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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611 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하권

by Kay/케이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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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하권

 

보살본연경 하권
승가사나 지음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6. 토품(兎品)
보살마하살이
축생에 떨어져도
행하는 바 선한 법을
외도들은 못 미치네.
내가 일찍이 들었다.보살이 예전에 일찍이 토끼의 몸을 받으니 이전 세상의 남은 업의 인연 때문이었다.
비록 토끼의 몸을 받았으나 사람의 말을 잘 하였고, 또 그 말이 항상 지극히 성실하여서 헛됨과 거짓이 없었다.
지혜가 성취되어서 멀리 성냄을 여읜 것이 인간이나 천상에서 제일이었다.
자비로 익힌 마음은 고르고 화기롭고 부드럽고 착하여서 능히 모든 마군의 인연을 소멸하였고, 말과 행실이 서로 맞아서 진실하고 아첨함이 없었으며, 살해하는 마음은 영원히 다시 있을 수 없고, 편안히 머물러서 동요하지 않음이 수미산과 같았다.
한량없는 토끼들을 데리고 그 우두머리가 되어서 항상 모든 토끼를 위하여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이 몸뚱이는 가히 걱정거리니라. 대체로 악도라는 것은 지옥ㆍ축생ㆍ아귀ㆍ아수라 따위인데 이러한 것들을 악도라고 하느니라.
너희들은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는 인연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라. 이른바 10악이니,내가 예전에 일찍이 모든 신선으로부터 분별하여 열어 보이는 것을 들었고, 마음으로 또한 생각한 것을 이제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서 간략히 해설하리라.
4법(法)이 근본이 되어 과환(過患)이 많으니, 이른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교만이다. 탐욕심으로 인하여 10악을 행하는 자는 아귀에 떨어지고, 성내는 마음으로 인하여 10악을 행하는 자는 축생에 떨어지고, 어리석은 마음으로 인하여 10악을 행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지며, 교만한 마음으로 인하여 10악을 행하는 자는 아수라로 떨어지나니, 이 4법으로 인하여 가는 곳에서는 항상 그 죄를 받느니라.너희들은 마땅히 관하여라. 지옥 가운데에는 맹렬한 불이 있어서 활활 타오르고, 날카로운 칼로 저미고 벗기며, 항상 개에게 먹히는 바가 되고, 부리가 쇠로 된 새들이 그 눈을 쪼며, 회하(灰河)에 몸을 부수되 작은 먼지와 같이 하고, 다시 방망이로 쳐부수는 바가 되며, 잘 드는 도끼와 칼로 그 손발을 자르고, 한랭(寒冷)하고 사나운 바람이 불어서 그 몸을 쪼개며, 두 산이 서로 맞부딪치는 가운데 몸이 있게 되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설사 내가 백천 세 동안 살면서 그 수명이 다하도록 지옥 중생의 이와 같은 고통을 해설한다 하더라도 다할 수 없는 것이다.이와 같이 지옥에는 갖가지 고통이 있나니 너희는 이제 다시 아귀계 가운데의 갖가지 고통에 대해 들어 보라. 이른바 기갈(飢渴)에 핍박되어서 몸뚱이가 타 들어가는데, 한량없는 세월을 처음부터 장(漿)과 물의 이름도 듣지 못하고, 나아가 더러운 똥ㆍ오줌도 구할 수 없으며, 머리카락은 길고 날카로운 것이 제 몸뚱이에 감기는데, 그러므로 몸 속의 마디마디에서 불이 일어나서 멀리서 물을 바라보고 달려가 보면 불구덩이며, 기갈을 못 참아서 더러운 똥ㆍ오줌이라도 보고 쫓아가면 다시 거기엔 사나운 귀신이 있어 칼과 몽둥이로 굳게 막는데, 이제 이것을 말하노니 점점 더 내 마음이 놀라고 두렵고 무섭게 되는구나.아수라는 5욕락을 받는 것이 비록 하늘과 다름이 없지만 교만하게 스스로 높이면서 겸손하게 숙이는 마음이 없으며, 선지식을 멀리하고, 삼보를 믿지 않으며, 또한 착한 벗이 되어 지켜 주려 하지 않는다.
세간 가운데서 뒤바뀐 생각을 일으키고 비록 부처님들을 보더라도 마음에 존경하여 믿음이 없으며, 위에 있는 모든 하늘에 항상 악한 마음을 내고 일부러 모든 하늘의 과실을 캐내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교만으로 뭉치면 잘못이 많고 이익이 없기 때문에 중생이 도과(道果)를 이루지 못한다. 이 교만이 치성하여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고 여겨 헐뜯고 찌르고 꾸짖는 것을 말미암지 않음이 없느니라.
세간의 중생들이 교만하기 때문에 그릇된 소견이 늘고, 그릇된 소견 때문에 삼보를 비방하며, 삼보를 비방하기 때문에 아수라의 과보를 받아서 아수라계 가운데에서 여러 가지 고통을 받나니, 이것을 다 말하려 해도 다 말할 수가 없다.어리석은 인연으로 축생 가운데 떨어져서 여러 가지 고통을 많이 받고 갖가지 형체를 받아서 온갖 먹이를 먹고, 온갖 언행으로 가고 머무는 것이 같지 않으며, 발이 없는 것ㆍ발이 넷인 것ㆍ발이 많은 것 등이 어떤 것은 뭍으로 어떤 것은 허공으로 다니는데, 소ㆍ염소ㆍ약대ㆍ나귀ㆍ돼지ㆍ닭ㆍ개ㆍ나는 새ㆍ달리는 짐승 이런 것들이 항상 어리석음으로 덮이고 가려져서 언제나 어둠에 처해서 지혜가 없으며, 각각 서로 살해할 생각을 일으키매 서로서로 원적(怨賊)처럼 무서워한다.
항상 사냥꾼에게 도살되고 사자ㆍ호랑이ㆍ이리ㆍ개 따위의 한량없이 사나운 짐승들의 밥이 되며, 항상 구덩이에 빠지고, 항상 올가미와 그물에 걸리며, 살아서는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저미고 벗김을 당하며, 쟁기를 멍에하고 수레를 끌며, 자갈을 물리고 갈고리로 코를 꾀며, 고삐로 당기어 항상 고통스럽고, 굶주리고 목마르고 입이 마르고 혀가 마르며, 비록 필요한 것이 있어도 입으로 능히 말할 수 없다.
어려서 외로이 흩어져서 멀리 부모를 여의고, 물과 풀이 한량없건만 항상 충족하지 못하느니라.
