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2권
별역잡아함경 제2권
역자 미상
1. 초송(初誦) ②
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한림(寒林) 속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생의 목숨이란 짧은 것이며, 마침내는 반드시 죽게 되나니, 마땅히 부지런히 도를 행하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게으르지 말고 반드시 착한 행을 닦으며, 법의(法義)와 참된 행[眞行]을 닦아야 한다.”
그때 마왕(魔王)이 이 말씀을 듣자 즉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
‘사문 구담(瞿曇)이 왕사성의 한림 속에서 성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연설하니, 나는 반드시 그곳에 가서 혼란을 일으켜야겠다.’
마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납(摩納:소년)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인생의 수명은 긴 것이라서
온갖 어지러운 번뇌만 없다면
항상 편안하게 되어서
죽음의 길은 없으리라.
부처님께서는 ‘마왕 파순(波旬)이 와서 방해하는 짓이로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즉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의 목숨은 아주 짧고
온갖 괴로움과 해침만 많나니
마땅히 착한 일 빨리 닦기를
머리에 타는 불 끄듯이 해야 하네.
그러므로 반드시 알아야 하리.
욕망과 번뇌가 오는 것이 파순임을.
마왕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을 듣고는 곧 이러한 생각을 했다.
‘사문 구담은 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있구나.’
그리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깊이 후회하면서 곧 몸을 숨겨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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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한림(寒林) 속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행(行)은 무상하다. 너무나 신속하고 머물러 있지 않고 믿을 만한 것이 못 되서 꺾이고 무너지는 법이니, 마땅히 속히 벗어나서 해탈의 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때 마왕 파순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한림 속에서 모든 성문들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연설하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방해를 해야겠다.’
이렇게 마왕은 소년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처소에 가서 한쪽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낮과 밤이 항상 존재하듯이
사람 목숨도 항상 돌아오는 것이
마치 바퀴의 굴대가 구르는 것과 같아서
두루두루 돌면서 그치질 않네.
부처님께서는 마왕이 와서 방해하는 것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목숨은 밤낮으로 다하려 하며
수명이란 것도 근심과 환란이 많은 것이니
마치 강물 속에 빠진 것과 같아서
남김 없이 빨리 없어지노라.
그러므로 너 파순은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마왕은 ‘부처님이 나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후회하면서 몸을 숨겨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2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새벽에 숲 속을 거니시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나서 몸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그때 마왕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으면서 새벽에 숲 속을 거닐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정실(靜室)에 들어가 몸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있으니, 내가 이제 가서 마땅히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마왕은 즉시 소년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마음은 능히 그물을 만들어서
허공을 두루하게 할 수 있으니
사문은 내가 쳐놓은 영역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악마가 와서 방해하는 것이로구나.’라고 생각하시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5욕락이 있는데
어리석은 이는 그것에 속박되어 있네.
그러나 이 모든 애욕을 끊을 수 있다면
일체의 괴로움을 영원히 다하리라.
나는 모든 애욕 이미 끊었고
뜻에도 또한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노라.
파순은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내가 애욕의 그물을 벌써 찢었다는 것을.
그러자 마왕은 게송으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소원을 이루지 못하자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몸을 숨겨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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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초저녁 후에 앉고 눕고 거닐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방에 드셔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발과 발을 서로 포개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염각(念覺)을 닦다가 생각을 일으키시었다.
그때 마왕 파순이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있으면서 앉고 눕고 거닐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발과 발을 서로 포개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염각을 닦다가 생각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소년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머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잠자는가?
어찌하여 잠자는가?
잠자는 것이 어찌
열반에 드는 것만 하리오.
가령 할 일을 다 마쳐서
스스로 편안히 잠들어 있다면
해가 떠오를 때까지라도
짐짓 다시 잠자야 하리.
부처님께서는 하늘 악마가 와서 방해하는 걸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애욕의 그물이 모든 유(有)에 집착해서
일체의 처소를 두루 덮고 있지만
내 이제 이 그물을 찢어 버렸으니
모든 애욕이 영영 끊어졌노라.
일체의 태어남[生]이 다하여서
안온한 열반의 즐거움이니
파순이여! 너는 이제 와서
나에게 다시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자 마왕은 게송의 말씀을 듣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곧 몸을 숨기고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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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 속에 계실 때였다.
마침 하늘에서 구름과 안개가 일고 가랑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번쩍이며 곳곳이 환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밤을 맨 땅에서 거닐고 계셨는데, 마왕(魔王) 파순(波旬)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 기사굴산에 있는데, 마침 구름과 안개가 일고 가랑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번쩍이며 곳곳마다 환하였다. 그런데도 그 밤을 맨 땅에서 거닐고 있으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마왕은 산 위에서 큰 돌을 밀어서 부처님 처소까지 굴리려고 했지만, 그 큰 돌은 저절로 부서지고 말았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네가 영취산(靈鷲山)을 무너뜨려서
작은 티끌처럼 가루가 되게 하고
큰 바다와 크나큰 땅을
모두 다 분쇄함으로써
바른 해탈을 얻은 자로 하여금
두려운 모습을 일으키게 하고
털 끝이 쭈뼛하게 하려 하지만
끝내 이루지를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마왕은 ‘사문 구담은 나의 생각을 알고 있구나.’ 하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곧 몸을 숨기고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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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한밤중에 맨 땅을 거니시다가 발을 씻고 정실에 들어간 뒤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당시 마왕 파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담 사문이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맨 땅을 거닐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그 곳에 가서 방해를 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스스로 형체를 변화하여 구렁이 몸이 되었는데, 그 길이와 크기는 마치 큰 배와 같았으며, 두 눈이 빛나는 것은 교살라발(矯薩羅鉢)과 같고, 혀를 내면 번쩍거리는 것이 번갯불 치는 것과 같았으며,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소리는 큰 우레 소리와 같았다. 마왕은 그러한 몸으로 부처님을 감고 목을 빼낸 채 머리를 들어 부처님 정수리 위에 대고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악마의 방해란 걸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모아 올바로 해탈하고
편안한 선정으로 자신을 닦기를
옛 부처님 법과 같이 하노라.
