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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68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5권

by Kay/케이 202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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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5

 


별역잡아함경 제5권

역자 미상

1. 초송(初誦) ⑤

8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한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뒤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계행이 구족하고
위의가 모자람이 없으며
어떠한 업을 닦아 익히고
어떠한 법을 성취해야만
3명(明)의 바라문이 되었다고
능히 말할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여 대답하셨다.

능히 전생의 일을 알고
하늘[天]과 나쁜 갈래[惡趣]를 보며
나고 죽는 일 다하는 것이
3통(通)과 3명(明)이라네.

마음이 훌륭히 해탈해서
애욕과 일체를 끊어 내어
위에서 말한 3명을 성취하면
나는 3명 바라문이라고 하리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 떠나갔다.

8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드시자, 아난이 부처님을 모시고 사위성을 향하였다.
그때 똥 무더기 굴속에서 사는 부부 두 사람이 보였는데, 나이가 아주 늙어서 지팡이에 몸을 기대며 떠는 것이 마치 늙은 황새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멀리서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부부 두 사람이 아주 늙고 쇠해서 똥 굴속에 있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노인도 만약 나이가 젊었다면 사위성 안에서 마땅히 제일 가는 장자(長者)가 되었을 것이며,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었으면 마땅히 아라한이 되었을 것이다.
또 젊은 시절에 재물과 돈을 모았다면 마땅히 둘째 가는 장자가 되었을 것이며, 만일 출가해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었으면 응당 아나함(阿羅含)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세 번째 시절에 돈과 재산을 모았다면 마땅히 세 번째 가는 장자가 되었을 것이며,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었으면 마땅히 수다원(須陀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늙고 쇠했는데도 재물을 모으지도 못했고 부지런히 정진하지도 못해서 또한 상인(上人)의 법을 얻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젊어서 청정한 행 닦지 못하고
또한 재물도 모으지 못했으니
마치 늙은 황새가
공연히 빈 못을 지키는 것 같네.

청정한 행을 닦지도 못하고
젊을 적에 재산도 모으지 못했으니
젊을 적에 즐거웠던 일 생각하며
서 있는 그 모습이 마치 굽은 활과 같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8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어느 늙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나이가 늙고 감관도 쇠하였다. 옛날에 온갖 악을 저지르고 몹시 나쁜 짓을 하였으며, 계율을 범하고 복과 착한 일을 믿지 않았는데, 미리 복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죽을 때를 당해서도 의지할 데가 없었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에 온갖 악을 저지르고 몹시 나쁜 짓을 했으며, 계율을 범하고 복을 닦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착한 일도 닦지 않았습니다.
또한 미리 복덕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죽을 때를 당해서도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실로 노인의 말과 같소.”
늙은 바라문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구담이여! 저를 위해 법을 설하셔서 저로 하여금 오랫동안 안락함과 의로움과 이로움을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실로 노인의 말과 같소. 노인은 옛날에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행을 짓지 않고
계율을 범하고 복덕을 닦지 않았으니, 미리 닦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을 마칠 때를 당해서도 의지(依持)하고 믿을 곳이 없소이다.
노인은 지금 늙고 쇠하였는데, 전부터 온갖 죄와 몹쓸 악만 지었으며, 복이 될 일을 짓지 않고 착한 행을 닦지 않다가 두려울 때를 당하자 의지할 곳을 찾으려 하는 것이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죽게 되었을 때 도피하기를 원해서 좋은 집에 들어가 스스로 구원받기를 생각하는 것과 같지만, 그와 같은 일은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이오.
그러므로 지금 반드시 몸으로 착한 행을 닦고, 입과 뜻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니, 만약 3업(業)이 착하면 그것이 곧 집이며 도피할 만한 곳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인생의 수명은 짧은 것이니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서
늙음과 쇠함이 침범하면
구할 수 있는 자가 없다네.

그러므로 죽음을 두려워해서
오직 불법에 들어와야 하리니
만약 착한 법을 닦는 자라면
이것이야말로 의지할 곳이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 번째 경은 같은 내용이다.)

마땅히 귀의할 곳을 찾아야 하나니,
위대한 사람은 반드시 착한 일을 닦는다.

(세 번째 장행은 내용이 다르고, 게송도 다르다.)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젊음과 왕성함과 노쇠함
세 시절이 모두 과거였고
남은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항상 늙음이 걱정이 되네.

염라왕 처소에 가까이 이르렀는데도
바라문 그대는 살고 싶어하는구료.
죽음과 삶 어디에도 머무를 곳 없는데도
노인은 도무지 자량(資糧)이 없구려.

작은 등불이나마 마땅히 지어서
그것에 의지하여 부지런히 닦는다면
온갖 번뇌를 미리 없애서
다시는 나거나 늙거나 죽지 않으리.

8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어느 늙은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늙고 쇠했습니다. 옛적부터 온갖 나쁜 짓만 했을 뿐
복을 짓거나 선을 닦지도 못했으며, 또 두려움을 여의어서 구원받는 법도 행하지 못했습니다.
거룩하신 구담이시여! 저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셔서 저로 하여금 목숨을 마치면 구원받을 집과 귀의할 곳과 도피할 곳이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치열하니, 무엇을 치열하다고 하는가?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그것이니, 이 때문에 마땅히 몸으로 착한 일을 닦아야 하며, 입과 뜻으로도 그렇게 해야 하오 그러나 노인은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전혀 닦지 않았소.
노인이 지금이라도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닦는다면, 그것이 바로 노인의 건너는 배이며, 더 나아가서는 죽을 적에 노인의 구원이 될 수 있으며, 노인의 집이 되고, 노인의 귀의하고 도피할 곳이 되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어떤 집에 불이 나서
집을 모두 불태우게 되면
마땅히 재산을 급히 끄집어 내서
불 없는 곳에 두는 것과 같나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인 불이
중생을 모두 불태워 버리나니
마땅히 은혜로운 보시를 닦아서
빈궁한 이를 돕고 건져 주어야 하리.

세상에 금이나 보물 따위는
임금ㆍ도적ㆍ물ㆍ불이 침해하고
죽을 때에는 모두 버리게 되어서
사람을 따르는 것이라곤 있지도 않네.

보시는 사람을 따르면서 버려지지 않으니
마치 견고한 뇌옥에 감쳐 둔 것 같아서
임금과 도적과 물과 불이
능히 침해해서 빼앗을 수 없으리.

인색하고 탐내어서 보시하지 않으면
이를 항상 잠만 자는 것이라 하며
보시를 닦아 가난한 이 도와 주면
이를 깨달았다고 말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8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오답(烏答) 마납(摩納)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구담이시여! 저는 법대로 재물을 얻어다가 부모를 공양했으며, 또 바른 이치대로 즐거움을 얻게 하고 바른 이치대로 공급했사오니, 큰 복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공양하면 진실로 큰 복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이여! 그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니,
누구라도 여법(如法)히 재물을 구하고, 또는 바른 이치대로 부모를 공양하고, 바른 이치대로 즐겁게 하고, 바른 이치대로 공급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 왜냐 하면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이 사람은 범천이 곧 그의 집이기 때문이다.
만약 바른 이치로 부모를 공양하면 이는 바로 아사리(阿闍梨)가 곧 그의 집이며, 만약 바른 이치로 부모를 공양하고 바른 이치로 즐거움을 얻게 하면 모두가 다 그의 집을 멀리서 공경할 것이며, 만약 능히 바른 이치로 부모를 공양하고 바른 이치로 즐겁게 하고 바른 이치로 공급하면, 반드시 알아야 하니, 대천(大天)이 그의 집이다.
만약 바른 이치로 부모를 공양하고, 바른 이치로 즐겁게 하고, 공급하면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일체의 하늘들이 곧 그의 집이다. 왜냐 하면 범천왕도 바른 이치로써 부모를 공양해 범천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아사리에게 공양하려고 하면 부모에게 공양할 것이니, 부모가 곧 아사리이다. 만약 예배하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부모에게 예배해야 하며, 만약 불[火]을 섬기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부모에게 공양해야 하며, 만약 하늘을 섬기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부모에게 공양해야 하니, 그것이 바로 모든 하늘에게 공양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범천과 또는 불의 귀신
아사리와 모든 하늘
그들에게 공양하려고 하면
마땅히 부모를 봉양해야 하나니
금세에는 명예를 얻고
내생에는 범천에 태어나리라.

