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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53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9권

by Kay/케이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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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9

 

불본행집경 제4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0. 오백비구인연품(五百比丘因緣品)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사리불은 한결같이 그릇된 견해의 거친 들판 험한 길에 떨어져 뒤바뀐 행을 하고 있던 5백 명의 파리바사가(波離婆闍迦) 산사야(刪闍耶) 제자들을 모두 교화시켜 부처님 계신 곳에 데리고 왔습니까? 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는 그릇된 견해의 거칠고 험난한 들판을 버리게 하여 모든 괴로움 가운데서 해탈을 얻도록 하신 것은 무슨 일입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산사야 제자인 5백 명의 파리바사가들이 엄청난 그릇된 견해라는 험난한 들판에 떨어져 허망한 행을 하고 있는데 그런 이들을 사리불이 나에게 데리고 와서 그릇된 견해의 허망함과 뒤바뀜을 면하게 해주고 괴로움으로부터 해탈을 얻게 한 것은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옛날 과거세에도 역시 이와 같은 5백 명의 사람들이 액난에 떨어졌는데 그 때도 사리불이 그들을 거느리고 왔기에 내가 그들을 액난에서 구제하여 모든 고뇌를 벗어나게 하였던 적이 있다.”비구들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그 일을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과거세에 계시(鷄尸)라는 이름의 말의 왕[馬王]이 하나 있었다. 그 말의 왕은 생김새가 보기 좋고 몸이 희고 깨끗하여 마치 백옥이나 눈 또는 백은 같았으며 둥근 달이나 군타꽃과 같았고 그 머리는 검푸르고 바람처럼 빨리 달렸으며 그 소리는 아름다운 북소리와 같았다.당시 염부제에서는 상인(商人) 5백 명이 대해로 나아가려고 양식[資糧]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3천만의 갖가지 재물을 가지고 거기에 또다시 10만 냥의 노자를 마련하여 여행에서 장사를 하여 이익을 보려 하였다. 또한 별도로 뱃사공을 살 준비까지 갖추었는데 그들은 이렇게 모든 준비를 완전하게 다 마친 다음에 바닷가로 나아갔다. 바닷가에 이르자 곧 바다의 신에게 제사하고 모든 선박을 갖추었으며, 또 다섯 사람을 고용하였으니 그 다섯 사람이란 첫째는 배잡이요, 둘째는 돛대잡이요, 셋째는 물 퍼내는 이요, 넷째는 헤엄 잘 치는 이요, 다섯째는 선장이었다.
이 모든 사람들은 서로 ‘모든 죄와 허물이 있다면 깨끗이 참회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바다에 들어가는 법을 다 가르친 뒤에야 진귀한 보배를 찾으러 바다로 나아갔다.
그 모든 사람들이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사나운 바람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 배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결국 나찰국으로까지 흘러들게 되었다. 그 나찰국에는 많은 여자 나찰귀들이 살고 있었다.
선박들이 그 나라에 이를 무렵 큰 바람이 불어닥치자 배들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고 모든 상인들은 바다에 빠져 서로들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물살을 헤치고 헤엄쳐 나가 해안으로 오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때 여자 나찰귀들은 이미 그에 앞서 대해에서 파손되어 조난을 당한 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가서 상인들을 구조해 주었다. 그리하여 한번에 5백 명의 상인들을 붙들어 가지고 그들과 함께 5욕락을 누리며 마음껏 즐겼다. 그리하여 상인들과의 사이에서 아들딸이 태어나자 비로소 그 상인들을 쇠로 만든 성안에 가두었다.
그런 뒤에 여자 나찰귀들은 자신들의 본래 모습을 바꾸어서 사람보다는 낫고 천상의 존재들보다는 조금 떨어질 정도로 아름답고 어여쁘게 변화시켰다. 나찰귀 가운데 어떤 이들은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어떤 이들은 혼기를 앞둔 처녀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몸을 변화하고 나서 향탕에 목욕하고 몸에 향을 바른 뒤에 여러 가지 의상을 입고 온갖 보석과 장신구로 그 몸을 장엄하고 머리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만든 천관(天冠)을 쓰고 몸에는 온갖 꽃과 보석을 수술로 드리웠다. 그들은 묘한 꽃으로 자신들의 몸을 장식하고 꽃으로 영락을 만들고 꽃다발에 보배 방울을 달고는 서둘러 새롭게 난파당한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겁내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근심하지 말고 손을 내미십시오. 당신의 팔을 이리 내미십시오. 당신의 손목을 내미십시오.’
