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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98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61권

by Kay/케이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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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61

 

대보적경 제61권


북제(北齊) 삼장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한역
송성수 번역


16. 보살견실회(菩薩見實會) ①

1) 서품(序品)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가비라국(迦毘羅國) 니거타림(尼居陀林)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 이름은 우루비라가섭(優樓毘螺迦葉)과 가야가섭(伽耶迦葉)과 나제가섭(那提迦葉)과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連) 등이니, 이들은 모두가 큰 아라한이어서 모든 샘[漏]이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고 그 마음은 자재하여 마음이 훌륭하게 해탈하였으며 지혜도 훌륭히 해탈하여 마치 큰 용과 코끼리 같고 할 일을 다 마치어 모두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자기의 이익을 체득하고 모든 번뇌[有結]를 다 끊었으며 바른 교법을 마음으로 잘 알게 되었고 모든 법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었으며 저 언덕[彼岸]에 이르렀다.
스스로 해탈을 얻은 해탈 권속과 스스로 조복한 조복 권속과 스스로 고요한 선정을 얻은 선정 권속과 스스로 해탈한 해탈 권속과 이미 피안에 이른 피안 권속과 이미 육지에 이른 육지 권속과 스스로 안온함을 얻은 안온 권속과 스스로 적멸(寂滅)을 얻은 적멸 권속과
스스로 번뇌를 깨뜨린 권속과 스스로 사문(沙門)이 된 사문 권속과 스스로 악(惡)의 쉼을 얻은 악이 쉰 권속과 스스로 바라문(婆羅門)이 된 바라문 권속과 스스로 악한 법을 제거한 제악법(諸惡法) 권속과 스스로 모든 법을 분명히 깨달은 요지제법(了知諸法) 권속과 스스로 능히 제도된 능도(能度) 권속과 스스로 모든 덕을 갖춘 구제덕(具諸德) 권속과
스스로 번뇌가 없어진 무번뇌 권속과
스스로 다섯 갈래[五支]를 여읜 이오지(離五支) 권속과 스스로 장애를 여읜 이장(離障) 권속과 스스로 고요한 뜻을 얻은 정의(靜意) 권속과 스스로 여섯 가지 신통[六通]을 갖춘 구육통(具六通) 권속과 스스로 미움과 사랑을 여의고 해탈한 이증애해탈(離憎愛解脫) 권속과 스스로 한 마음을 수호한 수호일심(守護一心) 권속과
스스로 기억하는 문[念門]을 구족한 염문구족(念門具足) 권속과 스스로 네 가지 의지[四依]에 의거한 4의(依) 권속과 스스로 갖가지 모든 견해를 여읜 이종종제견(離種種諸見) 권속과 스스로 모든 희망을 버린 기제희망(棄諸希望) 권속과 스스로 행을 다한 진행(盡行) 권속과 스스로 일을 다 마친 사흘(事訖) 권속과
스스로 닦은 자수(自修) 권속과 스스로 흐린 생각이 없어진 탁념(濁念) 권속과 스스로 거친 생각[覺]을 끊은 단유각(斷有覺) 권속과 스스로 몸의 행에 의지한 의신행(倚身行) 권속과 스스로 즐거움에 동요하지 않은 낙부동(樂不動) 권속과 스스로 마음을 잘 해탈한 심선해탈(心善解脫) 권속과 스스로 지혜를 잘 해탈한 혜선해탈(慧善解脫) 권속과 스스로 성현이 된 현성(賢聖) 권속,
이와 같은 등의 무리들은 가지와 잎을 여의고 피부를 제거하여 오직 마음의 열매만 있을 뿐이어서 견고함이 있는 데에 머물렀다.
그때 세존이 첫새벽에 밖으로 나오셔서 앉아 계시자 때마침 비구들이 사방에서 에워쌌으므로 그때에 세존은 잠자코 계시다가 비구들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여러 사람은 정반왕(淨飯王)에게로 가서 교화할 만한 한 사람을 찾아내도록 하라.”
그때 혜명(慧命)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예배를 드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가서 정반왕을 교화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만두어라. 교진여야, 너는 지금 큰 스승이 될 만한 덕을 두루 갖추었지만 그곳에는 가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 혜명 바삽모(婆澁摸)와 대명(大命) 야수타(耶輸陀)와 우루비라가섭과 마하 가섭과 사리불과 대목련 등이 저마다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가면 정반왕을 교화할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마하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그만두어라. 너희들은 모두 다 큰 스승으로 존경받을 만한 법을 두루 갖추었지만 가서 교화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 대덕 마하 목련은 곧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지금 누구를 보내어 정반왕을 교화하게 하려는 것일까?’ 하였다. 그때 목련은 곧 여실삼매(如實三昧)에 들어갔다. 삼매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장엄하자 곧 부처님의 마음에 생각하고 있었던 이는 곧 혜명 가로타이(迦盧陀夷)였다 그를 보내어 정반왕을 교화하게 하려는 것을 알았다. 마치 겹으로 된 누각의 창문 틈으로 햇빛이 동쪽에서부터 들어가 서쪽 벽을 비추는 것처럼 목련이, 세존의 마음이 오로지 가로타이에게 있었고 그를 보내 왕을 교화하게 하려는 것을 안 것도 그와 같았다.
그때 혜명 목련은 곧 선정[定]에서 일어나 가로타이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당신이 가셔야 정반왕을 교화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고 계십니다. 가로타이여, 당신은 큰 용맹을 내시어 속히 가셔서 왕을 교화하셔야 하겠습니다.”
목련이 이런 말을 하자 이때에 혜명 가로타이는 목련에게 말하였다.
“평범한 서인(庶人)도 교화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국왕이겠습니까? 왜냐 하면 찰리(刹利)의 종성으로서 정수리에 물을 부은[灌頂] 대왕은 자재하는 힘이 있어서 교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목련이여, 비유하면 마치 많은 나무를 쌓아두고서 2년 3년 나아가 천 년이 되면 이 나무더미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아주 바짝 마르게 됩니다. 그때에 어떤 사람이 불을 놓아 태우면 큰 불더미가 생기게 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불더미가
과연 크겠습니까?”
목련이 말하였다.
“아주 클 것입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다시 한량없는 소유(蘇油)를 이 불에다 쏟아 부으면 한층 더 왕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대목련이 말하였다.
“갑절이나 더 왕성해질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목련이 말하였다.
“가까이 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목련이여, 찰리의 종성으로서 정수리에 물을 부은 대왕을 교화하기도 어렵고 가까이 할 수 없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대목련이여, 비유하면 미친 코끼리의 어금니에 손을 댈 수 있겠습니까?”
목련이 말하였다.
“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목련이여, 정수리에 물을 부은 찰리를 교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와 같습니다.”
그때 혜명 목련은 다시 우타이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당신이 가셔야 정반왕을 교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계십니다.”
우타이가 다시 목련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참으로 생각을 내리시어 제가 가야 정반왕을 교화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십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진실로 당신이 가셔야 부왕(父王)을 교화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고 계십니다.”
그때 세존께서 몸소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우타이야, 네가 성(城)으로 들어가서 부왕을 교화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나와 너만이 정반왕을 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우타이야, 나의 모든 성문 제자들 중에 여러 읍(邑)이나 마을에 들어가서 교화하는 데에는 네가 제일 적절하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은 곧 게송으로써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우타이야.
너는 훌륭하게 교화하고 인도할 수 있어서
반드시 석씨 종성[釋種]을 기쁘게 하리니
어서 가서 가장 훌륭하신 왕을 교화하여라.

