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4권
불본행집경 제4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6. 보시죽원품(布施竹園品) ①
그때 세존께서는 얼마 동안 상두산(象頭山)에서 지내시다가 차츰 왕사성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셨다.
우루빈라 마을에서 왕사성은 거리가 그리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가는 도중에 옛 선인(仙人)이 살고 있던 한 숲이 있었으니, 그 숲의 이름은 법우(法雨)였다. 법우 숲 안에는 옛 선인의 초가 암자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언제나 5백 명의 고행 선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5신통을 성취한 사람들로 이미 나이가 들었으며 오래도록 범행을 닦아 왔다. 그들은 백발인 데다 머리카락은 빠졌으며 이가 빠지고 등이 굽었고, 피부에는 검은 반점이 많이 나 있으며, 목의 심줄이 축 쳐진 것이 마치 소의 목 같으며, 그 모습은 바짝 말라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걷기는 하지만 숨이 차서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가고자 해도 엎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수척하고 야위어 껍질과 뼈만 앙상하게 남았으며, 모두 백 세가 된 노인이었므로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들은 지난 옛적부터 여러 선의 근본을 심었기 때문에 오직 지금 생애에는 부처님을 만나기만 하면 곧 믿음의 행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직 법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열반에도 들지 못하고 모두 토굴 속에서 각각 좌선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고행 선인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교화하고자 하여 그곳에 이르셔서 굴 문 밖에서 이런 게송으로 그들에게 이르셨다.
사람이 비록 백 구절의 뜻을 설하더라도
그 뜻과 구절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차라리 백천 구절보다 나은 한 구절을 설해서
듣는 사람에게 고요함을 얻게 하리라.
사람이 백 구절의 게송을 설하더라도
뜻이 없고 문구(文句)가 어긋난다면
한 구절만 설해도 가장 훌륭할 수 있어
들으면 저절로 고요함을 얻을 것이다.
사람이 교묘하게 잘 싸울 줄 알아서
혼자 백만 명을 항복 받더라도
지금 스스로를 항복받을 수 있다면
이를 세간에서 잘 싸운다 이르네.
한 달 동안에 천 번 싸워서
한 번 싸울 때마다 백 배씩 남을 이기더라도
만약 불세존께 귀의해 믿으면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네.
한 달 동안에 천 번을 싸워서
한 번 싸울 때마다 백 배씩 남을 이기더라도
바르고 진실한 법에 귀의해 믿으면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네.
한 달 동안에 천 번을 싸워서
한 번 싸울 때마다 백 배씩 남을 이기더라도
일체 승가에 귀의하여 믿으면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네.
한 달 동안에 천 번을 싸워서
한 번 싸울 때마다 백 배씩 남을 이기더라도
법성(法性)이 공한 것임을 생각하면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네.
마치 어린애가 달마다 배워서
저 띠풀[茅] 끝처럼 소화한다 해도
만약 어떤 이가 불여래께 귀의해 믿으면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네.
만약 어떤 이가 법보와 승보를 믿고
또 법성(法性)의 평등함을 생각한다면
이런 귀의자의 믿음은 헤아리기 어려워
그보다 16배 더 훌륭하리.
세간에서 불의 신에게 꼬박
백 년 동안 제사를 올리더라도
일심으로 3보에 귀의하면
그 복은 백천만 배나 더 훌륭하리.
이렇게 온갖 숫자로도 다할 수 없고
구업(口業)으로도 다 말할 수 없나니
그 정직하고 굳은 마음으로
이런 으뜸가는 복의 과보를 얻으리라.
사람이 백 살을 채워 살면서
숲에서 불의 신에게 제사지내도
만약 잘 조복하는 사람을 만나
잠깐 동안만 희사해 공양한다면
이것은 저 불의 신에게 올리는 제사보다 나아
여러 가지 다 갖추고서 일생을 마치리라.
