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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499 법원주림(法苑珠林) 56권

by Kay/케이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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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56

 

법원주림 제56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63. 부귀편(富貴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선을 행하여 즐거움을 부르는 것은 그림자 형체를 따라는 것과 같고, 악을 지어 괴로움을 부르는 것은 소리가 메아리를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부(富)는 주옥(珠玉)과 같고, 귀(貴)는 소조(蕭曹)와 같다. 비단으로 옷을 만들고 금은으로 집을 지으니, 구름은 용의 나팔소리 앞에서 일어나고, 바람은 봉의 피리소리 위에 시끄럽다. 걸음은 넓은 궁전을 울리고 얼굴은 긴 행랑에 친하며, 구슬 같은 신을 빨간 뜰에 끌고 금빛 담비꼬리를 푸른 대궐문에 달았다. 음식 먹을 때는 바다와 육지에서 나는 온갖 진귀한 음식이 상 위에 가득하고, 갖가지 맛과 향기로운 냄새는 별처럼 나열되어 있고, 구름처럼 퍼진다. 앉을 때는 높은 집이요 아담함 방이며, 옥 같은 섬돌이요 진주 같은 발이며, 가야금과 피리 등 음악 소리는 애절하고 맑게 나부낀다. 잠을 잘 때는 난초 등불이 빛을 내고 수놓은 휘장은 그늘을 드리우며, 비단 이불이 펴지고 모전 요를 턴다. 다닐 때는 사마(駟馬)가 번개처럼 날고 연(輦)과 가마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천 대의 수레와 만 마리 말이 수없이 많다.
복의 인(因)을 대충 말하면 선의 과보는 이러하나니, 이 모두가 옛날에 보시를 행했기 때문에 이런 훌륭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2) 인증부(引證部)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큰 부자로서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한 것이 세상에 드물었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그 이름을
단미리(檀彌離)라 지었다. 아이가 성장했을 때 그 아버지가 죽었다. 바사닉왕은 그 아버지의 벼슬을 단미리에게 주었다. 그가 벼슬을 받은 뒤로 그 집은 7보(寶)로 변하고 창고에는 갖가지 보물이 가득 찼다.
그 때 바사닉왕의 태자 비류류(毘琉瑠)가 열병에 걸렸다. 의사들은 왕에게 말했다.
‘우두전단향을 그 몸에 바르면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왕은 곧 사방에 영을 내렸다.
‘한 냥쭝의 향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천 냥의 상금을 주리라.’
그러나 아무도 가져오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말했다.
‘단미리의 집에 그 향이 많이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몸소 단미리의 집으로 가서 그 바깥문이 순 백은으로 된 것을 보았다. 문지기를 시켜 안에 알리라 하니, 문지기가 안에 들어가 단미리 장자에게 말했다.
‘지금 문 밖에 바사닉왕이 와 계십니다.’
장자는 곧 나가 왕을 집안으로 맞아들였다. 왕은 문안에 들어가 한 소녀를 보았다. 얼굴이 단정하기 세상에 비할 데 없었는데, 백은 평상에 앉아 백은실을 뽑았으며, 그 좌우에는 10여 명의 소녀들이 모시고 있었다. 왕은 장자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그대 부인인가?’
장자가 답하였다.
‘문지기 여종의 작은딸입니다.’
다음에 중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은 순 감색유리로 되었고, 문안에는 어떤 여자가 유리 평상에 앉았는데, 그 얼굴은 앞의 여자보다 배나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안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은 순금으로 되었으며 문안에는 앞의 여자보다 배나 아름다운 여자가 황금 평상에 앉아 금실을 뽑고 있었으며, 좌우에 모신 시녀도 앞의 시녀 수보다 배나 많았다. 왕은 또 물었다.
‘저 여자는 장자의 부인인가?’
장자는 대답했다.
‘문지기인 여종입니다.’
왕은 집 안에 들어갔다. 땅은 모두 유리로 되었으며, 집 사이에는 갖가지 짐승을 새겨 바람이
불어 흔들면 그 형상들이 유리 땅에 나타났다. 왕은 땅을 물이라 생각하고 두려워해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장자에게 물었다.
‘다른 데 땅이 없어 집 앞에 못을 팠는가?’
단미리 장자는 왕에게 답하였다.
‘이것이 유리 땅이고 물이 아닙니다.’
곧 손가락에 끼었던 7보 가락지를 빼어 땅에 던지자 그것은 그대로 머물렀다. 왕은 그제야 땅임을 알고 장자를 따라 들어가 칠보전(七寶殿)으로 올라갔다. 부인은 전상(殿上)의 유리 평상에 앉아 있었고, 또 보배 평상이 있어 왕을 앉게 했다.
그 때 부인이 왕을 보자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왕은 부인에게 물었다.
‘왜 무슨 언짢은 일이 있는가. 눈에서 눈물이 나는데…….’
부인이 말했다.
‘대왕님, 다만 지금 대왕님 몸의 연기 냄새를 맡았을 뿐입니다. 그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왕이 곧 물었다.
‘집에서는 불을 때지 않는가?’
부인은 답하였다.
‘아닙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밥은 무엇으로 짓는가?’
부인은 답하였다.
‘음식은 제 때에 다 저절로 생깁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밤에도 등불을 켜지 않는가?’
부인은 답하였다.
‘마니주(摩尼珠)로 비추면 온 방이 다 환히 밝습니다.’
그 때 단미리가 꿇어앉아 왕에게 여쭈었다.
‘대왕님, 무엇하시러 귀하신 몸으로 수고로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바사닉왕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곧 왕을 인도하여 모든 창고를 두루 다 보였다. 창고마다 온갖 보물이 가득하였고, 우두전단향은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장자가 말하였다.
‘대왕님, 필요하신 대로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오.’
왕은 두 냥쭝을 우선 가지고 사람을 시켜 먼저 왕궁으로 보냈다. 그리고 왕은 다시 정중하게 장자에게 말했다.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와 계시는데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단미리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부처라 하십니까?’
왕은 그를 위해 자세히 설명했다. 장자는 못내 기뻐하면서 곧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설법하시자 그는 곧 수다원이 되었고, 이내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어 3명(明) 6통(通)과 8해탈(解脫)을 갖추었다.
아난이 이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단미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심고 인간에 나서 하늘 복의 과보를 받고, 또
세존을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91겁(劫) 전에 비바시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의 상법(像法) 시대에, 어떤 다섯 비구가 서로 약속하고 어느 숲 속에서 부지런히 수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중의 한 비구에게 말했다.
≺여기서 성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걸식하러 다니기에 매우 괴롭다. 그대는 복을 짓기 위해 한여름 동안 걸식해다가 우리에게 공양해 다오.≻
그 한 비구는 곧 성내로 들어가 여러 단월들을 권해 날마다 음식을 보냈다. 네 비구는 이 때문에 편하게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하여 다 아라한이 되었다. 그래서 그 한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힘으로 우리는 안온하게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쳤다.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이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발원했다.
≺나로 하여금 오는 세상에 천상이나 인간에게서 저절로 부귀하고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게 하여지이다.≻
그는 이 발원의 공덕으로 그 뒤로는 91겁 동안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에서 큰 부자로서 필요한 것은 저절로 생겼고, 또 지금 나를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또 『현우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사위국의 어떤 장자는 큰 부호로서 그 집의 무량한 재보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는 한 아들을 낳았다. 온몸이 금빛이요 아름답기가 세상에 드물었다. 부모는 한없이 기뻐하면서 그 이름을 금천(金天)이라 했다.
금천이 나던 날에 집 안에 한 우물이 저절로 생겼는데, 가로와 세로는 8척이요 깊이도 8척이었다. 무엇이나 필요한 것은 다 사람의 뜻대로 나와서 옷이 필요하면 옷이 나오고 음식이 필요하면 음식이 나오는 등 금과 은 보배가 모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거기서 나왔다. 금천은 성장할수록 재주와 기예가 두루 통했다. 그 아버지는 생각했다.
‘내 아들은 단정한 얼굴이
뛰어나다. 금빛 얼굴과 묘한 몸이 내 아들과 같은 뛰어난 여자를 구해 보리라.’
그 때 사바국(闍婆國)의 어떤 장자도 한 딸을 낳아 이름을 금광명(金光明)이라 하였는데, 단정한 얼굴은 비범하여 묘한 몸은 금빛으로 번쩍여 사람을 비추었다. 이 딸도 처음 나던 날에 깊이 8척의 우물이 저절로 생겨, 여기에서도 갖가지 보배옷과 음식을 내어 모두가 사람의 뜻대로 되었다. 이 부모도 생각했다.
‘우리 딸은 단정하고 묘하다. 우리 딸과 같이 금빛이 찬란한 현명한 남자를 구해 결혼시키리라.’
