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43권
법원주림 제43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40.윤왕편(輪王篇)[여기에는 5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회명부(會名部) 칠보부(七寶部)
정생부(頂生部) 육왕부(育王部)
(1) 술의부(述意部)
대체로 날아다니는 황제(皇帝)가 4주(洲)를 통치할 때, 변방에서 명령을 거스르면 7보(寶)의 위엄으로 항복받고, 10선(善)으로 교화하면 천(千) 아들이 모두 따른다 한다. 또 멀고 가까운 곳을 총괄하여 혼자 중원(中原)에 있으면서 인자한 아버지의 은혜로운 양육으로 적자(赤子)의 충성스런 신하를 감동시켰다.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자 탐욕과 방자함이 더욱 성할 때, 위엄스런 무기가 극히 준엄하여 멀리 하늘의 과보를 생각했다. 이에 전륜(轉輪)의 위엄을 떨쳐 제석(帝釋)의 궁전에 오른다. 법도를 헤아림[圖度]이 제 분수가 아니어서 윤왕(輪王)의 자리를 잃으니, 그 슬픔의 통절한 괴로움은 도탄(塗炭)의 재앙처럼 심하다. 이 슬픔의 통절함이여, 실로 깊이 통탄할 만하다.
(2) 회명부(會名部)
진제삼장법사(眞諦三藏法師)는 말하였다.
“성겁(成劫) 때의 사람의 수명은 한량이 없고 주겁(住劫)과 괴겁(壞劫) 때의 사람의 수명은 8만 세이다. 그 때에는 전륜왕이 세상에 나오고 감겁(減劫) 때에는 나오지 않는다.
전륜왕에는 3종이 있다. 첫째는 군륜왕(軍輪王)이요, 둘째는 재륜왕(財輪王)이며, 셋째는 법륜왕(法輪王)이다. 8만 세가 줄어들 때에는 재륜왕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 왕은 복덕이 있고 수명이 길어 그 수명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또 감겁 때에는 법륜왕이 세상에 나오신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대비(大悲)로 중생들로 하여금 고(苦)와 무상(無常)을 알게 하여 교화하기 쉽기 때문에 세상에 나오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論)에서 말하였다.
“감겁 때에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다. 겁의 처음에는 전륜왕이 세상에 나오고 미륵부처님만이 세상에 나오시는데, 그 때는 인민들이 복덕이 있기 때문에 두 왕이 다 세상에 나오시는 것이다.
재륜왕(財輪王)에 4종이 있다. 첫째는 금륜왕(金輪王)이니, 그는 4천하(天下)를 다 교화한다. 둘째는 은륜왕(銀輪王)이니 그 정치는 북방의 울단월(鬱單越)에는 미치지 못해 세 천하만 다스린다. 셋째는 동륜왕(銅輪王)이니 북방의 울단월과 서방의 구야니(俱耶尼)를 제한 두 천하만 다스린다. 넷째는 철륜왕(鐵輪王)이니 오직 염부제(閻浮提) 한 천하만 다스린다.
8만 세를 감할 때에는 군륜왕(軍輪王)이 나와 군사의 위엄으로 항복받아 한 천하를 다스리니, 그들은 바로 아육왕 등이다. 여래께서는 법륜왕(法輪王)이 되어 ‘증겁(增劫) 때의 전륜왕이란, 재륜왕(財輪王)에 의거하는 것이다’고 하셨다. 군륜왕의 경우 감겁에 통한다. 철륜(鐵輪)은 250복(輻)이요 동륜(銅輪)은 5백 복이며, 은륜왕(銀輪王)은 750복이요 금륜(金輪)은 천복이다.”
그러므로 『인왕경(仁王經)』에서 말하였다.
“도종견덕왕(道種堅德王)은 금륜을 타고 4천하를 다스리고 성종성왕(性種性王)은 은륜을 타고 3천하를 다스리며 습종성왕(習種性王)은 동륜을 타고 2천하를 다스리고 이상십선득왕(以上十善得王)은 철륜을 타고 1천하를 다스린다.”
(3) 칠보부(七寶部)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의 전륜성왕(轉輪聖王)은 7보(寶)를 성취하고 4종의 신덕(神德)이 있다. 그 성취한 7보란,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요, 넷째는 시주보(神珠寶)이며,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요,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다른 경에는 전재보(典財寶)라 했다.]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금륜보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전륜성왕이 염부제에 나올 때는 이러하다. 즉 찰리수요두종(刹利水蟯頭種)이 보름날 달이 밝을 때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올라가 여러 채녀(婇女)들과 함께 서로 즐길 때, 갑자기 금륜이 그 앞에 나타난다. 그 금륜은 천복(千輻)이 있고 광색(光色)이 원만하며 천금(天金)으로 되었고 그 지름은 1장(丈) 4척이다. 전륜성왕(찰리왕)은 이것을 보고는 잠자코 혼자 생각한다.
≺나는 옛날 노인에게 듣기를, 만일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이 보름날 달이 밝을 때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법전(法殿)에 올라가 채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갑자기 금륜이 그 앞에 나타난다. 그 금륜은 천 개의 바큇살이 있고 광색이 원만하며, 하늘 장인[天匠]이 만든 것으로서 세간의 소유가 아니요, 그 지름이 1장 4척이면 그를 전륜성왕이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이 금륜이 나타났으니 이것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 시험해 보리라.≻
그리하여 왕은 곧 4병(兵)을 부른 뒤에 그 금륜보를 향해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오른손으로 금륜보(金輪寶)를 어루만지면서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굴러가고 떳떳한 법칙을 어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금륜은 곧 동방으로 굴러간다. 그 때 왕이 곧 4병을 데리고 그 뒤를 따르는데 금륜이 그치는 곳에서 왕의 수레도 따라 그친다. 그 때 동방의 여러 소왕(小王)들은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 발우에는 은 조(銀粟)를 담고 은 발우에는 금 조를 담아 대왕에게 와서 예배하고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이 동방은 토지가 풍락(豐樂)하고 온갖 보배가 많으며 백성들이 치성합니다. 그들은 모두 성질이 인자하고 효성이 있으며 잘 순종합니다. 바라옵건대, 성왕께서는 여기서 정법으로 다스리십시오. 우리는 좌우에서 모시고 그 다스림을 받겠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 때 윤왕은 그 소왕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그만두시오. 그대들은 이미 내게 공양하였소. 나는 다만 정법으로 다스릴 뿐이니 나를 편벽되게 하지 마시오. 국내에는 법답지 않은 행이 없도록 하시오. 스스로 살생하지 말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말며 도둑질ㆍ사음ㆍ이간질하는 말ㆍ욕설ㆍ꾸미는 말과 탐욕ㆍ분노ㆍ우치ㆍ질투ㆍ사견(邪見) 등 이런 것을 일으키는 사람은 내가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오.≻
여러 소왕들은 이 말을 듣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순행하여 동해(東海) 끝까지 간다. 다음에는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간다. 금륜이 가는 곳마다 그 여러 소왕들이 국토를 바치는 것도 동방의 여러 소왕과 같다.
이 염부제의 모든 나라 이름을 토옥야풍(土沃野豊)이라 한다. 보배가 많이 나고 숲과 물이 청정하며 평탄하고 넓은 곳을 이 금륜은 돌아다닌다. 그 봉지(封地)를 재어 보면 동서는 12유순(由旬)이요, 남북은 7유순이다. 천신(天神)이 밤중에 성곽(城郭)을 쌓아 그 성은 7중(重)인데 7중의 난간과 7중의 그물과 7중의 행수(行樹)가 두루 돌면서 장식하고 있다. 그것은 다 7보(寶)로 된 것이며, 내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지저귄다.
