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4권
보성다라니경 제4권
파라파밀다라 한역
이진영 번역
3. 마왕귀복품(魔王歸伏品)②
그때 마왕은 저 일체 마중들이 각각 권속들과 함께 여래에게 귀의하는 것을 보고서 앞서보다 더욱더 성내고 미워하면서 또한 스스로가 놀래고도 겁내고 혼미하여 큰 소리로 슬피 울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미 위덕(威德)을 잃어
다시 원조를 얻을 데 없으므로
사문의 그 수승한 신통은
나의 경계를 반드시 탈취하리니
이제 다시 생각하여
뒷날 보복할 수 있는 방편으로
저 연꽃 뿌리를 다 끊어버려
대중을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하리라.
연꽃 뿌리를 끊어 버림으로써
대중을 다 미혹하여 어지럽게 하고
대중을 미혹하여 어지럽게 한 뒤에는
나의 이 원력을 성취하리라.
그때 마왕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그가 생각한대로 마치 빠른 바람처럼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저 연꽃 거리에 나아가서 곧 연꽃을 뽑아버리려고 하였으나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뽑아버리기는 고사하고 그 연꽃에 접촉마저 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연꽃잎을 따고 연화대를 손상시키려 해도 그럴 수 없어서 곧 손을 들고 머리 연꽃을 때리려고 하자 마치 번개 같기도 하고 그림자 같기도 한 연꽃을 눈으로 볼 수는 있어도 도저히 접촉하거나 손상시킬 수 없었다.이에 마왕은 그의 할 수 있는 대로의 신통력을 다해서도 저 연꽃을 끝내 손상시킬 수 없으므로 다시 온 대중을 놀라게 하기 위하여 곧 겁낼만한 큰 소리를 외치려고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사나운 모습과 큰 세력을 다해 두 손을 들고서 온 땅을 두드려 진동케 하려 하자, 그 땅이 마치 허공처럼 변화되어 진동시키기는 고사하고 내지 손으로 땅을 만질 수도 없었다.이때 마왕은 이 큰 땅을 끝내 접촉할 수도 없게 됨을 보고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제 이 큰 모임의 모든 중생에게 내가 다 타격을 주어 그들의 마음을 산란케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때에 그 많은 중생들을 괴롭게 하기는 고사하고 내지 한 중생에게도 접촉마저 할 수 없었으니, 이러한 사실은 다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이었다.그러자 마왕은 더욱 근심되고 괴로워 마치 큰바람에 휩쓸리는 나무처럼 온몸이 떨며 소리를 높여 울고 눈물을 흘려 후회하면서 사방을 두루 살펴보고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사문이 환술의 힘으로써
온 세간을 널리 포섭하고는
한 찰나에 나의 마음을
혼취(昏醉)시키고 미란하게 하노라.
이 경계 공덕의 힘은
다 나의 소유인 것이거늘
저 환술의 힘 때문에
이제 다 침탈을 당했으니
만약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것이므로
나 이제 버려진 몸이지만
빨리 본래의 궁전에 돌아가리라.
그때 마왕은 곧 궁전에 돌아가려고 생각했으나 떠나갈 수가 없으므로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기에서 신통이 다한 것도 구담(瞿曇)의 자재로운 힘 때문이니, 다시 저 원수의 앞에서 나의 생명을 잃어버리지는 않아야 하리라.’거듭 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사바세계의 불찰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차라리 다른 곳에 죽을지언정 이 불찰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의 죽는 꼴을 보지 못하게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서 아무리 그 곳을 빠져나가려 해도 발걸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그때 자신의 몸이 다섯 묶음으로 얽매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자 마왕은 더욱더 놀래고도 원망하면서 소리를 높여 슬피 울고 이렇게 말하였다.
“어쩌면 좋을까?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과 모든 권속을 다시 볼 수 없겠구나.”그때 지성(智聲)이란 마군이 곧 자신의 몸을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마왕을 향해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근심에 사로잡혀
울부짖고 슬퍼하고 괴로워합니까?
이 세간에 누가 최상인가 하면
여래가 바로 최상의 최상이십니다.
그는 두려움이 없을 뿐더러
온 세간을 구제하기 위하여
등불처럼 모든 갈래를 비추시므로
빨리 가서 귀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에게 귀의하여 믿는 자는
필경 삼계의 괴로움을 벗어나고
또 나아가서 친근하는 자는
적멸한 도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때 마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만약에 내가 저 지성(智聲)의 말처럼 사문 구담에게 귀의한다면 이 얽매인 몸을 벗어나게 되리라.’
그리고는 곧 부처님 계시는 곳을 따라 몸을 굽혀 합장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 사람으로서의 위없는 장부에게 귀의하오며, 생로병사를 해탈하신 부처님께 귀의하옵니다.”그리고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이 얽매임이 매우 두렵고 근심되어
이제 어떤 중생보다도 제일 먼저
빨리 선서께 귀의를 구하오니
여래께서 이 얽매임을 해탈시켜 주소서.
제가 어리석고 어두운 탓으로 함부로 정각께 진심을 내어서
최악의 허물을 지어 왔지만
이젠 부처님 말씀에 따라 참회하오니
저를 현전에 두고서 증명하소서.
그리고 마왕은 마침내 지성 선장부(智聲善丈夫) 의 말한 그대로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귀의함으로써 그때 바로 얽매인 자신의 몸이 벗어나게 됨을 보았다. 그러나 얽매임을 벗어나기는 했어도 그의 머물던 마궁으로 되돌아가려고 생각할 때엔 벗어났던 몸이 다시 다섯 묶음으로 얽매이게 되어 이 대중 가운데에서 빠져나갈 곳이 없게 되었고, 생각을 바꿔 다시 여래께 귀의하려고 할 때엔 즉시 또 부처님 곁에서 얽매임을 벗어나게 되었다.이와 같이 일곱 차례에 걸쳐 빠져나가려고 생각하면 도로 얽매이고, 그대로 머물려고 생각하면 곧 벗어나게 됨을 보자, 마왕은 스스로 어쩔 수 없음을 알고서 곧 부처님 앞에 잠잠히 앉아 있었다.
4. 대집품(大集品)
저 큰 성문(聲聞) 네 사람이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거리에서 만난 마왕의 동자들이 성문의 손을 잡고 같이 거리 복판을 행진하면서 네 사문께 법 아닌 노래와 춤을 청함으로 큰 성문들이 노래의 음절을 빌려 열반에 상응하는 도구(道句)를 불러 주었다.그러자 때마침 한 찰나 사이에 온 땅이 진동함에 따라 과거 불교로부터 청정한 신심을 얻은 자로서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최상의 도사께서 현재세에 계시거늘
어찌 성교(聖敎)를 모르고서 함부로 나쁜 생각 일으키는가?
저 성문들을 욕되게 하는 사실을 만약 세간 사람들이 본다면
어떻게 이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신심을 내도록 하겠는가?
그리고는 또 그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들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그 앞에 서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성교(聖敎)께서 현재 여기에 계시니
오늘의 사실을 잘 관찰하사
앞으로 바른 법을 옹호하기 위하여
슬기로운 이로서 방사(放捨)하지 마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역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나는 이제 저 마군의 처소에 가서
마군의 군중을 다 항복 받고는
일체 세간을 함께 이끌어
널리 열반의 성(城)에 나아가리라.
그때 일체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시지 마옵소서. 세존께서 과거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부처님께선 불가사의 하시고 모든 부처님의 경계가 불가사의한 반면에 마군의 경계와 용의 경계도 불가사의하고 그 업과 업의 경계도 불가사의하지만 그러한 일체 경계 가운데 부처님 경계가 가장 뛰어나 누구도 따를 이가 없다.’고 하셨습니다.원컨대 세존께선 이 자리를 떠나지 마시고 저 한량없는 나유타의 마중들로 하여금 자연히 항복하게 하는 동시에 다시 그들에게 쌓임[陰]과 경계의 모든 법을 개시(開示)하사 번뇌의 바다를 고갈시키고 소견의 그물을 파괴하여 한량없는 나유타의 그 중생들을 다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세존이시여, 오늘은 이 자리를 떠나가실 때가 아니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계의 중생들이 다 마군으로 변해버리고 내지 온 땅이 다 가는 티끌처럼 되어 그 낱낱 티끌이 다시 마군으로 변하여서 그러한 일체 마군의 힘으로 나에게 와서 침해하려 해도 나의 몸을 손상시킬 수 없음은 물론 내지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며, 이 자리에 앉은 이대로 저 한량없는 나유타의 마중들을 다 이겨내어 조복할 수 있지만 오직 이 마왕의 권속들을 그대로 두고는 조복하기 어렵노라.그러나 내가 이제 가야 할 이유로는, 이 마왕이 신통의 힘으로써 이미 왕사성에 갖가지 장엄한 공양거리를 변작(變作)해 두고 나를 공양하려 하므로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공양을 받았으니, 이제 저 마왕으로 하여금 전에 없던 환희심과 청정한 신심을 내게 하며, 따라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종자를 내게 하리라.”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자리에 일어나려 하시자, 저 죽림(竹林)을 수호하던 단정(端正)이란 천왕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오늘은
성에 들어가실 때가 아니옵니다.
이 매우 광대한 왕사성에
마중들이 가득 차 있으며
그 낱낱 마중들이
다 마음 속에 나쁜 뜻 품고서
억천 군중들과 함께
세존을 둘러싸려 합니다.
또 진화(瞋火)를 치열케 하고
악독한 광란(狂亂)을 일으켜
서로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서
여래를 괴롭히고 해치려 하오니
원컨대 석사자께옵서는
부디 끝내 가시지 마소서.
만약 나쁜 일을 당한다면
저희들의 큰 귀의를 잃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법좌(法座)에 일어나시자, 그때 저 가람(伽藍)을 수호하던 지혜(持慧)란 천왕이 또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는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악마의 5천 대장이
각각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서
그 나쁜 맘으로 부처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부디 모니께서는 오늘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곧 가람을 떠나려 하시자, 그때에 성혜(成慧)라는 약천(藥天)이 또 엎드려 예배하고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어찌할까나, 정각(正覺)을 잃는다면
법문(法門)이 장차 파괴되고
법주(法舟)가 따라 침몰되고
혜등(慧燈)이 곧 비추지 않으며
세간엔 법미(法味)가 감소되고
번뇌의 적(賊)만 가득 차서
모든 유(有)의 경계 속에
조그마한 자유도 없으리니
최상의 법이 산괴(散壞)된다면
저희들이 어떻게 주지(住持)하리까?
저 마왕의 많은 군중들이
이제 나쁜 법에 집착되어
각각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
악독한 맘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합니다.
10력(力)의 선인이신 선서께서는
이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원컨대 저희들의 말을 받아드려
거룩하신 걸음을 성문에 들지 마옵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곧 가람을 떠나려 하시자, 그때에 지세(持勢)라는 수천(樹天)이 또 대문 안에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 앞에 매우 슬피 울고는 부처님을 향해 예배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이 3유(有)의 중생의 의지하는 법의 눈을 빼앗기 위하여
독사처럼 나쁜 뜻을 품고
공중에서 칼ㆍ화살을 퍼부어
부처님 해칠 기회를 노리오니 원컨대 오늘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으시자, 그때 대문을 수호하던 수광(水光)이란 천왕이 또 소리를 높여 울부짖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는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성중에 이름 있는 큰 범지들도
칼ㆍ몽둥이 등 무기를 갖고서
2만의 악마들과 함께 모여
나쁜 뜻으로 부처님을 기다리니 원컨대 성중에는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고 곧 왕사성에 들어가려 하시자, 그때 성문을 수호하던 다마라수엽견고(多摩羅樹葉堅固)라는 천왕이 또 허공에서 소리를 높여 통곡하면서 부처님 처소에 달려와 엎드려 예배하고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이제 마군들이 용건(勇健)한 마음으로
스승이시고 상왕(象王)이신 부처님을
서로가 둘러싸서 해치려 할 뿐더러
또 비구를 괴롭혀 장애를 일으키니 원컨대 천룡들을 가엾이 여겨 가시지 마소서.
