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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469 법원주림(法苑珠林) 26권

by Kay/케이 202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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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26

 

 

법원주림 제26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18. 숙명편(宿命篇)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습기부(習氣部)
오통부(五通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업행(業行)이 가지런하지 않아 숙연(宿緣)의 길이 하나가 아니요, 수명이 길고 짧아 밝고 어두움의 이치가 항상하지 않다. 진실로 업인(業因)의 선악으로 말미암아 과보의 어둡고 밝음이 있게 되니, 혹 어떤 이는 많은 겁의 일을 기억해 알고, 혹 어떤 이는 여러 대의 일을 반연해 생각하며, 혹 어떤 이는 다만 한 생의 일만 기억하고, 혹 어떤 이는 오직 현재만 알 뿐이다. 그러므로 범부와 성인이 현저히 다르고 기억하는 과거가 길고 짧은 것이다. 비록 신(神)에 의탁하고 성령을 느끼더라도 습기(習氣)는 그대로 있고, 의혹을 제하고 이치를 보더라도 실없는 마음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스스로 10지(地)의 지위에 오르고 3아승기 동안 행을 원만히 하지 않는다면 어찌 습기의 인(因)을 길이 끊고 이 훌륭한 과보를 얻을 수 있겠는가?

(2) 인증부(引證部)
① 천취(天趣)
『바사론(婆沙論)』에 의하면 또한 생득지(生得智)가 있어서 타심(他心) 등을 안다고 했다.
그러나 미세하기 때문에 분별해 말하지는 않았다. 위로 하늘의 과보를 자세히 말한 것과 같고, 또 아래로 방생(傍生:축생)과 귀취(鬼趣)에서 서술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바사론』에서 말하였다.
“왜냐 하면 복밭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相)을 잘 보고 말을 듣는 지혜 등이 있지만 덮이고 상했기 때문이요, 타심통(他心通)과 원지(願智) 등이 있지만 빛이 가리워졌기 때문이다.”


말하기를, “4취(趣) 가운데서 생득지(生得智)로써 각각
5취(趣)를 안다”고 해야 이치에 틀림없을 것이다.

② 인취(人趣)
【문】인취(人趣)에도 본성(本性)과 염생지(念生智) 따위가 있으면 타심(他心) 등을 알 수가 있는데, 왜 그것은 말하지 않았는가?
【답】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은 여기에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으니, 이른바 인취에서 그 지혜를 얻은 사람은 극히 적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이다. 즉 『바사론』의 말과 같다.
“이것은 다 남을 해치지 않는 업으로부터 이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몸과 입을 잘 단속해서 남을 괴롭히지 않으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그것은 반드시 아이를 너그럽게 수용하여 아이는 차가움과 뜨거움의 두 촉감과 어머니 배 안의 더러운 피의 곤욕을 받지 않고, 또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에도 산문(産門)이 비좁아 아이의 마음이 어지럽혀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인연으로 정신이 또록또록하여 전생의 일을 기억해 아는 것이다. 지금 그것을 모르는 자들은 진실로 앞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마음이 어지럽혀져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문】각각 나아갈 세계[趣]를 아는가?
【답】또한 『바사론』의 말과 같다.
“하늘은 5취를 알고 사람은 4취를 알며[천취를 제외] 귀신은 3취를 알고 축생은 2취를 알며 지옥 중생은 다만 지옥의 일만 안다. 뛰어나기 때문에 위의 세계는 아래의 세계를 알지만 아래 세계는 하열하기 때문에 위의 세계를 모르는 것이다.”
【문】만일 하열하기 때문에 위의 세계를 모른다면, 어째서 경전에 “선주용왕(善住龍王)과 이발라용왕(伊鉢羅龍王) 등은 사람보다 뛰어난 제석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안다”고 말했는가?
【답】이것도 『바사론』의 말과 같다.
“이것은 다 추측해 아는 것[比知]이요, 바로 아는 것[正知]은 아니다.
저 제석이 아수라와 싸우려 할 때면 선주용왕의 모든 등뼈가 저절로 소리를 낸다. 그러면 선주용왕은 곧 생각한다.
‘지금 내 등뼈가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저 제석천이 아수라와 싸우려고 나를 필요로 함을 알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저 제석의 곁으로 간다. 또 저 제석이 유희하고 싶을 때면 이발라용왕의 등 위에 향기로운 손이 저절로 나타난다. 그러면 이발라용왕은 생각한다.
‘지금 내 등에 향기로운 손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저 제석이 동산에 나가 유희하고 싶어 나를 필요로 함을 알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해, 서른두 개의 코끼리 머리를 만들어 내는데 본래 있던 머리까지 합하면 머리가 서른세 개가 된다. 그 낱낱 머리에는 각각 여섯 개의 어금니가 솟아 있고, 낱낱 어금니에는 각각 일곱 개의 큰 보배 못이 있으며, 낱낱 못에는 각각 일곱 줄기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에는 각각 일곱 개의 잎이 있으며, 낱낱 잎에는 각각 일곱 개의 보대(寶臺)가 있고, 낱낱 보대에는 일곱 개의 보배 장막이 쳐져 있으며, 낱낱 장막 안에는 일곱 명의 천녀가 있고, 낱낱 천녀에게는 일곱 명의 시녀(侍女)가 있으며, 낱낱 시녀에게는 일곱 명의 기녀(妓女)가 있고, 낱낱 기녀는 다 하늘 음악을 연주한다.
이렇게 변화한 뒤에는 팔을 굽혔다 펴는 잠깐 사이에 그는 제석의 궁전 앞에 가서 선다. 제석은 그것을 보고나서 곧 그 권속들과 함께 그 코끼리의 항상 있는 머리에 오르고, 그 나머지 32천(天)의 대신들은 각각 그 권속들을 데리고 나머지 서른두 개의 머리에 오른다. 거기 올라서는 온몸을 날려 허공에 올라 유희하는 장소로 빨리 간다. 이 징험으로 그가 아는 것은 추측해 아는 것이요 바로 아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로 위의 세계에서는 아래의 세계를 알 수 있지만 아래의 세계에서는 위의 세계를 알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치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즉 저 아래의 세계에 속하는 이리[狼]가 여자의 마음을 알고는 아이를 죽이고 떠난 일과 같은 것이니, 이것은 곧 아래의 세계에서도 위의 세계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래에서는 위의 세계를 모른다고 했는가?
일단 많은 사례에 근거하여 “위의 세계에서는 아래의 세계를 알 수 있으나 아래의 세계에서는 위의 세계를 모른다”고 했지만 만일 자세히 분별한다면 상하가 다 아는 것이다. 그러나 다 인증할 수는 없다.