축생의 나쁜 과보가 세간에 나타남이 이와 같으므로 내가 이제 간략히 너희들을 위해 해설하노라.나도 이전의 업의 악한 인연으로 이 토끼의 몸을 받아서 오직 물과 풀만 먹고 항상 두려운 것이 많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선한 법을 닦아서 선한 법 인연으로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도록 하라.
비록 인도(人道) 가운데에 모든 하늘보다 극심한 고뇌가 있으나 오히려 인간 속에 태어날 것을 발원할 것이다. 비유하건대 관청의 법에 범죄자를 위해 지함[土窖]을 만드는데, 대체로 세 가지 층이 있어서 무거운 죄를 범한 사람은 맨 밑에 두고, 중간쯤 되는 죄인은 중간에 두고, 죄가 아주 가벼운 자는 위에 두는 것처럼 악업을 행하는 자도 역시 이와 같아서 아주 중악(重惡)한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중품으로 악한 자는 축생의 몸을 받으며, 가장 하품인 자는 아귀 속에 태어나니, 멀리 이와 같은 3품의 악을 여의고 나면 인간 가운데 태어나게 되느니라.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선함과 선하지 않음을 행하는데, 최상의 선을 행하는 자는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자기 집과 같이 하리라.”이때 토끼왕이 항상 모든 토끼들을 위해 이와 같은 착하고 미묘한 말을 하였다. 그때 한 바라문이 있어서 세속을 싫어하고 출가하여 신선의 법을 닦아 왔다. 중생을 괴롭히지 않으며, 욕심을 여의고 애정을 버리며, 화평한 얼굴로 말하고 몸에 추악함이 없으며, 물을 마시고 과실과 모든 약초 뿌리를 먹되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하게 여기면서 적정한 행을 닦는데 머리카락과 손톱을 길게 길러서 범행(梵行)의 모양을 하였다.이때 이 선인(仙人)이 문득 토끼왕이 토끼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을 멀리서 듣고는 마음으로 뉘우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비록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어리석어 지혜가 없으니 저 토끼만도 못하다. 저 토끼는 비록 토끼로 태어났으나 선한 법을 밝게 아는구나.
마치 저 햇빛이 달빛을 가리는 것처럼 내가 비록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저 축생에게 가리워지는 바가 되었구나.
저것이 비록 축생이더라도 아마 바른 법의 장수일 것이다. 혹시 범왕이나 대자재천일 것이다. 내가 이제 저 토끼의 설하는 법을 들으니 마음이 고르고 부드럽고 화평한 것이, 비유하면 사람이 뜨거운 데서 맑고 시원한 물에 들어간 것과 같구나. 아무리 사자란 놈이 악업을 많이 행하여 짐승의 몸을 받았지만, 어떻게 저런 토끼를 죽일 수 있겠는가? 저러한 토끼는 순수한 선 뿐이어서 형상은 비록 저렇지만 능히 신선과 성현의 법을 행하여서 비록 축생으로 태어났더라도 선과 악에 대해 설법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본래부터 묻고 배우고 존경할 만한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만났으니 이런 좋은 일이 없다.”이때 선인이 곧 일어나서 합장하고 토끼의 처소로 갔다.
토끼의 처소에 이른 그는 한쪽에 물러앉아서 합장하고 토끼를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바른 법의 몸이니 장차 토끼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닌 바 필연적이고 결정된 순수하고 선한 법을 부디 나를 위하여서 구족히 설해 주시오. 내가 닦아 배운 바는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르고 풀잎으로 옷을 삼고 과실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실로 이것이 싫증난다.
비유하면 마치 얼음을 깨서 우유를 구하려고 하여도 이것은 실로 얻기 어려운 것처럼 나도 이와 같아서 한평생 머리카락을 기르고, 풀 옷에 과실을 먹으면서 비록 고행를 닦으나 바른 법은 닦기가 어렵다. 내가 이제 비록 인간 가운데 태어나서 사람의 형체를 받았으나 선지식을 멀리하고 악법을 수행하였다.
저 7엽화(七葉華)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친히 가까이는 못하는 것처럼 나도 이와 같아서 악법을 수행할 때 지혜로운 사람을 보고도 멀리하여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대는 참으로 범왕(梵王)으로서 임시로 토끼의 몸을 받은 것이 아닌가?”토끼가 대답하였다.
“큰 바라문이여, 만약 내가 말한 바가 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면 어찌 반갑지 않으랴. 왜냐 하면 나는 오래전에 이미 탐하고 인색한 번뇌[結]를 여의고 예전에 발심하였으니 곧바로 열반해야 하지만 다만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사에 머무는 것이로다.”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는 환희심이 나서 말하였다.
“그대는 과연 대사로서 능히 중생을 위해 오랫동안 이런 데에 있는 것이로다.”
곧 따라다니면서 여러 해 동안을 지내는데 물을 마시고 과실을 먹는 것이 토끼와 다를 것이 없다
이때 세상 사람들이 많이 악법을 행하니 이 인연으로 하늘이 몹시 가물어서 초목과 꽃과 과일이 말라서 나지 않고 못과 우물의 물이 말라붙었다. 그 땅에 있는 나무ㆍ풀뿌리ㆍ마른 쑥까지도 그곳 백성들이 다 거두어 갔다.그때 바라문이 몹시 굶주려서 고통스러웠으나 온화한 얼굴로 토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가려고 하니 원컨대 책망하지 말라.”.토끼가 이를 듣고는 생각하였다
‘이제 이 큰 신선이 이곳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떠나고자 하는구나.’
곧 물었다.
“여기에 무슨 허물이 있는가? 무엇이 서로 침범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큰 신선이여, 생각해 보라. 몸에 이러한 풀 옷을 입고도 마음으로 하여금 근심하고 번민하게 한다면 마땅한 바가 아니니, 만약 바라문이 음녀의 집에 들어간다면 가법(家法)이 아니니라.”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하는 말은 실로 내 마음에 든다. 이곳은 청정하여서 참으로 과환(過患)이 없으며, 모든 토끼들이 스스로 닦으매 서로 침범하지 않으나 다만 내가 복이 엷어서 먹을 것이 없으므로 떠나려고 하는 것이니 허락해 주시오.
그대는 생각하여 보라. 일체 중생이 음식으로 인하여 몸을 지탱해 나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대가 말한 선하고 미묘한 법요(法要)는 이제 비록 몸은 멀리 여의더라도 마음에 새겨서 잊지 않으리라. 그대는 또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마음에 자비심이 없어서 더러운 것을 먹으므로 서로 버리고 떠나노라.”그때 토끼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걱정하는 바는 대체로 사소한 일인데 어째서 서로 버리고 떠나려 하는가?”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빈속에 물만 마시기를 이미 여러 날을 하였으니,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까 두려워서 알맞은 곳을 두고 떠나려고 하노라.”토끼가 듣고는 생각하였다.
