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02 법원주림(法苑珠林) 59권

by Kay/케이 2024. 7. 15.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59

 

법원주림 제59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67. 모방편(謀謗篇)

(5) 숙장부(宿障部)[대략 열 가지 연(緣)을 인용한다.]

손타리(孫陀利)가 부처님을 비방한 인연
사미발(奢彌跋)이 부처님을 비방한 인연
부처님께서 두통을 앓은 인연
부처님께서 골절을 앓은 인연
부처님께서 등을 앓은 인연
부처님께서 나무 창에 다리를 찔린 인연
부처님께서 제바달다가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린 인연
부처님께서 바라문의 딸 전사가 배에 주전자를 매고 모함한 비방을 받은 인연
부처님께서 말먹이 보리를 먹은 인연
부처님께서 고행을 겪은 인연

손타리가 부처님을 비방한 인연
『흥기행경(興起行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5백 명의 아라한을 데리고 항상 매달 15일에 설법하고 계셨는데, 이로 인해 사리불은 열 가지 일을 부처님께 물었다. 사리불은 꽃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으면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보지 못하는 일이 없고 듣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알지 못하는 일이 없으십니다. 세존께서는 비할 데가 없으십니다. 모든 악을 다 멸하고 모든 선을 두루 갖추어 일체 중생을 다 제도하려 하십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옛날의 남은
인연이 그대로 있습니다. 그것을 말씀하시어 천상 인간이 다 알게 하소서.
무슨 인연으로 손타리의 비방을 받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사미발제와 5백 아라한의 비방을 받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세존 자신이 두통을 앓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세존께서 골절을 앓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등을 앓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나무 창에 다리를 찔리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제바달다에게 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말 많은 여자 무우와 대중의 비방을 받으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비란읍에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말먹이의 보리를 드셨으며, 무슨 인연으로 울비지에서 6년 동안 행을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자리로 돌아가거라. 나는 그대를 위해 전생의 인연을 말하리라.’
사리불은 본래 자리로 돌아갔고 아뇩대용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겠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부처님을 위해 7보의 교로개(交露盖)를 만들고 그 일산 안에서 무수한 전단향을 두루 내리고, 하늘 등 8부 대중은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성 안에 정안(淨眼)이라는 도박꾼이 있었고 또 녹상(鹿相)이라는 음녀가 있었다. 이 음녀는 얼굴이 특히 아름다웠다. 정안은 녹상에게 말하였다.
≺우리 저 동산에 들어가 한껏 즐기자.≻
여자는 좋다 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와 함께 수레를 타고 동산에 들어가 서로 즐기면서 밤과 낮을 보내고 있을 때 정안은 탐심이 생겨 생각했다.
≺이 여자를 죽이고 그 옷을 가지자.≻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죽인 뒤에는 그 시체를 어디다 감추어 둘까?≻
그 때 이 동산에 낙무위(樂無爲)라는 벽지불이, 이들이 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정안이 생각했다.
≺저이가 걸식하러 간 틈을 엿보아 그 초막 안에 시체를 묻어 두고 그 옷을 가지고 가면
아무도 모르리라.≻
그리하여 곧 여자를 죽여 시체를 묻고는 평지처럼 만들어 놓은 뒤에 수레를 타고 다른 문으로 해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그 나라 왕의 이름은 범달(梵達)이었다. 백성들은 녹상이 보이지 않으므로 왕에게 알리고 왕은 곧 신하들을 시켜 온 성 안을 두루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드디어 동산으로 가서 벽지불의 초막에서 그 시체를 발견하고 낙무위에게 말하였다.
≺몸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왜 또 죽이기까지 했느냐?≻
그러나 낙무위는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세 번을 물었으나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손과 발에 흙을 발랐으니, 이것은 다 전생의 인연 때문이었다. 신하들이 낙무위를 묶고 고문할 때 나무신[樹神]이 반신(半身)을 나타내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이 사람을 고문하지 마시오.≻
신하들이 그 까닭을 묻자 나무신이 말했다.
≺그럴 리가 없소. 그이는 절대로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오.≻
신하들은 끝내 이 말을 곧이 듣지 않고 벽지불을 데리고 왕에게로 갔다. 왕은 매우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빨리 결박하여 나귀에 태우고 북을 울리며 두루 돌아다니다가 성 남문의 나무 밑으로 가서 창으로 찌르고 장대 끝에 매어 달고 활로 쏘아도 죽지 않거든 그 머리를 부수어라.≻
신하들이 그대로 집행하려 할 때 사람들은 괴상히 여겨 혹은 믿고 혹은 믿지 않으면서 다 슬퍼했다.
그 때 정안은 무너진 탑 안에 숨어 있다가 대중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가서 그 광명을 보고는 ≺이 도인은 억울하게 죽는다≻ 생각하고는 곧 달려가 말했다.
≺상관님, 이 사람을 죽이지 마십시오. 그 여자는 내가 죽였습니다. 이 도인을 놓아주고 나를 묶어 벌을 주십시오.≻
관리들은 모두 놀라 말했다.
≺어찌 남을 대신해서 죄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곧 벽지불을 풀어 주고 정안을 결박하였다. 그리고 상관들은 벽지불을 향해 예배하고 참회했다.
≺우리는 어리석어 까닭 없이 도인을 억울하게 괴롭혔습니다. 큰 자비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장래에 이런 재앙을 받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으나 벽지불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대중 앞에서 멸도하리라.≻
그리고 나서 곧 허공에 솟아올라 왕래(往來)하고 눕고 앉았다가, 머물러 서서 열여덟 가지의 변화를 보였다.
첫째는 허리 밑에서 연기를 내면 허리 위에서는 불을 내고, 둘째는 허리 밑에서 불을 내면 허리 위에서는 연기를 내었다. 셋째는 왼쪽 옆구리에서 연기를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불을 내고, 넷째는 왼쪽 옆구리에서 불을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연기를 내었다. 다섯째는 배에서 연기를 내면 등에서는 불을 내고, 여섯째는 배에서 불을 내면 등에서는 연기를 내었다. 일곱째는 허리 밑에서 불을 내면 허리 위에서는 물을 내고, 여덟째는 허리 밑에서 물을 내면 허리 위에서는 불을 내었다. 아홉째는 왼쪽 옆구리에서 물을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불을 내고, 열째는 왼쪽 옆구리에서 불을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물을 내었다. 열한째는 배에서 물을 내면 등에서는 불을 내고, 열두째는 배에서 불을 내면 등에서는 물을 내었다. 열셋째는 왼쪽 어깨에서 물을 내면 오른쪽 어깨에서는 불을 내고, 열넷째는 왼쪽 어깨에서 불을 내면 오른쪽 어깨에서는 물을 내었다. 열다섯째는 두 어깨에서 불을 내기도 하고 두 어깨에서 물을 내기도 하며, 열여섯째는 온몸에서 연기를 내기도 했다. 열일곱째는 온몸에서 불을 내기도 하고, 열여덟째는 온몸에서 물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곧 공중에서 몸을 태워 멸도했다.
이에 대중은 모두 슬피 울면서 혹 어떤 이는 참회하고 혹 어떤 이는 그 사리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웠다. 모든 관리들은 곧 정안을 데리고 왕에게 가서 그의 손과 다리에 흙을 바르고 왕은 화를 내어 전례에 의해 그를 죽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정안은 바로 나요, 그 녹상은 지금의 손타리이며
그 때의 그 범마달왕은 바로 지금의 저 집장석종(執杖釋種)이다. 나는 그 때 그 녹상을 죽이고 그 벽지불을 억울하게 괴롭혔기 때문에, 그 죄의 인연으로 무수 천년 동안 지옥에 떨어져 있었고 무수 천년 동안은 축생에 떨어져 있었으며 무수 천년 동안 아귀에 떨어져 있었다. 그 때의 그 재앙이 남아, 지금 부처가 되었어도 이런 비방을 받는 것이다.