사람이 백 년을 산다 해도
계를 깨면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나니
인욕과 정진을 굳게 가지면
하루를 살아도 그보다 나으리라.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어리석은 마음으로 언제나 어수선하다면
지혜와 선정(禪定)을 하는 이가
하루를 살아도 그보다는 오래 사는 것이리.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눈멀고 귀먹어 듣고 보지 못한다면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들으며
하루를 살아도 그보다 나으리.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혼란하고 어지럽고 지혜가 없다면
생사의 갈래를 자세히 살피면서
하루를 사는 이가 그보다 낫네.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세간의 무상함을 보지 못한다면
그 몸이 진실하지 않다고 깨닫고서
하루를 사는 이가 그보다 낫네.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세간의 감로처(甘露處)를 보지 못한다면
감로를 알아서
하루를 사는 이가 그보다 낫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묘한 게송을 말씀하실 때 그 모든 고행인들은 이 게송을 듣고서 사람마다 모두 6신통을 증득하였다.
그때 그 모든 고행인들은 굴에서 나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였다. 각각 절을 하고 나서 그곳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목숨을 버리고 열반에 들었다. 또한 그들은 몸에서 물과 불을 내어 스스로를 태웠고, 그 모든 사리는 허공에서 각각 아래로 떨어졌다.그때 세존께서는 그 5백 나한의 사리를 거두어서 한 덩어리로 만든 뒤에 곧 탑을 세우셨는데, 그곳에 있던 모든 비구들이 세존을 도와 진흙과 돌을 모아 탑을 만들었다. 세존께서 신비로운 손의 그물 무늬가 있는 손가락으로 친히 돌을 쌓아 그 탑을 만드셨는데, 탑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세존께서는 그 사리탑 위에 여러 법을 짓고 나서 비구들을 거느리고 마가다국을 향해 나아가셨다. 천 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거느리셨는데, 그들은 모두 이전의 범지들이었다가 출가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차츰 왕사성에 이르렀다.이때 세존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왕사성에 이르시자 장림(杖林)에 머무셨다. 그 숲에는 따로 탑이 하나 있었는데, 선안주(善安住)라 이름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대중에게 둘러싸여
세존은 점차 왕사성에 이르렀네.
맑고 미묘한 장림 가운데 계시며
여래는 그곳에 머무시려 하셨네.
이때 그곳 마가다국에는 빈두사라(頻頭娑羅)라는 이름의 속산왕(粟散王)이 있었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해 들었다.
“사문 구담은 감자종(甘蔗種)의 후예인 석가족으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오늘 이 마가다국에 와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고 있다. 그는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왔는데, 그 비구들은 모두 예전에 소라 상투[螺髻] 범지들이었다가 출가한 사람들이며, 지금 왕사성 옆 장림 속에 있는 선안주 탑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 사문은 이 세상에 큰 소문이 퍼졌는데, 그는 바가바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불리며, 지금 그곳에서 인연 있는 이를 교화한다.또 세존은 능히 하늘ㆍ인간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의 모든 세간 가운데에서 스스로 신통으로 다 증득해 알며, 알고 나서 ‘생사는 이미 끊어졌으며 범행이 이미 서고, 할 것을 다해서 마쳤으므로 다시 후세에 태어남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세존의 설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으며, 그 뜻이 미묘하다. 오직 홀로 구족하였으며 끝까지 청정하게 설법하는 이다. 만약 누구든 이런 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가서 보게 되면 그 사람은 아주 좋다. 나도 이제 그 대사문 곁에 나아가 세존을 만나야겠다.”그때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은 곧 좋은 수레에 멍에를 메워서 타고 12나유타나 되는 국내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서 왕사성을 나와 여래를 뵙고자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이때 그 나라 왕사성에는 파라발제(婆羅跋帝)라는 이름의 음녀(淫女)가 살고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매우 단정하고 예뻐서 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였고, 세상에 그녀와 짝할 만한 여인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노래와 춤으로 놀이를 하고 음악을 환히 알아 모든 기예와 64가지나 되는 재주를 모두 완벽하게 잘 해냈다. 그런 음녀도 이 사문 구담이 석가 왕족에서 출가하였음을 전하여 듣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그 사문에게 가 보아야겠다.’
