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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56 불교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8권

by Kay/케이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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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8

 

 

대장엄론경 제8권


마명보살 지음
후진삼장 구마라집 한역


45

다음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데에는 오직 부처님 말씀이 있을 뿐이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설법을 들어야 한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한지왕(漢地王)의 아들이 눈 안에 백태가 생겨서 온 눈을 다 덮어 마침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갖가지로 치료해 보았으나 고칠 수가 없었다. 때마침 축차시라국(竺叉尸羅國)에서 어떤 장사꾼들이 한(漢) 땅에 왔으므로, 한 나라의 왕이 장사꾼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눈병이 났는데 그대들은 먼 곳에서 왔으니 혹시 치료할 수 있지 않겠소?”
장사꾼이 대답하였다.
“다른 나라에 구사(瞿沙)라는 비구가 있는데, 그가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왕이 이 말을 들은 즉시 행장을 매우 장엄하게 차려서 아들을 축차시라국으로 보내니, 아들은 그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곧 존자(尊者) 구사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먼 곳에서 일부러 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왔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눈을 치료하여 주십시오.”
그때에 존자 구사가 눈을 치료해 줄 것을 허락하고, 많은 구리잔[銅盞]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설법을 듣고 눈물이 나는 사람은 이 잔에 받아 두라.”
그리고서 곧 『십이연경(十二緣經)』을 설하니, 모여 있던 대중들이 듣고서 소리내어 울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을 잔으로 받아 모았다. 그리고는 무리들의 눈물을 모은 것을 가지고 왕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존자 구사가 곧 그 눈물을 취해 오른 손바닥에 두고서 게를 설하였다.

무명의 어둠을 제거할 수 있는
깊고 깊은 『십이연경』을
나 이제 이미 선설하였으니
듣는 이들이 모두 눈물 흘렸다네.

이 말이 만약 진실하다면
뭇 사람들의 눈물을 모은 이 물은

하늘과 사람, 야차 가운데
그 어떤 물로써도 미치지 못하리라.

이것으로 왕자의 눈을 씻음은
장애를 여의고서 밝음을 얻으려는 것이니
바로 이 눈물로 씻음에 따라
가리고 있던 백태 꺼풀이 제거될 것이네.

그때 존자 구사가 눈물로 왕자의 눈을 씻어 밝고 깨끗함을 얻게 하고 나서 대중들의 신심을 더욱 자라게 하기 위해 게를 설하였다.

불법은 지극히 진실하여
빠르게 장애를 다 제거할 수 있으므로
이 눈물로 또한 눈병을 제거함이
마치 해가 얼음과 눈을 녹이는 것과 같네.

여러 대중들이 이 일을 보고는 합장 공경하며 배로 신심을 내었고, 전에 없던 일이었으므로 몸의 털이 쭈뼛해질 만큼 놀란 나머지 곧 게를 설하였다.

당신이 하는 일은 희유하기가
마치 신족(神足)을 나타내는 것과 같으니
의사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눈물로 씻어 병을 제거하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설법을 듣고 감정이 북받쳐 슬피 울어서 눈물이 비같이 쏟아지니, 존자 구사가 모여 있던 여러 대중들에게 고하였다.
“비록 이런 일을 했지만 이것은 어렵다 할 것이 못 되네. 여래께서는 옛날에 억천 겁에 걸쳐 고행을 수행하시어 이 공덕으로 열두 가지 인연의 법약(法藥)을 모아서 듣는 이로 하여금 슬퍼서 눈물을 흘리게 하셨네. 바수(婆須)용왕이 큰 악독(惡毒)을 토하고, 야차와 악귀들이 온 집안에 가득하며, 길비저다라(吉毗坻陀羅)가 근본적으로 도를 싫어했지만, 이 눈물로 그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멸하셨으니, 이것이야말로 어려운 것이라네. 하물며 이 눈병의 장애쯤이야 모기 날개를 제거해 버리는 것과 같거늘 뭐 그다지 어렵다 하리요. 설령 거대한 구름 안개가 캄캄하고 어두우며 사나운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진다 해도 이 눈물로 또한 소멸시킬 수 있으니, 이 때에는 미쳐 날뛰던 코끼리 군대[象軍]와 투구와 몽둥이로 스스로를 장엄한 보병(步兵)들도 눈물을 뿌리면서 물러나 군대를 해산할 것이네. 일체종지(一切種智)께서 닦아 모으신 법을 들은 이로서 그 누가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눈물로 모든 재앙과 환란을 다 제거할 수 있지만 전생의 악업만은 할 수 없다네.”
그때
왕자는 이미 눈이 밝아져서 기뻐 펄쩍펄쩍 뛰었으며, 또한 설법을 듣고 생사를 싫어하여 수다원(須陀洹)의 과위를 얻었으므로,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 곧 게를 설하였다.

그 누가 불법을 듣고
환희심을 내지 않으리요.
나 이미 깊이 공경하고 믿어
지극한 마음으로 설법을 듣네.

귀로는 희유한 일 듣고
눈병도 또한 사라졌으니
지혜의 눈과 육신의 눈이
모두 다 청정함을 얻었네.

눈을 치료함에도 최상으로서
대선(大仙)보다 뛰어난 이 없으므로
의사들 가운데 가장 수승하신 이께
나 이제 머리숙여 예배드립니다.

한 가지 지혜의 보배 약으로
나의 두 눈을 깨끗이 뜨게 하시니
이 세간에서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뉘라서 공경하고 믿지 않으며
만약 조그마한 지혜라도 있다면
어찌 믿음을 내지 않을 수 있으리요.

석가모니 세존께선
중생들의 인자한 아버지이시라
말씀이 매우 미묘하고 부드러워
듣는 이들이 사랑하고 즐거워하므로
제도할 일을 이미 마치시어
저 언덕에 도달하였으니

그 미묘하고 세밀한 법의 이치를
근기에 따라 다 깨닫게 하시매
이 변지(邊地)의 사람까지도
마음이 트이어 깨닫게 되었네.

46

다음으로 만약 4불괴정[不壞淨]1)을 얻은 이라면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눈앞에 있는 생물을 해치지 않나니, 그러므로 네 가지 파괴할 수 없는 정계를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죄인이 형벌을 받게 되었을 때에 한 전다라(旃陁羅)가 형을 집행할 차례가 되었는데, 그 전다라는 불법을 배운 우바새(優婆塞)로 진리의 도를 얻었는지라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형륙(刑戮)을 맡은 자가 매우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네가 이제 국왕의 헌법을 어기려고 하느냐?”
우바새가 형륙을 맡은 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이야말로 지혜가 없구료. 국왕이 이제 하필이면 나를 괴롭혀서 사람을 죽이게 하겠는가. 비록 육신은 왕에게 매여 전다라가 되었지만 성종(聖種)으로 따지자면 바로 법신(法身)이어서 왕에게 매인 것이 아닌 만큼, 당신이 제재할 바가 아니오.”
곧 게를 설하였다.