상인들은 너무나도 목숨이 아까웠고 죽는 것이 두려웠던 터라 그 나찰귀들이 진짜 여자라고 생각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손과 팔을 내밀었다.
그 여자 나찰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모든 상인들을 구해준 뒤에 사랑스럽고 연민에 가득 찬 말을 상인들에게 건넸다.
‘잘 오셨습니다. 당신들은 어느 먼 지방에서 오셨나요? 이제 당신들은 우리의 남편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를 불쌍히 여겨 우리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는 지금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의지가 되어 우리의 근심 걱정을 덜어 주십시오. 우리들을 위하여 가장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는 법도에 맞게 당신들을 섬겨 조금도 어긋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집에 와서 크게 기쁜 마음으로서 5욕락을 누리십시오.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시고 두려워하지도 마십시오. 집안의 모든 일은 우리들이 다 처리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우리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바다의 신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겼기 때문에 당신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신 것일지도 모릅니다.’그러자 상인들은 함께 여자 나찰들에게 말했다.
‘착한 여인들이여, 그대들은 안심하시오. 잠시 이곳에 머물러 우리들의 근심을 풀어 주시오.’
그리하여 모든 상인들은 각각 하나의 자리에 머물렀는데 마음이 슬퍼져서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어떤 이는 부모님을 소리 높여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형제들을 소리 높여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들의 자매들을 소리 높여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친척들이나 일가붙이들을 소리 높여 부르고 어떤 이는 종족들을 소리 높여 부르면서 이렇게 외쳤다.
‘이제 우리들은 친척들과 헤어지게 되었구나.’
어떤 이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이제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되었구나.’
어떤 이들은 또 이렇게 외쳤다.
‘아아, 아름다운 염부제 땅이여.’
이와 같이 통곡하며 슬피 울부짖다가 다시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참자.’
이렇게 말하고서 각각 열기(熱氣)를 토해내고 서로 위로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나찰성을 향해 나아갔다.
그 성에 채 이르기도 전에 도중에서 어느 한 곳을 둘러보니 그 땅은 매우 넓고 반듯하고 평탄하며 자갈이나 가시, 모래나 기와조각, 돌멩이들이 전혀 없었고 조금도 더러운 것이 섞여 있지 않았다. 푸른 풀이 나서 우거졌는데 물이 잘 올라 있었고 곧아서 매우 보기 좋고 사랑스러웠다. 또 훌륭한 숲이 있었는데 그 숲에는 꽃과 열매와 나뭇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그 모습은 마치 푸른 구름이 드리운 듯하였는데 숲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또 그 숲에는 온갖 나무들이 자라나 있었는데 그 나무들의 이름은 나가다마라(那迦多摩羅) 나무ㆍ가니가라(迦尼迦羅) 나무ㆍ아습파타(阿濕波他) 나무ㆍ니구타(尼拘陀) 나무ㆍ오도파라(烏徒婆羅) 나무ㆍ파라차(波羅叉) 나무ㆍ가사라(可闍囉) 나무ㆍ가리라(迦離囉) 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이 있었다.또 온갖 향기로운 꽃나무가 그 숲에 가득 자라 있었는데 그 꽃나무의 이름은 이른바 아제목다가(阿題目多迦) 꽃나무ㆍ첨파가(瞻波迦) 꽃나무ㆍ아수가(阿輸迦) 꽃나무ㆍ파다라(波多羅) 꽃나무ㆍ파리사가(波利師迦) 꽃나무ㆍ구란다가(拘蘭茶迦) 꽃나무ㆍ구비타라(拘毘陀羅) 꽃나무ㆍ단노사가리가(檀奴沙迦梨迦) 꽃나무ㆍ목진린타(木眞隣陀) 꽃나무ㆍ소마나(蘇摩那) 꽃나무 등이었다. 그 나무들 중에 어떤 것은 움이 나오는 것, 어떤 것은 이미 움이 튼 것, 어떤 것은 잎이 피려는 것, 어떤 것은 꽃이 활짝 피어난 것, 또 어떤 것은 꽃이 피었다가 시들어 떨어진 것 등의 온갖 향기로운 꽃나무들이 있었다.