‘훌륭하다. 이 바라문이 능히 법을 위해 물만 마시기를 여러 날을 하였구나.’
곧바로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간다면 내게는 다시 이와 같은 복밭이 없을 것이다. 오직 원컨대 인자(仁者)는 반드시 나의 청을 들어주시오. 비록 보살은 복밭 가운데에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기갈의 극심한 고통을 받은 중생에게 보시하여야 그 복이 가장 클 것이다. 비록 두 눈은 언제나 보호해야 하지만 먼저 아픈 눈을 구원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대는 나의 친한 선지식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바이며 큰 공덕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작은 공양을 베풀고자 하노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사람에 네 가지가 있으며, 보시하는 데도 네 가지가 있나니, 이른바 하질[下]인 자와 하중의 하질인 자와 슬기로운 자와 슬기로운 중에서도 슬기로운 자니라. 어떠한 것이 하질인 자인가? 보시할 때에 발심하여 모든 존재[有]에서 구하는 것이며, 하중의 하인 자는 두려움 때문에 보시를 하는 것이며, 슬기로운 자는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시하는 것이며, 슬기로운 중에서도 슬기로운 자는 큰 자비심을 가지고 보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이 네 가지 보시 가운데 한 가지 보시만을 하겠으니, 오직 원컨대 내일 아침에 꼭 나의 청함을 받으라.”그때 바라문이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토끼가 오늘 무엇을 보았을까? 죽은 사슴을 본 것인가, 죽은 토끼일까?’
마음으로 기뻐서 불을 피우면서 주문을 외웠다.토끼는 그 밤에 마른 섶을 많이 모아 놓고 토끼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바라문이 이제 나를 버리고 멀리 다른 집으로 간다고 하니 내 마음이 매우 괴로워서 몸이 떨리는구나. 세상 법이 이렇게 덧없어서 이별하게 되니 허황되고 거짓되어서 진실하지 않음이 환영[幻] 같도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마치 가을 비와 같아서 유위법(有爲法)이란 이와 같이 한량없는 근심이 있고, 모든 것[行]이 꿈이요, 뜨거운 때에 아지랑이와 같은 것이다.
중생이 목숨이 다하면 가히 돌아올 수 없나니 너희들은 이제 세상의 법이 이와 같아서 능히 떠날 수 없음을 알지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서 3유(有)를 무너뜨릴지니라.”그때 토끼왕이 밤새도록 자지 않고 토끼들을 위해 이와 같은 설법을 하다가 밤이 이미 다하고 맑은 아침이 되자 섶을 쌓아 놓은 데에 불을 붙이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제 그대를 청하여서 작은 공양을 베풀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제 이미 마련되었으니 부디 반드시 먹어야 한다. 왜냐 하면 슬기로운 사람은 재물을 구하여서 보시하고자 하나니, 받는 자는 불쌍하게 여기고 반드시 받아 써야 한다.
만약 평범한 사람들이 많이 쌓아 두었던 재보를 남에게 보시한다면 이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빈궁하여서 보시하는 것이 어려우니, 오직 원컨대 불쌍히 여기고 반드시 받아 달라. 내가 이제 깊은 마음으로 청정하게 청하는 것이니, 오직 원컨대 인자여, 반드시 받을 것을 의심하지 않노라.”
이렇게 말하고는 또 스스로 위로하고 깨우쳤다.
‘내가 이제 저 사람을 위하여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받도록 하기 때문에 스스로 내 몸을 버리되 탐하고 아끼는 바가 털끝만큼도 없으니, 이와 같은 복보(福報)로 원컨대 모든 중생들이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여 깨우치고는 불 구덩이에 몸을 던지니,그때 바라문이 이것을 보고는 하도 놀라워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곧바로 불 속에서 끌어냈으나 덧없는 목숨이 바로 끊어졌다.
자세히 보니 마음이 답답하여 끌어안아 무릎 위에 놓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법을 사랑하는 대사여, 자비로운 큰 신선이여, 잘 다루는 뱃사공이여,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몸뚱이와 목숨을 버렸으니 이제 어디로 갔습니까? 내가 이제 공경히 예배하여 돌아가 의지할 주인을 삼으리다.
내가 이 산에서 머리를 기르고 무거운 짐을 지고 비록 여러 해를 지냈으되 이익되는 바가 없더니, 이제부터는 원컨대 언제나 받들어 모시리다.
원컨대 그대의 공덕이 구족히 성취되어서 나로 하여금 내세에 항상 제자가 되게 해주시오.”
이렇게 말하고는 토끼의 몸을 땅 위에 모셔 놓고 머리를 조아려서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마치 아기를 안듯이 안고는 곧바로 죽은 토끼와 함께 불 구덩이로 뛰어들고 말았다.그때 제석천이 이 일을 알고는 크게 공양을 베풀고 뼈를 거두어서 탑을 세웠다.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시(尸)바라밀을 수행하시되 세상을 속이지 않으시니라.
7.녹품(鹿品)
보살마하살이
큰 바라밀을 행하여서
깊은 원한 속에서도
악한 마음을 끝내 내지 않네.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었다.보살이 지난 세상에 축생에 떨어져서 사슴의 몸이 되었다. 양쪽 겨드랑이는 금빛이고 등은 유리와 같았으며, 나머지 몸도 종류가 달라서 어떻다고 이름할 수 없었다. 발굽은 수레바퀴와 같았고 뿔은 금정(金精)과 같아서 그 몸의 장엄함이 칠보장(七寶藏)과 같았다.
항상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행하여서 모든 선한 법을 구족히 성취하며 몸빛의 빛남이 마치 해가 처음 뜨는 것과 같았다.
모든 하늘이 존경하고 소중히 여겨 이름을 세우니, 명호를 금색록(金色鹿)이라고 하였다.
한량없는 사슴들을 위해 영도자가 되어서 이 사슴왕은 많은 자비를 행하였으며, 정진과 지혜가 구족하여서 줄어듦이 없었다. 큰 용맹이 있고 사람의 말을 잘 알았으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서 사슴의 몸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그때 사슴의 왕이 설산에 노닐었는데 그 산에는 우거진 숲과 꽃과 과실과 흐르는 샘과 목욕할 못이 많았다.
모든 짐승들이 서로 미워하고 적해(賊害)하는 마음을 내었으나 이 보살의 위엄과 덕의 힘으로 그러한 마음이 다 없어져서 남음이 없었다.
