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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4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108권

by Kay/케이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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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08

 

 

대보적경 제108권


동진 천축 거사 축난제 한역
송성수 번역


38. 대승방편회 ③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좋은 음식을 먹고 기력이 충만한 뒤에 보리나무로 나아갔고, 파리하여 앙상할 때는 보리나무로 나아가지 않았는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은 음식을 먹지 않아서 신체가 파리하고 달라져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거늘 하물며 깨와 쌀을 먹는 것이겠느냐. 그때 보살은 장차 오는 세상의 중생들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이 훌륭한 음식을 먹은 것이니, 왜냐 하면 중생은 선근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는데도 음식을 먹지 않고 도(道)를 구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그 모든 중생은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 때문에 지혜를 얻을 수 없나니, 만일 편안하고 즐겁게 행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느니라. 모든 법을 밝게 비춤은 고행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이 때문에 수사가(修舍佉) 여인의 음식을 먹고 나서 서른 일곱 가지 보리를 돕는 법[三十七助菩提法]을 이루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 것이며, 음식을 보시한 여인 또한 보리 돕는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또 보살은 하나의 선정 속에 있으면 기쁜 마음이 생기므로 백천 겁 동안이라도 먹지 않고 머무를 수 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길안 천자(吉安天子)로부터 풀을 구하여 자리에 깔았는가 하면 선남자야, 과거의 모든 부처님은 해탈의 자리를 펴셨으니 묘한 풀로 자리를 삼지 않았고 다만 길안 천자에게
보리 돕는 법을 성취시키려고 한 것이니, 그때 길안은 보살에게 풀을 주고 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선남자야, 지금 나는 그에게 수기(授記)하노니 ‘저 길안 천자는 미래 세상에 성불할 것이며, 그 명호는 무구(無垢) 여래․응공․정변지라 하시리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보살은 보리나무 아래에 앉아서 악마 파순(波旬)으로 하여금 보리나무 아래로 오게 해서 보살로 하여금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하려 하지 않았는가 하면 선남자야, 악마는 본래 보리나무 아래로 올 수 없다. 만일 내가 부르지 않았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던 것이니라. 선남야, 그때 보살은 보리나무 아래에 앉아서 생각하기를 ‘사천하(四天下)에서 그 누가 가장 높고 제일가며, 이 사천하는 지금 누구에게 속한 것일까’라고 하다가 보살은 곧 악마 파순이 욕계(欲界)에서는 가장 높다는 것을 알고 ‘지금 나와 악마가 함께 싸우다가 악마가 만일 뜻대로 하지 못하면, 욕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제 뜻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니, 그때 모든 하늘 대중이 어울려서 보리나무 아래로 오고, 오고 난 뒤에는 반드시 신심(信心)을 내리라.
악마 대중과 하늘 대중과 모든 용․귀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 및 마후라가 등의 이러한 온갖 대중들이 와서 보리나무를 돌다가 그 모든 대중들은 보살이 사자처럼 유희하는 것을 보게 되면 혹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살의 마음을 내기도 하며, 어떤 이는 믿는 마음을 내기도 하리니, 그 사람들은 나아가 보살의 이런 인연을 본 까닭에 모두가 해탈을 얻게 되리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눈썹 사이의 백호상(白毫相)에서 광명을 놓아
파순의 궁전을 캄캄하게 해 놓고 동시에 삼천대천세계를 광명으로 비추어서 두루 밝게 한 뒤에 이 광명 가운데서 이러한 음성을 내었나니 ‘저 석씨 종족의 아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다가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실 것이다. 그는 악마의 경계를 지나가고 악마들보다 뛰어나므로 장차 오는 세상의 온갖 악마들의 수를 줄이고 없애리니, 지금 그 보살과 악마가 함께 싸우게 되리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파순은 이 음성을 듣자마자 마음에 커다란 근심이 생기면서 마치 화살이 염통에 들어박힌 것과 같았느니라. 그때에 악마 파순은 네 종류의 병사들을 엄히 준비시키고 36유순이 가득 찰 만큼 일제히 들이닥치면서 보리나무를 포위하여 보살을 몹시 방해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큰 자비와 큰 지혜에 머무르면서 지혜를 지닌 금빛 손으로 땅을 쳤으며 땅을 치자마자 온갖 악마들은 일시에 흩어지고 무너졌느니라. 이렇게 악마들이 무너지고 나자 8만 4천 억의 하늘․용․귀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 마후라가 및 구반다(拘槃茶) 등의 대중들은 보살의 위덕과 신체의 미묘함과 얼굴의 단정함과 위력의 씩씩함을 보고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무슨 이치 때문에 여래는 밤낮 7일 동안에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풀지 않고 보리나무를 쳐다보면서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는가 하면 선남자야, 그때 색계천(色界天)이 적멸행(寂滅行)을 행하였는데 그 여러 하늘들은 여래가 결가부좌한 것을 보고 마음에 기쁨을 내면서 생각하기를 ‘지금 우리는 저 사문 구담(瞿曇)의 마음이 어디에 의지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아야겠다’라고 하였느니라. 그 여러 하늘 사람들은 이렇게 밤낮으로 7일 동안을
