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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610 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중권

by Kay/케이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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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중권

 

보살본연경 중권
승가사나 지음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3. 일체지왕자품 ②
그때 왕자가 합장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 앉아 부왕에게 공경하고 예배하고서 아뢰었다.
“제가 보시하는 것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명성을 위한 것도 아니며,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호화롭고 귀하게 되려는 것도 아니며, 미쳐서 착란된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른 법을 구하기 위해서 이 보시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이제 비록 부모ㆍ형제ㆍ처자를 옹호하지만 죽을 때를 당하면 비록 친척이 있더라도 누가 능히 따라가겠습니까? 오직 바른 법만이 쫓아가서 놓지 않음을 볼 뿐입니다.
제가 만약 마음에 선한 법을 행함이 없다면 오히려 대왕의 간곡하신 가르침을 바라겠나이다.
어찌하여 갑자기 그릇된 말을 신용하시고 제가 선하게 행하는 것을 끊으십니까? 왕께서 먼저 제게 보시의 마음을 버리라고 선칙하셨으나, 보시의 마음은 제 본성의 근원이니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마치 땅의 성품이 굳은 것을 버릴 수 없고, 불의 성품이 뜨거움을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물고기가 뭍으로 뛰어나오면 목숨을 어떻게 보전하겠습니까?
저 왕의 종[僮僕]은 6정(情)이 구족하고 신체가 완전히 갖춰진 것이 하늘 사람과 다름이 없거늘 이런 사람이 어찌하여 왕의 급사(給使)가 되었겠습니까? 왕가에 있는 수레ㆍ채녀(采女)ㆍ금ㆍ은ㆍ진귀한 보배가 다 어디서 난 것입니까? 틀림없이 이것은 과거에 보시한 업으로 지금 이 과보를 얻은 것입니다.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일체 아귀들이 굶주림의 불에 핍박되어서 몸과 마음이 타는 괴로움을 받는데, 이와 같은 것이 모두 탐하고 아낀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든 하늘 가운데에 7보의 궁전과 수명이 긴 것[長遠]은 모두 보시한 인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보시하는 바는 불로도 능히 태울 수 없고 물에도 떠내려가지 않으며, 왕가(王家)ㆍ도적ㆍ원수ㆍ빚쟁이가 능히 보시한 것을 빼앗지 못합니다. 모든 갈래[趣] 가운데에서 능히 친한 벗이 되니, 이것은 하늘에 오르는 수레입니다. 이 보시한 것은 생사 중에서도 저를 따라오는데 마치 송아지가 어미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대왕께서 제게 신칙하시어 보시하는 마음을 그치라고 하셨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깊은 산으로 옮기라고 하셨지만 비록 깊은 산으로 들어가더라도 적어도 보시의 마음은 쉬지 않을 것이며 빈궁한 사람도 역시 찾아올 것입니다.
제가 본래 진실로 산림을 좋아한다고 서원했지만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대왕께서 놓지 않으실까 염려해서였습니다. 대왕께서 이제 이미 허락하셨으니 참으로 본래의 원하던 것을 얻었습니다. 바로 명령을 받들어서 길을 떠나겠습니다. 왜냐 하면 산림 속은 한가하고 적정한 곳이어서 신선과 성현들이 즐거워하는 바이며, 능히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여읠 수 있으니, 저에게도 만약 그곳에 이르면 반드시 스스로 이로울 것입니다.”그때 왕자가 곧 왕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가서 다시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서 꿇어앉아 여느 때와 같이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아갔다.
다시 아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기 머물러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자식을 지키기 바라오. 이것이 곧 그대가 닦아 행할 바른 법이오.
나는 이제 멀리 산림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오. 왜냐 하면 내가 전부터 항상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그 뜻을 수행하려고 했었는데, 대왕께서 이제 들어주셨으니 빨리 가서 내 마음에 맞게 하고, 모든 짐승들과 더불어 함께 반려(伴侶)가 되어서 물을 마시고 과실을 먹으면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소.
그대는 왕의 딸로서 몸이 부드럽고 약하며 단정하고 우아한데 어찌 능히 이와 같은 괴로운 일을 견디어 참겠소. 그러므로 마땅히 여기 머물러서 나를 따를 생각을 하지 마시오.”그 아내가 듣고는 마음이 괴로워서 몸을 파초 잎처럼 떨면서 울다가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소리내어 크게 울부짖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대왕께서 깊은 산으로 물리치시는 것입니까? 대왕께서는 너그럽고 인자하시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시고 백성을 자식 같이 사랑하거늘 어찌하여 갑자기 이렇게 몰아내는 것입니까?
당신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귀하신 몸이 부드럽고 곱기가 첨바화(瞻婆華)와 같으신데 어떻게 갑자기 가시 찌르는 맨땅의 돌 위에 누울 수 있습니까?
그 동안 궁중에서는 5악(樂)을 스스로 즐기셨지만 만약 산에 들어가시면 호랑이와 사자 등의 악독한 짐승들의 사나운 소리만 들을 것입니다.
괴상하구나. 대왕의 자애로우신 마음이 오늘은 어디에 있으신가? 어떻게 부친의 사랑이 이별의 박정함으로 변하여서 작은 인연으로써 갑자기 원한을 이루시는가?”그때 왕자가 곧 아내에게 대답하여 말하였다.
“착한 왕녀여, 그대에게는 깊은 지혜가 있을 것이오. 정진에 용맹함이 곧 나에게는 좋은 반려인 것이오. 설혹 내가 옳지 않아서 마땅히 꾸짖음을 당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거친 말을 합니까?
모든 임금은 나라를 위해 서로 싸우지만 모두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으로 괴로움을 받는데, 나에게 복된 인연이 있어서 이제 부왕께서 내가 산에 들어가서 바른 법을 수행할 것을 들어주신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기뻐하지 않는 마음을 내지 마오.
세간의 떳떳한 법으로 말하면 왕이 만약 노쇠하면 태자를 세워서 국사를 맡게 하는데, 국사가 많아지면 잘못이 많아지게 되고, 잘못이 이미 몸에 모여들면 도망하려 하여도 피할 곳이 없는 것이오. 그런데 왕께서는 아직 노쇠하지 않으셔서 능히 놓아 주실 수 있는 것이오. 내가 산에 들어가서 그 뜻하는 것을 닦아 배우도록 허락하셨으니 세간의 잘못은 영원히 보지 않게 되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기뻐하지 않는가? 그대는 잘 있기 바라오. 나는 이제 떠나야겠소.”아내가 대답하였다.
“제 부모님께서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실 때 일월과 대지와 사천왕이 모두 증명하여 알았고, 처음 혼인하던 날에 당신이 서로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말하더니 어찌하여 오늘 문득 혼자서만 가신다는 것입니까?
해와 달 그리고 불과 빛이 서로 버리거나 여의지 않음을 아십니까? 당신은 어찌하여 버리려고 하십니까?”그때 왕자는 집안의 보물을 모두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고는 곧 두 어깨에 두 아들을 업고 그 아내를 데리고 설산(雪山) 속으로 들어갔다.
