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80권
법원주림 제80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85. 육도편(六度篇) ①[여기 6부가 있다.]
1) 보시부(布施部)[11부로 나눔]
술의부(述意部) 간위부(慳僞部) 국시부(局施部)
통시부(通施部) 법시부(法施部) 양경부(量境部)
관전부(觀田部) 상대부(相對部) 재시부(財施部)
수희부(隋喜部) 시복부(施福部)
(1) 술의부(述意部)
보시의 업(業)은 곧 모든 행의 근원이다. 이미 6도(度)의 처음임을 나타내었으며, 또 4섭(攝)의 첫째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는 황금을 나누어주면서도 인색하지 않았고, 수달나왕(須達拏王)은 백상(白象)을 보시하면서도 아까워하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능히 그 액난을 구제하고 자기의 몸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보살은 그 몸을 던져 주린 목숨을 구제하였고, 시비(尸毘)는 허벅지의 살을 베어 매의 먹이에 대신했었다. 그러하거늘 어찌 국토와 처자를 마음에 둘 것이 있으며, 재보를 쌓은 창고를 뜻에 둘 수 있겠는가. 속서(俗書)에서도 “옷을 벗어 주고 음식을 사양하며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비비는 것과 수레ㆍ말ㆍ옷ㆍ벗 등이 다 폐단이다” 한 것은,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의(義)를 중히 여기며 어진 선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재물이란 덧없는 것이다. 사람의 일에 무슨 관계가 있겠으며, 마음을 괴롭혀 쌓아 둔들 마침내 무엇을 보시하겠는가. 4포(怖)가 번갈아 지지고 5가(家)가 다투어 빼앗거늘,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찌 그것을 사랑해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보면 범부들은 집안의 재물을 아끼고 버릴 마음은 없어 목숨마저 잃어버린다. 다만 생(生)만을 탐하여 못 살아갈까 항상 걱정함으로써,
드디어는 처자로 하여금 눈을 흘기게 하고 형제들로 하여금 담 안에서 싸우게 하며 권속들이 서로 거스르고 벗들을 멀리 떠나게 하니, 이것은 실로 인색이라는 인연 때문이다. 보살의 마음을 어기고 자비의 길을 막으며, 구호할 뜻을 내지 않고 번뇌의 감정만을 일으키나니, 이런 허물은 실로 간탐을 근본으로 삼기 때문이니라.
(2) 간위부(慳僞部)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색하여 보시를 행하지 않고
천만억의 재물을 쌓아 두고서
스스로 이것은 내 소유라 말한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는
사나운 귀신들을 눈으로 보며
칼날 바람이 그 몸을 가르면
그는 드나드는 숨길이 없다.
탐욕의 의식은 그 선과 악을 따라
과보를 받아 매우 고통하면서
죄 받을 곳으로 끌려가서는
아무리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또 『살차니건자경(薩遮尼揵子經)』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하는 사람 많은 재물 쌓아 두고
그것에 만족하는 마음 안 내고
무명에 덮인 뒤바뀐 마음으로
항상 남의 재물 침노하기만을 생각한다.
현재에 살아서는 원수들 많고
죽어서는 악도에 떨어지나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마땅히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재물을 아껴 보시 행하지 않고
남이 알까봐 깊이 숨겨 두다가
몸을 버릴 때는 빈손으로 가서
아귀 속에 떨어져 고통 받는다.
주림과 목마름과 추위와 더위 등
그 근심 걱정이 항상 볶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재물 쌓지 않나니
인색과 탐욕을 부수기 위해서다.
또 『분별업보경(分別業報經)』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보시를 닦아 행하면서도
성질이 급해 분노가 많고
바른 억념(憶念)을 의지하지 않으면
죽은 뒤에는 저 힘센 용이 된다.
또 『보살본행경(菩薩本行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면, 이런 사람은 아귀 세계의 문을 여느니라.”
또 『대집경(大集經)』에서 말하였다.
“4법이 있어 대승을 방해한다. 4법이란, 첫째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둘째는 보시한 뒤에 후회하며, 셋째는 보시한 뒤에 그의 허물을 보고, 넷째는 보리심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또 4법이 있다. 첫째는 욕심 때문에 보시하고, 둘째는 성내기 때문에 보시하며, 셋째는 어리석기 때문에 보시하고, 넷째는 두려워하기 때문에 보시하는 것이다.
또 4법이 있다. 첫째는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지 않고, 둘째는 제 손으로 보시하지 않으며, 셋째는 현재에 보시하지 않고, 넷째는 업신여기면서 보시하는 것이니라.”
또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의 보시는 4악(惡)을 멀리 떠난다. 즉 첫째는 파계(破戒)요, 둘째는 의심 그물이며, 셋째는 그릇된 견해요, 넷째는 인색이니라.
또 5법을 떠난다. 즉 첫째는 보시할 때에 그의 덕이 있고 없음을 가리지 않고, 둘째는 보시할 때 그의 선악을 말하지 않으며, 셋째는 보시할 때에 그의 종성(種姓)을 가리지 않고, 넷째는 보시할 때에 구하는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으며, 다섯째는 보시할 때에 그에게 욕설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3법이 있어 이는 보시한 뒤에 훌륭한 과보를 얻지 못한다. 즉, 첫째는 먼저는 많이 주려 했다가 뒤에 조금 주고, 둘째는 나쁜 물건만 가려서 남에게 주며, 셋째는 보시한 뒤에 후회하는 것이다.
또 8법이 있어 이것도 보시한 뒤에도 좋은 과보를 얻지 못한다. 즉, 첫째는 보시한 뒤에 받는 사람의 허물을 보고, 둘째는 보시할 때에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며, 셋째는 보시한 뒤에 받은 자의 갚음을 바라고, 넷째는 보시한 뒤에 기뻐하면서 스스로를 찬탄하며, 다섯째는 후세가 없다고 말하면서 보시하고, 여섯째는 보시한 뒤에 그를 욕설하며, 일곱째는 보시한 뒤에 두 배의 갚음을 바라고, 여덟째는 보시한 뒤에 의심을 내는 것이다. 이런 시주는 모든 부처와 성현을 직접 만나지 못하며, 만일 그 분들에게 빛깔ㆍ냄새ㆍ맛ㆍ감촉 등을 두루 갖추어 보시하면 그것을 청정한 보시라 하느니라.
만일 좋은 복밭만을 골라 보시하고 항상 보시하기를 즐기지 않으면, 그는 미래에 과보를 얻을 때에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느니라. 만일 누구나 보시한 뒤에 후회하거나 혹은 남의 것을 빼앗아 보시하면, 그는 미래에 재물을 얻더라도 항상 써 버리고 모이지 않느니라. 만일 권속을 괴롭혀 얻은 재물로 보시하면, 그는 미래에 큰 과보를 얻더라도 몸이 항상 병으로 고생하느니라.
만일 누구나 먼저 부모에게 공양하지 않거나 처자와 노비를 괴롭혀 얻은 재물로 보시하면, 그를 악인이라 하며 또 그것을 거짓 보시라 하고 또 정의롭지 않은 보시라 한다. 그렇게 보시하는 사람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고 은혜 갚을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니, 그는 미래에 재보를 얻더라도 항상 잃고 모이지 않아 쓰지 못하며 그 몸에는 병고가 많으니라.’”
