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87권
법원주림 제87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87. 수계편(受戒篇)①[여기에는 7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권지부(勸持部) 삼귀부(三歸部)
오계부(五戒部) 팔계부(八戒部) 십선부(十善部)
삼취부(三聚部)
1) 술의부(述意部)
대저 삼계(三界)가 편안함이 없음은 마치 불이 난 집[火宅]과 같다.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주고자 하면 반드시 계(戒)를 숭앙해야 하는데, 경에서는 여러 가지로 비유했으나 우선 몇 가지만을 설명하리라. 먼 길을 걸을 수 있으므로 다리와 발에 비유하고, 수승하게 온갖 것을 지니므로 대지(大地)에 비유하며, 만물을 자라게 하므로 때맞춰 오는 비에 비유하고, 뭇 병을 잘 치료하므로 좋은 의사에 비유하며, 배고픔과 목마름을 소멸시키므로 감로(甘露)에 비유하고, 물에 빠질 이를 붙들어 주므로 교량(橋梁)에다 비유하며, 큰 바다를 운반해서 건너므로 뗏목에 비유하고, 어두움을 비추어 없애므로 등불에 비유하며, 잘못을 막고 악을 그치게 하므로 계율의 선행에 비유하며, 해탈에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끝내 시라(尸羅)를 빙자하고, 법신(法身)을 장식하게 하므로 영락(瓔珞)에 비유하나니, 이와 같은 비유는 또한 한량이 없다. 어찌 이를 공경하지 않겠는가. 뜻을 격려하며 받들어 지닐 것이다.
2) 권지부(勸持部)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불성(佛性)을 보아서 큰 열반을 증득하고자 하면 반드시 깊은 마음으로 청정한 계율을 닦고 지녀야 한다. 만일 청정한 계율을 깨뜨리면 이는 악마의 권속이며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또 『대품경(大品經)』에서 말하였다.
“우리가 만일 계율을 지니지 않으면 의당 3악도(惡道)에 떨어지리니, 그 안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몸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중생을 성취시키고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며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갖출 수 있겠는가?”
또 『살차니건자경(薩遮尼揵子經)』에서 말하였다.
“내가 만일 계율을 지니지 않으면, 급기야 옴이 오른 야간(野干)의 몸도 얻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공덕의 몸을 받겠느냐?”
또 『화엄경(華嚴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계는 바로 위없는 보리의 근본이니
구족하게 청정한 계율을 지녀야 한다.
만일 능히 금계(禁戒)를 굳게 지니면
이는 여래께서 찬탄하는 바이네.
또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에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색(色)의 수명과 다문(多聞)이 있다해도
계율의 지혜가 없으면 짐승과 같다.
비록 비천한 데 처해서 듣고 본 것이 적다 해도
청정한 계율을 지니면 뛰어난 이[勝士]라 한다.
또 『유교경(遺敎經)』에서 말씀하셨다.
“계는 해탈을 바르게 수순하는 근본이며, 또 이 계를 지니면 모든 선정(禪定)이 나게 된다. 또 이 계를 받들면 바로 너의 큰 스승이니 내가 세상에 머무른다 해도 이와 다름이 없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만일 큰 이익을 구하고자 한다면, 의당 계를 굳게 지니기를 마치 귀중한 보배를 애석히 여기듯 하고, 마치 몸과 목숨을 보호하듯 해야 하나니, 계는 바로 온갖 착한 법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마치 발이 없으면서 가려고 하거나, 날개가 없으면서 날고자 하거나, 배가 없으면서 건너려 해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청정한 계율이 없으면서 묘한 과위를 얻으려 하는 것도 그와 같다. 이 계를 버리면 비록 산에 살면서 약을 먹는다 하더라도 풀을 먹고사는 짐승들과 다름이 없다. 만일 계를 잘 지니면 향기가 시방에 풍기고 명성이 멀리 퍼지면서 하늘과 사람이 사랑하고 공경할 뿐만 아니라 소원을 모두 이룬다. 계를 지닌 사람은 수명이 다할 때에 칼과 바람이 몸을 가르고 힘줄과 맥이 끊어지더라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
또 『지지론(地持論)』에서 말하였다.
“32상(相)은 차별의 원인이 없으니, 모두가 계를 지녀서 얻은 것이다. 만일 계를 지니지 않으면 하천한 사람의 몸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거룩한 이[大人]의 상호를 과보로 얻겠는가?”
또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도품(道品)의
누각에는 계로써 성곽을 삼고 선정(禪定)의 마음의 성에는 계로써 기둥을 삼나니, 반드시 계의 인수(印綬)를 차야 착한 무리에 들어가게 된다.”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계에는 네 가지 뜻이 있으니 이 뜻 때문에 계를 깨뜨리면 다른 경전에서 설하는 것보다 중하다. 첫째, 계는 바로 불법의 평지(平地)인 것이니, 만 가지 선행이 이로 말미암아 자라게 된다. 둘째, 온갖 불자는 모두가 계에 의거해서 머무른다. 만일 계가 없다면 의지할 데가 없으며 온갖 중생은 계로 말미암아 존재한다. 셋째, 계는 바로 열반으로 나아가는 첫 문이니, 만일 계가 없다면 열반의 성으로 들어갈 길이 없다. 넷째, 계는 바로 불법의 영락(瓔珞)이니 불법을 장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계율을 처음부터 쌓는 이유는 수승하기 때문이요 비밀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계경(契經)에서는 시기와 인물을 가리지 않고 말하였어도 경(經)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계율은 그렇지 않아서 부처님 자신이 말씀했을 뿐이며, 반드시 승가[僧伽]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승한 것이다.”
또 『열반경(涅槃經)』에 의거하건대, 원만하게 계를 수호하고 지니려면 목숨을 마치기까지 끝내 짐짓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다.
“가령 한 나찰(羅刹)이 바다를 건너는 이를 따라가면서 부낭(浮囊) 전체를 달라고 하자, 바다를 건너는 이가 대답하였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부낭은 주지 못하겠다.’
그러자 나찰이 다시 말하였다.
‘다 주지 않으려면 그 반이라도 주라.’
그러나 그 사람은 그 때에도 역시 주지 않았다. 이렇게 차츰차츰 줄어들면서 작은 티끌만큼이라도 달라고 빌었지마는, 그 사람은 끝내 그 작은 티끌 만큼도 주지 않았다.
보살마하살이 금계를 보호하고 지닐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다. 번뇌라고 하는 나찰이 보살에게 4중(重)을 범하도록 교화할 적에 수호하고 있는 그 밖의 가벼운 것까지도 보살은 따르지 않나니, 승잔(僧殘)을 범하라고 권해도 보살은 허락하지 않고, 바일제(波逸提)를 범하라고 권해도 보살은 하려 하지 않으며, 제사니(提舍尼)를 범하라고 권해도 보살은 하려 하지 않고, 돌길라(突吉羅)를 범하라고 권해도 보살은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은 4중금과
돌길라를 지니면서 공경하고 중시하고 견고히 하고 평등히 해서 차별이 없게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 몸을 활활 타오르는 깊은 불구덩이에 던질지언정 끝내 3세(世)의 모든 부처님께서 정한 금계이신 거사녀(居士女) 등과 함께 하는 부정한 행을 범하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글거리는 쇠로 온몸을 둘러 살지언정, 끝내 파계(破戒)한 몸을 가지고 신심(信心)으로 주는 단월(檀越)의 의복을 받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 입으로 이글거리는 철환(鐵丸)을 삼킬지언정, 끝내 파계한 입을 가지고 신심으로 주는 단월의 음식을 감히 먹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 몸이 아주 이글이글 타는 철판 위에 누울지언정, 끝내 파계한 몸을 가지고 신심으로 주는 단월의 평상과 침구를 감히 받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 몸으로 3백 개의 창을 받을지언정, 끝내 파계한 몸을 가지고 신심으로 주는 단월의 의약을 감히 받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이 몸을 뜨거운 쇠 가마에 던질지언정 끝내 파계한 몸을 가지고 신심으로 주는 단월의 방사(房舍)를 감히 받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쇠뭉치로 이 몸을 때려부수어 작은 티끌과 같게 할지언정, 끝내 파계한 몸을 가지고 신심으로 하는 단월의 예배를 감히 받지 않겠나이다.’
