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44권
법원주림 제44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41.군신편(君臣篇)[여기에는 6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왕덕부(王德部) 왕과부(王過部)
왕업부(王業部) 왕복부(王福部) 왕도부(王都部)
(1) 술의부(述意部)
옛날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때, 그 말법(末法)시대를 제석천(帝釋天)과 여러 국왕에게 미리 부촉(付囑)하셨으니, 이것은 실로 하늘의 힘으로 모든 사(邪)를 꺾고, 왕의 위엄으로 모든 백성을 통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끼치신 법을 부촉하는 뜻은 그것에 힘입어 유통(流通)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즉 4중(衆)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3보가 무너질까 두려워하여, 왕의 위엄을 빌어 항복받고 왕의 세력을 빌어 핍박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초(不肖)한 자들로 하여금 이의 결점을 덮어주게 하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이의 허물을 가리워 두게 하며, 나아가서는 대유(大猷)를 도와 오직 새롭게 하고 황풍(皇風)을 드날려 멀리 통하게 함으로써 한 번의 변란에 그 점(漸)을 알리게 하고 두 번의 변란에 그 구우(區宇)를 깨끗이 씻으면 군생(郡生)은 성덕(聖德)의 은혜를 명심하고 불법은 그 위기(委寄)의 길을 얻을 것이니, 이것이 그 부촉의 뜻이다.
가령 세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의 성왕(聖王)이 제도를 세우는 뜻은, 음양(陰陽)은 각각 그 자리가 있고 군신(君臣)은 각각 그 법이 있으며, 남녀는 각각 그 다름이 있고, 정령(政令)은 각각 그 질서가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왕은 남면(南面)하여 천하를 다스리면서 왕후는 북궁(北宮)에 있게 하고 태자는 동방에 있게 하였다. 천자는 사당[廟]을 세우고 왕후는 시장[市]을 세우며, 일식(日蝕)이 있으면 왕은 덕을 닦고 월식(月蝕)이 있으면 왕후는 그 몸을 닦았으니, 이것은 음양의 위치를 본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건(乾)은 자(子)에서 시작하므로 자(子)는 천정(天正)이 된다. 곤(坤)은 미(未)에서 시작하여 그 저울대는 축(丑)에 있으나 음(陰)은 전제(專制)하지 않고
양(陽)에게로 가서 받들기 때문에 축(丑)은 지정(地正)이 된다. 성왕은 천(天)을 받들고 지(地)를 이어 그 공(功)을 이루기 때문에 인(寅)은 인정(人正)이 된다. 이 3정(正)은 서로 넘나들며 작용하여 변함은 있으나 끊어짐은 없다. 그러므로 왕은 반드시 2대(代)의 뒤에 뜻을 두면서 3정(正)을 본받아야 하는 것이다. 『주역(周易)』에서 말했다.
“서남(西南)에서는 벗[朋]을 얻어 그와 함께 가고, 동북(東北)에서는 벗을 잃으나 마침내 경사가 있다.”
그러므로 신하를 임금에게 따르게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건(乾)은 자(子)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가다가 술(戌)에서 끝나고 곤(坤)은 미(未)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가다가 유(酉)에서 끝난다. 그러므로 남자는 왼쪽을 귀(貴)히 여기게 하고 여자는 오른쪽을 귀히 여기게 한 것이다.
(2) 왕덕부(王德部)
『유가론(瑜伽論)』에서 말하였다.
“대왕님은 아십시오. 왕의 공덕에 대략 열 가지가 있습니다. 만일 왕으로서, 이런 공덕을 성취하면 비록 큰 부고(府庫)가 없고 큰 보좌(輔佐)가 없고 큰 군사가 없더라도 모두가 귀의하고 우러를 것입니다.
그 10종이란, 첫째는 종성(種姓)이 존귀하고, 둘째는 큰 자재(自在)를 얻고, 셋째는 성질이 포악하지 않고, 넷째는 분노가 경미하며, 다섯째는 은혜가 맹렬하고, 여섯째는 바른 말을 받아들이며, 일곱째는 할 일을 깊이 생각하여 의측(儀則)을 잘 따르고, 여덟째는 선법(善法)을 사모하며, 아홉째는 차별을 잘 알고 받은 은혜를 알며, 열째는 멋대로 하지 않고 방일하지 않는 것입니다.[이 열 가지의 반대이면 아무리 큰 부고와 큰 보좌와 큰 군사가 있더라도 귀의하고 우러름을 받지 못한다.]
대왕은 아십시오. 왕의 방편에 대략 5종이 있습니다. 그 5종이란, 첫째는 여러 신하를 잘 관찰해 섭수(攝受)하고, 둘째는 때를 맞추어 은혜와 오묘한 행을 행하며, 셋째는 방일함이 없이 오로지 제왕의 업무[機務]만을 생각하고, 넷째는 방일함이 없이 부고(府庫)를 잘 지키며, 다섯째는 방일함이 없이 오로지 법다운 행을 닦는 것입니다.[이상 다섯 가지 행의 반대이면 곧 5쇠(衰)를 이루어 현재의 법을 잃고 또 법의 이익을 잃는다.]
대왕은 아십시오. 사랑할 만한 법으로 대략 5종이 있습니다. 그 5종이란, 첫째는 세상의 공경과 사랑을 받고,
둘째는 스스로 증상(增上)에 있으며, 셋째는 능히 적(敵)을 무찌르고, 넷째는 몸을 잘 거두어 기르며, 다섯째는 능히 선취(善趣)에 가는 것입니다.
또 5종이 있어 남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 5종이란, 첫째는 세간을 은혜로 기르고, 둘째는 영용(英勇)이 구족하며, 셋째는 권방편(權方便)을 잘 쓰고, 넷째는 경계를 바로 받으며, 다섯째는 법행(法行)을 부지런히 닦는 것입니다.[이 5종의 반대는 사랑을 못 받는다.]
또 여러 국왕에게 3종의 원만(圓滿)이 있습니다. 첫째는 과보의 원만이요, 둘째는 사용(士用)의 원만이며, 셋째는 공덕의 원만입니다.
만일 국왕이 부귀한 집에 태어나 오래 살고 병이 적으며 큰 종업(宗業)이 있고, 구생(俱生)으로 총명하고 예리한 슬기를 성취했으면, 이 왕을 과보가 원만한 왕이라 합니다. 또 국왕이 권방편(權方便)을 잘 거두어 가지기 때문에 항상 원만한 영용을 성취하면 이 왕을 사용(士用)이 원만한 왕이라 합니다. 또 국왕이 정법(正法)을 잘 지니면 그를 법왕(法王)이라 합니다. 만일 그가 정법에 편히 머물러 여러 내궁(內宮)ㆍ왕자ㆍ신하ㆍ영걸(英傑)과 호귀(豪貴)한 사람들과 함께 슬기와 보시를 닦고 복을 심으며 재(齋)를 받고 계율을 굳게 지키면 이 왕을 공덕이 원만한 왕이라 합니다.
