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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44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107권

by Kay/케이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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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07

 

대보적경 제107권


동진(東晋) 천축(天竺) 거사 축난제(竺難提) 한역
송성수 번역


38.대승방편회 ②

그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마치 여러 가지의 색깔이 수미산에 이르면 모두 동일한 금빛으로 변하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보살의 곁에 이르기만 하면 성을 내거나 마음이 청정하거나 음욕의 마음을 내거나 간에 모두 동일한 지혜[薩婆若]의 색깔로 변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모든 보살에 대하여 존중하는 마음을 버리니 마치 수미산과 같이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실견(悉見)이라는 약왕(藥王)과 같아서 성내는 마음이 있거나 청정한 마음이 있거나 간에 이 약을 먹기만 하면 모두 낫게 되고 그 약은 온갖 독을 제거하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보살도 역시 그와 같아서 성내는 마음이 있는 이나 청정한 마음이 있는 이거나 간에 보살에게 가기만 하면 그 보살은 온갖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병을 없어지게 하나이다.”
그때 세존은 아난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너의 말과 같으니라.”
그때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보살마하살이야말로 가장 높고 제일가는 분입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모든 선정을 닦으면 선정을 닦은 뒤에는 도로 욕계(欲界)로 들어와서 중생을 교화하나이다. 비록 공하고 모양이 없고 조작이 없음을 행하면서 중생을 교화한다하더라도 성문이나 연각을 이룬 이로 하여금 큰 자비로써 끝내 지혜의 마음을 여의지 않게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행하는 방편은 불가사의하나니 이와 같이 비록 빛깔․소리․냄새․맛․촉감의 속박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서 애착함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요설변재(樂說辯才)로서 모든 보살의 조그마한 공덕까지도 말씀드리겠나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뜻대로 말하도록 하라.”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광활하고 피폐한 늪지에 높고 큰 담이 있어 무색계(無色界)까지 닿았고, 그 광활하고 피폐한 늪지에는 문 하나만이 있을 뿐이며 이 늪지 안에는 중생들이 많이 있나이다. 그리고 그 늪지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큰 성(城)이 하나 있나니, 그 성은 풍요하고 즐겁고 흥성하고 단정․엄숙하면서 청정하고 묘하나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그 성안으로 들어가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없으며, 성으로 나있는 길은 너비가 한 자[一尺]이며, 똑바로 뻗어있는 길 하나뿐이나이다. 그 늪지에 사는 대중 가운데 총명하고 영리하며 지혜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홀연히 마음을 내어 큰 자비로써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곧 광활한 늪지 가운데서 높은 소리로 ‘여러분들은 아셔야 합니다.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큰 성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풍요하고 즐겁고 흥성하고 단정 엄숙하면서 청정하고 묘하며 하늘사람[天人]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그 성안으로 들어가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없으며, 또한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여의는 법을 능히 설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서 함께 그곳으로 가십시다. 나는 여러분들의 큰 길잡이가 되어주겠습니다’라고 외쳤나이다. 그 광활한 늪지 안에 있던 어리석은 중생들은 가고싶어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으면서도 말하기를 ‘만일 우리들로 하여금 이 늪지에 머무르게 한다면 우리는 그런 명령을 따르겠거니와 만일 우리를 이 늪지에서 내보내려 한다면 따르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고, 지혜가 있는 중생들은 말하기를 ‘우리는 당신과 함께 그곳으로 가겠습니다’라고 하였나이다. 이 광활한 늪지에 있는 박복한 중생들은 이러한 외침을 들으면서도 그 말을 믿지 않고 지혜 있는 사람을 따르지 않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지혜 있는 사람이 광활한 늪지를 나와서 사방을 돌아보았더니 길이 하나 있는데 너비는 한 자 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주 좁고 작았을 뿐더러 그 길의 좌우에는 깊이가 백천 주(肘) 되는 크고 깊은 구덩이가 있었나이다.
