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47권
대보적경 제47권
대당 삼장법사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12. 보살장회 ⑬
9) 비리야바라밀다품 ③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이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이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다섯 가지 증진(增進)하는 법을 성취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치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다섯 가지 증진하는 법을 성취한다 하는가? 이른바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을 만나는 것이 증진하는 법이요, 착한 벗을 만나 가까이 하는 것이 증진하는 법이요, 재난이 없음을 갖추게 되는 것이 증진하는 법이요, 닦고 쌓은 것에 따라 온갖 착한 법을 영원히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증진하는 법이며, 저 율의(律儀)에 편히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을 따르면서 닦고 배우는 것이 증진하는 법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다섯 가지 증진하는 법을 성취하여 물러나지 않고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깨치는 것이니라.”
그때 장로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도 이 다섯 가지 법에서 손감(損減)함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느니라.”
“무엇 때문이옵니까? 대덕 박가범(薄伽梵)이시여, 어느 것이 그것이옵니까? 대덕 소게다(蘇揭多)시여.”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법이 있나니, 보살이 그것을 성취하면 곧 손감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들이 다섯 가지인가? 이를테면 부처님께서 계시는 세상인데도 만나 뵙지 않는 것이요, 저 착한 벗을 친근히 하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이며, 재난이 없는 법을 갖추었는데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이요, 착한 법을 닦아 익히고서도 잃거나 무너뜨림이 많이 있는 것이며, 율의에 편히 머무르는 보살들을 따라 배우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
이러한 손감하는 법을 갖추는 까닭에 역시 위없는 보리를 속히 깨치지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떠한 다섯 가지의 법을 보살이 성취하는가? 사리자야, 재가(在家) 보살이 왕의 사부(師傅)가 되어서 그의 권위와 세력으로써 중생을 두렵게 하고, 할 일이 있어서 그에게 청탁했을 적에 만일 그러한 일을 이루게 되면 거듭 그에 대한 사례(謝禮)를 요구하나니, 이 보살은 세간의 이익만을 노리므로 마음이 정직하지 않으며 그런 일을 하면서 무릇 하는 말끝마다 모두가 이익이 아님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법으로 말미암아 착한 도를 손감하고 이러한 법으로 말미암아 재난이 없음을 손감하는 것이니라. 이런 재가 보살은 자기 몸을 기르기 위하여 모든 악행을 행하는 것이므로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아가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하는 것이니,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이 성취하는 첫 번째 손감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훼범하는 성에 머무르는 법[住毁城法]이니라. 어떤 것을 훼범하는 성에 머무르는 법이라 하느냐 하면, 사리자야, 만일 모든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세간에 출현하시면 모든 하늘과 사람과 악마와 범천 등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면서 열어 보이고 널리 드날리시되 처음도 중간도 나중도 좋으며 글과 뜻이 교묘하고 청백한 범행(梵行)이 순일하고 원만하게 되므로 그 때에는 으레 사부대중이 출현하게 되나니, 이른바 필추․필추니․오파색가․오파사가가 그것이니라.
그때 필추니가 마을이나 성읍이나 들판이나 관사(館舍)며 그 나라의 서울 등에 의지하여 계율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 속에 살고 있을 적에 저 여러 재가 보살들이 그가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와서 그의 계율들을 더럽히는 것이니, 이렇게 계율을 훼범하기 때문에 훼범하는 성에 머무른다 하느니라. 이런 일을 범하고 나면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아가 빨리 위없는 보리를 깨치지도 못하게 되나니,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이 성취하는 두 번째 손감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어떤 의지할 만한 이들의 법과 계율을 잘 말하고 바른 법을 연설할 적에 곧 부모․형제․자매․처첩과 남녀 권속이며 여러 중생들에게 그 법에 대해 장애가 있게 하는 것이니,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이렇게 법을 방해하고 나면 오랜 세월 동안에 스스로 법과 계율에서 항상 장애가 많게 되므로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아가 위없는 보리를 빨리 깨치지도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이 성취하는 세 번째 손감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부처님의 경전 가운데서 욕심이 적고 족할 줄 알며 벗어나는 일과 상응하게 혼자 고요한 산 속에 있으면서 괴로움의 법을 여의는 이에게 여래께서 찬탄하는 말씀을 듣고서도 마음에 믿지도 않고 도리어 경멸하고 비방하며 또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소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니, 이 착하지 않은 재가 보살들이 여래의 청정한 가르침을 헐뜯고 나면 도로 다시 헐뜯기게 될 갈래로 빠지게 되느니라.
어떤 것을 헐뜯기게 될 갈래라 하는가? 지옥과 축생과 염마의 세계로 떨어지는 것이요 혹은 변두리 땅이나 멸려차(篾戾車)며 나쁘고 삿된 소견을 지닌 집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재가 보살이 이런 일을 행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아가 위없는 보리도 깨치지 못하나니,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이 성취하는 네 번째 손감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국왕이나 대신이나 나아가 부귀가 자재한 이에게 의지하여 나쁜 일만을 하면서 그들의 세력을 믿고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비방하고 욕질하고 경멸하고 희롱하는 것이니,
사리자야, 재가 보살이 이런 말의 나쁜 행을 성취한 까닭에 속히 모든 악취(惡趣)의 과보를 초래하게 되어서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착한 벗을 만나지도 못하고 재난이 없게 될 수도 없고 선근을 무너뜨리며
율의에 머무른 보살을 따라 바른 법을 닦고 배우지도 못하므로 위없는 보리를 속히 깨칠 수도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이 성취하는 다섯 번째 손감하는 법이라 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이러한 지혜는 더 자라지 못하고
속히 여래를 뵙지 못할 뿐더러
인간 가운데 높은 이를 섬기지도 못한다.
어떤 이는 국왕의 큰 사부(師傅) 되어서
중생들을 속이고 헷갈리게 하나니
이러한 악한 업을 갖춘 까닭에
세간이 의지하는 이를 만나지 못한다.
많은 유정들을 두렵게 하며
뇌물을 받고 손해를 끼치나니
이러한 악한 일을 지은 뒤에는
끝내 인간 가운데 높은 이를 받들지 못한다.
혹은 필추니들의 청정한 계율을
파괴하고 꺾어 슬퍼하게 하나니
한량없는 억 분의 여래 여의어야 하고
재난 없는 일들을 성취할 수도 없다.
또 그의 부모와 처자들에게
방해하여 법의 행을 닦지 못하게 하고
바른 법을 듣는 것도 방해하므로
속히 어리석게 되고 과위를 가리운다.
만일 사람이 세간을 싫어하고 출가하려 하면
이내 붙들어 놓고 방해하나니
한량없는 부처님 여의어야 하고
재난 없는 일들을 성취할 수도 없다.
고요한 데 머무름을 찬탄하는 등
어떤 이는 이런 법을 듣고 난 뒤에
참지 않고 성내는 마음을 내어
비방하며 법이 아닌 말이라 한다.