또 이렇게 발원한다.
‘차라리 뜨거운 쇠로써 이 두 눈을 도려낼지언정, 염심(染心)을 가지고 좋은 빛깔을 탐해서 보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쇠 송곳으로 귀를 찔러 뚫어버릴지언정 염심을 가지고 모든 소리를 듣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코를 베어 버릴지언정, 염심을 가지고 모든 냄새를 탐착하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혀를 베어 버릴지언정, 염심을 가지고 맛있는 맛을 탐착하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도끼로 이 몸을 베어 찍을지언정, 염심을 가지고 모든 접촉을 탐내지 않겠나이다. 왜냐 하면 이런 인연은 수행하는 이를 지옥과 아귀와 축생에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옵니다.’
또 발원하며
말한다.
‘보살이 이와 같은 모든 금계를 수호하고 지닌 뒤에 온갖 중생에게 모두 베풀어줌으로써 부디 중생으로 하여금 청정한 계율을 얻게 하고 계율을 꺾어 버리지 않고 계율에서 물러나지 않고 계율을 수순하고 계율을 마쳐서 바라밀계(波羅密戒)를 갖추어 성취하게 하소서.’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청정한 계율을 닦아 지닐 때에 곧 첫 부동지(不動地)에 머무르게 된다.”
自述
보살이 이와 같이 견고하게 금계를 지니면 불퇴의 과위[不退果]를 얻는다. 이제 도속(道俗)에게 권하노니, 우러러 사모함이 있는 자라면 3취정계(聚淨戒)와 10무진계(無盡戒)와 24계(戒)와 재가(在家)ㆍ출가(出家)의 온갖 모든 계와 250계(戒)와 5백 계(戒) 등을 받아서 모두 원만하게 수호하면, 바로 진실한 불자라서 불성의 문을 열고 열반의 도에 들리라.
또 『십륜경(十輪經)』에서 말하기를 “어떤 이가 계율은 파괴되었으나 성인의 도를 파괴하지 않은 가운데서 법기(法器)를 맡을 능력이 있다고 보이면 4구(句)로 분별한다”고 했으니, 생각하는 뜻을 알 수 있다.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기를 “교법[乘]에 느린[緩] 이라야 느리다 하고, 계율에 느린 이는 느리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역시 4구의 분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변의장자자경(辯意長者子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은 변의장자의 아들에게 ‘반드시 다섯 가지 일의 행이 있어야 천상에 나게 된다’고 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살생하지 않으면 오래 살게 되고
병 없이 늘 해탈하게 되어서
온갖 천상의 지위를 받아
몸이 편안하고 빛이 이르리라.
도둑질 않으면 늘 큰 부자 되어서
저절로 돈과 재보가 이르며
7보(寶)로 된 궁전에 있으면서
재미있게 즐기되 마음은 항상 좋으리라.
남자와 여자 모두가 음행하지 않으면
몸이 향기롭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단정하고
덕행이 저절로 밝아지리다.
속이지 않으면 쉬는 숨이 향기롭고
말씨는 언제나 총명하게 되며
말할 때는 더듬거리지 아니하고
말의 내용을 대중들이 받들어 신용한다.
술이라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아
잘못됨과 어지러운 뜻이 없으면
장차 태어나는 곳마다
하늘과 사람이 늘 받들어 모시리라.
만일 그가 목숨 마친 뒤에는
스물 다섯의 신[二十五神]이 영접하며
다섯 가지 복[五福]이 저절로 오면서
빛이 매우 찬란하리라.”
또 『대장엄론(大莊嚴論)』에서 말하였다.
“옛날 전타리(旃陀利)의 집에 일곱 아들이 있었다. 여섯 형은 다 같이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으나 막내아우만 그대로 범부로 있었다. 어머니 전타리는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고 형제 일곱 명은 모두 5계(戒)를 지녔다.
그 나라의 정해진 법도에 따라 전타리는 망나니의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나라 안의 남녀들이 살생ㆍ투도ㆍ음행과 그 밖의 중한 죄를 범하면 모두 전타리를 시켜서 죽이게 하였다.
당시 국왕은 전타리의 제일 큰형을 불러서 말하였다.
‘죽여야 할 무리가 있으니 네가 죽이도록 하라.’
그러자 그는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특별히 원하옵노니, 크게 용서하옵소서. 저는 5계를 받아서 몸을 수호하면서 삼가고 있으므로 개미 새끼라도 감히 죽이지 않나이다.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면 차라리 이 몸이 죽을지언정 감히 계율은 범하지 않겠사옵니다.”
그러자 왕은 불같이 노하면서 저자에 내어다 죽이도록 명하였으므로 그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몸은 왕의 백성이로되 마음은 나의 마음입니다. 왕께서 죽이려 하나 마음을 죽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왕은 명을 내려 곧 그의 목을 베어 매달게 하였다. 그리고는 차례로 그의 아우들을 불러서 그렇게 명했으나 다섯 사람 모두가 말하였다.
‘계를 받았으므로 감히 죽이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더욱 성을 내면서 모두 죽이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을 불렀는데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왔다. 왕은 어머니가 온 것을 보고 갑절 더 성을 내면서 말하였다.
‘앞의 여섯 아들을 죽일 적에는 어미가 전송하지 않더니 이제 막내아들을 부를 적에는 무엇 때문에 왔느냐?’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원컨대 이 은밀한 말을 들어 주십시오. 제가 그 이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의 여섯 아들은 모두가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증득했으므로 비록 대왕께서 그 여섯 사람을 잡아다 몸을 티끌처럼 부수었다 하더라도 끝내 한 터럭만큼의 악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막내아들은 지금 범부로 있으면서 비록 선을 닦는다 하더라도 아직 도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아들이 아직 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뜻을 잃은 채 왕의 명이 무섭고
제 목숨이 아까워서 계를 깨뜨리고 살생을 함으로서 죽은 뒤에 큰 지옥으로 들어갈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들이 가엾기 때문에 함께 온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앞서 죽은 여섯 아들 모두가 수다원의 도를 증득했단 말이냐?’
‘예, 모두 증득했습니다.’
왕은 다시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어느 도를 증득했는가?’
‘아나함(阿那含)의 도를 증득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땅에 던진 채 자기 몸을 원망하면서 책망하였다.
‘나는 죄의 뿌리를 지었으니 앉아 있어도 편안치 못하구나.’
