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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35 법원주림(法苑珠林) 92권

by Kay/케이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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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92

 


법원주림 제92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92. 이해편(利害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삼계의 함식(含識)은 4생(生)으로 목숨을 받아 6정(情)을 반연하고 7식(識)으로 업을 맺으며 욕심의 불에 타고, 탐하는 마음은 만족하기 어렵나니, 하는 일은 물결이 센 강물과 같고 짓는 것은 끓는 물에 삶는 것 같다. 그러므로 한 자의 물결과 한 치의 그림자를 큰 힘으로 달리게 할 수 없고 달이 모는 해의 큰 수레를 영웅의 재주로도 막아내지 못한다. 그 동안 쓴 것을 마시고 독을 먹으면서 고통을 안고 슬픔을 품은 것은 몸과 입의 열 가지 부림[使]을 받고 뜻으로 인한 여덟 가지 흠[疪] 때문이었다. 대부분 모두가 애착 때문이니, 아내와 자식과 재물과 여색에 얽매어서 무시 이래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항상 여덟 가지 고통[八苦]을 받게 하였으며, 자기 자신이 짓고 남을 시켜 지으면서 계속 끊이지 않았다.
선(善)을 보면서도 칭찬하지 않고 악(惡)을 들으면 따라서 기뻐했으며, 숲을 태우고 진펄을 말리며 개를 내닫게 하고 매를 날렸다. 정위(鄭衛)의 음악을 다함없이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극진히 했으며, 익살을 떨면서 나쁜 일을 하고 잠시 동안이라도 그른 짓을 하였다. 불상을 업신여기고 탑을 짓밟았으며 방등(方等)을 공경하지 않고 화합을 허물어뜨렸다. 스스로 저울추와 저울대를 만들고서 다른 이의 말[斗]과 섬[斛]은 버렸으며, 수치를 느껴야 할 터인데도 도리를 저버리고, 부끄러워하면서 사죄할 터인데도 친한 이를 속였다. 비록 7척(尺)이 다른 자가 아니고 마음[方寸]이 나에게 있다손 쳐도 그 정(情)을 깨닫는 것은 본인에게 있거늘, 아직 고치지 못하고 마음과 입을 멋대로 하며 뭇 죄를 쌓고 있다.
스님들과 속인에게 다 같이 원하나니, 저마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다하여 삿된 탐욕을 씻어 없애고 욕심의 불을 영원히 여의며 몸과 입이 청정하고 행(行)과 원(願)이 구족하며 세 가지 장애[三障]의 업을 녹이고 3달(達)의 지혜를 밝히며 5안(眼)과 6통(通)의 자재함을 얻어야 한다. 그러면 5개(蓋)와 6진(塵)이 이에서 영원히 끊어지리라.


(2) 인증부(引證部)
『대장엄론(大莊嚴論)』에서 말하였다.
“나는 일찍이 이런 말을 들었다. 어느 한 비구에게, 한 나라 안의 성과 읍과 마을에서 서로 다투어 공양하였으므로 같이 출가한 이들은 미워하고 시샘하면서 그를 비방하였다. 그 비구의 제자가 이런 비방을 듣고 그의 스님에게 아뢰었다.
‘아무개 비구가 화상을 비방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화상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비방한 이를 불러 좋은 말로 위로하면서 옷을 그에게 주었다. 모든 제자들이 스님에게 아뢰었다.
‘그가 바로 비방한 사람이며 우리의 원수이거늘, 어째서 화상께서는 위로하시고 옷까지 주십니까?’
스님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그 비방한 이는 나에게는 은인이다. 응당 공양해야 한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우박이 벼와 곡식을 해칠 적에
어떤 사람이 그것을 막아 주면
논밭의 주인은 매우 기뻐하면서
재물과 비단으로 그에게 갚으리라.

저 비방한 이는 바로 친한 벗이요
원수라고 이름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이양(利養)의 우박을 막았으니
나는 마땅히 그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

마치 저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이양의 우박으로 해를 받음과 같나니
그는 이양을 탐착했기 때문에
착한 법은 작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마치 털실로 된 줄[毛繩]로 죽이면
가죽이 끊어지고 살과 뼈가 부서지며
골수와 그의 마음이 끊어짐과 같나니
이양의 털실 줄은 그보다 더하다.

계율을 지니는 가죽을 끊고
선정의 살을 문드러지게 하며
지혜의 뼈를 꺾어 버리고
묘하고 착한 마음의 골수를 없앤다.

그 이양을 탐내기 때문에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마음은 항상 이양을 반연하여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는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이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솥의 밥을 보내 주었으므로 이양을 많이 얻고 있었다. 모든 비구들은 모두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것을 아시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제바달다의 이양을 얻는 일을 부러워하지 말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파초에 열매가 생기면 괴롭고
갈대와 대 또한 그러하다.
버새[駏驉]가 새끼를 배면 죽게 되고