이러한 바른 법을 헐뜯게 되면
항상 소경으로 태어나 심한 고통 받나니
온갖 중한 죄의 업장들 가운데서
이는 바로 16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는 모든 여래 뵙기조차 어렵고
뵙더라도 믿고 공경하는 생각 품지 못하며
여인과 고자며 소경의 몸을 받고
낙타와 당나귀며 돼지와 개가 되리라.
어떤 이가 부처님과 보살에 대하여
정중하고 애경하는 마음을 깊이 내면
온갖 장애를 멀리 여의고 나서
성현의 도를 계속 수행하게 되리라.
그리고 부모와 처자와 권속들도
항상 즐겨 바른 법을 힘써 닦게 되고
세상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려 할 때에는
찬탄하고 도와서 이루게 하리라.
만일 권속이 바른 법에 있으면
속히 착한 세계에 올라가게 해야 하며
어떤 이가 출가한 이를 권유하고 칭찬하면
속히 위없는 부처님의 보리를 깨치리.
“또 사리자야, 출가(出家) 보살에게도 다섯 가지 법이 있나니, 만일 그것을 성취하면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착한 벗을 친하지도 못하며, 재난이 없음을 갖추지도 못하고, 선근을 잃고 무너뜨리며, 율의에 편히 머무르는 보살을 따르면서 바른 법을 닦고 배우지도 못하게 되므로 역시 속히 위없는 보리를 깨치지도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출가 보살이 성취하는 다섯 가지 법이라 하는가? 첫째 시라를 훼범(毁犯)하는 것이요, 둘째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이요, 셋째 이름과 이익을 탐착하는 것이요, 넷째 나라는 소견[我見]을 고집하는 것이요, 다섯째 다른 이의 집에 대하여 간탐과 질투를 많이 내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것을 출가 보살이 성취하는 다섯 가지 법이라 하나니,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아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획득하지도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면 마치 배고픈 개가 헐떡거리면서 길을 따라 가다가 우연히 살도 기름도 없는 오래된 쇄골을 만난 것과 같으니라. 그것에 붉은 기가 있는 것만을 보고 아주 맛있겠다면서 가서 물고는 여러 사람이 있는 데로 가서 네거리 가운데다 놓고 맛을 탐하는 까닭에 뼈 위에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망령되이 아주 맛있다면서 씹기도 하고 혹은 핥기도 하며 혹은 깨물기도 하고 혹은 빨기도 하며 좋아해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마침 그때 찰제리(刹帝利)와 바라문(婆羅門)과 여러 장자로서 아주 큰 부자요 귀한 이들이 이 길에 놀러왔느니라.
그때에 이 배고픈 개는 멀리서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몹시 괴로워하면서 생각하기를 ‘저기 오는 사람들이 나의 이 소중하고 맛있는 음식을 빼앗지나 않을까?’라고 하면서, 곧 이 사람들에 대하여 크게
성을 내어 아주 사나운 소리로 으르렁거리면서 악한 눈으로 쏘아보다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갑자기 덤벼 물고 해치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오는 사람들이 그러한 다른 일들을 저지르겠느냐? 아니 또 이 붉은 기만 있고 살도 없는 저 쇄골을 탐이나 내겠느냐?”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아닙니다. 선서(善逝)시여.”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저 간탐을 부리는 배고픈 개가 무엇 때문에 몹시 사나운 소리로 으르렁거리면서 어금니를 드러내어 짖느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아마 저 사람들이 와서 좋은 음식을 탐내며 반드시 제가 먹으려는 맛있는 것을 빼앗을 것을 두려워했기에 어금니를 드러내며 짖었을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장차 오는 말세(末世)에 어떤 필추들도 다른 시주의 집에 대한 간탐을 부지런히 익히면서 똥오줌을 탐착하며 망령되이 더욱 휘감겨 있나니 비록 이와 같이 구족하게 재난이 없다 하더라도 버려 둔 채 닦지 않고 있느니라. 이런 필추를 바르게 단속하면서 나는 ‘그의 행은 마치 앞의 어리석은 개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나는 지금 세상에 나와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이런 일을 그치고 쉬게 하려고 오로지 생각하면서 이러한 악한 필추들을 위해 이런 비유를 하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면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것이니, 저 모든 보살마하살은 자기 몸의 살조차도 오히려 은혜롭게 보시하거늘 하물며 다시 허망한 생각으로 나쁜 고기를 구하면서 다른 이의 집에 대하여 모든 간탐과 질투를 일으키겠느냐?
사리자야, 저 모든 필추들이 다른 이의 집에 대하여 간탐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장부요, 생활하기 위하여 살고 있는 이요, 재물과 곡식을 지키기만 하는 노예요,
세간의 재물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면서 속박되어 있는 이요, 옷과 음식만을 부러워하면서 숭상하는 이요, 허망한 생각으로 즐겨 나쁜 고기만을 구하면서 간탐과 질투를 일으키는 이’라고 말하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제 다시 이와 같은 바른 법을 말하자면, 저 모든 필추들이 먼저 남의 집에 이르게 되면 그 밖의 필추를 보면서 질투를 내지 않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필추가 나의 가르침을 어기고 그 밖의 필추를 보면서 혹시 말하기를 ‘이 시주의 집은 먼저 내가 알고 있었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여기에 있는 것이냐? 나는 이 집과는 극히 친밀하며 농담을 하고 지내는 사이다. 그대는 어디서 왔기에 이 집을 침범하고 빼앗는 것이냐?’라고 한다면,
사리자야, 무엇 때문에 저 간탐을 부리는 필추가 나중에 온 이에 대하여 지나치게 질투를 내는 것이냐? 사리자야, 모든 시주들의 집에서는 그들에게 의복과 발우와 음식이며 침구와 병에 쓰는 약과 몸에 필요한 등등의 살림살이를 허락하는 것이라, 그는 생각하기를 ‘아마 저 시주가 나중에 온 이에게 먼저 물건들을 허락하지 않을까?’하고 두려워해서이니, 그렇기 때문에 곧 이 필추는 시주의 집에 대하여 세 가지 막중한 허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니라.
