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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83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46권

by Kay/케이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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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46

 

 

대보적경 제46권


대당 삼장법사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12. 보살장회 ⑨

9) 비리야바라밀다품 ②
“또 사리자야, 장차 오는 세상에 법이 멸하려 할 때에 다시 어떤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편히 머물러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이는 이와 같은 모든 나쁜 중생들이 이 바른 법을 비방하면서 헐어 없애는 것을 보고 갑절 더 용맹스럽게 비리야의 큰 정진의 힘을 떨치며 이 경전인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은근히 듣고 받아 쓰고 지니고 독송하며 널리 다른 사람들에게 열어 보이고 연설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그러할 때에 네 가지 생각을 일으킬 것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사리자야, 이른바 ‘나의 아버지의 보배 광[寶藏]이 오래지 않아 소멸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부처님 박가범이신,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께서도 백천의 나유다 구지의 무수한 대겁(大劫)을 지나면서 행하기 어려운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고서야 비로소 이런 바른 법의 보배 광을 얻으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부지런히 정진하며 이 광을 받들어 지녀야 하고 이 광을 두루 지녀야 하며 지극히 두루 지니고 이 광을 널리 유통시켜야 하리니, 법보(法寶)로 하여금 오래도록 소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아들이 하나뿐인지라 염려하고 애지중지하며 아주 복스럽게 생긴 상(相)까지 갖추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곁에 두고 살피고 있었으나 이 사람이 뒷날 어디를 가려고 하면서 이 아들을 데리고 가다가 험난한 곳을 지날 적에는 넘어지거나 떨어질까 두려워서 짐짓 그의 손을 붙잡되 꼭 두루 붙잡고, 극히 꼭 두루 붙잡으면서 ‘나의 아들이 이 험난한 곳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사리자야, 저 선남자도 역시 그와 같아서 나를 깊이 받들고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이와 같은 위없는 법보를 버리지 않으려는 뜻으로 항상 청정한 적멸(寂滅)을 희구하므로 비록 악한 세상을 겪는다 할지라도 가장 뛰어나고 바른 법을 섭수할 수 있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이제 이 보리의 인연인 위없는 바른 법을 이 사람에게 부촉(付囑)할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비유하면 마치 세간에서 큰 군사와 맞붙어 싸울 적에 소수의 중생들이 많은 군사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앞에다 친 진영[陣]에 나가 있으면서 과감하고 용맹스런 장부만이 모두 용감하게 통솔하며 큰 적에 항거할 수 있게 되므로 자기편을 수호하기 위하여 큰 군사들 앞에 있으면서도 위용을 떨치면서 서 있는 것처럼,
사리자야, 장차 오는 세상에 정법이 소멸할 적에 바른 법을 품고 있는 이가 그들 앞에 나타나 있어야 어떤 여러 중생들이 깊은 마음을 일으켜 적멸을 기뻐하고 좋아하면서 이 위없는 법보에서 조그마한 부분의 요긴한 이치만이라도 받아 지닐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알아야 하느니라. 이 사람도 그와 같아서 비리야의 견고한 갑옷을 입고 용맹을 분발한 큰 정진의 힘으로 모든 악마 군대들의 진영을 꺾고 부술 것이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전에서 네 글귀로 된 한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녀서 비방하지 않고 따라 기뻐하며 찬탄하면서 ‘이 경전은 참으로 부처님의 말씀’이라며 여러 사람들 앞에서 널리 연설하여 드러내 보이면 이 사람이야말로 바로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법을 따라 기뻐하고 찬탄하는 것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이 사람이 조그마한 공덕과 과보만을 얻게 된다’고 말하지 않으며, 나는 ‘이 사람이야말로 허공과 같은 분량의 큰 공덕의 무더기를 성취하였다’고 말하리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나는 ‘이들을 착한 사람’이라고 하며, 이와 같은 착한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어서
은혜를 아는 이요, 은혜를 갚는 이이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이는 바로 사람 가운데서 값진 보배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장차 오는 세상에 정법이 소멸하는 때에 모든 악마들의 위세가 나타날 적에 어떤 중생이 여래를 믿고 존중하면서 버리지 않고 이 경을 받아 지니며 멀리하지 않으면 나는 ‘이 사람이야말로 첫째가는 장부요, 장한 장부요, 훌륭한 장부요, 씩씩한 장부요, 거룩한 장부’라고 말하리니, 이런 사람은 곧 여래의 훌륭한 법에서의 벗이요, 거짓으로 벗인 체하는 나쁜 패거리가 아닌 줄 알 것이며, 이런 사람은 바로 진실한 행을 수행하는 이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견고한 바른 행을 닦아 익히면서 목숨을 마치도록 그 중간에 잠시도 멈춤이 없어야 하며, 모든 부처님을 힘써 호위하면서 목숨을 마치도록 그 중간에 잠시도 멈춤이 없어야 하며, 바른 법을 부지런히 섭수하면서 목숨을 마치도록 그 중간에 잠시도 멈춤이 없어야 하며, 매우 깊은 공한 법을 힘써 믿고 이해하면서 목숨을 마치도록 그 중간에 잠시도 멈춤이 없어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뒤의 나쁜 세상에서 일으키게 될 네 가지 법이니, 만일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이면 장차 오는 세상에 법이 다하려 할 적에도, 바른 법을 비방할 적에도, 바른 법이 소멸할 적에도, 계율을 깨뜨린 무리들이 아주 강성할 적에도, 세간에 순종하는 외도들이 나쁜 주술(呪術)을 몹시 추구할 적에도,
겁탁(劫濁)으로 어지러울 적에도, 유정탁(有情濁)일 적에도, 수명탁(壽命濁)일 적에도, 번뇌탁(煩惱濁)일 적에도, 모든 견탁(見濁)일 적에도 그 보살마하살은 그 때마다 세 가지 처소에 머무르면서 의지(依止)를 삼을 것이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 처소인가? 이른바 아란야처(阿蘭若處)에 머물고, 다툼이 쉬어 없어진 곳에 머무르며, 부처님의 보리에 머무르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미래의 나쁜 세상에 머물러야 할 세 가지의 처소이므로 마땅히 이와 같이 지녀야 하리니, 이렇게 함이 곧 비리야바라밀다를 온전히 갖추는 일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뛰어난 법을 멀리하지 않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다하기 위하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며 망령된 생각 없으면
속히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경지를 성취하리라.