독한 뱀이 몹시 사납고
그 모양이 매우 두렵지만
또 모기ㆍ등에ㆍ벼룩ㆍ이들이
갖가지로 접근해서 괴롭히지만
나의 터럭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를 두렵게 할 수 있겠는가.
설령 허공을 찢어 버리고
천지를 모두 진동케 해서
일체 모든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놀란다 하여도
나를 두렵게 하는 일은
끝내 이룰 수 없으리라.
설령 다시 독한 화살을 가지고
나의 심장을 향해 쏘고
그 화살을 받게 되어서
끝내 구호할 수 없다 하여도
그러한 독한 화살마저도
역시 나를 맞히지는 못하리라.
그러자 마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듣고는, ‘구담 사문은 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두려워하고 근심하고 후회하면서 곧 형체를 바꿔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2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만직(曼直) 숲 속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초저녁에 좌선하시다 거니시고, 초저녁이 지나자 발을 씻고실내에 드셔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발과 발을 서로 포갠 후에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생각을 일으키셨다.
그때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마음을 알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만직 숲 속에서 초저녁에는 좌선하다가 거닐고, 한밤중 전에는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서 발과 발을 서로 포갠 후에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생각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는 지금 곧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그러고 나서 마왕은 소년으로 변화하여 여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잠만 자고 있는가
편히 잠만 자고 깨어나지 않는 것이
술 취한 사람이 자는 것 같네.
사람으로서 재산이 없는 자라면
스스로 스스로 잠만 잘 수 있겠지만
재산을 많이 모은 사람이라면
즐거움 속에서 유쾌히 잠을 잘 수 있으리.
세존께서는 마왕이 와서 방해하는 걸 알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하는 일 없이 자는 것이 아니며
또한 술에 취하여 자는 것도 아니다.
나는 속세의 재산이 없으므로
그래서 지금 자고 있는 것이다.
나는 법의 재물 많이 얻었으니
이 때문에 편히 잠자는 것이다.
나는 잠자고 있을 때나
나아가 숨을 내쉬고 들이쉴 때도
모두 다 이익이 있게 할 뿐
손실이란 조금도 있은 적이 없으니
잠 깨어서는 의심하는 생각이 없고
수면중에도 두려운 바가 없네.
비유컨대 독한 화살을 가지고
어떤 사람이 심장을 쏘아 맞히면
자주자주 그 고통을 받느라고
오히려 잠을 잘 수 없겠지만
나는 독한 화살을 이미 빼냈으니
어찌하여 잠을 자지 못하겠느냐.
마왕은 이 게송을 듣고, ‘사문 구담은 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구나’라고 하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즉시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3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毘婆波世山)의 칠엽굴(七葉窟) 에 계실 때였다.
당시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구덕(求悳)이었다. 그는 혼자 선산(仙山) 흑석굴(黑石窟)에 있으면서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는 소견[我見]을 끊고 시해탈(時解脫)을 얻었다. 그러나 자신이 몸소 증득하긴 했지만 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렸는데, 이를 두 번, 세 번 나아가 여섯 번까지 물러서서 잃어버렸다.
비구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혼자 수행하면서 정진하다가 여섯 번이나 물러서서 잃어버렸으니, 만일 또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린다면 칼로써 스스로를 베리라.’
마왕 파순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 칠엽굴에 계실 때 구담의 제자 구덕도 왕사성의 선산 흑석굴에 홀로 머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아서 시해탈을 얻었지만 몸소 증득하여 얻었다가 도로 잃기를 여섯 번이나 한 것을 알았다. 그때 마왕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덕 비구가 만약 일곱 번째 얻게 되면, 반드시 스스로 상해해서 마군의 경계를 벗어나리라.’
이렇게 생각한 미왕은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 아뢰었다.
대지혜와 대정진으로
대신통을 통달하고
법에 대한 자재로움 얻으셔서
거룩한 광명이 아주 치성한 이여.
당신의 성문(聲聞) 제자가
지금 스스로를 해치고자 하니
사람 중에서 최상인 당신은
지금 마땅히 못하게 막아야 하리.
당신 법을 좋아하는 이가
어떻게 그의 죽음을 배우겠는가.
마왕이 이 게송을 말하자,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말씀하셨다.