첫째 머무르는 곳에 대해 일으키는 허물인 것이니, 그 밖의 필추를 보고 혹은 원망하는 말을 하면서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하는 것이고, 둘째 익히고 가까이 하는 일에서 마땅히 말을 하면서도 아직은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를 모르고 있다고 할 것이니라. 셋째 정해져 있지 않은 집에 대하여 망령되이 모든 허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저 간탐을 부리는 필추는 뒤에 온 사람에게 세 가지 나쁜 말을 하고 있나니, 첫째 머무르는 곳에 대한 허물을 말함으로써 여러 가지 나쁜 일을 그 집에 더해 주어서 나중에 온 필추로 하여금 마음에 머무르기 좋아하지 않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나중에 온 필추가 한 진실한 말들을 도리어 거짓말이라 하는 것이며, 셋째는 거짓으로 착한 체하는 모양을 나타내어 그 사람에게 아첨하며 조그마한 결점이라도 찾아 여러 사람들에게 들추어서 퍼뜨리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러한 필추로서 다른 시주 집에 대하여 간탐과 질투를 내는 이는 속히 온갖
백법(白法)이 소멸되어 영영 다하여 남음이 없게 되느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필추가 집에 대한 간탐(慳貪)에 머무르면 나는 ‘그 사람은 착한 이가 아닌지라 곧 보리(菩提)의 자량을 버리게 될 것이요, 또 율의에 머무르는 보살을 좇으면서 바른 법을 닦을 이가 못될 것이다’라고 말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은 종류의 모양을 나는 다시 말하겠느니라. 아주 오랜 옛적에 무수하고 광대하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아승기야(阿僧企耶) 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는 승현왕(勝現王)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그 부처님께서는 90구지 해 동안 사셨고 성문들도 90구지 나유다였는데 모두가 대아라한이어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나아가 온갖 마음이 자재한 제일의 구경(究竟)을 얻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선택(善擇)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은 거부(巨富)였고 재보가 넉넉하였으며 자산과 하인들도 모두 충만하였느니라. 그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은 율의(律儀)요, 둘째의 이름은 주율의(住律儀)였느니라. 둘이 다 나이는 아직 어렸고 용모가 단정하였으며 깨끗한 빛깔이 원만한지라 모든 사람들이 보기 좋아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승현왕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대필추 스님들에게 좌우로 둘러싸여 그 부처님 세존께서 맨 앞에 서시어 복과 이익을 위하여 걸식하는 법을 나타내시면서 그 장자가 살고 있는 큰 성으로 들어가셨느니라.
위의가 의젓하시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어 마음과 뜻이 담박(淡泊)하시면서 고르고 바른[調順] 사마타(奢摩他)를 체득하셨으며 그리고 제일의 고르고 바른 사마타를 획득하신지라 모든 감관을 닦아 섭수함은 마치 큰 용과 코끼리 같았고, 맑고 고요하여
흐림이 없음은 마치 깊은 샘과 못과 같았으며, 거룩한 덕이 높이 우뚝함은 마치 금으로 된 누관(樓觀)과 같았고 빛깔과 몸매가 뛰어남은 마치 자금으로 된 산[紫金山]과 같았으며,
또 마치 큰 바다에 많은 보배가 가득 찬 것과 같았고, 마치 제석천왕이 여러 하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과 같았으며 마치 대범천왕의 마음이 고요한 것과 같았느니라.
사리자야, 저 박가범에게 이와 같은 등의 거룩함과 몸매가 엄숙하고 위엄이 있었는지라, 중각(重閣) 위에 있으면서 승현왕부처님께서 먼 데서부터 오시는데 그 용모와 위엄과 색상이 제일임을 보고 기뻐하며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저 주율의 동자가 먼저 부처님을 보고는 마음이 기뻐서 뛰는지라 그의 형에게 말하였다.
‘태어나서 오늘날까지 형님은 이렇게 단정하고 엄숙하신 중생들의 왕을 뵌 적이 있습니까?’
그러자 형은 아우에게 대답하였다.
‘나도 태어난 뒤로 아직까지 이렇게 단정하고 엄숙하신 중생들의 왕을 실로 본 적이 없구나.’
다시 형에게 말하였다.
‘저 같은 사람도 생각건대 미래 세상에서는 반드시 이런 중생들의 왕이 될 것입니다.’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는 곧 그 형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율의 형님이 지금에 보는 것과 같이
저도 미래에 반드시 그러하여
대필추들에게 둘러싸여
오늘보다 갑절 더 훌륭할 것입니다.
보리도의 인연을 구하려는 까닭에
맹세코 모든 음식 먹지 말아야겠으며
형님은 이미 감옥에서 살기 좋아하지만
나의 뜻은 반드시 그것을 초월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일체 중생 중에서 높으신 이는
마치 뭇 별 가운데서 보름달과 같거늘
그 누가 이를 보고 믿음 내지 않으며
집에 살기 좋아해서 벗어나지 않으리까?
사리자야, 그때 율의 동자는 곧 게송으로 그 아우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아우야, 큰소리 치지 말아라.
말만으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찌 세상말로 해야겠느냐?
아무튼 그 누군가 먼저 정각(正覺)을 이루리라.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는 다시 게송으로 그 형에게 말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위없는 보리의 도는
비루한 간탐만으로 증득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아주 어질고 착한 말을 하므로
반드시 부처가 될 것입니다.
간탐을 품은 이의 모양은 그러하여
재산을 남이 알게 하려 하지 않지만
제가 어찌 지금 침묵을 지키겠습니까.
신명(身命)조차 버리거늘 하물며 재보이겠습니까?
나는 집의 재산을 모두 보시하리니
보리도의 인연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형님 몫의 재보도 부처님 복밭에
다 보시하고 깊이 공경하십시오.
누가 이러한 가장 훌륭한 세존의
서른두 가지 묘한 상호 갖춘 것 보고
서원을 세워 보리에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못난 소견 갖춘 이들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온갖 가택과 재보와
부모님과 아울러 모든 권속들을
저는 모두 다 버리고
속히 선서(善逝) 여래께 가야겠습니다.
세간의 의지처요 광명을 비추시는
부처님[慈尊]은 극히 만나기 어렵고
백천 구지 나유다의 겁 동안에도
이런 훌륭한 상호는 듣기 어렵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왕도(王都)로 들어오실 적에
대필추 스님들에게 둘러싸여 계심은
마치 보름달이 맑은 하늘에 떠 있어
온 땅을 환히 비춰줌과 같은 것을 말입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네거리 노니실 적에
온갖 것을 두루 하게 장엄하심은
마치 저 일천의 광명을 갖춘 해가
온통 허공에서 두루 비춤과 같은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맨 앞에 계시면서
장엄하게 필추 스님들을 환하게 드러냄은
마치 저 소미로산왕(蘇迷盧山王)이
보배 산들을 화려하게 비춤과 같은 것을.
여래의 거룩한 빛 매우 치성하여
이 땅의 모든 중생 비추셨으며
원만한 상호 이룬 부처님께선
광영(光榮)으로 대중들을 장식하셨습니다.
여래는 큰 신통력에 머무시어
하늘․용․비인(非人) 등을 잘 다루셨으며
다시 한량없는 변화를 일으키면서
중생들을 위해 왕도에 들어오셨습니다.
그 누가 이런 바른 법왕의
서른두 가지 상호로 크게 장엄한 것을 보고
다시 하열한 승(乘)으로 나아가겠습니까?
못나고 어리석은 이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저는 이제 기꺼이 부처님을 뵙고는
얻기 어려운 청정한 믿음 일으켰나니
중생의 이익과 보리를 위하여
반드시 여래께 가 뵈어야겠습니다.