그 여자는 이렇게 나타나 보이려고 문을 나오다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빈두사라 대왕보다 앞서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 저 빈두사라 대왕은 많은 사람의 힘으로 길을 트고 사문에게로 갈 것이다. 또 여러 사람이 많이 모여 엄청나게 소란스러울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나는 길이 막혀서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지금 담장을 무너뜨려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급히 가서 먼저 세존을 뵈어야 한다.’그 여자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사람들을 고용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누구든 성(城) 담장의 벽돌을 많이 빼기만 한다면 그 사람에게 얼마든지 돈을 주겠소.”
그러자 고용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담장을 무너뜨리고 모든 기왓장과 돌과 가시를 말끔하게 치워 평탄하게 길을 내었다. 음녀 파라발제는 곧 좋은 수레를 준비하여서 타고 집을 나와 곧고 바른 큰길을 따라 길을 떠났다.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음녀 파라발제의 속마음을 아시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저 음녀가 빈두사라왕에 앞서 먼저 와서 나를 만난다면 저 왕이 뒤에 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의심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서 곧 신통을 내어 그 음녀를 왕보다 먼저 오지 못하게 하셨다. 그 빈두사라왕도 먼저 오려 하였으나 수레가 한 곳에 멈추어 서더니 꼼짝하지 않았다.그러자 빈두사라왕은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겁이 나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에게 무슨 귀신의 재앙이 있어 나를 방해하는 것일까?’
이럴 무렵 그곳에 한 천신(天神)이 빈두사라왕의 마음을 알고 허공에서 몸을 숨긴 채 왕에게 일러 주었다.
“대왕이여, 당신은 무서워 마시오. 지금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재앙도 변괴도 아니오. 다만 당신이 첨파성의 어떤 곳에 사람 하나를 가두고 있는데 그를 풀어준다면 수레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오.”
빈두사라왕은 그 천신의 말을 듣고 빨리 사람을 보내어 그를 풀어 주게 하였다. 그 사람을 풀어 주자 수레는 움직였고, 왕은 수레를 타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간 뒤에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 곳에 이르자 내려서 숲길을 걸어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마가다국의 장자나 거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도 어떤 이는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서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부처님을 대하여 좋은 말로 각각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기도 하였고, 또 어떤 이는 불세존 앞에서 자기 이름을 말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기도 하였으며, 또 어떤 이는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또 어떤 이는 부처님을 향해 묵묵히 마주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이렇게 그 나라의 모든 인민ㆍ장자ㆍ거사들은 한쪽에 앉은 뒤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 자리에는 대사문도 있고 또 우리의 국사(國師)인 우루빈라 가섭도 있다. 그런데 참 궁금하다. 지금 이 구담 사문이 가섭에게서 범행을 배우는 것일까, 아니면 가섭들이 사문에게서 범행을 배우는 것일까?’그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시고 게송으로 그 장로 가섭에게 물으셨다.
가섭아, 그대는 무슨 일을 보았기에
예전에 저 강가에서 고행을 닦았는가.
그리고 그 제사를 버린 일은 어찌된 것인지
나와 대중에게 그 뜻을 말하라.
그때 장로 우루빈라 범지 가섭은 곧 게송으로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색ㆍ소리ㆍ냄새ㆍ맛과 촉감과 법
5욕이니 세간 사람이 구하는 바요,
이러한 물든 사랑은 하늘에도 가득 차
이런 것을 탐하여 저는 제사를 모셨습니다.
그때 마가다국 일체 인민ㆍ장자ㆍ거사와 바라문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친히 게송 하나를 읊자 저 우루빈라 가섭도 게송 하나를 읊는구나. 도대체 이 두 사람 가운데 어느 분이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알 수 없구나.’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다시 우루빈라 가섭에게 물으셨다.
가섭아, 색ㆍ소리ㆍ냄새ㆍ맛과 촉감 등의
법에서 그대는 무엇을 즐겼는가.
혹은 천상이나 인간 가운데서
그대가 탐하던 것 대답해 보아라.