이 딸의 이름이 멀리 퍼져 금천은 드디어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 뒤에 금천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음식으로 공양했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어 금천 부부와 그 부모가 모두 수다원의 과(果)를 얻었다. 금천의 부부는 그 부모에게 출가하기를 청해 부모는 곧 허락했다. 금천의 부부는 출가한 뒤에 다 아라한의 과를 얻고 일체 공덕을 다 구족했다. 아난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금천 부부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어 부호의 집에 태어나 온몸이 금색이며, 또 8척의 우물이 저절로 생겨 온갖 물건을 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1겁 전에 비바시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여러 비구들은 교화하며 돌아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렀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다투어 와서 공양했다. 그 때 어떤 부부는 집이 가난하여 한 되의 쌀도 없었다. 그 남편은 여러 사람들이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슬피 울고 괴로워하면서 그 아내의 팔에 눈물을 떨어뜨렸다. 아내는 곧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우십니까?≻
남편은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계실 때는 재물이 창고에 가득 차 한없이
많았다. 그러나 내 대에 와서 몹시 곤궁하게 되었다. 전일에 부자이면서 보시하지 않아서 지금은 스님들을 만났어도 보시할 것이 없다. 전에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구차하게 되었는데, 지금 또 보시하지 못하니 미래가 더욱 비참하겠구나. 나는 이것을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아내는 말하였다.
≺부질없이 생각만 한다 한들 보시할 돈이 없는데 무엇합니까?≻
아내는 또 말했다.
≺시험삼아 옛 집에 가서 두루 찾아보십시오. 혹 무엇을 얻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남편은 곧 가서 찾다가 마침 돈 1전을 얻어 그것을 가지고 아내에게로 왔다. 그리고 그 아내는 마침 거울 하나가 있었고, 또 물병 하나를 얻었다. 그들은 그 병에 깨끗한 물을 넣고 돈을 병 안에 넣고 거울을 그 위에 얹었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스님들에게 보시한 뒤에 발원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이 공덕으로 그 뒤 91겁 동안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 인간에서 항상 부부가 되어 금빛 몸으로 복의 즐거움을 누렸으며, 지금은 나를 만났기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또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에 목건련과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우가 있었다. 그는 곧 부호로서 재물이 많았고, 7진(珍)을 구족하여 창고에 가득 넘쳤으며, 남녀 노비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목건련은 자주 아우 집에 가서 아우에게 말했다.
‘내 들으니, 너는 인색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보시하면 무량한 복을 얻는다고 말씀하신다. 지금 너도 보시하면 무량한 복을 받을 것이다.’
아우는 이 형의 분부를 받고 곧 창고를 열어 보시하고, 또 새 창고를 지어 그 과보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7일이 안 되어 재보가 다 없어졌기 때문에 창고는 다 비고 새 창고에도 아직 보답이 없었다. 아우는 고민하면서 형에게 말했다.
‘전에 보시하면 큰 과보를 받는다는 형님 말씀을 듣고 감히 분부를 어길 수 없어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재보를 다 보시했습니다. 그 때문에 본래 창고는 다 비었는데 새 창고에는 아무 보답이 없습니다. 형님은 과연 그것을 믿습니까?’
목건련은 말했다.
‘그건
말하지 말라. 저 사견(邪見) 외도들로 하여금 그런 거친 말을 듣게 하지 말라. 만일 그 복덕이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저 허공도 그것을 다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방편으로 너에게 그 아주 조그만 과보만을 보여 주리라.’
곧 신통의 힘으로 그 아우에게 손을 대어 제6천(天)에 이르렀다. 그가 보니, 그곳의 궁전이 7보로 되었으며, 향기로운 바람과 목욕하는 못이 있었고, 창고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이 가득 차 넘쳤으며, 수천만의 미녀들이 그를 호위하였는데, 순전히 여자뿐이요 남자는 없었다. 그는 형에게 물었다.
‘무슨 궁전이 이렇게도 외외(巍巍)합니까?’
목건련은 말하였다.
“네가 직접 가서 천녀들에게 물어보아라.”
아우는 곧 가서 그 천녀들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궁전이기에 7보로 되어 외외 당당하게 허공에 달려 있는가? 누가 어떤 복으로 여기서 그 과보를 받을 것인가?’
천녀들은 대답했다.
‘염부제 가비라위국에 계시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신족(神足) 제자인 목건련의 아우는 큰 부호 장자로서 보시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뒤에 여기에 태어나서 우리들과 부부가 될 것입니다.’
아우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선심이 생겨 형에게 돌아와 이 사실을 다 이야기했다. 목건련은 아우에게 말하였다.
‘그래 사람이 보시하면 과보가 있는가, 과보가 없는가?’
아우는 부끄러워하며 형에게 참회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더욱 복을 닦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천상에 나서 앞에서 말한 과보를 받았다.”
또 『수제가경(樹提伽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수제가라는 장자는 큰 부호로서 금ㆍ은 등 재물이 창고에 가득 넘치고, 노비들은 줄을 이루어 아무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못가에 걸어둔 흰 명주수건이 바람에 불려 왕의 궁전 앞으로 날아갔다. 왕은 곧 대신들을 모아 의논하고 그
까닭을 점쳐 보라 했다. 대신들은 모두 말했다.
‘나라가 장차 크게 흥왕하려고 하늘이 흰 수건을 준 것입니다.’
그러나 수제가만은 잠자코 있었으므로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다른 대신들은 다 경사라 하는데 그대는 왜 말이 없는가?’
수제가는 말했다.
‘감히 대왕님을 속일 수 없습니다. 사실인즉 그것은 신(臣)의 집에서 몸을 닦는 흰 수건으로서 못가에 걸어둔 것이 바람에 불려 대왕님 궁전에 날아온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잠자코 있었습니다.’
또 며칠 뒤에는 큰 수레바퀴만한 9색의 금꽃이 왕의 궁전 앞에 떨어졌다. 왕은 다시 신하들을 모아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였다. 수제가는 답하였다.
‘신은 감히 대왕님을 속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후원에서 시들어 떨어진 꽃이 바람에 불려 대왕님 궁전 앞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잠자코 있었습니다.’
왕은 수제가에게 말하였다.
‘그대 집이 그렇게 훌륭하냐? 그대는 돌아가 음식을 준비하라. 나는 20만 대중을 거느리고 그대 집에 가 보리라.’
수제가는 말하였다.
‘대왕님은 오시기만 하십시오. 따로 준비하지는 않겠습니다. 신의 집에는 저절로 평상이 되어 있어 사람이 펼 것이 없고, 저절로 음식이 생겨 사람이 만들 필요가 없사오며, 저절로 들려 오므로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고, 저절로 들려 가므로 돌아볼 필요가 없사옵니다.’
왕이 곧 20만 대중을 거느리고 수제가의 집에 이르러 남문으로 들어가자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한 소년이 있었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그대 아들인가?’
수제가는 답했다.
‘이 아이는 신의 문지기 종입니다.’
왕은 다시 조금 더 가서 안 문에 이르렀다. 얼굴이 단정하고 피부가 고와 매우 사랑스러운 한 소녀가 있었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그대 딸인가, 부인인가?’
수제가는 답했다.
‘이 아이는 신의 문지기인 계집종입니다.’
왕은 다시 조금 더 나아가 그 집 앞에 이르렀다. 벽은 백은이요 땅은 수정으로 되어 있어서 왕은 그것을 물인지 의심하고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수제가는 왕을 인도하여 마루에 오르게 했다. 그리고 금평상에 앉아 옥책상에 기대었다. 수제가의 부인은
120겹의 금과 은으로 된 휘장 안에 앉았다가, 휘장을 열고 나와 왕에게 예배하고 곧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왜 그대 부인은 내게 절하고 눈물을 흘리는가?’
수제가는 말하였다.
‘신은 감히 속일 수 없습니다. 대왕님의 몸에서 나는 연기 냄새를 맡고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서민은 기름[脂]을 태우고, 제후는 꿀을 태우며, 천자는 칠(漆)을 태운다. 그러나 칠에는 연기가 없는데, 왜 눈물이 나는가?’
수제가는 말하였다.
‘신의 집에는 명월신주(明月神珠)가 있사온데 그것을 집에 달아 두면 밤낮이 다름이 없으므로 불빛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수제가의 집 앞에는 12층의 높은 누각이 있었다. 수제가는 왕을 인도해 그 누각에 올라갔다. 왕은 거기서 사방을 돌아보다가 황홀한 속에서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대신들은 아뢰었다.
‘나라 일이 크온데 대왕님은 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잠깐 동안인데 조금만 더 기다리라.’
그리고는 다시 동산으로 들어가 놀다가 어느새 또 한 달이 지났다. 그 문답은 앞에서와 같다.
수제가는 왕에게 7보(寶)와 갖가지 비단을 선물하고 20만 대중에게도 후하게 선물했다. 왕은 궁으로 돌아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저 수제가는 내 백성이면서 그 부인과 집이 내 것보다 훨씬 뛰어나게 다르다. 내가 저를 치고자 하는데 될 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모두 말했다.
‘될 수 있습니다.’
왕은 40만 대중을 시켜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면서 수제가의 집을 수백 겹 포위하게 했다. 수제가 집 남문 안의 어떤 역사(力士)가 손에 금지팡이를 들고 40만 대중을 한 번 겨누자,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거꾸러지면서 손과 다리를 틀고 허리를 휘청거리며, 마치 술에 취한 사람과 같이 머리만 치켜들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
이에 수제가는 운모차(雲母車)를 타고 와서 그 사람들에게 물었다.
‘올 때에 얼마나 고생했기에 땅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가?’
그들은 답하였다.
‘대왕님이 우리를 보내어 장자를 치라 했는데, 장자의 어떤 역사가 금지팡이를 들고 40만 군중을 한 번 겨누자 사람과 말들이 함께 거꾸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합니다.’
수제가는 다시 물었다.

