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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488 법원주림(法苑珠林) 45권

by Kay/케이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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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45

 

법원주림 제45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42.납간편(納諫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그 이치를 받아들이면 말이 끊어지고 그 취의(趣意)가 어긋나면 다툼이 일어난다. 그러나 곧은 말은 덕의 그 논이요 받아들임은 행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말을 빌어 덕이 나타나고 받아들임으로써 행이 완전해진다.
비유하면 눈은 스스로 보지 못하므로 반드시 거울을 빌어 얼굴을 관찰하고, 머리털은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므로 반드시 빗을 빌어 스스로 통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얼굴이 나타나는 까닭은 밝은 거울의 힘이요 머리털이 다스려지는 까닭은 깨끗한 빗의 공이며, 행이 꽃다운 까닭은 대개 말의 도움인 것이다. 그러므로 몸이 장차 망하려면 반드시 바로 간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목숨이 장차 끝나려면 반드시 좋은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는다.

(2) 인증부(引證部)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왕 악수(惡受)는 비법(非法)한 일을 많이 행했다. 즉 백성들을 무도하게 괴롭히고 죽이며 사방 상인들의 진기하고 훌륭한 물건을 모두 세금으로 빼앗아 그 값도 치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라 안의 보물은 아주 귀해지고 사람들이 서로 전해 악명이 널리 퍼졌다.
그 때 어떤 앵무새왕이 숲 속에 있다가 길가는 사람들이 말하는 왕의 악함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비록 새이지만 그 악은 안다.
지금 왕에게 가서 선도(善道)를 이야기하여 만일 왕이 내 말을 들으면 반드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새의 왕도 선한 말을 하는데, 하물며 나는 사람의 왕으로서 어찌 저의 꾸지람을 받겠는가?≻
그러면서 혹 고칠지도 모른다.’
앵무새왕은 곧 높이 날아 왕의 동산으로 가서 어떤 나무 위에 내려앉았다. 그 때 마침 동산에 나와 노는 왕의 부인을 만나, 날개를 치고 울면서 부인에게 말했다.
‘대왕은 지금 매우 포악하고 무도하여 백성들을 해치고 그 독은 금수에게까지 미쳐, 중생들이 한탄하고 사람과 축생들은 울분이 맺혀 원망하는 소리가 온 천하에 두루 들립니다. 부인의 가혹함도 왕과 다름이 없으니 백성들의 부모로서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잔뜩 화가 나서 말하였다.
‘이 어떤 조그만 새가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나를 꾸짖는가?’
그리고 곧 사람을 시켜 잡으러 왔다. 그러나 앵무새왕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곧 그의 손에 잡혔다. 부인은 이것을 받아 왕에게 주었다.
왕이 앵무새에게 물었다.
‘너는 왜 나를 꾸짖었는가?’
앵무새는 답하였다.
‘대왕의 비법(非法)을 말해 도움을 드리려 했을 뿐입니다. 어찌 감히 꾸짖겠습니까?’
그리하여 왕이 물었다.
‘어떤 비법이 있었는가?’
앵무새는 답하였다.
‘일곱 가지 비법이 있어 대왕의 몸을 위태롭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그 일곱 가지란 어떤 것인가?’
앵무새는 답하였다.
‘첫째는 여색(女色)에 빠져 진정(眞正)한 이를 공경하지 않고, 둘째는 술을 즐겨 마시고 취해 나라 일을 돌아보지 않으며, 셋째는 장기ㆍ바둑에 탐착해 예경(禮敬)을 닦지 않고, 넷째는 사냥으로 살생하면서 인자한 마음이 전연 없으며, 다섯째는 욕설하기를 좋아해 조금도 선을 말하지 않고, 여섯째는 부역과 형벌이 떳떳한 법보다 더하며, 일곱째는 의리(義理)가 아니게 백성들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니, 이런 일곱 가지 일은 대왕의 몸을 위태롭게 합니다. 또 세 가지 일이 있어 나라를 망칩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앵무새는 답하였다.
‘첫째는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친근하고, 둘째는 현량(賢良)한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아 착한 말을 듣지 않으며,
셋째는 남의 나라를 치기 좋아해 인민을 기르지 않는 것이니, 이런 세 가지를 버리지 않으면 망할 시기가 아침이 아니면 저녁일 것입니다. 대개 왕이 된 사람은 천하가 다 귀의하고 우러르게 해야 합니다. 왕은 다리와 같아서 만민을 건네주어야 하고, 왕은 저울과 같아서 친소(親疎)에 다 평등해야 하며, 왕은 길과 같아서 성인의 발자취와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왕은 해와 같아서 온 세간을 두루 비춰야 하며, 왕은 달과 같아서 만물에 맑고 시원함을 주어야 하고, 왕은 부모와 같아서 자비로 길러야 하며, 왕은 하늘과 같아서 만물을 덮어 주어야 하고, 왕은 땅과 같아서 만물을 실어 길러야 하며, 왕은 불과 같아서 만인을 위해 모든 악을 태워버려야 하고, 왕은 물과 같아서 4방을 윤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전륜성왕과 같이 10선도(善道)로 중생을 교화해야 합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말하였다.
‘앵무새왕의 말은 지극히 정성스럽고 지극히 친절하다. 나는 사람의 왕이 되어 소행이 무도하였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따라 그를 스승으로 삼아 바른 행을 닦았다. 그리하여 국내의 풍속과 가르침이 행해지고 악명은 사라졌으며, 부인과 신하들은 다 왕에 대해 충성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으며 일체 인민들은 모두 기뻐하였느니라.
그 때의 그 앵무새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가시국왕 악수는 바로 지금의 재상(宰相)이며, 그 때의 그 부인은 바로 지금의 재상의 부인이니라.”
또 『살차니건자경(薩遮尼乾子經)』에서 말하였다.
“엄치왕(嚴熾王)이 말하였다.
‘대사(大師)님, 과연 어떤 중생이 총명하여 지혜가 많고 근기가 예리하면 그런 사람도 허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대사는 답하였다.
‘대왕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대왕은 총명하여 지혜가 많고 근기가 예리하며 슬기롭고 큰 위력이 있으며 마음이 나약하지 않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위덕(威德)을 다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허물이 있습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님 내 허물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사는 답하였다.

‘대왕의 죄는 너무 포악하고 너무 엄하며,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굳세며 너무 사나운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십시오. 만일 대왕의 성질이 너무 사나우면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말을 듣지 않고 많은 사람이 사랑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부모조차 보기 싫어하겠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너무 사납게 하지 마십시오. 하시는 일을 항상 조용하게 하시고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이 만일 악을 행하여
성을 내시면 일을 바로 못 보고
움직이면 중생들 두렵게 하며
나아가 부모도 겁을 내거늘
하물며 친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어찌 사랑하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부디 아셔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성내지 않는다는 것을.