그때 장로 우루빈라 범지 가섭은 다시 거듭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적정하여 걸림없는 공(空)을 보니
서로 걸리지 않아 집착할 수 없으며
바뀌지 않는 곳이고 속임도 없어
그곳에 제사하고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때 마가다국 일체 인민ㆍ장자ㆍ거사 등은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친히 두 번째 게송을 읊으니, 저 우루빈라 가섭도 게송을 두 번째 게송을 읊는구나. 아직도 어느 분이 스승이고, 어느 분이 제자인지 모르겠구나.’
이와 같이 시방의 모든 불세존에게는 다 이런 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일체 대중들로 하여금 크게 기쁜 마음과 또 희유한 생각을 내게 하지 못하면 곧 설법하지 않는 것이다.부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크게 기쁘고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하시고자 우루빈라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가 지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저 마가다국의 일체 인민ㆍ장자ㆍ거사ㆍ바라문들을 위하여 성자의 법[上人法]을 보여 주고 신통을 나타내 보여라.”
가섭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답하였다.
“세존께서 일러 주신 대로 하여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우루빈라 가섭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통을 일으켜서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그리하여 공중에서 경행(經行)하기도 하고, 또는 서거나 앉으며 또는 눕기도 하고, 혹은 몸에서 연기와 불꽃을 내고 혹은 몸을 숨기기도 하며, 이렇게 온갖 신통을 나타내어 두루 보인 뒤에 공중에서 내려와 땅 위에 서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참으로 저를 가르치신 스승이시고 저는 참으로 이 위없는 세존의 성문(聲聞) 제자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미묘한 신통을 거두어들인 뒤에
세존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합니다.
저는 제자로서 할 일을 이미 다하였으니
세존은 참으로 나의 스승이십니다.
그때 마가다국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와 모든 인민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우루빈라 가섭이 바로 사문 구담의 제자로구나. 그가 사문 곁에서 범행을 행하고 있는 것이었구나.’
그러자 세존을 향해 믿는 마음과 희유한 생각이 일어났다.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대중들이 크게 기뻐하고 희유한 생각을 일으킨 것을 보시고 곧 그들을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와 지계를 가르쳐 행하게 하시고, 천상에 나는 인연 업보를 말씀하시고, 5욕락의 일을 싫어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고, 번뇌[漏]를 없애는 인연과 번뇌를 다 끊는 것을 말씀하시고, 출가를 찬탄하여 해탈을 도우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 바라문ㆍ장자ㆍ거사를 비롯한 모든 인민들이 크게 기쁜 마음을 내고 부드러운 마음과 물들지 않은 마음을 낸 것을 아셨다.세존께서는 저 대중들이 도를 얻을 수 있음을 아셨다. 또 모든 부처님도 모든 중생을 찬탄하여 그들이 도법을 얻음을 아시면 곧 대중을 위하여 근기에 따라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등을 설하시는데, 세존도 저 대중을 위하여 이 법상(法相)을 펴셨다. 그러자 빈두사라왕을 위시하여 그 밖의 11나유타 사람들이 동시에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또 어떤 논사는 말하였다.