그리하여 그 지혜가 있는 사람은 길의 좌우에 널빤지로 둥근 주합[椑]처럼 만들어서 그 속에 배를 대고 기어 나가면서 좌우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그 뒤를 따라오면서 겁을 주었지만 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마음은 용감하여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점차로 나아가다가 드디어 그 성을 발견하고는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졌으며, 성으로 들어간 뒤에는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없었고, 또한 한량없는 중생들을 크게 이롭게 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여의는 법을 연설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피폐하고 광활한 늪지는 바로 나고 죽음의 피폐함을 가리키고, 크고 높은 담이 있어서 무색계까지 닿았다는 것은 바로 무명(無明)이 있어 집착하는 것이고, 이 늪지 안에는 중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바로 모든 나고 죽는 범부를 가리키며, 성을 향하는 길의 너비가 오직 한 자 뿐이라 함은 한 갈래의 도(道)며, 그 늪지는 대중 가운데 있던 어떤 지혜 있는 사람은 바로 보살마하살을 가리키나이다. 어리석은 중생이 벗어나려 하면서도 그 늪지에서 꼼짝하지도 않는다고 하는 것은 바로 성문과 연각을 가리키며 어떤 잘난 중생이 ‘우리는 당신과 함께 그곳으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그 밖의 보살들이며, 박복한 중생이 듣고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온갖 삿된 소견을 지닌 외도와 그 제자들이요, 광활한 늪지에서 나온다는 것은 바로 일체지의 마음을 부지런히 닦는 것을 가리키며, 한 자되는 좁은 길이라 함은 바로 법 성품의 문[法性門]이요, 그 길의 좌우에 깊이 백천 주가 되는 크고 깊은 구덩이가 있다 함은 바로 성문승과 연각승을 가리키나이다. 길의 좌우에 널판지로 둥근 주합처럼 만들었다 함은 지혜의 방편이요, 배를 대고 기어 나아간다 함은 바로 보살이 4섭법(攝法)으로써 온갖 중생들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며, 도둑이 그 뒤를 따라오면서 두렵게 한다 함은 바로 악마와 악마의 백성과 62가지 소견을 깊이 내는 중생과
보살을 업신여기고 비방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함은 바로 인욕바라밀을 닦으면서 마음을 오로지 한군데에만 쏟음을 의미하며, 좌우를 돌아보지 않는다 함은 바로 성문승과 연각승을 칭찬하지 않음을 가리키나이다. 큰 성이라 함은 바로 일체지의 마음이요, 점차로 나아가다가 드디어 그 성을 발견하고서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함은 바로 보살이 부처님과 부처님께서 행하신 것을 보고 일심으로 부처님의 지혜와 위덕을 공경하면서 반야바라밀다를 잘 배워 방편으로써 점차로 상황에 따라 모든 중생을 가까이하면서도 싫어함이 없다는 것이며, 성으로 들어간 뒤에는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바로 보살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면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여의게 하였다는 뜻이오며, 능히 설한다는 것은 바로 여래․응공․정변지를 의미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모든 보살을 공경하고 예배하나이다.”
이 말을 마치자 만 명의 사람과 하늘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하 가섭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너는 모든 보살마하살을 권하며 분발하게 하였고 너도 한량없는 공덕을 잘 성취하였느니라. 보살마하살은 만일 업(業)이 자기 자신을 해치고 다른 이를 해친다면 끝내 하지 않으며, 만일 어떤 언설(言說)이 자기 자신을 해치고 다른 이를 해친다면 역시 하지 않느니라.”
그때 덕증(德增)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업이나 언설이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친다면 온갖 보살은 행하지 않는다 하면서 가섭 부처님[迦葉佛] 때에 보살의 도를 행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다 큰 범지(梵志)가 된 수제(樹提)라는 이가 말하기를 ‘보리의 도는 매우 얻기 어렵거늘 어찌 까까머리가 이런 일을 이룰 수 있겠느냐. 나는 보고 싶지 않다’라고 하였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옵니까?”