이 성이 만들어진 뒤에 금륜은 그 성 안에서 봉지(封地)를 재어 본다. 동서는 4유순이요, 남북은 2유순이다. 천신(天神)이 밤중에 궁전을 짓는데 7보로 되어 있고 셀 수 없이 많다.
궁전이 다 된 뒤에 성왕은 기뻐하며 말한다.
≺이 금륜보는 참으로 내 경사이다. 나는 참으로 성왕이 되었다.≻
이것을 금륜보의 성취라 한다.
백상보(白象寶)란 어떤 것인가? 그 왕이 이른 아침에 궁전 위에 앉으면 저절로 백상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난다. 그 털은 새하얗고 일곱 군데가 편편하며 그 힘은 날아다닐 수 있고 그 머리는 잡색이며 여섯 이빨은 가늘면서 통통한데 그 사이를 순금으로 메웠다.
왕은 이것을 보고 ≺이 코끼리는 잘 길들었는가?≻ 하고 생각한다.
곧 그 버릇을 시험할 때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 왕은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가 4해(海)로 돌아다니다가 아침 먹을 때가 되어 돌아온다. 왕은 기뻐하며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
이것을 백상보의 성취라 한다.
감마보(紺馬寶)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왕이 이른 아침에 궁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마보(馬寶)가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몸은 감청색이요 갈기와 꼬리 빛은 아름다우며,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고 잘 날아다닌다. 왕은 이것을 보고 ≺이 말은 아주 좋다≻고 말한다.
그 습관을 시험할 때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 왕은 그것을 타고 맑은 아침에 성을 나가 4해(海)로 돌아다니다가 밥 때가 되어 돌아온다. 왕은 기뻐하여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
이것을 감마보의 성취라 한다.
신주보(神珠寶)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왕은 맑은 아침에 궁전 위에 앉았을 때 저절로 신주가 갑자기 그 앞에 나타난다. 그 질과 빛깔이 맑게 트여 아무 하자도 없다. 왕은 이것을 보고 ≺이 구슬은 참으로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이 있으면 이 궁내를 다 비출 것이다≻고 말한다.
왕은 그것을 시험하려고 곧 4병(兵)을 불러 이 구슬을 높은 당기 위에 달게 하고, 어두운 밤에 그 당기를 들고 성을 나간다. 그 구슬의 광명은 1유순을 비추므로, 성 안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낮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왕은 기뻐하여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고 말한다.
옥녀보(玉女寶)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그 때 옥녀가 갑자기 왕의 앞에 나타난다. 안색과 태도와 얼굴은 단정하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억세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다. 겨울에는 몸이 따스하고 여름이면 몸이 서늘하며, 온몸의 털구멍에서는 전단 향내가 나고 입에서는 우담발라꽃 향기가 나며, 말은 부드럽고 거동은 조용하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앉으면서 떳떳한 법을 잃지 않는다.
왕은 이를 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거늘 하물며 친근함이겠는가? 왕은 기뻐하여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
이것을 옥녀보의 성취라 한다.
거사보(居士寶)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그 때 거사 장부가 갑자기 저절로 나타나며 보물 창고의 재보는 무량하다. 거사는 전생의 복으로 그 눈은 땅 속의 복장(伏藏)을 환히 보되, 그 주인의 있고 없음을 다 보아 안다. 주인이 있는 것이면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이면 그것을 내어 왕의 쓰임새로 바친다. 그 때 거사는 왕에게 아뢴다.
≺대왕님, 어떤 재물이 필요하더라도 조금도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제가 그것을 다 대겠습니다.≻
왕은 그것을 시험하려고 곧 배를 준비하라 하고 뱃놀이를 나가 거사에게 말한다.
≺나는 금보(金寶)가 필요하다. 곧 내게 가져오너라.≻
거사는 답한다.
≺대왕님 조금 기다리십시오. 저 언덕 위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거사는 배 위에 꿇어앉아 오른손을 물 속에 넣는다. 보물 병이 손에 붙어 나오는데 마치 벌레가 나무에 붙은 것처럼, 거사의 손에 붙어 나오는 보물도 그와 같아 그것은 배 위에 가득하다.
거사가 묻는다.
≺아까 보물이 필요하다 하셨는데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그러면 왕은 말한다.
≺그만 두라. 나는 필요 없다. 아까는 그대를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거사는 이 말을 듣고 그 보물을 도로 물 속에 넣어 버린다. 왕은 기뻐하여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
이것을 거사보의 성취라 한다.
주병보(主兵寶)의 성취란 어떤 것인가? 어느 때 주병보가 갑자기 나타난다. 지혜와 용맹과 계략이 뛰어나 혼자 결단한다. 그는 왕에게 가서 아뢴다.
≺대왕님, 토벌 당할 일이 있어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가 다 당해 내겠습니다.≻
왕은 그를 시험해 보려고 4병(兵)을 모으고 그에게 말한다.
≺너는 지금 이 군사들을 부려 보아라. 모이지 않는 자는 모으고 모인 자는 놓아주며 단속되지 못한 자는 단속하고 단속된 자는 풀어 주며
가지 못하는 자는 가게 하고 가는 자는 머무르게 하라.≻
그 때 주병보는 곧 왕이 말한 대로 4병을 마음대로 부린다.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여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내 경사이다.’
이것을 주병보의 성취라 한다. 이상을 전륜성왕의 7보의 성취라 하느니라.
이른바 4종의 신덕(神德)이 있다. 첫째는 일찍 죽지 않고 오래 살아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고, 둘째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어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으며, 셋째는 얼굴이 단정하여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고, 넷째는 보물이 창고에 가득하여 아무도 따를 사람이 없는 것이다.
왕은 나라 사람들을 교화하되 사랑으로 민물(民物)을 기르는 것은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 같고, 국민이 왕을 사모하는 것은 자식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은 그 진기한 보물을 다 왕에게 바치면서 말한다.
‘이것을 받아 주소서. 무엇이나 드리겠습니다.’
그 때 왕은 말한다.
‘여러분, 그만 두라. 내게도 보물이 있으니 그것은 너희들이 써라.’
이 왕의 국토는 안온하고 풍락(豐樂)하며 그 땅은 손바닥처럼 평탄하다. 의식은 저절로 생겨 구태여 구할 것이 없으며 오직 10선(善)만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북방의 울단월과 같다. 그러나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또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아뇩달 연못은 면적이 50유순인데 갖가지 과수가 못 4방에 둘러 있다. 선주(善住)라는 코끼리의 왕은 그 궁전에서 8천 마리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다가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8천 코끼리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을 내어 전륜성왕에게 탈것으로 준다. 또 바깥 큰 바다 속의 섬에 명월산(明月山)이 있다. 파라혜(婆羅醯)라는 말의 왕은 그 궁전에서 8천 마리의 권속을 데리고 있다가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그 8천 마리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을 내어 그 탈것으로 준다.”
또 『기세경(起世經)』에서 말하였다.