(3) 국시부(局施部)
혹 어떤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겠다고 말하여 그를 기쁘게 한 뒤에 후회하여 주지 않음으로써 그를 더욱 괴롭게 하며, 혹 어떤 중생은 스스로도 신시(信施)가 없고, 남이 보시하는 것을 보고도 따라 기뻐하지 않고, 도리어 비방하여 그를 보시하지 못하게 하니, 그 죄는 가장 무거우니라. 혹 공유물(共有物)을 혼자 쓰면 허물이 된다. 즉, 처자가 공동으로 얻은 재물의 경우, 많건 적건 각각 몫이 있어서 혼자 얻은 것이 아닌데, 그 중에서 혼자 인색하여 즐겨 보시하지 않음으로써 남이 닦는 복을 방해하면 그 악은 가장 깊으니라. 그러므로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어떤 남편이 그 부인을 시켜 사문이나 바라문 등에게 공양하라 하면, 그 부인은 인색하여 실로 있는 것도 없다 하면서 그 남편에게 말한다.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으로 사문과 복인(福人) 등에게 보시하라 하십니까?’
이런 여자는 남편을 속이고 재물을 아껴 보시하지 않음으로써
죽어서는 침구아귀(鍼口餓鬼) 속에 떨어지니, 그것은 그 쌓은 습관으로 말미암아 악업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가 아귀 속에 많이 나는 것이다. 왜냐 하면 탐욕과 질투가 많기 때문에 남자에 미치지 못하고, 여자는 그 마음이 작고 가볍기 때문에 남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여자는 아귀 세계에 많이 나는 것이다. 심지어 그 질투의 악업은 없어지지 않고 부서지지도 않으며 썩지도 않으므로, 그 아귀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업이 다해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축생 세계에 나서는 수차타가(受遮吒迦)라는 새가 되어[이 새는 오직 빗물만 마신다. 입을 쳐들고 빗물을 받아먹고, 다른 물은 마시지 못한다.] 항상 주리고 목마름의 큰 고통을 받으며, 축생으로 죽어 인간에 나면 남은 업 때문에 항상 주리고 목마름의 고통을 받되, 그 고통은 끝이 없어 항상 걸식하러 다닌다. 또 혹은 집에서 공양을 받을 때 여러 사람의 음식을 나누어주지 않고 혼자 먹어도 또한 중죄를 받는다. 그러므로 『정법념경』에서 말하였다.
“많은 음식과 맛난 음식을 혼자만 먹고 처자와 다른 권속과 그 처자 등에게 주지 않고 다만 그 냄새만 맡고 그 맛은 모르게 하면서 처자들 앞에서 혼자 먹거나, 간탐과 질투 때문에 업이 같은 권속에게도 주지 않고 또 남을 시켜 처자에게 주지 못하게 하면서 그것을 기뻐하는 등, 이런 허물을 짓고도 회개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면, 이런 악인은 목숨을 마치고 냄새만을 먹는 아귀[食氣餓鬼] 속에 난다. 거기 나면 주림과 목마름이 몸을 태우므로 그들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신음하고 부르짖으며 슬피 울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믿는 것이라고는 사당과 하늘제사[天祠]뿐이며, 그래도 믿음이 있는 자는 온갖 공양을 차리고 그 향기와 다른 냄새를 맡으면서 스스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중생이 집의 물건을 혼자만 쓰거나 또 혼자 먹는 것은 다 큰 죄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혹은 재물과
내지는 수초(水草)조차 없다고 하여 보시하지 않으면 뒤에는 가난한 고통이 대대로 끊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바새계경』에서 말하였다.
“재물이 없는 사람은 재물이 없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왜냐 하면 수초(水草) 따위는 누구에게나 다 있기 때문이다. 비록 국왕이라고 해서 반드시 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비록 빈궁하더라도 꼭 보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빈궁한 사람도 먹는 몫이 있으며, 먹은 뒤에는 그릇을 씻어 남은 찌꺼기를 버리는데, 그것을 받아 먹을 자에게 보시해도 또한 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지만한 밀가루를 개미에게 주어도 무량한 복덕의 과보를 받나니, 천하에 극빈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만한 밀가루가 없겠는가. 또 극빈자라 해서 누가 옷을 벗고 다니겠는가. 만일 옷이 있으면 어찌 남에게 줄 한 오라기 실이나 바늘 하나가 없겠으며, 부스럼을 싸맨 한 손가락만큼의 재물로 등불 심지를 만들 수 없겠는가. 선남자야, 천하에 누가 빈궁하여 그 몸이 없는 자가 있던가. 만일 몸이 있다면 남이 복을 짓는 것을 보고 거기 가서 도와야 할 것이니, 물을 뿌리고 소제하는 것도 또한 복의 과보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실론』에서 말하였다.
“한 염부제의 승지(僧地)를 소제하는 것은 손바닥 하나 넓이의 불지(佛地)를 소제하는 것보다 못하다.”
또 『사분율(四分律)』과 『미사색률(彌沙塞律)』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발제성(跋提城) 안에 사는 민다(琝茶)라는 큰 거사는 재보가 많고 큰 위력이 있어 무엇이나 마음대로 남에게 두루 보시했다. 그의 창고에 큰 수레바퀴만한 구멍을 두고 미곡이 저절로 흘러나오게 했다. 그 부인은 8되의 쌀로 밥을 지어 4병(兵) 및 사방에서 오는 자들을 다 먹였으나, 그 음식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 아들은 천 냥의 금으로 4병 및 사방의 거지들에게 마음대로 보시했으나, 그 금은 그대로였다. 또 며느리는 한 갑의 바르는 향을 4병 및 사방의 거지들에게 주어
만족시켰으나 향은 그대로였다. 또 남자 종이 한 쟁기로 갈 만한 밭의 일곱 이랑에서 나는 쌀은 풍족하였고, 여자 종은 8되의 곡식을 4병에게 주어 사람과 말들이 다 먹었으나 다 없어지지 않았다.
그 집안의 상전과 노비들은 각기 제 복이라고 다투었다. 그래서 민다 거사는 부처님께 가서 여쭈었다.
‘이것이 다 누구의 힘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다 너희들 공동의 힘이다. 옛날 왕사성에 어떤 직사(織師)가 있었다. 그는 부인과 한 아들이 있었고, 아들에게도 또 부인과 남자 종ㆍ여자 종이 있어서 모두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어떤 벽지불이 그 집에 가서 밥을 빌었을 때 모두는 각각 자기 몫을 그에게 주려 했다.
벽지불이 말하였다.
≺각각 조금씩 덜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들에게도 적지 않고, 나도 만족합니다.≻
그들은 다 그 말대로 했다. 벽지불은 밥을 다 먹고는 허공에 올라가 온갖 신통 변화를 부리고 돌아갔다. 그 직사의 권속들은 그 뒤에 목숨을 마치고 사왕천(四王天)에 나서 타화천(他化天)까지 일곱 번 내왕하다가 그 남은 복으로 여기 났으니, 그 과보는 다 똑같은 것이니라.’”