노새와 나귀도 그러하다.
어리석은 이들의 이양 탐내는 해(害)를
지혜로운 이들은 보고서 비웃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양이란 바로 큰 재해(災害)이니 장애와 난관을 짓는다. 아라한에 이르기까지 역시 이양의 장난을 당하게 되느니라.’
비구들이 물었다.
‘이것이 어떠한 장난을 짓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양의 재해는 가죽을 깨뜨리고 살을 깨뜨리고 뼈를 깨뜨리고 골수를 깨뜨린다. 곧 그것은 청정한 계율의 가죽과 선정의 살과 지혜의 뼈와 미묘하고 착한 마음의 골수를 깨뜨리는 것이니라.’”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많이 알아서 밝게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고 여기면서 그 덕을 드러내기 위하여 드디어 다른 나라로 가서 아이를 안고 통곡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통곡하고 계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금 이 어린 아이가 7일 만에 죽을 것이오. 그가 일찍 죽는 것이 가엾어서 통곡하는 것입니다.’
그 때 사람들이 말하였다.
‘사람의 수명은 알기도 어렵고 계산이 잘못되기 쉬운 것이다. 혹은 죽지 않을 수도 있거늘 무엇 때문에 울고 있을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해와 달도 어두워질 수 있고 별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것은 아직 틀린 일이 없소이다.’
그는 이름과 이양을 위하여 7일이 다 되자 스스로 그의 아들을 죽이고 자기의 말을 증명하려 하였다. 당시 세상 사람들은 그로부터 7일 후에 그 아이가 죽었음을 듣고 모두 다 감탄하여 말하였다.
‘참으로 그 분은 지혜로운 이다. 말씀하신 바가 틀리지 않는구나.’
그리고 마음으로 신복(信服)하면서 모두 와서 공경을 드렸다.
마치 부처님의 4배(輩) 제자들도 이양을 위하여 자칭 도를 증득했다고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의 법으로 착한 법의 아들을 죽이고, 거짓으로 인자하고 덕이 있는 척하여 짐짓 오는 세상에 받는 고통이 끝이 없게 하고 있으니, 마치 바라문이 자기의 말을 증험하기 위하여 아들을 죽이고는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것과 같다.”
또 『백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한 사람이 자기 아내는 모두 잘 생겼지만 코가 아주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남편은 바깥으로 나가서 얼굴도 잘
생기고 코도 아주 잘 생긴 다른 부녀들을 보고는, 곧 다른 이의 코를 베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급히 그의 아내를 불렀다.
‘여보, 빨리 나오시오. 당신에게 좋은 코를 붙여 주리다.’
아내가 나오자마자 그의 코를 베어 버리고 남의 코를 붙여 주었다. 그러나 붙지도 않았고 아내의 코까지 잃게 했을 뿐더러 헛되이 그의 아내로 하여금 큰 고통을 받게 하였다.
세간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덕행 높은 사문이 큰 이름과 덕망이 있어서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큰 이양을 얻었다는 것을 듣고 거짓으로 자칭 덕이 있다고 망언을 함으로써 이내 그 이양을 잃게 되었을 뿐더러 뒤에는 그의 행까지 손상하고 있으니, 마치 남의 코를 벤 데다가 게다가 자기 아내의 코까지 손상시킨 것과 같다.”
또 『백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상인(商人)이 남에게서 돈 반전(半錢)을 빌려 쓰고 오래도록 갚지 못했으므로 그것을 갚으러 갔다. 가는 길에 큰 강물이 있었으므로 다른 이에게 2전의 삯을 주고 건너게 되었다. 결국 그곳으로 가서 갚았으나 끝내 득(得)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또 돌아오면서 다시 2전을 지불했으므로 반전을 갚기 위하여 4전을 잃은 셈이다. 아울러 길을 오고 가느라 지쳐서 고생까지 했으니, 갚은 것은 아주 적었는데도 잃은 것은 극히 많았다. 그 결과는 여러 사람들에게 비웃음만 샀을 뿐이다.
세간 사람도 마찬가지라서 적은 이름과 이양을 구하다가 큰 행을 허물게 된다. 구차하게 자기 몸의 안존을 위하여 예의를 돌아보지 않으면, 현재에는 나쁜 이름이 나고 후세에는 고통의 과보를 얻게 된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에게는 사자와 같은 이가 있고 양과 같은 이가 있다. 어떤 이를 사자와 같다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이 옷과 밥 등의 공양을 얻고서 그것을 스스로 먹고 입고 하면서 염착(染着)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설령 이양을 얻지 못한다 해도 산란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서 더하거나 덜하는 마음도 없으면, 마치 사자가 조그마한 짐승을 잡아먹으면서 좋다 나쁘다는 염착의 마음을 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어떤 이를 양과 같다고 하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공양을 받아서 스스로 먹으면서도 염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나쁜 길임을 모르면서 스스로 높은 체하며 뽐내면, 마치 한 마리의 양이 무리에서 나와 큰 똥무더기 있는 데로 가서 똥을 배불리 먹은 뒤에 양떼들에게로 돌아와서 스스로 높은 체하며 뽐내면서 ‘나는 좋은 음식을 먹었거니와 너희들은 먹지 못했구나’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은 의당 사자를 배워야 할 것이요, 똥을 먹는 양과 같지 말아야 한다.”
또 『비니모경(毘尼母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어떤 비구가 좋은 것이나 나쁜 것에 대해 평등한 마음을 내고 남이 이양을 얻는 것을 보면 마치 자기가 얻은 것처럼 마음으로 따라서 기뻐하면 이러한 비구야말로 세간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마을에 들어가는 가섭(迦葉)은 거리낌도 없고 얽매이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으나, 이양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양을 구하게 하고 복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복을 구하게 했나니, 마치 자기가 이양을 얻어서 기뻐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하였다. 그리고 마치 털이 공중에서 움직이듯이 걸림도 없고 얽매임도 없었다.

만일 선한 마음으로 마을에 들어가면
손해와 이익에 마음이 평등하며
청정한 이와 함께 대중에 있어도
질투하는 마음 내지 않으며
그대가 친히 아는 집이라 해도
새 것과 옛 것을 분별하지 않으면
이것을 스승이 행할 법이라 한다.”

또 『불장경(佛藏經)』에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그대는 이제 일심으로 잘 들으라. 내가 그대에게 말하리라. 만일 일심으로 도를 수행하는 비구가 있으면 천억의 천신(天神)이 모두 함께 마음을 같이 하여 모든 쾌락의 기구로써 같이 공양하려 하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사람이 좌선하는 비구에게 공양한다해도 천신에게는 미치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사리불아, 너는 스스로 공양을 얻지 못한 것을 근심하지 말지니라.’
또 말씀하셨다.
‘또 어떤 비구가 나의 법으로 출가하여 계를 받고 이 법 안에서 부지런히 정진을 하면 비록 천신과 사람이 생각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만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도를 수행할 뿐이요, 끝내 옷과 밥의 구할 바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여래의 복 창고는
한량이 없어서 다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설사 온갖 세간 사람이 모두 함께 출가하여 법과 행을 따른다 해도 백호상(白毫相)에 견주면 백천억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여래의 이와 같은 한량없는 복덕이 만일 모든 비구가 얻을 바 음식이자 구할 바 물건이라면 모두 만족하게 얻게 되느니라. 사리불아, 그러므로 비구는 ‘구하는 물건으로 온갖 삿된 생활을 하면서 나쁜 법을 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또 『가섭경(迦葉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5백의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정진을 잘 못하고 있으니 신시(信施)의 공양을 녹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청컨대 세속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문수사리보살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만일 신시의 밥을 녹일 수 없다면 차라리 하루에도 수백 번 세속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요, 하루라도 계를 깨드리고서 남의 신시를 받지 말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로서 만일 참선하여 해탈한 이가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만을 신시의 밥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또 『승호경(僧護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사위국(舍衛國) 안에 5백의 상인이 있었다. 함께 맹세하고 큰 바다에 들어가려 하면서 상인들은 같이 의논하였다.
‘법사를 구하여 모시고 큰 바다로 들어가자. 때로 법의 이익을 들으면 갔다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대중 가운데 한 장자가 있다가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문사(門師)가 계신데 이름이 승호(僧護)이시다. 청하여 법사로 모시도록 하자. 변재와 지혜가 많아서 아주 설법을 잘 하신다.’
그래서 모든 상인들은 승호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희들이 큰 바다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이제 대덕을 청하여 설법할 큰 스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저희들은 법을 들어야 갔다가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승호가 대답하였다.
‘화상이신 사리불께 말씀해 보아야 합니다.’
상인들은 가르침을 받고 가서 아뢰었더니, 사리불이 말하였다.
‘함께 가서 부처님께 물어 보십시다.’
사리불과
승호는 모든 상인들을 데리고 부처님께로 나아가 예배한 뒤에 그 까닭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승호 비구가 널리 중생을 제도하실 것을 아시고 곧 허락하셨다.
그러자 모든 상인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승호 법사와 함께 큰 바다로 들어갔다. 아직 보물 있는 곳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용왕(龍王)이 배를 붙잡아 세웠는데, 그때 모든 상인들은 아주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우러러 물었다.
‘어느 신기(神祇)이건대 배를 잡아 세우십니까? 만일 구하는 바가 있으면 몸을 나타내 보이셔야 합니다.’
그 때 용왕이 갑자기 몸을 나타내자 모든 상인들이 곧 물었다.
‘바라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용왕이 대답하였다.
‘이 승호 비구를 나에게 양보하십시오.’
상인들이 대답하였다.
‘부처님 세존과 사리불께 청하여 모셔온 분입니다. 어떻게 용왕에게 양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만일 나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나는 그대를 모두 몰살시키겠습니다.’
모든 상인들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일찍이 부처님께 이러한 게송을 들은 일이 있다.

하나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한 사람을 버려라.
하나의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하나의 집을 버려라.

하나의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하나의 마을을 버려라.
몸과 목숨을 보하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나라와 재물을 버려라.