왕자는 도착해서 과실을 먹고 물을 마셔서 목숨을 지탱하고 밤낮으로 자비의 마음을 닦아 익혔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집에 있으면서 비록 5욕락을 받았으나 오늘 이 산에 사는 기쁨만은 못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즐거움은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받는 욕락으로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중생들이 바른 법의 미묘한 맛을 알지 못함이 마치 새가 연꽃의 맛을 모르는 것과 같도다.’
이때 왕자는 항상 중생을 위하여서 이 뜻을 생각하였고 아내는 항상 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따다가 스스로 공급하였다.이때 한 늙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형상이 추악하여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서 먼 곳에서 왔는지라, 왕자가 보고는 곧 앉게 하고 물과 과일을 준 뒤에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온 것인가, 혹시 가정의 근심을 싫어해서인가? 젊어서는 응당 집에 있으면서 5욕을 뜻대로 다했겠지만 이제는 이미 늙고 쇠약해져서 죽을 때가 닥쳐오니 버리고 와서 도를 닦는다면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이곳은 한가하고 고요하여 집에서처럼 허물될 게 없으니, 그대가 만약 여기를 좋아한다면 내게 있는 단 과일과 시원한 물을 항상 공급하여서 모자라지 않게 하리라.”바라문이 말하였다.
“욕심이 없는 자라면 응당 여기에 머무를 것이지만 나는 지금 탐욕스러운 생각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살 수 없습니다. 큰 신선이여, 그대는 또 보십시오. 내 몸이 비록 늙어서 머리는 희고, 이빨은 빠지고, 걸음을 걸을 때는 떨리고, 눈으로 보는 것은 몽롱하며, 혀가 마르고 입이 메말라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머리가 무거움을 이기기 어려우니 마치 태산과 같고, 귀로는 들어도 분명하지 않고, 몸뚱이는 이렇게 변하여 쇠약해졌으나 탐욕스러운 생각은 오히려 젊었을 때와 같습니다.
큰 신선이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나이는 많고 몸뚱이에 힘이 없는데다가 집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으매 시종을 얻기가 곤란하니, 만약에 내 본래의 소원을 만족시켜 주려 하거든 두 명의 노복(奴僕)을 주어서 부리도록 해주십시오.”보살이 듣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괴상한 노릇이로다. 이제 만약 없다고 한다면 본래의 서원에 어긋나며, 있다고 하자니 참으로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로구나.’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머뭇거리면서 의심하는 모양인데 무엇을 생각하는 것입니까? 혹시 나를 바라문으로서 금계를 받아 지니지 않고 널리 배운 것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입니까? 만약 이것을 염려한다면 나는 실제로 그러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나의 본래 집에는 노복들이 많았고, 금ㆍ은ㆍ진귀한 보배가 창고에 가득 했다. 그때에는 구걸하러 오는 자를 보면 종내 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나 이제 여기에서는 모두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어느 곳에서 얻어서 그대의 소원에 맞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이 일을 머뭇거리면서 생각한 것이로다.”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늙고 쇠약해서 기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와서 필요한 것을 구걸하였거늘, 당신은 본래부터 무릇 구걸하는 자를 보면 일찍이 ‘내게 가진 것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오늘은 어째서 이런 말을 하십니까?
큰 신선께서 만약 능히 딱하게 여기고 두 명의 종을 줄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본국으로 돌아가려니와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나는 필시 여기서 죽게 될 것입니다.”그때 왕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어떠한 방편들을 써야 이 사람을 보내게 될 것인가?’
그때 두 아들이 가까운 산중에서 놀고 있었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일체 중생을 위해서 헛되지 않은 인연을 지으리라.’
곧 그 아들들을 부르니 아들들이 오자 보살이 안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나의 두 아들들이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서 몸은 부드럽고 약하며 아직 춥고 괴로운 것을 겪지 않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부모를 떠나서 남의 종이 되겠는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일을 생각하는가? 만약에 어려운 일과 괴로운 일을 닦아 나가지 않는다면 무슨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인가? 이러한 인연을 내가 마땅히 행하리니, 부디 이 행으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해주십시오. 내가 사랑하는 두 아들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며 천상과 인간 중의 과보로 전륜성왕ㆍ제석ㆍ범천ㆍ사천왕으로 태어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컨대 이 공덕으로 중생들과 더불어 모두 위없는 도를 이루게 해주십시오.’그때 보살이 두 아들의 손을 잡고서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바라문이여, 내 두 아들은 내 목숨과 같다. 어려서 지혜가 없고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비록 사람 같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이제 종으로 주는 것인데, 아이들의 어머니가 올까 두려우니 빨리 데리고 가도록 하라.”그때 두 아들이 아버지의 옷을 잡고 돌아가면서 말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무엇 때문에 우리 형제를 이 사나운 바라문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이제부터 부모를 영원히 여읜다면 나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덮어줌이 없고 보호해줌이 없이 어떻게 능히 살 수 있습니까?
저희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괴로움을 받아야 합니까? 이제 남의 손에 떨어지면 목숨이 반드시 온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국왕의 법을 범했다면 형벌을 받는다지만 저희들은 어리고 어리석어서 죄를 범한 적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오늘 이러한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설사 실제로 범했다고 해도 오히려 용서하고 놓아줌을 바랄 터인데 하물며 범한 바도 없이 뜻밖에 변을 당해야 합니까?
설사 아버지께서 저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미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법만으로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늙은이와 어린이를 가엾게 여겨야 옳다는 것은 어리석거나 지혜롭거나 모두 지니고 있는 마음인데, 아버지께서는 어찌하여 유독 괴로움과 독함을 보이십니까?
가령 법을 위하여서 버리시는 것이라면 자비로움과 측은함이 없이 어찌 옳은 법이라 하겠습니까? 저희가 비록 어려서 일찍이 바라문의 법을 듣지 못하였으나,만약 처자를 응호하는 인연이 있으면 범천에 태어난다고 합니다.”그때 보살이 이 말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몹시 떨리면서 곧 스스로 꾸짖었다.
‘어찌하여 이러느냐? 마음아, 너는 모르느냐? 예전부터 생사에 유전(流轉)하여 오는 동안에 어떤 자가 원수가 아니며, 어떤 자가 아들이 아니었으랴. 네가 이제 어둠으로 덮여서 눈멀어 보지 못하는 것이냐. 어찌 마음을 차분히 하여서 깊이 생각하고 분별하지 못하느냐. 네가 이제 저 사람이 두 아들을 데리고 가는 것 때문에 문득 이렇게 움직이는가. 만약 죽음이 닥쳐올 때에 마땅히 어떻게 할 것이냐?’그때 보살이 마음을 꾸짖고 나니 곧 안정되어서 머무를 수 있었다.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빨리 데리고 가라.”이때 두 아들이 곧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직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려서 꿇어앉아 문안드리고 가더라도 늦지 않을 줄 압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대로 가라. 내가 너희 어머니와 함께 너희들 뒤를 따라가리라.”그때 바라문이 그 두 아들을 데리고 급히 출발하였다.
이때 두 아들이 길을 따라 돌아보고 아버지를 보고는 슬피 울부짖으니 보살이 그때 또 마음을 꾸짖었다.
‘너는 이제 또다시 떨지는 않으리라. 마땅히 형체를 받은 것에 늙음과 죽음이 치연(熾然)함을 관하여라.’
아들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서원을 세웠다.