‘일어나고 싶은가?’
그들은 모두 대답했다.
‘일어나고 싶습니다.’
수제가는 신통의 힘을 한 번 부려 40만 대중의 사람과 말을 모두 일으켰고, 그들은 다 본국으로 돌아갔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수제가를 불러 함께 수레를 타고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 수제가는 전생에 어떤 공덕을 지어 지금 이런 과보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으라. 옛날 5백의 동연(同緣)이 산에 살았는데 길에서 어떤 병자 도인을 만나 그 암자와 쌀과 등불을 주었다. 그리고 두루 걸식하면서 발원하였다.
≺하늘이 내게 공양을 주어 공중에서 내려오게 하며, 18종으로 몸을 변하고 큰 광명을 놓아 천하를 두루 비추게 하리라.≻
또 발원하였다.
≺나는 부처가 되어 철위산(鐵圍山)을 부수고 확탕(鑊湯)에서 꽃을 피우며 지옥에서 전단향이 나게 하고 아귀를 사문으로 만들며 나찰이 앉아 경을 외우게 하고 5백 상인(商人)이 그 중한 보물을 가져오게 하리라.≻
그 병자 도인에게 공양하고 하늘 공양을 빌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 때의 그 보시한 사람은 저 수제가요, 그 병자 도인은 바로 나이다. 그리고 그 5백 상인은 다 아라한의 도를 얻었느니라.’”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사위성의 선현(善賢)이라는 장자는 그 재보가 무량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아내가 딸을 낳았는데, 단정하고 아름답기가 세상에 드물었으며, 그 정수리에 보주(寶珠)가 생겨 온 성내를 환히 비추었다. 그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이에 그 이름을 보광(寶光)이라 했다. 딸은 차츰 자라 성질이 온순하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정수리의 보주도 누가 청하면 곧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생겨났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딸을 데리고 부처님께 가서 기꺼이 출가시키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니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입혀지면서 그녀는 비구니가 되었다. 이
비구니는 부지런히 수행하고 아라한이 되어 하늘과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 때 비구들이 이것을 보고 그 인연을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1겁 전에 비바시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범마달다(梵摩達多)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은 그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4보(寶)의 탑을 세우고 거기에 공양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이 탑에 들어가 보주(寶珠)를 탑 문설주에 걸어 놓고는 발원하고 돌아갔다.
그는 이 공덕으로 그 뒤 91겁 동안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에서 항상 보주를 가지고 있어, 그것과 함께 나서는 하늘의 쾌락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봉행하였다.”
또 『백연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가비라위성(迦毘羅衛城)의 어떤 장자는 재보가 무량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부인이 살덩이 하나를 낳았는데, 장자는 이것을 보고 못내 고민하면서 불상사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가서 그 길흉을 물어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괴상히 여기지 말고 그저 잘 보살펴라. 만 7일이 되면 그대는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장자는 이 말씀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잘 보살피라 당부했다. 7일이 되자 그 살덩이가 저절로 열리면서 백 명의 사내가 나와 단정하고 묘하여 세상에 드물었다. 아이들은 자라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어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았다.
그 때 비구들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께 그 인연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1겁 전에 비바시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반두말제(槃頭末帝)라는 왕은 그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높이 1유순의 4보(寶)의 탑을 세우고 거기 공양했다. 그 때 그 읍(邑) 사람 백여 인은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탑에 꽃과 향을 공양하고 각각 발원하였다.
≺이 공덕으로 나로 하여금 오는 세상에 나는 곳마다 형제가 되게 하소서.≻
그들은 이렇게 발원하고 각기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같은 읍 사람들은 지금의 이 백 명의 비구들이니, 그 때의 서원으로 말미암아 그 뒤로 91겁 동안 3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에 함께 나서 큰 즐거움을 누리고, 나아가서는 지금 나를 만나 다시 함께 나서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봉행했다.”
게송을 읊는다.

돌을 숨긴 것 실로 참이 아니요
병을 꾸민 것 진실로 거짓이며
고문(辜門) 위에서 옷을 훔치고
치헌(緇軒) 밑에서 함부로 분다.

봉사(鳳祀)는 한갓 마음을 놀래키고
추문(騶文)은 끝내 들판을 좋아한다.
참모습이 어찌 일정한 법 있으리오.
덧없는 그 영화를 버리지 못하누나.

자취는 관면(冠寃)의 나그네에 뛰어나고
수레는 몰아 달리는 사람 따른다.
얼마 안 되어 정성(鄭聲)은 끊어지고
그래서 저절로 주야(周邪)를 어지럽힌다.

부(富)와 귀(貴)는 부질없이 이름 다투고
영예와 모욕은 헛되이 서로들 나무란다.
잠깐이라 바람 앞에 등불이거니
요술과 물거품을 잡으려 할 것 없다.

감응연(感應緣)[대략 여섯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진(晋)의 왕문도(王文度)
진(晋)의 장씨(張氏)
진(晋)의 유백조(劉伯祖)
진(晋)의 태수(太守) 이상(李常)
당(唐)의 중서령(中書令) 잠문분(岑文本)

당(唐) 별가(別駕) 심유선(沈裕善)

진(晋)의 왕문도(王文度)
진(晋)나라 왕문도(王文度)가 광릉(廣陵)의 진영(鎭營)에 있을 때 갑자기 마부 두 사람이 곡두판(鵠頭板)을 가지고 와서 문도를 불렀다. 문도는 크게 놀라 마부에게 물었다.
“나에게 무슨 벼슬을 하라는 것이냐?”
마부는 말했다.
“당신은 평북장군(平北將軍)과 서연(徐兗)의 2주(州) 자사(刺史)가 되시오.”
문도는 말했다.
“나는 이미 이 벼슬을 살고 있는데 또 왜 부르느냐?”
귀신(마부)은 말했다.
“그것은 인간의 벼슬일 뿐이오. 지금 할 것은 천상의 벼슬입니다.”
문도는 크게 두려워했다. 그 뒤에 문도는 그 벼슬에 나아갔다. 검은 옷 입은 사람과 고니옷[鵠衣] 입은 벼슬아치들이 매우 많았는데, 문도는 곧 죽었다.[이 한 가지 증험은 『유명록(幽冥綠)』에 나온다.]

진(晋)의 장씨(張氏)
진(晋)나라 장안(長安)의 장씨(張氏)가 낮에 혼자 방에 있을 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책상 위에 앉았다. 장씨는 불쾌히 여기면서 가슴을 헤치고 말하였다.
“비둘기야, 네가 온 것이 내게 화가 될 것이냐? 또 승진(承塵)으로 올라가는 것은 내게 복이 될 것이냐? 내 가슴으로 들어오너라.”
비둘기는 곧 가슴속으로 날아 들어와 하나의 갈고리로 변했다. 그 뒤에 장씨는 수만 금의 큰 부자가 되었다.

진(晋)의 유백조(劉伯祖)
진(晋)나라의 박릉(博陵) 유백조(劉伯祖)는 하동(河東)의 태수(太守)가 되었다. 그가 있는 방의 승진(承塵) 위에서 어떤 귀신이 말하였다.
“경사(京師)의 조서(詔書)가 내려 소식을 전할 것이므로 미리 백조에게 알린다.”
백조는 그에게 무엇을 먹느냐고 물었다. 그가 양의 간을 먹는다고 하므로 백조는 양의 간을 사서 그의 앞에서 썰었다. 썰자마자 두 마리 양의 간이 다 없어졌다.
조그마한 늙은 살쾡이 한 마리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시자가 칼로 그것을 찍으려 했다. 백조는 시자를 꾸짖어 말리고 그것을 승진 위에 가져다 두었다. 조금 있다가 살쾡이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하였다.
“아까 그 간을 먹고 취해 갑자기 정신을 잃고 부군(附君)을 만났는데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이 뒤에 백조는 사례(司隷)가 되리라 했다.”
귀신은 또 먼저 말했다.
“백조에게는 어느 달 어느 날에 그 조서가 올 것이다.”
이 말대로 그는 사례가 되었다. 그가 사례로 갈 때 부신(府神)이 따라와
승진 위에서 성내(省內)의 일을 다 이야기했다. 백조는 크게 두려워해 그 부신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자사(刺史)로 있다. 좌우의 귀인(貴人)들이, 귀신이 여기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때문에 우리를 해칠 것이다.”
귀신은 말했다.
“부군이 염려한 것과 같다. 우리 서로 헤어지자.”
그리고는 드디어 아무 소리가 없었다.

