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4권
별역잡아함경 제4권
역자 미상
1. 초송(初誦)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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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마갈제국의 아사세왕이 4부 병정을 거느리고 와서 바사닉왕과 교전하면서 크게 싸웠다. 그 결과 위제희(韋提希)의 아들 아사세왕이 바사닉왕이 거느린 군사를 쳐부수자, 바사닉왕은 필마 단기로 혼자 성에 들어갔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이 일을 보고서 걸식을 마치자 발을 씻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아침에 성 안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아사세왕과 바사닉왕이 각각 4부 병정을 동원하여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사닉왕의 군사가 저 아사세의 군사에게 패배해서 오직 바사닉왕만이 단신으로 하나의 수레를 타고 성 안에 들어온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이 일을 듣고 나서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승리하면 원망과 미움이 많고
패배하면 괴로워서 잠 못 자나니
만약 이기고 지는 일이 없다면
적멸(寂滅)해서 편히 잠잘 수 있으리.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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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마갈제국의 왕 아사세와 바사닉왕이 각각 4부 병정을 동원하여 함께 교전하면서 크게 싸웠는데, 바사닉왕이 아사세왕이 거느린 군사를 크게 쳐부수고 아울러 아사세왕까지 생포하였다.
바사닉왕은 승리를 거둔 뒤에 아사세왕을 같은 수레에 싣고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마갈제국 위제희의 아들 아사세왕입니다.
저는 이 사람에게 처음부터 원한이 없었지만 그는 저에게 항상 미워하고 시기하는 생각을 품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의 친한 벗의 아들이기 때문에 지금 그를 석방하여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석방하여 보내 주시오. 만약 저 왕을 석방해 주면 오랫동안 큰 이익이 있을 것이요.”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힘으로 남의 군사 쳐부술 수 있어도
도리어 남에게 패배를 당하며
힘으로 남을 침략할 수 있어도
도리어 남에게 침략을 당하네.
어리석은 이는 과보 없다고 하나
반드시 큰 고통을 받게 되나니
목숨 마칠 때를 당해 보면
그제야 실제로 과보가 있음을 알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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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조용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법은 지극한 뜻[義]과 이익이 있어서 현재의 과보를 얻을 수 있고, 심한 번뇌를 없애고, 때에 구애받지 않게 하고, 사람들을 이끌어서 좋은 곳에 이르게 하시며, 여러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오너라. 너희들에게 미묘한 법을 보여 주겠다〉고 하시니, 슬기로운 이는 몸소 증득해서 깊이 이해하고 통달한다. 그리고 착한 법과 착한 동반자를 구해서 그와 같은 착한 벗을 항상 친근케 하며, 악한 벗과 악한 지식(知識)에게 향하지 않게 하고 나쁜 도반을 멀리하게 하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조용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법은
큰 뜻과 이익이 있어서 현재의 과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심한 번뇌를 없애고, 때에 구애받지 않게 하고, 나아가 나쁜 벗과 사귀지 못하게 하신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실로 그렇고 그렇소이다. 부처가 가르치는 법은 큰 뜻과 이익이 있어서 현재의 과보를 얻게 하며, 나아가 나쁜 벗과 사귀지 못하게 하오.
내가 옛날 왕사성 기리발제(耆梨跋提) 숲 속에 있었을 때, 아난(阿難) 비구가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소.
‘선지식이란 존재는 청정한 행을 닦는 데 절반의 힘은 되겠다.’
그러고 나서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처소로 와서 나에게 예배하고 이러한 말을 하였소.
‘선지식(善知識)이란 존재는 청정한 행을 닦는 데 절반의 힘은 되오니, 그는 나쁜 지식, 나쁜 도반, 나쁜 벗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난에게 이렇게 말했소.
‘그만, 그만, 그러한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선지식과 착한 벗, 착한 도반은 청정한 행을 닦는 데 전체적인 힘이 되기 때문이다. 또 착한 벗과 착한 도반은 나쁜 지식과 나쁜 벗, 나쁜 도반과 무리를 짓지 않으니, 왜냐 하면 나 역시 선지식 때문에 생사를 해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지식이란 존재는 청정한 행을 닦는 데 전체적인 힘이 된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하며, 그러한 일을 잘 분별해서 알아야 한다.’
부처가 말한 법은 큰 뜻과 이익이 있어서 현재의 과보를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나쁜 벗과 나쁜 도반, 나쁜 지식들과 무리를 짓지 않게 하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착한 법 중에서
방일하지 않는 것이 으뜸이니
만약 방일한 짓을 하면
성현들이 싫어하시네.
만일 방일한 짓 아니하면
천제(天帝)의 지위를 얻으며
모든 천(天) 중에서도 뛰어나리라.
짓고 짓지 않는 일 중에서
방일하지 않음이 가장 훌륭하나니
만약 방일하지 않는 자라면
좌선할 때 모든 번뇌 없애서
수승한 과위를 얻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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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현세의 이익과 후세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법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자못 현세의 이익과 후세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하나의 법이 있는데, 그것을 수행하여 커지고 넓어지면 현재와 미래에 많은 이익이 있소이다. 이른바 방일하지 않는 법을 수행하는 것이니, 현재에도 이익을 얻고 미래에도 또한 이익을 얻소. 비유컨대 대지에서 온갖 곡식과 초목을 생장시키는 것처럼, 온갖 착한 법도 방일하지 않는 것을 말미암아 생기나니, 방일하지 않는 것이 자라게 함이며, 방일하지 않는 것이 커지게 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마치 대지에서 일체 종자가 땅으로 인해 생기고 땅으로 인해 자라나고 커지는 것처럼, 일체 중생이 방일하지 않음을 말미암는 것도 역시 그와 같소.
온갖 뿌리 향 중에는 검고 단단한 향이 가장 제일인 것처럼, 이 일 역시 마찬가지라서 온갖 착한 법이 방일하지 않는 것을 말미암고 있소.
단단한 향 중에는 적전단(赤栴檀)이 제일인 것처럼, 이 일 역시 마찬가지라서 온갖 착한 법이 방일하지 않는 것으로 근본을 삼으니, 방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법의 원인이며, 방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착한 법이 생기는 곳이오.
