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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66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3권

by Kay/케이 202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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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3

 

 


별역잡아함경 제3권

역자 미상

1. 초송(初誦) ③

4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수라(阿修羅)가 코끼리, 말, 수레, 보병 등 4부(部)의 병력을 모아서 전투 준비를 다 갖춘 뒤에 도리천궁으로 가서 천인들과 싸우고자 하였다. 이때 제석은 아수라가 4부 병력을 출동시켰다는 말을 듣고, 즉시 수비라(須毘羅) 천자(天子)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수라가 4부 병력을 출동시켰다고 들었으니, 너 또한 4부 병력을 동원해서 가서 그들과 싸워라.’
수비라가 아뢰었다.
‘이 일이 가장 좋습니다.’
이러한 말을 하고는 방탕과 향락에 빠져서 아수라와 싸우는 일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제석은 아수라가 이미 성 밖을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수비라를 불러 말하였다.
‘아수라가 이미 성 밖을 나왔으니, 너는 4부 병력을 출동해서 그와 함께 싸움을 벌여라.’
그러나 수비라는 아뢰었다.
‘교시가여! 이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향락에만 빠져서 싸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아수라는 4부 병력을 출동하여 이미 수미산 위까지 와서 차츰 다가오고 있었다.
제석은 또 말하였다.
‘내가 듣건대 아수라가 차츰 다가온다 하니, 너는 4부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격퇴하라.’
수비라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한가하고 일 없는 곳이 있다면
저에게 그런 곳을 주기를 바라옵니다.

제석도 즉시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일 그러한 한가하고 좋은 곳 있다면
너는 나를 데리고 함께 그곳에 가야 한다.


수비라는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게을러서 병력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 말씀을 듣고 알았지만, 병력을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천녀(天女)와 5욕락, 그리고 광명이 사방을 채운 곳
원컨대 제석께서는 이 소원을 들어 주시옵소서.

제석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약 그와 같이 게으름을 피울 수 있고
백천(百千)의 천녀가 둘러싸고 있고
5욕락으로 마음껏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너는 그곳에 나와 함께 갈지어다.

수비라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왕이시여! 만일 일만 없다면
나와 함께 고통 없이 그런 쾌락을 누리리라.

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 수비라에게 그러한 것 있다면
나는 너와 함께 그 쾌락을 누리리라.
하지만 일찍이 아무 하는 일 없이
생활하며 쾌락을 누린 자가 있었던가?

너에게 지금 그러한 곳이 있다면
빨리 가자, 내 너를 따라가리라.
네가 일을 겁내서 한가한 곳 좋아한다면
마땅히 조속히 열반을 향하여야 하리.

이 말을 듣자 수비라는 즉시 4부 병력을 출동시켜서 아수라와 싸웠다. 당시 천인들이 승리하고 아수라는 패배하였으니, 아수라는 갖가지로 장엄한 채 자기 궁전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이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 크게 자재로움을 누리면서도 오히려 스스로 정진할 뿐만 아니라 정진하는 이를 찬양하거늘, 하물며 그대들은 신심을 갖고 집을 떠나 법의를 입었으니 응당 정진해야 하고, 정진하는 이를 찬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일 능히 정진할 수 있고 정진하는 이를 찬양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집을 떠난 이의 법에 알맞은 일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련야(阿練若)에 신선들이 많이 있었는데, 신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인과 아수라가 함께 싸우고 있었다.
당시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은 얼굴을 다섯 가지로 장식을 하고, 머리에는 천관(天冠)을 쓰고, 마니로 된 털이개를 잡고, 위에는 꽃 일산을 받치고, 보검을 차고, 뭇 보배로 된 신을 신고서 신선들이 살고 있는 곳에 왔는데,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여러 신선들과 말하거나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도로 벽으로 나가 버렸다.
그때 한 신선이 이러한 말을 하였다.
‘비마질다라 등이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 신선들과 서로 인사하거나 말하지도 않고 벽으로 나가 버렸구나.’
또 한 신선이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수라들이 만일 신선들을 공경하고 문안을 드렸다면 반드시 천인들을 이기겠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못하리라.’
한 신선이 물었다.
‘이자는 누구입니까?’
어떤 신선이 대답하였다.
‘그는 바로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입니다.’
신선이 다시 말하였다.
‘아수라의 법은 아는 것이 미천하고 법도와 교양이 없고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마치 농부와 같으니, 천인들이 반드시 승리하고 아수라는 질 것입니다.’
그때 제석이 나중에 신선이 살고 있는 곳에 이르자, 즉시 천왕의 다섯 가지 얼굴 꾸밈을 버리고 문으로 들어가서 신선들을 위문하고 두루 다니면서 살핀 뒤에 신선들에게 말하였다.
‘모두 다 편안하시며 괴로운 일이나 없으십니까?’
그리고 문안을 마친 뒤에는 문으로 나갔다.
한 신선이 물었다.
‘이는 누구입니까? 위로와 문안을 드리고 두루 살핀 후에야 나가고 있으니, 아주 법도와 교양이 있고 용모도 단정합니다.’
한 신선이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제석입니다.’
그러자 또 한 신선이 말하였다.
‘천인들은 극진히 공경하고 유순해서 행실이 잘 조복되었으니,
반드시 천인들이 승리하고 아수라가 질 것입니다.’
비마질다라는 신선들이 천인들을 칭찬하고 아수라를 헐뜯는다는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는데, 신선들은 이 소식을 듣고 아수라의 처소에 가서 ‘우리들은 당신이 매우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하면서 곧 게송을 말하였다.

우리들이 일부러 스스로 와서
원하는 바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니
우리들에게 무외(無畏)를 베푸시고
다시는 성을 내지 마옵시며
우리들에게 만약 허물이 있으면
바라건대 우리들을 자주 꾸짖어 주십시오.

비마질다라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들에게 무외를 베풀지 아니하리니
그대들은 우리를 헐뜯고 침해하면서
비루한 짓을 제석에게 구하였도다.
우리들을 헐뜯고 욕하면서도
그대들은 두려움 없기를 바라는데
나는 반드시 그대들에게 두려움을 주리라.

그러자 신선들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가령 사람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과보를 받나니
착한 일 하면 저절로 착한 과보를 받고
악한 일 하면 악한 과보가 저절로 오네.

비유컨대 종자를 심는 것과 같으니
종자에 따라 그 과보 얻듯이
그대가 이제 괴로움의 종자 심으면
나중에 되돌아서 저절로 받으리.

우리가 이제 무외를 애걸하는데
거꾸로 우리에게 두려움 준다면
오늘부터 이 후로는
그대들의 두려움이 끊임 없으리.