사미발이 부처님을 비방한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91겁 전에 선설소조(善說所造)라는 왕이 있었다. 그 때 연여달이라는 바라문은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고 항상 5백 명의 부호 소년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또 범천(梵天)이라는 바라문은 큰 부호로서 재물이 많았고 그 부인 정음(淨音)은 얼굴이 뛰어나고 성품과 행실이 화순하며 질투심이 없었다. 연여달은 범천을 그 단월로 삼아 그 부인 정음은 연여달을 항상 4사(事)로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게 했다,
그 때 수학(受學)이라는 벽지불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우연히 범천의 집에 갔다. 정음은 이 벽지불의 의복이 단정하고 걸음걸이가 조용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벽지불을 청해 공양하고는 말했다.
‘지금부터는 항상 우리 집에 와서 내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맛난 음식을 발우에 가득 담아 주었다.
벽지불은 그것을 받고 허공에 올라 일곱 번 돌고 돌아왔다. 그 때 성 안 사람들은 이 신족을 보고 온 나라 사람들도 다 기뻐하면서 다투어 공양했다. 정음의 벽지불에 대한 공양은 날로 지극해 가고 연여달에 대한 공양은 성글어졌다. 연여달은 질투가 생겨 벽지불을 비방했다.
‘저 도인은 실지로는 재주도 덕도 없으면서 부정한 짓만 저지른다.’
그리고 5백 명의 제자들에게도 말했다.
‘저 도인은 계를 범하고 정진하는 행도 없다.’

그 제자들은 각기 집에 돌아가 선전하였다.
‘저 도인은 행이 깨끗하지 못해 정음과 가만히 통한다.’
사람들은 모두 의심하였다.
‘그런 신족을 가진 사람이 어찌 그런 더러운 짓이 있을까?’
그리하여 그 그릇된 소문은 7년을 지낸 뒤에야 사라졌다. 그 뒤에 벽지불은 열여덟 가지의 신통 변화를 부리고 멸도를 취했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연여달이 거짓으로 벽지불을 비방한 것을 알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연여달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범천은 지금의 우전왕이며 그 때의 그 정음은 지금의 사미발이요, 그 때의 그 5백 명의 소년은 지금의 5백 명의 아라한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에 공양 때문에 질투가 생겨 저 벽지불을 비방하였으니, 이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가 뜨거운 솥물에서 무수 천년 동안 삶기었고, 그 남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지금 부처가 되었어도 너희들과 함께 사미발의 비방을 받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머리를 앓은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나열기성에 큰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모두 주림에 시달렸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다 해골을 삶아 그 물을 마시고 온갖 풀뿌리를 캐어 고달픈 목숨을 이어가면서 한 되의 금으로 한 되의 곡식을 샀다. 그 때 나열기성에는 수백 집의 큰 마을이 있어 그 이름을 기월촌이라 하였고 이 마을 동쪽에 다어(多魚)라는 못이 있었다. 기월촌 사람들이 처자를 데리고 다어지(多魚池)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 언덕에 두면 고기들은 펄떡펄떡 뛰었다.
나는 그 때 겨우 네 살 된 아이로서 그 고기가 뛰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 못에 두 종류의
고기가 있으니, 첫째는 부(★)요, 둘째는 다설(多舌)이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기를 ≺우리는 아무 죄도 없는데 사람들은 함부로 우리를 죽인다. 뒷세상에 가서 그것을 갚으리라≻ 했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그 기월촌 사람들의 남녀노소는 바로 지금의 가비라월국의 모든 석종(釋種)들이요, 그 때의 그 어린아이는 바로 지금의 이 나이며, 그 때의 부라는 고기는 바로 지금의 비루륵왕이요 그 때의 그 다설이라는 고기는 바로 지금의 왕의 상사(相師)인 악설(惡舌)이라는 바라문이다. 그 때 그 뛰는 고기 머리를 나는 막대기로 때렸다. 이 인연으로 비루륵왕이 석종들을 정벌할 때 나는 머리를 앓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처음 머리를 앓을 때 아난에게 말하기를 ≺4두(斗)들이 발우에 냉수를 떠 오라≻고 했었다. 아난은 내 분부대로 냉수를 가져와서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의 땀을 닦아 물에 떨어뜨릴 때, 물은 다 없어졌으니 그것은 마치 뜨거운 불로 달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종일토록 비어있는 큰 가마솥 물에 땀 한 방울을 떨어뜨릴 때 물은 곧 없어졌으니, 그 때 내 머리의 열기는 이런 상태였다. 가령 수미산 곁에 나온 언덕이 1유순 내지 1백 유순이라도 내 머리의 열기로 태우면 또한 그렇게 없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골절을 앓은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나열기성의 어떤 정자가 열병을 앓아 몹시 고생했다. 그 성 안의 어떤 의사는 모든 약을 잘 알아 온갖 병을 잘 다스렸다. 장자의 아들은 그 의사를 불러 와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 병을 고치기만 하면 나는 당신께 많은 재보를 드리겠습니다.≻
의사는
장자의 병을 다스려 잘 나았으나 그 아들은 그 공을 갚지 않았다. 그 뒤에 장자는 또 병이 나서 이 의사를 불러 고쳤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으나 여전히 갚지 않다가 또 병이 났을 때 계속 의사를 불러 병을 다스리라 했다. 의사는 생각했다.
≺전에 세 번이나 병을 고쳤으나 갚음을 받지 못했으니 계속 이렇게 속았다. 나는 이제 아주 병을 고쳐 주리라.≻
그리고 약이 아닌 것을 주어 드디어 병은 더해 장자는 곧 죽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의사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장자의 아들은 바로 지금의 저 조달이다. 나는 그 때에 약이 아닌 것을 주어 그를 죽게 했으니, 이 인연으로 수천 년 동안 지옥의 고통과 축생 아귀의 고통을 받았고, 그 남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부처가 되었어도 골절을 앓는 병이 생겼느니라.’”