사리자야, 그때 율의 동자는 또 게송으로 그 아우에게 말하였느니라.
내가 길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여래께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중각(重閣)에서 내려간 뒤에
밖으로 나와 자세히 생각해야 되겠다.
마땅히 나라는 생각을 버리고
또 나의 몸과 목숨 돌보지 않으면서
으뜸가는 장부의 지혜 구할 것이니
그렇게 하고서야 여래께로 나아가야겠다.
부모와 가택과 재보며
이러한 등의 애지중지한 것들
나는 이제 일시에 모두 버린 뒤에
그렇게 하고서야 여래께로 나아가야겠다.
어떤 이가 부처님 되기를 원하고
또 여래를 깊이 좋아하는 이라면
마땅히 속히 모든 값진 보물들을 버리고
집을 떠나 집 아닌 데로 나아가야 하리라.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는 이 말을 들은 뒤에 곧 누각 위에서 아래의 계단 길로 내려와 승현왕 여래․응공․정등각께로 나아갔느니라. 그가 아직 도착하기 전에 그의 형 율의는 또 중각에서 빨리 내려와 달려서 부처님께로 가서 공손히 예배하고 나자 그제야 주율의는 뒤에 왔느니라. 그때 형 율의 동자는 곧 10억이나 되는 귀중한 보배 옷을 여래께 바치고는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지금 묘한 상호 구하기 위하여
여래께 귀중한 옷 보시한 것 아니오니
원컨대 미래에 그런 과보 얻게 되어
지금의 세존과 같아 다름이 없게 하소서.
모든 중생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나시고
온갖 묘한 법에 잘 머무르시는
원컨대 미래에 그런 과보 얻게 되어
지금의 세존과 같아 다름이 없게 하소서.
위없는 지혜의 광[藏] 온전히 갖추시고
모든 힘과 바른 노력에 잘 머무르시며
32상(相)을 몸에 지니게 되는
원컨대 속히 그런 이가 되게 하소서.
모든 부처님의 열 가지 힘 성취하고
네 가지 두려움 없음에 잘 머무르시는
원컨대 미래에 그런 과보 얻게 되어
지금의 세존과 같아 다름이 없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아시는 참되고 깨끗한 법과
부처님만이 잘 머물러 모두 밝게 비추시는
원컨대 이러한 법 널리 펴 주시어서
제가 속히 으뜸가는 보리를 깨치게 하소서.
제가 지금 묘한 색상(色相) 구하기 위하여
부처님께 귀중한 옷 바친 것이 아니고
고요한 묘한 보리 희구할 뿐이오니
모든 하늘과 세간들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여래께서 머무신 미묘한 법은
온갖 이론(異論)으로써는 동요시킬 수 없나니
저는 이제 이러한 법 구하기 위하여
감히 귀중한 옷 보시하였나이다.
모든 법엔 남도 늙음도 병도 없으며
또한 근심과 비탄(悲嘆) 등도 없나니
원컨대 이 고요한 법 열어주소서.
모든 하늘과 세간들을 이롭게 인도하기 위함이옵니다.
법에는 탐냄․성냄․어리석음이 없고
또한 모든 교만[慢]과 갈애(渴愛)도 없나니
원컨대 보리와 부처 성품[佛性]의
함이 없고 시원한 감로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법에 여래께서 편히 머무시면
하늘․용 등의 깊은 공경 예배 받으시되
혹은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나니
원컨대 이 고요한 법 열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이곳에 머무시어
한량없는 사방의 모든 불국토 비추시면
큰 불길이 캄캄한 데서 일어남과 같나니
원컨대 이런 감로 증득하게 하소서.
온갖 것에 사랑함과 사랑함이 없으면
성품은 늘 욕계(欲界)에 의지하지 않고
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에도 의지함이 없나니
원컨대 이 훌륭하고 묘한 법 말씀하여 주소서.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는 형 율의가 말하는 이 게송을 듣고 나서 곧 묘한 보배로 된 새 신 한 켤레를 승현왕여래께 받들어 올린 뒤에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원컨대 저는 장차 모든 중생 위하여
구제자요 나아갈 데요 의지할 집이 되어서
다시는 삿된 길을 밟지 않으며
미혹한 중생 인도하여 바른 길 설하게 하소서.
원컨대 늘 탐욕을 익히지 않게 하소서.
이것은 어리석은 범부들이 행할 것이니
영원히 온갖 유위법(有爲法)을 여의고
항상 여래께서 계신 세상 만나게 하소서.
세상을 밝게 비추시는 이 이미 만났으니
마땅히 복과 지혜 갖춘 이[兩足尊]께 공양하고
위없는 부처님 보리 부지런히 구하리니
일체 중생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마땅히 한량없는 향과 꽃다발과
높고 묘한 당기․번기와 모든 보배 일산을
용 가운데에서도 큰 용께 바치오니
일체 중생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또 갖가지 훌륭한 의복과
침구와 음식이며 모든 의약을
모두 가져다 부처님 세존께 바치오니
일체 중생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크고 작은 북을 치고 소라[螺貝]를 불며
퉁소와 피리며 맑은 노래 등을
모두 가져다 세간 비추는 이께 바치오니
일체 중생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맛 좋고 지극히 깨끗하고 진한
세간의 미묘한 진수성찬을
모두 가져다 세간 구제하는 이께 바치오니
일체 중생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이와 같이 공양을 널리 행한 뒤에
한량없는 모든 중생 이롭게 하고
저는 그때에 곧 집을 떠나서
부지런히 힘쓰며 범행(梵行) 닦겠나이다.
이 여덟 가지 묘한 도(道)에 머무르고
한량없는 억 명의 중생을 편안케 해야 하나니
원컨대 저는 알고 의지함이 있는 이를 위하여
항상 삿되고 굽은 길 밟지 않게 하소서.
뭇 성인께서는 지극히 하열한
이른바 음욕을 헐뜯고 꾸짖나니
저는 능히 버리고 모든 방일도 버리며
방일하지 않는 데서 항상 닦고 배울 것이옵니다.
원컨대 저에게 재난들이 영영 없고
청정한 믿음 있는 집에 늘 태어나게 되며
날 때마다 언제나 부처님 뵈옵고
뵈온 뒤엔 깊은 신심 나게 하소서.
신심을 낸 뒤엔 공경을 닦으면서
묘한 꽃다발과 바르는 향이며
갖가지 음악으로 공양하고 나서는
부처님의 깊은 지혜 구하게 하소서.
이와 같이 널리 모든 공양을 닦으며
한량없는 구지 겁을 지난 뒤에는
욕심의 법 영영 끊고 살던 집을 버리고
청정한 행 부지런히 수행하오리이다.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곧 승현왕여래를 찬탄하던 곳에다 그 여래를 위하여 붉은 전단(栴檀)으로 도량을 건립하되 좋은 꽃으로 4유선나(踰繕那)를 세로와 너비에 걸쳐 장식하고 장엄하여 모두 화려하게 갖추었느니라. 그때에 동자는 도량을 다 장엄한 뒤에 곧 그 부처님 세존께 바치고는 또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머무신 네 가지 머묾을
옛날에 가장 훌륭하다고 칭찬하셨으므로
저는 이제 기꺼이 이 머묾을 구하오니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어 허락하여 주소서.