석가모니 세존께선
일체종지를 구족하사
인시(因時)에 교화하시므로
모든 허물을 다 제거할 수 있지만

염라왕의 법은
과시(果時)에 비로소 교화하여
고(苦)에 다다라 고(苦)를 설하므로
쉽게 무너지고 어길 수도 있다네.

그때 형륙을 맡은 자가 이 사람이 왕의 금법(禁法)을 어겼다 해서 곧 왕에게 데리고 가 말하였다.
“이 전다라가 왕의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왕의 명령을 듣지 않느냐?”
전다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이제 대왕께서도 신심을 내고 환희심을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저의 3독(毒)의 때를 제거하여
적멸인(寂滅因)을 얻게 하신
위없는 대비의
10력 세존께

금계를 받아 간직했으므로
모기와 개미 새끼에게조차도
함부로 해칠 마음을 내지 않거늘
하물며 사람의 생명이겠습니까?

그때 왕이 말하였다.
“네가 만약 죽이지 않겠다면 네 목숨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이 우바새는 진리를 본 그 힘이 있었기에 왕 앞에서도 대항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몸은 왕에게 딸렸으므로 왕께서는 저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거니와 저의 마음에 대해서는 비록 제석천왕일지라도 저로 하여금 따르게 할 수 없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매우 크게 화가 나서 명령을 내려 죽이려 했지만, 저 전다라의 아버지와 형제 일곱 명이 모두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왕이 마침내 저들을 죽이기 시작하여 두 사람만이 남아 있을 때 여섯째에게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으나 역시 명령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왕이 또 죽였다. 일곱째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왕이 또 죽이려고 하였는데, 늙은 어머니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 일곱째 작은 아이만은 저를 위해 용서하여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이제 이 아이가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늙은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모두 저의 자식들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앞의 여섯은 그대의 자식이 아니었는가?”
늙은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역시 다 저의 자식들이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째서 유독 일곱째만을 위해 그런 말을 하는가?”
그러자 늙은 어머니가 게를 설하였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여섯 자식은 다 진리를 보았으니
모두가 부처님의 참된 자식으로서
결정코 악업은 짓지 않을 것이기에
그러므로 제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이제 이 일곱째 자식만은
아직 범부 그대로라서
몸과 목숨의 핍박을 당한다면
모든 악업을 지을 것이므로
그래서 제가 지금 왕에게
그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청하옵니다.

부디 자재로우신 인간의 왕이시여
오직 바라건대 이 자식을 살려 주소서.
죽음에 닥쳐서 두려움 때문에
혹시 악업을 저지를까 염려되옵니다.

범부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
현재의 몸만 보고
후세의 일은 보지 못하나니
후세의 과보를 관찰할 수 있다면
그는 범부의 경계가 아니옵니다.

그때 대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외도에게선 아직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는데 이제 인과(因果)에 대한 이런 말을 들으니, 마치 밝은 등불처럼 분명해졌도다. 전다라의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올진대 내가 왕으로서 결정된 뜻을 내어 그들의 마을을 현성촌(賢聖村)이라 이름하리라. 이들은 전다라가 아니니, 이름은 비록 전다라지만 실제로는 고행을 닦은 자들이라 자기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거늘 하물며 친속(親屬)임에랴. 계율을 지키는 것이 재보를 지키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의 생명과 권속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계율을 지키는구나.”
곧 게를 설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종족만을 보고
마음으로 지키고 있는 계율은 보지 않지만
계율을 지켜야 종족이 되리니
계율을 지키지 않는 자라면
종족도 없어져 버리기 마련이므로
국왕인 내가 바로 전다라이고
저들은 청정하게 계를 지키는 자라네.

저들은 전다라로 태어났지만
업을 지음이 실로 청정하고
나는 비록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실재로는 전다라와 다름이 없네.

나 이제 자비심이 없어
함부로 어진 사람을 죽였으니
실재로는 내가 바로 전다라이네.

그때에 대왕은 여러 권속들을 거느리고 무덤들 사이에 가서 그 시신들에게 공양하고, 다시 게를 설하였다.

이 선한 공덕을 덮어 둠은
마치 재로 불을 덮은 것 같아서
입으로 비록 말하지 않아도
지은 업이 이미 나타났네.

이같이 계행이 굳은 자를
제석천왕이 항상 공양했으니

자기의 신명을 아끼지 않고
계행을 지켜야 하리라.

그때 저 왕은 뭇 신하들과 수천억 바라문들을 거느리고 무덤들 사이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와 같은 대사(大士)는 이름은 비록 전다라지만 실제로는 바로 큰 선인(仙人)이시다.”
그리고는 죽은 시신을 쌓으면서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왕이 다시 게를 설하였다.

꿋꿋하게 계율을 지킨 이들을
칼로써 그 몸을 분해하여
시체는 땅에 버려 두고
피 묻은 진흙으로 몸뚱이를 발랐네.

금계(禁戒)를 지켰기 때문에
오늘날 이 몸을 버리되
굳은 마음으로 악업을 범하지 않고
계율을 지키다 죽음에 이르렀으니
불법의 맛을 얻은 자
지혜로운 이는 다 그러할 것이네.

왕이 다시 게를 설하였다.

어리석음에 눈먼 자들은
탐욕의 때로 더러워지고
내 것[我所]과 모든 감관에 집착되어서
흔들리어 안정되지 못하므로

악업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채
현재의 즐거움만을 취하여
번뇌의 때에 더렵혀지거니와
지혜로운 이는 항상 관찰하되

몸과 재물을 강 언덕의 나무처럼
위태롭고도 약한 것이라 생각하여
끝내 악업을 짓지 않고
지혜의 물로 마음의 때를 씻는다.

그때 대왕은 법을 공경하였기 때문에 전다라의 몸에 가까이 가서 시체를 세 번 돌고는 오래도록 꿇어앉아 합장하고 게를 설하였다.

법에 귀명하여
잘 관찰한 이는
짧은 목숨은 버릴지언정
영원한 법은 버리지 않으리니

설령 불난 숲 속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진리를 본 이가 계를 범하는 일은
끝내 그럴 이치가 없을 것이라
이것이 바로 분명한 증거네.