또 과보가 원만함이란 전생의 깨끗한 업의 과보를 수용(受容)하는 것이요, 사용의 원만함이란 미래에서 원만하고 깨끗한 업의 과보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국왕이 3종을 다 구족하지 못하면 그를 하사(下士)라 하고, 만일 과보만이 원만하거나 혹은 두 가지가 다 원만하면 그를 중사(中士)라 하며, 이 세 가지를 다 구족하면 그를 상사(上士)라 합니다.”
또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만일 찰제리(刹帝利)로 그 정수리에 물이 부어지면 그는 사람의 왕이 되어 대지(大地)를 맡아 다스리고 5종의 의식(儀式)을 갖는다. 첫째는 검(劍)을 차고, 둘째는 일산을 들며, 셋째는 천관(天冠)을 쓰고, 넷째는 진주 자루의 불자(拂子)를 잡으며, 다섯째는 장엄한 신을 신는 것이니, 이런 것으로 모든 것을 물리친다.
또 3종의 신하가 있다. 첫째는 충성과 신의는 있으나 기능(技能)과 지혜가 없는 신하이고, 둘째는 충신(忠信)과 기능은 있으나 지혜가 없으며, 셋째는 충신과 기능과 지혜를 다 갖춘 것이다. 첫 번째를 하사(下士)라 하고, 두 번째를 중사(中士)라 하며, 세 번째를 상사(上士)라 한다. 만일 충신하지도 않고 기능도 없으며 또 지혜도 없으면 이 신하는 하중하(下中下)이다.”
(3) 왕과부(王過部)
『상법결의경(像法決疑經)』에서 말하였다.
“나아가서는 일체 속인으로서 귀천을 불문하고, 3보(寶)의 노비(奴婢)나 축생(畜生)을 때리거나 또 3보의 노비의 예배를 받으면 그들은 다 재앙을 받는다.”
그러므로 『살차니건경(薩遮尼乾經)』에서 말하였다.
“만일 탑을 부수거나 부처님의 물건을 취하거나 남을 그렇게 하게 하고는 그 기쁨을 돕거나, 또 어떤 사문이 가사를 입고 계를 지키거나 계를 깨뜨리거나 할 때 그를 묶고 가두고 때리거나 혹은 속세로 돌려보내거나 혹은 그 목숨을 끊는 등, 만일 이런 근본 중죄를 범하면 그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간단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또 왕이 국내에서 이상과 같은 악을 행하면, 모든 신선과 성인이 그 나라를 떠나고 힘이 센 모든 신은 그 나라를 보호하지 않으며 대신의 싸움은 4방에서 일어나고 홍수와 가뭄이 고르지 않으며 바람과 비가 때를 잃고 백성들이 굶주리고 도적이 날뛰며 역병(疫病)으로 죽는 사람들이 무수할 것이다. 그러나 제가 지은 줄을 모르고 하늘을 원망할 것이다.”
또 『인왕경(仁王經)』에서 말하였다.
“국왕과 대신들은 고귀함을 스스로 믿고 우리 불법을 파괴하려 한다. 그래서 법을 제정하여 내 제자들을 제재하면서 출가하기를 허락하지 않고 불상(佛像) 만드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통괄하는 관리와 법을 맡은 사람 등을 두고 호적에 승려들을 기록하며, 비구는 땅에 서고 속인은 높은 자리에 앉는다.
또 국왕과 태자는 함부로 법을 만들어 불교의 인연에 의하지 않고 승려의 인연을 파괴하며
무관(武官)이 승려를 총섭(摠攝)하고 승적(僧籍)을 맡는 등, 굳이 간섭하여 불법이 오래 가지 않는 것이다.”
또 『유가론(瑜伽論)』에서 말하였다.
“대왕은 아십시오. 왕의 허물에 10종이 있습니다. 그 10종이란, 첫째는 종성(種姓)이 고귀하지 않고, 둘째는 자재(自在)를 얻지 못하며, 셋째는 성질이 포악하고, 넷째는 사납게 성을 내며, 다섯째는 은혜가 너무 박하고, 여섯째는 간사한 말을 곧이 들으며, 일곱째는 할 일을 생각하지 않고 법을 따르지 않으며, 여덟째는 선법(善法)을 돌아보지 않고, 아홉째는 차별을 알지 못하고 입은 은혜를 잊어버리며, 열째는 한결같이 방종하고 오로지 방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허물을 말하면서 ‘왕은 매우 포악하여 무리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사실은 규명하지도 않고 아첨하는 사람의 말만 곧이 듣고는 이 어진 신하를 붙잡아 등의 살을 1백 냥을 떼어 내었다. 어떤 사람이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 왕은 곧 후회하고 천 냥의 살을 구해 그의 등에 붙여 주었다. 밤이 되어 그 신하는 그 자리가 매우 아파 앓고 있었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그에게 가서 물었다.
‘왜 그처럼 괴로워하는가? 나는 1백 냥의 열 배인 천 냥의 살을 너에게 주지 않았느냐.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느냐, 왜 고뇌하느냐?’
곁의 사람이 말했다.
‘대왕이 아들의 머리를 끊었을 때 천 개의 머리를 갖다 붙여도 아들은 죽음을 면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록 10배의 살을 주어도 고통은 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뒷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탁한 현재의 쾌락을 탐하여, 중생을 몹시 괴롭히고 백성을 징발(徵發)하여 많은 재물을 빼앗으면서도 죄가 소멸되고 복의 과보를 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저 왕이 사람의 등살을 베어 내고 다른 살로 보충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앓지 않게 하려는 것과 같은 것이니,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잡비유경(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국왕은 사람 고기를 먹기 좋아해
요리사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밤에 나가 사람을 잡아 와서 그것으로 내 요리상을 차리라.’
이렇게 이것을 항상 먹었으므로 신하들이 다 그것을 알고, 곧 그 왕을 나라 밖으로 쫓아내고 다시 현량(賢良)한 사람을 국왕으로 맞이했다.
이리하여 그 먼저 왕은 13년을 지낸 뒤에 몸에 두 날개가 나서 날아다니면서 4방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수신(樹神)에게 복을 빌면서 말하였다.
‘5백 명의 왕을 잡아 수신에게 제사드릴 것이니 나를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곧 날아다니면서 499명을 잡아 산골로 끌고 가서 돌로 그들의 입을 막았다.
