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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8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48권

by Kay/케이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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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48

 

대보적경 제48권


대당 삼장법사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12. 보살장회 ⑭

9) 비리야바라밀다품 ④
“또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름 없이 비리야바라밀다를 닦아 익힐 때에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병든 이라는 생각[病者想]을 일으키나니, 왜냐하면 일체 중생은 항상 병든 이로서 한결같이 세 가지 뜨거운 번뇌[熱惱]가 태우며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세 가지 뜨거운 번뇌라 하는가? 이른바 탐냄[貪欲]의 번뇌와 성냄[瞋恚]의 번뇌와 어리석음[愚癡]의 번뇌이니라. 보살마하살은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갈타(阿竭陀) 고약(膏藥)으로 이렇게 뜨거운 번뇌에 시달리는 중생에게 발라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위없는 바른 법의 청량하고 미묘한 고약을 발라주는 까닭에 일체 중생의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뜨거운 번뇌의 병이 모두 다 소멸되기 때문이다’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바른 법의 좋은 약을 중생에게 발라주므로 3독(毒)을 소멸하게 하기 때문이니, 이 보살마하살은 게으름이 없는 바른 노력으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면서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의 모양은 한량없나니, 내가 이제 말해 주리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은 항상 생각하기를 ‘이른바 일체 중생은 모두가 병든 사람이다. 왜냐하면 3독이 항상 뜨겁게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생으로서 지옥에 태어나는 이도 역시
이와 같은 탐냄․성냄․어리석음에 타고 시달렸으며, 이렇게 축생에 난 자나 염마의 세계나 인간과 천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도 이 3독의 뜨거운 번뇌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음이 없으며, 또 중생으로서 의심하는 소견 등의 모든 번뇌를 이룬 이도 역시 언제나 탐냄․성냄․어리석음에 불타고 시달림을 받아서이다’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 모든 중생이 갖춘 번뇌의 병은 그 밖의 훌륭한 의사의 치료와, 또는 훌륭하고 묘한 약을 바른다 하여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번뇌가 고요해지고 쉬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여래의 위없고 훌륭하고 묘한 큰 법의 의왕(醫王)과 법신(法身)을 증득한 보살마하살이 큰 서원의 힘으로 스스로 장엄하게 지닌 몸의 그 좋은 약이어야만 비로소 일체 중생의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뜨거운 번뇌 병을 소멸할 수 있느니라.
또 사리자야, 너는 분명히 이와 같은 법문을 알아야 하나니, 이른바 일체 중생의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병은 다른 의약으로는 낫게 할 수가 없고 오직 여래인 위없는 의왕과 법신 보살의 큰 원력(願力)으로써만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중생계(衆生界)가 많겠느냐, 지계(地界) 등이 많겠느냐?”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묘한 이치를 이해하기로는 중생계가 많고 대지계(大地界)는 많은 것이 아니며, 또한 수계(水界)․풍계(風界)로써도 비교할 만한 것이 못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중생계가 많은 것이요, 대지계는 많은 것이 아니며, 나아가 중생계가 많고 저 풍계는 많은 것이 아니니라.
사리자야, 내 이제 다시 그러한 모양을 말하리라. 사리자야, 어떤 중생들의 몸의 형상이 보기조차 어려울 만큼 미세하다 할 적에 불법 외의 모든 신선들의 눈으로써는 미칠 것이 아니요,
또한 성문과 독각의 천안(天眼)의 경계로써도 볼 수 없지만 오직 여래의 청정한 천안만은 환히 비추어 알 수 있느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청정한 천안으로써 분명하게 봄이 마치 수레바퀴만큼의 크기로 보게 되지만 이러한 온갖 식(識)이 있는 미세한 중생은 그 수가 한량없어서 삼천대천세계보다도 많고 인간과 천상의 세계에 나 있는 이들보다도 많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유정의 계층과 나아가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유정으로서 알로 난 것[卵生]이거나, 태로 난 것[胎生]이거나, 습기로 난 것[濕生]이거나, 변화하여 난 것[化生]이거나, 빛깔이 있는 것[有色]이거나, 빛깔이 없는 것[無色]이거나, 생각이 있는 것[有想]이거나, 생각이 없는 것[無想]이거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것[非有想非無想]이거나, 볼 수 있는 것[可見]이거나 볼 수 없는 것[不可見]이거나
이렇게 하여 임시로 이름 붙여 세워진 모든 유정의 계층에 이르기까지 설령 한 찰나 동안에 혹은 1라바(羅婆) 혹은 1모호다(牟呼多) 동안에 앞도 없고 뒤도 없이 한꺼번에 모두가 사람의 몸이 되고 그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용한 의사가 되기 위해 1겁 동안 방술(方術)을 분명하게 수련하여 의도(醫道)를 완전히 통달한 훌륭한 의사들이 되어서 모든 병을 잘 고치는 것이 모두가 마치 지금의 시박가(時縛迦) 의왕(醫王)과 같다고 하자.
사리자야, 그 모든 의왕들이 같이 함께 모여서 의논하며 말하기를 ‘어느 한 중생이라도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번뇌 병에 걸리면 우리의 왕들은 더욱 공력을 들여서 마땅히 없애주어야 한다’고 할 적에
이와 같이 사리자야, 설령 그들 낱낱의 모든 의왕들 모두가 그 양의 크기가 마치 수미산(須彌山)만큼이나 많은 청량한 묘약을 가졌고, 또 다 같이 공력을 들이면서 한 중생의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번뇌를 소멸시키려고 하며,
또 모든 의왕들이 이 청량한 약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 산만큼씩 나누어 가지고서 그 겁의 수명이 다하도록 한 중생에게 발라주면서 온갖 의왕으로서의 공력과 기술을 다한다 해도 모두 다 피로해져서
