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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32 법원주림(法苑珠林) 89권

by Kay/케이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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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89

 


법원주림 제89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87. 수계편 ③


6) 십선부(十善部)[여기에는 5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참회부(懺悔部) 수법부(受法部)
계상부(戒相部) 공능부(功能部)

(1) 술의부(述意部)
대체로 성인의 도는 멀어서 바라기 어렵고, 청정한 마음은 비근[近]해서 미혹되기 쉽다. 산의 터전은 한 삼태기에서부터 이루어지고, 부처의 생김은 첫 생각에서부터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만리(萬里)의 끝은 첫 걸음을 여의면 이룩하지 못하고, 3기(祇)의 공은 첫 마음이 아니면 성취하지 못하니, 이 때문에 길을 가는 사람은 발을 내딛되 항상 이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처음 배우는 이에게 열어 보이나니, 모름지기 10선(善)을 숭앙해야 한다. 지금은 5탁(濁)으로 어지러운 때라서 허물의 범함이 점점 더 나타난다. 짓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지으면 곧 극히 무거우니, 이것을 헤아린다면 어떻게 가벼이 여기겠는가? 마치 경에서 중한 죄를 범한 사람을 이 염부제(閻浮提)의 1만 6천 년에 비교함과 같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수명으로는 하루 낮과 밤에 해당되지만, 이 길고 긴 수명의 1만 6천 세를 염부제의 일월(日月)에 비교하면 921억 6만 년을 지나면서 아비(阿鼻)지옥에 있게 된다.
만일 다시 완고해서 불경을 믿지 않으면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 의거하건대 “8만 4천의 부모 등을 죽인 죄보다 더하니, 깊고 무거운 것이 헤아리기 어렵고 소멸시킬 수도 없다”고 했다. 도인이나 속인이 재일에 5계와 8계와 3취계(聚戒) 등을 받을 뿐 10선(善)을 논하면서도 도무지 받는 이가 없는 걸 자주 보는데
이는 진실로 스님들이 성인의 교법을 은닉하는 까닭이다. 도의 갈래[道分]를 크게 잃지 않게 하기 위하여 『미증유경(未曾有經)』에서는 말하였다.
“하품(下品)의 10선은 한 생각 동안을 말하고, 중품(中品)의 10선은 한 식경(食頃)을 말하며, 상품(上品)의 10선은 아침부터 한낮까지를 말한다. 이 시간 동안에 마음으로 10선을 생각하면 10악(惡)을 그치게 하기 때문이다. 야간(野干)이 마음으로 10선을 생각하면서 7일 동안 먹지 않다가 도솔천(兜率天)에 나게 되었다.”
또 『상생경(上生經)』에서 말하였다.
“내가 열반한 뒤에 4중(衆) 8부(部)가 제4천(天)에 나고자 하면 의당 1일에서 7일까지 그 하늘에 생각을 매어 두고 부처님의 금계를 지니면서 10선을 생각하고 10선의 도를 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공덕을 회향하면서 미륵불(彌勒佛) 앞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생각한 대로 가서 난다.”
7일이라고 한 것은 우선 시간이 길지 않다는 말이니, 이러해도 오히려 그 하늘에 날 수 있거늘 하물며 일생 동안 행하는데 어찌 못 나겠는가?
【문】 천상의 수승한 과보는 불가사의하거늘 어떻게 7일 동안에 그 큰복을 얻는다는 말인가?
【답】 착한 인연은 비록 미미하다 하더라도 아주 큰 과보를 얻는다. 마치 작은 횃불이 큰산을 태우고 하나의 선이 큰 악을 깨뜨리는 것과 같고, 또한 적은 등불이 온갖 어둠을 깨뜨리고 가벼운 햇빛이 무거운 이슬을 녹아 없애며 작은 아이가 큰 나무를 살릴 수 있는 것과도 같다. 세간의 일조차도 오히려 그렇거늘 하물며 선의 힘[善力]이겠는가?”

(2) 참회부(懺悔部)

自述
어리석은 범부는 참회를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는 다음과 같은 망령된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본다.
“내가 악을 짓지 않으면 그것이 곧 선이라 할 터인데, 어째서 나로 하여금 다시 참회를 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답】 큰 성인께서 교법을 일으키는 일에는 증거[符]와 인가[印]를 같이하는 법이다. 만일 행법을 받지 않으면 곧 공험(公驗)이 없게 되니, 이 때문에 원하고 빌면서 뭇 악을 짓지 않아야 하며 원에 의지하여 해를 일으켜야 잇고 받을 수 있다. 마치 소가 도달하는 힘이 있어서 수레를 끈다 하더라도 반드시 부리는 이가 있어야 도달하는 곳이 있는 것과 같다. 만일
미리 짓지 않다가 갑자기 선을 일으키면 안으로 궤칙이 없기 때문에 뒤에 죄의 인연을 만나면 문득 짓기를 그치지 않는다. 먼저 원이 없었기 때문에 뭇 악을 짓는 것이다.
큰 성인께서는 근기를 아시므로 선을 받게 하시는 것인데, 만일 ‘나는 악을 짓지 않으므로 그것이 곧 선이다’고 한다면, 너는 선을 짓지 않으므로 그것 또한 악이어야 한다. 마치 소와 말과 나귀와 노새 또한 살생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렇다고 한들 어찌 이것이 선이겠는가? 이들의 마음은 무기(無記)에 있으므로 죄업 또는 복업이 없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생각을 일으켜서 오롯한 뜻이 깊고 무거워야 비로소 업도(業道)가 성립되는 것이다.
『미증유경(未曾有經)』에서 말하였다.
“당시 외도 바라문의 부인으로 제위(提韋)라는 이가 있었다. 남편이 죽고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과 가난함을 꾸짖으면서 스스로 몸을 태워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서 오는 세상의 복을 구하고자 하였다. 그 때 변재(辯才)라는 도인이 있다가 제위 여인을 교화하려 하면서 말하였다.
‘가령 어떤 소가 수레가 싫증난다고 해서 수레를 부서지게 한다고 하자. 앞의 수레가 만일 부서지면 계속하여 뒤의 수레를 가져다가 그의 목에 멍에를 얹게 되는 것이니, 죄가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와 같아서 가령 백 천 만의 몸을 태워 없앤다 해도 죄업의 인연은 계속되면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아비(阿鼻)지옥에서 모든 죄인을 태울 때 하루 동안에 8만 번 죽었다가 8만 번 다시 살아나는 것과 같다. 1겁(劫)을 지난 뒤에야 마치게 되거늘, 하물며 그대가 지금 한 번 몸을 태워서 죄를 소멸시키려고 함이 어떻게 이치에 맞겠는가?’
그러자 제위가 아뢰었다.
‘어떠한 방편을 써야 죄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까?
변재가 대답하였다.
‘앞의 마음으로 지은 악은 마치 구름이 달을 가리운 것과 같고, 뒷 마음으로 선을 일으킴은 마치 횃불로써 어두움을 녹이는 것과 같다. 스스로 방법을 갖고 재앙과 죄업을 소멸시키면, 지금의 세상에서는 안온을 누리고 뒤의 세상에서는 좋은 곳에 나게 된다.’
제위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크게 기뻐지면서 근심과 두려움이 이내 없어졌다. 그리하여 집안의 노비와 권속 5백여 명을 거느리고 와서 그를 에워싸고 머리를 조아리고 공경하면서 합장하고
변재에게 아뢰었다.
‘존자께서 아까 말씀하신 것은 죄를 소멸하는 사유이온데, 원컨대 다시 저희들을 위하여 죄 없애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법대로 행하겠나이다.’
변재가 대답하였다.
‘죄를 일으키는 이유는 몸과 입과 뜻에서 나온다. 몸의 업[身業]으로서 착하지 않은 것은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삿된 음행을 하는 것이요, 입의 업[口業]으로서 착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과 이간질과 나쁜 말과 꾸밈말이며, 뜻의 업[意業]으로 착하지 않은 것은 질투하고 성을 내고 교만하고 삿된 소견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이 10악(惡)인데 악의 죄보(罪報)를 받는 것이다. 이제 한 마음의 뜨거운 정성으로 참회해야 하니, 과거의 세상에, 또는 지금의 몸으로 이와 같은 죄가 있으면 이제 모두 참회하면서 죄를 들추어내어라. 그러면 죄가 없어진다. 그리고 스스로 서원을 세워서 권속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들을 대신하여 참회할 것이며, 닦은 복과 선행을 온갖 고통 받는 중생에게 베풀어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하고 중생에게 있는 죄를 네가 대신 받아야 하리니, 이로 인하여 받은 몸으로 불도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참회하여 마치면, 다시 다른 선을 내려 주리니 부지런히 받들어 행할지어다.’
변재는 다시 그들을 위하여 10선의 법을 받게 하였다.”[자세한 것은 아래의 법과 같다.]
(3) 수법부(受法部)

自述
만일 계를 받고자 하면 반드시 출가한 5중(衆)의 앞에서 받아야 하며, 위의를 갖춘 뒤에 무릎 꿇고 합장하고서 계사(戒師)에게 청하며 말한다.
“저 아무개는 지금 대덕에게 저를 위하여 10선의 계사 아사리(阿闍梨)가 되어 주시기를 청하노니, 원컨대 대덕께서는 저를 위하여 10선의 계사 아사리가 되어 주십시오. 제가 대덕을 의지하여 10선을 받는 것은 대덕의 자비 때문입니다.”[이렇게 세 번 말한다. 비록 이같이 정한 글은 없지마는 대계(大戒)를 받을 때 계사를 청하는 것에 준한 것이므로 역시 잘못은 없다. 그리고 청하지 않고 이루어짐이 있다 하더라도 청하여 착함을 내는 것보다는 못하다. 그리고 이 10선은 바로 3승(乘)의 근본이요 인천(人天)의 좋은 약이라서 묘한 과보를 받게 된다. 진실로 계사로 말미암아 교훈을 받게 되거늘 어찌 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대중을 상대하여 일시에 같이 청한다 해도 역시 가능하다.]
여기서 받는 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을 대하면서 받는 법이요,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이 받는 법이다. 첫째, 사람을 대하면서 받는 법에 관해서는 경에 의거하여 간략하게 두 글[二文]을 인용해 본다.
우선
『미증유경(未曾有經)』에 의거하여 말한다.
“그대는 이제 성심껏 부처님께 귀의하고 교법에 귀의하며 비구 스님들께 귀의해야 하느니라.[이렇게 세 번 말한다.]
이제 의당 수명이 다하도록 10선의 도를 받아야 하느니라. 나의 제자 아무개는 지금부터 수명이 다하도록 살생을 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몸의 착한 업이니라. 거짓말과 이간질을 하지 말고 나쁜 말과 꾸밈말을 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입의 착한 업이니라. 질투하거나 성을 내지 말고 교만하거나 삿된 소견을 일으키지 말 것이니, 이것이 뜻의 착한 업이니라. 이것을 바로 10선의 계법이라 하느니라.”
두 번째, 『문수사리문경(文殊師利問經)』에 의거해서 10선을 받는 법을 보면, 여기의 10선은 출가한 사미(沙彌) 10계의 계문과 같다. 그러나 이 경의 뜻으로 볼 때 역시 재가(在家) 보살에게도 통하는 것이므로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 경에서는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 때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부처님께 귀의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면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대덕이여, 나 아무개는 보리(菩提)에 이르기까지 부처님께 귀의하겠으며, 보리에 이르기까지 교법에 귀의하겠으며, 보리에 이르기까지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이렇게 세 번 말한다.]
나 아무개는 이미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이미 교법에 귀의하였으며, 이미 승가에 귀의하였습니다.[이렇게 세 번 말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계상(戒相)을 받는다.
대덕이여, 나는 보살계(菩薩戒)를 지니겠습니다. 나 아무개는 보리에 이르기까지 중생을 죽이지 않겠으며, 중생을 죽인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도둑질을 하지 않겠으며, 도둑질을 한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삿된 음행을 하지 않겠으며, 삿된 음행을 한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겠으며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술을 마시지 않겠으며, 술을 마신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향과 꽃을 달지 않겠으며, 그러한 생각조차도 내지 않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풍악을 즐기지 않겠으며, 노래하고 춤춘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높고 넓고
큰 평상에 앉지 않겠으며, 큰 평상에 앉는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겠으며, 한낮이 지나서 먹는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보리에 이르기까지 금과 은[金銀生像]을 갖지 않겠으며 금과 은을 갖는다는 생각조차도 여의겠습니다. 나아가 6바라밀과 대자대비를 갖출 것입니다’ 하느니라.”
다음에는 자기 자신이 받는 법을 설명하겠다. 만일 출가한 사람 앞에서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그 재일(齋日)에 불상을 향하고 그 앞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참회한 뒤에 스스로가 착한 원을 세우면서 기한을 작정하며 받는다.
“저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교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하나이다.[이렇게 세 번 말한다.]
저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교법에 귀의하였으며, 승가에 귀의하였습니다.[이렇게 세 번 말한다.]”
다음에는 계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한다.
“저 아무개는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온갖 유정에 대하여 범부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크게 인자한 마음을 베풀면서 보리에 이르기까지 살생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사오며, 나아가 삿된 소견을 일으키지 않겠나이다.[이렇게 세 번을 말한다.]
저 아무개는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온갖 유정에 대하여 범부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크게 인자한 마음을 베풀면서 보리에 이르기까지 살생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원을 세워 마쳤사오며, 나아가 삿된 소견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원을 세워 마쳤나이다.”[이렇게 세 번을 말한다. 사람 앞에서 받을 때에도 이에 의거하여 받으면 된다. 비록 정문(正文)은 아니기는 하나 뜻에 준하여 볼 때 무방하다.]

(4) 계상부(戒相部)
『대반야경(大般若經)』[제473권]에서 말하였다.
“자기 스스로 10선업도(善業道)를 받아 지니고, 남에게도 권하여 10선업도를 받아 지니도록 권하며, 10선업도를 받아 지니는 법을 뒤바뀜 없이 드날리고, 10선업도를 받아 지닌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한다.”[5계ㆍ8계와 출가한 사람의 계 등도 다 이와 같이 자기 스스로 받기도 하고 지니기를 권한다.]
또 『문수문경(文殊問經)』에서 말하였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간(出世間)의 계에는 몇 가지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마음으로써 ≺남자와 여자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다≻라고 분별하면, 이 보살은 바라이(波羅夷)를 범하느니라.