그 때 어떤 국왕이 여러 후궁(後宮)을 데리고 못에 나가 목욕하려고 막 궁문을 나가다가 한 도인을 만났다. 도인은 왕에게 설법하고 보시를 청하므로 왕은 허락하고 ‘궁중에 돌아가서 금과 은을 주리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못에 들어가 목욕하려 할 때, 먼저의 왕이 날아와 이 왕을 안고 산으로 갔다. 그러나 이 왕은 사람을 먹는 먼저의 왕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움이 없이 안색이 여전했다. 먼저 왕이 이 왕에게 물었다.
‘나는 이전부터 사람을 잡아 하늘에 제사했다. 지금까지 499명을 잡았는데 이제 너를 잡았으니 그 수가 찼다. 너를 죽여 하늘에 제사하려는데 너는 어째서 두려워하지 않느냐?’
이 왕은 대답했다.
‘사람은 나면 죽음이 있고 물건은 이루어지면 무너짐이 있으며, 만나면 떠남이 있고 상대가 오면 나감이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아침에 궁을 나오는데 길에서 어떤 도인을 만났다. 그가 나를 위해 설법하였으므로 나는 보시를 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주지 못했다. 그것이 한이 될 뿐이다. 지금 왕이 큰 자비로 나를 용서해 말미를 주면 나는 그 약속을 이행하고 돌아오겠다. 어찌 감히 이 약속을 어기겠는가?’
먼저 왕은 허락하고 놓아주면서 말하였다.
‘너에게 이레 동안 말미를 준다. 만일 그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가서 잡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왕은 곧 궁중으로 돌아왔다. 궁중의 내외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이 왕은 곧 창고를 열어 그 도인과 모든 사람들에게 보시한 뒤에 그 태자를 왕으로 세웠다. 그리고 백성들과 은근히 작별하고 다시 그리로 갔다. 먼저 왕은 이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고 곧 물었다.
‘이는 혹 다른 사람이 아닌가? 죽음에서 살아났는데 일부러 다시 오다니.’
‘목숨은 세상 사람이 다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대가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세상에 있기 어려운 일이다. 혹 무슨 뜻이 있는가? 그것을 말해 보라.’
이 왕은 답하였다.
‘오늘 내가 도인에게 보시한 것은 장차 아유월치(阿惟越致)의 3불(佛)을 얻어 시방 중생을 제도하기를 지성으로 원한 것이다.’
먼저 왕이 물었다.
‘부처를 구하는 그 의의는 무엇인가?’
이 왕은 곧 그를 위해 5계(戒)ㆍ10선(善)ㆍ4등(等)ㆍ6도(度) 등을 널리 설명하였다. 그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마음이 환히 열려 이 왕에게 5계를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다. 그로 인해 499인을 놓아주어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때 저 여러 왕들은 모두 이 왕의 나라로 함께 가서 그 믿음과 서원으로 제각기 살아남에 감동되어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그대로 이 나라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각각 이 왕을 위해 집 한 채씩을 지어 글을 새기고 조각하여 빛나는 장식으로 장엄했다. 또 이 여러 왕들의 음식과 의복ㆍ수레 등은 왕과 다름이 없었으므로 4방 사람들이 물었다.
‘어째서 여기 있는 이 집들이 다 왕의 집과 같으며 온 나라에 두루 했는가?’
여러 왕들이 말했다.
‘이 모두가 다 왕의 집이다.’
그래서 이 이름이 멀리 퍼져 이 뒤로 여기를 왕사성(王舍城)이라 불렀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얻으신 뒤에 이상과 같은 내력을 이야기하시고 말씀하셨다.
‘믿음을 세운 그 왕은 바로 나요, 사람을 잡아먹던 그 왕은 바로 저 앙굴마라이며 내가 왕사성에 돌아와 설법하여 제도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다 전생에 왕이 되었을 때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4) 왕업부(王業部)
『간왕경(諫王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불리선니(不犂先尼)라는 국왕이 국경을 순행하다가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은 나라를 다스릴 때 정법으로 다스려 절도(節度)를 잃지 말고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인민을 기르십시오. 그 까닭은 패권을 얻어 다스리면서 왕이 된 사람은 다 전생에 선을 행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치우치고 도리에 맞지 않게 백성을 통치해 억울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경(公卿) 이하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원망이 있을 것입니다.
왕의 다스림이 공정하지 못하면 온 천하가 다 분개하고 죽어서는 혼이 태산(泰山) 지옥에 들어갈 것이니, 그 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정치가 공정하고 항상 절도를 지키면 신민들이 그 덕을 찬탄하고 천하의 마음이 돌아오며 하늘ㆍ용ㆍ귀신 등이 다 왕의 선행을 듣고 죽어서는 천상에 올라 나중에도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왕은 음탕하고 방일함으로써 스스로 주색(酒色)에 빠지지 말고 성을 냄으로써 남에게 잔인하지 말며 충신들의 강직한 충고를 받아들이십시오. 남과 대화할 때는 항상 너그럽고 자상하게 하여 과격한 말을 하지말고, 오직 효도와 순종으로 양친을 봉양하십시오. 행이 고상하고 청정한 사문에게 공양하고 범상한 노인이라도 존경하며 가진 재물을 백성들에게 주어 같이 즐거워하고 선심으로 백성들에게 보시하며, 남을 모함하는 말을 듣고 백성들을 함부로 죽이지 마십시오. 또 왕의 법으로서, 성인의 도를 널리 펴고 선으로 백성을 가르치며, 오직 한마음을 지켜 그 마음을 3존(尊)께 두십시오.
대왕이 이렇게 하시면 모든 성인이 찬탄하고 하늘ㆍ용ㆍ귀신 등이 이 나라를 보호하며, 살아서는 영예가 있고 죽어서는 천상에 오르실 것입니다.
세간의 영예는 요술과 같고 꿈과 같아서 오래 보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려 할 때 온 집안 사람들이 모두 그 곁에 모여 가슴을 치고 하늘에 울부짖으며 모두 어찌할꼬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아아, 슬프다. 신령(神靈)은 나를 버리고 혼자 가는가≻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모두 마음 아파하고 이 모습을 보는 사람은 다 슬픔을 돋굽니다. 시체를 상여에 싣고 나가 광야에 버리면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은 찢고 쪼아먹으며 몸 속의 벌레들은 다시 그 살을 먹으며 햇볕에 구워지고 바람결에 날려 그 뼈조차 다 마르고 맙니다. 과거의 그 굉장하던 존영(尊榮)과 호귀(豪貴)는 마치 대왕과도 같았는데, 갑자기 지금은 보이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무상(無常)이라는 것의 분명한 증거입니다. 옛날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현재이겠습니까? 부디 왕은 깊이 생각하시어 음탕하고 방일하지 마십시오. 아첨하는 말을 곧이 듣지 마시어 증인이 증거를 제시하거든 그 충고를 받아들이고, 법으로 다스려 지옥에서 고문하는 그 고통을 두려워하십시오. 피를 머금는 벌레도 다 삶을 탐하는 것이니 부디 그것을 죽이지 마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설법을 마치시자 왕의 마음은 곧 열려 부처님의 제자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곧 5계를 받고 머리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배했다.”