그리하여 모든 상인들은 고개를 숙였다가 쳐들었다가 하다가 승호 비구를 용왕에게 양보하였다. 용왕은 기뻐하면서 모시고 용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용왕은 곧 총명하고 지혜 있는 네 마리의 용을 승호의 제자가 되게 하고서 용왕은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저를 위하여 이 네 마리의 용에게 각각 한 아함(阿含)씩을 가르쳐 주십시오. 첫째의 용에게는 증일아함(增一阿含)을 가르쳐 주시고, 둘째의 용에게는 중아함(中阿含)을 가르쳐 주시고, 셋째의 용에게는 잡아함(雜阿含)을 가르쳐 주시고, 넷째의 용에게는 장아함(長阿含)을 가르쳐 주십시오.’
승호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승호가 곧 첫째의 용에게 가르쳐 주자 잠자코 듣고서 받아 들였다. 둘째의 용에게 가르쳐 주자 눈으로 잠을 자면서 입으로 외웠다. 셋째의 용에게 가르쳐 주자 뒤를 돌아보고서 듣고 받아 들였다. 넷째의 용에게 가르쳐 주자 멀리 서서 듣고 받아 들였다. 이 네 마리 용왕의 아들들은 총명하고 지혜로웠으므로 6개월 동안에 4아함을 모두 다 외워서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하나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리하여 대용왕은 승호에게 나아가서 무릎 꿇고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말하였다.
‘근심되거나 답답하지는 않으십니까?’
승호는 대답하였다.
‘몹시 근심스럽고 답답합니다.’
용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하시고 답답하십니까?’
승호가 대답하였다.
‘법을 받아 지니는 이는 반드시 법다워야 합니다. 이 모든 용들은 축생의 갈래에 있으면서 법다운 마음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법답지 않게 받아 지니고 외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용왕이 아뢰었다.
‘대덕께서는 저 용들에게 말씀하시거나 꾸짖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스님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런 모습으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용에게는 네 가지 독이 있으므로 법답게 받아 지니거나 독송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처음에 잠자코 받은 자는 소리에 독이 있기 때문에 법답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소리를 내었으면 반드시 스님의 생명을 해쳤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잠자코 받은 것입니다.
둘째, 눈을 감고 받은 자는 보는 눈에 독이 있기 때문에 법답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스님을 보았다면 반드시 스님의 생명을 해쳤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눈을 감고 받은 것입니다. 셋째, 뒤를 돌아보고서 받은 자는 호흡에 독이 있기 때문에 법답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스님을 향해 숨을 내쉬었었다면 반드시 스님의 생명을 해쳤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뒤를 돌아 보고 받은 것입니다. 넷째, 멀리 서서 받은 자는 접촉하는데 독이 있기 때문에 법답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몸을 스님에게 접촉했다면 반드시 스님의 생명을 해쳤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멀리 서서 받은 것입니다.’
이때 모든 상인들은 보물을 캐 가지고 돌아오다가 법사를 잃은 곳에서 함께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본시 여기서 법사를 잃었다. 이제 만일 부처님께 갔을 때 사리불과 목련 존자 등이 우리들에게 ≺승호 법사가 어디에 계시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 때 용왕은 상인들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 즉시 승호를 상인들에게 모셔다 주면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분이 바로 그대들의 법사 승호 비구이십니다.’
상인들은 뛸 듯이 기뻐하고 편안히 육지로 나오게 되었다.
그 때 승호가 모든 상인들에게 물었다.
‘수로와 육로의 두 길이 있는데 어느 길로 가면 되겠습니까?’
상인들이 아뢰었다.
‘수로로 가는 길은 아주 멀어서 여섯 달이나 걸립니다. 양식도 떨어져 가니 아마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함께 상세히 논의하여 육로를 따라 가기로 하였다. 길을 가다가 중도에서 묵게 되었으므로 승호는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여러분들과 떨어져서 묵어야겠습니다. 당신들이 밤에 출발하게 되면 큰 소리로 나를 부르십시오.’
상인들이 ≺그러하겠다≻고 응낙을 하였으므로 승호는 그들을 떠나서 묵으면서 좌선을 하였다. 그러다가 한밤중에는 잠을 자고 좀 쉬었다. 상인들은 밤에 출발하려 하면서 서로 불렀지만 승호가 깨어나지 않았으므로 곧 버리고 떠나갔다. 밤 기운이 다하려 할 적에 큰 바람과 비가 일어났다. 승호는 그 때에야 깨어나서 큰 소리로 불렀으나 끝내 대답하는 이가 없었으므로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들은 참으로 허물이 많은 분들이다. 나를 버리고 떠나가다니.’
그래서 승호는 동반자들을 잃고 혼자 떠나갔다. 길을 간 지 그리 멀지 않았는데 건치(揵稚)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찾아서 절을 향해 가다가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승호가 곧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건치를 칩니까?’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온실(溫室)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려는 것입니다.’
승호는 생각하기를 ‘내가 먼 데서부터 오는 길이니 그 대중들에게로 가서 목욕을 좀 해야겠다’ 하고, 도착한 뒤에 바로 승방(僧房)으로 들어가 여러 사람들을 보았다. 형상은 마치 스님들과 같았는데, 함께 온실에 들어가 목욕하는 여러 기구와 옷ㆍ병ㆍ항아리ㆍ그릇과 욕실 등을 보았더니 모두가 다 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그 때 스님들이 함께 온실에 들어가자마자 불에 타면서 심줄과 살덩이가 녹아 내리고 뼈는 마치 불에 그을려서 앙상하게 남은 심지와 같았다. 승호는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떠한 사람들이오?’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염부제(閻浮提) 사람의
성질로는 믿기조차 어려울 것이니, 당신은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께 물어 보십시오.’
승호는 곧 놀라고 두려워서 절을 버리고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또 길을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다시 한 절을 만났다. 그 절은 아주 화려하게 잘 장엄되어 있고 넓었다. 거기서도 건치 소리를 들었고 또 비구를 만났으므로 물었다.
‘무슨 일로 건치를 칩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대중들이 밥을 먹으려는 것입니다.’
그는 곧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멀리서 오느라 몹시 배가 고프니 역시 밥을 좀 먹어야겠다’ 하고는 승방으로 들어가서 대중이 먹고 있는 식기와 깔개들을 보았다. 모두가 불에 활활 타고 있었으며, 사람과 방사까지도 모두 불에 타고 있는 것이 앞서의 일과 똑같았다. 승호가 물었다.
‘당신들은 어떠한 사람들입니까?’
그 사람들의 대답이 앞에서의 일과 다르지 않았으므로 승호는 놀라고 두려워서 다시 그곳을 버리고 빨리 떠났다. 그리고 앞으로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다시 절을 만났다. 그 절도 장엄하고 화려한 것이 앞의 절과 다르지 않았으며, 승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모든 비구들이 불이 이글거리는 평상에 앉아서 서로가 그들끼리 할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살이 다하여 심줄이 나오고 5장과 뼈와 골수가 불에 그을려서 마치 앙상하게 남은 심지와 같았다.
승호가 물었다.
‘당신들은 어떠한 사람들입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염부제 사람의 성질로는 믿기조차 어려울 것이니, 당신은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께 물어 보십시오.’
승호는 놀라고 두려워서 다시 그 곳을 버리고 빨리 나왔다. 그리고 다시 길을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또 한 절을 만났다. 다시 그 절로 들어가서 대중들에 함께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그 비구들이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곧 나가시오.’
승호는 망설이면서 미처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여러 비구들의 발우 안에 사람의 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 비구들은 모두가 그것을 먹었으며 먹고 나자 불이 이글이글 타면서 목구멍으로부터 오장까지 모두 연기와 불길이 오르면서 곧장 밑으로 흘러 내려왔다. 그 광경을 보자 놀라고 두려워서 다시 빨리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또 한 절을 만났다. 그 절도 화려하고 장엄한 것이 앞의 절과 다름이 없었다. 곧 승방으로 들어가서 보니 모든 비구들이 손에 철퇴를 붙잡고 서로 마구 때리고 있었는데
꺾이고 부서져서 마치 티끌과 같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빨리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또 한 절을 만났다. 그 절도 장엄되고 좋은 것이 앞의 절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여 나아가서 승방으로 들어갔더니 건치 소리가 들렸으므로 승호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건치를 칩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맛이 단 음료수를 먹으려는 것입니다.’