8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이름이 우비가(優比伽)라는 어떤 마납이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문안한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이 법답게 재물을 얻어다가 큰 제사를 베풀거나 남으로 하여금 제사를 베풀게 한다면, 그와 같은 제사는 당연히 해야 할 제사입니까,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제사입니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여 대답하셨다.


말의 기름과 사람의 기름
소의 기름과 맛있는 음식
바람을 들이키는 것과 제사의 문을 여는 것
이 여섯 가지를 큰 제사라고 하나니
그 작업이 비록 넓고 크긴 하지만
선인과 성인은 그것을 꾸짖는다네.

암염소와 검은 암양
황소와 온갖 작은 소들
이들 생명을 죽이는 일 따위는
올바른 제사라고 할 수 없으니
그와 같은 삿된 제사에는
온갖 성인들도 가지 않으시네.

만약 바른 제사 베푸는 이라면
결코 생명들을 괴롭히지 않아서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아니하네.

제사를 베풀어서 온갖 유(有)를 끊으면
이것을 바른 제사라고 이름하나니
그와 같은 제사를 만약 베풀면
큰 선인은 반드시 그곳에 가리라.

제사하는 곳에 보시하고서 남은 것은
마땅히 저 응공(應供)에게 보시하는 것이
청정한 마음으로 하는 은혜로운 보시일세.

그때 어디에 보시하고 보시해야 하는가?
마땅히 훌륭한 복밭에 보시해야 하리라.
어떤 것이 훌륭한 복밭인가?
이른바 범행을 닦는 것이니
만약 그와 같이 보시할 수 있다면
이를 위대한 제사라고 하리라.

이러한 위대한 제사 베푼다면
법답게 모은 그 재물과
청정한 물로 손수 주어야 하리.

만약 이렇게 보시할 수 있다면
모든 하늘도 믿고 공경하며
나와 남에게도 이익 된다고 말할 수 있으니
그는 반드시 큰 과보를 얻으리라.

이와 같이 위대한 제사를 베푸는 것은
오직 슬기로운 이만 할 수 있어서
능히 깨끗한 믿음을 일으키고
또한 마음의 해탈도 얻어서
괴롭히거나 해치질 않으리라.

세상의 온갖 즐거움을 얻고
좋은 곳에 태어나는 그것을
지혜 있는 이가 베푸는
위대한 제사라고 말한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우비가 마납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9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우비가(優比伽)라는 마납이 부처님 앞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문안한 뒤에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이 법답게 재물을 얻어서 큰 제사를 베풀거나 남으로 하여금 제사를 베풀게 한다면, 이러한 제사는 당연히 해야 할 제사입니까,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제사입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여 대답하셨다.


큰 제사거리를 마련하더라도
뭇 중생을 해치지 않아야 하니
만약 이렇게 제사할 수만 있다면
하는 일이 모두 청정하리니
이를 심오한 제사라고 말하며
범행 닦는 이가 수용하는 것이네.

현재의 세상 속에서
명망이 아주 높은 자가
투쟁을 멀리 여의었다면
그러한 제사야말로 칭찬할 만한 것이라서
여러 부처님도 칭찬하시네.

제사와 제사하는 도리는
청정하고 은혜로운 보시로써
마땅히 저 응공에게 보시하는 것이네.

언제 어디서나 보시를 하는 것이
바로 광대한 제사라고 칭할 수 있으니
모든 하늘들이 믿고 공경하는 것일세.

법답게 모은 재물과
청정한 물로 손수 보시해야 하나니
만약 이렇게 제사할 수 있다면
나와 남에게 이익 된다고 할 수 있으니
반드시 큰 과보를 얻으리라.

이와 같은 위대한 제사는
오직 지혜 있는 이만 할 수 있으니
능히 깨끗한 믿음을 일으키고
또한 마음의 해탈 얻으리라.

괴롭히거나 해치질 않아서
세상의 최고 즐거움 얻으며
좋은 곳에 태어나는 그것을
지혜 있는 이라고 말한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우비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9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불이(佛移)라는 한 마납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문안한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재가인(在家人)으로서 집에 있으면서도 현재의 과보와 이익을 얻고, 아울러 좋은 즐거움을 얻는 데 몇 가지 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마납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이 재가인으로 하여금 현세의 과보를 얻게 하고, 이익과 안락을 얻게끔 한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부지런함이요, 둘째는 모든 감관을 잘 지킴이요, 셋째는 선지식을 만남이요, 넷째는 올바른 이치대로 생활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부지런함인가? 하는 일에 따라서 살림을 돋우어 나가는 것이니, 왕의 신하가 되기도 하고, 농부가 되기도 하고, 장사를 하기도 하고, 목축을 하기도 해서 하는 일에 따라 수고로움과 추위와 더위와 비바람과 배고픔과 목마름과 배부름과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벌 따위를 꺼리지 않아서 비록 괴롭더라도 하는 일을 버리지 아니하고,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하여 끝내 그만두지 않나니,
이것을 부지런함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모든 감관을 잘 지키는 것이라 하는가? 족성자(族姓子)가 법답게 재물을 모으며, 방편과 꾀가 있어서 임금과 도적과 물과 불에 겁탈을 당하지 않으며, 원수나 미워하는 이에게 침해를 받지 않으며, 나쁜 아들을 낳지 않음이니,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라 하는가? 족성자가 착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이니, 이 착한 벗은 타고난 성품이 어질고 착하여서 끝내 간음하거나 도둑질하지 않으며, 또한 방일하거나 술을 마셔서 추태를 부리지 않으며, 진실한 말만 하고 속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과 친한 벗이 되면, 아직 생기지 않은 근심과 고뇌는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근심과 고뇌는 없애 버리며, 아직 생기지 않은 기쁨과 즐거움은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긴 기쁨과 즐거움은 잃어버리지 않게 하나니, 이것을 선지식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올바른 이치대로 생활하는 것이라 하는가? 족성자가 재물을 살펴서 많고 적음을 헤아리고, 재물 쓰는 것을 조절하여 수입이 지출보다 많게 함으로써 함부로 가볍게 쓰지 않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우담(優曇) 과일을 따먹는데 처음 먹을 적에는 나무에 그 과일이 매우 많았지만, 많이 먹고 난 후 7일 동안 취해서 자고 있다가 깨고 나서야 비로소 과일이 없어진 것을 아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 이치에 맞게 잘 처리하며, 사치하지도 인색하지도 않은 중도를 취하는 것이다.
만약 돈과 재물이 있으면서도 먹지도 입지도 않고 은혜롭게 보시하지도 않고 지극히 인색하게 쓴다면, 사람들이 모두 ‘이와 같은 사람은 죽어도 개처럼 죽으리라’라고 하리니, 마땅히 스스로 잘 요량해서 사치하지도 인색하지도 않아야만 그것을 올바른 이치대로 생활한다고 한다.”
마납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어떠한 법을 닦아야만 재가인으로 하여금 현세에서 이익을 얻게 하고, 후세에서도 복을 얻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마납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을 지니면 능히 복의 과보를 얻는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믿음과 계율과 보시와 학문의 지혜 그것이다.
무엇을 계율이라고 하는가? 살생하지 않음과 나아가 술 마시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보시라고 하는가? 사문과 바라문과
스승과 어른과 부모에게 보시하며, 빈궁한 이가 옷과 음식, 평상과 자리와 침구와 약품 따위를 달라고 하면 그가 필요한 갖가지를 은혜롭게 주는 것을 보시라고 한다.
무엇을 학문의 지혜라고 하는가? 진실하게 괴로움[苦]을 알고 괴로움의 진리를 알며, 진실하게 쌓임[集]을 알고 쌓임의 진리를 알며, 진실하게 도(道)를 알고 도의 진리를 알며, 진실하게 사라짐[滅]을 알고 사라짐의 진리를 아는 것을 학문의 지혜가 구족함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지런한 마음으로 사업을 닦고
잘 지켜서 잃지 않으며
착한 벗을 가까이하고
올바른 이치대로 생활해야 하리.

