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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69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6권

by Kay/케이 202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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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6

 


별역잡아함경 제6권

역자 미상

10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두 하늘이 있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소승선폐범(小勝善閉梵)이며, 둘째는 이름이 소승광범(小勝光梵)이었다. 그들은 부처님을 찾아뵙고자 했는데, 그때 바가범(婆迦梵)이, 이 두 범천을 보고 즉시 물었다.
“어딜 가려고 합니까?”
두 범천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서 문안하고 예배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바가범은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네 범자(梵字)는 관작(鸛雀)이며
세 범자는 금(金)이라고 하며
72와 5백에 대해서는
여비(餘毘)라고 이름하나니

당신들은 나의 금색 빛깔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보시오.
바로 이 거룩한 광명이
찬란히 빛나면서 범천을 덮는데
어찌하여 나를 관찰하지 않고
부처님 처소에 가려 한단 말이오.

두 범천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사소한 광명으로
범천을 비추어 덮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리니, 그런 광명은
모두가 온갖 허물이 있는 것이니
밝은 지혜로 해탈을 얻은 이는
그런 광명의 빛깔은 즐기지 않는다네.

두 범천은 이 게송을 말한 뒤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을 찾아뵈려고 할 적에 바가범이 저희들에게 ‘어딜 가려고 합니까?’라고 묻길래, 저희들은 ‘부처님 처소에 가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때 바가범은 이러한 게송을 말했습니다.

네 범자(梵字)는 관작(鸛雀)이며
세 범자는 금(金)이라고 하며
72와 5백에 대해서는
여비(餘毘)라고 이름하나니

당신들은 나의 금색 빛깔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보시오.
바로 이 거룩한 광명이
찬란히 빛나면서 범천을 덮는데
어찌하여 나를 관찰하지 않고

부처님 처소에 가려 한단 말이오.

그래서 저희들도 즉시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사소한 광명으로
범천을 비추어 덮지만
알아야 하리니, 그런 광명은
모두가 온갖 허물이 있는 것이니
밝은 지혜로 해탈을 얻은 이는
그런 광명의 빛깔은 즐기지 않는다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실로 그렇고 그러하다. 저 범천이 비록 사소한 광명이 있어서 범천을 비추어 덮지만,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그 광명은 모두 허물이 있는 것이라서 지혜가 있는 이는 분명히 깨달아서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두 범천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시고,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며,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시니, 두 범천은 법문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10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바가범(婆迦梵)이 삿된 소견을 내어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곳은 항상 견고하고 단단하여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생사를 왕래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여기보다 뛰어난 왕래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바가범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여래께서는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것과 같은 순간에 저 바가범의 궁전에 이르셨다.
그러자 바가범이 부처님께 말하였다.
“위대하신 신선[大仙]이여! 이곳은 항상 견고해서 무너지지 않으며, 도무지 왕래가 없습니다. 만일 여기보다 뛰어난 왕래 없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가범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은 무상한 곳이거늘,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함부로 항상하다는 생각을 일으키는가? 이곳은 무너지는 곳이거늘, 어찌하여 함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으키는가? 정해지지 않았거늘, 어찌하여 함부로 정해졌다는 생각을 일으키는가? 이곳은 가고 오는 곳이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함부로 가고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으키는가? 게다가 왕래가 전혀 없는 수승한 곳이 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함부로 더 이상 수승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는가?”
바가범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72범천이 수승한 복을 지었지만
모두 다 여기에서 사그라졌으며
온갖 범천들이 모두 나를 알지만
오직 나만이 여기에서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수한다고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명이 아주 짧은 것일세.
나는 그대의 수명에 대하여
백천 니라부(尼羅浮)인 줄 알고 있다네.

바가범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바가바(婆伽婆) 세존이시여!
당신의 지혜는 실로 끝이 없어서
나고 늙는 근심을 벗어나셨고
안목 갖춘 이를 위해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옛적에 무슨 업을 지었으며
어떠한 계행을 닦았기에
이 범천 위에 있으면서
수명이 늘어나게 되었습니까?

세존께서 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옛적에 어떤 도적 떼들이
마을을 함락하고 약탈하며
사람들을 벗기고 묶으면서
엄청난 재물을 빼앗았는데

그대는 그 당시에
아주 큰 용기와 힘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을 구출해 주고
그러면서도 해를 가하지 않았노라.

그리하여 저 여러 사람들과
함께 1겁 동안 착한 일을 닦으면서
자비와 은혜를 베풀길 좋아했네.

또한 계행을 잘 지녀서
그대는 깰 적이나 잠잘 적에
근본의 행을 잘 명심하였네.

또한 어떤 사람이 저 항하에서
배를 타고 물을 건너가는데
나쁜 용이 뱃사람을 잡아서
모두에게 해독을 가하려고 하였네.

그대는 당시 신선으로서
저 생명들을 구제해 주었나니
이것이 바로 그대가 옛적에
계행을 닦아서 이룬 것이네.

바가범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나에 대하여
수명의 길고 짧음을 알고 있으며
또한 그 밖의 다른 일까지도
모두 다 알고 계십니다.

당신의 광명은 매우 치성하여
모든 범천을 덮을 수 있고
요달하지 못한 것이 없으시니
이 때문에 바가바라고 이름합니다.

세존께서는 바가범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말씀하시고,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여 주시고는, 다시 그곳에서 사라져 기원(祇洹)으로 돌아오셨다.

10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한 범천이 큰 삿된 소견을 일으켜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나의 이곳은 항상해서 나의 궁전에 태어날 수 있는 자를 볼 수가 없는데, 하물며 나보다 더 뛰어난 이가 있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삼매에 들어가 염부제(閻浮提)에서 사라지신 뒤에 범천의 정수리 허공에 나타나 앉으셨다.
존자 교진여(憍陳如)가 청정한 하늘 눈으로 세존께서 어딜 가셨는지 관찰했는데, 이내 여래께서 범천의 정수리 위의 허공에 앉아 계신 것을 알고는 그 역시 선정에 들어가 이곳에서 사라져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나타나 여래의 아래 동쪽에 있었다.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도 청정한 하늘눈으로 여래께서 어딜 가셨는가 관찰했는데, 세존께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계신 것을 알고는 그 역시 선정에 들어가 이곳에서 사라져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나타나 여래의 아래 남쪽에 있었다.
존자 목련(目連)도 청정한 하늘 눈으로 여래께서 어딜 가셨는가 관찰했는데, 세존께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계신 것을 알고는 그 역시 선정에 들어가 이곳에서 사라져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나타나 여래의 아래 서쪽에 있었다.
존자 아나율(阿那律)도 여래께서 어딜 가셨는가 관찰했는데, 세존께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계신 것을 알고는 그 역시 선정에 들어가 이곳에서 사라져서 범천의 정수리 위에 나타나 여래의 아래 북쪽에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본래 지닌 소견을 버리겠는가?”