그리고는 곧 스스로 향의 기름과 소(酥)를 뿌린 나무를 엄히 마련하여 여섯 명의 시체를 모셔 와서 화장한 뒤에 여섯 탑(塔)을 세우고 공양하면서 날마다 세 번씩 참회하였다. 다시 재물을 그의 노모에게 공급하였고, 재일(齋日)이 되면 자주자주 참회하면서 죄가 얇아지기를 원했으므로 지옥만은 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수다원과면 비록 나쁜 나라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도력 때문에 오히려 계를 지니면서 살생과 투도와 음행과 양설(兩舌)과 음주 등의 허물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존자 기야다(祇夜多)라는 아라한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7백 년 후에 계빈국(罽賓國)에서 출생하였다. 당시 계빈국에는 이름이 아리나(阿利那)라는 한 마리 나쁜 용이 있으면서 자주자주 재해를 부렸다. 이때 2천 명의 아라한이 있었는데 각기 신력을 다하여 이 용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 하였다. 그 중 1백 명의 아라한은 신통으로써 땅을 진동시켰고, 또 5백 인은 큰 광명을 놓았으며, 다시 5백 인은 선정에 들어가 거닐고 다녔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각각 그의 신력을 다하였지마는 꼼짝하지도 않았다.
그 때 존자 기야다가 마지막으로 용이 있는 못으로 가서 세 번 손가락을 튀기면서 말하였다.
‘용아, 너는 이제 떠나가라. 여기서 머무를 수 없다.’
그러자 용은 즉시 떠나가면서 감히 더 머무르지 못하였다. 그 때 2천 명의 아라한들은 존자에게 말하였다.
‘우리와 존자는 다 같이
번뇌를 다하여 해탈한 법신을 증득했으므로 모두가 다 평등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저마다 신력을 다하였는데도 움직일 수 없었거늘, 존자께서는 어찌하여 세 번 손가락을 튀기어 그 용을 멀리 큰 바다로 들어가게 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범부일 적부터 금계를 받아 지녔습니다. 돌길라(突吉羅)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마음으로 받아 지니기를 4중(重)과 다를 바 없이 여겼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이 용을 움직이지 못한 까닭은 신력이 같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당시 걸식하는 비구로서 계율을 청정하게 지닌 이가 있었다. 그에게 한 사미(沙彌) 제자가 있었는데 금계를 지키며 죽으면서까지 범하지 않았다.
어느 우바새가 오랫동안 그 스님을 청하여 날마다 밥을 보내 주면서 공양했는데, 어느 날 우바새의 온 집 안 사람들과 하인들까지 모두 외출하면서 한 딸만을 남겨 두어 집을 지키게 하였다. 그 딸이 밥을 보내주는 걸 잊어버렸는데, 존자는 시간이 늦어질까 두려웠으므로 곧 사미에게 말하였다.
‘네가 가서 밥을 가져오너라.’
사미가 위의를 잘 다스린 뒤에 그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자, 그 딸이 물었다.
‘누구시오?’
‘사미가 스님의 밥을 가지러 왔습니다.’
딸은 몹시 기뻐하면서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그리고는 곧 문을 열어 주었다.
이 딸은 단정하여 용모가 아주 예뻤다. 나이 겨우 16살로서 음욕의 불이 활활 탔으므로 사미 앞에서 요염한 자태로 아양을 떨고 눈짓을 하면서 음욕의 모습을 나타냈다. 사미가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여인이 풍병이 있거나 미친 병이 들었구나. 이 여인이 음욕을 못 이겨서 번거롭게 굴며 청정한 행을 깨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사미는 굳게 위의를 다잡으면서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은 곧 온몸을 땅에 던지며 사미에게 아뢰었다.
‘제가 항상 원하던 때가 이제야 왔습니다. 저는 늘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고요한 짬을 얻지 못했습니다. 당신도 나에게
항상 마음이 있었으리라 생각했고 나의 소원과 같았을 것입니다. 저의 집 안에는 값진 보배가 많이 있어서 마치 비사문(毘沙門) 천궁의 보배 창고와 같습니다마는 주인이 없습니다. 당신은 뜻을 굽혀서 이 집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저는 당신의 여종이 되어서 공급하고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반드시 저를 저버리지 말고 저의 소원을 채워 주십시오.’
사미는 생각하였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나쁜 인연을 만났을까? 나는 이제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금계는 깨뜨릴 수 없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갑자기 도망쳐버리면 여인은 음욕심이 왕성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버리고 밖으로 달아나거나 끌어 붙잡고 나를 비방하게 되리니, 그렇게 되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볼 것이므로 그 오욕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곳에서 목숨을 버려야겠다.’
사미는 즉시 방편으로써 말하였다.
‘문을 단단히 닫아 주시오. 내가 방에 들어가서 해야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여인은 곧 문을 닫아 주었다. 사미는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한 개의 작은칼을 얻자 마음에 아주 기뻐하였다. 옷을 벗어 시렁 위에다 두고는 합장한 채 부처님께서 열반하셨던 곳을 향해 무릎을 꿇고 서원을 세웠다.
‘저는 이제 불ㆍ법ㆍ승을 버리지 않고 화상(和尙) 아사리(阿闍梨)를 버리지 않으며 계행도 버리지 않나이다. 빠르게 계율을 지니기 위하여 이 몸과 목숨을 버리오니, 원하옵건대 가서 나는 곳마다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아서 번뇌를 다하고 도를 이루게 하시옵소서.”
그리고는 곧 목을 베며 죽었다. 피가 흘러서 몸을 더럽혔다. 그 여인은 사미의 행동이 더딘 것을 이상히 여겨서 문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으므로 불러도 보았지마는 응답이 없었다. 방편을 써서 문을 열어 보았더니 그는 벌써 죽어 있었다. 대경실색한 그녀는 음탕한 마음도 식으면서 부끄러움에 시달렸으므로 스스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얼굴을 할퀴면서 흙에서 뒹굴며 슬피 울부짖다가 기절해 버렸다.
그의 아버지는 모임에서 돌아와서 문을 두드리며 딸을 불렀다. 그러나 잠잠하면서 응답이 없었다. 그 고요함을 괴이하게 여긴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 문을 타고 넘어가 문을 열게 한 뒤에야 그의 딸의 이런 꼴을 보고 즉시 물었다.
‘네가 왜 그러느냐?’
딸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사실대로 대답하면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일 사미가 나에게 욕을 보였다고 하면 어질고 착한 이를 비방한 것이므로 장차 지옥에 떨어져서 그 받는 고통이 끝이 없으리라. 그러므로 속이지는 말아야 한다.’
그녀는 곧 사실대로 대답하면서 앞의 일들을 자세히 말하였다.
아버지는 딸의 말을 듣고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이내 딸에게 말하였다.
‘온갖 모든 법은 모두 다 덧없는 것이니, 너는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그리고는 곧 방으로 들어가서 사미의 몸을 보니, 피로 모두 더럽혀지고 붉기가 마치 전단(栴檀)과 같았다. 그는 즉시 나아가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부처님의 계율을 지키느라고 신명을 버리셨구려.’
그리고는 죽은 사미를 싣고 평탄한 땅으로 나와서 뭇 향나무를 쌓은 뒤에 화장하고 공양하였다. 그런 뒤에 그 아버지는 스님을 청하여 널리 대중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게 하였으니, 듣고 보는 이들이 모두 도의 마음을 내었다.”