승호는 생각하기를 ‘나도 몹시 목이 말라 있다. 그 단 음료수를 좀 마셔야겠다’ 하고는, 대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온갖 식기와 평상과 깔개가 있었는데, 모든 비구들은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식기 안에는 불에 녹인 구리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그 비구들은 모두 함께 그것을 마셨다. 마시자마자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목구멍과 5장이 모두 숯불로 변한 채 곧장 밑으로 흘러내려 왔다. 그 모습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바로 나와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또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살[肉]로 된 큰 땅덩이를 보았다. 그 땅덩이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애끓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받는 고초가 참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나와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또 큰 땅덩이를 보았는데, 앞서와 똑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큰 항아리를 보았다. 모두 다 불에 활활 타고 있었는데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으며 참기 어려워하는 것이 앞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가다가 역시 살로 된 항아리를 보았는데, 모두 다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이 앞의 것과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병(甁)을 보았다. 그 병에서 불이 훨훨 이는데, 애끓는 소리로 울부짖었으며 모진 고통은 참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병을 보았는데, 불길에 훨훨 타고 있는 것은 앞의 것과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큰 샘을 보았다. 그 샘에서 불길이 훨훨 타오르는데, 문드러진 가죽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으며 괴로워하는 소리와 고초받는 것이 역시 앞서와 똑 같았다. 그것을 본 뒤에 놀랍고 두려워서 나와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가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또 살로 된 하나의 큰 항아리를 보았는데, 거기서도 불길이 일고 고통받는 일들이 앞에서와 똑같았다.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비구를 만났다. 손에 날카로운 칼을 갖고 자기의 코를 베고 있었는데, 베고 나면 또 생기고 생긴 뒤에는 또 베고 하기를
쉬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뒤에 또 앞으로 가다가 한 비구를 만났는데, 그는 손에 도끼를 가지고 자기 혀를 끊고 있었으며 끊고 나면 다시 생기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비구를 만났는데, 그는 물 속에 혼자 서서 입으로 쉬지 않고 ‘물, 물’하며 계속 부르짖으면서 모진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비구를 만났다. 쇠가시로 된 동산 안에 쇠가시 위에 선 채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부짖는 것이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대청[廳]을 보았다. 그곳에서 불길이 훨훨 일어나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부짖는 것도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말뚝을 보았다. 그 형상은 마치 코끼리의 어금니와 같았는데 그것에서 불길이 훨훨 일어나면서 고통을 받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마리의 낙타를 보았다. 온몸이 불에 타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부짖는 것도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말 한 마리를 보았는데 온몸이 불에 타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부짖는 것도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마리의 흰 코끼리를 보았는데, 온몸을 불에 태우면서 괴로워하는 것도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마리의 나귀 몸을 보았는데, 맹렬하게 타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괴로워하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마리의 숫양을 보았다. 맹렬하게 타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괴로워하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돈대[臺]를 보았다. 큰 불에 이글이글 타면서 괴로워하는 것이 앞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살로 된 하나의 돈대를 보았는데 앞의 것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방(房)을 보았다. 맹렬하게 붙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부짖는 것도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평상을 보았는데 훨훨 타는 불길에 몸을 태우는 것도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저울을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늘어졌다 줄어졌다 하며 고통을 받는 것이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갈퀴[挏執]를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늘어졌다 줄어졌다 하며 고통받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승상(繩床)을 보았다.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도 역시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벽(壁)을 보았다. 불에 타면서 요동하며 괴로워하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하나의 똥구덩이를 보았다. 똥과 오줌이 부글부글 끓는 가운데 사람들이 그 속에서 괴로워하는 것이
앞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하나의 높은 자리를 보았는데, 그 위에 어떤 비구가 마음을 껴잡고 단정하게 앉아 있다가 맹렬하게 타는 불에 타면서 괴로워하는 소리가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시 하나의 높은 자리를 보았는데, 그것이 고통을 받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건치(揵稚)를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괴로워하는 소리가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오랑캐 나라의 기지(岐支)를 보았다. 오랑캐 나라 이름으로는 구수라(拘修羅)인데 맹렬하게 타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고통을 받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살을 보았다. 불에 타면서 문드러지고 악취가 나고 요동하면서 울부짖고 괴로워하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수만나꽃[須曼那華] 나무를 보았다. 불에 타면서 괴로움을 받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꽃나무를 보았다. 불에 타면서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하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는데,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과일나무를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나무를 보았다.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하나의 기둥을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이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살로 된 하나의 기둥을 보았는데, 옥졸이 도끼로 찍고 있었는데 그 고통받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살로 된 열네 개의 나무를 보았는데,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이 역시 앞에서와 같았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두 비구를 만났는데, 서로가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으므로 뇌가 파열되어 고름과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하여 죽으면 도로 살아나서 쉴 새 없이 그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승호 비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두 사미를 만났다. 그들은 서로 껴안고 누워 자고 있다가 맹렬하게 붙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쉴 새 없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승호 비구는 그 모습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사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이건대 이런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
사미들은 대답하였다.
‘염부제 사람의 성질로는 믿기조차 어려울 것이니, 당신은 세존께로 가서 부처님께 물어 보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난 뒤에 놀랍고 두려워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길에서 먼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곳에는 숲과 나무가 무성하였으며 즐길 만한 곳이었다. 그곳까지 가서 숲으로 들어갔더니 5백의 선인(仙人)들이 숲 사이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선인들은 승호 비구를 보자마자 피하여 달아나면서 서로 함께 말하였다.
‘석가의 제자가 우리들의 동산을 더럽히겠다.’
승호 비구는 선인들로부터 나무를 빌어서 하룻밤 묵은 뒤에 날이 새면 일찍 떠나가야 했었다. 그런데 선인들 가운데 첫째 상좌(上座)가 퍽 자비가 있었던지라 아래 신선들에게 명하였다.
‘사문에게 나무를 빌려 드려라.’
승호는 곧 하나의 나무를 얻었다. 즉시 그 나무 아래에다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좌하고 앉아서 초저녁 동안에 5개(蓋)를 눌러 없애고 밤중에는 잠을 자고 새벽녘에는 단정히 앉아서 높은 소리로 범패(梵唄)를 읊었다. 모든 선인들은 범패 읊는 소리를 듣고 성품의 공함을 깨달아서 불환과(不還果)를 얻었다. 법을 보고 기뻐하면서 사문에게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했다. 그리고는 사문에게 3귀의(歸依)를 받겠다고 청하면서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기를 구하였다. 그래서 승호는 곧 그 선인들을 제도하여 법대로 출가시키고 참선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선인들은 얼마 되지 않아 정(定)을 얻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니 마치 전단(栴檀)의 숲이 저절로 서로 에워싸듯이 도를 얻는 비구들이 스스로 성현의 대중이 된 것과 같았다.