왕이 지금 깨우침을 받게 되시면
하늘과 사람들을 모두 이롭게 하여
반드시 저 언덕에 이르게 하리니
너는 속히 가서 교화하여라.

석씨 종성이신 정반왕께서는
지금 한탄과 산란함과 혼탁한 마음에
집착하여 지혜롭게 행하지 않으심이
마치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 같으시다.

태자의 높은 왕위 안타까이 여기면서
지혜로운 마음이 모두 어지럽나니
마치 상인(商人)이 귀중한 보배를 잃고

그것 생각하면서 괴로워함과 같으니라.

마치 하늘에서 궁전으로 떨어진 뒤에
지나간 5욕락(欲樂)을 그리워함과 같나니
아직 부처의 바른 법을 모르므로
슬퍼하고 몹시 괴로워하시네.

스스로의 생각에는 7보(寶)를 잃고
사람의 네 가지 길[四道]을 잃었다며
이 성스런 왕위 기억하시면서
입으로는 법답지 않은 말씀을 하신다.

왕은 때로 슬퍼하고 어지러운 말씀으로
자신과 다른 이를 깨닫지 못하심이
마치 정혼(精魂)을 빼앗는 귀신이
사람 몸에 집착하여 붙어있음과 같으니라.

마치 계라산(鷄羅山)에 있는 것과 같아
모든 것을 보는 것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은 번뇌와 원한의 장애로
보아야 할 것도 보지 못하느니라.

또한 마치 잠자거나 죽었을 때에
자기 마음을 스스로 모르는 것처럼
근심과 원한으로 미혹되고 장애 되어
왕은 스스로 기뻐할 줄 모르시네.

마치 아내가 남편이 죽으면
슬피 울며 근심하고 뉘우치는 것처럼
왕은 지금 어리석은 고뇌에 흔들리어
슬픔과 그리움으로 크게 괴로워하네.