믿음과 계율과 보시와 학문의 지혜로
인색함과 탐냄을 끊을 것이니
만약 그와 같이 할 수 있는 자라면
청정한 도를 빨리 얻으리라.

이러한 여덟 가지 법은
현세에서 이익과 기쁨을 얻을 수 있고
저 미래의 세상에서도
또한 천상의 즐거움을 얻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불이 마납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9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미치라국(彌絺羅國) 암바라원(菴婆羅園)에 계실 때였다.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婆私吒)는 여섯째 아들이 막 죽자, 아들의 죽음 때문에 마음과 의식이 착란되어서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달렸다.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그녀는 미치라의 암바라원까지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수의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설법하셨는데, 마침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가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고 도로 본심을 되찾게 되자 부끄러움으로 땅에 주저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을 갖고 와서 그녀에게 주어라. 내가 그녀를 위하여 설법하겠다.”
아난이 명령을 받고 즉시 울다라승을 가져다 주니,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은 옷을 받아 입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와 얼굴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였다.
세존께서 바라문의 여인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펼쳐서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는데, 옛적의 여러 부처님께서
법의 요체를 설한 것처럼 보시에 대한 법과 계율에 대한 법과 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애욕은 깨끗하지 못해서 고뇌의 근본이니,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즐거움이 된다는 법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그녀를 위하여 자세히 법을 말씀하시면서 그녀의 지극한 마음이 덮임[盖]과 얽매임[纏]을 벗어나려고 함을 아시고는 괴로움과 쌓임과 사라짐과 도인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니, 이 바사타 여인은 총명하고 이해가 빨라서 법을 들으면 능히 지니는 것이 마치 흰 천이 염색을 잘 받는 것과 같았다.
바사타 여인은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하여 법을 보고 법에 도달하고 법을 알고 의심을 벗어나서 저 언덕에 이르렀다. 스스로 직접 법을 증득하여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그 믿음이 부처님의 교법에서 물러나지 않아 무소외(無所畏)를 얻게 되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세 가지 악을 벗어났사오니, 저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에 귀의하는 우바이(優婆夷)가 되어서 목숨이 다하도록 죽이지 않고 청정하게 믿겠으며,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부인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갔다. 나중에 바사타의 여인은 일곱째 아들이 죽었지만, 더 이상 근심하지 않고 괴로워하거나 추억하지 않았고, 또한 나체로 미친 듯이 달아나지도 않았다.
그러자 남편인 바라돌라사(婆羅突邏闍)가 게송으로 물었다.

당신은 옛날 아들이 죽었을 때
그를 생각함이 너무나 심하고
근심하는 생각이 마음을 얽어 매서
오랫동안 마시고 먹지도 않았소.

지금에 와서 일곱째 아들이
병에 걸려서 죽어 버렸는데
당신은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어찌하여 슬퍼하지 않는 것이오?

바사타 여인도 즉시 게송으로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한량없는 겁(劫)으로부터 오면서
끝없이 몸을 받고 받았나니
그 은혜와 애착 때문에
자손의 수효는 셀 수 없이 많았네.

여기저기서 몸을 받아 났으며
상실의 고통도 한 번만이 아니니
그 나고 죽는 아득한 길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아 왔다네.

나는 삶과 죽음과

오고 가는 윤회를 알았나니
이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슬퍼하는 정(情)이 없습니다.

남편인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처럼 말한 사람은
예로부터 본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런 깨달음 얻어서
근심을 능히 잊을 수 있는 것이요?

바사타 여인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바라문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오.
지난날 저 부처님께서
저 미치라국의
암바라원에서
온갖 고통을 끊는 법과
아울러 고통을 없애는 도와
8정도(正道)의 수행을 말씀하셨기에
편안하게 열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도 지금 가보고 싶소.
저 암바라원으로 말이오.
그리하여 세존께 법을 물어서
아들 생각하는 고통을 없애고 싶소.

바사타 여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몸은 순금의 빛깔이며
둥근 광명은 두루 한 길인데
영원히 온갖 번뇌를 끊으시고
나고 죽음의 흐름을 벗어났다네.

그와 같은 위대한 길잡이[大導師]께서는
일체를 잘 조복할 수 있고
중생들이 모두 교화를 받기 때문에
진정으로 건넨다고 부르는 것이니
당신은 지금 빨리 준비해서
저 세존의 처소에 가셔야 하오.

바라문은 부인의 말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즉시 수레를 준비해서 동산으로 갔는데, 세존의 거룩하신 광명이 찬란히 빛나는 걸 멀리서 바라보고는 공경하는 마음이 갑절이나 더하였다. 동산에 도착한 그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타심통(他心通)으로 그의 마음을 관찰하셔서 간절하고 지극한 그 마음을 아시고는 즉시 그를 위하여 괴로움과 쌓임과 사라짐과 도와 8정도 등의 법을 말씀하셔서 그로 하여금 열반에 이르도록 하셨다.
바라문은 법을 듣고 나서 네 가지 진리를 깨닫고서 이미 법을 터득하여
출가를 원하니, 부처님께서 즉시 허락하셨다. 그는 곧 출가하여 방일함이 없이 닦은 결과 사흘 밤 만에 3명을 갖추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아라한을 얻었다”고 수기하셨으니, 이로 인해 이름을 선생(善生)이라고 고쳤다.
이미 3명을 얻은 그는 마부 바라제(婆羅提)에게 명령했다.
“너는 타고 왔던 보배 수레를 타고 집에 돌아가서 바사타에게, ‘당신은 나를 따라 기뻐해 주시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지금 나를 위하여 네 가지 진리의 법을 말씀해 주셨고, 또 출가를 허락하셨고 3명을 얻었기 때문이니, 따라서 나에 대해 마땅히 청정한 믿음을 내야 한다.’고 말을 전하거라.”
그래서 바라제가 수레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바사타는 수레가 오는 것을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바라문께서 부처님을 뵈었느냐?”
마부가 아뢰었다.
“바라문께서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터득했으며,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한 뒤 출가를 요청하자 부처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출가하게 되자, 사흘 밤 만에 아라한을 성취했습니다.”
부인이 마부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으니, 너에게 말과 천금(千金)의 돈을 상으로 주겠다.”
마부가 아뢰었다.
“나는 이제 말과 금전이 필요치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부처님 처소에 가서 미묘한 법을 듣는 것입니다.”
바사타가 말하였다.
“네가 그러하다면 참으로 매우 좋은 일이로다. 너도 출가하면 속히 아라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사타는 자기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집안을 잘 꾸려가면서 5욕락을 누리거라. 나는 출가하고 싶구나.”
딸 손타리(孫陀利)는 즉시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아버지께서도 오히려 5욕락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구하셨으니, 저도 지금 따라서 출가하여 형제와 권속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의겠습니다.
가령 큰 코끼리가 떠나가면 작은 코끼리도 따라가듯이, 저 또한 아버지를 따라 출가해서 발우를 들고 다니며 걸식하겠습니다.
저도 살아가기 쉬운 법을 닦을 것이며, 살아가기 어려운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바사타가 말하였다.
“네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니, 그 소원은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너를 관찰하건대, 오래지 않아 반드시 애욕을 없애고 온갖 번뇌를 여읠 것이다.”
그리하여 바라문 바라사와 바사타와 손타리가 함께 동시에 출가하여 모두가 온갖 괴로움의 변제(邊際)를 다하였다.