또 『신바사론(新婆沙論)』에서 말하였다.
“왕사성(王舍城) 안에 가타(伽吒)라는 백정이 있었다. 그는 본래 미생원왕(未生怨王)의 어릴 적 친구로서 미생원왕이 태자로 있을 때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이 왕위에 오른다면 저에게 어떤 소원을 들어 주겠습니까?’
태자는 말하였다.
‘그대 마음대로 청하시오.’
그 뒤 미생원이 부왕을 해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자 가타는 곧 왕을 찾아가 소원을 청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 마음대로 청하라.’
가타는 아뢰었다.
‘원컨대 왕이시여, 왕사성 안에서 저 혼자 백정 노릇을 하도록 허락해 주십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너는 왜 그런 나쁜 원을 청하는가? 왜 미래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가타는 아뢰었다.
‘모든 선악의 업은 다 과보가 없는 것인데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네가 어떻게 아느냐?’
가타는 아뢰었다.
‘저는 과거의 여섯 생(生)을 기억합니다. 저는 이 왕사성 안에서 항상 백정질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저 33천에 태어나 많은 쾌락을 누렸고, 거기서 죽어 이 인간 세계에 나서는 젊어서부터 대왕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선악에는 결코 그 과보가 없는 줄을 아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의심이 생겨 곧 부처님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 백정은 일찍이 독각(獨覺)에게 밥 한 끼를 보시하고 ≺제가 항상 왕사성 안에서 혼자서만 백정질을 하고 그 뒤에 천상에 태어나게 하소서≻ 하고 삿된 서원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그 훌륭한 업인(밥 보시)의 과보로써 그 서원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 훌륭한 업과 과보는 이제 다 끝났으므로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고 호규(號叫)지옥에 날 것이요, 전에 백정질을 한 업의 괴로운 과보를 차례대로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지혜는 기껏해야 7생(生)을 아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 지혜가 최대한 5백 생의 일까지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어떤 필추(苾芻:비구)는 과거 5백 생 동안 아귀취(餓鬼趣)에 떨어졌던 일을 기억했는데, 거기서 받은 굶주림과 목마름의 고통을 생각했을 때 온몸에 땀이 흐르고
마음 깊이 두렵고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일을 그만두고 맹렬하게 정진하여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다.
또 어떤 필추는 과거 5백 생 동안 지옥취에 떨어졌던 일을 기억했는데, 거기서 받은 지옥의 고통을 생각했을 때 모든 털 구멍에서 다 피가 흐르고 몸과 옷에서 지독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물에 가서 목욕하고 옷을 빨았고, 사람들은 그를 ‘물을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말하였다.
“【문】원지(願智)와 숙명지(宿命智)는 무엇이 다른가?
【답】숙명지는 과거만 알지만 원지는 3세(世)를 안다. 숙명지는 유루(有漏)만 알지만 원지는 유루와 무루를 모두 안다. 숙명지는 자신의 과거만 알지만 원지는 자타의 과거를 다 안다. 숙명지는 한 몸, 두 몸, 이렇게 차례로 알 수 있지만 원지는 1념(念)에 백 겁(百劫)을 단박에나 안다.
옛날에는 축생도 말을 했지만 지금은 축생이 말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이른바 겁초(劫初)에는 먼저 사람과 하늘이 있었고 3악도(惡道)는 아직 없었다. 따라서 모두가 사람과 하늘 세계에서 와서 과거의 습기(習氣)가 비슷했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축생은 대개가 3악도에서 왔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바사론』에서 말하였다.
“이른바 태어난 곳에서 그 자성이 과거의 숙명을 알고 또 남의 마음을 안다. 그 태어난 곳에서 닦는 인(因)을 힘입지 않고 그 자성(自性)이 아는 것이기 때문에, 이 지혜는 5취에 두루 통한다. 그러나 그 지혜에는 강약(强弱)이 있으니, 3도(道)와 하늘 등 이 4취에서는 작용이 강하지만 인취(人趣)에 있으면 그 힘이 미약하다. 왜냐 하면 인취에 있으면 상을 보고 말하는 지혜가 있고, 또 선정을 닦아 생기는 지혜와 나아가 남의 마음과 법 등을 아는 지혜가 있어서, 이런 지혜에 그것이 덮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작용이 있기는 하나 미약해서 나타나지 않는다.”

또 『신바사론(新婆沙論)』에서 말한 것과 같다.
“만일 유정을 논하면, 험하고 좁은 곳을 보고는 그 길을 닦아 넓게 하여, 왕래하는 자들로 하여금 어려움이 없게 한다. 저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비좁은 고통이 없기 때문에 이 지혜(나면서부터의 지혜)를 얻는다.”
혹 어떤 이는 말한다.
“만일 유정들이 남에게 갖가지 아주 맛난 음식을 보시하면, 이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이 지혜를 얻는다. 만일 유정들이 남을 해치는 업을 짓지 않고 항상 남을 이롭게 하는 업을 지으면, 이 업으로 말미암아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풍과 열과 가래와 음(陰) 등의 병의 핍박을 받지 않으며, 뒤에 태에서 나올 때에도 비좁은 고통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전생의 일을 다 기억한다.”
그러므로 이런 말이 있다.
“만일 어머니 태에 있을 때나 태에서 나올 때 온갖 병과 비좁은 고통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중생이 다 과거 생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어머니의 병이나 비좁은 고통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다 잊어버리는 것이다.”

③ 귀취(鬼趣)
귀취에서도 나는 곳에서 얻는 지혜가 있어 남의 마음 등을 안다. 어떻게 그런 줄을 아는가? 옛날 어떤 여자가 귀신에 홀려 바짝 여위어 죽게 되었다. 그 때 주술사[呪師]가 귀신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왜 이 여자를 괴롭히느냐?”
귀신은 답하였다.
“이 여자는 과거 5백 생 동안 항상 내 목숨을 해쳤고, 나도 과거 5백 생 동안 저 여자의 목숨을 해쳤다. 원한을 원한으로 서로 갚으며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만일 저 여자가 원한을 버린다면 나도 원한을 버릴 것이다.”
주술사는 이 사실을 여자에게 알려주고 또 말했다.
“당신이 만일 목숨을 아낀다면 그 원한을 버리시오.”
여자는 말하였다.
“저는 벌써 버렸습니다.”
귀신은 이 여자가 마음으로는 전혀 원한을 버리지 않았으나 목숨이 온전치 못할까 두려워 이미 버렸다고 거짓말했다는 것을 관하고는 드디어 그녀의 목숨을 끊고 떠나 버렸다.