부처님께서 등을 앓은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나열기성에 큰 명절의 모임이 있었다. 이때 그 나라에 두 종성(種姓)의 역사(力士)가 있었으니, 첫째는 찰제리종(種)이요, 둘째는 바라문종으로서 이 때에 이들은 서로 치는 시합을 하였다. 바라문은 찰제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치지만 마시오. 나는 많은 재물을 드리리다.≻
찰제리는 일부러 힘을 다 쓰지 않고 바라문은 그를 굴복시켜 그들은 모두 왕의 상을 받았다. 그러나 바라문은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뒤의 명절에도 서로 치는 시합이 있었고 그들은 또 전처럼 약속하여 찰제리는 일부러 치지 않았으므로 먼저와 같이 그들은 왕의 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으나 바라문은 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뒤에 또 모임이 있어 바라문은 또 찰제리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한 그 동안의 모든 약속을 다 한꺼번에 이행하겠습니다.≻
찰제리는 가만히 생각했다.
≺이 사람은 여러 번 나를 속였다.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서 또 내 몫을 차지하려 한다.
나는 오늘 아주 없애 버리고 말리라.≻
그리고 비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나를 꼭 세 번 속였소. 이제는 당신 돈이 필요 없소.≻
그리고는 곧 오른손으로 그 목을 누르고 왼손으로는 그 허리를 잡고 두 발로 그 척골을 차서 수숫대처럼 꺾은 뒤에 번쩍 들어 세 번 돌려 여러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러고는 땅에 패대기쳤다. 그는 곧 죽었고 왕과 대신들은 크게 기뻐하여 10만금의 상을 주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찰제리는 바로 지금의 나요. 바라문은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다. 나는 그 때 탐욕과 분노로 그 역사를 죽였으니, 이 인연으로 지옥에서 수천 년을 지냈으며, 지금은 부처가 되어 모든 번뇌가 다 없어졌지만 그 때의 그 인연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 이 등을 앓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나무 창에 다리를 찔린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나열기성에서 큰 비구승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5백 명의 비구승 및 아난과 함께 성 안에 들어가 집집으로 다니면서 걸식하셨다. 어느 마을에서 높이 1척 2촌쯤 되는, 부러진 단단한 나무 한 조각이 부처님 앞을 가로막아 서는 것을 보시고 부처님께서 가만히 생각하셨다.
‘이것은 전생의 인연으로서 내가 지은 업이니 내가 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모여 와서 구경하고 또는 놀라서 소리를 치기도 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생각했다.
‘지금 나는 전생 인연의 과보를 받자. 사람들은 이것을 봄으로써 인과를 믿고 감히 악을 짓지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곧 땅에서 1인(仞)쯤 높이의 허공으로 솟아오르자 나무창도 곧 부처님을 쫓아 치솟아 부처님 앞에 섰다. 부처님께서 다시 2인, 3인 내지 7인까지 오르시자 나무 창도 따라 올라왔다. 부처님께서 다시
1다라나무 높이로 오르면 나무 창도 그 따라 오르고, 부처님께서 10다라나무 높이로 오르면 나무 창도 따라 올랐다. 부처님께서 다시 7리, 내지 7유순 높이로 오르면 나무 창도 따라 올랐다.
부처님께서 공중에서 높이가 6유순에 세로와 너비가 12유순 되는 푸른 돌을 신통으로 만들어 그 위에 서면 나무 창은 그 돌을 뚫고 올라와 그 앞에 섰다. 부처님께서 다시 신통으로 공중에서 너비 10유순에 길이 2유순이요 깊이 6유순의 강을 만들어 그 위에 서면 나무 창은 다시 물을 지나 부처님 앞에 와서 섰다. 부처님께서 다시 공중에서 신통으로 세로와 너비가 12유순이요 높이가 6유순 되는 불을 만들어 그 불꽃 위에 서면 창도 그 불꽃을 지나 부처님 앞에 와서 섰다. 부처님께서 다시 공중에서 신통으로 세로와 너비가 12유순에 높이 6유순 되는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그 바람 위에 서면 나무 창은 옆에서 가로질러 와서 부처님 앞에 섰다.
부처님께서 위로 사천왕궁에 오르고 내지 범천까지 오르면 나무 창도 삼십삼천으로부터 차례로 범천까지 올라와 부처님 앞에 섰다. 하늘들은 저희끼리 말했다.
‘부처님께서 이 창을 두려워해 달아나신다. 그러나 창은 끝내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범천에게 자신의 전생의 인연을 설명하시고 범천에서 나열기성까지 내려오시면서 지나는 하늘마다 다 전생의 인연을 설명해 들려주실 때는 나무 창도 부처님을 따라 여러 곳을 둘러 나열기성으로 내려왔다.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성의 사람들에게도 전생의 인연을 말씀하시고 다시 비구들과 함께 거기서 떠나면 나무 창도 그 뒤를 따랐다. 그 나라 사람들이 다 부처님을 따라 성을 나오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려느냐?’
대중이 말했다.
‘여래를 따라 그 인연을 구경하러 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돌아가라.
내가 그 때를 알아하리라.’
그리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들이 내 과거의 인연 갚음을 보면 다 죽어 지옥에 들어가려 할 것이다.’
아난은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 곧 죽원(竹園)의 승가람으로 돌아오시어 자기 방에 들어가 비구들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제 방으로 돌아가라.’
아난이 여쭈었다.
‘저는 어찌하리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도 네 방으로 돌아가라.’
아난이 돌아간 뒤에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이 인연은 내가 전생에 지은 것이니 내가 마땅히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곧 대의(大衣)를 벗어 네 겹으로 접어 두시고 본 자리에 도로 앉으셨다. 그리고 오른발을 펴시고 나무 창은 발등 위에서 발을 뚫고 밑으로 6만 8천 유순의 땅 속을 지나 물에 이르렀고 또 물 속 6만 8천 유순을 지나 불에 이르렀으며 그 높이 6만 8천 유순의 불에 이르러 비로소 타 버렸다. 이때 대지가 여섯 번 진동했다. 아난과 비구들은 생각했다.
‘이 대지가 이렇게 진동하는 것은 그 나무 창이 반드시 부처님의 발을 꿰뚫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그 발이 나무 창에 관통되어 고통이 매우 심했다. 아난은 부처님께 가서 그 발의 상처를 보고 그 자리에서 땅에 쓰러졌다. 부처님께서 찬물을 그 얼굴에 쏟고 나서야 아난은 깨어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발을 닦고 입으로 불면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이 발로 보리수 밑으로 가시어 악마를 항복 받고 삼십삼천에 올라가시어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금강의 몸이신데 무슨 인연으로 나무 창에 다치시는가?’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울지 말아라. 세간의 인연으로 생사에 윤회하면 이런 고통은 있는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 상처의 고통은 좀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금 나아간다.’
사리불 및 비구들도 다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문병하며 울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울지 말아라. 전생에 내가 이 인연을 지었으니 마땅히 내가 그 과보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아버지나 어머님이나 또 천왕이나 사문 등이 지은 것이 아니요, 부처인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다.’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고 신통을 얻은 비구들은 다 잠자코 있으면서, 과거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다음 게송을 생각했다.