만일 마음으로써 ≺축생과 귀신과 모든 하늘의 남자와 여자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다≻라고 분별하면, 이 보살은 바라이를 범하느니라.
만일 몸과 입의 행으로써 3승(乘)을 얻지 못하고 자비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 보살은 바라이를 범하느니라.
만일 몸과 입의 행으로써 3승을 얻지 못하고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겠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이 보살은 바라이를 범하느니라.
만일 몸과 입의 행으로써 3승을 얻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 보살은 바라이를 범하느니라.’”
또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반달[半月]마다 스스로 모든 불법의 계를 외우고 있다. 너희들 온갖 보살과, 10지(地)의 모든 보살도 이 계를 외울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요 보살도를 행하는 근본이니라. 만일 계를 받는 이로써 국왕과 왕자ㆍ백관ㆍ재상ㆍ비구ㆍ비구니ㆍ18범천(梵天)ㆍ6욕천(欲天)ㆍ서민ㆍ고자ㆍ음남(婬男)ㆍ음녀(婬女)ㆍ노비ㆍ8부귀신ㆍ금강신(金剛神)과 축생과 변화로 된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법사의 말을 이해만 하면 모두가 계를 받아 얻는 것이니, 누구나 제일 청정한 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불자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엄중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가 있나니, 만일 보살계를 받으면서 이 계를 외우지 않으면 보살이 아니요 부처의 종자가 아니니라. 나도 이와 같이 외우고 있나니, 일체 보살이 이미 배웠고 일체 보살이 장차 배울 것이며 일체 보살이 지금 배우느니라. 이제 간략하게 바라제목차의 모습을 설명하나니, 응당 배우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지닐지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야, 자기 스스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서 죽이게 하거나 방편으로 찬양하여
죽이거나 남이 죽이는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지 말 것이며, 나아가 주문으로 죽이지 말 것이며, 죽이는 업(業)과 죽이는 법(法)과 죽이는 인(因)과 죽이는 연(緣)도 짓지 말고, 나아가 온갖 목숨이 있는 것을 짐짓 죽이지 말 것이다. 이 보살은 응당 항상 머무르는 자비로운 마음과 효순(孝順)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방편으로 구호해야 하는데도 방자하게 원망하는 마음을 내어 중생을 죽인다면, 이것은 보살의 첫 번째 바라이죄니라.[바라이(波羅夷)라 함은 여기의 말로 극히 중한 죄라는 뜻이다.]
불자야, 자기 스스로 도둑질을 하거나 남을 시켜서 도둑질을 하게 하거나 방편으로 도둑질을 하지 말 것이며, 도둑질하는 업과 도둑질하는 법과 도둑질하는 인과 도둑질하는 연도 짓지 말고, 주문으로 도둑질을 하거나 귀신이든 사람이든 주인이 있는 것을 도둑질한 물건이나 온갖 재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바늘, 하나의 풀이라도 짐짓 도둑질을 하지 말 것이다. 보살은 응당 불성(佛性)과 효순하는 마음과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서 항상 온갖 사람들을 도와서 복을 낳고 즐거움을 낳아야 하는데도 도리어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두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음행하거나 남을 시켜서 음행하게 하거나, 나아가 온갖 여인들에게 짐짓 음행하지 말 것이며, 음행하는 인과 음행하는 업과 음행하는 법과 음행하는 연도 짓지 말 것이며, 나아가 축생의 암컷과 모든 하늘과 귀신의 여인과 그리고 길이 아닌 데[非道]에 음행하지 말 것이다. 보살은 응당 효순하는 마음으로 온갖 중생을 구제하면서 청정한 법을 사람들에게 주어야 하는데도 도리어 온갖 사람에게 음심을 일으켜서 짐승과 나아가 어머니ㆍ누이와 6친(親)을 가리지 않고 음행을 하면서 자비심이 없다면, 이것은 보살의 세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시켜서 거짓말을 하게 하거나 방편으로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이며, 거짓말하는 인과 거짓말하는 업과 거짓말하는 법과 거짓말하는 연도 짓지 말 것이며, 나아가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하고 본 것을 보지 않았다 하는 등, 몸과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이다. 보살은 항상 바른 말을 하고 중생에게도 바른 말과 바른 소견을 내게 해야 하는데도 도리어 온갖 중생에게 삿된 말과 삿된 소견과 삿된 행위를 일으킨다면, 이것은
보살의 네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술을 팔거나 남을 시켜서 술을 팔게 하지 말 것이며, 술을 파는 인과 술을 파는 업과 술을 파는 법과 술을 파는 연도 짓지 말 것이며, 술이라고 하는 것은 다 팔지 말 것이다. 이 술은 죄를 일으키는 인연이니, 보살은 응당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밝고 통달한 지혜를 낳도록 해야 하는데도 도리어 중생에게 뒤바뀐 마음이 나게 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다섯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입으로 출가한 보살이나 재가의 보살이나 비구ㆍ비구니의 죄과(罪過)를 말하거나, 남을 시켜서 죄과를 말하게 하는 연도 짓지 말 것이며, 죄과를 말하는 인과 죄과를 말하는 업과 죄과를 말하는 법과 죄과를 말하는 연을 짓지 말 것이며, 보살은 외도의 악인과 2승의 악인이 행하는 불법 중에서 법이 아니고 율(律)이 아닌 말을 듣는다 해도 항상 자비심을 내어 이 악인들을 교화하여 대승의 착한 믿음을 내도록 해야한다. 그런데도 보살이 도리어 스스로가 불법 중의 죄과를 말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여섯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입으로 자신을 칭찬하면서 다른 이를 헐뜯거나 또한 남을 시켜서 자신을 칭찬하면서 다른 이를 헐뜯거나 또한 남을 시켜서 자신을 칭찬하면서 다른 이를 헐뜯게 하지 말 것이며, 다른 이를 헐뜯는 인과 다른 이를 헐뜯는 업과 다른 이를 헐뜯는 법과 다른 이를 헐뜯는 연을 짓지 말 것이다. 보살은 온갖 중생을 대신하여 헐뜯음을 당하면서도 나쁜 일을 자기에게 돌리고 좋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자기의 덕을 찬양하고 다른 이의 좋은 일을 숨기면서 다른 이로 하여금 헐뜯음을 받게 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일곱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간탐을 부리거나 남을 시켜서 간탐을 부리게 하지 말 것이며, 간탐 부리는 인과 간탐 부리는 업과 부리는 법과 간탐 부리는 연도 짓지 말 것이다. 보살은 온갖 빈궁한 사람이 와서 구걸을 하면 그 사람이 바라는 대로 모두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보살이 나쁜 마음과 성내는 마음으로 한 닢의 돈ㆍ한 개의 바늘ㆍ한 잎의 풀만큼도 베풀지 않거나,
법을 구하는 이가 있는데도 그에게 한 글귀ㆍ한 게송ㆍ작은 티끌만큼의 한 법도 말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욕설을 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여덟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성을 내거나 남을 시켜서 성을 내게 하지 말 것이며, 성을 내는 인과 성을 내는 업과 성을 내는 법과 성을 내는 연도 짓지 말 것이다. 보살은 응당 온갖 중생에게 선근과 다툼이 없는 일을 내게 하고 항상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런데도 도리어 온갖 중생과 중생이 아닌 것에 이르기까지 나쁜 말로 욕설을 하거나, 손으로 때리고 칼과 몽둥이로 때리면서 그 뜻이 오히려 쉬지 않거나, 앞 사람이 뉘우치면서 좋은 말로 용서를 비는데도 오히려 성을 내면서 풀지 않는다면, 이것은 보살의 아홉 번째 바라이죄니라.
불자야, 자기 스스로 3보를 비방하거나 남을 시켜서 3보를 비방하게 하지 말 것이며, 비방하는 인과 비방하는 업과 비방하는 법과 비방하는 연도 짓지 말 것이다. 보살은 부처님을 비방하는 외도나 악인의 한 마디 말을 들어도 마치 3백 개의 창으로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여겨야 하거늘, 하물며 제 입으로 비방하고 믿는 마음과 효순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서 도리어 악인과 삿된 소견을 낸 사람을 돕겠느냐. 이것은 보살의 열 번째 바라이죄니라.
만일 모든 인(仁)을 잘 배우는 이라면, 보살의 열 가지 바라제목차를 응당 배워야 한다. 이 중의 한 조목을 작은 티끌만큼도 범하지 않아야 하거늘 하물며 열 가지 계를 모두 범하겠느냐? 만일 범함이 있다면 현재의 몸으로는 보리의 마음을 낼 수도 없고, 또한 국왕의 지위와 전륜왕의 지위를 잃게 될 뿐더러 비구, 비구니의 지위도 잃고 10발취(發趣)와 10장양(長養)과 10금강(金剛)과 10지(地)와 불성이 항상 머무르는 묘한 지위도 잃게 되며, 온갖 것을 다 잃고 3악도(惡道) 안에 떨어져서 2겁ㆍ3겁 동안 부모와 3보의 이름도 듣지 못하게 되리니, 이 때문에 낱낱의 것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 모든 보살은 지금 배우고 장차도 배울 것이며 이미 배웠으리니, 이 열 가지 계는 응당 배우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지닐지니라.
8만 위의품(威儀品)을 자세히 설명하리라.”[이 10계를 배운 뒤에는 다시 48가지 경법(輕法)이 있는데 아울러 배워야 한다. 글이 번거로우므로 여기에서는 기술하지 않았으니, 배울 이는 그 글을 볼 것이다.]

(5) 공능부(功能部)
『대집경(大集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어진 이가 살생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모든 중생에 대하여 두려움이 없음을 얻는다. 둘째는 모든 중생에 대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얻는다. 셋째는 악한 습기(習氣)를 끊는다. 넷째는 모든 조그마한 병이나 괴로운 일에 결단력(決斷力)이 있게 된다. 다섯째는 수명이 길게 된다. 여섯째는 비인(非人)의 보호를 받는다. 일곱째는 깨어 있을 때나 잘 때 늘 안온하면서 모든 나쁜 꿈이 없다. 여덟째는 모든 원수가 없다. 아홉째는 악도(惡道)가 두렵지 않다. 열 번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善道]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살생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廻向)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無上智]를 증득하며 보리에 이를 때에 그의 국토는 모든 살해를 여의고 오래 사는 중생들이 그 국토에 태어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둑질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큰 과보를 갖추어서 일에 결단력이 있게 된다. 둘째는 온갖 재물을 다른 이들과 함께 소유하지 않는다. 셋째는 5가(家)와 함께 하지 않는다. 넷째는 뭇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면서 싫어함이 없다. 다섯째는 여러 곳을 여행할 적에 어려운 재난이 없다. 여섯째는 가고 오고 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다. 일곱째는 즐거움을 보시한다. 여덟째는 재보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속히 얻는다. 아홉째는 얻은 재산이 흩어지지 않는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도둑질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이 오래지 않아서 보리를 얻을 때 그의 국토에는 갖가지 꽃과 열매와 나무와 숲과 의복과 영락 등 장엄의 도구들이 두루 갖추어지면서 값진 보물들이 충만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삿된 음행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모든 감관을 다스리는 율의(律儀)를 얻는 일에 결단력이 있게 된다. 둘째는 음욕을 여의고 청정한 데에 머무르게 된다. 셋째는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넷째는 뭇 사람들이 기뻐하고 좋아한다. 다섯째는 뭇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한다. 여섯째는 정진을 능히 일으킨다. 일곱째는 나고 죽는 허물을 보게 된다. 여덟째는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한다. 아홉째는 항상 법 구하기를 좋아한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삿된 음행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얻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는 사람을 낳는 생식기가 없고 여인의 생식기도 없으므로 음욕이 행해지지 않으면서 모두가 다 변화로 나게[化生]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짓말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뭇 사람이 보증하고 위임하면서 말한 바를 모두 믿는다. 둘째는 온갖 곳과 나아가 모든 하늘에 이르기까지 하는 말이면 꼭 알맞게 된다. 셋째는 입에서 향기가 풍기는 것이 마치 우발라꽃[優鉢羅華]과 같다. 넷째는 인간ㆍ천상 가운데서 혼자만이 증명을 한다. 다섯째는 뭇 사람이 사랑하고 공경하면서 모든 의혹을 여읜다. 여섯째는 항상 진실한 말만을 한다. 일곱째는 마음과 뜻이 청정하다. 여덟째는 항상 아첨하는 말이 없고 말을 하면 반드시 근기에 맞다. 아홉째는 항상 기쁨이 많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거짓말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는 사람을 낳는
생식기가 없고 온갖 묘한 보배 향기가 항상 그 국토에 가득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간질[兩舌]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몸이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둘째는 권속이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셋째는 착한 벗이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넷째는 믿음이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고 고르고 한결같다. 다섯째는 법이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여섯째는 위의가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일곱째는 사마타(奢摩他)가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여덟째는 삼매(三昧)가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아홉째는 지혜[忍]가 파괴됨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이간질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 있는 온갖 권속을 온갖 악마와 원수와 다른 패거리가 파괴할 수 없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쁜 말[惡口]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부드러운 말씨를 얻는다. 둘째는 말이 굳건하다. 셋째는 말이 이치에 맞다. 넷째는 말이 아름답고 윤이 난다. 다섯째는 말을 하면 꼭 알맞다. 여섯째는 말이 정직하다. 일곱째는 말에 두려움이 없다. 여덟째는 말을 감히 업신여기지 못한다. 아홉째는 말이 법답고 청아하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나쁜 말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서는 법의 음성[法聲]이 가득 차며 모든 나쁜 말을 여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꾸밈말[綺語]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하늘과 사람이 사랑하고 공경한다. 둘째는 총명한 사람이 따라 기뻐한다. 셋째는 항상
진실한 일을 하기 좋아한다. 넷째는 총명한 사람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지라 같이 살면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섯째는 말을 들으면 잘 알아차린다. 여섯째는 항상 존중하고 사랑하고 공경함을 받는다. 일곱째는 아란야처(阿蘭若處)를 좋아하게 된다. 여덟째는 성현이 잠자코 계시는 것을 좋아한다. 아홉째는 악인을 멀리 여의고 성현을 친근한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꾸밈말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는 단정한 중생이 태어나며 오래도록 잘 기억하고 잊지 않으면서 즐거이 머무르며 욕심을 여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탐욕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몸의 감관에 결함이 없다. 둘째는 입의 업이 청정하다. 셋째는 뜻이 산란하지 않다. 넷째는 수승한 과보를 얻는다. 다섯째는 큰 부귀를 얻는다. 여섯째는 뭇 사람이 보기를 좋아한다. 일곱째는 얻은 바 과보를 권속이 파괴할 수 없다. 여덟째는 항상 총명한 사람과 함께 모인다. 아홉째는 법의 음성을 여의지 않는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탐욕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는 악마와 원수와 그리고 모든 외도를 여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성냄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온갖 성을 내지 않는다. 둘째는 재물 모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셋째는 뭇 성인이 기뻐하고 좋아한다. 넷째는 항상 성인과 함께 서로 모인다. 다섯째는 이익되는 일을 얻는다. 여섯째는 얼굴 모습이 단정하게 생긴다. 일곱째는 중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쁨을 낸다. 여덟째는
삼매를 얻는다. 아홉째는 몸과 입과 뜻의 광택이 고르고 부드럽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성냄을 그만두게 되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고 보리에 이를 때, 그의 국토에는 모든 중생이 삼매를 얻고 그 나라에 태어나는 이는 마음이 극히 청정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삿된 소견을 그만두게 되면 열 가지 공덕을 얻느니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심성이 부드럽고 착하며 벗들이 어질다. 둘째는 업보가 있음을 믿어서 목숨을 빼앗길지라도 온갖 악을 일으키지 않는다. 셋째는 3보를 공경하고 믿으며, 설령 생활하기 위해서라도 천신(天神)을 믿지 않는다. 넷째는 바른 소견을 얻어서 괴이한 일을 하지 않으며, 또한 좋은 날과 길(吉)한 때를 간택하지 않는다. 다섯째는 항상 인간ㆍ천상에 태어나면서 모든 악도를 여읜다. 여섯째는 항상 복과 덕을 즐기므로 총명한 사람들이 칭찬을 한다. 일곱째는 세속의 예의를 버리고 항상 성인의 도를 구한다. 여덟째는 단견(斷見)을 여의고 인연(因緣)의 법에 든다. 아홉째는 항상 바르게 나아가고 바르게 발심하는 사람과 서로 함께 모이고 만난다. 열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착한 갈래에 가서 나게 된다.
어진 이들아, 이것을 삿된 소견을 그만두면 얻는 열 가지 공덕이라 한다. 만일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면 이 사람은 속히 6바라밀(波羅密)이 원만하게 되어서 청정한 불국토에서 정각(正覺)을 이룰 것이며, 보리를 증득한 뒤에 그의 불국토에는 공덕과 지혜와 온갖 선근으로 장엄한 중생들이 와서 나고 천신(天神)을 믿지 않고 악도의 두려움을 여의며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도로 착한 갈래에 태어나느니라.’”

