희들 네 사람은 그 전각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잠들며 뜻이 깨끗하고 말은 진실하고 용모가 아름답고 말소리도 온화하고 청아합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이 성에 들어와 보배 전각에 오르셔서 우리와 함께 즐기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곳에는 남자가 없으니 함께 쾌락을 누리며 맘껏 어울립시다. 당신은 마음대로 머무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모든 물건을 가지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겠습니다.’그리하여 자자는 그 성에 들어가 남자가 없는 보배 전각에서 그 네 명의 여자들과 함께 5욕락을 마음대로 즐겼다. 이렇게 하여 몇 해를 보내고 다시 백 년을 보내고 천 년을 보내도록 마음껏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네 명의 여자들은 자자에게 말하였다.
‘어진 분이시여, 당신은 이곳에서만 머물되 다른 성에는 가지 마십시오.’그러자 자자는 곧 의심이 일어났다.
‘어째서 이 여자들은 나에게 이 성에서만 지내고 다른 성에는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제 여자들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이 길을 따라 다른 곳으로 나가보아야겠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며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지를 직접 알아내 봐야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알아낸 뒤에 적당하게 대처하리라.’그리하여 자자는 그 여인들이 잠든 틈을 타서 조용히 일어나 그 보배전각을 내려와 두루 돌아다니다가 동쪽 문으로 나왔다. 그 성을 두루 돌아 남쪽에 이르자 길이 하나 보였다. 그는 그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으며 마침내 황금으로 된 성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성은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는데 둘레에는 맑은 물이 찰랑이고 있는 온갖 샘ㆍ못ㆍ도랑이 있었다. 성안에는 상취(常醉)라는 이름의 보배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보기 좋았으며 금ㆍ은 내지 자거ㆍ진주 등의 7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때 그 성에서 여덟 명의 여자가 나왔는데 한결같이 아름답고 고우며 어여뻤고 가장 좋고 가장 미묘한 온갖 장식물로 그 몸을 치장하고서 자자 앞으로 나아와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신 자자여, 어찌 이런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리고 또 말하였다.
‘이 성은 모두 순금으로 되어 있으며 온갖 물건과 재물을 완벽하게 갖추었습니다. 성 중앙에는 상취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있는데 7보로 이루어졌습니다. 저희들 여덟 여자는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잠듭니다.’
자자는 또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랐다. 그리하여 그 여덟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모든 5욕의 즐거움을 다 누리면서 여인들과 함께 즐기며 몇 해를 지냈다. 그리고 몇 백천 년이 지나도록 마음대로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들이 자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자자여, 당신은 여기에서 다른 성으로 가지 마십시오.’
그러자 자자는 다시 의심이 생겨 가만히 도망쳐 나와 여러 곳을 둘러보며 다니다가 멀리 파리 보석으로 이루어진 성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성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 성안에는 의요(意樂)라 불리는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금ㆍ은ㆍ유리와 진주 등의 칠보로 이루어진 매우 훌륭하고 아름다운 전각이었다. 이때 그 성에서 열여섯 명의 여자가 나왔다. 한결같이 얼굴이 아름답고 어여뻐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고 나아가 또 자자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자자여, 어찌 먼 길을 무릅쓰고 오셨습니까? 이 성은 순수하게 파리 보석으로만 만들어졌으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또 이 성안에는 의요라고 하는 보배 전각이 하나 있는데 7보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열여섯 명의 여자들은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잠듭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앞에서처럼 자자에게 이곳에 머물러 주기를 청하였다. 자자는 곧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라 열여섯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온갖 애욕과 쾌락을 고루 누리면서 함께 즐겼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고 몇 백천 년이 지났는데 어느 날 여자들이 역시 자자에게 말하였다.
‘제발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자자는 또 의심을 내어 그곳에서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점점 나아가다 또 멀리 유리 보석으로 만들어진 성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성은 매우 아름다웠고 사방 벽이 견고하였으며 둘레에 있는 샘과 못에는 도랑에 가득 넘치도록 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성안에도 역시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을 범덕(梵德)이라 하였고 역시 훌륭하고 미묘하였으며 7보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 성에서는 서른두 명의 여자가 밖으로 나와 그를 맞았다.