세상 사람이 짓는 바 행으로서
선이나 혹은 악을 지으면
이 행은 내 몸으로 돌아오나니
끝내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때 기바 및 아사세왕 등도 부처님께서 나무 창에 발을 다쳤다는 말을 듣고 평상에서 땅에 떨어져 기절했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나고, 온 궁중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했다. 왕은 일어나 울면서 신하들에게 분부했다.
‘빨리 수레를 준비하라. 부처님께로 가리라.’
신하들은 분부대로 수레를 장엄하여, 왕은 수레를 타고 성을 나갔다. 성 안 의 4성(姓) 종족 남녀 백천이 왕을 호위하고 함께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오른쪽으로 누워 계셨다. 왕은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손으로는 부처님 발을 잡아 문지르고 입으로는 상처를 불면서 물었다.
‘세존이시여, 고통은 좀 덜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왕을 가엾이 여겨 자리에 앉으라 하셨다. 왕은 말하였다.
‘저는 일찍이 부처님께 들었습니다. 부처님 몸은 금강과 같아 부서지지 않는다고. 그런데 왜 지금 나무 창에 찔리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다 연대(緣對)입니다. 내 몸은 금강과 같아서 나무 창이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것은 다 전생의 업으로 부서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짓은
모두 그 행에서 볼 수 있나니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를 얻고
악을 행하면 악의 과보를 얻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부디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르십시오. 어리석고 배우지 않아
진실한 도를 알지 못하는 자는 장난삼아 지은 가벼운 죄에 뒤에는 울부짖게 되는 것이니, 부디 장난삼아 죄를 지어 뒤에 큰 재앙을 받지 않도록 하십시오.’
왕은 기바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좋은 약을 만들어 상처를 씻고 주문으로 다스리면 반드시 빨리 나을 것이다.’
기바는 왕의 분부를 받고 곧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그 발을 씻고 약을 바르자 통증이 조금 그쳤다. 기바는 다시 백천금의 값진 모포로 부처님 발을 싸고 손으로 발을 만지며 입으로 상처를 불면서 말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오래 사시고 이 병이 빨리 나으시며 일체 중생들도 그 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그리고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왕과 일체 대중을 위해 4제법(諦法)을 설명하셨다. 60명의 비구들은 다 번뇌가 없어지고 뜻이 풀렸으며 만 천인은 다 법의 눈이 깨끗해졌다. 또 백천 하늘들도 서로 알려 모두 와서 부처님을 위문하고 게송으로 찬탄한 뒤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무수(無數) 아승기겁 이전에 두 상인(商人)이 각각 5백 명씩의 부하를 데리고 바라내국에 있으면서 각각 자산을 내어 배를 만들어 바다를 건너갈 때, 순풍을 만나 바로 보물섬에 도착했다. 그 섬은 풍요하여 의복 음식 및 미녀와 온갖 용의 보물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첫째 상인이 그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구하는 것은 이미 다 얻었으니 우리는 여기 살면서 5욕(欲)을 한껏 즐기자.≻
그러나 둘째 상인은 그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 오래 살 수 없다.≻
이때 공중에서 어떤 천녀가 이 무리들을 가엾이 여겨 공중에서 말하였다.
≺여기는 미녀와 의식은 풍족하더라도 오래 살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7일 뒤에는 이 섬이 다 물 속에 빠질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그러나 다시 어떤 마녀(魔女)가 이들을 다 죽이기 위해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였다.
≺아까 그 천녀는 이 섬이 다 물
속에 빠질 것이라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로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그리고는 또 사라졌다. 첫째 상인은 천녀의 말을 믿지 않고 기꺼이 거기 살면서 떠나지 않았고, 둘째 상인은 물을 두려워해 거기 살지 않기로 했다. 그리하여 7일 뒤에 앞의 천녀의 말과 같이 물이 그 섬에 들이닥쳤다. 먼저 배를 준비하였으므로 그 날이 오기 전에, 그가 거느린 부하들은 다 배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첫째 상인은 배를 준비해 두지 않고 있다가 물이 드는 날에 창과 막대기를 가지고 둘째 상인들과 싸웠다. 둘째 상인은 예리한 창으로 첫째 상인의 다리를 찔러 관통시켜 그는 곧 목숨을 마쳤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첫째 상인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요, 그 둘째 상인은 바로 나이며, 그 때의 그 첫째 상인의 부하 5백 명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의 5백 명 제자들이요, 그 둘째 상인의 5백 명 부하들은 바로 지금의 저 5백 명 아라한이며 그 때의 그 천녀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요, 그 마녀는 바로 지금의 저 바라문의 제자 만월(滿月)비구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상인이 되어 재물을 탐해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가 배 때문에 싸워 예리한 창으로 저 상인의 다리를 찔렀었다. 이 인연으로 무수 천년 동안 지옥의 고통을 겪었고 축생에 떨어져서는 사람의 화살을 받았으며 무수 천년 동안은 아귀가 되어 쇠 송곳 위를 밟고 다녔고 금생에서는 금강의 몸을 얻었으나 그 남은 재앙으로 지금 나무 창에 찔렸느니라.’”
또 『대승방편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위성의 어떤 20명은 다 최후의 몸[最後邊身]이었고 또 이들에게는 20명의
원수가 있었다. 이들은 각각 생각했다.
‘우리는 저 집에 가서 그의 친구가 되어 그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자. 그러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자.’
그리고 이들은 신통의 힘으로 부처님께로 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들을 조복(調伏)하기 위해 대중 앞에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이 대지에서 거달라 가시를 내어 내 오른발을 찌르게 하라.’
가시가 나와 발에 오기 전에 이 가시는 곧 땅에서 나와 그 길이는 1주(肘)쯤 되었다.
가시가 나오려 할 때 그 목건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이 가시를 뽑아 다른 세계에 던져 버리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그대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가시는 땅 속에 있어 그대는 뽑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목건련은 큰 신통의 힘으로 먼저 이 가시를 뽑으려 했다. 그 때 3천대천세계가 다 크게 진동하면서 일체 세계가 가시를 따라 들리려 했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신통의 힘으로 사천왕천(四天王天)에 올라가시자 그 가시도 부처님을 따라 올라가고 계속해서 범천까지도 그와 같았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범천에서 염부제로 돌아와 본래 자리에 앉으시자 가시도 따라 돌아와 이 땅 속에 서서 부처님을 향하였다. 부처님께서 오른손으로 가시를 잡고 왼손으로는 땅을 누르고 오른발로 땅을 밟으시자 삼천대천세계가 다 크게 진동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과거에 어떤 업을 지으시어 지금 이런 과보를 받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먼 옛날에 큰 바다 가운데 들어가 창으로 사람을 찔러 그 목숨을 끊었었다. 이 인연으로 이런 과보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이 업연을 설명했을 때, 저 20명을