찾아보았지만 여래가 어느 한 생각 의지하는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갑절 더 기뻐하였고, 3만 2천의 천자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면서 서원을 세우기를 ‘저희들도 미래 세상에 이와 같은 적멸행을 얻어 보리나무를 쳐다보게 하소서’라고 하였나니, 이 때문에 여래는 성도한 뒤에 밤낮 7일 동안을 결가부좌하고 앉아 보리나무를 쳐다보면서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았느니라.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는 본래 보살도를 행할 적에 한량없는 아승기의 행(行)과 원(願)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해탈의 즐거움을 주었으면서 무엇 때문에 범왕(梵王)의 청을 기다린 연후에야 설법했느냐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많은 하늘과 사람들이 범왕에게 귀의하고 있고 범왕을 존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중생들은 범천왕이 변화로 그들을 태어나게 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또한 범왕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을 창조한 이가 없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여래는 이렇게 안 뒤에 ‘이제 나는 범왕의 권고와 청을 기다려야겠다. 만일 그 범왕이 한 번 머리를 숙이면 범왕에게 귀의했던 모든 중생들이 모두 다 귀의하면서 서로가 말하기를 범왕의 권유와 청으로 여래는 설법한 것이지 청하지 않았는데도 설법하신 것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큰 위덕이 있기 때문에 범왕이 나에게로 왔고 설법하기를 권하고 청하였으므로 법륜을 굴린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내가 신력으로 범왕으로 하여금 청하게 하지 않았다면 그 범왕이 먼저 이곳으로 와서 나에게 청하려는 마음은 없었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모든 중생들이 범왕에게 귀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중생들로 하여금 범왕을 여의게 하고 그의 권유와 청을 기다림으로써 범왕을 증명으로 삼게 하려 함에서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범왕이 여래에게 권하고 청하여, 법륜을 굴리게 되자 68백천(百千) 범천(梵天)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며 말하기를 ‘이 분이 진실한 부처님이시며, 중생 가운데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신 이이다’라고 하였으며, 또 서원하기를 ‘저희들도 오는 세상에 이러한 지혜와 위덕을 성취하게 하소서’라고 하였나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앞서 중생의 열 가지 업의 인연[業因緣]을 나타내 보였거니와 보살이나 여래가 이 열 가지 업의 인연 가운데서 방편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므로 오직 지혜가 있는 이만이 이 이치를 알 수 있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에게도 미세한 죄가 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나니,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미세한 착하지 않은 법을 성취하고서도 도량(道場)에 가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온갖 법을 성취하여 일체의 착하지 않은 법을 끊었고 나고 죽는 업보(業報)와 습기(習氣)가 없기 때문이니, 끊어 없애지 못한 것은 있을 수조차 없거늘 하물며 장애 하는 업보가 있겠느냐.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업보가 없다고 여기면서 업보를 믿지 않으면 그 중생을 위하여 업보의 인연을 나타내 보이지만 여래는 실로 업보가 없느니라. ‘법왕(法王)인 나조차도 업보를 받거늘 하물며 그 밖의 중생이 업보를 받지 않겠느냐’라고 함은 그런 중생을 위하여 그와 같이 나타내 보이는 것이니, 이 때문에 여래는 스스로 업연(業緣)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여래에게는 모든 업장(業障)이 없나니, 비유하면 마치 글씨를 잘 쓰는 스승이 글씨에 관한 이론을 잘 배운 뒤 모든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적에 그 어린아이들의 글씨체(體)마다 칭찬함은 글씨 쓰는 스승이 모든 글씨체에
장애가 있지 않기 때문이며, 선남자야, 글씨 쓰는 스승은 ‘저 모든 어린아이들이 마땅히 나를 따라 배워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니, 선남자야, 그 글씨 쓰는 스승은 그들을 숙달시키기 위하여 그렇게 말해 주듯이 여래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을 잘 배운 뒤에 이와 같이 말하고 이와 같이 보여줌은 그 밖의 중생들이 행하는 업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마치 위대한 약사(藥師)가 온갖 모든 병을 잘 치료해 주면서 자기 자신은 병이 없는데도 여러 병든 이들 앞에서 스스로 쓴 약을 먹는 것을 보이면 병든 사람들은 약사가 쓴 약을 먹는 것을 본 뒤에야 그를 본받아 먹고서 저마다 병이 낫게 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여래도 역시 그와 같아서 스스로 온갖 번뇌의 병을 제거한 뒤에 모든 법에서 장애가 없는데도 온갖 법을 나타내 보이면서 ‘이 착하지 않은 업보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얻고 이러한 인연이 나타난다’라고 하나니,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몸과 입과 뜻의 업의 장애를 제거하고 청정한 행을 행하게 하려 함에서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마치 장자나 거사가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고 염려해서 그의 유모(乳母)에게 맡길 때에 이 유모는 병이나 아픈 데가 없으면서도 그 젖먹이를 위하여 스스로 쓴 약을 먹는 것은 그 젖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이니 이와 같이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모든 세계의 어버이인지라 업보를 모르는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래는 병이 없으면서도 중생들을 위하여 병이 든 것을 나타내 보이면서 ‘이 업보 때문에 이와 같은 과보를 얻고 있고, 이런 업보 때문에 이와 같은 과보를 얻고 있다’고 하면, 중생들이 들은 뒤에 마음에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모든 악한 업을 없애고 악한 인연을 짓지 않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지승(智勝)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오랜 옛날 지나간 세상에 연등 부처님[然燈佛] 때에 5백의 장사꾼이 진귀한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로 들어갔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그 장사꾼 가운데 어떤 악한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간사함과 거짓을 많이 품고, 언제나 나쁜 업을 행하면서도 애초부터 뉘우치는 마음이 없었으며, 병법(兵法)을 잘 알고 있어 언제든 도둑으로 변하여 남의 재물을 강탈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형상은 마치 장사꾼과 같았으므로 모든 장사꾼들과 함께 같은 배에 탄 것이니라. 