어떤 갈래의 중생일지라도
부처님 뵈면 근심ㆍ괴로움까지 없애거늘
어찌 그들은 한 곳에 운집하여
두려워 떨며 서로 말하기를,
‘여래가 이미 마군을 물리치니
마군도 이제 최악을 다하겠다.’고 합니까?
만일 선서께서 어떤 일을 당하신다면
큰 법이 사라져 세재(世災)가 일어나고
해ㆍ달과 별들이 도수를 잃어버려
모든 나쁜 모습이 드러나 닥쳐오며
법의 눈이 무너지고 법의 횃불이 꺼지고
정각들이 짓밟혀 법수(法水)가 고갈되고
온 세간에 묘법이 다 없어짐으로
마군의 악당들만 점점 치성해질 것입니다.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저 성문을 수호하던 천왕이 부처님의 뜻을 돌이키지 못하여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게송을 읊어 간하였다.
널리 온 세간을 관찰하사 최상의 설법하시는 모니께서
이 성문에 가까이 함을 말미암아 뜻 아닌 죽음을 당하신다면
저희들은 이 삼계에 걸쳐
항상 헐뜯음과 꾸지람을 당하리니,
원컨대 저의 견고한 말을 받아드려
오늘 성 안으로 들어가지 마시고
중생들을 위하여 이곳에 머무시어
중생들의 고뇌를 해탈시켜주옵소서.
여래께서 본래의 서원을 기억하신다면
큰 보리를 얻어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인 바
고뇌에 허덕이는 한량없는 중생을
안온케 하심이 바로 최상의 의원[醫]이시니
한량없는 겁 동안 세간에 머무시니
욕심에 집착된 범부들에게 설법하사
그들로 하여금 적멸을 얻어
자성(自性)의 공상의(空相義)에 들어가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선 역시 대답하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려 하시자, 저 지천(地天)과 대자미천(大滋味天)이 또 그의 동류 1만 명과 함께 온 얼굴에 머리털을 풀고는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합장하고 서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과거 행하신 보시를 기억하건대
그 보시한 피는 네 바다를 넘치고
두골(頭骨)은 마치 철위산 같고
눈은 저 무수한 항하사와 같았나이다.
그밖에 또 갖가지 미묘한 보배와
아내ㆍ자식 또는 코끼리ㆍ말과
의복ㆍ음식ㆍ방사ㆍ침구 따위와
모든 병에 따른 필요한 약으로
항상 최상의 공양을 베풀었나이다.
계율을 지켜 방일하지 않고
견문을 넓히고 인욕을 닦으며
언제나 효성을 다해 부모를 섬기고
나아가선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허덕이는 중생을 다 해탈 시켰나이다.
또 부처님께서 옛날 발원하시기를
성불하여 최상의 도를 얻음에는
세간의 괴로움 바다를 구제하기 위해
모든 중생들에게 설법하시어
그 괴로움 바다를 다 고갈시켜
두려움 없는 성(城)에 들게 하시었나이다.
온 중생계에 두루 가득한
길 잃고 나쁜 일 행하는 자들을
다 보리의 도에 안치시켜
계율을 듣고 참회하게 하시며
다시 그 옛날 발원에 수순하여
억천 겁에 걸쳐 설법하시어
8재계(齋戒)의 물에 목욕시켜
번뇌의 강물을 건너게 하셨나이다.
이같이 삼계의 중생 가운데
다시는 부처님 같은 이가 없사오며
자신이 먼저 해탈하시곤
온 세간을 다 해탈케 하시어
그 모든 중생들을 이끌어
이 3유(有)의 바다를 넘으셨나이다.
부처님만이 이 세간에서
제일의 깨달음을 얻으셨고
부처님만이 이 세간에서 모든 중생의 어버이이시니
원컨대 감로의 법을 유포하소서.
그때 세존께선 벌써 성문에 들어가셨는데, 때마침 한 찰나 사이에 한량없는 억천 나유타의 천왕ㆍ용왕ㆍ야차왕 등 8부 귀신들이 허공에서 각각 눈물을 흘리면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저희들은 보았습니다, 옛날 선서께서
중생을 조복하여 안온케 하시고
그들에게 이익 되는 설법을 하실 때
이러한 뇌란(惱亂)이 없었음을.
또 대사께서 이 나쁜 세간에 출현하사
자연히 큰 깨달음을 성취하시어
온 세간을 다 성숙시키기 위하여
번뇌의 업장을 널리 설하시기를
항상 사자후(師子吼)를 부르짖으셨으니
이제 저 한량없는 악마들이
이 바른 법을 없애려 하오니
부처님께선 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부디 성 안에 들어가지 마옵소서.
그때 다른 어떤 천왕이 또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법 바퀴를 굴리시되
한 곳에 머무심이 이로울 것이오니
이제 여러 곳을 다니시다가
나쁜 변을 당하시지 않게 하소서.
다음에 또 어떤 천왕들이 공동으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도사께서 대비를 행하시어
항상 중생을 이롭게 하셨거늘
이제 홀로 성중에 들어가심으로
저희들을 버리는 일이 없게끔 하옵소서.
그때 다시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앞에 왔다.한량없는 그 여러 가지 모습을 나타내니, 그 중에는 혹 머리털을 풀거나 영락(瓔珞)을 끊기도 하고 보배 일산과 당번을 거꾸로 갖기도 하며, 혹 온몸을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을 잡고서 매우 슬피 울기도 하고 두 손을 들고서 가슴을 두드려 괴로워하기도 하며, 혹 부처님 발 아래에서 슬피 울어 날뛰기도 하고 마구 땅 위에 구르기도 하며, 혹 부처님 앞에 합장하여 찬탄하기도 하고 공경히 예배하기도 하며, 혹 갖가지 잡색의 꽃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과 꽃다발ㆍ비단 등을 장엄한 거리에 뿌리기도 하고 보배 옷과 진주ㆍ영락 등 갖가지 이채로운 물건을 뿌리기도 하였다.그때 그들은 이같이 부처님을 공양하고서 또 한꺼번에 소리를 높여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고행을 행하심은
세간을 이익 되게 하시기 때문이니
이 말세에 출현하신 때인 만큼
중생을 버리고 가시지 마옵소서.
아직 많은 불사가 남아 있고
증득한 하늘ㆍ사람이 적으므로
오래 머물면서 법을 보여 주시어
3유(有)의 세간을 제도하소서.
몸소 청정한 행을 행하시고
감로의 그릇을 성취하셨으니
그 대비심으로 저희들을 가르쳐
온 세간의 고통을 구제하소서.
여섯 갈래 넓은 벌판 속에
생사에 얽매여 길을 잃은 자에게
바르고 착한 길을 보여 주시어
성인의 법에 따라 해탈케 하소서.
저희들이 이 희유하게 슬퍼함은
크게 깨달은 이께서 오랫동안 머무시어
세간으로 하여금 믿을 곳이 있게끔
위없는 법 바퀴 굴리심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또 어떤 천왕이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도사께서 만약 입멸하신다면
이 세간은 모두가 캄캄하여
8성도와 3해탈문이
한꺼번에 다 없어지리니
저희들이 과거의 심은 선근으로
세 가지 업에 방일하지 않아서
일체의 안락을 구족하려면
오직 여래의 공덕장(功德藏)이 오래도록 세간에 머무셔야 하리다.
그때에 또 정거천(淨居天)의 무리들이 그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억천 나유타의 권속을 데리고 한 곳에 모여 각각 서로 말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건재하시니 그대들은 조금도 겁내지 말라.
이제 크게 깨달은 이께서 응당 적절한 방편이 있으시리라.
기억하건대 옛날 우리들이 부처님을 친견하올 적에
36유순에 두루 가득한
저 욕심세계의 백천 마군들이
날카로운 온갖 무기를 갖고서
빠른 바람ㆍ구름처럼 달려와
사납고 무서운 소리를 외치다가도
마침내 보리수에 이르러서는
한 찰나에 다 놀래 흩어졌거늘
하물며 이제 부처님께선 더욱 과(果)가 원만하고 명칭이 광대하신데
저 마군들이 어찌 감히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랴?
그때 어떤 천왕들은 서로 슬피 울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기도 하였다.
옛날엔 힘 센 마군이 없었지만
이젠 억천 마군들이 큰 세력 갖췄으므로
결정코 여래를 침해하고야 말리니
여래께서 입멸하시면 온 세간이 캄캄하리라.
그때 마지막으로 범천왕ㆍ제석천왕(帝釋天王)ㆍ호세천왕(護世天王) 등이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서 게송을 읊어 아뢰었다.
저희들이 조그마한 지혜로써 감히 부처님께 권하오니
저희들의 말을 가엾이 여기사 이제 이곳에 그대로 머무시어
한량없는 이 하늘들의 근심 불[憂火]을
법우(法雨)를 뿌려 꺼 주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대자하신 눈으로 그 함께 모여드는 여러 하늘들을 둘러보시고 미묘한 범성(梵聲)으로써 게송을 읊어 널리 하늘들을 위안해 주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라.
모든 마중이 한꺼번에 오더라도
털 하나를 건드리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나의 몸을 손상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안하기 위하여
항상 세간에서 묘법을 널리 설하여
그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에게
널리 바른 길을 분별해 보이리라.
나는 옛날 숱한 고행을 하면서도
음식ㆍ방사ㆍ의약(醫藥) 등을
모자람 없이 중생들에게 보시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惱亂) 시키며
수레와 코끼리ㆍ말을 버리고
장엄한 보배도 다 그렇게 하고
노비(奴婢)와 성곽(城郭)을 버렸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며
처첩과 남녀 모든 권속을 비롯해
애중한 왕위(王位)까지 버려 가면서
중생들에 널리 이익을 주었는데
누가 오늘날 나의 몸을 파괴하며
심지어 머리ㆍ눈ㆍ귀ㆍ코와
손ㆍ발ㆍ몸뚱이ㆍ껍질ㆍ피를
아낌없이 중생들에 보시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며
또 한량없는 억천 부처님들께
몸소 널리 공양하며
법문을 많이 듣고 계행을 즐겨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파괴하며
그 무수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항상 마음을 조복하기를
온몸을 베어도 성내지 않았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겠는가?
번뇌를 이미 끊고 정각을 이룩해
모든 중생들에 자심(慈心)을 베풀 뿐
질투와 성냄과 더러움을 아주 없앴으므로
현전에 나와 같은 이 없노라.
나 이제 신통의 힘으로써
저 한량없는 마중을 다 격퇴하고는
결정코 너희들을 해탈시켜야 하겠거늘
무엇이 두려워 성문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이 불찰을 비롯한
시방 불찰에 머무는
그들 일체와
큰 신통의 보살 대중과 함께
온 세간에 두루 가득한 중생들을
다 복된 지혜의 혜택을 받게끔
그들과 같이 불법에 따라 머물러
모든 부처님께 수순하게 하리라.
그때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와 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ㆍ비인 등 함께 온 대중들이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외쳤다.
“훌륭하십니다.”그리고 또 다시 말하였다.