너는 교묘한 방편을 갖추어
가서 정반왕을 교화하여
삿된 아만의 깃발[幢]을 꺾고
바른 법의 등불을 세워야 한다.

정반대왕을
교화할 수 있는 이 다시는 없고
너 우타이 한 사람뿐이니
과거에 일찍이 행을 같이한 일이 있다.

우타이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일찍이 큰 국왕이 있었나니
그 이름은 증장실(增長實)이며
명성이 시방에 두루 떨쳤느니라.

법대로 행하는 국왕이었으므로
모두가 귀화하였으며
바른 법으로써 잘 다스린지라
4천하(天下)의 왕이 되어 거느렸었다.

성과 읍에는 꽃과 과일이며
향나무가 동산에 가득히 찼고
모든 성현들이 많이 있었으며
잡되고 악한 사람들은 없었느니라.

향기로운 숲은 아주 빽빽하였고
땅은 깨끗하여 가시나무도 없었으며
깨끗하고 묘한 것들이 넉넉하였고
꽃과 못은 장엄하며 아주 좋았다.

백성들은 널리 흥성하였고
악을 버리고 항상 선에 머물렀으며
모든 악한 세계[惡趣] 문을 닫았으므로
반드시 묘한 하늘세계[天道]에 올랐다.

그 왕에게는 왕자가 있었는데
일찍부터 널리 부처님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갖추어 닦아서
모든 공덕 두루 갖추었었다.

그의 이름은 묘견혜(妙堅慧)이니
억의 무리에게 공양을 받았으며
항상 색욕(色欲)에 대한 허물을 살펴서
집을 버리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였다.

그 부왕이 왕자에게 명하였다.
‘너는 5욕(欲)을 받아야 하나니
채녀(婇女)들과 즐기면서
보궁(寶宮)의 못을 구경하며 놀아라.

나는 지금 너를 위하여
즐길 것도 풍부하게 마련해 두었는데
어째서 좋아하지 아니 하느냐?
너는 마땅히 그 뜻을 말해야 한다.


나아가는 곳마다 좋고 묘한 줄 알며
너는 보배로운 집안을 사랑하여라.
여인과 보물이 늘 에워싸고 있고
묘한 경계는 매우 즐길 만하다.

모든 신선도 조용한 숲에서 살다가
오히려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색욕의 즐거움을 받거늘
하물며 너같이 모자람을 모르는 사람이랴.

궁녀들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왕의 신하는 모두가 따르게 되며
대관(臺觀)은 마치 하늘의 궁전 같으니
5욕의 쾌락을 받아들인다.

여인들은 아주 단정하게 생겨서
아름다움이 천인(天人)과 같고
노래와 춤과 음악에 능하니
저절로 즐기는 뜻 지녀야 한다.

눈은 마치 우파(優波)의 잎과 같고
입술은 붉어서 주사[丹]를 머금은 듯
얼굴은 둥글고 검은 눈썹에
편편한 이마에다 빛이 고운 목이며

가슴은 바르고 나오지 않은 뼈도 원만하며
팔은 마치 코끼리의 코와 같고
손바닥은 마치 연꽃 색깔 같으며
손가락은 둥글고 가늘어서 곱기도 하다.

혀는 엷으며 넓고도 붉고
아름다운 말은 감로(甘露)와 같으며
이는 희고 날카롭고 고르고 촘촘하며
영락(纓珞)으로 단정한 보배로운 의복에다

배꼽은 깊고 배는 나오지 않았으며
등골은 마치 금강저(金剛杵) 같고
넓적다리는 둥글고도 곧으며
이니 사슴[伊尼鹿] 왕의 발뒤꿈치 같다.

걸음걸이는 마치 거위 왕과 같으며
모두가 저마다 너를 쳐다보므로
한창 나이에 사랑할 만하나니
훌륭히 감당하여 후사(後嗣)를 두어라.

너와 여러 화려한 사람들은
마치 봄철에 꽃이 핀 것 같나니
한창 젊은 몸 물러나기 전에
속히 쾌락을 누려야 한다.’

묘견혜는 곧 부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말씀은 바른 도리가 아닙니다.
만일 법다운 말씀을 하시면
명한 바를 어기지 않겠나이다.

왕께서는 제가 이제 말하는
즐겁고 착하고 진실한 말씀 들어 보십시오.
꿈속에서까지도
음욕의 생각은 내지 않겠습니다.

부왕께서 지금 하신 말씀은
지혜 있는 이로서는 허락할 일 아니며
어리석은 이는 이런 일을 좋아하지만
총명한 사람은 항상 싫어하는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눈이 밝은 사람이
소경의 인도함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언덕 위에 있는 사람이
물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그 누구든 해탈한 사람이면
다시 감옥을 좋아하겠으며
어찌 안락하게 있는 사람이
많은 고통받는 이를 부러워하겠습니까?