“파순아! 너는 지금 모든 방일하는 자와 크게 친한 벗이 되었다. 네가 지금 말한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말일 뿐, 저 비구를 위하여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겁내거나 나약하지 않고
굳게 정진을 닦아 행하며
항상 선정을 즐기면서
밤낮으로 착한 일들 닦았노라.
그리하여 애욕의 번뇌를 말라 붙게 하고
너의 마군 무리를 무너뜨리니
이제 최후의 몸을 버리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가리라.
그러자 마왕은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면서 유리 거문고를 놓아둔 채 몹시 뉘우치고 한탄하다가 자기 궁전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과 함께 선인산의 구덕 비구 처소에 가 보아야겠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구덕의 처소에 가 보니, 구덕의 시체의 동쪽이 마치 연기 구름 같았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연기 구름을 보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시체의 남쪽ㆍ서쪽ㆍ북쪽도 역시 그와 같은 연기 구름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바로 파순이 몸을 숨긴 채 구덕의 처소를 둘러싸고서 그의 심식(心識)을 찾아 보려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구덕 비구는 열반에 들어갔기 때문에 신식(神識)이 있지 않으며, 어디로 간 곳도 없다.”
그때 마왕은 소년으로 변화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아래와 그리고 사방으로
구덕의 의식을 찾아 보아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
그 신식은 마침내 어디로 갔습니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굳건한 사람은 너 마군의 무리를 깨뜨리고서 열반에 들어갔노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우루비라(優樓比螺) 마을 니련선하(尼連禪河) 보리수 나무 밑에 계시면서 성불(成佛)할 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
그때 마왕이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이 우루비라 마을 니련선하 보리수 나무 밑에서 얼마 안 가 성불할 것이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기회를 엿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서 마왕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는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눈 감고 말없이 늘 고요하며
빛나는 얼굴은 신령한 바탕을 드러내고
모든 감관은 다 기뻐하고 있으니
비유컨대 재물을 잃은 이가
나중에 재물을 다시 얻듯이
당신이 지금 선정을 즐기면서
환희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네
이미 나라의 영화를 버리고
또한 명예와 이익도 바라지 않는데
어찌하여 여러 사람과 더불어
친한 벗이 되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선정을 얻은 지 오래되어서
그 마음이 항상 고요하기에
너의 애욕 군사를 깨뜨리고서
위없는 재물을 얻었노라.
나의 감관은 늘 흡족하고
마음은 적멸(寂滅)을 얻었으며
너의 애욕 군사 깨트림으로써
도를 닦아 마음이 기쁘다네.
그리하여 한결같이 시끄러움 떠났나니
친한 벗이 어찌 필요하겠는가?
그러자 마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이미 바른 도를 얻어서
편안히 열반으로 향하였으며
이미 미묘한 법도 얻어서
항상 가슴에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로 혼자만 알고 계시지
어찌하여 사람들을 가르칩니까?
세존께서 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서 악마에 속하지 않은 자가
나에게 피안(彼岸)의 법을 물으면
나는 바르게 분별하여 주어서
실답게 멸진(滅盡)을 얻게 하고
마음을 그쳐서 방일하지 않게 하니
악마는 그 기회를 노리지 못하리라.
그러자 마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흰 돌의 산은
그 색깔이 기름과 같기 때문에
뭇 새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날아 와서 먹어 보려 하다가
그 맛을 맛보지 못한 채
부리만 상해서 돌아가듯이
나도 이제 그와 같아서
쓸데없이 와서 소용없게 되었네.
마왕은 이 게송을 말하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몹시 뉘우치고 한탄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공터를 향하여 혼자 걸터앉아서 화살로 땅을 그으며 방법과 꾀를 생각하였다.
당시 마왕에게는 딸이 세 명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은 극애(極愛)요, 둘째의 이름은 열피(悅彼)요, 셋째의 이름은 적의(適意)였다.
이 마왕의 세 딸이 마왕 곁에 와서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께서는 이름난 장부신데
어찌하여 근심 걱정을 하십니까?
저희들이 마땅히 애욕의 그물로써
그를 새 잡듯이 잡아다가
아버지의 처소에 데리고 와서
아버지로 하여금 자유를 얻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마왕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애욕을 잘 끊었으니
애욕으로는 유혹할 수 없노라.
그는 이미 마의 경계를 벗어났으니
이 때문에 나는 근심하노라.
마왕의 세 딸은 얼굴을 아주 단정하고 곱게 바꾸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일부러 와서 공양을 올리면서 부처님 심부름 노릇이나 할까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애욕을 끊으셨기 때문에 끝내 돌아보지 않으셨는데, 두 번 세 번 똑같은 말을 하여도 부처님께서는 보시지 아니하셨다.
그러자 마왕의 세 딸은 한쪽으로 물러가서 함께 의논하였다.
“남자들의 법은 좋아하는 바가 각각 달라서 혹은 작은 것을 사랑하기도 하며, 혹은 중간 것을 사랑하기도 하며, 혹은 큰 것을 사랑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즉시 하나하나의 딸마다 6백 명의 여인으로 변화해서 소녀가 되기도 하고, 동녀가 되기도 하고, 아직 시집가지 않은 여자가 되기도 하고, 이미 시집간 여자가 되기도 하고, 이미 해산한 여자가 되기도 하고, 아직 해산하지 않은 여자가 되기도 하였으니, 이처럼 많은 여자로 변화하여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 세존께 공양을 올리고 시자(侍者) 노릇을 하면서 곁에서 시중하는 수족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지 않으셨으며, 두 번 세 번 똑같은 말을 했지만 부처님께선 전혀 돌아보시지 않으셨다.