3) 삼귀부(三歸部)[여기에는 6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공능부(功能部) 신위부(神衛部)
귀의부(歸意部) 수법부(受法部) 득실부(得失部)
(1) 술의부(述意部)
대저 3보(寶)는 응화(應化)하여 근기 따라 이익 되게 하고, 한 음(音)으로 연설하는데도 무리마다 제각기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논(論)에서는, “부처님께 귀의한다[歸依佛] 함은 일체지(一切智)의 오분법신(五分法身)을 말하고, 교법에 귀의한다[歸依法] 함은 사라짐의 진리[滅諦]인 열반을 말하며, 승가에 귀의한다[歸依僧] 함은 모든 성현으로서 배울 것 있는 이[學]와 배울 것 없는 이[無學]의 공덕으로 자기와 남의 몸이 다한 곳을 말한다”고 했으니, 곧 자기와 남의 미혹[惑]이 소멸되어 없게 된 곳이므로 다한 곳[盡處]이라 한다.
그래서 『반야경(般若經)』에서 이르되 “온갖 성인은 모두 무위(無爲)의 법으로써 이름을 얻는다”고 했으니, 무위는 무루(無漏)의 다른 인(因)이다. 이 3보가 항상 세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세간 법에 업신여김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보(寶)라 일컫는다. 마치 세간의 값진 보물이 중생에게
소중히 여겨지는 것처럼 지금 이 3보는 모든 중생과 3승(乘)과 7중(衆)에게 귀앙(歸仰)할 바가 되기 때문에 삼귀의(三歸依)라고 하는 것이다.
(2) 공능부(功能部)
『희유교량공덕경(希有校量功德經)』에서 말하였다.
“그때 장로 아난(阿難)이 부처님을 향하여 이런 말을 하였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말하기를 ‘나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교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한다’고 하면 얼마의 공덕을 얻게 되는가를 저는 실로 알지 못하옵니다.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분별하고 연설하셔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바른 지견(知見)을 얻게 하옵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나는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가령 염부제(閻浮提)에 가득 찬 수다원(須陀洹)의 사람들에게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1백 년 동안 세간에 있는 온갖 오락(娛樂)의 기구를 다 가져다 주고, 다시 네 가지 일[四事]로써 갖추어 공양하며, 나아가 열반한 후에는 그 사리를 거두어서 7보의 탑을 일으켜 앞과 같이 공양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얻게 되는 복이 많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심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선남자ㆍ선여인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써 말하기를 ≺나는 지금 부처님과 교법과 승가에 귀의한다≻고 말함으로서 얻는 공덕보다 못하나니, 이러한 복덕과 견주어 보면 백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ㆍ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산수(算數)나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서구다니(西瞿陀尼)에 가득 찬 사다함(斯陀含)의 사람들에게 2백 년 동안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양한다 해도 역시 미칠 수 없으며, 가령 동불바제(東弗婆提)에 가득 찬 아나함(阿那含)의 사람들에게 3백 년 동안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양한다 해도 역시 미치지 못하며, 가령 북방의
울단월(鬱單越)에 가득 찬 아라한들에게 4백 년 동안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양한다 해도 역시 미치지 못하며, 가령 사천하(四天下)에 가득 찬 벽지불(辟支佛)들에게 1만 년 동안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양한다 해도 역시 미치지 못하며,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모든 부처님ㆍ여래께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2만 년 동안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양해서 설사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얻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어떤 사람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써 말하기를, ≺나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교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한다≻ 하여 얻게 되는 공덕보다 못하나니, 앞의 복덕보다 백 배ㆍ천 배ㆍ만 배 더 뛰어나서 산수로도 헤아릴 수 없고 언사나 비유로도 알 수 없고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마치고 교법에 귀의하여 마치고 승가에 귀의하여 마치고, 나아가 한 번 손가락을 튀기는 동안에 열 가지 선(善)을 받고 받은 뒤에 수행한 인연으로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얻었고, 다시 다른 어떤 사람이 하루 낮과 하룻밤 동안에 8계재(戒齋)를 받은 뒤에 말씀대로 수행하여 얻게 되는 공덕은 앞의 복덕보다 천 배ㆍ만 배ㆍ백천만 배 더 뛰어나며, 나아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는 바이니라.
또 5계(戒)를 받아 지녀서 그 몸과 수명이 다하도록 말씀대로 수행하여 얻게 되는 공덕은 이 앞의 복덕보다 백 배ㆍ천 배ㆍ만 배ㆍ억 배 더 뛰어나며, 산수와 비유로도 알 수 있거나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또 어떤 사람이 사미계(沙彌戒)와 사미니계(沙彌尼戒)를 받으면 다시 이 앞의 복덕보다 더 뛰어나며, 다시 어떤 사람이 식차마나계(式叉摩那戒)를 받으면 다시 이 앞의 복덕보다 더 뛰어나며, 다시 어떤 사람이 비구니의 대계[比丘尼大戒]를 받으면 다시 이 앞의 복덕보다 더 뛰어나며, 다시 어떤 사람이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대비구계(大比丘戒)를 받아 수행에 결함이 없으면 다시 이 앞의 복덕보다 더 뛰어나느니라.
아난아, 삼귀의를 할 곳과 나아가 수명이 다하도록 얻게 되는 공덕에 대한 설법을 듣고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는 이 경은 미묘하고 불가사의할 뿐만 아니라 심히 깊은 이치와 공덕의 광대함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을 밝히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희유하고 희유한 경[希有希有經]이라 이름하나니, 너는 받들어 행할지니라.’”
또 『선생경(善生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세 가지 자귀의(自歸依)를 받으면 그 얻게 되는 과보는 다할 수 없다. 마치 네 개의 큰 보물 창고에 온 나라 인민이 7년 동안 운반해 넣어도 다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세 가지 자귀의(自歸依)를 받은 이의 복은 그보다 더하여 헤아릴 수조차 없다.”
또 『교량공덕경(校量功德經)』에서 말하였다.
“4대주(大洲) 안에 2승(乘)의 과위를 얻은 이들이 가득 차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몸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나아가 탑을 세웠다 해도, 어떤 남자나 여인이 ‘나 아무개는 부처님과 교법과 승가에 귀의한다고 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덕보다 못하나니, 모든 복 가운데서 3보만이 불가사의하며 수승하기 때문이다. 만일 훼방을 일으키면 그 얻는 죄는 끝이 없나니, 선악의 예(例)가 같기 때문이다. 기역(耆域)과 조달(調達)이 다 같이 부처님의 몸에서 피를 낸 것은 마음의 선악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같은 겁(劫)의 수명에 이르렀으나 고통과 쾌락에는 다름이 있다.”