“12나유타의 사람들이 멀리 티끌과 때[垢]를 여의고 번뇌를 모두 없애어 마음이 깨끗해지고 모든 법 가운데 깨끗한 법의 눈이 트였으며, 모든 집기한 법[集法]은 다 멸하는 것임을 사실 그대로 증득하여 알았다. 마치 때가 묻지 않고 검은빛도 없는 희고 깨끗한 옷은 어떤 색을 물들이든 그대로 염료의 색깔을 쉽게 받아들이듯이, 그와 같이 그 마가다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와 인민들은 그 자리에서 멀리 티끌과 때를 여의었다. 그리고 나아가 모든 괴로움이 집기한 법[苦集法]은 다 멸하는 법임을 그와 같이 증득해 알았으며 그 가운데 또 1나유타의 재가 신자들은 우바새 계를 받았다.”이때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은 법상(法相)을 보고 법상을 알고 난 뒤에 법상에 들어가 법상 가운데서 이미 모든 의심을 완전히 끊어서 걸림없이 꿰뚫었다. 그리하여 모든 법에 대해서 다시는 마음에 걸림이나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세존의 법 가운데서 다른 이를 따르거나 다른 이에게 묻지 않게 되었다. 이와 같이 모든 법 가운데서 이렇게 자재롭고 걸림없는 경지를 얻게 된 빈두사라왕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이시여, 예전에 제가 동자였을 때 다섯 가지 소원을 세웠는데 오늘에야 그 모두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다섯 가지 소원이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 저는 소년일 때에 일찍 왕위를 얻고자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이 첫 번째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둘째 소원은 왕위에 오른 뒤에 제가 다스리는 나라 안에서 부처님께서 나시기를 원했습니다. 이 두 번째 소원도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셋째 소원은 부처님께서 나시면 저는 그 세존께 나아가 공양을 베풀어 그 분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었는데, 이제 제 마음의 세 번째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넷째 소원은 그 세존께서 크게 기쁜 마음을 내시고 저를 위하여 법을 설하시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이 네 번째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섯째 소원이란, 그 세존의 법문을 듣고 그 분이 설하시는 모든 법을 제가 모두 증득해 아는 것이었는데, 이제 다섯 번째 소원도 다 이루어졌습니다.또 세존이시여, 예전에 제가 동자였을 때 제가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어지기를 소원하였는데, 위없는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 성취하였습니다. 훌륭하신 수가타시여, 저는 이제 이겼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몸이 굽어졌다가 펼 수 있게 되고, 도망치던 사람이 숨어 있다가 벗어날 수 있게 되며, 길 잃은 사람이 길을 찾고, 어두운 땅에서 등불을 얻고, 앞을 보지 못하던 사람이 모든 대상을 환하게 보는 것과 같습니다. 위없는 세존이시여, 지금의 저도 바로 그와 같습니다. 그렇게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또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세존께 귀의하고 법보에 귀의하고 성스러운 승가에게 귀의합니다. 오늘부터 어느 때나 우바새로서 지녀야 할 행동을 하겠습니다. 제발 세존께서는 저의 다음과 같은 다짐을 알아주십시오. 여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이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맹세코 살생을 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를 마치 저의 생명처럼 여기겠습니다. 모든 중생들이 귀의할 곳이 되겠으며, 이렇게 5계와 10선을 지니겠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부처님과 비구들은 내일 제가 베푸는 공양을 받아 주소서.”세존께서는 마가다국의 빈두사라왕을 위하여 묵묵히 그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빈두사라왕은 부처님께서 묵묵히 그 청을 받으신 줄 알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이 수레를 타고 왕사성으로 들어오십시오. 제가 직접 이 수레를 끌고 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이르셨다.
“훌륭한 대왕이여, 모쪼록 대왕은 언제나 안락하기를 원하오. 나는 수레를 타지 않소.”그때 빈두사라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세존을 에워싸고 세 번 돈 뒤에 작별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빈두사라왕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오늘 마가다왕이 세존께 말이 끄는 수레를 타시도록 보시하고 또 자기는 걸어가겠다고 자청하였는데, 이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이렇게 말하고 묵묵히 기다렸다.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그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은 오늘만 나에게 말이 끄는 수레를 보시하고 나를 위하여 수레를 끌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지난 옛날에도 나에게 그와 같이 보시한 적이 있었다.”
모든 비구들은 거듭 부처님께 청하였다.
“제발 저희들을 위하여 그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나간 옛날 일을 생각해 보건대, 옛날 가시국(迦尸國)에 선의락법(善意樂法)이란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법다운 왕의 정치를 펴 백성을 다스렸다. 그때 제석천왕이 그 왕을 만나고자 하여 조어천(調御天) 마다리(摩多梨)수나라 말로는 무착처(無著處)라고 함에게 말하였다.