온갖 꽃다발 중에는 건타바리금(乾陀婆利琴) 꽃다발이 가장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서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물에서 생긴 꽃 중에서 청련화가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축생의 발자국 중에서 코끼리의 발자국이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적과 싸울 적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우는 것을 제일이라고 하는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짐승 중에서 사자가 제일인 것처럼,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누각 중에서 높은 파나사(波那寫)가 가장 제일인 것처럼,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염부제(閻浮提) 나무 중에서 염부제 경계 위의 나무가 가장 제일인 것처럼,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첨바라(詹婆羅) 나무 중에서 구라고바라(鳩羅苦婆羅)가 가장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파타라(波吒羅) 나무 중에서 비단 문채인 파타라가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나무 중에서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가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산 중에서 수미산(須彌山)이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금 중에서 염부단금(閻浮檀金)이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좋은 옷 중에서 가시(迦尸)옷이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색깔 중에서 흰 것이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새 중에서 금시조(金翅鳥)가 제일인 것처럼, 온갖 착한 법 중에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온갖 광명 중에서 해의 광명이 제일인 것처럼, 방일하지 않는 법도 역시 그와 같으며,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했소.
위에서 말했듯이 착한 행을 수행할 때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 근본이며 생인(生因)이니, 그러므로 대왕이여! 당신은 지금 방일하지 않는 법을 반드시 닦아야 하며,
또한 방일하지 않는 법에 의지해야 하오.
왕이 만약 그렇게 하면, 왕의 부인과 후궁들도 방일하지 않을 것이며, 왕의 아들과 대신과 관속들도 그렇게 할 것이오.
방일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바로 궁중의 안팎을 수호함이며, 방일하지 않기 때문에 창고가 가득 차게 될 것이오.
왕이 방일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일체를 보호할 것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일하지 않음이 가장 뛰어난 것이니
방일하면 비방과 증오 많으리.
현세에서 방일하지 아니하면
후세에는 큰 이익을 얻으리라.
현세의 이익과 후세의 이익
이 두 가지 이익을 이해해 알면
이런 사람을 굳건한 대장부라 하니
그 행하는 바도 밝고 지혜로우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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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은 조용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미워할 만한 것이고, 둘째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고, 셋째는 추적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미워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늙음이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병이고, 추적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죽음이다.’
이렇게 생각한 바사닉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조용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미워할 만한 것이고, 둘째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고, 셋째는 추적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미워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늙음이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병이고, 추적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죽음이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이 세 가지 법은 실로 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세상에 이 세 가지가 없었다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법을 연설하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시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왕의 수레를 잘 만들어서
매우 기묘하게 꾸몄더라도
오래 되면 색깔이 벗겨지듯이
몸도 그와 같아서 반드시 늙게 되네.
그러나 진실한 법만은 늙거나 쇠퇴하지 않으니
구르는 곳마다 부합하기 때문일세.
애달프다, 늙음이란 도적은 나쁘나니
단정하고 아름다운 그 얼굴을
네가 들어서 무너뜨리는구나.
설령 수명이 백 년을 넘더라도
반드시 죽음의 길에 들기 마련이니
병이 와서 그 힘을 뺏고
늙음이 장차 죽음을 전달하네.
그러므로 항상 선정을 좋아해서
마음을 단속하고 부지런히 닦아서
태어나는 근본을 깨달아 알면
저 마군의 무리를 쳐부수고서
나고 죽음의 언덕을 넘어가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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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시할 적에는 마땅히 어떤 곳에 주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대답하셨다.
“보시를 닦는 것은 주고 싶은 마음에 따라서 상대에게 보시하는 것이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느 곳에 보시해야 큰 과보를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의 물음이 앞과는 다르오. 내가 지금 당신에게 묻겠으니, 당신의 뜻대로 대답하시오.
가령 싸움터에 나가서 싸우려고 할 때 동쪽에 건장하고 힘이 센 찰리(刹利)가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는 병법을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잘 단련하고 활쏘는 기술도 알지 못해서 앞에 있는 적들을 무서워하고 꺼리면서 겁만 내고 항상 먼저 후퇴하느라고 그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오. 게다가 그가 쏘는 화살도 멀리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화살을 쏜다 하여도 끝내 적중하지 못하므로 그를 큰 싸움터에 둘 수 없소.
대왕이 전투할 때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왕은 그 사람을 위안하면서
‘너는 나에게 가까이 오라. 반드시 중한 상을 주겠노라’고 하겠소이까?”
왕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실로 그와 같은 사람은 쓰지 않겠습니다. 왜냐 하면 전투할 때에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쪽에 바라문이 있고, 서쪽에 비사(毘舍)가 있고, 북쪽에 수타(首陀)가 있다면, 역시 앞에서와 같이 그러한 사람들을 대왕은 쓰겠소?”
왕이 말하였다.
“전투할 때라면 모두 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전투할 적에 동쪽에 찰리가 있는데, 그는 나이가 한창이고 신체도 장대하고 날쌔고 용감하며 힘이 있고 병법을 잘 알며, 아울러 갖가지 활 쏘는 기술도 알고 있고 손재주도 있소. 뿐만 아니라 몸을 잘 단련해서 용감하게 적진을 향하면서도 대담하고 겁내지 않고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마음도 없어서 적을 보아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가 있을 자리에 있으며, 활을 당기면 멀리 쏘고 물건을 명중시키므로 화살을 낭비하지 않고 용감하고 굳세고 돌진해서 적진을 잘 쳐부수오. 대왕이 전투를 한다면 어떤 이를 쓰겠소?”
왕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용감하고 굳센 이를 쓰겠습니다. 왜냐 하면 전투에는 용감하고 굳센 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소이다, 대왕이여! 가령 사문ㆍ바라문으로서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복밭이 될 수 없고, 다섯 가지가 만족하면 복밭이 될 수 있으니, 그 이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이익을 얻어서 지극히 번성하고 그 과보도 더욱 커질 것이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를 갖추었다고 말하는가? 다섯 덮임[五蓋]을 끊는 것을 말함이니, 무엇을 다섯 덮임을 끊었다고 하는가? 탐욕의 덮임, 성냄의 덮임, 수면의 덮임, 들뜨고 후회함의 덮임, 의심함의 덮임을 끊는 것이니, 이 5욕(欲)을 스스로 제거할 줄 알면 다섯 덮임을 끊는다고 말하오.