“이 코끼리와 말은 하루만 훈련을 받아도
모든 일을 다 감당한다.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이른 아침 해가 뜰 때에 그것들을 타고 여러 곳으로 두루 돌아다니면서 바닷가와 땅의 끝까지 간다. 그곳을 다 돌아다닌 뒤에 이 전륜성왕은 궁전으로 돌아와 음식을 조금 먹는다.”
또 『대루탄경(大樓炭經)』에서 말하였다.
“전륜성왕에게는 4덕(德)이 있다. 첫째는 큰 부자가 되어 보배와 밭ㆍ집ㆍ노비 등이 이 천하에 전륜성왕과 같은 이가 없고, 둘째는 얼굴이 가장 단정하고 좋으며 안색이 비할 데 없어 천하에 그와 같은 이가 없으며, 셋째는 항상 편하고 병이 없으며 또 추위와 더위가 없으며 어떤 음식을 먹어도 항상 편안하고, 넷째는 항상 안락하고 오래 살아 왕과 같은 이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성왕이 4덕을 구족한 것이라 하고, 7보(寶)가 법다운 것이다.”
또 『살차니건자경(薩遮尼乾子經)』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전륜성왕에게는 또 7종의 연보(軟寶)가 있는데 앞의 7보보다 그 공덕이 적습니다. 이 7보란, 첫째는 검보(劒寶)요, 둘째는 피보(皮寶)며, 셋째는 상보(牀寶)요, 넷째는 원보(園寶)며, 다섯째는 옥사보(屋舍寶)요, 여섯째는 의보(衣寶)며, 일곱째는 족소용보(足所用寶)입니다.
첫째 검보란, 만일 전륜왕의 나라 안에 왕명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저 칼은 곧 공중으로 날아서 그곳에 갑니다. 저 소왕(小王)들은 이것을 보고는 곧 항복하고 예배합니다.
둘째 피보란, 이것은 용왕의 가죽으로서 큰 바다에서 나오는데 너비가 5유순이요 길이는 10유순이며 깨끗하고 싱싱하여 해처럼 빛납니다. 불에 태워도 타지 않고 물에 담가도 문드러지지 않으며 사나운 바람도 날리지 못하며 따뜻하고 시원해서 추위와 더위를 능히 물리칩니다. 왕이 나가는 곳이면
이것도 따라가서 10유순에 가득한 대중을 다 덮되, 각각 딴 집이 되어 서로 방해하지 않습니다.
셋째 상보란, 왕이 쓰는 평상으로서 그것은 편하고 부드럽고 알맞아, 왕이 선정에 들면 곧 해탈선정 삼매에 들어가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능히 멸하며, 여자도 왕이 이 평상에 앉은 것을 보면 모두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떠나게 됩니다.
넷째 원보란, 왕이 이 동산에 들어가면 곧 안정된 마음을 얻습니다. 왕이 5욕(欲)의 즐거움을 받고자 할 때는 왕이 행한 선업의 공덕에 의해, 천상의 모든 꽃과 과일과 못ㆍ강 및 놀이의 기구들이 모두 왕의 앞에 나타납니다.
다섯째 사옥보란, 왕이 이 집에 들어가 해와 달과 별을 보려고 하고 모든 뛰어나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듣고자 하면, 그것을 다 보고 듣고는 곧 괴로움과 일체의 피로를 다 떠나고, 잠을 자면서 한껏 쾌락을 받습니다.
여섯째 의보란, 세간의 모든 비단옷도 다 왕의 이 옷보다 못합니다. 이것은 종광(縱廣)의 무늬가 있고 가장 부드러우며 어떤 티끌과 때도 이것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이 옷을 입으면 곧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 등의 근심 걱정을 떠나며 물ㆍ불ㆍ칼 등도 이것을 파손하지 못합니다.
일곱째 족소용보란, 이른바 가죽신 등이니, 만일 왕이 이것을 신으면, 물을 건너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으며 백천 유순의 먼 길을 가더라도 피로를 느끼지 않습니다.
이상이 전륜성왕의 7종의 연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10선(善) 중의 적은 부분의 습기(習氣)의 공덕이요 참으로 완전한 10선업의 도는 아닙니다.”
또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올 때 이 7보도 세상에 나온다. 이와 같이 여래ㆍ무소착(無所著)ㆍ
등정각(等正覺)이 세상에 나오실 때에도 7지보(支寶)가 세상에 나온다. 그 7지보란, 첫째는 염각지보(念覺支寶)요, 둘째는 택법각지보(擇法覺支寶)며, 셋째는 정진각지보(精進覺支寶)요, 넷째는 희각지보(喜覺支寶)며, 다섯째는 식각지보(息覺支寶)요, 여섯째는 정각지보(定覺支寶)며, 일곱째는 사각지보(捨覺支寶)이니라.”
(4) 정생부(頂生部)
『현우경(賢愚經)』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무량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구살리(瞿薩離)라는 대왕이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8만 4천의 소국(小國)과 2만의 부인ㆍ채녀(婇女)와 1만의 대신이 있었다. 그 때 그 왕의 정수리에 갑자기 여드름이 생겨 그 형상은 누에고치와 같고 깨끗해 환히 트였으며 또 아프지도 않았다. 그 뒤에 박 만큼 커졌으므로 그것을 쪼개어 한 아이를 얻었다. 아이는 얼굴이 매우 단정했다. 구살리왕이 죽은 뒤에 이 아이는 정생왕(頂生王)이 되어 7보가 구족하고 의식과 음악이 저절로 생겨 8만 4천 년을 지냈다. 그 때 어떤 야차(夜叉)가 궁전 앞에 뛰어나와 높은 소리로 외쳤다.
‘동방에 불바제(弗婆提)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거기는 풍요롭고 즐거우며 쾌적하고 훌륭하기 비할 데가 없습니다. 대왕은 거기로 가십시오.’
왕은 기뻐하며 가려 했다. 그리하여 금륜을 다시 굴려 허공을 밟고 전진하자 대신과 7보는 다 그것을 따라갔다. 거기에 이르자 여러 소왕들이 모두 나와 조하(朝賀)했다. 왕은 그 나라에서 마음대로 5욕을 즐기면서 8천 년을 지냈다.
야차가 또 말했다.
‘서방에 구야니(瞿耶尼)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대왕은 그리로 가십시오.’
왕은 또 전과 같이 거기 가서 14억 년을 지냈다. 야차가 또 말했다.
‘북방에 울단월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대왕은 그리로 가십시오.’
왕은 또 전과 같이 거기 가서 8억 년을 지냈다. 야차가 또 외쳤다.
‘천왕(天王)의 하늘이 있습니다. 그 즐거움은 한량이 없습니다.
대왕은 거기로 가십시오.’
왕은 여러 신하와 4병(兵)을 데리고 허공을 타고 올라갔다. 사천왕은 멀리서 이것을 바라보고 매우 두려워해, 곧 군사를 모아 밖으로 내보내 항거했으나 끝내 어찌할 수 없었다. 정생왕은 거기서 일없이 놀고 향락하면서 10억 년을 지내다가 가만히 ‘도리천(天)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왕은 신하들과 함께 허공을 밟고 올라갔다. 그 때 5백 선인(仙人)들은 수미산 중턱에 있었는데, 왕의 코끼리와 말의 대소변이 그 선인들 몸에 떨어졌다. 그들은 서로 물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중에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저 정생왕이 삼십삼천에 올라오려 한다는 말을 나는 들었다. 이것은 반드시 그 코끼리와 말들이 떨어뜨리는 부정(不淨)일 것이다.’
