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90권
법원주림 제90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88. 파계편(破戒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생각건대, 이 계덕(戒德)의 본원(本願)은 심히 중해서 중생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므로 가장 으뜸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그를 받기는 심히 쉽되 그를 지니기는 점점 어렵다. 만일 정성껏 아끼면서 지키지 않으면 큰 과위를 어찌 증득할 수 있겠는가? 털끝만큼이라도 어기어서 천 리(千里)를 잃을까 두렵도다. 만일 그 조그마한 허물이라도 덮어서 감추면 큰 죄를 소멸하기 어렵지만 들추어내면 다시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알라. 허물이 있으면 모름지기 참회해야 7중(衆)에 들 수 있거니와 어리석음을 지키면서 참회하지 않으면 길이 3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 1장(章)을 엮어서 스님들이나 속인에게 지님[持]과 범함[犯]과 손해[損]와 이익됨[益]을 공통으로 밝힌다.
만일 그가 집에 있는 속인으로 일찍이 조그마한 믿음으로 계를 받아 얻었으나 명예와 이끗을 이기지 못하여 본래 뜻을 잃고 어김이 있다면 짐짓 여기서 아울러 밝히겠다. 만일 그가 멋대로 구는 속인으로서 업식(業識)의 바람에 내달아 재물과 여색에 빠지고 이름과 이익을 좋아하며 5욕(欲)에 즐거이 집착하면서 불법을 믿지 않는 이라면, 이는 결정된 죄인이라 여기서 밝힐 바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출가한 승니(僧尼)와 우바새 등이니, 그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헛되이 명예와 이익에 물들까 두렵기 때문에 지금 강조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상품(上品)의 속인이면 부처님께서 출가인이 지은 죄를 꾸짖는 것을 보고 스스로 다잡고 격려하며 자기를 반성하고 짓지 않으면서 “출가한 이는 마음이 맑고 허심탄회하며 높이 현묘한 법도를 사모하면서도 오히려 뜻을 잃고 어기어 부처님의 꾸지람을 받고 있는데, 우리들 속인은 부끄러워함이 없이 공공연히 죄를 짓고 밤낮으로 게으름을 피면서 고치는 일이 없으니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우리들을 버리는 것이요,
가르침을 입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 곧 스스로 허물을 고치고 뜻을 쉬어서 범하지 않는다. 비유컨대, 마치 지혜로운 사람은 먼저 자기 몸을 경계하고 다른 사람이 꾸짖음을 당해도 역시 스스로 고치고 뉘우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서(書)에서 이르되 “어진 이를 보거든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않은 이를 보거든 속으로 스스로를 반성한다”고 말한 것이다.
만일 그가 하품(下品)의 어리석고 무식한 사람이면, 부처님께서 허물을 범한 스님들을 책망한 것을 보고 더욱더 업신여기고 비웃으면서 착한 마음에서 물러나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이 짐승보다 더한 것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똥 구덩이에 누워서 여기저기 어지럽게 토해 놓아서 똥오줌으로 온몸이 더럽혀 졌는데도 언덕 위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면서 도리어 바르지 못하다고 꾸짖는 것과 같나니, 이것도 역시 그와 같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비록 구제하려 해도 그들에게는 벗어날 길이 없다. 이 때문에 경에서 이르되 “마치 어떤 사람이 똥 구덩이에 온몸이 다 빠져 있어서 건져낼 만한 머리칼 한 개도 없는 것과 같다”고 했나니, 어찌 구하고자 함을 알겠는가.
(2) 인증부(引證部)
『대품경(大品經)』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만일 계율을 지니지 않으면 장차 3악도에 떨어져서 오히려 하천한 사람 몸조차도 얻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중생을 성취하고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며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갖출 수 있겠느냐.”
또 『살차니건경(薩遮尼揵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계를 지니지 않으면, 내지 옴이 오른 야간(野干)의 몸도 얻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공덕의 몸을 얻을 수 있겠는가.”
또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하였다.
“불자야, 믿는 마음으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금계를 받았다가 짐짓 마음을 일으켜 성인의 계를 깨뜨렸으면 온갖 단월의 공양을 받지 말 것이요, 또한 국왕의 물을 마시거나 땅에도 살지 말 것이다. 5천의 큰 귀신들이 항상 그의 앞을 막으면서 ‘큰 도둑아’라고 말하고 승방(僧坊)이나 성읍(城邑)의 집 안으로 들어가면 귀신들은 그의 발자국조차 쓸어버린다. 온갖
세간 사람은 ‘불법 중의 도둑’이라고 욕설을 하며 온갖 중생들은 계를 범한 사람을 보려고도 하나니, 짐승과 다름이 없고 나무때기와 다름이 없느니라.”
또 『보량경(寶梁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계율을 깨뜨린 비구에게 계율을 받아 지니는 이가 예배하고 공양하면, 이것이 악한 8경법(輕法)을 얻는 줄을 모르고 있다. 무엇이 8경법인가? 첫째는 어리석은 이가 되고, 둘째는 벙어리가 되며, 셋째는 난장이의 몸을 받고, 넷째는 얼굴이 추악하고 비뚤어져서 보는 이마다 비웃으며, 다섯째는 여인 몸으로 바꾸어 나서 가난하고 여종이 되며, 여섯째는 그 몸이 파리해지면서 일찍 죽게 되고, 일곱째는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고 항상 나쁜 이름이 나며, 여덟째는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사문이 아닌데도 스스로 사문이라 하거나, 범행(梵行)이 아닌데도 스스로 범행이라 한다면, 이 대지(大地)에서는 내지 콧물과 침을 흘릴 곳조차도 없거늘 하물며 발을 올리고 발을 내리거나 가고 오고 하거나 굽히고 펴고 하겠느냐. 왜냐 하면 과거에 대왕(大王)이 이 대지를 가져다가 계를 지니고 덕행이 있는 이에게 베풀어주면서 중도(中道)를 수행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계율을 깨뜨린 비구에 대한 온갖 신시(信施)는 이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거늘 하물며 스님이 사는 절에 있으면서 옷과 발우와 침구와 의약 등의 신시를 받겠느냐? 받지 않아야 한다. 만일 어떤 파계한 비구가, 한 개의 털을 쪼개어 1백 개로 나누고, 나눈 그 하나만큼의 신시를 받는다 해도 그 털의 부분만큼 받는 바에 따라서 곧 시주(施主)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사자는 짐승의 왕이지만 죽은 뒤에는 고기를 얻어먹을 수 없으므로 그 사자의 몸 속에서 스스로 온갖 벌레가 나와서 도리어 그의 살을 뜯어먹는 것과 같다. 이처럼 나의 법 가운데에 출가한 악한 비구들이 이익을 탐내어 탐욕에 가린 채 나쁜 법임을 모르고 나의 법을 파괴하고 있나니,
이 악한 비구들은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는 줄 알아야 한다. 그 첫째는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교법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스님들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계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으로 이익을 구하면서
입으로는 만족할 줄 안다고 하며
삿된 생활로 이익을 구하므로
언제나 유쾌한 즐거움이 없다.
그의 마음은 간사함이 많고
온갖 것에 대하여 속임수를 쓰나니
이와 같은 마음은
도무지 청정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하늘과 신과 용과
천안(天眼)을 가지고 있는 이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선
모두 다 함께 그를 아신다.
부처님께서 가섭(迦葉)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전타라(旃陀羅) 사문(沙門)인가? 가섭아, 비유하면 마치 전타라가 항상 무덤 사이에서 죽은 시체를 찾고 자비심이 없이 중생을 보고 죽은 시체를 보게 되면 마음이 크게 기뻐지는 것처럼, 사문 전타라도 항상 자비심 없이 시주(施主)의 집에 가서 착하지 않은 마음을 행하다가 구하는 것을 얻은 뒤에는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내고, 시주의 집에서 이익을 얻은 뒤에는 불법을 가르치지도 않고 집에 사는 이들을 친근하며, 또한 자비심이 없이 늘 이익을 구하나니, 이를 사문 전타라라 하느니라.
이러한 사문 전타라는 온갖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는다. 마치 전타라가 착한 곳에 이르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왜냐 하면 스스로 나쁜 법을 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아서 사문 전타라도 역시 착한 갈래[善道]에 이르지 못하고 악업을 많이 짓나니, 악도의 법을 막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썩어 버린 종자는 끝내 싹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 썩어 버린 사문도 비록 불법에 있다손 쳐도 선근을 내지 못하고 사문의 과위를 얻지 못하느니라.’”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마치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묵혀 두지 않는 것처럼, 마치 원앙새가 뒷간에 머무르지 않고 석제환인(釋提桓因)이 귀신과 함께
머무르지 않고, 구시라새(鳩翅羅鳥)가 마른 나무에 깃들지 않는 것처럼, 파계한 사람도 역시 그와 같다.”