그 여자들은 단정하고 어여뻐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고 미묘하고 특수하였으며 온갖 장식품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다. 그 여자들이 자자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어떻게 먼 길을 무릅쓰고 오셨습니까? 이 성은 순전히 유리 보석으로만 만들어졌으며 온갖 물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청결한 행을 하여 허물이 없으며 항상 먼저 아뢴 뒤에야 행동하고 마음이 온화하고 착하고 말이 멋지고 유창합니다. 이제 당신에게 청하오니 이 성에 들어와 보배 전각에 오르셔서 함께 5욕락을 고루 즐기며 서로 어울려 놀고 쾌락을 누리지 않겠습니까? 모든 필요한 물건은 저희가 여쭈어서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자자는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라 그 서른두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5욕락을 고루 누리면서 몇 해 내지 몇 백천 년이 지나도록 즐겁게 살았다.어느 날 그 서른두 명의 여인들이 역시 자자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분이시여, 당신은 이 성을 나가 다른 성으로 가셔는 안 됩니다.’
그러자 자자는 문득 또 의심을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자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이 성을 나가 다른 성으로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이제 여자들이 잠든 틈을 타서 이 길을 따라 조용히 나가 보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도착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알고 나서는 이치대로 행동하면 될 것이다.’그리하여 자자는 여인들이 잠든 틈을 타서 조용히 일어나 보배 전각에서 내려와 성의 동쪽 문으로 나와서 그 성을 빙 돌아 이윽고 성의 남쪽에 이르니 길이 하나 있었다. 그가 길을 발견하고서 길을 따라갔는데 조금 가다 보니 멀리 철로 만든 성이 하나 보였다.
이 성의 사면에는 각각 문이 있었지만 성안에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나 여자는 물론이요 어린 소년 소녀들조차도 나와서 자자를 맞이해 주는 이가 없었다. 오직 들리는 것이라고는 이런 소리뿐이었다.
‘누가 굶주리고 누가 목마르며 누가 헐벗었는가? 누가 급히 달아나며 누가 멀리서 와 피곤한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탈 것인가?’자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앞서 이미 은으로 만들어진 성을 발견하였는데 이때 그 성에서 네 명의 여자가 나와 나를 맞았고, 또 금으로 만들어진 성에 갔을 때에도 그 성안에서 여덟 명의 여인이 나와 나를 맞았고, 파리보석으로 만든 성에 갔을 때도 열여섯 명의 여자들이 나와 맞았으며, 유리보석으로 만든 성에 갔을 때에도 서른두 명의 여자들이 나와서 나를 환영하고 맞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이 성에는 그 어떤 남자나 여자, 어린 소년 소녀들조차도 나와서 나를 맞이해 주는 이가 없고 오직 <누가 굶주리고 누가 목마르며 누가 헐벗었는가, 누가 급히 달아나며 누가 먼 길에서 와서 피로한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탈 것인가> 하는 불쾌한 소리만 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이 성에 들어가면 곧 이 소리가 누구의 음성인지 알게 될 것이다.’그리하여 자자가 그 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가 성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의 문이 곧 닫혔다. 순간 자자는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해져 이렇게 말하면서 이리 저리 도망쳐 달아났다.
‘나는 이제 망했구나. 나는 이제 끝장났구나.’
그가 사방을 도망치고 있을 때 한 사람을 발견하였는데 이 사람은 머리에 쇠바퀴[鐵輪]를 이고 있었다. 그 쇠바퀴는 시뻘겋게 달아올라 불꽃이 사납게 타오르고 있어 너무나도 끔직하였다. 자자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당신 머리 위의 쇠바퀴는 누가 굴린 것입니까? 어찌하여 불덩이처럼 보기에도 두려울 정도로 불꽃이 사납게 타오르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죄인은 대답하였다.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모르시오? 나는 상인의 우두머리인 구빈타(瞿頻陀)라는 사람이오.’
자자가 물었다.
‘당신은 지난 과거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그런 죄업의 인연으로 이토록 불꽃이 사납고 엄청난 열기를 지닌 쇠바퀴를 머리 위에서 굴리는 것입니까?’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 옛날 마음에 분노를 품고 화를 내며 어머니의 머리를 때렸으므로 이런 죄업 인연으로 큰 쇠바퀴를 받아 이토록 치열하고 이토록 시뻘건 불길이 머리 위에서 도는 것이오.’
자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자기의 죄업을 기억해내고 슬피 울고 통곡하며 뉘우치고 자책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나는 잡혔으니 사슴이 우리 안에 든 것과 같구나.’이때 그 성에는 파류가(婆流迦)라는 이름의 야차 하나가 성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그 야차는 상인의 우두머리 구빈타의 머리 위에 씌어져 있던 사납게 불타는 쇠바퀴를 들어 자자의 머리 위에 씌웠다.그때 자자는 머리 위의 쇠바퀴가 너무나도 크고 사납게 불타올랐으므로 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그는 사납게 타오르는 불 때문에 그 괴로움을 참기 어려워 곧 게송으로 야차에게 물었다.