7) 삼취부(三聚部)[여기에는 13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손익부(損益部) 간덕부(簡德部)

참회부(懺悔部) 수법부(受法部) 청증부(請證部)
계상부(戒相部) 권청부(勸請部) 수희부(隨喜部)
회향부(廻向部) 발원부(發願部) 우열부(優劣部)
수사부(受捨部)

(1) 술의부 (述意部)
대저 10선(善)과 5계(戒)는 반드시 형상으로 받아야 하되 보살정계(菩薩淨戒)는 마음으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그 계법은 이치[理]가 넓고 일[事]이 깊다. 집에 있는 이나 출가한 이가 평등하게 받는 것이니, 지혜의 싹이 이로 인하여 이루어지고 선정의 물이 이를 따르면서 가득히 찬다. 반드시 6도(度)를 장엄하게 되고 4등(等)을 영락으로 꾸미게 되므로 비록 기둥과 집이 아직 이룩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터와 섬돌은 벌써 광대해져 있다.
이 계본(戒本)이 한나라 땅에 흘러 온 시초는 진(晋)나라 말(末)이다. 중천축(中天竺) 사문 담무참(曇無讖)이 이 계경(戒經)과 우바새법(優婆塞法)을 가지고 동쪽으로 유사(流沙)를 건너 와서 장(章)과 조목을 추려내어 계본을 만들었다. 양주(凉州)의 도진(道進) 법사란 이는 도의 마음이 뛰어났고 지혜의 힘이 높으셨는데 유사에 계가 전해 왔음을 듣고 돈황(燉煌)으로 달려가서 몸소 영접하였다. 계법이 도래한 그 당시에는 그의 스승이 없었으므로 이에 삼가 경문에 의거하여 스스로 서원하고 받은 것이니, 그 때의 양주에서는 도인이나 속인을 막론하고 모두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 전에 그 절의 도랑(道朗) 법사는 도진이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는 꿈을 꾸었다. 또 승니(僧尼)와 청신사(淸信士) 10여 명도 모두 같은 꿈을 꾸었으므로 서로가 징험을 말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도진이 돌아왔는데 과연 이 계를 받고 있었다. 도랑은 나이와 덕이 높았으므로 서토(西土)에서는 명망이 대단한 분이었다. 이미 대승을 좋아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서로운 꿈을 꾸었으므로 마음 속으로 아주 기뻐하면서 도진으로부터 계를 받고 보살의 수승한 경지에 이르러 3승(乘)을 뛰어넘었다. 드디어 자신의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진의 법 제자가 되었으며, 아울러
이름과 덕망이 있는 비구ㆍ비구니와 청신사ㆍ청신녀 들이 차례로 업을 받았는데 3천여 명이나 되었다.
양주 자사(凉州刺使)가 도진의 계행을 듣고 스승의 예로써 받들었으니, 이때부터 보살계의 법이 대중에게 유포되었다. 이때부터 흑(黑)과 백(白)이 의지하였고 받는 이가 한량이 없었으니, 이 감로(甘露)가 대천(大千)세계에 고루 내리기를 원하면서 삼가 이 글을 지어 그의 시말(始末)을 기록할 뿐이다.

(2) 손익부(損益部)
『영락경(瓔珞經)』에 의거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佛子)야, 지금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온갖 계의 근본을 맺으리니, 이른바 3취계(聚戒)가 그것이니라.
불자야, 10무진계(無盡戒)를 받고 나면 그것을 받은 이는 4마(魔)를 제도하고 삼계(三界)의 고통에서 뛰쳐나가나니, 이 생(生)으로부터 저 생에 이르기까지 이 계를 잃지 않으며 항상 수행하는 사람을 따르면서 성불할 때까지 가느니라.[『범망경(梵網經)』에서 이르되 ‘10무진계라 함은 첫째, 살생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 자신을 칭찬하면서 남을 헐뜯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 집에 있는 이나 출가한 이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 탐내지 않는 것이며, 아홉째, 성내지 않는 것이요, 열째, 3보를 비방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을 10무진계라 한다.]
불자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체 중생이 이 보살계를 받지 않으면 정식(情識)이 있다고 하지 못하며, 짐승과 다름이 없으므로 사람이라 하지 못한다. 항상 3보의 바다를 여의고 있으므로 보살이 아니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니, 짐승이라 하고 삿된 소견을 지닌 이라 하며 외도라 하게 되므로 사람의 정식에 가깝지 않다.
그러므로 알라. 보살계는 받는 법만이 있고 버리는 법은 없나니, 범함이 있어도 잃지 않고 미래 세상 끝까지 다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보살계를 받고자 하면, 법사는 먼저 그를 위하여 해설해 주어서 그로 하여금 좋아하고 집착하게 한 연후에야 받게 한다. 또 법사가 온갖 국토 안에서 한 사람을 교화하여 출가하게 하고 보살계를 받게 하면, 이 법사의 복은 8만 4천의 탑을 조성한 것보다 뛰어나거늘, 하물며 다시 두 사람, 세 사람, 내지 백 사람, 천 사람이겠느냐. 그 복의
과보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이 법사는 부부간이나 6친(親) 간에도 서로서로 될 수가 있다. 그것을 받는 이는 모든 부처님의 경계와 보살의 수 안에 들게 되어서 3겁의 나고 죽는 고통을 뛰어나는 것이니, 이 때문에 받아야 한다. 있으면서 범하는 것은 없어서 범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또 범하므로 보살이라 하는 것이요 범하지 않으면 외도라 한다. 이 때문에 1분(分)의 계를 받으면 1분의 보살이라 하고 내지 2ㆍ3ㆍ4ㆍ10부분을 받으면 완전히 계를 받은 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다하면 계 또한 다하지만, 마음이 다함이 없기[無盡] 때문에 계 또한 다함이 없다. 6도(道)의 중생이 계를 받아 얻는 것은 단지 말만 이해하면 계를 얻어서 잃지 아니한다.’”
또 『선생경(善生經)』에서 말하였다.
“두 가지 인연이 있으면 보살계를 잃는다. 첫째는 보리 마음에서 물러나는 것이요, 둘째는 으뜸가는 나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인연을 여의면 다른 생, 즉 지옥ㆍ축생ㆍ아귀 가운데서도 끝내 계를 잃지 않는다. 만일 후세에 다시 보살계를 받을 때에는 새로 얻었다고 하지 않고 열어 보여서 밝고 깨끗하게 한다[開示瑩淨]고 한다.”
또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하였다.
“그때 지혜로운 이가 시방의 부처님을 향하여 계를 받는 사람을 위해 갈마(羯磨)를 하고 나면,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은 멀리서 이 사람을 보시고는 아들이라는 생각과 아우라는 생각을 내시면서 모두 다 마음을 드리워 가엾이 여기며 보호하신다. 불ㆍ보살이 멀리서 보호하기 때문에 계를 받는 사람의 공덕을 더욱 자라게 해서 선한 법을 잃지 않게 한다.
그리고 계를 받는 사람은 온몸의 털구멍이 정수리에서 발에 이르기까지 마치 시원한 바람이 몸에 들어가서 온몸이 두려워지고 떨리는 것처럼 되면, 받는 사람은 그 계상(戒相)이 은연중에 갖추어지는 줄 알아야 한다.
그때에는 10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바른 법의 눈[法眼]으로써 수행한 이 사람에게 진실한 마음이 있음을 보시는 것이니, 석가모니불은 성스러운 무리
속에서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저 세계 안의 아무 국토의 아무개 보살이 지혜 있는 아무개에게 보살계를 청하는구나.’
그리고 이 사람에게 법사가 없으면 ‘내가 그를 위해 법사가 되리라’고 하시나니, 그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야, 남에게 계를 줄 때는 오직 7역죄(逆罪)만을 제외시키나니, 이는 보살계를 받지 못한다. 5역죄 외에 화상(和尙)과 아사리(阿闍梨)를 살해하는 것이 보태진다. 그리고 온갖 국왕과 왕자ㆍ대신ㆍ백관ㆍ비구ㆍ비구니ㆍ신남(信男)ㆍ신녀(信女)ㆍ음남ㆍ음녀와 18범천ㆍ근(根)이 없는 이ㆍ남녀의 추니[二根人]ㆍ고자ㆍ노비와 온갖 귀신ㆍ금강신ㆍ축생과 돌연변이로 된 사람에 이르기까지 법사의 말만 이해하면 모두가 계를 받을 수 있다. 또 몸에 입은 가사(袈裟)는 모두가 괴색(壞色)으로 해서 외도와는 서로 다르게 해야 하느니라.’
또 말씀하셨다.
‘불자야, 태자가 국왕의 지위를 받으려고 할 때와 전륜왕이 왕위를 받으려고 할 때와 백관이 지위를 받으려 할 때에는 먼저 보살계를 받아야 온갖 귀신이 왕의 몸과 백관의 몸을 보호하게 되며, 모든 부처님께서도 기뻐하신다. 계율을 얻게 된 뒤에는 효순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으로 상좌(上座)와 화상과 아사리와 대덕과 배움을 같이하는 이와 소견을 같이하는 이와 수행을 같이하는 이들을 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살이 도리어 교만한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과 업신여기는 마음으로 일어나서 영접하거나 전송하지 않고 예배하지도 않아서 낱낱이 법답지 않은데, 그런데도 또 공양하고자 할 때는 자신의 몸을 팔아서 나라와 성안의 남녀에게 7보의 온갖 물건으로써 공급해야 하는데,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경구죄(輕垢罪)를 범하느니라.’”

(3) 간덕부 (簡德部) [이 아래의 모든 문(門)에서는 모두 『지지론(地持論)』에 의거하여 이 계법을 기록한 것이다.]
공손히 성인의 교법을 찾아보건대, 받는 규범이 만 갈래이나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매 『지지론』의 말씀이 가장 추요(樞要)로 여겨져서 이제 일단 거기에 의거하여 큰
테두리를 기록한다. 하지만 그를 본떠서 나의 생각대로만 한 것이므로 어찌 감히 남까지 그렇게 하라고야 하겠는가.
대체로 논(論)에서는 계를 받는 일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첫째는 제자와 계사(戒師)와 천리(千里) 안에 7중(衆)이 함께 있는 것이다. 그리고 7중 안에서는 비구가 가장 으뜸이며, 비구 안에서도 기숙(耆宿)으로 정하는 것이 더욱 좋다. 그리고 기숙의 덕에는 다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법을 같이하는 보살이니, 종성(種姓)이 갖추어졌음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원을 세운 보살이니, 발심이 두루 갖춘 이를 말한다. 셋째는 지혜가 있고 능력이 있고 말을 잘하고 설명을 잘하고 잘 외우고 잘 지니는 이이니, 필경에는 그 모두가 동일한 것임을 나타낸다. 대개 이 세 가지 덕을 갖추어야 스승이 될 수 있으며 만일 이런 행이 전혀 없으면 스승으로서 적임이 아니다. 제자도 역시 종성과 발심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계 받는 것을 허락한다.
둘째, 스승을 청하는 것에 대해서 『보현관경(普賢觀經)』에서 말하였다.
“장차 보살계를 받고자 하면 먼저 부처님과 보살을 청하여 스승으로 삼는 것이니, 이렇게 청한다.
‘제자 아무개 등은 널리 법계의 중생에 미치기까지 석가여래를 받들어 청하여 화상(和尙)을 삼겠사오며, 문수사리보살을 받들어 청하여 아사리(阿闍梨)를 삼겠사오며, 미륵보살을 받들어 청하여 교수사(敎授師)를 삼겠사오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청하여 증명사(證明師)를 삼겠사오며, 시방의 보살을 받들어 청하여 우리의 도반(道伴)으로 삼겠사옵니다. 저희들은 이제 대승의 심히 깊은 묘한 이치에 의지하면서 부처님께 귀의하옵고, 교법에 귀의하오며, 승가에 귀의하나이다.’[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이렇게 청하여 스승을 얻으면, 그 다음에는 허락을 받기 위해 계율을 받고자 하는 이는 위의를 갖추어서 계사에게 예배한 뒤에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저희는 대덕에게 보살계를 받고자 하오니, 대덕께서는 저희들을 꺼리거나 수고롭다 마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십시오.’[세 번 말한다.]
계사가 대답한다.
‘좋습니다.’
이렇게 허락한 뒤에는 곧 『방광경(方廣經)』과 마덕륵가(摩德勒伽)의 논과 5명(明)의 논 등을 배우게 함으로서
범하고 범하지 않는 것과 물들고 물들지 않는 것과 부드러움ㆍ중간ㆍ으뜸의 것과, 그리고 42계(戒)를 알게 하며, 또한 모두 외우게 한 연후에 부처님 앞에서 받게 해야 한다.
만일 먼저 대승을 배운 이면 즉시 허락하면서 받게 할 것이므로 이런 예(例)와는 같지 않다. 이를테면 계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에 혹은 3년, 혹은 1백 일, 혹은 하루 동안 도량 안에서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3세(世)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온갖 큰 지위의 보살에게 예배한다. 불ㆍ보살에게 예배한 뒤에는 그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3취(聚) 공덕을 생각하며, 그리고 계사에게 예배하고 나서 무릎 꿇고 몸을 굽히고는 이런 말을 한다.
‘원컨대, 대덕께서는 저에게 보살계를 주십시오.’[세 번 말한다.]
이렇게 말한 뒤에는 청정한 마음을 오래 기르는 것은 계를 얻는 데에만 있지 다른 생각에는 없다.”

