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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61 불교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13권

by Kay/케이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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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13

 

 

대장엄론경 제13권


마명보살 지음
후진삼장 구마라집 한역


66

다음으로 불탑에 공양하는 그 공덕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니, 그러므로 애써서 마음으로 공양해야만 할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는데, 어떤 색다른 향기가 풍겨 그 향내가 하늘의 향내보다 더 좋았으므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곧 세존께 아뢰었다.
“어디서 나는 향내입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이 향내가 나는 곳을 알고 싶은가?”
왕이 곧 아뢰었다.
“예, 그렇습니다. 듣고 싶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니, 곧 붉은 전단(栴檀)나무 같은 뼈가 나타났는데, 길이가 다섯 길[丈]이나 되었다.
여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맡았던 향내가 이 뼈에서 나온 것이오.”
그러자 바사닉왕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연유로 이 뼈에서 향내가 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잘 들으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세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교화의 인연을 끝내고 열반에 드셨는데, 그때에 가시(伽翅)라는 왕이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칠보탑을 세웠으니 높이와 너비가 2유순(由旬)이었고, 또 나라 안에 명을 내려 모든 꽃이란 꽃은 다 불탑으로 가지고 와서 공양해야지, 다른 곳에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소.
그러던 차에 저 나라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음녀(婬女)와 정을 통하여 음욕에 빠져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일체의 꽃들이 다 가섭불탑에 있는 것을 알고는 음욕에 눈이 어두워 곧 불탑으로 들어가서 꽃 한 송이를 가져다가 음녀에게 주었소.
그러나 저 장자의 아들도 부처님의 공덕만은 알고 있었고, 자신이 음욕에 미쳐서 이 법 아닌 짓을 저질렀기에 곧 참회하는 마음이 생겨
음욕의 정이 식게 되었소. 그 이튿날엔 이미 싫증내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 이렇게 생각하였소.
‘불탑에 있는 꽃을 훔쳐다가 저 음녀에게 주었으니, 나야말로 불선(不善)하기 짝이 없구나.’
그리고서 곧바로 깊이 참회하였으나, 온몸에 종기[瘡]가 생겨나기 시작하여 처음엔 마치 겨자씨만 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커져서 빈 곳이 없게 되자, 곧 게를 설하였소.

내가 이제 착하지 못한 일을 저질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겼으니
이는 바로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
부끄러움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라.
선서(善逝)의 말씀을 어긴 내가
어찌 불제자가 될 수 있으랴.

일체의 모든 인민들은
감히 왕의 명령도 어기지 않거늘
유독 나 혼자만 나라의 법제와
믿음의 법을 허물고 범하였으니
이제 나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실로 저 금수(禽獸)와 다르지 않구나.

복밭 가운데 으뜸인 것은
세존의 탑보다 더한 것이 없거늘
나는 어리석기 때문에
꽃을 훔치는 더러운 일을 저질렀네.

어찌 이 손과 팔이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며
또 어찌 이 큰 땅덩어리가
꺼지지 않고 나를 실어 줄까?

이상하구나. 이 음욕이란 것이
모든 선행을 마구 다 불사르고
음욕에 미혹되어
어두운 늪으로 들어가
번뇌라는 적(賊)에게 겁탈을 당하게 되네.

이제 나는 음욕에게 부림을 당하여
그 과보를 관찰하지 못하고서
꽃을 훔쳐 스스로를 장엄했기에
오랫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니
곱으로 참회하는 마음을 내어
이 몸을 더욱더 태워야 하리라.

그때 저 사람의 몸에 생겨난 종기가 갑자기 터져서 아주 더러운 냄새를 풍겼으므로, 저 사람의 부모 형제들이 모두 와서 살펴보고 냉약(冷藥)을 주어 그 병을 치료했으나 병은 점점 더해만 갔소. 다시 훌륭한 의사를 불러 거듭 진찰하게 하니,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을 그 몸에 발라야만 병이 나을 것입니다’ 하므로, 때에 저 부모들이 곧 비싼 값으로 우두전단향을 사서 아들의 몸에 발라 주었으나, 결국 아무런 차도도 없고 병만 더해갈 뿐이었소.
그러자 저 사람이 놀라고 두려워서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말하기를, ‘한갓 수고만 허비할 뿐입니다. 저의 병은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지 몸의 병이 아닙니다’ 하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기를, ‘어째서 마음의 병이라고 하느냐?’라고 하였소. 아들이 곧 게로써 아버지에게 대답하였소.

더러운 짓이라 부끄러웠기에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나
이제 병에 시달린 지 오래이므로
부끄러움을 떠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존귀한 불탑의 꽃을 훔쳐 내어
그것을 음녀에게 주었습니다.

이미 이 나쁜 일을 저질렀지만
뒤에 도로 후회하는 마음을 내었기에
낮이면 그대로 햇빛에 타 버리고 싶었고
밤이면 마음을 깨치고자 하였으니
만약에 이렇게 참회한 보람이 있었다면
냉수로 씻어 주는 효과쯤은 있었어야 할 것인데

이제 저의 몸과 마음이 뜨거워지고
뒷날에는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니
마치 썩은 나무 속에
불이 일어나 타는 것처럼
저도 지금 그와 같아서
마음의 불이 안에서 타오릅니다.

찬물과 우시라(優尸羅)
푸른 연꽃과 진주 꿴 것
구맥(瞿麥)과 마라(摩羅)
그 밖의 모든 전단(栴檀) 등
이런 것을 가지고 몸 바깥에 발라도
끝내 차도를 얻을 수 없으리니

안에서 일어나는 근심의 불은
마땅히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인데
몸에 바른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까?
저를 데리고 불탑으로 나아가서
저를 위해 공양을 베푼다면
이 병이 반드시 나을 것입니다.

부모 형제들이 그의 침상을 함께 들고
불탑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으나
병든 몸이 점점 더 뜨거워져
숨결이 곧 끊어지려 하였네.

그때 부모 형제와 여러 친척들이 함께 침상을 들고 불탑에 도착하였는데, 저 사람은 가섭여래 삼먁삼보리를 오로지 염하며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자기가 가지고 있던 전단향을 받들어 슬프게 탑으로 향하면서 게를 설하였소.