그때에 그 악한 사람은 생각하기를 ‘이 모든 장사꾼들이 값진 보배를 많이 얻으면 그때 이 장사꾼들을 죽인 후에 그 값진 보배를 가지고 염부제로 돌아가리라’고 하며, 모든 사람들을 죽일 결심을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대비(大悲)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대중 가운데 큰 길잡이였느니라. 이때에 그 길잡이의 꿈속에 바다의 귀신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당신의 무리 속에 악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이러이러한 모습으로 항상 도둑이 되어 남의 재물을 빼앗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지금 악한 마음을 내면서 ‘나는 이 5백 사람을 죽인 뒤에 그 재물을 가지고 염부제로 돌아가겠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악한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5백 사람을 죽인다면 큰 악역(惡逆)의 죄를 짓게 됩니다. 왜냐 하면 이 5백 사람은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불퇴전 보살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악한 사람이 모든 보살을 살해한다면 이 업연의 장애 되는 죄 때문에 모든 보살이 처음 발심해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기까지 그 사람은 그 동안에 항상 지옥에 있게 될 것이니, 당신이 길잡이로서 방편을 잘 써서 그 악한 사람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동시에 그 5백의 보살에게도 역시 그들의 생명을 보전하도록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대비 길잡이는 생각하기를 ‘어떤 방편을 써서 그 악한 사람을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5백 명의 보살들의 생명을 보전하게 할까’라고 하였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어느 한 사람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느니라. 그때에 바람을 기다리느라 7일 동안의 여유가 있었으며 7일이 지난 뒤에 염부제로 돌아오려 하면서 생각하기를 ‘다른 어떤 방편은 없다. 오직 이 나쁜 사람을 없애야만 하겠다. 그리하여야 이 5백 사람의 생명을 보전하겠구나’라고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만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이 5백 사람들은 악한 마음을 품을 것이요, 악한 마음을 품은 뒤에는 이 악한 사람을 죽일 것이므로 그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악한 길[惡道]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대비 길잡이는 다시 생각하기를 ‘내 이제 그를 죽여야겠다. 이 사람을 죽임으로써 비록 백천 겁 동안 악도(惡道)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악한 사람이 5백의 보상을 살해하여 그 악한 업연으로 지옥의 고통을 받게 해서는 안 되겠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대비 길잡이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이런 방편을 쓰면서 ‘나는 5백명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악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순식간에 창으로 그 악한 사람을 찔러 죽이고는 모든 장사꾼들을 안온하게 염부제로 돌아오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때의 길잡이는 바로 지금의 나요, 5백 명의 장사꾼은 바로 이 현겁(賢劫) 동안의 5백 명의 보살들이니, 이 겁 동안에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그때 방편을 행하면서 크게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곧 백천 겁 동안의 나고 죽을 재난을 초월하게 되었으며, 그때에 저 악한 사람도 목숨을 마친 뒤에 착한 길[善道]인 천상에 태어났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이제 알아야 하느니라. 보살에게 이러한 장애 되는 업보가 있으면서도 백천 겁 동안 나고 죽을 재난을 초월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바로 그때 보살의 방편의 힘이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이런 방편을 지으면서 가위라 가시[伽違羅刺]를 나타내 보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가위라 가시는 여래의 발을 찌른 것이니라. 선남자야,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가시가 발에 들어가게 되었나니 왜냐 하면 여래는 금강 같은 몸이어서 무너뜨릴 수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옛날 사위성에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가 맨 나중의 몸[最後身]을 받은 이들이며, 그 사람들에게는 다시 20명의 원수가 있었느니라. 그 원수들은 저마다 생각하기를 ‘나는 일부러 친한 척하면서 그의 벗이 되어 그의 집으로 가서 목숨을 빼앗으리라’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맨 나중의 몸을 받은 20명의 사람과 그리고 그들의 원수인 20명의 사람들은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다 같이 나에게로 왔었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그때에 이 모든 사람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대중 가운데서 대목건련(大目犍連)에게 말하기를 ‘이제 이 땅 가운데서 가위라 가시가 나와 나의 오른 발을 찌르려 할 것이다’라고 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가위라 가시가 땅에서 나왔는데 그 길이는 1주(肘)였느니라. 나오자마자 목련은 나에게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이 가시를 가져다 다른 세계에 던져 놓겠나이다’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목련에게 말하기를 ‘너로서는 할 수 없으리라. 