진(晋)의 태수(太守) 이상(李常)
진(晋)나라 이상(李常)은 자가 원문(元文)이며, 초국(譙國) 사람이다. 젊어서 어떤 사문이 와서 이상에게 말했다.
“그대 복의 과보가 장차 올 것이고, 다시 그 반대가 따라올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가난을 지켜 도를 닦으면서 벼슬하지 않으면 복은 늘고 반대는 없어질 것이니, 부디 면려하시오.”
이상은 성질이 조급하고 또 가난하였으므로 다만 어떤 벼슬만이 언제 올 것인지만 물을 뿐 도를 닦는 뜻은 묻지 않았다. 사문은 그에게 책 한 권을 주었으나 그것은 받으려 하지 않고, 또 영화의 길과 부귀ㆍ빈천이 어떠할 것인지만을 물었다.
사문은 말했다.
“장차 금자(金紫)를 띠고 3군(郡)의 벼슬을 모두 할 것이오. 만일 1군에서 그치면 그것도 좋을 것이오.”
이상은 말했다.
“우선 부귀만 하면 그만이지 무엇하러 뒤의 걱정을 돌아보겠습니까?”
그리고 함께 잤다. 밤에 이상이 일어나 보았을 때 사문의 몸이 한 침상에 가득 찼다. 이상은 안에 들어가 이 사실을 알려 온 집안 사람들이 다 나와 엿보았다. 사문은 다시 큰 새로 변해 들보 위에 앉아 있었다. 새벽이 되어 새는 다시 사문으로 변하여 떠나려 했다. 이상이 전송하러 밖에 나가자 사문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 이상은 그것이 귀신인 줄 알았다. 이로 인해 이상은 부처님 섬기기에도 정진하지 않았다. 뒤에 이상은 서양강(西陽江) 하려강 (夏廬江)의 태수(太守)에다가 또 용양장군(龍驤將軍)이 되었다가, 대흥(大興) 중년의 전봉(錢鳳)의 난리에 죽임을 당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당(唐)의 중서령(中書令) 잠문분(岑文本)
당(唐)나라 중서령(中書令)인 잠문본(岑文本)은 강릉(江陵) 사람이다. 젊어서부터 부처를 믿고 항상 『법화경』 「보문품(普門品)」을 외웠다. 일찍이 배를 타고 가다가 오강(吳江)에서 배가 부서져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문본은 물 속에 빠져 있으면서 어떤 사람의 말소리를 들었다.
“다만 부처님만 생각하면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그는 물결을 따라 솟아 나와 북쪽 언덕에 닿아 드디어 죽음을 면했다.
그 뒤에 강릉에서 재(齋)를 베풀고 스님들이 그 집에 많이 모였다. 어떤 나그네 스님이 뒤에 와서 문본에게 말했다.
“천하가 아무리 어지러워도 당신은 그 재앙에 걸리지 않고 마침내 태평 천하를 만나 큰 부자가 될 것이다.”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므로 문본도 전송하러 따라나오자 곧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금 있다가 문본이 잿밥을 먹으려 하다가 밥그릇 안에서 사리 두 알을 얻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다. 이것은 문본 자신이 임종 때 말한 것이다.

당(唐) 별가(別駕) 심유선(沈裕善)
당(唐)나라 호부상서(戶部尙書) 무창공(武昌公) 대문주(戴文冑)는 본래부터 서주 별가(舒州別駕) 심유(沈裕)와 친했다. 문주는 정관(貞觀) 7년에 죽었다. 8년 8월에 심유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경사(京師) 의령방(義寧坊)의 서남쪽 거리에서 문주를 만났다. 문주는 다 헤어진 옷에 초췌한 얼굴로 심유를 보고는 슬퍼하면서 또 기뻐했다. 심유는 물었다.
“자네는 생시에 복을 많이 닦았는데 지금은 무얼하고 지내는가?”
문주는 말했다.
“내가 죽은 뒤에 다른 사람이 양을 잡아 내게 제사를 지내 주었고, 또 나는 그 때에 잘못 아뢰어 사람을 죽였다. 이 두 가지 일로 말미암아 답변하기에 말할 수 없는 고생을 겪었지만 지금도 형편은 말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평생에 자네와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끝내 그대를 좋은 벼슬 자리에 진급시키지 못해 마음에 늘 한스러웠다. 지금 그대는 스스로 5품(品)의 문서를 얻어 이미 천조(天曹)에 통과되었으니 서로 돕는 것이 기쁘고 경사스럽다. 그 때문에 이렇게 알리는 것이다.”
이 말을 마치자 그는 꿈에서 깨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을 이야기하고 그 꿈의 조짐이 있기를 바랐다. 그 해 겨울에 심유는 경사(京師)로 들어가 시험에 합격했으나 동벌(銅罰)이 있어 벼슬을 얻지 못하고, 또 남에게 꿈의 영험이 없다고 말했다.
9년 봄에 심유가 강남(江南)으로 돌아가려고 서주(徐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조서(詔書)를 받들어 5품(品) 벼슬로 무주(婺州) 장관이 되었다. 그 형
이부시랑(吏部侍郞)이 이 말을 듣고 심유를 불러 이런 말을 들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명보기(冥報記)』에 나온다.]

64. 빈천편(貧賤篇)[여기에는 5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수달부(須達部)
빈아부(貧兒部) 빈녀부(貧女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빈부와 귀천은 모두 과거의 업에 기인하고 득실(得失)과 유무(有無)는 다 옛날의 행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과거의 인(因)을 알고자 하면 현재의 과보를 보고, 미래의 과보를 알고자 하면 현재의 인을 관찰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원헌(原憲)의 집과 금루(黔婁)의 방은 새끼 문지도리[縄樞]에 항아리의 창이라 바람과 먼지를 막을 수 없었고, 자리 지개문과 쑥대 사립문이라 서리와 이슬을 막지 못하였다. 혹은 볏짚을 엮어 자리로 삼고, 혹은 연잎을 마름하여 옷에 충당하였다. 팔꿈치를 감추려면 두 소매가 다 뚫렸고, 실로 꿰매려면 두 옷깃이 다 헤어졌다. 음식은 안읍(安邑)을 빌어야 하고, 잠자리는 영대(靈擡)에 붙였으며, 머리에는 10년 묵은 관을 쓰고 몸에는 백 매듭의 누더기를 입었다. 고향에는 이미 논도 집도 없는데 낙양(洛陽)에도 또 주인이 없으며, 허랑하게 시절을 따르고 할 일 없이 날을 보낸다. 비록 영첩(靈輒)의 예상(翳桑)의 피폐함이 있음을 부끄러워하나 곧 백이(伯夷)가 수양(首陽)의 괴로움 가져옴을 부끄러워한다. 갖옷이 전연 없거늘 어찌 양춘(陽春)을 맞이하겠으며, 한 되의 쌀도 없거늘 무엇으로 이 해를 넘기랴.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다 전날에 보시를 행하지 않고 항상 쌓아 두고도 인색했기 때문에 이런 과보를 불러 하루아침에 망한 것이니,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부디 보시해야 할 것이다.