어떤 것을 다섯 가지가 만족함이라고 하는가? 배움이 아닌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解脫知見)을 만족하는 것이니, 만약 이 다섯 가지를 갖춘 사문ㆍ바라문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어서 명성도 크게 날릴 것이며, 과보도 깊고 넓을 것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어느 한 사람이
날쌔고 용감하고 큰 힘 있으며
아울러 활 쏘는 기술도 잘 알고
온갖 기예도 모두 갖추었다면
전투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나니
마땅히 재물로 후하게 상을 주며
아울러 벼슬과 녹봉을 내려 주되
그의 종성(種姓)을 가릴 것 없이
그 사람의 공훈만 기록하리니
대왕도 마땅히 그와 같이 해야 하오.
가령 선(善)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은
부드럽고 평화롭게 인욕 닦으며
네 가지 진리를 잘 볼 수 있어서
성인의 지위에 들어가리라.
슬기로운 이에게 공양함에는
종성(種姓)을 가려야 하지 않나니
그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는
음식과 그리고 침구 따위인
그와 같은 공양이 있어야 하네.
반드시 구족계를 지닌 이는
대홍수가 난 곳에서
부낭(浮囊)과 뗏목을 만들며
또한 다리와 배를 만들어서
자기도 건너고 남도 건네주네.
안락하고 정직하고 지식 많은 이는
비유하자면 빽빽한 구름이
온 세계를 두루 덮고 있다가
번개 빛이 매우 번쩍이고
우레 소리 멀리 진동하면서
큰비를 내려 쏟는 것과 같나니
토지를 흡족하게 두루 적셔서
온갖 화초와 나무 숲들이
그 혜택을 모두 입게 되고
벼와 곡식이 더욱 무성해지면
농부들이 기뻐하고 좋아하네.
이처럼 신심 있는 시주는
지식도 많고 보시도 잘해서
인색하거나 시새움이 없나니
그 혜택을 음식에 비한 것이며
권하고 사양하며 더욱 보시하는 것은
마치 우레 소리가 멀리 진동하는 것과 같네.
마치 큰비를 내려 쏟아서
농작물의 큰 수확 얻는 것처럼
보시를 잘 닦는 이도
크게 공덕을 얻게 되며
나중에는 열반의 즐거움을 얻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6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의 종족은 항상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고, 찰리(刹利)의 종족은 항상 찰리의 집에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은 그와 같은 말씀을 하지 말아야 하오. 왜냐 하면 네 종류의 사람이있기 때문이오. 첫째는 밝은 데서 밝은 데로 들어감이요,
둘째는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요, 셋째는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감이요, 넷째는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사람이오.
무엇을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중생은 하천하고 빈궁한 곳에 태어나고, 혹은 불량배ㆍ백정ㆍ광대의 집에 태어나며, 혹은 몸이 파리하고 수척해서 그 형상이 몹시 검고, 귀먹고 눈멀며 벙어리가 되어서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하여 남의 심부름 노릇만 하고 자유를 얻지 못하나니, 그와 같은 사람은 몸으로 나쁜 업을 행하기도 하고, 입으로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마음으로 나쁜 짓을 생각하기도 해서 목숨을 마치면 지옥에 떨어지는데, 이를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라고 말하오. 뒷간에서 나와 다시 다른 뒷간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이런 사람을 나는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오.
가령 어떤 사람이 하천한 데에 태어나거나 불량배ㆍ백정ㆍ광대로 태어나고, 혹은 신체가 파리하고 수척해서 그 형상이 몹시 검고, 귀먹고 눈멀며 벙어리가 되어서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하여 남의 심부름만 하고 자유를 얻지 못하면 이를 어둠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고, 입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며, 뜻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이런 사람은 땅에서 일어나 평상에 오르고, 평상에서 일어나 수레에 오르며, 수레에서 일어나 말에 오르고 말에서 일어나 코끼리에 오르며, 코끼리에서 일어나 궁전에 오르는 것과 같나니, 이 때문에 나는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하오.
무엇을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가? 가령 어떤 사람이 찰리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다시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큰 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나기도 해서 재물과 보물이 많은 거부로서 한량없이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차 있으며, 종들과 시종이 많고 돕는 이와 대신과 친우와 권속이 또한 매우 많으며, 몸과 얼굴이 단정하고 큰 위력이 있으면, 이런 사람을 밝음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나쁜 업을 행하고, 입으로 나쁜 업을 행하고, 뜻으로 나쁜 업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지옥에 떨어지리니, 마치 어떤 사람이 궁전에서 내려와 코끼리 위에 떨어지고, 코끼리에서 내려와 말에 오르고, 말에서 내려와 수레에 오르고, 수레에서 내려와 평상에 앉고, 평상에서 내려와 땅에 떨어지고, 땅에서 떨어져 똥구덩이에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나는 이런 사람을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무엇을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하는가? 가령 어떤 사람이 찰리의 집과 큰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장자로 태어나기도 해서 재물과 보물이 많은 거부로서 한량없이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차 있으며, 종들과 시종이 많고 돕는 이와 대신과 친우와 권속이 또한 매우 많으며, 몸과 얼굴이 단정하고 큰 위력이 있으면, 이를 밝음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착한 업을 행하며, 입으로 착한 업을 행하며, 뜻으로 착한 업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마치 한 궁전에서 다른 궁전에 이르며, 코끼리에서 코끼리에 이르며, 말에서 말에 이르며, 수레에서 수레에 이르며, 평상에서 평상에 이른 것과 같으니, 이런 사람을 나는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알아야 하오.
빈궁하고 법을 믿지 않는 이는
성내고 질투하는 생각만 품고서
항상 나쁜 소견과 생각을 일으키며
사문과 바라문에 대해서도
삿된 소견으로 공경 아니하며
계행을 지니고 지식 많은 이를 보아도
이내 꾸짖고 욕을 퍼부으며
설령 조그마한 재물 있더라도
받들거나 보시할 마음이 없고
오히려 보시하는 이를 헐뜯고 꾸짖나니
그와 같은 업의 인연으로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니
그 업이 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에
어두운 데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하네.
대왕이여! 지금 당장 알아야 하오.
빈궁하나 보시하기 좋아하는 이는
믿는 마음 있고 성내는 일 없으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사문과 바라문에게도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에게
공경히 예배하고 문안을 드리고
늘 바르고 착한 행을 행함으로써
스스로 보시하고 남의 보시도 칭찬하니
받는 이도 또한 칭찬한다네.
이렇게 해서 후생에 가서는
삼십삼천에 태어나나니
이것을 어두운 데에서 시작하여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한다네.