(4) 통시부(通施部)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보시를 행할 때는 받는 사람이 계를 지키는가 계를 깨뜨리는가를 보지 않고, 그가 복밭인가 복밭이 아닌가를 보지 않으며, 그가 아는 사람인가 아는 사람이 아닌가를 보지 않는다. 또 보시할 때는 그가 법의 그릇인가 법의 그릇이 아닌가를 보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또 풍년과 흉년도 헤아리지 않는다. 또 인과도 보지 않고, 그가 중생인가 중생이 아닌가도 보지 않으며, 그것이 복인가 복이 아닌가도 보지 않는다. 보시하는 자와 그것을 받는 자와 그 재물을 보지 않고 나아가 단(斷)과 과보도 보지 않고, 항상 보시를 행해 끊어짐이 없다.
만일 보살이 그가 계를 가지거나 가지지 않거나, 나아가서 과보를 보면 마침내 보시할 수 없으며, 만일 보시하지 않으면 그 단바라밀(檀波羅蜜)은 완전하지 못하고, 단바라밀이 완전하지 못하면 그는
아뇩보리(阿耨菩提)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독화살[毒箭]을 맞았을 때, 그의 권속들은 그를 편안하게 하고 그 독기를 제거하기 위해 좋은 의사를 불러 그 화살을 빼라 한다.
그 때 그가 말하였다.
‘우선 그를 가만히 그대로 두십시오. 나는 지금 그 독화살을 관찰해 보리다. 즉 이것은 어느 쪽에서 왔는가, 누가 쏜 것인가? 찰제리(刹帝利)가 쏜 것인가? 아니면 바라문인가, 비사(毘舍)인가, 혹은 수타(首陀)인가?’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무슨 나무로 된 것인가, 대나무인가, 버드나무인가? 이 쇠화살촉은 어떤 야장이가 만든 것인가? 이것은 억센가, 무른가? 이 털깃은 무슨 새의 날개인가? 까마귀의 날개인가, 아니면 올빼미ㆍ독수리의 날개인가? 이 독(毒)은 어디서 난 것인가, 저절로 생긴 것인가? 이것은 사람의 독인가, 모진 뱀의 독인가?’
이 어리석은 사람은 끝내 이것을 알지 못하고, 그대로 죽고 만다.
보살도 이와 같다. 만일 그가 보시할 때에 그 보시를 받는 사람이 계를 지키는가 계를 깨뜨리는가? 내지 그 과보를 따진다면 그는 끝내 보시하지 못할 것이요, 보시하지 못하면 단바라밀과 내지 보리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니라.”
또 『정업장경(淨業障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간탐과 보시를 관찰하여 2상(相)을 짓지 않고, 계율을 지키고 깨뜨리는 2상을 짓지 않으며, 분노와 인욕, 게으름과 정진, 산란한 마음과 선정, 어리석음과 지혜의 2상을 짓지 않으면, 이것을 모든 업장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 한다.”
또 『태자수대나경(太子須大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옛날에 섭파(葉波)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 왕의 이름은 온파(溫波)였다. 그 왕에게는 2만이나 되는 부인이 있었으나 아들이 없었다. 왕은 몸소 천신(天神)에게 기도하였고, 그 중의 한 부인이 비로소 임신하여 달이 차서 태자를 낳아 이름을 수대나라 했다. 나이 16세가 되어 서(書)와 예(藝)를 모두 갖추었다. 그리고 그는 젊어서부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했다. 태자가 장성하자 왕은 그를 위해 만지(曼坁)라는 며느리를 맞이하였는데, 그녀는 어떤 국왕의 딸로서 단정하기 비할 데 없었다.
태자는 아들과 딸을 두었다.
태자는 단바라밀을 행하리라 생각하고 성을 나가 유람했다. 제석은 빈궁한 귀머리와 장님과 벙어리를 신통으로 만들어 모두 그 길가에 두었다.
태자는 그들을 보고 매우 가엾이 여겨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께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무엇이 소원이냐, 들어주리라.≻
태자가 말하였다.
≺저는 대왕님의 창고에 있는 모든 보물을 내어 성의 4문(門) 밖과 시장 복판에 두고 누구나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다 주고 싶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네 마음대로 하라.≻
태자는 그 보물을 수레에 싣고 나와 4문 밖과 시장 복판에 두고 요구하는 사람에게 다 주었다. 8방과 상하 사람들은 이 소문을 듣고 천리, 만리 밖에서까지 찾아왔으며, 그렇게 오는 사람에게 다 보시하여 그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 때 적국(敵國)의 왕은 이 태자가 보시하기를 좋아해 누구나 요구하면 다 들어준다는 소문을 듣고, 곧 신하와 도인들을 모으고 의논했다.
≺저 섭파국왕(葉波國王)에게는 연꽃 위로 다니는 수단연(須檀延)이라는 흰 코끼리가 있는데,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여 여러 나라와 싸울 때는 항상 이 코끼리가 이긴다. 누가 가서 그것을 얻어 오겠는가?≻
신하들은 모두 말하였다.
≺아무도 갈 사람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 8인의 바라문이 왕에게 아뢰었다.
≺우리가 가면 얻어올 수 있습니다. 노자를 대어 주십시오.≻
왕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 코끼리를 얻어 오는 사람에게는 중한 상을 주리라.≻
8인의 도사(바라문)는 곧 섭파국으로 가서 태자의 궁문 앞에 이르렀다.
그들은 지팡이를 세우고 한 발을 들고 서서 말하였다.
≺구걸할 것이 있어서 멀리서 일부러 왔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곧 나가 맞이하여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 예배하고 위로한 뒤에 물었다.
≺무엇을 요구하십니까?≻
도사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들었습니다. 태자님은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무엇이나 다 들어주신다는 것을. 태자님의 명성은 8방에 퍼져 위로는 창천(蒼天)에 사무치며, 밑으로는 황천(黃泉)에 이르기까지 그 공덕이 무량하다 합니다. 그러므로 태자님으로부터 연꽃 위로 다니는 그 흰 코끼리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곧 그들을 데리고 코끼리 우리로 가서 코끼리 한 마리를 가져가라고 했다.
도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오직 연꽃 위로 다니는 수단연이라는 코끼리를 얻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나 태자는 말했다.
≺그 코끼리는 우리 부왕님이 사랑하고 중히 여기기를 이 태자처럼 생각하는 코끼리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내가 그것을 당신네에게 주면 나는 부왕님의 사랑을 잃고 국외로 쫓겨날지 모릅니다.≻
태자는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전에는 무엇이나 보시하여 남의 청을 거절한 일이 없다. 만일 지금 내가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 본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 또 내가 이 코끼리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최상의 평등을 이룰 수 있겠는가?≻
곧 좌우에 분부하여 그 코끼리에 황금의 안장을 얹고 빨리 끌고 나오게 했다. 태자는 왼손에 물을 가지고 그 도사들의 손을 씻고, 오른손으로 코끼리를 끌고 와서 저들에게 주었다. 도사들은 코끼리를 얻고 태자를 위해 축원한 뒤에 그 코끼리를 함께 타고 기뻐하면서 떠나려 하였다.
그 때 태자가 저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가십시오. 만일 부왕께서 아시면 곧 도로 빼앗을 것입니다.≻
도사들은 빨리 떠났다.
그 나라 신하들은 태자가 적국에게 코끼리를 주었다는 말을 듣고 다 크게 두려워하였고, 왕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하였다.