세존은 그때 말씀하기를 “어떠한 뜻이 있겠느냐”라고 하시고
덕증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여래와 보살에 대하여 의심을 내지 말아라. 왜냐 하면 부처님과 보살은 불가사의한 방편을 성취하였고, 갖가지 방편에 머무르면서 중생들을 교화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할지니라. 방편바라밀경(方便波羅蜜經)이 있으니 이제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그때 보살은 연등 부처님[然燈佛]으로부터 점차로 방편을 배웠었는데 지금 너를 위하여 조금 열어 보여 분별케 하리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연등 부처님을 뵈었을 때에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니 그로부터 착각에 의한 잘못이나 실없는 웃음이나 기억을 잃거나 하는 일이 없고 마음이 안정을 잃은 일도 없었으며, 지혜도 줄어들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그의 본래 서원대로 무생법인을 얻었고 7일 후에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었으며, 설령 백 겁 동안을 바랐다 하여도 역시 이룰 수 있었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중생들을 위하여 온갖 존재[有]를 받고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마다 지혜의 힘으로 그 구하는 대로 소원을 이루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방편의 힘으로 한량없는 억 겁 동안 세계에 머무르면서도 역시 근심하지 않았으며 그들 때문에 싫증을 내거나 떠나지 않았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모든 선정에 만일 성문이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지라 마음으로 곧 자신은 열반에 들어가 마쳤다고 여기거니와 만일 보살이 들어가면 몸과 마음으로 정진하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4섭법으로 중생을 거두어주며 큰 자비로 말미암아 6바라밀로 중생을 교화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은 그의 본래의 서원대로 도솔천궁(兜率天宮)에 있으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법륜을 굴릴 수 있었고, 이루지 못할 일이 없었지만 보살은 도솔천 위에서 생각하기를 ‘염부제(閻浮提) 사람은 이 도솔천 위에까지 와서 법의 가르침을 들을 수 없고 도솔천 사람이 염부제에 내려가면 법을 들을 수 있다’라고 하고, 이 때문에 보살은 도솔천을 버리고 염부제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은 그의 본래 서원대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胎)속에 들지 않았어도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었지만 만일 태 속에 들지 않으면 혹시 모든 중생들이 ‘이 보살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하늘에서 왔는가, 용에서 왔는가, 또는 귀신에서 왔는가, 또는 건달바에서 왔는가, 그렇지 않으면 변화로 된 것일까’ 하고 의심하고 나면 법을 들을 수도 없고 수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을 수도 없기에 보살마하살은 어머니의 태 속에 들었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실제로 어머니의 태 속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왜냐 하면 보살마하살은 실제로 어머니의 태 속에 들지 않았느니라. 그 까닭은 보살은 무구정(無垢定)에 들어가서 그 정(定)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도솔천에서 내려왔고 나아가 보리수(普提樹) 아래에 앉았기 때문이니, 도솔천의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보살이 목숨을 마치고 나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하였기에 보살은 이때에 도솔천에 있으면서 실로 자신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태 속에 들어가고
5욕(欲)을 받는 모습을 나타내었느니라. 만일 태어나고 출가하고 고행(苦行)하는 것을 온갖 중생들이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전부 보살이 변화로 나타낸 것이니라. 보살은 변화로 태 속에 들어갔고, 욕심을 받고 스스로 즐기는 일을 나타내었고, 출가하였고, 고행을 하였나니, 이 모든 일은 보살이 변화로 나타낸 일이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그때 행한 것이 청정하여 다시는 태 속에 들지도 않았고 오래 전에 싫어하여 여의었기 때문이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몸이 흰 코끼리 같이 되어 어머니의 태 속에 들은 모습을 보였느냐 하면 선남자야, 이 삼천대천세계에서는 보살이 가장 높으며, 희고 깨끗한 법[白淨法]을 성취한 까닭에 흰 코끼리 같이 되어 어머니의 태 속에 드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니, 다시 하늘이나 사람이나 귀신으로서는 이렇게 어머니의 태 속에 들 수 있는 이가 없는 까닭에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으로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태 속에서 열 달을 채운 뒤에야 출생하는가 하면 선남자야, 어떤 중생은 만일 열 달을 채우지 않으면 ‘이 동자의 몸이 혹시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하는 마음을 내기 쉬운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다 채운 모습을 나타낸 것이며, 처음 태 속에 들어갈 때부터 열 달이 다 차기까지 그 중간에는 항상 여러 하늘들이 어머니의 곁에 와 있으면서 예배 공경하며 에워싸고 있었느니라. 이때 모든 하늘들은 보살의 몸을 보는데, 하늘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것이라 이런 상서를 본 뒤에는 2만 4천의 천자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오른 겨드랑이를 거쳐 태 속으로 들어갔는가. 선남자야, 혹 어떤 중생들은 ‘보살은 부모의 정수(精水)가 화합하여 태어난 것이다’고 의심한 이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 의심을 끊기 위하여 화생(化生)임을 나타내려고 일부러
