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64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1권

by Kay/케이 2024. 7. 27.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1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권

역자 미상

1. 초송(初誦) ①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미치라국(彌絺羅國) 암바라원(菴婆羅園)에 계셨다.
그때 선생(善生) 존자(尊者)가 비로소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족성자(族姓子)인 선생은 두 가지 단정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갖추었다. 첫째는 용모가 뛰어나고 타고난 자태가 특수한 것이며, 둘째는 능히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의를 걸친 것이다. 그리하여 세속 가문의 법은 마침내 무상으로 돌아간다는 걸 깊이 믿고서 집을 나와 도를 배웠으며, 그 결과 모든 번뇌를 없애고 무루법(無漏法)을 구족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을 얻음으로써 무위(無爲)를 몸소 체득하여 나고 죽음이 아주 끊어지고 깨끗한 행[梵行]을 이미 이루어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음이 늘 고요해서
욕심을 없애고 나고 죽음 여의었으며,
최후의 몸에 머물러서
악마의 군사를 능히 깨뜨리고
마음 닦아 모든 번뇌 끊었으니,
그의 단정함은 비할 데가 없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내용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는데, 그때 얼굴이 여위고 위덕이 없어 보이는 비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여러 비구들을 향하여 합장하고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비구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비구는 어찌하여 이처럼 얼굴이 여위고
위덕이 없을까?’
세존께서는 비구들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즉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저 비구가 나에게 예배한 것을 보았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저 비구에 대해 못났다는 생각을 두지 말라. 왜냐 하면, 저 비구는 할 일을 이미 마쳐서 아라한을 증득하였기 때문이니, 무거운 짐을 놓아 버리고 모든 결박을 없애서 올바른 해탈을 얻었노라.
따라서 너희들은 저 비구에 대해 경솔하게 비천하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니, 그대들은 반드시 나와 같이 알아 본 연후에야 그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를 함부로 헤아리면 이는 곧 자기에게 손해만 될 뿐이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공작이 좋은 빛깔로 몸을 장엄하였으나
기러기가 높이 나는 것만 못하나니
외적인 모습이 비록 아름답다 하여도
번뇌 끊은 공덕의 몸만은 못하리라.

지금 이 비구는 좋은 말[馬]과 같아서
마음의 행실을 능히 잘 조복하였으니,
애욕과 번뇌를 끊고 나고 죽음을 여의어서
최후의 몸을 받아 마군을 쳐부수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가란타(迦蘭陀) 죽림(竹林)에 계셨다.
그때 제바달다(提婆達多)가 4선정(禪定)을 얻고서 생각하였다.
‘이 마갈제국(摩竭提國)에서 누가 가장 훌륭할까?’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의 태자인 아사세(阿闍世)가 곧 왕위를 이어받을 것이니, 내가 이제 그 사람을 조복 받으면 이 나라의 백성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제바달다는 즉시 아사세의 처소로 가서 코끼리로 변화하여 문으로 들어갔다가 문 아닌 데로 나왔으며, 또 말[馬]로 변화하여 역시 그와 같이 했으며,
다시 사문(沙門)으로 변화하여 문으로 들어갔다가 허공을 날아서 나왔으며, 또 작은 아이로 변화하여 온갖 보배 영락으로 몸을 꾸민 뒤에 아사세의 무릎 위에 앉았다.
아사세는 그 아이를 안아서 입을 맞추었는데 침이 아이의 입 속에 들어갔다. 제바달다는 이양(利養)을 탐냈기 때문에 그 침을 즉시 삼켜 버렸다. 그리고 나서 제바달다는 작은 아이의 몸을 변화하여 본래의 몸으로 회복하였다.
아사세는 이런 일을 보고 나자 제바달다의 신통 변화가 세존보다 낫다는 삿된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아사세는 제바달다를 깊이 공경하고 믿으면서 날마다 5백 수레의 음식을 보내 주니, 제바달다는 그의 무리 5백 명과 함께 그 공양을 모두 받았다.
당시 많은 비구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는데, 밥먹기를 끝낸 뒤에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까 때가 되어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다가 원근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불러들여서 크게 공양을 베푸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제바달다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바달다는 반드시 그 이익으로 인해 상해(傷害)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파초가 열매를 맺으면 죽는 것과 같으니, 갈대와 대나무와 나귀가 새끼를 배는 것도 역시 그와 같도다.
제바달다가 이익을 얻는 것도 그와 다름없나니, 제바달다는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의리를 알지 못하니 오랫동안 고통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제바달다가 이익으로 인해 위해(危害)를 받는 걸 보면, 마땅히 탐내고 구하는 일을 버려야 하니, 자세히 관찰하여 반드시 이렇게 알아서 이익을 탐내지 말지어다.”
그리고는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파초는 열매 생기면 죽으니
갈대와 대나무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이익을 탐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니

반드시 자기를 손상시키느니라.

이 이익이라는 것은
손실과 감퇴를 초래할 뿐이니
어리석은 이는 이익만을 위하다가
착한 일을 능히 해치느니라.
마치 다라(多羅) 나무를 베면
다시는 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많은 비구들은 먹을 시간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때 비구들은 석자(釋子)인 상수(象首) 비구가 성 안에서 병들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부처님 처소로 돌아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는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 안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상수 비구가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상수 비구가 어느 곳에 태어나서 어떤 과보를 받는지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세 가지 잘못된 법만을 키우는 자는 죽으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노라. 무엇을 세 가지 잘못된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간탐과 우치와 성냄을 키우는 것이니, 지금 이 비구는 세 가지 잘못된 법을 범했기 때문에 비구들은 반드시 이 상수 비구가 지옥에 떨어졌다고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어서
간탐ㆍ성냄ㆍ어리석음을 이룬다면,
이 몸으로 스스로 악한 일을 지어서
도리어 자기를 해치게 되니
마치 파초가 열매를 맺어서
자기 몸을 스스로 해치는 것과 같네.