또 여러 가지 과일 나무가 있었으니 이른바 암파라(菴婆羅) 나무ㆍ염부(閻浮) 과일나무ㆍ구사(俱闍) 과일나무ㆍ파나파(破那婆) 나무ㆍ진두가(鎭頭迦) 나무ㆍ하리륵(呵梨勒) 나무ㆍ비혜륵(毘醯勒) 나무ㆍ암파륵(菴婆勒) 나무 등 이와 같은 갖가지 과일 나무들이 있는데 그 나무들에서 나는 과일들은 어느 것은 아직 익지 않았고 어느 것은 익었고 어느 것은 한창 익어서 먹음직스럽고 어떤 것은 너무 익어서 떨어지기도 하였으며 어떤 것은 꽃망울이 진 것 등 이와 같은 갖가지 나무들이 있었다.또 여러 새들이 그 나무 위에 모여 놀고 있으니 이른바 앵무새ㆍ구욕새ㆍ구시라새ㆍ공작새ㆍ가릉빈가새ㆍ명명새 등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새들이 있었다.또 온갖 꽃들이 못과 늪에 피어 있었으니 이른바 우발라(優鉢羅)꽃ㆍ발두마(鉢頭摩)꽃ㆍ구물두(拘物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들이다. 이런 꽃들이 물 위를 가득 덮고 있었다. 그 못에는 또 여러 새들이 놀고 있으니 이른바 큰 기러기ㆍ따오기ㆍ오리ㆍ곤륜새ㆍ원앙새들이었는데 이 새들이 못에서 놀고 있으면서 그 못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으니 보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즐거워지고 근심과 번뇌가 풀어졌다.
그 나찰성은 사방 벽이 눈부시게 희어서 모습이 마치 눈처럼 새하얀 마노 보석과 같았고 얼음산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 성이 대지에 우뚝 서있으니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거나 그 성을 살펴보면 마치 흰 구름떼가 대지로부터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그 성 위로 또 누각이 있고 여러 가지 망루가 있는데 주변을 담장처럼 둘러쌌으며, 사방에는 참호가 있는데 그 참호 언덕 위에는 난간이 둘러싸고 있고 어떤 곳에는 누각이 있기도 하였다. 그 누각에는 창문이 있고, 또 천궁, 대전(臺殿), 당각(堂閣)과 난간이 가지런히 위치해 있으며, 모든 복도들은 매우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고 보배 휘장과 일산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그 성 둘레에는 여러 가지 깃발들을 두루 세우고 보석으로 만들어진 상을 마련하였고 향로 속에는 온갖 미묘한 향이 타고 있었다.이때 그 여자 나찰귀들은 상인들을 그 성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기고 향탕에 몸을 씻겼다. 그리고 나서 온갖 아름답고 묘한 자리에 앉히고 5욕락을 고루 누리게 하였으며 다섯 가지 음악 소리를 그들 앞에서 울렸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편으로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커다란 쾌락을 누리며 서로 기쁨에 젖고 함께 즐겼다.
그 후 그 모든 여자 나찰귀들은 상인들에게 말했다.
‘착한 분들이여, 이 성의 남쪽으로 밖을 나가서는 안 됩니다.’
한편 그 상인들 가운데 상인의 우두머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매우 지혜롭고 총명하고 예리하여 곧 의심을 일으켰다.
‘무엇 때문에 이 여자들이 우리를 막아 남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일까? 나는 여자들이 잠든 틈을 타서 그 길로 가 보리라. 여자들이 금하는 곳에 가서 차례로 둘러보아 그곳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야겠다. 알고 나서는 곧 일에 따라 방편을 행하리라.’그 상인의 우두머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모든 여자 나찰귀들이 잠자는 틈을 엿보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침상에서 조용히 일어나 날카로운 칼을 들고 소리를 죽이고서 집을 나왔다. 그는 짐작 가는 대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다가 적은 땅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그는 언뜻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은 초목도 자라지 않고 몹시 스산하였다. 문득 사람이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는 마치 규환(叫喚) 지옥 속에서 고통을 받는 소리와 같았다. 이 소리를 들은 그는 겁에 질려 모골이 송연해졌다. 묵묵히 잠시 섰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바로잡아 기력을 회복한 뒤에 다시 그 길을 걸어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쇠로 만든 성을 하나 발견하였는데 그 성은 높고 험준하였으며 비명 소리는 바로 그곳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성에 이르러 주변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문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북쪽으로 가니 합환(合歡)이란 큰 나무 한 그루가 성 가까이에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나무는 키가 매우 높아서 성 위로까지 높이 솟아 있었다.상인의 우두머리는 그 나무를 발견하고는 이내 나무 위로 올라가 성안을 둘러보았다. 그 성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 있었는데 어떤 이는 이미 숨이 끊어졌고 어떤 이는 이미 반쯤 뜯어 먹혔으며, 어떤 이는 숨이 채 끊어지지도 않은 채 몸의 절반이 찢겨져 있었고, 어떤 이는 목마르고 굶주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채 앉아 있었고, 어떤 이는 너무나도 수척하여 오직 힘줄과 뼈만 남아서 움푹 패인 두 눈은 마치 우물 속에 비친 별빛과도 같았다. 