신선들은 아수라에게 말을 마치자 즉시 허공에 올라 떠나갔다.
비마질다라 아수라는 그날 밤 꿈에서 제석의 군사와 교전하면서 크게 두려워하였으며, 그 이튿날도 역시 그러하였는데, 사흘째 꿈꿀 때에는 과연 제석의 군사가 와서 싸우기를 청하였다. 비마질다라는 즉시 교전하면서 싸웠는데 아수라가 패하고 제석이 뒤를 쫓아 아수라 궁전까지 이르렀다.
그때 제석은 갖가지 싸움에서 승리한 뒤 신선들의 처소에 나아갔는데, 신선들은 동쪽에 있고 제석은 서쪽에 있으면서 서로 마주 대하고 앉았다.
동풍(東風) 선인(仙人)이 제석을 향하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몸은 출가한 지 오래라서
겨드랑이 밑에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그대에게 향하니

자리를 피하여 남쪽에 앉으시오.
이와 같이 나는 모든 냄새는
천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갖가지 꽃을 모아서
머리 위의 꾸미개 만든지라
그 향기는 갖가지로 많사오니
그에 대해 싫어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인들의 집을 떠난 향기는
온갖 꽃으로 꾸미개를 만든 것과 같으니
나는 지금 머리에 이고 받들고 있으면서
싫어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집을 떠난 이들을 오랫동안 공경했으니, 너희 비구들도 신심을 갖고 집을 떠났으므로 마땅히 그와 같이 공경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석제환인의 얼굴빛은 수승하고 미묘해서 인간이나 천인보다 뛰어났는데, 그는 밤중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기수의 숲은 아주 환한 것이 낮보다 밝았다.
석제환인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일을 없애면 편히 잠을 잡니까?
어떤 것을 없애야 근심이 없습니까?
어떤 한 법을 없애야 부처님께서 칭찬하십니까?
부디 저를 위해 온갖 의심 풀어 주옵소서.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성냄 없애면 편히 잠잘 수 있고
성냄 없으면 근심 걱정이 없나니
성냄이란 가시의 독한 뿌리를 없애야 함을
그대 제석은 반드시 알아야 하리라.
이와 같은 성냄은 아름다운 선(善)을 파괴하나니
성내는 일을 없애야만 칭찬을 들으리.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내용을 듣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매월 8일마다 사천왕은 사자를 보내서 온 천하를 살피고 다닌다. 세상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순종하며, 사문과 바라문을 받들어 섬기며, 착한 법을 닦으며, 또 악을 행하는가 조사하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착한 법을 닦고 행해서 모든 악을 없애고 감정을 단속하고 계율을 지켜야 한다.
14일이 되면 사천왕은 또 태자를 보내서 온 천하를 살피며 다니게 하고, 15일이 되면 사천왕 자신이 역시 그와 같이 살피고 다니면서 조사한다.
당시 사천왕이 조사를 끝내고는 제석의 선법당(善法堂)에 올라가서 제석에게 보고하기를, ‘천인과 세간의 사람들 중에는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ㆍ바라문을 공경하지 않고, 스승과 집안의 높은 어른을 받들어 섬기지 않는 자가 많으며, 나아가 계율을 지니는 자가 별로 없다’고 하면, 제석과 천인들은 이 말을 듣고 시무룩해지고 기뻐하지 않으면서 천인들은 다 이렇게 말한다.
‘천인들의 무리는 줄어들고 아수라만 많아지겠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항상 부모에게 효도하며, 사문ㆍ바라문에게 공양 올리며, 나아가 계행을 지니는 이가 많다’고 사천왕이 제석에게 보고하면, 모든 천인들은 아주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착한 일을 닦고 행해서 아주 어질고 착한 이가 되어서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천인들은 불어나고 아수라는 줄 것이다.’
제석도 기뻐하면서도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매월 8일과 14일
아울러 15일과
신족(神足)의 달에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면
이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서
그 공덕이 나의 몸과 같으리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한 말은 훌륭한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째서인가? 가령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할 일을 이미 마쳤다면 마땅히 이러한 게송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월 8일과 14일과
아울러 15일과
신족의 달에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면
이 사람은 수승한 이익을 얻어서
그 공덕이 나의 몸과 같으리라.

부처와 아라한은 마땅히 이러한 게송을 말해야만, 실다운 말이라 칭하고 훌륭한 말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질다(質多) 아수라왕이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 석제환인이 그의 처소를 찾아갔을 때 아수라가 제석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그대가 나의 병을 낫게 해서 예전처럼 평안하고 건강하고 살찌고 생기 있게 해주시오.’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가 나에게 아수라의 환화(幻化)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나도 그대의 병을 낫게 해서 예전처럼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수라가 말하였다.
‘내가 여러 아수라들에게 물어볼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만약 가능하다고 하면 내가 반드시 그대에게 가르쳐 주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수라왕은 즉시 여러 아수라들에게 물었는데, 그때 아첨과 거짓말을 잘하는 아수라 하나가 비마질다라에게 말하였다.
‘제석은 오랫동안 정직하고 착한 행동만을 해서 갖가지 아첨과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니, 당신은 제석에게, ‘그대가 아수라의 아첨하고 속이는 환술을 배우게 되면 반드시 노루(盧樓)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하십시오.
그래서 제석이 당신에게, ‘나는 그 아수라의 법을 배우지 않겠소’라고 하면, ‘날 그냥 두고 가시오’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제석은 ‘당신의 병환은 반드시 나을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아수라왕은 곧 그 말대로 게송으로 제석에게 말하였다.

천 개의 눈을 가진 제석, 사지의 남편이여!
만약 환술의 법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저 노루지옥에 떨어져서
1겁 동안 꼬빡 불타고 지져지리라.

제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그만두시오. 환술의 법을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곧 발원하기를, ‘그대의 병이 나아서 편안하고 아무 걱정이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이 비록 천상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아첨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진실한 일만 행하거늘, 하물며 그대들은 집을 떠나고 수염과 머리털을 깎았으니, 모든 아첨과 그릇된 일을 여의고서 정직한 일을 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정직한 일을 행하면 집을 떠난 이의 법에 알맞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제석이 부처님 처소에 왔다가 돌아가려고 할 때 하나의 계(戒)를 받기를 청하였다.
“하나의 계(戒)란 무엇인가? 가령 제가 궁중에 돌아가면 온갖 원수와 미운 자들을 보게 될 텐데, 설사 그들이 저를 찾아와서 해친다 하여도 저는 끝내 그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마질다라는 제석이 이미 그런 계를 지킨다는 말을 듣고는 곧 날카로운 칼을 들고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석제환인은 아수라가 칼을 들고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멀리서 아수라에게 말하였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그대는 지금 스스로 속박하고 있소.”
비마질다라가 제석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부처님 처소에서 하나의 계를 받으면서, ‘만약 제가 궁중에 돌아가면 온갖 원수와 미운 자들을 보게 될 텐데, 설사 그들이 저를 찾아와서 해친다 하여도 저는 끝내 그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니, 그와 같은 계를 받은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나는 비록 계를 받았으나, 그대에게 ‘멈추시오. 멈추시오. 그대는 지금 스스로 속박하고 있소’라고 말할 수 있나니, 그와 같은 말은 계를 범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마질다라가 말하였다.
“교시가여! 나를 놓아 주시오!”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가 ‘다시는 나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나는 그대를 놓아 주겠소.”