싫증이 나게 될 뿐이요, 나아가 큰 산만큼씩 나눈 가루약을 다 발라준다 해도 역시 모두가 중생의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번뇌의 열병(熱病)을 소멸시킬 수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모든 중생들이 갖춘 번뇌의 병을 보시고 여래는 다만 하나의 부정관(不淨觀)인 위없는 바른 법인 아갈타(阿竭陀) 고약을 말씀했을 뿐이며, 이 약을 바름으로써 한량없는 중생의 탐냄의 번뇌가 소멸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니,
이렇게 하여 한량없는 백의 중생․한량없는 천의 중생․한량없는 백천의 중생과 한량없는 구지의 중생․한량없는 백 구지․한량없는 천 구지․한량없는 백천 구지의 중생과 한량없는 구지 나유다 중생․한량없는 백 구지 나유다․한량없는 천 구지 나유다․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다의 중생들에게 바르며,
이렇게 하여 한량없는 강갈라(薑羯羅) 중생․한량없는 빈발라(頻跋羅) 중생과 나아가 한량없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도 없는[不可說不可說] 중생들에게도 하나의 부정관(不淨觀)을 들려줌으로써 그 때문에 탐냄의 번뇌가 동시에 고요해지고 쉬게 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다만 하나의 자비관(慈悲觀)의 위없는 바른 법인 청량한 묘약을 말씀했을 뿐이며 이 약을 발라 줌으로써 한량없는 중생의 성냄의 번뇌가 모두 제거되고 소멸되는 것이며, 나아가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는 중생의 성냄을 소멸케 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다만 하나의 인연관(因緣觀)의 위없는 바른 법인 청량한 묘약을 말씀했을 뿐이며, 이 약을 발라 줌으로써 한량없는 중생의 어리석음의 번뇌가 모두 그치고 쉬게 되는 것이며, 나아가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그치고 쉬게 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또 사리자야, 법신을 증득한 보살마하살도
큰 원력으로 스스로 장엄하게 지닌 몸으로써 그 법의 좋은 약만이 한량없는 중생들의 3독의 뜨거운 번뇌를 잘 쉬게 하고 소멸시킬 수 있고, 나아가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한량없는 중생들의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번뇌의 열병도 쉬게 하고 소멸시키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내가 먼저 말한 것과 같이 법신을 증득하고 성취한 보살마하살은 원력으로 지닌 몸의 좋은 약을 써서 한량없고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는 중생들의 번뇌의 열병을 소멸시킨다 하였지만 이와 같은 등의 모양을 내가 이제 다시 말하리니, 너는 자세히 들을지니라.
사리자야, 나는 기억하건대 옛날 무수한 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으니, 그 명호는 연등(燃燈)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연등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나에게 수기(授記)하시며 말씀하기를 ‘너 마납바(摩納婆)는 장차 오는 세상에 아승기야겁을 지나서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응공․정등각 나아가 불 박가범이라 하리라’고 하셨느니라.
사리자야, 그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하시자마자 그때 나는 곧 법신을 증득하여 성취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나는 미묘안(微妙眼)이라는 이름의 제석천왕이 되어 33천(天)에서 큰 자재함을 얻었고 큰 신통을 갖추었으며 큰 위덕이 있었고 종족(宗族)이 치성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남섬부주 안에 8만 4천의 큰 성(城)이 있었고 한량없는 천의 촌읍과 시골과 상점 등의 거처가 있었으며, 다시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다의 일체 중생들이 있어 이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사람과 만물이 번잡하고 매우 흥성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큰 역병(疫病)이 있는 중겁(中劫)이 출현하여 많은 중생들이 중한 병이 들어서 온몸이 문드러지고 악성의 종기와 옴이며 풍병․열병․담음(痰廕) 등으로 괴로워하였나니, 한 마디로 요약하여 말하자면 온갖 병고(病苦)가 모두 모이지 않음이 없었느니라.
그때에 다시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의사들이 이러한 병고를 고치기 위하여 몹시 애쓰고 공력을 들였지만 매우 지치기만 했을 뿐이며, 중생들의 병은 조금도 낫는 이가 없었느니라.
사리자야, 그 한량없는 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중생들은 용한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병만 더하여 구호할 이도 없고 돌아가 의지할 데도 없었으므로 모두가 함께 한탄하기도 하고 울부짖으면서도 소리조차 못 내어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말하기를
‘나는 이제 이 한량없는 중병에 걸려 있다. 어디에 하늘․용․약차․건달박과 모든 나찰이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人非人]들로서 큰 자비로 나의 병을 없애 주시는 이가 계실까? 만일 나의 병고를 없애만 주신다면 나는 온갖 재보를 아끼지 않고 그 은혜를 후히 갚을 것이며 그의 가르침을 따르리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에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갖가지 역병이 그 중생들의 몸을 괴롭히는 것을 보니 번민이 얽히고 설켰건만 구제하는 이도 없었고, 또 사람들보다 뛰어난 천이(天耳)로써 중생들이 소리 높여 우는 소리와 몹시 슬퍼하고 탄식하며 모진 고통으로 인해 듣기조차 어려운 소리를 환히 들었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에 이런 일을 보고 듣고 한 뒤에 이 중생들에 대하여 대비(大悲)를 깊이 일으키면서 생각하기를 ‘어찌 그리도 괴로워하느냐? 이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들이 이런 중병을 만났는데도 집이 없고 구제할 이가 없고 보호할 이가 없고 돌아가 의지할 데가 없고 치료할 수 있는 이가 없으니, 나는 이제 반드시 그 중생들을 위하여 집이 되어 주고
구제할 이가 되어 주고 보호할 이가 되어 주고 돌아가 의지할 곳이 되어 주고 치료해 주는 이가 되어 주어서 꼭 병이 모두 다 낫게 하리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에 이내 제석의 높고 큰 형상을 숨기고 남섬부주의 구로대성(俱盧大城)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변화로 소마(蘇摩)라고 하는 큰 중생의 몸이 되어서는 공중에 서서 게송으로 두루 남섬부주에 있는 중생들에게 알렸느니라.