어떤 이가 이것을 잘 설법하여
듣고 나서 바른 생각에 머무르면
나는 그의 큰 스승이 되고
그는 나의 진실한 제자인 줄 알지니라.

만일 이와 같은 법을 듣지 못하고
들었다 해도 바른 생각에 머무르지 못하면
이 사람이 당연히 악도(惡道)에 나아감은
뭇 흐름이 큰 바다로 돌아감과 같으니라.

백천 구지 나유다 겁 동안에도
부처님 출현하시기 매우 어려우며
잠시 만났다 하더라도 친히 받들지 않으면
악마가 마음대로 굴리느니라.

“또 사리자야, 옛적 과거 91겁 전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승관(勝觀)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셨느니라.
사리자야, 그 부처님의 법 중에 여섯 명의 필추가 모든 나쁜 행을 하면서 항상 서로가 따르고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선견(善見)이요, 둘째의 이름은 선락(善樂)이요, 셋째의 이름은 환희(歡喜)요, 넷째의 이름은 조선(調善)이요, 다섯째의 이름은 소투차(蘇偸遮)요, 여섯째의 이름은 화천수(火天授)였느니라.
사리자야 이 여섯 필추는 항상 법이 아닌 것을 말하면서 ‘나[我]가 있고, 사람[人]도 있고, 항상함[常]도 있고, 아주 없음[斷]도 있다’고 하였으며, 아주 똘똘 뭉쳐 서로가 신임하면서 깊고 은밀한 곳으로 나아가 같이 함께 모의하기를 ‘우리들은 각자 사람들을 꾀어 교화하되 한 사람이 100집씩을 맡도록 하자. 그리하여
그 100집이 각기 그 권속들에게 전하여 알리고 이렇게 차츰차츰 친척과 인척에게 알리게 되면 아마 5천 집은 될 것이다’라고 하고,
이렇게 의논한 끝에 바로 마을과 성읍과 교외의 점포며 또는 서울과 그 밖의 나라로 가서 집집마다 들어가 교화하면서 바른 법은 말하지 않고 우선 부처님 세존부터 헐뜯었느니라.
사리자야, 악한 비구들이 어떻게 헐뜯었느냐 하면, 사리자야, 그 악한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세간에는 반드시 나[我]가 있고 중생(衆生)이 있고 수명[壽命者]이 있고 삭취취(數取趣)가 있습니다.
만일 모든 세간에 반드시 나와 모든 법이 없다면 그 무엇이 가고 무엇이 오겠으며, 무엇이 앉고 무엇이 눕겠으며, 무엇이 말하고 무엇이 잠자코 있겠습니까? 그리고 무엇이 보시를 하고 무엇이 그것을 받으며, 무엇이 수용하고 무엇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느끼며, 또 무엇이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당신들에게 말하기를 ≺세간에는 반드시 나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고, 삭취취도 없다≻고 하면, 그 사람은 당신들의 원수요 당신들의 착한 벗이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고 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때 저 악한 필추들은 거듭 부인과 장부며 남녀들을 꾀어 교화하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나[我] 등의 법이 없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착하지 않은 이요 포악한 이여서 그는 당신들의 악한 벗이며 당신들의 착한 벗이 아닌 줄 아십시오’ 하고,
다시 또 말하기를 ‘당신들 여러분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이들이라 내가 말한 뜻을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이후에는 만일 여러 나쁜 벗이요 착하지 않은 벗이 와서 당신들에게 말하기를 ≺세간에는 틀림없이 나 등의 법이 없다≻고 하면 당신들은 서로가 친하거나 사귀지 말아야 할 것이요, 가고 오고 받들어 섬기면서 공양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 악한 필추들이 이렇게 교화를 행했으므로 보름 동안에 한 사람이
저마다 5백 집씩을 다 꾀어서 채웠고 그 모두는 그들의 소견에 따라 돌아왔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어떤 필추들이 있었는데 아라한이었으므로 영원히 온갖 번뇌의 더러운 때를 여의었으며 그들은 승관 여래․응공․정등각의 진실한 제자였느니라. 그들이 걸식 등의 여러 인연 때문에 그 악한 필추들이 교화해 놓은 집으로 나아가 그들의 문에 잠시 이르기만 하면 곧 그 부인과 장부며 모든 남녀들이 다 함께 비방하고 이치답지 않게 꾸짖으며 추악한 말로써 욕보이고 꼼짝 못하게 하며 그 모든 필추들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당신들은 바른 법을 알지 못하고
당신들은 성인의 길을 헷갈렸으며
당신들은 청정한 가르침을 버렸으므로
당신들은 다 지옥에 떨어질 것이오.

사리자야,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아라한들을 갑절 더 꾸짖었으며 그렇게 꾸짖은 뒤에는 다시 갖가지 언사로써 부처님을 욕하면서 곧 부처님께 이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여래가 말한 법은 허망하나니
이른바 모든 행은 다 무상하다 하고
또 모든 법은 다 나[我]가 없다고 하며
항상함도 없고 모두가 변한다 하였소.

모든 행이 도무지 견실(堅實)함이 없다 하니
모두가 거짓이요 망령된 법이며
겉만 화려하여 아무 것도 없으니
어리석은 범부들만 미혹시킬 뿐이오.

사리자야, 그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서 부처님을 경멸하고 헐뜯은 뒤에 갑절 더 성을 내면서 또 부처님께 이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여래가 말한 온갖 법에는
필연코 나가 없고 중생도 없으며
수명도 없고 삭취취도 없으며
짓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다 하나
지금 현재 모든 세간을 보아도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가 있소.

그 밖에 갖가지 수용하는 사람과
광대한 모든 느낌 깨닫는 이 있나니

그러므로 나 없다고 연설한 이는
모두 다 악도에 떨어질 것이오.

“사리자야, 그때 모든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리를 같이하여 법이 아닌 것을 말한 남녀노소들은 68구지 1천 중생이나 있었나니, 모두가 저 악한 필추들에게 교화된 까닭에 이런 악업을 행하는 것이니라.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똑같이 무간(無間) 대지옥 속에 떨어져서 큰 고기 몸뚱이에 사람 머리를 한 몸을 받았으며, 그 혀는 길고 넓어서 땅에다 펴놓고 두루 못을 박은 것이 마치 생강을 심은 밭과 같았느니라.
또 그 혀 위에는 쇠로 된 쟁기가 많이 있어 항상 갈고 있었고 그 낱낱의 몸뚱이에는 또 1백의 극히 고약한 상거(商佉)가 붙어서 쪼아먹고 있었으며, 또 공중에서는 맹렬하게 불길이 이는 이글이글한 큰 철환이 공중으로부터 항상 그의 몸에 비가 오듯 떨어졌나니, 이 모든 죄인들은 악한 업 때문에 이런 갖가지 모진 고통을 받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철환의 맹렬한 불길이 번갯불 같았고
두렵기 한량없는 백천 가지였는데
항상 그의 몸에 떨어져서 탔으므로
언제나 갖가지 고통을 받았다.