대비하신 이께서 고액(苦厄)을 구제하시려고
항상 뭇 착한 일들을 설하셨건만
제가 음욕에 미혹되었으므로
눈이 어두워져 보지 못해서
감히 진제(眞濟)가 계신 곳에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불탑이야말로 수미산 같거늘
제가 어리석어서 훼손시키고 범하였기에
현재세에 나쁜 명칭을 얻고
후생에는 나쁜 갈래에 떨어질 것이며

부처님 공덕을 관찰하지 못하여
지금 이 나쁜 과보를 받고 있으니
곧 현재세의 과보를 얻어
후생에도 반드시 뜨거운 고뇌를 받을 것이네.

밝은 이께선 지혜의 눈으로
괴로움과 욕심을 제거해 주시므로
제가 이제 근심 걱정을 가슴에 품고서
성심으로 부처님께 귀명합니다.


저지른 모든 죄과를 살피시어
저를 구제하여 주시길 바라나니
마치 저 거꾸러져 넘어진 사람이
땅을 의지해 일어나듯 하소서.

그때 부모와 여러 권속들이 칭찬하여 말하기를, ‘착하구나, 착해. 네가 이제 이렇게 찬탄하였으니, 부처님 세존께서 너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실 것이다’ 하고는, 곧 게를 설하였소.

네가 이제 부처님 처소에서
이러한 신해심(信解心)을 내었으므로
부처님께서 크나큰 공덕으로
곧 너의 병을 구제해 주시리니

마치 큰 바다에 들어간 사람이
배가 부서지고 재보를 잃더라도
몸이 아직 침몰되지 않은 한
다시 돌아와 재물과 이익을 도로 얻는 것과 같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자기 몸에 종기가 나서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을 모든 친척들이 이미 보았으므로, 생사에 대해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서 곧 꽃향과 바르는 향, 가루향을 가섭부처님 탑에 공양하였고, 다시 우두전단향을 불상에 발랐소. 그러자 자기 몸의 종기가 점점 나아지므로 더욱 환희심을 내었고, 뜨거운 증세도 죄다 제거되었으므로, 장자의 아들은 현생에 과보를 얻었기에 기뻐서 날뜀과 동시에 그의 죄가 소멸되었음을 알고는, 곧 게를 설하였소.

여래 일체지께서는
모든 번뇌를 해탈하셨기에
가섭 삼불타(三佛陁)께선
모든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으시네.

부처님께서는 바로 중생들의 아버지이시고
모든 세계를 위하여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어 주시니
오직 부처님 세존께서만이
이러한 자비심을 가지실 수 있네.

제가 지금 부처님 처소에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으나
이젠 마음속으로 서원을 세웠으니
바라건대 저의 참회를 들어 주소서.

제가 애욕에 쪼들림을 당하여
잘못해서 죄악을 저질렀으니
저로 하여금 애욕을 여읨과 동시에
번뇌의 원수를 제거하게 하소서.

모든 감관이 잘 길들여지지 않아
마치 사나운 말과 같습니다만
이제부터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항상 적멸한 자취를 얻으렵니다.

늦게나마 이 우두전단향으로
불탑에 공양을 드리니
이내 몸이 항상 이 향내를 얻어
모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저 장자의 아들은 그 뒤에 목숨이 끝나서는 천상에 태어났고, 혹은 인간 가운데 처하기도 하였으나 몸에서 항상 향내가 났고, 팔ㆍ다리 등 온몸에 모두 좋은 모양이 있었으므로 부모가 그의 이름을 향신(香身)이라 하였소.
그때 이 향신은 음계(陰界)를 싫어하고 미워해서 출가한 끝에 벽지불(辟支佛)의 도를 얻었으니, 이 뼈가 바로 벽지불의 뼈이고, 이 뼈에서 향내가 나오는 것이오. 그러므로 불탑에 공양하면 누구나 다 큰 공덕을 얻기 마련이오.”

67

다음으로 과거세에 선근(善根)이 있었던 자는 마땅히 해탈할 수 있으나 법을 듣지 않은 인연 등으로 말미암아 도로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들어야만 한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라나(富羅那)의 제자에 시리국다(尸利鞠多)라는 이가 있었으니, 이는 수제가(樹提伽)의 누이의 남편이었다.
그때 수제가의 아버지는 일찍이 니건타(尼乾陁)1)의 제자로서 일체 중생들에게 법을 가르쳐 서로 익히게 하였으나, 수제가가 부처님의 은혜로운 교화를 입음에 따라 그 아버지 역시 신심을 내어 부처님 제자가 됨으로써 다시는 6사(師)의 무리들에 종사하지 않았다.
수제가가 그 누이의 남편 시리국다를 교화하려고 자주 그의 옆에 가서 말하였다.
“바가바부처님이야말로 바로 일체지(一切智)시라오.”
저 누이의 남편이 말하였다.
“부라나도 또한 일체지시네.”
일체지를 가지고 다투었기 때문에 마침내 함께 의론을 하였는데, 수제가가 시리국다에게 말하였다.
“이제 일체지가 어떤 것인지 당신에게 보여 주겠소. 당신네 부라나는 일체지가 아니니, 그저 조그마한 지혜로써 세간 사람들을 속여 자칭 ‘나에게 지혜가 있노라’라고 하지만, 사실 일체지는 아니오. 다만 그 모양으로 짐작하고 헤아려서 소소한 일을 알 수 있을 뿐인데, 어찌 일체종지라고 말할 수 있겠소.”
곧 게를 설하였다.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이었던 자가
수정으로 눈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을 속여 스스로 말하기를

“나도 눈이 있노라”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

저는 본래 눈이 없었거늘
이제 “나도 눈이 있다”고 한다면
이 말은 믿을 수도 없을 뿐더러
바로 어리석은 이를 속이는 것이라.

설령 그 인상론(因相論)을 풀이하여
방편으로 속여서 자신을 드러낸다 하여도
이 모양 때문에
뭇 사람들을 속이고 미혹하는 것이니
모양은 사리(事理)에 비슷하지만
끝내 무엇을 깨달아 안단 말이오.