간탐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으면
이를 이름하여 지혜라고 말하며
자기 몸을 해치지 않는 자를
또한 이름하여 훌륭한 대장부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간탐ㆍ성냄ㆍ어리석음인
크나큰 환란을 반드시 끊어야 하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장로(長老) 난타(難陀)는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좋은 발우를 가졌는데, 교만한 마음으로 딴 사람들을 능멸하고 스스로 높은 체하면서, “나는 부처님의 아우며 부처님 이모의 아들이다”라고 으스댔다.
그래서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난타 비구는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청정한 발우를 갖고서 ‘나는 부처님의 아우며 부처님 이모의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교만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능멸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비구 한 명을 보내서 난타를 불러오도록 하셨다.
그러자 비구 한 명이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곳에 가서 난타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난타는 그 말씀을 듣자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좋은 발우를 갖고서, ‘나는 부처님의 아우며 부처님 이모의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남들에게 교만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사실이 있느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사실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부터는 그러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너는 마땅히 아련야(阿練若)를 좋아해서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 있어야 하며,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해야 한다. 만일 나의 아우이고 이모의 소생이라면, 마땅히 이런 일들을 닦아서 행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난타가 고행을 좋아하여
저 아련야 닦는 이처럼
무덤 사이에 앉고 걸식을 하며
산림의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애욕을 버리고 선정에 드는 것을
나는 언제나 볼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존자 난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설법을 잘하는 이 중에서도 난타 비구가 가장 제일이며, 얼굴과 풍채가 단정한 귀족의 아들 중에서도 난타 비구가 가장 제일이며, 치성한 욕망을 능히 버리는 일도 난타 비구가 가장 제일이며, 모든 감관을 잘 껴잡아서 음식에 대한 조절도 잘하며, 초저녁과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아서 수행의 염(念)과 깨달음의 뜻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일도 난타 비구가 가장 제일이다.
무엇을 난타 비구가 모든 감관을 잘 껴잡는 것이라고 하는가?
그는 색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에 집착하지 않나니, 이를 난타가 모든 감관을 잘 껴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난타 비구가 음식에 대한 조절을 잘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그가 먹는 음식은 굶주림을 그치기 위한 것일 뿐 몸과 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정한 행을 닦기 위한 것이니,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마치 수레에 기름치는 것과 같다. 또 몸의 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일 뿐 몸의 기력을 살찌우고 단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 이를 난타가 음식에 대한 조절을 잘한다고 말한 것이다.
무엇을 난타 비구가 초저녁과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는 것이라고 하는가?
낮에는 경행(經行)하고 밤에는 좌선함으로써 번뇌에 가리우고 덮인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니, 초저녁에 발을 씻고 나서 올바른 자세로 단정히 앉아 통일된 생각을 현전해서 선정에 들며, 초저녁이 끝나고 또 밤중이 되면 오른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발과 발을 서로 포개어 통일된 마음을 밝혀서 염(念)을 닦고 뜻을 깨달으며, 새벽 일찍이 올바른 자세로 단정하게 앉아서 통일된 생각을 현전하니, 이것이 난타가 초저녁이나 새벽에 전일한 마음으로 도를 행하는 것이 한결같은 것이다.
족성자(族姓子)들이여! 난타는 최상의 염(念)과 깨달음을 얻었다.
난타 비구는 마음을 단속하여 흐트러뜨리지 않아서 동쪽을 똑바로 관찰하고, 남쪽ㆍ서쪽ㆍ북쪽도 역시 그와 같이 했으며, 마음을 단속하여 관찰함으로써 착란이 없게 하였으며, 괴로움의 느낌[苦受]과 즐거움의 느낌[樂受]과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느낌[不苦不樂受]에 대해서도 모두 그 연기(緣起)를 알아서 모든 느낌에 대한 생김과 사라짐, 멀고 가까운 인연을 알았으며, 또 모든 상념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인연을 알았으며, 또 모든 지각의 머묾과 생김과 사라지는 인연을 알았으니,
그대 비구들은 마땅히 이를 배워서 모든 감관을 수호하고 껴잡아서 음식의 양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며, 초저녁에나 밤중에나 새벽에도 부지런히 닦고 익혀서 최상의 염(念)과 깨달음 닦기를 마땅히 난타와 같이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들로 하여금 난타 비구가 닦는 행을 배우게 하겠다. 가령 비구로서 닦는 바의 행이 있다면 마치 난타처럼 해야 하니, 내 이제 그대들이 그를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감관을 잘 껴잡은 이라면
통일된 생각으로 음식을 조절할 수 있으리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슬기로운 사람이라서
마음이 일어나는 바탕[體]과 모습[相]을 잘 아노라.
나는 난타를 그런 사람이라고 찬탄하나니
그대들은 그를 마땅히 배워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질사(窒師)로서 부처님 고모의 아들이었다. 그는 부처님을 믿고서 항상 교만한 마음으로 장로와 덕이 있는 비구들을 존경하지 않았으며,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이 항상 말을 많이 하였으며, 여러 비구들 중에서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이가 있으면 금방 성을 내었다.
그래서 비구들은 그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부처님 처소에 나가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예배한 후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질사 비구는 항상 교만하면서 스스로 ‘나는 바로 부처님 고모의 아들이다’라고 하며 다른 장로 비구들을 업신여겼으며, 항상 말을 많이 하면서 다른 비구들이 말을 별로 하지 않으면 금방 성을 냅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가서 저 질사 비구를 불러오너라.”
비구들이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가서 질사 비구를 불렀다.
질사는 분부를 받자마자 즉시 부처님 처소로 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질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모든 장로 비구들을 볼 때도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으며,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이 없이 혼자만 말을 많이 하였으며, 비구들이 말을 별로 하지 않으면 금방 성을 낸다고 하니, 정말 그렇게 하였느냐?”
질사 비구가 아뢰었다.
“사실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질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내 고모의 아들이라면 마땅히 덕이 높은 장로와 여러 비구들에게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이 있어서 마땅히 스스로 말을 적게 해야 하며, 남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마땅히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늘 착한 일 닦고 성내지 말 것이니
만일 성을 내면 착하지 못하다 하리.
질사야, 너는 지금 나의 처소에서
마땅히 성냄과 교만을 끊어야 하느니라.
착한 일을 행하고 깨끗한 행을 닦아야 하니
만약 이렇게만 한다면 나는 기뻐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비사가(毘舍佉) 사문(沙門) 반사라자(般闍羅子)가 강당에다 비구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는데, 그 말씨가 원만하고 말하는 바가 막힘 없어서 능히 듣는 대중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싫증나지 않게 해서 즉시 깨달아 이해하게 하였다.
여러 비구들도 그의 설법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잘 받아들였으며, 공양하고 공경하면서 전일한 마음과 뜻으로 그의 설법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익이나 명예를 위하지 않고 이치에 맞는 변재로써 끊임없이 듣는 이로 하여금 잘 명심해서 잊어버리지 않게 하였다. 그때 모였던 대중들은 모두 이와 같이 들었다.
비구들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사가 비구 반사라자가 강당에서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하는데, 이익이나 명예나 칭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치에 알맞은 변재로 끊임없이 설법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잘 명심해서 잊어버리지 않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가서 저 비사가 반사라자를 불러오너라.”
비구들은 지시를 받고 가서 비사가를 불렀다.
비사가는 분부를 듣자마자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비사가에게 물으셨다.
“네가 강당에다 비구들을 모아 놓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으며, 나아가 비구들로 하여금 지극한 마음으로 들고서 받아들이게 했다는데, 그러한 사실이 있느냐?”
비사가는 대답하였다.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잘했도다, 비사가야! 너는 비구들을 강당에다 모아 놓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으며, 또 이익이나 명예를 위하지 않고 원만한 말솜씨로 듣는 이를 기쁘게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이도록 하였도다.
너는 지금부터 항상 그와 같이 설법해서 널리 이익되게 하거라.
그리고 비구들은 많든 적든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행해야 하나니, 첫째는 반드시 법의 요체를 설하는 것이며, 둘째는 설할 것이 없으면 마땅히 침묵하고서 딴 세속의 일들을 논하거나 설하지 않는 것이다.
그대들은 이제 경솔히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침묵은 큰 이익이 있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대중들 속에는
어리석은 이와 슬기로운 이가 함께 모였나니
만약 연설하는 바가 없으면
사람들이 분별하여 알지 못하고
만일 드러내어 설하는 바가 있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분별하여 아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지금부터
항상 법의 요체를 설해야 하나니
법의 횃불을 환히 밝혀서
성인의 깃발을 높이 세우라.

