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95권
법원주림 제95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95. 병고편(病苦篇)[여기에는 6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첨병부(瞻病部)
의료부(醫療部) 안치부(安置部) 염념부(斂念部)
(1) 술의부(述意部)
대저 삼계(三界)는 멀고 넓으며 6도(道)는 왕성하게 일어나지만 이 모든 것은 4대(大)에 의하여 서로 돕고 5근(根)에 의하여 바탕을 이루지 아니함이 없다. 4대가 모이면 몸이 되고 흩어지면 공(空)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바람[風]과 불[火]의 성품이 다르고, 땅[地]과 불[火]의 바탕이 달라서 저마다 그 분수에 알맞게 적합해지려고 하나 그 적합해지려는 도리는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런 까닭에 조화(調和)가 무너지기는 쉬우니 하나의 대[大]가 갑자기 고르지 않게 되면 네 개의 대가 모두 함께 손상된다. 가령 지대(地大)가 증가(增加)하면, 형체가 검어지고 살에 푸른 어혈이 생기며 응어리가 맺히면서 쇠와 같이 되고 돌과 같이 된다. 그 반면에 지대가 이지러지면 팔다리가 힘이 없고 약해지면서 혹은 반신불수가 되기도 하고, 혹은 한쪽이 바짝 마르면서 못쓰게 되기도 하며, 혹은 기억이 없어지면 총명을 잃게 되기도 한다. 또 수대(水大)가 증가하면, 피부가 부으면서 몸에 화색(華色)이 없어지고 온몸이 축 늘어지면서 얼굴에 황달기가 오며 손과 다리에는 종기투성이이고 방광(膀胱)이 붓고 당기게 된다. 그 반면에 수대가 줄어들면 몸이 마르면서 뼈가 나오고 힘줄이 튀어나오면서 맥(脈)이 잠기며 입술과 혀가 바짝 마르고 귀와 코가 타면서 막히며 5장(藏)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진액(津液)이 밖에서 다 없어지며 6부(腑)가 소모되면서 스스로 존립하지 못한다.
또 화대(火大)가 증가하면, 온몸에 열이 나고 가슴 속이 답답해지면서 마치 타는 것 같고 악창과 부스럼과 상처들이 생기면서 피와 고름이 흘러 넘치고 더러운 악취로 가득 차게 된다. 그 반면에 화대가 줄어들면 온몸이 파리해지면서 5장 6부가 마치 얼음과 같이 되며 3초(焦)가 막히고 한기(寒氣)가 엉기면서
입은 마치 서리를 머금은 것 같이 되고 여름에 갑옷을 포개 입어도 더운 줄을 모르며 먹은 것은 소화가 되지 않고 늘 구역질이 나온다. 또 풍대(風大)가 증가하면, 숨이 차고 가슴이 막히며 장부[腑]와 위가 막히고 손발이 느슨해지면서 힘이 없어지며 온몸이 쑤시고 저리게 된다. 그 반면에 풍대가 줄어들면, 몸이 바짝 마르고 숨결이 실낱같이 되며 움직이기만 하면 피로하고, 숨을 쉬는 것이 끌어당기듯 하며 기침이 나오고 트림과 딸꾹질이 나와서 목구멍과 혀가 몹시 급해지며, 배에는 압박감이 있고 등은 구부러지며 염통 속은 얼음과 같아지고, 목의 힘줄과 목구멍의 맥이 세차게 뛰면서 붉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갖가지 일은 모두 4대가 잠시 증가하기도 하고 잠시 줄어들기도 하면서 질병이 나게 한다. 이미 하나의 대(大)가 쇠약해지면 세 개의 대가 모두 고통을 받으면서 차츰차츰 다 병이 되어서 함께 괴로움을 받게 된다. 4대가 서로서로 어김은 진실로 고통의 과보 때문이니, 남에게나 자신에게 부끄러워함이 없고, 은혜와 의리도 없으며, 항상 네 철[四時]을 따라 필요한 바를 공급받아 밤낮으로 기르는데도 은혜를 짊어진 일이 없고, 일부분의 이바지함을 잃어서 곧 병의 고통을 초래한다. 이미 은혜가 없음을 알았으므로 헛되이 양육에만 애쓰고 있을 뿐이니, 비록 맛있는 음식과 화려한 의복을 더 한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더러운 쓰레기가 되고 만다. 다만 4지(支)의 몸을 얻는데 나아가 배고픔과 추위만을 제거함으로써 끝내 그대를 위해 미리 축적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수고롭게 함으로써 수도(修道)를 추구하는 것을 폐지할 따름이다.
참으로 몸은 고통의 그릇이요 5음은 굽지 않은 병[瓦甁]이므로 손상하기는 쉽되 보존하기는 어렵다. 4대는 덧없고 허망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어기게 되고 5음의 인연은 잠시인데도 괴로움과 근심을 많이 나게 한다. 그런 까닭에 형상을 인간의 세상에 받으면서도 더럽고 흐린 때를 만나게 되고, 바탕이 거짓된 몸을 받으면서도 두려움의 지경에서 살게 되나니, 깊숙하고 어두운 데는 한량이 없고, 귀신은 항하의 모래만큼 많으며 종족(種族)은 더욱더 많아서 풀과 산가지로도 가리지 못한다. 혹은 방(房)에 의지하거나 묘(廟)에 의지하기도 하고, 혹은 산악에 달라붙거나 언덕에 달라붙기도 하여서 무릇 심령(心靈)을 지닌 중생이면 모두가 다 지기(地祇)의 울림[響]이 있게 되나니, 정신을 어둡게 하고 의식을 흐리게 하여 자나깨나 두려움만이 많게 된다. 바라건대, 위태한 곳에 임하여 생각을 거두어 잡을 수 있으면 세 번의 칭함[三稱]도 기다릴 것 없나니, 험난한 곳에 있으면서 편안함을 만나거늘 어찌
천 번[千遍]인들 수고롭다 하겠는가. 바라노니 더욱 신령한 도(道)를 더하고 한층 거룩한 빛을 채우면서 선(善)으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고 서로 괴롭히거나 해치지 말라. 이 정성스런 말을 잊지 않아야 믿음의 보람이 효과가 있으리라.
(2) 인증부(引證部)
『불설의경(佛說醫經)』에서 말하였다.
“사람 몸 안에는 본래 네 가지 병이 있다. 첫째는 땅[地]이요, 둘째는 물[水]이요, 셋째는 불[火]이요, 넷째는 바람[風]이다. 바람이 증가하면 기운[氣]이 일어나고, 불이 증가하면 열(熱)이 일어나며, 물이 증가하면 추위[寒]가 일어나고, 흙이 증가하면 힘[力]이 왕성해진다. 본래 이 네 가지 병으로부터 404종의 병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흙은 몸에 속하고 물은 입에 속하며 불은 눈에 속하고 바람은 귀에 속한다.
불이 감소하면 추위가 많고 눈이 어두워진다. 봄의 정월ㆍ2월ㆍ3월은 추위가 많고, 여름의 4월ㆍ5월ㆍ6월은 바람이 많다.[서쪽 나라의 여름 동안은 바람이 많고 더위가 적으므로 한(漢)나라 땅과는 같지 않다.] 가을의 7월ㆍ8월ㆍ9월은 더위가 많고[서쪽 나라에서는 이 가을철에 더위가 왕성해지기 시작하므로 역시 한나라 땅과는 같지 않다.] 겨울의 10월ㆍ11월ㆍ12월은 바람도 있고 추위도 있다.
봄에 추위가 많은 까닭은 만물이 나는 것이 모두 추위로써 나오기 때문이다. 여름에 바람이 많은 까닭은 만물이 무성함으로써 음양(陰陽)이 합하고 모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더위가 많은 까닭은 만물이 이루어지고 익기 때문이다. 겨울에 바람도 있고 추위가 있는 까닭은 만물이 죽고 더위가 갔기 때문이다.