9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 큰 숲 속에 계실 때였다.
여래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한 뒤 잡수시기를 마치고는 가사와 발우를 거두셨다. 그리고는 발을 씻고 한 나무 밑에 앉아서 천주(天住)에 머무셨다.
그때 울주라돌라사(鬱湊羅突邏闍)라는 바라문이 막 해산한 젖소를 잃고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6일이 지났는데도 소가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차례차례 수색하다가 큰 숲 속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때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여래의 얼굴이 특수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마음과 뜻이 맑고 최상으로 조복하신 뜻을 얻으신 것이 마치 금으로 된 누각 같아서 그 거룩한 광채가 찬란한 것을 멀리서 보았다.
바라문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비구는 홀로 고요함을 즐기시오?
그와 같이 사색하면 무엇을 얻습니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잘되고 못되는 온갖 일에
근심하는 생각이 전혀 없나니
그대는 나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대와 다름 없다고 하지 말라.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곳은 참으로 청정하게 머무는 곳이니
실로 비구께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내가 우리 집안의 일을 말하려 하니
바라건대 나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 주소서.


사문이여! 당신은 지금
숲 속에서 한가롭게 앉아 있으니
젖소를 잃고 6일 동안이나
근심하는 고통이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알고 있나니, 이 사문이야말로
진정한 적멸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당신은 또한 나락을 안 심으니
어찌 물을 댈 걱정을 하겠으며
또한 나락의 이삭이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를 걱정하리요.
이와 같은 온갖 고통을
당신은 지금 멀리 여의었습니다.

또한 호마(胡麻)도 심지 않아서
황폐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당신에게는 이와 같이 김매는
고통도 또한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알고 있나니, 저 사문은
참으로 적멸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우리 집에는 풀로 자리를 까는데
자리를 깔고서 7개월이 지나게 되면
그 속에 온갖 독 벌레가 있어서
쏘며 무는 고통이 심한데
당신에겐 그러한 일이 없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게는 일곱 아들이 없으니
빗나갈 때 가르칠 일 없으며
꾸어 먹거나 남에게 빚을 지는
그와 같은 일이 당신에겐 없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겐 또 일곱 딸이 없어서
자식 하나를 낳는 딸이 있다거나
자식이 없는 딸이 있다거나
남편을 잃고 친정에 돌아오는
그와 같은 일이 없나니
사문의 즐거움이란 걸 반드시 압니다.

또한 온갖 빚 받을 이가
아침부터 문에 이르러서
빚진 것을 갚으라고 하는
그러한 일이 있지 않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겐 낡은 집도 없으며
집안의 온갖 빈 그릇 속에서는
새앙쥐가 그 속에서 놀다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나의 잠을 깨우면서
밤새도록 잠 못 자게 하는 일도 없습니다.

당신에겐 고약한 부인이 없어서
추한 몰골로 눈을 부라린 채
밤중에 강제로 일어나도록 하고
밤낮으로 항상 꾸짖어 말하되
혹은 살림이 빈한하다고 말하며
혹은 남의 빚이 있다고 말하는 등
사문에겐 이런 일이 있지 않으니
쾌락을 누린다는 걸 반드시 압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알아야 하리.
그대의 말이 정말로 진실하구려.
도둑이 나의 소를 훔쳐 가서
6일이 경과한 일이 없으니
그러한 일은 있지도 않아서
참으로 쾌락이 되는 것이네.

나는 나락을 심은 밭이 없기에
물이 마른다는 근심 없으며
나락의 이삭이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다는 걱정 없으니
나는 그와 같은 고통 없어서
항상 쾌락함을 알고 있다네.


나는 호마 밭이 없기에
풀이 나서 황폐해지는 일 없으니
나에겐 이런 일이 없어서
참으로 즐겁다고 말할 수 있네.

나에겐 풀로 까는 자리 없어서
7개월을 지낼 필요 없으니
또한 독 벌레들이 나와서
집안 식구들을 무는 일 없으니
나에겐 이러한 일이 없어서
참으로 쾌락하다고 할 수 있다네.

나는 일곱이나 되는 아들이 없어서
빗나가거나 가르치기 어려운 일 없으며
저마다 빚을 지고 있다거나
남에게 구박받는 일 없다네.

나는 일곱이나 되는 딸들이 없으니
해산하거나 해산을 하지 못하거나
남편을 잃고 친정에 돌아오는
그러한 고통이 없다네.

나에겐 또한 빚 받을 이가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면서
빚진 물건 달라고 하는 일 없네.

또한 낡은 집도 있지 않고
집안의 온갖 빈 그릇 속에서는
새앙쥐들이 그 속에서 놀다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소리를 내어
요란하게 하여 나의 잠을 깨우면서
밤새도록 못 자게 하는 일 없네.

또한 고약한 부인도 없어서
추한 몰골로 눈을 부라린 채
밤중에 강제로 일어나도록 하고
밤낮으로 항상 꾸짖어 말하되
혹은 살림이 빈한하다고 하며
혹은 남의 빚이 있다고 말하는 등
도무지 이런 고통이 없으니
진실로 쾌락을 누리고 있네.

바라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그대 애착과 미움을 끊지 않으면
이러한 고통을 면할 수 없으며
애욕을 끊고 모든 애착 여의면
그제서야 쾌락을 얻게 되리라.

세존께서 바라문을 위하여 갖가지로 법을 설하고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셨으니, 자세히 말하면 위에서와 같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온갖 결박을 끊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하셨다.
그러자 존자(尊者) 울주라돌라사는 아라한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서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선(大仙)께서 말씀하신 법문을
지금 나는 매우 기뻐하고 좋아합니다.
그 법을 듣고 깨닫게 되어서
취하거나 버림이 전혀 없으니
세존을 헛되이 뵈온 것이 아니며
부처님 만나서 도의 열매를 얻었나이다.

9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라(娑羅) 바라문 마을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그날 아침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라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셨는데, 때 아닌 구름이 일어나며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부처님께서는 비를 피하여 그 마을에 이르셨는데, 그 마을의 바라문과 장자(長者)들은 의논하는 장소에 함께 모여 있다가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머리 깎은 도인은 어떤 법을 알고 있을까?”
부처님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바라문 중에는 법을 아는 이도 있고, 법을 알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찰리(刹利)와 거사(居士)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친한 벗에 대해서는
끝내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으며
왕도 또한 굴복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굴복하는 것을 취하지 않네.

아내도 남편의 굴복을 바라지 않고
부모가 늙어서 쇠하였어도
아들은 마땅히 공경하게 봉양해야 하며
거슬리거나 못된 짓을 하지 말아야 하네.

대중이 많이 모인 곳에는
어진 사람이 없지 않으며
법다운 말을 말해 주는
착한 대장부도 없지 않나니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 끊으면
말하는 것마다 모두 법다우리라.

여러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당신은 바라문의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대중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들은 즉시 자리를 깔고 부처님께 자리에 앉으시길 청하면서 말했다.
“저희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은 듣기를 좋아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대중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신 뒤에 갖가지 법을 연설하여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시고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침묵하고 말하지 아니하면
그의 어리석음과 슬기로움 알 수 없노라.
요컨대 언설을 말미암은 뒤에야
비로소 분별하여 알게 되리라.

만약 미묘한 법문 말하는 이는
법을 연설하여 열반에 들게 하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말을 함으로써
법의 등불을 밝게 켜야 하리라.