그들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머리털은 산발로 흩어지고 엉켜 있었고 온몸이 흙투성이인데다 야윌 대로 야위어서 각각 서로의 살을 베어 뜯어먹고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크게 울부짖으니 마치 염라대왕의 저승에서 모든 중생들이 큰 고뇌를 받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상인의 우두머리는 이런 광경을 보자 말할 수 없이 커다란 두려움이 일어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얼마를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도로 찾아 마음이 가라앉고 무서움이 조금 가시면서 기력이 점차 회복되었다. 그는 곧 합환나무 가지를 붙잡고 흔들기 시작하였다. 나뭇가지 하나가 흔들리자 그 나무의 모든 가지와 잎이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었다.그때 온갖 괴로움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성 위를 쳐다보다가 합환나무 위에 그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는 것을 보고 구슬프게 그를 부르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천왕입니까, 용왕입니까, 야차입니까? 아니면 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제석천왕 교시가입니까? 아니면 대범천왕입니까? 혹시 우리들이 여기서 액난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서 우리를 불쌍히 여겨 우리들을 고통에서 구제해 주려고 오셨습니까?’
그 사람들은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려 멀리 절을 한 뒤에 애끓는 소리로 눈물을 흘리며 고개 들어 우러러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신 그대여, 우리들에게 커다란 사랑과 동정심을 내셔서 우리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모두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진 사람입니다. 제발 우리를 건질 방법을 구해 주십시오. 우리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때 상인의 우두머리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호소를 듣고 우울하고 불안스러우며 몸과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져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아셔야 합니다. 나는 지금 천왕도 아니요, 용왕도 아니며 대범천왕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도 저 염부제에서 생업을 부지하려 재물을 구하고자 바다로 나아갔다가 육지에 이르려던 중 홀연히 큰바람을 만나 배가 부서졌는데 때마침 여러 여자들을 만나 여기에 오게 된 것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를 구해 준 여자들과 즐겁게 노닐고 있는데 이런 내가 지금 어떻게 그대들을 괴로움에서 건져내 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상인의 우두머리는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이런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그 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착하신 분이시여, 우리도 당신들처럼 저 염부제에서 장사를 하면서 보물을 구하러 큰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다 바닷가에 이르려 했을 때 사나운 바람을 만나 배가 파손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그때 여자 나찰귀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구제되어 그들과 함께 5욕락을 누렸습니다. 그러다가 당신들이 오는 소리를 듣자 그 여자 나찰귀들은 곧 대해에서 선박들이 파괴되었음을 알고는 우리를 이 쇠로 만든 성안에 가둔 것입니다. 우리도 이곳에 올 때는 5백 명이었지만 이미 저들에게 250명이 잡아먹히고 지금 250명만 살아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저 여자 나찰귀들과 관계를 가져서 아들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 나찰귀들은 말이 미묘하고 음성은 곱지만 육식을 탐하는 까닭에 아들딸을 낳으면 모두 잡아먹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당신들도 그들과 함께 쾌락을 즐기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왜냐 하면 저들은 매우 무섭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가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그렇다면 무슨 수로 이런 나찰의 액난을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입니까? 제발 말해 주십시오.’그들이 대답하였다.
‘15일 보름날 4월의 명절 대회는 크게 기쁘고 즐거운 날이며 해, 달과 묘수(昴宿)별이 서로 만나는 때입니다. 말의 왕[馬王]이 하나 있는데 이름을 계시(雞尸)수나라 말로는 다발(多髮)이라 함라 합니다. 모습이 매우 단정하여 보는 사람이 즐겁고 백옥처럼 희며 그 머리는 검푸른데 바람처럼 빠르고 그 소리는 아름다운 북소리 같습니다. 그 말의 왕이 사는 곳에는 멥쌀이 자라나 있는데 등겨가 없고 매우 굵고 희며 향기롭고 온갖 맛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말의 왕은 바로 이 쌀을 먹고는 바닷가에 와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사람의 말로 이렇게 소리내어 외칩니다.
<누가 저 짜디짠 대해의 물을 건널 것인가?>
그리고 이렇게 세 번 말합니다.