해치려던 20명의 원수들은 각각 이렇게 생각했다.
≺여래 법왕(法王)도 이런 악업의 과보를 받거늘 하물며 우리가 이 과보를 받지 않겠는가?≻
그리고는 이 20명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예배하고 이렇게 말했느니라.
≺저희들은 오늘 부처님께 참회하고 감히 숨기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전에 악심으로 사람을 해치려 했습니다. 지금 거듭 참회하고 감히 숨기지 않습니다.≻
그 때 20명도 곧 바로 앎을 얻고 4만 명도 다 바른 앎을 얻었다. 그러므로 나는 거달라 가시한테 내 발을 찔림을 보인 것이니, 이것을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제바달다가 던진 돌에 피를 흘린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나열기성의 수단이라는 장자는 큰 부호로서 재물이 많고 산업을 구비했었다. 그에게는 수마제라는 아들이 있었고 또 수야사라는 배다른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 수단이 갑자기 목숨을 마치자 수마제는 생각했다.
≺나는 무슨 꾀를 써야 저 수야사에게 아버지 재산을 나누어주지 않을 수 있을까? 죽여 버리면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마제는 수야사에게 말했다.
≺아우야, 우리 저 기사굴산에 가서 이야기하며 놀자.≻
야사가 승낙하자 마제는 아우의 손을 잡고 산으로 가서,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야사를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돌을 내리 굴려 야사는 곧 거기서 죽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아라. 그 때의 그 장자 수단은 바로 지금의 부왕(父王)인 진정(眞淨)왕이요 그 때의 그 아들 수마제는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 아우 수야사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재물을 탐해 아우를 해쳤다. 이 인연으로 무수 천년
동안 지옥에서 불에 타고 또 철산(鐵山)에 눌렸으며, 그 때의 남은 재앙으로 지금 부처가 되었으나 전생의 죄의 과보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기사굴산에서 거닐고 있을 때 제바달다는 길이 6장(丈)에 넓이 3장인 돌을 들어 내 머리를 때렸다. 금비라라는 산신(山神)이 손으로 그 돌을 받았는데, 그 돌의 한 조각이 내 발의 엄지발가락을 맞춰 거기서 피가 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바라문의 딸 전사가 배에 주전자를 매고 모함한 비방을 받은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승기겁 이전에 진승여래라는 부처님께서 계시고 거기 두 비구가 있었으니, 첫째는 무승(無勝)이요, 둘째는 상환(常歡)이었다. 무승 비구는 6신통을 얻었고 상환 비구는 아직 번뇌를 끊지 못했었다.
그 때 바라나성의 대애(大愛)라는 장자는 무한한 재산이 있었고 그 부인 선다(善多)는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했었다. 두 비구는 그 집을 단월로 삼아 청을 받고 갈 때, 선다는 무상 비구에게는 4사(事)로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게 했으나 상환 비구에게는 공양이 보잘 것 없었다. 이 때문에 상환은 질투가 생겨 ≺선다는 무승 비구와 정을 통해 도법(道法)으로 공양하지 않고 사사로운 은애(恩愛)로 공양한다≻ 하면서 비방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상환 비구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선다는 바로 지금의 저 바라문의 딸 전사이니라. 나는 그 때에 이유 없이 무승아라한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 죄의 인연으로 무수 천년 동안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았고, 지금은 부처가 되었어도 그 남은 재앙 때문에 저 다설(多舌) 소녀의 모함을 받았느니라. 즉 그녀가 주전자를 매어 배를 불룩하게 하고는 내 앞에 와서 말했다.
≺사문은 왜 자기
일은 말하지 않고 남의 일만 말하는가요? 당신은 지금 혼자 즐기기 위해 내 고통은 모르고 있소. 당신은 전에 나와 정을 통하여 나로 하여금 애를 배게 했소. 지금 산월(産月)이 임박했으니 아기 먹일 소유(蘇油)를 준비해 주시오.≻
그 때 대중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있었다. 석제환인은 내 뒤에서 부채를 들고 내게 부채질하고 있다가, 신통의 힘으로 쥐 한 마리를 만들어 무우의 옷 속에 들어가 무우를 깨물게 하여 무우는 갑자기 땅에 쓰러졌다. 4부 대중과 6사(師)의 무리들은 이것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큰 소리로 경하하고 한없이 웃고는 모두 그녀를 매도했다.
≺너는 죽어라. 그 죄를 자백하라. 어쩌면 그런 악의를 품고 청정하고 위없는 정진(正眞)님을 모함하느냐? 이 땅이 알음이 없어 이런 악물을 수용하고 있었는가?≻
이렇게 나무랄 때 대지가 갈라지면서 불꽃이 솟아올라 그녀는 그 속에 떨어져 바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대중은 다 그녀가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느니라.’
아사세왕은 온몸의 털이 일어서면서 크게 놀라, 곧 일어나 합장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여자는 지금 어디 떨어져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답하였다.
‘저 여자는 아비라는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저 여자는 사람도 죽이지 않고 도둑질도 거짓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아비지옥에 떨어졌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말하는 인연법에는 상ㆍ중ㆍ하의 몸ㆍ입ㆍ뜻의 행이 있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어느 것이 상이요 어느 것이 중이며 어느 것이 하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의 행이 최상이요 입의 행이 중간이며 몸의 행이 최하에 있습니다.’
왕은 다시 그 이유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몸의 행은 현저하게 나타나니 그것은 볼 수 있는 것이요 입의 행은 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세상 사람이 다 듣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뜻의 행은 뜻의 발동이라 보거나 들을 것이 없으니
이것은 안의 일입니다. 모든 행은 뜻의 못에 매어 있어서, 사람이 몸으로 살생ㆍ훔침ㆍ음행 등 이 세 가지를 행하려 하거나, 입으로 거짓말ㆍ발림 말ㆍ나쁜 말ㆍ이간질하는 말 등 네 가지 말을 하려 할 때는 먼저 마음으로 계교하여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행은 뜻의 못[釘]에 매인 것이요 몸과 입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리하여 부처님께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뜻 속에서 깊이 생각하고
그 다음에 두 가지 행이 있다.
몸과 입의 겉 부끄러움 있으나
마음의 부끄러움 없을 수 있다.