또 『가섭경(迦葉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법 가운데서 출가한 사람은 생각하기를 ≺시방 세계에 현존하시는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나의 마음을 아시므로 불법 안의 도둑 사문[沙門賊]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해야 하느니라.
가섭아, 무엇을 도둑 사문이라 하는가? 도둑 사문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가섭아, 만일 어떤 비구가 법복을 잘 차려 입고 형상은 비구 같으면서도 계율을 깨뜨리고 착하지 않는 법을 지으면 이를 첫 번째 도둑 사문이라 하느니라. 둘째는 날이 저문 뒤에 마음이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는 것이니, 이를 두 번째 도둑 사문이라 하느니라. 셋째는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 범부임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하여 자칭 ‘나는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하는 것이니, 이를 세 번째 도둑 사문이라 하느니라. 네 번째는 자기 자신을 칭찬하면서 남을 헐뜯는 것이니, 이를 네 번째 도둑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마치 큰 세력을 갖춘 어떤 사람을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가진 모든 값진 보배와 온갖 쾌락의 기구를 칼과 몽둥이로 해치면서 모두 다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다.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얻는 죄가 과연 많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심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만일 어떤 범부가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했으면서도 이익을 위하여 자칭 ‘나는 수다원과를 얻었다’고 하면서 한 끼의 밥이라도 받으면 이 죄가 그것보다 더 많으니라. 내가 관찰하건대, 사물의 법 중에서 거짓으로 성인의 과위를 얻었다고 말하는 이의 죄보다 더 중한 죄는 없느니라.
가섭아, 출가한 사람의 미세한 번뇌에는 다시 네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다른 이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마음에
질투를 내는 것이요, 둘째는 경(經)과 금계(禁戒)를 들었으면서도 도리어 범하는 것이며, 셋째는 부처님의 말씀을 위반하고서도 덮어 감추면서 참회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스스로 계를 범한 줄 알면서도 남의 신시(信施)를 받는 것이다. 출가한 사람이 이 번뇌를 다 갖추면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
가섭아, 출가한 사람에게 네 가지 방일함이 있으면 지옥에 들어간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견문이 많음[多聞]으로 인한 방일이니, 스스로 견문이 많음을 믿고 방일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양(利養)으로 인한 방일이니, 이양을 위하여 방일하는 것이다. 셋째는 친한 벗[親友]으로 인한 방일이니 친한 벗을 믿고 의지하면서 방일하는 것이다. 넷째는 두타(頭陀)로 인한 방일이니, 스스로 두타를 믿고 뽐내면서 남을 헐뜯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방일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지느니라.’
그 때에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장차 오는 세상, 말세(末世)의 마지막 5백 년[後五百歲] 동안에 모양만 비슷한 사문이 몸에 가사를 입고 여래의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쌓으신 아뇩보리를 헐어 없애는 이가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그런 질문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 어리석은 사람은 실로 악이 지나쳐서 온갖 악마의 일은 모두 다 믿고 받기 때문이다. 여래는 그런 사람이 도를 얻으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령 천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갖가지 신통과 설법으로 교화한다 해도 그런 악한 욕심을 쉬게 할 수 없느니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4천하의 온갖 중생과 산과 강물과 마을을 1겁을 채우고, 또는 1겁을 감하는 동안 정수리에 이고 있을지언정, 저 어리석은 중생이 믿지 않는다는 음성은 듣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한 개의 깨알 위에서 1겁을 채우고, 또는 1겁을 감하는 동안 앉아 있을지언정, 저 믿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파계한다는 음성은 듣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큰 겁화(劫火) 가운데서 가고 서고 앉고 눕기를 백천 억년 동안을 하고 있을지언정
저 믿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파계한다는 음성은 듣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온갖 중생의 성냄과 욕설과 구타와 가해를 받을지언정, 저 믿지 않는 사람이 법을 훔치는 큰 도둑으로서 금계를 범한다는 음성은 듣지 못하겠나이다.’”
또 『장엄론(莊嚴論)』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속임수를 쓰고 아첨하는 이는
마음이 이양 속에 머물러 있고
이양을 탐내고 있기 때문에
고요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이 항상 이양을 반연하여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으며 말한다.
‘저 곳에는 옷과 밥이 있으며
아무개는 나의 친한 벗이라
반드시 와서 나를 청하리라’고.
마음과 뜻에 반연함이 많아서
고요한 마음이 파괴된지라.
한적한 아란야(阿蘭若)를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인간에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양과 훼방과 파괴 때문이니
세 가지 악도에 떨어지게 되고
세간 밖의 도[出世道]에 장애가 된다.
이 글에서 증험하건대, 어리석은 사람은 도를 저버리고 오로지 명예와 이익을 구하면서 악업을 이룰 뿐이므로 항상 생사(生死)를 따르고 매양 어두운 곳에 있게 된다. 또 금계를 듣고 다문(多聞)으로서 널리 배운 사람은 곧 말하기를 “나는 바로 근기가 낮은 범부요, 큰 성인이 아니거늘 어찌 갖추었다 하면서 의지할 수가 있겠느냐”고 하며, 만일 왕이 갖가지 고역(苦役)을 부과하면서 강제로 세속의 일을 함께 하게 하면 곧 말하기를 ‘나는 바로 출가하여 청정한 행을 하는 사문이다. 인간과 하늘보다 높고 금과 옥보다 더 중하거늘 어찌 그런 일에 참여하겠느냐’고 한다.
그러므로 『불장경(佛藏經)』에서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박쥐가 새를 잡으려 할 때에는 굴에 들어가 쥐가 되고, 쥐를 잡으려 할 때에는 공중을 나는 새가 되는 것과 같나니, 실로 큰 새로서의 작용도 없고 그 몸도 더러워서 다만 어둠을 좋아할 뿐이다.
사리불아, 파계한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미 포살(布薩)과 자자(自恣)에 들지 못하고 나라의 사역(使役)에도 들지 못하므로 속인이라 하지도 못하고 출가한 이라고도 하지 못하나니, 마치 시체를 태우다 남은 나무는 다시 유익하게 쓰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선(善)을 닦지 않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은 헛되이 도둑만을 기르며, 또한 시주의 복을 파괴하고 남의 공양을 손해 시키는 것이니, 이렇게 사람의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불장경(佛藏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뒤에는 자칭 사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낼 수 없으면 이 법 가운데서 마음을 닦지도 못하고 재미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손을 떨치면서 떠나가 악도에 떨이지게 된다. 마치 돼지가 평상과 요를 버리고 떠나는 것과 같나니, 파계한 비구는 정차 백천만억 겁 동안 몸과 살을 베고 끊어서 시주(施主)에게 갚아야 한다. 만일 축생으로 나면 몸에는 항상 무거운 짐을 진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가령 한 개의 머리칼을 쪼개서 천억 개로 나눈다 하자. 파계한 비구는 오히려 그 천억분의 1의 공양도 녹일 수 없거늘, 하물며 다른 이의 음식과 의복과 침구와 의약이겠느냐? 이러한 사람들은 나의 법 가운데서 출가하여 도를 구하면서도 중한 죄를 얻고 있느니라.
사리불아, 이러한 사람은 나의 법 가운데 있지만 곧 역적이요, 법 도둑[法賊]이요, 이는 속임수를 쓰는 거짓된 사람이며 다만 생활해가기 위하여 옷과 밥을 탐하고 중히 여기는 사람일뿐이니, 이를 세간에서 종이 되기를 즐기는 이라 한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혹 어떤 사람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요ㆍ침구와 병과 야윈 데 쓰는 의약의 공양을 얻으면, 그는 얻은 뒤에 스스로 먹으면서도 염착(染着)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애욕의 뜻도 없고, 온갖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도무지 이런 생각조차 없는 것이 스스로 벗어나는 데 요긴한 법임을 알아서, 설령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해도 산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마음에 더하거나 덜함이 없다. 마치 사자가 조그마한 짐승을 잡아먹으면서도 ‘이것이 좋다. 이것은 좋지 않다’고 하는 생각을 하지도 않고
염착하는 마음도 일으키지 않고, 애욕의 뜻도 없고 모든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과 같나니, 이 사람도 역시 그와 같다.