3월ㆍ4월ㆍ5월ㆍ6월ㆍ7월은 시기에 알맞아서 누워 잘 수 있다. 왜냐 하면 바람이 많아서 몸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8월ㆍ9월ㆍ10월ㆍ11월ㆍ12월ㆍ정월ㆍ2월은 기후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누워서 잘 수가 없다. 왜냐 하면 추위가 많아서 몸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봄의 석 달은 추위가 있기 때문에 보리와 콩을 먹지 말 것이요, 겨와 쌀과 제호(醍醐)와 모든 열물(熱物)을 먹어야 한다.[서쪽 나라의 보리는 냉(冷)하며, 겨와 쌀 등은 열물(熱物)이다.] 여름의 석 달은 바람이 불므로 토란과 콩과 보리는 먹지 말 것이요, 겨와 쌀과 우유와 타락[酪]을 먹어야 한다. 가을의 석 달은
더위가 있으므로 겨와 쌀과 제호는 먹지 말 것이요, 가늘게 만든 쌀미싯가루와 꿀과 기장을 먹어야 한다. 겨울의 석 달은 바람과 추위가 있어서 양(陽)이 일어나고 음(陰)이 합쳐지므로, 겨와 쌀과 호두(胡豆)와 국과 제호를 먹어야 한다.
시기에 알맞아서 누웠다가도 바람이 일어나면 알맞은 시기가 소멸되기도 하고, 시기에 알맞아서 누웠다가도 불이 일어나면 알맞은 시기가 소멸되기도 하며, 시기에 알맞아서 누웠다가도 추위가 일어나면 알맞은 시기가 소멸되기도 한다.
사람이 병을 얻는 열 가지 인연이 있다. 첫째는 오래 앉아서 눕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음식에 절제가 없는 것이며, 셋째는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요, 넷째는 너무 피로한 것이며, 다섯째는 마음껏 음탕하게 노는 것이요, 여섯째는 성을 내는 것이며, 일곱째는 대변을 참는 것이요, 여덟째는 소변을 참는 것이며, 아홉째는 상풍(上風)을 억제하는 것이요, 열째는 하풍(下風)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열 가지 인연으로부터 병이 생기거니와 아홉 가지 인연만 있으면 수명이 아직 다되지 않았더라도 그 때문에 횡사(橫死)하게 된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404병(病)이란 4대로 된 몸이 항상 서로 침해하는 것이니, 낱낱의 요소[大] 안에서는 101종의 병이 생기게 된다. 냉병(冷病)에 202종이 있나니, 물과 바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열병(熱病)에 202종이 있나니, 땅과 불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불은 뜨거운 모양이요 땅은 굳은 모양이다. 굳은 모양이기 때문에 녹이기 어렵고 녹이기 어렵기 때문에 열병을 일으키게 된다. 피와 살과 힘줄과 뼈와 맥과 골수 등은 바로 땅의 몫이다. 그 업보(業報)를 제외하면 온갖 법은 모두가 화합한 인연(因緣)에서 생긴다.”
(3) 첨병부(瞻病部)
대개 4대는 조화하기 어렵고 6부(腑)는 다시금 배반한다. 업보 있는 몸이면 갑자기 오래 앓는 병에 걸리게 되나니, 가령 세속을 버리고 출가한 이가 외로이 다니다가 혼자 묵을 때이거나, 혹은 가난하고 병들고 늙고 약한 이가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 만일 서로 구완해 주지 않으면 그 목숨이 장차 어떻게 붙어 있게 되겠는가? 그러므로 『사분율(四分律)』에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의당 병든 사람을 구완해야 하고, 병든 사람을 돌보아야 한다. 만일 나에게 공양하고자 하면 응당 먼저 병든 사람에게 공양해야 한다. 나아가 5중(衆)의 출가한 사람으로서 길에서
병든 이를 만나면, 나는 7중(衆)의 모두가 머물러서 구완하게 하나니, 만일 버리고 돌보지 않으면 모두가 죄를 짓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의 마음이란 대자비(大慈悲)로써 본체를 삼나니, 나의 말을 따름이 곧 부처의 마음이니라.”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만일 출가한 5중으로서 길에서 병든 사람을 만나면, 곧 탈 것을 찾아서 싣고 오고 법답게 공양해야 하며, 나아가 죽었을 때에도 화장하여 파묻을 것이요 버려서는 안 되느니라.
병든 사람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반드시 횡사하게 된다. 첫째는 이익 되지 않는 음식임을 알면서도 탐을 내어 먹는 것이요, 둘째는 양(量)을 헤아릴 줄 모르는 것이며, 셋째는 먹은 것이 아직 소화도 되기 전에 더 먹는 것이요, 넷째는 음식이 아직 소화되지 않았는데도 들추어서 토해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이미 소화된 것은 나와야 하는데도 억지로 담고 있는 것이요, 여섯 째는 음식이 병을 따르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병을 따라 먹으면서도 양을 조절하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며, 아홉째는 지혜가 없는 것이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병든 사람을 돌보는 이로서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한 사람을 뽑아서 평상이나 이부자리에 있게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냐 하면, 첫째는 병을 돌보는 사람이 좋은 약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요, 둘째는 게으르면서 용맹스런 마음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늘 성내기를 좋아하고 잠자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넷째는 옷과 음식만을 탐해서 병든 사람을 돌보아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으로써 공양하지 않기 때문에 병든 사람과도 함께 말을 주고받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병든 이를 구완하는 사람이 다섯 가지의 법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출하지 말라는 것이니라.[앞의 다섯 가지의 법을 뒤집으면 병은 빨리 낫게 된다.]’”
또 『생경(生經)』에서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찬탄하셨다.
사람이 병든 이를 돌봐줄 적엔
모든 어려움을 문안해야 되나니,
선악에는 보응(報應)이 있는 법이라
과일을 심으면 열매를 얻음 같다.
세존은 곧 아버지가 되고
경법은 어머니가 되며
동학자(同學者)는 곧 형제이니
이로 인해서 제도가 되느니라.
또 『미륵소문본원경(彌勒所聞本願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본시 도를 구할 때에 수없이 애쓰고 고생을 겪고 나서야 부처를 이룰 수 있었나니, 그 일은 하나만이 아니니라.’
그리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아주 옛적 과거 세상에 소현(所現)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단정하고 얼굴이 잘 생겼었다. 동산의 누각으로부터 나오다가 길에서 병이 들어 고통 받는 한 사람을 만났는데, 만난 뒤에는 가엾고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서 병든 사람에게 물었다.
≺어떠한 약이라야 그대의 병을 고칠 수 있겠소?≻
그 병자가 대답하였다.
≺왕의 몸에서 나온 피만이 저의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 때 태자는 곧 날카로운 칼로 몸을 찔러 피를 내어서 병자에게 주었다. 지성스런 마음으로 베풀어주었고 마음속에 뉘우침이나 원한은 없었느니라. 그 때 태자가 곧 지금의 나의 몸이다. 4대해(大海)의 물은 오히려 말[斗]로 헤아릴 수 있지만 내가 몸으로 보시했던 피는 그 용량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 옛적 과거 세상에 연화왕(蓮華王)이라는 왕태자가 있었으며 단정하고 얼굴이 잘 생겼었다. 동산의 누각으로부터 나오다가 길에서, 몸에 문둥병이 든 한 사람을 만났는데, 만난 뒤에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서 병자에게 물었다. ≺어떠한 약을 얻으면 그대의 병을 고칠 수 있소?≻
그 병자는 대답하였다.