그 때 엄치왕은 바로 그 자리에 앉은 니건자(尼乾子)가 왕 자신을 헐뜯는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하여, 성을 참지 못하고 독한 마음이 생겨 말하였다.
‘살차니건자(薩遮尼乾子)야, 너는 왜 대중 앞에서 내 허물을 말하느냐?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나를 바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너는 지금 내 허물을 말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이렇게 말하고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려라.’
니건자는 당황하여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지금 그런 악을 너무 서둘러 짓지 마십시오. 제게 좋은 말이 있습니다. 잠깐만 제게 두려움 없음[無畏]을 베푸시어 내 말을 들어 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무슨 말이냐? 빨리 말해 보라.’
니건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십시오. 제게도 허물이 있으니 그것은 참말만 하고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 사실대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아주 악한 사람이나 성급한 사람이나 무자비한 사람이나 갑자기 일을 서두르는 사람 등 이런 사실 앞에서 사실대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십시오.
슬기로운 사람은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참말은 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말할 사람과 더불어 말하지 않을 사람과 말해야 할 때와 말해서는 안 될 때를 잘 관찰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십시오. 세상 사람들은 진실한 말을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고 찬탄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때를 알지 못하거나 또 갑자기
마음대로 진실을 말하는 이를,
지혜로운 사람은 꾸짖거늘
하물며 지혜 없는 사람이랴.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 데서나
사실대로 진실을 말하지 않네.
교시가여, 이것은 진실이네.
진실한 말은 악도에 들어가네.

그 때 왕은 니건자가 말하는 자신의 허물을 듣고 곧 마음이 열려 지성으로 귀의하고 참회했다.
또 『장엄론(莊嚴論)』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에 들었다. 강(羌)씨의 어떤 노파는 숲 속에 들어가 파라수(波羅樹) 잎을 긁어모아 그것을 팔아 살아가고 있었다. 그 길이 관라(關邏)를 지나게 되었는데 나인(邏人)이 통행료를 내라 했다. 그러나 노파는 세금을 주려 하지 않고 그 나인에게 말했다.
‘그대가 나를 대왕께로 데리고 가면 나는 세금을 내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결코 내지 않으리라.’
이에 나인은 노파와 다투면서 왕에게 데리고 갔다. 왕은 노파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관세를 내지 않으려는가?’
노파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혹 저 아무 비구를 아십니까?’
왕은 답하였다.
‘나는 안다, 그는 큰 아라한이다.’
노파는 다시 물었다.
‘대왕은 또 저 둘째 비구를 아십니까?’
왕이 답하였다.
‘안다, 그도 아라한이다.’
노파는 또 물었다.
‘대왕께서는 또 저 셋째 비구를 아십니까?’
왕이 말했다.
‘안다, 그도 아라한이다.’
노파는 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 세 아라한은 다 내 아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다 대왕의 공양을 받고 대왕으로 하여금 무량한 복을 받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왕께 드린 세금인데,
무엇 때문에 다시 내게 강제로 세금을 빼앗으려 하십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희유한 일이라 찬탄하면서 말했다.
‘훌륭합니다. 노모(老母)님, 노모님은 성자(聖子)를 낳으셨습니다. 나는 참으로 몰랐습니다. 저 아라한들이 당신 아들인 줄 알았으면 노모를 더욱 공경하고 공양했을 것입니다.’
그 노파는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세 아들 낳아 잘 길렀나니
저들 씩씩해 3계(界)를 벗어났다.
저들 모두 다 아라한을 증득해
이 세간 위해 복전(福田)을 이루었다.

만일 대왕이 저들에 공양할 때
그로 얻은 복이 세금이 되었다면
어찌하여 또 다시 세금으로서
내 소유를 빼앗으려 하는가?

왕은 이 게송을 듣고 온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그리고 3보(寶)를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이런 노모에게는 더욱 공양해야 하겠거늘 하물며 또 세금을 내라 하겠는가?’”
또 『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사문이 다른 나라에 갔다가 밤이 되어 성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성문 밖 풀밭에 앉아 있었다. 밤중에 야차 귀신이 와서 그를 잡아먹으려 하므로 그는 말했다.
‘너는 나와 멀리 있구나.’
야차가 물었다.
‘어째서 멀리 있다 하는가?’
사문은 대답하였다.
‘너는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도리천 위에 날 것이요, 너는 지옥에 들 것이니, 이것이 먼 것이 아닌가?’
귀신은 곧 사죄하고 예배한 뒤에 거기서 떠났다.”
또 『마등녀경(摩鄧女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아난은 발우를 들고 행걸(行乞)한 뒤에 물가를 따라갔다. 어떤 여자가 물가에서 물을 메고 가는 것을 보고 그 여자를 따라가 물을 청했다. 여자는 물을 주고 아난을 따라가 아난이 머무르는 곳을 보았다. 여자는 돌아가 그 어머니 마등(摩鄧)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방에 들어가 자리에 누워 울고 있었다.
마등이 물었다.
‘너는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 딸은 대답했다.
‘어머님은 나를 시집보내려면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마십시오. 나는 오늘 물가에서
어떤 사문이 와서 내게 물을 청하는 것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 이름을 아난이라 했습니다. 나는 그 아난이라면 시집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집가지 않겠습니다.’
어머니는 밖에 나가 사람들에게 물어, 아난은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임을 알고 집에 돌아와 딸에게 말했다.
‘아난은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이라 네게 장가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딸은 이 말을 듣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울고만 있었다. 어머니는 고도(蠱道)를 알고 있고, 아난을 청해 공양하게 되었으므로 딸은 매우 기뻐했다. 어머니는 아난에게 말했다.
‘내 딸이 당신 아내가 되고 싶어합니다.’
아난은 대답했다.
‘나는 계율을 지니므로 아내를 두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내 딸은 당신을 남편으로 얻지 못하면 자살하려 합니다.’
아난은 말하였다.
‘내 스승은 부처님이십니다. 나는 여자와 통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들어가 이 사정을 딸에게 다 말했다. 딸은 어머니에게 울면서 말하였다.
‘어머님 나를 위해 문을 굳게 잠그고 그를 나가지 못하게 하십시오. 밤이 되면 스스로 남편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는 나가 문을 굳게 닫고 고도의 법을 부려 아난을 결박해 두었다. 저녁때가 되어 어머니는 딸을 위해 잠자리를 준비했다. 딸은 매우 기뻐하면서 제 몸을 화장하고 꾸몄다. 그러나 아난이 그 자리로 가려 하지 않자 어머니는 안마당에 불을 피우고 아난의 옷자락을 끌면서 말하였다.
‘당신이 내 딸의 남편이 되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저 불 속에 던질 것입니다.’
아난은 스스로를 천히 여기면서 말했다.
‘나는 부처님의 사문이 되었으면서 도리어 나가지 못하는구나.’
부처님께서는 신령스런 마음으로 이것을 알고 아난을 거기서 구해냈다. 아난은 부처님께 돌아가 이 사정을 다 아뢰었다.
그 딸은 아난이 떠나는 것을 보고 집에서 그치지 않고 울면서 계속 아난을 생각했다. 이튿날 딸은 제가 스스로 아난을 찾아 나섰다가 다시 아난이 행걸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곧 아난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난의 발을 보고 또 돌아서서 아난의 얼굴을 보았다. 아난은 부끄러워 피했으나 여자는 계속 따랐다. 아난은 돌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등의 딸이 오늘도 저의 뒤를 따랐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사람을 시켜 그녀를 불러와서 그녀에게 물으셨다.
‘너는 아난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느냐?’
그녀가 말했다.