또 어떤 사람은 남의 공양을 받아서 얻은 뒤에는 스스로 먹으면서 염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욕의 뜻을 내고 벗어나는 데 요긴함을 알지도 못하고 설령 얻지 못한다 해도 항상 이런 생각을 내다가 공양을 얻은 뒤에는 모든 비구들을 향하여 스스로 높은 체하고 다른 이들을 업신여기면서 ‘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 비구들은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마치 돼지 떼 안에서 어느 한 돼지가 그 무리에서 나와 큰 똥 무더기로 가서 배불리 똥을 먹은 뒤에 다시 돼지 떼 안으로 가서는 스스로 높은 체하면서 ‘나는 이런 좋은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지만 다른 돼지들은 얻어먹을 수 없다’고 한 것과 같나니, 이 사람도 역시 그와 같다. 비구는 의당 사자를 배울 것이요, 돼지와는 같지 않아야 한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어떤 출가한 사람이 탕약을 짓고 곡식을 심고 나무 심는 것 등을 좋아하면서 부정하게 생활하면 이를 바로 하구식(下口食)이라 하고, 별과 해와 달과 바람ㆍ비ㆍ번개ㆍ우레 및 벽력 등을 관찰하면서 부정하게 생활하면 이를 바로 앙구식(仰口食)이라 하며, 부호의 권세에 아첨하면서 사방을 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교묘한 말로써 구함이 많으면서 부정하게 생활하면 이를 바로 방구식(方口食)이라 하고, 갖가지 주술(呪術)이라 한다.
또 다섯 가지 삿된 생활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이상한 모양과 기특한 일을 나타내고, 둘째는 이익을 위하여 자기 자신의 공덕을 말하며, 셋째는 이익을 위하여 점과 관상으로 길흉을 보면서 널리 사람들에게 말하고, 넷째는 이익을 위하여 높은 소리로 위세를 부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공경하게 하며, 다섯째는 이익을 위하여
얻은 바 공양을 말하면서 남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출가한 사람이 이익을 구하기 위하여 갖가지 삿된 생활을 하면서 그 몸을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파계라서 악도를 면하지 못한다. 또 출가한 사람은 모름지기 항상 집착을 여의어야 한다. 만일 치우치게 한 곳에 집착하면 곧 많은 집착에 머무르게 되니, 자기에 치우치게 친하면 다른 이에 대한 질투가 생기는 법이다.”
또 『마하가섭경(摩阿迦葉經)』에서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장차 오는 세상, 말세의 마지막 5백 년 동안에 자칭 보살이라고 하면서 구법(拘法)을 행하는 이가 있다. 비유하면 마치 어느 개가 전에 다른 이의 집에 갔었는데, 뒤에 다른 개가 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성을 내어 물어뜯고 짖어대면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곳은 우리 집인데’라고 하는 것과 같다. 비구도 마찬가지라서 먼저 다른 이의 집에 가서 자기 집이라는 생각을 내고 있는데, 이미 이런 생각을 탐하고 있던 터라 뒤에 오는 비구를 보고 성낸 눈으로 흘기면서 질투를 하고 서로 비방하며 ‘아무개 비구는 이러한 허물이 있으니 그대는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나니, 그 행은 아귀가 될 인(因)이요 빈궁하게 될 인이니라.”
곧 이것은 성론(成論)의 5간(慳)중에서 가간(家慳)에 속한다.
또 『보살장경(菩薩藏經)』에서 말하였다.
‘“또 사리자야,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섯 가지 법이 있다. 만일 그것을 성취하면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착한 벗을 친근하지 못하며, 어려움이 없음을 갖추지 못하여 선근을 무너뜨리고, 율의(律儀)에 편히 머무른 보살로서 닦고 배우는 바른 법을 따르지 못하며, 위없는 보리를 속히 깨치지도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출가한 보살이 성취하는 다섯 가지 법이라 하는가. 첫째는 계[尸羅]를 범하는 것이요, 둘째는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이며, 셋째는 명예와 이익을 탐착하는 것이요, 넷째는 나라는 소견[我見]에 굳게 집착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다른 이의 집에 대해 간탐과 질투를 많이 내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러한 것을 출가한 보살이 성취하는 다섯 가지 법이라 하나니,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나아가 위없는 보리를 얻지도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면 마치 굶주린 개가 두려워하면서 길을 따라 가다가 우연히 오래 전에 살과 비계가 없어져 버린 쇄골(鎖骨)을 만났다. 그는 붉게 묻은 피 흔적만을 보고 ≺아주 맛있겠다≻ 하면서 가서 그것을 물고 여러 사람들이 있는 네거리 가운데로 왔다. 하도 맛있게 보이므로 뼈 위에다 침을 질질 흘리며 ≺맛있다≻ 하면서 혹을 뜯기도 하고 핥기도 하고 깨물기도 하고 빨기도 하고, 기뻐하면서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을 때였다. 마침 모두가 아주 부귀한 사람들인 찰제리(刹帝利)와 바라문(婆羅門)과 여러 장자(長者)들이 이 길에 놀러 왔는데 당시 이 굶주린 개는 멀리서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생각하기를 ≺저기 오는 사람들이 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이 고기를 빼앗지나 않을까≻ 하여 이 사람들에게 몹시 성을 내면서 아주 독한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나쁜 눈으로 흘기면서 어금니를 드러내며 와락 대들어 물려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사람들이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이 고기도 없는 붉은 피만 있는 뼈다귀를 빼앗겠느냐?’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아니옵니다. 선서이시여.’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저 간탐을 부리는 굶주린 개는 무엇 때문에 아주 독한 소리를 내고 어금니를 드러내면서 짖어대는 것이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탐내어 제가 단이슬로 여기고 있는 맛있는 고기를 빼앗아 버릴까 두려워서 이러한 뜻에서 어금니를 드러내어 짖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다. 장차 오는 세상, 말세에 어떤 비구들은 다른 시주의 집에 대하여 간탐을 애써 익히면서 똥과 오줌에 탐착함으로써 망령되게 더욱 얽힌다. 비록 여래의 어려움 없음을 구족하게 만난다 하더라도 다 버리고서 바른 법식을 닦지 않으리니, 이런 비구에게 나는 그의 행이 앞의 어리석은 개와 같다고 말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이제 세간에 나와
중생을 가엾이 여기면서 그런 일을 그치고 쉬게 하기 위하여 오로지 이런 일을 생각하나니, 이러한 나쁜 비구들을 위하여 이런 비유를 말하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이 모든 보살 마하살은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비리야(毘梨耶) 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그 모든 보살은 자기 몸의 살까지도 오히려 은혜롭게 베풀려 하거늘 하물며 망상으로 나쁜 고기를 구하면서 다른 이의 집에 대하여 간탐과 질투를 일으키겠느냐?
사리자야, 저 모든 비구는 다른 이의 집을 간탐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사람을 ≺어리석은 장부≻라 하고 ≺목숨을 살리기 위한 이≻라 하고 ≺재물과 곡식과 종을 지키기 위한 이≻라 하며, ≺옷과 밥만을 부러워하고 숭상하는 이≻라고 하며 ≺망상으로 나쁜 고기를 탐내면서 간탐과 질투를 일으키는 이≻라 하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제 다시 이러한 바른 법을 말하리니, 저 모든 비구들은 먼저 다른 사람 집에 갔더라도 그 밖의 비구를 보면서 질투를 내지 말 것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나의 법의 가르침을 어기고 다른 비구를 보면서 말하기를 ≺이 시주의 집은 내가 먼저 잘 알고 있는데, 그대는 어디서 와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이 집과는 극히 친밀해서 농을 하는 처지이고 서로 돌보아 주는 사이이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빼앗는가≻라고 한다면, 사리자야, 저 간탐하는 비구는 무엇 때문에 뒤에 온 이에 대하여 치우치게 질투를 내겠는가?
사리자야, 모든 시주의 집은 그들에게 옷과 발우와 음식과 침구와 의약과 몸에 필요한 것들을 주기 때문이니, 그는 생각에 ≺저 시주가 뒤에 온 이에게 먼저 재물을 보시해버리지는 않을까?≻라고 하며, 그것이 두려워서 그러한 것이니라. 곧 이 비구는 시주의 집에 대하여 세 가지 허물을 일으킨다. 첫째는 머무르는 곳에 대한 허물을 일으키는 것이니 그는 딴 비구를 보고 원망하기도 하면서
≺나는 이제 이 곳에서 떠나야겠다≻고 한다. 둘째는 무릇 익히고 가까이 할 것이라면 의당 ≺해야 할 것인가, 하지 않아야 할 것인가를 아직 모르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셋째는 일정하지 않은 집에 대하여 망령되게 모든 허물을 일으키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저 간탐하는 비구는 뒤에 온 사람에게 세 가지 악한 말을 하게 된다. 첫째는 머무르는 곳의 허물을 말하는 것이니, 모든 악한 일이 그 집에 더욱 불어나서 뒤에 온 비구로 하여금 즐거이 머무르지 않게 한다. 둘째는 뒤의 비구의 모든 진실한 말을 도리어 거짓말이라고 한다. 셋째는 거짓으로 착한 모습을 나타내어 그 사람에게 붙어서 아첨하다가 조그마한 흠이 있기만 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러한 비구는 남의 시주 집에 대하여 간탐과 질투를 내는 이이니, 모든 속인의 온갖 법을 속히 소멸시키면서 영영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라.’”