‘제가 이제 자식을 놓은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원컨대 이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모든 중생들이 일체의 번뇌[繫縛]를 제거하도록 해주십시오.’그때 바라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매우 기특한 왕자로다. 세간에 희유한 일이로다. 말대로 곧 행하여서 내게 두 아들을 보시하니 닦는 바 선한 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도다. 이제 이 두 아들을 마땅히 어디에 팔 것인가? 오직 본래 할아버지 왕의 나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으리라.’바라문이 곧 두 아들을 데리고 왕궁으로 나아가니 이때 할아버지인 왕이 그 두 손자를 보고 슬픔과 기쁨이 뒤섞이어서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이 두 아이를 얻었느냐?”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들어보십시오, 저 설산 속에서 대왕의 아들이신 일체지가 이 두 아들을 내게 주어서 종을 삼은 것입니다.”왕이 이 말을 듣고는 팔짱을 끼고 말하였다.
“괴이한 일이로다. 우리 아들이 법을 사랑함이 너무 지나쳐서 사랑하는 자식까지도 아끼지 않게 되었단 말이냐. 그대는 이제 이 아이들을 내게 돌려주어라. 마땅히 그대에게 값을 쳐 주리라.”
바라문이 공손히 응락하고 곧 진귀한 보배를 받아가지고 그 집으로 돌아갔다.그때 보살의 아내는 빈 숲 속에 있다가 왼쪽 눈에 경련이 일어나고, 마음이 불안하였으며, 채집한 여러 가지 꽃이 곧 시들고, 그릇 속에서 과실 두 개가 흘러나와서 땅에 떨어졌으며, 두 젖이 놀라 움직이면서 젖이 저절로 흘렀고 새가 앞에서 연신 우짖었다. 이것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러한 조짐은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것임이 틀림없으리라. 장차 우리 남편의 목숨이 끊어지려는 것이냐? 혹은 호랑이나 사자 등의 사나운 짐승이 우리 아들을 물어간 것이냐? 아니면 산 위에서 놀다가 떨어져서 죽은 것이냐?’
이렇게 생각하면서 곧 처소로 돌아와서 보살을 찾아보니 가까운 한 바위 언덕에 풀을 깔고서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우리 남편은 여기 있으니 다른 염려는 없구나?’곧 앞으로 가서 물었다.
“두 아이들은 지금 잘 있습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두 아들들은 모두 편안하오.”
아내가 다시 물었다.
“내가 지금 이 귀로 편안하다고 들었지만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좀 앉기나 하오. 자연히 보게 될 것이오.”
아내가 앉으니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가진 것 모두를 마땅히 남에게 보시하겠다고 한 나의 본래의 서원을 모르시오. 그대가 아침에 나간 뒤에 바라문이 와서 내게 구걸하기에 두 아들로써 보시했소.”
아내가 이 말을 듣고 그 마음이 어둠에 빠져서 온몸을 스스로 치면서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그때 보살이 물을 뿌려 주었고, 물을 뿌린 뒤에 깨어 났으나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괴이하오, 정법을 위하여서
고행을 한다는 것이.
자식으로써 보시할 때에
어떻게 마음이 편안하셨소.
당신의 마음이 강철이 아니거늘,
또한 사랑을 여읜 것도 아니거늘,
어떻게 능히 자식으로
남에게 보시할 수 있단 말이오?
우리 아들은 어리기도 하지만
단정한 것이 따를 자가 없는데,
얼굴은 마치 연꽃과 같고
눈은 마치 우발라(優鉢羅)와 같은데
스스로 물 마시고 과일 먹으니
또한 서로가 번거롭지 않거늘,
어떻게 인정이 없이
갑자기 남에게 준단 말이오?
이 길은 돌 자갈 모래도 많고
사나운 가시밭도 지나가는데,
자비도 지혜도 없는 사람이
어디로 데리고 갔단 말인가?
당신은 본 일이 없으신가요?
저 모든 노루나 사슴 무리도
오히려 다정스럽게 찾아오는데
하물며 아버지인 당신이리까?
못 보시나요? 이 산 속의
저 모든 나무들도
내가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모두 다 흐느껴 울어 주는 것을.
저 모든 풀과 나무들은
모두 다 심식(心識)이 없는 것인데
오히려 능히 이와 같거늘,
하물며 마음을 가진 사람이리까?
그때 그곳에 있던 파초나무가 온통 몸을 떠니 아내가 보고 말하였다.
“너도 남편이 자식을 남에게 주고도 불쌍해 하지도 않는 것이냐? 어찌하여서 이렇게 온몸을 떨고 있느냐?”그때 그 아내가 아들을 생각하고 슬프게 울부짖으면서 동서로 달려서 그 처소에 안정하지 못하니 보살이 말하였다.
“너무도 가련하구나, 너무도 가련하구나. 이미 산에 들어와서 선한 법을 수행하는데 어찌하여 마음을 저렇게 괴롭히는 것인가?
모든 것을 비워서 없애고 한가히 있으면서 선하고 미묘한 이치를 닦거늘, 괴이하구나. 왕녀여, 비록 깊은 지혜가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하지만 능히 생사의 과환(過患)은 알지 못하는구려.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원증(怨憎) 가운데 누가 능히 그 근원을 알 것인가? 아이의 과거를 본다면 혹 그대의 원수가 되어서 그가 만일 고통을 만나면 그대는 곧 기뻐했을지도 모르오.
이제 그대의 아들이 되어서 특별히 근심하고 괴로워하지만 설사 죽어서 굳이 간다면 그래도 내게 성내겠는가? 그대는 본디 모든 신선과 성현들의 말씀을 못 들었구려.
어리거나 늙거나 간에
모두 다 죽음으로 돌아감이
마치 과실이 익으면
저절로 땅에 떨어짐과 같네.
그대는 본디 보지 않았나,
나고 죽고 하는 것
마치 저 꿈 속에서
그릇되게 보는 일인 것임을.
무상(無常)한 나고 죽음이
모든 중생들을 이끌고 가니
비록 부모가 있다 하여도
누가 능히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비유하면 저 사자가
마치 사슴을 채가는 것 같으니
비록 어머니가 있어도
역시 구할 수 없네.
이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항상 중생을 해치는 것이
마치 저 과실 나무에서
사람들이 과실을 따는 것 같네.
굽지 않은 갓 만든 질그릇에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지면
모두 무너져 버려서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삼계의 중생들 역시
모두 이와 같아서
무상(無常)이란 비를 만나면
아무도 면하지 못하게 되네.
지금 경영하는 이 세상의 업이
분명히 생사로 나아가는 일인데,
즐기어 탐착하고 관(觀)하지 않는가?
모르는 동안에 죽음이 오는 것을.
이와 같이 두 아들들은 반드시 버리게 마련인 것을, 내가 이제 법을 위해서 남에게 보시하였으니 그대는 마땅히 기뻐할지언정 근심하고 괴로워할 일이 아니오. 내가 비록 아이들을 버렸으나 아이들은 반드시 안락할 것이므로 마땅히 크게 괴로워하지 마시오.”
왕자 보살이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 아내가 묵묵히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그때 석제환인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기이하다. 이 보살이 사랑하여 아끼는 바가 없구나.’곧 내려와서 몸을 바라문으로 변화해서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서 게송을 설하였다.
큰 신선이여, 마땅히 아시라.