모든 아라한들은
누구나 미묘한 법으로 깃발을 삼으며
모든 선인(仙人)들과 훌륭한 사람들은
착한 말로써 깃발을 삼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때마침 여러 비구들이 강당 안에 모여서 제각기 의복을 만들고 있었다.
그 중 나이 젊은 비구는 집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구족계를 막 받았는데, 대중 속에 앉아 있으면서 승의(僧衣)를 만들지 않았다.
다른 비구들은 옷을 다 만들자,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들은 강당 안에서 의복을 만들고 있었사온데, 이 나이 젊은 비구는 대중 속에 앉아 있으면서도 대중들을 위하여 의복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이 젊은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대중 스님들을 도와서 옷을 짓지 않았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힘이 닿는 대로 스님들을 위하여 일을 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나이 젊은 비구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싫어하지 말라. 저 비구는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아라한이 되어,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무거운 짐을 벗어 버렸으며, 바른 지혜를 얻어서 마음이 해탈되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의 열반법은
게으르고 지혜 없는
저 사람들이 끝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마치 좋은 말[馬]과 같은
훌륭한 대장부야말로
애욕의 결박 끊어 없애고
모든 번뇌 다 없애리니

4취(取)를 제거하여
열반을 잘 얻어서
마군을 능히 부수고
최후의 몸에 머무르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면서 받들어 행했다.

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그 이름이 장로(長老)인 비구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방에 혼자 있으면서 홀로 머무는 것을 찬탄하였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장로 비구는 혼자 있고 혼자 다니며 혼자 앉는 것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그 장로 비구를 불러오너라.”
한 비구가 장로 비구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장로 비구는 그 분부를 듣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혼자 있으면서 혼자 앉고 혼자 다니는 법을 찬탄했느냐?”
장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찬탄하느냐?”
장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진실로 혼자 마을에 들어갔다가 혼자 나와서 혼자 앉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또 다른 홀로 있음이 있으니, 그대를 이긴 홀로 있음이다. 무엇이 그런 홀로 있음인가? 욕망의 근본이 마르고 없어져서 미래의 애욕도 생기지 않고 현재의 애욕도 생기지 않는 것이니, 이를 바라문이라고 말하며, 나와 내 것이 없고 의혹과 결박을 끊어서 온갖 취입(趣入)을 멀리 여의고 번뇌를 없앤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세간의 것을
내가 모두 아노니
일체를 다 버려서
온갖 애욕의 결박이 다하면
그와 같은 수승한 법을
홀로 있는 것이라 말하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장로 승겸(僧鉗)이 교살라국(驕薩羅國)으로부터 유행(遊行)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도착하였다.
그때 본이(本二)라는 사람이 승겸이 사위국에 왔다는 것을 알고는 옷을 입고 갖가지 패물로 장식한 뒤에 아들을 데리고서 승겸의 방에 왔었다.
마침 존자 승겸은 맨 땅에서 거닐고 있었는데, 본이는 존자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나의 아들이 어려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와서 존자님을 뵙는 겁니다. 비록 서로 보신다 하여도 함께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본이는 이 말을 두세 번 되풀이하였다.
존자 승겸은 비록 그를 상대하였지만 끝내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다.
본이가 말하였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뵙는데도 나에게, ‘이 아이는 당신의 아들이니 당신 스스로 길러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구나.”
그리고는 승겸이 거닐고 있는 길에 그냥 버려 두고서 멀리 떨어져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존자는 역시 아들과도 함께 말하지 않았다.
본이는 다시 스스로 생각했다.
‘이 사문이야말로 해탈을 잘 얻었다. 능히 애욕의 결박을 끊었으니, 저 거룩한 이의 끊은 바를 다 얻어야겠다.’
그러나 바라는 바를 만족하지 못하자, 도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인간의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하늘 귀로써 승겸과 본이가 한 말을 모두 들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는 걸 보아도 기뻐하지 않고
가는 걸 보아도 근심하지 않으니
애욕을 버린 이야말로
최상의 바라문이네.

올 때에도 기뻐하지 않고
갈 적에도 근심하지 않으니
더러움을 여읜 청정한 행이야말로
슬기로운 바라문이라 말하리.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선생(善生)과 얼굴 못난 이
제바달다와 그리고 상수(象首) 비구
두 번의 난타와 질사 비구
반사라와 소년
장로 그리고 승겸

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선인(仙人)의 산중에 계셨다.
당시 존자 아난(阿難)은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말없이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예전에 세 가지 향을 말씀하셨는데, 이른바 뿌리의 향ㆍ줄기의 향ㆍ꽃의 향으로서 모든 향이 이 세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따르면 향기가 풍기지만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는다.’
아난 존자는 이렇게 생각한 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까 조용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말없이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뿌리ㆍ줄기ㆍ꽃의 향은 온갖 향 중에서 최상이지만, 그 향기는 바람을 따르면 풍기고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는다.’
세존이시여! 바람을 따르든 바람을 거스르든 모두 향기를 풍길 수 있는 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물론 있다. 세상에는 바람을 따르든 거스르든 좋은 향기를 풍기는 향이 있다. 무엇이 그런 향인가? 가령 마을과 성읍의 남자나 여인이 죽이지 않고, 도둑질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수행을 닦으면 천자나 천안(天眼)을 얻은 이가 모두 그를 칭찬하는 것이니, 저 성읍이나 마을에 있는 남자나 여인이 5계(戒)를 잘 지닌다면, 이러한 계율의 향은 바람을 따르든 거스르든 모두 향기를 풍긴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단향과 침수향 등의
뿌리ㆍ줄기ㆍ꽃ㆍ잎의 향들은
바람을 따르면 향기가 풍기고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지만

계(戒)의 향을 지닌 장부야말로
그 꽃다운 향이 세계에 두루하고
그 이름이 시방에 가득 퍼져서
따르고 거스름에 상관 없이 향기를 풍기네.