이 사람은 부처님 말씀을 간직하여
끝내 두 가지 생각 하지 않았네.
진흙에 피범벅이 되어 눕게 된 것은
부처님의 계율을 지켰기 때문이니

이 시신을 불에 사른다면
곧 변하여 회토(灰土)가 되겠지만
계율을 지킨 훌륭한 법명(法名)은
이 세계가 다하도록 함께할 것이네.

무슨 인연으로 이 일을 설하는가 하면, 증득한 도의 변함 없음을 보이고자 함이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진리를 본 자는 끝내 파계함이 없다”고 하셨으니, 4대(大)2)는 깨뜨릴 수 있지만
4불괴정(不壞淨)은 끝내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다.

47

다음으로 마음에 교만이 있으면 짓지 않는 악업이 없을 것이다. 교만이란 비록 스스로를 높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비하(卑下)시키는 것이니, 그러므로 교만을 끊어야만 한다.
예전에 나는 이렇게 들었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의 형제와 권속 천 사람을 제도하셨는데, 번뇌가 이미 끊어져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졌다. 세존을 따라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3)으로 갔는데,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열두단왕(閱頭檀王)4)은 교화를 받아 따르게[調順] 되었으나 여러 석가 종족들은 그들의 족성(族姓)을 믿고서 교만한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 바가바(婆伽婆)께선 그 신체가 풍부하고도 원만하시어 비대하지도 수척하지도 않으시므로 보는 이들이 싫증냄이 없었지만, 바라문들은 오랫동안 고행한 나머지 몸이 파리하여 안으론 비록 도를 품었으나 외모가 아주 추악해서 부처님을 따라다닐 때 너무나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에 부왕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석가 종족을 출가시켜서 부처님을 따르게 한다면 서로 잘 어울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끝에 북을 치면서 외쳤다.
“석가 종족의 집안은 출가시킬 사람을 한 명씩 보내기 바라노라.”
그러자 즉시 왕의 명령을 받들어 집집마다 한 사람씩을 보내어 출가하게 하였다.
그때 우바리(優波離)가 여러 석가 종족들을 위해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즐거워하지 않으니, 석가 종족들이 이것을 보고 물었다.
“왜 우느냐?”
우바리가 대답하였다.
“이제 당신들 석가 종족의 아들들이 다 출가하고 나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그때 여러 석가 종족의 아들들이 우바리의 이 말을 듣고 나서 출가할 모든 석가 종족들은 몸에 걸치고 있던 의복과 영락, 몸을 장엄하는 도구 등을 모두 풀어서 하나의 보배 덩어리를 만들어 다 우바리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 여러 가지 물건들로 그대는 평생 동안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네.”
우바리가 이 말을 듣고는 곧 싫증내어 여의려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이제 귀한 보배와 몸을 장엄하는 도구들을 다 싫증내어 나에게 버리는데, 내가 어찌 이것들을 갖겠습니까?”
곧 게를 설하였다.

이 여러 석가 종족들은
모든 귀한 보배 버리기를
마치 더러운 쓰레기나
또는 풀이나 나뭇잎을 버리듯이
모두가 애착을 다 떠났거늘
나라고 어찌 그것을 탐내어 가지리요.

내가 만약 보배 덩어리를 갖는다면
마음속으로 반드시 탐착하여
내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리니
이것이 바로 큰 근심거리가 되리라.

모든 석가 종족들이 버린 그 근심거리를
내가 지금 설령 갖는다 해도
이것이 바로 큰 허물과 근심이 되니
마치 사람들이 토해 버린 음식을
개가 와서 받아 먹는 것 같아서
내가 남이 버린 것을 거두어들인다면
저 개와 무엇이 다르리요.

나 이제 보배 덩어리를 두려워해서
마치 네 가지 독(毒)을 여의고
선근(善根)이 안에서 돋아나듯이
보배 덩어리를 탐하지 않으려면
지금 반드시 그것을 내버리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출가법(出家法)을 구해야 하리라.

이때 우바리가 이 게를 설하고 나서 다시 게를 설하였다.

다른 사람이 수승한 법을 얻는 것 보고
비로소 기뻐하며 받들 마음을 내오니
바라건대 저의 이 몸으로 하여금
저들과 함께 수승한 일 얻게 하소서.
저도 이제 출가하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방편을 닦고자 합니다.

이때 우바리가 다시 생각하며 말하였다.
“나도 지금 결정코 반드시 출가하길 다만 부지런히 구해야 마땅하리라. 천 명의 바라문은 먼저 부처님 처소에서 이미 출가하였고, 석가 종족인 찰리(刹利) 종성도 5백 명씩이나 역시 출가했으니 말이다. 바라문과 찰리 두 종성은 모두 귀한 종성이지만 나는 수타(首陁) 종성이라 비천하고 낮은 신분일 뿐더러, 또 내가 천한 일[役]을 하고 있으니, 저 수승한 종족들 가운데 출가하기를 구한들 그 어찌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내가 지금 무슨 세력이 있어서 이들 가운데 출가할 수 있으랴.”
곧 게를 설하였다.

찰리 종성은 순수하고 깨끗하며
바라문들은 배운 것이 많아
마니(摩尼) 보배 같은 곳에 태어난 그들이
이제 다 여기 모여 있네.

나의 몸은 수타 종성이니
어찌 함께 참여할 수 있으랴.
마치 부서진 쇳덩이가
진금(眞金) 사이에 섞여 있는 것 같구나.

내가 듣건대 바가바 불타께선

일체의 지혜를 구족하셨다니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이에게 나 이제 나아가리.

깨끗이 해야 할 것을 깨끗이 하지 못하고
벗어나야 할 것을 벗어나지 못한
일체의 외도 무리들은
해탈처를 알지 못하지만
오직 번뇌를 아주 끊으신 이만이
해탈처를 아시네.

이때 우바리는 이 게를 설하고 나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오래 꿇어앉아 합장하고서 게를 설하였다.

네 가지 종성이
모두 출가할 수 있으리까?
열반과 해탈의 즐거움을
저희들도 얻을 수 있으리까?

거룩하도다, 세간을 구제하시는 이시여.
대자비하신 평등한 마음으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출가의 길을 허락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우바리의 마음이 조순하게 되고 선근이 무르익어 교화하여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곧 장엄한 상호(相好)의 오른손을 들어 그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너에게도 출가할 것을 허락하노라. 외도들은 비밀법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지 않지만 여래는 그렇지 않아서 대비의 평등한 마음으로 치우침 없이 동등하게 법을 설하여 그 수승한 도를 보여 구제하되, 마치 시장에서 물건 파는 사람이 귀천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불법도 또한 그러하여 빈부와 종성을 가리지 않느니라.”
곧 게를 설하였다.