그러자 마왕의 딸들은 다시 한쪽으로 물러가서 서로 의논하였다.
“이분이야말로 반드시 더할 나위 없이 애욕을 끊고 해탈하신 분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땅히 우리들을 보고 광란하면서 피를 토하거나 심장이 찢어졌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곳에 가서 게송으로 묻고 따지자.”
마왕의 딸 극애가 게송으로 힐문하였다.
단정하게 나무 밑에 앉아서
고요히 혼자 사유만 하고 있으니
재물을 잃어서 그러합니까,
큰 재물을 구하고 싶어서 그러합니까?
성과 읍, 그리고 마을에서는
도무지 애착하는 마음이 없으니
어찌하여 여러 사람과 더불어
친한 벗이 되려고 아니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큰 재물을 얻었으니
마음속에 열반을 얻은 것이라네.
나는 애욕의 마군을 깨뜨렸으므로
아름다운 여색에는 전혀 집착하지 않노라.
홀로 있으면서 좌선을 하여
가장 제일가는 즐거움을 받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인해서
전혀 친한 벗을 구하지 않네.
마왕의 딸 적의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가 어느 곳에 머물러야만
다섯 빠른 흐름[五駛流]을 벗어날 수 있고
여섯 빠른 흐름도 지나갈 수 있으며
어떤 선정에 들어가야만
커다란 애욕의 언덕을 건너서
영원히 속박을 벗어납니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몸으로는 부드러운 즐거움을 얻고
마음으로는 훌륭한 해탈 얻으며
마음이 모든 업을 여의고
뜻은 다시는 물러서지 않으며
각관(覺觀)의 법을 끊을 수 있고
성냄과 애착의 들뜸을 여읠 수 있어서
이러한 곳에 머무를 수 있다면
다섯 빠른 흐름을 잘 벗어나리라.
아울러 여섯 빠른 흐름까지 벗어나려면
이와 같은 좌선을 실천해야만
커다란 애욕의 결박을 벗어날 수 있고
속박의 흐름도 여읠 수 있으리라.
마왕의 딸 열피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애욕의 결박을 끊었다면
온갖 집착하는 곳을 여의었으리.
많은 사람이 빠른 흐름을 건너고자 하고
많은 사람이 죽음의 언덕을 건너고자 하지만
오직 슬기로운 지혜 있는 자만이
이와 같은 어려움을 건널 수 있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정진으로 제도해서 건질 수 있으니
여래는 바른 법으로 제도하여
법대로 벗어날 수 있게 하므로
슬기로운 이는 누구나 기뻐하네.
세 딸이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아버지 처소로 다시 돌아오자, 마왕은 세 딸을 꾸짖고 나서 그로 인해 게송을 말하였다.
세 딸이 그를 파괴하려고 했지만
그의 형용은 마치 번개와 같았네.
그의 대정진을 마주했으니
마치 도라(兜羅)가 바람에 날리는 것과 같네.
손톱으로 산을 무너뜨리려는 것과 같고
치아로 쇠뭉치를 무는 것과 같고
순진한 아이[嬰愚]가 연뿌리의 실을 가지고
태산을 매달려는 것과 같다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집착 이미 떠났거늘
어찌하여 그와 변론하려고 하느냐.
또 그물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고
허공의 달을 떨어뜨리려는 것과 같고
손으로 큰 바닷물을 움켜쥐어서
다 말라 버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집착 이미 떠났거늘
어찌하여 그를 찾아가 변론하려 했느냐.
또 다리를 들고 수미산을 넘으려 하는 것과 같고
큰 바다 속에서 땅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집착 이미 벗어났거늘
어찌하여 그를 찾아가 변론하려 했느냐.
마왕은 근심하며 뉘우치면서 즉시 모습을 감춰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3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영축산(靈鷲山)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열반의 법을 찬양하였는데, 그때 마왕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이 왕사성에 있으면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열반의 법을 찬양하고 있으니, 나는 지금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형상을 1백 사람으로 바꿨는데 50명은 아주 단정하고, 50명은 아주 추악하였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모두 놀라면서 괴이하게 여겼다.
‘지금 어찌하여 아주 단정한 이가 있는가 하면, 또 아주 추악한 이가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마왕이 와서 방해하는 걸 아시고, 그때 세존께서는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랫동안 생사(生死) 속에서 그러한 좋고 나쁜 몸을 갖추어 받았는데, 네가 어떻게 괴로움의 언덕을 벗어날 수 있겠으며, 이와 같이 변화한들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만약 남녀에 대하여 애착을 둔 자가 있다면 너는 마땅히 변화하여 온갖 형상을 지어야 하겠지만, 나는 지금 전혀 남녀의 상(相)이 없거늘, 어찌 온갖 형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장수와 하제(何帝)와 그물과
수면과 경행과 큰 독사와
하는 바 없음과 구덕과 마왕의 딸과
방해와 모습 바꾸기와 좋고 나쁜 외모.