전단향과 그리고 침수향
우발라(優鉢羅)와 발사(拔師)와 같은
그러한 향들은 아주 열등하여서
계를 지닌 향만 못하니
이러한 가지가지 향들은
그 향기가 멀리 가지 못하네.

그러나 계의 향은 시방에 퍼져서
모든 하늘의 향보다 뛰어나니
이와 같은 청정한 계의 향은
방일하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삼네.

무루법(無漏法)에 편히 머물러서
바른 지혜로 해탈을 얻었기 때문에
뭇 악마가 비록 노리려고 하나
그 방향이나 처소를 알 수가 없다네.

이를 안일(安逸)의 도라고 말하니
이 도야말로 가장 청정하여서
온갖 취향(趣向)을 영원히 여의어
6취(趣)를 모두 벗어났네.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摩竭提國)에 유행하면서 천 명의 비구와 함께 계셨다.

그 비구들은 예전에 모두 바라문이었는데, 나이 많고 덕이 있는 이로서 아라한을 성취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졌고, 모든 결박을 끊고 할 일을 다 마쳐서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고 자기의 이익을 얻은 이들이었다.
여래께서 사사림(祠祀林) 속에 있는 천사(天寺)에 가서 머무시니,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부처님께서 저 사사림 숲 속에 오셨다는 말씀을 듣자, 즉시 기마부대 1만 8천 명과 천자의 수레, 일반 수레 1만 2천 대, 바라문과 거사(居士) 수천억만에 앞뒤로 둘러싸여서 부처님 처소에 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른 후에는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버리고 자신의 치장을 풀고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바로 마갈제국의 왕 빈바사라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스스로 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마갈제국의 빈바사라여.”
빈바사라왕이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자, 마갈제국의 모든 바라문과 장자(長者)들도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각기 자리에 앉았다. 앉아 있는 무리들 중에는 손을 드는 이도 있었고, 혹은 말 없이 앉아 있는 이도 있었다.
그때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이 부처님 처소에 앉아 있었는데, 마갈제국의 사람들은 모두 의심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이 중에서 부처님이 스승인가, 우루빈라가섭이 스승인가?’
그러자 세존께서는 마갈제국 사람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우루빈라가섭에게 물으셨다.

너는 우루(優樓)의 처소에서
오랫동안 불을 섬기는 법을 닦았는데
이제 어떠한 인연으로
갑자기 그 일을 버렸는가?

우루빈라가섭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제가 예전에 불을 섬길 적에는
좋은 맛과 5욕(欲)의 대상을
탐내고 즐겼지만
이는 모두 더러운 일이옵기에
불을 섬기며 제사하는 그 법을
모두 다 놓아 버렸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5욕락과 빛깔과 맛을
더 이상 즐기지 않음을 알고 있노라.
너는 현재 믿고 좋아하는 것을
인간과 천상을 위해 말할지어다.

존자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예전에 너무나 어리석어서
지극히 참된 법을 알지 못하고
불에 제사하는 고행을
해탈의 원인이라고 여겼습니다.

마치 날 때부터 눈 먼 이와 같아서
해탈의 도를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사람 중의 위대한 용을 만나니
저에게 올바로 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무위(無爲)의 바르고 참된 자취로써
일체를 이익케 하시면서
잘 다루어 해탈케 하심을
오늘에야 비로소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참된 진리[眞諦]를 보여 주셔서
생명이 있는 모든 종류들로 하여금
누구나 지혜 광명을 보게 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잘 와서
구할 일을 이미 얻었도다.
너는 훌륭히 생각하는 힘이 있어서
가장 뛰어난 법을 능히 분별하누나.

대중들의 깊은 마음을
너는 지금 반드시 관찰하여서
그들에게 신통변화를 나타냄으로써
그들이 존경하고 믿게 할지어다.

존자 우루빈라가섭은 즉시 정(定)에 들어 모든 신통을 일으켜서 몸이 허공에 올라서 앉고 눕고 거닐었다. 즉, 동쪽에서 다니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四威儀]를 나타냈는데, 몸 위에서 물이 나오고 몸 아래에서 불이 나오다가 다시 몸 아래에서 물이 나오고 몸 위에서 불이 나오게 했으며, 화광(火光)삼매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빛깔과 광채를 내었다. 동쪽에서 이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똑같이 했는데, 신통을 다 나타낸 후에는 부처님 앞에 서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서 말하였다.
“위대한 성인이신 세존은 저희들의 스승이니, 저는 지금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너는 나에게 배웠으니 바로 나의 제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명령하셨다.

“너의 자리에 돌아가 앉아라.”
그때 마갈제국의 빈바사라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迦蘭陀)의 죽림(竹林)에 계실 때였다.
당시 역사(力士)의 아들인 타표(陀驃) 비구가 있었는데, 세존께서는 타표 비구에게 스님들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라고 분부하셨다. 타표 비구는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서 일을 맡아 보고 있었다.
그 후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미다구(彌多求)였다. 반드시 대중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 공양 청장을 받게 되어 있었으므로 타표 비구는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 미다구 비구를 보내서 공양을 베푸는 곳에 가서 공양청을 받도록 하였는데, 미다구 비구가 갈 때는 공양을 마련한 음식이 변변치 못하였다.
이런 일이 두세 번이나 되자 미다구는 스스로 섭섭히 여기면서 매우 괴로워하다가 그의 누님인 미다라(彌多羅) 비구니에게 타표 비구가 보내는 인연마다 매양 음식이 변변치 못하여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하면서 곧 미다라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누님! 타표 비구가 세 번이나 나쁜 음식으로 나를 괴롭히는데, 누님은 어찌하여 나를 위해 온갖 방편을 베풀어서 이 원한을 갚아 주지 않습니까?”
미다라 비구니가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느냐?”
미다구 비구가 말하였다.
“누님이 꾀를 내어 부처님 처소에 가서 타표 비구가 전날 나에게 청정치 못한 행을 했다고 하시오. 나는 정말 그런 짓을 했다고 증언하겠습니다.”
미다라 비구니가 말하였다.
“내가 어찌 계행이 깨끗한 사람을 훼방한단 말이냐?”
미다구가 말하였다.
“누님이여! 누님이 나를 위해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누님과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 비구니가 말하였다.
“너의 뜻이 꼭 그렇다면 너의 말대로 해 보겠다.”
미다구 비구가 말하였다.
“누님! 내가 지금 먼저 갈 테니, 누님은 뒤에 오시오.”