이 성 둘레에 네 문이 있는데
언제나 불꽃이 사나워 사람을 위협하더니
내 이제 이런 구속을 당하니
마치 사슴이 깊은 우리에 든 것 같구나.
착하다, 그대 야차에게 물으니
이런 쇠바퀴를 어찌 나에게 씌우는가.
사나운 불길이 꼭 불덩이 같아
이제 내 목숨은 끊어지리라.
내 먼저 희락 전각을 거쳤고
또 다시 황금성 상취궁(常醉宮)에 들었고
또 파리성 의요전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범덕궁에서 살았다네.
먼저 은성에 들어가 네 여인을 만났고
금성에서는 여덟 여인을 만났으며
파리성에서는 열여섯 여인과 만나고
또 유리궁에서는 서른두 명의 여인을 만났네.
이렇게 이런저런 이들을 만났는데
차례로 만날 때마다 더 훌륭하였거늘
이와 같은 것을 만난 사람이
지금 어찌하여 무서운 쇠바퀴를 만났는가.
내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몰랐으므로
이렇게 괴롭고 험한 재앙을 지금 만났구나.
내 옛적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쇠바퀴가 머리 위에서 도는가.
불덩이처럼 사납게 불타오르니
이제 내 목숨을 끊으려 하는구나.
야차왕이여, 제발 불쌍히 여겨서 대답하라.
몇 년이나 이 쇠바퀴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러자 성을 지키는 야차가 자자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옛날 그대 어머니 정계(淨戒)를 지녔는데
그대는 발로 그 머리를 밟았도다.
이와 같은 업보의 인연으로
이제 쇠바퀴가 머리 위에 도는 것이다.
불덩이처럼 사납게 불타오르고
불꽃이 사납게 튀어 오르니 끔찍하리라.
쇠바퀴가 그대 머리 위에서 도니
그대의 몸과 목숨 끊기고 또 끊기리라.
이렇게 단 하루도 모자라지 않는
6만 년 동안 꼬박
이 바퀴는 그대 머리에 있으리니
이 사실은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좋은 벗이 어떤 이에게 이익을 주어도
그는 도리어 벗에게 분노로 갚는다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으리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악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도리어 악을 주고
죄 주지 않을 것인데 다시 죄를 주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나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자심(慈心)을 일으키는 자에게 오히려 틈을 노리고
은혜 입은 곳에 은혜를 갚지 않으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나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업력은 먼 데서는 끌어 가져오고
업력은 가까운 데서는 끌어 가져가네.
업력은 사람을 끌고 여기 저기 지나니
그가 저지른 짓에 따라 고락을 받는다.
땅도 허공도 바다도 아니요
또한 산 속이나 바위들 속도 아니다.
어느 지방 그 어느 곳이라도
이 업을 받지 않고 벗어날 곳은 없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때의 자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다른 생각을 내지 말라. 그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다. 나는 그때 바다에 들어가려고 8관재계를 받았으며 그 업보 인연의 힘으로 이렇게 네 가지 보배성을 만나 모든 것을 다 갖추어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나쁜 마음으로 분노와 원한을 품고서 어머니의 머리를 밟은 인연으로 6만 년이 지나도록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거대한 쇠바퀴의 괴로움을 받았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인과 업보란 헛되게 받음이 아니라 다만 중생이 선업ㆍ악업을 지었으면 그 업의 인연을 따라 이 보를 받는다. 이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이여, 업보는 반드시 받는 것이니 몸의 업을 깨끗하게 하고 입의 업을 깨끗이 하며 뜻의 업을 깨끗하게 하여라. 비구들이여, 만약 그대들 스스로가 어리석어서 어떤 것이 죄인지 어떤 것이 복이며 어떤 것이 착한 것이고 착하지 않은 것인지 가리지 못하겠거든 스승이나 화상 아사리들에게 물어 보아라. 그런 뒤에 곧 성읍 촌락으로 갈 것이며 만약 화상 아사리가 허락하지 않는데 자기 마음대로 가는 자는 법답게 공경하지 않고 효순하지 않은 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53. 시기불본생지품(尸棄佛本生地品) ①
그때 보살께서 우루빈라 강 언덕에서 고행을 하며 마음대로 앉고 누우며 떨어진 옷을 입고 수용기(隨用器)를 받아서 하루 동안에 참깨나 혹은 멥쌀ㆍ팥ㆍ녹두ㆍ콩ㆍ찹쌀ㆍ푸른 콩과 같은 곡식 한 톨만을 먹었다.한편 수두단왕(輸頭檀王)은 보살을 찾았으나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여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내 아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날 몰래 사신을 보내어 보살이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곳을 찾아가 보도록 명하였다.