먼저 뜻으로 부끄러워하면
그 다음에 몸과 입의 부끄러움 있다.
몸과 입은 몸을 떠나지 않으나
그렇다고 혼자서는 행할 수 없다.

아사세왕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못내 슬피 울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대왕님은 왜 우십니까?’
왕은 답하였다.
‘중생은 무지하여 세 가지 일에 항상 절감(折減)이 있음을 알지 못하니 그 때문에 슬퍼할 뿐입니다. 이 중생들이 몸과 입을 중대하다 생각하고 뜻의 심오함을 알지 못합니다. 사람이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음탕할 때 천하가 다 보고 입으로 네 가지 일을 행할 때 천하가 다 듣지만 뜻의 네 가지는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중생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비로소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몸과 입의 두 가지는 뜻의 못에 매인 것이니 이것은 저 다설(多舌)이 부처님을 비방하려 할 때, 먼저 마음으로 ≺주전자를 매어 배를 불룩하게 하고 대중 가운데서 이 사실로 저 사문을 비방하리라≻고 생각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뜻이 크고 몸과 입은 작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습니다 대왕이시여, 그것을 잘 아셨습니다. 언제고 이 뜻이 크고 몸과 입은 작다는 것을 알아두십시오.’
이렇게 말씀하실 때 8천 명의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이 풀렸으며 2백 명의 비구는
아나함의 도를 얻고 4백 명의 비구는 사다함의 도를 얻었으며 8백 명의 비구는 수다원의 도를 얻고 8만의 하늘사람은 법의 눈이 깨끗해졌으며 10만의 사람과 비인(非人)은 다 5계를 받고 20만 귀신들은 다 3귀계(歸戒)를 받았다.”
또 『생경(生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1,250명과 함께 사위성에 들어가 파사닉왕의 왕궁으로 가서 공양을 받으려 하셨다. 그 때 폭지(暴志)라는 비구니가 나무 발우를 배에 잡아매어 임신한 것처럼 꾸미고 부처님의 옷자락을 끌면서 말했다.
‘당신이 내 남편이 된 뒤로부터 나는 아기를 배었는데 옷과 밥을 공급해 주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하시렵니까?’
이때 대중과 하늘사람ㆍ제석천ㆍ범천ㆍ사천왕ㆍ귀신 및 백성들은 모두 놀라면서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3계(界)에서 제일 존귀한 어른이시다. 그 마음은 진주보다 청정하고 지혜는 해와 달보다 밝으시며 3세(世)에 뛰어나 아무도 따를 이가 없다. 저 허공은 더럽힐 수 없지만 부처님의 마음은 그보다 더해 짝할 것이 없다. 이 비구니도 부처님의 제자인데 왜 저런 악심을 품고 부처님을 비방하려 하는가?’
이에 부처님께서는 이 대중의 생각을 아시고 그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셨다. 그러자 제석천이 내려와 한 마리 쥐로 변해 여자의 배에 찬 발우의 끈을 물어 끊어 발우가 곧 땅에 떨어졌다. 대중은 이것을 보고 분노와 기쁨이 섞여 모두 그 까닭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때 국왕은 잔뜩 화를 내어 ‘이 비구니는 집을 버리고 세상일을 멀리하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 은혜를 갚지 못할지언정 도리어 미워하다니, 어디 이 성인과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가?’ 하고는 명령하여 깊은 구덩이를 파고 거꾸로 묻으려 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을 타일렀다.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전생의 내 죄 탓이요, 저 여자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먼 옛날에 어떤 상인(商人)이
좋은 진주를 파는데, 그것은 여러 개였으며 다 둥글고 좋았습니다. 그 때 어떤 여자가 그것을 사려했는데 어떤 남자가 값을 배나 주고 그것을 다 사 가지고 갔습니다. 여자는 원통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구경이나 좀 하자 했으나 그 남자는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이 여자는 더욱 화가 나서 그 남자에게 ≺너는 나를 모욕하였다. 어디서 죽어 어디서 나든지 꼭 네 원수를 갚으리라. 무슨 모욕을 당하더라도 후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진주를 산 남자는 바로 나요, 그 때의 그 여자는 바로 저 폭지 비구니입니다. 저 여자는 그 원한 때문에 어디 나든지 항상 나를 비방하려 했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대중은 모두 의심을 풀고 다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먹이 보리를 먹은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비바섭여래께서 반두발마성에 계실 때 반두왕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4사(事)로 여래와 비구대중에게 공양하면서 끝내 모자라게 하지 않았었다.
그 때 그 성중의 인제기리라는 바라문은 범지(梵志)의 4베다를 통달하고, 니건ㆍ산수 및 바라문의 계율을 알아 5백 명의 소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왕은 보시회를 열고 제일 먼저 부처님과 비구 대중을 청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왕은 곧 궁중으로 돌아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자리와 담요 등을 준비하였다.
때가 되어 비바섭부처님께서는 왕궁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왕은 곧 음식을 내오게 하여 손수 갖가지 음식을 분별하였다.
그 때 미륵이라는 비구는 병으로 거기 가지 못하였는데 부처님과 대중은 공양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산왕(山王)이라는 바라문을 만났다. 산왕은 부처님과 대중이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을 알고 질투가 생겨 생각했다.
≺저 까까머리 사문들은 말먹이 보리나 먹어야지 그런 맛난 음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소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까까머리
도인들이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느냐?≻
소년들이 말했다.
≺예, 참으로 보았습니다. 저런 사주(師主)는 그저 말먹이의 보리나 먹어야 마땅합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아라. 그 때의 그 산왕 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5백 명의 소년은 바로 지금의 5백 명의 아라한이며 그 때의 그 병난 비구는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나는 그 때 질투를 일으켜 맛난 음식을 먹지 말고 말먹이 보리를 먹어야 한다고 매도하였고 그대들도 그렇게 말하였다. 이 인연으로 나와 그대들은 무수 천년 동안 지옥에서 지냈고 지금 나는 부처가 되었어도, 그 때의 그 남은 인연 때문에 그대들과 함께 비란읍에서 90일 동안 말먹이 보리를 먹은 것이다. 그 때에 나는 그 부처에게는 말보리를 주라고 말하지 않고 다만 비구들에게만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찧은 보리쌀을 먹었고, 그대들은 그 부처에게까지 보리를 주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 껍질 채로의 보리를 먹은 것이니라.’”
또 『대승방편경』에서 말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은 바라문의 비란야촌에서 3개월 동안 말보리를 먹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나는 옛날 그 바라문이 맨 먼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음식을 주지 않을 줄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거기 가서 청을 받은 것이다. 왜냐 하면 저 5백 마리의 말 때문이었다. 이 5백 마리의 말은 전생에 이미 보살승(乘)을 배웠고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지만 악지식을 가까이해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축생에 떨어진 것이다.
그 5백 마리의 말 중에 일장(日藏)이라는 큰 말이 있었다. 그것은 큰 보살로서 과거에 인간에서 5백 마리의 작은 말들에게 권해 보리심을 내게 했었다. 그리고 이 5백 마리의 말을 제도하기 위해 현재
말로 태어났는데 이 큰 말의 위덕으로 그 작은 말들은 숙명을 스스로 알고 본래 잃었던 마음을 지금 다시 얻었다. 나는 저 5백 명의 보살이 말속에 떨어진 것을 가엾이 여기고 그들을 축생에서 해탈시키기 위해 일부러 가서 청을 받은 것이다.
이때 그들은 제가 먹을 보리 반분을 비구들에게 보시하고 큰 말은 반분을 부처님께 보시했었다. 또 그 때 큰 말은 저 5백 마리의 말을 위해 말의 소리로 설법하여 참회시키고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예배하게 했었다. 그리고 다시 작은 말들에게 ≺너희들은 각각 먹을 반분을 비구들께 공양하라≻ 했었다. 5백 마리의 작은 말들은 참회한 뒤에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깨끗한 신심을 내었다.
3개월을 지낸 뒤 오래지 않아 저들은 다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났었다. 저들 5백의 천자(天子:말)는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뒤에 반드시 아뇩보리를 이룰 것이다. 그래서 작은 말들은 장래에 벽지불이 될 것이요 그 큰 말 일장은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선조(善調)여래라 할 것이다.
그 때 저들은 비록 초목이나 흙덩이ㆍ기와조각을 먹었어도 이 대천세계에는 그런 맛이 없었느니라. 그래서 아난은 고민하면서 생각했다.
≺전륜성왕의 종족으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저 하천한 사람처럼 이렇게 말먹이 보리를 먹는구나.≻
나는 그 때 아난의 마음을 알고 그 보리 알 하나를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것을 맛보아라. 그 맛이 어떠냐?≻
아난은 맛을 보고 희유하다 생각하고는 말했다.
≺나는 왕가에 났으나 아직 이런 맛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난은 그것을 먹은 뒤로는 7일 동안은 배고프거나 목마른 일이 없었느니라. 나는 또 그로써 저 5백 명의
비구들이 맛난 음식을 먹으면 욕심이 더욱 성하고 거친 음식을 먹으면 탐욕에 끄달리지 않음을 알았다. 저 비구들은 3개월 뒤에는 다 음욕을 떠나 아라한의 과를 얻었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저 5백 명의 비구들을 조복하고 5백 마리의 말보살들을 제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3개월 동안 말먹이 보리를 먹은 것이요, 내 업의 과보 때문이 아니었느니라.’”