(2) 인증부(引證部)
『등지경(燈指經)』에서 말하였다.
“알아야 한다. 빈궁이란 마치 지옥과 같은 것이다.
의지할 곳을 잃고 붙어 살 곳이 없으며, 근심하는 마음의 불꽃은 왕성하고, 수심에 몸은 타고 여위며, 화색이 없는지라 얼굴은 추루하다. 몸은 여위어 기갈에 모두 깎이고 눈은 움푹 파이고, 뼈마디는 모두 드러나며 살갗은 주름살이요, 힘줄은 다 드러난다. 머리털은 흐트러지고 손발은 가늘며, 얼굴빛은 쑥처럼 희고 온몸은 주름살이다.
또 옷이 없으매 쓰레기 마당에 가서 더러운 헝겊을 주워 이리저리 꿰매어 입으면 형상은 겨우 가리나 4지가 다 그대로 드러난다. 앉을 자리가 없어 쓰레기 무더기에 비스듬히 누워 있으면 친한 벗들이 보고도 모른 체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걸식하면 마치 주린 까마귀와 같다. 아는 벗에게 걸식하러 가면 문지기가 막고 들여놓지 않으며, 가만히 엿보다가 재빨리 들어가면 다시 욕설하며 쫓아낸다. 집주인이 나와 때리려 하면 곱사처럼 허리를 굽혀 자꾸 절을 하면서 사죄한다. 그러나 주인은 경멸하여 돌아보지도 않는다. 혹 집에 들어가더라도 천히 여겨 더불어 말도 하지 않으며, 또 자리도 내어놓지 않는다. 음식을 조금 주어도 밥그릇에 던져 주며 겨우 요기할 만하다. 큰 잔치가 있어 남는 음식을 바라더라도 천히 여기기 때문에 그 자리에 부르지도 않으면서 도리어 쫓아낸다.
또 빈궁한 사람은 마치 나무에 꽃이 없어 벌들이 멀리 떠나고 서리 맞은 풀잎이 시들어 꼬부라지며 마른 못에 기러기가 놀지 않고 불에 탄 숲에 사슴이 오지 않으며 추수가 다 끝난 밭에 이삭 줍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오늘날 가난하면서 과거 부자 때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빈말일 뿐이거늘 누가 그 말을 믿으려 하겠는가.
또 나의 빈궁으로 말미암아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 마치 불에 다 타버린 넓은 들과 같아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그늘이 없는 나무와 같아 의지하는 사람이 없으며, 서리 맞은 묘종 같아서 버려져 거두는 사람이 없고, 사람을 해치는 독사와 같아 사람들이 모두 멀리 떠나며, 독약을 섞은 음식과 같아
맛보려는 사람이 없고, 쓸쓸한 공동묘지와 같아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으며, 불쾌한 변소와 같아 냄새나는 더러운 것만 가득히 모이며,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처럼 남의 미움을 받는다.
비록 좋은 말을 하더라도 남은 그르다 하고, 만일 선업을 지으면 남은 야비하다 하며, 행동이 기민하면 또 경솔하다 꺼리고, 그 행동이 느리면 또 너무 신중하다 하며, 혹 사람을 찬탄하면 남들은 아첨한다 하고, 사람을 칭찬하면 다시 비방하면서 ‘이 빈궁한 사람은 언제나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일 사람을 가르치면 이것을 거짓이라 하고, 만일 자세히 설명하면 사람들은 말이 많다 하며, 만일 잠자코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마음을 숨긴다 하고, 그렇다고 정직하게 말하면 다시 거칠고 사납다고 한다. 사람의 동의를 구하면 아첨한다 하고, 자주 친해지려 하면 현혹시킨다 하며, 친하게 따르지 않으면 또 교만하다 하고, 남의 말에 찬성하면 거짓으로 남의 마음을 산다 하며, 그렇다고 따르지 않으면 고집이 세다 한다.
또 내 뜻을 굽혀 그의 요구를 들어주면 비굴하다 꾸짖고, 뜻을 굽히지 않으면 ‘이 빈궁한 사람은 자존심이 세다’ 한다. 만일 조금 너그러이 대하면 어리석어 과단성이 없다 하고, 또 스스로 거둠성이 있으면 공연히 청렴하고 거짓으로 단정한 체한다 하며, 즐겨 호탕하면 방종하여 미친 사람 같다 하고, 그렇다고 근심하거나 슬퍼하면 독기를 품고 조금도 기뻐하는 마음이 없다 한다. 남의 말을 듣고 미흡한 점이 있어서 그를 위해 판단하고 해석하면 여럿은 어리석고 자기는 아는 체하면서 부끄럼을 모른다 하고, 또 잠자코 있으면 완고하고 미련해 이치를 모른다 하며, 또 조금이라도 희론(戱論)하면 죄와 복을 믿지 않는다 한다. 무엇을 구함이 있으면 염치를 모른다 하고, 아무것도 구함이 없으면 지금은 구하지 않으나 뒤에 크게 얻음을 바란다 하며, 또 경전의 말을 인용하면 총명한 체한다 하고, 또 말이 소박하면 우둔하다고 꺼리며, 또 사실을 공정하게 말하면
생떼를 쓴다 하고, 또 가만히 바른 말로 일러 주면 모함하고 아첨한다 한다. 또 새로운 옷을 입으면 거짓으로 꾸미는 체한다 하고, 그렇다고 헤어진 옷을 입으면 못나고 가난하다 하며, 음식을 많이 먹으면 굶주려서 탐식한다 하고, 그렇다고 조금 먹으면 실은 배고프면서 청련함 체한다 하며, 또 경론을 이야기하면 제가 아는 것을 자랑하고 남의 단점을 드러낸다 하고, 그렇다고 경론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우치하고 무식하므로 소 키우는 머슴이나 시켜야 하겠다 하며, 또 옛날의 사업하던 일을 이야기하면 과장하여 자랑한다 하고, 그렇다고 스스로 잠자코 있으면 그 문벌이 천박하다 한다.
빈궁한 사람은 말이나 행동에 다 허물이 있고, 부귀한 사람은 어떤 비법이라도 다 허물이 없어 그 행동이 다 옳다 한다. 빈궁한 사람은 죽은 시체의 귀신이 일어난 것과 같아 모두가 다 두려워하고, 죽을 병에 걸려 치료하기 어려우며, 광야나 험한 곳에 물도 풀도 없는 것 같으며, 큰 바다에 빠진 것 같아 사나운 물결에 떠내려가고, 사람이 목을 누르는 것 같아 숨도 크게 못 쉬며, 짙은 때가 끼인 것 같아 씻어 버리기 어렵고, 또 원수와 같아 같이 입고 먹으면서도 악심을 버리지 않으며, 여름의 더러운 우물과 같아 들어가는 사람의 기운이 끊기고, 깊은 진창에 빠진 것 같아 헤어나지 못하며, 또 산에서 사나운 물이 쏟아져 내려 나무를 꺾고 떠내려 보내는 것과 같나니, 빈궁한 사람도 이와 같아서 온갖 가난이 많으니라.”
대개 부귀한 사람은, 좋은 위덕(威德)이 있어서 그 태도가 조용하고 도량이 넓으며, 예의를 다투어 일으키고 지혜와 용기를 내며, 집안 살림이 불어가고 권속들이 화순하며,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진다. 이로써 본다면, 모든 세간 사람들은 부귀와 영화라도 거기에 탐착할 것이 아니요, 사람이나 하늘의 존귀에도 방탕하게 즐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빈궁은 바로 큰 고통 무더기이니, 이 고통을
끊기 위해서는 부디 인색하고 탐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빈궁이란 매우 큰 고통이다”고 한 것이다.

(3) 수달부(須達部)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수달 장자는 마지막에 매우 빈곤하여 재물이라고는 전연 없어 품팔이로 쌀 네 되를 얻어 밥을 지었다. 마침 아나율이 걸식하러 와서 그 아내는 곧 발우에 음식을 가득 담아 주었다. 뒤따라 수보리ㆍ가섭ㆍ목건련ㆍ사리불 등이 차례로 걸식하러 와서 부인은 또 발우에 음식을 가득 담아 주었다. 마지막에 부처님께서 오셔서 또 발우에 가득 담아 드렸다. 수달이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그 부인에게 밥을 달라 했다. 부인은 물었다.
‘만일 존자 아나율께서 오신다면 당신은 밥을 혼자 먹겠습니까, 존자께 주시겠습니까?’
수달은 답하였다.
‘차라리 나는 먹지 못할지언정 존자께 드리겠소.’
부인은 또 말하였다.
‘또 만일 가섭ㆍ목건련ㆍ수보리ㆍ사리불, 내지 부처님께서 오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달은 답하였다.
‘차라리 내가 안 먹을지언정 모두 그분들께 드려야지요.’
부인은 말하였다.
‘아침에 그 성인들이 걸식하러 오셨기에 있는 음식을 다 드렸습니다.’
수달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이제 죄가 없어지고 복덕이 생길 것이오.’
그리고 창고를 열자, 곡식과 비단ㆍ음식 등이 거기 가득 차 있었으며, 그것을 다 쓰면 다시 생겼다. 이것은 다 그 과보였다…….”
또 『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수달 장자는 일곱 번 가난하였고, 최후에는 그 가난이 극심하여 돈 1전도 없었다. 그 뒤에 쓰레기장에서 나무로 만든 되 하나를 주웠는데, 그것은 바로 전단향나무였다. 그것을 시장에 팔아 쌀 네
되를 얻어 와서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한 되로 밥을 지으시오. 나는 가서 채소를 사 오겠으니 함께 먹읍시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였다.
‘수달을 제도하여 복을 얻게 하리라.’
밥이 다 되었을 때 사리불ㆍ목건련ㆍ가섭ㆍ부처님께서 차례로 그 집으로 갔으므로, 네 되의 쌀로 다 밥을 지어 보시했다. 그 뒤에 수달은 부자가 되어 다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다 공양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도를 얻었다.”
또 『보살본행경』에서 말하였다.
“처음에 수달 장자는 집이 몹시 가난했으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몸과 마음이 깨끗해져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돈 5전이 있어 하루에 1전은 부처님께 보시하고, 1전은 법에 보시하고, 1전은 스님에게 보시하고, 1전은 자신이 쓰고, 1전은 밑천으로 했다. 날마다 이렇게 했으나 언제고 1전이 남아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곧 5계를 받고 욕심이 끊어졌다. 그러나 부인과 딸은 각각 그 즐김을 따랐다.
한 부인이 미숫가루를 만들기 위해 쌀을 볶다가 잘못해 불을 내어 사람과 가축을 많이 죽였다. 바사닉왕은 나라에 영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밤에 등불을 켜지 못한다. 만일 범하는 자가 있으면 천 냥 벌금을 내어야 한다.’
그 때 수달은 도를 얻고 집에 있으면서 밤낮 참선하고 있었다. 밤중이 지나 닭이 울 때 등불을 켜고 참선하다가, 관리에게 붙들려 가서 벌금을 물게 되었다. 수달은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지금 빈궁하여 백 전(錢)도 없는데 무엇으로 그 벌금을 물겠습니까?’
왕은 화를 내어 곧 수달을 옥에 가두라 하고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다. 초저녁에 사천왕이 내려와 수달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돈을 줄 것이니 그것으로 벌금을 내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수달은 사천왕을 위해 설법하고 그는 곧 거기서 떠났다. 밤중에 또 제석천이 내려와 보았다. 수달은 설법하고 제석천은 거기서 떠났다. 다음에는 새벽에 또
범천이 내려와 보았다. 수달은 설법하고 범천은 거기서 떠났다.
그 때 왕은 밤에 감옥 위의 불빛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사람을 보내어 수달에게 와서 말했다.
‘불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왜 또 불을 켜는가?’
수달은 답하였다.
‘나는 불을 켜지 않았소. 만일 불을 켰다면 연기나 재가 있을 것이오.’
옥리는 또 물었다.
‘초저녁에는 네 개의 불이 있었고, 밤중에는 앞의 것보다 배나 큰 불 하나가 있었으며, 새벽에는 또 그보다 배나 더 큰 불 하나가 있었는데, 왜 불을 켜지 않았다 하는가? 그러면 그것은 무슨 불인가?’
수달은 말하였다.
‘그것은 그런 불이 아니었소. 초저녁에는 4천왕이 내려와 나를 보았고, 밤중에는 제석천이 내려와 나를 보았으며, 새벽에는 범천이 내려와 나를 보았소. 저 불은 이 하늘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광명의 불꽃이지 보통 사람들의 불이 아니었소.’
옥리는 이 말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그리고 왕은 말하였다.
‘그 사람은 복덕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어떻게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곧 옥리에게 말했다.
‘지체 말고 빨리 풀어놓아 돌아가게 하라.’
수달은 풀려나자 곧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하고 설법을 들었다. 바사닉왕도 수레를 장엄하고 부처님께로 갔다. 인민들은 왕을 보자 다 자리를 피해 일어나는데 오직 수달만은 마음에 법미(法味)를 간직하고 있어 왕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원한을 품었다. 부처님께서는 왕의 마음을 알고 설법을 중지하였다.
왕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세존, 설법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왕을 위해 설법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때가 아닌데 설법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성을 내어 원한을 맺어 풀지 않고 여색을 탐하며 스스로 뽐내고 교만하여 공경함이 없으면, 그 마음이 혼탁하여 묘한 법을 들어도 깨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은
왕을 위해 설법할 때가 아닙니다.’
왕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혼자 생각했다.
‘저 사람이 앉아 있기 때문에 나는 오늘 두 번 기를 꺾이었다.’
그리고 또 성을 내어 설법을 듣지 못하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다. 밖에 나와서는 좌우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저 사람이 나오거든 곧 목을 베어 가지고 오너라.’
이렇게 말하자 곧 사방에서 호랑이 사자 등 모진 짐승들이 나타나 왕을 포위했다. 왕은 이것을 보고 황급히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님, 왜 돌아오십니까?’
왕은 대답했다.
‘무서운 광경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저 사람을 잘 아십니까?’
왕은 대답했다.
‘잘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이미 아나함의 도를 얻었습니다. 앉고 일어남에 있어서 대왕은 악의로 저 사람을 대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런 것이니, 만일 대왕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큰 화를 당해 구제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왕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크게 두려워하여 곧 수달을 향해 참회하고 예배한 뒤에, 양피 담요 네 장을 깔았다. 그리고 왕은 수달 앞에서 말했다.
‘저 이는 내 백성인데 이제 내가 욕되게 굴복하였으니,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자 수달이 또 말했다.
‘제가 빈궁하면서 보시를 행한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시라사질(尸羅師質)은 말하였다.
‘나라의 평정을 위해 적에게 붙들려 임종 때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때 적이 놓아주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또 시가리천(尸迦梨天)은 말하였다.
‘높은 누각 위에 누워 있을 때 미녀가 왔지만, 계를 지니기 위해 그녀를 받지 않은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에 이 네 사람은 부처님 앞에서 각각 다음 게송을 외웠다.