3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행을 굳게 지니면 반드시 제석(帝釋)이 된다. 왜냐 하면 옛날 제석이 사람이 되었을 때에 처음 실천행을 발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말하는 바가 부드럽고, 이간하는 말을 끊었고, 보시를 좋아해서 인색하지 않고, 항상 진실한 말을 닦고, 끝내 속이지 않고 성내지 않았으며, 설령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더라도 그 생각을 찾아 없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고
모든 어른에게도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며
항상 착하고 은혜로운 말과
부드럽고 좋은 말만 베풀며
이간을 하는 말과
탐욕과 성냄을 끊었나니
삼십삼천(三十三天)들은
저마다 이러한 말을 하였으니
이와 같이 행한 이는
우리들보다 수승하기에
마땅히 따로 머물면서
천왕이 된다네.
부처님께서 말씀을 끝내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 미후(獼猴)의 저 언덕 대강당에 계실 때였다.
마하리(摩訶離)라는 한 리차(離車)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석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본 적이 있다.”
리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야차(夜叉) 귀신은 그 모양이 제석과 같은데, 세존께서 보신 것이 저 야차 귀신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리차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의 몸을 나는 잘 알고 있으며, 야차의 형상이 제석과 같은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제석의 본래 행적과 그가 행하던 일을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제석은 본래 사람이었을 때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말하는 바가 부드럽고, 이간하는 말을 끊고, 인색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입으로는 항상 진실한 말만 하고, 성내지 않고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며
모든 어른에게도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며
항상 착하고 은혜로운 말과
부드럽고 좋은 말만 하며
이간을 하는 말과
탐욕과 성냄을 끊었나니
삼십삼천들은
저마다 이러한 말을 하였으니
이와 같이 행한 이는
우리들보다 수승하기에
마땅히 따로 머물면서
천왕이 된다네.
부처님께서 말씀을 끝내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어떤 비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제석이라 하오며, 어떻게 제석의 모습을 짓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본시 사람으로 있을 적에 가진 것을 보시하고 순수한 믿음을 내었으며, 믿는 마음으로 빈궁한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보시하였다. 보시할 적에는 간장과 음식 등 갖가지 반찬과 갖가지 꽃다발, 사르는 향이나 바르는 향과 같은 갖가지 향, 그리고 재물과 비단과 평상과 자리를 보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당시의 모든 하늘들이 제석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비구는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어찌하여 제석을 부란단나(富蘭但那)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옛적에 사람으로 있을 때 보시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자주자주 보시하였기 때문에 모든 하늘들이 그를 이름하여 부란단나라고 한 것이다.”
“무슨 인연으로 제석을 마거바(摩佉婆)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본시 바라문으로 있을 적에 그 이름이 마거바였다.”
다시 묻기를,
“또 무슨 인연으로 바사바(婆娑婆)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주자주 의복으로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했기 때문에 그러한 인연으로 바사바라고 칭하는 것이다.”
다시 묻기를,
“또 무슨 인연으로 교시가(憍尸迦)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본시 사람으로 있을 적에 그 성이 교시가였기 때문에 교시가라 칭하는 것이다.”
“또 무슨 인연으로 사지부(舍脂夫)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의 딸에게 장가들었는데, 그 부인의 이름이 사지였다.”
다시 묻기를,
“또 무슨 인연으로 천안(千眼)이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본시 사람으로 있을 적에 지극히 총명해서 일을 판단할 때 잠깐 동안에 능히 천 가지 일을 판단할 수 있었으니, 그러한 인연으로 천안이라고 칭한 것이다.”
“또 무슨 인연으로 인다라(因陀羅)라고 칭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천왕(天王)의 지위에 있으면서 하늘의 일을 판단하고 처리하였기 때문에 인다라라고 칭한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위의 일곱 가지 일을 능히 갖추었기 때문에 그러한 인연으로 모든 하늘들이 제석이라고 칭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한 야차가 있었는데, 몸집이 아주 작고 얼굴빛도 더럽고 추악했으며, 몸 또한 검어서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다.
그 야차가 제석의 자리에 앉았는데, 그때 삼심삼천이 야차가 제석의 자리에 앉은 걸 보고는 모두 크게 성이 나서 야차를 갖가지로 헐뜯고 꾸짖었다.
그러자 야차의 추악한 모습이 차츰 없어지고 좋은 빛깔로 바뀌면서 점점 확대되어 갔다. 그 모습을 본 모든 하늘들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더욱더 성을 내니, 야차는 드디어 몸과 형체가 장대하여지고 얼굴도 선명해지고 위엄도 있었다.
모든 하늘들은 서로 함께 제석의 처소에 가서 제석에게 말했다.
‘한 야차가 있는데, 몹시 추악하고 더러우며 몸집도 아주 작았습니다. 그가 제석의 자리에 앉아 있기에 저희 하늘들이 모두 함께 꾸짖고 욕하였지만 야차의 얼굴빛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몸집도 차츰 커졌습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이 야차는 온갖 욕설과 꾸지람을 받으면 더욱 얼굴과 몸이 좋아지니,〈사람들의 성냄을 돕는〉것이라 하겠다.’
제석은 앉는 자리 쪽으로 되돌아서서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손으로 향로를 든 뒤에 야차에게 말하였다.
‘큰 신선이여! 내가 바로 제석입니다, 내가 바로 제석입니다.’