어떤 이가 이 머묾에 머무르면
마음으론 항상 한량없는 중생을 환히 알고
과거와 미래의 태어남도 아나니
저는 기꺼이 이런 머묾을 구하나이다.
이 머묾에 머무르면 마지막에는
네 가지 정승(正勝)과 네 가지 신족(神足)과
네 가지 뛰어난 무애변(無礙辯)에 이르나니
저는 기꺼이 이런 머묾을 구하나이다.
사리자야, 그때 박가범 승현왕여래는 이 동자를 가엾이 여기셔서 그가 바친 훌륭한 도량을 받으시고 필추 스님들과 함께 그 안에 들어가셔서 머물렀느니라.
그때에 그 동자는 여래와 필추 스님들이 그의 보시를 받으신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펄쩍펄쩍 뜀에 한량없었으며,
또 갖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로 공양하면서 갑절 더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며 그렇게 하기를 보름동안을 끊이지 않았느니라.
이렇게 하고 나서는 곧 부처님 앞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청정한 믿음으로써 가정의 규범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가서 뜻을 전일하게 쏟으며 힘써 모든 착한 법을 구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두 동자는 착한 법을 구한 뒤에 마음으로 바르고 분명히 알면서 부처님의 보리에 대하여 다 같이 큰 서원을 세웠나니, 그의 형 율의는 서원하기를 ‘원하옵건대, 저는 맨 먼저 등정각을 이루어서 그 부처님 명호를 세간이 의지하고 믿으며 큰 광명을 놓는 이[世間依怙放大光明]라 하게 하옵소서’라고 하였고,
그의 아우 주율의는 또 서원하기를 ‘원하옵건대, 저도 맨 먼저 등정각을 이루어서 그 부처님 명호를 크게 인도하는 장사꾼의 우두머리요 천상과 인간 안에서 높은 이[大導商主天人中尊]라 하게 하옵소서’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율의 동자 보살마하살은 이런 서원을 세운 뒤에 곧 승현왕여래 앞에서 합장하고 큰 서원을 장엄하게 세우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기필코 다시는 편히 앉지 않고
몸을 기대거나 잠도 자지 않으면서
부지런히 보리도를 구하리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저는 마땅히 신명(身命)을 보살피지 않고
항상 정진하면서 게으름을 버리며
으뜸가는 보리도를 구하리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가령 피와 살이 모두 바짝 마르고
살갗․뼈․힘줄․맥이 말라붙는다 해도
반드시 게으름과 몸과 목숨 버리면서
부지런히 최상의 보리에 나아가겠나이다.
사리자야, 그때 주율의 동자 보살마하살은 형 율의 동자 보살마하살이 이런 서원을 세운 것을 듣고 기뻐 뛰면서 곧 그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지금 함께 약속하고 사이 좋게 지내면서
위없는 보리의 행 수행해야 하며
가장 뛰어난 정진을 일으켜야 하리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제 몸과 목숨 가벼이 여기면서
피와 살이 모두 다 바짝 마를 때까지
천만 번의 정진으로 형님을 따라 배우리니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 머무르고
산과 들과 숲 속에서 부지런히 정진하며
항상 훌륭하고 미묘한 지혜 구하면서
장엄하신 대법왕을 따르겠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저 과거 세상에 승현왕여래의 법 가운데서 율의 동자 보살마하살과 주율의 동자 보살마하살은 그 부처님께 큰 서원을 세우고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힘쓰면서 게으르지 않고 바른 도를 수행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 두 보살이 정진을 행할 때에는 천 년 동안에 일찍이 손가락을 튀긴 만큼의 잠시 동안도 잠[睡眼]에 몰려 빼앗긴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누워 쉬고 싶다는 마음을 낸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앉고 싶다는 마음을 낸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몸을 굽히거나 쭈그리고 앉은 일이 없었나니, 오직 대소변을 볼 때나 음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쭉 서서만 지냈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두 번 먹은 적이 없고 하루 한 끼니에 밥 한 덩이 물 한 그릇만을 먹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음식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낸 적이 없었나니, 마치 이를테면 ‘나는 지금 몹시 배고프고 목마른데 빨리 이러한 생각이 애초부터 생기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라고 하였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양을 넘겨 마시거나 먹은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마시거나 먹고 하면서 ‘이것은 짜다, 이것은 싱겁다, 이것은 달다. 이것은 쓰다, 맵다, 시다, 맛있다, 맛없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매번 걸식할 때에는 한마음으로 바르게 생각하면서 그 밥을 주는 사람의 얼굴을 본 일조차 없었나니, ‘누가 나에게 밥을 주는 것인가? 장부인가, 부인인가, 아니면 동남․동녀인가?’라고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모두 쳐다보지도 않았느니라.
또 천 년 동안 나무 아래 있으면서 나무 모습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천 년 동안에 입었던 옷을 아직 한 번도 다시 바꾼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생각에서도 욕각(欲覺)․에각(恚覺)․해각(害覺)을 일으킨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고향이요 친척이라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 자매며 권속들에 대하여 모두 생각을 반연하지 않았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살던 집에 대하여 그리워하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허공이나 해․달․별․구름이나 안개 등의 빛을 쳐다보겠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몸을 나무에나 벽에 기대겠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모든 소유(蘇油)를 몸에 바르겠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몸과 마음이 놀라거나 두렵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몸과 마음이 고달프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방일한 생각을 낸 적이 없었으며, 오직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수행하고 있다. 언제나 깨닫게 될까? 언제나 얻게 될까?’라고 하였을 뿐이었고,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몸과 마음에 몹시 괴로워한 적이 없었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나는 머리를 깎고 싶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고 오직 사천대왕(四天大王)이 그때에 머리 위로 와서 그의 신통력으로 손으로 만진 뒤에 가지고 가서 그의 천궁(天宮)에다 솔도탑[窣堵波]을 세워 놓고 많은 보배로 장엄하고는 공양하기 위해서 한 것만은 제외되느니라. 그리고 천 년 동안에 비록 천왕이 오고가고 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도무지 가고 왔다는
생각이 없었느니라.