또 『가섭경(迦葉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에게 네 가지의 방일함이 있어서 지옥에 들게 한다. 첫째는 견문이 많음[多聞]으로 인한 방일이요, 둘째는 이양(利養)으로 인한 방일이며, 셋째는 친한 벗[親友]으로 인한 방일이요, 넷째는 두타(頭陀)로 인한 방일이다. 이 네 가지에 방일한 사람은 진실로 나쁜 사람이 불법에 들어와서 세간 밖의 법도 구하지 않고 구차하게 명예와 이익을 탐내면서 몸과 목숨만을 살리기 때문에 악도에 들어간다.”
또 『최묘승정경(最妙勝定經)』에서 말하였다.
“천 년 뒤의 3백 년 동안은 아주 크게 어지러워서 남자 노비ㆍ여자 노비가 도주하고 나라가 없어지고 파멸하면서 대개가 살아갈 수 없게 되므로 나의 법 안으로 들어와서 마치 떼도둑이 어진 이들의 것을 겁탈하는 것과 같으리라. 그 때에는 12부(部)의 경은 땅에 묻혀버리고 다시는 경전을 독송하지 않으며, 설령 두타(頭陀)를 하는 이가 있다 해도 대개가 법대로 하지 않고 항상 마을에 가서 놀 뿐 산숲에는 있지도 않는다. 나아가 법사가 부처님의 말씀을 해설해도 만에 하나도 실천하지 않는다. 그 때 대부분의 속인 남녀들은 계를 지니고 행이 깨끗하므로 비구들을 책망하게 되면 그 속인이 떠난 뒤에는 서로가 함께
말하기를 ‘이제 우리가 이해하건대, 마치 부처님의 입으로 말씀한 것 같구나. 어떤 이라도 삿된 말과 발림 말[綺語]과 옳지 않은 말을 옳은 말인 것처럼 한다면 마치 소경이 천상의 해를 가리키면서 크다 작다고 하는 따위와 같다’고 하느니라.”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저 악한 비구는 계를 지니고 있는 모습을 나타냄으로서 그 단월들로 하여금 믿고 공경하게 한 뒤에는 여러 동료와 함께 자주 단월의 집으로 간다. 이러한 비구는 자기가 들은 조금 아는 불법을, 그 동료들과 함께 단월을 위하여 아는 대로 법을 말한다. 이와 같은 방편으로 단월로 하여금 그 비구들에게 이익을 베풀어주게 하려 하나니, 이러한 비구는 형상은 사문이나 첫째 가는 큰 도둑이다. 그는 단월의 집에 도착하여 방편을 써서 다른 사람의 재물과 이익과 공양을 겁탈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구는 다른 이의 재산과 이익을 보거나 다른 이의 공양을 보면 간탐과 질투를 내나니, 잠시 눈을 뜨고 감는 사이에도 선한 법을 짓는 일이 없다. 이 나쁜 비구는 파계한 사문이고 좌선과 독송 등의 업을 떠나 있기 때문에 한생각 동안도 지옥ㆍ아귀ㆍ축생을 끌어당기지 아니함이 없다.”
이 글로써 증험하건대 이익을 탐내다가 고통을 초래하는 것이니, 착한 모습을 나타내는 척하면서 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말 것이다. 그러므로 출가한 모든 이가 비록 계율을 지닌다 하더라도, 경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혹을 끝내 끊지 못하는 것은 진리를 관찰하지 않고 번뇌를 끊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착한 모양을 나타내는 척하면서 자기 자신이 남보다 뛰어났다고 여기며, 설령 수승한 지혜를 듣거나 진실로 나 없음[無我]을 말한다 해도 믿어 받지 않으면서 바른 진리가 아니라 한다. 이로 인하여 법과 도를 수행하는 이를 비방하게 되고 아만(我慢)만 더욱 자라게 되어서 죽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사람은 비록 계율에 의지한다 하더라도 법과 지혜가 없으므로 대개가 죄의 행을 일으키게 된다.
또 『대보적경(大寶積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에게 두 가지 속박이 있다.
첫째는 진리가 판명되지 않아서 오는 속박[見縛]이요, 둘째는 이익으로 인한 속박[利養縛]이다. 또 두 가지의 장애되는 법이 있으니, 첫째는 속인을 친하고 가까이 하는 것이요, 둘째는 착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다. 또 두 가지 종기가 있으니, 첫째는 남의 허물을 보려고 하는 것이요, 둘째는 자기 자신의 죄를 숨기는 것이다. 또 두 가지 깨끗하지 못한 마음이 있으니, 첫째는 외도의 경서를 독송하는 것이요, 둘째는 좋은 옷과 발우를 많이 모아 두는 것이다.”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에게는 네 가지 나쁜 병이 있으니, 이 때문에 이 네 가지 사문은 과위를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 병인가? 네 가지 나쁜 욕심을 말한다. 첫째는 의복을 위한 욕심이요, 둘째는 음식을 위한 욕심이며, 셋째는 침구를 위한 욕심이요, 넷째는 유(有)를 위한 욕심이다.
네 가지 좋은 약이 있어서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첫째는 누더기[糞掃衣]이니, 비구의 의복을 위한 나쁜 욕심을 치료할 수 있다. 둘째는 걸식이니, 비구의 음식을 위한 나쁜 욕심을 깨뜨릴 수 있다. 셋째는 나무 아래에 앉는 것이니, 비구의 침구를 위한 나쁜 욕심을 깨뜨릴 수 있다. 넷째는 몸과 마음이 고요한 것이니, 비구의 유를 위한 나쁜 욕심을 깨뜨릴 수 있다. 이 네 가지 약으로써 이 네 가지 병을 없애는 것이니, 이를 거룩한 행[聖行]이라 한다.”
이와 같이 거룩한 행을 하면 곧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안다[少欲知足]’고 할 수 있다.”
또 『대집경(大集經)』에서 말하였다.
“계를 깨뜨린 사람은 온갖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하지 않는다. 비록 이름은 비구라 할지라도 스님의 수효에 들지 못하니, 왜냐 하면 악마의 경계에 들기 때문이다. 나는 도무지 계를 깨뜨린 사람은 남의 신시(信施)를 꽃다지의 씨만큼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여래의 법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이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만일 독송하는 마음이 없고
선정(禪定)이 없고 번뇌의 다함이 없으면
비록 비구의 형상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는 비구가 아니다.
차라리 독사와 독충을 먹고
불에 녹인 금 등을 먹을지언정
끝내 금계를 깨뜨리면서
승가(僧伽)의 음식은 먹지 않겠다.
그러므로 『대장엄경(大莊嚴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만일 계율을 범하게 되면
현세에 악한 이름을 날리게 되고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당하며
죽은 뒤에는 악도에 떨어진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설명하였다.
“파계한 사람은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으며, 그의 집은 마치 무덤과 같으므로 사람들이 가지 않게 된다. 파계한 사람은 모든 공덕을 잃어서 마치 말라 죽은 나무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다. 파계한 사람은 마치 서리맞은 연꽃과 같아서 사람들이 보기를 기뻐하지 않는다. 파계한 사람은 나쁜 마음이 두려워할 만하므로 마치 나찰(羅刹)과 같다. 파계한 비구는 비록 형상은 착한 사람 같으나 속으로는 착한 법이 없다. 비록 또 머리를 깎고 물든 옷을 입고 차례로 산가지[籌]를 가져서 이름은 비구라 할지라도 실은 비구가 아니다.
파계한 사람이 만일 법복을 입으면 이글거리는 구리와 쇠의 박편(薄片)으로 그의 몸이 감싸질 것이요, 만일 발우를 가지면 녹인 구리 그릇에 담길 것이며, 만일 음식을 먹게 되면 이글거리는 철환(鐵丸)을 삼키고 이글거리는 구리를 마실 것이요, 만일 남의 공양과 공급을 받으면 지옥의 옥졸이 그 사람을 지킬 것이며, 만일 정사(精舍)에 들어가면 큰 지옥에 들어갈 것이요, 만일 대중 스님들의 걸상에 앉으면 이글거리는 쇠 평상 위에 앉게 될 것이다.