미다구 비구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미다라 비구니도 뒤이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역사의 아들인 타표는 어찌하여 저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까?”
미다구 비구가 옆에 있다가 말하였다.
“정말 그런 짓을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타표 비구는 대중 속에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타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었느냐?”
그러자 타표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저를 아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타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렇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러한 일을 했으면, 마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며, 만약 하지 않았으면, 마땅히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타표 비구가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실로 그런 일이 기억에 없습니다.”
그때 라후라(羅睺羅)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타표 비구는 미다라 비구니와 함께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미다구 비구가 ‘타표 비구가 미다라 비구니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으니, 타표 비구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저 미다라 비구니가 너를 무고하기를, ‘라후라가 지금 나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였다’고 하고, 미다구 비구도 ‘정말로 라후라가 저 미다라 비구니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걸 내가 보았다’고 증언한다면, 너는 어떻게 말하겠느냐?”
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무고를 당한다면 오직 바가바(婆伽婆)께서 스스로 저를 증명하여 아실 것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오히려 그런 걸 알고 있거늘 하물며 그는 청정하여 범한 바가 없는데, 어찌 그렇게 말할 줄 모르겠느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타표 비구를 위하여 기억에 대한 갈마(羯磨)를 해야 할 것이니,
미다라 비구니는 스스로 말했기 때문에 배척해야 한다.”
비구들은 부처님의 지시를 받자, 미다구 비구에게 엄하게 따지면서 물었다.
“타표 비구가 미다라 비구니와 함께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어느 곳에서 보았는가? 혼자 보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보았는가?”
이렇게 따지고 묻자, 미다구 비구는 능히 대답하질 못하고 마침내 무고로 비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표 비구는 저번에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서 저로 하여금 공양청을 받게 했는데 세 번이나 변변치 못한 음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에 그러한 비방을 한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정실(靜室)에서 나오셔서 대중 앞에 자리를 정하고 앉으셨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타표 비구를 위하여 기억에 대한 갈마를 마쳤으며, 또 미다라 비구니를 배척하는 일을 끝냈으며, 미다구에게 물어서 그것이 비방임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허망한 말을
만약 하게 된다면
후세를 망치는 것이라서
나쁜 일 하지 않음이 없으리.

차라리 이 몸으로써
뜨거운 쇳덩이를 삼킬지언정
계율을 깨뜨린 몸으로는
깨끗하고 신뢰하는 시주는 받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타표 비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대중 속에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열반에 들고자 하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열반할 것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이렇게 세 번을 간청하자, 부처님께서 타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열반에 드는 것을 막지 않겠다.”
그러자 타표 비구는 여래 앞에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면서
몸을 허공에 솟구치고는 곧 동쪽에서 네 가지 위의와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갖가지 빛깔을 나타냈으며, 혹은 물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불 덩이를 나타내기도 했으며, 몸 위에서는 물을 내다가 몸 아래서는 불을 내고, 몸 위에서 불을 내다가 몸 아래서 물을 내기도 했으며, 혹은 커다란 몸이 허공에 가득 차는 걸 나타내기도 하고 작게 나타내기도 했으며, 물 밟기를 땅과 같이 하고 땅 밟기를 물과 같이 했으니, 남쪽과 서쪽과 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이렇게 한 후에 즉시 허공에서 화광(火光)삼매에 들어갔는데, 불꽃이 치열하기가 큰 불덩이와 같아서 즉시 열반에 들되, 남은 재도 없는 것이 마치 소(蘇)의 기름이 일시에 녹아 버린 것과 같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망치로 쳐서 불꽃이 튀면
이내 흩어져 사라지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듯이

바른 해탈을 얻음도
역시 그와 같아서
번뇌와 모든 애욕의
진흙에서 이미 벗어났기에
그가 어느 방향과 처소로
가는지를 알 수 없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에서 도하(桃河) 나무 숲을 유행하며 교화하고 계셨다.
방목(放牧)하는 사람을 보셨는데, 그가 말하였다.
“이 숲 속에는 앙굴마라(鴦堀魔羅)라는 도적이 있어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방목하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저 도적은 해치지 못할 수도 있느니라.”
그리고는 즉시 앞으로 나아가시다가 다시 방목하는 사람을 보셨는데, 그 사람 역시 똑같은 말을 하였다.
부처님도 저번과 같이 대답하셨으며, 세 번째 사람을 만났을 때도 부처님은 ‘저 나쁜 사람이 해치지 못하리라’ 하셨다.
부처님께서 숲 속에 이르자, 앙굴마라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모습을 보고는 왼손으로는 칼집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칼을 빼어들고 달려왔다. 그는 비록 빨리 달려오고 여래께서는 천천히 걷고 있었지만 도저히 따를 수가 없었다. 앙굴마라는 달리다가 지친 나머지 부처님께 말하였다.

“거기 머물러 있으시오, 사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항상 머무르고 있건만, 그대는 스스로 머무르지 못하는구나.”
앙굴마라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은 걷기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나는 항상 머문다”고 말하고 있으며
나야말로 지금 스스로 머무르고 있는데
지금 나더러 안 멈춘다고 하니
어찌하여 그대만은 머무른다 하고
나더러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러자 세존께서도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중생에 대해서
칼 따위로 해치는 걸 오래 전에 버렸지만
그대는 중생들을 괴롭히면서도
그 악업(惡業)을 버리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는 머무른다 말하고
그대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세.

나는 형상 있는 온갖 무리에게
악독하게 해치는 짓을 버렸지만
그대는 악업을 그치지 않고서
항상 좋지 못한 행동만 지으니
그러므로 나는 머무른다 말하고
그대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세.

나는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괴롭히고 온갖 해치는 짓을 버렸지만
그대는 생명 있는 것을 해치면서
암흑의 업을 없애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는 머무른다 말하고
그대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세.

나는 바른 법을 좋아하여
마음 껴잡고서 방일하지 않는데
그대는 네 가지 진리를 보지 못하고
일체에 머물지 못하고 있으니
그러므로 나는 머무른다 말하고
그대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세.