텅 비어 적정한 곳에 있으면서 항상 모든 사슴들을 가르쳐서 멀리 모든 악을 버리고 선한 법을 닦아서 행하게 하였다.모든 사슴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모든 것 가운데에서 마땅히 작은 악을 보더라도 마치 독이 든 음식처럼 여겨서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받지 않아야 하며, 마땅히 작은 선이라 하더라도 친한 벗을 보는 것처럼 여겨서 항상 친근히 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서 받아 가질지니라.
너희들 모든 사슴이여, 몸ㆍ입ㆍ뜻으로써 모든 악을 행하므로 축생 가운데 떨어졌고, 능히 선한 법을 닦아 행하지 않아서 어리석음으로 덮였으므로 이 축생의 몸을 받아서 한량없는 세상을 지내되 생사 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받으려고 할진댄 바른 법으로써 근본을 삼을 것이니, 대개 바른 법이란 능히 중생을 보호하여 나쁜 갈래[惡趣]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번뇌와 고해에 빠진 사람을 건지기 위한 교량이 되며, 사람이 험한 곳에 처함에 요긴한 몽둥이와 같으며, 또 횃불을 잡고 모든 기구를 보는 것처럼 바른 법을 행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무릇 바른 법이란 것은 가장 친근해야 할 것이며 파괴할 수 없는 것이며, 능히 중생에게 위없는 큰 도를 보이는 것이니, 이것이 능히 즐거움을 받게 하느니라.
이 법을 듣고 나서 능히 마음을 기쁘게 하여 마음과 마음이 끊어지지 않고 이 법을 행하는 자는 마음에 두려울 바가 없느니라.
이 법은 능히 모든 악을 제거하나니 비유하면 마치 좋은 약이 여러 가지 병을 고치는 것과 같아서 이러한 인연으로 항상 생각해서 잊어버리지 않게 할지니라. 만약 잊어버린다면 이 생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되리라.
세간의 모든 것이 모두 허망한 거짓인데 오직 보시ㆍ인욕ㆍ참괴(慚愧)ㆍ지혜의 법만이 진실한 것이니, 만약 능히 이와 같은 법을 수행하면 이것을 곧 정법을 구족함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모든 새와 짐승들을 위하여 항상 이 법을 설하여서 듣는 자로 하여금 음란함과 탐욕을 여의게 하니, 이때에 마치 현인과 성자가 모든 악을 멀리 여의고 침해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다시 그 뒤에 모든 사슴의 무리들과 더불어 노닐다가 한 강가에 머물렀다. 그 물은 넓고 깊어서 끝과 밑을 알 수 없었으며, 사납게 넘치고 급하게 흘러서 빠지고 떠내려가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산 언덕이 무너지고 큰 나무가 뽑혀 달아나니 온갖 새와 짐승도 감히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한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게 되어서 황급하게 허위적거리는데 힘이 점점 빠져서 목숨이 얼마 안 남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천신과 지기(地祇)시여, 누가 자비를 베풀어서 나를 구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슬프다. 내가 이제 식구들과 이별하고 오늘 이 지경이 되었으니 누구에게 돌아가 의지하랴.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으니, 세상에 한 마리의 사슴이 있어서 신선의 법을 수학하고 큰 자비를 지녔다는데, 오직 이런 사슴이라면 구제할 수 있을텐데…….”이때 사슴의 왕이 여러 사슴들의 앞에 있다가 이와 같은 소리를 듣고 곧 놀랐다.
“누가 고액(苦厄)을 받기에 이런 말을 하느냐? 내가 이것을 듣고 나니 마음이 괴롭기가 저 사람이 받는 고통과 다를 것이 없구나.”
곧 모든 사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음대로 각자 흩어져 가라. 나는 평평한 곳을 찾아 보아서 자유롭게 물을 마시며 목마름을 충족히 하리라.”
사슴들이 듣고는 곧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슴의 왕이 곧 소리를 따라서 가보니 한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는데 나무와 돌에 부딪쳐서 많은 고통을 받았다.사슴의 왕이 보고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물이 저렇게 흐르니 설사 큰 고기라 하더라도 건널 수 없을 터인데, 나는 지금 몸집도 작고 힘도 미약한데 어떻게 이 사람을 능히 건져낼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 몸으로 하여금 저 사람과 더불어 함께 죽게 할지언정 실로 저 사람이 홀로 저러한 고통을 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이 사람이 육지에서 코끼리에게 곤욕을 당한다면 방편을 써서 구호할 수도 있지만 이제 이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으니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설사 내가 물에 들어가더라도 능히 건져내지 못한다면 보고 듣는 모든 사람의 웃음거리만 될 것이니 구제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안다면 어떻게 물에 들어가랴.
내가 지금 비록 자비심은 있으나 체력이 미약하니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도다. 그러나 이제 마땅히 배로 노력을 더하여서 멈추지 않고 가서 구해 내리라.’
곧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안심하라. 내가 이제 물에 들어가되 이 몸뚱이를 마치 초목과 같이 하여서 설사 이 몸이 없어지더라도 반드시 구하여 주리라.”이때 사슴의 왕이 몸을 솟구쳐 물로 뛰어들어서 그 사람에게 이르러 곧 그 등에 타도록 명하니, 빠진 사람이 곧 앉아 편안하여 근심이 없어졌는데 마치 어떤 사람이 평상에 편안히 올라앉은 것과 같았다.
그 강에는 나무 토막과 돌이 엉켜 있어서 서로 부딪치니 몸뚱이가 아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때 사슴의 왕이 빠진 사람을 업고서 자신은 죽게 되어도 놓지 않고 헤엄쳐서 겨우 저 언덕에 이르렀다.이렇게 하여 빠졌던 사람이 구출되자 곧 사슴의 왕에게 말하였다.
“나의 부모님이 길러 주신 몸뚱이는 이미 없어졌고, 지금 이 몸은 실로 그대의 것입니다. 그대가 비록 사슴의 왕이로되 이 신명(身命)을 바치겠으니 시키실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사슴의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들으라. 나는 그대에게 공로의 결과를 구하지 않고 또한 마음에 자만하는 생각도 없노라. 내가 이제 이와 같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은 다만 남을 위하여 이익을 지을 뿐이다.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짐승의 몸을 받고 항상 숲과 들에 처하여 자유롭게 뜻대로 물과 풀을 찾아다니면서, 비록 사람들이 사는 곳을 침범하지 않으나 나는 죄가 많아서 원수와 미워하는 것이 있고, 사자나 호랑이 등의 모든 사나운 짐승과 사냥꾼들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의지할 바 없고 지켜 주는 자가 없다.