파계한 사람은 항상 두려움을 품고 있으니 마치 병이 중한 사람이 항상 죽음이 임박했음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파계한 사람은 죽은 뒤에는 악도 속에 떨어진다. 만일 동궐(銅橛) 지옥에 있으면 옥졸인 나찰이 모든 죄인들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나는 고통이 극심하고 답답해서 온 곳을 모릅니다. 다만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를 뿐입니다.’
만일 목마르다고 하면 이 때에 옥졸은 곧 그 사람을 쫓아 몰아서 이글거리는 구리 말뚝[銅橛] 위에 앉히고는 쇠젓가락으로 입을 벌려, 녹인 구리를 부어 넣는다. 또 배고프다고 하면 구리말뚝에 앉혀 놓고 철환을 삼키게 하는데, 입에 들어갈 때는 입이 타고 목구멍에 들어갈 때는 목구멍이 타고 배에 들어갈 때는 배가
타면서 5장(藏)을 태워 문드러지게 한 뒤에 곧장 통과하여 땅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전에 남의 재물을 빼앗고 훔쳐서 자기 자신의 입에다 넣었던 인연들 때문이다.
출가한 모든 사람이 때로는 꾀병을 앓으면서 소유(酥油)나 석밀(石蜜)을 많이 구하기도 하고, 혹은 참선도 하지 않고 계율도 없고 지혜도 없으면서 남의 신시를 많이 받기도 하며 혹은 나쁜 말로써 남을 상하게 하기도 하는 등의 갖가지 인연의 전생 업력(業力) 때문에 동궐지옥 안에 떨어지는 것이니, 설명으로는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는 응당 일심으로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한다.”
『미증유경(未曾有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비구들은 말과 행이 같지 않고 마음과 입이 서로 다르니, 혹은 이익과 돈과 재물과 음식을 위하기도 하고, 혹은 명예를 위하여 권속들을 한데 모으기도 하고, 혹은 국법으로 하는 사역이 싫어서 출가하여 도를 닦기도 한다. 그러므로 3해탈문(解脫門)을 향하고 3유(有)의 고통을 제도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부정한 마음으로 신시(信施)를 탐내면서 후세에는 겁을 더하여 재앙을 받으면서 그전에 지은 빚을 갚아야 함을 모르고 있다. 설령 다시 선을 닦아서 천상에 태어난다 해도 오히려 남은 죄가 있으면 천상 안에서 역시 받는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전생에 도둑질한 업이 있으면 그 때 모든 천녀(天女)들이 그가 지니고 있는 꾸미개들을 빼앗아서 다른 천자에게 바치는 일들을 자기 자신이 당하게 된다.”
그 밖의 것을 자세히 다 기록할 수가 없다.
또 『상법결의경(像法決疑經)』에서 말하였다.
“미래 세상의 온갖 속인들은 3보를 업신여기는데, 그것을 바로 잡을 비구와 비구니는 법대로 하지 않고 짐짓 몸에는 법복을 입고 세속의 일을 경영한다. 혹은 저자에 나가서 장사꾼으로 생활하기도 하고, 혹은 길에 다니면서 물건을 팔아 이익을 구하기도 하며, 혹은 그림 그리는 이가 되고 살아 있는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등의 공교로운 일을 하기도 하며, 혹은 남자와 여인과 집과 밭과 동산 등에 관한 점을 치고 관상을 보기도 하며, 혹은 술을 먹고 취해서 노래와
춤과 음악과 바둑과 6박(博) 놀이를 하기도 하며, 혹은 재물을 탐하고 이익을 탐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경전에 관한 일을 그만 두기도 하며, 혹은 주술(呪術)로 병을 다스리고, 경서와 참선을 핑계삼아 점치는 일로써 삿된 생활을 하기도 하며, 혹은 침과 뜸을 놓고 탕약을 짓고 진맥과 처방으로 남녀를 한데 어울리게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물이 들게 하면서 선을 부수고 악을 더하게 하나니, 세속의 비방을 초래하는 일은 진실로 이런 일 때문이다.”
대저 출가한 사람은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먼저 모름지기 죄를 여의어야 하는데, 계를 으뜸으로 삼는다. 만일 계에 의지하지 않으면 뭇선[衆善]이 머무르지 않나니, 마치 사람에게 머리가 없고 모든 감관 역시 파괴되었으므로 죽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해탈도론(解脫道論)』에서는 “마치 사람이 머리와 온갖 감관이 없으면 대상을 취할 수 없나니, 이 때를 죽음이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와 같은 비구는 계를 머리로 삼아야 하나니, 만일 머리가 끊어지고 나면 모든 착한 법을 잃게 되므로 불법에서는 죽는 것이 되며, 또한 마치 죽은 시체를 큰 바다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사분율(四分律)』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죽은 시체를
큰 바다는 받아들이지 않고
질풍(疾風)으로 날려 보내서
해안 위에다 버려놓는 것과 같다.
또 『지도론(智度論)』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승중(衆僧)은 큰 바다요
계를 맺는 것 물가가 되나니
만일 어떤 이가 파계하게 되면
끝내 스님들 안에 들지 못한다.
또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그 때 비구가 한 사미를 데리고 친가(親家)를 가는 길이었다. 넓은 들판을 지나는데 중도에 어떤 비인(非人)이 용으로 변화하여 사미를 오른편으로 돌면서 꽃을 뿌리며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크게 좋은 이익을 얻으시겠군요.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금ㆍ은과 돈을 갖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그리고 비구는 고향의 친가에 도착하여 문안한 뒤에 돌아오려고 하는데, 그 때 친가의 부인이
사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돌아가시는데 길이 멀고 모자람이 많을 것이니, 이 돈을 가지고 가시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십시오.’
사미는 그 돈을 받아서 옷 끝에다 매어 달고 떠나갔다. 중도에서 비인은 사미가 돈을 가지고 비구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 다시 용으로 변화하여 사미를 왼편으로 돌면서 흙먼지를 위에다 뿌리며 말하였다.
‘당신은 좋은 이익을 잃어버렸소. 출가하여 도를 닦으면서 돈을 갖고 다니다니.’
그러자 사미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비구가 뒤를 돌아보면서 사미에게 물었다.
‘너는 어째서 우느냐?’
사미가 말하였다.
‘제가 허물이 있음을 생각 못하고 무단히 걱정거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말하였다.
‘너는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느냐?’
‘이 돈을 가지고 왔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버려라.’
사미가 그대로 버리자 비인이 다시 앞에서와 같이 공양하였다.
그 때, 대목건련(大目揵連)이 전두(專頭) 사미와 함께 식사가 끝난 뒤에 염부제의 아뇩대지(阿耨大池) 위로 가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당시 전두 사미는 못 가의 금모래[金沙]를 보고 생각하기를 ‘나 이제 이 모래를 담아다 세존의 대야 아래에 붙여 드려야겠다’고 하였다.
존자 목련은 선정에서 깨어난 뒤에 곧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날아 돌아갔다. 그 때 전두 사미는 비인에게 붙잡혀서 허공을 날 수가 없었는데, 목련이 돌아보면서 사미를 ‘오라’고 부르자 대답하였다.
‘저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목련이 물었다.
‘너는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느냐?’
‘금모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목련이 다시 말하였다.
‘너는 버려야 한다.’
사미가 버리자마자 곧 허공을 날아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부터는 사미가 금ㆍ은이나 돈을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아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한 아들이 먼저 죽게 되자 이 어리석은 사람은 아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집안에다 그대로
두고 자기 자신이 떠나려고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살고 죽고 하는 길은 다릅니다. 속히 잘 장엄하여 먼 데로 보내십시오.’
그 때 그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생각하기를 ‘만일 그대로 두지 못하고 반드시 장사를 지내야 한다면, 다시 한 아들을 죽여서 양끝에다 얹어 메고 가야 더욱 보기 좋으리라’ 하고 다시 한 아들을 죽여서 먼 임야까지 메고 가서 장사를 치렀다. 이 때에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몹시 비웃으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상히 여겼다.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사사로이 하나의 계를 범하고는 참회하기를 꺼리고 남몰래 감추면서 스스로 청정한 체하고 있는데, 지혜로운 이가 그에게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금계를 지킴이 마치 명주(明珠)를 보호하듯 이지러뜨림이 없게 해야 하거늘, 그대는 이제 어찌하여 받은 계를 범하고서도 참회하지 않으려 하는가?’
계를 범한 이가 말하였다.
‘구차하게 반드시 참회해야 한다면 다시 더 범하고 그런 뒤에야 벗어나야겠다.’
그리하여 다시 계를 범하면서 착하지 않은 일을 잔뜩 한 뒤에야 비로소 단번에 벗어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자 또 한 아들을 죽이는 것처럼 지금 이 비구도 역시 그러하다.”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조그마한 악을 가벼이 여기면서
재앙이 없으리라 여기지 말라.