④ 축생취(畜生趣)
【문】축생취에도 숙명지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답】『바사론』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어떤 여자가 아이를 땅에 내려두고 잠깐 다른 곳으로 갔다. 그 때 이리 한 마리가 나와 그 아이를 물고 갔다. 아이의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쫓아가면서 말했다.
‘이리야, 너는 왜 내 아이를 데리고 가느냐?’
이리는 곧 대답했다.
‘너는 내 원수다. 네가 과거 5백 생 동안 항상 내 새끼를 잡아먹었으니, 나도 이제 도로 5백 생 동안 네 아이를 죽이리라. 그래야 원수를 서로 갚는 것이다. 이치가 그런 것인데 왜 성을 내느냐?’
이리는 이렇게 대답하고 다시 말했다.
‘만일 네가 그 원한을 버릴 수 있다면 나도 곧 네 아들을 놓아 주리라.’
아이 어머니는 말했다.
‘나는 원한을 버렸다.’
그 때 이리는 곧 일어나 앉아 깊이 생각하여 그 여자의 마음을 관찰하고는 그 여자가 원한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리가 다시 말했다.
‘네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나 마음에는 아직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그 아이의 목숨을 끊고 가버렸다.”
이것은 곧 (축생인 그 이리가) 자신의 숙명을 알고 또한 저 여자의 마음도 알았다는 좋은 증거이다. 이외에도 귀취(鬼趣)와 천취(天趣)도 다 숙명을 알고 또 남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앞뒤의 모든 경론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번거롭게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두 가지 지혜는 종지(種智)는 아니다. 타심(他心)과 숙명(宿命), 이 두 가지 지혜를 논하자면, 이것은 오직 즉 선정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축생취와 귀취 및 천취에서 얻는) 이 두 가지 지혜는 곧 과보로 얻은 것으로서, 그 행이 산란한 마음에 있기 때문에 종지(種智)가 아님을 알 수 있다.

⑤ 지옥취
【문】지옥취에서는 어떻게 자성지와 숙명지가 생길 수 있는가?
【답】『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즉 5백 바라문이 저 선육국왕(仙育國王)에게 피살되어 지옥에 떨어졌으나, 세 가지 선한 생각을 내어 전생의 업을 기억했다는 것이 곧 그 증거이다.
또 다른 논설에 “지옥 중생도 옥졸(獄卒)들의 마음을 생각해 안다”고 한 것도 그 증거이다.


(3) 숙습부(宿習部)
『불설사자월불본생경(佛說師子月佛本生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큰 비구 무리 1,250명과 1백 보살과 함께 계셨다. 그 때 그 대중 가운데 바수밀다(婆須蜜多)라는 한 보살 비구가 있었다. 그는 죽원(竹園)에 노닐면서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며 원숭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혹은 세 개의 방울을 흔들면서 나라(那羅)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여러 장자(長者)들과 길 가던 사람들이 다투어 몰려와서 그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는 몸을 날려 나무 끝에 뛰어올라 원숭이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기사굴산의 8만 4천 마리 금색 원숭이들이 이 보살에게로 모여왔고, 보살은 다시 갖가지 변화를 부려 저들을 기쁘게 했다. 그 때 대중들은 각각 이렇게 말했다.
‘사문 석자(釋子)가 광대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며 나쁜 짓을 저지르고 사람들의 신용을 잃고 있다. 저 새나 짐승들과 함께 법답지 못한 짓을 한다.’
이런 나쁜 소문이 왕사성에 두루 퍼졌다. 그래서 어떤 범지(梵志)가 이 사실을 왕에게 아뢰었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이 말을 듣고 모든 석자들을 미워하여 곧 가란타(迦蘭陁) 장자에게 분부했다.
‘저 석자들이 많은 원숭이를 모아 놓고 그대의 죽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여래께서는 알고 계시는가?’
장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바수밀다가 여러 가지 변화를 부려 저 원숭이들을 모두 기쁘게 하면 하늘들은 꽃을 뿌려 그것으로 공양합니다.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인지 신(臣)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대왕은 앞뒤의 호위를 받으며 부처님께로 갔다. 멀리서 바라볼 때, 세존께서는 몸에서 광명을 놓아 마치 자금산(紫金山)과 같았고 대중들도 모두 금색으로 만드셨다. 존자 바수밀다와 8만 4천의 원숭이들도 다 금색이 되었다. 그 때 원숭이들은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갖가지 변화를 부렸는데, 그 중에는 꽃을 꺾어 대왕에게 바치는 원숭이도 있었다. 대왕은 그들을 보고 나서 대중과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원숭이들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몸이 금색이며,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축생으로 태어났습니까? 존자 바수밀다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장자의 집에 태어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되었으며,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인간으로 태어나 모든 감관이 원만하면서도 계행을 지니지 않고 원숭이들의 친구가 되었으며, 노래하고 말하는 소리가 꼭 원숭이와 같아서 외도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입니까? 원하옵건대 천존(天尊)이시여, 저를 위해 분별하여 깨우쳐 주소서.’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기억하십시오. 나는 그대를 위해 분별하고 해설하겠습니다. 과거무량 억겁 전에 연등(然燈)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 모든 비구들은 산이나 늪에서 불법을 수행하며 사람이 그 눈을 보호하듯 계율을 굳게 지켰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곧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 때 빈 늪에 사는 원숭이 한 마리가 아라한에게로 가서, 아라한이 앉아 선정에 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원숭이는 곧 아라한의 방석을 가져다 가사처럼 두르고 사문의 법에 따라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는 손에 향로를 받들고 그 비구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 때 그 비구(아라한)는 선정에서 깨어나 이 원숭이를 보고는 좋은 마음이 생겨, 곧 손가락을 튀기며 원숭이에게 말했습니다.
≺법자(法子)야, 너는 지금 위없는 도심(道心)을 내거라.≻
원숭이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날뛰면서 온몸을 땅에 던져 비구에게 공경하게 예를 올리고, 다시 일어나 꽃을 꺾어 비구 위에 뿌렸습니다. 그러자 비구는 곧 원숭이를 위해 삼귀의계(三歸依戒)를 설명했습니다. 그 때 원숭이가 곧 일어나 합장하고 아뢰었습니다.
≺대덕(大德)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고자 합니다.≻
비구는 그 삼귀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참회하고 죄업을 다 자세히 말하라. 나는 아라한이 되어 중생들의 무량한 중죄를 다 멸해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간절히 세 번 참회시킨 뒤에 원숭이에게 말했습니다.
≺법자여, 너는 지금 청정해졌으니, 이것을 보살이라 한다. 너는 이제 몸과 목숨을 다해 5계(戒)를 받고 아뇩보리를 구하라.≻
그 때 원숭이는 분부에 따라 5계를 받고 발원(發願)을 마치고는, 기뻐 날뛰면서 높은 산으로 달려 올라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원숭이는 5계를 받았던 덕택으로 축생의 업을 부수고, 곧 도솔천에 나서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을 만나 위없는 도심(道心)의 가르침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하늘꽃을 가지고 빈 늪으로 내려와 아라한에게 공양했습니다. 아라한은 이것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천왕(天王:원숭이)이여, 선악의 과보는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아서 끝내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게송을 읊었습니다.