시리국다가 수제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구담(瞿曇)의 환술(幻術)에 미혹된 것이니, 부라나야말로 일체지이네. 그대는 지금 알지도 못하면서 왜 비방하는가? 부라나는 다니고, 서고, 앉고, 누울 적에 3세(世)의 일을 다 분명하게 알고 있다네.”
수제가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이제 당신에게 부라나가 일체지가 아님을 보여 주겠으니, 곧 부라나를 청하여 우리 집으로 데려 오시게.”
그때 부라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수제가의 아버지는 옛날에 나의 제자였다가 구담에게 가서 섬겼으니, 그의 허물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도로 나에게 와서 귀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나의 복덕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청을 받아들여 뒷날 부라나가 수백천의 따르는 무리들과 5백 제자들을 거느리고 스스로를 둘러싸서 수제가의 집으로 갔다. 이미 그 집에 도착해서는 부라나가 빙그레 웃으니, 시리국다가 부라나에게 물었다.
“바가바께서는 무엇 때문에 빙그레 웃으십니까?”
부라나가 대답하였다.
“내가 멀리 저 나마타강[那摩陁河] 언덕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물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웃었을 뿐이네.”
시리국다가 다시 아뢰었다.
“바가바께서는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이 성안에 있으면서도 멀리 천리 바깥의 나마타강 언덕 위에서 원숭이가 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셨군요.”
그때 저 외도가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수제가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곧바로 자리에 앉았고, 무리들도 모두 자리를 정하여 앉았다. 그러자 수제가가 국 위에 밥을 덮어서 부라나에게 주었는데,
부라나가 말하였다.
“이 밥을 국 없이 어떻게 먹으라는 것인가?”
수제가가 곧 국과 밥을 흔들어 섞으면서 시리국다에게 말하였다.
“지금 그대의 스승은 발우 안의 밥 밑에 국이 있는 것도 보지 못하거늘 어떻게 저 멀리 천리 밖에서 원숭이가 강으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겠소? 이 일로 증험(證驗)해 보더라도 일체지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다만 이름나는 것을 탐내고 이끗[利養]을 위해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는 체하지만, 사실은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미혹시킬 뿐더러 다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오.”
곧 게를 설하였다.

그대의 스승 부라나는
미혹되고 삿된 뒤바뀐 소견으로
지혜의 등불을 잃어버린 채
무명의 어둠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그 그릇됨을 스스로 사랑하니

어리석은 이는 도리어 서로 소중하게 여기지만
석가 종족 가운데 가장 수승하시며
서른두 가지 상호를 구족하신
부처님만이 일체지이실 뿐
다시 또 제일가는 이는 없다네.

그때 부라나는 부끄러웠기 때문에 밥을 먹어도 배부르지 않았으며, 머리를 떨구고 떠나갔다. 그러자 시리국다 역시 근심에 잠겨 마음이 즐겁지 않았으며, 이미 그 스승의 무리가 되어 있었으므로 스승에게 비록 모자라고 비루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기게 하려는 욕심에서 시리국다는 곧 부라나의 처소로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수제가가 이제 바가바를 헐뜯고 모욕했으나, 집에 돌아와서까지 부끄럽게 여길 것은 없습니다. 제가 만약 저 수제가의 스승을 청하여 집으로 온다면, 들어오기만 하면 끝내 나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기원정사로 가서 세존을 청하였지만 마음은 실상 아첨하면서 거짓으로 공경을 나타내었다. 또 세존을 향하여 합장하고서 게를 설하였다.

제가 내일 조그마한 공양을 베풀겠으니
외람되지만 저의 집에 왕림하소서.
삼계(三界) 중에 수승한 법그릇께서
저의 청을 저버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시리국다가 아첨하는 마음을 품고 밖으로만 거짓으로 공경하는 줄을 아시고, 곧 게를 설하셨다.


두 가지 계획을 마음에 품고서
밖으로만 부드러운 태도를 나타냄은
마치 저 물고기가 있는 곳에는
물이 반드시 소용돌이 치는 것과 같으며

마치 영락(瓔珞)을 만들 때에
속은 구리지만 밖에다 금을 발라 두면
지혜로운 이는 관찰하고 나서
곧 진짜 금이 아닌 줄 아는 것과 같으니

마음속에 아첨을 품고 있으면
얼굴빛이 반드시 다르므로
무심한 자도 오히려 이것을 알거늘
하물며 유심(有心)한 자이겠는가.

순금 빛의 상호(相好)는
보는 이가 곧 진짜임을 알듯이
금으로 구리를 바른 것도
잘 분별해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네.

그때 세존께서는 시리국다의 마음에 간사하고 거짓됨을 품고 있는 줄 깊이 알고 계셨지만, 여래 세존께서는 대비하신 마음으로 불쌍하게 여기시며, 또한 그의 공양하겠다는 선근이 점차 성숙될 것을 관찰하시고서, 이내 잠자코 그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때 시리국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일체지라면 어찌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서 곧바로 나의 청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곧 게를 설하였다.

어떻게 일체종지가 있다면서
고행은 닦지도 않고
안락한 일만을 좋아하고 집착하여
나의 이 마음도 알지 못하다니
어찌 일체지라 부르겠는가.

아, 세간의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의 허물과 단점을 모르고서
문득 공덕상(功德相)이란 생각을 내는구나.

실상은 지혜가 없는 이거늘
함부로 그 덕을 찬탄하기도 하고
상호(相好)의 부추김에 미혹되고 집착하여
칭찬하고 기림이 온 세계에 두루하네.

그때 시리국다가 이 게를 설하고 나서 곧 그의 집으로 돌아와 공양을 시설하였는데, 밥 속에는 다 독약을 섞었고, 중문(中門) 안에는 크고 깊은 구덩이를 파서 그 속에 가타라(伽陁羅) 숯을 가득 채우고는 연기와 불꽃을 없게 하여 재와 흙으로 그 위를 덮고 풀로 또 그 위를 덮어 두었다.
그러자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꾸미려고 이렇게 수고하십니까?”
남편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원수를 해치고자 해서요.”
부인이 다시 물었다.
“원수라니요?”
시리국다가 곧 게를 설하였다.

모든 안락함에 즐겨 집착해서
고통스러운 일엔 겁을 내고
모든 고행은 닦지도 않으면서

해탈만을 구하려고 하며

맛난 음식을 즐기는가 하면
또 용감하게 변설(辯說)을 행하는
저 석가 종족 중의 족성자가
바로 나의 큰 원수라네.

그때 시리국다의 부인이 합장하고서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부디 분노하는 마음을 버리소서. 제가 일찍이 아우의 집에서 부처님을 보았는데, 그와 같은 대장부에게 어째서 원수라는 생각을 내십니까?”
곧 게를 설하였다.

저 모니께서는 능히 참아 내서
싫어하고 원망하는 상(相)을 끊어 버리고
또 교만하거나 훌륭한 체하거나
투쟁하려는 생각을 다 버리셨거늘
저에 대하여 원수라는 생각을 낸다면
도대체 누구를 가까이할 수 있단 말인가요.