비마질다라는 즉시 맹서의 말을 하였다.

탐냄ㆍ성냄ㆍ거짓말로 성현을 비방하면
그와 같은 악한 과보는 내가 받게 되리.

그러자 제석은 맹서를 듣고 나서 즉시 비마질다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그대를 놓아 주겠소.”
석제환인은 다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마질다라는 제가 계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서 날카로운 칼을 들고 길가에서 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멀리서 아수라에게 말했습니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그대는 지금 스스로 속박하고 있소.’
비마질다라는 즉시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부처님 처소에서 하나의 계를 받으면서, ‘만약 제가 궁중에 돌아가면 원수와 미운 자들을 보게 될 텐데, 설사 그들이 저를 찾아와서 해친다 하여도 저는 끝내 그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계를 받지 않았습니까?’
저는 곧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비록 계를 받았으나, 다만 ‘그만두시오. 그대는 지금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소’라고 말할 수 있나니, 그와 같은 말은 계를 범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마질다라는 즉시 저에게 말했습니다.
‘교시가여! 저를 놓아 주시오!’
저는 곧 말했습니다.
‘그대가 다시는 나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생각을 두지 않는다면 즉시 그대를 놓아 주겠소.’
그러자 비마질다라는 저의 말을 듣고 이러한 맹서를 했습니다.

탐냄ㆍ성냄ㆍ거짓말로 성현을 비방하면
그와 같은 악한 과보는 내가 받게 되리.

결국 저는 그 맹서를 듣고서 즉시 놓아 보냈습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아수라가 무거운 맹서를 했는데,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원망하며 미워하는 악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아수라가 설령 맹서를 하지 않았어도 오히려 나쁜 짓을 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맹서를 한 것이겠는가?”
제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날뛰면서 곧 그 자리에서 사라져서 천궁으로 돌아갔다.

4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옛날 어느 때 제석과 아수라가 싸웠는데, 그 때에는 천인들이 이기지 못하고 아수라가 승리하였다.
그때 제석은 자기가 아수라만 못한 것을 보고 즉시 수레를 돌려서 천궁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길 복판에 고사라수(苦娑羅樹)가 보였으며, 나무 위에는 금시조의 둥지가 있었다.
제석은 즉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령하였다.
‘이 둥지 속에는 새알 두 개가 있어서 손상시킬 우려가 있으니, 너는 수레를 돌려서 이 나무를 피해 가거라.’
제석은 곧 마득리가를 향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나무 위의 둥지를 보거라.
둥지 속에는 알 두 개가 있는데
지금 수레를 그곳으로 끌고 가면
반드시 부딪쳐서 깨질 우려가 있네.

내가 차라리 이 몸을 가지고
아수라의 진 속에 들어가서
목숨을 잃고 말지언정
끝내 새알은 깨뜨리지 않으리라.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제석은 즉시 수레를 돌렸다.
그때 아수라들은 제석이 수레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제각기 이러한 말을 하였다.
‘제석이 아까는 거짓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금 다시 돌리고 있으니, 이는 반드시 우리 군사를 쳐부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수라들이 즉시 후퇴하자 천인들이 쫓아가서 그 성에까지 육박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오랫동안 인자함과 참음을 닦았으니, 그대 비구들도 반드시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석제환인이 발리바루지(跋利婆婁支) 아수라와 함께 밤에 부처님 처소를 찾아왔는데, 위광(威光)이 치성한 채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제석과 비루지(毘婁支)의 광명은 기수 숲을 두루 비추어서 마치 낮과 같았다.
발리바루지가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으로서 항상 노력하면
소원을 반드시 이룰 것이니
이미 법과 진리를 구해서 얻었다면
편안하게 쾌락을 누리리라.

제석도 또한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으로서 항상 노력하면
소원을 반드시 이룰 것이니
이미 일의 업을 구해서 얻었다면
참음을 닦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네.

그리고 나서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말한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이익이 있고 어느 것이 이익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잘 분별한 것으로서 모두 훌륭한 말이다. 그대들은 이제 나의 말을 잘 들어라.”

일체 중생들이 모두 이익을 위하여
저마다 마음이 욕구하는 바를 따라서
똑같은 이익과 욕망을 바람에 맞게 즐기려 하니
사람마다 부지런히 노력해서 구한다면 반드시 얻으리라.
이미 일의 업을 이루었다면 참음이 가장 제일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참음을 행해야 하리라.

제석과 비루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 즉시 그 곳에서 사라져 궁중으로 돌아갔다.

5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그때 왕사성 안에 한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몹시 곤궁하고 매우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부처님 법에 대해 청정한 믿음을 갖고, 깨끗이 계율을 지키고 경을 다소나마 독송하고 또 자그마한 보시를 하였으니, 이 네 가지 일의 인연과 과보로 목숨을 마치자 도리천(忉利天)의 수승하고 미묘한 좋은 곳에 태어났다.
이 새로 태어난 천인에게 세 가지 수승함이 있으니,첫째는 빛깔과
모양의 수승함이요, 둘째는 명칭의 수승함이요, 셋째는 수명의 수승함이다.
천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 함께 공경하면서 제석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새로 태어난 천인이 있사온데, 세 가지가 다른 천인보다 수승합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나도 일찍이 저 새로 태어난 천인을 본 적이 있는데, 그는 본시 사람으로 있을 때 빈궁하고 곤고(困苦)해서 몹시 헐벗고 파리하였으나 바른 신심으로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계율을 깨끗이 지키고 다소나마 보시를 닦았기 때문에 지금 이 도리천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을 말하였다.

만약 삼보에 대해 깨끗한 신심을 내어서
그 마음이 견고하여 움직이지 아니하고
받아 지닌 계율을 지켜서 범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은 가난한 자라 부르지 않고

오히려 지혜의 수명이 있는 사람이라 하리니
위없는 삼보를 공경했기 때문에
천상에 태어나 좋은 쾌락 누리는 것이니
그러므로 그를 마땅히 배워야 하리라.

그때 천인들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믿고 지녔으며, 예배하고 자기 궁전으로 돌아갔다.