겨드랑이를 거쳐 들어간 것이요, 겨드랑이로 들어간 뒤에는 그 들어간 자리도 없었으며 그런데도 마야(摩若) 부인은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몸과 마음의 쾌락을 얻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집 안도 아니요 성 안도 아닌 한적한 곳에서 태어났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은 예부터 항상 아무도 없는 한적한 데를 좋아하였고, 텅 빈곳을 찬탄하였으며, 산이나 숲의 고요한 곳을 찬탄하면서 적멸(寂滅)을 수행하느니라. 보살이 만일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하늘․용․귀신․건달바 등이 꽃과 가루향․바르는 향을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이요, 모든 하늘이 백천 가지 한량없는 음악을 가지고 와서 공양하지도 못했으리라. 그때 가비라성(迦毘羅城)의 모든 대중들은 그 마음이 허황하고 방일하고 자만심에 빠졌으므로 보살에게 와서 공양하지도 못하였으리니, 이 때문에 보살은 아무도 없는 한적한 데로 와서 태어난 것이요, 성 안이나 집 안에서 태어나지 않는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의 어머니는 강뢰차나무[降賴叉樹]의 가지를 잡고서 보살을 낳으셨는가 하면 선남자야, 유정들은 의심을 내기를 ‘마야 부인이 보살을 낳으실 때에도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이 다른 여인들과 같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중생들에게 오히려 즐거웠음을 보이려고 나뭇가지를 잡고 보살을 낳으셨나니, 이 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바른 기억으로 다른 몸 부분이 아닌 겨드랑이로부터 출생하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의 청정한 행은 삼천대천세계에서도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므로 여근(女根)으로 인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여근으로부터 출생하지도 않느니라. 이것을 그 밖의 범행(梵行)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생보살(一生菩薩)임을 이렇게 나타내 보인 것이니, 이 때문에 보살은 오른 겨드랑이로부터 나왔고, 이렇게 출생한 뒤에도 출생한 자리가 없었으며 마치 앞에서와 같이 나중에도 역시 그러하였느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처음 태어날 적에 그 밖의 다른 하늘사람도 아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몸소 아이를 보배 옷으로 받았는가 하면 선남자야, 석제환인은 옛날에 서원하기를 “만일 보살이 태어나시면 저는 보배 옷으로 받아 모시리이다”라고 하였으며, 보살의 선근은 미묘하기 때문에 다른 하늘들보다 한층 더 믿고 공경하면서 공양하기 위해서였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태어날 적에 이내 여섯 걸음도 아니고 여덟 걸음도 아닌 일곱 걸음을 걸었느냐 하면 선남자야, 필정(必定) 보살은 큰 신력이 있고 부지런히 정진하는 대장부의 몸매[大丈夫相]라, 중생에게 다른 사람은 그렇게 나타내 보일 수 없음을 나타내 보이려는 것이니, 만일 일곱 걸음을 걸어서 다른 중생보다 더 하는 것이라면 보살은 여섯 걸음을 걸어야 할 것이요, 만일 여덟 걸음을 걸어서 다른 중생보다 더 하는 것이라면 곧 일곱 걸음을 걸을 것이니라. 그 때문에 보살은 사람의 부축 없이 일곱 걸음을 가게 된 것이요, 여섯 걸음도 여덟 걸음도 아니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일곱 걸음을 간 뒤에 부르짖기를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며,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여의었다’고 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그때 대중 가운데 제석․범왕의 여러 하늘과 모든 천자들은 마음에 교만을 품고서 짐짓 말하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다’라고 하면서 잘난 체하여 방자하고 뽐내면서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느니라. 그때 보살은 생각하기를 ‘저 모든 천자들은 거만한 마음이 있다. 이 거만한 마음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3악도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라고 하고, 이 때문에 보살은 말하기를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훌륭하며 늙고 병듦과 죽음을 여의었다’고 한 것이니라. 보살이 그때 이렇게 부르짖자 그 음성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들렸으므로 혹 어떤 하늘 가운데 보살이 태어날 때에 미처
오지 못한 이는 이 소리를 듣고 나서야 모두 다 와서 모였느니라. 그때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의 하늘들은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보살을 향하여 예배하고 공경하면서 보살을 향하여 예배하고 저마다 서로 말하기를 ‘전에 없었던 일이로다’라고 하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보살은 일곱 걸음을 간 뒤에 진실한 말을 하시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훌륭하며,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여의었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일곱 걸음을 간 뒤에 곧 크게 웃었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은 욕심 때문에 일부러 웃는 것도 아니요, 교만 때문에 웃는 것도 아니며, 경박함 때문에 웃는 것도 아니니라. 그때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 모든 중생은 본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그리고 모든 번뇌가 있는데 지금도 역시 그와 같구나.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일으키도록 권했었는데 지금 나는 이루었거니와 저 중생들은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나고 죽은 고뇌의 바다 가운데 있으면서도 아직도 번뇌를 끊지 못하였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이와 같은 중생은 나와 같은 때에 보리심을 내어서,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는데도 저 중생들은 게을렀기 때문에 나고 죽는 고뇌의 바다 가운데 있었으니, 이 하열한 중생들은 이끗[利養]을 위하였기 때문이니라.