대왕이여! 또한 반드시 알아야 하오.
크게 부자이면서도 믿지 않고
항상 성내는 마음만 품고 있으며
항상 탐욕과 질투심을 일으키고
사문ㆍ바라문에 대해서도
삿된 소견으로 공경하지 아니하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를 보면
이내 꾸짖고 욕을 퍼부으며
받들거나 보시할 마음이 없으니
이러다가 목숨을 마치면
나쁜 지옥에 떨어지나니
이를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간다고 하오.
대왕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오.
크게 부자이면서 믿는 마음까지 갖추고
성냄도 없고 부끄러움도 구족해서
사문과 바라문에 대해서도
크게 인색한 마음 버리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에게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문안하며
항상 바르고 착한 일만 행함으로써
스스로 보시하고 남의 보시도 칭찬하니
받는 이도 또한 칭찬하는 바이네.
그리하여 목숨을 버린 후에는
그러한 과보로 말미암아
삼십삼천에 태어나리니
이를 밝은 데에서 시작하여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해가 한낮이 될 무렵 수레를 타고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몸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한낮에 이곳에 왔으며 몸에 먼지까지 묻어 있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국가의 일이 많고 온갖 사무가 복잡한데, 대강 처리하고서 부처님 처소에 오느라고 몸에 먼지가 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당신에게 묻겠으니, 당신 뜻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동쪽에서 오는데, 그는 천성이 정직하여 일찍이 속이거나 헛된 말을 하지 않아서 여러 사람에게 신망을 받고 있소.
그 사람이 만약 왕에게 말하기를, ‘지금 동쪽에 큰 돌산이 있는데 위로는 하늘까지 닿아 있고, 아래로는 땅까지 닿아 있습니다. 그 돌산이 동쪽으로부터 오는데 지나온 곳마다 식물 동물 할 것 없이 모두 다 꺾어지고 부수어지는데,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라고 말하오.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신망을 받는 이들도 또한 서로 말하기를, ‘지금 사방에서 큰 돌산이 한꺼번에 오는데, 어떤 구멍으로도 도피할 수 없어서 하늘과 용ㆍ사람ㆍ귀신들과 모든 생령들이 모두 다 부수어지고 멸망하나니,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라고 말하오.”
부처님께서 또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를 당하면 무슨 방편을 써서 그 재난을 벗어나겠소?”
왕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러한 때를 당해서는 다시 딴 방편이 없으니, 오직 불법만을 믿고 참다운 행을 수행할 뿐 다시 딴 방법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왕이 말씀한 바와 같소. 불법을 믿는 것 외에는 다시 딴 방법이 없는데, 대왕은 어찌하여 그러한 말씀을 하였소?”
바사닉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설령 관정(灌頂)의 의식으로 왕위를 받은 이가 코끼리 부대ㆍ기마 부대ㆍ전차 부대ㆍ보병 부대와 같은 전쟁 준비를 갖추었다 해도 그와 같은 큰 산과는 같이 싸울 수 없으며, 칼과 화살과 활과 창도 쓸 곳이 없습니다.
또 주술을 부리거나 돈과 재물을 바치더라도 그와 같은 일로는 어찌해 볼 수 없으며, 또한 명예를 구하고 힘을 겨루어서 이기기를 다툴 수도 없습니다.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마땅히 착한 법을 닦고 허망한 짓을 멀리하며, 불법을 믿는 것 외에는 다시 딴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그렇소이다, 대왕이여! 그렇소이다, 대왕이여! 늙음의 산은 한창의 나이와 왕성한 몸을 능히 파괴하며, 질병의 산은 온갖 건강한 것을 능히 파괴하며, 죽음의 산은 능히 온갖 수명을 파괴하며, 쇠퇴의 산은 능히 온갖 부귀영화를 파괴하고, 처자를 잃게 하고 권속을 여의게 하고 돈과 재물이 없어지게 하오.
대왕이여! 이 사방의 산이 세간을 파괴하면서 사람을 쫓아오나니, 실로 당신의 말처럼 오직 참다운 법을 닦아 행할 뿐이어서 불법을 제외하고는 다시 딴 방법이 없소.”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사방의 크나큰 산이
넓고 크고 깊고 두터움이 가이없어서
사방으로부터 한꺼번에 몰아온다면
겁내어 달아나도 피할 곳 없고
코끼리ㆍ수레ㆍ말ㆍ보병으로도 막지 못하며
주술과 재물로도 물리치지 못하네.
대왕이여! 이처럼 무상(無常)의 산은
늙고 병들고 죽고 쇠퇴하는 산으로서
온갖 중생을 남김없이 다 없애네.
찰리, 수타, 바라문과
나아가서는 하천한 진타라(眞陀羅)와
재가든 출가든 범행(梵行) 닦은 이와
계행을 온전히 하는 이부터 금기를 범하는 이까지
모두 다 남김없이 없애나니
이 때문에 슬기로운 이는 착한 일 닦아서
삼보를 높이고 복된 일 행하며
몸과 입과 뜻이 항상 청정하여서
현세에서는 이름 얻고 후생에는 천상에 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당시 기수 숲에는 머리를 기른 범지(梵志) 일곱 사람과 옷을 벗은 니건(尼乾) 일곱 사람과 또 하나의 옷만 지닌 외도 일곱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모두 장대하였다.
바사닉왕은 외도들이 기수 숲 속에서 경행하며 배회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때 바사닉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든 외도들을 향하여 스스로 “나는 바사닉왕이다.”라고 세 번이나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머리를 기른 이와 옷을 벗은 이와 하나의 옷을 지닌 이를 보고서 그토록 공경한 것이오?”
왕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우리나라에서는 이 세 종류의 사람이 아라한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칭합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그들의 마음이 향하는 바를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라한인지, 아라한이 아닌지를 알겠소? 만일 그들과 함께 오래 있으면서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들이 계행을 지키는지, 계행을 깨뜨리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비록 오랫동안 같이 있더라도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이라야 알 수 있지, 어리석은 이는 모르오. 가령 그의 부모와 아내와 권속이 죽은 일이 있으면 그 일로 분별해서 알 수 있지만, 만일 그러한 일이 없으면 완전히 알기가 어렵소.