“경은 지금 내 아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어서 나에게 보고하라.”
사신들은 이 칙명을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명을 받들어 감히 그 뜻을 어기지 않고 실행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사신들은 보살을 찾아 성을 나섰다가 우루빈라 처소에 이르렀다. 그들은 멀리서 보살이 힘들게 고행을 하는 것을 보고 곧 돌아가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시여, 지금 태자께서는 우루빈라의 처소에서 힘든 고행을 닦고 계십니다. 그 처소는 모두가 뜻에 맞게 갖추어져 있는데 나아가 하루에 푸른 콩 한 알씩만 잡수시고 지내십니다.”이 말을 들은 수두단왕은 마음이 어두워지고 걱정 근심에 사로잡히며 불안감에 휩싸여 곧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내 아들아, 몸도 연약한 네가 무슨 일로 이렇게 6년이나 지내고 있단 말인가.”
그때 모든 사신들이 보살의 근황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대왕 앞에서 빠짐없이 보고하였다. 그런데 야수다라 태자비는 사람들이 태자가 고행하는 처소에서 힘든 고행을 하며 거처하는 곳은 뜻에 맞게 갖추어져 있으나 나아가 하루에 푸른 콩 한 알씩만을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편안히 지내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참으로 옳지 않다. 내 남편은 지금 고행을 하고 있으니 나 또한 태자를 따라 고행을 하리라.”
야수다라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영락을 벗고 금ㆍ은ㆍ유리ㆍ진주ㆍ마니 보석과 온갖 보배와 바르는 향ㆍ가루 향, 온갖 꽃장식들도 모두 버리고 순전히 흰 옷만 입고 머리 비녀 하나만을 남기고 거칠기 그지없는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그리고 겨우 목숨만 부지할 정도의 거친 음식을 먹었으니 이 세상에서 고행하는 그 어떤 이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였다.훗날 세존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뒤의 일이다. 우타이가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야수다라 비는 세존께서 숲에서 고행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세존을 본받아 고행을 잘 행하였는지 여느 세상 사람들은 도저히 따라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우타이야, 야수다라 석가족 딸은 이번 생에서만 내가 숲에서 큰 고행을 행하고 있을 때 나를 따라 고행을 하였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세에도 내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었을 때 그때에도 나를 따라 커다란 고난 속에 들었었다.”그러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일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옛날을 돌이켜 보면 과거세에 어느 고요한 아란야처가 있었는데 그곳의 숲과 골짜기에는 사슴의 왕 한 마리가 여러 사슴떼들을 거느리며 살고 있었다. 사슴왕은 사슴들과 함께 풀을 뜯어 먹으면서 이곳저곳을 노닐며 다녔다. 어느 날 사냥꾼 한 사람이 나무에 끈을 묶어 덫을 만들었는데 사슴의 왕이 그만 그 덫에 걸리고 말았다. 모든 사슴떼들은 제각기 달아나 버리고 말았지만 암사슴 한 마리는 사슴의 왕이 덫에 걸린 것을 보고는 도망치지 않고 곁에 머물렀다.
당시 사슴들은 사람들의 말을 많이 알고 있었는데 그 암사슴은 곧 게송으로 사슴의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사슴왕이여, 온 힘을 다해서
다리와 머리를 떨쳐보십시오.
덫을 놓은 그 사람은
아직 여기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사슴왕은 곧 게송으로 암사슴에게 대답하였다.
내 지금 아무리 애를 써도
이 덫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겠소.
가죽으로 줄을 엮었기에
점점 더 나를 죄어오고 있소.
아름다운 이 숲에는
샘물도 달고 풀도 고운데
제발 미래세에는
영원히 이런 재앙 받지 않았으면.
그때 이런 게송이 있었다.
이때 그 사슴 두 마리는
겁에 질려 함께 눈물을 흘렸네.
악한 사냥꾼이
칼과 창을 들고 다가왔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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