구로대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에
소마라고 하는 큰 몸의 중생이 있나니
어떤 중생이라도 그 살을 먹으면
온갖 병의 고통이 모두 낫는다.

그는 성이나 분을 냄이 없는 이라
좋은 약이 되기 위해 남섬부주에 났나니
그대들은 기뻐하며 놀라거나 의심하지 말고
마음대로 살을 베어 모든 병고를 없애라.

사리자야, 그때에 남섬부주에 있는 모든 성(城)에서나 8만 4천의 촌락과 저자며 또 한량없는 온갖 중생들이 병으로 인해 괴로움을 받는 이들은 이 소리를 들은 뒤에 일시에 모두 구로대성에 소마보살의 큰 몸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다투어 날카로운 칼로써 그 몸의 살을 베기도 하고 도려내기도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소마보살은 정진의 행을 수행하였는지라 그렇게 베이는 때에 그 몸 속에서 큰 음성을 내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만일 진실로 보리를 증득하여
지혜 광[智藏]이 이룩되어 다함 없다면
제가 말한 진실한 소원대로 되어
몸의 살이 언제나 다함 없게 하소서.

사리자야, 그때 남섬부주 안에서는 모든 중생들이 병에 시달렸기 때문에 보살의 몸을 조각조각 베고 끊고 하여 혹은 짊어지고 가기도 하고 혹은 그곳에서 먹는 이도 있었나니, 비록 그런 상해를 당했다 하더라도 원력(願力) 때문에 베는 족족 그대로 생기면서 모자라거나 줄어듦이 없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모든 중생들은
소마보살의 살을 먹자마자 온갖 병환이 모두 다 없어졌으며 병이 다 나은 뒤에는 다시 중생들의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졌으며 형상도 변해지지 않았느니라. 이 모든 중생들은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지자 남섬부주 전체에 두루 알렸으므로 와서 살을 먹은 이는 모두 다 병이 나았고 변하지도 않았으며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졌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온 남섬부주의 백성들로서 남자․여자․동남․동녀 할 것 없이 보살의 살을 먹고 병이 나은 이들은 이 보살에게 은혜를 깊이 품으면서 다투어 생각하기를 ‘이 소마라는 이에게는 매우 막중한 은혜가 있다. 우리의 병고를 낫게 하고 우리에게 안락을 베풀어서 변해짐도 없게 하셨거늘 어떻게 공양을 베풀면서 그분의 후한 은혜를 갚아 드릴까?’라고 하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모두가 함께 모여서 구로대성에 있는 소마보살의 큰 몸에게로 왔느니라. 그들은 도달한 뒤에 다 함께 에워싸고 그의 은혜에 감격하여 어쩔 줄을 모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어진 이는 집이 되고 구호자가 되셨으며
어진 이는 훌륭한 의사로서 묘한 약이 되셨나니
원컨대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어떻게 공양하면 될지 가르쳐주소서.

사리자야, 나는 그때 그 큰 몸이 되어서 중생들의 이러한 병고를 구제하였고 한량없는 중생들은 나에게 막중한 은혜를 느끼면서 나에게 귀의하는 것을 알게 되자, 이내 나타내었던 소마의 큰 몸을 없애고 다시 제석의 형상으로 되어 중생들의 앞에 서서 거룩한 광명을 번쩍거리면서 그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병고 때문에 내 몸의 살을 먹고 낫게 되어서 그대들이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면 그대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본래 촌락과 성읍이며 왕도․국토․저택․사옥․주처(住處) 등의 일을 위해서가 아니었고, 그대들의 병고를 불쌍히 여겨
몸의 살을 보시한 것이며, 나는 또한 금․은․마니․유리․진주․가패(珂貝)․벽옥(璧玉)․산호(珊瑚) 등의 보물을 얻기 위하여 몸의 살을 보시한 것도 아니니라.
나는 또한 코끼리․말․소․양 등의 짐승들을 얻기 위하여 살을 보시한 것도 아니요, 나는 또한 부인과 장부와 동남․동녀․노비며 심부름꾼을 얻기 위하여 살을 보시한 것도 아니요, 나는 또한 좋은 음식과 의복․침구․병에 쓰는 의약이며 그 밖의 자산의 축적을 위하여 살을 보시한 것도 아니요, 나는 또한 동산의 숲과 못과 임야[苑]와 궁전과 누관(樓觀) 등을 얻기 위하여 살을 보시한 것도 아니며 그대들의 병고를 불쌍히 여기어 몸의 살을 보시한 것이니라.
그대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내가 본래 그대들의 병고를 불쌍히 여겨 몸의 살을 보시한 까닭은 중생들로 하여금 착하지 않은 업[不善業]을 여의게 하기 위한 것이니, 그대들은 다만 나를 위하여 살생하는 업(業)을 영원히 끊고 영원히 여의기만 하면 되고, 도둑질하는 업을 영원히 끊고 영원히 여의기만 하면 되며, 삿된 음행의 업을 영원히 끊고 영원히 여의기만 하면 되느니라.
이렇게 하여 거짓말을 하는 업과 이간질하는 업과 추악한 말을 하는 업과 지저분한 말을 하는 업과 탐내거나 성내거나 모든 삿된 소견을 내는 업을 영원히 끊고 영원히 여의기만 하면 되나니, 그대들이 이것을 영원히 끊고 여읜다면 이것이 바로 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요 그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니라’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제석은 다시 대중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는 수미산과 같이 많은
값진 보배더미 구한 것도 아니요
또한 하늘의 옥녀(玉女)와 모든 의복과
음식․평상․깔개 등을 위한 것도 아니니라.

소마의 큰 몸을 받들고자 하면
다만 존중하면서 같이 화합하여
인자한 마음으로 공경히 대하면서
오로지 청정하고 묘한 10업도(業道)만 닦으라.

그대들은 마땅히 10업도에 있어서
화합하여 늘 굳게 지키기만 하면 되느니라.
이를 크게 법공양(法供養)을 일으킨다 하나니
보살은 세간의 재보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나는 세간의 모든 재보가 소용없고
잘 차린 음식도 좋은 의복

코끼리․말․탈 것․소․양 따위
평상․깔개․채녀․세간 물품 모두 소용없느니라.

그대들은 다만 같이 화합하여서
청정하게 10업도를 잘 지니고
차츰차츰 크게 인자한 맘 일으키면서
너도나도 의로운 뜻 훈수(薰修)하여라.

사리자야, 남섬부주의 한량없는 사람들은 나의 이 권유하는 말을 듣고서 은덕에 감격하며 나의 발에다 머리 조아리고 모두들 열 가지 청정하고 묘한 착한 업도를 받아 지녔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에 그 대중들에게 널리 바른 법을 연설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칭찬해 주고 기쁘게 하고는 곧 제석천왕의 몸을 숨기면서 세간에서 없어져버렸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나는 정확하게 기억하거니와 옛날 그때 남섬부주에 있었던 백성들로서 소마보살의 살을 먹은 이들은 그 이후로는 한 사람도 악한 세계에 떨어진 사람은 없고, 그들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가 33천에 태어나서 전생의 업력 때문에 모두 함께 살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다시 그 하늘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알맞게 법을 펴 교화하며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칭찬해 주고 기쁘게 하여 모두가 성문승(聲聞乘)이거나 독각승(獨覺乘)에 머무르게 하였고, 혹은 어떤 이는 아뇩다라의 일체지승(一切智乘)에도 머물렀나니, 이와 같은 이들은 나의 법을 들었기 때문에 혹 어떤 이는 이미 열반한 이도 있고 지금 열반한 이도 있으며 장차 열반할 이도 있느니라.
사리자야, 너는 이와 같이 법신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까닭에 이와 같은 큰 신통의 힘을 성취하고 이와 같은 큰 위덕의 힘을 성취하고 이와 같은 큰 기세의 힘을 성취하고서 다만 한 몸을 버린다는 지혜만으로 크게 가없는 중생을 성숙시켜 모두 3승에 머물러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게 하는 줄 관찰해야 하느니라.”