“이 같이 전에 없는 무수한 정진을 구족하신 세존께 귀의하오며, 이 같이 아주 전에 없는 무수한 정진을 구족하신 큰 세존께 귀의하고 귀의하옵니다.세존께선 일체의 하늘ㆍ사람과 그 밖의 중생들을 다 위안하여 해탈케 하시고 모든 마중을 물리쳐 중생들의 더러운 번뇌 덩어리를 소멸하시며, 저희들의 이 교만으로 뭉친 산을 깨뜨리고 애욕에서 자라난 나무를 베시고 생사의 일광을 부수어 무명의 어두움을 제거하시고 외도들에게 네 탁류의 물을 고갈시키시며, 바른 법의 횃불을 켜서 보리의 길을 보이시고 중생들에게 유화와 인욕을 주시되 삼매에 유희하고 선정의 즐거움에 처하여 널리 그들로 하여금 4성제(聖諦)의 길을 깨닫게 하시며, 또 대비하신 도사로서 중생들을 생사의 바다로부터 널리 제도하시고 하늘ㆍ사람들을 이끌어 두려움 없는 성(城)에 들어가십니다.”그때 그 모든 하늘ㆍ사람과 아수라들이 각각 하늘의 갖가지 미묘한 꽃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과 잡색 보배ㆍ꽃다발 등 장엄거리로써 부처님 머리 위에 뿌려 공양하고, 거리를 청소하고 장식하기를 하늘의 보배 옷과 묘한 꽃과 비단 폭을 길 위에 두루 덮었다.또 만타라(曼陀羅)ㆍ파로사(波盧沙)ㆍ가로차(迦盧遮)ㆍ큰 가로차ㆍ우발라(優鉢羅)ㆍ구물타(俱物陀)ㆍ분타리(分陀利) 등 갖가지 연꽃으로써 부처님이 행차하실 곳마다 발밑에 깔아 두며, 그 길의 양편에는 하늘 나무를 조화로 만들되 가지ㆍ잎ㆍ꽃ㆍ열매를 죄다 일곱 가지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미는 동시에 일곱 가지 보배 나무 위에 다시 갖가지 미묘한 보배와 하늘의 옷ㆍ하늘의 갓과 귀걸이ㆍ팔찌 등 장엄한 보배 장식을 나타내고, 그 여러 나무 사이에는 또 하늘의 꽃 못[華池]을 만들되 꽃 못의 사방에 일곱 가지 보배로 둘러싸고서 그 속에 맑고도 시원한 여덟 가지 공덕의 물[八功德水]를 채우고 뭇 보배의 연꽃과 미묘한 소리의 새[鳥]와 잡색의 꽃을 가득하게 두었다.또한 저 하늘 무리들이 또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허공에서 제각기 일곱 가지 보배의 꽃 일산과 당번을 들고서 갖가지 금실[金繩]의 휘장과 진주 영락을 던지기도 하였다.또 금 가루ㆍ은 가루ㆍ유리 가루를 퍼붓기도 하며, 또 침수향ㆍ다가라(多伽羅)향ㆍ검은 전단향의 가루향과 다마라(多摩羅)향의 잎 향을 뿌리고 우두(牛頭)향ㆍ우라가(優羅伽)향ㆍ전단향 등 갖가지 가루 향을 길 위에 덮기도 하며, 다시 금 실의 휘장과 진주 영락과 마니주 영락과 여의주 영락을 뿌려 허공에서 찬란하게 바람을 따라 회전하기도 하고 그 성문의 안팎 길 위에도 죄다 갖가지 하늘의 장엄 거리로 장식해 두었으며, 내지 저 성중에 있는 마왕의 권속들까지도 그 묘하고 좋은 하늘의 장엄거리로써 장식하였다.그때 세존께서 그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므로 수능엄(首楞嚴) 삼매에 드시어 곧 삼매에 드신 마음 그대로 조용히 길을 걸어가면서 갖가지 미묘한 형상 몸[色身]을 나타내시어 전에 없는 위의와 상호의 광명으로 그 성중의 길 복판에 바로 서시어 저 길 위에 있는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몸을 보게 하셨다.그 중에 범천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범천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세존께서 곧 범천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化度)하시고, 제석천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제석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제석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나라연(那羅延)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나라연의 몸으로 해야 할 중생에겐 곧 나라연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마혜수라(摩醯首羅)를 섬기는 자로서 응당 마혜수라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마혜수라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사천왕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사천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사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전륜성왕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전륜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전륜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여러 소왕(小王)들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소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소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큰 신통 있는 이를 섬기는 자이거나 사문을 섬기는 자이거나 동남ㆍ동녀와 부녀의 몸을 원하는 자에겐 다 그에 알맞은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내지 사자를 섬기는 자이거나 용을 섬기고 코끼리를 섬기고 토끼를 섬기는 자이거나 아수라 종류의 몸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그러한 몸의 위의와 색상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여래께서 다 그에 알맞은 형상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여래께서 이와 같이 갖가지 몸을 나타내실 때에 저 길에 다니던 일체 중생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다 합장하여 엎드려 예배하고 찬탄함과 동시에 여래를 둘러싸고 전에 없는 환희심을 내고 내지 용을 섬기고 코끼리를 섬기고 아수라를 섬기고 토끼를 섬기던 그 중생들이 여래께서 나타내신 몸을 봄에 따라 모두 그러한 형상과 위의를 갖추어 길을 걸어 다니며,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을 섬기는 중생도 곧 부처님을 봄으로서 부처님과 같은 위의로 길을 걸어다니는데, 그러한 모든 중생이 다 합장하여 찬탄하고 예배하면서 서로 의지하여 부처님의 뒤를 따라 다녔다.그때 설산(雪山)에 머물고 있던 광미(光味) 선인이 그의 도중(徒衆) 500인과 함께 마왕의 청탁을 받고서 왕사성의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이때 광미 선인이 성문 안에 들어와 여래를 기다리다가 부처님의 그 장엄하신 위의와 형상이 마치 선인 같음을 봄과 동시에 또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들이 둘러싸고서 공양하는 것을 보고는 새삼스레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큰 선인으로서 큰 가호(加護)가 있겠고, 마땅히 하늘ㆍ사람으로부터 최상의 공양을 받으리라. 부처님의 모든 몸매가 바로 슬기로운 성인으로서의 장엄함을 보니, 우리 두 사람 중에 누가 뛰어나고, 그 지혜로 보아서 누가 수승할까? 내가 이제 어떤 방법으로 분명히 알 수 있을까?’다시 거듭 생각하였다.
‘나는 그에게 접근하여 어떤 형류(型類)의 사람인 것과 성씨가 누구인 것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수행하는지를 물어 보리라.’이렇게 생각한 광미 선인은 자기의 제자들을 둘러보고서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나는 가장 뛰어난 모니를 보았으니
그는 들음이 많고 복덕이 광대할뿐더러
큰 수행으로 공양을 받을 수 있고
훌륭한 설법과 큰 참음의 지혜로써 모든 법의 이치를 다 구족하신 이라.
너희들 모두가 정성어린 마음으로
온갖 방편에 따라 항상 공양할지니
나 또한 이 공덕 갖춘 이에게
그 설법 듣고서 피안에 도달하리라.
그때 광미 선인의 제자인 마나바(摩那婆) 등이 다 같은 소리를 외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한 대사이시니 마땅히 이러한 일을 하신다.”그때 광미 선인이 그의 권속들을 데리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이와 같이 문답하였다.
“당신은 누구이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바라문이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의 성씨는 무엇이십니까?”
“나의 성은 구담이오.”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3해탈문을 좋아하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무엇을 수행하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진리 그대로를 수행하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출가한 지 얼마나 오래되십니까?”
“저 무명(無明)이 오래 전에 집기(集起)함과 같이 이제 내가 출가한 것도 그러하오.”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과 같은 큰 선인이라면 마땅히 성수(星宿)가 나타나기 마련이니, 그 성수를 분명히 기억하거나 외우고 계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저 평등한 법의 이치라면 내가 잊어버리지 않겠지만 성수 따위가 무엇이 견고하기에 기억하겠소. 이러한 성수의 상(相)은 세간의 지혜로써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오.”
선인은 또 말하였다.
“모든 슬기로운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내게 하려고 이 성수에 대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세존께서 도로 물으셨다.
“성수 법의 구절이란 그 어떤 것이오?”선인은 대답하였다.
“이른바 스물여덟 가지 성수가 해와 달에 의지하여 운행되는 그것으로써 각자 사람들의 상(相)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의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두 손의 여덟 손가락으로써 온몸을 측정하는 법으로 삼아 여덟 손가락 넓이의 열두 번을 몸뚱이의 분량으로, 여덟 손가락 넓이의 한 번을 이마의 분량으로, 또 한 번을 발바닥의 분량으로 측정함입니다. 이같이 여덟 손가락 넓이의 열네 번을 측정하려면 마땅히 성수로써 측정하는 법을 알아야 하므로 이것을 해득한다면 다시는 다른 법이 없고 각자 그 상의 사마귀[黶] 있는 곳을 따라 측정하는 법으로써 측정할 뿐이니, 그렇지 않다면 모니께서는 들어 보시오. 제가 이제 그 성수 법의 구절을 설명하겠습니다.묘(卯)의 별에 태어난 자는 그 낯 오른쪽 광대뼈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검붉은 사마귀가 있고 사마귀 위에 털이 있으며 그 사람은 명성과 지혜와 작록(爵祿)이 걸맞고 위의와 세력이 치성하나니, 묘성에 태어난 자는 이러한 상이 있습니다.필(畢)의 별에 태어난 자는 그 신상에 네 손가락 넓이의 흉터가 있으며 총명한 슬기와 굳은 마음으로 항상 법을 지켜 부끄러움을 알고 지혜가 있고 작록이 구족함으로써 어제라도 마음이 용건(勇健)하여 원수를 잘 이겨냅니다.삼(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목[頸]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천성이 용건하고 작록이 구족합니다.취(嘴)의 별에 태어난 자는 정수리단본에서는 목 밑으로부터 한 주먹 반 정도의 왼편에 사마귀가 있으며 천성이 어리석고 진심이 많으나 작록은 있습니다.정(井)의 별에 태어난 자는 왼편 갈비 밑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재곡(財穀)은 구족하나 지혜가 적습니다.귀(鬼)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장 뛰어난 상이니, 손바닥에 마치 일륜(日輪) 같은 둥근 무늬가 있고 털이 오른쪽으로 쏠리고 미묘 단정하여 온 몸매가 원만한 한편 번뇌를 벗어난 큰 도사가 됩니다.류(柳)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슴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싸움을 좋아하고 계율을 범함으로써 공동 생활하기가 어렵고, 그 천성으로 보아 음욕이 많습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동방에 속한 성수이다.성(星)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슴에나 등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훌륭한 장부로서 법을 준수하고 재물이 많습니다.장(張)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의 좌 우편에 혹 흉터가 있으며 수명이 짧습니다.익(翼)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사마귀가 있는가 하면 그 사마귀가 있는 자는 작록과 계율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진(軫)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 밑에 반드시 붉은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남을 해치거나 아첨하기를 좋아하고 지혜와 총명이 적고 박복합니다.각(角)의 별에 태어난 자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다 음부[陰]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성품은 순직하거나 음욕이 많고 노래와 춤을 좋아합니다.항(亢)의 별에 태어난 자는 남자의 경우 혹 음근[根]의 머리나 음근의 아래 누른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으로 보아 탐욕과 진심이 많아서 대중을 괴롭히고 지혜가 적습니다.저(氐)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밑으로부터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붉은 사마귀가 있으니, 이 사마귀가 있는 자는 재상의 지위를 얻어 권속과 동복(僮僕)이 구족하고 총명하여 부끄러움을 알고 용건(勇健)하여 원적(怨敵)을 잘 물리치는 한편, 항상 안락을 누리다가 목숨이 끝난 뒤엔 또 천상에 태어납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남방에 속한 성수이다.방(房)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위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계율의 법을 지키고 작록이 구족합니다.심(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넓적다리 안쪽에 사마귀가 있으며 수명이 짧고 빈궁한데다가 또 계율을 범하고 인자한 마음이 없어 남에게 미움을 받습니다.미(尾)의 별에 태어난 자는 넓적다리 위쪽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복덕이 있기는 하되 빨리 집안이 멸망하게 됩니다.기(箕)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바로 무릎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법도를 알고 목숨이 끝난 뒤엔 천상에 태어납니다.두(斗)의 별에 태어난 자는 오른쪽 정강이 위에 푸른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싸움을 좋아하므로 사람들이 붙지 않을뿐더러 남에게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우(牛)의 별에 태어난 자는 오른쪽 정강이 위에 반드시 두 사마귀가 있으며 항상 작록이 풍부한데다가 몸에 병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서로 애락(愛樂)하고 목숨이 끝난 뒤엔 천상에 태어납니다.여(女)의 별에 태어난 자는 두 정강이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진심은 많으나 탐욕이 적고 지혜는 있으나 작록이 없습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서방에 속한 경우이다.위(危)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으로부터 아래로 열여섯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검은 사마귀가 있으며 성품이 어리석고 마침내 물에 빠져 죽는 상입니다.실(實)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굽으로부터 아래로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 살덩어리 위에 흉터가 있으며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성내게 하고 어리석고도 빈궁하여 남의 물건 훔치기를 좋아합니다.벽(璧)의 별에 태어난 자는 호구(虎口) 안에 사마귀가 있으며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지키고 신념과 기억력이 강하고 지혜와 자비를 갖춰 두려움이 없습니다.규(奎)의 별에 태어난 자는 사람됨이 비루하고도 용렬하여 자기만의 생활을 힘씁니다.루(婁)의 별에 태어난 자는 엄지발가락 사이에 푸는 사마귀가 있고 몸에 병이 없어 항상 큰 힘을 갖게 됩니다.위(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발바닥 밑에 사마귀가 있으며 그 천성이 자비롭지 못하여 살해하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깨뜨리고 나쁜 행을 저지르므로 죽어서 지옥에 들어갑니다이상의 여섯 별은 북방에 속한 성수이다.1)이상의 설명한 별들이 이른바 성수의 구절입니다. 이것으로써 사람들의 성행(性行)과 빈부와 선악을 알게되므로 만약 이것을 아는 자라면 중생들로 하여금 피안(彼岸)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그때 세존께서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범부들의 소견으로, 그 마음이 분별하는 행에 따라 집착하기 때문이오. 범부들의 열병(熱病)이 되는 그 망령된 소견이야말로 마치 개ㆍ돼지ㆍ물고기ㆍ자라와 같고, 만약 여러 종류의 중생이 다 귀(鬼)의 별에 태어났다면 어째서 그 중생들이 다 안락하지 않는가? 그대 같은 신통으로도 해탈할 수 있거늘, 내가 이제 모든 것을 보여 주었는데 그대는 왜 나에게 묻지 않소?”그때 광미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꽃을 뿌리면서 곧 게송으로 청하여 읊었다.