업은 그 몸을 잘 장엄해
그에 따라 곳곳의 세계로 나아가네.
마치 어음처럼 없어지지 않으니
저 업은 마치 빚진 사람과 같네.

그대가 지금 천상에 난 것은
저 5계의 업 때문이며
전생에 원숭이로 떨어졌던 것은
저 5계를 범했기 때문이네.

계를 지키면 천상에 나고
계를 범하면 확탕(鑊湯)이 되네.
나는 보나니, 계를 지키는 자
광명이 그 몸을 장엄한다네.

그 누각은 묘한 7보요
모든 하늘이 심부름꾼이며
온갖 보배의 평상과 장막
그 영락은 마니와 꽃이며
미래의 부처님을 만나
훌륭한 설법을 즐겨 들으리.

나는 보나니, 파계한 사람
저 지옥으로 떨어져
쇠로 된 쟁기가 그 혀를 갈고
쇠로 된 평상에 눕혀지며

구리쇠 녹인 물이 사방에 흘러
그 몸을 삶고 지져 부수네.

혹은 저 도산(刀山) 지옥과
검림(劒林) 지옥과 비시(沸屎) 지옥과
회하(灰河) 지옥과 한빙(寒氷) 지옥에서
뜨거운 쇠구슬과 구리쇠 녹인 물 마시네.

이와 같은 갖가지 괴로운 일들
그것이 항상 그 몸의 영락 되네.

만일 이러한 고통 벗어나
3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으로 가는 길에 노닐다가
거기서 뛰어나 열반을 얻으려면
부디 깨끗한 계를 지키고
보시하며 깨끗한 목숨 닦아라.

그 때 아라한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잠자코 말이 없었습니다. 원숭이 천자(天子)는 아라한에게 아뢰었습니다.
≺대덕이시여, 저는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원숭이로 태어났으며, 또 무슨 복으로 대덕님을 만나 축생을 면하고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까?≻
아라한은 대답하였습니다.
≺과거 이 염부제에 보혜(寶慧)여래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상법(像法) 시대에 연화장(蓮華藏)이라는 비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국왕ㆍ장자ㆍ거사 등 많은 이들을 친구로 두었지만 삿된 생활로 아첨하고 삐뚤어져 계행을 지키지 않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비(阿鼻)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핀 연꽃과 같은 온 18격(隔)에서 갖은 고통을 다 받았습니다. 그 수명은 1겁이었는데 겁이 다하면 다시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8만 4천 겁 동안 모든 큰 지옥을 두루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지옥에서 나와 아귀 세계에 떨어져 뜨거운 구리쇠 물을 마시면서 8만 4천 년을 지냈고, 아귀에서 나와서는 다시 소ㆍ돼지ㆍ개ㆍ원숭이로 태어나기를 각각 5백 차례씩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전에 계를 지키는 비구에게 공양하고 중한 서원을 맺은 인연으로, 지금 다시 나를 만나 천상에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계를 지킨 그 비구는 곧 나요, 방일했던 비구는 바로 당신입니다.≻
원숭이 천자는 이 말을 듣고
몹시도 놀라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는 과거의 죄를 참회하고 바로 천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원숭이는 비록 축생이었지만 한 번 아라한을 만나 3귀의 계와 5계를 받아 지녔으므로, 그 공덕의 인연으로 천 겁의 극히 중한 죄업을 초월하고 천상에 태어나 일생보처 보살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 뒤로는 무수한 부처님을 만나 범행을 깨끗이 닦고 6바라밀을 갖추어 물러나지 않는 경지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 그는 미륵 다음으로 아뇩보리를 이룰 것이니, 그 부처님 명호는 사자월(師子月)여래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국토의 사자월불을 아시고 싶습니까? 그는 바로 지금 이 회중의 바수밀다 비구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합장했는데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왕은 슬피 울면서 허물을 뉘우쳐 스스로 꾸짖고, 바수밀다를 향해 머리를 땅에 붙이고 발에 대어 예배하면서 지난 죄를 참회했다.
부처님께서 이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들 8만 4천 금색 원숭이에 대해 알고 싶으십니까? 과거 구루진(拘樓秦)부처님 때에 바라내국(波羅柰國)과 구섬미국(俱睒彌國) 두 나라 사이에 8만 4천 비구니가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온갖 비법(非法)을 저지르고 중한 계를 범하면서, 미치고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어리석은 원숭이들과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비구를 보면 적처럼 여겼습니다. 그 때 선안은(善安隱)이라는 아라한 비구니가 그녀들을 위해 자세히 설법하였는데 그녀들은 도리어 성을 내고 원망했습니다.
그 때 어떤 아라한 비구니는 그 악인들이 착한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을 보고는, 곧 자비심을 일으켜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습니다. 저 악인들은 이 신통변화를 보고 각각 금가락지를 빼어 이 아라한 비구니에게 던져주면서 ≺저희는 날 때마다 몸이 금색이 되기를 원하오며,
전에 지은 죄를 지금 다 참회합니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 악인들은 죽은 뒤에 아비지옥에 떨어졌고 여기 저기를 차례로 거치면서 92겁 동안 항상 지옥에만 있었습니다. 지옥에서 나와서는 5백 생 동안은 항상 아귀가 되었고, 아귀에서 나와 1천 생 동안은 항상 원숭이가 되었는데, 그 몸은 항상 금색이었습니다.
대왕이여, 아십시오. 그 때 계를 범하고 아라한 비구니를 나무랐던 그 8만 4천 비구니들은 바로 지금 이 회중의 8만 4천 금색 원숭이들이고, 그 때 저 나쁜 비구니들에게 공양했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대왕입니다. 이 여러 원숭이들은 과거의 습기로 인해, 지금 꽃과 향을 가지고 대왕께 공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그 비구니들을 더럽혔던 자들은 지금의 저 구가리(瞿迦梨)와 대왕의 5백 황문(黃門)들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몸과 입과 뜻의 업은 삼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때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꾸짖고는 활연히 깨쳐 아나함(阿那含)이 되었고, 왕이 거느리고 왔던 8천 인은 왕에게 출가하기를 청하여 모두 아라한이 되었으며, 나머지 1만 6천 인은 모두 보리심을 내었고 8만의 하늘들도 다 보리심을 내었다. 8만 4천의 금색 원숭이들은 옛날의 인연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꾸짖고는, 부처님 주위를 천 번 돌고 부처님께 참회한 뒤에 각각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다.
그리고 수명의 장단을 따라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솔천에 태어나 미륵을 만나 물러나지 않는 경지를 얻었다. 그들은 다시 백만억 나유타 아승기 항하의 모래 같은 겁을 지나 부처가 될 것이다. 8만 4천의 부처가 차례로 세상에 나오는데, 그 겁은 같은 겁으로서 이름을 대광(大光)이라 하고 그 부처도 같은 이름으로서 보금광명왕(普金光明王)여래라 할 것이다.”