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일체지를 구하지 않은 이 모든 중생들이 지금은 오히려 나에게 예배하고 공경하고 공양하는지라 나는 그때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었고 ‘나는 이제 이미 소원을 모두 이루었다’라고 하면서 이런 인연 때문에 보살은 크게 웃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태어날 때에 몸이 청정하고 더러운 때가 없는데도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범천왕(梵天王)이 보살을 목욕시켰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은 석제환인과 범천왕의 하늘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기 위해서였고, 또한 처음 아이가 갓 태어나면 으레 목욕을 시켜야 하는 세상법과 다름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비록 몸에 티끌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석과 범왕으로 하여금 목욕을 시키게 하였던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한적한 곳에서 바로 도량(道場)에 이르지 않고 다시 궁중으로 들어갔는가 하면 선남자야, 모든 감관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요, 궁전에 있으면서 5욕을 스스로 즐긴 연후에야 사천하를 버리고 출가하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이며, 또 그 밖의 사람들을 교화하며 5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축하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나타내 보인 것이니, 이 때문에 보살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한적한 곳에서 곧장 도량으로 나아가지 않았느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태어난 지 7일 만에 마야 부인이 곧 목숨을 마쳤는가 하면 선남자야, 이것은 마야 부인의 목숨이 다하였기 때문이요, 보살의 허물은 아니니라. 보살은 먼저 도솔천에 있을 때에 천안(天眼)으로 마야 부인의 목숨을 살펴보았더니 열 달을 채운 뒤에 이레가 남아 있었느니라. 그때 보살은 마야 부인의 목숨이 다하려 함을 보고 일부러 내려와 태어난 것이요 보살의 허물은 아니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서론(書論)과 장기, 바둑과 활쏘기와 말타기 군사의 책략[軍策]과 계모(計謀) 등등 갖가지 기예를 배웠는가 하면 선남자야, 세간 법을 배우기 위함이며, 보살은 삼천대천세계에서 한 가지 일도 모르는 것이 없어서 게송[偈]․사변(辭辯)․응변(應辯)․주술(呪術)․희소(戱笑)와 노래하고 춤추고 악기를 다루며 공업(工業)에 이르기까지 보살은 태어날 때에 이미 온갖 것을 잘 알았던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태자비(太子妣)를 맞아들이고 채녀(婇女) 권속을 두었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의 음욕 때문이 아니었느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곧 음욕을 여읜 장부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보살이 만일 아내와 아들․딸을 나타내 보이지 않았었다면 중생들은 당연히 ‘보살은 남자로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니, 중생들이 만일 이런 의심을 하게 되면 한량없는 죄를 얻게 되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끊어주기 위하여 석씨 종족[釋種]의 여인에게 장가든 것이니라.
나후라(羅睺羅)가 있는 것을 나타내 보인 것도, 만일 사람이 ‘나후라는 바로 부모에게 화합으로 태어났다’고 한다면 커다란 잘못이니라. 나후라는 천상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내려와 태 안으로 들어 간 것이요, 그는 부모의 화합으로 인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또 나후라는 자기의 본래의 서원 때문이기도 하니, ‘만일 일생보처보살이 있을 것 같으면 저는 마땅히 아들이 되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구이(瞿夷)는 본래 연등 부처님[然燈佛] 때에 말하기를 원컨데 ‘지금으로부터 이 범지(梵志)를 위하겠으며 일생보처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저의 남편이 되게 하여 주시고 저는 그의 아내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였었느니라. 그때 보살도 곧 일곱 송이의 우발라꽃[優鉢羅花]을 받은 뒤에 말하기를 ‘내가 비록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이 선여인의 원을 채워 주겠습니다’라고 하였으며, 이런 서원을 한 뒤에는 이 일곱 송이 꽃의 선근을 여의지 않았나니, 그 때문에 보살은 비(妣)로 맞아들인 것이니라. 또 일생보처보살이라 궁전의 채녀들 가운데 있는 것을 나타내 보일 수 있었느니라. 그때 보살은 묘한 빛을 성취하였고 모든 하늘들의 공양으로 출가할 수 있었는지라 석씨 종족의 여인은 이러한 많은 일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음을 모두 보고는 그 마음을 오롯하게 하여 보리심을 내겠다는 원을 세우기를 ‘원컨데 저는 이러한 많은 일들을 두루 갖추어지이다’라고 하였나니, 이 때문에 보살은 구이로 하여금 이런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하여 그를 아내로 맞아들였느니라. 또 큰 마음[大心]이 있는 중생으로서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5욕을 누리고 재보와 하인과 권속 등 갖가지 일을 받고 난 이에게
보살은 그 중생을 위하여 살고 있는 집과 5욕과 재보와 하인과 권속 등을 버리고 출가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집에 있으면서 5욕과 재보와 하인과 권속 등을 버리고 출가하는 모습을 보였느니라. 중생들이 이것을 보면 생각하기를 ‘보살이 받는 5욕은 가장 묘하고 더할 나위가 없는데도 다 버리고 능히 출가하였거늘 하물며 우리들이 출가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니라. 또 보살에게 딸린 아내와 모든 남녀는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온갖 착한 법으로써 교화하여야 할 이들이었고 이 모든 중생들도 역시 서원하기를 ‘이 보살이 일생보처보살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처자 권속이 되게 하소서’라고 하였으며, 또한 그러한 모든 사람들에게 청정한 법[白淨法]을 더욱 늘어나게 하려 함이었나니 그 때문에 보살은 처자 권속을 두었던 것이니라.