거룩한 이름 범천까지도 사무쳤소.
능히 크게 보시를 행하고
바른 법을 사랑하여 즐기시니
내가 이제 구하여 찾는 바는
말할 만한 것도 못 되지만
오직 원컨대 크고 바른 법으로
나의 소원을 채워 주소서.
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제 몸과 목숨까지도 모두 일체 중생을 위하여서 사랑하고 아끼는 바가 없거늘 하물며 나머지 돈ㆍ재물ㆍ진귀한 보배이겠는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실로 애석함이 없노라. 내가 본래 집의 많은 고장(庫藏)과 코끼리ㆍ말ㆍ수레ㆍ노비ㆍ복사(僕使)가 있었는데 모두 바라문들에게 주면서 남기고 아까워함이 없었으나, 다만 지금 현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오직 몸뚱이와 아내뿐이지만 만약 꼭 필요하다면 실로 이것도 아끼지 않겠노라.”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그럴 수 있다면 그대의 아내를 혜시(惠施)할 수 있겠소?”보살이 대답하였다.
“질투와 아까워하는 마음은 멀리 여읜 지 오래다. 그대는 잠깐만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할 것을 허락하라.”
보살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이 바라문이 내게 그대를 달라고 하는데 그대의 뜻은 어떠하오?”
아내가 대답하였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십시오. 나는 이제 당신에게 매인 몸인데 어찌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곧 아내의 손을 잡아 바라문에게 주었다.그때 바라문이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부인은 얼굴과 자태가 단정하고 몸이 곱고 미묘하여서 색상(色像)이 제일인데, 길이 험난하고 도적이 많아서 내가 지금 홀로 데려갈 수 없기에 도로 맡겨 두는 것이니 다시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지 마시오.”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로부터 뇌옥(牢獄)을 부수고 얽매임을 끊는 혜택을 입었는데, 그대는 이제 다시 나에게 뇌옥과 얽매임을 돌려주려고 하는가?”바라문이 말하였다.
“만약 가엾게 여겨서 꼭 얻게 해주려거든 부디 다시 받아 주시오.”
잠시 지나서 보살은 그가 딱하게 여겨졌으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금방 도로 받으니 필경 또 무슨 고통이란 말인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만약 기약 없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삼가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시오. 이미 이는 내 소유이니 마음대로 할 수 없소.”
이렇게 말하고는 곧 가버렸다. 가다가 얼마 안 가서 또다시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해서 보살의 처소로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일체 중생들을 유익하게 함은 비유하면 마치 과실 나무에서 항상 단 과실이 나오는 것처럼 한다고 하니, 내가 멀리서 오래 전에 그 소문을 듣고 옷자락을 걷어쥐고 왔으니 부디 소원을 들어주시오.”보살이 대답하였다.
“오직 한 아내만이 있었는데 이미 남에게 보시하였으니, 지금 있는 것은 몸뚱이뿐이로다. 오히려 이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만약 필요하다면 주겠노라.”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의 몸뚱이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오직 두 눈이 필요하니 능히 줄 수 있다면 깊이 감사하겠소.”
그때 보살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바라문이 내게서 눈을 빌어다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이 몸뚱이는 마치 무덤 사이에 죽은 송장 같은 것을.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써 견고한 것과 바꾸는 것인데 응당 기뻐할 일이지 무엇을 염려하랴.’그때 보살이 가타라(佉陀羅)나무를 잡고 맹세하였다.
‘내가 이제 일체 중생을 모두 위하여서 두 눈을 버리되 탐내고 아까워하지 않으리라. 내가 먼저는 아내를 남에게 주었노라. 부디 이 공덕이 모여서 일체 중생에게 미치어 영원히 탐욕을 끊게 해주십시오.
그대에게 주는 인연은 애욕의 업습(業習)을 여의게 함이로다.
이제 두 눈을 보시하니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게 해주십시오.’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서원하고는 문득 나무 꼬챙이를 가지고 자기의 눈알을 빼려고 하였다.그때 바라문이 얼른 그 손을 잡고,말하였다.
“아직 빼지 마시오. 눈은 이제 내 것이 되었으니 다시 남에게 주지 마시오.”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제 한 몸뚱이에 어떻게 하루동안에 연거푸 두 가지나 부탁을 받을 수 있는가. 먼젓번 바라문이 이미 내게 아내를 맡겼는데 그대는 지금 눈을 맡기니 내가 그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그때 바라문이 곧 제석의 몸을 회복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아내와 눈은 모두 내 소유이지만 이제 모두 돌려주고 부탁하니, 다시 남에게 보시하지 마시오.”
제석이 곧 날아가니, 허공에서 네 가지의 꽃이 비내리면서 공중에서 소리가 나서 모든 하늘에게 선고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증장(增長)하는 보리도수(菩提道樹)이다.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함에 그 일이 이와 같아서 버리지 않은 바가 없었나니, 일체 중생이 이 일을 들으면 응당 이 보살에게 모두 기쁨을 낼지니라.
4. 선길왕품(善吉王品)
보살이 보시를 행할 때
결정된 마음으로 철저히 하니
마왕 파순이라 할지라도
이를 막지는 못하느니라.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었다.과거에 선길(善吉)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보리도를 이루려 하여 항상 이익을 행하고 바른 법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에게 칼이나 몸뚱이로 대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면목이 단정하여 세상에 그만한 이가 드물었고, 말할 때 항상 웃음을 띄어서 거칠고 온당하지 못함이 없었으며, 부모를 공양하고 스승을 존중하며, 사문과 출가한 도사를 공경하였다. 스스로 10선을 행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행하도록 권하였다.
항상 보시를 행하되 끊임이 없었다.만약 빈궁하고 궁핍한 사람의 몸이 수척하고 헐벗고 있으면 보살이 보고 곧 불쌍하게 여겨서 온몸을 독화살을 맞은 것처럼 떨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모든 중생의 탐욕스럽고 인색한 인연을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비록 사람의 형상을 받아서 형상은 갖추었으나 복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남에게 구걸하는데, 다 이것은 지난 세상에 보시를 좋아하지 않고 인색하고 질투하면서도 스스로 허물을 덮고 가렸던 것이 현세에 업보가 성숙하여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마치 한 농부가 어리석어 지혜가 없었는데, 멀리 처가에 갔었다. 길에 가다가 굶주리고 목이 말라서 그 집에 들어가 보니 마침 사람이 없었다. 곧 쌀을 훔쳐서 입에 가득히 넣고 씹는데 아직 삼키기도 전에 식구들이 들어왔다. 이 사람이 부끄러워서 다시 삼키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식구들이 보고 곧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아프기에 이러는가?〉
이 사람은 듣고도 말을 못하였다.그때 처가의 식구들이 곧 훌륭한 의사를 데려다가 진찰하였는데,그 볼이 나무나 돌처럼 딱딱하게 부은 것을 보고는 달리 따져보지 않고 곧 칼로 이 사람의 두 볼을 째었다. 째어 놓고 보니 고름도 응어리도 없고 다만 생쌀이 그 입 속에 가득히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사람이 도둑질한 것을 덮고 감추려고 하였으나 나타나는 결과로 얻은 것이 이와 같다.