또 『처처경(處處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범발제(憍梵鉢提)는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었는데도 도리어 소처럼 되새김질을 한다.’
제자가 부처님께 물었다.
‘무슨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비구는 전생에 7백 생 동안 소로 태어났었다. 금생에 도를 얻었으나 남은 습기가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다.’”
또 『지도론(智度論)』에 의거하면 다음과 같다.
“【문】무엇 때문에 소가 되었는가?
【답】그는 전생에 남의 밭을 지나가다가 대여섯 알의 조를 따서 맛보고 땅에 뱉어버렸다. 남의 조를 해쳤기 때문에 소가 되었고, 소가 되어 여러 생을 지냈기 때문에 소 다리처럼 되고 새김질을 하는 것이다.”

(4) 오통부(五通部)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묘승(妙勝)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5통(通) 보살은 어떤 법을 닦아 신통의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묘승에게 말씀하셨다.
‘이 욕계(欲界)의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눈의 신통도 필요 없이 태어나면서 곧 한 염부제 안 중생들의 거칠고 고움, 좋고 추함과 성곽과 수목들을 환히 본다. 혹 어떤 사람은 눈으로 2, 3, 4천하를 볼 수 있는데 눈의 신통을 필요로 하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혹 어떤 사람은 눈의 신통과 귀의 신통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한 천하의 남자 소리와 여자 소리를 환히 듣고 모든 음성을 잘 분별해 안다. 한 번도 귀의 신통을 닦지 않고도 낱낱이 환히 안다.
또 혹 어떤 사람은 익히지 않고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숙명을 알아, 자신이 어디 있다가 여기 와서 태어났는지를 알고 그 때의 부모와 종족과 그 성명을 다 잘 분별해 안다. 혹 어떤 사람은 신통을 닦지 않고도 남의 마음 속 선악과 어디로 가서 태어날 것인지를 알고, 인연이 있는 중생과 인연이 없는 중생을 다 잘 안다. 혹 어떤 사람은 그 몸이 날아다니고 어디든 왔다 갔다 하는데
몸의 신통을 닦지 않고도 몸이 곧 날되 아무 걸림이 없으며, 허공을 땅처럼 밟고 땅을 허공인 듯 밟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눈의 성통(聖通)을 닦아 색(色)을 제거하고 번뇌를 끊어서는 3공(空)의 선정의 문으로 1천의 천하ㆍ2천의 천하ㆍ3천의 대천하를 다 잘 볼 수 있게 된다. 혹은 1천의 천하ㆍ2천의 천하ㆍ3천의 대천 천하의 모든 소리를 듣고, 선악의 6도(道)를 다 잘 안다. 혹 어떤 사람은 식(識)의 번뇌를 제거하고 안팎에 티가 없어 뜻의 성통을 얻어서는 스스로 숙명을 알고 1생ㆍ2생,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 어디서 태어났는지와 부모 권속과 국토의 청정함을 다 잘 분별해 안다.
혹 어떤 사람은 열 가지 신통을 닦아 법성(法性)을 알고는 잘 기억하고 잊지 않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는데, 그들이 1생ㆍ2생,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 어디서 태어났는지와 부모 권속과 국토의 청정함과 성명 종족 등을 다 잘 안다.
혹 어떤 사람은 법관(法觀)을 깊이 생각하고 마음으로 몸을 유지하기도 하고 몸으로 마음을 유지하기도 하며, 잠을 자고 잠을 깨면서도 뜻과 생각을 허공과 같게 하여 곧 온몸이 1천하, 2천하 나아가 3천 대천 국토에서 허공인 듯 땅에 들어가고 산과 강과 석벽에도 아무 걸림이 없게 된다. 또 혹 어떤 사람은 성불할 때에 다달아, 지혜의 힘으로 중생의 번뇌를 제거하고 큰 나무 밑에 앉아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성불하여 6통이 맑게 트이게 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범부들이 얻는 그런 신통은
마치 저 나는 새와 같아서
가깝고 먼 차이 있어도
생사의 길을 떠나지는 못하나니.

부처님이 통한 걸림없는 법
이것은 진실하고 더러움 없으며

생각만 하면 시방의 어디로나
갔다 왔다 하면서도 피곤함이 없고
자비심으로 중생들 생각하고
신통을 얻어 아무 걸림이 없네.