저의 뜻으로 부왕을 살피건대
마치 소경이나 물에 빠진 이 감옥에 있는 이와 같습니다.
꿈에서 5욕을 받는 것조차도
다시 욕심에 빠지는 것이옵니다.

부왕은 마치 눈 먼 이와 같지만
저의 눈으로 보는 것은 분명하며
왕께선 욕심에 빠져 계시지만
저는 지금 아주 천하게 여기나이다.

욕심은 마치 독약 그릇과 같고

또한 독사의 머리와도 같으며
마치 날카로운 칼과 창 같고
또한 훨훨 타는 불과도 같습니다.’

왕과 신하들이 권유할 때에
묘견혜는 다 허락하지 않고
어버이와 국토를 버렸으며
욕심을 여의고 출가하였다.

마치 독사가 허물을 벗듯
또한 침을 뱉듯이
모든 허물을 멀리 여의고
희망을 끊고서 영영 집을 떠났다.

묘견혜가 세속을 버릴 때에
대신의 아들이 따라 출가하였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월시(月施)이며
욕심을 버리고 묘견혜를 따랐다.

이 동자가 출가한 뒤에
그 대신에 아들과 함께
네 가지 범주[四梵住]를 성취하였고
5신통(神通)을 구족하였다.

5진(塵)의 허물을 깊이 깨달아
욕심 세계[欲界]를 뛰어넘어서
바르고 묘한 법 바퀴를 굴린 뒤에
곧장 범천(梵天)의 위에 태어났다.

동자가 출가한 뒤에
부왕은 미워하고 원망하였으므로
월시가 그 부왕에게 나아가
잘 교화하고 왕을 기쁘게 하였다.

우타이야, 마땅히 알지어다
옛날 묘견혜라는 이가
다섯 가지 욕심을 멀리 떠났는데
그가 곧 지금의 내 몸인 줄을.

우타이야, 알아야 한다.
그 때의 증장실왕(增長實王)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정반왕이시다.

우타이야, 알아야 한다.
나를 따라서 출가한
월시는 바로 지금 너의 몸인데
일찍이 증장실왕을 교화하였다.

그러므로 우타이야,
지금 마땅히 부왕을 교화해야 하며
반드시 큰 이익이 있으리니
옛날에 교화했던 일 있기 때문이니라.