또 『마달국왕경(摩達國王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마달(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어느 때 왕은 군사를 내어 다른 나라를 치려 했다. 그 때 아라한의 도를 얻은 어떤 비구가 이 나라에 가서 걸식하다가, 단속에 걸려 궁문(宮門)으로 끌려갔다. 왕의 마감(馬監)은 이 비구를 시켜 관마(官馬)를 돌보게 하여 7일 동안 고생을 했다.
그 뒤에 왕은 몸소 나가 군진(軍陣)을 순시했다. 비구는 왕을 보고 그 앞에서 몸을 가벼이 날려 공중에 올라가 그 위신(威神)을 보였다. 왕은 매우 두려워서 머리를 조아리고 참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실로 우치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의 사람들을 심문해 누가 신인(神人)을 시켜 말을 기르게 했는지 알아 그를 죽음으로 다스리겠습니다.’
비구는 왕에게 말했다.
‘그것은 국왕이나 나라 사람들의 허물이 아닙니다. 나는 전생에 도를 닦을 때 항상 스승께 공양했습니다. 어느 때 스승께 공양을 드렸더니 스승께서는 내게 ≺먼저 손을 씻고 공양을 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련한 나는 ≺스승께서는 관마(官馬)도 기르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미리 손을 씻지 않았습니까?≻고 했습니다. 스승께서는 내게 ≺너는 지금 생각에 나를 업신여겼다. 이 뒤로는 존경함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걱정했더니 스승께서는 내 마음을 알고 ≺나는 곧 열반할 것인데 무엇 때문에 남을 괴롭히겠는가?≻ 하시고, 그 날 밤 3경(更)에 열반하셨습니다. 그 뒤로 오랫동안 우리는 각각 생사를 거듭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전생의 재앙을 받아 7일 동안 말을 먹인 것입니다. 대개 선악의 행은 으레 재앙과 복이 있어 그것은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왕은 이 죄와 복의 설법을 듣고 3보께 귀명하기를 청해 5계를 받고 우바새가 되었다.
또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왕은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이 그 가르침을 사모했다. 그러나 왕은 태자가 없어 그것을 늘 걱정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들어가시자 그는 부처님께 5계를 받고 부처님을 받들고 공경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왕에게 한 급사(給使)가 있었다. 그는 나이 11세로서 항상 왕을 위해 충성하고 또 불법을 받들면서도 그것을 괴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드디어 죽었는데, 그 신(神)이 돌아와 왕의 아들이 되었다. 나이 15세 때에 태자가 되고 왕이 죽은 뒤에는 대를 이어 왕이 되었다. 그러나 성질이 교만하고 방종하여 나라 일은 돌보지 않고 관리들은 토색질을 하여 백성들이 화를 입었다. 부처님께서 그의 소행이 그 근본을 모름에 있음을 아시고, 제자들을 데리고 그 나라에 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대왕의 전생의 내력을 아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고 무식해 전생 일을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래 다섯 가지 일로 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5종이란 첫째는 보시로 국왕이 되는 것이니, 만백성이 궁전을 바치고 재물이 무한한 것입니다. 둘째는 절을 세우고 3존(尊)께 평상과 휘장을 공양하는 것이니, 이것으로 왕이 되면 정전(正殿)의
어좌(御座)에서 나라를 다스립니다. 셋째는 3존(尊)과 존귀하고 덕 있는 어른에게 몸소 예경하는 것이니, 이것으로 왕이 되면 일체 만백성이 다 예배합니다. 넷째는 인욕하여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 및 뜻에 악이 없는 것이니, 이것으로 왕이 되면 보는 사람이 모두 기뻐합니다. 다섯째는 배우고 물어 지혜를 구하는 것이니, 이것으로 왕이 되면 국사를 결단할 때 모두가 봉행합니다. 이상 다섯 가지로 대대로 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은 전생에 어떤 대왕의 급사(給事)로서 부처님을 믿음으로 받들고 법을 사랑으로 받들며 승려를 공경으로 받들고 부모를 효도로 받들며 임금을 충성으로 받들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일심으로 정진과 보시를 행하여 그 몸을 괴롭히면서도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복이 몸에 붙어 왕자가 되었고 왕의 후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부귀하면서 도리어 게으릅니다.
대개 국왕이 되려면 다섯 가지 일을 행해야 합니다. 그 5종이란, 첫째는 만인을 다스릴 때 함부로 억누르지 말고, 둘째는 장수와 병졸을 기를 때 시기를 따라 봉급을 주며, 셋째는 본업을 닦아 복록이 무궁하기를 생각하고, 넷째는 충신의 정직한 간언(諫言)을 믿고, 헐뜯는 말을 곧이 들음으로써 정직함을 해치지 말며, 다섯째는 탐욕을 제재하여 방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를 행하면 이름이 4해(海)에 퍼지고 복록이 저절로 오며, 이 다섯 가지를 버리면 모든 기강(紀綱)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백성이 곤궁하면 난리를 일으킬 것을 생각하고 선비가 괴로우면 힘을 쓰지 못합니다. 복이 없으면 귀신이 돕지 않고 사사로이 쓰면 큰 이치를 잃으며 충신이 감히 간하지 못하면 그 마음이 방일해지고 임금이 나라 일을 이치대로 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원망이 많습니다. 이런 왕은 아름다운 이름을 잃고 그 후손은 복이 없을 것입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개 세상의 장부가 되어
바름을 닦아 아첨하지 않으며
마음 고르면 온갖 악 이기나니
이런 사람을 법왕(法王)이라 하네.
소견 바르고 슬기를 잘 닦으며
인자하여 사람을 이롭게 하되
이익을 고루고루 나누어주면
이런 이에게 대중은 잘 따르네.
이렇게 설법하시자 그 왕은 크게 기뻐하며 5체(體)를 던져 참회하고 사죄했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또 『빈두로위우타연왕설법경(賓頭盧爲優陀延王說法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재상(宰相)의 아들 빈두로아라한은 우타연왕을 위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갖가지 그 걱정
그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과 애욕의 독한 그 화살
그것을 아직 빼지도 못하였나니.
사람의 임금 당신은 어찌하여
그것에 집착해 즐겁다고 하는가?
저 코끼리가 숲 속에 있을 때
4방에서 큰불이 이는 것 같네.
이런 급하고 어려운 데 있으면서
어찌 거기에 기쁨이 있으리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네.
영화(榮華)의 그 자리도 잠깐인 것을.