(4) 참회부(懺悔部)
대체로 청정한 법을 받아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속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야 얻고 받을 수 있으니, 무릇 마음을 더럽히는 때[垢]는 미혹[迷]과 장애[障]일 뿐이다. 미혹이란 3보가 없다고 비방하는 것이요, 장애란 널리 10악(惡)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제 참회하는 이로 하여금 바로 이 두 가지를 참회하게 해야한다.
또 『범망경(梵網經)』에 의하건대, 만일 계를 가르치는 법사가 계를 받고자 하는 사람을 보면 응당 화상과 아사리의 두 스승을 청하도록 가르쳐야 하고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대는 7차죄(遮罪)가 있는가?”
만일 현재의 몸으로 7차죄가 있으면 스승은 주어서는 안 되며, 7차죄가 없으면 얻어 받는다. 만일 10계를 범함이 있으면, 참회를 가르치되 불ㆍ보살의 형상 앞에서 날마다 여섯 때에 10계와 48경계(輕戒)를 외우게 한다. 만일 3세의 천 부처님께 공경하고 예배하면 좋은 조짐을 보게 되니, 7일이나 14일ㆍ21일 나아가 1년 동안에 반드시 좋은 조짐이 보인다. 부처님께서 와서 정수리를 어루만져 주시거나 광명이 빛나거나 갖가지 기이한 모양을 보기도 하나니, 이렇게 되면 곧
죄가 소멸하게 된다. 만일 좋은 조짐이 없으면 비록 참회한다 하더라도 이익이 없으므로 현재의 몸으로는 역시 계를 얻지 못한다.
만일 일찍이 계를 받았다가 혹시 48경계를 범한 이는 상대방에게 참회하면 죄는 소멸되지만 7차죄와는 같지 아니하다. 또 만일 계를 받고자 할 때에는 이렇게 묻는다.
“현재의 몸으로 7역죄(逆罪)를 짓지 않았는가?”
7역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계를 받게 하지 못한다. 7역죄란 첫째는 부처님 몸에서 피를 내는 것이요, 둘째는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이며, 셋째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이요, 넷째는 화상을 살해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아사리를 살해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갈마전법륜승(羯磨轉法輪僧)을 깨뜨리는 것이며, 일곱째는 성인을 살해하는 것이다. 만일 7차죄를 갖추면 그 몸으로는 계를 얻지 못하며, 그 밖의 모든 사람은 계를 받게 된다.
출가한 사람의 법은 국왕을 향하여 예배하지 않고 부모를 향하여 예배하지 않으며, 6친(親)을 향하여 예배하지 않고 귀신을 향하여 예배하지 않는다. 법사의 말을 이해하는 이가 백 리ㆍ천 리를 와서 법을 구할 때에 보살인 법사가 악한 마음과 성내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의 계를 주지 않으면 경구죄를 범한다.
“제자 아무개는 우러러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여쭈옵니다. 제자는 본래 의식이 생긴 때로부터 지금의 몸에 이르기까지 제 자신이 3보를 믿지 않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3보를 믿지 않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러한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오며, 혹은 제 자신이 3보를 업신여기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3보를 업신여기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러한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오며, 혹은 제 자신이 3보를 침해하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3보를 침해하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러한 것을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옵니다.
혹은 또 제 자신이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러한 것들을 보고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오며, 혹은 제 자신이 거짓말과 이간질과 나쁜 말과 꾸밈말을 하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거짓말과 이간질과 나쁜 말과 꾸밈말을 하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러한 말들을 하는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오며, 혹은 제 자신이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기도 하며, 혹은 남을 시켜서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하기도 하며, 혹은 그러한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기도 했을 것이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또는 남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보살계를 잃었으면서도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했사오니, 지금 부처님 앞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참회하옵니다. 원하옵건대 이 여러 죄가 영원히 끊어져서 남음이 없게 하옵소서. 지극한 마음으로 온갖 모든 부처님께 공경 예배하나이다.”

(5) 수법부(受法部)
이 문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 종성(種姓)을 정하는 것이요, 둘째는 그 발심(發心)을 정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 점돈(漸頓)을 정하는 것이요, 넷째는 바르게 계를 받게 하는 것이다.
첫째의 것을 묻는다.
“그대 아무개 선남자ㆍ선여인은 법의 언니[法姊]요 법의 누이[法妹]로서 그대들이 보살임을 인정하는가?”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계사는 앉거나 서서 물어도 된다. 앉아서 해도 되는 까닭은 계사가 늙었으면 힘이 없기 때문이다. 서서 해도 되는 까닭은 계사가 젊었으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개라 함은 대개가 그의 부모나 스승이 지어준 이름이요, 번영한 가문이나 황제나 태수(太守)ㆍ현령(縣令) 등의 존칭(尊稱)으로 부르는 이름이 아니다. 설령 그렇게 부르면 계가 발생되지 않으며 다만 법을 배반하고 인정을 따른 것일 뿐이니, 도를 존중한다는 의식이 아니다.
둘째의 것을 묻는다.
“보살의 원을 세웠는가?”
대답한다.
“이미 세웠습니다.”
보살의 원이라 함은 바로 도심(道心)의 다른 이름이다.
세 번째 점돈(漸頓)을 묻는다.
『보살선계경(菩薩善戒經)』에서 우파리(優波離)가 보살계의 법을 물은 것에 의거한다.
“보살마하살이 계법을 성취하여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면, 먼저 우바새계와 사미계와 비구계를 완전하게 배워야 한다. 만일 우바새계를 갖추지 않은 채 사미계를 얻는 것은 옳지 못하며, 또 사미계를 갖추지 않은 채 비구계를 얻는 것도 옳지 못하며, 이와 같은 세 가지 계를 갖추지 못한 이가 보살계를 얻는 것도 옳지 못하다.
비유하면 마치 4층으로 된 누각의 차례와 같으니, 1층을 경유하지 않고 2층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며, 2층을 경유하지 않고 3층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며, 3층을 경유하지 않고 4층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 의거해 말한다.
“만일 사미계를 받고자 하면 먼저 우바새계의 5계를 받을 것이요, 만일 비구의 구족계(具足戒)를 받고자 하면 먼저 사미의 10계를 받을 것이다. 마치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려면 얕은 데서부터 깊은 곳에 이르는 것처럼, 불법의 큰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아야 한다.”
만일 어려운 일이 있어서 점차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단번에 비구의 구족계를 받고자 하면, 역시 세 가지 계를 얻고 그런 뒤에 받게 되면 작은 죄를 얻는다.[앞의 보살계에 준하면 역시 그와 같이 해야 한다. 『지지론(地持論)』에 의하면 ‘단번에 대승의 마음을 일으켜서 바로 보살계를 받아도 된다’고도 했다.]
넷째의 바르게 계를 받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사가 묻는다.
“그대 선남자ㆍ선여인은 나에게 온갖 보살계인 이른바 율의계(律儀戒)와 섭선법계(攝善法戒)와 섭중생계(攝衆生戒)를 받고자 하는가? 이 모든 계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온갖 보살이 머무르고 머무를 바의 계이니, 과거의 온갖 보살이 이미 배웠고 미래의 온갖 보살이 장차 배울 것이며 현재의 온갖 보살이 지금 배운다. 그대는 받을 수 있겠는가?”
대답한다.
“받을 수 있습니다.”[세 번 말한다.]
지금 말한 선남자(또는 선여인)라 하는 것은 한 사람일 때 한하며, 만일 많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아무개 등’이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법을 받는 것을 밝히겠다. 만일 덕행이 있는 사람인데도 상대해서 받을 만한 사람이 없으면, 이 수행하는 이는 의당 위의를 갖추고 불상 앞에 가서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무릎 꿇고 아뢴다.
“저 아무개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높은 지위에 든 모든 보살님께 아뢰옵니다. 저는 이제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 앞에서 온갖 보살계인
이른바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를 받자옵니다. 이 모든 계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온갖 보살이 머물렀고 머무를 바의 계로서 과거의 온갖 보살이 이미 배웠고 미래의 온갖 보살이 장차 배울 것이며 현재의 온갖 보살이 지금 배우나이다.”[세 번 말한다.]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계사로부터 받으면 좋은 조짐을 빌리지 않아도 되나니, 계사는 점차로 서로 이어받아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불상 앞에서 스스로 서원하며 받는 이는 반드시 좋은 조짐을 얻어야 비로소 계를 받을 수 있나니, 계사로부터 받지 않는 것이라서 스스로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성인의 가피(加被)를 청하여서 선정 가운데서나 꿈속에서나, 또는 깨어 있는 동안에 좋은 조짐을 느끼고 얻어서 성인의 가르침과 상응한 이라야 얻게 된다. 만일 계를 받은 이가 다만 자신의 입으로 서원을 세우고 기한을 약정하여 받는 말씨와 법을 적용만 하면 계사에 의하여 계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

(6) 청증부(請證部)
이미 계를 받아서 얻으면 곧 증명(證明)을 청해야 하니, 먼저 보살에게 청하고 나중에 부처님께 청한다. 처음 보살에게 청한다 함은 높은 지위[大地]의 보살을 말한다. 높은 지위라 함은 종성지(種姓地)와 해행지(解行地)와 나아가 10지(地)이니, 보현(普賢) 나아가 현수(賢首)보살 등이다.
받은 사람은 무릎을 꿇고 있고, 계사가 일어나서 시방의 모든 보살들에게 예배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제자 아무개는 우러러 시방의 높은 지위에 계시는 작은 티끌 수처럼 많은 모든 보살과 문수사리ㆍ금강당ㆍ공덕림 보살께 여쭈옵니다. 이 아무개 보살들은 아무 나라 세계의 아무 가람(伽藍) 아무 불상 앞에서 저 아무개에게서 세 번 말하여 보살계를 받았기에 저는 증명을 하나이다.”[세 번 말한다.]
모든 부처님께 청한다 함은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말한다. 우선 한 군데를 가리켜 보건대, 동방에는 선덕불(善德佛)이요 나아가 하방에는 명덕불(明德佛) 등의 여러 부처님이시다.
“첫 번째 큰 스승께서는 현재 아시고 보시고 깨달으시므로 온갖 중생을 현재 아시고 보시고 깨달으십니다. 지금 아무개 보살이 아무 세계의 아무 가람 아무 불상 앞에서 저 아무개에게서 세 번 말하여 보살계를 받았기에 저는 증명을 하나이다.”[세 번 말한다.]
이렇게 아뢰었기 때문에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과 높은 지위의 보살 앞에서 으레 상서로움이 나타나는 것이니, 혹은 광명이 있기도 하고, 혹은 시원한 바람이 있기도 하고, 혹은 묘한 향기가 있기도 하다. 이런 상서로움이 나타나기 때문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 아무개 보살에게 아들이라는 생각을 내시고 높은 지위의 보살은 아우라는 생각을 일으킨다. 아들이라는 생각과 아우라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보살이 계를 받은 이후에 범하게 되어도 이내 인자한 마음과 사랑하는 생각으로 참회하게 하고, 오로지 정밀한 생각에 머물러서 굳게 지니어 범하지 않게 하며, 나아가 보리에 이르기까지 끝내 물러남이 없게 한다.
그리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와 온갖 청정한 10력(力)과 4무외(無畏)와 3념처(念處)와 3불호업(不護業)과 대비(大悲)와 잊음이 없는 법[不忘法]을 구족하게 하고 모든 습기를 끊어 없애며, 온갖 종류의 미묘한 지혜와 140의 특수한 법[不共法]을 모두 다 갖추어 원만하게 하며, 대자비의 수레를 타고 시방을 노닐면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되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않나니, 그 결과 온갖 중생이 다 함께 이익을 같이 한다.