선인(仙人)도 사람의 형상이긴 하지만
저는 이제 최상의 형상을 보았으니
묻건대 당신의 종성(種姓)은
하늘입니까, 사람입니까?
음성과 언어의 법은
마치 큰 범천 같기도 하고
수행과 모습을 지니심은
오래된 선인 같기도 합니다.
모니처럼 구족하신 상은
과거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니
이제 큰 도사이신 당신께서
그 도법과 종성을 말씀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도 곧 게송으로 선인에게 대답하셨다.
피안(彼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상(相)을 주장하여
일체의 괴로움에 얽매임이니
그대는 해탈의 그릇이 아니로다.
나는 6도(度)를 통달한
바라문의 종성으로서
저 6화경(和敬)을 해설하고
6근(根)을 분별해 닦느니라.
3법륜을 굴리고 3해탈문에 들어
무아(無我)를 평등하게 알며
보리심이 발현될 때에
그때 나는 출가하느니라.
모든 아상(我相)을 버리고
무상(無相)을 잘 닦아
사람이란 생각과 수명의 생각 없이
무아와 그 공(空)함을 알고서
3수(受)와 3행법(行法)을
분별하여 공한 이치 닦았기에
이제 지혜의 피안에 이르러
이 견줄 데 없는 법을 설하노라.
그러므로 허공처럼 집착 없이
보리심을 일으켜서
저 인욕의 힘을 구족해야만
이러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느니라.
모든 법에 집착을 떠나
그 보응을 바라지 않고
진리 그대로에 수순한다면
보리를 얻기 어렵지 않으며
모든 법에 치우치거나
이것ㆍ저것에 의지하지 않고서
진제(眞諦)를 분별하여 닦아야만
여래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느니라.
무상(無相)과 무상상(無想相)을 벗어나
소득 있기를 바라지 않고
어떠한 법에도 화합하지 않아야만
여래의 지위를 얻을 수 있나니
그대 또한 이러한 상을 버리고
자신의 의혹된 마음까지 버리고서
허공처럼 평등함을 깨닫는다면
오래지 않아 곧 성불하게 되리라.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실 때에 곧 광미 선인이 그의 권속들과 함께 세존의 형상과 위의가 선인의 모습이 아닌 바로 이전의 부처님 모습에 되돌아가셨음을 보고는 다시 기억을 되새겨 스스로 생각하였다.
‘과거세에 선근(善根)을 심은 그 인연으로 현재 눈앞에 출현하신 부처님을 뵙게 되는구나.’그리고서 광미 선인이 곧 보살의 보성(寶星)삼매에 들자 그 보살삼매를 얻음으로 마치 높은 기[幢] 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찰해 보는 것처럼 일체 삼매의 경계를 자유로이 보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다른 이에 의지하여 보지도 않고 또 그 보는 것을 파괴하거나 침해할 수도 없었다.그때 광미 선인이 곧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서서 두 손으로 꽃을 받들고는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가없는 온 세간이
믿고 의지하여 찬탄함은
여래의 그 지혜 눈 광명이
일체 중생들에 비추시기 때문이며
가없는 온 세간이
머리 조아려 예배함은
모든 집착을 끊은 도사께서
그 자마금(紫磨金) 빛을
시원하게 중생들에게
비추어 주시기 때문이라.
일체 중생을 깨우치어
보리의 공덕을 널리
큰 법 바퀴를 굴리어
번뇌의 산(山)을 파헤치곤
그 최후의 소행을 닦아
보리의 행을 얻으시네.
중생들의 큰 의왕(醫王)이 되어
진실한 상호를 장엄하고
그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모든 애욕의 그물을 찢어버리곤
스스로가 먼저 제도하여
다른 사람까지를 다 제도하시네.
언제든 저희들도 부처님께 수기를 받고는
사람 중의 훌륭한 사람 되어서
저 괴로움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번뇌의 바다로부터 제도하여
그들을 열반의 안락한 곳과
누(漏) 없는 길에 안치하리다.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도
큰 바다 같은 그 공덕으로
앞으로 보리심에 회향할
저희들을 증명해 주소서.
모든 중생들은
저 극악의 고뇌에 허덕이는데
부처님은 본래 몸ㆍ입ㆍ뜻이
3세(世)의 복덕을 갖추어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 없애고 부처님의 즐거움 얻고
중생들이 널리 구족하여
항상 열반에 머물러서
중생들의 병이 적멸하여
그 번뇌의 물이 고갈되느니라.
저희들이 지혜의 근기를 닦아
자성(自性)이 항상 견고함을 알고
중생들이 죽을 곳에 이르러
뭇 괴로움에 얽매이는데
부처님이 복덕 광명으로서
모두들 빨리 해탈시켜
그 하나하나 중생계의 중생들을
다 바다 같은 공덕을 입음으로써
한량없는 복된 지혜를 얻어
일체의 안락을 구족하게 하느니라.
저 모든 나쁜 소견 버리고
빨리 바른 소견에 친근하여
그들로 하여금 전생 때에 닦은
그 법행(法行)을 기억하게 하느니라.
일체 법의 배[法船]를 타고서
번뇌 바다의 저 언덕에 이르고
저 언덕에 이르렀다면
부처님의 일체 법을 얻게 하느니라.
한량없는 겁에 오래 머물면서
널리 큰 법 비[法雨]를 퍼붓되
법 구름의 청정한 물로써
모든 중생을 깨끗이 씻으리다.
만약 저희들이 몸ㆍ입ㆍ뜻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쁜 일 저지른다면
그 모든 것이 드러날 때에
부처님께서 다 증지(證知)하시니라.
저희들이 존중 공경하는 뜻으로
다시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불가사의한 부처님을
항상 현전에 뵙습니다.
한 가지 복덕을 위하여서라도
반드시 보리에 회향하겠으며
또 어떤 중생을 대해서나
모든 괴로움을 참아 받고
그 중생을 다시 권유하여
보리의 길에 나아가게 하겠나이다.
모든 불찰을 청정케 하여
중생들의 지혜 바다를 넓히고
마침내 그 청정한 찰토에 따라
저 보리를 증득하게 하며
다시 청정한 도중(徒衆)을 얻어
어떤 자리에 머물러도 인욕을 닦아
결정코 다섯 신통의 길을 갖춰
사자후(師子吼)로써 연설하리다.
도사께선 저희들에 수기하기 위하여
집착 없는 지혜를 보여 주셨으니
앞으로 저희들 성불할 때까지
모든 법을 조어(調御)해 주소서.
이제 제가 뿌린 그 꽃들이
공중에서 꽃 일산을 이룩하고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함을
하늘ㆍ용ㆍ사람들이
모두 와서 증명하리니
저희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옵니다.
그때 광미 선인의 뿌린 그 꽃들이 허공으로부터 부처님 정수리 위에 가까이 와서 한 군데로 모여 하나의 일산을 이루었다.그때 광미 선인이 이것을 보자 다른 희망 없이 더욱더 애락(愛樂)한 나머지 큰 환희심을 내어 곧 머리를 조아리고 두 무릎을 꿇고서 세존께 예배하였는데, 예배하는 즉시로 일체의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한량없는 아승기 백천 나유타의 중생들이 널리 모여들어서 다 기쁨에 넘쳐 매우 놀래고 감탄하여 전에 없는 일이라고 이상하게 여겼다.이때 여래께서 저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보여 주어야 할 갖가지 몸을 나타내시되 코끼리 형상으로 교화해야 할 자에겐 곧 그러한 코끼리 형상을 나타내 보여 애락(愛樂)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한편, 허공에서 꽃 일산으로 뭉친 큰 선인의 뿌린 꽃과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온 땅을 보여주어 보다 더 희유(希有)한 마음을 내게 함으로써 그들이 세존의 처소에 나아와 예배하며, 내지 부처님 몸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에게도 그와 같이 부처님 몸을 나타내 보여 그들로 하여금 다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하셨다.그리고 세존께서 곧 수능엄(首楞嚴)삼매로부터 조용히 일어나시자, 그 교화를 받은 한량없는 중생들이 다 세존을 뵙고는 다른 희망 없이 세존에게만 큰 환희심을 내어 각자 소득이 있는 것처럼 애락(愛樂)하면서 화만(華鬘)ㆍ의복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 따위의 여러 가지 장엄거리를 뿌려 공양하였다.그때 세존께서는 곧 광미 선인에게 수기(受記)의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이제 빨리 일어나서
도사에게 수기의 말을 들을지니
큰 신인 보리를 얻을 것이므로
온 땅이 진동하고 꽃 일산이 덮이며
저 허공 가운데 머물러
견줄 데 없이 가호하기 때문이니라.
양족존의 자유로운 힘을 얻어
이 세간을 두루 이익 되게 하리니
부처님의 그 가없는 복덕은
마치 저 허공과 같으므로
세 세계에 걸쳐 끊임없이
법 등불을 온 세간에 비추리라.
그때 광미보살마하살이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공경히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앞으로 어떠한 불찰에 태어나 그 불찰에서 큰 법 바퀴를 굴릴 수 있겠나이까?”세존께서 광보살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미래세에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거쳐서 북방의 개부향(開敷香)이란 세계에 태어나 지금의 저 서방 안락(安樂)세계와 같이 장엄한 모습을 구족하며, 훌륭한 장부로서 그 불찰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무구향광승(無垢香光勝)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란 명호를 얻을 것이며, 수명은 10중겁(中劫)을 누리고 성문의 승(乘)과 벽지불의 승이 없이 다만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있으면서 더없이 청정한 대승을 말하게 되리라.”그때 대중들이 세존께서 광미 선인에게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 각자의 가진 공양거리로써 선인에게 공양하자, 그 선인의 권속 500마나바(摩那婆)를 비롯한 92나유타의 백천억 중생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 또한 보살의 불망보리심(不忘菩提心)이란 삼매를 얻었다.
파라파밀다라 한역
이진영 번역
3. 마왕귀복품(魔王歸伏品)②
그때 마왕은 저 일체 마중들이 각각 권속들과 함께 여래에게 귀의하는 것을 보고서 앞서보다 더욱더 성내고 미워하면서 또한 스스로가 놀래고도 겁내고 혼미하여 큰 소리로 슬피 울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미 위덕(威德)을 잃어
다시 원조를 얻을 데 없으므로
사문의 그 수승한 신통은
나의 경계를 반드시 탈취하리니
이제 다시 생각하여
뒷날 보복할 수 있는 방편으로
저 연꽃 뿌리를 다 끊어버려
대중을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하리라.