또 마치 여인이 임신한 것을 덮어 감추려 하지만 해산하는 날에는 큰 고통을 받아서 큰 소리로 부르짖기 때문에 모두 함께 알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역시 이와 같이 모든 죄를 덮어 감추지만 업보가 익은 때에는 고뇌에 핍박되어서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
혹은 앉아서 인색하게 아끼고, 질투하는 마음에 있어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니, 내가 모든 길을 막아서 인색함과 질투로 하여금 마음에 들어오지 않게 하고, 내가 이제 마땅히 일체의 보시한 바 공덕을 모아서 중생을 보시 가운데에 편안히 머물게 하리라.’그때 선길왕이 이 일을 생각하고는 항상 보시를 행하되 쉼이 없었으며, 그 보시할 때를 당하면 마음에 기쁨이 한량없었다.이때에 마왕 파순(波旬)이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이하구나, 선길이 어째서 하루아침에 나를 원수로 대하면서 나의 경계를 허무는가. 내게는 큰 힘이 있어서 능히 모든 신선을 항복시킨다.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서 모든 고행을 하고 능히 모든 주술(呪術)을 잘 이룬 자라도 내가 꽃 화살[華箭]을 한 발만 쏘면 계를 지키는 자로 하여금 모두 다 부서지게 한다. 비유하면 마치 바람이 불어서 큰 나무가 꺾어지는 것과 같은데, 이제 나 파순이 비록 세 발을 쏘더라도 능히 선길보살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흔들리도록 하지 못할까 두렵다.
왜냐 하면 외도의 모든 신선들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이 없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구하지 않으며, 바로 자기의 즐거움을 위한다. 그러므로 화살을 맞으면 곧 퇴산(退山)한다.선길보살은 큰 지혜가 있고 자비심이 두터워서 자기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고 항상 일체를 위하기 때문에 내가 이제 비록 세 발을 쏘더라도 오히려 그로 하여금 퇴산하게 하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모든 중생들을 위해 틀림없이 위없는 도를 구하는 것이니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루기 전에는 내가 그 중간에 혹 어려움에 처하게 해서 그를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병이 시작될 때는 의사가 탕약을 조금만 써도 고칠 수 있고, 또 나무가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손톱으로 꼬집어서도 능히 끊을 수 있으나 그것이 커진 뒤에는 도끼로 백 번을 찍어도 베기 오히려 어려운 것과 같다.
아직도 이 보살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속히 무너뜨려야겠다.”그때 선길왕이 많은 보시를 하고는 피곤하여서 혼자 고요한 곳에 앉아서 쉬었다. 그때 파순이 상공 가운데 있으면서 몸에서 광명을 내어서 일월을 막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길대왕이여,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이제 참으로 능히 바른 법을 추구하고 중생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자식을 생각하는 것과 같도다.
선남자여, 그런데 그대가 일체 선법(善法)을 증장하려 하면서 도리어 일체 악법을 성하게 하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감로를 먹고자 하면서 독약을 먹고, 안락을 구하고자 하면서 도리어 도적을 들이고, 몸을 좋게 하고자 하면서 도리어 약이 아닌 것을 먹으며, 목마른 것을 제거하려 하면서 도리어 소금물을 마시며, 음욕을 끊고자 하면서 도리어 여러 여인들과 즐기는 것과 같구나.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단월이 보시한 인연으로써 모두 지옥에 떨어진 것을 모르는가?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대를 가엾게 여겨 갖가지로 분별하는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받아 가지라. 이제부터 앞으로는 마땅히 보시할 생각을 끊고 인색하고 아끼는 마음을 낼지어다.”그때 파순이 곧 지옥을 변화로 나타내어서 그 속에 가득한 죄인들을 선길에게 보이면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다 전 세상에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바른 법을 탐구하였다. 그래서 오늘 모두 이 속에 떨어져서 큰 고뇌를 받는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속에 있는 죄인들은 오직 칼과 도끼로써 서로 치고 끊고 하여 마디가 조각조각 모두 땅에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목숨은 오히려 끊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구리쇠 조각으로 두루 몸을 둘러서 온몸에서 연기가 나지만 그래도 목숨을 다하지 않는다.
비록 천 개의 못으로 그 몸에 못질을 하여서 마치 쇠가죽을 늘이듯 해도 역시 죽지 않는다.
동서로 달리는데 항상 만나는 것은 치성한 불이요, 차갑고 뜨거운 모든 바람이 그 몸에 핍박하여 오며, 혹 모진 바람이 그 몸뚱이를 불어서 흩어 놓고, 혹 몽둥이로 때려서 먼지처럼 하며, 굶주려서 쇠탄자를 삼키고, 목말라서 구리 쇳물을 마시며, 혹 칼 숲에 들어가 칼 나무에 오르며, 혹은 큰 가마솥에서 끓는 물을 따라서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뭉크러져 허물어지는 것이 마치 익은 팔과 같이 된다. 이 모든 중생이 비록 이와 같은 갖가지 고뇌를 받아도 그 명근(命根)은 다하지 않는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이제 왕에게 구하는 바가 없고 또한 공양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왕이 그릇된 길을 수행하므로 내가 이제 바른 길을 설하는 것이다.”그때 선길왕이 지옥 가운데 있는 이와 같은 중생을 보고 곧 슬픈 마음이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모든 중생들이 생사에 유전(流轉)하여 나올 기약이 없었으매 이미 한량없는 갖가지 고뇌를 받았거늘 지금 또 이 지옥에서 고통을 받으니 딱하고 아프도다. 어느 때에 마땅히 모든 고뇌를 끊어서 남음이 없이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중생들이 먼저 악법을 행하였기에 지금 고통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어서 실은 나의 허물이 아니다.
내가 이제 틀림없이 알기를, 이 모든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중생들이 다 지난 세상에 몸ㆍ입ㆍ마음으로 행한 것이 많이 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이 죄 가운데 떨어지게 된 것이니 결정코 보시를 인연하여서 고통을 받음이 아닐 것이다.’
이때에 선길왕이 자비심으로써 파순을 향하여서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대사여. 그대는 참으로 자비하여서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도와 도 아닌 것을 잘 설명하여 주었다. 만약 보시한 자로 하여금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라면 모든 보시를 받은 자들은 또 어디에 있는가?”파순이 대답하였다.
“훌륭하다, 보살이여. 그대가 깊은 지혜가 있어서 능히 이 뜻을 물었다.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서 말하리라.”
그때 마왕 파순이 자기의 신력으로써 즉시에 변화해서 모든 하늘의 색상(色像)을 짓되, 하늘의 영락ㆍ보만(寶鬘)ㆍ꽃ㆍ향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한량없는 기악으로 즐거움을 삼았으며, 모든 하늘의 채녀들이 좌우에서 모셨고, 갖가지 나무에서는 항상 단 과실이 나왔으며, 꽃 나무와 영락ㆍ의복ㆍ음식 등의 나무가 앞에 나열되었고, 여러 가지 새들이 서로 조화롭게 우니 그 소리가 화기롭고 맑아서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웠으며, 곳곳에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 많았고, 금색 연화가 물 위에 가득히 피어 있었으며,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운 소리가 없는데, 몸은 7보로 된 미묘한 궁전에 있었다.