또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그늘진 데서 양지쪽으로 가겠다거나 아주 뜨거운 데서 서늘한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일으킨 적이 없었고, 천 년 동안 엄동 설한에 한 번도 두꺼운 옷을 입고 몸을 따뜻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으며, 천 년 동안에 한 번도 세간에 이익이 없는 말을 논설하겠다는 생각을 낸 적이 없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두 보살이 천 년 동안에 이와 같은 등의 견고한 정진을 수행할 때에 우치념(愚癡念)이라는 악마가 있었으니, 마치 내가 지금 세상에 출현하여 우치념이라는 악마가 있는 것과 같았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악마는 그들을 파괴하고 어지럽히기 위하여 율의 보살이 거니는[經行] 길에다 날카로운 칼을, 날을 위로 향하게 하여 그가 다니는 곳에 온통 다 깔아놓았느니라. 그때 율의 보살은 그 칼을 깔아놓은 길에서 조금이라도 본심을 잃고 칼날이라는 생각이 나면 그 생각이 나자마자 이내 뉘우치면서 큰 소리를 내어 두 번 부르짖었나니, ‘못났구나, 기이한 일이로다. 내가 지금 어째서 방일함에 머문단 말인가?’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그 보살이 부르짖은 음성이 두루 삼천대천세계에 알려졌으므로 그 위의 공중에서 백천 구지의 하늘 악마들이 있다가 이 보살이 생각하는 음성을 듣고 이내 함께 때를 같이하여 보살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지금 널리 알린 음성이야말로 아주 잘한 말씀이오. 아주 잘한 말씀이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하늘들의 소리는 율의만이 들었고, 저 주율의는 모든 하늘들의 소리가 그 보살에게 미쳤지만 널리 말한 큰 소리를 애초부터 듣지 못했느니라. 그때 율의 보살은 하늘들의 말을 듣고 나서 더욱 견고한 큰 정진을 돋우어 일으키며 다시 거닐고자 하면서 재차 그 마음을 굴리어 칼날에 반연하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그 보살마하살은 악마를 항복시키고 나서 이와 같은 위의(威儀)에 머무르고,
이와 같은 묘한 행[妙行]에 머무르고, 이와 같은 도의 자취[道迹]에 머무르고, 이와 같은 대비(大悲)에 머무르고, 이와 같은 용맹스런 정진[勇猛精進]을 일으켰나니, 한 번도 그만둔 일이 없었느니라.
또 사리자야, 저 두 대사(大士)는 그 법 가운데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한 까닭에 이 위의와 묘한 행과 도의 자취와 대비와 용맹스런 정진을 모두 다 성취하였으며, 또 천 년 동안을 고요한 숲에 머무르면서 부처님에 관한 수념(隨念)을 닦았으며 이러한 뒤에 승현왕여래께서는 열반하셨느니라.
그때 하늘들이 와서 알려 주기를 ‘선남자여, 어찌 모르십니까? 여래께서는 오늘 열반하셨습니다’라고 하였으므로, 그때에 두 대사는 하늘들의 말을 듣고 이내 승현왕여래께서 열반하신 숲으로 나아갔느니라.
그곳에 도달하여서는 합장하고 서서 여래를 우러러보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극히 연모하는 정을 품고 깊이 공경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기를 ‘여래께서는 세간에 나오셔서 큰 자비로 중생을 덮어주시고 보호하시기 마치 사택(舍宅)과 같으셨거늘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리도 빨리 열반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의지할 데도 없고 믿을 데도 없이 만드셨단 말입니까?’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 두 대사는 여래의 앞에 서서 몹시 그리워하고 우러르면서 이레 낮과 이레 밤 동안을 꼼짝 않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다가 마침내 서서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梵天)세계에 태어났으며, 범천의 몸을 받아서는 전생을 아는 지혜[宿智]의 힘을 얻어 큰 신통으로써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열반의 모임에 이르러서는 승현왕 여래․응공․정등각을 위하여 모든 사리로 솔도파를 일으켜 값진 보배와 묘한 물건으로 세간에 없는 장엄을 하면서 4만 년이 되어서야 다 마치고 모든 윤개(輪蓋)를 그 위에다 시설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두 보살은 그 여래를 위하여 솔도파를 세운 뒤에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합장하고 서서 그 복(福)의 모양을 자세히 살피며 갑절 더 경하하였으며, 이렇게 하기를
또 7만 년을 지내고서야 비로소 예(禮)를 다하고 이어 목숨을 마치고는 다 함께 남섬부주 안의 큰 전륜성왕 집에 태후(太后)의 태(胎) 속으로 들어갔느니라.
사리자야, 그들은 처음 태어나자마자 곧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기억하면서 말하기를 ‘우리는 이제 마땅히 맨 위의 첫째가는 방일하지 않는 법에 머물러야 한다’라고 하고, 다시 게송으로써 스스로 훈계하였느니라.
우리들은 이제 전륜왕의 집에 태어나서
광대한 재물과 음식 모두 뜻대로[如意]이지만
극히 방일함을 당연히 버리고
위없는 부처님의 보리 구해야 한다.
재보와 색욕과 왕위는
덧없고 신속하여 잠깐 동안일 뿐이니
지혜로운 이는 이를 좋아하지 않고
으뜸가는 부처님 보리 힘써 구한다.
만일 재보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중생의 이익과 보리를 증득하려면
빨리 욕심 버리고 출가하여서
훌륭한 모든 범행(梵行)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옛날 과거의 한량없는 겁 동안
5욕을 즐기는 것으로 공덕을 삼았기에
천상과 인간 안에 태어났으면서도
일찍이 그것을 싫어할 줄 몰랐다.
그러므로 마땅히 욕심과 왕위와
부모와 권속이며 모든 재보 버리고
나라와 성과 군사들을 버리고는
출가하여 보리를 증득하여야 한다.
사리자야, 그때 그 보살의 몸과 몸매의 단정함은 마치 16세의 젊은이와 같았으며, 세속의 그물을 좋아하지 않고 항상 허물임을 생각하다가 곧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청정한 믿음으로써 가정에 대한 규범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가 2만 년 동안 부지런히 범행을 닦은 뒤에 목숨을 마치고 나서 다시 범천세계로 가서 났으며, 그곳에서 수명이 다한 뒤에는 도로 남섬부주에 와서 났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남섬부주에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묘향(妙香)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선조어사(善調御士)․천인사․
불 박가범이었느니라.
그때에 그 보살은 부처님을 만난 뒤에 곧 그 법 가운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청정한 믿음으로써 집에 관한 법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가 구지 년 동안 범행을 수행하였으며, 이렇게 차례로 1만의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셨을 적에 율의 보살은 모두 다 만나 뵙고 그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많은 덕의 근본을 심으며 언제나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범행을 수행하였지만,
저 주율의 보살은 항상 그 형과 같이 한 처소에 나서 모든 성인의 도를 닦았으나 오직 한 부처님 때에만 범행을 닦지 않았으므로 이런 인연 때문에 율의 보살이 먼저 성불하게 되어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는 치연정진(熾然精進) 여래․응공․정등각․명해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세간에 계시면서 90구지 년 동안 교화하셨고 성문 대중으로 90나유다가 있었는데 같이 모아놓고 설법하셨느니라.