‘제가 듣자오니 아난은 아내가 없다 합니다. 저도 남편이 없으니 저는 그의 아내가 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은 머리털이 없는데 너는 머리털이 있다. 네가 능히 머리를 깎을 수 있으면 나는 아난을 네 남편이 되게 하리라.’
그녀는 머리를 깎을 수 있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집에 돌아가 어머님께 알려 머리를 깎은 뒤에 다시 오너라.’
그녀는 돌아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다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나는 너를 낳아 네 머리털을 길러 주었다. 그런데 왜 너는 굳이 사문의 아내가 되려 하느냐? 이 나라의 큰 부호가 있어 나는 너를 그리로 시집보내려 한다.’
그러자 딸은 말했다.
‘나는 살아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죽어 아난의 아내가 되리라.’
어머니는 말하였다.
‘우리 가문을 욕되게 한다.’
그리고 딸에게 칼을 주었다.
그녀는 머리를 깎고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저는 머리를 깎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아난의 무엇을 사랑하느냐?’
그녀는 말했다.
‘나는 아난의 눈을 사랑하고 아난의 코를 사랑하며, 아난의 입을 사랑하고 아난의 귀를 사랑하며 아난의 말소리를 사랑하고 아난의 걸음걸이를 사랑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눈 안에는 눈물만이 있을 뿐이요 코 안에는 콧물만이 있을 뿐이며, 입 안에는 침만이 있을 뿐이요 귓속에는 귀지만이 있을 뿐이며, 몸 안에는 오줌ㆍ똥의 더러운 것만이 있을 뿐이다. 또 부부가 되면 악로(惡露)가 있고 악로에는 아기가 생기며, 아기는 죽을 수가 있고 아기가 죽으면 거기에는 눈물과 울음이 있다. 거기에 또 무슨 이익이 있는가?’
그녀는 제 몸 속의 악로를 생각하고 곧 바른 마음이 일어나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가 도를 얻었음을 아시고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어나 아난에게로 가라.’
그녀는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실로 어리석어 아난을 쫓아 다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마음이 열려, 마치 어둠 속에서 등불을 본 것 같고 타고 있던 배가 부서졌을 때 언덕을 의지한 것 같으며 장님이 부축하는 이를 얻은 것 같고 노인이 지팡이를 가진 것 같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도를 주셔서 저의 마음을 열리게 하셨습니다.
이리하여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여자는 무슨 인연으로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마등의 딸은 전생에 5백 생 동안 아난의 아내가 되어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그러므로 지금 내 법안에서 도를 얻었으며, 지금은 부부가 되어 서로 형제처럼 대하게 되는 것이니, 이와 같으니 불도를 어찌 믿지 않겠는가?’
부처님의 이 설법을 듣고 비구들은 모두 크게 기뻐했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사위성(城)에 범마(梵摩)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많이 듣고 변재(辯才)가 있으며 경론(經論)을 환히 알고 4위타(韋陀)를 모두 통달했다. 그 아내는 딸을 낳았다. 그 딸은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그 지혜와 변재는 아무도 따르지 못했다. 그녀는 여러 바라문들이 아버지와 변론하는 말을 들으면 모두 기억하여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자꾸 많이 들었으므로, 덕행이 있는 여러 장로(長老)들이 와서 무엇이나 물으면 모두 다 통달했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시고 중생을 교화하신다는 말을 듣고 법의 뜻을 여쭙기 위해 스스로 장엄하고 부처님께 갔다. 그녀는 부처님을 뵈옵자 곧 발심하고 출가하기를 청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니야.’
그러자 그녀의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法服)이 그 몸에 입혀져 그녀는 비구니가 되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아라한의 과(果)를 얻었다.
아난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수만(딸) 비구니는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지금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현겁(賢劫) 동안에 가섭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상법(像法) 시대에 어떤 비구니는 항상 설법하여 중생을 교화하기를 좋아하고 변함 없이 정진하였으므로 발원하기를 ≺나로 하여금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부처님의 법안에서 경론을 밝게 알게 하소서≻ 했다. 이렇게 발원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고 천상과 인간에 나서, 그 총명한
지혜는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었으며, 지금은 나를 만나 도를 얻고 많이 듣기로 제일[多聞第一]이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봉행했다.”
또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선정(禪定)은 소리가 가시[刺]가 되고, 세존께서도 소리가 가시가 된다고 말한다. 왜냐 하면 나는 실로 이렇게 선정에 가시가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는 계를 범함이 가시가 되고, 근(根)을 단속하는 이에게는 몸의 장식이 가시가 되며, 악로(惡露)를 친근히 하는 이에게는 깨끗한 상(相)이 가시가 되고, 인자한 마음을 닦는 이에게는 성냄이 가시가 되며, 술을 버리는 이에게는 술 마심이 가시가 되고, 범행(梵行)을 닦는 이에게는 여색(女色)을 보는 것이 가시가 되며, 초선(初禪)에 드는 이에게는 소리가 가시가 되고, 제2선(禪)에 드는 이에게는 각관(覺觀)이 가시가 되며, 제3선에 드는 이에게는 희(喜)가 가시가 되고, 제4선에 드는 이에게는 드나드는 숨길이 가시가 된다. 또 공처(空處)에 드는 이에게는 공처상(空處想)이 가시가 되며,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드는 이에게는 식처상(識處想)이 가시가 되고, 무상처(無想處)에 드는 이에게는 무소유처상(無所有處想)이 가시가 되며,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드는 이에게는 상지(想知)가 가시가 되느니라.
또 세 가시가 있다. 즉 탐욕의 가시와 분노의 가시와 우치의 가시이다. 이 세 가지는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이라야 다 끊고 또 끊어진 줄을 아는 것이다. 그 뿌리를 다 뽑아버려 다시 나지 않으면, 이것이 아라한은 가시가 없다는 것이니라.”[이 가시를 다 제거하면 그것을 납간(納諫)이라 한다.]
또 『대어사경(大魚事經)』에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못에 큰 고기가 많이 있었다. 그 때 큰 고기는 작은 고기들에게 당부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떠나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다른 곳에 가면 다 나쁜 사람들에게 잡힐 것이다.≻
그러나 작은 고기들은 이 큰 고기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 때 어부가 미끼를 두고 그물로 고
기들을 잡는 것을 보고 그들은 곧 큰 고기에게로 갔다. 큰 고기는 작은 고기들이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떠나지 말라 했는데 다른 곳에 가는 것이 아닌가?≻
작은 고기들은 말했다.
≺우리는 아까 벌써 다른 곳에 갔다가 왔습니다.≻
큰 고기는 물었다.
≺너희들이 다른 곳에 갔으면 거기서 그물에 걸리지 않았는가?≻
작은 고기들은 말했다.
≺우리는 저기 가서 사람에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긴 줄이 우리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큰 고기는 말했다.
≺너희들은 벌써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 하면, 너희들이 멀리서 본, 너희 뒤를 따라오는 그 줄에 너희 조상과 부모들이 다 죽었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반드시 그의 해침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내 새끼가 아니다.≻
그 뒤에 작은 고기들은 다 어부에게 잡혀 언덕 위에 버려졌다. 이렇게 작은 고기들은 많이 죽었다.”[남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이다.]
또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내(婆羅柰)라는 성(城)이 있었고 나라 이름은 가시(迦尸)였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이 광야에 의정(義井)을 만들어 소치는 사람이나 나그네들이 다 그 우물물을 먹고 목욕도 했다.
어느 날 저녁에 야간(野干)들이 그 우물의 땅바닥에 남은 물을 먹었다. 그러나 야간의 왕은 땅바닥에 남은 물을 먹지 않고 곧 두레박에 머리를 넣어 물을 마시고는 머리를 높이 들고 두레박을 땅에 때려 질그릇 두레박을 깨어버렸으나 두레박 아가리는 여전히 그 목을 꿰고 있었다. 야간들은 그 왕에게 말했다.
≺젖은 나뭇잎도 쓸 만한 것이면 간직해야 하겠거늘 더구나 이 두레박은 나그네들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인데 왜 깨어 버립니까?≻
그 왕은 말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즐겁다. 내 마음만 즐거우면 그만이지 남의 일을 생각할 것이 무엇이냐?≻