≺왕의 몸에서 나온 골수를 얻어서 저의 몸에 발라야 이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때 태자는 즉시 몸의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어 그 병자에게 주었다. 기뻐하면서 베풀어주었으며 마음에 뉘우침이나 원한은 없었다. 그 때의 태자가 곧 지금의 나의 몸이니, 4대해의 물은 오히려 말로 헤아릴 수 있지만 이 몸이 보시한 골수의 양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 옛적 과거 세상에 월명(月明)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단정하고 얼굴이 잘 생겼었다. 궁중으로부터 나오다가 길에서 소경을 만났다. 그는 빈궁하고 배가 고픈지라 구걸하며 왕에게로 왔다. 그 때 월명왕은 이 소경을 보고 가엾어서 눈물을 흘리며 소경에게 말하였다.
≺어떠한 약이 있으면 그대의 병이 나을 수 있겠느냐?≻
소경이 대답하였다.
≺왕의 눈을 얻어야만 저의 병이 나을 수 있으며 그 눈이라야 볼 수가 있습니다.≻
이때 월명왕은 스스로 두 눈을 후벼파서 소경에게 주었다.
그의 마음은 맑디맑았고 하나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 때의 월명왕이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다. 수미산조차도 오히려 그 무게의 근냥(斤兩)을 헤아릴 수 있지만 내가 눈을 보시한 일은 헤아릴 수조차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 보살은 본시 도를 구할 적에 귀와 코와 몸과 목숨 등의 보시로써 부처의 도를 이루지 않았으며, 다만 좋은 권도(權道) 방편의 안락한 행으로써 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좋은 권도로써 부처님의 도를 이루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 보살은 밤과 낮에 각각 세 번씩 옷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단속하였다. 그리고 나서 합장하고 무릎을 내려 땅에다 대고 시방의 부처님들을 향하여 이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온갖 허물을 참회하면서
뭇 도덕을 도우려 하오며
신명을 돌려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노니
위없는 지혜를 얻게 하소서.’”
또 『법구유경(法句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현제(賢提)라는 나라가 있었다. 당시 어느 장로 비구가 병으로 오래 시달려 아주 수척해지고 더러운 때가 낀 채로 현제의 정사(精舍) 안에 누워 있었으나 돌보아 주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5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그 곳으로 가셔서,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다 같이 그를 보게 하고서 그를 위하여 미음을 쓰게 하였다. 그런데 모든 비구들은 그가 있는 곳의 더러운 냄새를 맡고 모두가 함께 천하게 여겼다. 부처님께서는 제석천왕을 시켜서 끓인 물을 가져오게 하고서 부처님의 금강(金剛) 손으로써 병든 비구의 몸을 씻어 주셨다. 그러자 땅이 이내 진동하면서 탁 트이며 환히 밝아졌으므로 모두가 놀라고 숙연해졌다. 국왕과 신민과 하늘과 용과 귀신 등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에서 높으신 이며 삼계(三界)에서 견줄 이 없고 도덕을 이미 갖추신 이거늘 어찌하여 뜻을 낮추시어 병든 비구를 씻어 주나이까?’
부처님께서는 국왕과 모인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세간에 출현한 까닭은 바로
궁하고 재난을 만났어도 보호하는 이가 없는 이들을 위해서이니라. 병들고 수척한 사문과 도인에게 공양하고, 모든 가난한 이와 고독한 노인들에게 공양하게 되면 그 복은 한량없으며 원하는 바가 뜻대로 되며 마침내는 도를 얻게 되느니라.’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비구는 전생에 무슨 죄가 있었기에 오랜 세월 동안 병에 시달렸고 치료해도 낫지 않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악행(惡行)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엄하고 포악하게 다스렸습니다. 힘이 센 오백(五百)이라는 왕을 시켜서 채찍으로 치며 사람들을 벌하게 하였습니다. 이 오백이란 거짓 왕은 성을 내어 위협하면서도 사사로운 속과 겉이 있었습니다. 만일 벌을 받게 될 이가 값있는 물건을 가져다 주어서 그 물건을 받게 되면 벌이 가벼웠고 뇌물이 없는 이에게는 벌이 무거웠으므로 온 나라가 근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 어진 이가 남의 모략을 받아 채찍을 맞아야 되었으므로, 오백에게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라 본디 죄과가 없는데 남의 모략을 받아 오게 되었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오백은 그가 부처님의 제자라 함을 듣고 손으로 가볍게 때리면서 몸에는 대지 않았습니다. 그 후 오백은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통을 당한 뒤에 죄가 소멸되자 다시 나와 축생 안에 떨어져서 5백여 생 동안 항상 채찍을 맞다가, 죄가 다하여 사람이 되었으나 언제나 중병에 걸려 그 고통은 몸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국왕은 바로 지금의 조달(調達)이요, 오백은 바로 지금의 이 병든 비구이며 그 때의 어진 이는 바로 지금의 나입니다. 나는 전생에 그의 용서로 채찍을 몸에 맞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세존이면서도 몸소 그를 씻어 준 것입니다. 사람이 선이나 악을 지으면 그에 대한 재앙과 복은 그 사람을 따르는 법입니다. 비록 다시 나고 죽고 한다손 치더라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이어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질고 착한 이를 때리거나
죄 없는 이를 거짓으로 헐뜯으면
그 앙화는 열 곱절을 받나니
재앙은 신속하여 용서가 없느니라.
날 때마다 혹심한 고통을 받고
형체는 헐고 터지게 되며
저절로 병이 들어 시달리게 되고
뜻을 잃고 멍청해지리라.
사람들에게는 비웃음 받고
혹은 관청의 액난을 만나서
재산은 소모되고 탕진하게 되며
친척은 뿔뿔이 이별하리라.
집과 소유한 모든 재물은
재난의 불에 모두 타버리고
죽으면 지옥에 들어가리니
이것이 열 가지이니라.
그 때 병든 비구는 부처님의 이 게송과 전생의 일을 듣고 마음 깊이 자책하니 앓던 병도 나아지고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국왕은 그의 목숨을 마치기까지 받들어 행하다가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또 『선생경(善生經)』에서 말하였다.
“병구완하는 사람은 싫증을 내지 말아야 한다. 만일 자신에게 물건이 없으면 밖에 나가 구해 올 것이며, 만일 빌리지 못하면 3보(寶)의 물건으로 구완하고 나은 뒤에는 그 10배를 반환해야 한다.”
『오백문사(五百問事)』에서 말하였다.
“병구완하는 사람은 병든 사람의 물건을 병든 사람만을 위하여 요긴하게 써야 한다. 병자에게 묻지 않거나 묻기를 싫어한 것은 물건을 사용할 때 다 쓰지 말 것이다. 만일 자신이 가진 것이 있으면 의당 보상해야 하며 반환하지 않으면 중죄가 된다.”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병구완을 하면 다섯 가지 공덕을 얻는다. 첫째는 병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가, 먹을 수 없는가를 알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이면 곧 준다. 둘째는 병든 사람의 대변ㆍ소변과 침과 토한 것에 대하여 싫어하거나 천히 여기지 않는다. 셋째는 인자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지니고 의복과 음식을 위하여 구완을 하지 않는다. 넷째는 일을 처리하거나 탕약 등에 관한 일은 병자가 나을 때까지, 또는 죽기까지 해야 한다. 다섯째는 병든 사람을 위해 설법하여 기쁘게 하면 자기의 착한 법도 더욱 자란다.”
(4) 의료부(醫療部)
대저 사람에게는 4지(肢)와 5장(藏)이 있다. 한 번은 깨고 한 번은 자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정기(精氣)가 오간다. 흐르면 영혈(榮血)과 위기(衛氣)가 되고 드러나면 기색(氣色)이 되며 나오면 음성이 되나니 이것은 사람으로서의 떳떳한 도리이다. 양(陽)을 쓰면 정(精)이 되고 음(陰)을 쓰면 형(形)이 되나니 하늘이나 사람이 다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잃게 되어서 이으면 열(熱)을 내고 막히면 추위[寒]를 내며, 맺히면 혹이 되고 가라앉으면 악창이 되며, 달리면 떨게 되며 마르면 타게 된다.