사리자야, 치연정진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셨을 때에 그 주율의 보살은 전륜왕이 되어서 그 위세가 4역(四域)에까지 미쳤으며, 그의 복덕의 소치로 치연정진여래께 극히 깊은 믿음을 일으켜 갖가지의 훌륭한 의복과 좋은 음식과 병에 쓸 의약이며 여러 세간물[什物]과 기구들로써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석 달 동안을 그 부처님과 필추 스님들에게 바쳤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치연정진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공양을 받으시면서 그 전륜왕이 깨닫게 하기 위하여 그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만일 모든 불법 증득하기 위해서라면
용맹스런 정진이 가장 으뜸인 것이니
5욕에 탐착하는 모든 중생들
구하는 것 있어도 이루기 어렵도다.
의(義)로운 이익을 5욕에서 구하나
지혜로운 이여, 의로운 이익이 없는 줄 알지니
그대는 지금 의로움 없는 가운데 있으므로
그 훌륭한 이익 구할 수 없느니라.
나는 옛날 그대와 형제간이면서
큰 서원 같이 내어 보리에 나아갔으며
그 때에는 다투어 지성스런 말을 하며
‘누가 속히 정각을 이룰까?’ 했느니라.
지금 그대는 내가 보리를 증득하여
범륜(梵輪)을 대중에게 굴리는 것 보지만
그대는 오히려 5욕의 집에 빠져
음탕한 여색(女色)을 수호하고 있구려.
과거의 부처님들 항상 역설하시되
지혜로운 이는 나쁜 욕심 보호 말라 하셨으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 힘써 여의면서
아직 방일한 행 추구한 일 없느니라.
그대는 나쁜 지혜로 의로움 없음을 행하고
그대는 항상 의로움 없는 업에 머물러 있으며
욕심으로 괴로움을 불러 그대 미혹되어 있건만
욕심 여읜 청정한 법을 성인들께서는 칭찬하시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전륜왕은 치연정진여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들은 뒤에 크게 깨닫고 욕심의 허물을 깊이 보고 출가하기를 바라면서 마침내 모든 처자와 권속이며 장자․재상․대소의 여러 왕들에게도 하직하지 않고 또한 나라와 성읍과 백성과 재보며 창고들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곧 그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 앞으로 가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집과 나라를 모두 버리고
반드시 고요한 데로 가서 목숨이 다하도록
차라리 몸의 살이 다 마르게 하리니
부처님의 보리 인연을 위해서이옵니다.
또 용맹스런 큰 정진으로
한량없는 모든 중생 이익되게 하고
집을 떠나 집 아닌 데로 나아가겠사오며
고요하고 함이 없는 곳에 있겠나이다.
5욕에 따라붙어 기뻐하지 않아도
해치면서 어리석은 범부 미혹시키나니
저로 말미암아 5욕의 진창에 빠졌는지라
그러므로 얼굴 가리면서 뒤따르게 하오리다.
모든 욕심과 재보며 왕위를
일시에 모두 다 버리고
곧 여래의 성스러운 가르침 가운데서
정진하며 위없는 도 닦겠나이다.
지혜로운 이면 누구라도 좇을 것이니
누가 배움의 창고에서 유위의 행을 행하리까?
저로 하여금 정진을 수행한 뒤에
속히 성불하고 모든 탐욕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그러므로 저는 욕락들을 버리고
왕위와 재보를 모두 끊어 없애며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여 집 아닌 데로 나아가리니
부처님의 보리 인연을 위해서이옵니다.
“사리자야, 그때 전륜왕은 게송으로 말하고 나서 곧 치연정진부처님 처소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청정한 믿음으로써 집에 관한 법을 버리고 집이 아닌 도(道)에 나아가 고요한 데 있으면서 부지런히 범행을 닦았느니라. 그때에 다시 60구지의 백천 중생들이 저 전륜왕이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함을 듣고 역시 청정한 믿음을 품고 세속의 모습을 버리고는 왕을 따라 출가하여 모든 범행을 수행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치연정진여래는 세상에 계시면서 오랫동안 교화하신 뒤에 열반하셨으며, 윤왕(輪王) 비구는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것을 보고 몹시 슬퍼하면서 여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거두어 솔도파를 세우고 장식한 뒤에 공양하였으며,
그 뒤에 오래지 않아서 목숨을 마치고 도사다천(覩史多天)에 태어났고 천상의 과보를 다 받은 뒤에는 도로 남섬부주에 태어나서 바로 그 겁(劫)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으니, 그 명호는 묘행(妙行)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은 세간에 구지 해 동안 계셨으며 구지 나유다의 성문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대아라한이어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나아가 온갖 마음이 자유자재하였으며
이미 마지막의 첫째가는 언덕에 이르렀느니라. 그리고 묘행여래는 백천의 보살마하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하였느니라.
또 한량없고 무수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묘한 법을 널리 드날리시고 하실 일을 다 마친 뒤에는 열반에 드셨으며 정법(正法)은 세상에 1겁 남짓 머물렀고 사리를 유포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셨으니, 역시 내가 이제 열반한 뒤에 사리가 유포되는 것도 똑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이니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어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정근(正勤)에 편히 머물러서 보살도를 행할 적에는 마땅히 율의보살마하살을 의지하고 따르면서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이 정진바라밀다를 닦고 배울 것이요, 저 바짝 마른 쇄골에 달라붙어 간탐하는 중생에 의지하여 닦거나 배우지 말 것이니라.
사리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즐거이 보리를 구하는 이라면 남의 집에 대하여 간탐을 내지 말아야 하며, 설령 생각을 잃어서 간탐이 일어난다 해도 그 때에는 마땅히 세 가지 두려움[怖畏]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이를테면 다른 이의 집에 자주 왕래한 이가 혹은 걸식 때문이거나, 혹은 할 말이 있어서거나 간에 얽히고 설키고 마지않다가 마침내는 친한 사이가 되어서 저 두 번째에 온 어진 필추를 보고는 탐착 때문에 간탐과 질투를 내고 혹은 때로는 조그맣게 성을 내면서 서로가 따르지 않게도 되나니, 이런 인연 때문에 지옥의 모든 고통의 업도(業道)를 섭수하게 되는 줄 알아야 하며, 소경[盲目]의 씨를 그 마음의 밭에 뿌리게 되는 줄 알아야 하며, 변두리 땅에 태어날 업을 완전히 섭수하게 되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다시 그런 모습을 말해 주리라. 이를테면 그 보살이 모든 어질고 착하고 청정한 필추가 그곳으로 오는 것을 보면 갑자기 질투와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안으로는 분이 맺혔으면서도 밖으로는 청백한 체하며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마음으로는 아까워하면서도 몸은 한결같이 만나서 일에 따라 받드는 흉내를 내다가 혹은 사사로운 곳이거나 으슥한 데면 성난 눈으로 흘겨보기도 하고 혹은 사실이 아닌 일을 가지고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헐뜯기도 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런 인연 때문에 이러한 보살은 지옥의 업도를 섭수하게 되고, 소경이 될 종자를 그 마음속에 심게 되며, 비록 사람의 세계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변두리 땅에 태어나서 모든 고초를 받고 소경으로 태어나 많은 비방을 받으며 남에게 혹사당하며 밤낮으로 몹시 고생하되 처음부터 정지하거나 쉬는 일이 없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만일 모든 보살이 설령 다른 이의 집에서 간탐과 질투가 일어난다 해도 그때에 마땅히 이 세 가지 두려움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여래께서 이 말씀을 다하여 마치시자 장로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기이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이 보살마하살은 극히 희유하게도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이 집에 대한 간탐과 그것에서 벗어나는 법을 잘 만나게 되었나이다.