그 때 어떤 나그네가 바라문에게 말했다.
≺당신이 만들어 둔 두레박이 다 깨졌습니다.≻
그래서 바라문은 다시 두레박을 갖다 두었으나 먼저처럼 야간왕이 부수어 버렸다. 이렇게 열네 번이나 되풀이하면서 야간들은 여러 번 간(諫)했으나 그 왕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라문은 가만히 생각했다.
≺누가 이 두레박을 부수는가 가만히 지켜보리라.≻
그리하여 그것이 야간들의 장난임을 알고 바라문은 ≺내 복덕의 우물을 보전해야 하겠다≻ 하고, 곧 나무 두레박을 만들어 견고해서 부수기 어렵게 하고 또 머리를 넣기는 쉬우나 빼내기는 어렵게 하여 우물가에 갖다 두었다. 그리고 막대기를 들고 으슥한 곳에 숨어 가만히 엿보았다. 나그네들은 다 물을 마시고 가는데 야간의 왕은 전처럼 물을 먹고는 두레박을 땅에 내리쳤다. 그러나 그것을 깨지는 못했다. 그 때 바라문은 막대기로 야간왕을 때려 죽였다. 공중에서 어떤 하늘이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지혜롭고 또 인자한 말을
괴팍스러워 곧이 듣지 않고
고집 부리면 그 화를 입어
스스로 그 목숨 잃고 마나니

그러므로 우치한 저 야간은
나무 두레박의 고통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야간왕은 지금의 저 제바달다(提婆達多)요, 그 때의 야간 무리들은 지금의 저 제바달다에게 충고하는 사람이다. 과거 그 때에도 선지식들이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다가 스스로 제 목숨을 잃었는데, 지금 또 비구들의 충고를 듣지 않으니, 마땅히 악도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다.’
게송을 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충고를 듣고
어리석은 사람은 듣지 않는다.
비유하면서 저 밝은 거울이
내 얼굴의 결점을 비춤과 같다.

그 허물 보면 고쳐야 한다.
생각은 기틀을 아는 데 두라.
어리석어서 고집 부리다
곤액(困厄) 당해도 기댈 데 없다.

43.심찰편(審察篇)[여기에는 4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심노부(審怒部) 심과부(審過部)

심학부(審學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선인이 세상을 이롭게 할 때, 경계를 살피고 마음을 관찰하여 의식(意識)과 감정을 보물이 있는 곳에서 단련시키고 거짓과 진실을 허망과 진실에서 궁리한다. 그러므로 살핌이 슬기롭지 못하면 그 진실을 다 알지 못하고 슬기가 자세하지 못하면 그 비춤을 살피지 못하나니, 그렇다면 비추고 살피는 근원은 자세함과 안정의 요결[要]이 된다. 그러므로 반연하지 않는 법이 없고 살피지 않는 경계가 없게 된 뒤에 법을 반연하고 경계를 살피면 비로소 현묘한 공(功)으로 같이 나아가고 모든 법을 서로 기르게 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 심노부(審怒部)
『승기율』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집도 가난하고 그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 집에 있는 나구라충(那俱羅蟲)이 새끼를 낳았다. 그래서 바라문은 아들이 없었으므로 그것을 아들처럼 생각하고 그 나구라 새끼도 바라문을 아버지처럼 생각했다.
그 뒤에 그의 아내가 임신해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바라문은 ≺저 나구라가 상서로운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들을 낳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때 바라문은 걸식하러 나가면서 그 아내에게 ≺당신이 혹 밖에 나갈 일이 있거든 꼭 아이를 데리고 가시오. 부디 집에 혼자 두지 마시오≻ 했다.
뒤에 그 아내는 아들과 밥을 먹고 이웃집에 맷돌을 빌리러 갔다. 그런데 이 아이는 소락향(蘇酪香)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독사 한 마리가 그 향내를 맡고 와서 입을 벌리고 독기를 토해 이 아이를 죽이려 했다. 나구라는 ≺우리 아버지는 밖에 나가시고 어머니도 안 계신다. 왜 독사는 내 동생을 죽이려 하는가?≻ 생각하고 곧 그 독사를 물어 죽여 일곱 동강을 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반드시 나를 칭찬하시리라≻ 하고, 입에 피 칠을 하고 문 앞에 나가 서 있었다. 그것은 부모가 보고 기뻐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때 바라문은 밖에서 돌아오다가 집 밖에서 그 아내를 만나 곧 화를 내면서 ≺나는 떠날 때 당신이 혹 밖에 나갈 때는 꼭 아이를 데리고 가라 했는데, 왜 혼자 갔다 오느냐?≻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려다가, 문 앞에서 구나라가 입에 피 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없는 사이에 이것이 우리 아들을 죽인 것이다. 공연히 이것을 길렀구나≻ 하고 곧 나구라를 때려 죽였다. 그리고 안에 들어와 그 아들이 손가락을 빨며 장난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또 독사가 일곱 동강이 난 채 땅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바라문은 후회하고 자책(自責)하면서 ≺이 나구라는 인정이 있어 우리 아들 목숨을 구해 주었는데 나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이것을 죽였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하고 그만 기절해 땅에 쓰러졌다.
공중에서 어떤 하늘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디 살피고 자세히 관찰하고
갑자기 성을 내어 사납게 굴지 말라.
착한 친우의 은애(恩愛)를 저버리고
선량한 것을 억울하게 죽이나니
비유하면 마치 이 바라문이
저 구나라를 죽임 같으리.’”