때문에 좋은 의사는 그를 침석(鍼石)으로써 인도하고 약으로써 구제하며, 성인은 지극한 덕[至德]으로써 조화하고 인사로써 도와준다. 그러므로 몸에는 나을 수 있는 질병이 있고, 하늘과 땅에는 녹일 수 있는 재앙이 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큰 우환[大患]이 있다. 무엇이 세 가지냐 하면 첫째는 풍(風)이 큰 우환이 되고, 둘째는 담(痰)이 큰 우환이 되며, 셋째는 냉(冷)이 큰 우환이 된다. 그러나 세 가지 좋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으니 풍에 걸린 환자는 소(蘇)가 좋은 약이라서, 소로써 밥을 지어먹으며, 또 담에 걸린 환자는 꿀이 좋은 약이라서 꿀로써 밥을 지어먹으며 또 냉에 걸린 환자는 기름이 좋은 약이라서, 기름으로써 밥을 지어먹는다. 이것이 세 가지 큰 우환을 세 가지 약으로 다스리는 것이니라.
이처럼 비구들에게도 세 가지 큰 우환이 있나니, 첫째는 탐냄이요, 둘째는 성냄이며, 셋째는 어리석음이다. 그러나 세 가지 좋은 약으로 다스릴 수 있으니 첫째는 만일 탐냄이 일어날 때는 부정(不淨)으로써 다스리고 그리고 부정도(不淨道)를 생각한다. 둘째는 만일 성냄의 큰 우환에 걸리면 인자한 마음[慈心]으로써 다스리고 그리고 인자한 마음의 도[慈心道]로 생각한다. 셋째는 만일 어리석음의 큰 우환에 걸리면 지혜(智慧)로써 다스리고 그리고 인연으로 일어나는 도[因緣所起道]를 생각한다. 이것이 비구가 세 가지 큰 우환이 있을 적에 세 가지 약으로써 다스린다는 것이니라.”
또 『금광명경(金光明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지수(持水) 장자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의술을 잘 알았으므로 모든 병고(病苦)를 구제하였다. 지수 장자에게 유수(流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단정하기 첫째였고, 위덕을 두루 갖추었으며 타고난 성품이 총명하여서 모든 이론(理論)을 잘 이해하였다. 중생들이 받는 모든 고뇌를 보자 장자의 아들은 곧 그의 아버지에게로 가서 게송으로 물었다.
4대(大)의 모든 감관이
쇠퇴하고 줄어들고 대사(代謝)하면서
모든 병을 얻게 되는데
어떻게 알아야 합니까?
음식을 시절(時節) 따라
먹고 난 뒤에
몸의 불이 꺼지지 않으면
그 또한 어떻게 알아야 합니까?
풍병과 열병을 다스리고
물의 과실로 된 폐병(肺病)과
그리고 그것이 겹쳐서 된 병[等分病] 등을
또한 어떻게 알아야 합니까?
어느 때에 풍이 동하고
어느 때에 열이 동하며
어느 때에 물이 동하며
중생을 해치게 됩니까?
그 때 아버지인 장자는
곧 게송으로써
의술을 해설하여
그의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석 달은 곧 여름이요
석 달은 곧 가을이며
석 달은 곧 겨울이요
석 달은 곧 봄이다.
이는 열두 달을
석 달씩으로 나누어 말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수를 따르면
한 해는 네 철[四時]이 된다.
만일 두 달씩으로 나누어 말하면
여섯 철[六時]이 족히 되지만
석 달로 나누는 것이 기본에 속하고
두 달 두 달은 나타나는 철이다.
이 철을 따라서
마시고 먹는 일이 변하나니
이래야 몸을 이익 되게 한다고
의술은 설명한다.
철과 해를 따르는 동안에
모든 감관인 4대는
대사(代謝)하고 증가하고 줄어들면서
몸으로 하여금 병을 얻게 한다.
좋은 의사는
네 철을 따라
석 달씩 몸을 기르면서
4대를 조화시키고
병에 따라 마시고 먹게 하며
그리고 또한 탕약을 쓴다.
풍이 많은 병자는
여름이면 발동하고
열병을 앓은 이는
가을이면 발동한다.
그것이 겹친 병자[等分病者]는
겨울이면 발동하고
폐병을 앓은 이는
봄이면 더욱 심하게 된다.
풍병이 있는 이는
여름에는 의당
기름지고 살찌고 짜고 신 음식과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열병이 있는 이는
가을에 차고 단 음식을 먹어야 하고
겹쳐서 된 병에는
겨울에 달고 시고 살찌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하며
폐의 병에는
봄에 살찌고 기름지고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배불리 먹고 난 연후에는
폐병이 발생하게 되고
음식이 소화될 때에는
곧 열병이 발생한다.
음식이 다 소화되고 나면
풍병이 발생하게 되나니
이와 같이 4대는
세 때를 따라 발생하게 된다.
풍병이 걸리면 파리해지므로
소락(酥酪)의 기름으로써 보(補)하게 하며
열병에 걸리면 설사약인
가리륵(呵梨勒)을 먹어야 한다.
겹쳐서 된 병에는
세 가지 묘한 약을 먹어야 하나니
이른바 달고 매운 음식과 소락의 기름이며
폐의 병에는
때때로 토(吐)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
만일 풍병과 열병과 폐병과 겹친 병 등이
철을 어기면서 발생하게 되면
응당 그 의사에게 맡겨
계책을 세우되 병에 따라서
마시고 먹고 탕약을 쓰게 할 것이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반야바라밀은 능히 8만 4천의 병의 근본을 제거시킨다. 이 8만 4천은 모두가 네 가지 병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첫째는 탐냄이요, 둘째는 성냄이며, 셋째는 어리석음이요, 넷째는 3독(毒)이 같이 겹쳐서 된 병이다.
이 네 가지 병은 각각 2만 1천 가지로 분류된다. 부정관(不淨觀)으로는 탐냄의 2만 1천 번뇌를 제거시키고, 자비관(慈悲觀)으로는 성냄의 2만 1천의 번뇌를 제거시키며, 인연관(因緣觀)으로써는 어리석음의 2만 1천 번뇌를 제거시키고, 통틀어 위의 약을 써서 겹쳐서 된 병의 2만 1천 번뇌를 제거시킨다. 비유컨대 마치 보배의 구슬이 검고 어두움을 제거시키는 것처럼 반야 바라밀다도 3독의 번뇌로 이루어진 병을 제거시킨다.”
(5) 안치부(安置部)
대개 듣건대 3계의 집은 곧 4대의 그릇이요, 6진(塵)의 경계는 곧 5음이 사는 곳이다. 진실로 망상으로 헛되이 얽혀서 미혹[惑]과 뒤바뀜[倒]이 엇갈려 일어나 만 가지 괴로움이 다투어 얽히고 백 가지 근심이 한꺼번에 모인다. 이제 이미 과보가 성숙되어 목숨이 바람 앞의 촛불이 되었는데, 그런데도 중생은 죽을 때까지 탐착을 깨닫지 못하고 옛 곳에 있으면서 재물을 그리워하고 권속에 염착할까 두려워한다. 부처님께서는 처소를 옮기라고 가르치시면서 싫증을 내어 여의게 하셨으며, 무상함이 장차 이를 것을 알아서 마음에 바른 생각을 일으키게 하셨다.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만일 대덕(大德)이 병이 들면 의당 밝고 좋은 방에 모시고, 도인과 속인이 문안하여서 그의 선(善)을 본받게 해야 한다. 병구완하는 사람은 매양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향즙을 땅에 바르고서 사람들과 객을 대접해야 한다.”