그때 장로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부지런히 닦아 법신의 모양을 획득하나이까?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의 법신의 모양은 나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으며 견고하여 파괴하기 어려움은 마치 금강(金剛)과 같아서 불가사의하나니, 그러면서도 모든 법신의 보살마하살은 몸이 파괴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파괴된 몸을 나타내고, 몸이 파괴되지 않은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파괴되지 않은 몸을 나타내느니라. 그리고 이 법신은 원만하고 구족하게 이루어진지라 불이 태울 것도 아니고 칼로 벨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마치 저 금강과 같아서 견고하여 파괴하기 어려우니라.
사리자야, 법신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까닭에 게으름 없이 정진하되 공용(功用)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다만 그 몸만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잘 성숙시키고 그 마음을 빌려서 헤아리거나 분별하지도 않느니라.
곧 이 보살의 몸은 스스로 모든 몸의 모양이 자기 몸의 진여법성(眞如法性)에 따라 들어가고, 자기 몸의 진여가 모든 법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법의 진여가 자기 몸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고, 자기 몸의 진여가 모든 부처님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진여가 자기 몸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고, 자기 몸의 진여가 과거․미래․현재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며 과거․미래․현재의 진여가 자기 몸의 진여에 따라 들어가는 것을 환히 아느니라.
또 과거의 진여가 미래의 진여를 어기지 않고 또한 미래의 진여가 과거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니며, 또 과거의 진여가 현재의 진여를 어기지 않고 또한 현재의 진여가 과거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니며, 또 미래의 진여가 과거의 진여를 어기지 않고 또한
과거의 진여가 미래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니며,
또 미래의 진여가 현재의 진여를 어기지도 않고 또한 현재의 진여가 미래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니며, 또 현재의 진여가 과거의 진여를 어기지도 않고 또한 과거의 진여가 현재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니며, 또 현재의 진여가 미래의 진여를 어기지도 않고 또한 미래의 진여가 현재의 진여를 어기는 것도 아님을 환히 아느니라.
또 과거․미래․현재의 진여가 곧 온(蘊)․계(界)․처(處)의 진여요, 또 온․계․처의 진여가 곧 물듦[染汚]과 청정함[淸淨]의 진여이며, 또 물듦과 청정함의 진여가 곧 유전함[流轉]과 적멸(寂滅)의 진여요, 또 유전함과 적멸의 진여가 곧 가행(加行)의 진여이며, 또 가행의 진여가 곧 온갖 행[一切行]의 진여요, 온갖 행이 곧 진여이면서 이 진여 또한 온갖 행인 것도 환히 아느니라.
또 사리자야, 무릇 진여란 바로 진실한 성품[實性]이요, 바로 여실한 성품[如性]이요, 바로 여실하지 않음이 없는 성품[非不如性]이요, 바로 멀리 여의지 않는 성품[不遠離性]이요, 바로 발동함이 없는 성품[無發動性]이요, 바로 요란함이 없는 성품[無嬈亂性]이요, 바로 서로 어기지 않는 성품[不相違性]이요, 바로 어기거나 다툼이 없는 성품[無違諍性]이니라.
또 사리자야, 무릇 진여란 어기거나 다투는 것이 없나니, 어기거나 다툼이 없기 때문에 진여라 하느니라. 그러나 모든 여래는 다툼을 어긴다고 하리니, 사리자야, 진여를 따르면서 섭수(攝受)한다고도 말하느니라.
무슨 인연으로 여래는 다툼을 어긴다고 하는가? 사리자야, 여래는 온갖 다툼을 어기기 때문이니라. 이런 인연으로 보살은 항상 온갖 다툼에서 어기는 일을 나타내느니라.
또 모든 여래는 본래 어기거나 다툼이 없고 또한 아직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나니, 왜냐하면 어김도 없고 다툼도 없음을 여래라 하기 때문이요, 항상 모든 색상(色像)에서는 어김과 다툼이 나타나지만 여래만이 동요되거나 어지러운 일이 있지 않기 때문이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여실한 지혜[如實智]로써 여래의 몸을 관찰하고 여래 몸의 평등한 법성(法性)에서 곧 자기 몸의 평등한 법성을 관찰하느니라. 또 자기 몸의 평등한 법성에서 여래의 평등한 법성을 관찰하고 또 자기 몸의 평등한 법성에서 모든 몸과 몸 아닌 것을 관찰하며 온갖 몸과 몸 아닌 것에서 저 불가사의한 몸을 관찰하나니, 보살마하살은 인연으로 생기는 법[緣生法]에서 온갖 몸을 환히 알고, 환히 알고 나서는 법신을 끌어당기느니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법신을 끌어당길[引攝] 때 나는 이것들을 말하여 곧 법신을 증득한다 하나니, 이미 증득한 뒤에는 또 온․계․처의 몸을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그러므로 이 몸에서 법신이 나타나게 되는 줄 알아야 하나니, 이 때문에 사리자야, 일체 중생이 만일 이와 같은 법신을 만나서 보거나 또는 듣게 되면 곧 모두가 조복되는 것이요, 그 몸을 접촉할 때에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의(義)로운 이익을 짓게 할 수 있느니라.
또 사리자야, 마치 시박가(時縛迦) 대의왕(大醫王)과 같은 이는 여러 가지 약을 모아 섞어서 형상을 만들되 예쁘고 아름답고 깨끗한 얼굴의 여인상(像)을 만드나니, 이 의왕이 잘 만들수록 미묘하게도 잘 성취하였는지라 더욱더 잘 꾸몄느니라.
사리자야, 이 약녀상(藥女像)은 비록 생각도 없고 분별도 없다고 하더라도 가고 오고 서고 앉고 눕기도 하였는데, 여러 부귀한 대왕이나 왕자․대신․장자며 여러 소왕(小王)들로서 병들어 괴로움을 받는 이가 시박가 대의왕에게로 오면, 그때에 의왕은 그의 치료할 곳을 자세히 살피고 나서 그 약녀를 짝으로 지어주나니, 그러면 그 사람들은 은혜로 여기면서 곧 약녀를 붙잡고 잠시 동안 몸을 접촉하면 온갖 병고가
저절로 사라져버렸고 아픈 데도 없이 안락해지면서 달라짐도 없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시박가 대의왕은 세간의 모든 병을 치료하면서 묘한 지혜를 지니고 있었나니, 세상의 다른 의사로서는 그에게 견줄 이가 없었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법신으로 나타난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일체 중생으로서 남자․여자․동남․동녀에 이르기까지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번뇌의 병이 있는 이는 보살에게로 가서 잠시 동안 그 몸을 접촉하여도 온갖 병고가 모두 소멸하게 되며 또 그 몸에서 모든 뜨거운 번뇌가 떠났음을 깨닫나니, 왜냐하면 모든 보살마하살이 본래 세운 서원이 좋고 청정하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법신 보살마하살은 단식(摶食)1)을 먹지 않기 때문에 몸이 편안하게 머무름을 얻었으며 비록 또 온갖 음식이 본래 없음을 분명히 안다고 하더라도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밥을 받는 것을 나타내고 또 먹는 일을 나타내기는 하나 뜻에 탐착함이 없으며 자기 몸에 대하여 돌보거나 연연함이 없나니, 왜냐하면 법신의 힘은 물러남도 없고 줄어듦도 없으며 음식으로써 그 몸을 편히 머무르게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법신 보살마하살의 모든 나고 죽고 함은 분명하게 알기 어렵지만 그러면서도 몸으로 남도 있고 죽음도 있음을 나타내어 보이나니, 왜냐하면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끝나고 다함을 나타내어 보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이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에는 끝남도 다함도 없다 함을 분명히 아나니, 나는 것이 있음을 나타내어 보이되 모든 법에는 생기거나 작용하는 것이 없음을 환히 알고 비록 나고 일어남을 나타내기는 하나 모든 법에는 마침내 나는 것이 없음을 분명히 아느니라.
또 이 법신은 법을 음식으로 삼는지라 법의 힘으로 유지하게 되고 법에 의지하는 본래의 원력 때문에 공력을 들임이 없으면서도 중생을 성숙시키느니라.
사리자야, 법신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은 등의 모양은 모두가 게으름이 없고 정진하면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기 때문에 곧 깨달아 들어가는 것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몸은 마치 금강 같아 깨뜨릴 수 없고
때를 알아 교화하려고 몸을 나타내나니
독과 칼과 불로도 해치지 못하나
타거나 상해함 보인 것은 중생 교화 위해서다.