연꽃 뿌리를 끊어 버림으로써
대중을 다 미혹하여 어지럽게 하고
대중을 미혹하여 어지럽게 한 뒤에는
나의 이 원력을 성취하리라.
그때 마왕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그가 생각한대로 마치 빠른 바람처럼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저 연꽃 거리에 나아가서 곧 연꽃을 뽑아버리려고 하였으나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뽑아버리기는 고사하고 그 연꽃에 접촉마저 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연꽃잎을 따고 연화대를 손상시키려 해도 그럴 수 없어서 곧 손을 들고 머리 연꽃을 때리려고 하자 마치 번개 같기도 하고 그림자 같기도 한 연꽃을 눈으로 볼 수는 있어도 도저히 접촉하거나 손상시킬 수 없었다.이에 마왕은 그의 할 수 있는 대로의 신통력을 다해서도 저 연꽃을 끝내 손상시킬 수 없으므로 다시 온 대중을 놀라게 하기 위하여 곧 겁낼만한 큰 소리를 외치려고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사나운 모습과 큰 세력을 다해 두 손을 들고서 온 땅을 두드려 진동케 하려 하자, 그 땅이 마치 허공처럼 변화되어 진동시키기는 고사하고 내지 손으로 땅을 만질 수도 없었다.이때 마왕은 이 큰 땅을 끝내 접촉할 수도 없게 됨을 보고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제 이 큰 모임의 모든 중생에게 내가 다 타격을 주어 그들의 마음을 산란케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때에 그 많은 중생들을 괴롭게 하기는 고사하고 내지 한 중생에게도 접촉마저 할 수 없었으니, 이러한 사실은 다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이었다.그러자 마왕은 더욱 근심되고 괴로워 마치 큰바람에 휩쓸리는 나무처럼 온몸이 떨며 소리를 높여 울고 눈물을 흘려 후회하면서 사방을 두루 살펴보고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사문이 환술의 힘으로써
온 세간을 널리 포섭하고는
한 찰나에 나의 마음을
혼취(昏醉)시키고 미란하게 하노라.
이 경계 공덕의 힘은
다 나의 소유인 것이거늘
저 환술의 힘 때문에
이제 다 침탈을 당했으니
만약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것이므로
나 이제 버려진 몸이지만
빨리 본래의 궁전에 돌아가리라.
그때 마왕은 곧 궁전에 돌아가려고 생각했으나 떠나갈 수가 없으므로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기에서 신통이 다한 것도 구담(瞿曇)의 자재로운 힘 때문이니, 다시 저 원수의 앞에서 나의 생명을 잃어버리지는 않아야 하리라.’거듭 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사바세계의 불찰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차라리 다른 곳에 죽을지언정 이 불찰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의 죽는 꼴을 보지 못하게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서 아무리 그 곳을 빠져나가려 해도 발걸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그때 자신의 몸이 다섯 묶음으로 얽매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자 마왕은 더욱더 놀래고도 원망하면서 소리를 높여 슬피 울고 이렇게 말하였다.
“어쩌면 좋을까?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과 모든 권속을 다시 볼 수 없겠구나.”그때 지성(智聲)이란 마군이 곧 자신의 몸을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마왕을 향해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근심에 사로잡혀
울부짖고 슬퍼하고 괴로워합니까?
이 세간에 누가 최상인가 하면
여래가 바로 최상의 최상이십니다.
그는 두려움이 없을 뿐더러
온 세간을 구제하기 위하여
등불처럼 모든 갈래를 비추시므로
빨리 가서 귀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에게 귀의하여 믿는 자는
필경 삼계의 괴로움을 벗어나고
또 나아가서 친근하는 자는
적멸한 도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때 마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만약에 내가 저 지성(智聲)의 말처럼 사문 구담에게 귀의한다면 이 얽매인 몸을 벗어나게 되리라.’
그리고는 곧 부처님 계시는 곳을 따라 몸을 굽혀 합장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 사람으로서의 위없는 장부에게 귀의하오며, 생로병사를 해탈하신 부처님께 귀의하옵니다.”그리고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이 얽매임이 매우 두렵고 근심되어
이제 어떤 중생보다도 제일 먼저
빨리 선서께 귀의를 구하오니
여래께서 이 얽매임을 해탈시켜 주소서.
제가 어리석고 어두운 탓으로 함부로 정각께 진심을 내어서
최악의 허물을 지어 왔지만
이젠 부처님 말씀에 따라 참회하오니
저를 현전에 두고서 증명하소서.
그리고 마왕은 마침내 지성 선장부(智聲善丈夫) 의 말한 그대로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귀의함으로써 그때 바로 얽매인 자신의 몸이 벗어나게 됨을 보았다. 그러나 얽매임을 벗어나기는 했어도 그의 머물던 마궁으로 되돌아가려고 생각할 때엔 벗어났던 몸이 다시 다섯 묶음으로 얽매이게 되어 이 대중 가운데에서 빠져나갈 곳이 없게 되었고, 생각을 바꿔 다시 여래께 귀의하려고 할 때엔 즉시 또 부처님 곁에서 얽매임을 벗어나게 되었다.이와 같이 일곱 차례에 걸쳐 빠져나가려고 생각하면 도로 얽매이고, 그대로 머물려고 생각하면 곧 벗어나게 됨을 보자, 마왕은 스스로 어쩔 수 없음을 알고서 곧 부처님 앞에 잠잠히 앉아 있었다.
4. 대집품(大集品)
저 큰 성문(聲聞) 네 사람이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거리에서 만난 마왕의 동자들이 성문의 손을 잡고 같이 거리 복판을 행진하면서 네 사문께 법 아닌 노래와 춤을 청함으로 큰 성문들이 노래의 음절을 빌려 열반에 상응하는 도구(道句)를 불러 주었다.그러자 때마침 한 찰나 사이에 온 땅이 진동함에 따라 과거 불교로부터 청정한 신심을 얻은 자로서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최상의 도사께서 현재세에 계시거늘
어찌 성교(聖敎)를 모르고서 함부로 나쁜 생각 일으키는가?
저 성문들을 욕되게 하는 사실을 만약 세간 사람들이 본다면
어떻게 이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신심을 내도록 하겠는가?
그리고는 또 그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들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그 앞에 서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성교(聖敎)께서 현재 여기에 계시니
오늘의 사실을 잘 관찰하사
앞으로 바른 법을 옹호하기 위하여
슬기로운 이로서 방사(放捨)하지 마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역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나는 이제 저 마군의 처소에 가서
마군의 군중을 다 항복 받고는
일체 세간을 함께 이끌어
널리 열반의 성(城)에 나아가리라.
그때 일체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시지 마옵소서. 세존께서 과거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부처님께선 불가사의 하시고 모든 부처님의 경계가 불가사의한 반면에 마군의 경계와 용의 경계도 불가사의하고 그 업과 업의 경계도 불가사의하지만 그러한 일체 경계 가운데 부처님 경계가 가장 뛰어나 누구도 따를 이가 없다.’고 하셨습니다.원컨대 세존께선 이 자리를 떠나지 마시고 저 한량없는 나유타의 마중들로 하여금 자연히 항복하게 하는 동시에 다시 그들에게 쌓임[陰]과 경계의 모든 법을 개시(開示)하사 번뇌의 바다를 고갈시키고 소견의 그물을 파괴하여 한량없는 나유타의 그 중생들을 다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세존이시여, 오늘은 이 자리를 떠나가실 때가 아니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계의 중생들이 다 마군으로 변해버리고 내지 온 땅이 다 가는 티끌처럼 되어 그 낱낱 티끌이 다시 마군으로 변하여서 그러한 일체 마군의 힘으로 나에게 와서 침해하려 해도 나의 몸을 손상시킬 수 없음은 물론 내지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며, 이 자리에 앉은 이대로 저 한량없는 나유타의 마중들을 다 이겨내어 조복할 수 있지만 오직 이 마왕의 권속들을 그대로 두고는 조복하기 어렵노라.그러나 내가 이제 가야 할 이유로는, 이 마왕이 신통의 힘으로써 이미 왕사성에 갖가지 장엄한 공양거리를 변작(變作)해 두고 나를 공양하려 하므로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공양을 받았으니, 이제 저 마왕으로 하여금 전에 없던 환희심과 청정한 신심을 내게 하며, 따라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종자를 내게 하리라.”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자리에 일어나려 하시자, 저 죽림(竹林)을 수호하던 단정(端正)이란 천왕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오늘은
성에 들어가실 때가 아니옵니다.
이 매우 광대한 왕사성에
마중들이 가득 차 있으며
그 낱낱 마중들이
다 마음 속에 나쁜 뜻 품고서
억천 군중들과 함께
세존을 둘러싸려 합니다.
또 진화(瞋火)를 치열케 하고
악독한 광란(狂亂)을 일으켜
서로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서
여래를 괴롭히고 해치려 하오니
원컨대 석사자께옵서는
부디 끝내 가시지 마소서.
만약 나쁜 일을 당한다면
저희들의 큰 귀의를 잃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법좌(法座)에 일어나시자, 그때 저 가람(伽藍)을 수호하던 지혜(持慧)란 천왕이 또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는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악마의 5천 대장이
각각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서
그 나쁜 맘으로 부처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부디 모니께서는 오늘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곧 가람을 떠나려 하시자, 그때에 성혜(成慧)라는 약천(藥天)이 또 엎드려 예배하고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어찌할까나, 정각(正覺)을 잃는다면
법문(法門)이 장차 파괴되고
법주(法舟)가 따라 침몰되고
혜등(慧燈)이 곧 비추지 않으며
세간엔 법미(法味)가 감소되고
번뇌의 적(賊)만 가득 차서
모든 유(有)의 경계 속에
조그마한 자유도 없으리니
최상의 법이 산괴(散壞)된다면
저희들이 어떻게 주지(住持)하리까?
저 마왕의 많은 군중들이
이제 나쁜 법에 집착되어
각각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
악독한 맘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합니다.
10력(力)의 선인이신 선서께서는
이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원컨대 저희들의 말을 받아드려
거룩하신 걸음을 성문에 들지 마옵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대답하지 않고 곧 가람을 떠나려 하시자, 그때에 지세(持勢)라는 수천(樹天)이 또 대문 안에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 앞에 매우 슬피 울고는 부처님을 향해 예배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이 3유(有)의 중생의 의지하는 법의 눈을 빼앗기 위하여
독사처럼 나쁜 뜻을 품고
공중에서 칼ㆍ화살을 퍼부어
부처님 해칠 기회를 노리오니 원컨대 오늘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으시자, 그때 대문을 수호하던 수광(水光)이란 천왕이 또 소리를 높여 울부짖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는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성중에 이름 있는 큰 범지들도
칼ㆍ몽둥이 등 무기를 갖고서
2만의 악마들과 함께 모여
나쁜 뜻으로 부처님을 기다리니 원컨대 성중에는 가시지 마소서.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고 곧 왕사성에 들어가려 하시자, 그때 성문을 수호하던 다마라수엽견고(多摩羅樹葉堅固)라는 천왕이 또 허공에서 소리를 높여 통곡하면서 부처님 처소에 달려와 엎드려 예배하고 이러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이제 마군들이 용건(勇健)한 마음으로
스승이시고 상왕(象王)이신 부처님을
서로가 둘러싸서 해치려 할 뿐더러
또 비구를 괴롭혀 장애를 일으키니 원컨대 천룡들을 가엾이 여겨 가시지 마소서.
어떤 갈래의 중생일지라도
부처님 뵈면 근심ㆍ괴로움까지 없애거늘
어찌 그들은 한 곳에 운집하여
두려워 떨며 서로 말하기를,
‘여래가 이미 마군을 물리치니
마군도 이제 최악을 다하겠다.’고 합니까?
만일 선서께서 어떤 일을 당하신다면
큰 법이 사라져 세재(世災)가 일어나고
해ㆍ달과 별들이 도수를 잃어버려
모든 나쁜 모습이 드러나 닥쳐오며
법의 눈이 무너지고 법의 횃불이 꺼지고
정각들이 짓밟혀 법수(法水)가 고갈되고
온 세간에 묘법이 다 없어짐으로
마군의 악당들만 점점 치성해질 것입니다.