뉘라서 맑게 흐르는 물을 마시고
허덕이는 가슴이 채워지지 않으며
뉘라서 밝게 타오르는 등을 잡고서
칠흑 같은 어둠을 없애지 못하랴.

일체종지의 법이야말로
일체 중생이 다 함께 지녔나니
이 지혜의 법을 수행하는 이라면
뉘라서 수승한 이치를 얻지 못하랴.

마치 석밀(石蜜)을 먹으면
귀천이 동등하게 갈증이 없어지는 것 같이
찰리나 바라문 할 것 없이
불법은 널리 평등해서
3유(有)를 다하게 될 때엔
모든 종성이 똑같아 다름이 없도다.

마치 세 가지 약으로
풍(風)ㆍ냉(冷)ㆍ열(熱)을 다스리는데
약은 종성을 가리지 않고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두 치료하는 것처럼

법의 약도 또한 이와 같아서
탐욕[貪]ㆍ성냄[恚]ㆍ우치[癡]를 다스리되
네 종성의 것을 모두 다 제거하여
높고 낮음의 차별이 없으며

또 불이 물건을 사를 때에
땔감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듯이

독충도 또한 불과 같아서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으며

물로 몸을 씻으면
네 종성 모두 때가 없어지는 것처럼
괴로움의 변제(邊際)를 다하게 되면
모든 종성을 널리 다 떠날 수 있네.

그때 세존께선 마치 맑게 갠 하늘에 구름 한 점도 가리움이 없는 것 같으시어 깊고도 먼 음성을 내시되, 우레 소리 같기도 하고 큰 용왕이나 우왕(牛王) 소리 같기도 하며 가릉빈가(迦陵頻伽)5) 소리 같기도 하고, 봉왕(蜂王)ㆍ인왕(人王) 소리 같기도 하며, 천상의 악기 소리 같기도 한 범음성(梵音聲)을 내시어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하기를 바라느냐?”
우바리가 이 음성을 듣고서 환희심을 내어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출가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바리야, 어서 오너라. 비구여, 너는 이제 이곳에서 범행을 잘 닦아야 한다.”
이 말을 듣고 나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니, 위의가 가지런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해 마치 오래 된 비구 같았다.
한편 5백 명의 석가 종족들은 모두 네 차례의 갈마(羯磨)6)를 아뢰면서 구족계를 받았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이제 방편을 써서 여러 석가 종족들의 교만한 마음을 제거해야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세존께서 여러 석가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여러 오래 된 비구 상좌인 교진여(憍陳如)ㆍ아비마사(阿毘馬師) 비구들에게 차례대로 예경해야 한다.”
비구들 중에서는 우바리가 가장 아랫자리에 있었고, 석가 종족들 중에서는 석현왕(釋賢王)이 선두[導首]가 되었다.
그때 여러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차례로 상좌 비구들의 발에 예배하다가 우바리에 이르러서 그 발이 이상하게 생긴 것을 보고는 곧바로 우바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여러 석가 종족들이 매우 놀랍고도 괴이쩍어하며 마치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언덕에 부딪쳤다 돌아치는 물결처럼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태양의 종족인 찰리 종성으로 세간의 존중을 받거늘, 어찌 이제 자기의 노복이었던 비천한 성바지[姓] 출신의 머리나 깎는 종성에게 예경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들은 지금
세존께 가서 이러한 사실을 자세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바리에게도 예경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석가 종족들에게 타이르셨다.
“지금 우리들 종성에게는 이 법이 바로 교만을 끊는 것이니라.”
그때 여러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수타라 종성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가 무상(無常)하니만큼 종성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무상이 한맛[一味]인 것처럼 종성도 또한 그러하거늘 무슨 차별됨이 있겠느냐?”
여러 석가 종족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머리털이나 깎는 종성이고, 저희들은 태양 성바지[日姓] 중에서 나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석가 종족들에게 타이르셨다.
“일체의 세간이 꿈 같기도 하고 눈속임 같기도 하거늘 종성 가운데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여러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노복이었고, 저희들은 주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일체 세간이 다 은애(恩愛) 때문에 노복이 되었느니라.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고는 귀천의 다름이 없으니, 너희들의 교만을 버려야 한다.”
그때 여러 석가 종족들은 마치 피어나는 꽃과 같이 단정하고 위엄이 있으며 빼어나게 특별한 모습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의심을 품은 채 주저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반드시 저희들을 우바리의 발에 예배시키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석가 종족들을 타이르셨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체의 모든 부처님께서 출가시키는 법이 다 이와 같으니라.”
그때 여러 석가 종족들은 부처님께서 거듭 말씀하시는 출가법을 듣고 나서 마치 바람 자는 나무처럼 엄연히 서 있는가 하면 마음속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모두 한소리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길 수 있겠는가? 마땅히 그 가르침을 따라야 하리라. 먼저 출가한 지혜로운 사람들이 말하기를, ‘여래께서 우바리를 먼저 제도하신 까닭은 모든 석가 종족들의 교만한 마음을 꺾어 부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였네.”
이에 석가 종족들은 교만을 버리고 출가법을 따랐고, 또한 미래에 출가할 귀족들이 법을 따르게 하기 위해서 발타석(拔陁釋) 등과 같이 오랫동안 교만에 젖어 있던 이들도 이제 그 교만의 뿌리를 뽑아 버리고 우바리의 발에 예배하였다.
예배를
올릴 때에 온 땅의 성곽과 산림과 강과 바다가 모두 다 진동하였고, 여러 하늘들이 외쳐 말하였다.
“석가 종족들이 오늘에야 교만의 산을 무너뜨렸구나.”
곧 게를 설하였다.

오호라, 종족의 위의와 힘과 재보의
그 모든 교만함을 다 버리고서
마치 바람 따라 쏠리는 나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순하여
태양의 종족인 찰리 종성이
모두 우바리에게 예를 올리니

아만심을 없애 버리고
모든 감관이 다 고요해진
이 큰 수승한 사람들이야말로
거짓도 아첨도 없이 진실하여
복과 이로움, 뭇 덕을 갖추었도다.

대나무 숲처럼 많은 수의
이름난 바라문과 귀족, 찰리 등
이러한 덕명(德名) 있는 무리들이
모니의 법으로 다 들어가니

장엄한 모든 성중(聖衆)들이
마치 별들이 달을 에워싸고
공중에 나열해 있는 것과 같네.