또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수달(須達)과 함께 삼귀의를 받게 함으로서 마침내 천상에 태어나게 되니, 임신한 이는 그 태(胎) 안의 아이를 위하여 삼귀의를 받으며, 낳은 뒤에 지견(知見)이 있으면 다시 삼귀의를 가르친다. 설령 여종이나 손님으로서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다 해도 역시 이렇게 가르친다. 만일 노비를 사려면 삼귀의와 5계를 받게 한 후에야 살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사지 않으며, 나아가 차용(借用)하거나 이자를 키우는 데는 반드시 삼귀의를 받은 뒤에야 그것을 준다. 만일 어떤 이가 3보에 물건을 보시하면 세존으로부터 들은
이름을 부르면서 주원(呪願)을 하여야 천상에 나게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신 여래께서는 위없는 지견으로 방편을 살펴서 알기 때문에 모두가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알라. 삼귀의의 공덕의 힘은 가장 크므로 받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법구유경(法句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제석천왕[天帝釋]은 다섯 가지 덕(德)이 몸을 떠날 때 스스로 목숨이 다하여 장차 세간으로 내려가 옹기장이의 집에서 기르는 어미 나귀의 태 속으로 들 것을 알았고, 또 복이 다한 것을 알았으므로 아주 몹시 근심하였다. 그러다가 스스로 삼계(三界) 안에서 사람의 고액(苦厄)을 구제해 주는 이는 오직 부처님뿐임을 생각하자, 즉시 부처님께로 달려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땅에 엎드린 뒤에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교법과 성인들께 귀명하였다. 그러다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그의 혼신(魂神)이 갑자기 나와서 옹기장이의 집에 있는 어미 나귀의 뱃속으로 들어가 그의 새끼가 되었다. 이때 나귀는 스스로 알고는 굽지 않은 기와 사이를 달리면서 날기와를 파괴하였으므로 주인이 나귀를 때렸다. 나귀는 바로 낙태(落胎)를 했으므로 그의 혼신은 곧 옛 몸 안으로 도로 들어갔고, 다섯 가지 덕이 도로 갖추어지면서 다시 제석천왕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삼매(三昧)에서 깨어나 찬탄하셨다.
‘장하도다, 제석이여, 명을 거두어 죽을 즈음에 삼존(三尊)께 귀명하여 죄를 이미 끝냈으므로 다시는 더 애쓰지 않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행하는 바는 항상한 것 아니니
이른바 흥하고 쇠하는 법이다.
대저 나면 문득 죽는 것이니
이 사라짐[滅]이 즐거움이니라.
마치 옹기장이가
찰흙을 이기어 그릇을 만들지만
그 온갖 그릇이 반드시 파괴되는 것처럼
사람의 수명 또한 그러하니라.
제석천왕은 게송으로 듣자 함의 중요한 뜻을 알고, 죄와 복의 변화를 통달하며, 흥함과 쇠함의 근본을 이해하고, 적멸(寂滅)의 행을 존중하였다. 그는 기뻐하고 받들면서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또 『승호경(僧護經)』에서 말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승호(僧護)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바다 속에서 보았던 용왕(龍王)은 법을 들었기 때문에 비록 용의 몸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죽은 뒤에는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날 것이요,
천상 안에서 수명이 다하면 사람 몸을 받게 되어서 미륵(彌勒)이 세상에 출현할 때 거억(巨億) 부자의 큰 장자(長者)로서 큰 단월이 되어 미륵 세존과 비구승을 공양하며 네 가지 일이 구족할 것이다. 이 모든 용왕도 오히려 이와 같은 공덕을 얻게 되거늘, 하물며 나의 제자로서 법답게 출가하여 좌선하고 독송하고 3업(業)이 구족함으로서 반드시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겠는가.’
그리고 세존께서는 묻는 이가 없는데도 스스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귀의한 이는
크게 길함[吉]과 이익 얻나니
밤낮 없이 마음 속으로
부처님 염(念)함을 여의지 않는다.
교법에 귀의한 이는
크게 길함과 이익 얻나니
밤낮 없이 마음 속으로
교법 염(念)함을 여의지 않는다.
승가에 귀의한 이는
크게 길함과 이익 얻나니
밤낮 없이 마음 속으로
승가 염(念)함을 여의지 않는다.”
또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석가 부처님께서 두 번째인 도리천(忉利天) 위에 올라가셔서 어머님을 위하여 경을 설하셨다. 당시 어느 한 하늘[天]이 수명이 다하려 하자, 일곱 가지 일이 그에게 감응하여 나타났으니, 첫째는 목 속의 광명이 소멸하고, 둘째는 머리 위에 장식한 꽃이 시들고, 셋째는 얼굴빛이 변하고, 넷째는 옷 위에 먼지가 묻고, 다섯째는 겨드랑이 아래에 땀이 나고, 여섯째는 몸이 파리해지고, 일곱째는 본래의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생각하여 보니, 수명이 끝난 뒤에는 장차 하늘의 쾌락을 버리고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으로 내려가서 옴이 오른 어미돼지의 뱃속에 들어가 새끼가 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는 미리부터 심히 근심하면서 무슨 계교로 이 죄를 면할 수 있을지 모르고 있는데, 그때 어느 한 하늘이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여기 계시면서 어머님을 위하여 경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부처님께서는 3세(世)의 모든 중생의 구세주이시니, 오직 부처님만이 당신의 중한 죄를 벗게 할 수 있거늘 어찌하여 가서 귀의하지 않습니까?”
그는 즉시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다. 그가 아직 묻기도 전에 부처님께서 천자(天子)에게 말씀하셨다.
‘온갖 만물은 모두가 무상으로 돌아간다. 너도 평소에 아는 바거늘 무엇 때문에
근심하느냐?’
천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록 하늘의 복이 오래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는 하옵니다. 그러나 한스러운 것은 이 자리를 떠나고 나면 장차 어미돼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괴로워하나이다. 사람의 갈래에 몸을 받는다면야 감히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돼지의 몸을 벗고자 하면 의당 3보에 귀의해서 ≺나무불(南無佛) 나무법(南無法) 나무비구승(南無比丘僧). 부처님께 귀명하고 교법에 귀명하며 비구승께 귀명하나이다≻라고 하기를 날마다 끊임없이 하라.’
그래서 천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귀의하였다. 그로부터 7일 후에 천자의 수명은 다하고 유야리국(維耶離國)에 내려와 장자(長者)의 아들이 되었다. 어머니 태 안에 있으면서도 날마다 3보에 귀의하였으며, 처음 태어날 때 땅에 떨어지자마자 역시 무릎을 꿇고 귀의하였다.
그 어머니가 해산할 때에도 오로(惡露)가 없었으므로 어머니 곁에서 시중든 여종들이 두려워하면서 버리고 달아났고, 어머니 역시 아이가 땅에 떨어지면서 말하는 것을 몹시 괴이하게 생각한 나머지 재앙의 징조로 여기었다. 그리하여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으나 물러나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에게는 자식이 적다. 만일 이 아이를 죽이면 아이 아빠는 반드시 나에게 죄를 주리라.’
그래서 곧 장자에게 그 연유를 자세히 아뢰자, 아이 아빠가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이 아이는 비범한 사람입니다. 백 살을 살면서도 오히려 귀의하는 일을 모르고 있거늘, 하물며 아이가 땅에 떨어지면서 스스로 부처님을 부를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잘 기르고 돌보면서 가벼이 여기지 마시오.”
아이는 드디어 크게 자랐다. 7살 때에 동무들과 함께 길 곁에서 장난하고 있을 때였다. 부처님의 제자 사리불(舍利弗)과 목련(目連)이 마침 아이의 곁을 지나가는데 아이가 말하였다.
‘저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옵니다.”
이렇게 예배하자, 사리불 등은 어린아이가 비구에게 예배하는 것을 보고 놀라는 한편 괴이하게 여기자 아이가 말하였다.