앙굴마라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광야에서 살면서
아직까지 이런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바가바(婆伽婆)께서 여기에 오셔서
나에게 착한 법을 보여 주셨네.

나는 오랫동안 나쁜짓만 했으나
오늘에야 모두 다 버리고 여의어서
이제는 당신의 말씀에 귀를 기울려
법을 따르면서 모든 악을 끊겠습니다.

칼을 칼집 속에 넣은 채로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리고
즉시 머리 숙여 예배하면서
세존에게 목숨 바쳐 귀의하니
믿는 마음 치열하고 날카롭기에
발심하여 출가하길 구하였네.

부처님께서는 대자비심 일으켜서
온 세상 이익케 하시려고
“너 잘 왔도다”라고 말씀하시니
문득 사문이 되었다네.

그때 앙굴마라 족성자(族姓子)는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지면서 이미 출가하게 되었으니,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마음을 방일케 하지 않고 전일하게 도를 행하면서 부지런히 정진을 닦았다.
능히 전일하게 정진함으로써
마음의 정념(正念)을 껴잡고 위없는 깨끗한 행[梵行]을 닦아서 온갖 괴로움을 다하였다. 그리하여 현재의 법에서 스스로 몸소 증득하여 자기의 법을 분명히 앎으로써 나의 태어남은 이미 다하였고, 깨끗한 행도 이루었으며, 할 일도 다 마쳐서 후생의 몸을 받지 않을 걸 스스로 알았다.
마침내 존자 무해(無害:앙굴마라)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서 해탈의 낙을 얻었으므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본시 무해(無害)라는 이름이나
나중에 크게 해치는 이 되었나니
내 이제야 그 이름이 진실이 되어
정말로 해침 없는 이가 되었네.

나는 지금 몸으로도 해침을 여의었고
입과 뜻도 역시 그렇게 함으로써
마침내 남들을 해치지 않게 되엇으니
이야말로 진정한 무해(無害)라 이름하네.

나는 본래 온몸에 피를 발랐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앙굴마라라고 한 것이지만
이제 세찬 물에 씻겨져 내려갔으니
이 때문에 부처님께 귀의하였네.

귀의하자 구족계(具足戒)를 얻고서
즉시 3명(明)을 얻게 되었으니
부처님의 교법을 갖추어 알아서
받들고 따르면서 닦아 행하였네.

세상에서 다스리고 통제하는[調御] 자들은
칼과 곤장으로 치고 다스리며
쇠 갈고리와 채찍과 고삐와
갖가지 회초리로 다스리지만

위대하게 다스리는 세존께서는
악한 모든 법을 버리고 여의셔서
칼과 곤장으로 치는 것도 버리시니
참으로 바르게 조어(調御)하는 분이시네.

물을 건너려면 배와 다리를 이용해야 하고
화살을 바르게 하려면 불로 다루어야 하는데
장인들은 자귀와 도끼로 다듬지만
슬기로운 이는 지혜로써 다스리네.

어떤 사람이 먼저 악을 짓다가도
나중에는 그쳐서 다시 짓지 않으면
이야말로 세간을 두루 비추는 것이
구름이 사라진 달과 같으리.

어떤 사람이 먼저 방일하다가도
나중에는 그쳐서 방일하지 않으면
바른 생각으로 가시의 독 빼내어서
전일한 마음으로 저 언덕에 이르리.

악한 업을 이미 짓고 나면
반드시 나쁜 갈래[惡趣]에 떨어져야 하지만
부처님께서 나의 죄악 없애시어서
나쁜 업을 벗어나게 되었네.

모든 사람 나의 말을 들으면
누구나 원한의 마음 없애고
마땅히 인내와 청정한 눈으로 보아야 하니
부처님께서는 다툼 없음이 으뜸이라 말씀하셨네.

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날도 밝지 않은 새벽녘에 강가에 가서 의복을 벗어 한쪽에 개어둔 뒤에 강에 들어가 목욕하고는 알몸으로 물 밖에 나와 강 언덕 위에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천자가 광명을 놓아 강 언덕을 비추면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집을 떠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건장하고 머리털도 좋은데 어찌하여 5욕락을 누리지 않고 때 아닌 출가(出家)를 하였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집을 떠난 것이 바로 그 때로서 때 아님[非時]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천자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무엇을 ‘집을 떠난 것이 바로 그 때로서 때 아님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합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 세존께서는, ‘5욕은 바로 때[時]이며, 부처님 법은 때가 아니다[非時]’라고 하셨습니다. 5욕락의 맛은 조금만 맛보아도 그 환란이 더욱 늘어나서 근심 걱정이 모이는 것이지만, 우리 부처님 법에서는 현재의 몸으로 증득하게 되어서 온갖 치열한 번뇌가 없으며, 모든 하는 일에 대해서도 시일을 살피지 않고 미세한 작은 인연을 심을지라도 크나큰 과보를 얻습니다.”
천자가 또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어찌하여 5욕락은 바로 때라고 말씀하셨으며, 어찌하여 불법은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나는 나이가 어리고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배운 기간도 일천[淺]한데 어떻게 여래의 지극히 참되고 광대한 깊은 뜻을 말하겠습니까?
바가바께서 지금 근처의 가란타 죽림에 계시니, 그대가 직접 가서 그 의심되는 것을 물으시오.”
“지금 부처님을 모시고 따르는 큰 위덕이 있는 천신(天神)들이 좌우에 잔뜩 모여 있어서 나처럼 못난 이는 뵈올 수 없습니다. 이제 당신이 세존을 뵙고 아뢰어서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허락해 주신다면, 내가 그곳에 나가 의심되는 바를 묻겠습니다.”
“그대가 만일 찾아 뵙겠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세존께 여쭙겠습니다.”
“나도 당신을 따라서 세존의 처소에 가겠습니다.”
비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한쪽에 서서 천자가 묻는 말대로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름과 물질[名色]에서 생긴 모습을
이른바 진실로 있는 것[有]이라 여긴다면
반드시 알라. 그와 같은 사람은

죽음의 길에 속해 있다고 말하리.

만약 이름과 물질에 대해서
본래 공(空)하여 성품이 없다고 알아채면
이야말로 부처님을 존경한다고 이름하는 것이니
온갖 갈래를 영원히 벗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천인(天人)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이해했는가, 이해하지 못했는가?”
천자가 대답하였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잘났다는 교만과 동등하다는 교만
그리고 나만 못하다는 교만이 있으니
이러한 세 가지 교만이 있으면
갖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세 가지 교만을 없애면
이를 이름하여 움직이지 않는 상념[不動想]이라 하리.