아, 그 법 치성하기도 하구나.
여래의 큰 법 바다 속에
최상의 공덕수(功德水)가
담담히 가득 차 넘침은
뭇 강물이 다 모여들기 때문이라.

세간의 뭇 수승한 지혜가
불법으로 돌아오지 않음이 없으니
사람과 하늘의 무리들이 더욱 늘어나도다.

괴로움이 바로 해탈의 길이라고
여래께서는 잘 분별하시어
설법으로 교만을 멸하시니
바닷물이 다 한맛[一味]인 것처럼
제자들도 모두 한가지 맛이네.

무슨 인연으로 이 사실을 말했는가 하면, 불법이 세간에 출현한 것은 교만을 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48

다음으로 진리를 얻어 본 자는 천마(天魔)나 외도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방편을 닦되 반드시 진리를 보기를 구해야 한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수라(首羅) 거사가 매우 인색[慳恡]하므로 사리불(舍利弗) 등이 그 집에 갔다 돌아와서는 게를 설하였다.

나쁜 도의 깊이가 바다와 같고
어지러운 마음이 탁한 물 같아서
간탐의 물결에 떠다니며
말끝마다 물건이 없다 하네.

질투의 큰 강물에
삿된 소견의 물고기와 자라 무리가
이러한 곳에 가득 차서
쉴 새 없이 떠돌아다니는구나.

이제 그 간탐의 뿌리를 뽑아

보시의 과보를 성취할지니
대비하신 세존의
두려움이 없는 제자로서
모든 괴로움과 재앙에 빠진 자들을 보면
우리들이 구제해야 마땅하리라.

그때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일찍 일어나 옷을 입고서 발우를 잡고 수라 장자의 집을 향하여 보시를 찬탄하니, 때에 저 장자는 기쁘지 않았기 때문에 창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으므로 가섭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초청을 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걸식하고자 해서인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나는 항상 걸식을 하오.”
장자가 말하였다.
“당신이 만약 걸식하는 거라면 식사 때를 맞추어 와야 하지 않겠소.”
가섭이 곧 가 버렸다. 이와 같이 사리불과 목건련 등 여러 큰 제자들이 차례로 그 집에 갔으나 아무도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그 집으로 가시어 수라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닦아야 하리라.”
수라 장자가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크게 근심스럽고 괴로워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작은 보시도 닦지 못했는데 어째서 나에게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닦으라고 말씀하시는 걸까? 여래의 법 중에 어찌 다른 법이 없을까마는 여러 제자들이 나에게 보시를 권했고, 이제 세존께서도 보시를 가르치시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잘것없는 작은 보시도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하물며 다섯 가지 큰 보시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살생하지 않는 것이 큰 보시며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邪婬)하지 않으며 망령된 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이러한 것들을 다섯 가지 큰 보시라고 하느니라.”
장자가 이 말씀을 듣고는 큰 환희심이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다섯 가지 일을 털끝만큼도 손상하지 않는다 해서 큰 보시라는 명칭을 얻는다면, 어찌 이것을 하지 않으리요.’
이렇게 생각하고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서 깊은 환희심과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바로 조어장부(調御丈夫)라는 이 말은 진실되어 허망하지 않지만 스스로 세존이 아니고서야 뉘라서 이해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말씀을 뉘라서 공경하여 따르지 않고 감히 어기는 자가 있으리요.”

게를 설하였다.

견줄 데 없는 얼굴빛에다가
이 세간에 다시없는 변재로서
세존께서 때에 맞게 설하시니
그 범음(梵音) 아름답고도 묘할 뿐더러
말씀하신 것이 끝내 허망하지 않으므로
들은 이는 모두 다 과(果)를 얻게 되네.

이 게를 설하고는 깊이 부처님께 환희심을 내어 곧 창고로 들어가 담요 두 장을 갖고 나와서 부처님께 보시하려 했으나, 또 스스로 생각하기를,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하고 한 장만 보시하려다가, 또다시 생각하기를, ‘너무 적기 때문에 도로 두 장 다 드려야겠다’고 하였는데,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곧 게를 설하셨다.

보시할 때나 싸움할 때나
그 말이 다 동등해서
두 가지 덕(德)에 머물지 않으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용렬한 장부나 하는 짓이라.
보시할 때나 싸움할 때나
그 짓는 인연은 동등한 것이네.

그때 수라 장자는 이 게를 듣고서 ‘여래 세존께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아시는구나’ 하고 기뻐 뛰며 그 간탐하는 마음을 깨 버리고는 담요를 받들어 부처님께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도 수라가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줄 아시고 그에 맞게 법을 설하시어 수라의 20억 아견(我見)의 뿌리를 다 깨뜨려 수다원(須陀洹)을 얻게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머무시는 처소로 돌아가려 하시니, 수라가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전송하고서 집으로 돌아와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때마침 마왕(魔王)이 수라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당장 수라 장자의 처소로 가서 그 착한 마음을 깨뜨려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32상과 80종호를 갖춘 부처님으로 변신하여 수라의 집으로 가서는 곧 게를 설하였다.

몸이 청정한 금산(金山) 같아서
둥그런 광명이 밝게 타오르며
자유로이 변화를 나타내되
한가로운 걸음걸이 코끼리 왕 같구나.

수라 장자의 문으로 들어오니
마치 태양이 흰 구름 속으로 들어오는 듯
보는 이들 싫증냄이 없어
밝기가 백천의 태양 같네.

그때 광명이 수라의 집을 비추니, 수라는 놀랍고 의심스러워 ‘이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이글거리는 진금(眞金) 덩어리 같은 광명이
내 집안 가득 충만하니
마치 해가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그 빛이 배나 더 밝네.

이 게를 설하고는 마치 저 감로수를 그 몸에다 뿌린 듯이 지극한 환희심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큰 복이 있어 여래께서 지금 다시 우리 집에 오시는구나. 그렇지만 두 번째 오셨다고 해서 희유한 일이라 할 것은 없으니, 왜냐 하면 여래 세존께선 항상 자비로 제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시기 때문이다.”
다시 게를 설하였다.

머리는 마타과(摩陁果)7) 같고
피부는 청정한 진금 같으며
눈썹 사이 흰 터럭의 모습과
눈은 깨끗하고 길고도 넓네.

피어나는 푸른 연꽃처럼
고요하게 잘 조복되었으며
두려움 없는 조용한 걸음걸이
용모 또한 빼어나고 미묘하도다.