서역(西域)의 기원사도(祇桓寺圖)에 의거하면, 절의 서북쪽 모퉁이의 햇빛이 지는 곳에 무상원(無常院)이 있다. 만일 병든 이가 있으면 그 안에 안치하는데, 당(堂)의 이름은 무상당이다. 대개가 싫어하고 등지게 되는 곳인데, 가는 이는 극히 많되 돌아온 이는 한 둘 뿐이기 때문이다. 그 당 안에는 금빛을 칠한 한 구의 입상(立像)을 모시는데 동쪽을 향하고 계신다. 병든 사람은 불상 앞에 앉아 있게 하지만 만일 기력이 없는 병자라면 눕게 하되 얼굴을 서쪽으로 하여 부처님의 상호를 관찰하게 한다. 그 불상의 손 가운데는 5색(色)비단의 깃발을 매어 두고서 병자로 하여금 손으로 번기의 끝을 잡고 정토(淨土)에 가서 나려는 뜻을 짓게 한다. 앉은자리에서 비록 똥ㆍ오줌을 눈다 하더라도 세존께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이로 인하여 이 땅에서 본시는 더러운 곳이었지만 오히려 신령함이 내려와 굽어보면서 하류(下類)의 중생들을 접인(接引)하는 곳으로 여기거늘 하물며 이제 신명을 부처님께 던지고 있거늘 어찌 그를 버리겠는가. 병든 사람이 좋아하는 바가 어느 경계인가에 따라서 혹은 아미타불, 또는 미륵불, 또는 아촉불, 또는 관음보살 등의 형상을 지어서 그 앞에 모시게 한 뒤 향을 사르며 꽃을 뿌리는 공양을 끊이지 않으면서 병든 이가 착한 마음을 내게 한다.
(6) 염념부(斂念部)
대저 삼계는 있는 것이 아니요 5음은 모두가 없는 것으로서 4도(倒)와 10전(纏)이 함께 서로 화합한 것이다. 모든 것은 마치 번개와 같아서 만 겁(萬劫)을 잠깐 동안에 물리쳐 버리지만 언덕과 우물에 빠지기 쉬워서 끝내는 고해(苦海)에 빠져 헤맨다. 그리하여 길이 헷갈려서 더욱 멀어지고 길을 잃어 돌아가지 못하는데도 하찮은 7척(尺)의 몸이 거짓임을 모르고 있다. 귀와 눈 밖에는 끝내 의지할 곳이 없고 구제함도 없는데도 믿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
생령(生靈)이 한번 하직하면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그런 까닭에 마음을 어루만져 스스로 헤아리면서 위험에 임하여 편안하고 태평하게 하라.
그러므로 『십송률(十頌律)』에서 말하였다.
“병을 구완하는 사람은 병자가 먼저 익히고 배운 바에 따라서 찬탄해 주라. 그리고 그의 본래 선심(善心)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헐뜯지 말 것이다.”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병든 사람을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기쁘게 할 것이다.”
또 『비니모론(毘尼母論)』에서 말하였다.
“병든 사람이 병구완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병구완하는 사람이 병든 이의 뜻을 어기면 다 같이 죄가 된다.”
또 『화엄경(華嚴經)』에서는 임종할 때, 병인을 위한 게송을 말하였다.
또 광명을 놓으면 부처님을 뵈었다 하나니
그 광명을 죽어가는 이가 깨달으면
염불삼매(念佛三昧)로 반드시 부처님을 뵙나니
죽은 뒤에는 부처님 앞에 가서 난다.
그로 하여금 임종 때에 권하여 선(善)을 생각하게 하고
또 높으신 불상을 보여 공경하게 하며
또 다시 권하여 부처님께 귀의하게 하면
이로 인하여 부처님의 광명을 보게 된다.
『왕생론(旺生論)』에서 말하였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다섯 가지 생각을 닦아 성취하면 마지막에는 안락한 국토에 가서 나며 아미타불을 뵙게 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예배하는 것이요, 둘째는 찬탄하는 것이며, 셋째는 원을 세우는 것이요, 넷째는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다섯째는 회향(廻向)하는 것이다.”
또 『수원왕생경(隨願往生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보광(普廣)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4배(輩)의 남자나 여인이 임종할 날에 시방의 부처님 국토에 가서 나기를 원하면, 의당 먼저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이름 있는 온갖 향을 사르며 비단의 번기와 일산을 달고 3보를 찬탄하면서 높으신 경전을 독송해야 한다. 그리고 병든 이를 위해서는 인연(因緣)과 비유(譬喩)의 교묘한 말씨로써 미묘한 경전의 뜻을 말해 주며 괴롭고 공하여 진실이 아니라서 4대는 임시로 화합하고 형상은 마치 파초(芭蕉)와 같아서 속은 차 있지 않음을 말하여 주며 또 마치 번갯불과 같아서 오래 머무르지 못함을 말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형상은
오래도록 선명하지 못하고 반드시 변하며 무너진다’고 하였나니, 정성껏 도를 행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 마음에 원한 바를 따라서 결과를 얻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自述
앞에서와 같이 가르친 뒤에 다시 경전과 불상을 모셔다 병인에게 가서 그 경전의 이름과 불상의 이름을 그에게 말해 주면서 눈을 떠서 보게 한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깨닫게 하며, 아울러 덕과 지혜가 있는 사람을 청하여 대승 경전을 독송하게 하면서 찬양하고 읊게 하며 번기와 꽃이 어지러이 떨어지면서 그의 눈앞에서 천천히 춤을 추게 하고 향기가 피어오르면서 늘 그의 코에서 맴돌게 하며 언제나 착한 말을 해 주고 나쁜 말은 전하지 말 것이다. 죽으려 할 때는 대개 악업(惡業)의 모양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뜻을 세워서 배제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병인을 돌보는 사람은 특히 선교 방편으로 이끌어서 마음과 마음이 상속하여 찰나 동안도 머무르지 않게 하며 이 복의 힘에 의하여 정토(淨土)에 태어날 뜻을 짓게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생전에 선을 지었더라도 임종 때에 악한 생각을 하면 곧 악도(惡道)에 태어나고 생전에 악을 지었더라도 임종 때에 선한 생각을 하면 천상에 태어난다.”
또 『유마경(維摩經)』에서 말했다.
“닦았던 복을 기억하고 청정한 생활을 생각한다.”
또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에서 말했다.
“만일 어떤 중생이 계(戒)를 지니면서 계를 깨뜨린 병인에 대하여 은혜를 구하지 않고 마음에 싫어하지도 않으면서 병인에게 공양하면, 목숨을 마친 뒤에 보관천(普觀天)에 태어나서 5욕(欲)을 마음대로 누리고 만족할 줄 모른다.
게송을 읊는다.
붉고 흰 비단[紫紈]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장하(漳河) 가를 맨손으로 다시 떠난다.
한 번 개와 말이 병을 만나면
맹분(孟賁)과 하육(夏育)도 몰지 못한다.
이미 아홉 번 변화하는 재주[九轉術]가 없고
만금(萬金)을 매는 속임수도 모자라므로
집착 없이 주면서 손바닥을 씻고 나매
오직 꿈에는 연꽃못[蓮華池]뿐이로다,”
감응연(感應緣)[간략히 열네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진(晋)의 구의조연(歐議曹椽)
진(晋)의 원무기(袁無忌)
진(晋)의 강법랑(康法朗)
진(晋)의 안혜칙(安慧則)
진(晋)의 축법의(竺法義)
송(宋)의 나여(羅璵)의 처(妻) 비씨(費氏)
송(宋)의 왕문명(王文明)
송(宋)의 이청(李淸)
송(宋)의 석담영(釋曇穎)
위(魏)의 왕장예(王長豫)
제(齊)의 석혜진(釋慧進)
수(隋)의 석승희(釋僧喜)
당(唐)의 살고훈(薩孤訓)
당(唐)의 석철사(釋徹師)
진(晋)의 구의조연(歐議曹椽)
진(晋)나라 남군(南郡) 의조연(議曹椽)은 성이 구(歐)씨이다. 병을 얻은 지 한 해가 다 되어 뼈가 앙상해 지고 살이 다 빠졌다. 무당과 의원이 줄줄이 왔으나 뾰족한 방책이 없다. 그의 아들이 밤에 잠을 자다가 여러 사문들이 그의 아버지를 찾아와 보는 꿈을 꾸고는, 다음 날 아침에 곧 절에 나아가 여러 사문을 뵙고 “부처님은 어떠한 신(神)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사문들은 그를 위해 사실을 말해 주었으므로 곧 여러 도인들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서 독경을 청했다. 이틀 밤을 지나자 병자 스스로 가벼운 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낮에 잠시 잠이 들었다가 머리를 들고 문 안을 보았더니 수십 명의 어린 아이들이 모두 5색의 비단 옷을 입고서 손에 번기와 무기를 가진 자도 있고 칼과 창을 가진 자도 있었는데 문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 가운데 어떤 두 어린 아이가 앞장서서 곧장 발 앞까지 오더니 갑자기 도로 달아나면서 뒤에 오는 여러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잠깐 멈추어라, 잠깐 멈추어라. 집 안에는 온통 도인들이 와 계신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앞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런 뒤로부터 병은 점차로 나았다.[이 한 가지 증험은 『영귀지(靈鬼志)』에 나온다.]