내 몸이 비록 사슴이지만 여러 가지 빛이 미묘하다. 일체 세간에서 아직 본 사람이 없었는데 구제하는 일 때문에 오직 그대만이 본 것이다.
예전에 내가 만약 고액을 보면 반드시 구제하겠다고 서원하였나니, 사람이 비록 힘이 있으나 고통스러워하는 자를 보고도 구제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과보가 없는 것이니, 마치 씨를 심지 않으면 과실을 거두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만약 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입을 조심하라. 은혜를 알고 은혜를 생각하면 성현께서 칭찬하지만, 은혜를 알지 못하면 현세에 사나운 이름이 밖에 퍼지고 또 지혜로운 자의 꾸짖는 바가 되며, 내세에 많은 악한 과보를 받는다.
은혜를 아는 이는 현세에도 내세에도 편안하여서 보시의 인연이 아니어도 자재함을 얻고, 다문(多聞)을 닦지 않고도 큰 지혜를 갖추며, 비록 물에 목욕하지 않아도 청정하여 때가 없고, 모든 향훈(香熏)을 떠나도 위없는 향을 얻으며, 모든 영락을 떠나서 참된 장엄을 얻고, 멀리 의지할 바를 여의어도 스스로 지킴을 얻으며, 비록 칼이나 몽둥이가 없어도 침범하는 자가 없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은혜를 아는 사람이 얻는 공덕을 말로 다할 수 없는데, 은혜를 모르는 자가 얻는 환난도 또한 한량없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부터 마땅히 입을 잘 지키어라.”그때 물에 빠졌던 사람이 이 말을 듣고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이어 눈물을 흘리면서 곧 사슴의 발에 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항상 법을 설하여서 모든 중생에게 열반의 바른 길을 보이시니 그대는 어진 의사와 같아서 중생들의 마음에 뜨거운 병고를 제거하여 주십니다. 그대는 이 세간에서 제일로 자비하신 아버지시라, 이 어른의 인도를 진실로 간절하게 따라서 조석으로 모시고 품수하여 멀리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잠시만 지나면 반드시 나쁜 짓을 하게 되어 못 견디게 될 터이니, 내가 이제 가면 비록 형체는 서로 멀리 떨어지더라도 마음만을 감히 떠났다는 생각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바로 길로 떠나니 사슴의 왕이 바라보다가 멀리 보이지 않게 되자 본래 처소의 여러 사슴들 속으로 돌아왔다.이때 빠졌던 사람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서 은혜를 잊고 의리를 등지며, 법의 횃불을 꺼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을 불태우며, 법의 나무를 쳐버리고 독의 숲을 가꾸며, 마음은 악의 그릇이 되어 여러 가지 원한과 독기를 담았다.
현세의 이익을 위하여 곧 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 말씀을 들으소서. 제가 얼마 전에 산에 들어갔다가 한 마리의 사슴을 보았는데, 몸의 빛깔이 미묘하여서 칠보 꾸러미와 같았습니다. 여러 사슴들 가운데에서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마치 별 속에 있는 보름달과 같았습니다. 그 가죽이 여러 가지 빛으로 되어서 안장 위에 덮으면 좋을 것입니다. 제가 그 사슴이 노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그때 왕이 듣고는 마음으로 놀랍고 기뻐서 말하였다.
“그대는 내게 그가 있는 곳을 알려라. 내가 직접 가서 잡으리라.”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삼가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왕이 곧 수레를 갖추고 앞에서 인도하게 하였다. 천승(千乘)과 만기(萬騎)가 뒤를 따라서 가니,이때 사슴의 왕은 여러 사슴들 가운데서 피로가 심하여 자고 있었다.
그때 허공에 많은 새들이 왕의 군사와 말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 왕이 반드시 금색 사슴 때문에 온 것이다.”
까마귀 한 마리가 사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슴 왕의 귀를 쪼니 사슴의 왕이 놀라서 깨어 생각하였다.
‘이 까마귀가 무엇 때문에 와서 깨워 주는 것일까? 예전부터 까마귀 무리들은 보고서 빙빙 돌기는 해도 감히 가까이 오는 자가 없었는데 오늘 웬일로 내 몸을 범하여 건드리는 것일까?’
곧 일어나서 멀리 바라보니 왕의 군사가 사방으로 구름처럼 모여서 오는데 이미 가까이 이르러 있었다.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까마귀들은 실로 나무랄 것이 없구나.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존경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손으로 끌어내는 것과 같으니 어찌 이것이 허물이 되랴.’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모든 중생들은 자비심이 없다. 세간에 있는 사자와 호랑이는 항상 나의 원수였으나 내 설법을 듣고 곧 원한의 마음이 사라졌건만, 이 사람은 의리가 없어서 사람 가운데 태어났어도 은혜를 잊고 마음을 등져서 도리어 내게 독한 마음과 해로움을 내니, 마치 미묘한 향기가 나는 꽃을 시체에다 두면 곧 싫어지고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도 그러하여서 현세의 얼마 안 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장래의 한량없는 즐거움의 과보를 버리는구나.’그때 사슴의 왕이 곧 모든 사슴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왕이 이제 여기에 온 까닭은 바로 내 몸 때문이요, 너희들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제 비록 도망하여 멀리 갈 수 있고, 또한 저 군사들을 부술 수 있지만 마땅히 스스로 왕에게 가서 목숨을 마치리라.
내가 이와 같이 하려는 것은 너희들이 곧 동으로 서로 흩어져 달아나도 목숨을 잃게 될 것이므로 이제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로 가는 것이니 다만 내 뒤를 따르고 공포심을 내지 말라. 마땅히 너희들로 하여금 안온하게 하고 환난이 없게 하리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만약 마음을 내어서 열반에 들고자 하면 곧바로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바로 너희들을 위함이니라.
내가 왕의 처소에 이르러서 설사 목숨을 잃더라도 너희들만 안온하게 하여 완전히 구제된다면 나는 한스럽지 않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왕의 처소로 가니, 물에 빠졌던 사람이 사슴왕을 보고는 왕에게 가리켜 주면서 말하였다.
“말씀드린 사슴의 왕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곧 양손이 땅에 떨어졌다.그때 왕이 이것을 보고는 곧 말에서 내렸다. 마음으로 놀라서 머리카락이 곤두서 말하였다.
“그대의 손이 웬일로 이렇게 떨어져 버리는 것이냐?”
곧 칼과 몽둥이를 버리고 혼자서 사슴에게로 가니 사슴이 왕을 볼 때에 마음이 괴로웠다.