또 『불설태자목백경(佛說太子沐魄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바라내국 왕의 태자 목백(沐魄)은 궁극(窮極)의 상(相)이 없이 태어나 단정하고 깨끗하기 견줄 데 없었다. 부모는 기이하게 여겨 공양하고 우러르며 그의 장성함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아이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은 지 13년이 되었다. 성질은 담박하고 고졸하며 마음은 불꺼진 재와 같고 몸은 마른 나무와 같았으며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눈은 빛을 보지 못해 마치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장님 같았다. 이에 왕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그 부인에게 말했다.
‘이것을 어쩌면 좋겠는가? 이 아이는 반드시 다른 나라의 우스갯거리가 될 것이다.’
부인은 왕에게 말했다.
‘관상쟁이를 불러 그 상을 보게 하십시다.’
왕은 곧 바라문 관상쟁이를 불렀다. 바라문은 말했다.
‘이 아이는 세상 사람이 아니니
다만 현혹시킬 뿐입니다. 겉은 단정하나 속은 상서롭지 못합니다. 오래지 않아 나라를 망칠 것이니, 기르지 마시고 산 채로 땅에 묻어 죽여 버리십시오. 지금 이 아들을 없애지 않으면 뒤에 다시 아들을 두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이리하여 부인은 왕이 하는 대로 맡겼다. 왕은 곧 나라 안의 대신들을 불러 의논했다. 어떤 대신은 ‘그저 깊은 산중의 아무도 없는 곳에 버리십시오’ 하고, 또 어떤 대신은 ‘깊은 물 속에 던져 버리십시오’ 했다. 또 어떤 대신은 ‘그저 바라문의 말대로 깊은 구덩이를 파고 산 채로 묻어 버리십시오’ 했다.
왕은 곧 변방의 군사 3천 명을 불러 땅을 파서 창고를 만들고 20년 동안 먹을 양식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 태자의 종들과 보배와 영락 등을 다 태자에게로 돌려주었다.
이에 부인은 말했다.
‘어찌 나만 무상(無相)하고 낳은 아들까지 박명하여 이런 화를 당하는가?’
그러나 부득이한 사정이라 이에 태자를 정전(正殿)으로 보냈다.
5백 명 부인들은 모두 와서 태자의 단정하고 깨끗함이 견줄 데 없음을 보고 말했다.
‘태자께서는 왜 말씀을 하지 않고 생매장을 당하십니까?’
또 5백 궁녀들도 모두 와서 태자의 단정하고 깨끗함이 견줄 데 없음을 보고 말하였다.
‘태자님, 왜 말씀하시지 않고 생매장을 당하십니까?’
그리고 각각 태자를 위해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태자는 잠자코 있으면서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다. 이에 태자를 외전(外殿)으로 보냈다. 5백 대신들이 모두 와서 태자의 단정하고 깨끗함을 보고는 대왕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이 태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선 얼마 동안 두고 보십시오. 오래지 않아 말할 것입니다. 바라문의 말이라고 다 믿을 수 없습니다.’
왕은 말했다.
‘이것은 나라의 일이라 자네들의 알 바가 아니네. 창고가 다 이루어졌으니 자네들은 태자를 따라 오게.’
왕은 다시 그 종에게 말하였다.
‘태자를
4망상거(望象車)에 태워 국민들로 하여금 다 태자를 볼 수 있게 하면 태자는 말을 할 것이다. 만일 말을 하거든 태자를 그 수레에 태우고 돌아오너라.’
태자는 수레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 때 국내의 늙은 대신들이 다 수레 앞에 나와 말했다.
‘태자께서는 반드시 한 말씀하십시오. 만일 말씀하시지 않으시려면 우리를 뭉개고 우리 위로 지나가십시오.’
그러자 용과 호랑이들이 나와 수레를 호위하여 지나가게 했다. 그 때 수천만의 사람들이 수레를 둘러싸 태자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또 달리는 짐승과 나는 새들이 창고를 세 겹으로 둘러싸 창고 문을 막았다. 그래서 태자는 더 나아갈 수 없어, 곧 수레를 멈추고 손을 들고서 말했다.
‘실로 말하지 않으면 생매장을 당할 것이요, 실로 말을 하면 지옥에 들까 두렵다. 그래서 말하지 않음으로써 내 몸을 보전하고 화를 피하려 했던 것이다. 내 신(神)을 구제하고 괴로움을 떠나기 위해 말하지 않은 것인데, 거짓말로 속여 나를 귀머거리나 장님이라 하고 실로 벙어리로 만든 것이다.’
그 때 인민들은 태자의 절묘한 음성을 듣고, 가던 자는 걸음을 멈추고 앉았던 자는 일어나 모두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우리들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종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 날뛰며 대왕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태자가 말을 합니다. 그 음성이 위로는 하늘에 사무치고 밑으로는 황천(黃天)에까지 사무치며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도 다 와서 태자 앞에 엎드려 그 말을 들었습니다.’
왕은 태자가 말을 하기 때문에 기뻐 날뛰면서 그 부인과 함께 4망상거를 타고 태자를 맞이하러 갔다. 태자는 부왕을 돌아보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길을 피해 네 번 절하고 일어나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몸소 멀리 나오셔서 맞이하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이제 부자(父子)는 서로 낳은 은애(恩愛)를 버려 이미 떠났습니다. 그것은 도리에 매우 어긋나는 일이어서 서로 듣고 볼 수 없습니다.’
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안 된다, 안 된다. 너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내 잘못을 용서하라. 그리고 같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왕위를 너에게 물려주고 물러나리라.’
‘나는 전생에 왕으로 있으면서 행이 좋지 못해
지옥에 들어가 6만 년 동안 지져지고 볶이고 베이고 찢기었으며 그 심한 고통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부모님인들 어찌 내 고통을 다 아시겠습니까? 나는 그 지옥이 두렵고 싫습니다. 그러므로 입을 다물고 13년 동안 말하지 않으면서 이 티끌 세상을 벗어나려 했습니다. 죄의 몸을 만났으되 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높이 날고 멀리 떠남으로써 세상에서 구제되려 합니다. 세간은 무상하고 황홀하기 꿈과 같으며 한 집안의 즐거움도 잠깐일 뿐입니다. 걱정과 고통은 길고 즐거움은 잠깐 있는 것입니다. 대왕은 이 지극한 마음을 아시어 배우기를 허락해 주소서.’
이리하여 태자는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 도를 구하면서 참선에 정진하였다. 그리고 목숨을 마치고는 도솔천에 나고 천상의 복이 다해 인간에 나서는 가시국왕의 태자가 되어 스스로 부처가 될 줄을 알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태자 목백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왕은 바로 지금의 열두단왕(悅頭壇王)이며, 그 때의 부인은 지금의 이 마야 부인이요, 그 때의 종들은 지금의 이 사거륜(闍居輪) 등이며, 그 때의 그 바라문은 지금의 이 조달(調達)인데 조달은 세상마다 나와 원한이 있었느니라.’
모든 하늘과 용ㆍ귀신 등은 기뻐 날뛰며 예배하고 거기서 떠났다.