‘도인들께서는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천상에 계시면서 어머님을 위해 경을 설하실 적에 저는 하늘로서 장차 내려가 돼지가 될 예정이었는데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는 3보에 귀의하여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어찌 모르십니까?’
비구들은 곧 선정에 들어가서 사실을 알고 난 뒤에 그를 위하여 주원(呪願)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 부처님과 스님네를 청하여 공양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시자 그의 부모와 아이와 내외의 권속들이 바로 그때 모두 아유월치(阿惟越致)를 얻었으니,
3보께 귀의한 복이었다.
(3) 신위부(神衛部)
『칠불경(七佛經)』에 의거해서 말한다.
“3보께 귀의하면 수행하는 이에게 아홉의 신[九神]이 호위하게 된다. 아홉의 신은 누구인가? 부처님께 귀의할 때 세 분의 신이 있으니, 첫째 신의 이름은 다마사나(陀摩斯那)요, 둘째 신의 이름은 다마바라나(陀摩婆羅那)이묘, 셋째 신의 이름은 타마류지(陀摩流支)이다.
교법에 귀의할 때 세 분의 신이 있으니, 첫째 신의 이름은 법보(法寶)요, 둘째 신의 이름은 가책(呵責)이며, 셋째 신의 이름은 변의(辯意)이다.
승가에 귀의할 때 세 분의 신이 있으니, 첫째 신의 이름은 승보(僧寶)요, 둘째 신의 이름은 호중(護衆)이며, 셋째 신의 이름은 안온(安隱)이다.”
또 『관정경(灌頂經)』에 의거해서 말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실 때에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때 외도(外道)인 한 녹두 범지(鹿頭梵志)가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무릎 꿇은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랫동안 구담(瞿曇)의 명성이 멀리까지 떨치는 걸 들었사옵니다. 이제 이학(異學)을 버리고 3귀의와 5계의 법을 받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범지야. 네가 다른 도를 버리고 나에게 귀명하려면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야 한다. 나고 죽고 하는 죄는 그 겁(劫)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범지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나이다.’
그리고는 가르침을 받아서 곧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해지자 다시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베푼 법과 계를 종신토록 받들어 행하면서 감히 이지러뜨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일심으로 다시 3보께 귀의하고 나면, 나는 의당 네가 시방의 사람들을 위하여 제석천왕에게 명하여 여러 귀신을 보내어 삼귀의 받은 남자와 여인들을 보호하게 하리라.’
범지는 이내 부처님께 물었다.
‘어떠한 분들이옵니까? 듣고 싶사오니,
시방의 3귀의를 받은 모든 이들을 개화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이들은 정수리에 물을 붓는[灌頂] 선신(善神)들이니, 이제 너를 위해 간략히 서른여섯 분을 말해 주리라.
사천(四天)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불라파(彌栗頭不羅婆)[한나라 말로는 선광(善光)이다]이며, 질병(疾病)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바하사(彌栗頭婆訶娑)[한나라 말로는 선명(善明)이다]이며, 두통(頭痛)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사라파(彌栗頭娑邏波)[한나라 말로는 선력(善力)이다]이며, 오한(惡寒)과 신열(身熱)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전다라(彌栗頭旃陀羅)[한나라 말로는 선월(善月)이다]이며, 배가 부은[腹滿] 병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률두타리사(彌栗頭陀利奢)[한나라 말로는 선현(善現)이다]이며, 종기[癰腫]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하루하(彌栗頭訶樓家)[한나라 말로는 선공(善供)이다]이며, 미친병[癲狂]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가사제(彌栗頭伽娑帝)[한나라 말로는 선사(善捨)이다]이며, 어리석음[愚癡]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지니치(彌栗頭志坭哆)[한나라 말로는 선적(善寂)이다]이며, 성냄[瞋恚]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제바살(彌栗頭提婆薩)[한나라 말로는 선각(善覺)이다]이며, 음욕(婬慾)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제바라(彌栗頭提婆羅)[한나라 말로는 선천(善天)이다]이며, 삿된 귀신[邪鬼]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가바제(彌栗頭呵婆帝)[한나라 말로는 선주(善住)이다]이며,
다치고 죽는 일[傷亡]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불야라(彌栗頭不若羅)[한나라 말로는 선복(善福)이다]이며, 무덤[塚墓]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필사가(彌栗頭苾闍伽)[한나라 말로는 선술(善術)이다]이며, 사방(四方)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가려바(彌栗頭伽麗婆)[한나라 말로는 선제(善帝)이다]이며, 원가(怨家)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률두라사차(彌栗頭羅闍遮)[한나라 말로는 선왕(善王)이다]이며, 도둑[偸盜]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수건타(彌栗頭修乾陀)[한나라 말로는 선향(善香)이다]이며, 채권자[債主]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단나파(彌栗頭檀那波)[한나라 말로는 선시(善施)이다]이며, 강도[劫賊]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지다나(彌栗頭支多那)[한나라 말로는 선의(善意)이다]이며, 전염병[疫毒]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라바나(彌栗頭羅婆那)[한나라 말로는 선길(善吉)이다]이며, 다섯 가지의 염병[瘟]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삼발마야(彌栗頭三鉢摩耶)[한나라 말로는 선산(善山)이다]이며, 해로운 벌레[蜚尸]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삼마타(彌栗頭三摩陀)[한나라 말로는 선조(善調)이다]이며, 주련(注連:관(棺)이 나간 뒤에 죽은 귀신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려제타(彌栗頭戾禘駝)[한나라 말로는 선비(善備)이다]이며,
주복(注復)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파리타(彌栗頭波利陀)[한나라 말로는 선방(善放)이다]이며, 상인(相引)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파리나(彌栗頭波利那)[한나라 말로는 선정(善淨)이다]이며, 악당(惡黨)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건가지(彌栗頭虔伽地)[한나라 말로는 선품(善品)이다]이며, 독으로 해치는 일[蠱毒]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비리타(彌栗頭毘梨馱)[한나라 말로는 선결(善結)이다]이며, 두려움[恐怖]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지타나(彌栗頭支陀那)[한나라 말로는 선수(善壽)이다]이며, 액난(厄難)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가림마(彌栗頭伽林摩)[한나라 말로는 선유(善游)이다]이며, 산유(産乳)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아류가(彌栗頭阿留伽)[한나라 말로는 선원(善願)이다]이며, 벼슬아치[縣官]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사리타(彌栗頭闍利馱)[한나라 말로는 선인(善因)이다]이며, 구설(口舌)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아가타(彌栗頭阿伽馱)[한나라 말로는 선조(善照)이다]이며, 근심과 고민[憂惱]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아가사(彌栗頭阿呵娑)[한나라 말로는 선생(善生)이다]이며, 불안(不安)을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바화라(彌栗頭婆和邏)[한나라 말로는 선지(善至)이다]이며, 온갖 요괴[百怪]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파리나(彌栗頭波利那)[한나라 말로는 선장(善藏)이다]이며,
질투(嫉妬)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주타나(彌栗頭周陀那)[한나라 말로는 선음(善音)이다]이며, 저주[呪詛]를 관장한다.
사천 위에서 파견한 신이니 이름은 미율두위타라(彌栗頭韋陀羅)[한나라 말로는 선묘(善妙)이다]이며, 염도(厭禱)를 관장한다.’