물방울이 비록 작다 하더라도
점차로 큰그릇을 채우게 된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국왕이 있었고 하나의 좋은 나무가 있었다. 높고 넓고 아주 컸으며 장차 훌륭한 열매가 생겨 향기롭고도 달며 맛이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 어느 한 사람이 왕에게로 왔으므로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 위에는 장차 맛있는 열매가 생길 것이다. 너는 따서 먹을 수 있겠느냐?’
그는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이 나무는 높고도 넓습니다. 비록 따먹고 싶다 하더라도 어떻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곧 나무를 베어 놓고 그 열매를 얻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이미 얻을 수 없게 되었고 한갖 수고만 했을 뿐이었다. 나중에
도로 나무를 세워 두려 하였으나 이미 말라죽은 뒤라서 도무지 살릴 도리가 없었다.
세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니, 여래 법왕에게 계를 지니는 나무[持戒樹]가 있어서 모든 공덕을 닦게 되거늘 방편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그 금제를 깨뜨고 있다. 마치 저 사람이 나무를 베었다가 다시 살리려 했지마는 도무지 살릴 수 없는 것처럼 파계한 사람도 역시 그와 같다.”
또 『계소재경(戒消災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어느 한 고을 사람이 모두 5계와 10선을 받들었으므로 술을 빚는 이가 없었다. 그 가운데에 어느 큰 성바지 아들이 멀리 장사를 떠나려 할 때에 그의 부모가 말하였다.
‘너는 힘써 5계와 10선을 지녀라. 부디 술을 마시거나 해서 부처님의 중한 계를 범하지 말아라.’
그는 다른 나라에 도달하여 옛 동학(同學)을 만났다. 주인은 기뻐하면서 포도주를 내놓으며 함께 마시자 하였으나 굳이 사양하면서 마시지 않았다. 주인이 하도 은근히 권했으므로 마지못해서 그의 뜻을 따랐다. 그리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위의 일을 자세히 자백했다. 그러자 그의 부모가 말하였다.
‘너는 나의 경계를 어기고 법의 차례[漸]를 어겼으니 효자가 아니다.’
그리고는 곧 물건을 빼앗고는 나라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그는 다른 나라로 가서 객사(客舍)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집 주인은 세 귀신을 섬기고 있었는데 사람의 형상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섬겨온 지 여러 해라 있던 재물도 바닥이 났으며, 게다가 집안은 질병 때문에 죽고 슬픈 일들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사로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귀신들은 그 사람의 뜻을 알고 귀신끼리 함께 의논하였다.
‘이 사람의 재산이 바닥이 났다 하오. 그것은 우리들 때문인데 아직 이익을 준 일도 없었는지라 이제 그는 싫증이 나 있소. 의당 값진 보물을 구해다 그에게 주어야겠소.’
그리고는 곧 다른 나라 왕의 창고에 있는 좋은 보물들을 훔쳐다가 그의 동산 안에 쌓아 놓고 와서 일러 주었다.
‘그대가 우리를 섬긴 지 여러 해라, 그 수고가 너무도 많았다. 이제 그대에게 복을 주어서 큰 부자가 되게 할 것이다.’
주인은 기뻐하면서 동산에 들어가 보물을 보고는 손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 받은 은혜를 사례하려고 다음 날 음식을 차려 놓고 청하였다. 그리하여
귀신들이 그 집의 문까지 왔는데 사위국(舍衛國) 사람이 그 주인집에 있는 것을 보고 도망쳐 달아났다. 주인이 따라가며 불렀으나 벌써 먼 데까지 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 곳을 내려다보면서 말하였다.
‘도망을 치시는데 무엇 때문입니까?’
신들이 말하였다.
‘그대의 집에는 높은 손님이 계시는데 감히 어떻게 나아갈 수 있겠소?’
이렇게 말하고는 거듭 놀라며 달아났다.
주인은 ‘우리 집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고 이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고 생각한 뒤에 곧 지난 이야기를 하고는 공경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어떠한 공덕이 있기에 제가 섬기던 신들이 당신을 두려워하며 달아나는 것입니까?’
그 객은 부처님의 공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주인이 말하였다.
‘저는 5계를 받들어 지니고 싶습니다.’
객으로부터 3귀의[三自歸]와 5계를 받고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감히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고 부처님 계신 곳을 묻자 사위국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신다고 하였으므로 주인은 일심으로 그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그는 길을 가다가 하나의 정자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 정자 안에는 단정하게 생긴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의 아내였다. 갈 길도 멀고 날도 저물었는지라 그 여인에게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여인은 말하였다.
‘부디 여기서 주무시지 말고 급히 가셔야 하십니다.’
남자는 생각하였다.
‘앞의 사위국 사람은 부처님의 4계(戒)만 갖추고 있었는데도 나의 신이 오히려 두려워했었다. 나는 이미 3귀와 5계를 받고 마음에 게으르지 않았거늘 무엇이 두려울 것이 있겠느냐?’
그리고 나서 스스로 유숙하였다.
당시 사람 잡아 먹는 귀신은 계를 보호하는 위력 있는 신(神)들을 보고 정자에서 40리나 떨어진 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며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 날 남자는 앞으로 나가다가 귀신이 잡아먹은 사람들의 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두려웠으므로 뉘우치면서 물러나 생각하였다.
‘이 여인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가서 함께 옛날같이 사는 것이 낫겠구나.’ 그리고는 곧 되돌아와서 여인에게 다시 묵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여인은 남자에게 말하였다.
‘왜 도로 오십니까?’
남자가 대답하였다.
‘여행 계획이 잘못 되어서 그만 되돌아 왔습니다. 다시 하룻밤만 더 묵읍시다.’
여인이 말하였다.
‘당신은 죽게 됩니다. 나의 남편은 바로 사람 잡아먹는 귀신인데 머지 않아 올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빨리 떠나십시오.’
그러나 이 남자는
믿지 않고 도로 주저앉으며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음탕한 뜻에 미혹되었고 다시 믿음까지 없어졌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3귀의와 5계를 믿지 않게 되었으므로 천신들은 곧 그를 버리고 떠나가 버렸다. 귀신이 돌아 왔다. 여인은 이 남자를 잡아먹을까 두려워서 독 속에다 감추었다. 귀신은 사람 냄새를 맡으면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고기를 얻어 놓으셨구려. 내가 지금 무척 먹고 싶습니다.’
부인은 말하였다.
‘나는 나가 다니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고기를 얻었겠습니까?’
부인이 귀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제 어째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귀신이 말하였다.
‘당신이 집에다 높으신 손님을 묵게 해서 내가 쫓겨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독 속의 남자는 더욱 두려움이 더했으며 부인은 말하였다.
‘어째서 고기를 얻지 못했습니까?’
귀신이 말하였다.
‘당신이 집에다 모신 부처님의 제자 때문입니다. 천신들이 나를 40리 밖까지 쫓아냈으므로 밖에서 벌벌 떨며 지새웠습니다. 지금까지도 불안합니다. 그래서 고기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
부인은 이에 남편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계율이란 어떤 것입니까?’
귀신이 말하였다.
‘아주 배고파 죽겠소. 어서 고기나 가져오시오. 그런 것은 물을 필요조차도 없소. 그것이야말로 위없이 바르고 참된 계율인데 감히 어떻게 말해 주겠소?’
부인이 말하였다.
‘나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고기를 드리겠습니다.’
귀신은 곧 그를 위하여 3귀의와 5계를 말해 주었다. 귀신이 처음 하나의 계를 설명할 때에 부인은 곧 받았고, 다섯째의 계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새기면서 입으로 외웠다. 남자도 독 속에서 5계임을 알고 따라 받았다. 제석천왕이 이 두 사람이 마음으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한 것을 알고 곧 선신(善神) 50인을 선임하여 이 두 사람을 옹호하게 하자 귀신은 마침내 도망쳐버렸다.
다음 날이 되어서 부인은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두려웠습니까?’
남자가 대답하였다.
‘아주 두려웠으나 어진 이의 은혜를 입고 마음이 깨어나서 부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인이 남자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되돌아오셨습니까?’
남자가 대답하였다.
‘사람의 새 해골과 헌 해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자 두려워져서 돌아온 것입니다.’
부인이 말하였다.
‘그 뼈들은 제가 버려둔 것입니다. 저는 본시 양가(良家)의 처녀였는데 귀신에게 붙잡혀 와서 그의 처가 된 것입니다. 슬프기 그지없었으나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이제
어진 이의 은혜를 입어 부처님의 계를 듣고 이 귀신을 여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 두 사람은 돌아오다가 길에서 498인을 만났다. 함께 부처님께로 와서 일심으로 경을 들었다. 마침내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모두 사문이 되었으며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이 498인의 전생의 스승이었다. 사람이 도를 구할 때에는 반드시 그 본래의 스승과 그 착한 벗을 만나야 해탈하게 된다.”