그때 혜명 우타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묵묵히 허락하였다.
그때 우타이는 밤이 지나 날이 샌 뒤에 공양할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가비라성[迦毘城]으로 들어갔다.
그때 석씨의 종족 1천여 인이 왕문(王門)에 모여 있었는데 모두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때 정반왕은 부처님․여래가 가비라성에 와서 니거림(尼居林)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생각을 내었다.
‘이 아이는 출가하였으므로 부귀와 큰 즐거움이 있는 나의 종족에서는 떠나갔다. 그가 만일 집에 있었다면 마땅히 금륜(金輪)을 이어받아 4천하의 왕이 되었을 것이다. 법답게 다스려서 백성들은 그의 명을 거역함이 없었을 것이며, 7보를 구족했을 것이다. 첫째의
윤보(輪寶)와 둘째의 상보(象寶)와 셋째의 마보(馬寶)와 넷째의 마니보(摩尼寶)와 다섯째의 칭녀보(稱女寶)와 여섯째의 주장신보(主藏臣寶)와 일곱째의 칭도사보(稱導師寶)인 이 7보가 구족하고 1천 아들을 두루 갖추었을 것이다.
용감하고 씩씩하여 당하기 어렵고 용모가 잘 생겼으며 강한 적을 능히 꺾어 4천하를 수호하고 칼이나 무기로써 국토를 요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법대로 다스려 바로 잡아서 저절로 태평하여 졌을 것이다. 나는 전륜왕이 되어 자유자재하게 쾌락을 누리고 그는 마땅히 나를 존중하고 공양하여야 했을 것이다. 그 아이가 출가하였기 때문에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을 모두 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모든 석씨 종족에게 명하였다.
“모두는 나의 아들에게로 가서 공경하거나 지도받거나 법을 듣지도 말지니라. 만일 이를 범한 자가 있으면 당장에 그의 목을 베리라.”
그때 석씨 종족으로서 이름이 희면(喜面)이라는 이는 여러 사람 가운데에 있지 않았으므로 왕의 명을 듣지 못했었는데 우타이를 보게 되자 곧 그에게로 가서 머리 조아리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여, 편안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안락하시고 병도 고뇌도 없으시며 기거(起居)가 평안하시고 길에 계시면서 고달프시지나 않으시며 공양은 모자라지 않으십니까?” 
그때 우타이는 희면에게 대답하였다.
“여래께서는 안락하시고 병도 고뇌도 없으시며 기거도 안녕하시고 길에 계시나 고달프지도 않으시며 음식도 모자람이 없으십니다.”
그때 선각(善覺)이라는 석씨 종족이 있다가 희면이 우타이와 함께 은밀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역시 그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대덕이여, 멀리서 오셨는데 편안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기거가 안락하시고 병도 고뇌도 없으시며 길에 계시면서 고달프지나 않으시고 공양은 모자람이 없으셨습니까?”
우타이가 대답하였다.
“여래의 거룩한 몸은 안락하시고 길에 계시나 고달프지도 않으시며 모자라는 것도 없으십니다.”
그때 또 무우(無憂)라는 이와 이우(離憂)라는 두 석씨 종족이 있다가 희면과 선각이 우타이와 함께 은밀한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그들도 또한, 여러 사람들을 떠나 그에게로 나아가서 우타이에게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기력은 좋으셨습니까? 세존께서는 기거가 안락하십니까? 먼 길을 오시느라 피로한 일이나 없으셨습니까?”
우타이가 대답하였다.
“여래의 거룩한 몸은 안락하시며 길을 오시면서도 피로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두 석씨 종족은 거듭 물었다.
“여래께서는 길에 계시는데 어째서 모자람이 없다 하십니까?”
우타이가 대답하였다.
“사천왕(四天王)과 제석천왕(帝釋天王)이며 모든 범천왕(梵天王)들이 항상 와서 공양을 올리기 때문에 모자람이 없으십니다.”
그때 여러 석씨 종족들이 모두 우타이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지금 부처님 세존께로 나아가서 공양하고 법을 듣고 싶지만 두려워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정반대왕께서 조금 전에 모든 석씨 종족에게 명하시기를 ‘누구든 부처님에게 가서 공양을 하거나 법을 듣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이를 범하는 자가 있으면 당장에 그 목을 베리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왕이 내리신 법 때문에 예배하고 공양할 수도 없고 바른 법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때 우타이는 이 말을 듣고 그 부왕께서 몹시 원망하고 계신 것을 알고 ‘나는 이제 어떤 방편을 써서 왕에게로 갈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나는 7다라수(多羅樹)의 높이로 올라가 허공 가운데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왕에게로 가야겠다.’고 하였다.
그때 혜명 우타이는 곧 여실삼매(如實三昧)에 들어갔다. 그 삼매로써 그의 마음을 장엄하고 다시 신통력으로 7다라수에 높이 올라가 허공 가운데서 가부좌하고 앉아 허공을 날아 정반왕에게로 나아갔다.
그때 왕은 멀리서 우타이가 신통력으로 허공 가운데서 가부좌하고 앉은 채 오고 있음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우바이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물들인 옷을 입은 큰 스승이여, 어디서 오시나이까?
위의를 성취하신 보기 어려운 분이구려.
만일 바라는 바 있으시면 속히 말씀하십시오.
저는 이제 정성스런 마음으로 올리겠습니다.


그때 혜명 우타이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대왕의 아들의 아들이라
대왕은 곧 저의 조부(祖父)이십니다.
저는 여래를 위하여 걸식을 하며
밥을 얻으면 큰 선서(善逝)께 받들어 보내나이다.

대왕께선 오늘날 좋은 이익 얻으셨으니
왕의 아드님은 인간․천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십니다.
위엄과 덕망의 광명 시방을 비추심이
마치 가을 한낮에 해와 같으십니다.

허공에 뜬 해가 구름과 안개 여의면
찬란한 광명이 널리 비추듯이
이 가장 훌륭한 왕의 성자(聖子)께서는
위덕의 찬란한 광명 시방에 드러나셨네.

마치 가을날 해 돋을 때에
모든 반딧불을 가리고 빛을 널리 비추듯이
가장 뛰어난 왕의 성자께서는
모든 외도(外道) 항복 받고 홀로 빛나십니다.

마치 한낮에 햇빛이 왕성할 때에
별들이 가려져 나타나지 않듯이
가장 훌륭한 왕의 성자께서는
외도를 항복 받고 광명이 저절로 빛나십니다.

마치 한낮에는 달의 광명을 압도하여
달은 빛을 잃어 나타나지 못하듯이
왕의 성자께서 외도 항복 받으심이
마치 햇빛이 왕성하여 달이 숨은 것 같습니다.

마치 날짐승․길짐승이 사자의 외침 듣고
물과 육지와 공중으로 분산되면서
놀라 달아나되 모든 방위가 어지러워짐은
사자의 소리 참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큰 성인 여래께서 외치실 때에
삿된 외도는 나 없음[無我]의 소리를 들으며
가령 앎이 없이 유정천(有頂天)까지 갔다 해도
이 나 없음을 들으면 모두 두려워합니다.