이 가위라 가시가 지금 이 땅에 있지만 너는 뽑아내지 못하리라’고 하였는데도, 목련은 큰 신통력으로 그 앞으로 가서 이 가시를 뽑아내려 하였느니라.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는 모두 크게 진동하였고 온갖 세계는 가시를 따라 올라오면서 그 가시는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여래는 신통력으로 사천왕천(四天王天)으로 올라갔는데 그 가위라 가시도 역시 나를 따라 올라왔느니라. 그때 여래는 다시 삼십삼천(三十三天)으로 갔고 다시 야마천(夜摩天)․도솔천(琓率天)․화락천(化樂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으로 올라갔으나 가시도 역시 따라 올라왔으며 범천(梵天)에 이르기까지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그때 여래가 범천에서 염부제 사위성 안의 본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오자 그 가시도 역시 따라 돌아와서 그 땅 가운데 서서는 여래를 향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여래는 곧 오른 손으로 가위라 가시를 붙잡고 왼 손을 땅에다 짚으면서 오른 발로 그것을 밟았느니라. 그때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크게 진동하였으며 그때에 아난 존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나에게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나를 향하여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옛날 어떠한 업을 지으셨기에 이러한 과보를 받으시나이까’라고 하였다. 나는 아난에게 말하기를 ‘나는 과거 세상에 큰 바다에 들어가서 창으로 사람을 찔러 죽였느니라. 아난아, 이 업연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받고 있느니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내가 이 업연을 말하고 나자 그때 20명의 사람을 살해하려 하였던 20명의 원수들은 생각하기를 ‘여래 법왕(法王)조차도 이러한 나쁜 업의 과보를 받거늘 하물며 우리들이 이런 과보를 받지 않겠느냐’라고 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나에게 예배하고는 말하기를 ‘저희들은 오늘 부처님을 향하여 허물을 참회하오며 감히 숨기지 않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먼저 나쁜 마음으로 저 사람들을 살해하려 하였나이다. 이제 거듭 허물을 참회하오며 감히 숨기지 않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세존은 그 사람들을 위하여 업을 지은 인연과 업을 다하는 인연을 연설하였으며, 그때에 20명의 사람들은 이 법을 들은 뒤에 곧 바른 이해[正解]를 얻었고 그리고 4만 명의 사람들도 역시 바른 이해를 얻었나니, 이 때문에 여래는 가위라 가시에 발이 찔리는 일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는 이전에 아무런 병이 없었는데도 기역(耆域) 약왕(藥王)으로부터 우발라꽃[優鉢羅花]을 구하여 냄새를 맡고 내려가게 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그때 여래는 해탈계(解脫戒)를 제정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맨 나중 몸[最後身]을 받은 5백의 비구들이 항상 다른 숲 속에 있으면서 도를 닦았느니라. 그런데 그 비구들이 이러한 병이 들어서 묵은 옛 약으로써는 치료할 수 없었는데도 그 비구들은 부처의 계율을 공경하고 조심하던 터라 다른 약을 구하지도 않고 다른 약을 먹지도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여래는 생각하기를 ‘어떤 방편을 써야 다른 약을 먹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허락하면 그 비구들은 다른 약을 구할 것이며 다른 약을 먹게 되리라. 왜냐 하면 만일 여래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뒤에 사람들은 성현의 법을 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때문에 여래는 방편을 행하여 기역 약왕으로부터 우발라꽃을 구해서는 그 냄새를 맡은 뒤에 내려가게 하였느니라. 그때에 정거천(淨居天)이 곧 그 비구 대중들에게로 와서 말하기를, ‘대덕들이여, 다른 약을 구하셔야 합니다. 병만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자, 비구들은 대답하기를 ‘우리들은 감히 세존의 가르침을 어기지 못하겠으며, 우리들 마음대로도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으며, 남아도는 좋은 약일지라도 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이렇게 말하자 정거천자는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대덕들이여, 여래 법왕께서도 다른 좋은 약을 구하시면서 묵은 옛 약은 버리셨습니다. 대덕들께서도 다른 약을 구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자, 모든 비구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의심을 없애면서 다른 약을 구하였고 다시 다른 약을 먹은 연후에야 병이 나았느니라. 그리고 이 병이 나은 지 불과 7일 만에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여래가 다른 약을 구하지 않았다면 그 비구들도 역시 다른 약을 구하지 않았을 것이요, 만일 다른 약을 구하지 않았다면 모든 병과 번뇌[結]를 없애면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니라.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는 성(城)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빈 발우인 채로 나왔느냐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업장이 없었지만 장차 오는 세상의 비구들을 가엾이 여기어 보호하여 주기 위해서였느니라. 혹 어떤 비구가 성읍이나 마을로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자신에게 복덕이 없으므로 걸식을 해도 얻지 못하면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여래․세존께서는 공덕을 성취하셨는데도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빈 발우인 채로 나오셨거늘 하물며 선근이 미미하고 얇은 우리들이겠느냐. 우리들은 걸식하다가 얻지 못하였다 하여 근심하거나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기 위해서이니, 이 때문에 여래는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빈 발우인 채로 나온 일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라. 선남자야, 가령 악마 파순(波旬)이 성안의 장자와 바라문의 마음을 덮어 가린 까닭에 한 덩이의 밥도 얻지 못했다 생각하지 말지니라.