병든 이에겐 좋은 약이 되어 보이고
굶주린 중생에겐 음식으로 보이나
모든 법성(法性)에는 분별이 없나니
법신은 몸이 없고 한 이치로 증득한다네.

하나의 법도 인연에서 생기기에
마납바의 의생(意生) 등도 없음을 아나니
많은 인연 있으므로 고통 줄[苦綸]이 이어지고
많은 인연 없는지라 고통 줄이 끊어진다.

물질[色]은 견고하지 않아 거품과 같고
생각하는 모든 느낌[受] 뜬 거품과 같으며
생각[想]은 더울 때의 아지랑이 같고
지어감[行]도 파초와 같음을 관찰해야 한다.

요술 잘하는 이가 춤추고 놀면서
찰나에 모든 색상[色像] 나타내듯
의식[識]의 작용도 그러한 줄 알지니
지혜로운 이는 그것 모두 바라지 않네.

세상의 재보는 화살이 시위에서 떠남 같고
또 번개와 같고 폭포와 같은 줄 알라.
잠깐 모였다 도로 흩어짐은 구름과 같나니
지혜로운 이는 그것 모두 바라지 않네.

모든 존재는 도무지 없는데도 어떤 중생은
하늘의 모든 쾌락 받지 않는 일 없고
지옥에도 떨어지고 빈고(貧苦)도 받지만
불자(佛子)는 관찰한 뒤에 천상을 구하지 않는다.

그 마음 의지함 없어 허공에 노니는 것 같고
있지도 없지도 않고 의지를 여의므로
모든 존재에 나더라도 생사가 없나니
늙고 죽음 없는 큰 나[大我]를 증득하기 때문이다.