지혜로운 사람은 깊이 관찰해
그런 것을 세상에 희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거늘
당신은 어찌하여 착각하는가?
생사의 태(胎)를 못 벗어났으면서
방자하게 두려울 것 없다고 하며
탐욕의 도적, 근(根)을 겁탈하는데
방자하게 두려울 것 없다고 하네.
모두 무상(無常)하여 견고하지 않은 것
마치 파초와 같고 물거품 같고
또한 뜬구름 흩어지는 것처럼
천왕(天王)의 높고 훌륭한 그 자리도
위태하고 연약함 또한 그러하네.
사람의 왕은 부디 알아야 하네.
탐하는 그 이익이 빨리 변함은
깊은 골짜기에 쏟는 저 물과 같고
즐기는 그 욕심은 지극히 빨라
자꾸 변함은 꼬아놓은 새끼 같네.
어리석은 자, 욕심에 물들어
어느 사이에 지옥에 떨어지네.
빈두로 존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나는 지금 간단히 비유로 말하겠습니다. 대왕은 지극한 마음으로 들으십시오.
옛날 어떤 사람이 광야를 가다가 큰 코끼리를 만나 그 코끼리에게 쫓기었으므로 두려워서 미친 듯 달아났으나, 의지할 데가 없었습니다. 마침 한 우물을 발견하고 곧 나무 뿌리를 찾아 그것을 잡고 우물 속에 들어가 숨었습니다. 그 위에는 검고 흰 쥐 두 마리가 넘나들며 나무 뿌리를 갉아먹었고, 우물 안의 4방에는 네 마리 독사가
이 사람을 물려 했으며, 이 우물 밑에는 세 마리 큰 독룡(毒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곁에는 무서운 독사가 있고 밑에는 무서운 독룡이 있으며 붙잡고 있는 나무 뿌리는 흔들리고 나무 위에서는 다섯 방울의 꿀이 그 입안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때 흔들리는 나무가 벌집을 때려부수어 벌들이 날아와 이 사람을 쏘고, 또 들불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아십시오. 저 사람의 고뇌는 말할 수 없습니다. 즉 저 사람이 얻는 그 맛은 매우 적은데 그가 받는 고통은 너무 많습니다. 그 단맛은 소발자국의 물과 같고 그 고통은 큰 바다 같으며, 그 단맛은 겨자씨 같고 그 고통은 수미산과 같으며, 그 단맛은 반딧불 같고 그 고통은 해나 달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은 연뿌리의 구멍을 허공에 견주는 것과 같고 모기를 금시조(金翅鳥)에 견주는 것과 같으니, 그 단맛과 고뇌의 많고 적음은 이와 같았습니다.’
존자는 이어 말하였다.
‘대왕님, 그 광야는 생사에 비유한 것이요, 그 사내는 범부에 비유한 것이며, 그 코끼리는 무상(無常ㆍ죽음)에 비유한 것이요, 그 우물은 사람의 몸에 비유한 것이며, 그 나무 뿌리는 사람의 수명에 비유한 것이요, 희고 검은 쥐는 낮과 밤에 비유한 것이며, 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것은 찰나찰나에 소멸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요, 네 마리 독사는 4대(大)에 비유한 것이며, 그 꿀은 5욕(欲)에 비유한 것이요, 그 벌떼는 나쁜 각관(覺觀)에 비유한 것이며, 그 들불이 불타는 것은 늙음에 비유한 것이요, 밑에 있는 세 마리 독룡은 죽어서 떨어지는 3악도(惡道)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십시오. 재미는 매우 적고 고통은 너무 많은 것입니다. 생노병사는 모든 사람을 지배합니다. 세상 사람은 그 몸과 마음이 괴로우나 귀의할 곳이 없고, 모든 고통이 핍박하는 그 빠름은 마치 번개와 같습니다. 이것은 큰 우환거리이니 여기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5) 왕복부(王福部)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절에 들러 탑을 돌고 사문들에게 예배했다. 신하들이 모두 웃자 왕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물이 끓는 솥 안에 금이 있을 때 그것을 손으로 집어낼 수 있겠는가?’
신하들이 말하였다.
‘그것은 할 수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찬물을 거기에 쏟은 뒤에는 집어낼 수 있는가?’
신하들이 대답했다.
‘예, 될 수 있습니다.’
왕은 말했다.
‘내가 왕으로서 할 일을 하고 또 사냥하는 것은 마치 물을 끓이는 것과 같고, 향을 피우고 등을 켜며 탑을 돌고 스님에게 예배하는 것은 그 끓는 물에 찬물을 쏟는 것과 같다. 대개 왕은 선악의 일을 다 행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다만 악만 있고 선은 없다 하겠는가?’”
또 『가섭경(迦葉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무량 아승지겁 전에 묘화(妙華)라는 부처님이 계셨고, 또 그 때 니미(尼彌)라는 전륜왕은 법대로 세상을 다스리면서 4천하의 주인으로 있었다.
그 때 그 대왕은 화생(化生)의 두 아이를 두었는데, 한 아이를 태자로 삼아 왕위를 물려주고 곧 출가했다. 그리고 999명의 아들과 8만 4천 명의 부인과 5천 명의 대신 및 많은 인민들도 다 깨끗한 믿음으로 왕과 함께 출가했다.
그 때 태자는 왕위에 오른 지 7일이 되었는데 혼자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끝내 살바야(薩婆若)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거늘 왕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출가하여 15일 동안 4천하를 유람했다. 그리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우리 아버지 및 모든 친척들
이미 모두 출가하였고
무량억의 많은 중생도
법을 위해 다 출가하였다.
나도 지금 또 출가하기 좋아하고
5욕에 머물기를 좋아하지 않나니
오직 한마음으로 불도(佛道) 구하여
저 스승님께로 나아가련다.
만일 출가를 결심한 사람이나
욕심의 불길 멀리 떠날 사람은
빨리들 나와 나를 따라 떠나자.
어려움 떠나기는 실로 어렵다.
출가할 마음을 내지도 않고
욕심의 불길 버리지 않고서도
마음 편하게 집에 있을 사람은
진실한 법에 부디 편히 살아라.
가섭아, 그 때 그 아이(태자)가 이 게송을 외웠을 때 이 4천하에서 한 중생도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고 모두 발심하여 출가하기를 원했다. 그들이 출가한 뒤에는 씨를 뿌리거나 가꾸지 않아도 그 땅에서는 온갖 쌀이 자연히 나고 나무에서는 온갖 옷이 저절로 생기며 모든 하늘이 내려와 시중들었다. 그리고 중생들은 다 도를 얻었느니라.’”
(6) 왕도부(王都部)
『십이유경(十二遊經)』에서 말하였다.