또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본마음의 생각은, ‘나는 나의 궁전에 태어날 수 있는 자를 볼 수가 없는데, 하물며 나보다 더 뛰어난 이가 있겠는가?’라는 것인데, 그대는 지금 시험하여 보라. 이러한 하늘 몸들의 용모와 광명이 그대보다 더 수승하지 않은가?”
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들의 광명은 옛적에 보지 못한 것이며, 지금 보고 있는 이들의 광명은 참으로 수승합니다. 지금부터는 감히 ‘이곳은 항상하여 변함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은 무상해서 자재롭지 못하다.”
부처님께서는 저 범천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시고,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여 주신 뒤에 이와 같은 삼매에 들어가 저 범천에서 사라져서 기원으로 돌아오셨다.
존자 교진여와 마하가섭과 아나율 등도 저 범천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주고는 역시 이 선정에 들어가 저곳에서 사라져서 기원으로 돌아왔다.
오직 존자 목련만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저 범천이 목련에게 물었다.
“세존의 제자 중에서 그대와 같이 큰 위덕과 신통을 갖춘 자가 있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다른 성문(聲聞)들도 이와 같은 위덕과 신통이 있습니다.”
존자 목련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니(牟尼)의 제자인 큰 아라한들은
큰 위덕 지니고 3명(明)을 갖추었으며
모든 번뇌 없애고 딴 사람 마음도 알며
능히 신변(神變)을 나투어 중생 교화한다네.
이와 같은 성문은 매우 많나니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 공경해야 하오.

존자 목련이 이 게송을 말한 뒤에 갖가지로 설법하고,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고는 역시 이 선정에 들어가 저 범천에서 사라져서 기원으로 돌아왔다.

1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갈(拘尸那竭)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
사라(娑羅) 숲 속에 계셨다.
여래께서는 열반하실 때가 되자 아난(阿難)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펴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쌍수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미 자리를 마련하고는 부처님 처소에 돌아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쌍수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이미 마쳤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쌍수 사이에 마련한 자리로 나아가서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옆구리를 오른쪽으로 대고 누워서 발과 발을 서로 포갠 뒤에 마음을 분명하게 모아서 염각(念覺)을 일으켰는데, 먼저 열반에 대한 생각을 하셨다.
당시 구시나갈국에는 범지(梵志)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수발타라(須跋陀羅)였다. 그는 예전부터 그 나라에 살아서 나이가 120세나 되었는데, 그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역사들이 이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경하고 칭찬하였다.
그때 수발타라는 사람들로부터 “바가바(婆伽婆)께서 오늘 밤에 곧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법에 대하여 의심되는 것이 있는데, 오직 구담만이 반드시 나의 의심을 풀어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구시나갈을 출발하여 사라 숲으로 갔다.
존자 아난은 밖에서 거닐고 있었는데, 수발타라는 아난을 보는 즉시 그곳으로 가서 아난에게 아뢰었다.
“나는 남에게서 사문 구담께서 오늘 밤중에 무여(無餘)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뵙고 의심되는 것을 해결할까 합니다.”
아난은 대답하였다.
“범지여! 부처님의 몸이 피곤하신데 당신이 지금 들어가면 더 괴로우십니다.”
수발타라는 아난에게 아뢰었다.
“나는 여래께서 오늘 한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또 나는 옛적에 연륜이 오랜 선인(仙人)에게서, ‘만일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하여도 우담발화(優曇鉢花)처럼 만나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약간의 의심이 있어서 묻고 해결하고 싶습니다. 부디 나의 소청을 들어 주옵소서.”
그와 같이 세 번을 간청하였는데, 그래도 아난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청정한 하늘 귀로써 아난이 수발타라를 거절하여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멀리서 들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을 거절하지 말고 들어오게 해서 마음대로 묻도록 하라”
수발타라는 부처님께서 자비심으로 들어오도록 하셨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 드리기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약간의 의심이 있사오니, 저의 질문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물으시오.”
수발타라는 부처님께서 허락을 내리시자,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외도의 6사(師)들은 갖가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ㆍ말가리구사리자(末迦梨俱賖利子)ㆍ아사야비라지자(阿闍耶毘羅坻子)ㆍ아사다시사바라(阿闍多翅舍婆羅)ㆍ가니타가전연(迦尼陀迦旃延)ㆍ니건타사제자(尼乾陀闍提子) 등 6사들은 자칭 이미 자기가 세존(世尊)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실로 그들이 일체지(一切智)를 얻었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서른하나 되던 해에 출가해서
지금까지 50년을 지냈나니
온갖 착한 법을 추구하면서
계행과 선정의 행을 밝게 통달하였네.

온갖 세상 사람들은
실다운 방소(方所)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진실한 법을 알겠는가.

만약 8정도(正道)를 닦으면
능히 초과(初果)를 얻으며
나아가 제4과(果)까지 이르지만

만약 8정도를 닦지 않으면
초과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제4과를 얻겠는가.

나는 대중들 속에서
사자후로 법을 연설하니
이와 같은 정법(正法) 외에는
또한 사문도 있을 수 없고
바라문도 있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때 수발타라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서 법의 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는 곧 울다라승(鬱多羅僧)을 정돈하고서 부처님에게 합장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3악도를 이미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수발타라는 아난에게도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고, 첫째 가는 시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나도 지금에야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불법 속에서 출가하고 싶습니다.”
아난이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수발타라는 불법 속에서 출가하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도 곧 수발타라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이때 수발타라는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의가 몸에 입혀지면서 즉시 구족계를 얻었으며, 구족계를 얻고서는 곧 아라한을 성취하였다.
수발타라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으니, 마땅히 내가 먼저 열반에 들어야겠다.’
수발타라는 즉시 먼저 열반에 들었으며, 여래는 그 후에 열반에 드시었다.
그때 대중 가운데 한 비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라쌍수에서 열반에 드시니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두루 펴지고
위와 아래에서 꽃비가 내리면서
부처님 위에 어지러이 뿌려지네.
꽃비가 내리는 그 까닭은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었기 때문이네.

석제환인(釋提桓因)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법은 무상하기에
생기고 없어지는 법이라고 한다네.
생기고 없어짐도 소멸해 버리면
그것을 열반이라 이름한다네.

그때 범천왕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몸을 버리고 마침내 사라지나니
지금 거룩하신 큰 성인께서도
10력(力)을 다 갖추시고
세상에서 그 존귀함이 비할 데 없지만
지금에는 열반에 드시었다네.

존자 아나율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법의 임금께선 뜻을 그쳐 머무르시고
날숨 들숨이 이미 끊어지셨나니
여래께서 성취하신 그 법은
행(行)과 역(力)이 모두 만족되었네.

이제 열반에 드시고서
그 마음에 두려움 없으시고

모든 느낌[受] 다 버리셨다네.
기름이 다하여 등불이 꺼지듯이
존재[有]를 없애고 열반에 드시어서
마음과 뜻의 해탈을 얻으셨네.

그때 대중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이레를 경과한 후에야 아난은 여래를 화장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비(大悲)하시고 청정하신 세존께서는
그 몸이 참되고 깨끗한 보물 같으시며
위대한 신통의 힘 지니셨기에
불이 나와서 저절로 몸을 태우시는데
천 겹의 모직물로 몸을 감쌌지만
안팎의 두 겹만은 타지 않았네.