이어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이들이 36부(部)의 신왕(神王)이다. 이 모든 선신(善神)들은 무릇 만억의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귀신들을 권속으로 삼고 있으며, 몰래 번갈아 가면서 3귀의를 받은 남자와 여인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 그리고 신왕의 이름을 써서 몸에 차고 다니면 두려운 것이 없으며, 삿된 악이 물러나고 좋지 않은 일을 소멸시키느니라.’
범지가 말하였다.
‘그러하리다. 하늘 안의 하늘[天中天]이시여.’”
(4) 귀의부(歸意部)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 말하였다.
“장자 선생(善生)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구걸하러 온 자가 있으면 먼저 3귀의를 받게 한 연후에 보시하라고 하였사온데, 왜 그렇습니까? 또 무엇을 3귀의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가 모든 괴로움을 깨뜨리고 번뇌를 끊어 없애서 위없는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받기 위하여 3귀의를 받는 것이다. 네가 물었듯이, 무엇을 3귀의라 하는가? 부처님과 교법과 승가를 말한다. 부처님이란 번뇌의 원인을 파괴하고 바른 해탈을 얻는 것을 말하는 이요, 교법이란 번뇌의 원인을 파괴하고 진실로 해탈시키는 것이며, 승가란 번뇌의 원인을 파괴하고 바른 해탈을 얻는 것을 받는 이이다.
혹 어떤 이는 말하기를,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1귀의(歸依)이다≻라고 말하지만 그 이치는 옳지 못하다. 왜냐 하면 여래가 세간에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바른 법[正法]은 항상 존재하지만, 분별한 이가 없어서
여래가 세간에 출현한 뒤에야 분별이 있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의당 따로 부처님께 귀의하여야 한다. 여래가 세간에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바른 법은 항상 존재하지만, 지니는 이가 없어서 여래가 세간에 출현한 뒤에야 지니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의당 따로 교법에 귀의하여야 한다. 여래가 세간에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바른 법은 항상 존재하지만, 받는 이가 없어서 여래가 세간에 출현한 뒤에야 받은 이가 있게 되고 부처님의 제자들이 받은 자이기 때문에 의당 따로 승가에 귀의하여야 한다.
바른 도로 해탈하는 이것을 교법이라 하고, 스승 없이 홀로 깨달은 이를 바로 부처님이라 하며, 법답게 받는 이들을 바로 승가라 한다. 만일 3귀의가 없다면 어떻게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不懷信]이 있다고 말하겠느냐?’”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말하였다.
“【문】 어떤 것이 귀의하는 것[歸]이며, 어떤 것이 나아가는 것[趣]인가?
【답】 귀의하는 것은 바로 사라짐의 진리[滅諦]와 도의 진리[道諦]의 적은 부분이며, 나아간다 함은 바로 입으로 하는 말[口語]이다.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나아간다 함은 바로 입으로 말을 하는 그 마음이다’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믿음[信]은 곧 법일 수 있으므로 이를 나아간다고 한다’고 했다.
【문】 귀의한다 함은 색신(色身)에 귀의하는 것인가, 법신(法身)에 귀의하는 것인가?
【답】 법신에 귀의한다.
【문】 만일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색신을 무너뜨리면 역(逆)을 범한다고 하는가.
【답】 색신은 바로 법신의 그릇이기 때문에 해치면 곧 역이 된다.
【문】 부처님께 귀의한다 함은 한 부처님께만 귀의하는 것인가, 3세(世)의 부처님에게 다 통하는 것인가?
【답】 모든 부처님은 동일한 법신이기 때문에 그 귀의는 다 미쳐야 하고 홀로 석가 부처님께만 귀의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한 부처님만을 지칭하여 대경을 삼는다 하더라도, 말할 때의 이치로 보아서 그 귀의는 전체 부처님께 미쳐야 한다. 나머지 교법과 승가에 귀의하는 것도 그 이치로 보아 역시 그 귀의는 전체에 다 미친다.
【문】 불법의 경계는 티끌과 모래처럼 한량없거늘, 무엇 때문에 세 가지만을 말하면서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가?
【답】 만일 세 가지를 폐지하고 경계를 따른다면 경계는 따로따로라서 티끌과 모래처럼 많을 것이요, 만일 경계를 폐지하고 세 가지를 따른다면 세 가지 귀의에 모두 다 포섭되므로 곧 법계(法界)에 널리 통하게 된다.”
또 『대장엄경론(大莊嚴經論)』에서 말하였다.
“나는 옛날에 일찍이 들었다. 어느 한 비구가 늘 도둑을 맞았으므로 하루 동안 내내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런데 또 도둑이 와서 문을 두드리며 부르자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당신을 보게 도면 아주 놀라고 두려워집니다. 당신이 손을 이 창문 안에다 넣으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물건을 드리리다.’
그러자 도둑은 곧 손을 창문 안에다 넣어 주었다. 비구는 그 손을 줄로 홀쳐서 기둥에다 매어 놓고는 몽둥이를 가지고 문을 열고 나가서 한 번 내리치면서 말을 시켰다.
‘부처님께 귀의하겠다고 하라.’
도둑은 무서웠으므로 곧 그의 말을 따라서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
그러자 다시 두 번째 내리치면서 말을 시켰다.
‘교법에 귀의하겠다고 하라.’
도둑은 죽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다시 말하였다.
‘교법에 귀의하겠습니다.’
그러자 세 번째 내리치면서 또 말을 시켰다.
‘승가에 귀의하겠다고 하라.’
도둑은 역시 무서웠기 때문에 말하였다.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이 도인에게 귀의하라고 할 것이 얼마나 더 있을까? 만일 많이 있다면 틀림없이 풀려나지 못하겠구나.’
그는 몸도 피로하고 아픈지라 그만 출가를 하겠다고 빌어서 출가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도둑이었을 적에 갖가지 나쁜 행을 많이 지었었소. 무슨 일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닦게 되었습니까?’
그는 그 사람에게 대답하였다.
‘나 역시 불법의 이익을 관찰한 연후에야 출가하였습니다. 나는 어느 날 선지식(善知識)을 만났는데 그는 몽둥이로 나를 세 번 내리쳤습니다. 조금뿐이라서 목숨이 붙어서 끊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래ㆍ세존께서는 진실로 일체지(一切智)이십니다. 만일 제자들에게 4귀의를 가르쳤었다면 나의 목숨은 그 자리에서 끊어졌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일을 멀리 보셨기 때문에 비구에게 도둑을 세 번 내리치라고 가르쳐서 나를 죽지 않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귀의만을 말씀하셨고 사귀는 말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5) 수법부(受法部)
『비니모론(毘尼母論)』에 의거하면 3귀의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번사(翻邪)요, 둘째는 5계이며, 셋째는 8계요, 넷째는 10계이며, 다섯째는 대계(大戒)이다.[5계ㆍ8계ㆍ10계의 3귀의는 이 아래에 귀의하고 받는 글을
따로 실었다. 대계의 3귀의라 함은, 부처님께서 처음 사람을 제도하실 때 아직 갈마(羯磨)를 집행하기 이전에는 3귀의를 받고 계를 얻는 이도 있었고 ‘잘 왔도다[善來]하면서 계를 얻는 이가 있었다. 지금은 이 종(宗) 중에서 밝혔을 뿐이지만, 삿된 도를 믿은 지 오래라면 지금 새로 마음을 바꾸어 바른 불도에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먼저 3귀의를 받게 한 뒤에 참회를 시작하나니, 이것을 삿됨을 뒤집는[翻邪] 3귀의라 하였다. 그러므로 『지도론(智度論)』에서 이르되 ’먼저 3귀의를 받은 뒤에 참회를 시작한다. 만일 오랫동안 부처님을 믿고 있었다면 먼저 3귀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다만 5계와 8계와 3귀의에 의지하여 먼저 참회를 하고 나서 그 뒤에 3귀의를 받으며 그렇게 한 뒤에 계상(戒相)을 말한다’고 했다.]