마왕이 이렇게 화현하고는 곧 보살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시를 받은 자는 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대도 이제 마땅히 보시하는 마음을 버리면 이 뒤로는 미묘한 과보를 받을 것이다.”그때 선길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말은 전도되고 허망한 말이어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왜냐 하면 내가 일찍이 가리륵(呵梨勒)나무에서 사탕수수가 나고, 측간의 똥 속에서 깨끗한 연꽃이 피어나고, 순수한 금이 구리나 쇠로 변하고 신심 있는 단월(檀越)이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전도되었으니 틀림없는 마군의 말이다.’
곧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능히 이와 같은 공덕을 잘 분별하였구나. 그러나 너는 이미 나에게 섭취(攝取)되었느니라.”또 마군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파리의 날개 바람으로 능히 수미산을 불어서 움직일 수 없듯이, 네 허풍의 힘으로 나를 움직이게 하려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리라.
네가 먼저 말한 대로 모든 시주가 보시한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고 모든 보시를 받은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라면 바로 이것은 내 원에 맞는 것이다. 원컨대 나는 이제부터 홀로 시주가 되어서 항상 지옥에 떨어지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받는 자가 되게 하여서 천상에 나게 할 것이니, 한 몸이 고통을 받음으로써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받게 한다면 어찌 보살의 본래 서원이 아니겠느냐? 나는 이제 틀림없이 네가 바로 파순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너도 이제는 나와 더불어 싸우지 못하리라.
내가 예전부터 항상 보시하는 마음을 모아 왔거늘 네가 어찌 갑자기 나로 하여금 버리게 하겠느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단바라밀을 수행할 때 천마(天魔)까지도 능히 어려움을 남기지 못하였느니라.
5. 월광왕품(月光王品)
보살마하살이
위없는 도를 행할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머리와 눈까지도 버렸느니라.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었다.이 가시국(迦尸國)에 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월광(月光)이라 하였다. 보리의 도를 닦고 법리(法利)를 구하기 위하여서 항상 모든 욕심을 꾸짖었다. 이 왕은 모습이 단정하고 엄숙하면서도 곱고 훌륭했으며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서 천하에 그만한 이가 적었다.
질박하고 강직해서 아첨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이 부드럽고 순하며, 지극히 성실하여서 속임이 없었고, 성내고 노하는 것을 멀리 여의었으며, 마음을 같이 하여 기뻐하고 즐기었다. 사문과 바라문들을 공경하고 자인(慈仁)과 효순(孝順)으로 부모를 공양하였다.
이웃 나라의 모든 왕들이 덕에 복종하기 때문에 거듭 엎드려 멀리에서도 공손하게 따라서 벗이 되니 이름과 덕망이 모든 곳에 두루 유포되었다.
항상 능히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국토에 있는 백성들을 옹호하기를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갓난아기를 사랑하듯 하였다.다시 뒷날에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어떻게 하여야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곧 대신에게 명령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이 성을 장엄하되 모든 화개(華蓋)를 달고, 보배 당번(幢幡)을 세우며, 쓸고 물 뿌리고 향을 사르고 꽃을 땅에 뿌리고, 백성들로 하여금 근심과 괴로움이 없게 하며, 모두 보배ㆍ영락으로써 그 몸을 꾸미고 의복을 입히되 아주 선명하게 해주어라.”
모든 신하들이 왕의 명령을 받들고 곧 나가서 온 성의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각 성곽을 장엄하고 동네마다 마을마다 아주 청정하게 하되 삼십삼천의 궁전처럼 하라.”
그때 월광왕이 한 마리의 큰 코끼리를 타고 궁전에서 나와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다.“그대는 내 말을 모든 백성들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내가 지금 이렇게 성곽을 장엄하는 것은 탐욕을 위한 것이거나 스스로 높여 교만하거나 다른 원수가 무서워서 도적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며, 또한 전륜성왕이 되기를 구하는 것도 아니니, 내가 이제 이 성을 장엄하는 까닭은 다만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아서 지옥ㆍ아귀ㆍ축생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함이다.
그대들은 오늘 마땅히 나에게 부모ㆍ형제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만약 나의 궁전에 들어올 때에는 마땅히 내 집처럼 여기며,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스스로 취하여 가라. 내가 이제 크게 보시하는 것이니 스스로 의심하고 어려워하지 말라. 물건을 가져간 뒤에는 마땅히 선한 법을 행하여서 자신이 쓰고 나머지는 다시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어라.
만약 내 몸뚱이와 목숨을 필요로 한다면 또한 사랑하지 않으리니, 오직 모두가 다 편안하고 즐거움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니라.’”월광왕이 이렇게 말하고는 궁중에 있는 미묘한 보물을 사람으로 하여금 지고 나오게 해서 마음대로 보시하는데 모든 백성을 마치 부모ㆍ형제ㆍ아들처럼 여기니 안색이 화평하고 즐거워서 마치 가을 달과 같았으며, 모든 백성이 이 왕을 아버지와 같이 어머니와 같이 형과 같이 아우와 같이 여기고 착한 마음으로 왕을 보니 그 눈이 푸른 연꽃과 같았다.그때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칼이나 몽둥이를 가지지 않았고 모두 다 왕을 따라서 10선을 받들어 행하니, 마치 저 소의 왕에게 소들이 따르는 것과 같았고, 또 저 온갖 별들이 달을 따르는 것과 같았으며, 여러 장사꾼이 장사꾼 우두머리[商主]을 따르는 것과 같았고, 또한 여러 군사들이 주장(主將)을 따르는 것과 같았으며, 포도의 씨가 달기 때문에 거기서 나는 과실도 역시 단 것과 같았고, 저 전단나무의 뿌리와 꽃이 함께 향기로운 것과 같아서 이 월광왕이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10선을 행하게 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았다.
이때에는 그 나라에 한 사람일지라도 성내고 질투하고 교만하고, 억세거나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남의 아내를 간음하거나, 이간질하는 말과 욕설을 하거나 탐욕하고 사특한 것이 없었다.