또 몸 안에서는 훨훨 타는 불길이
두루 흘렀으므로 근접하기 어려웠고
높이 솟는 불길은 백 유순이었는데
몸의 털구멍에서 두루 나왔다.

또 그 중생들의 낱낱의 혀를
한량없는 쇠 쟁기로 모두 갈았으므로
온갖 혀는 모두가 갈가리 찢겼나니
이런 괴로운 느낌이 항상 휘감았다.

나쁜 벗을 가까이한지라
이런 큰 고통을 느꼈으며
계율 갖춘 이를 또 멀리한 까닭에
속히 악도에 떨어지게 되었도다.

“사리자야, 그때 그 법이 아닌 것을 말한 여섯의 필추도 나쁘게 가르쳤기 때문에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가 아비(阿毘)의 큰 지옥에 가 났느니라.
그들이 받은 낱낱의 몸은 세로와 넓이가 다 같이 30유선나나 되었으며 그 하나하나의 몸에는 모두 천 개의 입이 생겼고 그 낱낱의 입 속에서는 두 개의 혀가 났으며 그 하나하나의 혀의 넓이와 길이는 다 같이 4유선나나 되었고 그 낱낱의 혀 위에는 4백의 쇠 쟁기가 쇠로 된 소에 끌리어 그 혀를 갈고 있었느니라.
이 죄인들은 이런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모진 고통의 핍박 때문에 울부짖을 겨를조차 없었으며, 또 머리 위에는 저마다 만억의 옥졸들이 손에 칼과 톱과 창 등의 해치는 기구들을 가지고 그의 몸과 머리를 베고 찍고 썰고 찢었느니라. 이 지옥 안에서 만억 년 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렇게 차례로 다시 그 밖의 지옥 안으로 가서 갖가지의 모진 고초를 두루 받았나니, 왜냐하면 그가 성을 내면서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헐뜯었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그때 안은(安隱)이라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재물의 부유함이 한량없고 자산이 구족하였으며 여러 금․은․유리․산호․마니․진주와 패옥 등 값진 보물들을 갖추어 지니지 않음이 없었고 또 많은 하인과 노비며 재물과 곡식의 창고들이 모두 다 가득가득 찼느니라. 그때 그 장자는 나쁜 비구들의 교화를 받았는지라 그들의 말을 따라 단견(斷見)을 내고 있었느니라.
장자의 아내 염해(焰慧)는 용모가 잘 생겼고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았으며, 그는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모습이 단정 엄숙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아도 싫어하는 마음이 없었으며 첫째가는 원만함과 청정한 빛깔을 성취하였느니라. 일찍이 과거에 한량없는 백천 나유다 구지의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善)의 근본을 심었는지라 처음 태어났을 때에 세 번 미소를 지었고,
또 말하기를 ‘기이하고 기이하도다. 어떻게 이제 단견을 지닌 집에 태어났단 말인가?’라고 하였으므로, 그의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놀라고 두려워서 몸의 털이 곤두섰으므로 여러 여인들과 함께 그를 버리고 도피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그 여인들은
그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일부러 도로 와서 가까이 서 있으면서 이 아이가 어떤 무리인가를 자세히 살피면서 말하였느니라.
‘하늘이냐, 용이냐, 약차냐, 건달박이냐, 아소락이냐, 게로다냐, 긴날락이냐, 모호락가냐, 구반다냐, 필사차(畢舍遮)냐, 아니면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냐?’
사리자야, 그때 이 갓난아이는 다시 그 여인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당신들이 비록 두려워서 도망쳤다 하더라도 나는 몹시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 갓난아이는 그 여인들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당신들은 의(義)로운 이익 좋아해야 하며
의로운 이익에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마땅히 당신들을 제도하여
삿된 도(道)에서 해탈하게 하리라.

당신들은 안온하며 두려워하지 마시고
앞의 나쁜 벗들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나는 마땅히 당신들을 제도하여
삿된 소견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사리자야, 그때 그의 부모와 그 밖의 대중들은 이 갓난아이가 게송을 읊는다는 말을 듣고 이내 아이에게로 가자, 이때 갓난아이는 그의 부모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집 안에 가지고 계신
광대한 모든 재물과 곡식을
속히 가져 오셔서 저에게 주십시오.
부처님과 성문들께 공양하겠습니다.

저 대성문들과
세간을 비추시는 승관(勝觀)부처님은
삼계(三界)의 둘레 안에서도
도무지 견줄 이나 같을 이가 없습니다.

저 큰 성문들과
세간을 비추시는 승관부처님께서는
묘한 법을 널리 드날리시면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십니다.

저 대성문들과
세간을 비추시는 승관부처님께서는
몸에 서른두 가지 거룩하신
대장부의 몸매[相]를 갖추고 계십니다.

저 부처님과 성문들은
마치 오담발화(烏曇鉢花)의 꽃과 같아서
억 구지 겁을 지나면서도
그 명칭 매우 듣기 어렵습니다.

사리자야, 그때에 그 아이의 부모는 이 법을 듣자마자 이내 집 안에 있는 20구지의 으뜸가는 재보(財寶)를 가지고 이 아이에게로 와서 말하기를 ‘이 모든 재산과 보물은 바로 너의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니 너는 가져다 너의 뜻에 따라 믿는 이에게 가지고 가서 받들어 올려라’라고 하였고, 그때 부모는 곧 그 아이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것은 바로 너의 부모가
이루어 놓은 모든 재보이니
마음대로 공경하고 믿는 이에게
네가 가지고 가서 보시하라.

금과 값진 보물들은
집 안에 아주 풍부하게 쌓였으니
마음대로 공경하고 믿는 이에게
네가 가지고 가 속히 보시하라.

의복과 방석과 침구며
꽃다발과 바르는 향을
마음대로 공경하고 믿는 이에게
네가 가지고 가 기뻐하며 보시하라.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
그 위없는 복전(福田)에게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마땅히 보시를 행해야 한다.