세존께선 역시 이 말을 들으시고도 잠잠히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저 성문을 수호하던 천왕이 부처님의 뜻을 돌이키지 못하여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게송을 읊어 간하였다.
널리 온 세간을 관찰하사 최상의 설법하시는 모니께서
이 성문에 가까이 함을 말미암아 뜻 아닌 죽음을 당하신다면
저희들은 이 삼계에 걸쳐
항상 헐뜯음과 꾸지람을 당하리니,
원컨대 저의 견고한 말을 받아드려
오늘 성 안으로 들어가지 마시고
중생들을 위하여 이곳에 머무시어
중생들의 고뇌를 해탈시켜주옵소서.
여래께서 본래의 서원을 기억하신다면
큰 보리를 얻어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인 바
고뇌에 허덕이는 한량없는 중생을
안온케 하심이 바로 최상의 의원[醫]이시니
한량없는 겁 동안 세간에 머무시니
욕심에 집착된 범부들에게 설법하사
그들로 하여금 적멸을 얻어
자성(自性)의 공상의(空相義)에 들어가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선 역시 대답하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려 하시자, 저 지천(地天)과 대자미천(大滋味天)이 또 그의 동류 1만 명과 함께 온 얼굴에 머리털을 풀고는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합장하고 서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과거 행하신 보시를 기억하건대
그 보시한 피는 네 바다를 넘치고
두골(頭骨)은 마치 철위산 같고
눈은 저 무수한 항하사와 같았나이다.
그밖에 또 갖가지 미묘한 보배와
아내ㆍ자식 또는 코끼리ㆍ말과
의복ㆍ음식ㆍ방사ㆍ침구 따위와
모든 병에 따른 필요한 약으로
항상 최상의 공양을 베풀었나이다.
계율을 지켜 방일하지 않고
견문을 넓히고 인욕을 닦으며
언제나 효성을 다해 부모를 섬기고
나아가선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허덕이는 중생을 다 해탈 시켰나이다.
또 부처님께서 옛날 발원하시기를
성불하여 최상의 도를 얻음에는
세간의 괴로움 바다를 구제하기 위해
모든 중생들에게 설법하시어
그 괴로움 바다를 다 고갈시켜
두려움 없는 성(城)에 들게 하시었나이다.
온 중생계에 두루 가득한
길 잃고 나쁜 일 행하는 자들을
다 보리의 도에 안치시켜
계율을 듣고 참회하게 하시며
다시 그 옛날 발원에 수순하여
억천 겁에 걸쳐 설법하시어
8재계(齋戒)의 물에 목욕시켜
번뇌의 강물을 건너게 하셨나이다.
이같이 삼계의 중생 가운데
다시는 부처님 같은 이가 없사오며
자신이 먼저 해탈하시곤
온 세간을 다 해탈케 하시어
그 모든 중생들을 이끌어
이 3유(有)의 바다를 넘으셨나이다.
부처님만이 이 세간에서
제일의 깨달음을 얻으셨고
부처님만이 이 세간에서 모든 중생의 어버이이시니
원컨대 감로의 법을 유포하소서.
그때 세존께선 벌써 성문에 들어가셨는데, 때마침 한 찰나 사이에 한량없는 억천 나유타의 천왕ㆍ용왕ㆍ야차왕 등 8부 귀신들이 허공에서 각각 눈물을 흘리면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저희들은 보았습니다, 옛날 선서께서
중생을 조복하여 안온케 하시고
그들에게 이익 되는 설법을 하실 때
이러한 뇌란(惱亂)이 없었음을.
또 대사께서 이 나쁜 세간에 출현하사
자연히 큰 깨달음을 성취하시어
온 세간을 다 성숙시키기 위하여
번뇌의 업장을 널리 설하시기를
항상 사자후(師子吼)를 부르짖으셨으니
이제 저 한량없는 악마들이
이 바른 법을 없애려 하오니
부처님께선 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부디 성 안에 들어가지 마옵소서.
그때 다른 어떤 천왕이 또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법 바퀴를 굴리시되
한 곳에 머무심이 이로울 것이오니
이제 여러 곳을 다니시다가
나쁜 변을 당하시지 않게 하소서.
다음에 또 어떤 천왕들이 공동으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도사께서 대비를 행하시어
항상 중생을 이롭게 하셨거늘
이제 홀로 성중에 들어가심으로
저희들을 버리는 일이 없게끔 하옵소서.
그때 다시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앞에 왔다.한량없는 그 여러 가지 모습을 나타내니, 그 중에는 혹 머리털을 풀거나 영락(瓔珞)을 끊기도 하고 보배 일산과 당번을 거꾸로 갖기도 하며, 혹 온몸을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을 잡고서 매우 슬피 울기도 하고 두 손을 들고서 가슴을 두드려 괴로워하기도 하며, 혹 부처님 발 아래에서 슬피 울어 날뛰기도 하고 마구 땅 위에 구르기도 하며, 혹 부처님 앞에 합장하여 찬탄하기도 하고 공경히 예배하기도 하며, 혹 갖가지 잡색의 꽃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과 꽃다발ㆍ비단 등을 장엄한 거리에 뿌리기도 하고 보배 옷과 진주ㆍ영락 등 갖가지 이채로운 물건을 뿌리기도 하였다.그때 그들은 이같이 부처님을 공양하고서 또 한꺼번에 소리를 높여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고행을 행하심은
세간을 이익 되게 하시기 때문이니
이 말세에 출현하신 때인 만큼
중생을 버리고 가시지 마옵소서.
아직 많은 불사가 남아 있고
증득한 하늘ㆍ사람이 적으므로
오래 머물면서 법을 보여 주시어
3유(有)의 세간을 제도하소서.
몸소 청정한 행을 행하시고
감로의 그릇을 성취하셨으니
그 대비심으로 저희들을 가르쳐
온 세간의 고통을 구제하소서.
여섯 갈래 넓은 벌판 속에
생사에 얽매여 길을 잃은 자에게
바르고 착한 길을 보여 주시어
성인의 법에 따라 해탈케 하소서.
저희들이 이 희유하게 슬퍼함은
크게 깨달은 이께서 오랫동안 머무시어
세간으로 하여금 믿을 곳이 있게끔
위없는 법 바퀴 굴리심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또 어떤 천왕이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도사께서 만약 입멸하신다면
이 세간은 모두가 캄캄하여
8성도와 3해탈문이
한꺼번에 다 없어지리니
저희들이 과거의 심은 선근으로
세 가지 업에 방일하지 않아서
일체의 안락을 구족하려면
오직 여래의 공덕장(功德藏)이 오래도록 세간에 머무셔야 하리다.
그때에 또 정거천(淨居天)의 무리들이 그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억천 나유타의 권속을 데리고 한 곳에 모여 각각 서로 말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아직 건재하시니 그대들은 조금도 겁내지 말라.
이제 크게 깨달은 이께서 응당 적절한 방편이 있으시리라.
기억하건대 옛날 우리들이 부처님을 친견하올 적에
36유순에 두루 가득한
저 욕심세계의 백천 마군들이
날카로운 온갖 무기를 갖고서
빠른 바람ㆍ구름처럼 달려와
사납고 무서운 소리를 외치다가도
마침내 보리수에 이르러서는
한 찰나에 다 놀래 흩어졌거늘
하물며 이제 부처님께선 더욱 과(果)가 원만하고 명칭이 광대하신데
저 마군들이 어찌 감히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랴?
그때 어떤 천왕들은 서로 슬피 울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기도 하였다.
옛날엔 힘 센 마군이 없었지만
이젠 억천 마군들이 큰 세력 갖췄으므로
결정코 여래를 침해하고야 말리니
여래께서 입멸하시면 온 세간이 캄캄하리라.
그때 마지막으로 범천왕ㆍ제석천왕(帝釋天王)ㆍ호세천왕(護世天王) 등이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서 게송을 읊어 아뢰었다.
저희들이 조그마한 지혜로써 감히 부처님께 권하오니
저희들의 말을 가엾이 여기사 이제 이곳에 그대로 머무시어
한량없는 이 하늘들의 근심 불[憂火]을
법우(法雨)를 뿌려 꺼 주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대자하신 눈으로 그 함께 모여드는 여러 하늘들을 둘러보시고 미묘한 범성(梵聲)으로써 게송을 읊어 널리 하늘들을 위안해 주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라.
모든 마중이 한꺼번에 오더라도
털 하나를 건드리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나의 몸을 손상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안하기 위하여
항상 세간에서 묘법을 널리 설하여
그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에게
널리 바른 길을 분별해 보이리라.
나는 옛날 숱한 고행을 하면서도
음식ㆍ방사ㆍ의약(醫藥) 등을
모자람 없이 중생들에게 보시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惱亂) 시키며
수레와 코끼리ㆍ말을 버리고
장엄한 보배도 다 그렇게 하고
노비(奴婢)와 성곽(城郭)을 버렸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며
처첩과 남녀 모든 권속을 비롯해
애중한 왕위(王位)까지 버려 가면서
중생들에 널리 이익을 주었는데
누가 오늘날 나의 몸을 파괴하며
심지어 머리ㆍ눈ㆍ귀ㆍ코와
손ㆍ발ㆍ몸뚱이ㆍ껍질ㆍ피를
아낌없이 중생들에 보시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며
또 한량없는 억천 부처님들께
몸소 널리 공양하며
법문을 많이 듣고 계행을 즐겨했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파괴하며
그 무수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항상 마음을 조복하기를
온몸을 베어도 성내지 않았는데
누가 오늘날 나를 뇌란 시키겠는가?
번뇌를 이미 끊고 정각을 이룩해
모든 중생들에 자심(慈心)을 베풀 뿐
질투와 성냄과 더러움을 아주 없앴으므로
현전에 나와 같은 이 없노라.
나 이제 신통의 힘으로써
저 한량없는 마중을 다 격퇴하고는
결정코 너희들을 해탈시켜야 하겠거늘
무엇이 두려워 성문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이 불찰을 비롯한
시방 불찰에 머무는
그들 일체와
큰 신통의 보살 대중과 함께
온 세간에 두루 가득한 중생들을
다 복된 지혜의 혜택을 받게끔
그들과 같이 불법에 따라 머물러
모든 부처님께 수순하게 하리라.
그때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의 하늘ㆍ용ㆍ야차와 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ㆍ비인 등 함께 온 대중들이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외쳤다.
“훌륭하십니다.”그리고 또 다시 말하였다.