“파사닉왕이란 진(晋)나라 말로 화열(和悅)이요, 가유라월국(國)이란 진(晋)나라 말로 묘덕(妙德)이며, 사위국(國)이란 진(晋)나라 말로 무물불유(無物不有)요, 유야리국(國)이란 진(晋)나라 말로 광대(廣大) 또는 도생사(度生死)며, 나열기성(羅閱祇城)이란 진(晋)나라 말로 왕사성(王舍城)이요, 구류국(鳩留國)이란 진(晋)나라 말로 지사(智士)며, 파라내국(波羅柰國)이란 진(晋)나라 말로 녹야(鹿野) 또는 제불국(諸佛國)이다.
염부제 안에는 16의 대국(大國)과 8만 4천의 성(城)이 있고 8명의 국왕과 4명의 천자(天子)가 있다. 동방에는 진(晋)의 천자(天子)가 있어 인민이 치성하고, 남방에는 천축국(天竺國) 천자가 있어 그 국토에는 코끼리가 많으며, 서방에는 대진국(大秦國)의 천자가 있어 그 국토에는 금과 옥이 많고, 북방에는 월지국(月支國)의 천자가 있어 그 국토에는 좋은 말이 많다.
8만 4천의 성(城) 안에는 6,400종의 사람이 있고 만물의 음향은 각기 다르다. 56만 억의 마을이 있고 물고기는 6,400종이 있으며 새는 4,500종이요, 짐승은 2,400백 종이며 나무는 1만 종이요, 풀은 8천 종이며, 약(藥)은 740종이요, 향은 43종이며 보물은 211종이며
정당한 보배는 7종이 있다.
바다 가운데에는 2,500국(國)이 있는데, 180국 사람은 5곡(穀)을 먹고 330국 사람은 고기ㆍ악어ㆍ자라 등을 먹는다.
5대 국왕 중에서 한 왕은 5백의 성(城)을 맡고 있다. 첫 번째 왕은 이름이 사려(斯黎)인데 그 국토에서는 다 부처를 섬기고 다른 사교(邪敎)는 섬기지 않는다. 두 번째 왕은 이름이 가라(迦羅)인데 그 국토에는 7보(寶)가 난다. 세 번째 왕은 이름이 불라(不羅)인데 그 국토에는 40종의 향과 흰 유리가 난다. 네 번째 왕은 이름이 사야(闍耶)인데 그 국토에는 필발(蓽茇)과 호초(胡椒)가 난다. 다섯 번째 왕은 이름이 나알(那頞)인데 그 국토에는 1흰색 구슬과 7색의 유리가 난다.
이 5대국 성의 사람은 다 피부 빛깔이 검고 키가 작다. 그 성들의 모든 거리는 65만 리이며 여기서부터는 다만 바다 뿐이요 사람은 살지 않는다. 여기서 철위산(鐵圍山)까지는 140만 리이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문】 사바제(舍婆提)의 모든 성과 같이 거기에는 다 왕의 집(舍)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오직 이 성만을 왕사성(王舍城)이라 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말한다. 즉 이 마가타국(摩迦陀國)의 왕자는 머리는 하나인데 얼굴이 둘이요 팔이 넷이었으므로, 그 때 사람들은 모두 상서롭지 못하다고 했다. 왕은 곧 그 몸과 머리를 갈라 광야에 버렸다. 사라(闍羅)라는 나찰녀(羅刹女)가 그 갈라진 몸을 붙이고 젖을 먹여 길렀다. 그 뒤에 아이는 장성하여 그 힘으로 여러 나라를 합병하여 천하를 차지하고 만 8천 인의 여러 국왕을 이 5산 가운데 두고 그 세력으로 이 염부제를 다스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산을 왕사성(王舍城)이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한다.
마가타(摩伽陀)왕이 먼저부터 사는 성인데, 이 성에서 잘못해 불을 내어 성을 한 번 태우고는 다시 한 번 쌓고 하여 이렇게 일곱 번 되풀이했다. 백성들도 그 역사에 지치고 왕도 크게 걱정되어, 지혜로운 사람들을 모아 그 까닭을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 하였으므로, 왕은 곧
다시 자리를 구하다가 이 다섯 산이 성처럼 둘러 있음을 보고, 곧 거기 궁전을 짓고 살았다. 그 때문에 왕사성이라 한다.
또 옛날 이 나라에 바수(婆藪)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세간의 법을 싫어해 출가하여 선인(仙人)이 되었다. 이때 재가(在家) 바라문과 출가 선인이 서로 변론할 때 재가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경서(經書)에 ≺천사(天祀)에서는 생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출가 선인들은 말하였다.
‘천사에서는 생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서로 다투다가 출가 선인들이 말하였다.
‘여기 어떤 대왕은 출가하여 선인이 되었다는데 그대들은 그것을 믿는가?’
재가 바라문들은 믿는다고 했다. 출가 선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그 사람으로 증명할 것이니 이 다음에 그대들은 그에게 물어 보라.’
그 날 밤에 재가 바라문들은 먼저 그 바수선인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를 물은 뒤에 말하였다.
‘내일 우리끼리 토론이 있을 것이니 우리를 좀 도와 주시오.’
그리하여 이튿날 아침에 토론할 때에 출가 선인들은 바수선인에게 물었다.
‘천사 안에서 생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어야 합니까?’
바수선인이 말하였다.
‘바라문의 법에는 천사 안에서 생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출가 선인들이 말하였다.
‘그러면 당신 생각에는 실로 어떻습니까?’
바수 선인이 말했다.
‘천사를 위하기 때문에 생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이 생에서 천사 안에서 살다가 죽기 때문에 그대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출가 선인들이 말하였다.
‘당신은 크게 잘못입니다. 당신은 아주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침을 뱉으면서 말하였다.
‘이 죄인은 그만 사라져라.’
이때 바수선인은 곧 그 자리에서 복사뼈까지 땅 속에 빠졌으니, 이것은 큰 죄의 문이 처음 열린 것이다.
그러므로 출가 선인들은 말하였다.
‘그대는 바른말을 하라. 만일 여전히 거짓말을 하면 네 몸 채로 땅 속에 들어갈 것이다.’
바수선인은 말하였다.
‘나는 하늘을 위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생물을 죽여 그 살을 먹어도 죄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다시 땅에 빠져 무릎까지 들어갔다. 이렇게 차츰 빠져 허리에서 목까지 들어갔다.
출가 선인들은 말하였다.
‘너는 지금 거짓말로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는다. 그러나 만일 진실을 말하면 그대가 땅 속에 빠졌더라도 우리는 너를 건져내어 죄를 면하게 할 것이다.’
그 때 바 선인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귀인(貴人)이다. 두 가지 말을 할 수 없다. 또 바라문의 4위타(韋陀) 경전에는 갖가지 인연으로 하늘에 제사하는 법을 찬탄하였다. 내 한 사람 죽는 것을 생각할 것이 무엇 있는가?’