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것이 비록 짐승의 몸이지만 실제로는 사슴이 아닐 것이다. 곧 이것은 바른 법이 솟아나는 왕일 것이다.’그때 사슴 왕이 곧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어찌하여 칼과 몽둥이를 놓아 버렸습니까? 몸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는 모양인데 만약 나에 대해 공포심을 내는 것이라면, 나는 자비를 닦기 때문에 결코 해치지 않으니 안심하시오. 만약 달에서 불이 났다면, 그럴 리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 왕이 듣고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곧 사슴의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어찌하여 양손이 땅에 떨어졌는가? 아까 말한 대로 능히 우리에게서 무서움을 없애 줄 수 있다면 어찌하여 이 사람이 그대의 몸을 가리키자 곧 이와 같은 과보를 받은 것인가? 그대가 아까 스스로 능히 중생에게서 무서움이 없도록 한다고 말하였는데, 어찌하여 이 사람으로 하여금 이와 같이 되게 하였는가? 만약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온 세상을 마땅히 불로 태우겠구나.”이때 사슴의 왕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사람이 관의 무거운 죄를 범하거나 다툼이 없는 청정한 비구를 괴롭힌다면 이러한 사람은 크고 무거운 죄를 얻는 것처럼, 은혜를 모르는 자도 역시 이와 같아서 크고 무거운 죄를 얻게 됩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사람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 것이요, 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왕이 곧 물었다.“오직 원컨대 자세히 설명하라. 내가 기꺼이 듣겠노라.”
사슴의 왕이 대답하였다.
“왕은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내게 말하지 마십시오.”왕이 곧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두 손이 땅에 떨어졌는가?”
이때 그 사람이 곧 왕에게 자세히 본래의 인연을 설명하니 왕이 듣고 말하였다.
“그대가 그런 짓을 했으니 어떻게 이런 과보를 받지 않겠느냐? 만약 곤액을 당하였을 때 남에게 한 순간만 의지하였어도 오히려 은혜를 갚아야 마땅하거늘, 하물며 많은 시간 동안 그러한 무거운 은혜를 받고서도 갚기는 커녕 도리어 적이 되어서 해칠 생각을 내었으니 어찌 마땅히 이런 과보를 받지 않으랴.
사람이 뜨거울 때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쉬기만 하여도 이 나무의 잎새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하는 법이니, 은혜를 입었으면 잊지 않는 것이 역시 이러하여야 할 것이다.”그때 국왕이 다시 사슴의 왕을 향하여 무릎 꿇고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오늘부터 항상 귀의하겠습니다.”사슴의 왕이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렇다면 삼가 그 뜻을 받으리다.”왕이 또 말하였다.
“그대가 나의 원을 받으셨으니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사슴의 왕이 대답하였다.
“만약 내게 존경심을 내신다면 마땅히 자세히 들으십시오. 나는 짐승의 몸으로서 오직 물과 풀만 있으면 스스로 살아가니 다른 것은 구하는 바가 없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 사람이 전에 물에 떠내려가는 곤경에서 구호하는 자가 없어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내가 그때 오히려 구해 주었던 것이니, 왕이 이제 만약 자비심을 가졌거든 마땅히 이 사람을 보되,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십시오. 만약 이 사람을 잘 돌봐 준다면 곧 이것이 나를 돌봐 주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어리석어서 아는 것이 없으니 불쌍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세상을 지내면서 여러 가지 고통을 받을 것이므로 응당 이 사람에게 자비와 애민심을 내야 할 것입니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많은 자식을 사랑하는데 편벽됨이 없으나 앓는 자식에게는 치우쳐서 가엾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악한 중생에게 치우쳐서 가엾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이 중생이 악법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보리심을 발하는 것입니다.”그때 국왕이 다시 용의(容儀)를 바로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조어대사(調御大士)며, 바른 법을 옹호하고 위급과 액난을 구제하는, 돌아가 의지할 곳이어서 능히 중생들의 모든 무서움을 없애 줄 수 있는 분이십니다.
이 중생들이 나쁜 짓을 많이 했어도 몸이 마땅히 움푹 꺼진 땅에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진실로 대사께서 보호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사슴의 무리를 무서움이 없이 즐기도록 해주겠으며, 내가 이제 이 몸 다하도록 제자가 되기를 원하니 만약 그대가 내세에 위없는 도를 이루거든 원컨대 먼저 제도해 주십시오.”이에 국왕이 이 말을 하고는 곧 여러 신하에게 명령해서 온 나라 백성들이 이제부터는 사냥을 하거나 살해하는 것으로 업을 삼지 않도록 하였다.
보살마하살이 시(尸)바라밀을 행할 때 비록 짐승의 몸을 받았으나 저 모든 원수와 미운 자에게 한 생각도 악한 마음을 내지 않았느니라.
8. 용품(龍品)
보살마하살은
성낼 때도 오히려 계를 지키니,
하물며 사람으로 태어나서야
마땅히 굳게 지니지 않겠는가.
내가 일찍이 들었다.보살이 예전에 성낸 인연으로써 용 가운데 떨어져서 3독신(毒身)을 받으니 이를테면 기독(氣毒)ㆍ견독(見毒)ㆍ촉독(觸毒)이었다.
그 몸이 여러 가지 빛으로 섞인 것이 7보 덩어리와 같았고, 광명을 스스로 비춰서 해와 달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몸이 장대하고 기운은 풀무바람과 같았으며, 그 눈이 쏘는 빛은 쌍으로 해가 난 것 같았다.
항상 한량없는 용들에게 둘러싸였으며,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하여 사람의 모양으로 되어서 모든 용녀들을 데리고 서로 즐겼다.
비타산(毘陀山) 깊숙한 곳에 있었는데, 여러 가지 많은 숲에 화과(華果)가 무성하여서 매우 사랑하고 즐기었다. 모든 연못에 여덟 가지 맛을 구족한 물이 있어 항상 그 가운데에서 즐겨 놀면서 한량없는 백천만 세를 지냈는데,그때 금시조(金翅鳥)가 음식을 구하기 위하여 허공을 타고 몸을 오그리고 날아와서 용들을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이것이 올 때에 모든 산이 무너지고 샘과 연못이 말랐다.그때 모든 용과 용녀들이 이것을 보고 들으매 마음이 크게 무서웠고, 입었던 영락과 꽃과 향과 옷의 장식이 모두 풀어지고 떨어지고 찢어져서 땅 위에 흩어졌다.