부처님께서 고행을 겪으신 인연
『흥기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파라내성에서 멀지 않은 다수읍(多狩邑)의 어떤 바라문은 왕의 태사(太史)로서 나라에서 제일이었다. 그에게 한 아들이 있었는데 그 머리에 저절로 된 화만(火鬘)이 있었으므로 인해 이름을 화만(火鬘)이라고 했다. 그 머리는 단정하고 30상(相)을 갖추었으며 범지의 고전과 참기 등을 다 통달했다.
그 때 난제바라[호희(護喜)]라는 와사(瓦師)는 어릴 때부터 화만과 친해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여 잠깐도 잊지 못했다. 와사는 정진하고 인자하며 효순하여, 다 장님인 양친을 공양하되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했다. 비록 와사가 되었어도 직접 땅을 파지도 않고 남을 시켜 파지도 않으면서, 다만 무너진 담이나 언덕이나 쥐가 파낸 흙 등만을 섞어 그릇을 만들되 견줄 데 없이 훌륭했다. 혹 남자나 여자가 그릇을 사러 오면 값을 다투지 않고 금이나 은ㆍ비단 등은 받지 않고 오직 미곡만 받아 양친께 공양할 뿐이었다.
그 다수읍에서 멀지 않은 절에서 가섭부처님께서는 2만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비구들은 다 아라한이었다. 호희(와사)는 화만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가섭부처님을 뵈러 가지
않겠는가?≻
화만이 말했다.
≺그 까까머리 도인은 보아서 무엇하겠는가? 그가 참 도인인가. 머리만 깎았을 뿐이지 무슨 도가 있겠는가?≻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그 뒤에 호희는 또 화만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목욕하러 가자.’
화만은 좋다 하고 함께 가서 목욕했다. 옷을 다 입고 나서 호희는 오른손을 들어 멀리 가리키면서 말했다.
≺부처님께서 계시는 정사가 여기서 멀지 않다. 우리 잠깐만 가서 부처님을 뵈옵자.≻
화만은 여전히 말했다.
≺그 까까머리 도인은 보아서 무엇하겠다는 거냐? 얻기 어렵다는 불도가 어디 있는가?≻
호희가 그의 옷을 잡아끌면서 놓지 않자 화만은 옷을 벗어버리고 달아났다. 호희는 쫓아가 그의 허리띠를 잡고 말했다.
‘잠깐만 같이 가서 부처님을 뵈옵고 곧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
화만은 또 허리띠조차 풀어 버리고 달아나면서 말했다.
≺나는 그 까까머리 사문은 보고 싶지 않다.≻
호희는 곧 쫓아가 그의 머리를 움켜잡아 끌면서 말했다.
≺한 번 가서 얼핏 이라도 보고 오자.≻
그런데 그 때 그 나라에서는 사람의 머리 잡는 것을 꺼리어 머리 잡는 사람은 다 죽이게 되어 있었다. 화만은 두려워해 가만히 생각했다.
≺이 와사는 목숨을 걸고 내 머리를 잡았으니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반드시 어떤 좋은 일이 있기에 이 사람은 죽기로 한정하고 내 머리를 잡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화만은 호희를 보고 말했다.
≺내 머리를 놓아라. 나는 자네를 따라 가리라.≻
호희는 그의 머리를 놓아주고 함께 부처님께 가서 그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화만은 손을 들어 부처님께 인사하고 곧 앉았다. 호희는 합장하고 가섭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화만은 다수읍 태자의 아들로서 어릴 때부터 저의 친우입니다. 그러하오나 3존(尊)을 알지 못하고 3보(寶)를 믿지 않습니다. 원하옵노니, 부처님께서는 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시어 그것을 믿고 알게 하소서.≻
이때 화만 동자는 부처님을 머리에서 발까지 자세히 보았다. 상호(相好)와 위용(威容)은 외외하고 모든 근(根)은 순수하고 잘 조화되어 있었다.
32상(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80종호로 그 위의가 되어 사라나무의 꽃과 같았다. 몸은 수미산과 같아 그 정수리를 볼 수 없고 얼굴은 보름달과 같으며 광명은 해와 달과 같고 몸빛은 순금과 같았다. 화만은 이런 부처님의 상호를 두루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우리 범지의 참기(讒記)에 실린 상호가 지금 이 부처님께 다 있고 다만 두 가지만 없으니, 첫째는 음마장상(陰馬藏相)이요, 둘째는 토설지면상(吐舌舐面相)이다.≻
곧 다음 게송으로 물었다.