그리고 한마음으로 말했다.
‘천사 안에서 생물을 죽여 그 살을 먹어도 죄가 없다는 것을 하늘은 감응하소서.’
출가 선인들은 말했다.
‘너는 중한 죄인이다. 빨리 떠나라. 보기도 싫다.’
이리하여 그는 온몸이 다 땅 속에 빠져버렸다. 이 뒤로부터 지금까지 항상 바수선인의 법에 의해 천사 안에서 양을 죽이려고 칼을 댈 때는 양을 보고 ‘바수선인이 너를 죽인다’고 한다.
바수왕(바수선인)의 아들 이름을 광차(廣車)라 했다. 그는 왕위를 이어받은 뒤에도 세상 법을 싫어했다. 그러나 출가하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부왕(父王)은 출가했어도 산 채로 땅 속에 들어갔다. 만일 내가 천하를 다스리면 다시 큰 죄를 지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이것을 처리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할 때 공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너는 가다가 만나기 어려운 희유(希有)한 곳을 보거든 거기 집을 짓고 살아라.’
이렇게 말하고는 그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왕은 사냥을 나갔다. 사슴 한 마리가 바람처럼 빨리 달아나는 것을 보고, 왕은 그것을 쫓아갔으나 잡을 수가 없어 계속 쫓아갔다. 백관(百官)과 시종들도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다가 다섯 산이 둘러 있어 아주 험준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땅은 편편하고 부드러운 풀이 나 있으며 좋은 꽃들은 땅을 덮었고 갖가지 나무와 과수는 우거졌으며
온천(溫泉)과 목욕하는 연못[浴池]은 다 맑았다. 그 땅은 장엄하여 곳곳에 하늘 꽃이 흩어지고 하늘 향내가 풍기며 하늘 음악이 울렸다.
그 때 건달바(楗闥婆)들이 음악을 연주하다가 마침 이 왕이 오는 것을 보고 각자 돌아갔다. 광차왕은 말했다.
‘이곳은 희유하여 일찍이 보지 못하던 곳이다. 나는 이제 여기 집을 짓고 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신하와 백관들은 왕의 뒤를 따라왔다.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공중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
≺너는 가다가 만나기 어려운 희유한 곳을 보거든 거기 집을 짓고 살아라.≻
나는 지금 희유한 곳을 보았다. 나는 여기 집을 짓고 살 것이다.’
그리고 곧 본래의 성을 버리고 이 산에 살았으니, 이것이 왕이 처음으로 이 산에 산 것이요, 이 뒤로 차례로 모두 여기 와서 살았다. 이 왕이 처음으로 여기에 궁전의 집을 지었기 때문에 이 곳을 왕사성(王舍城)이라 한다.”
“기사굴산(耆闍崛山)을 번역하여 취두산(鷲頭山)이라 한다.
【문】 무엇 때문에 취두산이라 하는가?
【답】 이 산 꼭대기가 독수리[鷲]와 같다. 왕사성 사람들이 그것을 독수리와 같다고 보고, 서로 전해 취두산(鷲頭山)이라 했다. 때문에 그것을 취두산이라 했다.
또 왕사성 남쪽의 시타림(尸陀林) 속에는 죽은 사람의 시체가 많아 독수리들이 항상 와서 그것을 먹고 산 꼭대기로 돌아가 있었으므로 그 때 사람들이 이것을 취두산이라 이름했다. 이 산은 다섯 산 가운데에서 제일 높고 크며 좋은 숲과 샘물이 많아 성인이 사는 곳이다.”
또 『대애경(大哀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계시는 왕사성의 영취산은 옛날의 모든 부처님께서 계시던 곳이요, 여래께서 위신(威神)으로 세우신 곳이다. 그 땅의 도량(道場)은 모든 보살이 찬탄하고 무극(無極)의 법좌(法座)로서 하늘ㆍ용ㆍ귀신 등이 다 귀명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예배한다.”
또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문】 부처님께서는 일체를 두루 사랑하시는데 무엇 때문에 왕사성에만 계시고 다른 성에는 계시지 않는가?
【답】 다른 성에도 계셨다. 그러나 그것은 드물고 많이는 왕사성과 사바제성(舍婆提城)에 계셨다. 다른 모든 성은 변방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미리차(彌離車) 지방에는 악인이 많아 선근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는 계시지 않으셨다. 또 부처님께서는 은혜를 아시기 때문에 저 두 성에 많이 계셨다.
【문】 어떤 은혜를 아셨기에 저 두 성에 많이 계셨는가?
【답】 교살라국(憍薩羅國)은 부처님의 육신이 나신 곳이요, 사바제성은 부처님께서 법왕(法王)이 되셨기 때문에 이 성에도 계신 것이다.
【문】 만일 은혜를 아시기 때문에 사바제성에 많이 계셨다면 가비라성(迦毗羅城)은 부처님이 나신 곳과 가까운데 왜 거기에는 계시지 않았는가?
【답】 부처님은 남은 습성(習性)이 없으시다. 그러므로 여러 친족을 가까이 하셔도 폐를 끼칠 생각이 없으시다. 그러나 석종(釋種)의 제자들은 애욕을 떠나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만일 친족이 가까이 하면 마음에 집착이 생기기 때문이지만, 자신이 출생한 땅의 은혜를 갚기 위해 사바제성에 많이 계신 것이니, 일체 중생은 다 자신이 난 곳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 게송과 같다.
일체의 논의(論議)하는 그 사람들
스스로 아는 법을 이해하지만
제가 난 곳을 생각하는 사람이
비록 집을 나왔어도 오히려 다투는 것 같다.
법신(法身)이 난 곳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왕사성에 많이 계신 것이니,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 법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 게송과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부처님들
법신에 공양하기
스승처럼 존경한다.
법신은 육신보다 훌륭하기 때문에 두 성 가운데서 왕사성에 많이 계신 것이다.”
게송을 읊는다.
임금과 신하가 덕을 감득하는 것
신령스런 서적과 금 거울이다.
보배스런 책은 수량이 많고
임금의 사업은 천하를 비호한다.
새의 기록은 상서를 칭송하고
용의 글은 경사를 나타내며
많은 나라가 다 와서 조회(朝會)하고
많은 임금들 글을 지어 읊는다.
맨 처음 시조는 그 굳센 황제(皇帝)인데
후대의 자손들은 성인을 높이 받든다.
포악한 오랑캐들 땅이 험하나
위엄으로 물리치고 또 병합한다.
그 사랑은 만백성들 보호하고
남긴 그 업은 수명을 늘린다.
지극하여라, 훌륭한 공업이여
성스런 임금님이 정사를 연다.
감응연(感應緣)[대략 다섯 가지 증험만 인용한다.]