5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 속에 계실 때였다.
그때 왕사성에는 아흔여섯 부류의 외도(外道)가 있었는데, 저마다 제사를 지냈다. 만약 단월(檀越)로서 외도 차륵(遮勒)을 믿는 이가 있으면 우리 스승 차륵에게 먼저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외도 바라바식(婆羅婆寔)을 믿으면 역시 우리 스승 바라바식에게 먼저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외도 건타(乾陀)를 믿으면 모두가, 먼저 우리 스승 건타에게 크게 보시한 후 딴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외도의 이름난 삼수(三水)를 믿으면 우리 스승 삼수에게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외도의 이름난 노성문(老聲聞)을 믿으면 우리 스승 노성문에게 먼저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외도의 대성문(大聲聞)을 믿으면 역시 우리 스승 대성문에게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만약 부처님을 믿으면 모두가 우리 스승이신 여래와 여러 스님에게 공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석제환인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왕사성의 사람들은 크나큰 삿된 소견을 내고 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세상에 계시는데 만약 삿된 소견을 낸다면 좋지 못한 일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제석은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하여 늙은 바라문이 되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흰 말로 멍에를 한 흰 수레를 타고서 소년들에게 좌우를 둘러싸인 채 사원의 마당을 향하여 한복판을 질러갔다.
그때 왕사성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 늙은 바라문은 어느 곳으로 먼저 갈 것인가? 우리들도 따라가 보자.’
제석은 사람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서 수레를 남쪽으로 돌려서 영축산(靈鷲山)을 향했는데, 모든 수레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이르자 수레를 정지시키고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법 바퀴 굴리시는 성왕(聖王)께서
괴로움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시고
원한과 미움과 공포를 없앴으니
나는 지금 머리 숙여 절합니다.

가령 사람이 복을 닦고 싶다면
마땅히 어느 곳에 보시해야 합니까?
또 복을 잘 구하고 싶다면
마땅히 청정한 믿음과 공경을 내야 하는데

오늘 보시를 닦아서
내세에 좋은 과보 얻는다면
어떠한 복밭[福田]에다 보시해야
작은 보시로 큰 과보를 얻습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제석천을 위하여 제사 중에서도 가장 수승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4과(果)와 4향(向)
그리고 선정과 명행족(明行足)은
공덕의 힘이 매우 깊은 것이
마치 큰 바닷물과 같나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실답고 수승한
조어장부(調御丈夫)의 제자라고 말하리.

크나큰 저 암흑 속에서
지혜의 등불 능히 밝혀서
항상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도를 보여 주나니
이를 이름하여 스님네 복밭이라 말하는데
너무나 광대해서 그 끝이 없다네.


만약 이 복밭에 보시한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훌륭한 시여(施與)라고 하며
만약 이 복밭에 제사를 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훌륭한 제사라 하네.

물건을 불태워서 하늘에 제사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일 뿐 아무런 복이 없나니
이것을 훌륭한 태움이라고는 말하지 못하리.

만약 복밭인 그 자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온갖 공덕의 업을 지으면
나중에는 큰 부귀와 이익을 얻으리니
이야말로 훌륭한 불태움이라고 하리.

제석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훌륭한 복밭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네.
말하자면 스님네 한 사람에게 보시하여도
나중에는 반드시 큰 과보를 얻는 것이네.

이 일은 이 때에만 말한 것으로
세간해(世間解)께서 말씀하신 바이니
한량없는 공덕을 지닌 부처님께서
1백 게송으로 승보를 찬양하네.

제사하는 중에서 최상인 것이라도
스님네의 복밭을 능가하지 못하나니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선(善)이라도 심으면
한량없는 과보를 얻으리라.

그러므로 훌륭한 대장부라면
마땅히 스님네에게 보시해야 하나니
법을 능히 총지(摠持)한 이를
바로 스님들이라고 이름하네.

비유컨대 큰 바다 속에는
많은 보물이 들어 있듯이
승가의 바다도 역시 그러해서
공덕의 보배가 그지없이 많네.

만약 승보(僧寶)에게 보시할 수 있다면
훌륭한 대장부라고 이름하나니
이미 기쁨과 믿음을 얻은 것이네.

만약 신심으로 보시할 수 있다면
반드시 알라. 이러한 사람은
3시(時)로 기쁨을 얻으리라.

3시로 기쁨을 얻기 때문에
3악도(惡道)를 능히 벗어날 수 있고
모든 티끌과 때[垢]를 없애서
번뇌의 독한 화살을 벗어나리라.

청정한 마음으로 손수 보시하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로우리니
그와 같은 제사를 베풀 수만 있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밝은 지혜 있는 이라고 말하리.

그는 믿는 마음이 이미 청정하여서
무위(無爲)의 자리에 이르게 되니
이는 바로 세상의 극락인지라
슬기로운 이는 거기에서 태어나리라.

제석은 이 게송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져 천궁으로 돌아갔다.
제석이 천궁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왕사성의 장자(長者)와 바라문들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면서 부처님께 합장하며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과 비구 스님께서는 내일 아침에 있을 대사(大祠)의 즐거운 초청을 받아 주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없이 허락하셨다.
왕사성의
바라문과 장자들은 부처님께서 말없이 자기들의 초청을 받아 주심을 알고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제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자기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저마다 갖가지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마련하여 청정하고 향기롭고 정결하게 차려 놓고서 아침에 자리와 깨끗한 물을 준비해 놓은 뒤 심부름꾼을 영축산으로 보내서 세존께 아뢰었다.
“공양 드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래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드신 채 여러 스님들에게 둘러싸여 성으로 가서 대사(大祠)의 처소에 이르시었다. 대사의 처소에 도착한 여래께서는 자리를 정하여 여러 스님들의 앞에 앉으셨다.
그러자 성 안에 있는 사람들도 좋은 평상과 자리를 깔고서 스님들과 함께 앉았다. 그러자 장자들은 대중들이 자리를 정한 걸 살피고는 각자에게 깨끗한 물을 돌렸으며, 모든 바라문과 장자들은 손수 갖가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붓고 담았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더 잡수시기를 권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스님들이 공양을 마친 것을 보시고는 즉시 발우를 거두어 아난(阿難)에게 맡겼다. 그러자 사람들은 제각기 자리를 펴고 부처님 앞에 앉아서 전일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법문을 듣고 싶어 하였다.
여래께서는 보시한 것을 칭찬하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바라문의 경서(經書) 중에서는
불[火]에게 제사하는 법이 으뜸이며
외도의 전적(典籍) 중에서는
바비실(婆比室)이 제일이네.

모든 세상 사람 중에는
왕이 된 사람이 가장 으뜸이며
온갖 시냇물의 흐름 중에는
큰 바다를 제일이라 말하네.

별과 온갖 별자리 중에서는
달의 광명을 으뜸이라 하고
온갖 밝음 중에서는
태양의 밝음이 가장 제일이네.

위와 아래, 그리고 사방에 있는
세간과 천인과 사람들
그리고 모든 성현들 중에서는
부처님이 가장 높은 어른이시네.