『지도론』에 의거하건대, 올바르게 수지(受持)하고자 할 때에는 위의를 잘 갖추어 출가할 사람 앞에 가면, 계사(戒師)는 그에게 선과 악의 두 가지 법을 설명하여 그로 하여금 삿됨과 바름을 알게 함으로서 기쁨과 싫어함을 내어서 심신(心神)을 개척하게 한다. 그러한 뒤에 그에게 수계(授戒)를 하면서 말한다.
“나 아무개는 이 수명이 다하도록 부처님께 귀의하고, 교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하겠나이다.”[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게 한다.]
“나 아무개는 이 수명이 다하도록 부처님께 귀의하여 마치고, 교법에 귀의하여 마치며, 승가에 귀의하여 마치겠나이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게 한다.]
처음 3귀의를 마치면 곧 착한 법을 일으키고, 다음으로 세 번을 끝맺고 나면 몸과 입이 있을 뿐 가르침 없음[無敎]이 자기에게 귀속된다. 그러므로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이르되 ‘만일 순박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받으면 가르침과 가르침 없음[無敎]을 갖추게 되지만, 만일 경망한 마음으로 받으면 다만 그 가르침이 있을 뿐 그 가르침 없음은 없다’고 했다.[가르침[敎]과 가르침 없음[無敎]이란 말은 작계(作戒)와 무작계(無作戒)라는 말과 같다.]
(6) 득실부(得失部)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설하였다.
【문】 어느 사람이 남을 위하여 귀의계를 받는다면, 그 사람은 얻는 것이 되는가?
【답】 얻는 경우도 있고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시(迦尸) 여인은 벙어리라서 말을 할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그를 위하여 받았는데, 이는 얻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다면 귀의계를 얻지 못한다.
또 『대집경(大集經)』에서는 ‘임신한 여인이 태 안의 아이가 불안할까 두려워서 먼저 3귀의를 받는다면, 아이에게 해가 없고 낳은 뒤까지도 몸과 마음이 구족하며 선신(善神)이 옹호한다’고 했다.
【문】 한꺼번에 받거나 따로따로 받는 것은 어떠한가?”
【답】 두 가지 모두 다 된다. 그래서 『선견론(善見論)』에서 이르되 ‘받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따로따로 받으면서 말하기를 ≺나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 부처님께 귀의하여 마치나이다.[교법과 승가에 귀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고 하며, 둘째는 한꺼번에 받는 것이다.[앞에서 받는 것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고 했다.
만일 스승이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라고 말하라 가르칠 때, 제자가 바르지 않게 ‘아닌데[弗]에 귀의하나이다’라고 대답하거나, 또 스승이 ‘부처님께’라고 말하라 할 때 제자가 ‘아니다(弗)’라고 말하면 성립되지 않는다. 또 스승이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라고 말하라 가르칠 때, 제자가 ‘그러하겠습니다’라고 하거나, 혹은 말을 않고 잠잠히 있거나, 혹은 스승의 말을 따르기는 하나 자세하지 않거나, 또는 자기의 이름을 부르지 않거나 하면 모두 다 귀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나라의 중앙이나 변두리에 사는 사람은 말의 음이 같지 않으므로 서로가 알아듣지 못하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일을 지적하면서 가르쳐 알게 하면 성립된다. 마치 오랑캐 사람은 살생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승이 손으로 그를 붙잡고 칼로써 짐승에게 하는 시늉을 하면서 ‘너는 지금부터 다시는 이러한 살생을 해서는 안 된다. 너는 지닐 수 있겠느냐?’라고 할 때 그 오랑캐가 머리를 끄덕이거나 또는 ‘좋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역시 살생계를 받는 것이 성립되는 것과 같다.
【문】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 것은 어떠한가?
【답】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 ‘만일 제자가 먼저 교법을 부르고 나중에 부처님을 부르면 3귀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3보의 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어리석어서 분명히 알지 못하는 이가 좋은 마음으로 하되 차례가 틀리게 말을 하면 스스로 죄가 되지도 않고 3귀의도 성립되지만, 만일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뒤바꾸어 말하면 죄도 얻고 3귀의도 성립되지 않는다.
【문】 갈래[趣]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답】 『살바다론』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 ‘갈래는 다섯 갈래[五道]에 다 통하는데 모두 3귀의를 얻게 되며, 다만 중한 지옥만이 제외된다’고 했다. 그밖에 산간이나 나무 아래나 빈 들판이나 바닷가나 가볍게 속박된 지옥에서는 모두 귀의가 성립될 수 있으나 수계(受戒)하는 법이 없다. 또 『성실론(成實論)』에서 ‘다른 갈래에 있는 중생도 계율의(戒律儀)를 얻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경전에서는 모든 용도 하루의 계[一日戒]를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으니, 그러므로 얻을 수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 『선견론(善見論)』에서
‘용신(龍神)들은 3귀의와 5계를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살바다론』의 설명에서와 같이 용들은 업보 때문에 아는 바가 없으므로 수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경 가운데서 ‘8재(齋)는 받을 수 있되 그 선행만 더할 뿐이요 재(齋)는 얻지 못한다’고 한 것만은 제외된다.
또 『사분률(四分律)』에서 ‘용은 3귀의를 얻는다’고 말한 것은 마치 장사꾼 형제들이 다만 삿됨을 번복하는[翻邪] 3귀의만 얻을 뿐 그 계가 없는 것과 같다. 비록 율문 중에서 ‘용신 등은 3귀의를 받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다 같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그 뜻을 알아차려야 비로소 계를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어리석은 돼지나 양이나 메뚜기 따위의 곤충이나 조개들은 다 같이 귀의를 일으키지도 못한다.
【문】 점차로[漸] 하는 것과 단번에[頓]하는 것은 어떠한가?
【답】 『살바다론』에 의하건대, 점차로나 단번에 하는 것은 둘 다 되지 않는다.
【문】 만일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경론에서는 ‘한 마디 말로 하고 두 마디 말로 하는 우바새 등도 있다’고 하였는가?
【답】 그것은 금지하기 전이요 금지된 후에는 안 된다.
【문】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나 세 사람으로부터 각각 1귀의씩을 받을 수도 있는가?
【답】 안 된다.
【문】 1년 또는 2년 동안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답】 일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받는 것은 모두가 성립된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532 법원주림(法苑珠林) 89권 (0) | 2024.07.21 |
---|---|
[적어보자] #4531 법원주림(法苑珠林) 88권 (2) | 2024.07.21 |
[적어보자] #4529 법원주림(法苑珠林) 86권 (16) | 2024.07.20 |
[적어보자] #4528 법원주림(法苑珠林) 85권 (2) | 2024.07.20 |
[적어보자] #4527 법원주림(法苑珠林) 84권 (0) | 2024.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