가령 액난을 당하거나 남에게 핍박을 당할 때 해치거나 죽이라고 명령하는지, 혹은 여인과 사사로운 거처에서 핍박을 당해도 계를 범하지 않는지를 보아야만 진실함을 알 수 있고, 따라다니면서 자세히 관찰하여야만 비로소 깨끗한지 부정한지를 알 수 있소.
또 그의 지혜를 시험하려고 하면 오직 지혜 있는 사람만이 그의 말을 듣고서 잘 분별할 수 있으며, 오직 지혜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머물러야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오.”
왕은 즉시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오랫동안 함께 있어 보아야만 그 사람이 계율을 지키는지, 계율을 깨뜨리는지를 알 수 있으며, 난관에 봉착해 보아야만 그 사람을 분별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야만 그의 깨끗하고 깨끗하지 못함을 알게 되며, 강설(講說)을 듣고 토론을 해 보아야만 그가 지혜로운지, 범속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지혜 있는 자라야 알 수 있고, 어리석은 자는 알지 못하며, 오랫동안 같이 있어 보아야만 알 수 있고 갑자기는 알 수 없으니, 왜냐 하면 제가 사자(使者)를 보내는 데도 그와 같은 모습과 복장으로 멀리 타국까지 보내서 그 나라의 실정을 살피게 하는데, 8개월이나 10개월 정도 걸려서 갖가지 일을 마친 뒤에는 본국에 돌아와서 5욕락을 마음대로 즐기며 온갖 하는 일도 전과 다름없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가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임을 알겠습니다.”
왕은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또한 그와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만 갑자기 알아차리지 못해서 문득 일어나 그들을 공경했던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얼굴과 모양을 보지 말고
잘 관찰해서 알아야 하나니
갑자기 사람을 볼 적에는
즉시 믿어서는 안 되리라.
얼굴은 아라한 같으나
실제로는 모든 감관을 다스리지 못했으니
그의 모습과 갖가지 행만으로는
전혀 분별할 수 없으리라.
마치 귀고리를 도금한 것이나
돈을 도금한 것과 같거늘
어리석은 이는 금으로 여기나
실제로 그 속은 구리에 불과하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은
어리석고 어두워서 아는 바 없으니
바깥 모양은 어질고 착한 것 같지만
속마음은 실로 악하고 독한데도
다닐 때는 시종을 많이 거느리면서
현명하고 훌륭함을 보이려 한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다섯 나라 왕이 한 곳에 모여서 서로 5욕락 중에서 무엇이 최고인지 논의하고 있었다.
첫 번째 왕은 빛깔이 제일이라 하였고 다음 번의 왕은 음성이 제일이라 하였고, 또 다음 번의 왕은 맛이 제일이라 하였고, 넷째 번의 왕은 냄새가 제일이라 하였고, 다섯 번째 왕은 좋은 촉감이 제일이라 하였다.
여러 왕들은 마음과 뜻이 저마다 달라서 제각기 자기가 제일이라고 하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 마음과 뜻에 좋아하는 바가 같지 않아서 각각 자기 주장만 하고 있으니, 직접 부처님 처소를 찾아가서 분별하도록 합시다.”
바사닉왕이 우두머리가 되서 모두 함께 부처님 처소를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다섯 왕은 5욕락 중에서 무엇이 제일인지 사사로이 의논하였사온데, 어느 왕은 빛깔이 제일이라고 하는 등 다섯 왕의 말이 저마다 달라서 각각 자기가 제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부처님 처소에 와서 뜻을 묻습니다. 어떤 것이 제일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빛깔 중에서 그 형상과 모양을 취할 때 마음과 뜻이 딱 집착되어서 자기 뜻에 맞다고 여기면, 이 때는 설령 그 빛깔보다 수승한 미묘한 빛깔이 있더라도 먼저 빛깔에 집착해 있기 때문에 미묘한 빛깔을 돌아보지 않소.
음성과 냄새와 맛과 촉감도 마찬가지이니, 촉감의 느낌에 대해서도 마음과뜻이 딱 집착하면 그 촉감을 가장 훌륭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오.”
그때 비의(卑嶷)라는
한 바라문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면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하고 싶은 것이 있사오니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비의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말할지어다.”
비의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앙가(央伽)의 대왕은 보배 갑옷이 많지만
마갈제의 임금은 큰 이익 얻었으니
최상의 보배인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출현하신 것으로
그 이름 널리 알려져 산왕(山王)가 같으시네.
마치 연꽃이 새로 활짝 피어난 것과 같고
광채가 못에 비치고 향기가 두루 퍼진 것 같다네.
또한 부처님은 태양이 허공에 있는 것 같아서
그 광명이 두루 세계를 비추고 있네.
여래의 지혜 힘을 자세히 보건대
맹렬한 불이 치성하게 타오르는 것과 같고
모든 안목을 뜨게 하여 밝아지게 하시니
의심 있는 이는 모두 교화 받아서
누구나 그 의혹을 해결하나이다.
다섯 왕들은 모두 그 게송을 찬미하고서 각각 최상의 의복으로 상을 주었다.
그리고 다섯 왕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왕들이 떠나간 후에 비의는 부처님에게 합장한 채 즉시 다섯 벌의 의복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면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니, 부처님께서는 그 옷을 받으셨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몸이 뚱뚱한 바사닉왕이 숨을 헐떡거리면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은 지금 몸이 너무 뚱뚱해서 움직이거나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일이 지극히 어렵겠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고 그러하니,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지금 몸에 대한 걱정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음식 먹을 때는 반드시 양(量)을 잘 조절해야 하니
사람이라면 늘 이 점을 명심해야 하네.
몸이 가뿐하고 편하면 고통이 적으며
소화가 잘 되면 수명을 길게 보호하리.
그때 오대(烏帶) 마납(摩納)이 대중 속에 있었는데, 왕은 그 소년에게 말하였다.
“네가 이 게송을 받아 지니고서 내가 밥 먹을 적마다 항상 나를 위해 이 게송을 외우겠느냐? 만약 외울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날마다 백 금(金)의 돈으로 상을 주겠으며, 내가 먹을 음식을 항상 네가 나보다 먼저 먹도록 허락하겠노라.”
오대 마납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거듭 바사닉왕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는 말없이 계셨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가자, 오대 마납은 조금 더 머물러 있다가 그 게송을 받아 지니었다.
부처님께서 마납에게 말씀하셨다.
“왕이 식사할 때는 항상 왕을 위하여 이 게송을 말하거라.”