왜냐 하면 악마 파순이 여래의 음식을 끊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니라. 그때 나의 신력 때문에 악마 파순으로 하여금 그 성 안 사람들을 덮어 가리게 한 것이요, 그것은 악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느니라. 나는 그때 업장이 전혀 없었지만 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빈 발우인 채로 나오는 모습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라. 그때에 나와 비구승들이 밥을 얻지 못하자 온갖 악마 하늘들과 그 밖의 다른 하늘들은 생각하기를 ‘부처님과 승가가 밥을 얻지 못하셨는데 혹시 근심이나 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고 그 밤에 살펴보았으나, 나와 대중들은 한 생각도 근심하거나 괴로워함이 없었으며, 마음도 또한 거만하거나 기죽지도 않았으며 예나 지금이나 똑 같았었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7천의 천자들이 마음을 기울여 여래에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는지라 나는 이때 곧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으므로 온갖 법에서 법안이 깨끗하여졌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바라문과 장자들은 그 뒤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세존에게 큰 위덕이 있었음을 듣고
간절히 우러르면서 곧 나에게로 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자신들의 허물을 참회하였으므로 곧 그들을 위하여 4성제법(四聖諦法)을 설하여 주었더니, 한 번 설법할 때마다 2만 명이 모든 법 안에서 법 눈이 깨끗해졌느니라. 이 때문에 여래는 성으로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빈 발우인 채로 나온 것이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전차(旃遮) 바라문의 딸이 나무 방패를 배에 묶고 여래를 비방하면서 말하기를 ‘사문 구담(瞿曇)이 나에게 임신(妊身)하게 하였으니 나에게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대어 주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는가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이런 일에 대해서는 업장이 전혀 없느니라. 만일 업장이 있었다면 나는 이 전차 바라문의 딸을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 밖에다 던져 놓을 수가 있었지만 여래는 방편 때문에 이 업장을 나타내었으니, 알지 못하는 중생들을 교화화기 위해서였느니라. 왜냐 하면 장차 오는 세상에 어떤 비구들이 나의 법 안에 출가하여 도를 닦다가 그때 혹 다른 사람에게 비방을 당하면 이 일 때문에 부끄러운 생각을 내면서 불법을 좋아하지 않고 계율을 버리면서 세속으로 돌아가기도 하리니, 그 모든 비구들이 만일 비방을 받게 되면 마땅히 여래를 생각하면서 ‘여래는 온갖 착한 법을 성취하고 큰 위덕을 갖추었으면서도 오히려 비방을 받았거늘 하물며 우리들이 비방을 받지 않겠느냐’라고 하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곧 부끄러움이 없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진 뒤에는 마땅히 청정하고 묘한 범행(梵行)을 닦아 익히게 되리라. 선남자야, 전차 바라문의 딸은 항상 악한 업에 가려졌기 때문에 믿지 않는 성품이 많아서 지금 이 여인의 몸을 불법 안에서는 조복할 수가 없으며, 항상 악한 업에 가려졌기 때문에 꿈속에서까지도 비방하다가 깨어난 뒤에는 마음으로 기뻐하였으니, 이 여인은 중간에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져야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다른 방편으로 이 여인의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을 기꺼이 제거하고는 나고 죽음을 건너게 하여 구제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때때로 여래는 그 밖의 사람을 구제하지 않기도 하나니 왜냐 하면, 여래는 온갖 중생에 대하여 편벽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모든 바라문이 바라문의 딸 손타리(孫陀利)를 죽여서 기원동산[洹園]의 해자[塹] 속에다 묻었는가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이때 이런 일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모든 지혜의 마음을 성취한지라 장애가 없으며, 신통의 힘으로 이 칼이 그 여인의 몸에 들어가지 않게 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그때 손타리의 수명이 다 하려 하였고, 필연코 남에게 피살되게 되어 있었으며, 또 이 방편 때문에 모든 외도들의 착하지 않은 일이 드러나게 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곳에 떨어지게 될 것을 알았으므로 이러한 모든 일은 부처님만이 알고 있는 것이라, 그 일을 그대로 두어서 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마음을 내고 선근을 한층 더 늘어나게 한 것이니라. 그때 여래는 7일 동안 사위국의 큰 성에 들어가지 않았고, 성에 들어가지 않았던 그때 60억의 하늘들을 조복하였으며, 7일이 지난 뒤에는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나에게 모여왔으므로 그때 여래는 사중(四衆)을 위하여 설법하였느니라. 이 설법을 들은 뒤에는 8만 4천 사람이 모든 법 가운데서 법안이 청정하여졌으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와 비구승들이 바라문 비란야(毘蘭若)의 마음에 있으면서 석 달 동안 말이 먹는 보리[馬麥]를 먹었는가 하면 선남자야, 나는 옛날부터 이 바라문이 틀림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처님과 승가를 청했던 마음을 버리면서 음식을 공급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부러 가서 청을 받은 것이니라. 왜냐