훌륭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 모든 성문들을 위하여 바른 법요(法要)를 말씀하여 집에 대한 간탐을 여의는 모양을 말씀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저희들은 불법 가운데서 지옥과 장님과 변두리 땅에 나는 것이나, 비방 받는 과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옵고 언제나 중앙이 되는 나라의 사람 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이옵니다.
저희들 성문은 집에 대한 간탐을 여의는 법을 몹시 듣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인연 없는 원한[無緣怨]을 버리시되 저희들을 버리지 마시옵고 반드시 자세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사리자야, 매우 희유하도다. 너희들은 경박하거나 아첨함이 없어서 여래에게 이러한 이치를 물을 수 있구나.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주리라.
사리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를 따라 불법을 닦고 배우려 하면
나는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알맞게 드러내어 말해주어야 하나니, 왜냐하면 모든 중생은 부처님을 따라 배우게 되고 여래는 그들의 뜻을 어기지 않으면서 반드시 그들 앞에서 그들을 위하여 말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을 따라 바른 법을 닦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설령 그들을 위해 말해준다 해도 이 사람은 듣고 나서 곧 싸움의 근본을 만들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이 청정한 믿음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까닭에 모든 불법에서 청정한 믿음을 널리 내고 오랜 세월 동안 항상 관찰하기를 좋아하게 되며 빠져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여래께로 가서 은근하고 정중하게 의문 나는 뜻을 묻고 무릇 펴서 연설하는 것이면 즐거이 듣고자 하며 그 법을 들은 뒤에는 다시 광대하고 청정한 깊은 믿음을 얻게 되어 기뻐 펄쩍펄쩍 뛰면서 갑절 더 정진하며 바른 법을 받아 지니어 말씀대로 수행하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장차 오는 세상에 나의 모든 제자로서 소수의 어떤 필추는 깊은 마음으로 열반에 나아가는 고요한 법을 바라고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세 가지 일에 의지하여 통상 하는 업으로 삼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항상 세간의 이름과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 기뻐하는 것이요, 둘째는 동맹 맺기 좋아하면서 음식을 추구하는 집을 왔다갔다하며 끊이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기뻐하고 좋아하면서 아름답게 장식한 방과 집을 추구하고 재보와 살림살이를 저축하는 것이니, 이것을 세 가지 일에 의지하고 추구한다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 모든 비구들은 이와 같은 세 가지 일에 의지하기 때문에 끝내 세 가지 악한 세계에서 해탈하지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필추는 지옥과 축생과 염마의 귀신 세계에서 해탈하기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기뻐하고 좋아하면서 천상에 태어나는 법을 부지런히 멸하여 없애고 또 항상 다투고 헐뜯고 이간질하는 등 싸우는 일을 부지런히 닦고
또 마음에 청정하지 않은 믿음과 모든 나쁜 벗들을 섭수하기 좋아하면서 고요한 숲을 버리고 촌락에 묵으며 속인들과 한 동맹이 되느니라.
사리자야, 모든 집에 있는 이들은 말하기를 ‘이런 장로(長老)는 자주자주 우리 집에 오시어서 나와 사이가 좋으므로 나는 마땅히 그분에게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병에 쓰는 의약이며 그 밖의 살림 기구들을 공급해야 되지만, 저 고요한 데 계신 여러 장로들은 이미 속인들과는 평소에 두루 접촉함이 없거늘 우리들이 어떻게 그분들과 함께 말하고 묻고 하겠느냐?’라고 하면서, 이런 일 때문에 이 필추들은 집에 있는 이들과 더욱 친밀해지고 다시 서로가 이야기하면서 세상일의 번잡하고 쓸모없는 이론만 늘어놓을 뿐이니라.
사리자야, 이 악한 필추들은 좋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좋아하고 같이 있으면서 놀고 지내며 오래오래 머무르는 곳에 집착하여 옮기는 일이 없고 거의 모두가 같은 패거리와 음식이 많은 집안을 찾으면서 자주자주 살펴보다가 몸소 경조(慶弔)에 다니고 하나니, 이런 일 때문에 더욱 친밀해지고 좋아하게 되느니라.
설령 필추가 손님으로 온다 해도 도무지 공급하는 일이 없고 우선 헐뜯고 법답지 않은 말만을 하며 손님인 필추가 진실한 성현인데도 이 악한 필추들은 찬탄해 주지도 않나니, ‘당신은 들은 것이 많고 계율을 갖춘 청정한 분이며, 당신은 바로 예류과(豫流果)․일래과(一來果)․불환과(不還果)이며 아라한(阿羅漢)의 과위를 이루신 분입니다’라고 하는 이런 말로써 전혀 칭찬해 주는 말들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 악한 필추는 나의 법 안에 있으면서 나의 법도 닦지 않고 다시 그 밖의 일도 없을 뿐더러 오직 헐뜯고 꾸짖는 일만 좋아하면서 쉬지 않고 있느니라.
사리자야, 저 여러 속인으로서 동맹을 맺은 이들은 또 말하기를 ‘여러 객 비구들은 아직 한 번도 우리들과 함께 산 적도 없고 오랫동안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살고 계신 필추들과 우리는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정든 일들을 서로 맡기고 소식을 통하며 일을 경영하고 처리하고 있다. 이런 이치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예부터 살고 계신
여러 필추들과는 서로가 함께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고 하며, 거짓 위세를 부리고 있느니라.
사리자야, 이런 일들 때문에 여러 악한 필추들은 이 경전을 이해하고 있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간에 언제나 모두 다 비방하고 헐뜯으면서 믿지 않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여래가 말한 경전을 듣고 이와 같은 문구와 차별된 법문을 항상 듣고 좋아하며 듣고는 곧 믿고 이해하면서 의혹이 없는 이면 반드시 이러한 중생들을 여읠 수도 있고 또 악한 세계로 가야 할 업도 버릴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게으름 없이 정진을 수행하는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간탐하고 질투하는 등의 모양과 악한 세계로 갈 업을 듣게 되면 곧 스스로 집에 대해 간탐하는 등의 일조차도 행하지 않거늘 하물며 다시 다른 이에게 이런 법을 열어 보이겠느냐?
사리자야, 이와 같은 것을 보살마하살이 부지런히 힘쓰면서 게으름 없이 수행하는 비리야바라밀다라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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