또 『관정경(灌頂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파라내국(波羅柰國)에 집지(執持)라는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다.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았으며 큰 성바지였는데 3보를 받들지 않고 95종의 도(道)를 섬기면서 복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한 지 아주 오래 된 뒤에 그 나라 안의 어진 장자(長者)들이 모두 불ㆍ법ㆍ승을 받들어서 교화되고 모두가 부귀와 안온한 쾌락을 누리면서 생ㆍ노ㆍ병ㆍ사를 벗어나고 법을 받음이 그지없어서 금생과 후생에 3악도 안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집지 장자는 생각하였다.
‘다른 도를 버리고 3보를 받들어 공경하는 것이 낫겠구나.’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섬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옵기에 부처님께 귀명하옵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흐리고 더러운 행을 버리고 부처님의 청정한 법음(法音)을 받게 하옵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3귀의와 5계를 수여하였다. 이 일을 마치자 그는 곧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런 뒤에 장자 집지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들이 산 것을 죽이고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도 보았고, 잘 생긴 여인들이 사랑하면서 그를 연모하는 것도 보았고, 사람들이 좋고 나쁜 일을 논하면서 그에게 일러주는 것도 보았고, 술을 마시는 이가 그를 따르고자 하는 것도 보았다. 마음과 뜻이 이러한지라 한시도 안정된 때가 없었으므로 그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 받은 3귀의ㆍ5계와 거듭 서원 했던 법이 후회되는구나.’
‘나는 부처님의 3귀의와 5계의 법을 돌려드려야겠다.’
곧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앞에서 받은 3귀의ㆍ5계의 법은 금제한 바가 많아서 본래의 뜻한 대로 할 수가 없나이다. 그래서 파(罷)하고자 하온데 부처님을 섬기지 못함을 허락하여 주시겠나이까? 왜냐 하면 불법은 높고 중하여서 범부들로서는 섬길 바가 아니기 때문이오니, 법과 계를 반환해야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시면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입 안에서 갑자기 저절로 된 귀신들이 나와서 철퇴를 들고 장자의 머리를 두들겼다. 또 어떤 귀신은 그의 옷을 벗기기도 하고, 또 어떤 귀신은 쇠갈고리를 그의 입에 넣어서 혀를 끌어내기도 하고, 어떤 음녀(婬女) 귀신은 칼로 그의 성기(性器)를 움켜쥐고 베기도 하고, 또 어떤 귀신은 이글거리는 구리 물을 그의 입에다 넣기도 하며, 전후 좌우에서 모든 귀신들이 다투어 와서 살을 갈가리 찢어서 그의 피를 빨고 먹고 하였다.
장자 집지는 두려워서 벌벌 떨며 어찌할 줄 몰랐으며 얼굴은 마치 흙빛이었다. 또 저절로 불이 나와서 그의 몸을 태웠으므로 살고 싶어도 살수가 없었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조차 없었다. 모든 귀신들은 장자의 몸을 꽉 붙잡고 있었으므로 옴짝달싹못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것을 보고 그를 불쌍히 여기셔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너는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
그런데 장자는 입이 다물어져서 말을 할 수 없었고 다만 손을 들어서 자기 자신을 두들기면서 부처님께 악을 뉘우치고 선에 돌아갈 것만을 애걸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장자를 구제하시니, 모든 귀신들은 부처님 세존께서 위신력으로 장자를 구제하시는 것을 보고 저마다 한쪽으로 가 서 있었다.
장자는 이에 조금 소생하게 되자 이내 일어나서 머리를 조아리며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몸 속에 있는 이 다섯의 도둑이 저를 3악도 안에 끌어 들여 욕심에 걸려들게 하여 죄를 지으면서 받을 바를 어기게 하였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 자신의 마음과 입으로 한 일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늘부터 옛 일을 고치고 앞일을 닦으면서 3귀의와 6계의 법을 받들겠사오며, 달마다 6재일(齋日)을 지니고 3장재(長齋)를 받들면서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번기와 일산을 달아 3보를 섬기며 공양하겠나이다. 오늘 이후로는 감히 다시는 귀계(歸戒)의 법을 깨뜨리지 않으리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한 말을 하니 아주 장하구나. 너는 이제 3귀의와 5계를 받아 다시는 먼저 받은 계법과 같이 하지 말라. 이번에 귀계를 깨뜨리면 재범(再犯)이 된다. 만일 세 번 범하면 5관(官)에 걸려드는 것이니, 곧 왕을 보좌하는 소관(小官)과 도록(都錄)과 감사(監事)와 5제(帝)와 사자(使者)에게 걸려들게 된다. 곧 신들에게 잡혀서 명(命)을 기록하게 되면 모두가 본래의 죄에 의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귀계를 받는 이는 귀신이 보호하고 모든 하늘이 기뻐하며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아라한이 다 함께 찬탄하나니, 그가 바로 청신사(淸信士)요 청신녀(淸信女)이다. 그들이 임종할 때는 부처님께서 모두 몸을 나투어서 영접하게 함으로서 계를 지닌 남녀들이 악도 안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 만일 계가 쇠퇴해지면 의당 더욱 복을 지어야 한다’고 하셨다.”
게송을 읊는다.
아득히 정신이 흐리멍덩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달으면서
몸과 마음이 물들어 집착하면
모르는 결에 날로 불어난다.
몸의 위액(危厄)은 몹시 급하여
아침저녁으로 변하고 옮기는데
계의 병(甁)이 부서져 버리면
청정한 과보가 어떻게 이르랴.
7각지(覺支)를 수호하지 않고
3업(業)이 위엄을 잃으면
현인 성인이 함께 버리고
선신 악귀가 다투어 비웃는다.
청정한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고
쫓겨나면 죽은 시체와 같으리니
한 번 어두운 갈래[塗]에 떨어지면
만겁(萬劫) 동안 길이 얽매이리라.
감응연(感應緣)[간략히 네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진(晋)나라 사문 축담수(竺曇遂)
송(宋)나라 사문 석지달(釋智達)
송(宋)나라 사문 석담전(釋曇典)
수(隋)나라 사문 석혜담(釋慧曇)
진(晋)나라 사문 축담수(竺曇遂)
진(晋)나라 태원(太元) 중간에 사(謝)씨 집 사문 축담수(竺曇遂)는 나이 20남짓 되었는데, 사리에 명철하고 단정하게 생겼으며 유속(流俗)의 사문이었다. 일찍이 청계묘(淸溪廟) 앞을 지나다가 묘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고 저물어서 돌아왔다. 꿈에 한 사람이 와서 말하였다.
“당신은 장차 우리 묘의 신(神)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저녁에 담수의 꿈에 나타났으므로 물었다.
“부인이 누구십니까?”
부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청계묘 안에 있는 여자입니다.”
이러한 지 한 달 남짓하여서 갑자기 병이 들어 죽었다. 죽으려 할 때에 동학(同學)의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복도 없고 큰 죄도 없습니다. 죽으면 청계묘의 신이 될 터이니, 여러 분은 지나시는 길에 와서 구경해 주십시오.”
그가 죽은 뒤에 여러 젊은 도인들이 그곳으로 갔더니, 신령(神靈)이 나와서 위로하고 서로 문안을 하였는데 그 음성은 마치 생시(生時)와 똑같았다. 떠나려고 할 때에 말하였다.
“오랫동안 찬패(讚唄)를 듣지 못했는데 한번 들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그의 도반 혜관(慧觀)이 찬패를 짓고 나서 그것을 다시 노래로 불렀다.
갈림길에서 이별을 하는 것도
오히려 서운하고 구슬픔이 있거늘
하물며 여기에서 더 거슬러
몸과 정신이 갈라서 있음이랴.
어둔 데 있으면서 탄식하는 그 정(情)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리까?
그러자 흐느껴 울면서 슬픔을 억제하지 못했으며, 여러 도인들도 모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이 한 가지 증험은 『속수신기(續搜神記)』에 나온다.]
송(宋)나라 사문 석지달(釋智達)
송(宋)나라 사문 지달(智達)은 익주(益州)의 색사(索寺) 스님이다. 행은 자못 유속(流俗)이었으나 경전과 찬패(讚唄)는 잘하였다. 나이 23세 때 송나라 원휘(元徽) 3년 6월에 병이 들어 죽었다. 몸이 따뜻했으므로 염(殮)을 하지 않고 있었더니 드디어 2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이 되어서는 말을 하고 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이런 말을 하였다.