사리자야, 그때 저 갓난아이는 그 부모가 말하는 게송을 듣고 나서 다시 부모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이제 승관여래이신
세간이 의지하고 믿는 이께로 가서
널리 공양을 베풀어야 하리니
중생들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어떤 이들이 천상과 인간 속의
쾌락을 바라고 희구하려면
마땅히 저를 따라서
승관여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리자야, 그때 그 갓난아이는 기억으로 바르게 알면서 사방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부모에게 아뢰었느니라.
‘부모님께서는 아셔야 하십니다. 저는 이제 박가범 승관 여래․응공․정등각께로 가야겠습니다.
그러자 이때 모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가 크게 놀라면서 말하였느니라.
‘어떻게 갓난아이가 처음 태어난 날에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고 할까? 또 걸어서 갈 데가 있단 말이냐?’
그때에 8만 4천의 중생들은 이런 기이한 일을 듣고 모두가 구름처럼 모여 와서 말하였느니라.
‘우리들은 이 갓난아이를 구경해야겠다. 어떤 무리일까, 하늘일까, 용일까, 약차일까? 나아가 필사차일까,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일까?’

사리자야, 그때 그 갓난아이는 8만 4천의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승관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느니라. 이 갓난아이가 부처님께로 갈 때에는 그의 복덕의 힘 때문에 바람과 햇빛에 해가 있을까 두려워하여 위의 공중에서는 1만 개의 보배 일산이 저절로 나타나서 그의 몸을 가려 주었으며,
또 갓난아이가 가는 길의 공중에서는 금으로 된 그물이 죽 벌려 펴지면서 뛰어난 모든 하늘에서 항상 뿌려지는 훌륭한 꽃과 가는 가루 향이 비 내리듯 하늘의 향과 합해진 맑고 서늘한 바람이 나부끼듯 일면서 끊어지지 않았느니라.
그리고 허공에 있던 모든 하늘들은 또 그가 가는 길에다 모든 향수를 뿌려주고 금 비단으로 된 갖가지 값진 의복으로 덮어놓았으며, 또 그 여러 하늘들은 꽃을 비처럼 내려 길에 깔았으므로 광채가 번쩍거리면서 무릎까지 쌓였느니라.
또 그 길옆에서는 한량없는 백천 개의 청정한 못이 저절로 나타나서 8공덕수(功德水)가 가득가득 찼으며, 여러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이른바 온발라꽃[殟鉢羅花]․발특마꽃[鉢特摩花]․구무타꽃[拘貿陀花]․분다리꽃[奔荼利花]들이 아름답고 흐드러지게 못 안에 가득 찼으며, 또 물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 등의 기이한 새들이 물위에서 놀고 있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그 갓난아이가 가는 길에는 7보(寶)로 된 난간이 곁에 세워지고 모든 천상의 음악이 한량없는 천 가지 심원하고 묘한 음성을 갖추어 저절로 울렸으며, 좌우에는 보배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서 장엄하게 꾸며져 있었고 큰 길 가운데는 다시 꽃으로 시설된 길이 몸 앞에 나타나면서 그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아이가 그 위를 밟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 꽃으로 된 길에서는 발을 받치는 꽃들이 발을 들 적에는 저절로 숨어 없어졌다가 발을 디디려 하면 꽃이 바로 솟아올라왔느니라.
그때 그 갓난아이는 이 꽃길을 지나가다가 잠깐 동안
모든 대중들을 돌아보면서 게송[伽他]으로 말하였느니라.

당신들은 이치[理]가 없으면 가지 말 것이니
나의 이 길은 이치가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나는 항상 이 바른 이치에 노닐기 때문에
이치 있는 가장 뛰어난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한량없는 나유다 겁을 지나서
그때 다시 하나의 복으로 사람 몸 만나고
그때 한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리니
그때 힘써 닦아야 청정한 믿음과 지혜 얻습니다.

사리자야, 그때 갓난아이가 모든 대중들에게 게송으로 말하고 나자 허공에서 8만 4천의 여러 큰 천자(天子)들이 소리를 같이하여 찬탄하면서 ‘장하시고 장하십니다’라고 하고, 곧 게송으로 갓난아이를 찬탄하였느니라.

장하고 장하도다, 큰 지혜여
그대가 말한 것은 바른 이치이니
어진 이는 이치 없는 이들 위해 걱정하셨는데
바른 이치 있는 이가 앞에 가야 합니다.

사리자야, 그때 갓난아이는 또 게송으로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 여러 천자들이 연설한
이치 있고 이치 없다는 바른 말씀을
내가 이제 묻나니 그대들은
이치 있고 없는 진실한 뜻을 대답하십시오.

사리자야, 그때 여러 천자들은 다시 게송으로 갓난아이에게 대답하였느니라.

모든 재보(財寶)에 머무르기 좋아하고
벗어나는 수행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것은 이치 없고 범부들의 짓이라
지옥의 앞길에서 머무르는 것입니다.

집을 떠나 집 아닌 데에 나아가기 좋아하고
욕심과 재보를 버려야 하나니
이 사람은 세상에서 바른 이치 있는 이라
오래지 않아 해탈문(解脫門)을 열 것입니다.

사리자야, 그때 그 갓난아이는 다시 게송으로써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이 말한 이치 있고 이치 없는 것
그대들은 아직 전혀 모르시는구려.
이러한 이치 있고 이치 없는 뜻을
나는 깊이 바로 깨쳤습니다.

사리자야, 그때 갓난아이는 이 말을 하고 나서 곧
박가범 비발시(毘鉢尸) 여래․응공․정등각의 큰 모임 있는 데로 나아갔느니라. 그리하여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박가범 승관여래께 깊이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곧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항상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시는
승관께선 3명(明)으로 감로를 베푸심이
마치 큰 용과 코끼리며 큰 사자 같사오니
이 때문에 저는 이제 항상 경례하옵니다.

세간 밝게 비추심이 심히 만나기 어려움은
마치 오담발라꽃[烏曇跋羅花]과 같사오며
세간의 의지요 광명 되어 주신 이여,
형색이 미묘하고 심히 원만하나이다.

세간의 뭇 고통 핍박한 바라
진실한 성인의 도 분명히 모르며
바른 길을 넘으면서 도망쳐 달아남은
소경이 세상에서 살고 있음 같나이다.