또 보살이 궁전에 있었던 것은 4만 2천의 채녀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해서였고, 또 그 밖의 사람들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나니, 이 때문에 보살은 궁전에 있으면서 처자와 권속을 두었던 것이요, 또 모든 여인들은 음욕의 불에 타고 있다가도 보살을 보기만 하면 이내 음욕이 사라졌던 것이니라. 또 보살이 변화로 여러 몸이 되어도 얼굴이나 키의 크고 작음도 본래와 똑 같았으므로 그 모든 여인들은 이 변화로 된 보살과 함께 서로 즐기면서 저마다 자기 몸은 ‘진짜 보살과 같이 서로 즐기고 있다’라고 여겼느니라. 그때 보살은 항상 선정(禪定)에 있으면서 안락한 행을 닦고 있었나니, 마치 변화로 된 보살이 5욕을 받으면서도 그 5욕을 받는다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진실한 보살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연등 부처님 때로부터 일생보처에 이르기까지 이미 음욕을 여의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며, 차닉(車匿)과
건척(犍陟)의 본래 서원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염부나무[閻浮樹] 아래에서 사유(思惟)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7억의 모든 하늘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또한 보살은 그의 부모로 하여금 반드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할 것이라 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요, 또 보살은 지혜가 한층 더하여 염부나무의 그늘조차도 보살의 몸을 따른다 함을 나타내 보이고자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더욱 증가시키게 하기 위해 보살은 염부나무 아래에 앉아 선(禪)을 사유하였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5욕을 스스로 즐기지 않고 성을 나와서 유관(遊觀)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늙고 병들고 죽는 사람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 모든 권속들로 하여금 보살이 늙고 병들고 죽음이 두렵기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임을 알게 하기 위해서요, 잘난 체 하면서 권속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출가하는 것이 아니고, 권속들을 이롭게 하려고 출가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보살은 집에 있는 사람들의 허물[在家過患]을 보았기 때문에 출가한 것이요, 이 보살은 모든 중생들에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보이기 위하여 보살은 5욕을 즐기지 않고 성을 나가서 유관하였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한밤중에 출가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중생의 선근을 이익 되게 하고, 보살이 있는 곳마다 중생의 선근이 더욱 증가함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였느니라. 선남자야, 또한 청정한 법[白淨法]을 위하여 5욕을 여의고 권속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출가한 것이며, 모든 환락(歡樂)을 버릴지언정 끝내 청정한 법은 여의지 않았나니, 이 때문에 보살은 한밤중에 출가하였느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궁중사람과 채녀들이 다 잠이 든 연후에야 출가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출가하게 한 모든 허물이 일체의 하늘에게만 있게 하려는 것이며, 어떤 권속이나 양친이 혹시 보살이 출가하는 것을 보면 곧 화를 낼 것이므로 보살은 ‘이 사람이 나에게 나쁜 마음을 지니면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받으면서 3악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니라. 그 권속이나 양친이 ‘이것은 바로 모든 하늘이 잠을 재워놓고 일부러 문을 열어 주고 길을 인도하면서 허공을 타고 떠나가게 한 것이지 보살의 허물이 아니다’라고 이렇게 알게 되면 그때 여러 사람들은 심신(信心)이 더욱 더하면서 모든 하늘들에게는 신심을 내지 않게 되나니, 이 때문에 보살은 그러한 허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공중 사람과 채녀들이 다 잠이 든 연후에야 출가한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차닉에게 흰말과 보배 옷과 영락 등을 도로 집에다 돌려보냈는가 하면 선남자야, 권속들로 하여금 집에 있을 적의 훌륭한 옷과 보배 영락에 탐내지 않는다 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또 보살은 ‘나는 이제 이렇게 배우리라. 또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버리고 부처님 법에 출가하는 것을 배우게 하리라.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배우고 나면 4성종(聖種)의 행을 지니게 되리라’라고 이렇게 관찰하였나니, 오직 부모가 놓아주지 않는데도 출가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았느니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칼로 자신이 손수 머리칼을 잘랐는가 하면 선남자야, 삼천대천세계에서 하늘․용․귀신․건달바와 인비인(人非人)인 이들로서는 보살의 위덕(威德)에 가까이 할 수조차 없거늘 하물며 머리를 깎는 이가 있을 수 있겠느냐. 또 보살은