2. 이송(二誦) ①

111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迦蘭陀) 죽림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모두 착한 행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는데, 점점 자라는 것이 마치 달이 처음 차오르는 것처럼 하라.
어떤 비구라도 처음 계를 받은 후에는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차근차근 닦고 위의(威儀)를 잘 지닐 것이며, 사람과 왕래하면서도 부드럽고 평화롭고 공손하고 유순해야지, 사납거나 거세지 말아야 하고,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눈 밝은 사람이 깊은 구덩이와 우물가 산의 높은 언덕을 피하는 것처럼 비구 역시 그와 같이 해야 하며, 달이 처음 차 오를 때 점점 더 자라는 것처럼 착한 행이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모임 속에서 가섭(迦葉) 비구는 착한 행을 부지런히 닦은 것이 마치 달이 처음 차오를 때 점점 자라나는 것과 같으며, 남 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차근차근 닦고, 사람과 왕래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서 부드럽고 평화롭고 공손하고 유순하여 끝내 사납거나 거세지 않았으니, 마치 눈 밝은 사람이 깊은 우물을 잘 피하고 험한 골짜기를 멀리하는 것처럼 가섭 비구도 또한 그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 비구가 법과 상응해서 여러 사람들의 집에 갈 수 있겠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근본이자, 모든 법의 길잡이로서 법이 의지하는 바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부연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이 듣고는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지극한 마음으로 명심하라. 만일 비구라면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으며, 집에 대한 애착으로 속박되지 않으며, 더한다 덜한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마음에 혐오와 원망이 없고 또한 질투하지 않으며, 남의 이익을 볼 적에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며, 남들이 저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을 보더라도 성내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복을 닦는 이에겐 함께 기뻐하며, 또 자기가 덕행이 있다고 자화자찬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마다 항상 일체를 위하며, 다른 비구들이 함께 다른 집에 가는 것을 보더라도 끝내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으며, 나와 남에 대하여 마음에 높고 낮음이 없다.
만일 비구들이 지금 말한 것처럼 착한 마음을 잘 닦는다면 수순(隨順)한다고 칭할 것이며, 법답게 두루 다니면서 사람과 왕래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허공에서 스스로 손을 움직이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나의 이 손은 허공에 붙지도 않았고 허공에 속박되지도 않았으며, 혐오와 틈이 있지 않고 또한 성냄도 있지 않나니, 이 손이 어찌 속박과 집착과 늘고 줆이 있겠는가?”
비구들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허공 속의 손은 속박도 없고 집착도 없고, 늘거나 줄어드는 것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만약 비구가 마음에 속박과 집착이 없는 것이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면, 비로소 여러 사람의 집에 출입하고 왕래할 수 있으며, 늘거나 준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괴롭다는 생각도 내지 않고, 또한 질투하지도 않으며, 남의 이익을 보더라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며, 누가 남에게 보시하고 자기에게 주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성내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복을 닦는 이를 보면 다 함께 따라서 기뻐하며, 나아가서는 마음에 높거나 낮음이 있지 않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섭 비구도 역시 이와 같아서 사람과 왕래하면서도 마음에 속박과 집착이 없으며, 나아가 그 마음에 높거나 낮음이 없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공중에서 두 번째로 손을 움직이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가섭 비구도 역시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비구가 여러 사람의 집을 드나들면서 남을 위하여 설법해 주는 것이라 하며, 어떤 것을 청정하게 법을 설하는 것이라 칭하며, 어떤 것을 청정하게 법을 설하지 않는 것이라 칭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곧 모든 법의 근본이자 모든 법의 길잡이로서 법이 의지하는 바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부연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듣고서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지극한 마음으로 명심하라. 만일 비구가 남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 ‘내가 저 사람을 위하여 법을 설해서 반드시 저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믿고 존경하게 함으로써 나에게 의복ㆍ음식ㆍ약품 따위를 많이 주도록 하리라’라고 생각하면서 법을 설한다면, 이것을 청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칭한다.
만일 어떤 비구가 남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 듣는 이로 하여금 부처님 법을 증험해 이해하고, 현재의 괴로움을 없애서 모든 괴로움을 여의게 하고, 시절을 가리지 않고 착한 갈래로 인도해 보여 주고, 그들을 위하여 분명하게 나타내고, 나아가서는 슬기로운 이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하고, 늙음, 병듦, 죽음, 근심, 슬픔,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그가 말한 내용을 듣고 법답게 수행하게 하고, 또 듣는 이로 하여금 오래간만에 법과 뜻과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한다면, 이렇게 설하는 것을 청정한 자비로 말한다고 칭하는 것이니,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이익되게 하며, 바른 법으로 하여금 오래 머무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법한다면 청정하다고 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서 남을 위하여 설법해야 하며, 마땅히 그렇게 배워야 한다.”
세 번째도 역시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다.
“가섭 비구는 능히 그렇게 법을 설할 수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부처님 법을 증험해 이해하게 하며, 나아가서는 바른 법으로 하여금 오래 머물도록 하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이익되게 하니, 이렇게 설하는 것을 청정함이라고 칭하며, 부처님 법에 합치된다고 말한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단월(檀越)의 집을 찾아가려고 할 때 먼저 이러한 생각을 한다고 하자.
‘만약 보시할 물건이 있으면 빨리 나에게 주어야지, 늦게 주지 말아야 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나에게 보시하고 지성껏 해야 하며, 원컨대 내가 많이 얻고 적게 얻지 않게 해야 하며, 정교하고 좋은 물건으로 주어야지 거칠거나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비구가 뜻을 굳히고서 단월의 집에 가는데 단월이 비록 주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지 아니하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주지 아니하며, 음식을 보시하나 풍족하게 주지 않으며, 거칠고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지 않으며, 설령 보시를 하더라도 늦게 주고 빨리 주지 아니하면, 이 비구는 뜻에 맞지 아니하므로 부끄러워하고 근심하면서 손해 보았다는 마음을 낸다.
그러나 이 비구는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단월의 집에 왔지만 이는 나의 집이 아니니, 어떻게 나의 마음에 맞겠는가? 그리고 어찌하여 단월로 하여금 빨리 보시해야지 늦게 주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나아가서는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어야지 거칠고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고 하는가?’
만약 이렇게 생각하면 얻는 바가 없다 하여도 마음에 후회나 한탄이 없고, 늘거나 줄었다는 마음을 여의고, 원망이나 혐오가 없을 것이다. 설령 저 단월이 보시를 적게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주지도 않고, 빠르지 않고 더디게 주며, 나아가 거친 것으로 주지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지 않아도, 이와 같은 비구는 싫어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또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늘거나 줄었다는 생각도 없느니라.
가섭 비구는 단월의 집에 갈 때, ‘이는 나의 집이 아니니 어떻게 나의 뜻에 맞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가 지극한 마음으로 늦지 않고 빨리 주기를 바라며, 나아가 정교하고 좋은 것만 주고 거칠고 좋지 못한 것은 주지 않기를 바라겠는가?’라고 생각한다.
가섭 비구는 이런 생각을 갖고 단월의 집에 가기 때문에 비록 보시를 얻지 못하여도 도무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늘거나 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반드시 이러한 마음을 갖고 남의 집에 가야지, ‘나에게 빨리 보시하고, 나아가서는 정교하고 좋은 것만 보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대들은 마땅히 가섭 비구를 배워서 그처럼 단월의 집에 가야 한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은 저 사위국의 옛 동산 숲 속에 있는 비사가(毘舍佉) 강당에 있었다.
존자 마하가섭은 그날 밤 선정에서 일어났는데, 선정에서 일어난 마하가섭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반드시 비구들을 가르쳐야 하나니, 선정의 법으로 지도하고 법의 요체를 말해 주어야 한다.