(7) 계상부(戒相部)
대개 큰 성인께서 사람을 제도하지만 그 공(功)은 오직 계에 있을 뿐이다. 무릇 계를 논할 때 가장 요긴한 것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집에 있는 이의 계이니, 5계와 8계가 그것이다. 둘째는 출가한 이의 계이니, 10계와 250계가 그것이다. 셋째는 도인과 속인이 공통으로 행하는 계이니, 3취정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3취정계에는 다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의 갖가지 성품[戒種種性]이 그것이요, 둘째는 계의 마음[戒心]과 보리의 마음[菩提心]과
4무량(無量)이 그것이며, 셋째는 계행(戒行)과 6도(度)와 4섭(攝)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6도와 4섭을 위의(威儀)에 따를 때는 3취(聚)라 하고, 행위(行位)를 따를 때는 7이 된다고 하며, 덕위(德位)에 따를 때는 마침내 7지(地)와 13주(住)라 하리니, 무릇 이와 같은 설(說)은 모두 이 계법에서는 같지 아니하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계체(戒體)의 종요(宗要)를 기술했는데, 이제부터는 행하는 이[行者]에 대하여 널리 밝히겠다. 이미 계를 얻고 나면 모름지기 계상(戒相)을 알고, 그 받은 때를 알며 경하고 중함과 공능의 많고 적음을 요달해야 하며 아울러 외워 지니면서 잊지 않게 하여야 한다.
“저 보살계 제자 아무개는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 아무 때로부터 아무개 계사에게서 『지지론(地持論)』에 의하여 보살의 3취정계를 받아 얻었습니다. 그 3취정계란 무엇인가? 첫째는 섭율의계(攝律儀戒)이니, 악을 여의지 않음이 없으면서 도를 증득하는 행[證道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단덕(斷德)의 인(因)이어서 마침내 법신(法身)을 이루니, 그치는 것이 지니는 것이요 짓는 것이 바로 범하는 것이므로 가르침을 따라 받들어 닦으면서 삼가고 하지 않겠습니다. 둘째는 섭선법계(攝善法戒)이니, 선을 쌓지 않음이 없으면서 도를 돕는 행[助道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지덕(智德)의 인이어서 마침내 보신(報身)을 이루니, 짓는 것이 지니는 것이요 그침이 바로 범하는 것이므로 가르침을 따라 받들어 닦으면서 행의 덕을 이루겠습니다. 셋째는 섭중생계(攝衆生戒)이니, 중생마다 제도하지 않음이 없으면서 도에 머무르지 않는 행[不住道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은덕(恩德)의 인이어서 마침내 응신(應身)을 이루니, 짓는 것이 지니는 것이요 그침이 바로 범하는 것입니다.
섭율의계에서는 악에 네 가지가 있을 뿐입니다. 첫째는 이익을 위하여 짐짓 자신을 칭찬하면서 남을 헐뜯지 말 것이니, 부끄러워함이 없는[無慚] 바라이(波羅夷)입니다. 둘째는 짐짓 인색하면서 눈앞의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니, 부끄러워함이 없는 바라이입니다. 셋째는 성내는 마음으로 중생을 때리고 욕설을 하면서 그 사람이 용서를 비는데도 그의 참회를 받지 않는 것이니, 부끄러워함이 없는 바라이입니다. 넷째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대승을 비방하는 것이니, 부끄러워함이 없는 바라이입니다. 이는
통상 3취에서 여의어야 할 허물과 능히 여의는 이의 바탕을 밝히는 것이니, 몸ㆍ입ㆍ뜻의 업(業)의 생각입니다.
섭선법계에서는 선을 쌓지 않음이 없어서 몸ㆍ입ㆍ뜻의 선과 듣고[聞]ㆍ생각하고[思]ㆍ닦는[修] 세 가지 지혜와 열 가지 바라밀[十波羅密]과 8만 4천의 도를 돕는 행이니, 가르침을 따라 받들어 닦으면서 해의 덕을 이루겠습니다.
섭중생계에서는 4무량(無量)으로 마음을 삼고 4섭(攝)으로 행을 삼습니다. 4무량이라 함은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이니, 비(悲)로는 괴로움을 모두 구제하고, 자(慈)로는 즐거움을 가득히 주며, 희(喜)로는 중생을 위로하여 괴로움을 여의게 함으로서 필경에는 쾌락의 법이 만족하게 하고, 사(捨)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이 행한 곳을 행하고 부처님이 도달한 곳에 이르게 해야 바야흐로 사(捨)의 마음이 생깁니다.
4섭으로 행을 삼는다 함은 보시(布施)와 애어(愛語)와 이익(利益)과 동사(同事)입니다. 보살이 장차 만물을 거두어 주려 하면 먼저 재물로써 구제하여 그의 괴로움을 면하게 하고, 다음에는 사랑하는 말[愛語]로써 그의 마음을 깨우쳐 주어 그로 하여금 말과 행을 믿고 이해하게 합니다. 이익으로 거두어 주는 것은 먼저 믿고 이해함[信解]에 의거한 다음에 행(行)을 일으키게 합니다. 행이란 계율ㆍ선정ㆍ지혜 등을 일컫는 것으로서 모두를 받들어 닦게 하는 것이니, 이 행이 이익을 거두어 줍니다. 동사라 하는 것은 수행이 이미 원만해져서 구르고 의거함으로서 끝내 3신(身)을 성취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지지론』에서 이르되 ‘보시와 애어로는 아직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고 행의 이익으로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이를 성숙되게 하며 함께 하는 이익으로는 아직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위에서 나열한 것을 계 받은 이로 하여금 외우게 함으로서 계를 받은 시절(時節)과 계사에 의하여 받은 가르침을 알게 하며, 그리하여 간략하게나마 지님[持]과 범함[犯]을 알게 한다.


自述
이미 계를 받았으면 경에 의거하여 또한 6중(重)과 8중(重) 등의 계를 알아야 한다. 처음의 6중이라는 것을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 의거하여 말하겠다. 우바새가 계를 받아 지닌 뒤에는 하늘과 사람과 나아가 개미 새끼조차도 모두 죽이지 말아야 한다. 만일 계를 받은 뒤에 입으로 가르쳐서
죽이게 하거나 자기 자신이 죽이면 이 사람은 곧 우바새계를 잃는 것이라서 오히려 난법(暖法)조차도 얻지 못하게 되거늘 하물며 네 가지 사문의 과위[沙門果]이겠는가. 이것을 첫째의 무거운 계라 한다.
이와 같이 도둑질을 하지 말 것이요, 거짓으로 ≺나는 부정관(不淨觀)을 얻었다≻고 말하지 말 것이며, 삿된 음행을 하지 말 것이요, 4중(衆)의 온갖 허물을 말하지 말 것이며, 술을 팔지 말 것이다. 만일 이 계들을 깨뜨리면 곧 우바새계를 잃는 것이라서 오히려 난법조차도 얻지 못하게 되거늘, 하물며 네 가지 사문의 과위이겠는가. 이를 여섯 가지 무거운 계[六重]라 한다.
두 번째 8중의 계라는 것은 『보살선생경(菩薩善戒經)』에 의거하여 말하겠다. 보살에게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집에 있는 이의 6중이요, 둘째는 출가한 이의 8중법이다. 만일 하나하나의 중한 법을 범하면 현재에 한량없고 위없는 보리를 장엄할 수 없을 뿐더러 마음으로 하여금 고요하게 할 수 없다. 이를 이름붙여서 이름만의 보살[名字菩薩]이라 하고 도의에 어그러진 보살[非義菩薩]이라 하나니, 이를 보살 전다라(旃陀羅)라 한다.
보살의 마음에는 상ㆍ중ㆍ하가 있다. 만일 나중의 4중(重)에서 하와 중의 마음으로 범하면 범한 것이라 하지 않지만, 상의 나쁜 마음으로 범하면 이는 상을 범한 이라 한다. 이른바 네 가지 일을 즐거이 짓는 것이니, 마음에 부끄러워함이 없고, 참회할 줄 모르고, 죄를 범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파계(破戒)한 이를 찬양하는 것을 상의 나쁜 마음으로 범한다고 한다. 보살이 비록 이와 같은 4중을 범한다 하더라도 끝내 보살계는 잃지 않는다.[8중이라 함은 비구의 4중 뒤에 ‘보살은 이익을 탐내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 등을 더한 것이다. 앞의 네 가지 바라이와 같은 것에 처음 4중을 첨가하면 곧 8중이 된다.]
『범망경(梵網經)』과 『지지론(地持論)』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던 이 보살계를 받으면 42경구계(輕垢戒)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을 간략하게 몇 가지를 약술하거니와 그 밖의 것은 자세히 경문에 있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였다.
“불자야, 항상 일심으로 이 계를 받아 지니고 독송하면서 살가죽을 벗겨 종이를 삼고,
피를 찔러서 먹을 삼고 골수를 내어 물을 삼고, 뼈를 부러뜨려 붓을 삼아서 부처님의 계를 쓰고 베껴야 한다. 또 나무와 가죽의 껍질과 종이와 비단 등에도 모두 써서 지니면서 항상 7보와 값비싼 향과 꽃과 온갖 보배로 상자를 만들어 그 계율 책을 담아야 한다. 그리하여 법답게 공양하지 않으면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불자야, 칼과 몽둥이와 활과 화살을 쌓아두거나 가벼운 저울과 작은 말을 사용해서 판매하거나 관리의 권세를 빌어서 남의 재물을 가져가거나 해칠 마음으로 묶어 놓고 남의 성공을 파괴하거나 고양이ㆍ삵ㆍ돼지와 개를 기르지 말 것이니, 만일 짐짓 기르면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불자야, 나쁜 마음으로 온갖 남녀와 싸움터 등의 다툼을 보지 말 것이며, 또한 온갖 음악을 듣거나 장난을 치거나 노름을 하거나 도둑질로 생활하지 말 것이니, 만일 짐짓 지으면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불자야, 이익을 위하여 나쁜 마음으로 남자ㆍ여자와 재물과 여색을 판매하거나 자기 손수 음식을 만들거나 자신이 갈고 방아를 찧거나 점과 관상으로 길흉을 보거나 주술(呪術)로 재주를 부리거나 매[鷹]를 길들이거나 독약을 섞거나 하면 도무지 인자한 마음이 없는 것이니,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만일 악한 마음으로 스스로 3보를 비방하면서도 거짓으로 친한 척하고 입으로는 공(空)을 말하면서도 행동은 유(有) 안에 있으며, 또 외도와 온갖 악인과 도둑이 불ㆍ보살과 부모의 형상을 판매하거나 경률(經律)을 판매하거나 승니(僧尼)를 판매하는 것을 보았을 때, 보살은 이런 일을 보면 방편을 써서 교화하여 속죄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속죄하도록 하지 않으면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이미 간략하게라도 지님과 범함을 알고 나면 곧 예배하고 물러나야 한다. 그러므로 『지지론』에서 이르되 “계를 받은 이는 부처님께 한 번 예배하고 높은 지위의 보살에게 한 번 예배해야 한다”고 하였다. 예법(禮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나, 이치로 보아서 통상의 예배에 준하여 3배(拜)하면 더욱 좋다.


(8) 권청부(勸請部)

自述
법사가 자리에 오르고 나서 찬패(讚唄)를 하고 공양할 때나 장차 대중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연설하려 할 때에는 성인의 가피(加被)를 빌려야 널리 풀이할 수 있다. 대중도 동시에 마음을 내서 성인의 가피를 청하면, 시방의 듣고 설하는 범부와 성인의 두 무리에게 관심(觀心)을 가하여 안으로는 수승한 지혜를 더하게 하고 밖으로는 언변을 더하게 해 주어야 비로소 알고자 하는 근기를 알 수 있어서 말하는 바가 뒤바뀜이 없다. 또 듣는 이에게 가해 주면 일심으로 공경하면서 뒤바뀜이 없이 듣는다.
그러므로 『아함경(阿含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듣는 이가 단정히 보는 것이 마치 목마른 이가 물을 마시듯
일심으로 말과 뜻 속으로 들면
법을 듣고 뛰놀면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나니
그런 사람이면 가(可)히 말해 줄 수 있다.

또 모든 부처님께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시기를 함께 청하는 것이니, 시방세계는 응당 모든 부처님을 이루어서 생각생각마다 세간에 출현하여 그 수량을 뛰어 넘어야 한다. 앞의 생각이 이미 그러하므로 뒤의 생각도 역시 그러하다. 즉 모두가 청함을 기다려서 말씀하시는 것이니, 시방의 범부와 성인은 법계의 집에 있으면서 모두가 함께 오래 사시면서 바른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범부와 성인은 사람을 공경하고 법을 존중하면서 마음이 지극히 정성스러우므로 모든 부처님께서는 근기에 따라 청을 받으시면서 바른 법륜을 굴리신다. 따른다 함은 모든 부처님께서 근기에 따라 청을 받아 법륜을 굴리실 때 우리와 성인들처럼 항상 미리 권하고 청하는 무리에게는 그저 지나쳐버림이 없으시다. 왜냐 하면 생각생각마다 항상 권하고 청하는 까닭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법을 들어서 깨쳐 알아서 삿됨을 버리고 바름에 들어가게 하고 범부를 초월하여 성인이 되게 함으로서 무시이래로 남을 가르쳐 악을 짓게 하고 다른 이의 선행을 파괴하고 다른 이의 수승한 이익을 빼앗고 불ㆍ법ㆍ승을 비방하는 것과 같은 티끌과 모래처럼 많은 우리의 업장(業障)을 다스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중생은 법을 들은 뒤에는 깨달아 들어가 증득하고는 차츰차츰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 인도하되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끊어짐이 없다.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에서 말하였다.

시방의 온갖 부처님으로서
현재 도를 이루신 이께
저는 청하옵나니, 법륜을 굴리시어
모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소서.

시방의 온갖 부처님께서
만일 수명을 버리시려 하시면
저는 이제 조아리고 예배하면서
오래오래 사시기를 권하옵니다.


自述
앞의 게송은 부처님께서 바른 법륜을 굴리시어 지혜를 더욱 자라게 함으로써 무시 이래로 자기 스스로 지었거나 남을 시켜서 법을 비방한 우리의 죄를 다스려 주시기를 청한 것이요, 뒤의 게송은 부처님께서 오래오래 사시면서 사람들의 공양을 받고 복업을 더욱 자라게 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지었거나 남을 시켜서 부처님을 비방한 우리 악업의 죄를 다스려 주시기를 청한 것이니, 이것은 곧 복과 지혜에 대한 것이다.

원컨대 저의 몸과 마음이
마치 밝고 깨끗한 거울 같이 되어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자재하게 그 속에 나타나게 하소서.

저 하나하나의 세계 바다에
모든 부처님 몸이 가득 차 계시나
모든 부처님 몸을 진실되게 관찰하면
진실로 가고 옴이 없으십니다.

저마다 수승한 광명을 놓으시니
미묘하여 사의(思議)하기 어려운데
저의 번뇌를 비추어 없애 줌이
마치 해가 이슬을 녹이는 것과 같습니다.

번뇌가 없어지게 된 뒤에는
시방의 부처님을 실지로 뵈옵고
한 분 한 분의 부처님 앞에서
공양에 오시기를 청하옵나니
몸과 마음이 아직 다하지 않으면
권하고 청함을 쉬지 않으리이다.

다시 원하옵나니, 저의 몸과 마음이
마치 청정한 법계와 같아서
하나하나의 털구멍 안에서
부처님의 구름이 유출(流出)되게 하소서.

부처님의 구름은 불가사의라
두루 중생들을 덮으시리니
그들이 보고 듣고 함에 따라서
뜻대로 안락을 받으리이다.

중생의 세계가 만일 다하면
심연(心緣)의 세계도 다하게 되리니
원컨대 저도 마음속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출현이 쉼이 없게 하소서.

(9) 수희부(隨喜部)
가만히 생각건대, 내가 닦는 바
보시 등의 모든 선근은
모두 법계에서 흘러나오며
이는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시는 바이네.