그때 세존께서 왕사성의 사람들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고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니,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그 자리에서 물러갔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수비라(須毘羅)와 신선들
성냄 없앰과 매월 8일
아수라왕의 병환과 하나의 계를 지니는 것
새 둥지와 바리비루지(婆利毘樓支)
가난한 사람과 대사(大祠)

5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俱薩羅國)에 계시다가 차츰 유행하면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시었다.
바사닉왕(婆斯匿王)은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신다는 걸 듣고는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숙여 문안한 후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예전에 부처님께서 ‘집을 떠나 도를 구하면 무상지진등정각(無上至眞等正覺)을 이루게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러한 말씀을 하셨습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잘못 전한 것입니까? 혹은 비방을 해서 헐뜯어 보려고 그런 말을 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말은 진실한 말이지 헐뜯는 것이 아니며, 또한 보태거나 줄인 것도 아니며, 실로 나의 말이고 실로 법다운 말이며, 법이 아닌 말이 아니며, 일체 외부 사람이 나를 비방한 말도 아니오.”
바사닉왕이 다시 말을 하였다.
“저는 비록 그러한 말씀을 들었지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왜 믿지 못하는가 하면, 예로부터 오랫동안 집을 떠난 사람들과 늙고 오래된 바라문들과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ㆍ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俱賖梨子)ㆍ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毘羅邸子)ㆍ아사다시사흠바라(阿闍多翅舍欽婆羅)ㆍ가거다가전연(迦據多迦栴延)ㆍ니건타사제불다라(尼乾陀闍提弗多羅)와 같은 원로들도 오히려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었다고 믿지 않았거늘, 하물며 당신은 나이가 젊고 집을 떠난 지도 오래 되지 않았는데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세상에 작아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 네 가지가 있소.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왕의 아들은 비록 어리더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둘째, 용의 새끼는 비록 작더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셋째, 불은 비록 미미하더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넷째, 비구는 비록 어리더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소.”
그리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왕자가 비록 어리더라도
온갖 기예를 갖추어 익히고
태어난 곳이 이미 참되고 바르며
또한 더러움에 섞이지도 않고
위대한 아름다운 명칭이 있음을
일체가 다 들어서 아네.

이처럼 비록 어리다고 말해도
진실로 가볍게 여길 수 없나니
자기 목숨을 보호하고 싶은 자는
어리다고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네.

찰리(刹利)가 비록 어릴지라도
법에 따라 반드시 왕위를 이으리니
이미 왕위를 계승하고 나서는
법에 따라 죄와 벌을 내리노라.
그러므로 마땅히 공경하며 순종해야지
경솔한 자만을 일으켜선 안 되리.

모든 마을 속에서
그리고 조용한 곳에서
작은 용의 새끼를 보게 되면
그 형상은 비록 보잘것없어도
능히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또한 다시 구름을 일으키기도 해서
큰비를 내리 퍼붓나니

만약 작다고 가볍게 여긴다면
반드시 독을 놓아 쏠 수 있으니
목숨을 보호하고 싶은 자는
작더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니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스스로를 옹호해야 하리라.

또한 설사 작은 불에 불과하더라도
온갖 인연이 갖추어진다면
맹렬한 불길이 매우 치성할 것이며
또한 큰 폭풍을 만나게 되면
산과 들마저 모두 불태울 수 있네.
숲과 들을 이미 불태우고도
때를 만나면 다시 살아나니
자기 목숨을 보호하고 싶은 자는
작은 불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네.

만약 깨끗한 계율을 지닌 이에게
악담을 퍼붓고 꾸짖어 욕하면
자기 자신과 자손까지도
모두 다 헐뜯고 비방을 받으며
저 미래의 세상에서도
반드시 동일한 나쁜 과보를 받으리니
그러므로 마땅히 스스로를 보호해야지
상대에게 악을 가하지 말라.

기예를 갖춘 찰리와
용의 새끼와 그리고 불
청정한 계율을 지닌 비구
이 네 가지는 가볍게 여길 수 없으니
자기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신중히 삼가면서 그런 짓을 멀리 하라.

바사닉왕은 이 말씀을 듣자 마음이 전율하고 몸의 털이 곤두서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께 합장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진실로 죄가 있으며 그 죄를 스스로 범했음을 알았습니다. 비유컨대 어리고 어리석은 이가 무지(無知)하고 어리석어서 하는 짓이 착하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당신을 가엾이 여겨서 당신의 참회를 허락하오.”
바사닉왕은 참회를 받아 주자 크게 기쁜 마음으로 예배하고 떠나갔다.

5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천성이 어질고 효성스러웠기 때문에 어머니가 붕어하자 슬피 울부짖고 애타게 사모하면서 스스로 견디지 못하였다. 어머니를 화장하고 나서 스스로 목욕하느라고 옷과 머리털이 젖어 있었다.
그때 그는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어디서 오셨는지 옷과 머리털이 젖었소이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자모께서는 정이 지극하시고 존경스런 분이셨는데,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느라고 멀리 들판에까지 가서 장사를 지낸 뒤에 새로 목욕하며 씻느라고 옷과 머리털이 젖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어머니를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하오?”
왕이 즉시 대답하였다.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저의 어머니를 다시 살아나시게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코끼리 부대ㆍ전차 부대ㆍ기마 부대ㆍ보병 부대를 다 주어서 저의 어머니 목숨을 잇는다 해도 뉘우치거나 한스러운 마음이 없습니다. 설령 나라의 절반을 상으로 준다 해도 역시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왕이 또 말하였다.
“부처님 말씀은 참으로 진실하니, 온갖 살아 있는 것은 마침내 반드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진실로 그렇고, 진실로 그렇소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니, 5취(五趣)와 4생(生)에서 죽지 않는 자가 없으며, 왕과 신하와 백성과 바라문들도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며, 관정(灌頂)을 인왕(人王)도 위력이 자재로워서 국토를 통솔하고 있으나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며,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사천하에서 왕노릇을 하고 7보(寶)가 구족하나 마침내 죽게 되며, 5통(通) 신선이 산 숲에 있으면서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나 역시 죽음으로 돌아가오.
33천이 지극한 쾌락을 누리면서 얼굴이 빛나고 아름다우며 천궁(天宮)에 살면서 수명이 길어지지만 역시 죽게 되며, 모든 아라한들이 무거운 짐을 벗고 자기의 이익을 얻으며, 모든 번뇌를 다해서 마음의 자재로움을 얻고, 바른 지혜로 해탈을 한 최후의 몸도 역시 흩어지기 마련이며, 모든 벽지불(辟支佛)이 홀로 단 하나의 짝도 없이 항상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나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며, 부처님 정각(正覺)께서 10력(力)을 갖추시고 4무외(無畏)를 지니셨으며, 네 가지 걸림 없는 변재를 얻어서 능히 사자후를 하시나 그 몸도 역시 무상하여 마침내 사라지고 마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내가 대왕을 위하여,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라는 것을 갖가지로 분별하였소. 간추려 말해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오.”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태어난 것은 모두 죽기 마련이며
목숨은 반드시 마치게 되는 법이니
업을 따라 인연의 과보를 받아서
선가 악이 제각기 과보를 얻네.