왜냐 하면 내가 항상 이 비구들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그대도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항상 이 비구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말해 주었으니, 그대도 또한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비구들은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서 가르치기가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무슨 인연으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지 않는가?”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두 비구 중에서 하나는 아난과 함께 수행하는 제자로서 그 이름은 난다(難茶)이며, 또 하나는 목련의 제자로서 그 이름은 아비부(阿毘浮)입니다.
이 두 제자는 서로 승부를 다투면서 저마다 ‘나의 지견이 훌륭하고 내가 말한 것이 수승하다’고 말하면서 서로 아웅다웅하고 있는데, 지견과 변론으로 결정하려고 하면서 ‘나의 말이 미묘하냐, 너의 말이 미묘하냐? 나의 구절과 의미가 구족하냐, 너의 구절과 의미가 구족하냐?’고들 합니다.”
그때 아난은 세존을 모시면서 부채로써 부처님께 부채질 하고 있었다.
아난이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십시오, 그만두십시오. 존자께서는 나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 비구는 부처님 법에 처음 들어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아난이여. 그대는 승가 안에서 편을 가르는 말을 하지 마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어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저 두 비구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서 두 비구를 불러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들을 부르십니다.”
두 비구는 부처님의 칙명을 받고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 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정말로 ‘내가 외우고 읽은 것이 많고 내가 아는 바가 많으며, 내가 말한 언구와 게송이 빠진 데가 없다’고 하면서 승부를 내려고 한 적이 있느냐?”
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실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내가 말한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수기(授記)ㆍ설게(說偈)ㆍ우타나(優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이제목다가(尼帝目多伽)ㆍ본생(本生)ㆍ비불략(毘佛略)ㆍ미증유(未曾有)ㆍ우바제사(優波提舍)ㆍ본사(本事)의 12부(部)를 외우고 읽고서 통달하였다면 이들 경 중에서 승부를 다투라는 말이 있더냐?”
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12부 속에는 실로 그러한 말씀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12부 경을 말한 취지는 승부를 다투고 따지는 것을 없애려고 함이어늘, 너희들은 지금 어찌하여 그와 같은 말을 했느냐! 너희들 어리석은 사람은 그와 같은 알음알이를 짓고 있지만, 내가 어찌 그와 같은 말을 했겠느냐?
만약 다투고 따진다면 이는 부처의 법이 아니며, 또 출가의 법에도 합당하지 않느니라.
우리 불법에서는 끝내 ‘내가 이기고 네가 졌다’고 하지 않으며, 나아가 ‘내가 말한 법의 구절과 뜻이 갖추어졌고, 네가 말한 바는 구절과 뜻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다투고 따지는 것은 실로 내가 말한 것이 아니니, 너희 두 비구는 그와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 두 비구는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스스로 허물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실로 어린아이처럼 어리석고 아는 바가 없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으며,
하는 짓이 착하지 못해서 서로 갖가지 승부를 결단하려고 했으니, 실로 그러한 허물이 있습니다. 원하노니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진실한 마음이 은근하고 정중해서 참회하는 것을 알겠도다. 너희들은 실로 어리고 어리석어서 아는 바가 없으며, 하는 짓이 착하지 못한 것이 부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며, 출가의 법대로 하지 않고 승부를 다투었으며, 제각기 많이 안다고 말하고, 나아가서는 ‘내가 말한 구절과 의미가 구족하고 너는 구족하지 못하다’라고 하였으니, 그와 같은 승부는 정말로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제 너희들이 성심껏 참회하는 것을 받아 줌으로써 너희들로 하여금 착한 법을 더욱 자라게 해서 잃어버리거나 물러가지 않게 하리라. 왜냐 하면 지극한 마음으로 죄가 있다는 걸 실답게 안 후에 참회하면, 나중에는 다시 저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참회하는 자는 착한 법이 더욱 자라나서 물러서지 않는다.”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은 옛 동산의 숲에 있는 비사가 강당에 있었다.
존자 가섭은 해가 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러 비구들을 가르치면서 마땅히 설법해야 한다. 왜냐 하면 내가 항상 가르쳤기 때문에 그대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비구들은 가르치기가 어려우니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무슨 인연을 보았기에 설하지 않는 것인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가령 믿지 않는 자는 착한 법에서 물러나고, 문득 게으름을 피우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리석어서 지혜가 없고, 남의 물건을 탐내고, 성내고 해치는 마음이 있고, 수면의 덮임[蓋]에 가리워 있고, 들떠서 머무르지 않고, 법에 대해 의혹을 품고, 나라는 소견에 깊이 집착하며, 번뇌로 더럽혀진 마음을 가지며,
기뻐함과 성냄으로 생각이 산란하여 마음이 잠시도 안정되지 못하는 등 갖가지 좋지 못한 악법이 꼭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사소한 착한 일마저 없는데, 하물며 착한 법을 늘려 나가면서 물러섬이 없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떤 사람은 믿는 마음을 갖추고, 착한 법에서 물러나지 않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고,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잘 닦습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착한 법을 갖추어 행하고, 탐내는 생각이 없으며, 성냄과 미움을 멀리 여의고, 수면의 덮임을 제거하고, 마음이 들뜨지 않고, 의혹을 두지 않으며, 신견(身見)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이 청정해서 오염이 없고, 성내기를 좋아하지 않고, 심념(心念)을 머물러서 선정을 갖출 수 있고, 착한 법에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만약 이상의 갖가지 착한 법을 갖춘 이가 있다면, 나는 오히려 그 사람에게 착한 법에 머물라고도 말하지 않을 텐데, 하물며 착한 법을 더 늘리지 않는다고 하겠습니까? 그와 같은 사람은 밤낮으로 착한 법이 더욱 자라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믿지 않는 자는 착한 법에서 물러나며, 나아가 그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조그마한 착한 일도 없거늘, 하물며 더 늘어나는 일이 있겠는가?
만약 어떤 사람이 믿는 마음을 갖추었다면 착한 법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나도 오히려 그 사람에게 착한 법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데, 하물며 착한 법을 더 늘리지 않는다고 하겠는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은 옛 동산 숲에 있는 비사가 강당에 있었다.
존자 가섭은 해가 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러 비구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에게 설법(說法)을 하라. 왜냐 하면 내가 항상 가르쳤기 때문에 그대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항상 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말해 주었나니, 그대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비구들은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서
가르치기가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가르치지 않고 설법하지 않는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자 법의 길잡이로서 법이 의지하는 바입니다.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부디 부연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말씀을 듣고는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잘 듣고 받아 지녀서 명심하라. 내가 곧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며 해설하리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비구가 스스로 아련야행(阿練若行) 을 닦으면서 아련야 행 닦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걸식하고 누더기 옷을 입으면서 걸식하고 누더기 옷 입는 것을 칭찬하며,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할 줄을 알고, 항상 한가롭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정진을 닦아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산란하지 않고, 항상 선정을 좋아해서 스스로 온갖 번뇌를 없애고, 그리고 번뇌 없앤 이를 칭찬하였다.
이 때문에 모든 비구들이 모두 가까이 다가와서 문안하자, 이 비구는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어서오십시요, 비구들이여! 어서 이 자리에 앉으시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며, 누구의 제자입니까? 어진 이의 행동을 해야만 사문의 법에 합치됩니다. 집을 출가한 자는 마땅히 그대들처럼 사문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대를 보는 자가 그대의 행위를 배우게 되면,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자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자 새로 배우는 비구들이 이 일을 보고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저 비구야말로 서로 공경하니, 우리도 이제 반드시 그의 행동을 배워야겠다. 스스로 아련야행을 닦으면서 아련야행 닦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걸식을 하고 누더기 옷을 입고서 걸식하며 누더기 옷 입는 것을 칭찬하며,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할 줄을 알고, 항상 한가롭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정진을 닦아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산란하지 않고, 항상 선정을 좋아해서 스스로 모든 번뇌를 없애고, 그리고 번뇌 없앤 이를 칭찬하리라.’