중생들로 하여금 보살을 깊이 믿고 출가하고자 하는 생각을 내게 하기 위하여 자신이 손수 칼을 잡고 머리칼을 자른 것이니라. 또 보살은 정반왕(淨飯王) 때문이기도 하였느니라. 그때 정반왕은 악한 마음을 내면서 자신이 호족(豪族)임을 믿고 오만하게 말하기를 ‘누가 내 아들의 머리를 깎겠느냐. 나는 당장에 죽여 없애리라’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정반왕은 보살이 스스로 칼을 잡고 머리를 깎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악한 마음이 이내 사라졌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6년 동안이나 고행(苦行)을 하였는가.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이 전생에 지었던 업의 남은 과보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나쁜 업보(業報)에 대하여 근심하는 마음을 내어 보살에게 귀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또 선남자야, 옛날 가섭 부처님[迦葉佛] 때에 보살은 이런 말을 하였나니 ‘나는 이 삭발한 사람이 보리를 얻었겠느냐. 보리의 도는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이러한 것들도 역시 보살이 방편을 행하였다 함을 보인 것이니, 여기서 말한 그 이치를 알아야 하리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이 이런 추악한 말을 하였는가. 선남자야, 그때 가섭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에 수제(樹提)라고 하는 바라문(婆羅門)의 아들이 있었으며 그에게는 친한 벗 다섯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가 위대한 바라문의 아들이었느니라. 그는 이전부터 대승(大乘)을 배우고 있었으나 그때 이 다섯의 벗들은 오래 전부터 나쁜 벗을 가까이 한 까닭에 보리심을 잃고 있었느니라. 선남자야, 그 다섯 사람은 가섭 부처님 때에 외도(外道)를 받들어 섬기면서 부처님 법을 믿지 않았으므로 외도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부처님의 말씀은 이해하지 못하였고, 외도의 법은 알면서도 부처님의 법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다섯 사람은 외도를 스승으로 섬기고 있었는데 그 스승 되는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바로 부처님․세존이며 일체지(一切智)이다. 내게는 또한
보리의 도가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그때 수제 범지는 이 다섯 사람을 유도하여 도리어 보배 그릇을 만들고자 하고, 그 다섯 사람이 지닌 외도의 마음을 전환(轉換)시키기 위해 방편을 써서 기와를 만드는 이에게 가서 말하기를 ‘나는 이제 삭발한 도인을 뵙고 싶습니다. 어찌 삭발한 도인이 보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리의 도는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이런 말을 한 뒤에 다시 얼마를 지나고 나서 때마침 수제 범지와 그 다섯 사람이 어느 한 으슥한 곳에 있었는데 그때 기와 만드는 이가 그 곳으로 와서 수제 범지를 향하여 가섭 부처님․여래․응공․정변지를 찬탄하면서 다시 수제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나와 함께 부처님께로 가십시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수제 범지는 생각하기를 ‘이 다섯 사람은 선근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지라 만일 내가 가섭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외도의 스승을 찬탄하지 않는다면 이 다섯 사람은 의심을 낼 것이며, 부처님께 갈 리가 없으리라’고 하였다. 그때 수제는 스스로 본래의 원을 지키고 받아 바라밀의 과보로 방편을 행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이 삭발한 도인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삭발한 도인이 보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리의 도는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한 것이니라.