원컨대 저는 이 세상에서 부처가 되어
마치 지금 승관부처님[人中尊]께서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 뽑아주시고
3화(火)에 불타는 이 구제하듯 하소서.

이러한 가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저를 따라서 여기에 와 있사오니
원컨대 미묘한 법 연설하시어
으뜸가는 보리에 모두 머무르게 하옵소서.

사리자야, 그때 그 갓난아이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승관 여래․응공․정등각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는 오는 세상에 이 세간에서 여래․응공․정등각을 이루어 모든 중생을 위하여 바른 법을 드날리게 함은 또한 마치 지금 승관여래께서 모든 대중을 위하여 널리 묘한 법을 말씀하신 것과 같게 하소서’라고 하였고,
그때 모임 안에 있던 8만 4천의 중생들도 승관여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원하옵건대 장차 오는 세상에 여래․응공․정등각을 이루어 중생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드날림이 역시 지금의 승관여래와 똑같아서 다름이 없게 하소서’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승관 여래․응공․
정등각께서는 이 8만 4천 사람들의 뛰어난 뜻을 환히 아시고 나서 이내 빙그레 웃으셨느니라.
사리자야, 모든 부처님께서 으레 빙그레 웃으실 적에는 그러하듯이 청색․황색․적색․백색․홍색과 파지색(頗胝色) 등의 갖가지 광명이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저절로 나와서 한량없고 가없는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고 위로 범세(梵世)에까지 이르러서 온갖 해와 달의 광명을 압도하고 그 광명이 비추면서 할 일을 다 마친 뒤에 다시 돌아와 승관여래를 오른편으로 백천 바퀴 돌고는 박가범의 정수리로 들어갔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승관여래의 한 시자(侍者)가 부처님의 신통변화와 빙그레 웃으신 것을 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어깨를 가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몸을 굽혀 예배 공경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쭸느니라.

저는 이제 부처님 승관세존께
단엄(端嚴)하고 희유하며 많은 기쁨 낸 일을 묻겠나이다.
어떠한 인연으로 큰 선서(善逝)께서
빙긋이 웃으시면서 세간의 의지처임을 나타내셨나이까?

부처님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그 모양엔 까닭이 없지 않사옵니다.
원컨대 빙그레 웃으신 까닭 말씀해주소서.
세간 이롭게 하고 가엾게 여기시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백천 구지의 대중들이
현재 모니(牟尼) 세존 앞에 서 있으면서
귀를 잔뜩 기울이며 듣고자 하오니
세간의 의지처시여, 가엾이 여기셔서 말씀해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의 안목이요
집이요 구세주며 나아갈 데라
중생들의 모든 의심 끊어주시면서
세간 가엾이 여기시고 이롭게 하시는 분이옵니다.

여래께서는 모든 과거 잘 아시고
또 저 미래도 통달하셨으며
온갖 법에서 의심 내지 않으시고
현재 모든 불국토에 있는 일들도 잘 아시옵니다.

지혜 통한 법왕(法王)이라 논함이 자재하고
3세를 벗어난 묘한 여래께

저는 지금 청하며 묻사옵니다.
어떤 인연으로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다른 이의 의심 끊어주시고
온갖 법에 스스로도 의심이 없사오며
8음(音)으로 미묘한 법 널리 펴시어
중생들이 근심하는 독화살을 잘 뽑아 주시나이다.

저의 마음 기뻐서 말씀 못 다 드리겠고
열 손가락 합하여 공경하면서
감히 법왕이신 부처님께 묻사오니
어떤 인연으로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사리자야, 그때 승관 여래․응공․정등각은 시자에게 말씀하셨느니라.
‘필추(苾芻:비구)야, 너는 지금 이 갓난아이가 내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있느냐?’
대답하였느니라.
‘예, 저도 지금 보고 있사옵니다.’
승관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느니라.
‘이 갓난아이는 아주 옛적의 지나간 세상에 일찍이 64구지 나유다 백천의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며, 모든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병에 쓰는 의약이며 그 밖의 살림살이를 그 모든 부처님께 가져다 보시하였나니, 그것은 삼보리(三菩提)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였느니라. 또 과거 10나유다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수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였느니라.
비구야, 알아야 하느니라. 지금 이 갓난아이와 같이 온 대중 8만 4천은 과거 세상에 모두가 이 갓난아이를 낳아 준 부모들이니, 왜냐하면 이 아이는 일찍이 과거 세상에 서원을 세우기를 ≺원컨대, 제가 세상에 태어날 적마다 낳아 주신 부모는 모두 부처님의 보리에 편히 머무르게 하시고 또 어머니들은 여인의 몸을 두 번 다시 받음이 없게 하소서≻라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이런 서원 때문에 그 모든 중생들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아이를 따라다니다가 나에게 온 것이며, 또 따라 닦고 배우다가 위없는 정등각의 마음을 일으킨 것이니라’라고 하시고, 그때에 승관여래는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시자 비구에게
게송[頌]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비구야, 보아라. 이 갓난아이와
현재 앞에 서 있는 여러 천의 대중들
뛰놀면서 정성스런 말로
‘저희도 미래 세상에 지금의 법왕과 같게 하소서’라고 한다.

알아야 한다. 일찍이 과거의 생에
위와 같은 수량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큰 길잡이요 천상 인간을 이롭게 하신 이께
공경하면서 공양하였다.

10나유다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집을 떠나 부처님의 바른 법을 지니면서
항상 가장 훌륭하게 행할 것을 행했나니
위없는 보리를 구하려는 까닭이었다.

너는 지금 8만 4천의 대중들이
모두 여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라.
일찍이 아주 먼 과거 세상에
모두가 이 아이의 부모였다.

또 이 아이가 일찍이 서원하되
‘태어날 적마다 부모 되시는 이들은
위없는 정각(正覺)에 머무르게 하고
여인의 몸은 두 번 다시 받지 않게 하소서.’

그런지라 이 아이의 행을 따라 배우다가
나의 처소에서 보리심을 일으켰으며
지금 나는 그들에게 수기(授記)하나니
장차 세간의 양족존(兩足尊)이 되리라.

이런 인연 때문에 빙그레 웃었나니
그들이 옛날에 닦은 훌륭한 행과
미래에 지을 모든 일이며
장차 대성주(大聖主)가 될 것까지 나는 잘 안다.