≺지금 이 천하를 얻은 것은 다 저 코끼리의 힘이다. 저 코끼리는 60마리 코끼리 힘보다 더 센데 태자가 그것을 저 원수에게 주었으니 장차 이 나라를 잃을까 두렵다. 이 일을 어찌할꼬.≻
태자가 이렇게 보시하는 동안 왕의 창고는 날로 비어 갔고, 신하들은 온 나라와 그 처자까지
다 남에게 줄까 두려워했다. 왕은 이런 말을 듣고 더욱 불안하여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여 태자에게 여러 벌을 주려 했다.
이때 어떤 대신이 말하였다.
≺대왕님은 그 죄를 용서하지 마시고 국외로 축출하여 광야나 산중으로 귀양보내되 12년쯤 두어 부끄럼을 알게 하십시오.≻
왕은 이 대신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 나라를 떠나라. 너를 12년 동안 저 단특산(檀特山)으로 귀양보낸다.≻
태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다시 원하옵건대, 7일 동안 보시하여 제 미약한 마음이나마 펴게 하시면 곧 이 나라를 떠나겠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네가 너무 많이 보시하였기 때문에 우리 나라 창고를 다 비우고 내 보배를 원수에게 잃었다. 그래서 너를 쫓아내는 것이니 빨리 떠나라. 나는 너의 뜻을 허락할 수가 없다.≻
태자가 다시 아뢰었다.
≺감히 대왕님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제게 있는 재물을 다 보시한 뒤에 떠나겠습니다. 감히 이 나라를 번거롭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2만 부인들은 모두 왕에게 태자로 하여금 7일 동안 보시하도록 허락해 줄 것을 간청했다. 왕은 허락하고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보시하게 하여 7일 만에 재물이 다 없어졌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었으므로 백성들은 모두 기뻐했다.
태자가 부인에게 하직하자, 부인은 깜짝 놀라 물었다.
≺태자님은 무슨 죄로 이런 지경이 되었습니까?≻
태자는 그 동안의 사정을 다 이야기하고 말하였다.
≺그 때문에 나는 쫓겨나게 되었소.≻
만지(曼坁:태자 부인)가 말하였다.
≺우리는 그저 산중에서 나라가 부강하고 즐거움이 무궁하도록 부지런히 도를 구할 뿐입니다.≻
태자가 말했다.
≺그대는 항상 편하고 즐겁게 살았는데, 그 무서운 산중에서 어찌 참고 지낼 수 있겠는가?≻
만지는 답하였다.
≺나는 당신을 떠나 살 수 없습니다. 왕은 번기(幡旗)를 표지(標識)로 삼고, 불은 연기를 표지로 삼으며, 아내는 남편을 표지로 삼나니, 나는 다만 태자님을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와서 나를 달라고 하여 태자님이 가라 하시면 나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심지어 누가 나와 우리 아들딸을 다 요구하면 나는
태자님의 그 보시에 따를 것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오.≻
태자와 그 부인과 두 아이는 왕비에게 가서 하직하고 떠나면서 아뢰었다.
≺부디 자주 부왕님께 간(諫)하여 정의로 나라를 다스리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시라 하십시오.≻
왕비는 이 고별 인사를 듣고 못내 슬퍼하면서 곁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 몸은 돌과 같고 마음은 강철과 같다. 지금까지 대왕을 섬기면서 아무 허물이 없었다. 지금 하나뿐인 내 아들이 나를 버리고 떠나는데 내 심장이 어찌하여 찢어지지 않겠는가?≻
태자와 그 부인과 두 아들이 부모에게 하직하고 떠날 때, 2만 여자들은 각각 진주 한 알씩을 태자에게 바치고, 4천 대신들은 각각 7보 구슬을 태자에게 올렸다. 태자는 궁성을 나와 사방 사람들에게 그것을 다 보시하여 모두 없어졌다. 나라의 노소 수천만 인들은 다 나와 전송하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이별했다.
태자는 그 부인과 두 아이를 마차에 태우고 손수 말을 몰고 멀리 가다가 어느 나무 밑에서 쉬었다. 어떤 바라문이 와서 말을 달라 하므로 태자는 말을 주었으므로 태자는 손수 수레를 끌고 가고 그 부인은 뒤에서 밀었다. 조금 더 갔을 때 또 어떤 바라문이 와서 수레를 요구하므로 태자는 곧 수레를 주었다. 다시 더 갔을 때 또 어떤 바라문이 와서 무엇이고 달라고 구걸했다.
태자가 말하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재물이 없습니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재물이 없으면 당신이 입은 그 옷을 주시오.≻
태자는 곧 옷을 벗어 주고 다시 헌 옷을 입었다. 또 얼마를 가자 다시 어떤 바라문이 와서 구걸하므로 그 부인이 옷을 벗어 주었다. 또 얼마를 갔을 때 다시 어떤 바라문이 와서 구걸하므로 태자는 두 아이의 옷을 벗겨
주었다.
태자는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아무것도 없었으나 털끝만큼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다. 태자는 그 아들을 업고 부인은 딸을 안고 걸어 어떤 산으로 들어갔다. 단특산(檀特山)은 아직 6천여 리가 남아 있었다. 멀리 가다가 어느 늪 속에 이르렀는데, 주림과 목마름으로 매우 괴로웠다. 도리천의 제석은 곧 그 늪에 화성(化城)을 만들고 음악과 음식과 의복을 그 안에 가득 채워 놓았다.
어떤 사람이 나와 태자를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태자님은 여기 머물러 먹고 마시면서 즐기십시오.≻
그 부인도 말하였다.
≺몹시 피로한데 여기서 좀 지내지 않겠습니까?≻
태자는 말하였다.
≺부왕께서 나를 저 단특산(檀特山)으로 귀양보내셨는데, 내가 여기 머물게 되면 부왕님의 명령을 어기게 되니 효자가 아니다.≻
그리고 성을 나와 돌아보았을 때 성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다시 단특산을 향해 가자 산 밑에 깊은 물이 있어 건너갈 수 없었다.
부인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우선 여기서 머물다가 물이 빠지거든 건너가십시다.≻
태자가 말했다.
≺부왕님이 나를 산으로 귀양보내셨는데, 내가 여기 머물면 부왕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오.≻
그 때에 태자의 자비스런 마음으로 인하여 물 속에서 산이 솟아올라 물을 막았다. 그들은 옷을 걷어 올리고 물을 건넜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일 물이 저대로 고이면 많은 사람과 짐승을 죽이게 될 것이다.≻
다시 돌아와 물을 보고 말했다.
≺그 전처럼 흘러라. 그리고 만일 내게 오려는 사람이 있으면 다 건너게 하라.≻
태자가 이렇게 말하자 물은 전처럼 흘렀다. 산중에 이르자 그 산은 수목이 우거졌고 온갖 새들은 우짖었으며 흐르는 샘과 맑은 못의 물맛은 단 과일 같았다.
태자가 부인에게 말했다.
≺이 산을 보건대 이 산에도 도를 닦는 사람이 있겠다.≻
태자가 산에 들자 산중의 새와 짐승들은 다 크게 기뻐하면서 태자를 맞이했다. 그 산 위에는 아주타(阿州陀)라는 도인이 있었다. 나이는
5백 세로 아주 묘한 덕이 있었다.