저 대인의 모습을 보건대
성내고 해치려는 마음이 없을 뿐더러
항상 부드러운 음성을 내어
먼저 말씀으로 잘 위문하시고

그 코는 둥글고 곧아서
움푹하거나 굽은 데가 없으시며
똑바로 보시지 두리번거리지 않으시고
또한 좌우로 흘겨 보지도 않으시며

말씀도 또한 거칠지 않아서
나쁜 말이나 이간하는 말이 없으시며
얼굴에는 성내는 빛이 없고
포악하지도 않으시며

남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가 하면
근심하거나 괴롭게 하지도 않으시거늘
어째서 그분을 잘못 보고서
화를 내고 독한 상(相)을 낸단 말입니까?

얼굴은 가을의 보름달과 같고
눈은 푸른 연꽃 송이 같으며
걸음걸이는 사자왕(師子王) 같고
팔을 늘어뜨리면 무릎을 지나며
몸은 진금산(眞金山) 같으시거늘
당신은 어째서 원수를 만났다 생각합니까?

나쁜 갈래가 다 텅 비었으니
만약 당신이 말하는 이런 원수가 없었더라면
세간은 지극히 크게 괴롭고
세 가지 나쁜 갈래만 충만할 것입니다.

시리국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가 친정의 아우이기 때문에 자기편이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니, 지금 당장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혹시 나의 말을 누설시켜 옆사람에게 알려 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의 부인을 깊은 방 안에 가두어 두고, 즉시 사람을 보내어 여러 니건자(尼犍子)들을 불러 모았다.
“그대들은 이제 다 와서 그대들의 원수를 제거하시오. 내가 불구덩이와 독이 든 밥을 준비해 두었소.”
이 니건자들은 다섯 가지 열로 몸을 지져서 몸이 모두 다 시꺼먼 재나 숯 같았는데, 서로 불러 모아 함께 시리국다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갔다.
시리국다는 자기 집을 마치 귀타가(貴吒迦)나무처럼 아주 희고도 깨끗하게 장엄해 두었는데, 니건자들이 이미 그 집으로 와서 다락 위로 올라가니, 마치 까마귀떼나 구시라(俱翅羅) 새떼 같았으며, 검은 벌이 귀타가나무를 둘러싸고서 날뛰며 기뻐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런 모습의 니건자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이제 저 구담 사문이 정말 불에 타 버리는 것을 보겠구나. 만약 불에 타 버리지 않는다 해도 독이 든 밥으로 충분히 해칠 수 있으니, 필경 그는 죽고야 말리라.”
이렇게 말하고는 기뻐하며 빙그레 웃었다.
한편 시리국다는 곧 한 사람을 부처님 처소로 보내서 “밥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아뢰게 하고는, 자신은 높은 다락에 올라 부라나와 함께 이 일을 공모하였다.
그때 시리국다의 집에 있던 택신(宅神)이 근심이 되어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는 세상의 영웅이시며 삼계의 지존이시거늘, 부처님 바가바께 어째서 나쁜 마음을 품어 훼손하고 해치려는 것일까? 나는 이제 도무지 살아갈 길이 없겠구나. 왜냐 하면, 삼계에 위없으신 여래 세존께서 여기서 사라지신다면 나쁜 이름이 온 세간에 두루 유포되어 일체의 모든 신들이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꾸짖고 비웃을 것이니,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여래께서 옛날에 보살로 계실 때도 재물은 물론 손이나 발, 온 몸뚱이를 아끼지 않으시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이와 같은 일을 하셨거늘, 하물며 오늘에 있어서 아무리 이와 같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어찌 몸을 아껴 극악무도[惡逆]한 마음을 내려고 하시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반드시 목숨을 버려야 하리라.
또한 불세존께서는 현재세에서도 중생들을 위해 6년 동안 고행하시면서 매일 깨 한 낱과 쌀 한 알만을 잡수시기 때문에 신체가 파리하고 뼈와 살이 다 마르셨네.”
곧 게를 설하였다.

여래께서는 고행을 행하시어
6년 동안 스스로를 마르게 하고 태우셨으니
이 어려운 고행을 겪은 것은

모든 중생을 위하시기 때문이거늘
이처럼 자비하신 이에게
어찌 해를 가하려고 하는가.

시리국다가 보낸 사람이 죽림(竹林) 가운데 이르러 세존께 아뢰었다.
“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으니, 밥 때가 되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때 세존께선 대비하신 마음으로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시기 위해 손을 내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쯧쯧, 어리석은 범부로다! 그대는 이제 진제(眞諦)를 보아야만 하리니, 과거세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했기 때문에 해탈의 연(緣)이 있어서 선근(善根)이 이미 성숙되었거늘, 어찌하여 이런 사람을 보내 뒤바뀐 일을 꾸미는 것인가. 불구덩이를 파고 밥에 독약을 섞는 등 이렇게 극악한 짓을 해 가면서 나를 기다리고, 나를 부르는 것은 매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니라.”
곧 게를 설하셨다.

내가 옛날에
6년 동안 고행을 행한 것은
모든 중생들을 위해
이 어려운 일들을 겪어 낸 것인데
중생들은 이제 어찌하여
반대로 나를 훼손하고 해치려 하는고.

쯧쯧, 너무나 어리석고 어두워
지혜의 눈이 없는 장님들이기에
이따위 법 아닌 일을 만들어
함부로 괴롭히고 해치려 하는구나.

내가 중생들을 생각하는 것은
인자한 부모보다도 더하거늘
어째서 나에게 잔해(殘害)할 마음을 내어
“오늘이야말로 때가 왔다”고 하는고.

모든 부처님의 변하지 않는 법은
중생들의 참된 구제자가 되어 주는 것이니
마치 의사가 병을 치료해 주려는 것과 같아서
비록 갖가지로 헐뜯고 욕하더라도
오히려 참는 마음을 내기 마련이라.

나도 이제 의사처럼
저 집에 갈 것이니
왜 저 집에 가는가 하면
대비심을 누를 수 없어서이네.