어떻게 반야바리밀의 과보를 보살이 행하는가. 반야바라밀에는 보리라는 생각도 없고, 부처님이라는 생각도 없기 때문에 부처님을 보지도 못하고 보리를 보지도 못하였으며 또한 안에서도 보리를 보지 못하고 밖에서도 보리를 보지 못하였으며 안팎에서도 보리를 보지 못하였나니, 이와 같이 보리는 공하여 무유법(無有法)임을 모두 알았느니라. 그때 수제는 모든 법은 있을 만한 것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방편을 행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삭발한 도인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삭발한 도인이 보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리의 도는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다시 다른 때에 수제 범지는 다섯 사람과 함께 강가에 모여 있었는데 그때 기와 만드는 사람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서 그 다섯 사람을 교화하기 위하여 다시 그 곳으로 와서 수제 범지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나와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찬탄하십시다. 모든 세존은 세상에 출현하시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 수제 범지가 기와 만드는 사람의 찬탄을 듣고서도 고의로 가려 하지 않자 그때 기와 만드는 사람은 이내 그의 앞으로 와서 손으로 범지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강제로 끌며 부처님께로 데리고 갔느니라. 그때 다섯 사람도 그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따라가게 되었고 수제 범지도 드디어 부처님 처소에 이르게 되었느니라. 그때 나라의 법에도 만일 다른 이에게 머리칼을 잡힌 사실을 관가에 알리게 되면 그 움켜잡은 사람은 죽음을 당하게 되어 있었느니라. 그때 다섯 사람은 수제 범지가 남에게 머리칼을 붙잡혀 마지못하여 따라간 것을 보고는 삿된 소견을 내면서 ‘저 여래의 법에 어떤 공덕이 있기에 저 기와 만드는 사람은 죽을죄도 아랑곳없이 수제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예배하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찬탄하게 한단 말이냐’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다섯 사람도 그 마음이 쏠려서 가섭 부처님께 간 것이요, 가서 부처님을 뵙게 되자 본래의 서원이 도로 일어나면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으며,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기자 곧 부처님 앞에서 수제를 꾸짖으며 ‘이러한 세존이시라 이와 같은 위덕이 있으시며, 본래 들었던 대로거늘 어찌 믿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에 다섯 사람은 가섭 부처님의 위덕을 보았고 또 변재를 들었는지라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그때 가섭 부처님은 그 다섯 사람이 벌써 전일한 마음을 얻은 것을 보시고 그들을 위하여 보살장(菩薩藏)의 물러나지 않는 다라니(陀羅尼)의 금강 같은 구절을 말씀하시고
무생법인(無生法忍)도 차례로 말씀하시자 그때 다섯 사람은 곧 무생법인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지금 이미 부처님의 지혜를 두로 갖출 수 있었거니와 그때 수제 범지가 만일 가섭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외도의 스승을 찬탄하지 않았다면 그 다섯 사람이 부처님께서 간다는 일은 있을 수조차 없었겠거늘 하물며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겠느냐. 선남자야, 수제 범지는 다섯 사람을 교화하기 위하여 보살승(菩薩乘)을 배웠고 일부러 반야바라밀의 과보로써 방편을 행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머리를 깎은 수행자를 뵙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머리를 깎은 수행자가 보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리의 도는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불퇴전보살은 부처님에 대하여 의심이 없고, 보리에 대하여도 의심이 없으며, 부처님의 법에 대하여도 의심이 없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또 보살은 다섯 사람을 교화하고 스스로 업보(業報)를 보이기 위하여 업장(業障) 때문에 6년 동안 고행을 한 것이요, 다른 중생처럼 계율을 지니는 사문과 바라문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여 이런 나쁜 말을 한 것은 아니니라.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간에 그 모든 중생은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뇌를 받으면서 이익은 얻지 못하고 3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니, 그런 중생들을 위하여 스스로 지은 업을 나타내고 또한 그 과보를 받는 것을 나타내었느니라. 그 때문에 여래는 온갖 장애 되는 업보가 없었느니라. 어떤 중생이 계율을 지닌 사문이나 바라문을 비방하면 근심과 괴로움이 그 마음을 덮어서 해탈을 얻지 못하고 도의 과위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 중생의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주기 위하여 이러한 업보를 받는 것을 나타내나니, 그 모든 중생은 생각하기를 ‘일생보처 보살이 가섭 부처님을 비방하였는데도 그 보살은 오히려 해탈을 얻으셨거늘 하물며 나는
모르면서 나쁜 말을 한 것이겠느냐. 그러므로 나는 이제 스스로 그 허물을 뉘우쳐야 하며 온갖 나쁜 업을 다시는 짓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모든 외도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6년 동안 고행을 한 것이요, 실로 업의 장애 때문은 아니니 왜냐 하면 세간의 사문과 바라문은 하루에 깨 한 알과 쌀 한 톨을 먹으면서 청정한 해탈을 얻었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느니라. 보살은 그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하루에 깨 한 알과 쌀 한 톨을 먹는 것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 보살조차도 음식을 거칠게 먹으면 오히려 성현의 도를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청정한 해탈이겠느냐. 그 때문에 보살은 말하기를 ‘나는 머리를 깎고 수행하는 사람을 뵙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머리를 깎고 수행하는 사람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깨달음은 매우 깊어서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이 인연 때문에 6년 동안 고행을 한 것이요, 또 52백천의 행이 거친 모든 하늘과 외도와 신선과 행이 거친 보살들을 조복하기 위해서였나이다.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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