복을 닦으면 천상에 오르고
죄악을 지으면 지옥에 들어가며
도를 닦아서 생사를 끊으면
영원히 열반에 들게 되리라.

허공에 들어가든 바다 속에 들어가든
산 속에 들어가든 바위 속에 들어가든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네.

여러 부처님과 연각(緣覺)들
보살과 그리고 성문(聲聞)도
오히려 무상한 몸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모든 범부의 몸이랴.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다시는 근심하지 않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은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다.
‘무릇 사람된 자로서 어떤 것을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자기를 미워한다고 할까?’
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가령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행하고 모든 악을 멀리 여의면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며, 가령 몸과 입과 뜻으로 좋지 못한 짓을 행하고 온갖 악행을 한다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바사닉왕은 생각을 끝내고 나서 고요한 곳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것을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까? 가령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행하면 자기를 사랑한다고 할 것이며, 가령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행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실로 그렇소. 가령 사람이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짓을 행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오. 왜냐 하면 저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비록 원수가 있더라도 그 원수에게 반드시 빨리 해침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쁜 짓을 해서 그 해가 매우 깊은 것이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스스로 나쁜 짓을 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오.
또 자기만을 위하기 때문에 죽이는 짓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나니, 이것은 자기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오.
사람이 만약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행하면, 설령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집과 처자를 버렸으니 나 스스로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는 자기를 사랑한 것이오. 왜냐 하면 그런 사람은 비록 친한 벗과 부모ㆍ형제가 있어서 은혜가 골수에 사무친 채로 늙어 간다 해도 서로를 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니, 말하자면 스스로의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닦고 행하여야만 능히 스스로 제도할 수 있으니, 이를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나쁜 짓 하지 아니하고
악(惡)을 짓는 일 없어야만

쾌락을 얻은 이라고 하리라.

만약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착한 일을 닦아야 하리리
그는 갖가지 모든 쾌락을
조속히 얻을 수 있으리라.

자기를 사랑하고 싶은 자는
마땅히 스스로 옹호해야 하리니
비유컨대 변방에 있는 성과
들판에 도적이 많이 있다면

미리 난리를 당하기 전에
반드시 숨기고 갈무리해야 하니
만약 그 평온한 때를 놓치고서
난리를 만나면 고통이 끝이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은 조용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어떤 것을 자기를 보호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할까?’
또 스스로 생각하였다.
‘사람이 만약 착한 일을 닦으면 자기를 보호한다고 할 것이며, 사람이 만약 나쁜 짓을 행하면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떤 것을 자기를 보호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할까?’
그리고 또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만약 착한 행을 닦으면 자기를 보호한다고 할 것이며, 만약 착하지 못한 짓을 행하면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실로 그렇고 그렇소이다. 가령 코끼리 부대ㆍ기마 부대ㆍ전차 부대ㆍ보병 부대의 네 부대가 자신을 둘러싼다 하여도 자기를 보호한다고는 할 수 없소. 왜냐 하면 안으로 보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오.
만일 사람으로서 몸과 입과 뜻이 착하면 비록 네 부대가 없다 하여도 자기를 보호한다고 할 수 있소. 왜냐 하면 안으로 보호한 것이기 때문이오. 안으로 보호하는 것이 밖으로 보호하는 것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소.”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다면
반드시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해서
착한 법을 닦아 행해야 하고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이 있어야 하네.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지 않는 자는
삿된 소견과 잠으로 인해
모든 착한 법을 막고 가리면서
악마를 따라 순종한다네.

이는 곧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니

따라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며
선정과 지혜를 닦아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생각해야 한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은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는 부귀와 재산을 얻은 이가 별로 없다. 설령 재산을 얻었더라도 교만하거나 사치하지 않고, 정직하고 청렴해서 만족할 줄 알고, 기호와 애욕을 억제하면서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은 아주 적다. 반대로 세상에는 많은 재산을 얻으면 교만하고 방일하면서 멋대로 하고, 애욕을 탐내고 즐기면서 중생들을 더욱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사닉왕은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상에는 가령 많은 재산을 얻었어도 스스로 만족한 줄 알아서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고, 애욕을 즐기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은 적으며, 반대로 튼튼한 기반을 닦았지만 교만하고 방일하면서 멋대로 하고, 애욕을 탐내고 즐기면서 중생을 괴롭히는 사람은 많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실로 그렇고 그렇소이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벼슬과 녹을 얻고 나면, 교만하고 방일하면서 멋대로 하고, 애욕을 탐내고 즐기면서 중생들을 괴롭히는데, 그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크나큰 손실이 있을 것이며, 목숨이 다한 후에는 반드시 지옥에 들어갈 것이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비유컨대 물고기를 잡는 어부와 그 제자가 고기를 잡을 때 교묘한 수단으로 가늘고 빽빽한 그물로써 흐르는 물을 차단하자, 고기ㆍ자라ㆍ큰 자라ㆍ악어와 같은 물에 사는 무리들이 그물에 걸리게 되는데, 이 물에 사는 무리로서 그물에 걸려든 것들은 모두 다 어부의 손 안에 있으면서
이끌리고 당겨지고 돌려지고 굴려지는 것이 모두 어부의 뜻에 달린 것과 같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벼슬이나 녹을 얻을 때 교만하면서 멋대로 하고, 5욕락을 탐내고 즐기면서 중생들을 괴롭히는 것도 역시 그와 같소. 왜냐 하면 그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즉시 악마의 그물에 들어가서 그물에 걸려 돌고 움직이고 머무는 것을 악마가 하는 대로 따르기 때문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종하게 굴면서 일의 업에만 집착하며
미혹 속에서 5욕락을 즐길 때
나쁜 과보 있는 줄 모르는 것이
고기가 빽빽한 그물에 들어가는 것과 같나니
이 업이 일단 이루어지게 되면
몹시 크나큰 고뇌를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훌륭한 벼슬과 녹을 얻고도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아니하며, 5욕락을 즐기지 않고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은 적고, 세상에 훌륭한 기업을 얻으면 교만하고 제멋대로 하여 5욕락을 탐내고 즐기며 중생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많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금방 고요한 곳에서 이러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훌륭한 기업을 얻고도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고, 5욕락을 탐내지 아니하며 중생들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은 적고, 훌륭한 기업을 얻으면, 5욕락을 탐내고 즐기며 중생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많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고 그렇소이다. 실로 당신의 말과 같소.
비유컨대 사냥꾼이 함정을 파 놓고 사슴을 잡는데 사슴을 몰아 함정 속에 들어가게 하고 뜻대로 잡는 것과 같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기업을 얻으면 교만하고 제멋대로 하여 5욕락을 탐내고 즐기며 중생들을 괴롭히는 것도 역시 그와 같나니, 그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악마의 함정 속에 들어
악마가 하는 대로 따라서 지옥에 들어가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소.”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종하게 굴면서 일의 업에만 집착하며
미혹 속에서 5욕락을 즐길 때
나쁜 과보 있는 줄 모르는 것이
마치 사슴이 함정에 빠져
온갖 고통 받는 것과 같구나.