이렇게 세 번 자신의 이름을 불렀더니, 야차는 차츰 작아지면서 얼굴도 점점 추악해지고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제석은 제석의 자리에 다시 앉아서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앞으로는 함부로 성내지 말 것이니, 만일 악으로 대하는 이가 있더라도 부디 성내지 말아라.’그리고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만약 누가 와서 해치고 속이더라도
그를 해치거나 속이는 것으로 되갚지 말지니
해치고 속이려 드는 자에겐
모든 인자한 마음을 내어라.
성내지도 않고 해치지도 않는 자를
항상 가까이해야 하나니
그런 사람이 바로 성현이며
또한 성현의 제자라고 하리라.
온갖 성내는 것은
성냄의 산에 가로막히게 되니
가령 성낼 때가 있더라도
조금만 금하고 억제한다면
이는 착한 법이라 칭할 수 있으니
마치 고삐로 나쁜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 온갖 욕망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성냄을 잘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성냄을 금하고 억제하는 이를 늘 칭찬하거늘, 하물며 너희 비구는 집을 집이 아니라고 믿고서 집을 떠나 도에 들어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은 이로서 어찌 성냄을 억제하거나 성냄을 떠난 이를 칭찬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아침이 오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닌 채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잡수시기를 끝낸 후에는 발을 씻고 좌구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득안(得眼) 숲 속에 나아가 두루 관찰하신 후 조용한 곳인 나무 밑에 결가부좌하고서 천주(天住)에 머물고 계셨다.
당시 기타(耆陀) 정사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스님들의 일을 결정할 적에 함께 성을 내면서 다투었다. 그 중 하나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참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나중에 불같이 화를 낸 비구가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느끼고서 묵묵히 참은 비구에게 와서 참회하려고 했으나 말없이 참은 비구는 그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이 널리 알려지자 비구들 사이에서 서로 논쟁이 벌어지면서 큰 음성이 나오게 되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천주(天住)에 머물고 계시다가 인간의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하늘의 귀로써 멀리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스님들 속에 가서 그 앞에 자리를 정하시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아침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닌 채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는 다시 돌아와서 숲 속에 들어와 고요히 앉아 있는데, 여러 비구들이 높은 소리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한가?”
비구들이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기타 정사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대중들의 일을 결정할 적에 함께 성을 내면서 다투었습니다. 그 중 한 비구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참았고, 나머지 한 비구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말을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 불같이 화를 낸 비구가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알고 돌아와서 진심으로 참회하려고 하는데, 말없이 참은 비구가 그의 참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모두들 큰 음성을 내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 어리석게도 남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는가.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옛날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선법당(善法堂)에 있으면서 하늘의 무리들에게 이런 게송을 말했다.
비유컨대 표주박이나 그릇을 가지고서
기름[酥]을 부어 등불을 더 돋구면
불은 더욱더 치성하게 타서
도리어 표주박과 그릇을 태우듯이
성내는 마음도 역시 그와 같아서
도리어 스스로의 선근(善根)을 태울 뿐이니
내가 끝내 성냄을 품지 않는다면
성났다가도 이내 다시 없어지네.
이는 물이 맴돌아 흐르면서
끊임없이 왕복하는 것과는 같지 않으니
비록 화가 나더라도 욕하지 않고
그대의 꺼림칙함도 상관하지 않아서
꺼림칙한 것이 허리의 맥과 같다면
나는 끝내 상해를 당하지 않으리라.
몸을 잘 조복하고 나면
자기에게 곧 이익이 있으리니
성내지 않고 해치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곧 성현이며
또한 성현의 제자라 하리니
그런 사람을 항상 친근해야 하네.
온갖 성을 내는 사람들은
무거운 업장이 산과 같나니
만약 성이 날 적에도
조금만 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업(善業)이라 칭하는 것이니
마치 고삐로 나쁜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천왕의 지위에 처해서 천인(天人) 중에서도 자재한데도 오히려 인욕을 닦고 인욕하는 자를 칭찬하거늘, 하물며 그대들은 비구로서 집을 떠나 외모를 가꾸지 않는데도, 어찌 참지 않고, 참는 것을 칭찬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천인들을 거느리고 장차 아수라(阿修羅)와 싸우려고 할 적에 석제환인은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서로 해칠 필요가 없으니, 다만 서로 토론을 해서 승부를 결정합시다.’
비마질다라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교시가(憍尸迦)여! 우리가 토론을 해서 승부를 낸다고 한들 누가 그것을 분별하겠습니까?’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우리의 대중과 아수라의 대중 속에서도 총명하고 명철하여 그 지혜와 변재가 능히 좋고 나쁨을 보아서 승부를 판가름할 만한 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비마질다라가 말하였다.
‘제석이여! 당신이 먼저 말씀하시오.’
제석이 대답하였다.
‘제가 말할 수는 있습니다만, 당신이 바로 선배 천인이니 마땅히 먼저 말씀하셔야 합니다.’
비마질다라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나는 참음의 허물 보았으니
어리석은 이가 참음의 법을 말한 것일세.
그는 두려움 때문에 참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자기가 뛰어나다고 여기네.
석제환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두려움 때문이라는 그 말을 따른다면
자기의 이익이 가장 뛰어나겠지만
재물과 보배와 모든 이익으로는
인욕하는 자를 이길 수 없네.