“또 사리자야,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마땅히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닦고 배울지니라.
사리자야, 세간에는 비록 모든 의사들이 세계에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세 가지 큰 질병을 환히 알지 못하나니,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가 훌륭하지도 못하고 또 지혜가 없는 까닭에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세 가지 큰 질병을 모르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 지혜 없는 의사들은 세 가지 큰 질병을 모를 뿐만 아니라 또 세 가지 아주 좋은 약으로 세 가지의 질병을 다스린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탐냄의 큰 질병은 부정관(不淨觀)이라는 좋은 약으로 다스리게 된다는 것과 성냄의 큰 질병은 자심관(慈心觀)이라는 좋은 약으로 다스리게 된다는 것과 어리석음의 큰 질병은 연기관(緣起觀)이라는 좋은 약으로 다스리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모르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모든 의사들은 한두 가지만의 다른 병은 잘 치료할 수 있지만, 온갖 모든 병들은 두루 치료할 수 없으며, 잠깐 치료하여 조금만은 낫게 할 수 있지만 모든 병을 끝까지 다 낫게 할 수는 없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보살의 도를 닦거늘 어찌 이런 의사들을 따라 배우겠는가? 마땅히 모든 법을 잘 통달한 위없는 큰 의왕이시며 온갖 병을 끝까지 고쳐주시는 모든 부처님 세존이야말로 큰 의왕이시므로 나는 이제 그분을 따르고 의지하며 닦고 배워야 한다. 닦고 배운 뒤에는 나는 마땅히 온갖 병고를 널리 다스려야 되거늘 어찌 따로따로 모든 병을 치료하겠는가? 나는 마땅히 끝까지 많은 병의 근본을 없애야 되거늘 어찌 병의 근본은 없애지 못하고 잠시 동안만 낫게 하겠는가?’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 보살마하살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은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갈타(阿竭陀) 고약을 쌓고 모아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이 약에 대한 소문을 들은 뒤에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극히 중하고 큰 질병이 저절로 소멸하게 해야 한다’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이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이와 같은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갈타 고약을
쌓고 모아서 온갖 병이 있는 중생들에게 발라주는 것이요, 성문이나 독각에게도 다같이 있는 법은 아니니라. 다만 위없는 큰 의왕으로서 온갖 법을 통달한 여래만은 제외되느니라.
그리고 이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갈타 고약으로써 부르는 큰 법의 소라[螺]에다 바르고 이렇게 바른 뒤에 그것을 불게 되면 그 소리는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알려지므로 거기에 있는 한 중생만이 아니라, 이 소리를 듣는 이라면 온갖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큰 중병들이 모두 없어지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없어지되 1백 중생만이 아니요, 1천 중생만이 아니요, 1백천 중생만이 아니며, 이와 같이 없어지되 1구지 중생만이 아니요, 1백 구지․1천 구지․1백천 구지 중생만이 아니며, 이와 같이 없어지되 1구지 나유다의 중생만이 아니요, 1백 구지 나유다․1천 구지 나유다․1백천 구지 나유다 중생만이 아니며, 1강갈라(薑羯羅) 중생들만이 아니니, 이와 같이 없어지게 되며, 이와 같이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중생들에게 이르기까지 그 3독의 큰 질병들이 모두 다 없어지게 되느니라.
또 사리자야, 큰 설산(雪山)에 아주 뛰어난 약이 있는데 그 이름은 비가마(毘伽摩)이니라. 그 약은 소리만 들어도 온갖 세간에 있는 맹렬한 독의 열이 모두 사라져 없어지며, 그 약이 있는 데서 백 유선나 되는 주위까지도 그 위세가 왕성하기 때문에 모든 나쁜 독의 세력이 모두 없어지며, 또 그 약을 큰 소라에나 북에 발라서 치거나 불면 그 소리가 미치는 곳에 있는 중생으로서 혹은 독약을 마신 이나 혹은 독에 쏘인 이나 독이 묻고 독에 찔리는 등의 온갖 독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이들은 그 소라나 북의 소리가 그들의 귀에 잠깐 스치기만 해도 온갖 독이 사라져 모두 없어지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비가마의 매우 훌륭한 약은 온갖 세간의 의사로서는 모두 아는 이가 없고 오직 시박가 대의왕만이 그 빛깔과 성질을 알고 있을 뿐이니라.
사리자야, 게으름이 없이 정진하는 모든 보살마하살도 역시 그와 같아서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이와 같은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가타 고약을 쌓고 모으는 것이요, 성문이나 독각에게도 다 같이 있는 법이 아니니라. 다만 위없는 바른 법을 지닌 대의왕으로서 중생들의 모든 병을 없애줄 수 있는 여래만은 제외되느니라.
그리고 이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가타 고약을 큰 법의 소라에다 바르고, 바른 뒤에 그것을 불면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알려지므로 그 안에 있는 모든 중생으로서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는 이들에게 이르기까지 이 소리를 들은 뒤에는 탐냄․성냄․어리석음 등의 모든 중하고 큰 질병들이 남김 없이 고요히 사라지느니라.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은 위없는 바른 법의 아가타 고약은 어디에서 와서 이곳에 모이는가? 사리자야, 이와 같은 고약은 바로 큰 보리의 법 그릇 안에서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그 보리의 그릇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보살의 법의 재보 상자 속에서 오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이와 같은 보살의 재보 상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다름이 아닌 대보살장의 법문 속에서 오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기 위하여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이와 같은 대보살장 법문의 경전을 찾고 구하여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이치를 연구하며 널리 중생들에게 연설하고 열어 보여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너는 또 마땅히 이와 같은 모양을 알아야 하리니,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말하여 거듭 드러내리라. 만일 모든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이라면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까닭에 나의 이 말을 들은 뒤에는 이 경전에 대하여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이치를 찾고 구하여 다른 이들에게 열어 보여야 하느니라.
사리자야, 아주 옛날 아승기야겁을 더 지나서 광대하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하여 헤아리기조차 어려우며 나아가 이만큼의 세월을 지나고 또 그만한 세월을 더 지난 그 당시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는 적련화승(赤蓮花勝)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사리자야, 그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은 한 번 모인 큰 집회에서도 그 수효가 80구지였으며 그들은 모두 대아라한이어서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했고, 나아가 모든 마음이 자재하고 가장 훌륭한 바라밀을 획득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 부처님의 수명은 80세였으며 열반하신 뒤에 정법(正法)은 세상에 5백 년 동안 머물렀고 상법(像法)도 세상에 5백 년 동안 머물렀으며 사리가 유포되었나니, 마치 내가 이제 반열반한 뒤에 사리에 공양하기 위하여 장차 유포되는 모양도 그와 같을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 부처님께서 세상에서 열반하신 뒤 꼭 100년 만에 어느 한 보살이 다른 곳에서 죽어서 이 세계의 대왕(大王) 집에 태어났었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나자마자 소리 높여 말하였느니라.
‘기이하도다. 이제 법답지 않은 곳에 태어났구나.’