‘너 마다리는 가시국의 선의락법왕에게 가서 <그대 선의락법이여, 삼십삼천과 제석천왕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니 당신은 사양하지 말고 꼭 오시오>라고 말하여 그를 나에게 데리고 오너라.’조어천 마다리는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천주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그는 천 필의 말에 좋은 수레를 매었다. 수레를 화려하게 꾸민 뒤에 곧 염부제로 내려가 가시국 선의락법왕의 처소로 갔다. 그는 왕의 처소에 도착하자 허공에 머문 채 게송으로 선의락법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이 수레에 오르시오.
더할 수 없이 화려한 하늘의 수레에 오르시오.
모든 하늘들이 그대를 생각하나니
바로 저 삼십삼천의 왕들이 그러하오.
이때 선의왕은 이 소리를 듣고
곧 동쪽으로부터 가장 훌륭하여
비할 곳 없는 그 수레에 올랐으니
수레는 드높은 천왕궁을 향해 나아갔네.
모든 천왕들 멀리서 그 왕을 보자
각각 일어나 맞으며 그에게 이른다.
‘어서 오십시오, 인간 세상의 법왕이시여.
여기 제석천왕과 함께 앉으시오.’
이때 제석천 대왕은
멀리서 그 왕을 보고 일어나
맞이하며 왕에게 말하였네.
‘잘 오셨소, 세간의 대왕이여.
지금 이곳 자재천에서
하늘의 위력을 받아 머무시오.
마음대로 얼마든지 머물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드리리라.’
그리하여 왕은 도리(忉利)의 삼십삼천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마음이 즐겁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수명이 줄어들까 두렵구나.’
그리고 나서 곧 게송으로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내 오래전 천상에 처음 왔을 때는 즐거웠고
이곳의 음악도 그 소리가 미묘하였는데
내 이제 수명이 다할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하늘의 과보가 즐겁지 않습니다.
도리천궁 제석천왕은 곧 게송으로 그 선의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지금 수명이 줄지 않았고
목숨이 다할 날도 아직 멀었소.
다만 왕의 선업이 미미한 까닭에
천상이 즐겁지 않은 것이오.
그대는 스스로의 힘으로 수레를 타고 왔지만
이제 그 업이 남김없이 다하였네.
이미 죄업으로 마음이 어지러운 까닭에
천상이 즐겁지 않은 것이오.
이제 만약 하늘의 위력을 받으려 하고
하늘의 쾌락을 예전처럼 받고자 한다면,
저 미묘한 수레를 탔을 때와 같이 되고자 하고
또 묘한 숲 동산에 미혹하고자 한다면
그대가 지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
곧 마음 즐겁게 천상에 머물 수 있으리라.
선의왕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곧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참으로 어지신 천왕이여, 나는 인간 세상으로 가서 많은 복업을 지어 보시를 행하고, 고행을 행하고, 착한 일을 하고, 진실한 말을 많이 하며 재계를 받겠습니다. 나는 이런 모든 선업을 짓고 나서 다시 이 천상에 올라오겠습니다.’제석천왕은 그 왕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시오. 당신의 말과 같이 오늘부터 이곳을 떠나 인간 세상으로 가서 그와 같은 여러 가지 공덕을 짓고 선업을 많이 짓고 나아가 보시를 하고 재계를 받아 그런 선업을 짓고 난 뒤에 다시 천상으로 올라오시오.’
이때 선의왕은 그 천상에서 많은 때를 지낸 뒤에 다시 염부제로 내려와 그 왕궁에 이르니, 그 궁내의 모든 채녀와 왕후며 모든 왕자들과 대신 백관이며 친족 권속들은 다 죽고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왕은 그 옛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자 마음이 즐겁지 않고 근심 걱정과 슬픔으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것이 그들의 옛 옷이고,
영락이며 팔찌, 귀걸이구나.
평생 아끼며 남에게 베풀지도 않더니
죽은 뒤에 물건은 남았는데 몸은 어디 갔느냐.
이러한 온갖 장식품들과
아름답게 꾸민 침상이며 이불들
동산 숲 못과 늪이며 향기로운 산들
문득 이곳을 버렸구나.