둥근 광명은 한 길[尋] 가득하고
밝은 달처럼 자신을 장엄하고서
용맹하게 스스로 외치기를
내가 이제 진짜 부처라 하네.

그때 마왕은 자기를 극진하게 장엄하고서 수라 장자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내가 지난번에 말하기를 ‘5음(陰)의 괴로움은 습(習)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8정도를 닦아서 그 5음을 멸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삿된 말이네.”
그때 저 수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서 매우 의심스럽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얼굴 모습은 부처님 같은데 말하는 것이 영 아니구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이 뒤바뀌어 있는 것인가. 그 말을 들어 보건대 탐욕과 질투가 심한 자이니, 어떤 나쁜 사람이 부처님 형상으로 변화한 걸까? 마치 꽃무더기 속에 검은 독사가 있는 것 같구나. 내가 지금 살펴보건대 이는 틀림없는 마군이니, 침(針)을 파는 사람이 침쟁이 집에 와서 침을 팔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격이로다. 네가 이제 마왕 파순(波旬)일진댄 부처님 제자인 나의 말을 들어 보아라.”
곧 게를 설하였다.

거위의 날개로 수미산을 부채질한다면
오히려 그 산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라도
진리를 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대를 따르도록 한다는 것은
끝내 그럴 이치가 없을 것이다.

그대가 육신의 눈은 미혹시킬 수 있어도
법의 눈만은 미혹시킬 수 없을 것이니
부처님께서 이런 일을 아셨기 때문에
일찍이 이와 같이 일러 두셨네.


‘육신의 눈은 아주 미열(微劣)해서
참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만약 법의 눈을 얻은 이라면
바로 석가모니 세존을 볼 것이로다.’

나는 법의 눈이 청정해져서
번뇌를 끊은 이를 보았으므로
끝내 그대의 말에 따르지 않으리니
그대 자신만 헛되이 피로할 뿐
나를 미혹시켜 어지럽히지는 못할 것이네.

그대가 바로 악마 파순인 줄을
나 이제 자세히 알았으니
이 네 가지 진리를 본 사람은
끝내 이동시킬 수 없는 것이라.

마치 동전에다 금을 발라서
금 파는 사람을 속이려 해도
이 일이 성취되기 어려운 것은
바깥 모양만 금 빛깔이고
그 안은 사실 구리이기 때문이며

또 호랑이 가죽으로
나귀 몸을 덮은 것과 같아서
형색으로는 육신의 눈을 미혹케 하지만
말을 들으면 그대의 헛됨을 알 수 있으니
마치 불에 차가운 상[冷相]이 있고
바람의 상이 항상 머물러 있는 것 같음이네.

설령 햇빛을 어둡게 하고
달을 뜨거운 모습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진리를 본 사람의 마음만은
움직이지도 흔들지도 못할 것이며

설사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풀ㆍ나무ㆍ기와ㆍ돌 따위와
사슴과 새, 날짐승과 길짐승을
모두 다 부처님 형상으로 만든다 해도

나의 뜻만은 움직일 수 없거늘
하물며 이제 다르게 변화시킨 모습이
그대 한 마군에 불과할진대
어찌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겠는가.

수라가 갖가지 말로
호되게 마왕 파순을 꾸짖기를
마치 용감한 사람이 적진에 들어가
용렬한 자를 두들겨 부수듯 하니
이때 마왕은 곧 공포에 떨며
재빨리 천궁으로 돌아가고 말았네.

사자 왕이 머무는 곳에
코끼리가 왔다가는 이내 달아나듯이
파순도 또한 그와 같았나니
진리를 본 자가 머무는 곳엔
어떤 마군도 감히 덤빌 수 없다네.

49

다음으로 선정(禪定)을 얻지 못하면 목숨이 끝날 때에 안정을 얻을 수 없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바수왕(婆須王) 때에 다시나가(多翅那迦)라는 시인(侍人)이 있었다. 왕이 그를 매우 친애하였으나 헐뜯음을 당하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다시 더 참훼(讒毁)하는 자가 있으므로 왕이 크게 분노하여 사람을 보내 죽이려고 하였다.
그때 여러 권속들이 모두 다 와서 그를 에워싸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의 총명한 지견(知見)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거늘 지금 어째서 그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는가? 이제 죽을 때가 다가오니 어떤 일이 가장 괴로운가?”
나가가 대답하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공포심 때문에 마음을 안정시킬 수가 없네.”
곧 게를 설하였다.

나 과거에 부모 친척과
권속들과 이별할 때에
헤어짐의 근심과 고통도
지독한 괴로움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죽음의 고통에 비한다면
저 고통은 보잘것없는 것이네.

또 다른 고통들과 비교해 본다면
죽음의 고통도 그다지 큰 것이 아니니
태어날 곳을 알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타는 듯이 괴롭도다.

지금 가는 길이 빠르고도 빨라서
어느 곳으로 가는 건지 알지 못하고
이 몸이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했거늘
뉘라서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으리요.

마치 소경이 먼 길을 떠나가듯
어디로 가야 하는지 끝내 알지 못하기에
정신이 매우 쇠하여 무너지는 것이
저 흩어지는 모래 덩어리를
누구도 막아 낼 수 없는 것과 같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마음이 있는 것은 심사(心使)8)로 말미암아서이니
나는 이제 마음이 뒤바뀌고 어지러우므로
좋은 곳에 태어나기 어려운 일이라.

마음이 자유롭기 때문에
뜻대로 모든 갈래를 취하거늘
지금 내 마음은 조급하고 시끄러워
붙잡아 머물게 할 수 없으며

나는 예날부터 어리석고 얄팍해서
5욕락(欲樂)에만 탐착하였으니
몸 안을 잘 관찰하여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생각을 단단히 묶어둘 수 없었네.

어떤 산 숲이라도 의지하여
단정히 앉아 마음을 한 곳에 둘 것인데
이같이 가장 훌륭한 일을
이제서야 비로소 부러워하니
복장(伏藏)9)인 선정을 얻은 저 사람은
안락하고 적정을 얻었기 때문이네.

나는 모니께서 말씀하신
세 게송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게을러서 법답지 못한 일을 행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수행하여
정작 의리(義利)는 다 버리고
좋아하는 곳에만 탐착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선한 곳을 닦으려 하매
알지 못하는 새에 죽음이 갑자기 이르니
저 평탄하고 바른 길을 버리고서
이 삿되고 험난한 길을 따르는 것은
마치 굴대가 부러져 가지 못하는 수레를
앉아 지키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과 같음이라.