그리하여 여러 비구들이 모두 가까이 다가와서 위안하고 문안하면, 이 비구들은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서오십시요, 비구들이여! 어서 이 자리에 앉으시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며, 누구의 제자입니까? 어진 이의 행동을 해야만 사문의 법에 합치됩니다. 출가한 자는 마땅히 그대들처럼 사문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대를 보는 자가 그대의 행위를 배우게 되면,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자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이처럼 새로 배우는 자들이 이런 생각을 내면, 오랫동안 이익되고 뜻[義]과 안락을 얻게 되며, 이를 자기를 제도한다고 하는데, 능히 바른 법으로 하여금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앞으로 나갈 뿐이지 끝내 물러서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다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비구는 나면서부터 복이 있어서 처음 출가할 때부터 이양(利養)과 의복ㆍ약품ㆍ평상ㆍ깔개ㆍ침구를 많이 얻어서 4사(事)를 풍족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다른 비구가 이 비구에게 다가가서 얘기하고 문안을 드리자, 이 비구는 그 비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며 누구의 제자입니까? 나면서부터 복이 있어서 이양과 의복ㆍ약품ㆍ평상ㆍ깔개ㆍ침구를 많이 얻어서 4사(事)가 풍족하니, 그대를 가까이하는 자가 있다면 4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면 새로 배우는 비구들도 이러한 일을 보면 반드시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저 나면서부터 복이 있는 비구는 서로 공경하니, 우리도 마땅히 그와 같은 행을 닦아서 의복ㆍ침구ㆍ음식ㆍ약품인 4사(事) 공양을 항상 풍족하게 해야겠다.’
만일 새로 배우는 비구들이 이런 뜻을 갖고 그와 같은 일을 배우면, 이는 오랫동안 쇠퇴하는 일이라고 칭하는 것으로서 도무지 이익과 좋은 안락이 없을 것이다. 사문의 법이 아니면 온갖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 이를 이름하여 스스로 업신여기고 손상시켜서 범행이 이룩되지 않고, 진흙에 빠지고 나쁜짓에 속임을 받으며, 온갖 번뇌를 갖추어서 자주 몸을 받는다고 칭하며, 또한 뜨거운 번뇌가 생겨서
괴로움의 과보를 얻고, 반드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받는다고 칭한다.”
마하가섭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1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은 옛 동산 숲에 있는 비사가 강당에 있었다.
마하가섭은 해가 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늙어서 아주 노쇠하였다. 이 상나(商那)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데다가 때가 많이 꼈으니, 그대는 지금 대중 가운데 들어가서 대중의 음식을 먹고 단월이 보시한 옷을 재단하고 염색해서 입어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누더기 옷은 제가 오랫동안 입었으며, 저 또한 누더기 옷 입는 것을 칭찬했는데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누더기 옷 입는 것에 대하여 어떤 뜻과 이익이 있다고 보는가? 오랫동안 입으면서 스스로 아련야(阿練若) 행을 행하고 아련야 행을 칭찬했으며, 스스로 걸식하고 걸식하는 것을 칭찬했으니 말일세.”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누더기 옷에 대하여 두 가지 이익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의 세상에서는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며, 미래의 세상에는 모든 비구들에게 밝은 법이 되어서 후세 사람들이 익히고 배우게 합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반드시 이런 뜻을 낼 것입니다.
‘옛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덕이 위대한 비구들은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닦고, 부처님 법을 좋아하며, 법식(法式)을 깊이 통달하고, 욕심을 적게 해서 만족한 줄 알며, 스스로 아련야 행을 닦고 아련야 행을 칭찬하며, 누더기를 입고 누더기 입는 것을 칭찬하며, 다음에는 걸식을 하고 걸식하는 것을 칭찬했다.’
이처럼 미래 세상의 사람들은 이러한 마음을 많이 내어서
이 법을 흠모할 뿐만 아니라 중생들을 구제하여 좋은 이익과 안락을 베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그대는 그처럼 오랫동안 세간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서 이익되게 함이 많았고, 그들을 구제함으로써 좋은 이익과 안락을 베풀어 주었다.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두타행(頭陀行)을 헐뜯으면 이는 곧 나를 헐뜯는 일이며, 만약 두타의 공덕을 찬탄하면 이는 바로 나를 칭찬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내가 갖가지 인연과 무수한 방편으로써 두타행으로 얻는 공덕을 칭찬하고, 두타행을 잘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두타행을 칭찬하는 것이 모든 행 중에서 가장 수승하니, 그대들은 지금부터는 항상 스스로 아련야 행을 행하며, 아련야 행을 능히 행하는 것을 칭찬해야 한다.”
마하가섭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존자 마하가섭은 변두리 먼 곳에서 풀을 깔고 있었는데, 낡고 색이 바랜 옷을 그대로 입고 수염과 머리털도 긴 채로 부처님 처소에 왔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는데, 여러 비구들은 가섭을 보고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저 존자는 출가한 이가 지녀야 할 위의도 모르는가? 옷의 색깔이 변색되고 추하며, 수염과 머리털도 길어서 위의를 갖추지 못했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그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내도록 멀리 보이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가섭이여.”
그리고는 즉시 자리 절반을 나누어 주시며 같이 앉자고 명령하셨다.
“내 생각에 그대가 먼저 출가하고 내가 나중에 출가했으니, 이 때문에 그대와 함께 자리를 나누자고 명령한 것이다.”
마하가섭은 이 분부를 듣자 황송한 마음으로 문득 일어나
합장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인데, 어떻게 스승과 함께 앉겠습니까?”
가섭이 두세 번이나 역시 그러한 말을 하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실로 그대의 말처럼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이다.”
그리고는 즉시 가섭에게 명령하셨다.
“그대는 그 자리에 앉아라.”
존자 가섭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자 자리를 정하여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저 비구들로 하여금 좀더 스스로를 질책하고 꾸짖기 위해서, 그리고 마하가섭의 공덕의 존귀함이 부처님과 같다는 것을 칭찬하시기 위하여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욕심 여의는 선정을 닦아서 초선(初禪)에 들어가 사유하였는데, 가섭 비구도 역시 악(惡)하고 불선(不善)한 것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는 초선에 들었으며, 또한 다시 밤낮으로 초선(初禪)ㆍ2선(禪)ㆍ3선과 4선에 들고자 하는 것도 그와 같이 하였다.
나는 발심(發心)해서 인자한 마음과 혐오와 원망이 없는 마음과 고뇌가 없는 마음과 두루 광대한 마음에 들어서 한량없음[無量]을 잘 닦고자 했으며, 동쪽에서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고,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서도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서 밤낮으로 그러한 마음을 닦으려 하였는데, 마하가섭도 역시 그처럼 인자한 마음과 혐오와 원망이 없는 마음과 고뇌가 없는 마음과 두루 광대한 마음에 들어서 한량없음을 잘 닦고자 했으며, 동쪽에서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고,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서도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
나는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마음을 닦을 적에 밤낮으로 항상 그 마음에 들려고 하였는데, 마하가섭도 역시 마찬가지로 밤낮으로 항상 그 마음에 들려고 하였다.
나는 괴로움을 없애고, 색상(色想)을 없애고, 약간의 상(想)을 없애 가없는 허공[無邊虛空]에 드니, 밤낮으로 항상 그 선정에 들려고 하였다.
식처(識處)와 불용처(不用處)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있어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나는 또한 신통 등의 선정에 들어서 능히 하나의 몸으로 한량없는 몸을 만들고, 한량없는 몸이 도로 하나의 몸이 된다. 모든 방위와 위아래를 관찰해서 이 몸으로 석벽에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아,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마치 저 기러기와 같다. 땅에 들어가는 것이1) 마치 물에서와 같고, 물을 밟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몸은 범천에 이르러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니, 밤낮으로 이 선정을 닦으려고 하였다.