선인들은 몹시 화를 내어 곧 신주(神呪)를 외워 정생왕과 그 대중을 꼼짝 못하게 하려 했다. 정생왕도 이것을 알고 서원하기를 ‘만일 내게 복이 있으면 저 선인들로 하여금 다 여기 와서 내 위덕을 받들게 하여지리다’고 했다. 5백 선인들은 다 정생왕에게로 와서 왕의 수레를 붙들고 말을 몰고 함께 천상으로 갔는데, 아직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쾌견(快見)이라는 천성(天城)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새하얗고 우뚝 높이 솟아 있었다. 이 성에는 1,200의 문이 있었다. 도리천인들은 모두 두려워해 모든 성문을 닫고 세 겹의 쇠 빗장을 걸었다. 그러나 정생왕의 군사들은 바로 달려가면서 주저하지 않았다. 왕은 곧 고둥을 불고 활을 쏘자 1,200의 문이 한꺼번에 다 열렸다. 제석천왕이 곧 나와 서로 인사하고 맞아들여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천제(天帝)와 인왕(仁王)은 얼굴이 서로 같아 처음 보는 사람은 분별할 수 없었는데 오직 눈을 깜박거림의 더디고 빠름으로 그 다름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정생왕은 그 삼십삼천에서 천상의 5욕락을 다 누린 뒤에는 제석천왕을 죽이고 그 쾌락을 혼자 차지하려 했다. 이렇게 악심이 생기자
그는 바로 타락하여 본래 궁전 앞에서 기운이 다해 곧 죽게 되었다. 사람들이 와서 그 까닭을 묻자 정생왕은 ‘30억 년 동안 4천하를 통치할 때 7일 동안 보물이 내렸고 2천(天)에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 때 아난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정생왕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그런 큰 과보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 불사(弗沙)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어 그 무리들과 함께 다니면서 세간을 교화하셨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장가를 가게 되어 손에 콩을 쥐고 그 부인에게 뿌리려고 갔다. 이것은 그 때 풍속의 가례(家禮)였다. 길에서 부처님을 만나 기쁜 마음에 곧 이 콩을 부처님께 뿌렸다. 네 알은 부처님의 발우에 들어가고 한 알은 그 정수리에 얹혔는데, 이 인연으로 끝없는 복을 받았다. 그런데 네 알이 발우에 들어갔으므로 4천하를 다스렸고 한 알이 정수리에 있었기 때문에 2천에서 즐거움을 누린 것이니라.’”
또 『정생왕고사경(頂生王故事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정생왕은 마침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앉는 자리에서 염부제로 떨어졌고 4병(兵)은 다 신족(神足)을 잃었다. 나는 온몸이 다 아파 사람이 죽게 되었을 때와 같고, 7보 등도 다 없어졌다.’
그 때 대왕의 다섯 친척들은 다 모여 정생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 목숨을 마친 뒤에도 고통은 다 있습니까?’
그 때의 정생왕은 바로 나다. 알아야 한다. 나는 5욕에도 만족할 줄 모르고 무엇이나 모으기에 집착해 욕심대로 쌓으면서 만족할 줄 몰랐다. 이른바 만족이란 성현의 도에 이른 뒤라야 비로소 만족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재물을 모으려는 그 업으로
만족할 줄을 알지 못하면
즐거움 적고 괴로움이 많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러지 않네.
비록 5욕을 누리더라도
끝내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애욕은 없어지고 즐거움 얻나니
그는 바로 3불의 제자이니라.
탐욕과 이익에 거리끼면
마침내 저 지옥에 들어가네.
본래 욕심이 어디서 생기는가?
목숨은 고통에 끊어지게 되네.
모든 법이란 다 무상한 것
생긴 것 반드시 없어지나니
생(生)마다 모두 다함으로 돌아가면
그 멸(滅)이 제1의 즐거움이네.’
그 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봉행했다.”
또 『기세경(起世經)』에서 말하였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버리면 반드시 천상에 나서 삼십삼천과 같은 곳에서 함께 살 것이요, 목숨을 마치고 7일 뒤에는 7보도 다 없어질 것이다.”
(5) 육왕부(育王部)
『잡아함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부처님의 그 빛나는 모습은 천 개의 햇빛처럼 두루 비추면서 읍(邑)을 따라 차례로 다니셨다.
그 때 거기 두 아이가 있었다. 하나는 상성(上姓)이요 하나는 차성(次姓)으로서 둘이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나의 이름은 사야(闍耶)요, 또 하나의 이름은 비사야(毗闍耶)였다. 그들은 세존이 32의 대인상(大人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야사는 생각했다.
‘나는 이 모래를 보릿가루라 생각하고 세존의 발우에 담아 드리리라.’
그리고 야사는 합장하고 기뻐하면서 발원했다.
‘이 보시의 좋은 공덕으로 나로 하여금 한 천하의 산개왕(繖盖王)이 되어 여기 태어나서 부처님께 공양하게 하여지리다. 이것은 나아가 위없는 정등각(正等覺)을 얻기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 미소를 지으셨다.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서 미소짓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까닭 없이 미소짓지는 않으십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웃은 것은 까닭이 있다. 아난아, 알아야 한다. 내가 멸도한 지 1백 년 뒤에 이 아이는 파련불읍(巴連弗邑)에서 1방(方)을 통치하는 전륜성왕이 될 것이다. 그 왕의 성(姓)은 공작(孔雀)이요, 이름은 아육(阿育)으로서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교화하고, 또 내 사리를 널리 펴서 8만 4천 개의 법왕(法王)의 탑을 세워 무량한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이 아이는 왕이 되어
성은 공작이요 이름은 아육이라 하리니
마치 저 정생왕처럼
이 염부제에서
홀로 왕이 되어 세상의 존경을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발우의 모래를 내가 경행(徑行)하는 곳에 갖다 두고 아이가 거기서 태어나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그 모래를 부처님의 경행하시는 곳에 갖다 두었다. 부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파련불읍(巴連弗邑)의 일월호(日月護)라는 왕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빈두사라(頻頭娑羅)라 하였는데 그가 이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이 빈두사라 왕에게는 또 수사마(修師摩)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 때 저 첨바국(瞻婆國)의 어떤 바라문의 딸은 얼굴이 극히 단정하며 보는 사람들이 다 좋아하여 나라의 보배가 되었다. 여러 관상사들은 이 여자의 상을 보고 모두 왕비가 될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또 두 아들을 낳아 한 아이는 한 천하를 다스리고 또 한 아이는 출가하여 도를 배워 성인의 자취를 얻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 바라문은 한없이 기뻐하면서 그 딸을 잘 꾸며 저 빈두사라왕에게 주었다. 왕은 이 여자의 얼굴이 단정하고 덕이 있음을 보고 곧 부인으로 삼았다.
전(前)부인과 그 궁녀들은 이 부인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이 여자는 단정하여 온 나라가 보배로이 여긴다. 왕은 우리들을 버리고 심지어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들은 이 여자를 시켜 이발업을 배우게 하여 이 여자가 익숙해지자 왕의 이발을 하게 했다. 이발할 때 왕은 크게 기뻐하여 이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여자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 저를 사랑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되풀이했다.
왕은 말하였다.
‘나는 찰제리의 관정왕(灌頂王)이요 너는 이발사인데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
여자는 아뢰었다.