(3) 심과부(審過部)
『부법장인연경(付法藏因緣經)』에서 말하였다.
“어느 때 숙라성(宿羅城)의 어떤 상주(商主)가 반차우슬대회(般遮于瑟大會)를 열었다. 어떤 비구니는 아라한이 되어 ‘이 대중 가운데 누가 복전(福田)이 될 수 있을까’ 관찰하다가, 또 ‘누가 스님의 우두머리인가’생각하고, 모든 아라한과 학인(學人)들이 번뇌를 끊은 지 오래되어 공양을 받들 만 하다고 보았다. 아사라(阿沙羅)라는 비구는 해탈은 얻지 못했으나 대중의 우두머리임을 관찰했다. 그래서 이 비구니는 저 비구에게 가서 말했다.
‘대덕이시여, 지금 장엄하십시오.’

저 비구는 이 말 뜻을 알지 못하고 곧 깨끗한 가사를 입고 머리를 깎고 목욕했다. 그 뒤에 이 비구니는 또 저 비구에게 장엄하라 했다. 그러자 아사라 비구는 잔뜩 화를 내어 말했다.
‘나는 네 말을 듣고 잘 장엄하였는데 또 내게 무슨 추악한 모양이 있기에 너는 또 그런 말을 하는가?’
비구니는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아십시오. 그것은 세속의 장엄이요 불법의 장엄이 아닙니다. 불법의 장엄이란 4과(果)를 얻는 것입니다. 이상합니다. 대덕은 매우 경솔하십니다. 장자[상주]의 대회에는 성현이 많은데 당신은 스님의 우두머리가 되어 생사를 면하지 못하고 유루(有漏)의 마음인 채 최초의 공양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깨우쳐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아사라 비구는 참연(慘然)히 슬피 울면서 스스로 늙음을 생각하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번뇌를 없앨 수 있습니까?’
비구니는 말하였다.
‘불법에는 시간이 없는데 어찌 늙고 젊음을 가리겠습니까?’
비구는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우파국다(憂波掬多)에게 갔다. 우파국다는 그에게 설법하여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또 어떤 비구는 성질이 음식을 좋아하여 이 탐욕 때문에 도를 얻지 못했다. 우파국다는 그를 방으로 불러 들여 향기로운 우유 죽을 주면서 식거든 먹으라고 했다. 비구는 입으로 죽을 불어 차게 하고는 우파국다 존자에게 말했다.
‘죽이 다 식었습니다.’
존자는 말하였다.
‘이 죽은 식었으나 그대의 탐욕은 아직 뜨겁다. 물을 관(觀)하여 그대 마음의 불을 꺼라. 그리고 빈 그릇에 먹은 것을 토해 내고 그것을 다시 먹어라.’
‘침이 벌써 다 섞였는데 그것을 어떻게 다시 먹습니까?’
‘무릇 일체의 음식은 이와 다를 바 없다. 너는 자세히 보지 않고 망령되게 탐욕을 내었다. 너는 지금 음식의 부정(不淨)을 관(觀)하라.’
그리고 설법하여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두 비사사(毗舍闍) 귀신이 상자 하나와 지팡이 하나와 신발 한 켤레를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각각 그것을 모두 차지하려고 하루종일 다투었으나 고루 가질 수 없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발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기에 이처럼 다투고 있느냐?’
두 귀신은 답하였다.
‘이 상자는 일체의 의복과 음식ㆍ평상ㆍ침구 등 생활의 필수품을 다 내고 이 지팡이를 가지면 적들이 다 항복하여 아무도 감히 싸우려는 자가 없으며 이 신을 신으면 능히 날아다니되 아무 장애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귀신의 말을 듣고 말했다.
‘너희들은 내게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라. 나는 이것을 너희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리라.’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곧 조금 멀리 피해 있었다. 이 사람은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들고 신을 신고는 공중으로 날아갔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이 사람은 공중에서 말했다.
‘너희들이 다투는 것을 내가 다 가지고 가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다툼이 없을 것이다.’
그 비사사 귀신들은 온갖 악마와 외도들에 비유한 것이요, 보시는 상자와 같아서 인간과 천상 등 5도(道)의 생활 기구가 다 거기서 나오는 것이며, 선정은 지팡이와 같아서 원수와 번뇌의 적을 다 항복 받는 것이요, 계율은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과 천상에 오르는 것이다. 또 악마와 외도들이 상자를 가지고 다투지만 그것은 유루(有漏) 가운데서 억지로 과보를 구하나 아무 얻는 것이 없음에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ㆍ보시ㆍ계율ㆍ선정 등을 수행하면 곧 고통을 떠나 도를 얻을 것이니라.”

(4) 심학부(審學部)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두 사람이 스승에게서 도를 배우고, 다른 나라로 함께 가다가 길에서 코끼리 발자국을 보았다. 한 사람이 말했다.