비마질다라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리석은 이는 지혜가 없으므로
마땅히 그를 억제하고 막아야 하네.
비유컨대 저 뒤에서 오는 소가
언덕에 올라 앞의 소를 오르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반드시 칼과 몽둥이를 가지고서
어리석은 이를 꺾고 굴복시켜야 하네.
석제환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보건대 어리석음을 억제하는 데는
말없이 참는 것이 가장 으뜸이니
설사 아주 크게 화를 냈다 하여도
참을 수만 있다면 화는 저절로 그치리라.
성냄이 없고 해침 없는 자라면
그가 바로 성현이며
또한 성현의 제자이니
항상 그를 친근해야 하리라.
온갖 성을 내는 사람들은
무거운 업장이 산과 같나니
만약 성이 날 적에도
조금만 억제할 수 있다면
이를 선업(善業)이라 칭하는 것이니
마치 고삐로 나쁜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네.
천인들과 아수라의 대중 중에서 지혜 있는 이가 함께 자세히 평가해서 그 승부를 저울질했는데, 아수라는 싸우는 것으로 근본을 삼는다고 말했고, 석제환인은 싸움을 그쳐서 마음에 성냄과 다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으므로, 아수라는 지고 제석이 이겼다고 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천인들 속에 자재하면서도 오랫동안 인욕하고 인욕의 법을 칭찬했다. 그대들 비구도 인욕할 수 있고 인욕을 찬양할 수 있다면 집을 떠난 법[出家法]이라고 말할 만하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3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아수라와 장차 싸우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했는데, 당시석제환인은 천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천인들이 승리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섯 가지 계박으로 아수라를 묶어서 천궁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 아수라도 자기 무리들에게 명령했다.
‘우리들이 만약 승리하려면 또한 다섯 가지 계박으로 석제환인을 묶어서 아수라궁에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결국 천인들이 승리하여 다섯 가지 계박으로 비마질다라를 묶어서 천궁에 왔다.
비마질다라는 제석을 보자 성내고 꾸짖으면서 극악한 욕을 퍼부었으나, 제석은 욕하는 소리를 직접 듣고도 침묵을 지키면서 보복하지 않았다.
그때 제석의 마부 마득가(摩得伽)가 즉시 게송을 말하였다.
석지(釋脂)의 남편이신 마거바(摩佉婆)여,
당신은 두려워하고 힘이 없습니까?
비마질다라가 면전에서 꾸짖으면서
극악한 악담을 하는데 어찌 참고 계십니까?
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니
내가 힘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며
비마질다라를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네.
나는 수승한 지혜로 인욕을 닦는 걸세.
어리석은 이는 무식하고 지혜가 미치질 못해서
항상 다투려는 마음이 쉬지 않거늘
만약 내가 힘으로써 억제한다면
저 어리석은 이와 다를 바가 없는 걸세.
마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리석은 이를 만약 그대로 두면
더욱더 심하면서 쉬지를 않으니
마치 저 뒤에 온 소가 언덕에 올라서
앞에 있는 소를 뛰어오르는 것과 같으니
힘이 센 이는 힘을 가지고
저 어리석은 이를 억제해야 합니다.
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보건대 어리석음을 억제하는 데는
말없이 참는 것보다 뛰어난 것 없으니
성냄이 바야흐로 치성할 적에는
오직 참는 것만이 가장 잘 다스리는 것이네.
어리석은 이는 자기가 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인즉 힘이 없는 것이니
어리석은 이는 선악을 알지 못하므로
어떤 법으로도 억제할 수 없다네.
나의 몸은 용감한 힘이 있어서
어리석고 못난 자를 참을 수 있나니
이것을 첫째 가는 참음이라 하리니
참음 중에서도 최고라고 하리라.
미약한 이가 힘이 있는 이에게
어찌할 수 없어서 참는 것은
두려워서 참는 것이라 말할 뿐
참다운 참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네.
그 자재한 위력을 지니고서도
남에게 욕설과 꾸짖음 당할 적에
침묵을 지키면서 보복하지 않으면
그것을 훌륭한 참음이라 한다네.
못나고 미약한 이가 위력을 겁내어서
침묵을 지키면서 보복하지 않는 것은
두려워서 하는 짓이라 말할 뿐이지
참는 행을 한다고는 하지 못하네.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이들은
남에게 해악을 가하면서
상대방이 묵묵히 참는 것 보면
곧 자기가 뛰어나다고 여기지만
성현과 지혜 있는 사람들은
참음을 가장 뛰어나다고 말한다네.
그러므로 성현의 무리들은
항상 참는 공덕을 칭찬하며
자기를 제외한 남들에게는
모든 난관과 공포를 없애 주지만
상대가 몹시 화내는 걸 보면
다만 말없이 참기만 하나니
그 때는 성냄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어서
칼과 몽둥이의 힘이 필요치 않으니
피차가 모두 큰 이익을 얻게 되어서
자신도 이롭고 남도 또한 이롭게 되네.
어리석은 이는 참는 이를 겁낸다 하나
성현들은 그러한 이를 칭찬하시네.