그리하여 승호 비구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나아가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는 한 쪽에 물러나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위로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길을 걷느라 고달프지는 않았느냐. 걸식하기는 쉬웠느냐?’
승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크게 고달프지도 않았고 걸식하기도 쉬워서 고생하지 않고 세존을 뵈올 수 있게 되었었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승호 비구가 대중 가운데서 높은 소리로 이미 먼저 보았던 지옥의 인연들을 설명해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본 비구들의 욕실(浴室)은 욕실이 아니고 그들은 지옥사람들이다. 이 모든 죄인들은 가섭불(迦葉佛) 때에 출가한 비구들인데, 계율에 의거하지 않고 자기의 어리석은 뜻을 따르면서 대중의 욕실 기구와 모든 기물들을 뜻대로 사용하였다. 계율 지닌 비구가 항상 궤칙(軌則)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그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섭불이 열반하신 이후부터 지옥의 고통을 받으면서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처음에 보았던 절은 절이 아니고 비구들도 아니며 지옥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5덕(德)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방 승물(僧物)을 건치도 치지 않고 대중들이 함께 말없이 사용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불이 타는 평상에 앉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두 번째 절도 비구가 사는 절이 아니라 지옥 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5덕을 갖추지 못했다. 모든 단월(檀越)들이 절을 짓고 4사(事)가 풍족하였는데, 단월이 처음 마음을 내어 절을 지을 때에는 반드시 건치를 치고 널리 제도하려는 뜻을 지어야 할 터인데도 그들은 말없이 수용하기만 하였다. 또 객(客) 비구가 오면 음식도 주지 않고 빈 발우로 돌려보냈다. 이런 인연으로 불이 붙는 평상에 앉는 고통을 받는데, 서로가 할퀴어서 심줄과 살이 다 떨어져 나가고 뼈는 마치 불에 그을려서 앙상하게 타다 남은 심지와 같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세 번째 본 절도 대중이 사는 절이 아니며 지옥 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게으름을 피우면서 함께 살았는데, 이렇게 같이 의논하였다.
‘우리들이 함께, 계율을 지닌 한 비구를 청하여 다 같이 법 일[法事]을 지으면 법다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행이 청정한 비구를 청하여 같이 머무르면서 먹고 자고 하였다. 이 행이
청정한 비구는 다시 행이 같은 다른 비구를 데려왔다. 이렇게 하여 행이 청정한 사람들이 점차로 많이 불어나자, 전에 게으름을 피우던 비구들을 절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당시 그 파계한 사람들은 밤 중에 절에다 불을 놓아서 모든 비구들을 죽게 하였다. 이 인연으로 손에 철퇴를 잡고 서로 쳐 죽이면서 큰 고뇌를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그렇게 하고 있느니라.’
네 번째 본 절도 대중이 사는 절이 아니며 역시 그것도 지옥이니라.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항상 절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단월들이 대중들에게 갖가지 음식을 보시하면 그들의 앞에서 몫을 나누어야 하는데도, 그 때 객승이 오면 먼저 있던 비구들은 인색한 마음 때문에 객승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뒤에야 물건을 나누곤 하였다. 그러나 미처 나누기도 전에 벌레가 나오고 악취가 났으므로 그것을 밖에다 내버렸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 안에 들어가서 똥ㆍ오줌을 먹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먹고 있느니라.
다섯 번째 본 절도 대중이 사는 절이 아니라 지옥 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낮에 밥을 먹을 적에 법답게 먹지를 않고 나쁜 말로 서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인연으로 쇠 평상에서 고통을 받는데, 모든 밥그릇 안에서는 끓는 불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힘줄과 살을 녹여 없애고 뼈는 마치 불에 그을려 앙상하게 남은 심지처럼 되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여섯 번째에 본 절도 대중이 사는 절이 아니라 지옥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인데 건치를 치지 않은 채 대중들은 잠자코 단 음료수를 함께 마시면서 밖에서 다른 비구가 오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다. 이 인색한 인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녹인 구리를 마시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마시고 있느니라.’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이어 승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첫 번째 지옥의 사람들은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들이다. 대중이 쓰는 밭에다 자신을 위하여 사사로이 곡식을 심고서도 대중에게 상당한 값어치를 갚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두 번째 지옥의 사람들은 가섭불 때에
속인이었다. 절의 밭에 곡식을 심고서도 대중에게 상당한 값어치를 갚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살로 된 큰 땅덩이가 되어서 온갖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첫 번째의 살로 된 항아리는 실은 살로 된 항아리가 아니라 죄인이다. 가섭불 때에 대중의 상좌로 있으면서 좌선도 하지 않고 계율도 알지 못하면서도 배불리 먹고 잠만 많이 잤으며, 다만 이익이 없는 말만 잘할 뿐 맛있는 공양이 있으면 먼저 먹어버렸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항아리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두 번째 살로 된 항아리는 바로 출가한 사람들인데, 대중을 위해 주방(廚房)을 맡고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맛있는 공양이 있으면 먼저 먹어버리고 거칠고 좋지 않은 것만 대중에게 돌렸기 때문에 살로 된 항아리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세 번째 항아리는 바로 절에 있으면서 대중을 받드는 속인인데, 음식을 만들 때 맛있고 좋은 것은 먼저 자기가 맛보면서 먹어버리거나 또는 아내나 아이에게 가져다 주었으며, 거칠고 나쁜 것은 대중에게 돌렸다. 때문에 이런 인연으로 지옥 안에 있으면서 살로 된 큰 항아리가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첫 번째의 병(甁)은 병이 아니고 지옥 사람이다. 그는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해 주방을 맡아 있으면서 아침에 먹어야 될 것을 다음 날로 미루고 다음 날에 먹을 것을 그 다음 날로 미루었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 안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병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둘째의 병도 출가한 사람이다. 단월들이 소(蘇)가 든 병을 보내 주면 대중들 앞에서 공양하면서 사람마다 낱낱이 몫을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맡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객승이 있는 것을 보면 뒤에다 숨겨 놓았다가 객승이 떠난 뒤에야 몫을 분배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 안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병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물 속에 서 있는 사람은 가섭불 때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하여 물을 맡고 있었다. 대중이 물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을 보자 자기 뜻에 맞는 이만 주고 다른 이에게는 물을 가두어 놓고 주지 않았으며 남아도는 것까지도 주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 안에 들어가 물 안에 혼자 서서 ‘물, 물’ 하고 되뇌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큰 항아리는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맡고 있으면서도 향기롭고 맛있는 것은 먼저 자기가 먹어버리고 맛이 변한 과일이나 채소가 깔깔해진 연후에야 대중에게 주었으며, 혹은 마음대로 좋은 것을 골라서 주었다. 이처럼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항아리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칼로 코를 베는 이는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불ㆍ법ㆍ승이 있는 청정한 땅에다 코를 풀고 침을 뱉는 등, 땅을 더럽혔다. 이 때문에 칼로 그의 코를 베며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손에 도끼를 잡고 자신의 혀를 끊고 있는 비구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미인데, 대중을 위하여 석밀(石密)을 분배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석밀을 여러 조각으로 끊은 뒤에 도끼 날에 붙어 있는 석밀을 핥아먹었다. 그 때문에 혀를 끊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샘도 지옥이다. 가섭불 때에 그는 출가한 사미인데, 대중을 위하여 꿀을 맡고 있으면서 먼저 자기가 맛을 보면서 먹고 나머지만을 대중에게 주었으며 양이 줄어들면 아예 돌리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샘이 되어 불에 타 문드러지면서 큰 고뇌를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도 아직 쉬지 않고 받느니라.