성인의 깃발이 세워진 것은
모두 언설을 말미암은 것이니
언설이 바로 성인의 깃발이라서
이 때문에 침묵하지 않아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말씀을 마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9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拘薩羅)에서 유행하셨다.
그 나라에 천경(天敬)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여관이 있었다.

당시 존자 우파마나(優波摩那)가 부처님의 시자가 되어 그 여관에 있었는데, 그때 여래께서는 가벼운 감기로 등에 통증을 느끼고 계셨다. 존자 우파마나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천경 바라문의 집에 갔다. 천경 바라문은 문 안에서 머리를 깎고 앉아 있었는데, 멀리서 존자를 보고 곧 게송을 말하였다.

머리털 깎고 법의를 입었으며
손에는 발우를 지닌 채
나의 문 가에 서 있으면서
장차 무엇을 구하려 하오?

존자 우파마나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위대하신 아라한이고 선서(善逝)이신
모니(牟尼)께서 등이 아프시니
따끈한 약물을 조금 구하려고
당신에게 와서 구걸합니다.

바라문은 즉시 발우를 가져다가 소유(蘇油)를 가득 담아 주고, 검은 석밀(石蜜) 한 상자와 따끈한 약물 한 수레를 주었다.
존자가 그것을 얻어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즉시 소유와 따끈한 약물로써 부처님 몸을 씻고 바른 뒤에 검은 석밀의 국물을 마시도록 하였더니, 등의 통증이 즉시 치유되었다.
천경 바라문은 이튿날 아침 부처님 처소에 와서 세존께 문안한 뒤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바라문에게 물으셨다.

어떤 바라문이
바라문 법을 행하려면
어디에 보시해야 큰 과보 얻고
누군가에게 보시할 때
어떠한 복밭에다 해야
수승한 과보를 얻는가?

그러자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많은 교양과 학문 있으며
많이 배워서 기억할 수 있으며
그 부모도 참으로 바르고 청정해서
용모가 모두 단정하고 잘나면
그와 같은 사람들을 이름하여
삼명(三明) 바라문이라 말합니다.


만약 그러한 이에게 보시하면
위대한 과보를 능히 얻으리니
수시로 옷과 음식을 보시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수승한 복밭이라 합니다.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종족을
바라문이라고 말합니까?
무엇을 3명이라 하며
어디에 보시해야 큰 과보 얻습니까?
보시할 때는 누구에게 해야
수승한 복밭이라고 말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3세(世)를 환히 알아서
인간과 천상과 나쁜 갈래 다 보며
나고 죽음도 다해 버리고
아울러 모든 신통 얻어서
마음과 지혜의 해탈 얻으면
이를 일러 3명이라고 한다네.
그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 얻으니
이를 수승한 복밭이라 말하네.

천경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9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에 유행하시다가 밤에 사라(娑羅)숲에 머무셨다.
어느 바라문이 숲 부근에서 밭을 갈고 있었는데, 새벽에 밭 있는 곳으로 오다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숲 부근에서 밭을 갈기 때문에 이 숲을 좋아합니다. 당신도 지금 이 사라숲을 좋아하고 계시니, 혹시 여기서 씨를 심고 밭을 갈려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바라문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장차 곡식을 심고 싶어서
이 숲을 좋아하십니까,
혼자서 조용함을 누리기 위해
이 숲을 즐기십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이 숲 속에서
아무 것도 할 일 없나니
그 뿌리를 뽑아 버렸으므로
일체가 다 마르고 꺾어졌네.

숲에 있으면서 숲이 없으니
이미 숲을 벗어난 것일세.
나는 영원히 즐기는 것 버리고
선정으로써 온갖 집착 끊었다네.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진정 그 이름이 불타이니
온 누리의 어른이라 하겠으며
온갖 번뇌를 잘 없애고
모든 축적(蓄積)을 여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셔서
최후의 몸 받는 것 없앴고
애욕의 깃발도 꺾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당신을 세존(世尊)이라 이름합니다.

바라문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기뻐하며 떠나갔다.

9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에 유행하시다가 사라숲 속에 계셨다.
당시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5백 명의 마납(摩納)들이 그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 바라문은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세존께서 어느 때에나 이 숲에 오실까? 내가 가서 여쭈면 나의 의심되고 막히는 곳을 해결해 주실 텐데.’
언젠가 바라문은 모든 마납을 숲 속에 보내서 장작을 마련해 불에 제사를 올리려고 하였다.
모든 마납들이 숲 속에 이르렀을 때 여래께서는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그들은, 단정하고 특수한 용모가 평화롭게 빛나는 것이 마치 순금의 누각처럼 찬란한 것을 보았다.
마납들은 여래를 보고 난 후 장작을 지고 돌아가서 스승에게 아뢰었다.
“화상(和上)께서 옛적부터 항상 부처님 친견하길 생각하시더니, 지금 부처님께서 이 숲 가까이 계십니다. 만약 친견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때라고 알아야 합니다.”
바라문은 그 말을 듣자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깊은 숲은 너무나 무성해서
그 속이 매우 두렵사온데
어찌하여 홀로 고요히 앉아서
선정을 닦는지, 두려운 마음은 없습니까?

또한 온갖 음악 소리도 없어서
자신을 즐겁게 할 수도 없는데
어찌하여 혼자 계시기를 즐기는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입니다.

당신은 세계의 자재주(自在主)이신
대범천왕이 되시려고 합니까?
삼십삼천의 어른이신
제석이 되시려고 하십니까?

어찌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
무섭고 깊은 숲 속에서
항상 고행을 닦습니까?
장차 무엇을 구하고 싶은지요?


그러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온갖 욕심에 집착한 이는
의혹을 많이 품고 있어서
무수한 경계를 대할 적마다
하나하나 집착을 일으키네.

온갖 모든 번뇌 따위는
모두 지혜가 없어서 일어나므로
나는 무지(無智)의 뿌리를 끊어 버려서
번뇌를 없애고 애욕을 말라붙게 했네.

찾고 구하는 뜻 다 끊어지고
온갖 아첨과 왜곡도 없어져서
모든 착한 법 안에서
증득해 알아서 청정하게 되고
위없는 도를 올바르게 얻으니
선정을 닦고 애욕을 떠난 이라네.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모니 어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귀의하나이다.
온갖 선정에서 자재하시고
한량없는 각성(覺性)을 이해하고 깨달으셨나이다.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높으시며
서른두 가지 상호를 갖추셨으며
그 단정함은 비할 데 없음이
마치 저 설산(雪山)의 왕과 같으시나이다.

숲에서 해탈을 얻으셨으나
숲에 집착을 두지 아니하고
청정하게 해탈한 이로서
무생(無生)으로 독 화살 뽑으셨네.

여래께서 연설하신 그 법은
온갖 이론 중에 최상이며
언설(言說)로도 가장 제일이니
사람 중에 사자후를 내셔서
네 가지 진리를 연설하여
온갖 중생 널리 제도하시네.

자신도 큰 괴로움 벗어나고
또한 온갖 중생 제도하시어
누구나 안락을 얻게 하시니
원컨대 그 법을 연설하소서.

저 언덕에 건너가시고
온갖 공포를 여의신 이로서
이 숲에 잘 머물고 계신 분께
나는 지금 귀의하며 예배합니다.

중생들의 온갖 괴로움과 번뇌를
모두 다 없애 주시는
인간과 천상의 대도사(大導師)를
지금 나는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라문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기뻐하며 떠나갔다.