그리하여 바사닉왕은 날마다 음식을 줄였기 때문에 살이 차츰 빠지면서 가뿐하고 편하게 되었다.
바사닉왕이 나중에 부처님 처소에 왔을 때는 신체가 가뿐하고 편하여서 더욱 단정한 모습이 되었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서 현재의 몸으로도 한량 없는 즐거움을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ㆍ바가바(婆伽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귀의하오니, 제가 현재의 과보로써 현재의 이익을 얻은 건 음식을 조절했기 때문임을 알고 있습니다.”
승리를 얻음과 무너뜨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과
한 법과 복밭과 싫어할 만한 것과
밝고 어둠과 돌산과 하나의 옷을 입은 이와
다섯 왕과 발구(跋瞿)라고 하는 헐떡거림이네.
7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아수라염(阿修羅鹽)이라는 소년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좋지 못한 말과 뜻으로 부처님 앞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부처님께선 다 보고 들은 뒤에 즉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착한 일을 하고 성내지 않으며
보시를 하고 항상 진실한 말을 하며
성내거나 해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냄과 악을 품는 것보다 수승하네.
인색하고 탐내고 거짓말 하며
악한 사람을 가까이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리. 그러한 중생은
성냄을 쌓은 것이 산과 같으리.
성냄은 달아나는 말과 같나니
그것을 고삐로 억제하려고 하지만
고삐로 억제함은 견고하다고 하지 않나니
마음을 다스려야만 견고하다고 하리.
그러므로 나는 지금 스스로를
잘 조어(調御)하는 이라고 이르네.
그러자 소년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실로 어리석고 어두워서 좋지 못한 행동으로 부처님 앞에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그 소년에게 말씀하셨다.
“소년이여! 너의 지극한 마음을 알았고, 너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너의 참회를 받아주겠노라. 앞으로는 너로 하여금 착한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해서 물러나는 일이 없게 하겠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비의(畀嶷)라고 하는 소년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직접 부처님 앞에서 좋지 못한 말과 뜻으로 세존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 온갖 비방을 가하며 괴롭히려고 하였다.
여래께서는 그의 말을 다 보고 들으시고는 비의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세상에서 큰 명절의 모임인 거무제(鋸無提) 날이 오면 그날 밤 너는 의복과 영락 및 가지가지 음식을 친척에게 주느냐?”
비의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줍니다.”
부처님께서 비의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그들이 네가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주는 그 물건은 누구에게 소속되겠느냐?”
비의가 대답하였다.
“그들이 받지 않으면 제가 도로 갖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비의야! 네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면전에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온갖 비방을 하며 갖가지 괴로움을 나에게 주지만 나는 그것을 받지 않노라. 비유컨대 세상 사람이 어떤 것을 줄 때 상대방이 받아 가지면 그는 주었다고 말하며, 또한 받아 가졌다고 말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보시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아니하면 그는 보시했다고는 말하나 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꾸짖고 성내며 구타하고 헐뜯는 것에 대하여 보복한다면 이는 주고받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꾸짖고 성내며 구타하고 헐뜯는 것에 대하여 참고 보복을 가하지 아니하면 이는 주긴 했지만 받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비의가 말하였다.
“구담(瞿曇)이시여! 저는 예전에 늙은 장로와 덕이 높은 이들이 모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부처님이신 무상지진등정각(無上至眞等正覺)을 면전에서 꾸짖더라도 그는 결코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다.’
지금 제가 욕설을 퍼붓는데도 부처님께선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냄이 있지 않는 이라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성을 내겠는가.
조화롭게 바른 생활 따르는 자는
성냄이 없다는 걸 너는 알아야 하리.
가령 성냄을 성냄으로 보복 않으면
그와 싸워도 이기기 어려우리니
만약 보복을 가하지 않는 이라면
그야말로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성내지 않음이 성냄을 이기고
착한 일 하는 것이 악함을 이기고
보시가 인색함과 탐냄을 이기며
진실한 말이 망령된 말을 이긴다네.
성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이는
항상 성현과 더불어 함께 하지만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는 이는
성냄을 쌓는 것이 산더미와 같으리.
성냄은 미친 말과 같나니
고삐로써 그것을 억제하려 하지만
고삐로 억제함은 견고하지 않으니
마음을 다스려야만 견고하다고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스스로를
훌륭히 다스리는 이라고 말하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7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기수 숲 밖의 맨 땅에서 거닐고 계셨는데, 당시 바라문 돌라사(突邏闍)는 몹시 성질이 나쁜 자로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면전에다 악담과 욕설을 퍼부으며 크게 성을 내고 온갖 훼방을 가하며, 부처님이 수치심을 느끼길 바랐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두 보고 들으시면서도 말없이 계셨다.
바라문 돌라사는 부처님께서 말씀이 없으시자 다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당신은 지금 말이 없으니, 나는 이미 당신이 졌음을 알았소.”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기고 지는 것 버린 자는
적멸하여 편안하게 잠잘 수 있으리.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이여! 저는 실로 잘못을 범했습니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하는 짓이 착하지 못했음을 지금은 저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면전에서 여래ㆍ아라가(阿羅呵)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에게 욕설을 퍼붓고 꾸짖으며 온갖 비방을 가하면서 갖가지로 괴롭히려고 하였으니, 너는 실로 어리석고 미혹되고 지혜가 없고 하는 짓이 착하지 못했도다.
나는 너를 따라 주기 때문에 너의 참회를 받아 주어서 너로 하여금 착한 법을 자라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법을 행하도록 하겠노라.”
부처님께서 참회를 받아 주시니, 바라문은 크게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7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그날 아침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는데, 그때 바라문 돌라사(突羅闍)가 멀리서 여래를 보고 달려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부처님 면전에다 욕설을 퍼붓고 세존을 비방하면서 갖가지로 괴롭혔으며, 또다시 흙을 움켜쥐고서 부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움켜쥐었던 흙은 바람이 불어와서 자신이 뒤집어쓰고 부처님을 더럽히지 못하였다.