연신(燕臣) 장자의(莊子儀)
한왕(漢王) 여의(如意)
한(漢)의 영제(靈帝)
한(漢)의 선제(宣帝)
한(漢)의 영제(靈帝)
연신(燕臣) 장자의(莊子儀)
연(燕)나라 신하 장자의(莊子儀)는 아무 죄도 없는데 간공(簡公)이 그를 죽이려 했다. 그는 죽을 때에 말했다.
“내가 죽어서 지각[知]이 없으면 그만이겠거니와 만일 지각이 있다면 반드시 3년 안에 그대에게 알게 하리라.”
죽은 지 한 돌이 되어, 간공은 조택(祖澤)에서 제사를 지냈다. 연나라의 조택은 초(楚)나라의 상림(桑林)과 같은 것으로서 나라의 큰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그 때 남녀들은 모두 장자의가 길 아래에서 일어나 붉은 막대기를 들고 간공을 쳐서 간공이 수레 위에서 죽는 것을 보았다.
한왕(漢王) 여의(如意)
한(漢)나라 왕 여의(如意)는 바로 한고제(漢高帝)의 넷째 아들이다. 그런데 여후(呂后)가 낳은 장자(長子)를 황태자(皇太子)로 세웠다. 여의의 어머니 척부인(戚夫人)은 고제의 사랑을 받았으므로 고제는 자주 태자를 바꿔 여의를 태자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신하들이 바로 간(諫)했기 때문에 드디어 여의를 조왕(趙王)으로 봉(封)했다. 이로써 여후(呂后)는 그를 미워하여 고제가 죽은 뒤에 여의를 불러 장안(長安)으로 데리고 가서 뼈를 부러뜨려 죽였다. 그리고 또 척부인의 4지(肢)를 끊고는 사람 돼지라 불렀다.
그 뒤에 여후가 파수(灞水) 위에서 발제(秡除)하고 돌아오는데, 길에서 마치 늙은 개와 같은 것이 여후의 겨드랑을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가 그것은 갑자기 사라졌다. 점쟁이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조왕(趙王) 여의의 동티이다.”
여후는 드디어 겨드랑의 부스럼을 앓다가 죽었다.[위의 두 가지 증험은 『원혼지(冤魂志)』에 나온다.]
한(漢)의 영제(靈帝)
한(漢)나라 영제(靈帝)는 서쪽 동산에 자주 나가 놀면서 후궁(後宮)과 궁녀들을 객사(客舍)의 주인으로 만들고 자신은 상인(商人)으로 그 객사에 가서, 궁녀가 술을 내놓으면 같이 마시고 먹으며 즐겼다. 대개 이것은 천자가 그 자리를 잃고 노예로 떨어질 징조인 것이다.
그 뒤에 천자(영제)는 고지(古志)가 전하는 말에 ”적액(赤厄:심한 재앙)3ㆍ7이다” 했다. 3ㆍ7이란, 210년을 지나면 외척(外戚)의 찬탈(簒奪)이 있고 단미(丹眉:빨간 눈썹)의 재앙이 짧은 왕의 자리를 찬도(竄盜)하며, 3ㆍ6이 끝나면 용비(龍飛)의 수(秀)가 조종(祖宗)을 흥복(興復)시키며, 또 3ㆍ7을 지나면 황수(黃首:누런 머리)의 괴변이 있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울 것이라는 뜻이다.
고조(高祖)가 나라를 세우고 부터 평제(平帝)의 말년까지 210년에 이르러 왕평(王萍)이 왕위를 강탈했으니 이것은 그 모후(母后)의 친척으로 인한 것이었다. 18년에는 산동(山東)의 도적 번자도(樊子都) 등이 일어나 모두 그 눈썹을 붉게 물들였으므로 천하 사람들은 그것을 단미(丹眉)라 불렀다. 이에 광무(光武)가 나라를 일으키니 그 이름을 수(秀)라 했다. 영제(靈帝) 평원(平元)때에 장각(張角)이 36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난리를 일으켰는데 수십만 명이 다 누런 수건[黃巾]을 썼으므로 천하 사람들은 그것을 황건적(黃巾賊)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지금의 도복(道服)은 이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처음에 업(鄴)에서 일어나 진정(眞正)에 모여 백성들을 속여 말하였다.
“창천(蒼天)은 이미 죽었고 황천(黃天)은 이 세(歲)를 세워 그것을 갑자년(甲子年)이라 하고 천하가 대길(大吉)하리라.”
업(鄴)에서 일어난다 함은 천하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요, 진정(眞正)에 모인다 함은 미천한 백성들이 서로 향하고 꿇어앉아 절하며 믿고 달려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형양(荊陽)으로 나가서는 더욱 심해, 버린 재산은 길에 넘쳐흐르고 죽은 사람은 수백 명이었다.
장각이 처음으로 2월에 군사를 일으켜
12월에는 모두 쳐부수었으니, 광무의 중흥으로부터 황건적이 일어났을 때까지는 210년이 차지 못했다. 그리고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한나라가 망한 것은 실로 3ㆍ7의 운수에 응하는 것이다.
한(漢)의 선제(宣帝)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와 연(燕)나라 때 사이에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취하여 네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을 때 고루 가질 수가 없었다. 이에 소송이 일어나자 정위(廷尉)인 범연수(范延壽)는 판결을 내려 말하였다.
“저들은 사람이 아니요 금수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따르고 아버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세 사내를 죽이고 아이는 어머니에게 돌려보내야 합니다.”
선제는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 일을 이처럼 반드시 옛날의 법에 따라 처리하는가? 이것은 이치에는 옳으나 인정은 미워한 것이다.”
대개 범연수는 사람을 볼 때 처벌할 줄만 알고 사람의 요괴스러움을 따져 그 장래의 과보는 모르는 것이었다.
한(漢)의 영제(靈帝)
한(漢)나라 영제(靈帝) 건녕(建寧) 3년에 하내(河內)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잡아먹고 하남(河南)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잡아먹는 일이 있었다. 원래 부부는 음양(陰陽)의 본체요 인정이 깊은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금 서로 잡아먹으니 이것은 음양이 서로 침노하는 것이다. 어찌 해와 달의 재앙뿐이겠는가?
영제가 죽자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임금은 함부로 죽이는 사나움이 있고 신하는 폭력으로 죽이는 반역이 있었으며 전생으로 서로 죽이고 골육(骨肉)이 원수가 되는 등 백성들의 큰 재앙이 닥쳤다. 그러므로 사람의 요괴(妖怪)가 먼저 일어났을 때 다행히 도승(屠乘)의 논(論)을 보지 못한 것을 한탄하니, 이로써 그 정(情)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위의 세 가지 증험은 『수신기(搜神記)』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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