9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에 유행하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손타리강[孫陀利河] 언덕에 머물고 계셨는데, 그때 강 언덕 근처에 살고 있는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당신은 이 강에 들어가서 목욕하고 싶습니까?”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이 강에 들어가서 목욕하면 어떠한 이익이 있소?”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금 이 강은 옛날 신선이 건너던 곳이니, 만약 이 강에 들어가서 씻고 목욕하면 온갖 악을 없애서 청정하고 정결해질 수 있으니, 사람들은 크게 길하다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손타리강과
득문강(得聞)1)과 항하(恒河)
그리고 갈사바발제강(竭闍婆鉢提) 등
이 모든 강에 들어가서 목욕해도
이미 지은 악업은
결코 씻어 없앨 수 없도다.

힘이 센 발건제(鉢健提)이든
또는 못난 어리석은 이들이든
설령 그 속에서 함께 씻기를
백천 년 동안 한다 하여도
악과 번뇌의 더러운 때[垢]는
결코 없앨 수가 없도다.

가령 어떤 사람의 마음이 참되고 청정하여서
계행 지니고 늘 포살(布薩)하며
깨끗한 업을 닦을 수 있는 자라면
항상 구족계(具足戒)를 얻으리라.

살생을 하지 않고 도둑질도 안 하며
음행도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아서
죄와 복을 잘 믿는 이는
결코 남을 미워하지 않나니
법의 물로 더러운 때 씻으려면
마땅히 이런 곳에서 씻어야 하리라.

비록 손타리의 강물과
갈사 등의 강물이라도
이는 모두 세속의 물이라서
그 물을 마시며 씻고 목욕한들
더러운 때와 온갖 나쁜 업을
능히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니
그 물을 마시고 목욕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진실하게 말하고 이치에 순응하며
성냄을 버리고 남을 해치지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참되고 깨끗한 물이네.

가령 깨끗한 계율의 물에 들어가면
온갖 번뇌를 씻어 없애리니
비록 외부의 더러움은 제거 못하나
안에 있는 때는 없앨 수 있네.

흉악하고 해치기 좋아하는 이는
철없고 어리석어서 온갖 악을 짓나니
이와 같은 깨끗하지 못함과
더러운 때와 온갖 악에 대해서는
물은 몸의 때만 씻을 뿐이지
그러한 악은 제거하지 못하네.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참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대체로 씻고 목욕하는 것은 몸의 때만 제거할 뿐이며, 나쁜 업을 지은 것은 씻는다고 해서 없앨 수는 없습니다.”

9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손타리강 언덕에 유행하셨다.
세존께서는 새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으시고 그 강 언덕에서 주무시다가 새벽에 일어나셔서 옷으로 머리를 덮고 몸을 바르게 한 뒤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그때 강 언덕에는 불에 제사하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불에 제사하는 법은 제사하고 남은 것은 반드시 딴 바라문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므로 날이 밝자, 그는 제사지내고 남은 것을 가지고 바라문을 찾아서 보시하려고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지나는 소리를 듣고 즉시 머리에 덮었던 것을 벗어 버리고 기침 소리를 내셨다.
그 바라문은 부처님을 보자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는 바라문이 아니라, 머리 깍은 도인이로구나.”
그는 되돌아가려고 하다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대개 머리를 깎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문만은 아니니, 바라문 중에서도 역시 머리를 깎은 이가 있다. 나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그의 인연과 태어난 성바지를 물어 보아야겠다.’
바라문은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하며 말하였다.
“당신은 어떤 곳에서 태어났으며 어떤 성바지입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태어난 곳을 묻지 말고
반드시 행하고 있는 바를 물어야 하리.
미미한 나무가 불을 일으킬 수 있듯이
비천한 데서도 어진 이가 태어나며

또한 잘 조복해서 가는 이도 생기는 것이니
남 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으로 착한 행을 삼아서
부지런한 정진으로 스스로 잘 수양하여
위타(韋陁:베다)의 저 언덕에 도달한다네.

뜻을 가라앉혀 그 마음 거두어서
범행을 구족하게 닦는 이에게
제사하고 남은 물건으로써
아침에 마땅히 보시하여야 하리.

지금 그대 바라문들이
만약 복을 닦고 싶다면
그와 같은 훌륭한 대장부에게
마땅히 속히 보시해야 하네.

바라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좋은 제사를 만났으니
이곳이야말로 참으로 불에 제사하네.
내가 지금 당신을 관찰하건대
진실로 위타의 저 언덕에 도달하였네.

예전부터 제사하고 남은 물건을
항상 딴 사람에게 보시했지만
일찍이 당신처럼 훌륭하고 오묘한
보시할 만한 곳을 만난 적이 없다네.

바라문은 즉시 그 음식을 세존께 받들어 올렸으나, 부처님께서는 받지 않으시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아까는 은혜롭게 보시할 마음이 없다가
법을 연설한 후에야 주니
그와 같은 이 음식은
받아 먹지 않아야 하리.

떳떳한 법[常法]이 본래 그러하나니
이 때문에 나는 먹지 않으리.
받아 먹지 않는 까닭은
법의 게송을 말하기 위함이네.

현재의 위대한 사람[大人]들은
번뇌를 다 없앴으니
온갖 음식을 가지고
가지가지로 공양해야 하네.

복밭을 구하고 싶다면
이곳에다 마땅히 보시해야 하나니
만약 복을 지으려고 한다면
내가 바로 복밭이라네.

그러자 바라문이 부처님께 거듭 아뢰었다.
“지금 나의 이 음식을 누구에게 보시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하늘이든 악마이든 범천이든 그 누구라도 이 음식을 받아서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겠노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반드시 저 벌레가 없는 물에 넣어 두라.”
바라문이 부처님의 지시를 받고서 즉시 음식을 저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넣었더니, 연기와 불꽃이 함께 일어나면서 부글부글 솟는 소리가 났다.
바라문은 이 광경을 보자 너무나 두려워서 몸의 털이 곤두섰으며, 놀람과 두려움 때문에 다시 장작을 해다가 불에 제사를 올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즉시 그곳에 가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대는 재계하고 섶을 사르면서
청정함을 얻었다고 여기지만
박복하고 지혜가 없는 사람이
그렇게 바깥의 불만 사르고 있다네.

바라문이여! 그대는 마땅히
그대가 사르는 불을 버리고
반드시 내심(內心)의 불을 닦아서
그 치성함을 끊어지지 않게 하시오.

그와 같은 불이 더욱 증가하면
그것을 이름하여 참다운 제사라고 하리니
자주자주 믿음과 보시를 일으켜서
그대는 반드시 이와 같이 제사해야 하네.

그대는 지금 교만함이 무거워서
수레로도 능히 실을 수 없으며
성냄의 독기는 연기와 같고
또한 기름을 불에 끼얹는 것 같네.

혀로는 나쁜 말만 치열히 하고
마음은 불에 덮인 바가 되어서
스스로 조복하지 못했거니
어찌 대장부라고 말하겠는가.

만약 믿음으로 강물을 삼고
계율로 건너는 나루로 삼아서
저 청정한 물과 같으면
착한 사람들의 찬탄을 받는다네.


만약 믿음과 계율에 들어가 씻으면
그것이 바로 그대 비타(毗陁:베다)의 주문이니
온갖 나쁜 것을 능히 없애서
저 언덕에 건널 수 있다네.

법의 작용을 못물로 삼아서
구담은 참으로 건너나니
청결하고 깨끗한 그 물을
훌륭한 대장부는 소중히 여기네.

그 물에 잘 씻고 목욕할 수 있는
비타의 공덕 지닌 사람은
몸을 적시지 않고도
저 언덕에 도달하게 되네.

말도 진실하고 감관도 다스려서
3업(業)을 은밀히 갈무리하여
범행(梵行)을 갖추어서 닦는 데에는
참음과 부끄러움이 최상이라네.