빈궁한 사람 보시하기 어렵고
부귀한 사람 인욕하기 어렵고
위험할 때에 계를 지키기 어렵고
젊을 때에는 음욕 버리기 어렵다.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자 왕과 신하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돌아갔다.”

(4) 빈아부(貧兒部)
『변의장자자경(辯意長者子經)』에서 말하였다.
“이에 변의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가난한 마을을 지나실 때 대중과 함께 내일은 저의 집에서 공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집에 돌아와 음식을 준비했다.
이튿날 부처님께서는 대중과 함께 그 집으로 가시어 엄연히 자리에 앉으셨다. 변의는 그 부모와 권속들에게 말하였다.
‘모두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각각 스스로 부처님께 공양하십시오.’
자신은 일어나 손 씻을 물을 돌리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올렸다. 공양이 아직 끝나기 전에 어떤 거지 아이가 여러 자리 앞에서 음식을 구걸했으나 부처님의 축원이 있기 전이었으므로 아무도 감히 아이에게 밥을 주지 못했다. 아이는 아무에게서도 음식을 얻지 못하자 성을 내고 떠나면서 이런 나쁜 생각을 내었다.
‘이 사문들은 방종하고 어리석은데 무슨 도가 있겠는가. 거지가 구걸해도 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장자는 어리석고 미혹해 저런 자비심 없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다. 내가 만일 왕이 되면 쇠수레로 저의 머리를 치어 끊어 버리리라.’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이는 떠났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쳤을 때, 또 어떤 거지 아이가 와서 걸식했다. 좌중의 대중들이 각각 음식을 주어 아이는 많은 음식을 얻고 기뻐하여 떠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문들은 다 자비심이 있다. 내 가난한 것을 가엾이 여겨 음식을 주어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며칠 동안은 살아갈 수 있다. 착하고 장하여라. 장자님은 이런 대사(大士)들에게 공양했으니, 그 복이 한량없으리라. 내가 만일 왕이 되면 이 부처님과 그 제자들께 공양하되, 내지 7일 동안 공양하더라도 오늘의 이 은혜는 다 갚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거기서 떠났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설법하신 뒤에
정사로 돌아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보시의 공양을 받을 때는 항상 오늘 행한 법대로 하라.’
이 두 거지 아이는 돌아다니며 구걸하다가 어느 다른 나라로 가서 길가의 풀 속에 누워 있었다.
그 때 그 나라에는 왕이 갑자기 죽고 뒤를 이을 사람이 없었다. 그 나라의 어떤 상쟁이가 점을 쳐 보고는 말하였다.
‘반드시 어떤 빈천한 사람이 장차 왕이 되리라.’
대신과 관리들은 수레와 말을 타고 온 나라 안을 두루 다니면서 누가 왕이 될 만한가 하고 찾아다니다가 어느 시냇가의 풀밭 위에 구름 일산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상쟁이가 점을 쳐 보고 말하였다.
‘저기 신인(神人)이 있다.’
거기 가서 어떤 거지 아이의 상이 왕이 될 상임을 보고, 신하들은 모두 그에게 예배하고 신(臣)이라 일컬었다.
거지 아이는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하천한 사람입니다. 나는 왕종(王種)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두 말하였다.
‘왕이 될 상을 본 것이요, 강한 힘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곧 데리고 가서 향탕(香湯)에 목욕시키고 왕의 옷을 입혔다. 그러자 빛나는 상이 엄연하여 모두 훌륭하다고 찬탄하고, 앞뒤로 호위하고 수레를 돌려 나라로 들어갔다.
그 때 나쁜 생각을 한 그 거지 아이는 풀밭 속에 누워 자다가 수레가 지나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머리가 치여 끊어져 죽었다.
왕이 그 나라에 들어가자 음양(陰陽)은 고르고 4철은 빛나며 백성들은 안락하여 모두 왕의 덕이라 칭송했다.
그 때 그 국왕은 생각했다.
‘나는 옛날에 빈궁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국왕이 되었을까? 옛날 거지 노릇을 할 때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많은 음식을 얻고 선한 생각을 내어, 만일 왕이 되면 7일 동안 공양하여 부처님 은혜를 갚으리라 했더니, 이제 소원을 성취했다.’
곧 신하들을 부르고 멀리 사위국을 향해 향을 피워 예배한 뒤에, 곧 사자를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세존의 은혜를 입고 사람의 왕이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높으신 몸을 굽혀 이 나라에 왕림해 주소서. 우매한 사람들이 교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저의 청을 받아 주리라.’

무수한 제자들을 데리고 저의 나라로 가셨다. 왕이 나와 부처님을 맞이하여 예배하고 궁중으로 들어가 공양을 마친 뒤에 부처님께 자신이 왕이 된 인연을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앞에서와 같은 인연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 선한 생각을 일으켰기 때문에 지금 왕이 된 것입니다. 그 때에 그 악을 생각한 사람은 곧 수레에 머리를 치여 죽었을 뿐 아니라, 죽은 뒤에는 다시 지옥에 들어가 불수레에 갈리면서 억 겁을 지난 뒤에야 나올 것입니다. 왕은 지금 나를 청해 매우 후하게 은혜를 갚았으니, 세세 생생에 무량한 복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독의 뿌리요
그 입은 재앙의 문이 되나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면
몸으로 그 죄의 재앙 받는다.

사람이 선과 악을 생각지 않고
몸으로 받을 근심 스스로 짓고
뜻으로 또 남을 해치려 하면
어느새 수레에 머리 치인다.

마음은 감로(甘露)의 좋은 법 되어
사람을 하늘 위에 나게 하나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또 말하면
몸으로는 그 복과 덕을 받는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생각하고
몸을 편안하게 할 근본을 짓고
일체의 선을 마음으로 생각하면
대왕과 같은 하늘 자리 얻으리.