선인(仙人)의 다섯 가지 신통 지혜는
퇴전(退轉)하여 큰 도를 이루지 못하지만
나는 견고한 법 통하였거니
반드시 열반의 문으로 들어가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보광(普光)이라는 보살이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모르겠습니다. 6신통의 식법(識法)은 하나입니까, 여럿입니까? 만일 식이 하나라면 여래께서 금색의 신족(神足)으로 도량에서 여러 부처 국토에 노니실 때, 식(識)이 몸을 이루는 것입니까, 몸이 식을 이루는 것입니까? 만일 몸이 식을 이룬다면 6통이 없을 것이요, 만일 식이 몸을 이룬다면 이것은 한 법이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몸도 없고 식도 없는 그 뜻을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물음은 제일의(第一義)의 물음인가, 세속의(世俗義)의 물음인가? 만일 세속의의 물음이라면 식법(識法)은 여럿이어서 일정한 상(相)이 없는 것이지만, 만일 제일의의 물음이라면 몸도 없고 식도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분별하는 식법은 자성(自性)이 공적(空寂)하여 옴도 없고 감도 없으며 또 염착(染著)도 없기 때문이다. 네가 묻는 금색(金色)은 유위법(有爲法)으로서 5음(陰)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이것은 자연법도 아니요 제일의도 아니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식상법(識想法)을 설명하리라. 보살의 6통은 몸과식이 함께 하는 것으로서, 식이 먼저요 몸이 뒤인 것도 아니며, 몸이 먼저요 식이 뒤인 것도 아니다. 왜냐 하면 법에 있어서 자연적으로 식이 몸을 떠난 것도 아니고 몸이 식을 떠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두 마리 소가 한 멍에를 같이 끄는 것과 같으니 만일 검은 소가 앞서고 흰 소가 뒤따른다면 종자 뿌리기가 안 될 것이고, 흰 소가 앞서고 검은 소가 뒤따르더라도 종자 뿌리기가 안 될 것이다. 검은 소가 앞서고 흰 소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며, 흰 소가 앞서고 검은 소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라야 그 종자는 이루어질 것이다. 신족의 도과(道果)도 이와 같아서, 몸과 식이 함께 하여 전후도
중간도 없는 것이다. 여래의 색신(色身)에 전후와 중간이 있다는 것도 세속법이요 제일의가 아니다. 공적의 법에는 여럿이란 없다.’
게송을 읊는다.

선과 악의 전생의 그 습기로
제각기 다른 과보를 초래하니
일찍이 귀신이 원한으로 해치고
혹은 이리와 원수가 되기도 했네.

백정은 살생의 업 기억하였고
바수밀은 원숭이의 고향에서 놀았으며
전생의 복으로 근심을 버린 이
태어나는 곳마다 천당에서 놀았네.

더러운 무리는 맑은 만남 일으켜도
눈으로 보자마자 모두 잊네.
범부도 성인들도 아름다운 모임을 부러워하고
어진 이도 우치한 이도 후세의 명예를 기뻐하네.

4생(生)으로서 선업 행하고
6취(趣)에서 신광(神光)을 느끼면
괴로움과 즐거움은 비록 다르나
목숨의 길고 짧음 다 같이 아네.”

감응연(感應緣)[대략 아홉 가지 증험만 인용한다.]

진(晋)나라 양태부(羊太傅)
진(晋)나라 왕련(王練)
진(晋)나라 향정(向靖)
송(宋)나라 석담제(釋曇諦)
위(魏)나라 석승사(釋乘師)
수(隋)나라 자사(刺史) 최언무(崔彦武)
당(唐)나라 석도작(釋道綽)
당(唐)나라 유선경(劉善經)
당(唐)나라 사문(沙門) 현고(玄高)

① 진(晋)나라 양태부(羊太傅)
진(晋)나라 때 양태부(羊太傅) 우(祐)는 자가 숙자(叔子)이고 태산(泰山) 사람이다. 그는 서진(西晋)의 명신(名臣)으로서 명성이 천하에 자자했다. 그는 다섯 살 때 유모(乳母)에게 예전에 가지고 놀던 가락지를 가지고 오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유모는 말했다.
“네게는 원래 그런 것이 없었는데 어디 가서 가지고 오라 하느냐?”
우(祐)는 말했다.
“옛날 동쪽 담 곁에서 가지고 놀다가 뽕나무 속에 떨어뜨렸어요.”
“그러면 네가 가서 찾아보아라.”
“여기는 전의 집이 아닌데,
어린애가 어디 가서 찾겠어요?”
그 후 그가 문을 나서 먼 곳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가자 유모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이(李)씨의 집으로 들어가 동쪽 담으로 가더니 뽕나무 속에서 그 가락지를 찾아 냈다. 이씨 집에서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옛날 내 아들이 이 가락지를 못내 사랑스레 가지고 놀았는데 일곱 살 때 갑자기 죽은 뒤로는 가락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은 우리 죽은 아이의 가락지다. 왜 네가 가지고 가느냐?”
우는 가락지를 가지고 달아났다. 이씨는 어찌된 연유인지 물었고 유모는 우가 했던 말을 다 그에게 했다. 이씨는 한편으로는 슬퍼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우를 찾아 다시 자기 아들로 삼으려 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타이르자 이씨는 그제서야 단념했다.
우는 장성하여 항상 두풍(頭風)을 앓았는데 의사가 그것을 고치려 하자 우가 말했다.
“내가 난 지 사흘째 되던 날 머리를 북쪽 창 밑에 두고 눕혀졌는데, 바람이 정수리에 부딛침을 느끼고 속으로 매우 걱정했으나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 병 뿌리가 오래되어 고칠 수 없을 것이다.”
그 뒤 우는 형주(荊州) 도독(都督)이 되어 양양(襄陽)에 주둔하고 있을 때, 무당사(武當寺)와 수여정사(殊餘精舍)에 모든 것을 공급하였다.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 우는 묵묵히 답하지 않았다. 뒤에 참회하면서 인과(因果)를 설명하고는 “나는 전생에 온갖 죄가 있었는데, 마침 이 절을 지음으로써 구제를 받았다. 그래서 공양하는 정이 특히 은근하고 정중한 것이었다”고 하였다.

② 진(晋)나라 왕련(王練)
진(晋)나라 때 왕련(王練)은 자가 현명(玄明)이고 낭야(琅耶) 사람이다. 송(宋)나라 시중(侍中)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 민(珉)의 자는 계염(季琰)이었다. 진(晋)나라의 중서령(中書令)과 잘 아는 어떤 범승(梵僧)은 민의 풍채를 볼 때마다 공경하고 기뻐하며 그 동학(同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만일 뒷세상에 이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다면, 우선 내 소원이 풀리겠다.”
민은 이 말을 듣고 장난으로 “법사(法師)의 재주와 행이라면 실로 이 제자의 아들이 될 만합니다”고 말하였다. 얼마 후 사문은 병으로 죽었고, 죽은 뒤 1년 만에 왕련이 태어났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말할 줄 알았고 외국 말도 알았으며, 또 아주 먼 나라의 기이한 보배와 구리그릇과 구슬과 조개 등 나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의 이름들을 알고,
그것들의 나는 곳도 알았다. 또 자연히 한인(漢人)보다 범승들과 친하였으므로 모두들 “사문(범승)이 그 전생의 몸을 나타냈다”고 하였다. 민은 그 때문에 자를 아련(阿練)이라 하였고, 드디어 큰 명성을 얻었다.