네가 본 가시 위에 서 있는 비구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나쁜 말로써 비구들을 헐뜯고 욕했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쇠로 된 가시 위에 서서 불에 타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대청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그는 출가한 사람인데, 5덕(德)을 갖추지 못했다. 대중을 위하여 주방을 맡고 있으면서도 맛있고 좋은 것은 먼저 자기가 먹어버리거나 속인에게 주었고, 그리고 남은 것을 대중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말뚝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 안에 항상 머무르고 있으면서, 대중이 쓰는 담장과 벽 위에다 마구 시렁과 말뚝을 세웠다. 그것은 대중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자기의 옷과 발우를 걸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말뚝이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첫 번째 낙타는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에서 상좌로 있으면서 음식 몫을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분을 더 받았다. 계율을 지닌 비구가 법대로 가르쳐 주면서 말했다.
≺상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그 늙은 비구는 율사에게 대답했다.
≺당신은 아는 것이 없구려. 소리가 마치 낙타와 같소이다. 나는 대중 가운데 상좌로 있는 몸이라 주원(呪願)도 하고 설법도 하고 때로는 범패(梵唄)를 읊기도 하므로 그 수고를 보아서 으레 그렇게 받아야 하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늘 성을 내면서 나를 꾸짖으시오?≻
이러한 인연으로 지옥 안에 들어가 낙타의 몸을 받아서 불에 타며 울부짖으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말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절에서 대중을 받들던 속인인데, 공양을 할 때에 그의 몫보다 더 먹어버렸고 혹은 권속이나
아는 속인에게 주어버렸으므로 비구들이 꾸짖으면서 말했다.
≺너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나쁜 말로 비구들을 꾸짖었다.
≺당신들은 마치 말과 같이 늘 먹으면서도 배부르지 않단 말이오. 나는 대중을 위하여 아주 많은 수고를 하고 있으므로 그 공으로 보아 응당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말의 몸을 받아서 온몸을 불에 태우면서 그 고뇌를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코끼리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하여 주방을 맡고 있었다. 여러 단월들이 온갖 공양을 가지고 절에 와서 대중에게 베풀고자 할 때나 혹은 식후에라도 단월들이 아뢰었다.
≺대덕께서는 건치를 쳐서 대중을 집합시켜 밥을 잡수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이 비구는 나쁜 말로 속인에게 대답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마치 흰 코끼리와 같소. 먹어도 배부른 줄 모릅니다. 아까 먹고 끝났으니, 뒷날에나 주기로 합시다.≻
이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흰 코끼리의 몸을 받아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나귀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그는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해 주방을 맡고 있었으나 5덕을 갖추지 못하였다. 대중에게 음식을 분배할 때에 항상 자기 자신은 2ㆍ3인 분씩 더 많이 받았다. 계율을 지닌 비구가 ≺법대로 하라≻고 꾸짖으면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대중을 위하여 주방과 동산의 과일과 채소를 맡고 있소. 항상 대중을 위해 아주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 데도 당신 비구들은 나의 은혜를 모르고 있구려. 형상은 마치 나귀처럼 생기고 오직 한 몸만을 기르고 있는 주제에 어째서 잠자코 있지 못합니까?≻
이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나귀가 되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숫양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사주(寺主)로 있었다. 밭과 안팎을 검사하는 직책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자와 여러 젊은 비구들을 경계하지도 않고 법대로 건치를 치지도 않았으므로 여러 율사(律師)들이 말하였다.
≺사주께서는 어째서 때맞추어 건치를 쳐서 대중을 모으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대중을 맡아서 운영하느라 아주 고달픕니다. 당신 비구들은 마치 숫양처럼 먹고만 있으면서 어째서 당신들이 좀 치지 못합니까?≻
이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숫양의 몸을 받아서 불에 타면서 모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살로 된 돈대는 실은 살로 된 돈대가 아니라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승방(僧房)과 깔개를 맡고 있으면서도 승방 문들을 닫고 열쇠를 가지고 사방으로 돌아 다녔다. 그 때문에 대중들은 깔개도 얻지 못하고 방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돈대가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번째의 살로 된 큰 돈대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사주로 있으면서 좋은 방사를 골라 자기 자신이 수용하거나 아는 이에게 주었다. 계율에 의거하여 차례로 방사를 나누지 않고 평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돈대가 되어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방(房)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승방을 자기 소유처럼 여기고 살면서 끝내 옮기지도 않았으며 계율에 의거하여 차례대로 방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살로 된 큰 방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승상도 바로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승상을 가져다 계율에 의거하지 않고 자기 소유처럼 제멋대로 승상을 분배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승상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번째의 승상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승상을 파괴하여 제멋대로 불을 피웠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승상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깔개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이 쓰는 깔개를 자기 소유처럼 걸상 위에 깔았다. 계율에 의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깔개가 되어 불에 타면서 늘어졌다 줄어졌다 하며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갈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갈퀴를 자기 소유처럼 여기며 계율에 의거하지 않았거나, 혹은 쓰다가 파괴했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갈퀴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승상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왕의 세력을 믿고 성인의 덕을 지닌 것처럼 뽐냈고, 4배(輩) 제자들이 성스런 마음으로 찬탄하면 그 비구는 잠자코 그 찬탄을 받았으며, 좋은 승상과 좋은 음식을 베풀어 주면 성인이 된 마음으로 받았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승상이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벽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이 쓰는 벽 위에다 시렁을 만들어서 벽을 파괴하고 자기의 옷과 발우만을 걸었기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벽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줄도 곧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이 쓰는 줄을 가져다 사사로이 자기만이 사용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살로 된 큰 줄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똥구덩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비구로 절에 있으면서 불ㆍ법ㆍ승이 있는 청정한 땅에다 처소를 가리지 않고 대ㆍ소변을 마구 누었다. 계율을 지닌 비구가 ≺법대로 하라≻고 꾸짖어도 그 가르침을 받지 않을 뿐더러 똥 냄새를 모든 대중들에게 맡게 하였으니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똥구덩이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높은 자리에 있는 법사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율장(律藏)에 밝지 못했으므로 중한 죄인데도 경한 죄라 하고 경한 죄인데도 중한 죄라 했으며 남근(男根)이 있는 사람인데도 남근이 없다고 하고 남근이 없는 사람인데도 남근이 있다고 했으며 참회해야 할 사람인데도 참회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참회하지 않아야 할 사람인데도 참회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높은 자리에 앉아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번째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법사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큰 법사였는데, 삿된 생활을 위해 설법을 하였다. 이양을 얻는 집에 가서는 이치대로 설법하고 이양이 없는 때에는 법을 법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릇된 법으로 설법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쇠로 된 높은 자리에 앉아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건치가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것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3보(寶)의 물건인 건치를 법답지 않게 쳐서 거짓으로 갈마(羯磨)를 지었고, 3보의 물건을 가져다가 자기를 위해 수용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건치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구수라(拘修羅)도 실은 기지(岐支)가 아니며 지옥 사람이다.
그는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사주(寺主)였다. 대중이 먹을 주방의 음식을 자랑하면서 팔았는데, 물건을 얻은 뒤에는 옷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대중 공양을 못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기지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번째의 구수라도 실은 기지가 아니라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 안에서 물건을 분배하는 유나(維那)로 있으면서 봄철에 나눈 물건을 여름철까지 미루고 여름철에 나눌 옷과 물건을 겨울철에 가서야 나누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서 살로 된 구수라가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살로 된 산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전좌(典座)로 있으면서 5덕을 갖추지 못했으며, 조그마한 위세로 대중의 물건을 훔쳐서 대중들이 옷을 입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산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처음에 본 수만나(須曼那)의 기둥은 실은 기둥이 아니라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에 있는 살마과 4배(輩)와 단월들이 수만나꽃을 부처님께 뿌리며 공양하는 것을 맡고 있으면서, 마른 꽃을 비구가 쓸어서 가져오면 그것을 팔아 자기를 위해 사용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수만나의 기둥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두 번째 네가 본 수만나꽃의 기둥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 기둥의 관리를 맡고 있으면서 4배와 단월이 수만나꽃의 기름을 부처님께 공양하면 이 비구는 덜어 두었다가 자기를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큰
수만나의 기둥이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꽃나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과일과 채소를 맡고 있으면서 동산에 좋은 꽃과 과일이 있으면 자기를 위하여 사사로이 사용하거나 속인에게 주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큰 꽃나무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과일 나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과일과 채소를 맡고 있으면서도 향기롭고 맛있는 과일은 사사로이 자기가 먹기도 하고 혹은 속인에게 주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과일 나무가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하나의 나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의 땔나무를 맡고 있으면서 대중이 쓸 땔나무를 가져다 사사로이 자기 방에 불을 지피거나 혹은 아는 속인에게 주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나무가 되어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 첫 번째의 기둥은 실은 기둥이 아니라,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 안에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절의 기둥을 파괴하여 자기를 위하여 사사로이 사용하였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기둥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번째의 기둥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속인이었는데 칼로 불상 위의 금빛을 긁어 가졌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기둥이 되어서 옥졸이 도끼를 가지고 그의 몸을 쪼개는 고통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맹렬하게 붙는 불에 몸을 태우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세 번째의 기둥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을 위해 일을 맡고 있으면서도 절에서 쓸 들보와 기둥을 함부로 속인에게 주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큰 기둥이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네 번째의 나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5덕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대중의 주인이 되었다. 대중을 위해 일을 결단할 때는 사랑하는 이와 미운 이와 두려운 이와 어리석은 이를 차별했기 때문에 결단하는 일이 공평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살로 된 네 개의 나무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다섯 번째의 나무도 지옥 사람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절에 항상 머무르고 있으면서 계율에 의거하지 않고 모든 깔개를 나눌 때도 좋은 것은 자신이 갖는 등 미운 이와 좋아하는 이에 따라 차별되게 나누었다. 불법 가운데서는 진사(塵沙)처럼 수많은 비구라도 의당 순서에 따라 주어야 하는데도 평등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 열네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살로 된 큰 나무가 되어서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비구도 지옥 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대중 가운데서 싸우면서 서로 때렸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 맹렬하게 붙는 불에 몸을 태우면서 서로가 때리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네가 본 두 사미도 지옥 사람들이다. 가섭불 때에 출가한 사람인데 함께 하나의 이불을 덮고서 서로 껴안고 누워 잤다. 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가서 덮고 있는 이불이 불에 타는데도 서로 껴안고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니,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받고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이제 너에게 말하거니와 지옥 안에 있는 이는 출가한 사람이 많고 속인들은 적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출가한 사람들은 대개 계를 범하기 좋아하고
비니(毘尼)를 따르지 않으며, 서로 속이고 업신여기면서 사사로이 대중의 물건을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음식을 나눌 때에 평등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거듭 너에게 말하노니, 부지런히 계율을 지니면서 머리에 이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이 모든 죄인들은 과거 세상에 출가했지만 계를 깨뜨린 자들이다. 그러나 정진하는 척하였으므로 4배와 단월은 모두 비구로서의 위의와 형상이 승가[僧]와 같음을 보고서 승보(僧寶)로 공경하고 4사(事)로 공양한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오히려 한량없고 그지 없고 불가사의한 큰 과보를 얻게 되었느니라. 만일 한 비구가 항상 비니(毘尼)를 지니는 승가람(僧迦藍) 가운데서 법대로 도를 수행하고 때에 맞추어 건치를 치면 이 사람에게만 보시하여도 얻는 복이 한량없어서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거늘, 하물며 사방의 뭇 승가에게 공양함이겠느냐?’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출가한 사람이라도 대중의 사업을 경영하느라 청정한 계율을 지니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모든 비구가 처음 출가할 때에는 청정한 계율을 지니기 좋아하고 열반을 구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므로, 이러한 이는 4배와 단월이 공양하면 의당 받을 만하느니라. 청정한 계율을 굳게 지녀야 뒤에 고뇌가 생기지 않나니, 게송으로 말하리라.
계율을 지님이 가장 즐거우니
몸은 뭇 고통을 받지 않으며
잠을 자면서도 안온하고
깨어나면 마음에 환희가 넘친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승호에게 말씀하셨다.
‘항상 아비(阿鼻) 지옥 안에 있는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아홉 종류인가? 첫째는 대중이 사는 절 물건을 없애는 이요, 둘째는 부처님의 물건을 없애는 이이며, 셋째는 아버지를 살해한 이요, 넷째는 어머니를 살해한 이이며, 다섯째는 아라한을 살해한 이요, 여섯째는 화합한 대중[僧]을 깨뜨린 이이며, 일곱째는 비구의 청정한 계율을 깨뜨린 이요, 여덟째는 행이 청정한 비구니의 계를 범한 이이며, 아홉째는 일천제(一闡提)이니, 이 아홉 종류의 사람은 항상 지옥에 있게 되느니라.