‘이것은 암 코끼리가 수놈 새끼를 밴 것이다. 그리고 그 코끼리는 한 눈이 멀었고 딸아이를 밴 여자가 그 코끼리를 탄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이 물었다.
‘너는 그런 줄을 어떻게 아느냐?’
‘가만히 생각해 보고 알았다. 만일 내 마을 믿지 못하겠거든 바로 가서 알아보자.’
두 사람은 함께 가서 코끼리를 따라잡아 알아보았더니 모두 그의 말과 같았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너와 함께 같은 스승에게서 도를 배웠는데 나는 모르는 것을 너는 아는구나.’
뒤에 그들은 돌아와 스승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스승은 그들을 다시 깨우쳐 주기 위해 한 사람을 불러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가?’
그는 답하였다.
‘그것은 스승님이 항상 가르쳐 주시던 것입니다. 나는 코끼리가 소변 본 자리를 보고 그것이 암컷임을 알았고, 그 오른발이 밟은 자리가 깊은 것을 보고 그것이 암컷을 벤 줄을 알았으며, 길가의 오른쪽에 있는 풀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오른쪽 눈이 멀었음을 알았고, 코끼리가 섰던 자리에 소변이 있는 것을 보고 탄 사람이 여자임을 알았으며, 오른발로 밟은 자리가 깊은 것을 보고 딸을 벤 줄을 알았습니다. 나는 이런 것들로써 면밀히 생각해 보았을 뿐입니다.’
그 스승은 말했다.
‘대개 학문도 마음으로 조용히 깊이 생각해야 통달하는 것이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매우 공력(功力)을 들여 하나의 큰돌을 갈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작은 장난감 소[牛]를 만들었는데, 공력은 매우 많이 들였으나 그 결과가 시원찮은 것처럼 세상 사람에게도 이와 같은 일이 있다. 큰돌을 간다는 것은 학문에 부지런히 힘씀에 비유한 것이요, 작은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가지고 서로 다투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대개 학자는 생각을 정미(精微)하게 갈아 널리 통하고 많이 알며, 또 그대로 실행하여 널리 훌륭한 결과를 구해야 하는 것이니, 부디 명예를 구해 교만하고 뽐내어 허물을 증장(增長)시키지 말지니라.”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은 항상 이상한 일을 볼 때마다 모두 그 까닭을 물었다. 그 뒤에 그는 광야를 가다가 길에서 나찰 귀신을 만나 그것에 붙잡혔다. 그 사람은 꼭 죽었다 생각했으나 그 귀신의 가슴은 희고 등은 검은 것을 보고, 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물었다.
귀신은 답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일생 동안 해를 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항상 해를 등지고 다니므로 가슴은 희고 등은 검다.’
그 사람은 그 까닭을 알고는 얼른 그 손을 잡아들고 해를 향해 달려갔다. 나찰은 얼굴을 돌려 해를 향했으므로 그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나찰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이유로 하여 다음 게송을 외웠다.

‘학문을 닦는 제1의 길은
부지런히 묻는 것이 제1의 방편이다.
길에서 나찰 귀신의 화를 당할 때
그늘 등지고 태양을 향하여라.’”

게송을 읊는다.

옳고 그름을 자세히 살펴 보라.
맑고 흐림은 헤아리기 어렵나니
삿되고 올바름을 잘 관찰하여
일정한 법을 묘하게 시행하라.

속으로 화를 내어 함부로 벌을 주면
바깥 분쟁이 언제 그치리.
부디 마음속을 잘 밝히고
슬기의 힘을 깊이 살펴라.

감응연(感應緣)[대략 세 가지 증험만 인용한다.]

박물지(博物志)의 증험
백택도(白澤圖)의 증험
포박자(抱朴子)의 증험

박물지(博物志)의 증험
『박물지(博物志)』에서 말하였다.
“소산(小山)에 기(虁)가 있으니 그 형상은 북과 같고 발이 하나이며 예의를 안다. 늪에 위이[委蛇:미꾸라지]가 있으니 그 형상은 바퀴 통 같고 길이는 수레의 끌채 같으며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패(覇)라 했다. 옛날 하우(夏禹)는 강에서 고기의 몸을 가진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 그것은 강에서 나와 ‘나는 하정(河精)인데 왜 나를 하백(河伯)이라 하는가?’ 했다.

백택도(白澤圖)의 증험
『백택도(白澤圖)』에서 말하였다.
“뒷간[厠]의 정(精:도깨비, 귀신)을 의(倚)라 한다. 그것은 푸른 옷을 입고 흰 지팡이를 가졌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그 이름을 모르면 죽는다. 집을 짓고 3년 동안 거기 살지 않으면 그 안에 만재(滿財)가 있는데, 키는 2척이요, 사람을 보면 얼굴을 가리며 그것을 보는 사람은 복이 있다. 또 집을 짓고 3년을 거기 살지 않으면 거기서 생기는 정(精)을 홀(忽)이라 하며 키는 7척이요 그것을 보는 사람은 복이 있다. 또 집을 짓고 3년 동안 거기 살지 않으면 거기 아이가 있어 키는 3척이며 머리털이 없고 사람을 보면 코를 가리며 그것을 보는 사람은 복이 있다.