③ 진(晋)나라 향정(向靖)
진(晋)나라 때 향정(向靖)은 자가 봉인(奉仁)이고 하내(河內) 사람이다. 그는 오흥군(吳興郡)에 있을 때 몇살 안된 딸을 잃었다. 딸이 처음 앓을 때 주머니칼을 가지고 놀았는데 어머니가 그 칼을 뺏고 주지 않으려 하자 어머니 손을 다치게 한 일이 있었다. 이 딸이 죽은 지 1년 뒤에 어머니는 또 딸을 낳았다. 딸은 나이 네 살이 되자 그 어머니에게 말했다.
“전의 그 칼은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는 대답했다.
“없다.”
딸은 말했다.
“옛날에 칼을 가지고 다투다가 어머니 손을 다치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없다 하십니까?”
어머니는 매우 괴상히 여겨, 향정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향정은 말했다.
“전의 그 칼이 아직 있는가?”
어머니는 대답했다.
“먼저 딸이 몹시 생각날까 싶어 간직하지 않았습니다.”
향정은 말했다.
“다시 찾아서 여러 칼과 한 곳에 섞어 두고, 그 아이를 시켜 찾아 보라 하시오.”
(어머니는 그렇게 했다.) 아이는 보고 크게 기뻐하며 예전의 그 칼을 잡으면서 “이것이 제가 찾던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 부모와 노소들은 모두 전의 딸이 그 먼저 몸을 나타낸 것임을 알았다.[이상 세 가지 증험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④ 송(宋)나라 석담제(釋曇諦)
송(宋)나라 때 곤륜산(崑崙山)에 살았던 석담제(釋曇諦)의 성은 강(康)씨다. 그의 조상은 강거(康居) 사람으로서, 한(漢)나라 영제(靈帝) 때 중국(中國)으로 이주하였고 헌제(獻帝) 말년 난리에 오흥(吳興)으로 이사했다. 담제의 아버지 융(肜)이 일찍이 기주(冀州) 별가(別駕)로 있을 때였다. 그 어머니 황(黃)씨가 낮잠을 자다가 어떤 스님이 황씨를 어머니라 부르면서 불자 하나와 쇠로 만든 문진(文鎭) 두 개를 주는 꿈을 꾸었는데, 황씨가 일어나 보니 두 가지 물건이 모두 있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담제를 배어 낳게 되었다.
담제의 나이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불자 등의 물건을 보여주자 담제가 말하였다.
“이것은 진왕(秦王)이 주신 것입니다.”
어머니는 물었다.
“너는 이것을 어디 두었느냐?”
담제는 답하였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담제는 나이 열 살에 출가하여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깨쳤다. 뒤에 아버지를 따라 번등(樊鄧)으로 가다가 우연히
관중(關中)의 승략 도인(僧★道人)을 만나게 되었는데, 갑자기 승략의 이름을 불렀다. 승략은 말하였다.
“아이가 어찌 함부로 노인의 이름을 부르는가?”
담제는 대답하였다.
“조금 전엔 실례하였습니다. 화상(和尙)께서는 저의 옛날 사미로서 대중 스님을 위해 나물을 캐다가 멧돼지에게 물렸던 적이 있던 분이기에 얼떨결에 그만 소리를 질렀었습니다.”
승략은 예전에 홍각(弘覺) 법사의 제자로서 대중 스님을 위해 나물을 캐다가 멧돼지에게 다친 일이 있었지만, 승략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담제의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담제의 아버지가 사실의 본말을 다 이야기해 주고, 또 문진과 불자 등을 보여 주자 승략은 비로소 깨치고 울면서 말했다.
“당신은 곧 선사(先師) 홍각 법사이십니다. 스승님이 일찍이 요장(姚萇)을 위해 『법화경』을 강설하실 때, 빈도(貧道)는 도강(都講)으로 있었는데 요장이 스님께 이 두 가지 물건을 주셨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여기에 있군요.”
홍각 법사가 목숨을 버린 날을 돌이켜 계산해 보니, 바로 꿈에 이 물건을 주었던 날이었다. 승략은 또 나물 캐다가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고는 슬픔과 사모함이 더욱 깊었다. 담제는 그 뒤에 경전을 편람하였는데 보기만 하면 다 기억했다.
담제는 늘그막에 오(吳)나라 호구사(虎丘寺)에 들어가 『예기(禮記)』ㆍ『주역(周易)』ㆍ『춘추(春秋)』를 각각 일곱 번, 『법화경』ㆍ『대품반야경』ㆍ『유마경』 등을 각각 열다섯 번씩 강설했다. 또 글을 잘 지어 문집(文集)이 여섯 권이나 있고 또 세간에 유포되었다. 성품이 깊은 산중을 사랑해 뒤에는 오흥(吳興)으로 돌아와 고장(故章)의 곤륜산에 들어가서는, 시냇물을 마시면서 20여 년 동안 한가하게 살았다. 송나라 원가(元嘉:424~451) 말년에 절에서 돌아가시니, 춘추는 60여 세였다.[이 한 가지 증험은 『양고승전』에 나온다.]

⑤ 위(魏)나라 석승사(釋乘師)
원위(元魏) 때 북대(北代)의 승 선사(乘禪師)는 항상 『법화경』을 가지고 정근하며 게으르지 않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중음(中陰)이 하동(河東)의 설(薛)씨에게 의탁하여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나면서부터 말할 줄 알아 자기 전생의 업을 이야기하면서 속세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북체주(北棣州) 자사(刺史)가 되어 부임하게 되자 그 다섯째 아들은 곧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중산(中山)의 칠제사(七帝寺)에 이르러 전생의 제자를 찾게 되자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전에 나를 따라 물을 건너 낭산(狼山)으로 갔던 일을 혹 기억하고 있는가?
그 승 선사가 바로 나다. 내 방 안의 영궤(靈机)를 빨리 없애 버려라.”
제자는 신령스런 이 말을 듣고는 스승을 안고 울면서 비통해 하였고, 여러 도인과 속인들은 괴상히 여기며 매우 영험하다고 하였다. 부모는 그를 너무도 사랑해 그가 출가할까 두려워 곧 장가를 들였다. 그 뒤로는 전생의 일을 다 잊어버렸으나, 그래도 항상 세속을 싫어하여 떠날 생각을 하고 늘 고요히 있기를 좋아했다.[이 한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에 나온다.]