대사(大士)의 상호는
32라 들었는데
이 세존께는
두 가지만이 안 보인다.

어찌하여 장부의 몸에
마장(馬藏) 같은 것이 있는가?
어찌하여 넓고 긴 혀가
얼굴을 덮고 머리를 핥는가?

원컨대 그 혀를 내어 보여
내 의심이 풀리게 하라.
나는 그것 보면 곧
경전의 것과 같은 줄 알리라.

이에 그 부처님께서는 넓고 긴 그 혀를 내어 그 얼굴을 덮고 위로는 육계(肉髻)에까지 이르며 다시 두 귀를 덮고 머리를 일곱 번 핥았다. 다시 혀를 말아 입에 넣은 뒤에는 광명이 나와 대천세계를 비추고 해와 달을 가리고 가이타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몸을 일곱 번 돌고는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신통의 힘으로 음마장상을 내되 화만만 보고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했다. 화만 동자는 그 부처님의 상호에 하나도 빠짐이 없음을 보고는 기뻐 날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부처님께서는 화만을 위해 설법하여 다만 그 3업으로 보살행만 행하게 하셨다. 화만은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는 지금 모두를 참회하나이다. 몸으로는 행하지 않을 것을 행했사옵고 입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을 말했사오며 뜻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을 생각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저의 이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자 가섭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받아 주셨다. 화만 동자와 호희 동자는 다 함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뒤로는 더욱 자책하고 참회하면서 일찍이 도리를 잃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느니라.
이에 화만 동자는 다음 게송으로 호희 동자를 찬탄했다.

그대는 나의 착한 벗이네.
법의 친우는 탐함이 없이
나를 바른 길로 이끌었나니
이 벗은 부처님의 칭찬 받으리.

그 뒤에 이 두 사람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화만 동자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화만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나의 부왕이신 진정왕(眞正王)이시다. 그 때의 그 호희 동자는 내가 태자로서 궁중의 미녀들 속에 있을 때, 밤중에 병천자(甁天子)가 되어 내게 와서 말하기를 ≺지금은 출가할 때다≻ 하고 내게 일러 준 그대 사리불이며, 그 호희 동자는 내게 출가하기를 권했으니 바로 선지식이다. 나는 호희에게 ≺가섭부처 까까머리 사문에게 무슨 얻기 어려운 불도가 있겠느냐?≻ 하고 부처를 욕했었다.
이 악한 말 때문에 부처가 되려 할 때 6년 동안 고행하면서 하루 깨 한 알, 쌀 한 알, 한 알의 콩과 팥 등을 먹었다. 그렇게 고생했지만 법에는 아무 이익도 없었느니라. 사리불아, 내가 6년 동안 고행한 것은 전생의 업의 과보로서 이제 그것을 다 받고 부처가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악이 다 없어지고 하늘ㆍ사람ㆍ신 일체 중생들을 다 구제하려 하였다. 그러나 나도 과거의 업을 면하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우매하여 도를 얻지 못할 사람들이겠는가? 사리불아, 부디 몸의 3업과 입의 4업과 뜻의 3업을 잘
단속하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전생의 인연을 말씀하셨을 때 만 천자들은 다 수다원의 도를 얻고 8천의 용들은 다 5계를 받고 5천의 야차들은 또 3귀계(歸戒)를 받았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마치시자 사리불 및 5백 명의 아라한과 아뇩용왕과 8부 귀신들은 모두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게송을 읊는다.
이런 최상의 성인도
억울하게 모함 당하니
맑고 흐림을 분별하기 어려워
선한 사람이 악의 그물에 걸린다.

귀신과 사람이 가만히 알고
참과 거짓이 환하나니
업의 과보를 잘 관찰하면
허공의 그림자와 메아리 같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