그리고 또 말하였느니라.
‘기이하도다. 이제 법답지 않은 곳에 태어났구나.’
이렇게 소리 높여 말한 뒤에 다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마땅히 법의 행[法行]을 행하여야겠다.’
그러자 그때에 여러 사람들은 모두가 의심하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그가 말한 대로 다 같이 법행(法行)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법행 왕자는 점점 자라서 모든 감관이 왕성해진 20세 때에 깨끗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서 위없는 도에 나아갔으며 출가한 뒤에는 혼자 깊고 사람이 없는 고요한 숲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느니라.
그때에 공중에서 어떤 큰 천신(天神)이 와서 그에게 말하기를 ‘필추여, 아셔야 합니다. 당신이 이제 만일 여래의 불과(佛果)인 명성이 높고 먼 으뜸가는 법을 구하시려면 마땅히 부지런히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배우셔야 하며, 얻기 전까지는 정진을 버리지 말고 오로지 찾고 구하면서 이루지 못함이 없게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법행 필추는 그 천신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펄쩍펄쩍 뛰어오름이 한량없었고 몸과 뜻이 즐거워졌으므로 곧 보살장의 법을 찾기 위하여 몸소 마을과 성(城)과 왕도와 국읍이며, 나아가 정자[亭]․객사[館]로 다니면서 점차로 찾고 구하였지만 끝내 아무 것도 얻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법행 필추는 다시 여러 승방(僧坊)을 찾아다니면서 혹시 필추나 필추니를 만나게 되면 곧 그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인자(仁者)시여, 어느 곳에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이 있기에, 보살마하살이 그것에 의지하여 닦고 배워야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묘한 법이 나오는 것입니까?’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다.
‘필추여, 우리는 아직까지 어떠한 것을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이라 하는가도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당신의 말씀에서 대보살장 법문이란 이름을 우리 귀로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사리자야, 그때 법행 필추는 거듭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묘한
법을 천신이 거짓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제 반드시 용맹스런 정진을 버리지 않으며 보살장의 법문을 듣기 전까지는 그 동안에 게으르거나 그만두는 일이 없어야 하리라.’
그리고 다시 그 필추들에게 청해 물었다.
‘적련화승여래께서 반열반하실 때에 다비하셨던 곳이 어디입니까? 당신들은 저에게 그 지방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나는 그곳으로 가서 정진의 업을 수행하겠습니다.’
그러자 그 필추들은 곧 그에게 말해주었다.
‘필추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러이러한 데가 바로 박가범 적련화승여래를 다비하셨던 곳입니다.’
그러자 법행 필추는 곧 그곳으로 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수없이 돌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가부(加趺)하고 앉아서 일심으로 생각을 추스른 뒤에 그 부처님께 서원을 세웠다.
‘제가 이곳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사옵니다. 제가 만일 적련화승여래로부터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이 앞에서 듣지 못하면 반드시 이 가부좌를 풀지도 않겠고 이곳에서 일어나지도 않겠나이다.’
사리자야, 그때에 법행 왕선(王仙) 필추는 정진함이 견고해서 이런 서원을 세우고는 가부를 틀고 앉아 7일 동안을 지냈느니라. 그때 동방 세계에 박가범이 계셨으니, 그 명호는 보장(寶藏) 여래․응공․정등각이었느니라.
법행 왕선 필추를 위하여 그곳으로부터 오셔서 그 몸을 나타내어 그에게 8문구법(門句法)을 열어 보이시고는 이어 말씀하시되 ‘왕선 필추야, 너는 이제 8문구법에 따라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부지런히 수행하라. 그러면 모든 불법을 이루게 됨이 어렵지 않으리라’라고 하셨느니라.
그때에 왕선 필추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 부지런히 힘써 8문구법을 닦아 익혔으며 그런 뒤에 오래지 않아 문득 불가사의하고
위없는 다문(多聞)을 성취하게 되었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나서는 비리야바라밀다를 널리 수행하기 위하여 용맹스러운 정근(正勤)으로 모든 마을과 성과 왕도와 읍이며 정자․객사에 이르기까지 낱낱의 곳을 다니면서 점차로 이와 같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고 드러내었느니라. 이렇게 하면서 60년 동안 교화한 하늘과 사람들의 수효는 구지(拘胝)에 이르렀나니, 모두가 3승(乘) 가운데서 편안히 머물렀느니라.
사리자야, 그 왕선 필추는 중생들을 교화한 뒤에 목숨을 마치려 하면서 서원을 세우기를 ‘원컨대, 저는 도로 이 부처님세계의 사람 세계 속에 나서 장차 법의 행을 닦게 하소서’라고, 이렇게 서원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고 그 서원의 힘 때문에 도로 이 세계 남섬부주 거사(居士)의 집에 와서 태어났었느니라.
그는 처음 태어난 날에 소리 높여 말하기를 ‘나는 이제 마땅히 법의 행[法行]을 닦아야 한다’고 하였고, 그리고 또 말하기를 ‘나는 이제 마땅히 법의 행을 닦아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그가 말한 대로 본래의 이름을 불렀으므로 도로 법행(法行)이 되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법행 동자는 8세쯤 되어서 청정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위없는 도(道)로 나아갔으며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서 전생에서부터 익힌 까닭에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의 위없는 깊은 이치가 저절로 앞에 나타났느니라.
법행 필추는 이와 같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에 머물러서 60년 동안 널리 법을 교화하며 몸소 마을과 성과 왕도와 국읍이며 정자․객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다니면서 모든 중생들에게 이 법을 열어 보였으며, 60년 동안 교화한 하늘과 사람들만도 구지 대중이었고 그 모두를 3승 가운데서 성숙시켰나니, 혹은 성문승에 머무른 이도 있고, 혹은 독각승에 머무른 이도 있고, 혹은
위없는 대승에 머무른 이도 있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법행 필추는 중생을 교화하고 나서 목숨을 마치려 할 적에 다시 서원하기를 ‘원컨대, 저는 미래에 사람이 되어서 출가하여 법을 듣게 하옵소서’라고 하였으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는 그 원력 때문에 이 세계의 남섬부주 안의 왕가(王家)에 태어났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나는 날에 위의 공중에서 천신이 큰 소리로 말하기를 ‘이 중생 세계에 법이 뛰어난 보살이 나타나셨다’라고 하였고, 또 한 번 말하기를 ‘이 중생 세계에 법이 뛰어난 보살이 나타나셨다’고 하였으므로, 그때 여러 사람들은 천신이 하는 말을 듣고 곧 그 왕자 이름을 법승(法勝)이라고 불렀느니라.
사리자야, 법승 왕자는 이와 같이 점점 자라서 모든 감관이 성숙해진 나이 20세 때에 청정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서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갔으며, 이미 출가한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법승 필추라고 불렀느니라.
사리자야, 법승 필추는 큰 염혜(念慧)의 힘에 의지했기 때문에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이 저절로 앞에 나타났으므로 부지런히 닦아 익혀 중생들의 의혹을 영원히 잘 끊어주었으며,
60년 동안 몸소 마을과 성과 왕도와 국읍이며 정자․객사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중생들을 위하여 이 법을 열어 보여 60년 동안에 구지의 하늘과 사람들을 교화하였나니, 그 모두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에 편히 머무르게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법승 필추는 목숨을 마치려 할 적에 다시 서원하기를 ‘원컨대, 저는 내생에 사람의 세계에 나서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게 하소서’라고 서원하고 나서 곧 목숨을 마치고 도로 이 세계 남섬부주의 큰 부호 장자의 집으로 와서 났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날 때에 다시 어떤 천신이