⑥ 수(隋)나라 자사(刺史) 최언무(崔彦武)
수(隋)나라 개황(開皇) 때 위주(魏州) 자사(刺史) 박릉(博陵) 최언무(崔彦武)는 행차하다가 어떤 읍(邑)에 이르게 되자 갑자기 놀라고 기뻐하면서 종자(從者)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이 읍 사람의 부인으로 살았었는데 지금도 그 집을 안다.”
그리하여 곧 말을 타고 들어가, 거리를 꼬불꼬불 돌아서 어느 집에 이르렀다. 종자를 시켜 문을 두드리자 늙은 주인이 달려 나와 절하였다. 언무는 그 집에 들어가서는 먼저 그 마루에 올라 동쪽 벽을 보니 마루에서 6, 7척 높이에 두둑한 곳이 있었다. 객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옛날 읽던 『법화경』과 또 금비녀 다섯 개를 넣어 둔 경함(經函)이 이 벽 안에 있을 것이다. 그 경전의 제7권 끝부분은 종이가 불에 타서 글자가 없어졌으므로 나는 지금도 그 경을 외울 때마다 제7권 끝에 이르러서는 항상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벽을 파 보았다. 과연 경함(經函)이 나왔는데, 제7권 끝부분이 불에 탄 것과 금비녀가 들은 것이 모두 그의 말과 같았다. 주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죽은 아내는 살아 있을 때 항상 이 경을 읽었습니다. 금비녀도 여기 있었군요.”
언무는 뜰 앞의 훼나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아이를 낳으려 했을 때 머리를 깎아 저 나무 구멍에 두었었다.”
사람을 시켜 나무 구멍 속을 뒤져 보았더니, 과연 머리털이 있었다. 이리하여 주인은 슬퍼하면서도 기뻐하였고 언무는 의복과 물건들을 두둑히 주인에게 주고 거기에서 떠났다.
이는 상서(尙書) 최돈례(崔敦禮)가 해준 이야기이다. 또 지난 해에
노문려(盧文勵)를 만났는데, 그의 말도 이와 거의 같았다. 다만 그가 제주(齊州) 자사(刺史)였고 성명을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나 최 상서의 자세한 이야기보다 못하였으므로 최 상서의 기록을 따른다.[한 가지 증험은 『명보기(冥報記)』에 나온다.]

⑦ 당(唐)나라 석도작(釋道綽)
당(唐)나라 때 병주(幷州) 현중사(玄中寺)의 석도작(釋道綽)은 성이 위(衛)씨이고, 병주 문수(汶水) 사람이다. 그는 성품이 맑고 검소하며 소박하고 고상하였으며 지혜가 매우 날카로웠고 지난날 난(鸞) 스님만을 오로지 받들며 학업을 닦았던 분이다.
정관(貞觀) 2년(628) 4월 8일에 도작은 목숨이 다하려 함을 알고 이 사실을 알리자 찾아온 사람들로 절이 가득 차게 되었다. 그들 모두는 난 스님이 7보로 된 배 위에 앉아 도작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너의 정토(淨土)는 다 이루어졌다. 다만 남은 과보가 다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또 보니, 화불(化佛)이 공중에서 하늘꽃을 뿌리고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들 옷자락으로 그것을 받았는데, 얇고 반드르한 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또 그 연꽃을 마른 땅에 꽂아 두자 이레를 지나서야 시드는 등, 여러 가지 상서로운 현상은 이루 다 적을 수 없었다.
그는 나이 70세에 젖니가 새로 나서 본래와 같아지고 아무 이상이 없었으며, 과보의 힘이 더욱 증강되었다. 그 행이 과보를 불러오고 차례로 통달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아름다운 감응이 있었겠는가?[이 한 가지 증험은 『당고승전』에 나온다.]

⑧ 당(唐)나라 유선경(劉善經)
당나라 분주(汾州)의 습성(隰城) 사람 유선경(劉善經)은 어려서 홀어머니의 양육을 받았다. 그 어머니는 평생 항상 내전(內典)을 읽으면서 정근하고 고행했다. 정관 21년(647)에 그 어머니가 죽자, 선경은 슬퍼함이 예(禮)에 지나쳐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 이듬해에 선경은 황홀한 사이에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살아 있을 때에 복을 닦았기에 사내의 몸을 받아 지금 이 고을의 남쪽에 있는 석조촌(石趙村)의 송(宋)씨 집에 태어나게 되었다. 네가 나를 만나고 싶다면 곧 그곳으로 오너라.”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 이내 사라졌다. 선경은 그 말대로 지체 없이 그곳으로 갔다. 바로 그 날 송씨의 집에서는 아들을 낳았다. 선경은 곧 옷 등의 물건을 갖추어 받들고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선경은
항상 어머니로 받들어 섬겼다고 한다.
습주(隰州)의 사문 선무(善撫)는 선경의 오랜 친구로서 선경을 본 것과 고을 사람들이 말한 것을 나를 위해 말하여 주었다.

⑨ 당(唐)나라 사문(沙門) 현고(玄高)
상주(相州) 부양현(滏陽縣) 지력사(智力寺)의 스님 현고(玄高)는 속성이 조(趙)씨이다. 그 형의 아들은 전생에 같은 마을의 마(馬)씨 집 아이였다. 마씨 집의 아이는 정관 말년에 죽었는데, 죽을 때에 그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조씨 종가(宗家)와 전생의 인연이 있어, 죽은 뒤에는 그 종가의 손자가 될 것입니다.”
그 종가는 같은 마을에 있었다. 그 어머니는 믿기지 않아 곧 먹으로 아이의 왼쪽 옆구리에 큰 점을 찍어 두었다. 조씨 집 부인도 꿈을 꾸었는데, 그 아이가 와서 말하였다.
“당신의 아들이 되겠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조씨 부인은 아이를 배게 되었는데 꿈에 본 모습이 분명 마씨 집 아들이었고, 해산한 후 시험삼아 그 점을 찾아보았더니 전의 그 자리에 있었다. 아이는 세 살이 되자, 아무 인도하는 이도 없이 혼자 마씨 집으로 찾아가 “여기가 내 옛집이다”고 하였다. 지금도 그 집이 있으며, 아이의 나이는 14,15세가 되었다.
이것은 상주 지력사 스님 혜영(慧永)과 법진(法眞) 등이 이야기한 것이다.[위의 두 가지 증험은 『명보습유(冥報拾遺)』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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