마치 귀신 병을 얻은 사람은
그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므로
주사(呪師)를 헐뜯고 욕하여도
귀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병자를 책망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이 중생들도
번뇌의 귀신이 마음에 있어서
어리석어 분별하지 못하기에
함부로 훼손하고 해치려고 하지만

나도 이제 저와 같이
번뇌의 귀신만을 제거할 뿐
저 사람을 책망하지 않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는데, 기쁘지 않은 기색을 밖으로 드러내시면서 다시 게를 설하셨다.


아난은 옷을 가져오고
라후라는 발우를 가져오너라.
난타야, 너는 가서
빨리 비구들을 불러라.
지체하지 말고 가야 하느니라.

저 시리국다가
지금 급하게 교화를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독사 같은 몸에 머무르는 것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고
이 원수들을 기르는 것도
저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기 위해서니라.

그때 여래께서 나무 숲 사이에서 나오시니, 마치 구름이 흩어지고 해가 그 속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다.
그때 저 숲의 신(神)이 천안(天眼)으로 시리국다의 집에 시설해 둔 불구덩이와 독약 섞은 밥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부처님을 공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며 게를 설하였다.

저 사람은 잔악한 뜻만을 품었을 뿐
조금도 이롭게 할 마음이 없으니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가지 마시고
도로 죽림으로 돌아오소서.

세존은 너무 만나기 어려워서
수많은 겁(劫) 동안에 한 번 만났거늘
부처님께서는 비록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중생들을 제도하려 하시지만

이같이 수승하고 미묘한 몸을
부지런히 옹호해야 마땅하리라.
아직 제도받지 못한 자에겐
모두 제도를 받도록 하고

두려워하는 자는 두려움이 없도록 해주며
피곤한 자는 쉬게 하고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는 이에겐
귀의할 곳을 마련해 주시니

요약하여 말하자면
중생들에게 무량한 이익이 있음인즉
바라건대 불세존께선
그의 집에 가지 마시고
이 하늘과 아수라를 위해
귀의할 곳이 되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아시면서도 짐짓 저 천신(天神)에게 물으셨다.
“무슨 일 때문에 시리국다가 머물고 있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하느냐?”
그러자 어느 한 천신이 게를 설하였다.

시리국다가 집 안에
크고 깊은 불구덩이를 파고서
그 속에 치성한 불을 가득 채워 두고는
속이려고 그 위를 덮어 두었네.

부처님께서 다시 게를 설하였다.

탐욕과 어리석음의 불은
매우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내가 지혜의 물을 뿌려

남김없이 다 소멸시킬 수 있거늘
하물며 이 세간의 불이
어찌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지옥의 사나운 불이
훨훨 타올라 세계에 가득하면
7일 만에 하늘과 땅을 사르고
세간이 다 녹아 버리지만

이렇게 사나운 불도
나만은 해칠 수 없거늘
어찌 저 시리국다의 불이
감히 나를 손상시킬 수 있겠느냐.

다시 어떤 한 천신이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그 불은 여래를 사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독약 섞은 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제 시리국다가 삿된 소견의 독기 때문에 그 마음을 더럽혀서 이같이 독하고 해로운 극악무도한 마음으로 독약을 밥에 섞어 해치려고 하면서도, 다시 아첨하는 말씨와 부드러운 모습을 나타내 세존께 와서 청하는 것은, 그의 마음속에 진실로 극악무도함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그의 집에 가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천신들을 타일러 말씀하셨다.
“내가 이 자비로운 아가타(阿伽陁)2) 약으로 온몸과 마음에 발라 두었기 때문에 가장 제거하기 어렵다는 탐애의 독도 이미 오래전에 그 뿌리를 뽑아 버렸거늘, 하물며 세간의 독이 어찌 나를 중독시킬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아라.”
그때 여래께서 죽림에서 나와 성문에 도착하시니, 저 숲의 신들이 부처님께서 곧바로 나아가시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ㆍ세존께서는 다시는 이 죽림으로 돌아오지 못하시리라. 부처님께서 이제 저 해탈하실 곳으로 향하는 것은 마치 해가 돋아나오면 반드시 서쪽으로 향하는 것과 같기는 하지만, 우리들이 눈으로 보고 버려 둘 수 없는 것은 뒷날 다시 부처님을 보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설사 불이 부처님을 사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독약 섞은 밥에 반드시 상해를 입으실 것이니, 이 모든 인연들 때문에 다시 뵙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복덕(福德)이 있는 사람이 다시 뵐 수 있을까? 다른 의론을 부수는 이로서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후(師子吼)를 토하셨거늘, 어떤 복덕 있는 사람이 다시 그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어떤 복과 이익이 있는 사람이 다시 그 발에 예배할 수 있을까?”
그때 세존께선 마치 보배 누각으로 가시는 것처럼 모든 감관이 고요하였고, 여러 비구들은
밝은 달을 둘러싼 뭇 별들처럼 앞뒤로 따라와서 마침내 시리국다의 집에 도착하였다. 그러자 시리국다의 집에 살던 택신(宅神)이 큰 소리로 외치며 울려고 하였다.
“아, 이상하도다. 왜 부처님께서 여기에 오셨을까? 지금 이 시리국다가 불구덩이를 만들어 두고, 독약을 밥에 섞어 부처님을 해치려고 하는데…….”
그리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 게를 설하였다.

제가 부처님을 뵙지 못했을 때엔
대비하신 이께서 집으로 오시기를 원하였지만
지금은 집에 오신 부처님을 뵈어도
마음이 기쁘고 즐겁지 않으니
왜 기뻐할 수 없는가 하면
법 아닌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하신 상호(相好)로 장엄한 몸이기에
아무리 우러러보아도 싫증나지 않거늘
어떻게 이런 대인의 몸을
이제 잿더미로 만들려고 하는지

제가 이 일을 기억하기 때문에
온몸이 죽고 싶기만 하거늘
그 누가 이런 일을 보고서
어찌 고뇌하지 않으리요.

설령 지독하게 나쁘고 사납거나
어리석고 남을 해치는 사람일지라도
만약 여래의 몸을 보기만 한다면
차마 나쁜 생각을 낼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다시 해치려고 하겠습니까?

달이 라후(羅睺)3)의 입으로 들어가면
세간 사람들이 모두 원망하고 괴로워하나니
거룩하신 이여, 되돌아가소서.

불구덩이의 깊이가 일곱 길인 데다가
그 안은 이글거리는 불로 가득하니
제발 이곳으로 들어오지 마셔서
스스로를 보호하시고 저를 보호해 주시며
아울러 제 주인과 나머지 일체 중생들을 보호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택신(宅神)을 타일러 말씀하셨다.
“칼이나 독약, 물이나 불로도 자비로운 마음을 해칠 수는 없느니라.”
곧 게를 설하셨다.