하면 저 5백 마리의 말 때문이었느니라. 이 5백 마리의 말은 전생에 이미 보살승(菩薩乘)을 배웠고 이미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나 나쁜 벗들을 가까이 하면서 나쁜 업연을 지었는지라 그 나쁜 업연 때문에 축생에 떨어진 것이니라. 이 5백 마리의 말 가운데에는 일장(日藏)이라고 하는 큰 말이 한 마리 있었는데 그는 바로 큰 보살이었느니라. 이 일장 보살은 과거 세상에 인간 세계에 있을 때 이미 일찍이 이 5백 마리의 작은 말들에게 권하여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한 일이 있었는지라, 이 5백 마리의 말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말로 태어난 것이니, 이 큰 말의 위덕으로 말미암아 5백 마리의 말로 하여금 스스로 전생 일을 알게 하여 본래 잃어버린 마음을 도로 얻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그 5백의 보살들이 말 안에 떨어져 있음을 가엾이 여기어 그들을 축생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여래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청을 받은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때 5백 마리의 말은 그들이 먹을 보리를 반씩 줄여서 비구승들에게 보시하였고 큰 말은 그 반을 나누어서 여래에게 보시한 것이니라. 그때 큰 말은 5백 마리의 말들에게 말의 음성으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고, 또한 허물을 참회하면서 이제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 예배해야 한다고 가르쳤으며, 이렇게 말한 뒤에 다시 ‘너희들이 먹을 것을 반씩 나누어서 스님들에게 공양하라’ 하고 말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때 5백 마리의 말은 허물을 참회한 뒤에 부처와 비구승에게 청정한 믿음을 내었으며, 석 달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태어났느니라. 그 5백의 천자(天子)들은 곧 하늘로부터 나에게로 와서 여래에게 공양하였고, 그때 여래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으며, 설법을 들은 그들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게 되었느니라. 그때 5백 마리의 망아지들도 그 마음을 잘 조복하였는지라 장차 오는 세상에는 벽지불이 될 것이며, 저 일장
보살인 큰 말은 장차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보리를 돕는 법[助菩提法]을 이루게 된 연후에 부처님이 되리니, 그 명호는 선조(善調) 여래․응공․정변지라 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세상에서 으뜸가는 맛있는 음식을 여래는 얻지 못한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여래가 비록 초목과 흙덩이와 기와며 조약돌을 먹는다 하더라도 삼천대천세계에서 여래가 먹는 초목과 흙덩이와 기와며 조약돌 같은 이러한 맛은 없을 것이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여래․대인(大人)은 맛 중에서도 으뜸가는 맛을 얻기 때문이니, 설령 여래가 가장 거친 음식을 입 속에 넣어도 그 얻게 되는 맛은 하늘들의 묘한 음식보다 뛰어나느니라. 선남자야, 이 때문에 여래가 먹는 것은 가장 훌륭하고 묘한 줄 알아야 할 지니라. 선남자야, 그때 아난은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전륜성왕의 종성으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신 이가 하천한 사람같이 이 말이 먹는 보리를 잡수시다니’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그때 아난의 마음을 보고 나서 곧 그에게 보리 한 알을 주면서 ‘너는 이 보리의 맛이 어떠한가를 맛보도록 하라’고 하였더니, 아난이 그것을 맛보고 나서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왕가(王家)에서 태어나서 왕가에서 자랐사오나 아직 이러한 맛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아난은 이 보리를 먹은 뒤에 밤낮 7일 동안을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지만 배고프거나 목마르다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그러므로 이것은 여래의 방편이지 업장이 아닌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계율을 지닌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나와 같이 다른 이의 청을 받은 뒤, 그 청한 시주가 헷갈려서 공양하지도 않고 혹시 머물고자 하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인연 때문에 여래는 일단 허락한 곳이면 반드시 그의 청에 나아간다 함을 나타낸 것이요 그리고 업보의 인연을 나타내 보이려고 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항상한 법[常法]에는 비록