모든 백성들도 볼 수 없고
온갖 궁전들도 텅 비어서
처자와 권속도 다 사라졌으니
내 이곳에서 무엇이 즐거울 것인가.
지혜롭고 훌륭하고 매우 부귀한
위엄과 덕으로 우리는 태어났지만
목숨 맡은 악귀(惡鬼)는 보호하지 않아
모두 다 사라지고 흩어지게 했네.
부유하거나 귀하거나 빈천한 이거나
총명하거나 지혜롭거나 어리석은 이거나
소년이나 장년이나 늙은이까지도
시절이 다하는 때에 이르면
그 목숨 맡은 귀신도 보호하지 못하고
모든 것 움켜쥐어 죽게 하네.
모든 찰제리며 바라문들이나
비사와 수다라의 귀하고 천한 자들
혹 전다라와 도마(塗摩)의 무리
때가 되면 가리지 않고 쓸어가네.
모든 것은 남김없이 꺾이니
마치 산골 물이 세차게 흘러
가파른 강가의 나무를 쓸어가듯
늙고 병들고 죽음도 때가 되면 그러하여
중생의 몸과 명근(命根)을 먹어 삼키니
나는 내 눈으로 그곳을 보았노라.
네 언덕에 있는 4진(鎭)의 주인이며
저 삼십삼천의 도리천궁에서
한 번 즐기며 유쾌하게 지낸 것이
7일 낮 7일 밤밖에 되지 않았네.
나는 그 제석천궁에 머물면서
항상 천왕을 직접 만났고
거기서 만났던 모든 천왕들에게도
항상 이런 일이 있음을 보았네.
나는 이제 오직 복업을 지어
보시를 행하고 지계를 행하며
정진과 인욕과 지혜 선정을 닦으리니
결코 다시는 왕위의 과보를 구하지 않으리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그 때의 선의왕이 바로 지금의 나이고, 당시 마다리 조어천이 바로 저 마가다국의 빈두사라왕임을 알아라. 그 때에도 그는 그렇게 나에게 수레에 오르기를 청하고 또 나를 위하여 몸소 끌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와 같이 나에게 수레에 오르기를 청하고 또 자기가 직접 수레를 끌고자 한 것이니, 본래 서원이 그러하였기 때문이다.”한편 빈두사라 대왕은 궁전에 도착한 뒤에 그날 밤에 온갖 맛나는 음식을 풍족하게 준비하였으니, 이른바 씹어 먹고 빨아먹고 마시는 것들을 먹음직스럽게 장만하였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고 나서 궁전을 깨끗이 소제하고 자리를 편 뒤에 곧 사람을 부처님 처소로 보내어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공양할 때가 되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세존께서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예전에는 범지였던 이들로서 출가한 천 명의 비구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왕사성으로 나아갔다.이때 도리천궁의 제석천왕은 곧 자신의 하늘의 몸을 동자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그의 모습은 단정하고 어여뻐 모든 사람이 보면 누구나가 즐거워하였다. 그는 머리 위에는 소라 상투로 관을 삼고 몸에는 누런 옷을 입고 왼손에는 황금 물병을 들고 오른손에는 여러 가지 보배의 지팡이를 들고서 부처님과 비구들 앞에서 걸어갔는데, 그는 걸어갈 때 발이 땅에서 네 치 가량 떠서 흙이나 먼지가 묻지 않았다. 그때 동자의 몸을 한 제석천은 이런 게송을 읊었다.
여래는 스스로 조복하고 남도 조복하시니
옛날의 소라 상투 범지였던 천 명과 함께
이렇게 황금빛 묘한 몸을 지니신
위없는 세존께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시네.
스스로 고요하고 남도 고요하게 하시니
옛날의 소라 상투 범지였던 천 명과 함께
이렇게 황금빛 묘한 몸을 지니신
위없는 세존께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시네.
스스로 건지시고 남도 건지시며
옛날의 소라 상투 범지였던 천 명과 함께
이렇게 황금빛 묘한 몸을 지니신
위없는 세존께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시네.