“처음 몹시 괴로워 할
때 두 사람이 나타났다. 모두가 누런 무명으로 만든 치마[袴褶]를 입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문 밖에 서 있었고 한 사람은 평상 앞까지 와서 말하였다.
‘상인(上人)은 저승으로 가셔야겠습니다.’
내가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몸이 약해서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수레를 타셔도 됩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수레가 왔으므로 나는 올라탔다. 그런데 의식이 황홀해지면서 집과 사람과 방과 수레까지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뚫어지게 보았으나 거칠게 된 들판이 보였으며, 길이 아주 험하였다. 길을 오르도록 지시하면서 계속 가게 하였으므로 휴식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붉은 대문에 이르렀는데 담장과 문지방이 아주 화려하였다. 지달이 들어가 당하(堂下)에 이르자 당상(堂上)에는 한 귀인이 있었는데 붉은 옷에 관을 쓰고 거드름을 피우며 평상에 앉아 있었다. 자태가 엄숙하였고 아주 위엄 있는 용모였으며 좌우에는 병사가 1백여 명쯤 호위하고 있었다. 모두가 붉은 옷을 입고 칼을 차고 죽 늘어서 있었다.
귀인은 지달을 보자 얼굴을 거두고 정색을 하면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이 어찌 그리 허물이 많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알고부터는 죄를 지은 기억이 없습니다.’
‘계율을 외우셨소?’
‘처음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때에는 실로 늘 익히고 외웠습니다. 그러다가 자주 재(齋)와 강(講)에 쫓기고 항상 전경(轉經)을 하느라 계를 외우는 것을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면서 계율을 외우지 않다니, 이것이 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는 우선 경을 외워보라고 해서 나는 곧 『법화경(法華經)』을 세 번이나 외웠다. 그러자 그 귀인은 나의 기록을 맡은 사자(使者)에게 명하였다.
‘나쁜 땅으로 송치하라. 그러나 너무 괴롭게는 하지 말라.’
두 사람은 나를 끌고 데려갔다. 수십 리를 갔는데 점차 우르르 쿵쾅하면서 떠들썩한 소리와 불에 끓는 소리가 들렸으며 앞으로 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다음에는 하나의 문에 이르렀는데 높이가 수십 길[丈]이었고 빛이 아주 검었다. 대체로 그 문은 철문(鐵門)이었고 담장도 그와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경전에서 지옥을 말씀하셨는데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리고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세상에 있을 때 업행(業行)을 닦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그리하여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크게 나다가 오래 지나자 조용해졌는데, 그 때에야 비로소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임을 알게 되었다. 문 안은 갈수록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때로 불빛이 잠깐 동안 반짝했다가 잠깐만에 꺼지곤 하였다. 그 때 뒤로 묶인 여러 사람이 앞으로 가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는 여러 사람을 작살을 끼워서 붙잡아 들고 가는 것도 있었다. 피가 샘솟듯이 흘렀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나의 종백모(從伯母)였다. 피차 서로 보면서 함께 말하고 싶었지마는 어떤 사람이 그를 끌고 아주 빨리 가버렸으므로 말을 할 겨를이 없었다.
문에 들어가서 2백 보(步)쯤 갔을 때에 한 물건이 나타났는데 그 형상이 마치 작은 쌀 창고 같았다. 높이는 한 길 남짓하였다. 두 사람은 나를 붙잡아 창고 위에다 던져 넣었다. 창고 속에는 불이 있어서 나의 몸을 태웠으므로 몸 반쪽은 모두 문드러져버렸다. 그 아픔은 참을 수가 없었고 창고에서 땅으로 떨어지면서 기절하였는데 한참만에 두 사람은 다시 지달을 데리고 갔다. 이번에는 쇠가마가 열 개 남짓 있었는데 모두가 죄인들을 삶고 있었으며, 사람들이 가마 속에 있으면서 끓는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두 눈은 불쑥 튀어 나왔고 혀는 한 자 남짓 빠졌으며 살은 모두 문드러 터졌는데도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가마는 다 만원이었고 오직 한 가마만이 비어 있었는데 두 사람은 나에게 말하였다.
‘상인은 즉시 이 가마로 들어가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듣고 간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청하였다.
‘당신은 빈도에게 한 번만이라도 부처님께 예배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리고는 곧 지극한 마음으로 머리 조아리면서 말했다.
‘원하옵건대 이 괴로움을 면하게 하옵소서.’
한 식경(食頃)을 땅에 엎드려 기원과 참회를 특히 지극하게 했다. 그리고 사방을 바라보매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오직 무성한 들판과 무성한 나무들만이 보였으며 경치가 좋고 청명하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나를 인도해서 한 누각 아래까지 왔다. 누각의 모양은 높이가 낮았는데 위에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비집을 만한 곳에 앉아 있으면서 지달에게 말하였다.
‘사문은 현재 가벼운 과보를 받으셨으니 참으로 기쁘시겠습니다.’
나는 누각 아래서 홀연히 모르는 결에 도로 옛 몸으로 들어갔다.”
지달은 지금도 살아서 색사에 있다. 재계가 더욱 견고하고 참선과 독송이
더욱 공고하다.
송(宋)나라 사문 석담전(釋曇典)
송(宋)나라 사문 석담전(釋曇典)은 속인인 나이 서른일 적에 갑자기 병이 들어 죽었다. 7일을 지나 다시 살아나서 이런 말을 하였다.
“처음 죽을 때에 두 사람이 나타나더니 냅다 몰아대며 데리고 갔다. 오고 가고 하는 사자(使者)의 무리가 수천 인이었으며 밤낮 휴식이 없었다. 그런데 두 도인이 나타나더니 말하였다.
‘우리는 너에게 5계를 수여했던 전생의 스승인데 위문하러 왔다.’
그리고는 곧 데리고 관주(官主)에게로 나아가서 말하였다.
‘이 사람은 빈도(貧道)들의 제자요, 큰 죄도 없고 수명도 아직 다하지 않았소.’
그러자 이내 내보내 주었다. 그 두 도인은 나의 집까지 와서 그 옥상에 있으면서 자세하고 또는 간략한 여러 가지 일들을 나에게 지시한 뒤에 말하였다.
‘사문이 되어서 도업(道業)을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도인들은 옥상에서 내려와 나를 떠밀어 시체의 겨드랑이 밑에다 넣었다. 이 때에 소생했다.”
그런 뒤에 출가하여 20년을 지나고 원가(元嘉) 14년에 죽었다.[이 두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수(隋)나라 사문 석혜담(釋慧曇)
수(隋)나라 동천(東川) 석혜담(釋慧曇)은 어디 사람인지 모른다. 변재와 총명이 뛰어나서 크고 작은 것에 모두 밝았다. 보명사(寶明寺)에 있을 적에도 뭇 경전을 독송하고 있었다. 4월 15일에 설계(說戒)를 할 때, 스님들이 모두 법당에 모였고 혜담은 그 상수(上首)로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계는 본래 잘못을 막는 것이므로 사람마다 외우고 있으면 되거늘 어찌 대중을 수고롭게 하면서 자주자주 듣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 스님으로 하여금 대의(大義)를 세우게 하고 그것을 후생(後生)들에게 깨우치도록 하면 좋겠다.”
혜담의 세력이나 풍격(風格)을 당시 감히 저항할 이가 없었으므로 모두가 순종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여름 안거의 마지막에도 항상 설계를 폐지하게 되었다.
7월 15일이었다. 초좌(草座)에 막 오르려던 혜담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중은 신세(新歲)도 받지 못하고 자자(自恣)도 폐지되어서 일시에 모두가 허물어져 버렸다. 모두가 사방으로 나가서 찾다가 절에서 3리쯤 되는 곳에 있던 옛 무덤 사이에서 비로소 찾아냈다. 온몸이 피가 흘러서 마치 칼로 벤 것과 같았다. 그리하여 그에게 그
까닭을 물어 보자 이렇게 말하였다.
“어느 한 장부가 석 자[三尺]되는 큰칼을 가지고서 노기를 띠고 혜담을 꾸짖으면서 ‘포살(布薩)을 바꾸었으니 대의를 세워서 충당한다’고 하고는 칼로 온몸을 잘게 저몄으므로 그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그를 붙들고 절로 돌아왔는데 그로부터는 뜻을 다해 참회하였고, 10년 동안 설계와 포살과 여러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통상의 업을 삼았다. 임종하는 날에는 기이한 향기가 그를 맞이하였고 신색(神色)에 산란함이 없으면서 흔연히 죽어갔다. 다 함께 이 상서로운 징조를 가상히 여겼고 곧 세상에서는 그런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게 되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唐高僧傳)』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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