지옥과 아귀의 두 곳에서 과보를 받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종류인가? 첫째는 대중에게 보시할 물건을 끊어지게 한 이요, 둘째는 대중에게 보시할 밥을 끊어지게 한 이이며, 셋째는 대중의 돈과 물건을 겁탈한 이요, 넷째는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하게 한 이이며, 다섯째는 법을 법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릇된 법으로 설법한 이이다. 이 다섯 종류의 사람은 두 곳에서 과보를 받지만 그 밖의 그지없는 업은 5도(道) 안에서 받나니, 게송으로 말하리라.

악을 행하면 지옥에 들어가고
선을 지으면 천당의 쾌락을 받으며
만일 공의 선정[空定]을 잘 닦으면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을 증득한다.

기뻐하면서 다른 이의 보시 받고
3의(依)로서 항상 만족할 줄 알며
선정과 지혜로 3업(業)을 닦으면서
산골짜기에서 안락하게 지낸다.’

차라리 뜨거운 철환(鐵丸)을 먹다가
치성한 불에 데일지언정
파계하고서 신심 있는 단월의
공양은 얻지 말아야 한다.

그 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이 인연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당시 4부 대중은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욕실(浴室)과 여섯 절[寺]과
두 땅과 세 항아리와
두 병과 더러운 살로 된 샘과
한 개의 항아리와 칼로 코를 베는 것과

물 속에 서서 혀를 끊는 것과
가시 위에 선 것과 살로 된 대청과 말뚝과
낙타와 말에 흰 코끼리와 나귀와
숫양과 살로 된 두 개의 돈대와

살로 된 방과 두 개의 승상과
살로 된 저울과 갈퀴와
평상과 벽과 살로 된 새끼줄과
똥 구덩이와 두 개의 높은 자리와

건치와 두 구수라와 산과
살로 된 두 그루의 수만나꽃 기둥과
꽃나무와 과일나무와 살로 된 한 그루의 나무와
또 하나의 나무와 살로 된 세 개의 말뚝과
네 개로 된 살나무와 열네 명으로 된 살나무와
두 비구와 두 사미와
이를 합하면 쉰여섯이니
근본 인연을 설법하셨다.

게송을 읊는다.

어리석은 범부는 세간 이익 탐내고
세속의 선비는 헛된 이름 존중하네.
3공(空)은 이미 말하기 어렵고
8풍(風)으로 항상 쉽게 기운다.

물아(物我)는 오래 전에 공한 성품인데도
색심(色心)은 여전히 얽매어 있네.
한창 나이에는 애욕 좋아하지만
늙어 죽으면 언덕의 묘(墓)가 된다.

높은 자리 있을 적에 화(禍)를 염려하지 않고
만족할 때 가득 찰 것을 근심하지 않네.
명예와 이익이라는 감미로운 칼로 해친다면
잘못을 지닌 채 어찌 상서로움이 오래하리.