또 불의 정(精)을 필방(必方)이라 하며 그 형상은 새와 같고 발은 하나이며 그 이름을 부르면 그것은 날아가 버린다. 또 나무의 정을 팽후(彭候 )라 하며 그 형상은 검은 개와 같고 꼬리가 없으며 삶아 먹을 수 있다. 또 천년 묵은 나무에서 생기는 벌레를 가굴(賈詘)이라 하며 그 형상은 돼지와 같고 머리가 둘이며 삶아 먹으면 개고기 맛과 같다. 또 위에는 사람이 있고 밑에는 냇물이 있는 땅 사이에서 생기는 것을 필방(必方)이라 하며 그 형상은 새와 같고 꼬리가 길다. 이것은 음양(陰陽)의 변화로 생기는 것이다.
또 옥(玉)의 정을 대위(垈委)라 하며, 그 형상은 아름다운 여자와 같고 푸른 옷을 입었다. 그것을 보고 ‘복숭아 가시로 찌르겠다’하면서 그 이름을 부르면 얻을 수 있다.
또 금(金)의 정을 창당(倉★)이라 하며, 그 형상은 돼지와 같고 사람의 집에 살면서 사람을 장가들지 못하게 하고 그 이름을 부르면 떠나버린다. 또 물의 정을 망상(罔象)이라 하며, 그 형상은 어린애와 같고 눈빛은 검붉으며 귀는 크고 손톱이 길며 새끼로 묶으면 잡을 수 있고 삶아 먹으면 길(吉)하다.
또 오래된 문의 정을 야(野)라 하며 그 형상은 난쟁이와 같고 사람이 보면 절을 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먹을 수 있다 한다. 또 오래된 늪의 정을 원(寃)이라 하며 그 형상은 뱀과 같고 한 몸에 머리가 둘이며 5색 무늬가 있고 그 이름을 부르면 금과 은을 가지게 한다. 또 오래된 무덤의 정을 무(無)라 하며 그 형상은 늙은 일꾼과 같으며 푸른 옷을 입고 절구를 들고 절구질하기를 좋아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사람을 시켜 벼를 좋아하게 한다. 또 오래된 길의 정을 기(忌)라 하며 그 형상은 농부와 같고 다니면서 노래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사람을 길에 헛갈리지 않게 한다. 또 오래된 수레의 정을 영야(寧野)라 하며 그 형상은 온거(轀車)와 같고 이것을 보면 사람의 눈을 해치며 그 이름을 부르면 눈을 해치지 못한다. 또 길에 있는
정을 작기(作器)라 하며 그 형상은 장부(丈夫)와 같으며 사람을 잘 현혹시키고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오래된 절구통의 정을 의(意)라 하며 그 형상은 돼지와 같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오래된 우물과 오래된 못의 정을 관(觀)이라 하며 그 형상은 아름다운 여자와 같으며 퉁소를 잘 불고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떨어진 물에 있는 금의 정을 후백(候伯)이라 하며 그 형상은 사람과 같고 키는 5척이요, 5색의 옷을 입었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오래된 누대(樓臺)의 정을 양귀(兩貴)라 하며 그 형상은 붉은 개와 같고 그 이름을 부르면 사람의 눈을 밝게 한다.
또 좌우에 산이 있고 돌 사이에서 물이 나며 그 물이 흘러 천년 동안 끊어지지 않으면 그 정을 희(喜)라 하며 그 형상은 어린애와 같고, 그 이름을 부르면 음식을 먹게 한다. 또 3군(軍)이 싸우는 곳의 정을 빈만(賓滿)이라 하며 그 형상은 사람의 머리와 같고 몸은 없고 눈이 붉으며 사람을 보면 결박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오래된 수석(水石)의 정을 경기(慶忌)라 하며 그 형상은 사람이 수레를 탄 것과 같으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그 이름을 부르면 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게 할 수 있다. 또 무덤의 정을 낭귀(狼鬼)라 하며 사람과 잘 싸우기를 쉬지 않으며 복숭아 가시에 날개를 잘리거나 소리개 날개로 쏘면 낭귀는 바람으로 화해 날지만 신을 벗어 던지면 변화하지 못한다.
또 오래된 저자[市]의 정을 문(門)이라 하며 그 형상은 곳집과 같고 손발이 없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오래된 방의 정을 손룡(孫龍)이라 하며 그 형상은 어린애와 같으며 키는 1척 4촌이요 검은 옷을 입었으며 빨간 머리싸개와 큰 관(冠)에 칼을 차고 창을 들었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떠난다. 또 산의 정을 기(虁)라 하며 그 형상은 북과 같고 한 발로 걸어다니는 것 같다.
그 이름을 부르면 호랑이나 표범을 잡게 할 수 있다. 또 오래된 목장(牧場)이나 못의 정을 곤돈(髡頓)이라 하며 그 형상은 소와 같으며 머리가 없고 사람을 보면 쫓아오다가 그 이름을 부르면 가버린다.
또 밤에 당(堂) 밑에서 어떤 아이가 머리를 헤치고 달아나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미워하지 말라. 그 정을 구(溝)라 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허물이 없어진다. 또 1백 년 묵은 이리가 변화해 여자가 된 것의 이름을 지녀(知女)라 하며 그 형상은 아름다운 여자와 같다. 그것은 길가에 앉아 사내들에게 ‘나는 부모도 형제도 없습니다’한다. 만일 사내가 그것을 아내로 삼으면 여러 해를 지나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그 이름을 부르면 곧 달아난다. 또 뒷간의 정을 비(卑)라 하며 그 형상은 아름다운 여자와 같으며 거울을 가지고 그것을 부르면 그것은 부끄러움을 알고 곧 가버린다.”

포박자(抱朴子)의 증험
『포박자(抱朴子)』에서 말하였다.
“산중의 큰 나무가 말을 하면 그것은 나무가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을 운양(雲陽)이라 하는데 그 이름을 부르면 길(吉)하다. 또 산중에서 밤에 호인(胡人)을 보면 그것은 구리쇠의 정이며, 진인(秦人)을 보면 그것은 1백 년 묵은 나무다. 또 물 속에서 벼슬아치를 보면 그것의 이름은 4격(激)이라 하는데 그 이름을 부르면 길(吉)하다.
또 산중에서 인일(寅日)에 우리(虞吏)라고 일컫는 자가 있으면 그것은 호랑이요, 길에 있으라고 말하면 그것은 이리이며, 영장(令長)이라 자칭하면 그것은 살쾡이이다. 또 묘일(卯日)에 사내라 자칭하면 그것은 토끼요, 동부(東父)라 자칭하면 그것은 큰사슴[麋]이며, 서왕모(西王母)라 자칭하면 그것은 사슴(鹿)이다. 또 진일(辰日)에 우사(雨師)라 자칭하면 그것은 용이요, 하백(河伯)이라 자칭하면 그것은 물고기이며, 무장공자(無腸公子)라 자칭하면 그것은 게[蟹]이다. 또 사일(巳日)에 과인(寡人)이라 자칭하면 그것은 사당의 뱀이요, 시군(時君)이라 자칭하면 그것은 거북이다.
오일(午日)에 3공(公)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말(馬)이요, 3인(人)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늙은 나무이다. 미일(未日)에 주인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염소요, 벼슬아치라 일컬으면 그것은 노루이다. 신일(申日)에 임금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사람 비슷한 원숭이[猿]요, 9경(卿)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팔이 긴 원숭이[猿]다. 유일(酉日)에 장군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늙은 닭이요, 도둑 잡는 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꿩이다. 술일(戌日)에 사람의 성명을 일컬으면 그것은 개요, 성양공중(城陽公仲)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여우다. 해일(亥日)에 신군(臣君)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돼지요, 여자라 일컬으면 그것은 금옥(金玉)이다. 자일(子日)에 사당의 임금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쥐요, 신인(神人)이라 일컬으면 그것은 복익(伏翼)이다. 축일(丑日)에 서생(書生)이라 자칭하면 그것은 소다. 이렇게 이상의 물건들을 알면 그것은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또 형혹성(熒惑星)의 화정(火精)은 주조(朱鳥)를 내고, 진성(辰星)의 수정(水精)은 현무(玄武)를 내며, 세성(歲星)의 목정(木精)은 청룡(靑龍)을 내고, 태백성(太白星)의 금정(金精)은 백호(白虎)를 내며, 진성(鎭星)의 토정(土精)은 승황(乘黃)을 낸다.”
『포박자(抱朴子)』에서 말하였다.
“산과 내ㆍ돌ㆍ나무ㆍ우물ㆍ부엌ㆍ웅덩이ㆍ못 등에 다 정기(精氣)가 있고 사람의 몸 속에도 혼백(魂魄)이 있거늘, 하물며 하늘과 땅은 물체요 물체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인데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치로 보아 거기에는 반드시 신정(神精)이 있고 그 신정은 선(善)을 칭찬하고 악을 벌할 것이다. 다만 그 본체가 크고 그물이 성글어 기(機)가 발동한다 해도 반드시 메아리의 응함이 있지는 않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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