<내 이제 편안히 바닷물을 건너 저편 언덕으로 건네 주리라.>
그대들이 만약 이런 말을 만나게 되면 곧 난을 면할 것인데 오직 이 방법만이 있을 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모든 액난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이 말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상인의 우두머리가 또 물었다.
‘그대들은 계시왕의 그러한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보았다면 왜 그에게 가까이가지 않았습니까? 만약 가까이 했다면 어째서 그대들은 건너가지 못하였습니까? 그대들은 이 말을 제일 처음 누구에게서 들었습니까? 이 말은 진실합니까, 아니면 거짓입니까?’
그들은 대답하였다.
‘그대여, 우리는 허공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염부제의 모든 상인들은 어리석고 무지합니다. 왜냐 하면 그 묘수별과 달이 서로 합하는 보름날 그 즐거운 명절 대회 때에 이르지 못하였고 4월 명절 중에 그 북쪽 길을 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곳에 갔다면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그토록 단정한 말왕의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의 왕이 깨끗한 쌀을 먹으며 그곳에서 바닷가에 나와 상반신을 드러내고 날마다 세 차례씩 <누가 이 쓰디쓴 대해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고 싶은가? 내가 편안히 이 곳에서 저 언덕에 이르도록 건네 주리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소리를 듣고서 어떤 사람들은 믿는 마음을 내어 허공의 소리대로 북쪽 길로 나아가 말의 왕이 사는 곳에 갔지만 비록 그곳에 가기는 했으나 그 말을 믿지 않고 도로 돌아 왔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여자 나찰귀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과 같은 재앙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상인의 우두머리가 다시 물었다.
‘그대들은 우리와 함께 말왕이 사는 곳에 가지 않겠소?’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가 만약 성 위로 올라가려 하면 성은 더 높아지고 땅을 파고 나가려 해도 구멍이 도로 합쳐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틀림없이 우리는 여자 나찰귀들의 밥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친척과 권속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당신들은 게을리 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와 권속들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우리는 아무개[某] 성 아무개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만약 당신들이 그곳에 가거든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 부모님과 친척들 그리고 벗들에게 안부를 전하여 이렇게 말해 주시오.
<그대들은 훗날 다시는 저 대해로 나아갈 마음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대해에는 여러 가지 두려운 일들이 있으니 이른바 파도와 검은 바람[黑風], 또는 물이 소용돌이치거나 저미라어(低彌羅魚)와 교룡(蛟龍) 등과 같은 것이 두렵고, 여자 나찰귀들의 공포가 있다. 대해에는 여러 가지 두렵고 겁나는 것이 있으니 그대들은 그저 지금의 그곳에서 모든 방편으로써 적당히 살고 또 힘써 서로 도와 주면서 이런 방편으로 부모, 처자, 권속들과 서로 떠나지 말고 보시를 행하여 많은 복업을 짓고 엄하게 재계를 다스려 가지라.>’상인의 우두머리는 그 말을 듣고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혀 합환나무에서 내려왔다. 나무에서 내려올 때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시에 울부짖으며 외쳐댔다.
‘아아 괴로워라. 너무나 괴로워 견딜 수 없구나. 저 아름답던 염부제 땅을 어찌 다시 볼 수 있을까. 만일 이런 재앙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그곳에서 소똥을 먹으며 살더라도 재물을 구하러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인의 우두머리는 나무에서 내려온 뒤에 왔던 길을 되짚어 본래 처소로 돌아갔다. 무리들을 살펴보니 모든 나찰귀들은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아무 일이 없는 듯 도로 자리에 누워 잠들었다. 이윽고 날이 밝자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나찰귀들에게 눈치 채이지 않고 모든 상인들에게 이 일을 알릴 수 있을까? 지금 만약 저들에게 이런 말을 발설하면 곧 새어나갈 것이요, 비밀이 누설되면 나찰귀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니 틀림없이 우리는 커다란 재앙을 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말을 비밀에 붙여 4월 명절대회까지 기다렸다가 말의 왕이 오는 날에 그들에게 알려 주리라. 왜냐 하면 옛날부터 이런 게송이 있지 않은가.
무릇 친한 이들에게
가벼이 마음 속을 토설하면
그 일은 당장 누설되어서
듣는 사람마다 각각 전하네.
그러므로 원수를 얻게 되고
문득 커다란 고통을 받으리니
이런 까닭에 지혜 있는 이는
오직 그 말을 누설 않는다네.’
상인의 우두머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묵묵히 지냈다. 그러다 마침내 4월 명절대회 때가 되자 비로소 모든 상인들에게 일러 주었다.