눈멀고 어리석은 인간․천상 안에서
눈이 있는 여래는 밝은 횃불 보이시며
밝은 등불 되어 어리석은 어둠 없애고
최상의 지혜 광명 일으키십니다.

삿되고 바름과 같고․같지 않음을 나타내 보이고
세간의 도(道)와 도 아님을 가르치고 인도하며
길을 잃은 이에게는 길을 보이고
욕심의 구렁에 빠진 이는 언덕 위로 건지십니다.

마치 구름일어 마른 못을 덮은 듯
한껏 비를 내려 진 펄까지 가득 차듯
이 대왕의 선인(仙人) 성자께서는
법비로 인간․천상 윤택하게 하십니다.


마치 물이 땅과 산천
모든 풀과 우거진 숲과 나무며
약초의 줄기․가지․덩굴을 적시게 되면
모든 꽃이 무성하고 온 산이 아름답듯이.

이 10력(力)과 4무외(無畏)와
18불공법(不共法)의 나무를 구족하고
일체지(一切智)의 열매와 꽃으로 장엄하신
왕의 신선 성자요 미묘한 몸이십니다.

마치 수미산(須彌山)이 큰 바다에 있어서
동요 없는 하늘을 살기 좋게 장엄하듯
선서(善逝)이신 대왕자께서는
사문(沙門)의 바다 가운데서 제일이십니다.

도리천주(忉利天主) 사지부(舍脂夫)가
하늘 가운데선 기특하고 묘하듯이
이 세존이신 대왕자께서는
사문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십니다.

비밀하고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하시어
비만(悲鬘)의 번개로써 모든 것에 두루하며
여래이신 용왕은 법 비를 내리시어
염처(念處)의 못물에 졸졸 내려 부으십니다.

계율 지닌 위덕은 태양과 같고
삼매의 힘으로써 번뇌 어둠 없애며
지혜 빛은 번뇌의 욕망을 없애고
큰 모니(牟尼)의 해는 세간을 비추십니다.

염처의 마니보(摩尼寶)를 두루 갖추고
계율․선정의 배와 뗏목으로 저 언덕 건너며
각지(覺支)의 보배 광산(鑛山)에는 선(禪)이 넉넉히 차고
다시 필차(畢叉)를 구하여 부처님 바다에 드셨습니다.

깨끗한 계율 뿌리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렵고
삼매의 나뭇잎과 염처의 가지와
7각(覺)의 꽃은 공하고 굳은 나무 몸이며
나 없고 견고한 성불(成佛)의 나무십니다.

계율 숲 속에 다니는 큰 힘 지닌 이요
삼매로 조복하여 덕(德) 산에 의지했네.
3해탈문(解脫門)으로 경례를 삼고
부처님 10력(力)의 어금니를 지닌 왕자이십니다.

바른 견해로 집착이 없는 모니존(牟尼尊)께서는
강한 적을 항복 받는 훌륭한 우왕(牛王)이요
갖가지의 모든 외도 두렵게 하시나니
대왕의 아드님의 두려움 없는 외침 때문입니다.

시라(尸羅)의 덕 창고[德藏] 묘한 장엄과
선정으로 적멸(寂滅)한 한량없는 옷을
지혜 갖춘 모니는 해탈한 경계에서
재물 보시함이 장자(長者)같으십니다.

모든 악을 여의고 모든 선을 쌓으며
모든 번뇌를 없앤 착한 지혜의 뿌리로

천상․인간․아수라 등에서 지혜롭게 보시하는
광명이 번쩍거린 왕의 성자이십니다.

계의 구름과 공의 지혜로 번개를 삼고
8지(支)의 가랑비로 윤택하게 하여
모니는 훌륭한 싹과 씨를 위하나니
왕자는 마치 큰 용이 내리는 비와 같으십니다.

그때 정반왕이 게송으로 물었다.

훌륭한 선비[勝士]는 오시는 동안 안락하셨습니까?
음식에 있어서도 모자람이 없고
몸에 피로도 없고 평상과 침구는 갖춰 있는지
마치 꽃이 언덕에 있듯이 시들지는 않았습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선정의 경계로 신통력 갖추어
몸과 마음 안락하여 두루 충만하며
모니(牟尼)의 신려(神慮)는 고요한 지(止)에 의지하여
마치 금 연꽃이 마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 정반왕이 게송으로 물었다.