이때 왕은 이 설법을 듣고 기뻐하고 온 나라 백성들은 다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또 『현우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서 1,250인의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 나라의 5백 명의 거지들은 항상 부처님께 의지해 스님들을 따라 걸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으로 세상 번뇌를 싫어하여 출가하기 위해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사온데 하천한 저희들은 부처님의 은혜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출가하려 하옵는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거지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법은 청정하여 귀천이 없다. 마치 맑은 물이 모든 더러운 것을 씻는 것과 같아서 귀하거나 천하거나 이 물에 씻기는 자는 다 깨끗해진다. 또 큰 불이
이르는 곳과 같아서 이 불에 태워지는 것은 타지 않는 것이 없다. 또 저 허공과 같아서 빈부 귀천 누구나 여기 들어오려는 자는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거지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신심이 배나 더하여 정성을 다해 출가하려 했다.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하시자, 저들의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사문의 형상이 곧 이루어졌다. 부처님께서 저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저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그 나라의 부호 장자들은 부처님께서 거지아이들을 제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모두 교만한 마음을 내어 생각했다.
‘왜 여래께서는 저런 하천한 것들을 불러들여 스님의 자리에 앉히실까? 우리가 복을 닦기 위해 부처님과 대중을 청했을 때 저 하천한 무리들도 우리 자리에 같이 앉아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댈 것이 아닌가?’
그 때 기타 태자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려고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내일은 저의 청을 받아 주십시오. 단 비구 스님들과 새로 제도된 거지 아이들은 청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데리고 오지 마십시오.’
이튿날 공양 때가 되어 부처님께서는 거지아이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저의 청을 받았는데 너희들은 거기 들지 않았다. 너희들은 울단월에 가서 저절로 된 그 쌀을 가지고 저의 집으로 가서 차례를 따라 마음대로 앉아 그것을 먹으라.’
비구(거지)들은 이 분부를 받고 신족(神足)으로 저 울단월에 가서 각각 쌀을 발우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다시 위의를 거두고는, 허공을 타고 기러기처럼 날아 기타의 집으로 가서 차례를 따라 앉아 쌀을 먹고 있었다. 이때 태자는 이 비구들의 위의와 행동과 신족ㆍ복덕을 보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신기한 일이라 찬탄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이 성현들은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부처님은 태자에게 ‘알고 싶은가? 이들은 바로 어제 그대가 청하지 않은 그 사람들이다’ 하고, 그 인연을 자세히 이야기하셨다.
기타 태자는 이 말씀을 듣고 못내 부끄러워하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우매하여 밝고
어두움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선업을 짓고 지금 세존을 만나 특별한 은혜를 입었사오며,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거지가 되어 걸식하면서 살아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에 바라내(波羅柰)라는 나라가 있었고, 거기 리사(利師)라는 산이 있어 옛날부터 많은 부처님께서 그 산에 살고 계셨다. 만일 부처가 없을 때에는 2천여 명의 벽지불이 거기 살았다. 산다녕(散陀寧)이라는 장자는 큰 부자로서 흉년을 만나 그 창고지기에게 물었다.
≺지금 내 창고에 쌀이 얼마나 있느냐? 나는 저 대사(大士)들을 청하고 싶은데 그것으로 공양할 수 있겠느냐?≻
창고지기가 넉넉하다고 대답하므로 그는 곧 5백 명 벽지불을 청하기 위해 5백 명의 요리인을 시켜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 그 요리인들은 곧 염증이 생겨 생각하였다.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다 저 거지 때문이다.≻
그 때 장자는 항상 어떤 한 사람을 시켜 저이들에게 공양 때를 알리게 했는데, 기르는 개 한 마리가 늘 그 사람을 따라다녔었다. 마침 그 심부름하는 이가 그날은 깜빡 잊고 저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 때가 되자 개는 혼자 저기 가서 대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짖어댔다. 벽지불들은 이 개 소리를 듣고 공양 때가 온 것을 알고, 곧 가서 앉아 여법하게 공양을 받았다. 그리고 인해 장자에게 말했다.
≺마침 지금 비가 오니 씨를 뿌릴 때입니다.≻
장자는 그 말대로 종자를 뿌렸는데, 그것이 나서 자라 모두 박으로 변했으므로, 장자는 괴이히 여기면서 때를 따라 물을 주었다. 그것이 다 자라고 익어 장자는 쪼개어 보았다. 그 안에는 모두 좋은 보리가 가득 차 있었다. 장자는 매우 기뻐했다. 그것은 그 집에 가득 차고 다시 친족들에게도 나누어 주어 온 나라가 모두 그의 은혜를 입었다.
이때 5백 요리인들은 생각했다.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실로 다 저 대사들의 은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저이들을 나쁘게 생각했던가?≻
이들은 곧 저기 가서 참회하고 다시 서원을 세웠다.
≺우리들로 하여금 오는 세상에 저 성현들을 만나 해탈을 얻게 하여지이다.≻
그 때 그 악심을 가졌기 때문에 5백 생 동안 항상 거지가 되었으며, 참회하고 또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나의 세상을 만나 제도를 얻게 되었다.
태자는 아시오. 그 때의 그 큰 부자 산다녕이라는 자는 바로 지금의 이 나요, 그 때의 그 창고지기는 바로 지금의 저 수달이며, 날마다 공양 때를 알리던 자는 바로 지금의 저 우천왕이요, 그 5백 명 요리인은 바로 지금의 저 5백 아라한이니라.’
그 때 기타 태자와 대중은 그 신통 변화를 보고 다 4과(果)를 얻었다.”

(5) 빈녀부(貧女部)
『현우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존자 가전연(迦旃延)은 아반제국(阿槃提國)에 있었다. 그 때 그 나라의 어떤 부자 장자는 그 집에 있는 여종이 조금만 허물이 있어도 매를 때리며 밤낮 부려 먹었다. 그 여종은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배를 채우지 못하며 나이 늙어 고생하면서 죽기를 생각했으나 그것도 되지 않았다. 한번은 물병을 들고 강에 나가 물을 긷다가 큰 소리로 통곡했다.
그 때 가전연 존자가 이 울음소리를 듣고 거기 가서 그 사정을 물어 잘 알고는 곧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가난하면서 왜 그 가난을 팔지 않습니까?’
노파는 답하였다.
‘누가 가난을 사겠습니까?’
가전연은 말하였다.
‘그 가난은 실로 팔 수 있습니다.’
노파는 물었다.
‘가난을 팔 수 있다니,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가전연은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팔려고 하면 꼭 내 말을 들으시오.’
그리고는 먼저 물병을 깨끗이 씻게 했다. 노파가 물병을 다 씻고 나자 가전연은 곧 보시하라 했다. 노파는 존자에게 아뢰었다.
‘나는 지금 빈궁한 신세로서 옷은 털끝만큼도 완전한 데가 없고, 있는 물건이란 이 병뿐이지만, 이것도 우리 주인 것이니, 무엇으로 보시하라 하십니까?’
가전연은 자기의 발우를 그녀에게 주어
물을 떠 달라 했다. 물을 받고는 그를 위해 축원하고, 다음에는 계를 주고 뒤에는 염불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서 거처하십니까?’
노파는 대답했다.
‘일정한 곳이 없습니다. 방아 찧고 밥 지어 주고 멧돌 갈고, 거기서 그대로 자며, 혹은 쓰레기장 위에서 잡니다.’
가전연 존자는 말하였다.
‘당신은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다가, 그 주인집에서 모두 다 잠든 틈을 엿보아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방안에서 풀을 깔고 앉아 염불하십시오.’
노파는 시키는 대로 밤에 그 방에 들어가 앉았다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치고 도리천에 났다. 주인은 새벽이 되어 일어나 그 방에서 죽어 있는 노파를 보고 화를 내어 말하였다.
‘이 늙은 종년은 왜 아무 말도 없이 방에 들어와 여기서 죽어 있느냐?’
그리고는 곧 사람을 시켜 풀로 그 다리를 매어 끌고 숲 속에 갖다 버렸다. 이 노파는 천상에 나서 5백 천자를 권속으로 삼고, 천안(天眼)으로 옛 몸이 천상에 난 인연을 관찰한 뒤에, 곧 5백 천자를 데리고 향과 꽃을 가지고 그 숲 속으로 내려와 향을 피우고 꽃을 뿌려 시체에 공양하고, 하늘의 광명을 놓아 마을의 숲을 비추었다. 대가(大家:주인)는 이 광명을 보고 괴상히 여겨 사방에 두루 알리고 그 숲으로 가서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늙은 여종은 이미 죽었는데 무엇 때문에 공양합니까?’
천자는 말하였다.
‘이 시체는 내 옛 몸입니다.’
그리고는 곧 천상에 난 인연을 자세히 이야기한 뒤에, 다시 가전연에게로 돌아가서 그에게 예배하고 공양했다. 가전연의 인연 설법으로 5백 천자들은 다 수다원의 과(果)를 얻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또 『불설마하가섭도빈모경(佛說摩訶迦葉度貧母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마하가섭은 혼자 교화하러 다니면서 왕사성으로 갔다. 항상 중생에게 큰 애복(哀福)을 행하고, 모든 부귀 세력을 버리고 가난하고 굶주린 것을 따랐다.
이때 그는 분위(分衛)하기 위해서 삼매(三昧)에 들어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나는 복을 줄까?’ 하고 관찰하다가 삼매에서 곧 왕사성으로 들어가 고독한 어떤 노모(老母)를 보았다. 그녀는 극히 빈곤하여 거리의 큰 쓰레기장 한쪽을 파서 굴처럼 만들고 병약한 몸으로 그 속에 누워 있었다. 고단하고 쓸쓸한 그대로 옷도 밥도 없이 조그만 울타리의 나무 조각으로 그 몸뚱이를 가리고 있었다.
가섭은, 삼매 속에서 그녀가 전생에 복을 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가난하게 된 것을 알고 또 목숨을 마칠 날이 가까운 것도 알았다. 그리하여 생각했다.
‘만일 내가 이 노모를 구제하지 않으면 저는 복당(福堂)을 영구히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 때 이 노모는 몹시 주림에 지쳐 있었다. 어떤 장자의 하인이 뜨물을 내다 버리는데 그 냄새는 매우 불쾌했다. 이 노모가 그를 따라가면서 구걸하자 그 하인은 깨어진 기와 조각에 물을 담아 그 곁에 놓아주었다. 가섭은 거기 가서 축원하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것을 다소라도 내게 보시하면 곧 복을 얻을 것입니다.’
그 때 노모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몸에 병이 있고
외롭고 곤궁함을 어찌 다 말로 하리.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하거니
옷은 이 한 몸도 가리지 못하네.