“이 같이 전에 없는 무수한 정진을 구족하신 세존께 귀의하오며, 이 같이 아주 전에 없는 무수한 정진을 구족하신 큰 세존께 귀의하고 귀의하옵니다.세존께선 일체의 하늘ㆍ사람과 그 밖의 중생들을 다 위안하여 해탈케 하시고 모든 마중을 물리쳐 중생들의 더러운 번뇌 덩어리를 소멸하시며, 저희들의 이 교만으로 뭉친 산을 깨뜨리고 애욕에서 자라난 나무를 베시고 생사의 일광을 부수어 무명의 어두움을 제거하시고 외도들에게 네 탁류의 물을 고갈시키시며, 바른 법의 횃불을 켜서 보리의 길을 보이시고 중생들에게 유화와 인욕을 주시되 삼매에 유희하고 선정의 즐거움에 처하여 널리 그들로 하여금 4성제(聖諦)의 길을 깨닫게 하시며, 또 대비하신 도사로서 중생들을 생사의 바다로부터 널리 제도하시고 하늘ㆍ사람들을 이끌어 두려움 없는 성(城)에 들어가십니다.”그때 그 모든 하늘ㆍ사람과 아수라들이 각각 하늘의 갖가지 미묘한 꽃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과 잡색 보배ㆍ꽃다발 등 장엄거리로써 부처님 머리 위에 뿌려 공양하고, 거리를 청소하고 장식하기를 하늘의 보배 옷과 묘한 꽃과 비단 폭을 길 위에 두루 덮었다.또 만타라(曼陀羅)ㆍ파로사(波盧沙)ㆍ가로차(迦盧遮)ㆍ큰 가로차ㆍ우발라(優鉢羅)ㆍ구물타(俱物陀)ㆍ분타리(分陀利) 등 갖가지 연꽃으로써 부처님이 행차하실 곳마다 발밑에 깔아 두며, 그 길의 양편에는 하늘 나무를 조화로 만들되 가지ㆍ잎ㆍ꽃ㆍ열매를 죄다 일곱 가지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미는 동시에 일곱 가지 보배 나무 위에 다시 갖가지 미묘한 보배와 하늘의 옷ㆍ하늘의 갓과 귀걸이ㆍ팔찌 등 장엄한 보배 장식을 나타내고, 그 여러 나무 사이에는 또 하늘의 꽃 못[華池]을 만들되 꽃 못의 사방에 일곱 가지 보배로 둘러싸고서 그 속에 맑고도 시원한 여덟 가지 공덕의 물[八功德水]를 채우고 뭇 보배의 연꽃과 미묘한 소리의 새[鳥]와 잡색의 꽃을 가득하게 두었다.또한 저 하늘 무리들이 또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허공에서 제각기 일곱 가지 보배의 꽃 일산과 당번을 들고서 갖가지 금실[金繩]의 휘장과 진주 영락을 던지기도 하였다.또 금 가루ㆍ은 가루ㆍ유리 가루를 퍼붓기도 하며, 또 침수향ㆍ다가라(多伽羅)향ㆍ검은 전단향의 가루향과 다마라(多摩羅)향의 잎 향을 뿌리고 우두(牛頭)향ㆍ우라가(優羅伽)향ㆍ전단향 등 갖가지 가루 향을 길 위에 덮기도 하며, 다시 금 실의 휘장과 진주 영락과 마니주 영락과 여의주 영락을 뿌려 허공에서 찬란하게 바람을 따라 회전하기도 하고 그 성문의 안팎 길 위에도 죄다 갖가지 하늘의 장엄 거리로 장식해 두었으며, 내지 저 성중에 있는 마왕의 권속들까지도 그 묘하고 좋은 하늘의 장엄거리로써 장식하였다.그때 세존께서 그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므로 수능엄(首楞嚴) 삼매에 드시어 곧 삼매에 드신 마음 그대로 조용히 길을 걸어가면서 갖가지 미묘한 형상 몸[色身]을 나타내시어 전에 없는 위의와 상호의 광명으로 그 성중의 길 복판에 바로 서시어 저 길 위에 있는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몸을 보게 하셨다.그 중에 범천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범천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세존께서 곧 범천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化度)하시고, 제석천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제석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제석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나라연(那羅延)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나라연의 몸으로 해야 할 중생에겐 곧 나라연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마혜수라(摩醯首羅)를 섬기는 자로서 응당 마혜수라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마혜수라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사천왕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사천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사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전륜성왕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전륜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전륜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여러 소왕(小王)들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소왕의 몸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곧 소왕의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큰 신통 있는 이를 섬기는 자이거나 사문을 섬기는 자이거나 동남ㆍ동녀와 부녀의 몸을 원하는 자에겐 다 그에 알맞은 몸을 나타내어 화도하시고, 내지 사자를 섬기는 자이거나 용을 섬기고 코끼리를 섬기고 토끼를 섬기는 자이거나 아수라 종류의 몸을 섬기는 자로서 응당 그러한 몸의 위의와 색상으로 해탈해야 할 중생에겐 여래께서 다 그에 알맞은 형상을 나타내어 화도하셨다.여래께서 이와 같이 갖가지 몸을 나타내실 때에 저 길에 다니던 일체 중생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다 합장하여 엎드려 예배하고 찬탄함과 동시에 여래를 둘러싸고 전에 없는 환희심을 내고 내지 용을 섬기고 코끼리를 섬기고 아수라를 섬기고 토끼를 섬기던 그 중생들이 여래께서 나타내신 몸을 봄에 따라 모두 그러한 형상과 위의를 갖추어 길을 걸어 다니며,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을 섬기는 중생도 곧 부처님을 봄으로서 부처님과 같은 위의로 길을 걸어다니는데, 그러한 모든 중생이 다 합장하여 찬탄하고 예배하면서 서로 의지하여 부처님의 뒤를 따라 다녔다.그때 설산(雪山)에 머물고 있던 광미(光味) 선인이 그의 도중(徒衆) 500인과 함께 마왕의 청탁을 받고서 왕사성의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이때 광미 선인이 성문 안에 들어와 여래를 기다리다가 부처님의 그 장엄하신 위의와 형상이 마치 선인 같음을 봄과 동시에 또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하늘들이 둘러싸고서 공양하는 것을 보고는 새삼스레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큰 선인으로서 큰 가호(加護)가 있겠고, 마땅히 하늘ㆍ사람으로부터 최상의 공양을 받으리라. 부처님의 모든 몸매가 바로 슬기로운 성인으로서의 장엄함을 보니, 우리 두 사람 중에 누가 뛰어나고, 그 지혜로 보아서 누가 수승할까? 내가 이제 어떤 방법으로 분명히 알 수 있을까?’다시 거듭 생각하였다.
‘나는 그에게 접근하여 어떤 형류(型類)의 사람인 것과 성씨가 누구인 것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수행하는지를 물어 보리라.’이렇게 생각한 광미 선인은 자기의 제자들을 둘러보고서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나는 가장 뛰어난 모니를 보았으니
그는 들음이 많고 복덕이 광대할뿐더러
큰 수행으로 공양을 받을 수 있고
훌륭한 설법과 큰 참음의 지혜로써 모든 법의 이치를 다 구족하신 이라.
너희들 모두가 정성어린 마음으로
온갖 방편에 따라 항상 공양할지니
나 또한 이 공덕 갖춘 이에게
그 설법 듣고서 피안에 도달하리라.
그때 광미 선인의 제자인 마나바(摩那婆) 등이 다 같은 소리를 외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한 대사이시니 마땅히 이러한 일을 하신다.”그때 광미 선인이 그의 권속들을 데리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이와 같이 문답하였다.
“당신은 누구이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바라문이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의 성씨는 무엇이십니까?”
“나의 성은 구담이오.”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3해탈문을 좋아하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무엇을 수행하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진리 그대로를 수행하오.”
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출가한 지 얼마나 오래되십니까?”
“저 무명(無明)이 오래 전에 집기(集起)함과 같이 이제 내가 출가한 것도 그러하오.”선인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과 같은 큰 선인이라면 마땅히 성수(星宿)가 나타나기 마련이니, 그 성수를 분명히 기억하거나 외우고 계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저 평등한 법의 이치라면 내가 잊어버리지 않겠지만 성수 따위가 무엇이 견고하기에 기억하겠소. 이러한 성수의 상(相)은 세간의 지혜로써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오.”
선인은 또 말하였다.
“모든 슬기로운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내게 하려고 이 성수에 대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세존께서 도로 물으셨다.
“성수 법의 구절이란 그 어떤 것이오?”선인은 대답하였다.
“이른바 스물여덟 가지 성수가 해와 달에 의지하여 운행되는 그것으로써 각자 사람들의 상(相)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의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두 손의 여덟 손가락으로써 온몸을 측정하는 법으로 삼아 여덟 손가락 넓이의 열두 번을 몸뚱이의 분량으로, 여덟 손가락 넓이의 한 번을 이마의 분량으로, 또 한 번을 발바닥의 분량으로 측정함입니다. 이같이 여덟 손가락 넓이의 열네 번을 측정하려면 마땅히 성수로써 측정하는 법을 알아야 하므로 이것을 해득한다면 다시는 다른 법이 없고 각자 그 상의 사마귀[黶] 있는 곳을 따라 측정하는 법으로써 측정할 뿐이니, 그렇지 않다면 모니께서는 들어 보시오. 제가 이제 그 성수 법의 구절을 설명하겠습니다.묘(卯)의 별에 태어난 자는 그 낯 오른쪽 광대뼈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검붉은 사마귀가 있고 사마귀 위에 털이 있으며 그 사람은 명성과 지혜와 작록(爵祿)이 걸맞고 위의와 세력이 치성하나니, 묘성에 태어난 자는 이러한 상이 있습니다.필(畢)의 별에 태어난 자는 그 신상에 네 손가락 넓이의 흉터가 있으며 총명한 슬기와 굳은 마음으로 항상 법을 지켜 부끄러움을 알고 지혜가 있고 작록이 구족함으로써 어제라도 마음이 용건(勇健)하여 원수를 잘 이겨냅니다.삼(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목[頸]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천성이 용건하고 작록이 구족합니다.취(嘴)의 별에 태어난 자는 정수리단본에서는 목 밑으로부터 한 주먹 반 정도의 왼편에 사마귀가 있으며 천성이 어리석고 진심이 많으나 작록은 있습니다.정(井)의 별에 태어난 자는 왼편 갈비 밑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재곡(財穀)은 구족하나 지혜가 적습니다.귀(鬼)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장 뛰어난 상이니, 손바닥에 마치 일륜(日輪) 같은 둥근 무늬가 있고 털이 오른쪽으로 쏠리고 미묘 단정하여 온 몸매가 원만한 한편 번뇌를 벗어난 큰 도사가 됩니다.류(柳)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슴에 검은 흉터가 있으며 싸움을 좋아하고 계율을 범함으로써 공동 생활하기가 어렵고, 그 천성으로 보아 음욕이 많습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동방에 속한 성수이다.성(星)의 별에 태어난 자는 가슴에나 등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훌륭한 장부로서 법을 준수하고 재물이 많습니다.장(張)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의 좌 우편에 혹 흉터가 있으며 수명이 짧습니다.익(翼)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 밑으로부터 네 손가락 넓이의 아래에 사마귀가 있는가 하면 그 사마귀가 있는 자는 작록과 계율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진(軫)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배꼽 밑에 반드시 붉은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남을 해치거나 아첨하기를 좋아하고 지혜와 총명이 적고 박복합니다.각(角)의 별에 태어난 자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다 음부[陰]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성품은 순직하거나 음욕이 많고 노래와 춤을 좋아합니다.항(亢)의 별에 태어난 자는 남자의 경우 혹 음근[根]의 머리나 음근의 아래 누른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으로 보아 탐욕과 진심이 많아서 대중을 괴롭히고 지혜가 적습니다.저(氐)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밑으로부터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붉은 사마귀가 있으니, 이 사마귀가 있는 자는 재상의 지위를 얻어 권속과 동복(僮僕)이 구족하고 총명하여 부끄러움을 알고 용건(勇健)하여 원적(怨敵)을 잘 물리치는 한편, 항상 안락을 누리다가 목숨이 끝난 뒤엔 또 천상에 태어납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남방에 속한 성수이다.방(房)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위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계율의 법을 지키고 작록이 구족합니다.심(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넓적다리 안쪽에 사마귀가 있으며 수명이 짧고 빈궁한데다가 또 계율을 범하고 인자한 마음이 없어 남에게 미움을 받습니다.미(尾)의 별에 태어난 자는 넓적다리 위쪽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으며 복덕이 있기는 하되 빨리 집안이 멸망하게 됩니다.기(箕)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바로 무릎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법도를 알고 목숨이 끝난 뒤엔 천상에 태어납니다.두(斗)의 별에 태어난 자는 오른쪽 정강이 위에 푸른 사마귀가 있으며 그 성품이 싸움을 좋아하므로 사람들이 붙지 않을뿐더러 남에게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우(牛)의 별에 태어난 자는 오른쪽 정강이 위에 반드시 두 사마귀가 있으며 항상 작록이 풍부한데다가 몸에 병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서로 애락(愛樂)하고 목숨이 끝난 뒤엔 천상에 태어납니다.여(女)의 별에 태어난 자는 두 정강이 위에 사마귀가 있으며 진심은 많으나 탐욕이 적고 지혜는 있으나 작록이 없습니다이상의 일곱 별은 서방에 속한 경우이다.위(危)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으로부터 아래로 열여섯 손가락 넓이의 안쪽에 검은 사마귀가 있으며 성품이 어리석고 마침내 물에 빠져 죽는 상입니다.실(實)의 별에 태어난 자는 무릎 굽으로부터 아래로 여덟 손가락 넓이의 안쪽 살덩어리 위에 흉터가 있으며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성내게 하고 어리석고도 빈궁하여 남의 물건 훔치기를 좋아합니다.벽(璧)의 별에 태어난 자는 호구(虎口) 안에 사마귀가 있으며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지키고 신념과 기억력이 강하고 지혜와 자비를 갖춰 두려움이 없습니다.규(奎)의 별에 태어난 자는 사람됨이 비루하고도 용렬하여 자기만의 생활을 힘씁니다.루(婁)의 별에 태어난 자는 엄지발가락 사이에 푸는 사마귀가 있고 몸에 병이 없어 항상 큰 힘을 갖게 됩니다.위(胃)의 별에 태어난 자는 발바닥 밑에 사마귀가 있으며 그 천성이 자비롭지 못하여 살해하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깨뜨리고 나쁜 행을 저지르므로 죽어서 지옥에 들어갑니다이상의 여섯 별은 북방에 속한 성수이다.1)이상의 설명한 별들이 이른바 성수의 구절입니다. 이것으로써 사람들의 성행(性行)과 빈부와 선악을 알게되므로 만약 이것을 아는 자라면 중생들로 하여금 피안(彼岸)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그때 세존께서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범부들의 소견으로, 그 마음이 분별하는 행에 따라 집착하기 때문이오. 범부들의 열병(熱病)이 되는 그 망령된 소견이야말로 마치 개ㆍ돼지ㆍ물고기ㆍ자라와 같고, 만약 여러 종류의 중생이 다 귀(鬼)의 별에 태어났다면 어째서 그 중생들이 다 안락하지 않는가? 그대 같은 신통으로도 해탈할 수 있거늘, 내가 이제 모든 것을 보여 주었는데 그대는 왜 나에게 묻지 않소?”그때 광미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꽃을 뿌리면서 곧 게송으로 청하여 읊었다.