나는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되
마치 외아들처럼 생각하기에
설령 나를 해치려고 할지라도
나로선 역시 자비로운 마음으로

치성하게 타오르는 번뇌의 불을 막아 주어
모두들 악업에서 벗어나게 하나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라도
어떤 불이 나를 사를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다시 택신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두려움을 버리거라. 내가 이제 사자후로 외도들을 제거하는 것이 마치 라후라(羅睺羅)가 해와 달을 먹어 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나는 지금 결정코 시리국다 따위에게 해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만약에 그것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마구니들을 항복시킬 수 있겠느냐?”
이와 같이 택신을 위안시키시고 곧 그 집으로 들어가셨다.
그때 외도들은 부처님께서 집으로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 수군거렸다.
“사문 구담(瞿曇)이 이미 바깥문으로 들어왔고, 다시 중문(中門)까지 왔도다.”
부처님께서는 두려움이 없는 위광(威光)이 흘러 넘치시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곧바로 세 번째 문에까지 이르셔서 점점 불구덩이에 가까워졌다.
그러자 저 시리국다의 부인이 빈 방 안에서 불세존께서 불을 덮어 둔 곳까지 오셨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미친 듯이 날뛰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이미 불구덩이까지 오셨다니 만약에 풀을 밟으신다면 불이 반드시 치성하게 타오를 것이다. 아아, 이 기이한 일을 어찌할꼬.’
곧 게를 설하였다.

이제 연기 속에 빠지신다면
기침이 나오고 눈물이 흐를 것이니
불이 옷을 사를 때엔
떨어 버리고 물러나셔서
눈에 보이는 대로 구호할 길을 찾아
구르기도 하시고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하소서.

이 불구덩이에서 타 버리신다면
위광(威光)도 다 녹아 없어지고
몸의 모양도 모두 흐트러지며
머리카락도 타 버려 바스라져 내리고

넓으신 이마의 흰 터럭[白毫]도
이제 다 소멸되어 버려서
마치 고니새[鵠]가 꽃 위에 앉았다가
불에 타 버려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보름달 같으신 청정한 얼굴을
중생들이 모두 바라보며
단 이슬처럼 아름답게 여겼었는데
이미 불 속에 떨어지셨다면

놀라고 두려워서 사방을 보아도
사나운 불은 자비심이 없어서
반드시 다 태워 버리고야 말리라.

보는 이마다 기뻐하던
진금 빛의 대인의 모습
그 미묘하고 빼어난 용모도
이제 다 불꽃에 쭈그러질 것이니

한마디로 요약해 말한다면
마치 금으로 짠 비단이
둘둘 말려 한 곳에 있다가
점점 없어져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달이 지려고 할 때 같기도 하구나.

부처님 몸은 너무나 미묘해서
보는 이의 몸과 마음이 즐거우니
여래의 그러한 기특(奇特)하심은
온 세계에서 함께 짝할 만한 이가 없도다.

그때 세존께서 세 번째 문을 들어오셔서 점점 불구덩이에 가까워지시니, 여러 니건자들이 겹다락집 위에서 점차 불구덩이로 다가가시는 여래를 보고는
마음껏 기뻐 날뛰었는데, 마치 무덤 가의 나무에 앉은 까마귀 떼들이 죽은 사람의 살을 바라보고서 뜯어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저 겹다락집 위에 있던 니건자들도 또한 그러하였다.
부라나가 환희심을 내어서 게를 설하였다.

당신이 환술을 잘 해서
온 세간을 마구 돌아다녔지만
오늘 이 불구덩이에 빠져서도
다시 환술을 부릴 수 있을까.

어떤 한 니건자는 말하기를
“한쪽 발이 이미 그 위를 밟았거늘
어째서 떨어지지 않는 걸까?
나의 눈이 어두워서인가,
아니면 꿈 속에서 환상을 본 것인가?” 하네.

그때 세존께서 바퀴 모양이 있는 발로 불구덩이 위를 밟으시니, 불구덩이가 곧 시원한 연못[池]으로 변하였고, 그 속에는 잎이 넓게 벌어진 연꽃이 가득하여 선명하고도 윤택한 모양으로 온 연못에 두루 펼쳐졌는데, 그 뭇 꽃들 중에는 활짝 핀 것도 있었고, 아직 피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시리국다가 이 광경을 보고서 부라나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먼저 부처님과 일체지를 겨루려고 했지만, 이제는 아예 그런 말을 버려야 할 것이오.”
곧 게를 설하였다.

훌륭하시도다. 믿어 알 만하오니
성내는 마음을 제거하고
원한 품은 뜻을 버려야 할 것이네.

당신도 이제 구담 사문의
전에 없던 위덕을 보았다시피
맹렬하던 불이 물로 변하고
흙이 다 물고기가 되었으며
불구덩이의 시뻘건 숯들이
모두 검은 벌[蜂]로 변해 버리며

다시 그 연못 가운데
뭇 연꽃들이 피어나는데
천 개의 잎을 구족하여
연못을 두루 뒤덮으니
그 꽃송이가 흐드러졌도다.

마치 가을날 활짝 핀 꽃에
백 개의 잎이 부드러운 것처럼
가득 이 연못을 장엄했으며

학들은 연못 가운데서
모두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가란타(迦蘭陁) 새들은 그 속에서
유희하며 날개짓으로 물장구치네.

뭇 벌들은 부처님을 둘러싸고
갖가지 미묘한 소리를 내며
원앙새는 서로 따르고 좇아서
자유롭게 즐거이 노닐고 있네.


그때 부라나가 시리국다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구담의 환술에 미혹되어 어지럽히지 말라.”
그러나 시리국다는 이미 여래에게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었으므로, 부라나에게 다시 말하였다.
“이것이 환술입니까?”
대답하였다.
“사실 그러하다. 이것은 환술로 지은 것이다.”
시리국다가 말했다.
“당신이 일체지입니까?”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일체지의 사람이네.”
시리국다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이 만약 일체지라고 한다면, 내 말을 들어 보시오.”
곧 게를 설하였다.

그대가 만약 일체지라면
이 환술을 알아야만 하거늘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은 환술을 하지 못하는 게요.
당신이 만약 환술을 모른다면
분명 일체지는 아닌 거요.