부처님께서 천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해했는가, 이해하지 못했는가?”
천자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애욕과 이름과 물질을 끊어 버리고
세 가지 교만을 없애 버려서
온갖 욕망에 저촉하지 않고
성내는 마음까지 없애서
모든 독의 뿌리 뽑아 내면
갖가지 상념과 바라는 욕망 없어지리니
능히 그와 같이 할 수 있는 자는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리라.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이해했습니다.”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맑은 새벽에 강가에 가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한 뒤 언덕 위로 나와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천자가 강 언덕에 광명을 비추면서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여! 이것은 소굴(巢窟)로서 밤에는 연기가 나오고 낮에는 불이 탑니다. 어떤 바라문이 이 일을 보고서 그 소굴을 깨뜨린 뒤 땅을 파 보았는데, 그때 어떤 슬기로운 사람이 바라문에게 말했습니다.
‘칼로써 땅을 팠더니 거북 한 마리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말했습니다.
‘그 거북을 잡아 오고 다시 땅을 파 보라.’
슬기로운 사람이 말했습니다.
‘독사 한 마리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다시 잡아 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땅을 또 파 보시오.’
‘살덩이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끄집어 내게 한 뒤 또 땅을 파 보라고 말했습니다.
‘칼 집[舍]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이것은 칼집이니 파서 가져 오라.’
그러고 나서 또 땅을 파 보라고 말했습니다.
‘능지망(楞祗芒)인 독벌레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파서 가져 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또 땅을 파 보라.’
‘두 길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라문은 또 파서 가져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다시 땅을 파 보라.’
‘돌무더기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또 말했습니다.
‘그 돌을 꺼내고서 다시 땅을 파 보라.’
‘용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말했습니다.
‘용을 괴롭히지 말고 즉시 그 용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천자가 비구에게 덧붙였다.
“나의 말을 잊지 말고 부처님께 여쭈셔야 하며, 부처님께 하시는 말씀은 지성껏 기억하셔야 합니다. 왜냐 하면, 나는 하늘이든 악마든 범천이든 그것을 잘 분별하는 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부처님이나 성문(聲聞) 제자인 비구를 제외하고는 이런 질문에 대해 설명하질 못합니다.”
그리하여 비구는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천인에게 들은 말을 부처님에게 갖추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소굴로서 밤에는 연기가 나오고 낮에는 불이 타는 것이 무엇이며, 바라문은 무엇이고 슬기로운 사람은 무엇이옵니까? 또 칼은 무엇이고 땅을 파는 것은 무엇입니까? 거북은 무엇이고 독사는 무엇이며, 무엇을 살덩이라 말하고 무엇을 칼 집이라 했으며, 무엇을 능지망(楞祗芒)인 독 벌레라고 하였으며, 무엇이 두 길이며, 무엇이 돌 무더기이며, 무엇을 용이라고 말했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말하겠다. 소굴이라고 한 것은 이른바 몸을 말함이니, 부모의 정기(精氣)를 받아서 네 가지 요소[四大]가 화합하고 의복과 음식으로 오랫동안 기르면 몸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몸은 잠깐 모였다가는 흩어지고 무너지고 부풀어 오르고 벌레가 생겨 문드러지다가 마침내 부서져서 없어진다.
밤에 연기가 난다는 것은 갖가지 보고 지각하는 것을 말함이요, 낮에 불이 탄다는 것은 몸과 입의 업으로부터 널리 짓는 바가 있는 것이다.
바라문은 바로 여래를 말함이요, 슬기로운 이는 모든 성문을 의미함이요, 칼은 지혜를 비유함이요, 땅을 판다는 것은 정진을 비유함이요, 거북은 다섯 덮임[五蓋]을 비유함이요,
독사는 성냄과 괴롭힘과 해치는 것을 비유함이요, 살덩이는 간탐과 질투를 비유함이요, 칼 집은 5욕락을 비유함이요, 능지망인 독 벌레는 어리석음을 비유함이요, 두 길은 의심을 비유함이요, 모든 돌 무더기는 아만(我慢)을 비유함이요, 용은 아라한이 모든 번뇌를 다 없애는 걸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굴은 이 몸을 말함이며
지각하고 보는 것은 저 연기와 같고
조작(造作)하는 것은 불타는 것이요
바라문은 부처님을 말하며

슬기로운 이는 성문을 말하고
칼은 바로 지혜이며
땅을 파는 것은 정진을 비유함이고
다섯 덮임은 거북과 같음이요

성내는 것은 독사와 같으며
간탐과 질투는 살덩이 같고
5욕락은 칼 집과 같고
어리석음은 능지망 벌레이며

의심은 두 길과 같고
나라는 소견은 돌 무더기 같네.
너는 지금 용을 괴롭히지 말아야 하니
용이야말로 진실로 그것은 참아라한이네.

어려운 질문 잘 답변하는 이는
오직 부처이신 세존뿐이라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波羅奈國)의 선인(仙人)들이 살았던 녹야원(鹿野苑)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닌 채 바라나성에 들어가시다가 한 비구가 몸과 뜻이 안정되지 못해서 모든 감관이 산란(散亂)한 것을 보셨다. 그 비구는 멀리서 부처님을 보자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걸식을 마치신 후 발을 씻고 승방(僧坊) 안으로 드시려고 정실(靜室)에서 나오셔서 대중 스님들 속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아침 한 비구가 모든 감관을 껴잡지 못한 것을 보았는데, 그 비구는 멀리서 나를 보고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 비구가 누구인가?”
그러자 그 비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울다라승(鬱多羅僧)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손을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해서 모든 감관이 산란해진 자가 바로 저의 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비구여! 나를 보자 생각을 가다듬고 뜻을 껴잡는구나. 모든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가다듬고 뜻을 껴잡아서 나를 보는 것처럼 하거라. 네가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랫동안 이익되고 안락하리라.”
그 비구는 즉시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었다.

비구가 걸식하려고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음과 뜻이 산란해서 잠시도 안정되지 못했으나
부처님을 뵙고서 정진하여 감관을 껴잡으니
이 때문에 부처님께선 착하다고 칭찬하셨네.