진(晋)의 원무기(袁無忌)
진(晋)나라 진국(陳國)의 원무기(袁無忌)는 동평(東平)에 살고 있었다. 영가(永嘉) 초년에 열병이 번져서 1백여 가구(家口)가 거의 다 죽어갔으므로 큰 집을 피하여 임시로 시골집에 가 머무르고 있었다. 그곳에 하나의 작은 집이 있었는데, 형제가 함께 나무로 된 평상에 여러 겹의 자리를 깔고서 밤에 잠을 자게 되면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잤으므로 평상을 문 밖에다 내놓고 잤다. 옛날에도 이렇게 했었는데, 그 형제는 괴이하게도 모두 잠이 들지 않았다. 뒤에 한 부인이 나타나서는
문 앞에 와있었는데, 무기 등이 잠을 자지 않고 문 밖에 있음을 아는 듯 했다. 때는 아직 날이 새기 전이라 달이 밝아서 그녀가 보였는데, 비단 옷으로 하얗게 꾸몄고 머리 위에는 꽃비녀와 은비녀와 상아(象牙)로 된 빗을 꽂고 있었다. 무기 등은 그녀를 쫓아버렸다. 그러자 처음에는 집을 돌며 달아나다가 네 번 넘어지면서 머리칼과 꽃비녀 등속을 모두 떨어뜨렸다. 무기 등이 모두 그것을 주었더니, 그대로 문을 나가 남쪽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길에 우물이 있었는데 그녀는 우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기 등은 돌아와 잠을 자고 날이 밝아서 꽃비녀와 은비녀와 상아로 된 빗을 보았더니 모두가 진짜였다. 그리하여 우물을 부수고 파 보았더니 하나의 개오동나무로 만든 널이 나왔다. 거기에는 3분(分)쯤 우물물이 차있었으므로 무기는 곧 널과 의복들을 바꾸고, 그 물건을 반환한 뒤에 높고 마른 곳에 그녀를 묻어 주었다. 그로부터 그런 일이 없어졌다. [이 한 가지 증험은 『지괴집(志怪集)』에 나온다.]
진(晋)의 강법랑(康法朗)
진(晋)나라 사문 강법랑(康法朗)은 중산(中山)에서 학문을 닦았다. 영가(永嘉) 중년에 한 비구와 함께 서쪽의 천축(天竺)에 들어갔다. 사막[流沙]을 지나 천여 리를 가다가 길에서 다 부서진 부도[佛圖]를 만났다. 거기에는 법당도 없었고 쑥이 우거져 사람들의 키를 넘었다. 법랑 등은 그곳에서 예배를 올리면서 두 분의 스님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스님들은 부도 곁에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경을 독송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이질(痢疾)을 앓고 있었으므로 똥오줌이 방에 꽉 차 있었다. 그런데도 그 독경하는 이는 끝내 모른 척하며 돌보지 않았는데, 법랑 등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그 곳에 머무르면서 죽을 쑤고 소제하고 몸을 씻으며 옷을 빨아 주었다. 그런 지 6일이 되었는데 그 병든 이는 점차로 더하여 설사를 마치 샘물처럼 줄줄 쏟았다. 법랑 등은 함께 뒷처리를 하고 밤에 다 같이 생각하였다.
‘이 병자는 틀림없이 내일 아침을 넘기지 못하리라.’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 가보았더니 얼굴빛이 화사해지고 고통받는 형상이 싹 가셔 있었으며, 방 안의 오물들은 모두가 꽃과 향기로 변해 있었다. 법랑 등은 그제야 그들이 도를 얻은 성인들이 사람을 시험하려 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병든 이가 말했다.
‘곁방에 계신 비구는 바로 나의 화상(和尙)이십니다. 오래 전에 도와 지혜를 얻으신 이이니, 가서 뵙고 예배드리십시오.’
법랑 등이 먼저 독경하는 사문이 자애심(慈愛心)이 없다고 미워했던 터라, 그 말을 듣고 이내 가서 예배하고 허물을 참회했다. 그러자
독경하던 이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정성과 애씀이 모두 지극하셨소. 같이 도를 닦으십시다. 법랑 공(公)은 전생에 배운 업이 천박한지라, 이 세상에서 아직 원(願)을 얻지 못하셨소.’
그리고 법랑의 도반(道伴)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지혜를 심어서 뿌리가 깊어지면 금생에 원을 얻으리다.’
그들은 그대로 그곳에 머물렀다. 법랑은 뒤에 중산으로 들어와서 큰 법사가 되었으며 승니와 속인들이 모두 존숭했다. [이 한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진(晋)의 안혜칙(安慧則)
진(晋)나라 낙양(雒陽)의 대시사(大市寺)에 안혜칙(安慧則)이란 분이 있었는데, 그의 씨족(氏族)은 알려지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일정한 성질이 없는 탁월한 이인(異人)이었으며 게다가 글을 잘 썼고 말을 잘 했다. 진나라 영가(永嘉) 연간에 천하에 악성 유행병이 돌자, 밤낮으로 정성을 들여 기도하였다.
‘천신(天神)께서 약을 내려 주셔서 만백성을 고쳐 주소서.’
하루는 절 문을 나왔더니 두 개의 돌이 있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항아리와 같았다. 그는 이상한 물건이라고 의심하면서 가지고 와서 보았더니 과연 신수(神水)가 그 안에 있었다. 병자들이 마시기만 하면 모두 낫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중에 낙양 대시사에 머무르면서 합사로 짠 노란 비단에 손수 작은 글씨로써 대품(大品) 1부를 베껴서 합하여 한 책이 되었다. 글자는 마치 팥알만 했는데도 분명하여 알 수 있었으며 무릇 10여 권으로서 그 중 1권은 여남(汝南) 주중지(周仲智)의 처 호씨(胡氏)에게 공양했다. 호씨는 강(江)을 건널 때에 경을 모시고 자신이 따라갔는데, 뒤에 화재가 나면서 불길이 널리 퍼지는 바람에 창졸간에 경을 가져 나올 겨를이 없었다.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다가 불이 꺼진 뒤에야 잿더미 속에서 찾았는데, 두루마리의 첫 거죽조차 하나도 이지러진 데가 없었다. 그 때 같이 보고들은 이들은 모두가 삿된 신앙을 버리고 불교를 믿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한 가지 증험은 『양고승전(梁高僧傳)』에 나온다.]
진(晋)의 축법의(竺法義)
진(晋)나라 사문 축법의(竺法義)는 산에서 살았고 학문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영보산(寧保山)에서 살았으며, 뒤에 병을 얻어 오래 앓았다. 온갖 치료를 다해 보았으나 날이 갈수록 더 위독해져서 드디어는 더 치료하지 못하고 오직 정성을 드려
관세음보살께 귀의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지 여러 날이 지나서 낮에 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도인이 나타나 그 병을 묻고 치료하기 시작했다. 칼로 째서 장부를 끄집어내어 씻는데 맺힌 더미와 부정한 물건이 아주 많이 있었다. 그것을 다 씻은 뒤에 도로 넣고는 법의에게 말하였다.