이 월광왕이 비록 성제(聖帝)는 아니로되 그 백성이 모두 10선을 행하였고, 이때 백성이 비록 풀 옷에 과실만 먹지도 않았지만 그 몸뚱이와 용모가 신선과 다를 것이 없었으며, 모두 깊은 산과 텅 비어 한가한 곳을 탐하면서도 왕을 사랑하기 때문에 능히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왕이 이와 같이 선한 법을 행하니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이 그 덕을 칭송하여 전해서 모든 곳에 두루 가득하였다.그때 한 늙은 바라문이 가정의 애욕을 버리고 설산에 있으면서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을 길게 하여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는 모양을 하고 풀을 엮어서 몸을 가리고 물과 과일로 굶주림을 막았다. 어떤 사람에게서 월광왕이란 자가 보시를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예전의 본습(本習)으로 인하여 곧 악한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맹렬한 불에 기름을 부어서 배나 더 치연(熾然)한 것 같았으며, 또 독약이 피 속에 들어가서 그 독기가 성해지는 것 같았고, 목마른 사람이 짠 물을 마신 것 같았으며, 가을에 열이 더하고 봄에 콧물과 가래가 많아지는 것과 같이, 이 바라문이 깊은 산중에 있다가 왕의 공덕을 듣고 성냄을 더하는 것이 꼭 이와 같았으며, 사자가 잠을 자다가 많은 사슴의 소리를 들은 것과 같이, 이 바라문이 성냄을 더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온 세상이 모두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이 왕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가서 한 가지 물건을 달라고 하여 이 왕이 능히 버리고 여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리라.’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만 몸뚱이와 목숨을 달라고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니, 만약 그런 자가 있었다면 반드시 물러섰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깊은 산에서 나와 청정한 법을 버리고 성냄을 더하니 입은 마치 붉은 구리와 같았는데 입술을 다물고 이를 갈며 휘둘러 손뼉치고 벼르니 마치 악한 용이 우박을 쏟아서 곡식을 죽이는 것과 같았고, 금강저(金剛杵)로 큰 산을 부수는 것과 같았으며, 아수라왕(阿修羅王)이 해와 달을 막는 것과 같았고, 폭우가 촌락을 휩쓰는 것과 같았으며, 맹렬하게 성한 큰 불이 마른 풀을 태우는 것과 같이 이 바라문도 역시 이와 같았다.이 악한 마음을 가지고 가시성의 월광왕의 처소에 가서 이와 같은 본래 익힌 악한 모습을 나타내니, 몸은 떨리고 말은 더듬으며 걸음은 길을 곧바로 못 가고 손은 불끈 쥔 주먹이 뒤틀리며, 눈썹은 빨리 움직였고 머리카락은 곤두섰으며, 손을 엎으면 다섯 손가락이 다섯 용의 머리와 같았고, 마음 가운데 독기가 치성함이 마치 사나운 뱀과 같았으며, 성난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 올라서 연기와 불꽃이 함께 일어나는 것 같았다. 거짓으로 꾸며서 말하였다.
“대왕이여, 제가 설산에 있으면서 멀리 왕의 이름을 듣고 기뻐서 한량없이 날뛰었습니다. 제가 모든 왕들을 관해 보아도 당신과 같이 견줄 수 없었습니다. 이 땅의 공덕도 헤아리기 어려운데다가 다시 이와 같은 법왕을 만난 것입니다. 대왕이여, 오늘 다른 이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응당 스스로 몸과 목숨도 버려야 하나니 바른 법을 닦는 자라면 눕거나 깨거나 항상 편안할 것입니다. 제가 이제 대왕께 한 가지 일을 청하고자 합니다.”왕이 곧 대답하였다.
“큰 바라문이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청할 것을 신칙하라. 그 필요한 바를 따라서 모두 마땅히 받들어 주리라. 코끼리ㆍ말ㆍ수레ㆍ소ㆍ금ㆍ은ㆍ유리ㆍ의복ㆍ진귀한 보배ㆍ노비ㆍ부리는 사람을 모두 주리라.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중생들은 3독에 시달리고 생사에 유전하여 벗어날 기약이 없으매, 늙음ㆍ병듦ㆍ죽음의 법이 항상 중생을 해롭게 하건만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홀로 여의었으나 다만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세상에 머무는 것이다. 그대가 애착하는 바를 모두 주리라.”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만약 능히 그러하시다면, 먼저 마땅히 마음을 안정하여서, 기울고 움직이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왕이 곧 대답하였다.
“나는 예전부터 항상 서원을 세워서 마음이 동요하기 어려우니라.
내가 중생을 위해 보리심을 발하고 오히려 몸뚱이와 목숨도 버리거늘 하물며 그 나머지 다른 것이겠느냐.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집에 돈과 재물이 있으면서 능히 보시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곧 그것을 지키는 노예가 된 것이니, 마치 독 나무에 꽃과 열매가 생겨도 받아 쓰는 사람이 없으며, 깊은 샘에 두레박 줄이 짧으면 물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재물이 있어도 보시하지 않으면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만약 구걸하는 자를 보고서 얼굴과 눈을 찌푸린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아귀의 문을 연 것이니라.”바라문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헛소리를 한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만약 그러하시다면 머리를 보시하실 수 있겠습니까?”이때 모든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괴이하도다. 이 큰 도적이 어디서 온 것이냐? 어찌 사람의 입으로 바르지 않은 말을 하는가?”
곧 흙과 돌로 다투어 서로 때리면서, 함께 말하였다.
“이런 사람은 바라문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풀과 사슴 가죽의 옷을 입고 머리를 기르고 절식(節食)을 하면서 이런 가시 찌르는 말을 한단 말이냐. 몸뚱이에 옷을 입은 것은 마치 신선과 성자 같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지독한 전다라(旃陀羅)이다. 몸으로 행하는 것과 입으로 말하는 것이 서로 맞지 않으니 이는 틀림없이 바라문이 아니라 나찰이며 나쁜 귀신이로다.
애달프구나. 악인아, 네가 이제 여기에 와서 우리 정법(正法)의 강물을 말리겠다는 것이냐.
금시조(金翅鳥)처럼 법룡(法龍)을 잡아먹어서 법비[法雨]를 끊으려 하느냐.
너는 사나운 바람과 같아서 법의 횃불[法炬]을 불어서 끄려는 것이며, 크고 사나운 코끼리가 법의 나무를 뽑으려고 하는 것과 같구나. 죽음을 이루는 악인에게는 도리가 없다.
입으로 그런 말을 할 때 어찌하여 혀가 오그라들지 않으며, 어찌하여 대지가 능히 너의 몸뚱이를 실어 주는 것이며, 햇빛이 내리쪼여 네 몸뚱이를 태우지 않으며, 어찌하여 저 강물이 너를 떠내려 보내지 않느냐?”그때 바라문이 모든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 어리석은 사람이 어찌하여 나를 꾸짖느냐? 비유하면 마치 사나운 개가 저 걸인을 보고 짖는 것과 같구나.
너희들이 이제 나를 의심하는 것은 바라문이 아니면서 멀리서 와서 구걸한다고 하는 것이냐, 널리 배운 출가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냐?
너희들은 어리석고 악하여서 또한 능히 모든 바라문들이 지닌 위력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해와 달이 이지러지고 차는 것과 큰 바다가 짜고 쓴 것을 알지 못하느냐?
사누(闍★) 신선이 항하(恒河)를 마셔서 12년 동안이나 흐름이 끊어졌었고, 자재천왕은 얼굴에 눈이 셋이며, 구담(瞿曇) 선인은 제석의 몸에 천 개의 여근(女根)을 만들고, 파사타(婆私吒) 신선은 제석의 몸을 변화하여 염소의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비구대선(毗仇大仙)은 수미산을 먹되 유미죽을 먹듯이 하였으니, 이런 일은 다 이 우리들 바라문의 힘인 것이다.
내가 이제 여기에 온 것도 그대들을 위해서 빈 말이나 꾸미자는 것이 아니다. 누군들 임금이 몸소 능히 일체를 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찌 달라고 못하겠는가? 내가 이제부터 구걸하는데 무엇을 책망할 것이 있겠느냐?”그때 월광왕이 곧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막지 말라. 내가 이제 이 바라문으로 하여금 원하는 바를 만족하게 하리라.
그대들은 마땅히 관찰해야 한다. 내가 이제 나라를 다스리는데 탐욕ㆍ음란ㆍ성냄ㆍ우치함이 없었기에 얻는 과보가 이미 성취된 것이로다. 몸을 버릴 때가 오면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하리니,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이 견고하지 않은 몸으로 저 견고한 몸과 바꾸는 것이며, 견고하지 않은 재물로 견고한 재물을 바꾸는 것이며, 견고하지 않은 목숨으로 견고한 목숨과 바꾸는 것이다.내가 전부터 항상 그대들을 위하여서 대인(大人)의 법을 설하였는데, 지금이 바로 이 때로다.