태자는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서서 물었다.
≺지금 이 산중에는 좋은 과일과 샘물이 있는 머물 만한 곳이 얼마나 있습니까?≻
아주타가 말하였다.
≺이 산중은 모두 복지(福地)로서 어디서나 다 살만 합니다.≻
그리고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지금 이 산중은 청정한 곳인데 당신은 어떻게 처자를 데리고 와서 도를 배우려 합니까?≻
태자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부인 만지가 곧 도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도를 배우신 지 몇 해나 됩니까?≻
도인이 말하였다.
≺한 4, 5백 년 됩니다.≻
만지는 말했다.
≺내[吾我]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언제 도를 얻었습니까?≻
도인이 말했다.
≺사실 나는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태자가 도인에게 물었다.
≺혹 섭파국왕의 태자 수대나라는 이름을 들었습니까?≻
도인이 말했다.
≺나는 여러 번 들었지만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태자가 말했다.
≺제가 바로 그 수대나입니다.≻
도인이 태자에게 물었다.
≺무엇을 구하십니까?≻
태자가 대답했다.
≺저는 마하연(摩詞衍:大乘)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도인이 말했다.
≺공덕이 그만하니 오래지 않아 마하연을 얻을 것입니다. 태자님이 위없는 도를 얻으실 때 나는 신족제일(神足第一) 제자가 되겠습니다.≻
도인은 곧 태자가 머무를 만한 곳을 가르쳐 주었다. 태자는 거기서 법도대로 머리를 땋고 물과 과일로 음식을 삼으면서 초막을 짓고 남녀가 따로 살았다. 아들 야리(耶利)는 나이는 7세인데 풀 옷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 출입했고, 딸 계나연(罽拏延)은 나이는 6세인데 사슴가죽 옷을 입고 어머니를 따라 출입했다. 산중의 새와 짐승들은 다 기뻐하면서 태자에게 와서 의지하여 살았고, 빈 못에는 다 물이 솟았으며, 다른 나무에는 다 꽃과 잎이 피고 모든 독(毒)은 다 사라지고 과일나무는 모두 무성했다. 태자의 아들과 딸은 물가에서 동물들과 장난하며 놀았다.
그 때 구류국(拘留國)에 빈궁한
바라문이 있었다. 나이 40에야 부인을 맞이하였는데,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러나 바라문의 몸에는 열두 가지 추악함이 있어서 형상이 마치 귀신과 같았으므로, 부인은 그를 혐오해 주문으로 그를 죽이려 했다. 부인이 물을 길러 가다가 길에서 어떤 소년을 만났는데, 소년이 그의 남편의 추한 형상을 비웃었다.
부인은 집에 돌아와 우선 그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물을 길러 갔을 때 어떤 소년이 나를 조롱했습니다. 나를 위해 노비를 구해 주시면 나도 물을 길러 가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도 나를 조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편이 말하였다.
≺이렇게 가난한 우리 처지에 어떻게 종을 부리겠소?≻
부인이 말했다.
≺만일 나를 위하여 종을 구하지 못하면 나는 당신과 살지 않고 집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내가 늘 들었습니다. 저 태자 수대나는 너무 극성스럽게 보시하기 때문에 그 부왕이 그를 단특산으로 귀양을 보냈는데,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그들을 요구하면 될 것입니다.≻
이에 남편 바라문은 곧 단특산으로 가서 그 물가에 이르렀다. 그가 일심으로 태자를 생각하자 그 물을 건널 수 있었다. 바라문은 드디어 단특산에 들어가 사냥꾼에게 태자 있는 곳을 물어서 알고 태자에게로 갔다.
태자는 이를 멀리서 바라보고 매우 기뻐하며 마중 나가 예배하고, 서로 문안한 뒤에 물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멀리 구류국에서 오는 사람입니다. 태자님이 보시하기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듣고 구걸하러 왔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든 드리기를 아까워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다 보시했고,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 때 바라문이 말하였다.
≺만일 재물이 없으면 그 두 아이를 내게 주십시오. 급사로 쓰겠습니다.≻
이렇게 세 번 요청했다. 그러자 태자가 말하였다.
≺당신이 일부러 멀리서 오셨는데 어찌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때 두 아이는 밖에 나가 놀고 있었으므로 그들을 불러 말하였다.
≺이 바라문이 멀리서 와서 너희들을 요구하므로 나는 주기로 허락했다. 너희들은 이 분을 따라가거라.≻
태자가 아이들을 주자 대지가 진동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를 따라가려 하지 않고, 아버지 앞으로 돌아와 꿇어앉아
아버지에게 말했다.
≺우리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지금 이런 일을 당합니까? 어찌 한 나라의 왕족[王種]으로서 남의 노비가 됩니까? 아버님께 회개합니다. 이런 인연으로 죄는 멸하고 복이 생겨 영원히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여지이다.≻
태자가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천하의 은애(恩愛)는 다 헤어지게 되어 있다. 일체가 무상한데 어떻게 길이 보존되겠는가. 내가 위없는 도를 얻을 때는 너희들을 제도하리라.≻
아이들은 다시 말하였다.
≺우리를 위해 어머니께, 이제 가면 영원히 헤어지리니 하직을 고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습니다. 저희들은 전생의 죄로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마는 어머님께서 우리를 잃은 것을 생각하면 몹시 슬프고 괴롭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바라문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늙고 쇠약한지라. 이 아이들이 나를 버리고 어머니에게로 달아나면 난들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이들을 결박해 내게 매어 주십시오.≻
태자는 곧 아이들의 두 손을 뒤로 돌려 바라문으로 하여 묶게 하고 그들을 서로 이어 주었다. 바라문이 그 밧줄 끝을 잡고 있다가 아이들이 가지 않으려 하자 매로 때리니 아이들의 피가 땅에 흘렀다. 태자가 이것을 보고 눈물을 땅에 떨어뜨리니, 땅이 그 때문에 들끓었다. 태자와 짐승들은 모두 두 아이를 전송하고 저들이 보이지 않자 돌아왔다. 그 때 짐승들은 태자를 따라 돌아와 두 아이와 놀던 곳에 이르러서는 부르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아이들은 길에서 밧줄을 나무에 매고 가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그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렸다.
바라문이 아이들을 매로 때릴 때, 아이들은 ‘우리들을 때리지 마시오, 우리 스스로 가겠소’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산신(山神)과 수신(樹神)은 모두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오. 우리는 어머니를 뵙지 못하고 떠나왔습니다. 우리 어머님께 전해 주십시오. 과일을 주워 가지고 빨리 와서 우리 서로 만나자고.≻
그 때 그 어머니는 산중에 있었는데, 갑자기 왼쪽 발바닥이 가려워지고 오른쪽 눈이 따뜻해지며 두 젖에서 젖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가만히 생각했다.
≺이런 괴변은 일찍이 없었다. 항상 과일을 먹기 때문인가. 빨리 아이들을 보러 가야겠다. 주워 보아야 달리 쓸 데가 없다.≻
그리고는 과일을 버리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 제석천왕은 태자가 그 아이들을
남에게 줌으로써 부인의 선한 마음이 변할 것을 알고, 곧 사자로 변해 부인이 돌아오는 길목에 쭈그리고 있었다.