‘착하다. 모든 사람들아, 그대들은 이제 게을리 말고 미련을 갖고 집착하지 말며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여인들에게 탐착하거나 음식이나 그 밖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나는 그대들을 너무나도 불쌍하게 여겨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그러니 그대들은 저 여자들이 깊이 편안히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모여서 저 곳으로 나가자.’상인들은 모두 상인의 우두머리가 하는 말을 듣자, 마치 사자가 숲에서 크게 포효하면 산기슭에서 그 소리를 들은 모든 짐승들이 크게 놀라 겁을 집어먹는 것처럼 크게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리하여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아직도 대해에서 극악한 일을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상인들은 그날 한밤중에 모든 나찰귀들이 깊은 잠에 취하였을 때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각각 그가 지시한 장소로 나아가 상인의 우두머리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우두머리여, 당신이 본 대로 저희들에게 말해 주십시오. 혹 다른 데서 얻어들은 것이 있으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 우리를 이익 되게 하기 위해 말해 주십시오.’
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는 모든 상인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잘 살펴서 이 일을 비밀로 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그대들에게 말해주겠다.’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맹세코 당신의 말을 듣고 비밀로 간직하겠습니다.’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는 곧 예전에 그가 보았던 사실들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상인들은 우두머리의 말을 듣고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불안해하며 매우 슬퍼하고 두려움으로 몸을 떨면서 상인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착하신 우두머리여, 우리들은 당장이라도 서둘러 그 말의 왕에게로 가서 우리를 저 염부제 고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합시다.’
그리하여 상인의 우두머리를 위시한 모든 상인들은 다 함께 말의 왕이 사는 곳으로 나아갔다.이때 말의 왕은 그 등겨도 없고 청정하고 향기롭고 맛좋은 멥쌀을 먹고 나서 바닷가에 이르러 상반신을 나타내고 사람의 소리를 내어 세 번 이렇게 말하였다.
‘바닷가 저편 언덕으로 건너고 싶은 자가 있느냐? 내 마땅히 그를 편히 업어서 저 언덕에 건네어 주리라.’
모든 상인들은 그 말왕의 이런 말을 듣자 기쁨이 가득 차 올라 온몸의 털이 모두 일어섰다. 그들은 합장하고 말의 왕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말의 왕이여, 우리들이 저편 언덕으로 가고자 합니다. 우리를 저편 언덕으로 건네 주십시오.’
그러자 말의 왕이 모든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반드시 기억하여라. 분명 저 여자 나찰귀들이 아들과 딸을 안고 그대들을 따라올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아이들을 그대들에게 보이며 구슬프게 통곡하면서 괴로워할 것인데 그때 사랑에 물드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대들이 만약 <저 사람은 내 아내, 저 아이는 내 아들, 저 아이는 내 딸>이라는 생각을 일으킨다면 내 등위에 올라타고 있더라도 그대들은 틀림없이 떨어져 저 나찰귀의 밥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저것은 내 것이 아니요, 나는 그의 것이 아니요, 나의 아들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면 그대들은 내 몸의 털 하나를 쥐고 매달려 있다 하더라도 나는 편안하게 그대들 모두를 바다 건너 저편 언덕으로 건네 줄 것이다.’
이렇게 말한 뒤에 그 말의 왕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지금 내 등에 타라. 또는 내 몸이나 다리를 붙잡도록 하라.’
상인들 가운데 어떤 이는 등위에 올라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리, 허벅지 등 손닿는 대로 모두 붙잡았다.
마침내 말의 왕은 상인들을 태운 뒤에 구슬픈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날아올라 질풍과 같이 달렸다.바로 이때 그 여자 나찰귀들은 그 말왕의 구슬픈 소리와 질풍같이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상인들을 찾았으나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두루 찾아본즉 모든 상인들은 말왕의 등에 타고 또 다리와 발, 모든 갈기와 털을 붙잡고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멀리서 발견하였다.
그러자 그 나찰귀들은 급히 아들딸을 안고 쫓아와 바닷가에 이르러 슬픈 소리로 울며 크게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이제 우리는 남편이 없어졌습니다. 그대들이 바로 우리의 남편이 아니었습니까? 당신들이 예전에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빠져 다 죽게 되었을 때 우리들이 당신들을 건져 주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남편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은 우리를 저버리고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당신들은 이제 보니 은혜도 의리도 없는 이들이었구려.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고 은혜를 갚으려 생각하지 않습니까? 만약 우리가 당신들 옆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이제 참회합니다. 지금부터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을 테니 당신들, 선량한 남편들이여, 가슴속에 원한이나 원망, 분노를 품지 말고 어서 속히 돌아오십시오. 우리를 버리고 지금 어디로 가려 한단 말입니까? 남편들이여, 만약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면 이제 이 아들딸이나 거두어 데려가십시오.’