또한 항상 그대들에게 바른 법으로 향하도록 권하여서 모든 악을 닫아 버리고 모든 선한 문을 열며, 보리 가운데서 모든 선한 뿌리를 심고, 모든 번뇌를 엷게 하며, 점차로 가정에 얽매임을 풀게 하였으니 내가 얻은 바와 같은 이러한 공덕을 그대들도 마땅히 얻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몸뚱이와 목숨을 놓아 버리는 것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기뻐할지언정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만약 내가 몸뚱이를 아껴서 능히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충고하는 말로 위로하고 깨우쳐 주어서 하게 해야 할진대, 하물며 내가 오늘 능히 스스로 여는 것인데 도리어 그대들이 굳이 막고 듣지 않는가?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풀을 가지고 솜털을 바꾸며 독약을 먹고서 병이 나은 것처럼 나도 이러하여서 견고하지 않은 몸을 놓아 버림으로써 견고한 몸을 얻는 것이로다.”그때 모든 대신들이 또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그러한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견고한 몸을 얻는 것이라고. 대왕께서는 이제 그런 생각을 마십시오.
왜냐 하면 대왕은 신들의 의지하는 바이니 대왕의 지금 이 몸은 일체 신민들의 공동의 소유입니다. 공동의 소유인 것을 어찌 홀로 한 바라문을 위하여서 버리시려는 것입니까?
이 몸을 버리시고 나면 재물을 보시하는 일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만약 못하고 보면 고통을 받는 자가 많을 것입니다.
대왕의 몸은 비록 한 몸이지만 천하가 이를 함께하는 것인데 어떻게 오늘 혼자서 마음대로 하려 하십니까? 비유하건대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묘보(妙寶)를 함께하는데 어떤 사람이 혼자만 쓴다면 어떻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대왕님의 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그때 대왕이 화평한 얼굴에 기쁜 빛으로 모든 대신들을 향하여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먼저 마땅히 인자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바라문을 보라. 그런 뒤에 내가 마땅히 머리를 버려서 주리라.”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조금 멀리 가 있어서, 내가 모든 신민들을 위로하고 깨우쳐 보내게 할 것을 허락하라.”
바라문이 곧 잠시 물러갔다.그때 대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의 본래부터 소원이 항상 이롭게 하려 함이었음을 모르는가? 내가 이미 그대들을 위하여는 할 바를 이루었으니 다시 마땅히 이 바라문의 원을 채워 주리라.
이 바라문은 일찍이 예전에 나와 더불어 원한이 있었는데 나머지 업보가 끝나지 않아서 항상 마음에 걸렸으나 다시 다른 인연으로는 보상(報償)할 수가 없어서 마땅히 머리를 버려서 아주 끝나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이 몸을 받은 이후로 항상 바른 법을 행하였고, 이제 또 이 사람을 위해 또 바른 법을 행하는 것이니 그대들은 빨리 가라.”
그리고 바라문을 불러서 돌아오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공교한 지혜도 없고 적당한 때도 모르는구나. 내 머리를 요구하면서 어찌하여 호젓하고 조용한 곳을 택하지 않고 대중 가운데에서 요구하느냐? 내가 그대를 위하므로, 신하들을 타일러서 깨우쳐 주는 것은 그대를 편안하게 하여 목숨을 온전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약 타이르지 않으면 그대의 몸과 목숨이 어떻게 온전할 수 있겠느냐?
그대는 조금 멀리 가서 저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기다리라. 내가 모든 대신들을 보내고는 마땅히 그대에게로 가서 머리를 잘라서 주겠노라.”
바라문이 왕의 말을 듣고는 곧 멀리 떨어진 데로 갔다.그때 대왕이 모든 신하들을 보내고는 곧 바라문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만약 나라의 원한을 청산하기 위하여서 내 머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도 역시 그대에게 원망과 혐오스러운 마음을 없이 하리라. 스스로 와서 요구하는 데는 무엇인가 인연이 있는 것이다.
그대 바라문이여,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라. 만약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리라. 그러나 원한의 마음은 불과 같으니 그대는 마땅히 빨리 없애라.
성내고 노함이 마음에 있으면 법의 옳음을 보지 못하나니 인욕행을 닦는 사람은 성내는 것을 제거하느니라. 성냄은 마음을 더럽혀서 형모가 단정하지 않나니, 마치 운무가 청정한 달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라.
출가한 사람은 마땅히 성내지 않나니 성내는 자는 단정하지 못함이 마치 술을 마시면 목구멍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과 같으니라.”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말하는 바는 비록 미묘하고 선한 것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거친 광기가 있으니 어떻게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다만 내게 머리나 보시하고, 다시 더 말을 말라. 내가 이제 그대의 말하는 바를 들으매 비록 선한 것이지만 듣고 나면 배나 더 성이 나니 마치 기름을 맹렬한 불에다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때 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일찍이 남에게 악한 일을 권하지 않았노라. 이제 이 몸뚱이를 그대 마음대로 스스로 찍으라.
이 몸뚱이는 실로 추악한 것이어서 똥 구덩이와 같은 것이니 진실로 애석할 것이 없다마는 다만 그대가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가엾게 여기노라.”바라문이 말하였다.
“지옥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그때 대왕이 곧 딱한 생각을 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이하도다, 중생이여. 애달픈 일이로다, 이 세간이여. 이에 한 사람도 선한 법을 닦아서 자기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자가 없구나. 내가 비록 갖가지로 이 사람에게 권하고 타이르지만 그 본 마음은 오히려 악을 행하기를 즐기니, 마치 파리가 꿀그릇 속에 있는 것을 누가 빼내어 주어도 그 마음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집착하니 즐기어 집착하기 때문에 필경에는 목숨을 잃는 것처럼, 이 바라문도 역시 이와 같구나.”그때 바라문이 한 예리한 칼을 사슴 가죽으로 싼 것에서 곧 꺼내어, 왕의 머리카락을 잡아서 나무 위에 매고는 성난 마음으로 왕의 머리를 베려고 하였으나 칼질이 잘못 되어서 미치지 못하고 나뭇가지만 끊어졌다.
바라문이 그리고는 이젠 완전히 잘라 버렸다고 기뻐하였다.
이것은 이 보살과 모든 천신들의 위덕 때문에 그에게는 왕의 몸에서 머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때 나무의 신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디에 예리한 칼을 지니고 사람의 목숨을 살해하는 바라문이 있단 말이냐. 네 손이 어찌하여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이 땅이 어찌하여 갈라져서 네 몸뚱이를 빠져들게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이 청정한 사람에게 그런 악한 마음을 내느냐. 그러고도 네 몸뚱이가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 보살이 너를 옹호한 때문이니라.”그때 바라문이 진실로 보살의 머리를 베었다고 하면서 원한심이 풀려서 곧 돌아갔고 왕도 역시 궁전으로 돌아오니 몸이 안전하여 조금도 상한 데가 없었다.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할 때, 능히 이렇게 하여 버리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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