부인이 사자에게 말했다.
≺잠깐 피해 주어 나로 하여금 지나가도록 하라.≻
사자는 바라문이 이미 멀리 간 줄을 알고 그 부인이 지나가게 길을 비켜 주었다. 부인은 돌아와 태자만 혼자 앉아 있고 두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온 집안을 두루 찾았으나 보지 못하여 다시 돌아와 태자에게 두 아이가 있는 곳을 물었다. 그러나 태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인이 말하였다.
≺누구에게 또 주었습니까? 빨리 내게 말해 나를 미치게 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세 번 말했다. 그러나 태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부인은 더욱 걱정되어 말하였다.
≺당신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저를 더욱 미혹하게 합니다.≻
그제야 태자는 부인에게 말했다.
≺구류국(拘留國)의 어떤 바라문이 와서 두 아이를 달라 하기에 주고 말았소.≻
이 말을 들은 부인은 감정이 너무 격하여 땅에 쓰러졌는데, 마치 태산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며, 땅에서 뒹굴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태자가 말하였다.
≺그만하시오. 그대는 지난 제화갈라(提化竭羅)부처님의 전생 일을 모르는가? 나는 그 때 비다위(鞞多衛)라는 바라문의 아들이었고, 그대는 수라타(須羅陀)라는 바라문의 딸이었소. 그대는 일곱 송이 꽃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은전 5백으로 다섯 송이를 사서 부처님께 바치려 했소. 그대는 그 꽃 두 송이를 내게 주어 부처님께 올리면서 내게 서원을 세웠었소. 즉 원컨대 나는 후생에 항상 당신의 아내가 되리라고. 나는 그 때 그대에게 다짐하였소. 만일 내 아내가 되려면 당신은 내 뜻을 따라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보시해야 한다. 오직 부모에게만 보시할 것이 아니고, 또 그 이외에 무엇을 보시해도 내 뜻을 따라야 한다고. 그 때 그대는 좋다고 약속했던 것이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을 보시했다고 해서 어찌 도리어 내 착한 마음을 어지럽히려 하시오.≻
부인은 태자의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전생의 일을 곧 알고 태자의 보시를 허락하고 빨리 소원이 이루어지게 했다.
제석천왕은 태자의
이러한 보시를 보고 곧 내려와 태자가 무엇을 구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열두 가지 추악한 형상을 가진 바라문으로 화하여 태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항상 태자가 보시하기 좋아해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온 것이니 그 부인을 내게 주시오.≻
태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매우 좋습니다. 허락합니다.≻
부인이 말하였다.
≺지금 나를 남에게 주면 장차 누가 태자님을 공양하겠습니까?≻
태자가 말하였다.
≺지금 그대를 보시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위없는 평등을 얻을 수 있겠소?≻
그리고 곧 부인을 데려다 그에게 주었다. 제석천왕은 태자에게 끝내 후회하는 마음이 없음을 알았고, 이에 모든 하늘은 찬탄하고 천지는 크게 진동했다.
바라문은 부인을 데리고 일곱 걸음을 가다가 다시 돌아와 부인을 태자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다시는 남에게 주지 마십시오.≻
태자가 말하였다.
≺왜 이 여자를 데리고 가지 않습니까?≻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바라문이 아니요 제석천왕입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 일부러 왔습니다.≻
그리고 곧 제석의 몸으로 돌아갔다.
부인은 그에게 예배하고 세 가지 소원을 말했다.
≺하나는 내 아이들을 바라문이 데리고 가서 다시 되팔아 우리 나라에 있게 하고, 둘은 이 아이들이 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하며, 셋은 나와 태자가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게 하십시오.≻
제석은 말하였다.
≺그 소원대로 하리다.≻
태자가 다시 말하였다.
≺중생들을 다 해탈시켜 다시는 생로병사의 고통이 없게 하리이다.≻
그러자 제석이 말하였다.
≺위대합니다. 위가 없는 소원입니다. 그 소원은 특히 존귀하여 내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말을 마치고 제석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때 구류국의 바라문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내는 도리어 나무라면서 말하였다.
≺이 아이들을 어찌 차마 데리고 왔습니까? 이 아이들은 왕족인데 당신은 자비심도 없이 이들을 마구 때려 온몸에서 피가 흐릅니다. 빨리 이들을 내다 팔고
른 하인을 구하십시오.≻
바라문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아이들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데리고 갔다.
제석천은 시장에 나타나 그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들은 존귀하여 아무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바라문은 섭파국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대신과 백성들은 이 아이들이 태자의 아이들이요 대왕의 손자임을 알고, 온 나라가 다 슬퍼했다. 신하들은 바라문에게 아이들을 어디서 얻어 왔느냐고 물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구걸해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도로 빼앗으려 하자, 그 중의 어떤 장자가 그들을 말리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태자의 보시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지금 아이들을 빼앗으면 그것은 태자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 그보다는 대왕께 아뢰어 대왕이 안다면 스스로 뉘우칠 것이다.≻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고 곧 사람을 시켜 바라문과 아이를 데리고 왕궁으로 들어오게 했다. 왕과 부인과 모든 궁녀들은 멀리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모두 목이 매어 울었다.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얻었느냐?≻
바라문이 대답했다.
≺저는 태자님에게서 구걸해 얻었습니다.≻
왕은 두 아이를 불러 안으려 했으나, 아이는 울면서 안기려 하지 않았다.
왕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얼마나 돈을 주면 이 아이들을 팔겠느냐?≻
그러나 바라문은 답하지 않고 사내아이가 말했다.
≺사내아이는 은전 1천 냥에 황소 백 마리요, 여자아이는 금전 2천 냥에 암소 2백 마리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남자가 소중한데, 무엇 때문에 남자가 싸고 여자가 비싼가?≻
아이는 말하였다.
≺후궁(後宮)의 궁녀들은 대왕님과 친함이 없어 혹은 미천한 소생이요 혹은 다만 노비나 하인이지만, 한 번 왕의 마음에 들면 곧 존귀하게 됩니다. 대왕님은 오직 하나뿐인 아들을 깊은 산으로 쫓아내어 끝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이로써 남자는 천하고 여자가 귀한 것을 환히 알 수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크게 부끄럽다. 너는 왜 내게 안기지 않느냐? 너는 나를 미워하느냐? 바라문을 두려워하느냐?≻
아이가 답하였다.
≺저는 대왕님을 원망하지도 않고 바라문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본래는 대왕님의 손자이지마는 지금은 노비가 되었습니다. 노비로서 어떻게 대왕님께 안기겠습니까? 그래서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슬퍼하면서 곧 그 말대로 다시 두 아이를 부르자 아이들은 곧 가서 왕에게 안기었다.
왕은 두 손자를 안고 그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물었다.
≺너희 아버지는 산에 있으면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있느냐?≻
아이들은 자세히 대답했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빨리 태자를 맞이해 오라 하였다. 사자는 가서 태자에게 왕의 뜻을 아뢰었다.
태자가 말하였다.
≺왕은 나를 산으로 귀양보내면서 12년을 기한했는데, 이제 1년밖에 안 되었으니 기한이 차면 돌아가리라.≻
사자가 돌아와 왕에게 아뢰니, 왕은 다시 손수 편지를 써서 태자에게 보내었다.