“너의 병은 벌써 다 나았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팠던 여러 곳이 씻은 듯이 가셨으며 이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이 글을 살펴보건대, 혹시 사문 범지의 형상이 나타난 것을 의심한다면 법의가 꾼 꿈을 옳다고 하겠는가. 법의는 태원(太元) 7년에 죽었으니 축장서(竺長舒)로부터 의육사(義六事) 때까지이다. 아울러 송(宋)나라 상서령(尙書令) 부량(傅亮)이 글을 지었는데, 부량 자신이 이렇게 말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법의와 더불어 노시던 곳에서 법의가 매양 그 일을 말씀하시면 곧 늠연(凜然)하며 엄숙함을 더하셨다.”
송(宋)의 나여(羅璵)의 처(妻) 비씨(費氏)
송(宋)나라 나여(羅璵)의 처 비씨(費氏)는 영촉(寧蜀) 사람이다. 부친 열(悅)은 송나라 영주자사(寧州刺使)였다. 비씨는 어려서부터 부처님을 공경하고 믿으면서 『법화경(法華經)』을 수년 동안 부지런히 독송하며 게으르지 않았다. 나중에 갑자기 병이 들어서 염통의 고통 때문에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온 집안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 임종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씨는 생각하기를 ‘나는 경을 애쓰며 독송했으니 의당 좋은 도움이 있어야 하며, 여기서 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 지 한 식경쯤 되었을까, 꿈인 것도 같고 생시인 것도 같은데 부처님께서 나타나 창 속으로 손을 넣으셔서 그의 염통을 만져 주셨다. 그러자 모두 나아버렸다. 당(堂)에 있는 남녀와 여종ㆍ남종이 모두 금빛을 보았고 또한 향기를 맡았다.
나여의 종매(從妹) 염(琰)은 외족(外族)의 증조(曾祖) 상서중병랑(尙書中兵郞) 비음(費愔)의 부인이었다. 그 때 병 문안차 와서 평상 앞에 있다가 그도 역시 자세히 맡고 보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크게 신심과 깨침을 내어서 정성껏 죽기까지 계를 지켰으며, 매양 이 서응(瑞應)으로써 자질(子姪)들에게 권하고 교화시켰다.
송(宋)의 왕문명(王文明)
송(宋)나라 때의 왕문명(王文明)은 송나라 태시(泰始) 말년에 강안(江安)의 수령(守令)이었다. 처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 딸이 밖에서 어머니를 위하여 죽을 쑤는데, 다 끓어가면 갑자기 변하여 피가 되었으므로 그것을 버리고 다시 쑤곤 하였으나 역시 처음 것과 같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하는 동안에 어머니는 죽었다. 그 뒤에 아들과 딸이 그의 영전(靈前)에서 곡(哭)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어머니가 나타나서 영상(靈床) 위에 와서 누웠다. 그 모습이 평소 살아 있을 때와 같았으므로 아들과 딸이 더 흐느껴 울자 문득 사라져 버렸다.
문명은 일찍이 그의 처 밑에 있던 여종을 사랑했었다. 그녀가 임신하여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으므로, 그의 처를 장사지내는 날에는 그 종에게 집을 지키게 하고, 그 밖의 사람은 모두 묘소로 가게 했다. 일행이 막 출발하기 시작하자, 그 처는 곧 몸을 나타내어서 문 안으로 들어와 그 여종을 두들겼다. 그 뒤에 여러 딸들이 아버지를 위하여 음식을 장만할 때 닭을 잡아다 속까지 발라내어 다 씻었다. 그런데 닭이 갑자기 일어나 처마 끝에 올라가서 길게 울었다. 그러자 문명이 갑자기 죽었으며 여러 아들들도 잇따라 죽어갔다. [위의 세 가지 증험은 『술이기(述異記)』에 나온다.]
송(宋)의 이청(李淸)
송(宋)나라 이청(李淸)은 오흥(吳興) 어잠(於潛) 사람이다. 환온(桓溫)의 대사마부(大司馬府)에서 벼슬하면서 참군독호(參軍督護)로 있었다. 그는 관청에서 병이 들어 집으로 돌아와서 죽었는데 하룻밤을 지난 뒤에 다시 살아나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 전갈하는 이가 나타나 편지와 깃발을 가지고 나를 부르면서 말하였다.
‘공(公)을 만나자고 합니다.’
나는 환온이 부른 것이라 여기고 곧 일어나 관(冠)을 쓰고 띠를 맨 채 문으로 나갔더니 대로 만든 한 수레가 나타나 그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두 사람이 수레를 미는데, 빠르기가 마치 말이 달리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붉은 문 앞에 닿았는데 원경(阮敬)이 나타났다. 그 때는 원경이 죽은 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 원경이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언제 오셨소? 우리 집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당신의 집은 못 쓰게 달라져 버렸습니다.’
원경이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
‘나의 자손들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모두가 괜찮습니다.’
원경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를 벗어나게 해 드릴 터이니, 당신은 우리 집 일을 처리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예, 만일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그 큰 은혜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원경이 말하였다.
‘승달(僧達) 도인은 바로 여기 관장(官長)의 스승으로서 지극한 공경과 예배를 받고 있으니, 그 분에게 괴로움을 말씀하십시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 있다가 보낸 사람이 나와서 말했다.
‘문 앞의 사층사(四層寺)는 관장께서
지으셨습니다. 승달은 언제나 새벽에 절에 들어오셔서 예배를 올리니, 그 때 나가서 하소연하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그 절로 가서 사문 한 분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였다.
‘당신은 바로 7생(生) 전의 제자이구려. 이미 7생을 지나면서 복을 누렸는데, 세간의 안락에 미혹되어 본업(本業)을 잊고 바른 법을 저버리고 삿된 데로 나아갔소. 장차 큰 죄를 받아야겠으니 이제는 고치고 참회해야 하오. 화상께서 내일 나오시면 도움을 청하십시오.’
그리고 난 뒤에 나는 먼저의 수레로 돌아와 있었다. 밤중에는 하도 추워서 이가 얼어붙었다. 새벽이 되어 문이 열리자 과연 승달이 절에 왔으므로 나는 곧 뒤쫓아가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승달이 말하였다.
‘그대는 의당 마음을 고치고서 선(善)을 위하여 부처님과 가르침에 귀명(歸命)해야 하고 비구승에게 귀명해야 한다. 이 삼귀의를 받으면 횡사(橫死)하지 않으며 받아 지녀서 노력하는 이는 또한 고난도 겪지 않는다.’
나는 곧 받들어 받았다. 또 어제 만났던 사문이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청하였다.
‘이 사람은 소승의 전생 제자입니다. 바른 법을 잊고 이제 막 고통을 받으려 하다가, 전생의 인연으로 이제 귀명하게 되었으니, 자비를 드리워 주소서.’
그러자 대답하였다.
‘전생에 복 지은 사람이라 쉽게 구제를 받으리라.’
곧 붉은 문이 있는 데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사람이 나와서 말했다.
‘이 참군(參軍)은 가셔도 좋습니다.’
이때 원경도 나와서 나에게 푸른 댓가지를 한 개 주면서 눈을 감고 타게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했더니, 순식간에 집에 와 닿았다. 집 안은 온통 울음 바다였고, 마을의 친한 이들이 방을 메우고 있었다. 들어가려 해도 어찌할 수 없었는데, 마침 재료를 사서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으므로 그들과 함께 들어갔다. 집안 사람과 손님들은 와서 감시하고 있었고 오직 시체만이 땅에 있었다. 나는 시체 앞에 이르러서 그 시체의 냄새를 맡으며 스스로 돌아온 것을 뉘우쳤다. 그런데 딴 사람이 억지로 다그치는 바람에 모르는 결에 시체로 들어갔고 그 때 다시 살아났다.”