모든 하늘․용․신과 사람들의
한량없는 백천 나유다의 무리가
부처님이 그들에게 수기하신 것 듣고
나에게 큰 기쁨 내었다.

사리자야, 그때 이 아이는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생겨 뛰었고 기쁜 뜻이 한량없었으며 뜻이 태연해지면서 전에 없었던 일을 얻은지라 속히 그의 부모에게로 가서 게송[伽他]으로 말하였느니라.

이와 같은 여러 천의 대중이
저의 전생의 부모였으며
모두 이미 보리에 머물렀는데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하십니까?

사리자야, 그때 그의 부모는 다시 게송[伽他]으로 그 아들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들이 뜻하여 나아가는 대로
나의 마음 또한 그렇게 할 것이며
장차 일체지(一切智)를 이루는 것
이런 결정은 의심할 것이 없다.

아들아, 나의 집에서 이미 태어났으니
이 뒷날에 서로 버리지 말고
항상 우리를 기억하면서
속히 보리를 증득하게 해야 한다.

사리자야, 그때 그 아이는 다시 게송으로 부모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저는 모든 행으로 교화하고 인도하여
모두 먼저 성불하기를 원할 것이며
맨 나중에야 저는
세간 비추는 조어사(調御士)가 될 것입니다.

사리자야, 너는 이제 저 과거 세상에 승관여래 법 가운데의 갓난아이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다르게 의심하지 말 것이니, 바로 지금의 대자재(大自在) 천자가 그이니라.
그로부터 또 구지 나유다 겁을 지나면서도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으며, 이 겁을 지난 뒤에는 전륜왕의 성스러운 종족 중에 태어날 것이니라. 그의 미래 세상의 아버지의 이름은 명칭(名稱)이라 하리니 마치 바로 지금 나의 부친 정반대왕(淨飯大王)과 같을 것이며, 그의 미래 세상에 어머니의 이름은 이암(離暗)이라 하리니 마치 바로 지금 나의 모친 마하마야(摩訶摩耶)와 같을 것이며 그의 미래 세상의 아들의 이름은 무우(無憂)라 하리니 마치 바로 지금 나의 아들 라후라(羅睺羅)와 같을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가 출가하여 보리를 깨친 뒤에 성불하게 되면 명호를 대비(大悲) 여래․응공․정등각으로서 10호(號)가 구족하실 것이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백천 구지 년을 사실 것이니라. 부처님 몸의 항상하는 광명[常光]은 10유선나를 두루 비출 것이요,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곳의 큰 모임은 100유선나까지 가득 찰 것이니라.
대비여래께서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할 적에 성문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세 번 모여서 설법하실 것이니, 첫 번째 대회에서 제도한 모든 제자들의 수는 100구지일 것이요, 두 번째 대회에서 제도한 모든 제자들의 수는 나유다 구지일 것이며, 세 번째 대회에서 제도한 모든 제자들의 수는 백천 나유다 구지일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 제자들
중의 1구지를 채운 사람은 모두가 대아라한이어서 모든 샘[漏]이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고 자재한 지혜를 얻어 8해탈을 갖추었으며 정려와 여섯 가지 신통을 성취할 것이니라.
사리자야, 대비여래께서 제도한 성문 아라한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세 번의 대회에서의 수량 그대로지만 그 보살들의 수효도 그와 똑같을 것이니, 그들은 모두가 지나간 세상에서 그를 낳아 준 부모들일 것이니라.
그 부처님 세존은 묘한 법을 연설하여 무수한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나서 그런 뒤에야 열반할 것이요, 부처님이 멸도하신 뒤에는 정법이 세상에 구지 년 동안 머무를 것이며, 사리를 분포하여 중생들을 이익되게 함은 또한 마치 내가 이제 열반한 뒤에 사리가 유포되어 공양하게 되는 것과 똑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이니라.
사리자야, 바른 노력[正勤]에 편히 머무르는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이 경에서의 바른 행을 수행하되 갑절 더 용맹스럽고 바른 노력의 큰 정진의 힘을 떨쳐 일으켜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리니, 나는 ‘이 사람이야말로 장한 장부이어서 생각하고 깨닫고 관찰하면서 게으르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며 용맹스런 정진을 마음에 매어둔 이’라고 말할 것이니라.
사리자야, 어떻게 보살마하살은 게으르지 않으면서 정진하는가?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은 중생을 위하여 보리를 구할 때에 수량을 한정하면서 구하는 것이 있지 않아야 하나니,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그만큼의 겁 동안 나는 유전(流轉)할 것이요, 그만큼의 겁 동안 나는 유전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렇기 때문에 보살은 그때에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갑옷을 입고 생사(生死)에 처하면서 생각하기를 ‘가령 내가 과거에 지내온 만큼 나고 죽으면서 다시 갖은 고통을 받거나,
아니면 과거에 지내온 것보다 갑절이나 더 많은 세월 동안 나고 죽는다 해도 보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에 게으르거나 쉼이 없으리라’고 하나니,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견고한 큰 서원을 온전히 갖추면 곧 게으르지 않으면서 정진함을 성취한다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용맹스럽게 정진하는가?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의 그 안에 훨훨 타는 불이 가득히 차 있을 적에 용맹하게 바른 노력을 일으키는 보살마하살은 저 여래를 가서 뵙기 위해서 정진하는 힘으로 이 훨훨 타는 불 속을 통과하면서도 겁을 내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게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듣기 위해서 정진하는 힘으로 비록 이런 불을 만나서 그 속을 곧장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겁을 내거나 물러남이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 속에 훨훨 타는 불이 가득히 차 있을 적에 용맹하게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기 위해서 정진하는 힘으로 이 훨훨 타는 불 속을 곧장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겁을 내거나 물러남이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 속에 훨훨 타는 불이 가득히 차 있을 적에 용맹하고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선근(善根)의 인연을 일으키기 위해서면 정진하는 힘으로 훨훨 타는 불 속을 곧장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겁을 내거나 물러남이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 속에 훨훨 타는 불이 가득히 차 있을 적에 용맹하고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해서면 정진하는 힘으로 그 속을 능히 통과할 수 있으며, 또 이와 같이 다른 이로 하여금 적정(寂靜)을 얻게 하기 위해서나 또는 조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비록 이런 불을 만나서 모두 그 속을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겁을 내거나 물러남이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면서 바른 노력을 일으키는 보살마하살은 다른 이로 하여금 열반을 얻게 하기 위해서 정진하는 힘으로 비록 이런 불을 만나서 그 속을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겁을 내거나 물러남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수행하는 비리야바라밀다의 용맹한 모양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면서 바른 노력을 일으키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게으르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견고하여 물러나지 않으며 선근으로 일으키는 위없는 대비(大悲)에 쪼이기 때문에 항상 용맹스런 큰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서 모든 중생을 언제나 교화하고 인도하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이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면서 바른 노력을 일으키는 보살마하살은 온갖 때에 발을 들거나 발을 내리거나 간에 항상 큰 보리의 마음을 여의지 않으면서 불․법․승에 대하여 한결같이 뛰어난 공경심으로 생각을 매어 앞에다 두며, 모든 중생들을 항상 관찰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번뇌의 세력에 핍박되거나 박탈당하지 않게 하려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면서 바른 노력을 일으키는 보살마하살은 이미 생긴 온갖 묘한 선근을 모두 위없는 보리에 회향(廻向)하되 이 선근으로 하여금 끝까지 다함이 없게 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적은 물을 큰 바다에다 던져 넣을 적에는 겁소(劫燒)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다함이 없는 것처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선근을 보리에 회향하는 것도 역시 다함이 없느니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는 큰 정진의 힘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면서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은 평등한 행으로써 선근을 쌓고 모으며,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행을 일으키면서 선근을 쌓고 모으며,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끌어내려 하면서 선근을 쌓고 모으며,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 하면서 선근을 쌓고 모으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한량없는 큰 선근들은 모두가 이 보살마하살의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는 큰 정진의 힘에서 쌓이고 일어나게 되느니라.