자비스럽게 못한 사람도
남의 가엾이 여김 받는데
어찌하여 자비롭다 하면서
이런 재액을 알지 못할까.
이 세상의 가난의 괴로움
나보다 더한 사람 있는가.
원컨대 나를 가엾이 여기라.
실로 당신에게 아끼는 것 아니네.

가섭도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부처님은 3계(界)에 높으신 어른
우리들도 모두 그 안에 있네.
당신의 그 가난 덜기 위하여
가난한 당신에게 구걸하는 것이네.

만일 당신이 입고 먹을 것
눈꼽만큼이라도 내게 보시하면
그 긴 어둠에서 해탈을 얻고
후세에서는 큰 부호가 되리.

그 때 노모는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생각하였다.
‘전날의 냄새나는 뜨물을 저이에게 보시하고 싶지만 저이는 마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는 멀리서 가섭에게 말하였다.
‘나를 가엾이 여겨 이것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가섭은 말하였다.
‘예, 매우 좋습니다.’
노모는 그 뜨물 그릇을 들고 굴에서 기어 나오려 하다가,
알몸이므로 바로 나오지 못하고 몸을 모로 구부리고 울타리 위로 그릇을 내밀어 주었다. 가섭은 그것을 받아 존귀한 입으로 축원하여 그녀로 하여금 복을 받게 하고는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이것을 가지고 가서 다른 데서 마시면 저 노모는 내가 마시지 않고 버렸다고 의심할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바로 그 앞에서 쭉 들이마시고 빈 발우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에 노모는 확실히 믿었다.
가섭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신통을 나타내어 저 노모를 편안하게 하리라.’
곧 공중에 올라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이때 노모는 이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일심으로 꿇어앉아 가섭을 바라보았다. 가섭은 물었다.
‘노모는 지금 마음속에 무슨 원이 있습니까?’
노모는 말하였다.
‘내 소원은 이 조그만 복이지만 천상에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섭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
며칠 뒤에 노모는 목숨을 마치고 도리천에 나서 그 위력이 높고 높아 천지를 진동시키고 광명이 뛰어나 마치 일곱 해가 한꺼번에 나온 것처럼 천궁(天宮)을 환히 비추었다.
제석은 ‘어떤 사람의 복덕의 감동이 나보다 나은가?’ 하고, 곧 천안(天眼)으로 관찰하여 저 천녀(노모)의 복덕이 그렇게 만든 것임을 알았고, 또 이 천녀의 전생 일을 다 알았다. 그 때 천녀는 생각했다.
‘이 복의 과보는 내가 전생에 가섭님께 공양했기 때문이다. 설령 이 천상의 온갖 보배를 백천 번 가섭님께 보시하여도 그 순간의 은혜는 다 갚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 곧 시녀를 데리고 향과 꽃을 가지고 내려가 허공에서 가섭에게 뿌렸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한 뒤에 물러서서 합장하고 다음 게송으로 찬탄했다.

대천(大千)세계에서
부처님이 가장 높고
다음에는 가섭 있어
죄의 문을 잘 닫네.

그 옛날 염부제의
쓰레기장 굴 앞에서

가난한 노모 위해
진언(眞言)을 말씀하셨네.

노모는 기뻐하여
뜨물을 보시했고
겨자만한 보시로써
산만한 과보 얻었네.

그 노모, 천녀 되어
온갖 복 다 누리고
그 때문에 내려와서
복밭에 귀명(歸命)하였네.

천녀는 이 게송으로 찬탄하였고, 모두 천상으로 돌아갔다. 제석은 생각하였다.
‘저 여자는 뜨물을 보시하여 저런 복을 얻었다. 가섭의 큰 자비는 다만 박복한 사람만 교화하고 부귀한 집에는 가지 않는다. 나는 좋은 꾀를 쓰리라.’
그리고는 제석천후(帝釋天后)와 함께 조그만 병에 온갖 맛난 음식을 넣어 가지고 왕사성으로 내려가 길가에 누추한 초막을 짓고 노옹(老翁)의 형상으로 변하여 초췌한 몸으로 구부리고 걸었다. 그리고 이 늙은 부부는 자리를 짜면서 빈궁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음식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섭은 걸식하러 다니다가 이 빈궁한 사람을 보고 거기 가서 밥을 빌었다. 노옹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극히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가섭은 축원하면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노옹은 말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주 늙었고 자리를 짜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주할 정황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 있던 밥을 지금 막 먹으려던 참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자비로써 다만 가난한 사람에게만 걸식하여 복을 빌어 주신다는 말을 듣고 지금은 비록 곤궁하더라도 이것을 나누어 당신에게 드리려 합니다. 만일 소문과 같다면 우리로 하여금 복을 얻게 하십시오. 그러나 하늘 음식의 향기는 세상 사람이 맡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미리 병을 열면 그 향기가 대단할 것입니다.’
가섭은 그것을 깨닫고 받으려 하지 않았다. 노옹은 곧 말하였다.
‘도인님, 이 보잘것없는 음식이 많지 않으니 발우를 가지고 와서 받으십시오.’
가섭은 곧 발우로 그것을 받은 뒤에 그들에게 축원해 주었다. 그 향기는 왕사성과 온 나라에 다 퍼졌다. 가섭은 그 향기를 의심했다. 노옹은 몸을 변해 공중으로 날아올라 손가락을 튀기며 기뻐했다. 가섭은 생각하다가 제석이
복을 위해 노옹으로 변한 것을 알고, ‘나는 이제 이미 받았으니 돌려줄 수도 없다’ 하고, 제석을 찬탄했다.
‘제석은 갖가지로 염증을 내지 않고 그 누추한 일을 참으면서 복을 심었으니, 반드시 그림자 같은 과보를 얻을 것이다.’
제석과 그 왕후는 더욱 기뻐했다. 천상에서는 음악으로 제석을 맞이했고, 제석은 더욱더 기뻐했다.”

감응연(感應緣)[간략히 한 가지 증험만 인용한다.]

한음생(漢陰生)이란 자는 장안(長安) 위교(謂橋) 밑에 사는 거지 아이이다. 그가 항상 시장을 돌아다녔으므로 시장 사람들은 그를 미워해 똥물을 끼얹거나 또 먹물을 뿌렸다. 그러나 그 옷은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고 여전했다. 장리(長吏)가 시험해 보려고 그를 옥에 가두었으나 그는 여전히 시장에서 구걸했고, 시험삼아 죽이려 하자 비로소 그는 시장에서 떠났다. 그러나 그에게 똥물이나 먹물을 끼얹은 사람의 집은 저절로 무너져 10여 인의 사람이 죽었다. 그러므로 장안 거리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었다.

거지 아이 보거든
맛있는 술을 주어
집이 무너지는 화를
면하도록 하여라.[이것은 『수신기(搜神記)』에 나온다.]

게송을 읊는다.

업(業)의 바람이 항상 휘몰아치고
고통의 바다의 물결이 거칠어
나를 언제나 떠내려 보내
열반의 성에서 떠나게 한다.

자비의 배가 언제 이리 와
애욕의 바다에서 나를 건지려나.
이것은 실로 높은 데 사모하여
문득 가난한 생각을 버리는 데에 있다.

죄의 때 씻고 번뇌 없애고
신령스런 구슬이 어둠 밝히면
저 귀한 문의 광경은 화려하고
천한 그 업을 아주 쉬어 편하리.

저 8해탈을 바라 구하고
6진(塵)의 얽맴을 맹세코 버리고
만일 자부(慈父)의 가르침 들으면
내 마음속의 진실 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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