2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의 옛 신선이 살았던 녹야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닌 채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천사(天祠) 옆에서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하고 애욕을 즐기는 마음이 있었다. 부처님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비구야, 너는 괴로움의 씨앗을 심어서 지극히 비천하고 더러워졌다. 모든 감관에서 나쁜 생각이 새고 있으니, 새는 것[漏]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파리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자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 세존께서 자기의 생각을 알아채신 걸 알자 큰 두려움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선 채 빨리 가 버렸다.
부처님께서는 걸식하고 돌아오셔서 공양을 끝내시고는 발을 씻고 승방 안으로 들어가 정실(靜室)에 앉아 계셨다. 그리고는 정실에서 나오셔서 여러 스님들 앞에 자리를 정하고 앉으신 뒤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한 비구를 보았는데, 그는 천사(天祠) 주변에서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하고 애욕을 즐기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즉시, ‘비구야, 너는 괴로움의 씨앗을 심고 있어서 지극히 비천하고 더러워졌다. 모든 감관에서 나쁜 생각이 새고 있으니, 새는 것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파리들이 모이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는데,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온몸의 털이 곤두선 채 빨리 가 버렸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한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괴로움의 씨앗을 심는다고 하셨으며, 무엇을 비천하고 더러워진다고 하셨고, 무엇을 나쁜 생각이 새어 나온다고 하셨으며, 무엇을 파리들이 모인다고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말하겠다. 성냄과 혐오함과 해침을 괴로움의 씨앗을 심는다고 한 것이며, 마음이 5욕락에 빠진 것을 더러움이라 말하고, 여섯 닿임[六觸]을 따르고 계행을 껴잡지 않는 것을 나쁜 생각이 새어 나온다고 한 것이며, 번뇌가 머물면서 무명(無明)과 교만을 일으키고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없어서 모든 번뇌[結使]를 일으키는 것이 이른바 파리가 모인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모든 감관을 껴잡지 않는 이는
애욕만 늘리면서 괴로움의 씨앗을 심으며
온갖 더러운 짓을 하면서 늘 새고 있으며
욕망의 감각과 괴롭고 해치는 지각만을 가까이하니
설사 마을의 고요한 곳에 있어도
마음은 끝내 잠시도 즐거울 때가 없으리.

만약 자기의 몸으로 바른 선정 닦아서
모든 신통을 닦아 3명(明)을 얻으면
그는 쾌락을 얻어서 편히 잠잘 수 있고
감각의 파리를 남김 없이 없애리.

능히 닦아서 행(行)을 얻어 온전한 곳에 이르고
성인의 발자취 밟아서 좋은 곳에 이르며
바른 지혜 얻어서 물러서지 않으면
열반의 적멸락(寂滅樂)에 들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닌 채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돌아와서 발을 씻고는 좌구를 가지고 득안(得眼) 숲 속에 들어가 어느 나무 밑에서 풀을 깔고 앉아서 나쁜 생각을 일으키며 5욕락을 탐내며 즐기었다.
득안(得眼) 숲의 귀신이 비구의 생각이 깨끗하지 못한 걸 알고, ‘이 숲 속에서는 마땅히 나쁜 짓을 즐겨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나는 마땅히 깨우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즉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비구여! 비구여!
무엇 때문에 부스럼을 만들고 있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덮어 버리겠다.”
숲의 귀신이 다시 말하였다.
“당신의 부스럼은 기와 그릇만한데 무엇으로 덮겠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생각과 깨달음으로써 이 부스럼을 덮어 버리겠다.”
숲의 귀신이 칭찬하며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이 비구야말로 부스럼 덮을 줄을 잘 아니, 진실로 부스럼을 덮는 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청정한 하늘 귀[天耳]로써 저 숲의 귀신이 비구와 함께 말하는 것을 들으시고,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간에서 애욕을 즐김은
삿된 뜻이 짓는 것이니
부스럼 혹이 이미 생기고 나면
온갖 파리가 빨아 먹나니
애욕 즐김은 바로 부스럼이요
감각을 살핌은 곧 파리이네.

우쭐대는 마음이 탐욕에 의지하여
장부의 마음에 파고들고
이익과 명예를 탐내면서
의혹에 집착되기 때문에
벗어날 요체를 알지 못하네.

내심(內心)의 선정을 닦으며
모든 신통 갖추어 배우면
이는 부스럼을 만들지 않고
편안히 부처님을 뵙고서
능히 열반을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2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많은 비구들이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닌 채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는데, 그때 어떤 나이 젊고 새로 배우는 비구가 때가 아닌데도 마을에 들어갔었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곳곳에서 그 새로 배우는 비구를 보고서 말하였다.
“너는 지금 새로 배우는 비구로서 대치(對治)의 법문도 알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여기저기 여러 집을 다니고 있느냐?”
새로 배우는 비구가 다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신 장로들께서는 모두 여러 집에 다니는데 어찌하여 저만은 여러 집에 가지 말라고 막으십니까?”
그러자 다른 비구들은 걸식하여 먹기를 마치고 가사와 발우를 거둔 뒤에 발을 씻고 나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나이 젊고 새로 배우는 비구 하나가 때가 아닌데도 여러 집에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들이 그에게 ‘너는 새로 배우는 비구로서 대치의 법도 알지 못하면서 무슨 일로 때가 아닌데도 남의 집에 갔느냐?’라고 말했더니, 그는 저희들에게 ‘모든 장로 비구도 역시 여러 집에 다니는데, 무엇 때문에 유독 저만을 금하고 있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큰 벌판에 커다란 연못 하나가 있다. 큰 코끼리들은 그 연못 속에 들어가서 연못 속에 있는 연 뿌리를 코로 캐내어 깨끗이 털어 버리고 물에 씻은 후에 야 비로소 먹으니, 몸이 살찌면서 지극한 기력(氣力)을 얻는다.
작은 코끼리들도 역시 연뿌리를 먹기는 하나, 진흙을 털어 버리고 물에 깨끗이 씻을 줄 모르고 진흙이 묻은 채로 먹다가 나중에는 더욱 파리해지면서 기력이 없어져서 죽거나 죽을 지경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코끼리는 연못에 들어가서
코로 연뿌리를 뽑아 내어
진흙을 털고 물에 씻은 후에야
비로소 그 뿌리를 먹는다네.

만일 어떤 비구라도
깨끗한 법을 갖추어 닦아서
남의 이양(和養)을 받는다면
물드는 허물이 없으리니
이를 수행하는 이라 말하는데
마치 저 큰 코끼리와 같다네.

방편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나중에 허물만 받게 되면
이 다음엔 그 고뇌만 받으리니
마치 저 작은 코끼리들과 같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아난과 우루빈라
그리고 두 번의 타표
도적과 산도타(散倒咤)
발미(拔彌)와 감관과 관련된 부끄러움
괴로움의 씨앗과 부스럼을 덮음
큰 코끼리와 작은 코끼리의 연뿌리 먹음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