믿음이 있고 정직한 사람은
바로 이 법으로 씻고 목욕하니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이야말로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네.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불을 섬기는 기구를 버린 뒤에 즉시 일어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면서 아뢰었다.
“바라건대 제가 불법 속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서 부처님 법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닦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즉시 허락하시면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도록 하셨다.
그 존자는 부지런히 닦고 자기를 극복함으로써 전일하게 혼자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방일한 짓을 여의었으며, 출가인이나 재가자와 친근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이 족성자(族姓子)는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의(法衣)를 입었으며, 바른 믿음으로 출가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은 결과 현재의 지견(知見)을 몸소 증득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비구는 선정과 지혜를 닦고 쌓아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니, 온갖 번뇌를 없애고 깨끗한 행을 이룩해서 할 일을 다 마치고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았다.

10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머리에 상투를 꽂은 어떤 바라돌라사(婆羅突邏闍)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을 하고는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깥의 머리털은 다 묶었으나
안에는 묶지 않은 머리털 있으니
세상에서 묶인 그 머리털을

어느 누가 능히 없앨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밝은 지혜로 계율을 세우고
마음으로 지혜를 닦아서
전일하게 부지런히 배울 수 있다면
나이 젊어도 상투를 없앤 것이네.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깥의 머리털은 다 묶었으나
안에는 묶지 않은 머리털 있으니
세상에서 묶인 그 머리털을
어느 누가 끊어 없앨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
그리고 의식과 법뿐만 아니라
이름과 물질[名色]이 모두 없어지고
마음과 뜻이 모두 사라져야 하니
만약 능히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묶은 머리털을 끊어 없애리.

전타(旃陁)와 바사타(婆私吒)
소를 잃음과 의논하고 모이는 곳
천경(天敬)과 사라숲
장작을 모음과 두 번의 손타리
한 번의 상투 꽂음을 합쳐 열 가지네.

10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우루빈라(優樓頻螺) 마을 니련선하(尼連禪河) 언덕의 보리수 밑에 계셨는데, 성불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혼자 앉아서 사색하시다가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무릇 사람으로서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 어른에게 공손하지 못하거나,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꺼리는 바가 없고 멋대로 방일하게 군다면, 영원히 좋은 이익을 잃을 것이니, 만약 이렇게 하면 온갖 괴로움이 얽히고 쌓일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어른을 효도로써 섬기고, 공경히 받들고, 삼가며 두려워하며, 순종하면서 거스르지 않고, 원하는 바에 만족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니, 만일 이렇게 한다면, 마주치는 일마다 안락하게 되리라.’
그리고 또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일체의 세간, 가령 하늘ㆍ인간ㆍ하늘 세계ㆍ인간 세계ㆍ악마의 세계ㆍ범천의 세계ㆍ사문 바라문과 일체 세간의 생명이 있는 자 중에서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이
나보다 수승한 이가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를 가까이하고 의지하면서 공양하고 공경하겠다.
그러나 두루 관찰해 보아도 세상의 인간과 하늘ㆍ악마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과 일체 세간에서 나의 계행ㆍ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보다 수승해서 내가 의지할 만한 자를 전혀 볼 수 없도다.’
또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내가 깨달은 법을 나는 지금 반드시 친근하고 공양하고 공경해서 성심으로 존중해야겠다. 왜냐 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 모두가 다 이 법을 친근하고 의지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였으며, 미래와 현재의 여러 부처님도 역시 이 법을 친근하고 의지해서 공양(供養)하고 공경(恭敬)하며 존중히 여기는 마음을 냈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 마땅히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여러 부처님처럼 이 법을 친근하고 의지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히 여겨야겠다.’
그때 범천왕이, 세존께서 우루빈라 마을, 니련선하 언덕의 보리수 밑에 계시면서 ‘세간을 관찰하여, 하늘과 인간과 악마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과 온갖 생명을 지닌 자로서 만약 나의 계행ㆍ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보다 수승한 이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의지하겠다. 그러나 나보다 수승한 이가 있는 걸 전혀 볼 수 없도다.’ 하시고, 또 관찰하시기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여러 부처님도 모두 이 법에 의지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히 여기는 마음을 내셨으니, 나 또한 마땅히 3세의 부처님이 응하는 것처럼 이 법을 친근하고 의지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히 여겨야겠다’고 하시는 것을 멀리서 알았다.
그래서 범천왕은 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곳에서 사라져서 부처님 처소에 가야겠다.’
범천왕은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것과 같은 순간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생각하시는 바와 같습니다.
진실로 생각하시는 바와 같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과거 현재의 여러 부처님과
미래 세상의 일체 부처님이신
이들 정각(正覺)께서는 번뇌 없애시고
모두가 다 법에 의지함을 스승으로 삼았으며
법에 친근해서 의지해 머무셨으니
이것이 바로 3세의 모든 부처님 법입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존중하려는 이는
반드시 먼저 저 법을 존중하고 공경해야 하나니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여
위없는 법을 존중하고 공양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범천왕은 세존을 찬탄하고 깊이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우루빈라 마을 니련선하 언덕의 보리수 밑에 계셨다. 성불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부처님께서는 나무 밑에 혼자 앉아서 사색하시며,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오직 하나의 도가 능히 중생을 청정하게 해서 괴로움을 여의게 할 수 있고, 또한 좋지 못한 나쁜 업을 없애서 바른 법의 이익을 얻게 할 수 있다. 이 법이란 곧 4념처(念處)를 말한다.
무엇을 4념처라고 하는가? 몸을 부정하다고 관찰하는 것, 느낌[受]을 괴롭다고 관찰하는 것, 마음을 무상하다고 관찰하는 것, 제법(諸法)은 무아(無我)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4념처를 닦지 않으면 성현의 법을 멀리한 것이고, 거룩한 도를 멀리한 것이다.
거룩한 도를 멀리한다면 곧 감로(甘露)를 멀리 여의는 것이며, 만일 감로를 멀리 여읜다면 곧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을 면하지 못하리니,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끝내 온갖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만일 4념처를 닦는다면 곧 성현의 법을 가까이하는 것이며, 성현의 법을 가까이하면 곧 성현의 도를 가까이하는 것이며, 성현의 도를 가까이하면 곧 감로의 법을 가까이하는 것이며, 감로의 법을 가까이하면 곧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ㆍ슬픔과 괴로움을 면하게 될 것이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을 면한다면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곧 고통을 여읜다고 말한다.’
이때 범천왕이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는 것을 멀리서 알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마땅히 여래의 처소에 가서 함께 기뻐하면서 좋은 일을 더욱 권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서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것과 같은 순간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세존께서 생각하시듯이 오직 하나의 도만이 중생을 능히 청정하게 할 수 있고, 나아가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을 면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범천왕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직 이 도만이 해탈의 요체이니
이것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
괴로움을 멀리 여의고 싶다면
오직 이 하나의 도만 있을 뿐이니
만약 이 도를 밟게 된다면
학이 공중을 나는 것과 같으리.

석가모니세존께서도
이 도로써 불도(佛道)를 얻으셨으며
일체의 바른 도사(導師)께서도
반드시 이것으로 도를 깨달았으니

이 도를 중생에게 보여 주시고
항상 자주자주 연설하셔서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태어난 존재[有]의 궁극을 알게 하시네.

바라건대 그 하나의 도를 말씀하셔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겨 제도하소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 도로 말미암아 건너셨으며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께서도
역시 이 도로 말미암아 건너신다네.

무엇을 건넘이라고 말하는가.
거세게 흐르는 물을 건너는 것이니
마지막엔 가이없음[無邊]에서
다스리고 조복해서 지극한 청정을 얻으셨네.

세간에서는 모두가 나고 죽으니
일체의 경계를 이해하여서
안목을 갖추신 그 어른께서는
이와 같은 도를 밝혀 주시네.

비유컨대 저 항하(恒河)의 물이
흘러서 큰 바다에 들어가듯이
거룩한 도도 역시 그와 같음을
부처님께서는 드러내 보여 주시네.

이 도는 마치 저 항하 물과 같아서
감로의 바다로 들어가나니
예전부터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리는 소리라네.