그러자 여래께서는 그런 일을 보시고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냄 없는 사람에게 함부로 성을 내고
청정한 사람을 헐뜯고 비방하면
흙을 뿌리려다 자기가 도로 받는 것과 같으니
비유컨대 농부가 밭에 씨를 뿌려서
심은 그대로 그 수확을 얻듯이
이 사람도 반드시 그 과보를 얻으리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는 실로 잘못을 범했습니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하는 짓이 착하지 못했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ㆍ아라가ㆍ삼먁삼불타를 면전에서 헐뜯고 비방했으니, 너무나 어리석고 미혹되었다. 네가 말했듯이 나는 너를 불쌍히 여겨서 너의 참회를 받아 주는 것이니, 너로 하여금 착한 법에서 물러나지 않고, 그 착한 법이 자라나게 하겠노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허락을 받자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7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살라국(俱薩羅國)을 유행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오셨다.
당시 반려(返淚)라는 바라문은 세존께서 구살라국을 유행하시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사문 구담의 처소에 가서 그가 설한 것을 반대하겠다.’
바라문은 이런 생각을 갖고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때 세존께서는 수 천 억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하고 계셨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그 바라문이 오는 걸 보시고는 침묵한 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때 바라문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설법을 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설법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허물과 단점만 찾으려는 자는
그 의도가 트집만 잡으려는 데 있다.
너는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고
성냄과 지독한 분노만을 품었으니
모든 부처가 설한 법에 대해서는
결코 이해하거나 깨달을 수 없으리라.
법을 훌륭히 따르고 다툼을 여의며
아울러 믿지 않는 마음도 버리고
온갖 번뇌와 해침을 멀리 여의고
질투하는 생각도 멀리할 것이니
만약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너를 위해 법을 설해 주리라.
그때 바라문은 ‘사문 구담은 이미 나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즉시 일어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저는 실로 잘못을 범했습니다. 생각하는 바가 착하지 못했으니, 바라건대 저의 참회를 받아 주옵소서.”
세존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셔서 참회를 받아 주시자, 반려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7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무해(無害) 마납(摩納)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렸는데, 그 태도가 간곡하였다. 그는 두루 문안을 마친 뒤에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여! 저의 이름은 무해(無害)인데, 이 이름 때문에 해치는 일이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몸과 입과 뜻으로 전혀 해치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해라고 하였도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몸으로 해치는 짓 아니하고
입과 뜻도 역시 그러하나니
이 때문에 그대를 부르기를
무해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8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그날 아침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시다가 큰 바라문인 돌라사(突邏闍) 집에 들어가셨다.
그때 바라문은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다가 맛있는 음식을 가득 담아서 세존께 올리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다음날과 사흘째 날에도 차례로 걸식하시다가 바라문 돌라사의 집에 이르셨다.
그때 바라문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 머리 깎은 사문은 자주 걸식하러 와서 나를 예전부터 아는 것처럼 여기는구나.’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이 비를 자주자주 내리니
오곡은 자주자주 익어가듯이
도인이 자주자주 걸식할 때
단월(檀越)은 자주자주 보시하면
자주자주 천상에 태어나고
자주자주 그 과보를 받으리.
부녀자는 자주자주 임신하여
자주자주 자식을 낳을 것이고
자주자주 소 젖을 짜내어서
자주자주 소락(酥酪)을 얻으리.
자주자주 태어남을 받아서
자주자주 소멸하여 없어지고
자주자주 죽음에 도달해서
자주자주 슬퍼하고 괴로워하리.
또한 다시 자주자주 화장하여
자주자주 무덤에 묻히겠지만
후생의 길을 끊게 되면
이내 그치어서 자주자주 계속 태어나지 않으리.
만약 자주자주 태어나지 않으면
또한 자주자주 죽지 않을 것이며
자주자주 근심을 아니하면
또한 자주자주 곡을 하지 않으리라.
그때 바라문은
이 게송의 설법을 듣고 나자
마음에 최상의 신심이 일어나서
뛸 듯이 매우 기뻐하였다네.
즉시 세존의 발우를 가져다가
갖가지 음식을 가득 담아서
부처님께 올리려고 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셨으니
받지 아니하신 그 까닭은
법의 게송을 설하기 위한 것일세.
그때 바라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보시하는 음식은 여래께 올리려는 것인데, 세존께서 받으시지 않으시면 누구에게 줘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악마이든 범천이든 이 음식을 먹고서 법답게 소화시킬 만한 이를 나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음식은 마땅히 벌레가 없는 물속에 두거나, 벌레가 없는 풀 속에 두어야 한다.”
바라문은 부처님의 지시대로 그 음식을 벌레 없는 물속에 두었는데, 즉시 치열한 연기와 불꽃이 함께 일어나면서 물이 끓어올라 폭발하며 크게 터지는 소리가 났다.
바라문은 이러한 말을 하였다.
“사문 구담이 하시는 신통은 실로 희유하구나. 사소한 음식 속에서도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다니.”
바라문은 이런 일을 목격하자,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바라문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입혀지면서
문득 사문이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얻게 되었다.
이 족성자(族姓子)는 집을 집이 아니라고 믿고서 집을 떠나 도를 닦았는데, 밤낮으로 정진하여 생각을 올바로 하고 뜻[意]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뜻과 생각이 견고하여 할 일을 이미 이루고 깨끗한 행을 이미 성취해서 자신이 직접 증득하여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았으며, 아라한을 성취하여 마음이 훌륭히 해탈하였다.
8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사위성 안에 있는 바사타(婆私吒) 바라문의 딸이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 믿는 마음이 청정해서 삼보에 귀의했는데, 마음에 의혹을 품지 않고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아서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첫째 과위를 성취하여 법의 평등함을 보았다.
그녀의 남편은 바라문 성바지인 바라돌라사(婆羅突邏闍)였는데, 남편의 심부름을 하다가 발이 미끄러져서 땅에 넘어졌었다. 그녀는 땅에서 일어나 손을 모아 합장한 뒤 부처님 처소를 향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불타(佛陀)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시며,순금의 빛깔을 띠고 원만한 광명이 한 길이시고, 몸의 단정함이 마치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으시며, 설법하심이 제일이시고, 일곱 번째 성인으로서 해탈한 세상의 영웅이신 우리의 세존께 귀의하나이다.”
그러자 남편인 바라문은 부인의 그러한 말을 듣고 몹시 성을 내며 꾸짖었다.
“당신은 미친 전타라(栴陀羅)입니다. 누가 지금 이 어리석은 전타라를 위하여 방자한 짓을 하게 했는지, 당신처럼 하천한 이는 다시 없을 것이오. 당신은 3명(明)을 갖춘 큰 바라문에게는 공경을 하지 않고, 머리 깎고 여위고 검은 사람에게는 예경하는구려.