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이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바른 노력을 하는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정진하면서 이 법을 닦고 배워야 얻는 복 무더기가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이니, 이제 그 복 무더기의 모양을 자세히 말하겠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관찰하건대 세간의 온갖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복 무더기의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과 이렇게 하여 나아가 온갖 배울 것이 있는 이[有學]․배울 것이 없는 이[無學]가 지니고 있는 복 무더기와 온갖 독각(獨覺)이 지니고 있는 복 무더기와 더 나아가서 한량없고 불가사의하게 위와 같이 지니고 있는 모든 복 무더기들을,
가령 모두 다 합하여 중생의 한 털구멍 속에다 넣어 두고 이렇게 하여 중생의 낱낱의 털구멍마다 모두 위와 같은 복 무더기가 넣어져 있어서 한량없고 끝이 없고 불가사의할 적에, 이와 같이 하여 가령 일체 중생의 모든 털구멍에 지니고 있는 복 무더기를 다 합해 모아서 하나의 문의 빗장과 열쇠가 없는 데에 모인 큰 법의 사당[法祠] 안에 다 넣어둔다고 하자.
사리자야, 이렇게 법의 사당 안에 있는 공덕과 복 무더기를 백 곱절 더해야 여래의 거룩한 몸매[大丈夫相] 중의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니, 이와 같은 하나하나의 거룩한 몸매마다 다 이만큼의 공덕으로 이루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온갖 여래의 몸 안에 있는 거룩한 몸매가 지닌 복 무더기를 모두 합해야 하나의 눈썹 사이의 백호상(白毫相)을 이루는 것이요,
이렇게 한 눈썹 사이의 백호상에 들어있는 복 무더기가
또 백천 배가 더 넘는 큰 공덕 무더기라야 합하여 여래의 정수리 위의 볼 수 없는 오슬니사(烏瑟膩沙)의 거룩한 몸매를 이루는 것이며, 이렇게 하나의 육계(肉髻)에 들어있는 큰 공덕의 무더기가 또 이보다 구지 백천 배가 되는 큰 공덕 무더기라야 합하여 여래의 큰 법의 상거(商佉)의 몸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 여래의 대법라상(大法螺相)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종류의 공덕이 쌓이고 이루어지느니라. 그렇기 때문에 여래는 뜻하는 대로 큰 음성을 내어 두루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온갖 세계에 알리는 것이며 모든 유정들에게 널리 묘한 법을 연설하여 그들의 근성(根性)에 따라 듣는 대로 믿고 이해하면서 모두 기쁘게 하나니, 왜냐하면 모두가 정진으로 말미암아 닦고 배웠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와 같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보리는 비록 지극히 얻기 어렵다 하더라도 나는 정진의 갑옷을 버리지 않고 큰 용맹심을 일으켜 반드시 속히 위없는 보리를 깨쳐야 하나니, 족히 어려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성불한 뒤에는 내가 뜻하는 대로 법라상(法螺相)에서 큰 음성을 내어 두루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온갖 세계에 알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미묘한 법을 연설하여 근기에 따라 믿고 이해하면서 모두 기뻐하게 하리라’고 해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으면서 바른 노력을 하는 모양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으면서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의지하는 까닭에 항상 이와 같이 정진하면서 닦아 배워야 하나니, 닦고 배우기 때문에 온갖 지혜를 온전히 갖추고 성취하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 모두가 수신행(隨信行)의 지혜를 성취했다 하자.
곧 이 지혜로써 한 사람이 성취한 수법행(隨法行)의 지혜에 비교하려 하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승거(僧佉)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라(迦羅)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나나(伽拏那)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오파마(烏波摩)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오파니사타(烏波尼沙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 모두가 수법행의 지혜를 성취하였다 하자. 이 지혜로써 한 사람의 제8 인지(第八人智)에 비교하려 하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오파니사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 모두가 제8 인지를 성취하였다고 하자. 이 지혜로써 한 사람의 예류과(預流果)의 지혜에 비교하려 하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오파니사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 모두가 예류과의 지혜를 성취하였다고 하자. 이 지혜로써 일래향(一來向)의 지혜에 비교하려 하거나, 이렇게 하여 일래과(一來果)의 지혜를 나아가 불환과(不還果)의 지혜에 비교하려 하거나, 이렇게 하여 나아가 아라한(阿羅漢)의 지혜와 독각(獨覺)의 지혜와 백 겁을 지난 보살의 지혜와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성취한 보살의 지혜에 비교하려 하거나,
이렇게 하여 나아가 일생만 매인[繫屬一生] 보살의 지혜에 비교하려 한다면 모두가 다 한량없고 끝이 없고 산수(算數)와 비유(譬喩)에도 미치지 못할 바이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가령 시방의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온갖 세계에 있는 중생들 모두가 다 일생만 매인 보살의 지혜를 성취하였다 하자. 이 지혜로써 여래의 10력(力)의 하나인 처비처지(處非處智)에 비교하려 하면 백 분․천 분․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승거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라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나나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오파마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오파니사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산수와 비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여래의 이와 같이 심히 깊은 지혜의 앎을 들을 때에도 그 마음은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함이 없으며, 이 지혜 있는 사람에게 하려 하는 의욕을 내고 바른 노력을 일으켜 그 중간에 그만두거나 버리는 일이 없으면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수행하면서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가령 내 몸의 가죽과 살과 뼈․피․힘줄․맥․골수며 뇌가 모두 다 바짝 마르고 문드러져서 남는 것이 없다 해도 아직 여래의 이와 같은 처비처지의 힘을 얻기 전까지의 그 동안에는 크게 용맹하고 견고한 정진을 일으키면서 끝내 게으르거나 그만둠이 없으리라’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으면서 바르게 노력하는 바라밀다의 견고한 모양이라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까닭에 크게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는 바른 노력을 일으키면서 항상 이와 같이 정진하며 닦아 배워야 하나니, 닦고 배움으로 말미암아 중생의 모든 번뇌의 불을 끌 수 있느니라.
사리자야, 가령 일체 중생이 과거 세상에 지녔던 모든 마음을 모두 중생의 한 마음 속에다 넣어 굴리고 이렇게 하여 중생의 하나하나의 모든 마음에 나아가 일체 중생의 하나하나에게 저마다 그러한 모든 마음이 있다 하면 한량없이 번잡하여 알기조차도 어려울 것이요,
이렇게 하여 일체 중생의 하나하나의 마음속에는 각각 한량없는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미혹이 번잡하게 갖추어져 있을 터인데 이러한 일체 중생의 온갖
번뇌를 모두 합하여 한 중생의 한 마음 속에 넣어서 굴린다 하자.