자기를 억누르는 이에게 참는 것은
해침과 환란을 두려워함이며
자기와 비등한 이와 다툴 때는
서로 해로울까 두려워서 참는 것이니
미약하고 못난 이에게 참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참음 중에서도 가장 최고라고 하리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천왕은 33천에서 가장 자재롭게 왕법을 행하면서도 오히려 능히 참는 행을 닦고 참음을 칭찬하거늘, 하물며 여러 비구들은 외양을 꾸미지 않고 법에 들어왔으니, 마땅히 참는 행을 닦아야 하고, 참는 것을 칭찬해야 한다. 만일 참는 행을 닦거나 그런 이를 칭찬하면, 그것이 출가의 법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摩得梨伽)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에게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毘禪延堂) 위에 나와서 손을 합장하고 동쪽으로 부처님께 향하였다.
마득리가는 제석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렵고 놀라워서 잡고 있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렵고 놀라워하면서 말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느냐?’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摩佉) 석지(釋脂)의 남편이시여! 나는 당신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동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인간과 천인에게 존경받는 이를 부처님이라 하니, 나는 지금 부처님을 향해서 공경하고 예배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이름 높으신 세간의 어른을
너 마득리가는 반드시 알아야 하나니
나는 지금 그 어른을 공경하고 믿는 것이라서
이 때문에 손을 합장하고 서 있는 것이네.
마득리가도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세간의 어른께 공경하고 예배하시니
저도 당신을 따라서 공경하고 예배하리라.
이렇게 말하고서 합장하고 예배하고는,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자재롭게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거늘, 그대 비구들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니, 부지런히 부처님을 공경하는 그것이 출가의 법에 합당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의 처소에 와서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 위에 나와서 남쪽을 향하여 합장하였다.
마득리가는 그 광경을 보자 두렵고 놀라워서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려워하고 놀라는가?’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 석지의 남편이시여! 나는 지금 당신이 남쪽을 향해 합장하는 걸 보고 두렵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하늘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남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천인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을 법이라 하니, 나는 지금 구족계(具足戒)와 법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을 떠난 출가자들은
방일하지 않고 닦으며
오랫동안 선정에 들어서
최상의 범행(梵行)을 닦는다네.
그리하여 세 가지 독(毒)을 버리고
해탈의 법을 능히 얻으니
이와 같은 법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한다네.
위대한 아라한들이신
애욕을 멀리 여읜 자
무명(無明)의 어둠을 능히 소멸하고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린 자
또는 집에서 착한 일을 닦으면서
악업을 짓지 않는 자
이와 같은 올바른 법의 제자에게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한다네.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당신이 가장 뛰어난 것에 예배하시니, 저도 따라서 예배하기를 바랍니다.’
제석은 말을 마치고 나서 공경히 합장하며 예배한 뒤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인간과 천상에서 자재로운데도 오히려 법을 공경하고 예배하거늘 하물며 그대 비구들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있으니, 어찌 부지런히 법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4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준비하고서 제석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 위에 나와서 서쪽을 향하여 합장했다.
마부 마득리가는 이러한 일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떠한 일을 보았길래 그처럼 놀라고 두려워하느냐?’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 석지의 남편이시여! 저는 지금 당신이 서쪽을 향해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천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서쪽을 향하여 공경하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천인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를 바로 스님이라고 하니, 나는 지금 스님들을 공경하고 믿는 것이다.’
그때 마득리가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몸에는 고름과 땀이 가득 차서
한데서 죽은 시체보다 더 심하며
항상 주리고 목마른 고통을 걱정하는데
어찌하여 저 집 없는 이를 부러워합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그를 지극히 공경합니까?
그에게 어떠한 위의가 있고
어떤 도와 덕행이 있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기 바라오니
저는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석제환인도 곧 게송을 말하였다.
그는 집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진실로 그를 부러워하며
그 역시 곳간에 갈무리 한 것과
창고와 쌀, 곡식이 없으며
온갖 애쓰는 일 떠난 이로서
음식을 조절하여 생명을 온전히 하며
지켜야 할 계율을 잘 수호하고
미묘한 법을 잘 연설하며
용감하여 겁내는 마음이 없고
성인의 말 없는 법을 행하네.
모든 하늘과 아수라는
항상 서로 싸우고 다투느라고
모든 사람들 중에서
저마다 각각 성을 내는데
내가 지금 공경하는 이는
누구나 칼과 몽둥이를 여의었고
일체의 쌓고 모으는 것을
그들은 모두 멀리 여의었네.
세상에서 애착하는 것을
그들의 마음은 모두 버리었나니
온갖 허물을 멀리 떠난 이에게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하네.
마득리가여, 너는 지금
반드시 이 일을 알아야 하리라.
그러자 마득리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께서 가장 훌륭한 이에게 예배하시니
저도 또한 따라서 공경하겠습니다.
마거(摩佉)께서 예배하시는 것을
저도 지금 따라서 예배합니다.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제석은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제석은 인간과 천상에서 자재하면서도 오히려 스님들을 공경하거늘, 하물며 그대 비구들은 집을 떠나 도를 닦으니, 각기 스님들을 존경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제석과 마하야(摩訶耶)
어떠한 인연과 야차
득안(得眼)과 잘 승리함
계박과 부처님을 공경함
법을 공경함과 스님을 예배함을 합쳐 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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