큰 소리로 외치길 ‘이 세계에 기억을 얻은[得念] 보살이 오늘 출현하셨다’고 이렇게 두 번을 외쳤으므로, 그 때의 여러 사람들은 하늘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그 이름을 득념(得念)이라고 불렀느니라.
사리자야, 이 득념보살은 모든 감관이 성숙해진 20세의 한창 나이에 청정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갔으며, 갓 출가하자마자 전생에 익힌 힘 때문에 곧 불가사의하고 가장 수승하고 위없는 불망총지(不忘總持)를 성취하여 많이 들음[多聞]이 구족되었으며,
60년 동안 몸소 교화하기 위하여 마을과 성(城)과 왕도와 국읍이며 정자․객사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바른 법을 연설하여 중생들의 의심을 끊어주었으며, 이와 같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열어 보이기 60년 동안에 하늘과 사람들 1구지가 차도록 혹은 성문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고, 혹은 독각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고, 혹은 또 위없는 부처님의 지혜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 득념보살은 중생을 교화하고 나서 목숨을 마치려 할 적에 다시 서원하기를 ‘원컨대 저는 미래 세상에 인간 속에 태어나서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게 하소서’라고 하고,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도 이 세계의 대왕(大王)의 집에 와서 났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날 때에 다시 어떤 천신이 큰 소리로 외치기를 ‘이 유정의 세계에 법을 의지하는[依法] 보살이 출현하셨다’고 이렇게 두 번을 외쳤으므로 그 때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서 그 왕자의 이름을 의법(依法)이라고 지었느니라.
사리자야, 의법보살은 이와 같이 점차로 자라서 모든 감관이 성숙해진 20세 때에 믿음으로써 집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갔으며, 갓 출가하자마자 전생에 익힌 힘 때문에 곧 단절됨이 없는 기억[無間斷念]을 성취하게 되어서 그 기억의 힘에 의지한 까닭에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이 저절로 그의 앞에 나타났느니라.
사리자야, 의법보살은
필추가 된 뒤에 50년 동안을 한 촌락으로부터 다른 촌락에 이르고, 한 마을 저자로부터 다른 마을 저자에 이르고, 성(城)으로부터 성에 이르고, 객사로부터 객사에 이르고, 나라로부터 나라에 이르고, 한 왕도로부터 다른 왕도에 이르러 돌아다니며 교화하면서 중생들에게 이와 같은 보살장의 법을 열어 보이며 의혹을 끊어 없앴고, 50년 동안에 4구지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성문승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고, 독각승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고, 혹은 위없는 모든 부처님의 대승에 머무르게 하기도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 의법보살마하살은 이로부터 목숨을 마치고는 동방의 보장(寶藏)여래의 부처님세계에 가서 났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날 적에 바로 불가사의한 위없는 다문(多聞)을 성취하였으므로 68구지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교화하고 인도하여서 모두가 3승에 원만히 머무를 수 있게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 의법보살마하살은 저 보장여래의 법에서 중생을 교화한 뒤에 목숨을 마치고 도로 이 세계의 적련화승(赤蓮花勝)부처님 국토인 남섬부주 속에 대왕의 집에 와서 났느니라. 그가 처음 태어나는 그 당시에 그가 교화했던 68구지의 하늘과 사람들로서 모두 성숙된 이들은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역시 보살을 따라 이 불국토에 와서 나서 이 보살과 권속이 되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러할 때에 이 세계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는 최고행(最高行)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80구지 세를 다 채우셨으며, 그때 사람들의 수명도 그 양이 부처님과 같았느니라.
사리자야, 최고행 여래․
응공․정등각은 세상에 계시면서 설법할 적에 해마다 한 번의 대회(大會)가 있었고 그 낱낱의 대회마다 모두가 80구지씩의 모든 성문들이 있었으므로 그 부처님은 무릇 80구지의 성문의 대회가 있었던 것이니, 그들은 순전히 대아라한들이었느니라.
그때에 보살은 왕자였고 그 때의 이름은 용시(勇施)였으며 많이 들음[多聞]을 성취한지라 총명하고 관찰이 뛰어났는데, 그 권속들 68구지의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박가범 최고행 여래․응공․정등각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는 물러나 한쪽에 앉아 있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최고행여래께서는 용시 왕자의 뛰어난 믿음과 의욕을 환히 아시고 곧 그 본래의 행과 상응하는 미묘하고 훌륭한 법을 열어 보이셨으니, 그때에 용시 왕자는 부처님께서 열어 보이시는 이와 같은 법을 듣자마자 뜻이 확연히 이해되면서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며, 마음이 청정하여졌기 때문에 곧 68구지의 권속들과 함께 믿음으로써 집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갔으며 이미 출가하고 나서는 그 수명이 다하도록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았느니라.
사리자야, 그때에 용시 왕자는 그 부처님 법 가운데서 정진하고 경행(經行)하며 보살의 도(道)에서 그 마음이 위없는 보리를 장차 증득하려 하였으므로 그때에 최고행여래는 곧 그에게 수기하시면서 대중에게 말씀하기를 ‘지금 이 필추 용시보살마하살은 다음에 내가 멸도하고 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세간에 출현하리니, 그 명호는 대정진(大精進)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 박가범일 것이니라’라고 하셨느니라.
사리자야, 이
최고행여래께서는 그에게 수기를 하신 뒤에 곧 반열반에 드셨으므로 용시보살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것을 보고 그리워하며 더욱 느끼다가 여래의 사리를 거두어 공경하고 공양한 뒤에 널리 탑[靈廟]을 일으켜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바른 법을 보호 유지하면서 교화함이 한량없었으며, 그 후에 얼마 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으니, 그 명호는 대정진(大精進)이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대정진여래는 반 겁(劫) 동안 사셨으며 그 부처님은 한량없는 대회에서 설법하셨고 그 낱낱 대회마다 12나유다의 성문 제자들이 있었나니, 그들은 순전히 아라한이었느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이 게으름이 없이 정진한 보살마하살은 비리야바라밀다를 수행하기 위하여 정중하고 은근히 이와 같은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찾고 구하여,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이치를 분석하여 널리 중생들을 위하여 펴 보이고 연설하였으며, 이 공덕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는 성불하셨으니, 그 명호는 대정진 여래․응공․정등각이었고 세간에 나오셔서 널리 법의 교화를 펴시어 중생을 이롭게 하신 것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대승의 미묘한 바른 행에 머물러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분발하여 용맹스럽게 정진해야 하고 정중하면서도 은근히 이러한 보살장의 법을 찾고 구하다가 곧 만나게 되면 공손히 듣고 받을 것이며, 나아가 널리 유정들을 위하여 연설하고 열어 밝힐 것이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대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찾고 구함으로써 비로소 비리야바라밀다를 원만하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용맹스러운 정진으로 비리야바라밀다를 힘써 닦고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행을 행한다 하나니,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보살행을 정진 수행하면 온갖 악마와 악마 백성인 천자들이 이 보살을 요란시킬 수도 없고 또 저 외도의 다른 이론에 꺾이거나 굴복되지도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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