다른 이의 청을 받아서 공급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그 청한 시주로 하여금 악한 세계에 떨어지게 하지는 않는 줄 알아야 할지니라. 선남자야, 만일 저 5백의 비구로서 여래와 함께 여름 안거(安居) 동안에 말이 먹는 보리를 먹은 사람 가운데 4백의 비구들이 대부분 청정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탐욕의 마음이 생겼으며, 그 모든 비구로서 세식(細食)을 먹은 이는 욕심이 더욱 더하였고, 추식(麤食)을 먹은 이는 마음이 곧 탐욕에 덮이지 않았으므로 그 모든 비구는 석 달을 지난 뒤에 음욕의 마음을 여의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느니라. 선남자야, 5백의 비구를 조복하고 5백의 보살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래는 방편의 힘으로 석 달 동안 말이 먹는 보리를 먹은 것이지 업보가 아니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는 보름날 설계(說戒)할 때에 장로(長老) 가섭에게 말하기를 ‘나는 지금 등이 아프다. 네가 이제 7각지(覺支)의 법을 설하라’ 고 하셨는가 하면 선남자야, 그때 8천의 천자들이 있었는데 성문의 법에 스스로 조복되어 그 대중안에 어울려 함께 앉아 있었느니라. 선남자야, 그 천자들은 지나간 세상에 이 대가섭에게서 교화받은 이들이라 불․법․승에 대하여 방일하지 않았으며 그 모든 천자들은 자주 가섭 비구가 말하는 7각지의 법을 들었던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 모든 천자들은 가섭 비구가 아니면 설령 백천의 모든 부처님이 그들을 위하여 설법한다 하여도 알게 할 수가 없었느니라. 그때 가섭은 그 천자들을 위하여 7각지의 법을 널리 연설하였으므로 모든 천자들은 가섭 비구로부터 7각지의 법을 듣고 나서 법눈이 깨끗해졌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병고(病苦)에 얽힌 몸이라 설법하는 곳에 가서 법을 들을 수도 없고 공경할 수도 없으면 그 모든 사람은 마땅히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바로 법왕인데도 7각지의 법을 듣고 병이 나으셨거늘 하물며
우리들이 가서 법을 듣지도 않고 법을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하여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모든 하늘을 조복하고 사람들의 괴로움을 없애주기 위하여,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게 하기 위하여 나타내 보인 것이니, 이 때문에 여래는 말하기를 ‘가섭아, 나는 지금 등이 아프다. 네가 7각지의 법을 설하여라’고 하였느니라. 왜냐 하면 법을 존중하기 때문이니, 여래는 거칠고 무거운 사대(四大)의 몸이 없거늘 하물며 병이 있겠느냐.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석씨 종족(種族)이 파멸을 당할 때에 여래는 ‘나는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선남자야, 혹 어떤 중생은 말하기를 ‘세존은 친족을 이익 되게 하지 못하고 가엾이 여기지도 않았으며 또한 안온하고 싶어서 출가한 것이 아닌지라 종족과는 뜻을 끊고 구호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기도 할 것이나 이 중생들이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모든 고통의 근본을 끊은 경지에 이르렀고, 여래는 그 중생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았기 때문에 사야나무[舍耶樹] 아래 앉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그때 곧 아난에게 ‘나는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했는데 그때에 단견(斷見)을 지닌 삼천의 천자와 다시 살생하기 좋아하는 한량없는 이들이 모두 함께 모여 있었으므로 그들을 위하여 업장을 나타내 보이려고 일부러 말하기를 ‘나는 다른 이들이 살생하는 것을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지금의 두통이 생겼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이 법을 말하고 나자 7천의 사람과 하늘이 모두 조복되었나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인연 때문에 파라타(頗羅墮) 바라문이 5백 가지 욕으로 나를 비난하였으나 여래는 그것을 들으면서도 참았느냐 하면, 선남자야, 여래는 신통력으로 이 바라문을 저 다른 세계에다 던져 둘 수도 있고 또한 신
통력으로 그 바라문으로 하여금 한 마디의 욕설이나 꾸짖는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할 수 있었느니라. 선남자야, 그때에 그 대중 안에는 많은 사람과 하늘들이 있으면서 여래가 그 악한 욕설을 능히 참으면서 말을 하지도 않고 대꾸하지도 않은 것을 보고, 담담한 마음[捨心]과 동등한 마음[等心]과 이롭게 하는 마음[利益心]과 참고 견디는 마음[堪忍心]을 내었으며 먼저도 나중과 같고 나중도 먼저와 같자 그때 사천의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나니, 여래는 이러한 이치를 보았던 것이니라. 또 파라타 바라문이 5백 가지 나쁜 욕설을 퍼부은 뒤에는 세존에게 담담한 마음[捨心]을 내는 것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야, 이 바라문이 이렇게 한 뒤에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면서 불․법․승에 귀의하고 해탈의 뿌리를 심은 것도 보았나니, 이것을 가리켜 여래의 방편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제바달다(提婆達多)와 보살은 세상마다 한 곳에 같이 태어났나니, 이런 것들도 역시 보살의 방편이니라. 왜냐 하면 나는 제바달다로 인하여 육바라밀을 원만히 갖추었고 또한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함이 많았느니라. 어째서 그런 일들을 아는가 하면 당시의 중생들은 쾌락을 누렸는지라 보시할 줄도 모르고 받는 것도 몰랐으므로 보살은 보시하는 일을 가르치려 하였다. 그런데 이때 제바달다가 질투심을 일으키며 보살에게 와서 나라와 성과 아내와 아들과 그리고 머리․눈․손․발을 구하였으므로 보살은 기뻐하면서 보시하였느니라. 그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보살이 보시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보시를 믿고 이해하면서 말하기를 ‘보살이 보시하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보시를 행하겠다’라고 하면서 보리를 이루기를 원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제바달다는 보살이 계율을 청정하게 지니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깨뜨리려 하였으나 보살은 청정한 계율을 범하지 않았느니라.