‘저는 하천한 소생이 아닙니다. 저는 고귀한 바라문의 딸입니다. 관상사는 제 아버지에게, 제가 국왕에게 시집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여기 왔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너를 시켜 이런 하천한 업을 배우게 했는가?’
여자가 말하였다.
‘본부인과 그 궁녀들이 저를 시켜 이 업을 배우게 했습니다.’
왕은 곧 명령을 내려 ‘지금부터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하고 곧 제1부인으로 삼아 항상 이 부인과 서로 좋아했다. 그리하여 임신하고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날 때에도 안온하여 어머니는 아무 괴로움도 없었으며 이레 뒤에 그 이름을 무우(無憂)라고 하였고 또 아들을 낳아 이름을 이우(離憂)라 했다.
무우는 그 몸이 거칠고 껄끄러웠으므로 [모래를 보시했기 때문에 그것과 비슷한 과보를 받은 것이다] 부왕(父王)은 그다지 돌보거나 사랑하지 않았다. 또 왕은 그들을 시험해 보려고 빈가라아시(賓伽羅阿時) 바라문을 불러 물었다.
‘화상(和尙)은 내 아이들의 상을 보십시오.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왕이 되겠습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성밖의 금전원관(金殿園舘)으로 갑시다. 거기 가서 상을 보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금전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 때 아육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나는 대왕이 금전원관으로 나가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지 상을 본다는 말을 들었다. 너는 왜 가지 않느냐?’
아육이 말하였다.
‘부왕께서는 나를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나를 보기조차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그저 거기 가기만 해라.’
아육은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예, 그러면 곧 가겠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음식을 보내 주십시오.’
어머니는 그러리라 했다.
아육은 성문을 나가 한 대신을 만났다. 그 이름은 아누라타(阿★羅陀)라고, 했다. 그가 아육에게 물었다.
‘왕자님은 지금 어디 가십니까?’
아육이 말하였다.
‘들으니 대왕께서는 금전원관으로 가서 왕자 중에서 대왕께서 멸도하신 뒤에 누가 왕이 될까 하고 상을 보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기 가는 길입니다.’
이에 앞서 왕은 대신들에게 명령하여 아육이 올 때에는 늙고 둔한 코끼리를 타게 하고, 또 노인을 그 권속으로 붙여 주게 했다. 그래서 아육은 이 늙은 코끼리를 타고 그 원관으로 가서는 여러 왕자들 중에서 혼자만 땅에 앉았다.
그 때 왕자들은 각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육의 어머니는 질그릇에 타락밥을 담아 보내 왔으므로 아육은 그것을 먹었다. 왕자들이 음식을 다 먹은 뒤에 부왕은 스승(바라문)에게 물었다.
‘이들 중에 누가 왕의 상(相)이 있어서 내 왕위를 잇겠습니까?’
바라문은 여러 왕자의 상을 보다가, 아육이 왕의 상이 있어 장차 왕위를 이을 수 있음을 보고는 ‘만일 내가 바른대로 말하면 반드시 왕이 불쾌해할 것이다’생각하고 말했다.
‘나는 지금 통틀어 시험해 보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스승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이 중에서 제일 좋은 탈것을 탄 사람이 있으면 그가 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왕자들은 이 말을 듣고 각각 ‘내가 좋은 것을 탔다’고 생각했다.
그 때 아육이 말했다.
‘나는 늙은 코끼리를 탔으니 내가 왕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승이 또 말했다.
‘이 중에 제1의 자리에 앉은 이가 있으면 그가 왕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 왕자들은 서로 말했다.
‘내가 제1의 자리에 앉았다.’
아육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땅에 앉았습니다. 이것이 가장 훌륭한 자리이니
내가 왕이 되어야 합니다.’
스승은 또 말했다.
‘이 중에서 제일 좋은 그릇의 음식을 먹은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합니다.’
이때 아육은 생각하고 말했다.
‘내게는 훌륭한 탈것과 훌륭한 자리와 훌륭한 밥그릇이 있습니다.
왕은 아들들의 상을 다 보고 궁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아육의 어머니가 아육에게 물었다.
‘누가 왕이 될 것인가, 바라문은 누구라 예언했는가?’
아육은 아뢰었다.
‘최상의 탈것과 최상의 자리와 최상의 그릇과 최상의 음식이 왕이 된다 했습니다.’
왕자는 스스로 왕이 될 것으로 여겼다. 늙은 코끼리가 탈것이 되었고 땅이 자리가 되었으며 질그릇에 음식을 담았고 쌀을 섞은 타락밥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바라문은 아육이 장차 왕이 될 것을 알고, 자주 와서 그 어머니에게 공경하고 그 어머니도 바라문을 정중하게 대접했다. 만일 아들이 왕이 된다면 스승은 장차 일체의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었으므로 힘을 다해 공양했다.
그 때 빈두사라왕의 변방 나라인 덕차시라(德叉尸羅)가 반역을 했다. 그래서 왕은 아육에게 명령했다.
‘너는 4병(兵)을 거느리고 가서 저 나라를 정벌하라.’
그러나 아육이 갈 때, 왕은 무기는 전연 주지 않았다. 그래서 종자(從者)가 아육에게 말했다.
‘지금 저 나라를 치러 가는데 무기가 없어 어떻게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아육이 말했다.
‘만일 내가 왕이 되면 선근의 과보로 무기가 저절로 와서 응할 것이다.’
이렇게 말할 때 이 소리를 따라 땅이 갈라지면서 무기가 땅에서 솟아 나왔다. 아육은 곧 4병을 거느리고 저 나라를 치러 갔다. 이때 저 나라 백성들은 아육이 온다는 말을 듣고는 곧 나와 길을 고르고 성곽을 꾸미고 길병(吉甁)의 물과 갖가지 공양을 가지고 와서 아육을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실로 대왕 및 아육 왕자님에게 반역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신하들이 우리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룩한 교화를 어긴 것입니다.’
이렇게 갖가지로 왕자를 공양한 뒤에 성내로 들기를 청했다. 그래서 이 나라를 평정하였다.
왕은 또 아육을 시켜 벌거사국(伐佉沙國)으로 가게 했다. 그 때 저 나라의
두 역사(力士)가 왕을 위해 길을 수리했다. 여러 하늘은 영을 내려 말했다.
‘아육이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니 너희들은 반역할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그래서 저 나라 왕은 곧 나와서 항복했다. 이렇게 이 천하를 다 평정하고 저 바다 끝까지 갔다.
그 때 왕이 중병에 걸려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수사마(修師摩)를 이 나라의 왕으로 세우고 아육을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다.’
신하들은 아육을 왕으로 세우려고 아육의 몸과 손과 다리에 누런 빛을 칠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아육 왕자가 지금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신하들은 곧 아육을 장엄하고 왕에게 데리고 가서 말했다.
지금 우선 이 왕자를 왕으로 세우십시오. 저희들은 이 뒤에 천천히 수사마를 왕으로 세우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하여 잠자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아육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는 참으로 왕위를 얻어 하늘들이 와서 내 정수리에 물을 쏟고 흰 비단을 머리에 맬 것이다.’
그러자 왕은 이 모양을 보고 매우 괴로워하다가 그만 목숨을 마쳤다. 이에 아육왕은 예법에 의해 부왕의 장례를 치른 뒤에 곧 아누루타(阿★樓陀)를 대신으로 삼았다.