나의 어리석음과 비루함을 헤아리면
항상 모든 악을 없애야 할 터인데

왜 이리도 해는 저물어만 가는가.

보시 등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으면
스스로 드물게 얻은 바를 경하하며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으리.

모든 중생들이 범부의 선행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손가락을 한 번 튀길 동안이라도
내 마음은 모두 따라서 기뻐하리라.

하물며 모든 큰 보살들이
온갖 바라밀을 이루게 되어서
모든 지(地)의 도를 만족함이리오.

따라서 응당 흠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경하하고 기뻐하면서
모든 법장(法藏)에 머리 조아리리라.

(10) 회향부(廻向部)
죄 중에서도 큰 죄를 짓고
악 중에서도 큰 악을 지은 자
모든 중생 안에서도
오직 나 한 사람뿐이리라.

스스로 모든 부처님의 힘과
그리고 중생의 선근이 아니면
나 자신이 지은 업으로써는
자기 죄가 녹기를 바란다 해도
어찌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네.

그러므로 지은 바 그대로의
모든 선근을
감히 사사로이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중생에게 돌려보내네.

그리고 다시 중생을 위하여
저 베푼 바 선(善)을 가져다
큰 보리로 회향(廻向)하여서
마지막의 해탈을 이루게 하리.

그들이 이미 성불한 뒤에는
저마다 모두 자재한 힘으로써
다 함께 나를 거두어 주어서
보리의 도를 행하게 하고
부처님의 경계에 들게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 가운데서
맨 마지막에 정각(正覺)을 이루리니
이 때문에 몸과 마음 깨끗이 하여
큰 회향에 머리를 조아리네.

(11) 발원부(發願部)[처음에 있는 열 가지 큰 원은 『섭론(攝論)』에서 나온 글이며, 그 아래의 모든 원은 모두 이 사람이 지은 것이다.]
“첫째는 공양에 관한 원[供養願]이니, 수승한 인연의 복전(福田)인 스승과 법주(法主)에게 공양하게 되기를 원한다.
둘째는 받아 지님에 관한 원[受持願]이니, 수승하고 미묘한 정법(正法)을 받아 지니게 되기를 원한다.
셋째는 전법륜에 관한 원[轉法輪願]이니, 대중의 모임 가운데서 일찍이 없었던 법륜을 굴리게 되기를 원한다.
넷째는 수행에 관한 원[修行願]이니, 온갖 보살의 바른 행을 말씀하신 대로 수행하게 되기를 원한다.
다섯째는 성숙에 관한 원[成熟願]이니, 이 기세계(器世界)의 중생들에게 3승(乘)의 선근이 성숙하게 되기를 원한다.

여섯째는 받들어 섬김에 관한 원[承事願]이니, 모든 불국토에 가서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늘 공손히 섬기게 되면서 바른 법을 듣고 받게 되기를 원한다.
일곱째는 청정한 국토에 관한 원[淨土願]이니, 자기 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바른 법과 수행을 잘하는 중생이 편안히 존립하게 되기를 원한다.
여덟째는 여의지 않음에 관한 원[不離願]이니, 온갖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여의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행을 얻게 되기를 원한다.
아홉째는 이익에 관한 원[利益願]이니, 온갖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중생에게 이익 되는 일을 지으면서 헛되이 지나쳐버림이 없게 되기를 원한다.
열째는 정각의 원[正覺願]이니, 일체 중생들이 동일하게 위없는 보리를 얻고서 항상 불사(佛事)를 짓게 되기를 원한다.

나는 넓고 길고 한량이 없는
큰 땅이 되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참으로 귀의할 곳이 되기를 원하나니

무릇 어떤 이도 수용하게 되면
대치(對治)하는 도를 성취하여서
모든 망상(妄想)의 의식을 소멸하고
보리의 마음이 나고 자라며
매우 깊고 장애가 없이
수용하되 다함이 없게 하소서.

나는 여덟 가지 공덕을 두루 갖춘
큰 물이 되기를 원하나니
오직 중생의 마음만을 씻어
번뇌와 모든 때가
모두 다 마침내 청정하여져서
부처님의 보리가 만족하게 하소서.

나는 해와 달과 모든 별빛처럼
큰 불이 되기를 원하나니
차고 언 지옥[寒氷地獄]을 태워 다하고
캄캄한 나라를 두루 비추어서
거기에 있는 모든 중생을
남김 없이 구제하여 거두어 주고
모두 다 도(道)를 볼 수 있으며
온갖 허물에서 해탈하게 하소서.

나는 은밀하게 허공에 가득 차있는
큰 바람이 되기를 원하나니
모든 열뇌(熱惱)가 있는 곳이면
부채질을 하여 시원하게 함으로써
담연(淡然)히 안락을 느끼게 하소서.

나는 고요하면서도 장애가 없는
허공이 되기를 원하나니
모든 중생을 받아 들이되
남음이 전혀 없게 하며

그 어떤 이라도 수용하는 이면
모두가 두 가지 나 없음[二無我]을 얻어서
공삼매(空三昧)의 즐거움으로
서로 함께 재미있게 즐기게 하소서.

나는 중생 세계를 두루 덮는
약수의 왕[藥樹王]이 되기를 원하나니

보고 듣고, 그리고 약을 먹으면
병이 낫고 뭇 독이 소멸하게 되고

독이 소멸되고 병이 다 나은 뒤엔
번뇌 또한 모두 없어지게 되고
다음에는 진여(眞如)의 맛으로써
부처님의 법신(法身)에 충만하게 하소서.
나는 빛깔과 향기와 좋은 맛을 갖춘
음식이 되기를 원하나니
모든 중생들 앞에서
일체를 다 나투어 보이며

그들이 맛을 보고 좋아함에 따라
일체가 다 만족하게 함으로서
생사(生死)의 끝에 이르러
이 음식이 그 때에야 소화되게 하소서.

나는 가볍고 부드럽고 색깔이 미묘한
의복이 되기를 원하나니
크고 작은 몸을 따라 크기는 알맞고
따듯하고 서늘함이 뜻에 맞으며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에게 베풀되
결정적으로 하나도 남는 일 없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마음이 청정하여
미묘한 장엄을 구족하게 하소서.

원컨대 저는 전생과 지금의 몸으로 심은 이 선근을 온갖 가없는 중생에게 베풀어줌으로서 함께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오며, 저의 이 원이 생각생각마다 더욱 자라서 태어나는 세상마다 항상 마음에 매여 있고 끝내 잊지 않음으로서 항상 다라니(陀羅尼)의 수호를 받게 하소서.”

(12) 우열부(優劣部)
생각건대 집에 있는 이가 계를 지니는 데는 무릇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하(下)요, 둘째는 중(中)이요, 셋째는 상(上)이요, 넷째는 상상(上上)이다. 만일 현재의 쾌락을 위하고 나쁜 이름이 두렵거나, 혹은 한 집안의 법을 위하고 다른 이의 뜻을 따라 돕거나, 혹은 괴로운 일을 피하고 모든 재난을 여의기 위해서라면 이는 하의 사람으로서 계를 지니는 것이요, 만일 세간의 복과 낙을 위하여 계율을 굳게 지니면 이는 중의 사람으로서 계를 지니는 것이며, 만일 모든 법의 덧없음을 위하여 고통을 여의려 하고 무위(無爲)로써 항상 열반을 즐기면 이는 상의 사람으로서 계를 지니는 것이요, 만일 중생을 가엾이 여기면서 오로지 불도를 구하면서 모든 법을 분명히 알고 깊이 실상(實相)을 관하면서 악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승한 즐거움을 구하면 이는 상상의 사람으로서 계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하로 계를 지니는 이는 인간 안에 태어나고, 중으로 계를 지니는 이는 6욕천(欲天) 안에 태어나고, 상으로 계를 지니는 이는 4선(禪)과 4공정(空定)을 행하여 무색계(無色界)의 청정한 하늘에 태어난다. 또 하로 청정하게 계를 지니면 아라한의 도를 얻고, 중으로 청정하게 계를 지니면 벽지불의 도를 얻고, 상으로 청정하게 계를 지니면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스승이 두려워서 계를 지니면 하로 지니는 계라 하고, 스승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를 지니면 중으로 지니는 계라 하며, 악도가 두려워서 계를 지니면 이는 상으로 지니는 계라 한다.”

(13) 수사부(受捨部)
대승의 보살계에는 세 가지가 있나니, 앞의 3취정계(聚淨戒)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계를 받은 뒤에는 마음과 함께 하는 것이니, 마음은 후제(後際)가 없기 때문에 계를 잃지 아니한다.
또 『선계경(善戒經)』에서 말하였다.
“두 가지 인연이 있으면 보살계를 잃는다. 첫째는 보리의 마음에서 물러나는 것이요, 둘째는 뛰어나게 나쁜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인연을 여의면 몸을 버리고 다른 세상과 지옥ㆍ축생에서라도 계를 잃지 않는다. 나중에 만일 다시 받아도 새롭게 받는다고 하지 않으며 열어 보여서 밝고 맑게 한다[開示瑩淨]고 하기 때문에 오래간다.
또 『우바새오계위의경(優婆塞五戒威儀經)』에서 말하였다.
“모든 대덕은 일심으로 자세히 들으십시오. 나는 이제 3세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일체 중생을 성취하고 이익케 하는 공덕의 계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와 같이 보살계에 머무는 이가 만일 바로 앞의 4바라이(波羅夷)를 범하면 보살이라고 하지 못하며, 현재의 몸으로 보리를 장엄할 수 없을 뿐더러 마음으로 하여금 고요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이는 보살인 듯하지만 진실한 보살이 아닙니다.
범하는 데는 세 가지가 있나니, 연(軟)ㆍ중(中)ㆍ상(上)입니다. 만일 연ㆍ중의 마음으로 범하면 이는 잃는다고 하지 않지만, 뛰어난 상의 마음으로 범하면 이는 잃는 것이라 합니다. 어느
것을 상이라 하는가? 만일 위의 네 가지를 범하고 자주자주 범하기를 좋아하고 마음에 부끄러워함이 없고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지 않으면, 이것을 상의 범함이라 합니다. 보살이 비록 위의 네 가지 일을 범한다 하더라도 영원히 잃는 것은 아니니, 비구가 4중(重)을 범하면 곧 영원히 잃게 되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보살이 그렇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비구는 4중을 범하면 다시는 받을 길이 없지마는 보살은 비록 범한다 하더라도 벗어나서 다시 받을 수 있으니, 이 때문에 같지 않습니다.
만일 소승의 계에 의거하면 네 가지 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집에 있는 이가 받는 5계와 8계요, 둘째는 출가한 이가 받은 10계와 250계입니다. 이 네 가지는 한 번 받고 나면 몸과 함께 하는 것이므로 몸이 존재하면 계가 있고 몸이 없어지면 계도 없어집니다. 그러므로 대승의 계보다 짧습니다.”
『비담론(毘曇論)』에 의거하여 말하였다.
“별해탈계(別解脫戒)를 버리는 것[捨]에도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작법(作法)으로 버리고, 둘째는 목숨을 마치면서 버리고, 셋째는 선근을 끊으면서 버리고, 넷째는 남녀의 추니가 되어서 버리게 된다.”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말하였다.
“만일 재계(齋戒)를 받은 뒤에 핍박을 받는 나쁜 인연을 만나서 계를 버리고자 하면, 반드시 출가한 사람 곁에서 버릴 필요는 없고 어느 한 사람에게 가서 버려도 좋다.”

自述
만일 계를 범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 있어서 급히 그것을 범하게 되면 차라리 버리는 것이 나으니, 그것이 도리어 그를 위하여 뒷날에 허물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논에서 말하였다.
“만일 5계 중에서 하나의 중계(重戒)를 범하면 8계를 받지 못하고, 만일 8계 중에서 하나의 중계를 범하면 출가하여 10계를 받지 못하고 나아가 구족계 역시 받지 못한다.”
말한 바 4중계라 함은 5전(錢) 이상의 것을 훔치면 중죄가 되는 것이요, 처소가 아닌 데[非處]서 음행을 하는 것이요, 사람을 죽이는 것이요, 자칭 성인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계를 범하면 곧 중계를 범한다고 한다.
계율 가운데는 참회하는 법이 없다. 만일 방등(方等)의 대승경 등에 의거하면 바야흐로 열어서 참회를 받지만, 역시 모든 계사는 허락하지 않는다. 우바새 등을 향해 4중을 말하면 자칫 착오를 일으킬까 두려워서이다. 만일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계를 받은 사람 앞에서 펼쳐 보이라고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만일 버릴 때에는 어느 한 사람 앞에서 버려도 되니, 도인ㆍ속인을 불문하고 모두 성립한다.
【문】 받을 때에는 반드시 출가한 사람 앞에서 받아야 하는데, 버릴 때에는 속인 앞에서도 된다는 것인가?
【답】 계를 받고자 하는 것은 마치 산에 올라가 보배를 캐는 것과 같은 것이므로 점점 어렵지마는, 계를 버리고자 하는 것은 마치 비탈을 내려가며 구슬을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므로 아주 쉽다. 그러므로 『사분율(四分律)』에서는 ‘만일 계를 버리는 이가 있으면 불법에서는 죽는 것이 된다. 받아서 나는 것은 어렵거니와 죽음으로 가는 것은 극히 쉽다’고 했다.
버릴 때에는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대덕은 일심으로 기억하십시오. 나는 먼저 5계를 받아 얻은 우바새(또는 우바이)였으나 이제는 대덕 앞에서 버리고 물러난 뒤에 집에 사는 속인이 되겠습니다.”[한 번 말하면 된다. 8계에서도 그러하다.]
뒤에 만일 좋은 마음이 일어날 적에 다시 계를 받으려 하면, 의당 먼저 앞의 죄를 참회한 뒤에 받아야 된다.
게송을 읊는다.

큰 자비로 법의 북[法鼓]을 두드려서
무명의 귀머거리를 깨우쳐 틔우고
마음의 더러운 때를 불려 벗기며
잘못을 막는 것은 날카로운 칼 끝 같다.

거위를 보호하느라 목숨 아끼지 않고
풀을 지키면서 같이 살게 하였으니
5편(篇)으로는 경죄ㆍ중죄를 막고
7취계(聚戒)로는 가슴속을 쓸어 낸다.

아침에는 보배로운 게송을 읊고
저녁에는 공경과 정성을 드리면서
가까이는 고해(苦海) 벗어나기를 구하고
멀리는 법신(法身)의 자취를 생각한다.