그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보살이 계율을 지니는 것을 보고 역시 본받으면서 계율을 지녔느니라. 또 보살이 계율을 지니면서 혹시 다른 사람에게서 업신여김과 나쁜 욕설을 당하면서도 나쁜 마음을 내지 않고 찬제[羼提] 바라밀을 두루 갖추면 한량없는 중생들이 보살이 인욕으로 마음을 다루는 것을 보고 역시 보살을 본받으면서 인욕을 행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러므로 제바달다는 보살을 크게 이익 되게 하였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지금 제바달다와 같이 술에 몹시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여래를 살해하려 하였고 또한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돌을 내려뜨렸던 일도 이는 모두 여래가 방편으로 나타내 보인 것이요, 업보로 인한 죄가 아니니라. 왜냐 하면 이런 방편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였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통틀어 업의 인연을 널리 설하였는데 이는 모두 여래가 방편으로 나타내 보인 것이요, 업의 과보가 아니니라. 왜냐 하면 중생이 업의 원인과 과보를 모르기 때문에 그 중생들을 위하여 일부러 여래가 이러한 업보를 나타내 보이면서 ‘이 업을 지은 뒤에는 이러한 과보가 있고, 저 업을 지은 뒤에는 저러한 과보가 있으며, 이러한 업을 지으면 이러한 과보가 있다’라고 하면 중생들이 듣고 나서 이러한 업을 짓다가도 이러한 업을 여의고, 착하지 않은 업을 여의면서 착한 업을 닦고 익히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이제 방편을 모두 말하였고 방편을 모두 나타내 보였느니라. 이 모든 방편을 굳게 지니고 비밀히 간직하되 하열한 사람에게나 선근이 얇은 이에게는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이 경(經)은 성문이나 벽지불로서의 행할 곳이 아니기 때문이니, 하물며 낮고 비열한 범부가 믿거나 이해할 수 있겠느냐. 왜냐 하면 이런 사람은 모든 방편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니 이 방편의 경전은 그들의 소용(所用)이 아니며, 하물며 범부의 그릇이 받아 지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보살만이 이 방편을 말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을 뿐이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마치 캄캄한 밤에 크고 밝은 등불을 켜면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선남자야, 보살도 이러한 모든 방편을 들은 뒤에는 모든 보살이 행할 도를 보고, 이 법 가운데서 내가 해야 할 것을 배우면서 모든 여래와 보살의 행으로 벌써 저 언덕[彼岸]에 이르게 되며, 보살의 도를 잘 행하는 이는 어렵게 여기지 않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이제 말하노니 ‘보리의 도와 모든 착한 법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백천 유순이나 떨어져 있는 데서 이 방편의 경전을 연설한다 하여도 반드시 그곳까지 가서 들어야 한다’라고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보살이 이 방편의 경전을 듣고 나면 광명의 행을 얻고 모든 법에 의혹과 후회가 제거되기 때문이니라. 그때 사중(四衆)과 모든 사람과 하늘로서 보배 그릇[寶器]을 이룬 이는 이 경을 말할 때에 모두 듣고 모두 알았거니와 보배 그릇이 아닌 이는 비록 이 모임에 있었다 하더라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였느니라. 이 경전 속에서 귀조차도 듣지 못했거늘 하물며 입으로 말할 수가 있겠느냐. 보배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여래가 이 법을 말할 때에는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였나니 부처의 신력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자 7만 2천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 존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방편바라밀경(方便波羅密經)』이며, 『전방편품경(轉方便品經)』이라고도 하며, 또한 『설방편조복경(說方便調伏經)』이라고도 하나니, 이렇게 받들어 지닐지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지승 보살은 마음에 기쁨을 내었고 그리고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보살승에게서 배우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아울러 모든 하늘․용․귀신․건달바․아수라
․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인비인(人非人)들이 이런 말씀을 듣고 나서 찬탄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시옵니다. 이제 대승의 『방편경(方便經)』을 다 말씀하여 마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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