≺너는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갈 때도 참았으니 올 때도 참아야 할 것인데, 왜 내게 성을 내고 돌아오지 않느냐?≻
태자는 편지를 받아 머리에 이고 예배한 뒤에 물러나 일곱 번 돌고 편지를 열어 보았다.
태자가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산중의 짐승들은 뛰고 뒹굴며 슬피 부르짖었다. 샘물은 마르고 짐승은 젖을 먹지 않으며 온갖 새들은 다 슬피 울었으니, 이것은 모두 태자를 잃기 때문이었다.
태자는 그 부인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왔다. 적국의 그 원수는 태자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곧 사자를 보내고 그 흰 코끼리를 금과 은의 안장과 굴레로 장식한 뒤에 금발우에는 은좁쌀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좁쌀을 담아 도중에서 맞이하여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였다.
≺전에 흰 코끼리를 요구한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때문에 태자님이 귀양가셨는데 지금 돌아오신다는 말을 들으니 매우 기쁩니다. 지금 흰 코끼리를 돌려 드립니다. 부디 받아 주시고 그로써 이 죄를 씻어 주소서.≻
태자가 말하였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온갖 맛난 음식을 차려 어떤 사람에게 대접했는데 그 사람이 그것을 먹고 땅에 토했다면, 음식이 맛있다 하여 다시 먹을 수 있겠는가?
지금 내가 보시한 것도 비유하면 토한 음식과 같아 다시 받지 않을 것이니, 빨리 그 코끼리를 타고 가서 그 국왕에게 전하라. 즉 사자를 보내어 멀리서 서로 위문하자고.≻
이에 사자는 돌아가 그 왕에게 아뢰었다. 이 코끼리로 인해 적국의 원수가 인자하게 되어 그 국왕과 신하들은 다 위없는 평등한 보리심을 내었다.
부왕이 코끼리를 타고 나가 태자를 맞이하자, 태자는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고 예배하고 왕을 따라 돌아왔다.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여 꽃을 뿌리고 향을 피우면서 태자를 기다렸다. 태자는 궁중으로 돌아가 어머니 앞에서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문안했다. 왕은 보물창고를 태자에게 맡겼다. 태자는 이전보다 더 쉬지 않고 부지런히 보시하여 드디어 부처가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전생에 행한 보시는 이상과 같으니라. 그런데 그 때의 그 수대나(須大拏) 태자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부왕은 바로 지금의 내 부왕인 열두단왕(閱頭檀王)이며, 그 때의 그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내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이요, 그 때의 그 태자 부인은 바로 지금의 저 구이부인(瞿夷夫人)이며, 그 때의 그 산중의 아주타(阿州陀)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목건련(目揵連)이요, 그 때의 그 제석천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舍利弗)이며, 그 때의 그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너 아난(阿難)이요, 그 때의 그 남자아이 야리(耶利)는 바로 지금의 내 아들 라후라(羅候羅)이며, 그 때의 그 여자아이 계연(罽延)은 바로 지금의 아라한인 주리모(朱利母)이며, 그 때의 그 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저 조달(調達)이며, 그 때의 그 바라문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저 전차나마(栴遮那摩)이니, 나는 이렇게 무수한 겁 동안 항상 단바라밀(檀婆羅蜜)을 행하였느니라.’”
(5) 법시부(法施部)
이것은 재시(財施)와 법시(法施)를 상대시켜 그 우열(優劣)을 비교해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시 가운데 법시(法施)가 제일이다. 왜냐 하면 재시(財施)는 한량이 있지만 법시는 한량이 없으며, 재시는 욕계의 과보이나 법시는 삼계를 뛰어넘는 과보이며, 재시는 번뇌를 끊지 못하나 법시는 저쪽 언덕[彼岸]에 건너가며, 재시는 인간과 천상의 과보만을 느끼지만 법시는 3승(乘)의 과보를 모두 느낀다. 재시는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다 할 수 있지만 법시는 지혜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재시는 보시하는 사람만이 복을 얻을 수 있으나 법시는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다 이롭게 하며, 재시는 어리석은 축생도 받을 수 있으나 법시는 총명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으며, 재시는 색신(色身)만을 이롭게 할 뿐이나 법시는 심신(心神)을 능히 이롭게 하며, 재시는 빈곤과 병을 증가할 수 있으나 법시는 3독(毒)을 다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대집경』에서 말하였다.
“아무리 많은 보물을 보시해도 그것은 지극한 마음으로 한 게송을 외우는 것보다 못하며, 법시는 가장 묘하여 많은 음식보다 훌륭하느니라.”
또 『미증유인연경』에서 말하였다.
“제석천이 야간(野干)에게 물었다.
‘음식을 보시하고 법을 보시함에는 어떤 공덕이 있는가 설명해 주시오.’
야간이 답하였다.
‘음식의 보시는 하루의 목숨을 구제하고 보배의 보시는 1세(世)의 가난을 구제하지만 그것은 다 결박(집착)을 더하며, 설법하여 교화하는 법시는 모든 중생을 세간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또 『대장부론(大丈夫論)』에서 말하였다.
“재시는 인도(人道) 가운데 있고, 법시는 대비(大悲) 가운데 있다. 재시는 중생의 몸의 고통을 제거하고, 법시는 중생의 마음의 고통을 제거한다. 재시는 탐에가 많은 자에게 재보를 주고, 어리석음이 많은 자에게는 그 법을 준다. 재시는 무궁한 재물을 얻고 법시는 무궁한 지혜를 얻으며, 재시는 몸의 안락을 얻고 법시는 마음의 안락을 얻으며, 재시는 중생의 사랑을 받고 법시는
세간의 존경을 받으며, 재시는 어리석은 자의 사랑을 받고 법시는 지혜로운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재시는 현재의 즐거움을 주고, 법시는 천도(天道)나 열반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다음 게송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의 지혜가 허공에 있을 때
대비(大悲)는 짙은 구름이 되며
법시는 마치 단비와 같아
음계(陰界)의 못에 가득히 찬다.
4섭법(攝法)은 좋은 방편이 되고
안락과 해탈의 인(因)이 되어
8정도(正道)를 잘 닦으면
열반의 과보를 능히 얻는다.
또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법시를 행하면 그에게는 열 종류의 이익이 있다. 그 열 종류란, 첫째는 악한 일을 버리고, 둘째는 능히 선한 일을 지으며, 셋째는 선인(善人)의 법에 머무르고, 넷째는 불국토를 깨끗이 하며, 다섯째는 도량으로 나아가고, 여섯째는 사랑하는 일을 버리며, 일곱째는 번뇌를 항복받고, 여덟째는 중생들에게 복덕을 주며, 아홉째는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을 닦고, 열째는 법을 보고 기쁨을 얻는 것이니라.”
또 『보살지지론(菩薩地持論)』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누가 사견(邪見)으로 법의 단점을 구하는 것을 알면, 그에게는 법을 주지 않고 경책(經冊)도 주지 않는다. 만일 그의 성질이 재물을 탐해 경책을 파는 자이면 그에게도 법을 주지 않고, 만일 경책을 얻고서 숨겨 두고 내어놓지 않으면 그에게도 법을 주지 않는다. 만일 그가 이치를 아는 자가 아니면 그에게도 보시하지 않으며, 만일 그가 이치를 알고 또 경책의 뜻을 스스로 알면 곧 경책을 그가 좋아하는 대로 주며, 만일 그 뜻을 모르면 스스로 배워야 하느니라. 또 남이 경책을 가진 것을 알면 그 대목의 뜻을 가르쳐 주거나 혹은 써 주느니라.