바라건대 천상과 인간의 어른이시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벗어나 분이시여
모두가 다 귀의(歸依)하나니
미묘한 법 바퀴를 굴리옵소서.

그러고 나서 범천왕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즉시 사라져 떠나갔다.

10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실 때였다.
범천왕은 그날 밤중에 그의 광명이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더하였는데,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자, 그의 거룩한 광명은 그때 모인 장소를 아주 환하게 비추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찰리(刹利)에서 제일 높으시며
종족도 참되고 바르신 이로서
지혜와 덕이 이미 구족하시니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훌륭합니다.

부처님께서 범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 말과 같고, 참으로 그 말과 같도다. 여래는 찰리에서 제일 높고 종족도 참되고 바른 이로서 지혜와 덕을 이미 구족해서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훌륭하느니라.”
그러자 범천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즉시 그 자리에서 사라져 천궁(天宮)으로 되돌아갔다.

10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에서 유행하셨다.
그 나라에는 한 아련야(阿練若)가 있었는데,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 대중과 함께 그곳에서 묵고 계셨다.
당시 세존께서는 그곳을 칭찬하시면서 아련야에 머무는 법을 말씀하셨다.
범천왕은 여래께서 구살라국에서 유행하시면서 비구 대중과 함께 아련야에 묵고 있으며, 아련야를 칭찬하고 아련야에 머물러 있는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알고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함께 찬탄하고 기뻐해야겠다.’
그리하여 범천왕은 즉시 그곳에서 사라져서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것과 같은 순간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아서 게송(偈頌)을 말하였다.


조용한 곳에서 깔개를 펴시니
마땅히 번뇌의 결박을 끊어야 하리.
만약 쾌락에 애착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승가 속에 있어야 하네.

항상 억념(憶念)을 바르게 하고
감관을 조복하고 걸식을 행하며
계율을 구족하는 사람이라면
조용한 곳에 이르러야 하리.

겁냄과 두려움 놓아 버리고
두려움 없는 데에 굳게 머물러서
교만함을 끊어 없앤 이라면
견고한 마음 자리에 머물고 있네.

이와 같이 내가 들은 바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혹을 품지 아니하리니
1천 명의 아라한들도
여기에서 나고 죽음 끊었다네.

두 번의 5백 명 배우는 이와
1천1백 명의 수타(須陀)들이
흐름에 따라 바른 도를 닦아서
영원히 삿된 길에 들지 아니하네.

도의 과위를 얻은 사람들을
갖추어 다 말할 수 없나니
능히 말할 수 없는 까닭은
믿거나 공경하지 않을까 염려함이네.

범천왕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천궁으로 돌아갔다.

10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시(釋翅) 가비라위숲[迦毘羅衛林]에서 5백 명의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으며, 할 일을 이미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벗어 버렸으며, 자기 이익을 얻고 후생에 태어나는 것이 다하였으며, 다시는 온갖 결박이 없고 바른 지혜로 해탈한 이들이었다.
또 열 개의 세계에서 큰 위덕을 지닌 하늘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문안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열반을 따르고 순종하는 법을 말씀하셨는데, 네 명의 범신천(梵身天)은 제각기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석시 가비라위숲에서 5백 명의 비구 스님과 함께 계시는데, 그들은 모두 위대한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으며, 할 일을 이미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벗어 버렸으며, 자기 이익을 얻고 후생에 태어나는 것이 다하였으며, 다시는 온갖 결박이 없고 바른 지혜로 해탈한 이들이다.
그리고 또 열 개의 세계에서 큰 위덕을 지닌 하늘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문안하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열반을 따르고 순종하는 법을 말씀하고 계시니, 우리들은 지금 저 부처님 처소에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범신천들은 곧 그곳에서 사라져서 마치 장사가 팔을 구부리고 펴는 것과 같은 순간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첫 번째 범신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이 숲 속에서
대중이 모여 계시니
이 때문에 저희들이 와서
스님들을 바르게 살피고자 한 것일 뿐
좋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화합 승단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 범신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는 성실한 마음으로
정진하기를 힘써야 하나니
마치 훌륭한 마부가
말을 다스려서 순종하게 하듯이
비구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감관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세 번째 범신천이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야생마가 고삐와 굴레를 쓰고서
기둥을 뽑고 해자를 밟아서 편히 나오듯이
비구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3독(毒)의 기둥을 뽑고 애욕의 해자를 끊었으니
도사(導師)이신 세존께서 조복하셨기 때문에
능히 벗어난 이들이야말로 위대한 용상(龍象)입니다.

네 번째 범신천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람의 몸 버리면 하늘의 몸 얻습니다.

네 명의 범신천들은 각각 게송을 말하고 나서 스님들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전율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죽림(迦蘭陀竹林)에 계실 때였다.
범주천(梵主天)이 그날 밤중에 거룩한 광명을 매우 밝게 하고서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때 세존께서는 화광(火光)삼매에 들어가 계셨다.
범주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삼매에 드셨으니, 내가 이곳에 온 시기가 적절치 않구나.’
때마침 제바달다(提婆達多)의 친한 벗 구가리(瞿迦梨) 비구가 사리불(舍利弗)과 대목련(大目連)을 비방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범주천은 그곳에 나아가서 구가리의 방문을 두드리면서 말하였다.
“구가리여! 구가리여! 당신은 사리불과 목련에게 마땅히 깨끗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저 두 존자님은 마음이 청정하고 부드러우며 범행(梵行)을 구족했거늘, 당신이 그렇게 비방을 하면 앞으로 오랫동안 온갖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구가리가 즉시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범주천이 대답하였다.
“나는 범주천입니다.”
구가리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에게 ‘아나함(阿那舍)을 얻었다’고 수기하셨습니까?”
범주천이 대답하였다.
“실로 그러하셨습니다.”
구가리가 말하였다.
“아나함은 ‘돌아오지 않는[不還]’ 것이라고 말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돌아왔습니까?”
범주천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이런 사람과는 말을 말아야겠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는 법을 측량하려는 짓은
지혜로운 자에게 온당치 않은 것이네.
만약 한량없는 법을 측량한다면
반드시 타는 듯한 해를 받게 되리라.

범주천은 게송을 말하고 나서 즉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구가리가 말한 인연을 부처님께 갖추어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범주천에게 고하셨다.
“실로 그렇고 그렇도다! 한량없는 법을 측량하려고 하면 그 범부만 해롭느니라.”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도끼가 입 속에 있나니
나쁜 말로 말미암아
자기 몸을 스스로 베네.

칭찬할 이를 헐뜯거나
헐뜯을 이를 칭찬하는
그와 같이 나쁜 사람은
결코 좋은 꼴 보지 못하리.

구가리가 거짓말을 하여
부처님과 성현을 비방하니
구가리는 중한 죄에 범하여
백천(百千) 지옥에 있게 되리라.

당시 아부타(阿浮陀)에 있는 사람들도
성현을 헐뜯고 비방하여
입과 뜻으로 나쁜 짓 했기에
그 지옥으로 들어갔다네.


범주천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 권의 끝에 있는 다섯 경과 제6 권의 앞에 있는 다섯 경은 모두 국본(國本)과 송본(宋本)에는 없고 단본(丹本)에만 있는데, 앞의 아홉 개는 『범문경(梵問經)』이고 열 번째는 『도수발경(度須跋經)』이다. 지금 『범문경』을 조사해보면 저 대본(大本)인 『잡아함경雜阿含經』 제44 권의 처음과 동본이역(同本異譯)이고, 『도수발경』은 대본(大本) 제35 권 16폭(幅) 이하와 동본이역이니, 국본과 송본 두 본에 이 경들이 없는 것은 빠졌을 뿐이다. 지금 단장(丹藏)에 의거하여 더하고 두 권에 나누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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