사리자야, 가령 이렇게 하여 차츰차츰 나아가서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이와 같은 한량없는 번뇌를 갖추었을 적에는 알기조차도 어려울 것이나 보살마하살은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채찍질하듯 독려하면서 용맹스럽게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와 같은 지혜의 자량을 찾고 구하며, 내가 일으키는 바른 노력의 힘으로 인해 모든 중생들의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불과 그 밖의 뜨거운 번뇌를 나는 반드시 꺼 없애서 남음이 없게 해야 하고, 독해(毒害)를 베어 제거하면서 꺾어버리고 무너뜨려 다 타버린 재와 같게 하여 속히 중생들로 하여금 열반의 도에 머무르게 해야 하다’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는 정근바라밀다라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에 의지하는 까닭에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는 정진에 편히 머무르나니, 항상 이와 같이 바른 노력으로 닦아 배워야 하나니, 닦고 배우기 때문에 모든 착한 몸의 업[身業]을 그쳐 폐지함이 없고, 모든 착한 말의 업[語業]을 그쳐 폐지함이 없고, 모든 착한 마음의 업[心業]을 그쳐 폐지함이 없으며, 나아가 온갖 바른 노력은 모두가 방편이 되어 보살의 몸과 말과 마음의 업을 채찍질하듯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러나 모든 세간에서는 다만 보살의 몸과 말의 두 업에 대한 정진이 첫째임을 말할 뿐이요 보살이 마음으로 정진하는 모양은 말하지 않고 있느니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마음으로 정진하는 모양은 한량없고 그지없나니, 내가 이제 간략하게 말하겠느니라. 어떤 것을 마음으로 정진하는 모양이라 하는가? 보살이 마음으로 바른 노력에서 나아감[進]과 그침[止]을 수행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이 모양이 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이 바른 노력으로 나아감과 그침인가? 사리자야, 보살로서 큰 정진[大精進]을 수행하는 이는 보리를 위하여 부지런히 정
진을 행하되, 나아간다 함은 모든 중생에게 대비(大悲)를 일으키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나 없음의 지혜를 말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법에 대하여 취착하지 않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생사에 게으름이 없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삼계(三界)를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온갖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보시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청정한 계율을 섭취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시라(尸羅)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많은 괴로움을 견디고 참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마음에 헐뜯거나 무너뜨림이 없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모든 착한 법을 일으키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마음으로 언제나 멀리 여의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정려(靜慮)를 받아들이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마음이 항상 고요히 사라지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법을 듣되 싫증을 냄이 없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이치대로 아주 잘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법을 듣고 말하는 데에 싫증냄이 없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쓸모없는 이론[虛論]의 법이 없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지혜의 자량을 구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모든 쓸모없는 이론을 끊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맑은 믿음[梵信]을 더욱 자라게 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행사(行捨)를 참으로 아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추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샘[漏]이 다함을 두루 아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모든 염처(念處)를 닦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공용(功用)이 없음을 생각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바르게 끊는 방편을 쓰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선과 악을 다 같이 버리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신족(神足)을 끌어내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아무런 사정도 첨가하지 않고 저절로 작용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모든 근기에 따라 방편[權]을 잘 쓰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근성이 아님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모든 힘을 껴잡아들이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지혜로 조복됨이 없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보리분(菩提分)을 내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지혜로 법을 간택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도의 양식을 구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오고 가고 하는 성질이 없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사마타(奢摩他)를 구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마음이 고요하고 그친 데에 머무르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뛰어난 관(觀)을 돕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법의 성품[法性]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따르면서 모든 인(因)을 깨닫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모든 인에 지혜가 두루 미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다른 이로부터 음성을 듣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법대로 닦고 행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몸의 장엄(莊嚴)을 말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법성의 몸[法性身]을 말하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말의 장엄을 말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성스럽게 잠자코 있는 성품이니라.
나아간다 함은 해탈문(解脫門)을 믿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일을 꾸며내어 일으킴이 없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네 가지 악마[四魔]를 멀리 여의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번뇌의 습기를 버리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교묘한 방편을 쓰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깊은 지혜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반연하는 대경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공용(功用)의 관찰이 없는 것이며, 나아간다 함은 임시로 붙인 이름[假名]임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그친다 함은 진실한 이치를 분명히 통달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등의 나아가고 그치는 모양을 바로 보살마하살이 마음만으로 정진한다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등의 마음으로 정진하는 모양을 들으면 마땅히 용맹하고 게으름이 없으면서 온전히 갖춘 바른 노력[正勤]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것을 보살마하살이 정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게으름이 없이 용맹스럽게 정진하며 닦아 익히는 모양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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