모든 용의 부인들이 무서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이 큰 원수가 벌써 와서 몸을 핍박하는구나. 그 부리는 금강이어서 파괴하는 바가 많을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용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내 뒤에 의지하라.”
그때 모든 부녀들이 곧 서로 와서 용에게 의탁하였다.
용이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이 부녀들이 모두 무서워하는데 내가 만약 능히 옹호하여 주지 못한다면 이렇게 큰 몸뚱이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제 내 몸이 모든 용의 주인이 되었으니 만약 능히 지킬 수 없다면 왕이 된 것이 무슨 소용이랴.
바른 법을 행하는 자들도 모두 신명을 버려서 남을 옹호하는데, 이 금시조는 새의 왕으로서 큰 위덕이 있어서 그 힘을 감당하기 어려운지라 나 한 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능히 막을 자가 없으니 내가 이제 마땅히 신명을 버려서 모든 용들을 구하리라.’그때 용왕이 금시조에게 말하였다.
“너 금시조야, 조금만 진정하고 내 말을 들으라. 네가 나에게 항상 원한과 해칠 마음을 내지만 나는 네게 도무지 악한 마음이 없노라.
내가 숙세의 업으로 이 큰 몸을 받고 3독을 얻어서 비록 힘이 있으나 일찍이 남에게 악한 마음을 내지 않았노라.
내가 이제 스스로 헤아려서 기력을 살펴보니 충분히 너와 더불어 싸워서 막을 수 있고 또 능히 멀리서도 큰 불을 지르고 마른 초목을 던질 수 있으며, 5곡이 익게 되었을 때 사나운 우박을 퍼부을 수도 있고, 혹 큰 몸으로 변화하여서 해와 달을 가리며, 혹 작은 몸으로 변하여서 연뿌리의 실 같은 구멍에 들어갈 수 있고, 대지를 무너뜨려 강과 바다로 만들 수 있고, 산악을 흔들어 동요하게 하고, 또한 능히 멀리 피하여 달아나서 네가 나를 볼 수 없게도 할 수 있으나, 지금 버리고 가지 않는 것은 많은 용들이 내게 의지하기 때문이며, 너와 더불어 전쟁하지 않는 것은 내가 네게 악함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금시조가 말하였다.
“나는 너를 원수로 여기는데 어째서 내게 악한 마음을 내지 않느냐?”용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비록 짐승의 몸이지만 업보를 잘 알아서, 작은 악이라도 그 악의 업보가 쫓아와서 그냥 두지 않는 것이 마치 형체에 그림자가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음을 살펴 알기 때문이다.
나나 너나 이제 이렇게 나쁜 것으로 태어난 까닭은 모두 먼저 세상에 악업을 쌓은 때문이라, 나는 언제나 너에게 인자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느니라. 너는 응당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를 깊이 생각할지니라.
원망하는 마음으로는
능히 원증(怨憎)을 쉬지 못하네.
오직 인욕해야만
그 다음에 이것이 없어지네.
비유하건대 큰불에 마른 섶을 던지면 그 불꽃이 더 성해지는 것처럼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그때 금시조가 이 말을 듣고는 원망하는 마음이 곧 풀려 다시 용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에게 항상 원망하는 마음을 내었는데 너는 내게 자비심을 내었구나.”용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예전에 너와 함께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항상 생각하여 마음 속에 품어 왔는데 너는 잊어버려서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금시조가 말하였다
“오직 원컨대 인자여, 내 스승이 되어서 나를 위하여 위없는 법을 잘 설하여 달라. 내가 이제부터는 일체에 은혜로 베풀어서 모든 용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하리라.”
 용궁을 버리고 다시 자신의 본래 주처로 돌아갔다.그때 용왕이 금시조를 본처로 돌려보내고는 모든 용과 용녀들을 위로하고 깨우쳤다.
“너희는 금시조를 보고서 얼마나 무서웠느냐. 그 나머지 중생들은 너희들을 볼 때 또한 이와 같이 크게 무서워하느니라.
너희 모든 용들이 신명을 아끼는 것처럼 일체 중생도 역시 이와 같나니, 마땅히 제 몸을 생각하여서 남의 몸도 견줄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큰 자비의 마음을 내야 할 것이니, 내가 자비심을 닦아서 쌓은 인연 때문에 원증으로 하여금 그의 본처로 돌아가게 한 것이니라.
생사에 유전할 때 믿고 의지할 바는 인자한 마음보다 지나는 것이 없나니, 대체로 인자한 마음이란 것은 무거운 번뇌를 제거하여 주는 미묘한 약이요, 또 이것은 한량없는 생사계의 굶주림에 대한 묘한 음식이니라.
우리가 예전에 자비심을 잃었으므로 금생에 와서 이 축생 가운데 떨어진 것이니, 만약 자비를 닦음으로써 문호(門戶)를 삼을진댄 일체 번뇌가 능히 들어가지 못하며, 천상이나 인간 가운데 태어나서 바른 해탈에 이르기까지 인자함은 좋은 탈것이라, 이보다 좋은 것은 없느니라.”
모든 용과 그 부녀들이 이 말을 듣고는 멀리 성냄과 악독함을 버리고 인자한 마음을 닦았다.그때 용왕이 같은 무리들이 인자한 마음을 닦는 것을 보고 기뻐서 스스로 경하(慶賀)하였다.
“훌륭하구나, 내가 이제 할 일을 마쳤도다. 내가 비록 업의 원인으로 축생 가운데 났으나 대사의 업을 수행하였도다.”그때 용왕이 다시 모든 용들에게 말하였다.
“이미 너희들을 위하여서 착한 일을 하였고, 너희들에게 바르고 참된 길을 보였으며, 다시 너희들을 위하여 바른 법의 횃불을 불붙였다. 모든 악한 길을 막고 인간과 천상의 길을 열었다.
너희가 이미 한량없는 악독함을 제거하여 버리고 높은 감로(甘露)로써 그곳을 보충하여 두었으니 한 가지 일을 청하고자 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12월의 전 15일은 염부제 사람들이 8계(戒)의 물로써 그 몸을 씻고 마음으로는 청정한 인천(人天)의 도(道)를 지어서 자량(資糧)을 삼으며, 멀리 교만하고 잘난 체하고 탐욕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여의는데, 나도 역시 이와 같이 저 사람들을 본받아서 8계재법(戒齋法)을 받고자 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은 8계를 받아 가지면 비록 미묘한 옷이 없어도 몸을 깨끗이 할 수 있고, 비록 담이나 벽이 없더라도 능히 원적을 막을 수 있으며, 비록 부모가 없어도 귀한 성(姓)이 있고, 모든 영락을 떠나서 몸을 스스로 장엄하며, 비록 진귀한 보배가 없어도 큰 부가 한량이 없고, 비록 수레와 말이 없더라도 대승(大乘)이라 하며, 다리도 나루도 의지하지 않고서 악을 건너나니, 8계를 받는 자의 공덕이 이러하니라.