나찰귀들이 이렇게 사랑이 흘러 넘치는 말을 하였지만 계시 말왕은 곧 그 5백 명의 상인들을 데리고 편안히 큰 바다를 건너 염부제에 이르렀다.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 말의 왕 계시가 누구인지 의심되는가? 그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다른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 그것은 바로 나의 몸이었다. 5백 명의 상인 가운데 우두머리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사리불 비구였고, 그 때의 5백 명의 상인들은 바로 산사야 파리바사가의 5백 명의 제자들이었다.
이 5백 명의 상인들은 말할 수 없는 재앙을 만나 이런 나찰의 곁에 떨어졌다가 여자 나찰귀들이 마음대로 처분하려 하였으나 그 때에도 이 사리불은 그들을 나에게 데리고 왔으며 나는 그때 그들을 재앙에서 구해내어 대해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게 하였다. 오늘날에도 또 다시 산사야가 가르친 그릇된 견해라는 험난한 들판에 떨어진 것을 사리불이 그들을 교화시켜 나에게 데리고 왔으며 나는 그릇된 견해의 험한 들판 속에서 그들을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해주었다.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는 과거에 아직 성불하지 않았을 때에도 이렇게 큰 이익을 지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부처님께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희유한 생각을 일으켜라. 너희들은 이렇게 배워야 한다.”
51. 단불신인행품(斷不信人行品)
이때 세존께서는 장로 사리불과 목건련을 위시한 5백 명을 구제하여 출가시키고 구족계를 준 뒤에 마가다국에서 차례로 유행(游行)하여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모든 촌락과 성읍을 지나 마음대로 가시다가 다시 왕사성에 이르셨다.마하승기사는 이와 같이 말하였다.
가섭유사(迦葉惟師)는 다음과 같이 다르게 말을 하였다.
여래께서는 남쪽 산 있는 곳에 이르러 이곳저곳을 다니시다가 다시 왕사성으로 돌아오셨다. 당시에 큰 위신이 있는 사람과 큰 위력이 있는 많은 선남자들이 여래의 처소에서 청정한 행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비방하며 외쳤다.
“사문 구담은 장차 우리들로 하여금 자식도 없게 하고 우리들로 하여금 집안을 파괴하고 흩어지며 후손이 끊어지게 하려는 것인가. 사문 구담은 이미 천 명의 소라상투 사람들을 강제로 출가시키더니 이제는 산사야 파리바사가에게서 5백 명의 제자들까지 끌고 와서 출가시켰다. 그리고 지금 또 마가다국에 살고 있는 모든 큰 위덕과 큰 위력이 있는 여러 선남자들도 그곳에 가서 청정한 행을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하여 사람들은 비구들이 자기들 앞에 오기만 하면 각기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 큰 사문은 남산을 넘어
다시 여기에 찾아 왔구나.
이미 파리바사가들을 제도했으면서
이제 또 누구를 데려가려 하는가.
그때 그 모든 비구들은 사람들의 이런 게송을 듣고 마음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곧 부처님 처소인 대숲 동산에 나아가 그 게송을 들은 대로 부처님께 말하였다.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걱정 말라. 이런 소리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니 7일이 되면 그런 소리는 자연히 없어질 것이요, 그렇게 되면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들려오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비록 또 다른 어떤 사람이 있어 너희들에게 게송으로 말하기를
이 큰 사문은 남산을 넘어
여기 다시 찾아 왔구나.
이미 파리바사가들을 제도했으면서
이제 또 누구를 데려가려 하는가.
라고 읊거든 너희들은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라.
세존 대장부께서는
사람을 법답게 데려가시니
이미 법답게 행하거든
지혜 있는 이 어찌 거역할 수 있으리.”
어느 날 비구들은 이른 아침해가 동쪽에서 솟을 때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모두 이런 게송을 읊으면서 서로 말하였다.
이 큰 사문은 남산을 넘어
또 다시 여기 찾아왔구나.
이미 파리바사가들을 제도했으면서
이제 또 누구를 데려가려 하는가.
비구들은 이 게송을 듣자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게송으로 대답하였다.그러자 모든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사문 석자(釋子)는 사람을 제도하되 법답게 가르치니 법답게 하지 않는 적이 없구나.’