보살은 스스로 그 마음을 관찰하여 조금이라도 법을 아끼는 일이 있으면 법시를 위해 경전을 지녀야 한다. 그리하여 ‘나는 차라리 법을 보시함으로써 현세에 벙어리가 되고
번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시해야 하겠거늘, 하물며 그것이 미래의 지혜와 방편이 됨이겠느냐’ 하라.”
또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이 사람을 잘 교화하여 계율ㆍ보시ㆍ다문(多聞)ㆍ지혜를 구족하여, 혹은 종이와 먹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베끼고 쓰게 하거나 혹은 여래의 경전을 스스로 쓴 뒤에 남으로 하여금 그것을 읽고 외우게 하면 이것을 법시라 한다. 이렇게 법시하는 사람은 미래에 천상에서 아주 좋은 몸을 얻는다. 왜냐 하면 중생이 그 법을 들으면 인자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으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긴 수명을 얻기 때문이다. 중생이 법을 들으면 남의 재보를 훔치지 않으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많은 재물을 얻는다. 중생이 법을 들으면 마음이 열려 보시를 즐겨 하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그 체력이 강하게 된다. 중생이 법을 들으면 모든 방일함을 버리게 되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안락한 몸을 얻는다. 중생이 법을 들으면 분노와 우치한 마음을 버리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걸림없는 변재를 얻는다. 중생이 법을 들으면 믿는 마음에 의심이 없으니, 이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서 그 신심이 명료하니라. 계율ㆍ보시ㆍ다문ㆍ지혜 등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법시는 재시보다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문】 법시가 재시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오직 법시만 배우고 재시는 행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되겠는가?
【답】 재시를 참으로 알지 못하고 미혹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구차히 색성(色聲)과 인간 천상의 즐거운 과보만 구하다가 3도(道)에 떨어져 세간을 뛰어나는 법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은근히 법시를 찬탄하여 저들로 하여금 3사(事)의 본체가 공(空)임을 깨닫고 재시를 행함으로써 멀리는
보리와 열반의 훌륭한 과보를 이루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이 힘을 빌어 훌륭한 도를 이룬다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앞의 5도(度)는 마치 장님과 같고, 제6도(度)의 지혜는 눈이 밝은 사람과 같다. 만일 지혜를 얻지 못하고 앞의 5도를 열면 곧 악도에 떨어져 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법시가 재시보다 낫다는 설법을 들으면 우치한 사람은 재물을 숨겨 두고 오직 즐겨 경전만 읽을 것이니, 만일 이 법을 행하면 그는 마음을 알고 1전을 보시하는 것보다 못하며, 1전이라도 보시하는 것은 미혹한 마음으로 백천만 권의 경전을 읽은 것보다 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해(解)와 행(行)에 뜻을 두라고 가르친 것이다. 만일 해만 있고 행이 없으면 그 해는 곧 공허한 것이요, 만일 행만 있고 해가 없으면 그 행은 곧 외로울 것이니, 해와 행을 모두 갖추어야 비로소 저쪽 언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보살장경(菩薩藏經)』에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이 이런 4섭법(攝法)을 두루 갖추면 이 법으로 말미암아 보살은 항상 긴 밤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을 포섭하느니라. 그 네 가지란, 이른바 보시와 애어(愛語)와 이행(利行)과 동사(同事)이니, 이것을 4섭법이라 한다.
이른바 보시에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재시요, 둘째는 법시이다. 이른바 애어란, 일체 중생이 와서 구걸하거나 혹은 즐겨 법을 들으면, 보살은 그들을 다 애어로 위로하여 타이르는 것이다. 또 이른바 이행이란, 자기나 남의 즐거워함을 다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이른바 동사란, 자기가 가진 지혜와 공덕으로 남을 위해 연설하여 일체 중생을 포섭하고 건립하여 그들을 다 지혜나 법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법시란, 들은 법을 그대로 남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른바 애어란, 물들지 않은 마음으로 분별하여 열어 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이행이란, 남에게 경전을 주어 외우게 하거나 내지는 설법하되 염증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동사란,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중생들을 바른 법에 편히 머무르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언제나 항상 법시를 행하는 것이다. 만일 자기에게 재물이 없으면 남의 재시를 보고 따라 기뻐하며, 만일 자기에게 재물이 있으면 지혜로운 사람에게 공양하여 총명의 과보를 도로 받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비구들은 모두 의심을 내었다.
‘저 현자 아난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저런 총지(摠持)를 얻어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면 한마디도 잊어버리지 않는가?’
그리하여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 바로 아뢰었다.
‘저 현자 아난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 지금 저런 무량한 총지를 얻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아승기겁 이전에 어떤 비구가 한 사미를 제도하고 항상 엄하게 분부하여 경전을 외우게 하되 날마다 과목을 정해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실행하면 매우 칭찬하고 그대로 하지 못하면 엄하게 나무랐다. 이에 그 사미는 늘 고민했으니, 경전은 읽을 수 있으나 음식을 제대로 못 먹기 때문이었다. 즉 걸식하러 나가 음식을 빨리 얻으면 경전을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 음식을 더디 얻으면 경 읽을 시간이 없고, 경을 충분히 읽지 못하면 곧 스승의 꾸중을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걱정하고 울면서 돌아다녔다.
그 때 어떤 장자가 그를 불러 우는 까닭을 물었다.
그 사미가 말했다.
≺장자님, 우리 스승님은 내게 경 읽기를 엄하게 명령하면서 날마다 과목을 정해 주어 그대로 행하면 기뻐하고 그대로 하지 못하면 나를 되게 꾸짖으십니다. 내가 걸식하러 나가 음식을 빨리 얻으면 경을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 음식을 더디 얻으면 경을 충분히 읽지 못하고, 경을 충분히 읽지 못하면 곧 호된 꾸중을 듣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에 장자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늘 우리 집에 오십시오. 저는 언제나 음식을 공양하여 당신이 고민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먹고 부지런히 경을 읽으십시오.≻
그 사미는 이 말을 듣고 오로지 경 읽기에만 전념하여 정해진 일과에 부족함이 없었으므로 노승과 제자가 모두 기뻐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스승은 저 정광(定光)부처님이요, 그 사미는 지금의 나요, 그 때 사미에게 공양한 그 장자는 지금의 아난이다. 아난은 전생에 그런 행을 행했기 때문에 지금 총지(摠持)를 얻어 하나도 잊어버림이 없느니라.’”
728x90
반응형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525 법원주림(法苑珠林) 82권 (0) | 2024.07.19 |
---|---|
[적어보자] #4524 법원주림(法苑珠林) 81권 (0) | 2024.07.19 |
[적어보자] #4522 법원주림(法苑珠林) 79권 (2) | 2024.07.19 |
[적어보자] #4521 법원주림(法苑珠林) 78권 (0) | 2024.07.19 |
[적어보자] #4520 법원주림(法苑珠林) 77권 (0) | 2024.07.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