그러한 나쁜 업을 행하는 이는
슬픔과 괴로움의 과보를 받으리니
후회하고 한탄한들 어찌할 수 없구나.

그러나 착한 업을 닦은 사람은
다음엔 좋은 과보 얻어서
죽음에 임해서도 기꺼우리니
그 후에도 후회와 한탄이 없으리.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5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하남(摩訶南)이라는 한 장자(長者)가 있사온데, 그의 집은 큰 부자로서 재물과 보배가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얼마나 큰 부자입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장자의 집에는 금은과 값진 보물만도 수천만억이어서 이루 다 말할 수 없거늘, 하물며 그 밖의 딴 재물이겠습니까? 그런데 부유한 재산가이지만 음식도 제대로 해 먹지 않으며 먹는 것이라곤 거친 겨와 좋지 못한 음식뿐입니다. 가령 국을 만들 적에는 생강을 멀겋게 끓인 뒤에 그 생강을 도로 팔아서 재산에 보태며, 입는 옷도 오직 굵은 베만을 사용하고, 5총(總)의 성글고 헤진 것으로 속옷을 만들며, 낡은 수레를 타고 나뭇잎을 꿰어서 일산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사문ㆍ바라문과 빈궁한 걸인에게 보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먹고 싶을 때에는 먼저 문을 꼭 닫는데, 사문ㆍ바라문들이 그에게 달라고 할까 염려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러한 사람은 훌륭한 장부가 아니오. 왜냐 하면 그 많은 재산을 지니고서도 마음을 열어 바르게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며, 또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거나 처자에게 이바지하지도 못하며, 또한 종과 심부름꾼에게도 주지 아니하며,
또 가끔 사문ㆍ바라문에게 보시하지도 않으며, 다시 최상의 업으로 천상에 태어나는 과보를 구하지도 않기 때문이오.
비유컨대 염전의 땅에 조그마한 못물이 있으나 짜고 쓰기 때문에 누구도 그 물을 마실 수 없으며, 나중에는 저절로 말라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겠소.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니, 재산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베풀어 쓰거나 스스로 쾌락을 누리지도 못하고, 또한 부모와 처자, 그리고 권속들을 공양하거나 이바지하지 못하며, 종과 하인과 친한 벗과 아는 이에게 도 주지 못하면, 비록 재물과 보배가 많더라도 전혀 아무런 이익이 없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훌륭한 장부는 재산을 지니면 능히 스스로 베풀어 쓰거나, 바르게 즐거움을 누리며, 또한 스승과 부모, 처자, 권속, 노비, 하인, 친구, 아는 이에게 공양하거나 이바지하며, 나아가 사문ㆍ바라문과 빈궁한 걸인들에게도 공양하면서 모두 베풀어 주나니, 이와 같은 착한 사람은 재물과 보배로 최상의 업을 지어서 쾌락을 누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인연을 짓는다고 할 수 있소. 그리고 이런 사람이야말로 재물을 모아서 큰 선업을 성취하오.
비유컨대 성읍과 촌락에 근처에 맑고 시원한 못이 있어서 좋은 물이 흘러 나오며, 그 못의 사방 주변이 평탄하고 판판해서 많은 나무 숲과 갖가지 꽃과 과일이 있으며, 부드러운 풀이 그 땅에 두루 분포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서 목욕하고 마실 수 있으며, 나는 새와 기는 짐승들도 그곳에서 날고 즐기는 것과 같다고 하겠소.
훌륭하고 굳건한 장부도 마찬가지이니,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큰 선업(善業)을 성취하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짠 염전의 땅에
차가운 못물이 있다 하여도
짜고 써서 마실 수 없으며
나중에는 저절로 말라 버리리.

구두쇠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라서
비록 많은 재물과 보배 있으나
스스로 먹고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남에게도 베풀지 않나니
그런 사람을 구두쇠라고 한다네.


재물이 있어서 보시할 수 있다면
마치 평탄하고 넓은 땅에
맑고 좋은 못이 있으며
숲 또한 매우 울창해서
사람과 동물이 모두 즐기는 것과 같네.

이런 사람을 슬기로운 이라고 하는데
마치 크나큰 우왕(牛王)과 같아서
살아서는 쾌락을 누리고
죽으면 천상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6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성 안에 마하남이라고 하는 큰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후계자인 아들이 없이 병환으로 목숨을 마쳤다.
당시 국법은 만약 남자를 낳지 못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 그 집 재산을 몰수하여 관가에 예속시켰는데, 이 때문에 마하남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마땅히 나라의 임금에게 들어가게 되었다.
어느 날 바사닉왕은 몸에 먼지가 잔뜩 묻은 채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무슨 일로 몸에 먼지가 묻고 얼굴도 보통 때와 다른 모습으로 이곳에 왔소이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위성 안에 마하남(摩訶南)이라는 큰 장자가 어제 목숨을 마쳤사온데, 아들이 없기 때문에 그가 소유한 재산과 보물이 국가에 몰수되었습니다. 그 재산과 보물을 감시하느라고 바람과 먼지를 뒤집어 썼는데 그 때문에 먼지가 몸에 묻었는가 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마하남이 진짜 거부(巨富)였소?”
왕이 아뢰었다.“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얼마나 큰 부자인가 하면, 금은과 값진 보물이 수천만억이어서 이루 다 말할 수 없거늘, 하물며 그 밖의 재물이겠습니까? 그러나 값진 보물을 엄청나게 쌓아 두긴 했지만 인색하고 탐냈기 때문에 아끼기만 할 뿐 먹지 않았습니다. 겨우 먹는 것이라곤 가라지와 피와 거친 겨 따위로 아주 좋지 못한 것뿐이며, 국을 만들 때도 생강을 한 번 멀겋게 삶은 뒤에 그것을 도로 팔아서 재산에 보탰으며, 입는 것도 오직 굵은 베옷만 입고 5총의 성글고 해진 것으로 속옷을 만들었으며, 낡은 수레를 타고 나뭇잎을 꿰어서 일산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사문, 바라문과 빈궁한 걸인에게 조그마한 보시라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훌륭한 장부가 아니오. 왜냐 하면 비록 재물과 보배가 있어도 마음을 열어서 바르게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며, 또 부모와 처자에게 공양하지도 못하며, 또한 노비와 하인들에게도 주지 않으며, 가끔 사문ㆍ바라문에게 보시하지 않음으로서 다시 천상에 태어나는 착한 과보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마하남은 옛날 일찍이 다가라슬(多伽羅瑟) 벽지불(辟支佛)에게 조그마한 선근(善根)을 심었소. 그때 음식을 보시하면서도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지 않고, 신심으로 보시하지 않고, 손수 보시하지 않고, 공손히 보시하지 않고 함부로 던져 주었소. 그리고 보시한 뒤에는 다시 후회하면서, ‘나의 음식을 왜 이 머리 깎은 사문에게 주었던가? 집안의 하인들에게 주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였소.
그는 죽은 후에 사위성에서 제일가는 거부 장자의 집에 태어났는데, 비록 저 거부 장자의 집에 태어났지만 옛날에 음식을 보시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좋은 옷 입기를 좋아하지 않고, 좋은 음식 먹기를 좋아하지 않고, 말의 안장과 수레를 장식하는 꾸미개들을 모두 좋아하지 않은 것이오.
대왕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오. 마하남은 옛날에도 그 집이 부호였는데, 돈과 재산 때문에 배다른 동생을 죽였소. 이러한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가 한량 없는 세월 동안 온갖 고통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돈과 재산이 일곱 번이나 관가에 몰수를 당했소.
마하남은 다가라실 벽지불에게 음식을 보시한 인연으로 받은 복을 이미 다하였으니, 큰 죄인이 몸을 버린 후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처럼, 마하남도 몸을 버린 후에는 마찬가지로 크게 아우성치는 지옥[大叫喚地獄]에 들어갈 것이오.”
바사닉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마하남은
몸을 버린 후에는 정말로 크게 아우성치는 지옥에 들어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말로 들어가오.”
왕은 그 말씀을 듣자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고는 의복을 정돈하여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멘 뒤에 합장하고서 게송을 말하였다.