그 때 수사마는 그 부왕이 죽고 지금은 아육이 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참지 못하는 마음이 생겨 모든 군사를 거느리고 아육왕을 치러 왔다. 아육왕은 4문(門) 중에서 두 문에 두 역사(力士)를 두고 제3문에는 대신을 두고 자신은 동문을 지키고 있었다. 아누루타는 큰 기관의 목상(木像)을 만들고 또 아육왕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는 코끼리의 기병(騏兵)을 동문 밖에 두었다. 그리고 또 연기가 없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는 다른 물건으로 덮어두었다
수사마가 왔을 때 아누루타는 그에게 말하였다.
‘왕자님이 왕이 되고 싶으시면, 아육이 지금 동문에 있으니
가서 치십시오. 이 왕을 죽이면 당신은 저절로 왕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사마는 곧 동문으로 가다가 불구덩이에 빠져 이내 죽었다. 그리고 발타신타(跋陀申陀)라는 역사는 수사마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만 세상이 싫어져 무수한 권속을 데리고 불법 안에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여러 신하들은 자기네들 힘으로 아육을 왕으로 세웠기 때문에, 왕을 업신여겨 군신(君臣)의 예를 행하지 않았고 왕도 또한 신하들이 자기를 업신여김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과일나무를 다 베어 버리고 거기 가시나무를 심어라.’
신하들이 말하였다.
‘과일나무를 베고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가시나무를 쳐버리고 과일나무를 심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은 세 번이나 되풀이되었고 그들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분노하여 곧 예리한 검(釰)으로 5백 대신을 다 베어 죽였다. 또 어느 때 왕은 궁녀 및 권속을 데리고 바깥 동산에 나가 놀다가 한 무우수(無憂樹)의 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그 꽃나무 이름이 자기 이름과 같다고 하여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왕이 얼굴은 추하고 피부는 거칠었으므로 궁녀들은 왕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일부러 손으로 그 꽃을 다 꺾어 버렸다. 왕은 잠에서 깨어나 무우수의 꽃이 땅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잔뜩 화를 내어, 그녀들을 다 묶어 놓고 불로 태워 죽였다. 이렇게 포악하였으므로 모두 ‘포악한 아육왕’이라 했다. 그래서 아누루타 대신은 왕에게 아뢰었다.
‘그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왜 손수 대신과 궁녀들을 죽이십니까? 대왕은 지금 도살인(屠殺人)을 정해 두고, 죽여야 할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맡겨 죽이십시오.’
그래서 왕은 곧 도살인을 정해 두기로 했다.
기리(耆利)라는 산이 있고 그 산에 직사(織師)의 집이 있었다. 직사의 아들 이름도 기리였는데, 그는 성질이 흉악하여 소년 소녀들을 결박하고 때리며 물과 육지의 생물을 잡고 심지어 부모의 명령까지 거역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흉악한 기리’라 했다.
그 때 왕은 사자를 보내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왕을 위해 나쁜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그가 말했다.
‘모든 염부제의 죄인도 다 죽일 수 있거늘 하물며 이 한 지방이겠습니까?’
사자들이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데리고 오너라.’
사자는 그에게 가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는 말했다.
‘조금 참으시오. 나는 먼저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이 사정을 이야기했다.
부모는 말했다.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세 번이나 당부했다. 그는 그만 불인(不仁)한 마음이 생겨 부모를 죽였다. 그리고 그곳에 갔다.
사자들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빨리 오지 않고 이렇게 늦었느냐?’
그는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자들도 이 사실을 왕에게 다 아뢰었다. 왕은 그에게 말했다.
‘내게 있는 죄인은 다 죽어야 할 사람들이다. 너는 그런 줄 알라.’
그는 왕에게 말했다.
‘저를 위해 집을 한 채 지어 주십시오.’
왕은 그를 위해 극히 장엄한 집을 짓고 오직 하나만 열리는 문도 매우 정밀하고 엄격했다. 그는 그 집 안에 죄를 다스리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그 형상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그는 왕에게 가서 청원했다.
‘누구든지 이 집에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네 마음대로 하라.’
그리하여 도주(屠主)는 절에 가서 비구들에게 지옥에 관한 일을 듣고자 했다. 마침 어떤 비구가 지옥경을 외우고 있었다. 즉 어떤 중생이 지옥에 나면 뜨거운 쇠 집게로 그 입을 집어 열고 뜨거운 철환(鐵丸)을 그 안에 넣는다. 다음에는 녹인 구리쇳물을 입 안에 쏟고 다시 쇠도끼로 그 몸을 쪼갠다. 다음에는 차꼬와 사슬로 그 몸을 묶는다.
다음에는 불 수레와 화로의 숯과 쇠 가마솥과 재의 강물과 또 칼의 산과 칼의 나무 등의 지옥을 말하였는데 이런 것은 모두 『오천사경(五天使經)』에서 말한 것과 같았다.
도주(屠主)는 비구가 말하는 이런 일을 다 듣고 죄인이 있는 집을 살펴보았다. 그가 만들어 놓은 죄를 다스리는 법은 저 비구가 말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는 이 법을 참고하여 죄인을 다스렸다.
또 어떤 상주(商主)는 바다에 들어가 10년 동안 온갖 귀중한 보물을 캐어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서 5백의 도적 떼를 만났다. 그들은 이 상주를 죽였다. 상주의 아들은 아버지가 죽고 보물도 다 빼앗긴 것을 보고 그만 세상이 싫어져 출가하여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이 파련불읍에 이르렀다. 밤을 지낸 뒤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내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그만 이 도살하는 집에 잘못 들어갔다. 이 비구는 멀리서 이 집 안에서 불 수레와 화로의 숯불 등으로 중생을 다스림이 마치 지옥 속과 같음을 보았다. 그는 두려워서 온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그래서 곧 문을 나가려 하자 흉악한 기리가 곧 이 비구를 붙잡고 말했다.
‘한번 여기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 너는 지금 여기서 죽는다.’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더욱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흉악한 도주(屠主)가 물었다.
‘너는 왜 어린애처럼 우느냐?’
비구는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나는 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네.
다만 해탈을 원해 구하였는데
그 구함의 결과를 못 이루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렇게 우는 것이네.
사람의 몸을 얻기 극히 어렵고
집을 떠나 승려 되기 또한 어렵네.
그런데 석씨(釋氏)의 사자왕(師子王)을 만나긴 했으나
지금부터 다시는 보지 못하리.
그 때 흉악한 도주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죽을 것인데 무엇 때문에 그처럼 괴로워하는가?’
비구는 다시 슬퍼하며 말하였다.
‘나를 한 달 동안만 더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흉악한 도주는 들어 주지 않았다. 이렇게 날수를 자꾸
감해 7일에 이르자 그가 허락해 주었다. 비구는 오래지 않아 죽을 줄을 알았기 때문에 용맹 정진하였다. 참선하여 마음을 안정시켰으나 끝내 도를 얻지 못하고 7일이 되었다.
그 때 왕궁의 어떤 궁녀가 죽을죄를 지었으므로 이 여자를 흉악한 도주에게 보내어 그 죄를 다스리게 했다. 흉악한 도주는 이 여자를 절구통 안에 넣고 절구로 찧어 짓이겼다. 비구는 이것을 보고 그 몸이 극히 싫어져 말하였다.
‘아아 괴로워라, 나도 오래지 않아 저렇게 되겠구나.’
그리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아아, 크게 자비하신 우리 스승님
바르고 묘한 법을 연설하셨네.