범부가 구차하게 이익을 구함은
개가 더러운 것을 보고 깨끗하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재앙이 장차 올 것을 모르면서

어찌 원망과 괴로워하는 소리를 알랴.”

감응연(感應緣)[앞에서 스님들과 속인들이 명예와 이익을 다스리지 못해서 현재 과보를 받는 이가 극히 많았음을 보았다. 그것은 모두 여러 편(篇)에 흩어져 수록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우선 한 가지 증험만을 인용하고 더 기술하지 않는다.]
자주 보는 일이거니와, 속인은 참회함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꾸짖는 것을 보고는 곧 자기들은 아주 좋은 사람이라 여기면서 편벽되게 스님들의 허물을 보고 있다. 경전에 의거하여 말해 보건대, 속인의 죄는 마치 검은 옷에 묻은 때와 같아서 옷에 더러운 때가 묻어 있다 해도 빛깔이 다른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출가한 사람은 마치 깨끗한 모직물과 같아서 파리똥만큼의 작은 때가 묻어도 이내 깨닫고 쉽게 없애 버린다.
그러므로 속인이 죄를 지어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은 마치 돌이 물에 가라앉으면 나올 기약이 없는 것과 같지만, 출가한 사람이 죄를 짓고 지옥에 들어감은 마치 공을 땅에다 던지면 튀어오르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죄를 지을 때는 극히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고 지은 뒤에는 곧 참회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치 방울물이 뜨거운 번철에 있을 적에는 물방울에 물기가 있는 것 같지만 그 물기는 곧 말라버리는 것과 같나니, 왜냐 하면 불에 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인이 죄를 짓고 지옥에 들어감은 마치 쏜 화살이 돌아오는 법이 없는 것과 같고, 또한 철퇴가 깊은 진흙 속으로 들어가면 나올 기약이 없는 것과도 같으니, 왜냐 하면 해치려는 마음이 더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치 늙은 코끼리가 진흙 속에 들어가면 나올 수 있는 힘이 없는 것과도 같다.
만일 부귀한 사람이 아만심을 내면 3보(寶)를 업신여기고 멋대로 살해하며, 재물과 여색을 탐내고 염착하기를 밤낮으로 싫어함이 없으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게 되므로 짐승과 다르지 않다. 하물며 도리어 어진 이를 비방하고 불법을 가벼이 여기고 있으니, 이런 일을 조용히 생각하면 몹시 마음이 쓰라린다. 만일 그가 빈궁한 사람이라면 옷과 밥을 구할 것이므로 나라의 역사(役事)에 핍박을 받아서 공사(公私)에 부산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힘쓰겠지만 신앙이 없는 이가 옷과 밥이 떨어져서 그 괴로움이 몸에 절박하게 되면 3보의 물을 겁탈하고 6친(親)의 것을 훔쳐서 아내와 아이를 기르고 자기 목숨을 도모한다.
그러한 까닭에 괴로움으로부터 괴로움에 이르러서 그 괴로움이 시방에 두루하게 되고, 어둠으로부터 어둠에 들어가서 그 어둠이 법계(法界)를 어둡게 하나니 보살은 이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해 피눈물을 흘리신다. 이런 이치를 갑자기 생각해 보면 애통하기 그지없다.

후위(後魏)이 숭진사(崇眞寺)
후위(後魏)의 숭진사(崇眞寺) 스님 혜의(慧嶷)는 죽은 지 7일이 지났다. 당시 다섯 비구와 함께 차례로 염라왕(閻羅王) 앞에서 죄과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 혜의는 잘못 불려갔었으므로 석방되어 다시 살아났다. 그는 그 때 왕 앞에서 보았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마치 생시(生時)의 관청과 다름이 없었다. 다섯 분의 비구란 경읍(京邑)에 있는 여러 절의 도인들이었는데 나와 함께 같은 장부에 허물이 적혀 있었다. 한 비구가 말하였다.
‘나는 보명사(寶明寺)의 중 지총(智聰)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였다.
‘살아 있는 동안에 좌선과 고행(苦行)을 업으로 삼았으므로 천당(天堂)에 오를 수 있습니다.’
또 한 비구가 말하였다.
‘나는 반야사(般若寺)의 중 도품(道品)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였다.
‘『열반경(涅槃經)』 40권을 독송하였으므로 역시 천당에 오를 수 있습니다.’
또 한 비구가 말하였다.
‘나는 융각사(融覺寺)의 중 담모최(曇謨最)입니다.’
그런데 그 장부의 주(注)에 『화엄경』과 『열반경』을 강하였으며, 매양 대중 천 명을 거느리고 그 뜻과 이치를 해석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 때 왕이 말하였다.
‘대중 스님들에게 경을 강하면서 난 체하고 뽐내었으며, 마음에 남과 나를 차별하는 생각을 품고 교만을 부리면서 남들을 업신여겼으니, 비구 가운데서
제일 추한 행동이다.’
담모최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강사의 몸이 된 뒤로부터는 실로 교만한 일이 없었으며 경전 강하는 일만을 좋아하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유사(有司)에게 넘긴다.’
그러자 곧 푸른 옷을 입은 열 사람이 그를 붙잡아 서북쪽으로 향해 가다가 한 문으로 들어가는데, 집이 모두 검은 것이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또 한 비구가 말하였다.
‘나는 선림사(禪林寺)의 사문 도홍(道弘)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였다.
‘4배(輩)와 단월을 교화하였고 인간에 있을 때는 온갖 경전과 금불상 10구(軀)를 조성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사문의 몸이 되면 반드시 마음을 껴잡아 도량에서 생각을 지극히 함으로서 참선과 독송으로 세상 일에 참예하지 않아야 하고, 부지런한 마음으로 계를 생각하면서 유위(有爲)를 짓지 않아야 할 터인데, 교화한답시고 재물을 구하며 탐심을 일으켰으니, 아직 3독(毒)을 제거하지 못하였다. 유사에게 넘기노니 법대로 시행하라.’
역시 그도 푸른 옷을 입은 이들이 붙잡고 데리고 가더니 담모최와 동일한 곳으로 집어넣었다.
또 어느 비구가 말하였다.
‘나는 영각사(靈覺寺)의 사문 보진(寶眞)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였다.
‘출가하기 전에 일찍이 농서태수(隴西太守)로 있으면서 스스로 괴로움[苦]과 공(空)함을 알고 3보에 귀의하여 집 재산을 바쳐서 영각사를 지었으며, 절이 완성된 뒤에는 벼슬을 버리고 수도(修道)에 들어갔습니다. 비록 참선과 독송을 못했다 하더라도 예배만은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당신이 태수로 있을 적에는 왜곡된 마음과 잘못된 법으로 남의 재물을 겁탈해서 자기 재물로 충당하였고, 그 재물로 이 절을 지은 것이므로 당신의 힘이 아닙니다. 어째서 자기의 공로처럼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역시 또 유사에게 넘기며 법대로 하게 하자, 푸른 옷을 입은 이들이 붙잡고 가서 검은 문에다 넣었는데 좋은 데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착오로 불려왔기 때문에 문초를 면하고 석방되어 다시 살아났다.’
이렇게 왕 앞에서 겪은 일들을 사람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 말을 호태후(胡太后)에게 아뢰었다. 태후는 그 말을 듣자 영묘하고 이상한 일이라 여기고서 곧 황문시랑(黃門侍郞)을 파견하여 혜의가 한 말을 따라 지총 등이 살던 다섯 군데의 절을 방문하게 하였다. 다 같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며, 죽은 지 7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의 업행(業行)도 혜의가 말한 바와 같아서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이 일은 낙양(雒陽)의 가람사기(伽藍寺記)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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