선인(仙人)도 사람의 형상이긴 하지만
저는 이제 최상의 형상을 보았으니
묻건대 당신의 종성(種姓)은
하늘입니까, 사람입니까?
음성과 언어의 법은
마치 큰 범천 같기도 하고
수행과 모습을 지니심은
오래된 선인 같기도 합니다.
모니처럼 구족하신 상은
과거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니
이제 큰 도사이신 당신께서
그 도법과 종성을 말씀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도 곧 게송으로 선인에게 대답하셨다.
피안(彼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상(相)을 주장하여
일체의 괴로움에 얽매임이니
그대는 해탈의 그릇이 아니로다.
나는 6도(度)를 통달한
바라문의 종성으로서
저 6화경(和敬)을 해설하고
6근(根)을 분별해 닦느니라.
3법륜을 굴리고 3해탈문에 들어
무아(無我)를 평등하게 알며
보리심이 발현될 때에
그때 나는 출가하느니라.
모든 아상(我相)을 버리고
무상(無相)을 잘 닦아
사람이란 생각과 수명의 생각 없이
무아와 그 공(空)함을 알고서
3수(受)와 3행법(行法)을
분별하여 공한 이치 닦았기에
이제 지혜의 피안에 이르러
이 견줄 데 없는 법을 설하노라.
그러므로 허공처럼 집착 없이
보리심을 일으켜서
저 인욕의 힘을 구족해야만
이러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느니라.
모든 법에 집착을 떠나
그 보응을 바라지 않고
진리 그대로에 수순한다면
보리를 얻기 어렵지 않으며
모든 법에 치우치거나
이것ㆍ저것에 의지하지 않고서
진제(眞諦)를 분별하여 닦아야만
여래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느니라.
무상(無相)과 무상상(無想相)을 벗어나
소득 있기를 바라지 않고
어떠한 법에도 화합하지 않아야만
여래의 지위를 얻을 수 있나니
그대 또한 이러한 상을 버리고
자신의 의혹된 마음까지 버리고서
허공처럼 평등함을 깨닫는다면
오래지 않아 곧 성불하게 되리라.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실 때에 곧 광미 선인이 그의 권속들과 함께 세존의 형상과 위의가 선인의 모습이 아닌 바로 이전의 부처님 모습에 되돌아가셨음을 보고는 다시 기억을 되새겨 스스로 생각하였다.
‘과거세에 선근(善根)을 심은 그 인연으로 현재 눈앞에 출현하신 부처님을 뵙게 되는구나.’그리고서 광미 선인이 곧 보살의 보성(寶星)삼매에 들자 그 보살삼매를 얻음으로 마치 높은 기[幢] 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찰해 보는 것처럼 일체 삼매의 경계를 자유로이 보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다른 이에 의지하여 보지도 않고 또 그 보는 것을 파괴하거나 침해할 수도 없었다.그때 광미 선인이 곧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서서 두 손으로 꽃을 받들고는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가없는 온 세간이
믿고 의지하여 찬탄함은
여래의 그 지혜 눈 광명이
일체 중생들에 비추시기 때문이며
가없는 온 세간이
머리 조아려 예배함은
모든 집착을 끊은 도사께서
그 자마금(紫磨金) 빛을
시원하게 중생들에게
비추어 주시기 때문이라.
일체 중생을 깨우치어
보리의 공덕을 널리
큰 법 바퀴를 굴리어
번뇌의 산(山)을 파헤치곤
그 최후의 소행을 닦아
보리의 행을 얻으시네.
중생들의 큰 의왕(醫王)이 되어
진실한 상호를 장엄하고
그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모든 애욕의 그물을 찢어버리곤
스스로가 먼저 제도하여
다른 사람까지를 다 제도하시네.
언제든 저희들도 부처님께 수기를 받고는
사람 중의 훌륭한 사람 되어서
저 괴로움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번뇌의 바다로부터 제도하여
그들을 열반의 안락한 곳과
누(漏) 없는 길에 안치하리다.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도
큰 바다 같은 그 공덕으로
앞으로 보리심에 회향할
저희들을 증명해 주소서.
모든 중생들은
저 극악의 고뇌에 허덕이는데
부처님은 본래 몸ㆍ입ㆍ뜻이
3세(世)의 복덕을 갖추어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 없애고 부처님의 즐거움 얻고
중생들이 널리 구족하여
항상 열반에 머물러서
중생들의 병이 적멸하여
그 번뇌의 물이 고갈되느니라.
저희들이 지혜의 근기를 닦아
자성(自性)이 항상 견고함을 알고
중생들이 죽을 곳에 이르러
뭇 괴로움에 얽매이는데
부처님이 복덕 광명으로서
모두들 빨리 해탈시켜
그 하나하나 중생계의 중생들을
다 바다 같은 공덕을 입음으로써
한량없는 복된 지혜를 얻어
일체의 안락을 구족하게 하느니라.
저 모든 나쁜 소견 버리고
빨리 바른 소견에 친근하여
그들로 하여금 전생 때에 닦은
그 법행(法行)을 기억하게 하느니라.
일체 법의 배[法船]를 타고서
번뇌 바다의 저 언덕에 이르고
저 언덕에 이르렀다면
부처님의 일체 법을 얻게 하느니라.
한량없는 겁에 오래 머물면서
널리 큰 법 비[法雨]를 퍼붓되
법 구름의 청정한 물로써
모든 중생을 깨끗이 씻으리다.
만약 저희들이 몸ㆍ입ㆍ뜻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쁜 일 저지른다면
그 모든 것이 드러날 때에
부처님께서 다 증지(證知)하시니라.
저희들이 존중 공경하는 뜻으로
다시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불가사의한 부처님을
항상 현전에 뵙습니다.
한 가지 복덕을 위하여서라도
반드시 보리에 회향하겠으며
또 어떤 중생을 대해서나
모든 괴로움을 참아 받고
그 중생을 다시 권유하여
보리의 길에 나아가게 하겠나이다.
모든 불찰을 청정케 하여
중생들의 지혜 바다를 넓히고
마침내 그 청정한 찰토에 따라
저 보리를 증득하게 하며
다시 청정한 도중(徒衆)을 얻어
어떤 자리에 머물러도 인욕을 닦아
결정코 다섯 신통의 길을 갖춰
사자후(師子吼)로써 연설하리다.
도사께선 저희들에 수기하기 위하여
집착 없는 지혜를 보여 주셨으니
앞으로 저희들 성불할 때까지
모든 법을 조어(調御)해 주소서.
이제 제가 뿌린 그 꽃들이
공중에서 꽃 일산을 이룩하고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함을
하늘ㆍ용ㆍ사람들이
모두 와서 증명하리니
저희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옵니다.
그때 광미 선인의 뿌린 그 꽃들이 허공으로부터 부처님 정수리 위에 가까이 와서 한 군데로 모여 하나의 일산을 이루었다.그때 광미 선인이 이것을 보자 다른 희망 없이 더욱더 애락(愛樂)한 나머지 큰 환희심을 내어 곧 머리를 조아리고 두 무릎을 꿇고서 세존께 예배하였는데, 예배하는 즉시로 일체의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한량없는 아승기 백천 나유타의 중생들이 널리 모여들어서 다 기쁨에 넘쳐 매우 놀래고 감탄하여 전에 없는 일이라고 이상하게 여겼다.이때 여래께서 저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보여 주어야 할 갖가지 몸을 나타내시되 코끼리 형상으로 교화해야 할 자에겐 곧 그러한 코끼리 형상을 나타내 보여 애락(愛樂)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한편, 허공에서 꽃 일산으로 뭉친 큰 선인의 뿌린 꽃과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온 땅을 보여주어 보다 더 희유(希有)한 마음을 내게 함으로써 그들이 세존의 처소에 나아와 예배하며, 내지 부처님 몸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에게도 그와 같이 부처님 몸을 나타내 보여 그들로 하여금 다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하셨다.그리고 세존께서 곧 수능엄(首楞嚴)삼매로부터 조용히 일어나시자, 그 교화를 받은 한량없는 중생들이 다 세존을 뵙고는 다른 희망 없이 세존에게만 큰 환희심을 내어 각자 소득이 있는 것처럼 애락(愛樂)하면서 화만(華鬘)ㆍ의복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 따위의 여러 가지 장엄거리를 뿌려 공양하였다.그때 세존께서는 곧 광미 선인에게 수기(受記)의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이제 빨리 일어나서
도사에게 수기의 말을 들을지니
큰 신인 보리를 얻을 것이므로
온 땅이 진동하고 꽃 일산이 덮이며
저 허공 가운데 머물러
견줄 데 없이 가호하기 때문이니라.
양족존의 자유로운 힘을 얻어
이 세간을 두루 이익 되게 하리니
부처님의 그 가없는 복덕은
마치 저 허공과 같으므로
세 세계에 걸쳐 끊임없이
법 등불을 온 세간에 비추리라.
그때 광미보살마하살이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공경히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앞으로 어떠한 불찰에 태어나 그 불찰에서 큰 법 바퀴를 굴릴 수 있겠나이까?”세존께서 광보살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미래세에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거쳐서 북방의 개부향(開敷香)이란 세계에 태어나 지금의 저 서방 안락(安樂)세계와 같이 장엄한 모습을 구족하며, 훌륭한 장부로서 그 불찰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무구향광승(無垢香光勝)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란 명호를 얻을 것이며, 수명은 10중겁(中劫)을 누리고 성문의 승(乘)과 벽지불의 승이 없이 다만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있으면서 더없이 청정한 대승을 말하게 되리라.”그때 대중들이 세존께서 광미 선인에게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 각자의 가진 공양거리로써 선인에게 공양하자, 그 선인의 권속 500마나바(摩那婆)를 비롯한 92나유타의 백천억 중생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 또한 보살의 불망보리심(不忘菩提心)이란 삼매를 얻었다.
728x90
반응형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671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6권 (0) | 2024.08.18 |
---|---|
[적어보자] #4670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5권 (0) | 2024.08.17 |
[적어보자] #4668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3권 (0) | 2024.08.17 |
[적어보자] #4667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2권 (0) | 2024.08.17 |
[적어보자] #4666 보성다라니경(寶星陀羅尼經) 1권 (0) | 2024.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