옛날에는 기[旌]와 북에 스스로 놀라 깨고
아름다운 음악과 쟁(箏)․피리․퉁소․거문고며
아름다운 기녀들과 재미나게 즐겼는데
지금은 혼자 숲 속에서 괴로워하지는 않습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선(禪)의 고요한 선정[定]으로 경계를 삼고
삼매의 즐거움을 교묘히 닦고 배우며
가고․서고․앉고․눕는 모든 선(善)에 의지하여
마음은 항상 기쁘며 고뇌가 없습니다.

그때 정반왕은 게송으로 물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평상에 항상 편히 누워서
잠잘 때는 미녀들이 곁에 있었고
주위에는 널리 밝은 등불 켰는데
행여나 어두운 데 누워서 근심하지는 않으십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모니는 잠잘 때에 성스러운 평상에 누워서
자(慈)로 모전[氎]요를 삼고 비(悲)로 기꺼이 베개삼으시며
부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늘 즐거워하시고
3유(有)의 세계를 버리고도 근심하지 않습니다.

그때 정반왕은 게송으로 물었다.

씩씩한 석씨 종족들이 늘 에워싸고 있고
널리 통달하고 견문이 많음을 벗으로 삼았으며

전각의 천궁(天宮) 안에서 키우고 길렀는데
어찌하여 지금은 숲을 좋아한답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법으로 낳은 아들들이 항상 앞에 있고
고요한 지관[止]을 함께 닦으며 그 곁에 있네.
마음으로 고요한 숲 좋아하며 모든 선정 닦나니
두려움을 여읜 길잡이께서는 산림을 좋아합니다.

그때 정반왕은 게송으로 물었다.

동자가 옛날 궁전에 있을 때엔
하늘이 목욕하는 못에서 목욕하였고
또한 향수를 그의 몸에 발랐는데
지금 숲 속에 있을 때는 누가 씻어 줍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모든 법의 못물과 계의 착한 언덕에서
모니 스스로 목욕하시고 남도 목욕시키며
당신과 제자들이 물에 떠도 축축해지지 않나니
스스로 건넌 뒤에 중생에게까지 미칩니다.

그때 정반왕이 게송으로 물었다.

옛날에는 갖가지 향을 항상 몸에 바르고
금실과 진주로써 몸을 장엄했으며
항상 천자(天子)의 묘한 의복 입었는데
지금은 숲 속에서 무엇으로 장식합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공덕으로 머리 꾸미고 계의 향으로 쪼이며
선정의 영락(纓珞) 달린 참괴(慚愧)의 옷을 입고
6통(通)․3명(明)․해탈로써 스스로 장엄하나니
광명과 위덕이 숲 속을 빛냅니다.

그때 정반왕이 게송으로 물었다.

옛날에는 칼과 활과 화살과 창으로
건장한 병사들이 잡고 항상 방위하였으며
또한 보배 일산으로 늘 가렸는데
지금은 혼자 숲 속에서 누가 수호합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자비(慈悲)와 인욕(忍辱)으로 스스로 방위하며
성문 제자들인 권속의 힘과
공덕과 법으로써 두려움이 없나니
10력(力)의 용맹함과 4무외(無畏) 때문입니다.