그때 부라나는 말이 궁하고 이치가 꺾여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으나, 여러 니건자들이 시리국다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부라나가 진실로 일체지이기 때문에 일체의 것을 보여 주실 수 있다네.”
시리국다가 니건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일부러 이 부라나를 일체지라고 하는 것인가? 부라나라는 이름은 그가 지은 모든 악업이 지옥에 가득 찼기 때문에 부라나라 하는 것이거늘, 그대들은 어째서 악업만을 일삼는 부라나에게 일체지라는 상(相)을 내는가?”
시리국다가 다시 말하였다.
“석가 종족 가운데 편안하게 해탈하실 수 있는 바가바 삼먁삼불타에게는 일체종지라는 생각을 내지 못하겠는가?”
곧 게를 설하였다.

쯧쯧, 그대들은 다 떠나가거라.
너무나 무심(無心)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대들이 만약 유심(有心)하다면
설령 금강같이 단단한 돌덩이라 해도
이렇게 희유한 일을 보고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야만 하거늘

눈앞에서 여래의 일찍이 없던 일을 보고도
믿는 마음을 내지 못하다니
그대들은 바로 지독한 바보로다.


그때 니건자들이 곧바로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니, 마치 주술을 잘하는 술사[呪師]에게 쫓겨 사방으로 도망치는 악귀들 같았으며, 또 해가 나오면 뭇 어둠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자 시리국다가 이렇게 흩어져 달아나는 니건자들을 보고서 곧 게를 설하였다.

공포에 떠는 눈으로 힐끗 보고서
당황하여 서로 다투어 달아나려 하니
이 모두가 부처님의 위신력 때문에
놀라고 겁이 나서 다 흩어지는 것이라.

니건자들이 지금 물러나 흩어지는 것이
마치 마군(魔軍)들이 무너지는 것 같으니
그 몸의 더러운 때투성이가
무거운 갑옷을 입은 것 같으며

또 이 니건자들이
빨리 달아나려다 서로 부딪치는 것이
마치 저 숲 속의 검은 소가
모기에 뜯기고 독사에 물리어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달아나는 것 같고
검은 구름이 한 군데 뭉쳐 있다가
바람이 불면 저절로 흩어지는 것 같구나.

그때 니건자들이 이미 흩어지고 나니, 시리국다는 마음으로 부끄럽게 여겨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나를 데리고 가서 세존을 뵐 수 있게 해줄까?’
다시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수제가의 누이인 나의 아내가 과거에 부처님을 뵌 일이 있으니, 내가 지금 함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지난번에 부인을 가두어 둔 곳으로 가 문을 두드리며 부인을 부르면서 게를 설하였다.

착하도다, 그대야말로
위없는 묘법의 그릇이니
그대의 지혜를 말미암아서
세존을 가까이하여 받들려고 하네.

나의 이 삿된 소견 때문에
여러 니건자들을 섬겨 왔으니
그대는 이제 빨리 나와서
나와 함께 부처님을 공양하세.

그때 수제가의 누이가 이 게를 듣고서 이내 생각하였다.
‘시리국다가 부처님을 해치고는 나에게 와서 속이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언짢아하면서 곧 게를 설하였다.

당신은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와서 희롱하는 것이리니
내가 지금 어떻게 가서
여래를 뵐 수 있으리까?

니건자들이 모여들 때엔
마치 누리[蝗虫]4) 떼들 같았으니

삿된 소견의 치성한 불이
석종(釋種)의 등불을 꺼 버렸구나.

시리국다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어찌 부처님의 신통력을 모르리요. 알면서도 지금 왜 이런 말을 하는 게요.”
곧 게를 설하였다.

세간의 어떤 불로도
부처님을 태울 수 없으니
뉘라서 금강을 불사르고
뉘라서 큰 땅을 들어 올릴 것인가.

그대는 이제 보시라.
열 가지 힘을 갖추신 세존께서
모든 외도들을 꺾어 부수고
불구덩이 사방 언덕에
연꽃을 활짝 피우셨으니
마치 고니가 꽃 사이에 있는 듯하고
꽃봉오리들이 부처님을 둘러싼 듯하네.

그때 그 부인이 이 게를 듣고 나서 멀리 연꽃 가운데 계시는 부처님을 보고, 기뻐 날뛰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불에 타지 않으셨구나.”
시리국다가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면서 게를 설하였다.

세존의 금강 같으신 몸은
아무도 태울 수가 없거늘
부라나를 가까이했기 때문에
이제 나 자신이 타 버리게 되었으니

마치 적은 양의 젖은 섶이
쌓여 있는 마른 섶에 가까이 있으면
불로 태워 버릴 때
두 가지 모두 함께 타 버리는 것과 같도다.

그 부인은 갇혀 있던 방에서 재빨리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장궤(長跪)하고 합장하고서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며 게를 설하였다.

위덕이 있으신 존안을 볼 수 있다면
세간이 모두 믿어 공경할 것이니
저도 이제 복이 있어서
다시 세존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보름달같이 청정하신 얼굴을
제가 지금 뵈올 수 있음은
저 같은 여인도 복이 있기 때문에
다시 세존을 뵐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상호(相好)로 장엄하신 몸을
설령 누가 파괴한다 해도
나쁜 이름만 세상에 가득할 뿐
저희들의 몸도 태워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부인은 공양거리를 준비해 두고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을 청하여 자리에 모시고는,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성자(聖子)여, 당신도 들어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십시오.”
시리국다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게를 설하였다.


내가 이제 불구덩이를 만들어
세존의 목숨을 해치려 했거늘
지금 와서 무슨 면목으로
세존을 다시 뵈올 수 있을까?

그 부인이 거듭 남편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의혹은 버리셔도 됩니다. 부처님 바가바께서는 끝내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일이 없으십니다.”
곧 게를 설하였다.

마치 저 허공으로 손을 뻗으면
닿거나 막히는 곳이 없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 법도 또한 그러하도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법에 대하여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으시므로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을 여의셨으니
저 물 속에 있는 연꽃과 같네.

옛날에 제바달(提婆達)은
성내는 마음 때문에 눈이 어두워져
부처님을 해치려고
기관(機關)으로 큰 돌을 움직여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 굴렸어도
부처님을 해칠 수는 없었으며

저 라후라(羅睺羅) 같은 이는
바로 여래의 친아들이었지만
부처님께서는 이 두 사람에 대해
미움도 사랑도 없는 평등한 마음이셨네.