진리 그대로의 법을 어기고서
이치 아닌 일을 수행하였으니
어리석은 범부는 죽음에 이르러
부러진 굴대를 지키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리라.

“무슨 연고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과거에는 잘 관찰하지 못하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내고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놀라고 두려워 비로소 선관(禪觀)을 익히지만, 5욕락을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여 뉘우치며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이네.”
곧 게를 설하였다.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전일한 생각으로
5욕상(欲想)을 다 없애 버리겠지만
쉬지 않고 닦아 마음을 잡은 이라야

목숨이 끝날 때 후회함이 없으리니
마음과 뜻이 이미 전일하다면
뒤섞여 어지러운 마음이 없을 것이네.

지혜로운 이는 애써 마음을 붙잡기에
죽음에 이르러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경계에 닥쳐서 마음이 전일하지만
마음을 오로지 닦지 못한 사람은
임종할 때에 반드시 흩어져 어지러우리니

마음이 만약 산란하다면
마치 말을 길들여 연자매에 쓰다가
전투할 때가 되어서 쓰면
빙빙 돌기만 하고 곧바로 가지 못하는 것과 같네.

“미리 잘 관찰하지 못한 자는 다섯 가지 감관을 다스려 거둘 수 없으므로 죽을 때가 되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우니, 마치 창고 안의 투구와 갑옷이 썩었기 때문에 적군과 싸울 때 그 무기들이 다 파괴되는 것처럼, 마음을 닦아두지 않으면 목숨이 끝날 때에도 또한 그러하리라.”

50

다음으로 진실한 공덕이 있는 이는 마땅히 공양할지니, 지혜로운 이라면 덕 있는 사람을 항상 공경할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아월제국(阿越提國)에 인제발마(因提拔摩)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수리발마(須利拔摩)라는 아우가 있었다. 이들 형제 두 사람이 나라를 두고 서로 싸웠으니, 수리발마가 올가미 끈을 던져 인제발마의 머리를 걸어서 급히 잡아당기자 인제발마가 매우 두렵고 겁이 나서 이렇게 염원하였다.
‘지금 만약 이 올가미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불법에 따라 반차우슬회(般遮于瑟會)10)를 베풀리라.’
이렇게 염원하자 과연 올가미 끈이 곧 끊어졌고, 이에 왕은 불ㆍ법ㆍ승에 대해 깊은 믿음과 공경심을 내어 대신(大臣) 부자연밀다(浮者延蜜多)에게 명하여 반차우슬회를 준비하게 하였다.
그때 대신은 곧 왕의 명령을 받들어 반차우슬회를 열었고, 사람들에게 두루 음식을 돌리도록 하였다. 저 대신이 상좌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들을 보니, 어떤 비구가 음식을 반쯤 남겨 두었다가 주원(呪願)을 마친 뒤에 이 남겨 둔 음식을 발우에 담아 자리에서 일어나 가기를 이와 같이 두세 번 되풀이하였다. 대신이 이것을 보고는 불신하는 마음이 생겨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비구는 반드시 청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끝에 이 일을 갖추어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대신에게 물었다.
“경(卿)은 지극한 신심을 얻었는가?”
대신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신심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한 상좌 비구가 음식을 반쯤 남겨 두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지고 가니, 분명 이 음식을 다른 부녀에게 주려는 것이 틀림없으므로, 제가 이것을 보고 의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대신에게 타일러 말하였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라. 그대는 이제 망령되게 남을 저울질해 헤아리지 말아라. 그대는 지혜의 힘도 없으면서 어떻게 앞사람을 분별할 수 있단 말인가?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길, ‘만약 망령되게 중생들을 저울질해 헤아린다면 이는 반드시 자신을 상해(傷害)하는 것이 되리라’라고 하셨으니, 그대는 이 뒤바뀐 삿된 소견을 짓지 말게나.”
그리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계율ㆍ선정ㆍ지혜ㆍ열반에
다문(多聞)과 깨달음의 지혜를 얻은 이는
다 이 선서(善逝)11)의 제자이니
공덕을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마치 재가 불을 덮고 있는 것 같도다.

오랫동안 지혜와 계행에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길
‘네가 함께 있어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그의 수행을 알겠느냐?’라고 하셨으며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암마라과(菴摩羅果)12)를 네 종성에 비유하사
‘오직 착하고 훌륭한 장부라야만
잘 알아서 분별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부처님처럼 말할 수 있는 자거나
부처님과 동등한 자라야만
비로소 사람을 헤아릴 수 있으므로
그대가 불제자를 경멸해선 안 되리라.

함부로 분별하는 생각을 내는 것은
마치 복장(伏藏)에
흙이 그 위를 덮고 있으므로
아래 보물이 있는 줄을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으니

그대는 가지 말고 기다리게나.
내가 가서 관찰할 것이네.
지금부터 몸소 스님들을 공양하려 하니
어리석은 이는 좋은 약을 먹어도
곧 변하여 독이 되느니라.

그때 대왕이 몸소 스님들 가운데 나아가 손수 음식을 받들어 대중 스님들을 공양하였는데, 때에 상좌 비구가 여전히 음식을 남겨 두었다가 주원(呪願)이 끝난 뒤에 곧 가지고 가니, 왕이 바로 상좌 비구의 뒤를 따르면서 말하였다.
“상좌께선 나이가 많으시니 발우를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상좌 비구는 어렵게 여겨 발우를 주지 않았으며, 왕이 굳이 뒤따라가면서 발우를 받으려 하였으나 전다라(旃陀羅) 마을에 이르기까지 발우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저 상좌가 곧 게를 설하였다.


나는 그대의 청정한 신심이
바로 중생을 구제할 자비심인 줄 알겠으니
대왕은 비록 혼탁한 세상에 태어났지만
위의가 매우 장엄하고 단정하여
과거세의 어떤 훌륭한 왕이라도
다 대왕에겐 미칠 수 없네.

사람들은 나의 계행은 알지도 못하면서
다만 그 출가한 모습만 보았기에
일찍이 오고 가는 이가 없었고
또한 되갚을 것도 없었는데

이제 대왕께서 깊이 사랑하고 공경하는
은혜가 아버지[慈父]보다 더하니
비록 그대의 마음은 보지 못해도
모든 감관이 다 화평하고 기쁩니다.

태양이 허공에 솟아오를 때
빽빽한 구름에 덮여 나타나지 않는
비록 이러한 장애가 있을지라도
꽃이 피면 해가 돋은 줄 아는 것처럼

대왕이 지닌 그 깊은 신심이
일찍이 없던 기특(奇特)한 것임을 알겠으니
스스로 몸을 낮춰 굽혀 가면서
나를 위해 발우를 들어 주려 할 만큼
부귀영화와 복리(福利)를 갖추었음에도
교만하거나 방일하지 않네.