이런 까닭에 그 소리는 7일 만 떠돌았을 뿐 7일이 지나자 완전히 사라졌으며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그런 게송이 들려오지 않았다.
52. 설법의식품(說法儀式品) ①
그때 또 여러 외도 파리바사가들은 5일마다[五日五日] 항상 모든 사람들을 모아서 설법하였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들었다. 이런 까닭에 모든 파리바사가 외도들은 큰 이양(利養)을 얻고 공경과 존중을 받았다.
이때 마가다국 왕사성 빈바사라왕은 부처님의 법에 대해 깊이 바른 믿음을 내었으므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외도 파리바사가는 5일마다 항상 집회를 하고 설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법을 듣는다. 이런 까닭에 모든 외도들은 큰 이양을 얻고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귀하게 여기고 공양하고 공경한다. 이제 나는 모든 스승들을 모아 5일마다 설법하도록 권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직접 그 대회에 참가해야겠다. 만약 사람들이 그 대회에 내가 참석하는 것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요, 이런 인연으로 우리 스승은 큰 이양을 얻게 될 것이며, 세간에서 그 분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자세하게 이 일을 말씀드렸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런 제안을 따라서 비구승들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이제 5일마다 그대들이 큰 법회를 열어서 다른 이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법의 뜻을 연설할 것을 허락한다.”
비구들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법을 설하고 어떤 법을 설하지 말아야 합니까?” 
비구들의 이런 말을 들으시고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내 이제 5일마다 법회를 열 것을 허락하였으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법의 공덕을 찬탄하고 승가의 공덕을 찬탄하고 믿음의 공덕을 찬탄하라. 내지 간략히 말하면 계행과 많이 듣는 공덕을 찬탄하고 보시 행할 것을 찬탄하고 지혜를 행할 것을 찬탄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행함을 찬탄하고 욕심이 적음을 찬탄하고 두타의 행을 찬탄하고 마을과 성읍을 멀리 떠나 항상 한가한 곳에 머무는 것을 찬탄하고 미묘한 행을 행하는 것을 찬탄하라.
이익을 찬탄하고 정진을 행할 것을 찬탄하고 부모와 어른과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함을 찬탄하고 모든 선지식에게 공양함을 찬탄하라. 착한 말을 찬탄하고 모든 감각기관의 문을 잘 다스리는 것을 찬탄하고 모든 음식의 분량을 절약함을 찬탄하고 초야(初夜)와 후야(後夜)에 잠들지 않는 것을 찬탄하고 바른 생각을 일으키는 것을 찬탄하고 서로 받들어 섬김을 찬탄하고 서로 의논하고 물어 보는 것을 찬탄하고 듣고 깨닫는 것을 찬탄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면 어기지 않고 받들어 행하는 것을 찬탄하고 법을 들으면 바로 아는 것을 찬탄하고 바른 법을 듣고 법에 따라 행함을 찬탄하라.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念佛]을 찬탄하고 법보를 생각하는 것[念法]을 찬탄하고 승보를 생각하는 것[念僧]을 찬탄하고 하늘을 생각하는 것[念天]함을 찬탄하고 보시를 생각하는 것[念施]을 찬탄하라. 적멸을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아나파나(阿那波那)를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몸을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항상 이 몸은 깨끗하지 않다고 관찰하는 법[不淨觀]을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을 찬탄하고 음식에 대하여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이 세상에는 즐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라.
덧없다는 생각을 찬탄하고 괴롭고 텅 비었다는 생각을 찬탄하고 내가 없다[無我]는 생각을 찬탄하고 끊겠다는 생각을 찬탄하고 욕심을 버리는 생각을 찬탄하고 멸한다는 생각을 찬탄하라. 또 백골을 관찰하는 생각을 찬탄하고 뼈가 흩어진다는 생각을 찬탄하고 시체가 퉁퉁 붓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무너지는 생각을 찬탄하고 시체가 동물들에게 반쯤 씹어 먹혔다는 생각을 찬탄하고 흩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반쯤 불에 탔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불에 타 시뻘겋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고 싫어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라.
또한 모든 공덕을 생각하는 것을 찬탄하며 또 4정근(正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도분(覺道分:七覺支)을 찬탄하고 해탈문의 모든 해탈분(解脫分)을 찬탄하고 8승처(勝處)를 찬탄하고 3명(明)을 찬탄하고 또 6신통(神通)의 공덕을 찬탄하여 설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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