저 원수와 친한 이 보기를
왼쪽 눈과 오른쪽 눈처럼 다름이 없이 여기시어
모든 중생을 자비로 보시되
외아들보다 더하시므로
끝내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시리니
그러므로 조금도 겁내지 마십시오.

그때 시리국다는 부끄러웠기 때문에 몸을 굽혀 부인을 따라가면서도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고, 걸음이 더뎌서 마치 땅에 고꾸라질 것 같았으며, 온몸을 떨면서 아주 비열한 마음과 겁내는 모습으로 온몸을 땅에 던져 슬프게 부르짖으며 울면서 게를 설하였다.

차라리 이글거리는 불을 품에 안고
성난 독사를 손으로 잡을지언정
끝내 나쁜 벗과는 친하지 않으리다.

제가 이제 저 독사와 같은
나쁜 벗에게 깨물렸으므로
훌륭한 의사에게 귀의하여
그 독의 해악을 제거하려 합니다.

바라건대 삼계의 진실한 구제자께서
거듭 이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어
비록 무거운 죄를 저질렀지만
자비를 내리시어
저의 참회를 들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온화하고도 즐거운 낯빛으로 시리국다에게 타일러 말씀하셨다.
“성자여, 너는 근심하거나 겁내지 말라.”
곧 게를 설하셨다.

일어나거라, 일어나. 나는 진심[瞋]이 없어
원수라든가 친하다는 마음을 버린 지 오래니라.

오른쪽에선 전단향을 바르고

왼쪽에선 날카로운 칼로 베더라도
나는 이 두 사람에 대하여
다름이 없는 평등한 마음이네.

“지금의 나는 희유한 것이 아니니, 이미 번뇌를 끊었으므로 더하거나 덜하는 마음이 없는 것뿐이니라. 옛날에 내가 흰 코끼리였을 때 독사에게 물려 중독이 되었으나 오히려 두 다리로 사냥꾼을 덮어 보호하여 독사에게 상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또 거북의 몸이었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몸의 마디마디가 죄다 찢기었으나 그래도 성내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또 곰의 몸이 되었을 때에는 잡으러 온 사람을 가엾이 여겼으므로 저 사람이 사냥꾼에게 알려 주었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또 선인(仙人)이었을 때에는 손ㆍ발ㆍ귀ㆍ코가 죄다 베이고 훼손되었으나 오히려 털끝만한 진심(瞋心)도 내지 않았느니라. 또 옛날에 내가 일체시(一切施)라는 바라문이었을 때에는 목까지 잘리었으나 그래도 성내거나 원망하지 않았었는데, 하물며 오늘날 일체의 번뇌를 끊은 내가 어찌 너에게 원한이 있겠느냐? 마치 허공이 먼지에 더렵혀지지 않고, 연꽃이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내가 여덟 가지 법을 여읜 것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때 시리국다가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게 여기신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밥을 지어야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시리국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사람을 보내어 나에게 ‘밥때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시리국다가 대답하였다.
“사실 그랬으나, 제가 먼저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한 것은 이롭지 못한 일을 꾸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시리국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이로움이 없는 일은 끊어 버렸거늘, 네가 지금 무슨 이롭지 않은 일을 꾸몄다는 것이냐?”
시리국다가 게를 설하였다.

제가 이제 어리석은 탓으로
백정과 사냥꾼도 차마 하지 못하는
그보다 더한 나쁜 일을 조작하여
독약을 밥 안에 섞어 두었으나
부처님을 해칠 수 없음은 물론
곧 스스로를 해치고 말았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시리국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보시하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시리국다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시하려던
음식에는 모두 독약이 들어 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게를 설하셨다.

저 바수길(婆須吉)용왕이
훨훨 타오르는 진심(瞋心)을 내었을 때의
그와 같이 사나운 독기도
나를 해칠 수는 없었는데

내가 이제 자비심을 닦았거늘
무슨 보시에 독약이 있단 말인가.
나의 대자대비한 과보를
이제 너에게 보여 주리라.

그때 시리국다가 곧 독약 섞인 밥을 가지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눈물을 흘리면서 게를 설하였다.

제가 이제 독약 섞인 밥을 가지고
공덕의 복장(伏藏) 앞으로 나왔으니
저의 마음이 지독하게 나쁘다는 것을
독약 든 밥이 증명하고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3독(毒)을 소멸하셨으므로
신족(神足)의 힘으로 밥에 든 독을 제거하시어
드시고서 능히 저로 하여금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승발(僧跋)5)을 외우고 나서 밥을 먹어야 한다.”
곧 게를 설하셨다.

상좌 앞에서
승발을 다 외우고 나면
뭇 독이 저절로 소멸되리니
그런 뒤에라야 너희들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승발을 다 외우고 나서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이 함께 음식을 먹었으니, 때에 시리국다가 위아래를 관찰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대중들 가운데 혹시 중독된 이는 없을까?’
그러나 여러 대중 스님들이 다 안온하여 중독되지 않았음을 보고는 몇 배로 믿어 공경하여 깊이 환희심을 내었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제 시리국다가 믿어 공경하는 마음을 얻었으니 인연을 받을 때가 되었구나. 어떤 일을 해주어야 할까? 내가 마땅히 번뇌의 불을 끄고 삿된 소견의 독을 제거해 주리라.’
부처님께서 그에 알맞게 네 가지 진리의 법[四眞諦法]을 설하시니, 이 법을 듣고서 믿어 알아 치우친 소견에 얽매임을 끊고 신견(身見)의 독을 제거하고 모든 번뇌의 불을 껐다.
때에 시리국다가 진리를 보게 됨으로써, 곧 게를 설하였다.


나는 어리석음과
삿된 소견의 바다에 던져져
나쁜 갈래를 겁낼 줄 모르고
캄캄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 큰 광명을 얻었으며
커다란 불 속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도리어 시원한 연못을 얻었네.

아아, 부처님이야말로 큰 사람이시며
아아, 불법이야말로 청정한 것이니
그 누가 이루 다 갖추어 말할 수 있으랴.

내가 이제 요약하여 말한다면
나는 본래 독을 드리고자 하였으나
도리어 감로의 밥을 얻었으니
투쟁으로 재물을 잃었다가
반대로 큰 이익을 얻은 격이네.

그러므로 부처님을 가까이하는 중생은
누구나 다 지혜의 눈이 열려서
바른 길을 볼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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