이 몸은 마치 물거품 같아
이치에 있어 그 알맹이 없다고.
아까 그 아름다운 여자
지금에 와서 어디 있는가?
나고 죽음[生死] 끝내 버릴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 거기에 탐착하네.
마음에 매어 반영하던 그것
이제는 그 쇠사슬 벗어야 하네.
3유(有)의 그 괴로움 아주 버리고
끝내 다시는 나지 않게 하리라.
이와 같이 부지런한 그 방편으로
부처님의 법을 오로지 닦아
일체의 결박을 끊어 버리고
그는 이제 아라한을 이루게 되었네.’
그 때 흉악한 도주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제 기한이 다 되었다.’
비구가 말했다.
‘나는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흉악한 도주가 말했다.
‘전에 기약한 그 7일이 이제 다 되었다는 말이다.’
비구는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내 마음은 해탈을 얻었네.
저 무명(無明)의 큰 어두움
모든 덮개[有盖]를 다 끊어 버리고
번뇌의 도적도 다 없애 버렸네.
슬기의 해[日]가 이제 이미 났거니
심(心)ㆍ의(意)ㆍ식(識)을 다 관찰하여
죽음과 삶을 모두 환히 보았나니
이제는 남을 가엾이 여길 때이네.
모든 성인들의 법을 따라
나는 지금 이 몸을 모두
네가 하는 대로 다 맡겼거니
다시는 아무 아까워할 것 없네.’
그 때 저 흉악한 도주는 이 비구를 잡아, 쇠 가마솥의 기름 속에 넣고 섶을 충분히 쌓고 불을 붙였다. 그러나 불은 끝내 붙지 않고 혹 타는 것이 있어도 뜨겁지 않았다. 흉악한 도주는 이것을 보고 사자를 때려 주고는 스스로 불을 붙였다. 불은 사납게 타올랐다. 오래 있다가 가마솥 뚜껑을 들고 이 비구를 보았는데 비구는 솥 안의 연꽃 위에 앉아 있었다. 흉악한 도주는 이것을 보고 희한한 일이라 생각하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수레를 타고 셀 수 없이 많은 무리를 데리고 와서 이 비구를 보았다. 이 비구는 왕을 조복할 때라 생각하고는 곧 몸을 솟구쳐 기러기 왕처럼 공중에서 갖가지 신통을 부렸는데, 다음 게송과 같다.
왕은 이 비구가 몸을 솟구쳐
허공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합장하고 저 성인을 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물어 볼 것 있나니
마음에 알 수 없는 의문이 있다.
그 형체는 사람과 다름이 없는데
그러한 신통, 전에는 없던 것이다.
나를 위해 분별하여 설명하여라.
그 어떠한 법을 닦아서 익혔기에
당신을 그리 청정하게 하였던가.
나를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뛰어나고 묘한 법 얻게 하면
나는 그 법의 모양 다 안 뒤에는
당신을 위해 당신 제자 되어도
끝내 다시는 아무 후회 없으리.
그 때 저 비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 왕을 항복받았으니 지도할 일이 많다. 내가 불법을 잘 지니고 여래의 사리를 널리 펴서 무량한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 이 염부제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3보를 믿게 하면, 이 인연으로 그 덕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그 때 아육왕은 저 비구가 아까 한 말을 듣고 부처님에 대한 큰 믿음과 공경이 생겨
저 비구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기 전에 무슨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비구는 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왕에 대해 예언한 것이 있습니다. 즉 ≺내가 멸도한 지 1백 년 뒤에 이 파련불읍에는 3억 집이 살 것이요, 그 국왕의 이름을 아육이라 하여 장차 이 염부제의 왕으로서 전륜성왕이 되어 정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다. 또 내 사리를 널리 펴 염부제에 8만 4천의 탑을 세울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왕에 대해 예언하셨습니다. 그런데 대왕은 지금 이런 큰 지옥을 만들고 셀 수 없이 많은 인민을 살해하고 계십니다. 대왕은 부디 일체 중생을 사랑하여 무외(無畏)를 베푸시어 안온을 얻게 하십시오.’
그 때 아육왕은 부처님께 대한 지극한 믿음과 공경이 생겨 비구를 향해 합장하고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큰 죄를 짓고 지금 비구님을 향해 참회합니다. 내가 한 일은 매우 옳지 못합니다. 원컨대 내 참회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나를 미련한 사람이라 꾸짖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다시 귀명합니다.’
그 비구는 이렇게 아육왕을 제도한 뒤에 허공을 타고 올라가 사라졌다.
그 때 왕이 그 지옥 집에서 나오자 흉악한 도주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은 가시지 못합니다.’
왕이 말했다.
‘너는 나를 죽이려느냐?’
그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왕이 물었다.
‘누가 여기 먼저 들어왔느냐?’
그가 대답했다.
‘내가 먼저입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먼저 죽어야 한다.’
그리고 곧 사람을 시켜 이 흉악한 도주를 끌고 가서 아교 집[膠舍] 속에 넣고 불로 태워 죽이라 했다. 또 명령하여 그 지옥을 부수어 버리고 중생들에게 무외(無畏)를 베풀었느니라.”
또 『잡아함경』에서 아육왕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먼저 부처님께서 보리를 깨달으신 보리수에 공양하고 그 다음에는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스님들께 보시하리라.’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
‘대왕이 지금 10만 냥의 금을 스님들에게 보시하고 천 항아리의 향기로운 물을 보리수에 붓는다.’
그리고 5중(衆)을 다 모았다.
그 구나라(拘那羅) 왕자는 대왕 곁에 있다가 두 손가락을 들고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 뜻은 왕보다 배로 공양하려 하였다. 대중은 이것을 보고 다 웃었으며 왕도 웃으면서 말했다.
“아아 왕자는 나보다 더 많은 공덕으로 공양하려 하는구나.”
그리고 왕은 또 말하였다.
“나는 다시 30만 냥의 금을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다시 천 항아리의 향기로운 물로 보리수를 씻으리라.”
그러자 왕자는 다시 네 손가락을 들었으니 그 뜻은 네 배라는 것이었다. 그 때 왕이 화를 내며 물었다.
“누가 왕자에게 시켜 저렇게 나와 다투게 했는가?”
신하들은 말했다.
“누가 감히 대왕과 다투라고 시켰겠습니까? 왕자는 총명한 슬기와 예리한 근기로 공덕을 더욱 늘리기 위해 그렇게 했을 뿐일 것입니다.”
그 때 왕은 오른쪽으로 왕자를 돌아보면서 상좌(上座) 야사(耶舍)에게 말했다.
“내 개인의 창고의 물건을 제한 이외의 모든 물건과 염부제의 부인ㆍ궁녀ㆍ신하ㆍ권속 및 내 아들 구나라 등 모두를 다 현성(賢聖)의 스님들에게 보시하리다.”
그리고 온 나라에 영을 내리고 비구들을 모으고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창고의 물건을 제외하고
그 이외의 부인과 모든 궁녀
신하ㆍ백성 모든 대중을
저 현성의 스님에게 보시하고
내 몸과 왕자까지도
다 보시하리라.
그리고 왕은 상좌 및 비구들과 함께 천 항아리의 향기로운 물로 보리수를 씻어 주었다. 그러자 보리수는 더욱 장엄하고 더욱 무성했다. 다음 게송과 같다.