그리하여 이 청은 곧 원경의 집안을 맡아서 처리하고, 딴 집으로 나와 딴 살림을 하면서 마음을 3보(寶)에 귀명하고 부지런히 불법을 믿어 드디어 훌륭한 제자가 되었다. [이 한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송(宋)의 석담영(釋曇穎)
송(宋)나라 장우사(長于寺) 석담영(釋曇穎)은 회계(會稽)사람이다. 어릴 적에 출가하여 계율을
삼가 지켰고 경전은 10만여 구(句)를 외웠다. 장우사에 있으면서 널리 교화를 펴 이름을 떨쳤고 홀로 뛰어났다. 담영은 일찍이 옴이 올랐는데 오랫동안 치료했으나 낫지 않았다. 그리하여 방 안에다 항상 관세음 보살상을 모셔 놓고 공양했고,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면서 그 병이 낫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뱀 한 마리가 불상 뒤에서 나와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쥐 한 마리가 땅으로 떨어졌는데 온몸이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형상은 마치 이미 죽은 것 같았으나 담영이 살펴보매 산 것 같았으므로 곧 대를 가지고 침을 긁어 없앴다. 그러자 뱀이 삼키다가 낸 상처도 치료가 되어 쥐는 곧 회복되었다. 그리하여 그 침을 옴 위에다 발라 보았다. 바르고 나서 이틀 밤을 지나고 나니 상처들은 단번에 다 나아버렸다. 그제야 뱀과 쥐가 기도로 인해 이르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런 뒤에 임금도 그를 존경하게 되었으며 그의 명성은 사방에 전파되었다. 뒤에 그곳에서 죽었으며 나이는 81세였다. [이 한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唐高僧傳)』에 나온다.]
위(魏)의 왕장예(王長豫)
위(魏)나라 중서랑(中書郞) 왕장예(王長豫)는 아름다운 이름이 난 사람이다. 아버지 승상(丞相)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는데 병이 들어서 점점 위독해졌다. 승상의 근심은 특히 더했으며 조정(朝廷)의 걸상 위에 앉아서 음식을 먹지 않은 지가 여러 날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갑옷을 입고 칼을 쥔, 아주 씩씩하게 생긴 한 사람이 나타났으므로 승상이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장후(蔣候)입니다. 공의 아드님께서 편찮기 때문에 그의 수명을 청하기 위하여 일부러 왔습니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승상은 기뻐하면서 기동을 하고 곧 음식을 내오라고 명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왔는데, 여러 되가 되었으므로 안팎의 모두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식사를 다 마치자 갑자기 다시 슬픈 빛을 띄면서 승상에게 말하였다.
‘중서랑은 수명이 다 되었으므로 구할 수 있는 이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마자 보이지 않았다. [이 한 가지 증험은『유명록(幽明錄)』에 나온다.]
제(齊)의 석혜진(釋慧進)
전제(前齊)의 영명(永明) 연간에 양도(楊都)의 고좌사(高座寺) 석혜진(釋慧進)이란 이는 젊어서부터 용감하고 의협심이 많았다. 나이 40에 갑자기 무상함을 깨닫고 출가하여
채식(菜食)에 베옷을 입으면서 『법화경(法華經)』을 독송하려고 서원을 세웠다. 경을 독송하면서 너무 애쓰다가 병이 들었다. 그래서 1백 부(部)를 조성하여 전생의 업장을 참회하려고 원을 세운 뒤에 돈을 모으기 시작하여 1,600문(文)이나 모았다. 때마침 도둑이 들어서 물건을 요구했으므로 이 경에 쓸 돈을 내놓자 도둑은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그 뒤 드디어 1백 부가 이루어졌고 옛 병도 나았다. 경의 독송도 다했고 소원도 이루었으므로 독송한 업을 회향하여 안양국(安養國)에 나기를 원했다. 그 때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그대의 원은 이미 이루어져서 반드시 왕생(往生)하게 되리라.”
그리고는 병 없이 죽었으며 나이는 80여 세였다. [이 한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수(隋)의 석승희(釋僧喜)
수(隋)나라 문성군(文成郡) 마두산(馬頭山)에 석승선(釋僧善)은 성이 석(席)씨이며 강군(絳郡) 정평(正平)사람이다. 인수(仁壽) 연간에 그 도(道)는 더욱 융성했는데, 병으로 위독해져서 죽을 때가 되자 제자에게 말하였다.
“나의 장(腸) 안에 맺힌 냉(冷)은 옛날 소년 시절, 산에서 공부에 힘쓰고 있을 적에 생긴 것이다. 그 때 양식이 다 떨어졌었다. 몸에는 힘이 없었는데, 양식을 구하려고 다니다가 조약돌을 먹으며 아침저녁을 때운 일이 있다. 그로 인해 병이 들었음을 알고 있으니, 죽은 뒤에는 장을 갈라서 내어 보라. 과연 말대로 일 것이다. 내가 죽은 뒤에는 화장하면서 바깥의 물건이나 생명을 손상시킬 필요가 없다. 항아리 속에 앉혀서 파묻도록 하라.”
그는 대업(大業) 초년에 대황(大黃)의 바위 안에서 죽었으므로 승니들과 속인들이 그의 말에 의하여 땅에 묻었다. 강주(絳州)의 승습(僧襲) 비구는 승선의 뜻을 받아 익히면서 그가 교화한 법을 이지러뜨리지 않고 있었다. 승선 스님은 어느 날 하루 종일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보이지 않은 일이 있었다. 그 뒤에 그의 유해(遺骸)를 찾았으나 아무 곳에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폭발하는 소리가 찢어지듯 진동하면서 산골짜기를 울리더니, 땅이 분열되며 항아리가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 속에 있던 해골은 마치 눈[雪]과 같았고, 혀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붉고 선명하기가 죽기 전 보다 더했다. 그리하여 혀와 뼈와 살을 가져다 탑을 세웠다. [이 한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唐高僧傳)』에 나온다.]
당(唐)의 살고훈(薩孤訓)
당(唐)나라 정관(貞觀) 20년, 귀자성(龜玆城)을 칠 때 살고훈(薩孤訓)이란 이가 있었다. 행군창조참군(行軍倉曹參軍)으로 있으면서 귀자성을 물리친 뒤에
정사(精舍)에서 부처님 얼굴의 금을 벗겨서 가졌다. 그런 뒤에 10여 일 만에 눈썹과 털이 모두 빠져버렸으므로 도로 이주(伊州)로 가서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고 가져갔던 금을 모두 돌려드리고 공덕을 지었더니 얼마 되지 않아 눈썹과 털이 도로 났다.
당(唐)의 석철사(釋徹師)
당(唐)나라의 봉주(鋒州) 남고산(南孤山) 함천사(陷泉寺)의 사문 철(徹) 선사는 일찍이 행각차 다니다가 굴 속에서 살고 있는 한 나병 환자를 만났다. 철선사는 그를 산중에서 끌어내어 굴을 파 놓고 음식을 대주면서 법화경을 독송하게 했다. 그는 본디 글자도 모를 뿐더러 게다가 미련했지만 구절구절마다 가르쳐 주면 끝내 그만 두거나 게으르지는 않았다. 경을 반 권쯤 독송해 들어갈 때에 꿈에 가르쳐 준 이가 있었다. 그 때부터 점점 총명해졌고 5ㆍ6권을 독송할 즈음에는 상처도 점차로 나아감을 느꼈으며 1부(部)를 다 마쳤을 때에는 수염과 눈썹이 본래대로 났고 피부의 빛깔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씀한 ‘병에 대한 좋은 약’이란 것이 이런 영험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위의 두 가지 증험은 『명보습유(冥報拾遺)』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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