돈과 재물과 곡식과 비단
보물과 노비와 그리고 권속 등
모든 것이 전혀 따를 수 없어서
조금이라도 취할 수 없다네.

죽음이 침범하여 몸을 버리면
온갖 재물과 보배가 널려 있어도
한 물건도 그의 소유가 아니라서
조금이라도 가지고 갈 수 없다네.

어떤 물건만이 그 사람을 따르는데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하면서
선악 그대로 과보를 받아서 잃지 않나니
오직 이것만이 그림자처럼 사람을 따른다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선악의 업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해서
그 향하는 대로 따라다니며
조금도 서로 떨어지질 않네.

비유하자면 적은 식량을 갖고서
험한 길을 넘으면 고통만 더하듯이
악을 행함도 역시 그와 같아서
좋은 길에는 능히 이를 수 없네.

비유하자면 풍족한 양식을 가지고
험한 길을 편안히 가듯이
복을 닦음도 역시 그와 같아서
편안하게 좋은 곳에 이르네.

비유하자면 오랫동안 집을 떠나서
아득히 먼 곳에 이르렀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되면
그 마음이 매우 기쁜 것과 같으니

처자와 그리고 권속들이
기뻐하고 아주 즐겁듯이
선(善)을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착한 업이 와서 영접하네.

또한 헤어진 권속들과
서로 만나서 기뻐함과 같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선을 쌓아서
후생의 길을 닦아야 하리라.

후세의 복을 얻고 싶으면
반드시 바른 행을 닦아야 하나니
금생에는 비방을 받지 않고
후생에는 쾌락을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6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때자 되자 바사닉왕은 큰 제사를 베풀기 위해서
천 마리 소를 길러 모두 기둥에 매어 두었다. 검은 소, 물소, 젖소, 송아지, 작은 소가 모두 각각 수천 마리이고, 검은 암양 따위도 수천 마리인데, 갖가지 축생들을 모두 제사할 장소에 매어 두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도 바라문들이 왕께서 크게 제사 지낸다는 말을 듣고는 멀리서 와서 사위성에 모였다.
당시 많은 비구들이 그날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닌 채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바사닉왕이 큰 제사를 베풀기 위해 천 마리 소를 길렀고, 아울러 검은 소ㆍ물소ㆍ젖소ㆍ작은 소ㆍ송아지가 모두 각각 수천 마리이고, 검은 암양 따위도 수천 마리인데, 갖가지 축생들을 모두 제사할 장소에 매어 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나라의 바라문들이 바사닉왕이 큰 제사를 베푼다고 하자 모두 사위성에 모였다는 말도 들었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자 옷과 발우를 거둔 뒤 발을 씻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이러이러한 일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그들의 말을 들으시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부처님을 한 번 믿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법을 한 번 믿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승가를 한 번 믿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인자한 마음 한 번 내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

이것으로 복을 구하여도
16분의 1만큼
귀신을 불쌍히 여기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도
16분의 1만큼
착한 마음을 한 번 내어서
축생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만 못하리.

다달이 백천 번 제사하여도
16분의 1만큼
부처님 말씀에 대하여
믿고 좋아하는 것만 못하리.

설령 온갖 제사를 지내며
불 섬기는 법을 닦아서
이것으로 복을 구하려고
한 해가 다 가는 동안
갖가지 제사를 지낸다 해도
4분의 1만큼
올바르게 자신을 세워서
부처님을 한 번 공경하는 것만 못하리.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6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바사닉왕은 찰리(刹利:크샤트리아), 비사(毘舍:바이샤), 수다라(首陁羅:수트라),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 계율을 지키는 이, 계율을 범한 이, 집을 떠난 이, 나아가 재주를 부리는 이, 전타라(旃陀羅) 할 것 없이 모두 잡아서 가두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성 안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이와 같은 사실을 듣고는 먹기를 마치자 발을 씻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바사닉왕이 찰리ㆍ비사ㆍ수다라ㆍ사문ㆍ바라문ㆍ집을 떠난 이ㆍ계율을 지키는 이ㆍ계율을 범한 이ㆍ재주를 부리는 이ㆍ전타라들을 모두 잡아서 가두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국왕은 철목(鐵木)과 포승으로
사람을 잡아서 가두지만
성현들은 이러한 일을 관찰하여
진정한 감옥이 아님을 깊이 안다네.

만약 처자를 그리워하며
돈과 재물, 보물에 얽매인다면
이야말로 사람을 계박하는 것이
저것보다 더 견고한 감옥이라네.

처자와 재물에 대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묶이고 집착하나니
그것은 실로 거센 물과 같아서
범부들을 표류시켜 빠지게 하네.

그러므로 마땅히 조속히 건너서
해탈을 향해 나아가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왕의 어머니
자기를 사랑함과 자기를 보호함
물고기 잡음과 사슴의 함정
인색함과 목숨을 마치는 것
제사를 지내는 것과 묶이고 얽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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