왕이 보리수를 잘 씻어 주자
부처님께서 위없는 깨달음 얻은
그 보리수는 더욱더 무성해져
가지와 잎이 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왕과 대신들은 모두 크게 기뻐했다. 그 때 왕은 보리수를 씻어 주고 다음에는 스님들에게 공양했다. 그러자 상좌 야사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지금 큰 비구 스님들이 다 모였습니다. 순수한 신심을 내어 공양하십시오.”
그리하여 왕은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손수 공양하고 다시 3의(衣)와 4억만 냥의 보물을 5중(衆)에게 보시했다. 보시한 뒤에는 다시 40억만 냥의 보물로 염부제의 궁인(宮人)ㆍ궁녀 및 태자ㆍ대신 등과 바꾸었다. 아육왕의 지은 공덕은 이처럼 한이 없었다.
또 『잡아함경』에서 아육왕은 비구들에게 물었다.
‘누가 여래의 법 안에서 가장 큰 보시를 행합니까?’
비구들은 아뢰었다.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가 제일 큰 보시를 행했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그는 얼마만한 보물을 보시했습니까?’
비구들이 말했다.
‘억천금을 보시했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저 장자도 억천금을 희사했다. 나는 지금 왕이 되어 어찌 또 억천금만을 보시하겠는가. 억백천금을 보시하리라.’
그리하여 왕은 8만 4천의 불탑을 세우고 그 낱낱 탑에 다시 백천금씩을 보시했다. 또 5년 동안 대회(大會)를 열고 그 모임에 모인 3백천 비구들에게 3백억 금으로 공양했다. 그 중의 제1분(分)은 아라한이요, 제2분은 학인(學人)이며, 제3분은 진실한 범부들이었다. 개인 창고의 물건을 제한 염부제의 부인ㆍ궁녀ㆍ태자 대신 등을 성승들에게 보시했다가 40억금으로 다시 바꾸었으니, 이렇게 계산하면 모두 96억천금이었다.
나아가서는 왕은 병을 앓아 억백천금으로 공덕을 지으려고 ‘지금에 이 원을
이루지 못하면 후세까지 가리라’ 했는데 전후로 보시한 금ㆍ은 등의 보물을 다 계산해도 4억이 모자랐다.
왕은 모든 보물을 챙겨 계작사(鷄雀寺)로 보내려 했다. 법익(法益)의 아들 삼파제(三波提)가 태자가 되었는데 여러 신하들이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오래지 않아 세상을 마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보물을 다 절에 보내어 지금 창고의 재물은 이미 다 되었습니다. 모든 왕의 법은 재물을 최상으로 삼습니다. 태자님이 부디 만류해서 대왕이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막으십시오.’
그 때 대왕은 자기로서는 어떤 것을 구해도 얻지 못할 줄을 알고, 자기가 밥을 먹던 금그릇을 절에 보내려 했다. 그러나 태자는 그것을 막고 은그릇을 주었다. 왕은 그것을 쓰다가 또 절에 보내려 하여 태자는 그것을 막고 또 구리그릇을 주었다. 왕은 또 그것을 절에 보내려 하자 태자는 그것을 막고 다시 질그릇을 주었다.
그 때 대왕의 수중에는 아마륵 과일 반쪽만 있었다. 대왕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대신들에게 말했다.
‘지금 누구를 이 땅 주인이라 하는가?’
신하들이 말했다.
‘대왕께서 이 땅 주인이십니다.’
왕은 곧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내 마음을 수호해야 할 것을
무엇 때문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가?
나는 지금 이 왕위에 앉아있지만
조금도 그 자유는 누리지 못하나니.
지금 내 손에는
아마륵 반쪽이 있을 뿐이다.
이것만이 내 소유
이것에만 자유롭다.
아아, 저 부귀와 영화로움
싫어하고 버릴 것을.
전에 염부제를 다스렸는데
하루아침에 닥친 이 가난.
항하(恒河)의 빠른 물결
한번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부귀도 그러하여
가서는 다시 안 돌아오네.’
그리고 아육왕은 시자(侍者)를 불러 말했다.
‘너는 내가 너를 길러 준 은혜를 생각하고 이 반쪽 아마륵을 가지고 계작사에 가서 내 뜻을 전하라.
가서 그 비구들 발에 예배하고 아뢰기를 ≺아육왕은 대중 스님께 문안드립니다. 나는 아육왕으로서 이 염부제를 통솔하고 이 염부제는 바로 내 소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 탕진하고 스님들께 보시할 재물이 없습니다. 일체의 재물에 있어서 나는 자유가 없고 오직 이 아마륵 반쪽만을 내 마음대로 할 뿐입니다. 이것은 내 최후의 보시(布施)인, 단(檀) 바라밀입니다. 나를 가엾이 여기고 이것을 받아 주시어 나로 하여금 스님들께 보시하는 복을 얻게 하십시오≻라고 하라.’
그리하여 그 시자는 이 왕의 분부를 받고 이 반쪽 과일을 가지고 절에 가서 그 상좌(上座) 스님 앞에서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앞에서 말한 왕의 분부대로 다 이야기했다.
그 때 그 상좌 스님은 대중에게 말하였다.
‘누가 이 말을 듣고 이 세상을 싫어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상좌는 이 반쪽 과일을 대중 스님이 다 고루 나누어 먹도록 하기 위해 곧 그것을 갈아 석류 국에 넣고 두루 돌려 대중이 모두 나누어 먹었다. 그 때 왕은 다시 곁의 신하에게 물었다.
‘누가 이 염부제의 왕이냐?’
신하가 말했다.
‘대왕님이 바로 염부제의 왕이십니다.’
그 때 왕은 누웠다 일어나 앉아 4방을 두루 바라보며, 합장 예배하고 부처님의 덕을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다시 이 염부제를 3보님께 보시하나이다. 마음대로 쓰소서.’
그리고 왕은 이 말을 모두 종이에 써서 봉하고 이[齒]로 도장을 찍었다. 이 일을 다 끝내고 왕은 곧 열반에 들었다.
그 때 태자와 신민들은 왕의 장례를 다 치르고, 신하들이 태자를 세워 왕위를 잇게 하려 했다. 그 중에 아누루타라는 대신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태자를 왕으로 세울 수 없소. 대왕님은 살아 계실 때 10만억금을 채워 여러 공덕을 지으시려 했는데, 그 10만억에서
4억이 모자랐소. 그래서 이 염부제를 3보께 보시하여 그것을 채우려 하셨소. 지금 이 대지(大地)는 다 3보에 속해 있는데 어떻게 태자를 왕으로 세우겠소?”
그 때 신하들이 이 말을 듣고 곧 4억금을 절에 보내었다. 그리고 법익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니 그 이름이 삼파제(三波提)이다.
왕(王)의 그 업이 맑고 빛나며
전생의 복의 인(因)이 다 깨끗해
7보가 모두 모이고
천 명의 아들 모두 위엄이 있다.
10선(善)으로 이 세상을 잘 다스리고
4주(州)가 모두 정법(正法)으로 돌아오며
생각이란 생각 모두 넓으며
뜻이란 뜻은 다 왕성하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법을 지키어
곤충들까지 본성(本性) 기르며
8만 년으로 수명 늘리고
48의 그 광명은 더욱 빛난다.
귀신들 사방에서 잘 호위하여
말을 하지 않아도 거행하나니
즐거워라 이 지극함이여,
전륜성왕이 거룩함을 나타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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