가섭 비구도 역시 마찬가지로 저 신통 따위의 선정에 들려고 하며, 능히 하나의 몸으로 한량없는 몸을 만들고, 한량없는 몸으로 도로 하나의 몸을 만들며, 사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를 관찰해서 능히 이 몸으로 석벽에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고,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저 기러기와 같으며, 땅을 밟는 것이 물과 같고 물을 밟는 것도 땅과 같으며, 몸은 범천까지 닿아서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려고 함으로써 밤낮으로 이 선정에 들려고 하였다. 그리고 하늘 눈과 하늘 귀와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와 전생 일을 아는 지혜와 번뇌가 다하는 신통에 대해서도 다시 그와 같이 하였다.”
이처럼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 속에서 가섭의 공덕의 존귀함이 그와 같아서 갖가지로 자기와 같다고 칭찬하셨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11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과 존자 아난이 기사굴산에 있었는데, 아난은 밥 먹을 때가 되자 존자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여! 밥 때가 되었으니 함께 걸식하십시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아난과 함께 기사굴산에서 나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아난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시간이 아직 이르니, 저 비구니 정사에 가서 비구니들이 하고 있는 법식을 봅시다.”
가섭은 “그렇게 하자”고 대답하고서 즉시 함께 비구니 정사에 갔다.
그때 비구니들은 두 존자께서 오는 것을 멀리서 보자 즉시 평상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평상 자리를 마련한 뒤에는 두 존자에게 아뢰었다.
“어서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두 존자가 그 자리에 앉자, 여러 비구니들은 앉는 것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비구니들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여 보여 주며, 가르쳐 주며, 이롭게 하며, 기쁘게 하였다.
그 대중 속에는 투라난타(偸羅難陀)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법의 요체를 설함을 들어도 마음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면서 나쁜 말을 하였다.
“지금 장로(長老) 가섭은 어찌하여 아난 앞에서 비구니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연설하는가? 바늘을 파는 사람이 바늘을 만드는 스승 문 앞에 와서 바늘을 팔려고 하면 끝내 팔리지 않듯이, 지금 가섭도 역시 그와 같도다. 어찌 아난 앞에서 법을 연설하시는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말없이 있었다.
그때 마하가섭은 청정한 하늘 귀로써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장로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 투라난타 비구니가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거칠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까?”
아난은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녀가 어떠한 말을 하였습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그녀는 ‘어찌하여 가섭은 아난 비제혜자모니(比提醯子牟尼) 앞에서 법의 요체를 연설하는가?’라고 말하면서, 그대에 대해서는 저 바늘을 만드는 스승과 같다고 여기고, 나에 대해서는 바늘을 파는 사람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존자 아난이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존자여! 어리고 어리석어서 지혜가 적은 짓이니, 족히 꾸짖으실 것이 못 됩니다. 바라건대 대덕께서는 그의 참회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가섭이 곧 장로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ㆍ세존ㆍ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께서 가르치고 인도하기 위해서 저 달의 비유를 들어서 ‘달이 나날이 점점 자라듯이, 능히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갖추어 부끄러워하지 않는 짓을 떠나고, 꾸짖거나 욕하는 것을 참으며, 몸과 마음을 금하고 억제해서 사람과 왕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에게 대하여 저 달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그대에 대하여 저 달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여래ㆍ세웅(世雄)께서는 실로 내가 저 달과 같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가섭이 또 말하였다.
“오직 부처님ㆍ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ㆍ등정각지자(等正覺知者)께서 나에게 ‘저 달이 처음 차 오를 때 점점 자라나듯이, 능히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갖추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짓을 떠나고, 꾸짖거나 욕하는 것을 참으며, 몸과 마음을 금하고 억제해서 사람들의 집에 왕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이 아뢰었다.
“실로 그러하셨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ㆍ세존께서 한량없는 백천 대중 앞에서 나의 이름을 드시면서 ‘이는 위대한 덕을 지닌 이며,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지닌 사람으로서 지혜가 깊고 원대한 것이 나와 같다’고 말씀하셨으며,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나는 지금 악하고 좋지 못한 법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고, 한마음을 좋아해서 초선(初禪)에 들어가 밤낮으로 항상 그와 같은 선정에 있는데, 가섭 비구도 항상 악하고 좋지 못한 지각과 생각을 여의고 있고, 한결같은 마음을 좋아해서 초선에 들어가 밤낮으로 항상 그와 같은 선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실로 그리하셨습니다, 가섭이여. 2선(禪)과 3선과 4선과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와, 그리고 4선정과 3명(明)과 6통(通)에 대해서도 역시 그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존자 마하가섭은 비구니 대중 앞에서 사자후를 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119
그때 여래께서 장차 열반하시려 할 때, 존자 아난과 마하가섭은 기사굴산에 있었다.
당시는 시절이 흉년이 들어서 걸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존자 아난은 새로 배우는 비구들을 데리고 남쪽 산 마을로 향하였다.
새로 배우는 비구들 중에는 젊은이가 많이 있었는데,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내서 즐기며, 모든 감관을 껴잡지 않고, 위의가 없으며, 초저녁이나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행하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아니하며, 왼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마음대로 잠을 잤다.
이미 그곳에 도달하자, 비구들 중 30여 명이 도 닦기를 그만두고 환속하였다.
이 때문에 그 무리가 감소되었는데, 유행을 마치고 나서는 저 왕사성 기사굴산으로 돌아와서 옷과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은 뒤에 존자 마하가섭의 처소에 와서 존자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리들은 왜 감소되었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저 남쪽의 산 마을에 갔었습니다. 제자 중에서 30여 명이 옛날에는 모두 동진(童眞)으로 출가한 사람들이었지만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했는데, 이 일로 인하여 무리들이 줄어들었습니다.”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무슨 이유로 대중과 따로 먹는 것을 금하시고, 세 사람이 함께 한 곳에서 먹도록 하셨습니까? 그 뜻은 여러 사람들을 보호해서 줄어들지 않게 하심이며, 또 나쁜 욕심이 많은 비구들을 억제하기 위함이며, 사람들이 권속을 많이 두는 것을 없애기 위함이며, 승려라는 명칭을 지니고도 구하는 바가 많아서 여러 집에 손해를 끼치거나 승단을 파괴하여 두 조각 내게 하는 것을 끊기 위함이며, 법다운 비구들이 의복ㆍ음식의 공양을 얻지 못하는 걸 막기 위함이며, 법답지 못한 비구들이 좋은 공양을 많이 얻는 걸 막기 위함이며,
나쁜 욕심이 많은 비구가 공양을 얻고 나서도 청정하게 수행하는 이와 다투고 송사하는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흉년이 들었을 때 저 새로 배우는 젊은 비구를 데리고 다녔습니까?