그 사문은 야나라연(耶那羅延)과 같은 몹쓸 인종인데 아주 찬탄하고 있으니, 당신이 그를 믿고 좋아하는 것이 그토록 깊고 두텁다면, 쯧쯧, 내가 지금 당신의 스승을 청하여 함께 변론해 보겠소.”
부인이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하늘이든 악마와 범천이든 어느 누구라도 부처님과 변론할 만한 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부인이 다시 말하였다.
“불타ㆍ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며, 순금의 빛깔을 띠고 둥근 광명이 한 길이시며, 몸의 단정함이 니구타 나무와 같고 설법하심이 제일이시며, 일곱 번째 성인으로서 해탈한 세상의 영웅이신 우리 세존께 귀의하나이다. 당신은 알아서 하십시오.”
그러자 바라문은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후에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물건을 쳐부수면 편히 잘 수 있으며
어떤 법을 제거하면 근심이 없게 되며
어떤 한 법이 능히 죽어 없어지게 합니까?
구담 사문은 나를 위해 말씀하소서.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여 대답하셨다.
성냄을 쳐부수면 편히 잘 수 있으며
성냄을 제거하면 근심이 없게 되리라.
성냄은 거짓된 친함으로 죽게 만드나니
마납은 반드시 이렇게 알아야 하리라.
성냄을 없앰은 성인도 칭찬하는 바이니
이를 능히 없애는 자는 아무 근심 없으리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바라문을 위하여 알맞게 설법하여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차례로 보시를 설하고 계율을 논하고 천상에 태어나는 것과 애욕은 부정한 것이라서 괴로움의 근본이니 애욕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란 걸 말씀해 주셨으며, 그리고 온갖 착하고 청정한 깨끗한 법을 널리 보여 주셨다.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뛸 듯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마납의 마음과 뜻이 부드러워지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여우처럼 의심하는 마음이 없어지자, 법의 그릇이 될 만한 것을 아시고 하나의 법을 말씀해서 이해하고 깨닫게 하셨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이신 고ㆍ집ㆍ멸ㆍ도의 네 가지 진리를 널리 말씀하셨다.
바라돌라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 희고 깨끗한 천이 염색을 쉽게 받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하고 온갖 법을 통달하여 법의 진제(眞際)를 얻어서
의심을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러 남을 따르지 않고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해탈하였습니다. 이제 불보(佛寶)와 법보(法寶)와 승보(僧寶)에 귀의하고자 하오며, 저의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우바새가 되어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서 무너지지 않는 신심을 얻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집에 돌아갔다.
부인은 남편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처님을 찬탄하는 걸 보고 말하였다.
“저의 스승은 그와 같사온데, 당신은 스승과 함께 말씀하셨습니까?”
남편이 부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세상에서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하늘이든 악마이든 범천이든 어느 누구라도 부처님과 변론할 만한 이를 보지 못했소.”
그리고는 다시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의 옷을 가져와 주시오.”
부인이 즉시 옷을 갖다 주자, 그는 옷을 갖고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불법 속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즉시 허락하시면서 한 비구에게 그를 득도시켜 출가시키라고 명령하셨다. 이미 출가한 그는 출가의 법대로 혼자서 부지런히 정진하였다. 그 밖의 것은 『바라돌라사경(婆羅突邏闍經)』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나아가서 그는 아라한을 성취해서 마음이 훌륭히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8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마가(摩佉)라고 하는 한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는 집에 한 사람이 오든, 세 사람이 오든, 많은 사람이 오든 모두에게 보시합니다. 구담이여! 제가 이렇게 보시를 행하는 것이 큰 복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참으로 큰 복을 얻나니, 한 사람에게 보시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보시한 것이
모두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의 복을 얻을 것이오.”
마거 바라문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제사하기를 좋아하고
보시하며 또 보시하는 까닭은
복덕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네.
나는 지금 모니(牟尼)께 묻사오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 세존께
범천제 등에 대해 묻겠습니다.
어찌하면 해탈을 얻을 수 있고
어찌하면 온갖 갈래[趣]에 이르고
어찌해야 범천과 같게 됩니까?
어떻게 하면 바른 예[正禮]를 짓고
또한 제사의 주재자가 되어서
범천에 태어나게 되고
수명이 끝없이 장수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제사를 베푸려고 할 적에는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며
보시한 뒤에는 언제나 착하니
그 착함 때문에 마음은 기쁘리라.
그 편안한 마음을 따라서 보시하면
온갖 허물을 여읠 수 있고
탐욕을 잘 제거하리니
탐욕을 올바로 끊은 것이 해탈이네.
자비를 닦음이 한량없으면
이를 구족한 제사라고 말하니
이내 마음도 구족함을 얻어서
좋은 갈래에도 태어나게 되리라.
그와 같이 제사하는 이는
바른 제사를 지낸다고 할 수 있으며
범천 위에 태어나게 되어서
수명이 아주 장구하리라.
이때에 마거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8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찰리바라비공(刹利波羅毘空)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곧 게송을 말하였다.
찰리는 온갖 고행의 법을 오래 닦았으니
결코 청정하다는 이름을 얻을 수 없으며
바라문은 3위타(圍陀:베다)를 읽었으니
이야말로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으리.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여 대답하셨다.
그대는 청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청정하지 못하네.
바라문이 부처님께 물었다.
“당신은 청정한 도를 말하고 또 위없는 청정을 말하는데, 무엇이 청정한 도이고 무엇이 위없는 청정입니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애욕의 진흙을 다 마르게 하고
또한 성냄과 어리석음 없애면
이를 위없는 청정이라고 말하네.
바른 소견과 바른 사유
바른 말과 바른 행위[業]
바른 생활과 바른 뜻
바른 생각[念]과 바른 선정
바라문이여! 이러한 것들을
바로 청정한 도라고 말하네.
자주자주 바른 관법 익히며
자주자주 바른 선정 닦아서
바른 선정을 더욱더 늘리면
탐욕을 아주 끊어 버리고
또한 성냄과 어리석음도 끊으리.
바라문이 말하였다.
“당신은 청정한 도를 말씀하셨고 또한 위없는 청정을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집안일에 얽매였으니 하직하고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렇게 하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첫 번째인 아수라와
비의와 두 번의 성내어 꾸짖음
반려와 무해(無害)
돌라사 바라문과 바사타의 딸
마거와 찰리바라비공 바라문
이렇게 모두 열 가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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