7지(支)로는 3업(業)을 깨끗이 하고
5분(分)으로 부처님을 만족하게 하면서
저마다 계율을 견고히 지니어
정토(淨土)에서 서로 만나기를 원하세.

감응연(感應緣)[대충 열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제(齊)의 사문(沙門) 상통(上統)
진(晋)의 사문 혜영(慧永)
진(晋)의 사문 법안(法安)
진(晋)의 사문 담옹(曇邕)
송(宋)의 사문 법도(法度)
양(梁)의 사문 지순(智順)
수(隋)의 사문 정업(淨業)
수(隋)의 사문 영간(靈幹)

당(唐)의 거사(居士) 장법의(張法義)
당(唐)의 거사 하후균(夏侯均)

제(齊)의 사문(沙門) 상통(上統)
제(齊)나라의 『상통사전(上統師傳)』에서 말하였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초에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 두 사람이 처음 이 땅에 왔을 때는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없었고, 다만 도인이나 속인이 머리를 깎고 장식 없는 비단옷을 입고 오직 5계와 10계를 받을 뿐이었다.
엎드려 생각건대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신 지 8년 후에 처음 갈마(羯磨)의 법이 생겼으니, 진단(振旦)은 백목조(白木條)의 동쪽으로 2만 7천 리에 있었으므로 처음 계율을 지닌 5인(人)이 대계(大戒)를 수여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한(漢)나라 제10대 환제(桓帝)에 이르기까지 1백여 년 동안에는 아직도 5계와 10계를 서로 번갈아 가면서 전해 주었다.
환제 이후 북천축국(北天竺國)에서 다섯 분의 스님이 한나라 땅에 와서 큰 스님들이 구족계를 받았으니, 첫째 분의 이름이 지법령(支法領)이요, 둘째 분의 이름이 지겸(支謙)이며, 셋째 분의 이름이 축법호(竺法護)요, 넷째 분의 이름이 축도생(竺道生)이며, 다섯째 분의 이름이 지루참(支婁讖)이었다. 그 때에는 큰 계율이 아직 없었는데, 지법령이 입으로 계본(戒本) 1권과 갈마본(羯磨本) 1권을 외워 냄으로써 이 땅에 유행하게 하였으니, 지금 말하는 구갈마(舊羯磨)이다.
뒤에 위황(魏皇) 초 3년이 되자 담마가라(曇摩迦羅)가 또 계율을 번역해 내었고, 그 뒤 원(元)나라 효문 때에 광율사(光律師)가 구갈마와 계본을 체험해 보고는 글에 가감(加減)이 있었는데,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해서 대율본(大律本)에 의거하여 차례로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고 필요한 것만을 모아서 현세에 유행시켰으니 이것을 신갈마(新羯磨)라고 한다.
그 때 여승들이 와서 계 받기를 청했으므로 지법령은 말하였다.
“계율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직 변방의 다섯 스님이 구족계를 받게 했을 뿐이요 여승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승들은 하직하고 돌아가면서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뒤에 한나라 말년 위나라 초에 와서 동천축국(東天竺國)의 두 비구니가 장안(長安)으로 와서
비구니들을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에게서 계를 받았습니까?”
비구니들이 대답하였다.
“우리가 큰스님에게 가서 받은 것은 5계와 10계일 뿐입니다.”
두 비구니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변방의 비구니들에게는 아직 구족계가 없구나.”
그리고는 그들을 위하여 본국으로 돌아가 15인을 권유해서 데리고 오게 되었으나, 3인은 설산(雪山)에서 얼어죽고 2인은 산골에서 흘러내리는 흙탕물에 빠져서 죽었으므로 이 나라에 도착한 이는 오직 10인 뿐이었다. 그들 비구니들은 모두가 경사(京師)로 가서 구족계를 수여하였다. 뒤에 오(吳)나라 땅에 이르러서 역시 그들이 구족계를 수여하였으며, 그리고는 그 서국(西國) 비구니들은 고향 생각이 나서 곧 배를 타고 남해를 거쳐 돌아갔는데 목적지에 도달한 이는 7인 뿐이었다. 3인은 중도에서 죽었는데, 오고가고 하는 길이 17년이나 걸렸었다.
뒤에 위(魏) 문제(文帝) 3년에 궁내에서 칙명으로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게 하였다. 위 문제가 물었다.
“이 땅의 승니(僧尼)들은 근본이 있는 계를 얻었는가? 그들은 무슨 영험이 있는가?”
그러나 대덕들은 모두가 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시 어느 한 비구가 서국에 가서 성인들에게 계를 얻는 근본을 묻고 오겠다고 청해서 장안을 출발하여 천축에 도달하였다. 그 비구니는 한 아라한을 만나 여쭈었다.
“진단 나라의 승니들은 계를 얻은 것입니까, 아닙니까?”
그 아라한은 대답하였다.
“나는 작은 성인이라 얻었는지 얻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여기에 머무르고 계십시오. 내가 당신을 위해서 도솔천(兜率天)에 올라가서 미륵 세존께 물어 본 뒤에 와서 알려 주겠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정(定)에 들어 도솔천에 가서 앞의 일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미륵께서 대답하셨다.
“승니들은 다 같이 계를 얻었느니라.”
아라한이 거푸 영험을 청하자, 미륵께서는 곧 금꽃[金華]을 가지고 오셔서 말씀하셨다.
“만일 변방의 승니들이 계를 얻었다면, 원컨대 이 금꽃이 아라한의 손바닥으로 들어가고 얻지 못했다면 들어가지 말라.”
이렇게 발원하고는 꽃을 가져다 손 위에다 얹어 주었다. 그러자 그 꽃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면서 높이 한 자[尺]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때 미륵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진단의 비구에게로 가서 반드시 내가 한 법대로 하라.”

아라한은 내려와서 미륵께서 하신 법대로 꽃을 비구의 손에다 얹어 주었다. 그러자 바로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면서 높이 한 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상서로운 감응이 이렇게 나타난지라 곧 먼 지방의 도인ㆍ속인들이 와서 서로 흠앙하면서 3귀의ㆍ5계를 받고자 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리하여 곧 그에게 화수(華手) 비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떠나오려 할 때에는 18인이 있었는데, 일부는 서국에 머무른 이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막[流沙]을 건너오다가 바람과 추위에 죽은 이도 있었으므로 한나라 땅에는 화수 비구 혼자만이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떠나오려고 하는 날이었다. 가비라신(迦毘羅神)이 몸을 나타내어 화수 비구에게 말하였다.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한 일이 많을 것이므로 제자가 그곳까지 스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가시는 길이 길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도착하기 전에 위 문제는 궁전 앞에 금꽃이 공중에 나타난 모습을 보았다. 문제가 태사(太史)에게 물었다.
“이 괴이한 일은 무엇인가?”
태사가 대답했다.
“서역(西域)에서 바른 법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런 지 한 달도 못 되서 화수 비구와 손바닥 안의 금꽃이 이 땅으로 도착했는데, 처음 도착한 날에 공중에 있던 금꽃이 이내 사라지면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큰 서응이 이미 나타났기 때문에 계의 복이 영원히 전해진 것이다.

진(晋)의 사문 혜영(慧永)
진(晋)나라 여산(廬山)의 석혜영(釋慧永)은 성이 반(潘)씨이며 하내(河內) 사람이다. 본래부터 행실이 곧고 검소하며 마음을 깨끗이 하면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였다. 말할 때는 항상 웃음을 머금었고 남을 해치지 않으며 경전을 좋아하고 강설을 잘했으며, 채소를 먹고 베옷을 입으면서 일생을 마쳤다. 여산에 살기를 좋아해서 원공(遠公)과 같이 머물렀는데, 또 따로 한 채의 띠 집을 산봉우리 위에다 지어 놓고 매양 참선을 할 때에는 그곳으로 가 있었다. 당시 어떤 이라도 방에 들어가면 모두가 기이한 향기를 맡았다.
혜영의 집 안에는 항상 한 마리의 호랑이가 있었다. 사람이 혹시 두려워하면 곧 내쫓아서 산으로 올라가게 하였는데, 사람이 떠난 뒤에는 도로 와서 잘 복종하였다. 혜영은 일찍이 읍(邑)에 나간 일이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때에 산으로 돌아오면서
오교(烏橋)에 이르렀는데, 오교의 영주(營主)가 술에 취하여 말을 타고 혜영의 길을 막아서면서 가지 못하게 했다. 날이 저물었으므로 혜영은 지팡이로 말을 가리켰다. 그러자 말이 놀라 달아나면서 영주는 땅에 떨어졌다. 혜영은 두 손으로 일으켜 위로하고는 돌아왔다. 그로 인하여 영주는 병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절로 와서 혜영에게 사과하였다. 혜영이 말했다.
“빈도(貧道)의 본의가 아니었소. 계의 신[戒神]이 노해서 그랬을 뿐이오.”
도인과 속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난 뒤에는 귀의한 이들이 많았다.
진나라 의희(義熙) 10년에 병이 들어 위독하였지만, 그런데도 오로지 계율에 조심하면서 뜻을 붙잡아 더욱 힘썼다. 비록 고질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기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옷을 바로잡으면서 합장한 채 신을 찾으며 일어나려고 했다. 마치 뵈어야 할 이가 있는 것 같았으므로 대중이 모두 놀라면서 묻자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오신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면서 죽었다. 춘추는 83세였다. 도인과 속인들로서 산에 있는 이는 모두 기이한 향기를 맡았는데, 그 향기는 이레 만에 없어졌다.

진(晋)의 사문 법안(法安)
진(晋)나라 신양현(新陽縣) 석법안(釋法安)은 일명 자흠(慈欽)이라고도 했는데 어디 사람인지는 자세하지 않다. 이 분은 원공(遠公)의 제자로서 계행을 잘 지켰고 뭇 경을 강설하였으며 아울러 참선도 익혔다.
진나라 의희(義熙) 연간에 신양현에는 호재(虎災)가 일어났다. 그 현에는 큰 사당이 있고 나무 아래에는 신묘(神廟)가 지어져 있었다. 그 좌우에는 백성들이 1백여 호 살고 있었는데, 범에게 죽은 사람이 하룻밤에 한 둘씩은 되었다. 법안은 일찍이 그 고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었으므로 이 마을을 찾았다. 그러나 백성들은 호랑이가 두려워서 일찍부터 문을 닫아 버렸으므로 법안은 길 곁의 나무 아래서 온 밤 내내 좌선을 하고 있었다. 날이 샐 무렵에 호랑이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을 메고 와서 나무의 북쪽에다 던져 놓았다. 그리고는 법안을 보자 기뻐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법안 앞에 납작 엎드렸으므로 법안은 그에게 설법을 하고 계를 주었다. 호랑이는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얼마 동안 있다가 떠나갔다. 아침이 되어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를 따라 나무 아래까지 왔다가 법안을 보고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이 분은 신인(神人)이시다.”
이 일이 한 고을에 전해지자 사대부와 서인들이 숭앙하고 받들었으며, 호랑이의 재난은 이로부터 없어졌다. 그리고
신묘를 고쳐서 그 자리에 절을 세웠는데, 좌우에서는 밭과 동산을 여러 사업을 위하여 모두 희사하였다. 그 뒤에 탱화와 불상을 만들고자 구리와 주석을 구하였으나 아무리 해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밤의 꿈에 한 사람이 나타나 그의 평상 앞으로 다가와서 말하였다.
“이 아래에 구리로 된 종(鍾)이 있습니다.”
잠을 깬 뒤에 곧 파 보았더니 과연 두 개의 구멍을 만났다. 그리하여 주석으로는 상(像)을 이루었고, 나중의 구리로는 원공(遠公)을 도와 부처님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법안이 뒤에 어디서 죽었는지는 잘 모른다.

진(晋)의 사문 담옹(曇邕)
진(晋)나라 여산(廬山)의 석담옹(釋曇邕)은 성이 양(楊)씨요 관중(關中) 사람이다. 키가 8척(尺)이요 씩씩하고 강하기가 남보다 뛰어났는데, 남쪽으로 여산에 가서 원공(遠公)을 스스로 섬겼다. 안팎의 경서(經書)를 모두 섭렵하였으나 뜻은 오히려 전법(傳法)에 있어서 고달픔이나 수고를 꺼리지 않았다. 산의 서남쪽에 따로 띠집을 지어 놓고 제자 담과(曇果)와 함께 조용히 선문을 닦았다.
어느 때 담과의 꿈에 산신이 나타나서 5계 받기를 청하였으므로 담과가 말하였다.
“나의 스승이 여기에 계십니다. 가서 묻고 받으십시오.”
그런 지 얼마 후에 담옹에게 겹옷을 입은 한 사람이 나타났다. 풍모가 단정하고 청아하였으며 시중이 20여 명이나 되었는데, 5계 받기를 청하였다. 담옹은 담과가 꾼 먼저의 꿈을 들었던터라 그가 산신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에게 설법을 하고 계를 수여하였더니, 산신은 선물로 다른 나라의 호미 두 자루를 주고는 예배하고 하직하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담옹은 나중에 형주(荊州)로 가서 있다가 죽림사(竹林寺)에서 죽었다.