너희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곳곳에서 항상 이것을 받아 가지리라.”모든 용들이 각각 말하였다.
“어떠한 것을 8계재법이라고 합니까?”용왕이 대답하였다.
“8계재라는 것은 첫째는 죽이지 아니함이요, 둘째는 도적질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음란하지 않음이요, 넷째는 망령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높고 넓은 상 위에 눕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향과 꽃과 영락을 몸에 붙이거나 향으로써 몸에 바르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는 춤추고 노래하지 않으며, 그런 것을 가서 보고 듣지도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일로 장엄하고 지나치게 먹지 않으면 이것을 곧 8계재법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니라.”
모든 용들이 물었다.
“우리들은 만약 왕을 떠나게 되면 잠시도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위없는 바른 법을 더 크게 하고 법등(法燈)을 밝히려고 하실진댄 청컨대 신칙하신 바를 받들겠습니다.
불법의 유익함은 어느 곳에서나 불가함이 없거늘 어찌하여 이 가운데서 받아 가지지 않으십니까?
또 일찍이 들으니 가정에 있는 사람도 착한 법을 닦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가정에 있으면서 착한 법을 행하는 자도 늘어날 수 있다면 어찌 반드시 고요한 곳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까?”용왕이 대답하였다.
“욕심이 모든 욕심에 처하면 마음이 잠시도 머묾이 없나니, 모든 미묘한 색을 보면 과거의 애욕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비유하면 젖은 땅에 내린 비가 쉽게 진흙탕을 이루는 것처럼, 모든 미묘한 색을 볼 때 과거의 욕심이 일어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깊은 산에 있으면 색을 보지 않고, 색을 보지 않으면 욕심이 일어나지 않느니라.”모든 용들이 물었다.
“만약 깊은 산에 거처한다면 곧 바른 법을 더 크게 하는 것이 될진대 마땅히 뜻을 따라서 행하겠습니다.”그때 용왕이 곧 모든 용들을 거느리고 적정한 곳에 이르러서 멀리 음욕과 성내는 마음을 여의고 모든 중생에 대해 큰 자비를 더 닦고 인욕을 구족히 하여 스스로 장엄함으로써 보리도를 열고 스스로 8계를 받았다.
청정하게 계재를 가지고 여러 날을 지내는데 음식을 끊어서 몸이 파리하고 기갈이 심한데다가 극도로 피로하여 졸고 있었다.
용왕이 이와 같은 8계를 수행하고 인욕을 구족히 하여 모든 중생에게 마음으로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다.그때 악한 사람들이 용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용이 자다가 인기척이 있음을 듣고 곧 놀라 깨었다.
모든 악인들이 보고는 마음에 놀랍고 기뻐서 서로 말하였다.
“이거 웬 보배 무더기가 땅에서 솟아 나왔느냐?”용이 그 사람들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덕을 닦기 위하여 여기에 온 것인데 이 산 속에도 악하고 거스르는 것이 있어서 덕을 닦는 자를 방해하는구나. 만약 저 사람들에게 내 참모양을 보인다면 당연히 무서워서 죽을 것이니, 저들이 무서워서 죽고 나면 내가 수행하는 바른 법이 무너질 것이다.
내가 예전에 성낸 인연으로써 이 용의 몸을 받아서 3독이 구족하니 기독(氣毒)과 견독(見毒)과 촉독(觸毒)이 이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 여기 왔으니 반드시 내 몸을 탐하여 목숨을 끊어 놓을 것이다.’그때 모든 사람들이 또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산에 들어와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 재리(財利)를 구하여 찾았으나 일찍이 이런 용의 몸뚱이에 문채(文彩)가 장엄하여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는 것을 못 보았다. 그 가죽을 벗겨서 우리 왕에게 바치면 후한 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악한 사람들이 예리한 칼로써 그 가죽을 벗기려 하였다.용왕이 그때 마음으로 늘 일체 세간을 이롭고 즐겁게 하였으므로 곧 이 사람들에게도 자비롭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으며, 자비를 행하였으므로 3독이 곧 소멸되었다.
다시 스스로 깨우쳐 그 마음을 위로하였다.
‘너는 이제 이 몸뚱이를 아까워하지 말아라. 네가 비록 거듭 여러 해를 옹호하려고 하여도 때가 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이제 이 몸뚱이로 상(賞)과 재물을 탐하다가 당연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차라리 내가 스스로 죽어서 저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의 몸으로나 고통을 받지 않게 하리라.’
모든 사람들이 대들어서 칼을 잡고 가죽을 벗기었다.용이 또 생각하였다.
‘만약 사람이 죄가 없이 어떤 사람의 4지(肢)를 끊더라도 묵묵히 받아서 갚지 않고 원수를 맺지 않는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대정사(大正士)가 될 것이니, 만약 부모ㆍ형제ㆍ처자에게 묵묵히 참는다면 이는 귀할 것이 없으나, 만약 원수 가운데에서 묵묵히 받아들이는 마음을 낸다면 이것이야말로 귀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중생을 위해 반드시 묵묵히 참고 받으리라. 만약 내가 저들에게 참고 받는 마음을 낸다면 이는 참 도반(道伴)이며, 나의 선지식(善知識)이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마땅히 이 사람들에게 부모의 생각을 내리라.
내가 예전에 비록 한량없는 세상을 몸과 목숨을 버렸으나 일찍이 한 명의 중생도 위하지 못하였다.
저 사람이 만약 이 가죽을 벗겨서 마땅히 한량없는 진귀한 보배와 귀중한 재물을 얻으려 한다면 원컨대 내가 내세에 이 사람에게 한량없는 법의 재물을 주리라.’그때 용왕이 이미 다 벗김을 당하고 나니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 고통을 참기 어려우며 전신이 떨려서 스스로 지탱할 수 없었다.
그때 한량없는 작은 벌레들이 그 피의 향기를 맡고 모두 모여들어서 그 살을 뜯어먹으니 용왕이 또 생각하였다.
‘이제 내 이 몸뚱이를 먹는 이 작은 벌레들에게 원컨대 내세에 마땅히 법의 밥을 주리라.’보살마하살이 시바라밀을 행할 때 나아가 가죽이 벗겨지고 살을 먹혀도 도무지 원한을 내지 않았나니, 하물며 그 나머지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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