모든 왕들은 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교만이 그들의 눈을 어둡게 하여
온갖 악업을 함부로 저질러서
허다하게 타락하고 실수하기 마련인데

이제 대왕만은 용감한 지혜의 힘이 있어
재물의 보시를 잘 하실 뿐더러
몸을 아지랑이같이 관(觀)하여
견실한 법을 취할 줄 아는지라

요약하여 말하자면
일체를 모두 더욱 자라게 해서
그대처럼 스스로 조순(調順)하는 것이
교화 가운데 최상이므로
대왕의 뛰어난 행도(行道)를
모든 중생들이 따라 행할 것이로다.

“내가 지금 이미 왕의 공양을 받았는데도 왕께서 마음을 낮추고 나를 따라와 발우를 들어 주겠다고 하니, 공양에 이미 만족했으므로 발우까지 들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 저 왕이 다시 은근히 따라가면서 거듭 발우를 청하자, 비구가 생각하기를, ‘지금 대왕이 무엇 때문에 굳이 나의 발우를 얻으려 하는 것일까?’ 하고는, 곧 선정에 들어 관찰하여 왕이 대신을 조복시키기 위해서 발우를 청하는 것임을 알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어리석고 어두운 저 범부가
수미산을 움직이려고 하니
나 이제 발우를 주어
그의 마음과 뜻을 보호하리라.

아무리 헐뜯고 칭찬하려 해도
나의 마음은 도무지 다름이 없으니
나에게 불신하는 마음을 내는 자는
허다한 사람들에게까지 손해를 끼칠 것이네.

이 게를 설하고 나서 발우를 왕에게 주니, 왕은 마치 푸른 연꽃을 잡은 코끼리처럼 발우를 붙잡고서 비구를 따라 전다라의 집에
도착하였다.
그때 저 비구가 왕을 청하여 그 집으로 인도했으나 왕은 들어가려 하지 않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자 이미 아나함(阿那含)의 과위를 얻은 비구의 노모(老母)가 천안(天眼)을 구족하여 남의 마음을 잘 알고, 또 다른 사람의 선근 인연을 알기 때문에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겁약(怯弱)하게 굴지 마시고 우리 집에 들어오십시오.”
곧 게를 설하였다.

그대는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는 수다원(首陁洹)들이 모여 있는 집이지
전다라의 집이 아닙니다.
맏아들은 아라한을 얻었고

셋째는 수다원을 얻었으며
나는 바로 일체지(一切智)이신
부처님의 우바이(優婆夷)로서
이미 아나함(阿那含)을 얻었습니다.

그대는 다만 계행을 관찰할 뿐
출생한 곳은 묻지 말아야 하고
다만 우리의 도덕을 취할 뿐
집안의 권속들은 보지 말 것이니

마지막으로 이 집에 태어났으나
공덕에 수승함이 있다면
마치 모래와 돌 사이에서
좋은 진금이 나오는 것과 같도다.

이란(伊蘭)13)도 불을 낼 수 있고
진흙 속에서 연꽃이 자라나니
사람을 관찰한다면 도덕을 취할 것이지
어찌 반드시 그 종성을 따지리요.

이란이건 전단(旃檀)이건
불을 붙이면 모두 날 것을 익힐 수 있으니
둘 다 똑같은 작용을 하는 것처럼
공덕도 평등하여 다름이 없도다.

왕이 노모가 설하는 이 게를 듣고는, ‘아, 이 노모야말로 법 가운데 대인(大人)이로다. 부처님께서는 대자비하셔서 전다라들로 하여금 죽지 않을 곳을 얻게 하기 위하여 종성을 가리지 않으시고 부처님 법을 설하셨기에 이 전다라 중에서도 사자후를 외치는 자가 있구나’ 하고는, 왕은 또 생각하기를, ‘만약에 종족을 공양한다면 공덕을 잃을 것이고, 공덕을 공양한다면 전다라를 분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왕은 다시 게를 설하였다.

다만 공덕을 공양할 뿐이고
출생한 곳은 보지 말아야 할지니
바라문들이 비유해 말하기를
‘진흙에서 자라난 연꽃이지만
하늘과 아수라들이 높이 받들어
다 머리 위에 모신다’고 하였네.

바라문도 허물이 있으면
지혜로운 이들에게 버림을 받으리니
악업을 저지른 죄과가 있다면
누가 허물 없다고 말하겠으며
전다라에게도 공덕이 있다면

어찌 그 공덕을 취하지 않으리요.

실제로 공덕이 있는
이와 같은 전다라에게
나는 마땅히 공양을 하리니
이러한 전다라가
산림에서 고행을 닦는다면
이를 선성(仙聖)이라 부를 것이니
전다라가 아니기 때문이라네.

전다라가 사슴을 죽이면
왕은 그 고기를 먹고
그가 만든 화살을 가져다가
왕은 다시 쏘는 데 사용하니

이러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마땅히 수순하여 행하리니
공덕이 있는 전다라라면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요.

이 게를 설하고 나서 왕은 그 집에 들어가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합장하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노모에게 먼저 예를 올려야 할까, 부처님께 먼저 해야 할까. 여래 세존께서 전다라들에게 이런 바른 길을 보여 주시고, 또 일체 중생들에게도 안온(安隱)한 바른 길을 보여 주셨으니만큼 부처님께 먼저 예배해야 할 것이다.’
곧 게를 설하였다.

고행하는 선인(仙人)에게 귀의하나니
의왕(醫王) 가운데 최상이신
부처님을 나도 이제 위하기 때문에
하천한 이에게도 공경하여 예를 올리네.

까마귀와 사슴이 수미산을 의지하면
다 같이 금빛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다른 이에게 듣기는 했지만
부처님이라는 수미산을 의지함으로써
천한 자가 귀하게 되는 이 현실을
나 이제 증거를 보고 알았네.

일체종지의 바다에서 청정한 뜻으로
중생들을 저 언덕에 제도하시니
오직 부처님만이 세간을 구제하시는 이로서
자비가 평등하시며 나쁜 뜻이 없으시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에게
가장 친하여 사이가 두터우시며
하나의 해탈을 갖가지로 분별하여
설하실 수 있지만
저 외도들은 뒤바뀐 소견 때문에
멋대로 종성(種姓)을 분별하는구나.

이 때 대왕은 이 게를 설하고 예를 갖추고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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