송(宋)의 사문 법도(法度)
제(齊)나라 낭야(琅琊) 섭산(攝山)의 석법도(釋法度)는 황룡(黃龍) 사람이다. 젊어서 출가하였는데 북쪽 땅을 돌아다니며 두루 배워서 뭇 경전을 갖추어 섭렵하였으며, 곤경을 당하여도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이루는 데 힘썼다. 송(宋)나라 말년에 경사(京師)에 유행할 때는 덕이 높은 선비 제군(齊郡)의 명승소(明僧紹)가 숭고한 자취로 세인(世人)을 외면하고 낭야의 섭산에 은거(隱居)한 법도의 맑고 뛰어났음을 공경하여 사우(師友)의 예(禮)로써 대우하였다. 그리고 살던 집을 없애버리고 서하사(栖霞寺)를 지어서 법도를 청하여 살게 하였다. 예전에 어떤 도사(道士)가 절 땅을 관(館)으로 만들어서 머물려 하다가 갑자기 죽어버렸다. 후에 절을 만들었는데도 아직도 두려움과
소동이 많았으나 법도가 살면서부터는 여러 재앙이 모두 없어졌다.
한 해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홀연히 사람과 말과 북과 피리 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명함을 가지고 나타나서 법도에게 근상(靳尙)이라는 이가 뵙고자 한다고 하므로 법도는 그의 앞으로 갔다. 근상은 모습이 매우 청아하였고 그를 모신 호위들도 장엄하였다. 그는 공경을 다한 뒤에야 말하였다.
“제자는 이 산에 왕으로 있는 지 7백여 년입니다. 신도(神道)에도 법이 있어서 다른 이들이 간여하지 못하는데, 전에 이곳에 의탁했던 여러 사람은 진실하지도 않고 바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잇달아 죽고 병이 들고 했으니 역시 그들의 운명이었습니다. 법사께서는 도덕이 높아 귀의해야겠기에 삼가 희사하며 바칩니다. 아울러 5계를 받음으로써 영원히 내세의 인연을 맺게 해 주십시오.”
법도가 말하였다.
“인간과 신의 길은 다르므로 서로 굽히는 일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우선 단월(檀越)은 피가 묻은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을 5계에서는 가장 금하고 있습니다.”
근상이 말하였다.
“만일 문도(門徒)에 가입시켜 주신다면 먼저 살생부터 버리겠습니다.”
그리고는 하직하고 갔다. 그 다음 날 법도에게 한 사람이 와서 돈 1만 전(錢)과 향과 초와 부엌칼을 전달하는데, 그 소장(疏狀)에 이르되 ‘제자 근상이 이바지하옵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 달 15일에 법도는 그를 위하여 법회를 베풀었으니, 근상도 와서 대중들과 같이 예배하고 도를 행한 뒤에 계를 받고 갔다.
그 날 섭산 신묘(神廟)를 지킨 무당의 꿈에 신이 와서 말하였다.
“나는 이미 법도 법사에게서 계를 받았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짐승을 죽이지 말라.”
이 때부터 묘당의 제수에는 나물과 포(脯)만 올릴 뿐이었다.
법도가 한번은 어지럼증이 있어서 땅에 누워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근상이 밖으로부터 와서 손으로 머리와 발을 어루만지고 갔다. 얼마 있다가 다시 왔는데, 한 개의 유리 사발[琉璃甌]을 가지고 와서 그 사발 안의 물 같은 것을 법도에게 머금게 하였다. 맛이 달면서도 시원하였는데 법도의 괴로움이 이내 나아버렸으니, 그 징감(徵感)이 이와 같았다. 제(齊)나라 경릉왕(竟陵王)과 소자량(蕭子良)과 시안왕(始安王) 등이 모두 멀리서 스승으로 공경하면서 4사(事)를 공급하며 여섯 때[六時]에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제나라 영원(永元) 2년에 그 산 중에서 죽었는데 춘추는 64세였다.

양(梁)의 사문 지순(智順)
양(梁)나라 산음(山陰) 운문사(雲門寺)의 석지순(釋智順)은 본성이 서(徐)씨이며,
낭야(琅琊)의 임기(臨沂) 사람이다. 계율을 지녀서 하자가 없었고 여러 경전을 수련하였는데, 제나라 경릉(竟陵) 문선왕(文宣王)이 특히 깊이 예우하였다. 천감(天監) 6년에 이 절에서 죽었는데 춘추는 61세였다. 처음 지순은 병이 심해지자 여러 날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한낮도 지났는데 갑자기 냉이 달인 물을 찾았다. 제자 담화(曇和)는 지순이 곡식을 끊은 지 오래되었으므로 은밀히 반 홉의 쌀을 섞어 달여서 바쳤다. 지순은 삼켰다가 도로 토해 내면서 물로 입안을 가셔내고는 담화에게 말하였다.
“너는 영원히 운문사에서 나가라. 다시는 돌아와 살지 말라.”
그가 지닌 절개와 오롯한 고행은 모두 이런 류였다. 임종하는 날에는 방 안에 기이한 향내가 자욱했고, 또한 하늘꽃과 하늘의 일산을 보았다는 이도 있었다.[위의 다섯 가지 증험은 『양고승전(梁高僧傳)』에 나온다.]

수(隋)의 사문 정업(淨業)
수(隋)나라 종남산(終南山) 오진 도량(悟眞道場)의 석정업(釋淨業)은 한(漢)나라 동수(東隋) 사람이다. 계율을 정밀히 연구하고 널리 섭렵해서 견문(見聞)이 달랐으며, 속 맑음[內湛]이 확고하여 그 울림[響]을 밖으로 내닫게 하였다. 인수(仁壽) 2년에 그는 사리(舍利)를 안주(安州)의 경장사(景藏寺)에 봉송하는 일을 맡았었다. 처음에는 십력사(十力寺)에 모셔 두려 한 것인데, 가는 도중에 경장사에 이르렀더니 홀연히 기이한 향기가 풍겼으므로 온 절 안 대중들이 모두 감탄하면서 괴이하게 여겼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봉송하던 사리를 내려놓자 붉은 빛이 쪽 뻗어 나오면서 사람과 물건들을 비추었다. 그리고 절의 중각(重閣) 위에 여러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가서 숨어서 보았으나 문빗장이 닫혀진 채 그대로였으며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탑의 북쪽에는 못이 있었다. 거기서 사문 정범(淨範)이 여러 스님들과 속인들을 위하여 보살계를 수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기 떼들이 뛰놀면서 머리를 모두 남쪽으로 향하여 계를 받고 귀의하는 모양을 지었으므로, 정범은 곧 배를 타고 물로 들어가서 고기를 위하여 계를 수여하였다. 고기들은 모두 머리를 돌려서 배를 에워싸고 마치 듣고 받는 것 같았으며 도무지 두려워함이 없었다.
정업은 그를 만난 것을 경하하면서 이에 사리를 불당에다 안치하였다. 그 곳에는 먼저 흙으로 만든 보살상 한 구(軀)가 있었는데 다른 데로 이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가서 보았더니 머리를 돌려서 사리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 놓인 상태도
본래 그대로여서 하나도 손상된 곳이 없었다. 그밖에 여러 번 상서로움이 일어났으나 그 전하는 말을 다 기록하지 않는다. 대업(大業) 12년 2월 18일 그 절에서 죽었으며 춘추는 53세였다.

수(隋)의 사문 영간(靈幹)
수(隋)나라 서경(西京) 대선정사(大禪定寺)의 도량에 있던 석영간(釋靈幹)은 속성이 이(李)씨이며 금성(金城) 적도(逖道) 사람이다. 성품(性)을 세워서 높이 우러르고 공손히 껴잡아 절개를 이루며 3업(業)을 수호하면서 차계(遮戒)와 성계(性戒)를 균등하게 지녔다. 인수(仁壽) 2년에 칙명을 받들어 사리를 낙주(雒州)에 봉송하여 한왕사(漢王寺)에다 탑을 모셨다. 처음 탑을 세울 때에 여러 번 신령한 광명을 놓았으니, 바람이 일어나 등불이 꺼졌는데도 밤새도록 환히 밝으면서 등불이 필요 없었다. 또 기이한 향기가 바람을 따라 이르렀으므로 스님들과 속인들이 모두 다 실감하였다. 4월 8일날 사리를 모실 때에는 절 안의 나뭇잎이 모두 시들었고 까마귀와 새들이 슬피 울부짖었으며, 그리고 우묵한 땅이 편편해지더니 도로 평상의 날과 같이 되었다. 대업(大業) 8년 정월 29일에 그 절에서 죽었으니 춘추는 78세였다.[위의 두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唐高僧傳)』에 나온다.]

당(唐)의 거사(居士) 장법의(張法義)
당(唐)나라 화주(華州)의 정현(鄭縣) 사람 장법의(張法義)는 나이 젊었을 때부터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었으므로 예의나 법도를 닦지 않았다. 정관(貞觀) 11년에 화산(華山)에 들어가 나무를 베다가 우연히 바위 굴 속에 있는 한 스님을 보았다. 법의는 곧 그에게로 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 날이 저물었으므로 돌아오지 못하고 유숙하게 되었다. 밤에는 스님이 송백(松柏) 가루로 만든 범벅을 주면서 먹게 하였다. 그리고는 법의에게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오랫동안 바깥 사람이 알기를 바라지 않고 있으니, 단월(檀越)도 나가거든 부디 나를 만났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그를 위하여 ‘세속 사람들은 죄와 허물이 많아서 죽으면 모두가 악도에 떨어지지만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면 소멸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깨끗이 목욕한 뒤에 스님의 옷을 입고 참회하게 하였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하직하고 떠났다. 19년에 이르러서 법의는 병이 들어서 죽었다. 가난하였으므로 관곽(棺槨)도 없이 들 밖에다 묻으면서 여러 나무를 꺾어서 덮어두었다. 얼마 뒤에 그는 다시 살아나서 몸소
나무를 밀치고 나와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안 사람들은 몹시 놀라며 자세히 물어 보다가 그의 소생을 알고는 비로소 기뻐하였다.
법의는 스스로 이런 말을 하였다.
“처음에 어떤 두 사람이 와서 붙잡고 공중을 타고 갔다. 한 관부(官府)에 도착하여 대문을 들어갔고, 또 그 거리를 돌아서 남쪽으로 10여 리를 갔다. 거리의 좌우에는 모두 관청이 있었고, 입구의 문이 서로 맞닿아 있었는데 다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법의는 한 관청으로 가서 관인(官人)을 만났는데, 그는 멀리서 사자(使者)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이는 화주의 장법의로구나. 본래 3일 안에 왔어야 할 터인데 어째서 7일이나 머물렀느냐?’
사자가 말하였다.
‘법의의 집에는 개가 아주 사나웠습니다. 아울러 주문을 외우는 신(神)이 있었는데, 그에게 아주 혼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웃통을 벗어 보이자 등이 새파랗게 부르터 있었다. 그러자 관인이 말하였다.
‘죄를 헤아려 보니, 허물이 많구나.’
그리고는 말하였다
‘곤장(棍杖) 20대를 쳐라.’
그런데 곤장을 치라는 말을 하자마자 피가 흘러서 땅이 후줄근해졌다. 그러자 그 관인이 말했다.
‘법의를 데리고 가서 녹사(錄事)에다 넘겨라.’
그리고 녹사서(錄事署)에서는 문서를 내다가 판관(判官)에게 송부시켰다. 판관은 주전(主典)을 불러서 법의에 관한 장부를 가져 오라 했는데, 그 장부가 아주 많아서 한 책상에 가득하였다. 주전은 법의 앞에서 장부를 펴서 조사하면서 말했다.
‘지난 장부는 대개가 붉은 줄이 그어져 없어졌구나. 그러나 아직 붉은 줄이 그어지지 않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구나. ≺정관(貞觀) 11년, 법의는 아버지가 벼를 베게 하자 반항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욕설을 하면서 불효(不孝)하였다≻고 되어 있으니, 곤장 80대를 맞아야 한다.’
그리고는 막 한 조목을 기록하는데 옛날 바위 굴 안에서 만난 스님이 왔다. 판관이 일어나 맞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장법의는 바로 빈도의 제자요. 그의 죄는 다 참회하여 마쳐서 없어졌으므로 천조(天曹)의 장부 안에는 이미 다 그어져 있소. 지금 억울하게 따라왔으니 죽는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
주전이 말하였다.
‘참회하여 마친 것은 이 장부에도 다 그어져 있습니다마는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욕했다≻고 하는 것은 비록 참회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 일은 아직 그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했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장부를 가져다 살펴보아야겠소. 응당 복과 이익이 있어야 하오.’
결국 할 수 없이 판관은 주전으로 하여금 법의를 데리고 가서 왕에게 넘기게 했다. 왕궁의 동편 전각은 집이 굉장히 컸고
호위하는 사람들도 수천 인이었다. 스님도 함께 왕에게로 갔다. 왕은 일어나 스님을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 오실 차례가 되셨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아직 차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제자 장법의가 붙잡혀 왔는데, 이 사람이 먼저 지은 죄들은 모두 빈도가 지워 없앴으므로 죽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그 때 주전이 또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보았다’는 일을 왕에게 알리자, 왕이 말하였다.
‘눈을 부릅뜬 것은 설사 참회했다 해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님께서 오셔서 청하니 특별히 7일 동안 놓아주겠습니다.’
법의가 스님에게 말하였다.
‘7일은 너무도 적습니다. 뒤에 오면 스님을 뵙지 못할까 두려우니 스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7일이란 7년이다. 빨리 떠나가라.’
그러나 법의가 굳이 스님을 따라가겠다고 하자, 스님은 왕에게 붓을 청하여 법의의 손바닥 안에다 하나의 글자를 쓰고는 왕의 도장을 청하여 거기에다 찍은 뒤에 말하였다.
‘급히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라. 복의 과보 때문이다. 뒷날에 오면 나는 만날 수 없으리니, 손바닥 안에 찍은 도장을 왕에게 보여라. 그러면 너를 석방해 줄 것이다.’
법의는 비로소 하직하고 나왔다. 스님이 내보내 주어서 그의 집 안에 도착했는데, 아주 깜깜해서 감히 들어가지 못하자 사자가 밀어 넣어 주어서 마침내 살아났다. 깨어나서 보니 흙 안에 있었고, 또 아주 가볍게 덮여 있었으므로 손으로 밀어 젖혀서 나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산으로 들어가서 스님에게 나아가 복을 닦았다는 것이며, 법의의 손바닥 안에 찍혀 있는 글은 알 수도 없었고 상처로 되어 있었는데 끝내 낫지 않고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농서(隴西)의 왕박차(王博叉)와 법의는 아주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어서 그를 자세히 알고 있었으므로 왕이 그에 대하여 말해 주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명보기(冥報記)』에 나온다.]

당(唐)의 거사 하후균(夏侯均)
하후균(夏侯均)은 기주(冀州) 부성(阜城) 사람이다. 현경(顯慶) 2년에 병이 들어서 40여 일 동안 혼수 상태에서 거의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이런 말을 하였다.
“소가 될 운명이라서 잇달아 고통을 겪으면서도 하소연하기를 ‘일찍이 세 번이나 은(隱) 법사의 처소에서 계를 받고 참회하였으므로 스스로 살펴보아도 허물이 없거늘, 어찌 차마 소의 몸으로 태어나 이렇게 고통을 받게 합니까’라고 했다.”
하후균은 이미 마방(磨坊)에 끌려가서 20일
동안이나 고통스런 사역을 치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에 죄를 조사해보다가 계를 받은 것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었는지라 비로소 죄를 면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평생 동안 아주 힘이 세었고 술주정으로 싸우기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술과 고기를 끊고 어진 청신사(淸信士)로서 은 법사의 제자가 되어서 재계(齋戒)를 끊이지 않고 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명보습유(冥報拾遺)』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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