스스로 해탈하고 남도 해탈시켜
옛날의 소라 상투 범지였던 천 명과 함께
이렇게 황금빛 묘한 몸을 지니신
위없는 세존께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시네.
열 가지 법문을 설하시고
10력과 10무승(無勝)을 고루 갖추신 분
천 명의 비구들에게 좌우로 둘러싸여서
위없는 세존께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시네.
이때 성안의 모든 인민들은 제석천왕의 이런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동자는 참 아름답고 훌륭하며 비길 데 없고 누구든 그를 보는 사람은 즐거워진다. 이 사람은 누구의 시자(侍者)일까? 그는 누구를 모시고 받드는 자일까?”
그때 그 도리천 제석천왕은 모든 사람들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모든 부처님은 일체를 항복받아
고요하며 위없고 가장 높다네.
천상과 인간의 공양을 받으시니
나는 지금 그 분의 시자입니다.
가장 큰 장부로서 만물을 항복시키니
부처님 세존보다 나은 이는 없습니다.
천상과 인간의 공양을 받을 만한 분이신데
나는 지금 그 분의 시자입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조용히 발을 옮겨 빈두사라왕 궁전으로 들어가셨다. 그리하여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빈두사라왕은 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이 편안히 앉은 것을 보고 손수 온갖 음식과 반찬들을 갖추어 들고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베풀었다. 모든 이들이 넉넉하고 흡족하게 다 먹고 나자 손발을 씻고 각각 작은 자리를 가지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이때 빈두사라왕은 부처님 앞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오늘 부처님을 어느 곳에 계시게 할까? 이 성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으며 출가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러 법답게 도를 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리고 빈두사라왕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죽림원(竹林園)은 성읍에서 가까워 왕복하기가 편하며, 오고 가도 피로하지 않고, 평탄하여 가기도 쉽고,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즐기고 이익을 구하여도 얻기 쉬우며, 게다가 모기와 등에며 독사나 빈대들이 적고, 낮에도 조용하여 사람의 왕래가 없고, 밤에는 소리가 적어 조용하다. 성과 못이 가까워 오가는 데 장애가 없으니, 착한 사람이 수도하는 곳으로 삼기에 족하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 죽림(竹林)을 세존께 받들어 세존께서 머무실 처소로 삼게 해야겠다.’그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 세존이시여, 이 죽림원(竹林園)은 왕사성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내지 착한 사람이 수도하기에 알맞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에게 어떤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죽림을 부처님께 보시하니 머무실 곳으로 삼으십시오.”이때 부처님께서 빈두사라왕에게 이르셨다.
“그렇게 하겠소, 대왕이여. 만약 나에게 죽림을 보시하고자 하거든 저 사방에서 모여든 승가에게 보시하기를 허락하시오.”
빈두사라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과 같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황금의 병을 들고 세존께 물을 드리고 다시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이 죽림원은 성에서 가깝고 내지 착한 사람이 수도하기 좋은 곳입니다. 저는 이제 모든 불세존과 사방의 승가에게 보시하겠습니다. 그러니 세존께서는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보시를 받아들여 주소서.”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그를 가엾게 여기시어 받아들이셨으며, 이런 게송으로 축원하셨다.
온갖 나무가 섞인 동산 숲이며
모든 다리가 다 갖추어졌고
못ㆍ도랑ㆍ우물ㆍ샘도 가득하여
배가 오가며 사람을 건네주네.
그들은 항상 밤낮 가운데
복의 과보가 끝없이 날로 더하니
법을 행하고 계를 지키는 사람도 그러해
믿고 공경함이 굳으면 하늘에 태어나리라.
이때 세존께서는 빈두사라왕을 위하여 축원을 다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본래의 처소로 돌아가셨다. 본래의 처소에 이르시자 이런 인연으로 모든 대중들을 모으셨다.
“너희 비구들아, 지금부터 이후에는 모든 비구들이 스스로 동산 숲을 잘 가꾸라.”
니사새(尼沙塞)의 논사는 이렇게 죽림원을 받은 인연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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