그 비구들은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내고 즐기며, 모든 감관이 흔들리고 산란해서 위의가 없고, 잠자기만을 탐내서 싫어할 줄을 모르고, 초저녁과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않는 자들인데, 어찌하여 그러한 무리들과 유행하면서 저 남쪽 산 마을까지 갔으며, 그곳에 도달하자 옛날에 동진 출가한 30여 명이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하게 하였습니까?
그대는 지금 대중들을 파괴했으니, 지혜가 없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나이가 늙었는데, 어찌하여 어린아이 같다고 하십니까?”
가섭이 또 말하였다.
“내가 까닭 없이 그대를 어린아이라고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흉년이 든 세상이라서 구걸하기도 어려운데, 그대는 어찌하여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유행하면서 저 남쪽 산 마을까지 갔느냐는 말입니다.
그대의 제자들 중에는 젊은이가 많아서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하고 즐기며, 모든 감관이 흔들리고 산란해서 위의가 없으며, 잠자기를 탐내서 싫어할 줄을 모르고, 초저녁이나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않는 자들인데, 30여 명이나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하게 하였으니, 그와 같은 소행이 어찌 저 어린아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그때 제사난타(帝舍難陀) 비구니가 마하가섭이 존자 아난 비구를 어린 아이처럼 행동했다고 꾸짖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면서 즉시 거친 말을 하였다.
“이 마하가섭은 본시 외도인데, 지금 어찌하여 아난 비제혜모니(比提醯牟尼)를 어린아이의 행동을 했다고 헐뜯고 꾸짖는가?”
가섭은 청정한 하늘 귀로
이 비구니가 거친 말을 하면서 자기를 헐뜯고 꾸짖는 것을 들었다. 가섭은 즉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사난타 비구니가 마음속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마하가섭은 본래 외도의 스승인데, 어찌하여 존자 아난 비제혜모니에게 어린아이의 행동을 했다고 헐뜯고 꾸짖는가?’라고 나쁜 말을 하였다.”
아난이 즉시 가섭에게 말하였다.
“이 비구니는 어리고 지혜가 없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으니, 원컨대 대덕께서는 그의 참회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나는 출가할 때, ‘세간에 만약 아라한이 있으면 나는 마땅히 귀의하리라’라고 다짐과 맹서를 하였으며, 출가한 후 지금까지 딴 생각이 없이 오직 여래ㆍ위없는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 의지하였습니다.
내가 아직 속세에서 출가하지 못했을 때, 세간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과 고뇌와 뭇 고통이 모여 있으며, 그와 같은 일들이 다투어 핍박하고 괴롭히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집에 있기가 곤란하여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싫어하고, 출가하는 이의 법을 좋아해서 능히 티끌과 때[垢]를 여의었는데, 집에 있는 것을 이렇게 관찰하였습니다.
‘온갖 일들에 시끄럽게 얽히는 것이 마치 긁고 당기는 가시 숲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당기고 베고 찌르면서 몸과 의복을 헐고 손상하게 하여 벗어나기가 어렵구나. 그리고 집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애욕의 진흙강에 빠져서 청정한 범행을 닦을 수 없구나.’
결국 밤낮으로 생각한 끝에 어느 한 법도 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의를 입는 것보다 낫지 못하다고 보고서 집안의 살림살이를 버리고 믿는 마음에서 출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출가할 때에 집에 있는 최하의 의복을 고르다가 떨어진 옷 하나를 얻었는데, 그 가치를 마치 10만 냥의 금처럼 여겨서 즉시 그것으로 승가리(僧伽梨)를 만들었으며, 그전에 하던 일을 모두 다 버리고 권속과 친척도 다 떠나 버린 뒤에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상에 만일 아라한이 있으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귀의하여 그를 따라 출가하리라.’
때마침 저 왕사(王舍)의 큰 성 안에 라라건타(羅羅健陀)가 있었고, 라라건타의 중간에는 다자탑(多子塔)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그곳에서 세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 단엄하고 수승하고 미묘하며,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었으며, 마음과 뜻이 담박하여 위없이 조복된 마음을 얻으시고, 상호(相互)와 광명의 찬란함이 순금으로 된 누각과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세존을 보자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옛날에 출세(出世)의 스승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 본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나의 바가바(婆伽婆)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시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일한 생각으로 부처님을 관찰하면서 의복을 다시 정돈하여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부처님은 바로 저의 세존이시며, 저는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이렇게 세 번 말했더니, 부처님께서도 ‘그렇다, 가섭이여. 나는 그대의 세존이요, 그대는 나의 제자이니라.’라고 세 번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어떤 성문 제자라도 지극한 마음이 없으면 실은 세존이 아니면서 세존이라고 말한 것이며, 실은 아라한이 아니면서 아라한이라고 말한 것이며, 일체지(一切智)가 아니면서 일체지라고 말한 것이니, 그와 같은 사람은 머리가 마땅히 일곱 조각으로 파괴되리라.
나는 오늘날 실제로 아는 이고 실제로 보는 이며, 실제로 아라한이라서 아라한이라고 말한 것이며, 실제로 등정각(等正覺)이라서 등정각이라고 말한 것이다.
내가 연설한 법은 실제로 인연이 있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며, 법의 요체를 설한 것이 실제로 타고 나감이 있는 것이지 타고 나감이 없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대치하는 법이 있지 대치하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정진함이 있지 정진함이 없는 것이 아니며, 능히 번뇌와 결박을 끊는 것이지, 번뇌와 결박을 끊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섭이여! 그대는 지금 반드시 배워야 하나니, 갖가지 착한 법을 들은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녀서 잊지 말아야 하며, 존중하고 마음에 새겨서
산란한 마음을 버려야 하고, 마땅히 뜻을 전일하게 해서 다섯 쌓임[受陰]의 늘고 줆을 관찰해야 하며, 항상 저 6입(入)에서 생기고 없어지는 허망한 마음을 관찰해야 하며, 4념처(念處) 속에 머물고, 7각의(覺意)를 닦아서 더욱 광대해져야 하며, 8해탈(解脫)을 증득하여 정념(正念)이 몸을 따르면서 함부로 방일하지 않게 하며,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자라나게 해야 한다.’
이처럼 여래께서는 나를 위하여 가지가지로 법의 요체를 분별하여 보여 주시며, 가르쳐 주시며, 이롭게 하시며, 기쁘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때 부처님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언제나 이러한 생각을 여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앉으시면, 나는 반드시 황금 10만 냥의 가치가 있는 이 승가리를 여래에게 깔아 드려야겠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는 길을 가시다가 멈추셨습니다.
나는 빨리 옷을 접어서 앉으실 곳에 깔아 놓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이 자리에 앉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그 위에 앉으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옷은 가볍고 부드럽구나.’
제가 부처님께 ‘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 옷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대는 나의 상나(商那) 누더기 옷을 받겠는가?’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즉시 ‘받겠습니다’ 하였더니, 여래께서는 곧 제가 입던 큰 옷을 받으셨고, 나 역시 부처님 손으로부터 이 상나 누더기 옷을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옷을 나에게 주신 후 곧 일어나서 떠나셨으며, 나도 부처님의 뒤를 따라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한 뒤에 곧 내가 있던 곳으로 왔습니다.
나는 8일 동안 3과(果)를 배워서 얻었으며, 제9일째에 온갖 번뇌를 다 없애고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바르고 진실하게 말한다면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부처님의 맏아들이고,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으로부터 화생(化生)하고, 불법을 지닌 집으로서 선정과 해탈과 모든 삼매의 문에서 걸림 없이 출입한다.’

비유컨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맏아들이
왕위를 받기 전에 5욕으로 마음껏 즐기듯이, 나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맏아들이고,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으로부터 나오고, 불법을 지닌 집으로서 선정과 해탈과 모든 삼매의 문에서 걸림 없이 출입합니다.
전륜성왕이 가진 코끼리는 매우 거대합니다. 하나의 다라수(多羅樹) 잎으로 그 코끼리의 몸을 덮어서 코끼리의 몸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난이 곧 대답하였다.
“그와 같은 나뭇잎으로는 저 큰 코끼리의 몸을 다 덮을 수 없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 코끼리를 다 덮기는 오히려 쉽거니와, 누구라도 나의 6신통을 가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뜻대로 되는 신통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의혹을 갖는다면, 나는 그를 위하여 능히 그 이치를 모두 연설함으로써 하늘 귀의 신통과 남의 마음을 아는 신통과 전생 일을 아는 신통과 나고 죽음을 아는 신통과 번뇌가 다한 신통을 분명히 알게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신통에 대하여 의혹을 품는다면, 마찬가지로 나는 그를 위하여 그 이치를 잘 연설해서 분명히 알게 하겠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존자님을 공경해서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두 존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기뻐하며 떠나갔다.

12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마하가섭도 함께 그 산중에 있었는데, 그 나라에 있던 외도 6사(師)의 무리들이 존자 사리불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마치고 한쪽에 앉아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자못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와 같은 일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외도 6사들이
또 이러한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나의 몸이 여기에 있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와 같은 일도 부처님께서는 역시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외도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도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외도가 또 말하였다.
“내가 죽은 후에는 태어나는 것도 아니며,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외도가 또 말하였다.
“내가 아까 당신에게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느냐?’라고 물었으며, 나아가 ‘태어나는 것도 아니요,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냐?’라고 물었는데도 모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소위 오래 전부터 출가한 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여 우리에게 분별해 주어야 하는데도 우리에게 능히 대답 못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외도들은 이렇게 말하고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존자 마하가섭은 사리불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외도가 떠나 간 후에 사리불은 마하가섭의 처소에 가서 외도가 묻던 말로 가섭에게 말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여래께서 무슨 까닭으로 그와 같은 네 가지 질문에 대하여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찌하여 비슷한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대답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옛적에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여기에서 죽으면 후생의 몸을 받습니까?’라고 묻자, 부처님께서는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으셨으며, 또 ‘죽은 후에 몸을 받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도 부처님께서는 또한 대답하지 않으셨으며, 또 ‘내가 여기에서 죽고 나면 후생의 몸을 받습니까, 받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도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셨으며, 또 ‘내가 죽은 후에는 몸을 받지 않습니까, 몸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물어도 부처님께서는 역시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존자 가섭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어찌 색(色)이 사라진 후에 후생 몸이 생기며, 나아가 생기는 것도 아니요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저 색이 다하는 자리에서 바른 지혜로 해탈하셨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죽어서 저기서 태어나는 것과 여기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 것과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 것과 태어나지도 않고 태어나지 않음도 없는 것이 전혀 없나니, 이 때문에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뜻은 매우 깊고 광대하고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헤아릴 수도 없으며 나아가 모두 적멸합니다.
그리고 수(受)ㆍ상(想) 내지 식(識)에 대해서도 여기서 죽으면 저기서 태어나는 것과 나아가 태어나지도 않고 태어나지 않지도 않는 것이 모두 그와 같습니다.
이것은 움직이고 변하는 것이며, 이것은 교만한 것이며, 이것은 방일한 것이며, 이것은 유위조작(有爲造作)의 업이며, 이것은 애욕과 결박이며, 이것은 저기에 태어나기를 애착함이며,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를 애착함이며,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함을 애착함이며, 저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님을 애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애욕이 사라져서 잘 해탈하셨고, 애욕이 다 사라졌으므로 저기에 태어나는 존재[有]도 없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 존재도 없고,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하는 것도 없고, 저기에 태어남이 있지 않음도 아니요,저기에 태어남이 없지 않음도 아닌 것도 없으십니다.
이 뜻은 매우 깊고 광대하고 가이없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나아가 모두 적멸합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이러한 인연 때문에 여래께서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다,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 태어나지도 않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등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 위대한 두 사람은 서로서로 찬미하고서 각기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1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은 사위국 서쪽 동산 숲 속에 있는 비사가(毘舍佉) 강당에 있었다. 그는 해가 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여래께서 처음 계율을 제정하실 때에는 아주 적게 하셨는데도 수행하는 이가 많았으며,
오늘날에는 무슨 까닭으로 계율을 더 많이 제정하셨는데도 실천하여 행하는 이가 적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중생의 목숨이 혼탁하고, 번뇌가 혼탁하고, 중생이 혼탁하고, 겁(劫)이 혼탁하고, 소견이 혼탁해서 중생이 더욱 악해지니, 바른 법도 지말(枝末)이 된다. 이 때문에 여래는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율을 많이 제정한 것이다.
부처의 말씀을 잘 순종해서 금하는 계율을 받아 지니는 비구가 적어지고, 모든 중생들도 차츰차츰 퇴보하게 되니, 비유컨대 금이 차츰 줄어지면 급기야 비슷한 금이 나오게 되는 것과 같다. 여래의 바른 법도 그와 같아서 차츰 줄어들면 상법(像法)이 나오게 되며, 상법이 나오기 때문에 정법(正法)은 사라지는 것이다.
가섭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가령 바다에 있는 배가 보물을 많이 싣게 되면 반드시 침몰하듯이 여래의 교법도 그와 같아서 차츰 사라지고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래의 정법은 땅으로 인하여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물ㆍ불ㆍ바람으로 인하여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나의 법에서 나쁜 욕심을 내거나 나쁜 위의를 행하거나 온갖 나쁜 짓을 성취함으로써 법을 법 아니라고 말하며, 법 아닌 것을 법이라고 말하며, 계율 아닌 것을 계율이라고 말하며, 범한 것을 범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범하지 않은 것을 범했다고 말하며, 가벼운 죄를 무겁다고 말하며, 무거운 죄를 가볍다고 말하면, 그와 같은 일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모두 상법의 구절과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이니, 부처님의 정법을 점점 사라지게 할 뿐이다.
가섭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다섯 가지 인연이 능히 법으로 하여금 사라지게 하고, 일체가 다 함께 글귀를 잃어버리게 하며, 착한 법에서 퇴보하게 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을 존중하지 않고, 부처님께 공양하지 않아서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는 것이 첫째이다.
부처님 법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있으나, 법을 공경하지 않고, 법을 존중하지 않고, 법에 공양하지 않아서 바른 법에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의지하지 않는 것이 둘째이다.
법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있으나, 계율을 공경하지 않고, 계율을 존중하지 않고, 계율에 공양하지 않아서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받은 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이 셋째이다.
계율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있으나, 가르쳐 주는 스승을 공경하지 않고, 가르쳐 주는 스승을 존중하지 않고, 가르쳐 주는 스승에게 공양하지 않아서 가르쳐 주는 스승에게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 넷째이다.
또 가르쳐 주는 스승에게 의지하여 머무르고 있으나, 부처님이 칭찬하는 함께 청정한 행을 닦는 자를 공경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고 공양하지 않아서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그를 예배하거나 문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의지하여 편히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다섯째이다.
가섭이여! 이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인연 때문에 정법이 차츰차츰 없어지고 쇠퇴하고 상실되는 것이다.
가섭이여! 또 다섯 가지 인연이 능히 정법을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하고, 없어지지 않게 하고, 쇠퇴하지 않게 하고, 잃어버리지 않게 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세존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존중하고 부처님께 공양함으로써 항상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과 법과 계율과 가르쳐 주는 스승과 청정한 행을 함께 닦는 이에게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함으로써 지극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니, 이 다섯 가지 착한 인연이 능히 정법을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하고, 없어지지 않게 하고, 쇠퇴하지 않게 하고, 잃어버리지 않게 한다. 이러한 뜻에서 부처님의 법과 가르쳐 주는 스승과 청정한 행을 함께 닦는 이에게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달의 비유와 보시하여 줌
승부를 다툼과 믿음이 없음
부처님이 법의 근본이 됨
아주 늙음과 누더기 옷의 소중함
그때 그 일과 대중이 줄어듦
외도와 법이 무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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