그때 정반대왕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나의 아들의 덕을 잘 말해 주셨는데
오랫동안 착한 법 닦아 물러나지 않았구려.
당신께 공양을 올리니 잡수신 뒤에 가져가십시오.
나도 모니왕(牟尼王)에게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때 우타이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바가바(婆伽婆)는 곧 대중의 스승이어서 중생을 잘 거느리시고 곧 대선인(大仙人)이어서 사문들 가운데에 잘 머무르시며 사문 중의 왕이어서 광명을 널리 비추십니다.
비유하면 마치 보름날 밤에 밝은 달이 둥글고 많은 별이 둘러싸고 있으며 광명이 매우 찬란하게 모든 것을 비추는 것처럼 세존도 그러하여서 사문들 가운데 계시면서 광명을 비추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가을철의 해가 공중에 있을 때에 모든 구름이 가리지 않으면 광명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처럼 저 바가바도 그러하여서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광명이 비추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제석천(帝釋天)의 왕이라 선법당(善法堂)에 앉으면 모든 하늘에서 광명이 찬란한 것처럼 저 바가바도 대중 속에 계시며 광명이 찬란한 것이 이와 같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수야마천왕(須夜摩天王)과 도솔타(兜率陀)천왕과 화락(化樂)천왕과 타화자재(他化自在)천왕이 하늘 대중 속에 있으면서 광명이 빛나고 위덕이 유독 높은 것처럼 저 바가바도 사문 대중 속에서 위덕이 빛나는 것도 이와 같으며, 마치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大梵)천왕이 백억의 범천들에게 둘러싸여 광명이 빛나고 위덕이 유독 높은 것처럼 저 바가바도 사문 대중 속에 계시면서 광명이 빛나고 위덕이 높으신 것도 이와 같습니다.”
그때 정반왕은 바가바의 도와 덕에 관하여 말한 것을 듣고 생각하기를 ‘이분은 세존의 제자인데도 오히려 이와 같은 큰 신통과 위력과 공덕이 있거늘 하물며 여래이겠느냐?’고 하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를 ‘태자가 본시 태어날 때에 대지(大地)가 여섯 가지 열여덟 모양으로 진동하였으니, 흔들리고[動] 두루 흔들리고[遍動] 다함께 두루[等遍] 흔들렸으며, 올랐다가 꺼져 내려가고[踊] 두루 솟아올랐다가 꺼져 내려가고 함께 두루 솟아올랐다가 꺼져 내려갔으며, 꽝하고 소리가 나고[吼] 두루 꽝하고 소리가 나고 함께 두루 꽝하고 소리가 났으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起] 두루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함께 두루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으며, 은은히 소리가 나고[震] 두루 은은히 소리가 나고 함께 두루 은은히 소리가 났으며, 일들을 깨닫게 하고[覺] 두루 일들을 깨닫게 하고 함께 두루 일들을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큰 광명을 놓으면서 사람의 부축이 없었는데도 일곱 걸음을 걸었고 공중에서는 두 갈래로 물이 흘러 내려와 그 몸을 목욕시켰으며, 저절로 진금으로 된 거룩한 자리가 마련되었고 허공 가운데서는 변화로 하늘 일산이 생겼으며 모든 하늘들이 와서 예배하였다.
그리고 미처 출가하기 전에는 5욕에 미혹되지 않았고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행하여 물러나지 않았으며 말한 대로 행하였으며 언제나 견고하고 큰 힘을 지니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신의를 어기는 일도 하지 않았다. 또 ‘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자신을 제도한 뒤에는 다시 왕을 제도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왕은 부처님께서 보살일 때에 본래 세운 서원을 생각하면서 이런 게송으로 말하였다.

처음 태어난 뒤에
밝은 지혜로 하신 말이 거짓 아니고
말과 행동 다르지 않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처음 태어날 적에
세간에서 친히 견줄 이 없다 하고
천상․인간에서 높은 이가 꼭 된다 하였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보배더미 설산과 같은데도
그는 조금도 아끼지 않고
탐욕과 인색함을 여읜 이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꿈속에서라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말씀한 그대로를 수행하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칼과 같은 말로써도
괴롭히거나 성내게 하지 못하고
분함과 성내는 일 떠났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어떤 이도 속일 수 없었고
탐냄과 성냄에도 물들지 않으며
지혜를 두루 갖춘 왕(王)이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온갖 묘한 다섯 가지 욕심과
그리고 갖가지 갚음으로써도
그를 얽어 맬 수가 없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갖가지 보기 드문 일과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도

두렵게 할 수가 없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모든 아름답고 묘한 말로써
총명한 사람이 교묘하게 말을 해도
미혹되게 하거나 속박할 수 없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모든 의(義)를 따르는 말과
모든 욕심이 결정된 구절로도
여기에서는 속박할 수 없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모든 군사들의 힘으로
갖은 방편 다하여 수호하였는데도
묘한 성(城)을 탈출할 수 있었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미묘한 욕심의 쾌락을 버리고
감로(甘露)의 행을 구하며
보리를 얻고자 희망했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6년 동안 고행(苦行)을 닦고
용맹스러워서 당할 이 없으며
훌륭한 보리를 구하였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6년 동안 거친 음식 적게 먹고
뛰어난 보리를 구하였으며
모든 세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였으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6년 동안 악마가 흔들고
계속하여 그의 단점을 엿보았지만
그 틈을 얻을 수 없었으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5욕의 허물을 멀리 여의고
다른 이의 물건을 구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세간을 이익 되게 하였으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다른 이로부터 법을 듣지 않았고
스스로 보리를 이루었으며
고요한 선정[定]에 들면 깨우기 어려우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범천(梵天)이 스스로 권하고 청하여
부처님 세존을 부지런히 구한 뒤에
청한 대로 설법하시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나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니구(尼俱) 동산에 오셨사오며
석씨 종족들을 제도하려 함이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여래는 자신을 제도한 뒤에
나를 존재[有]의 바다에서 건지겠다는
본래의 서원을 기억하고 있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지금이 곧 이익을 얻어야 할 때요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를 알게 되었으며
나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이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가.

나는 이제 마땅히 그곳으로 나아가
인간의 길잡이[導師]의 몸을 뵈어야겠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에
스스로 인간의 왕임을 깨달았노라.

그때 정반왕은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다가 혜명 우타이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당신이 지금 여기에 왔는데 더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때 우타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본시 대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저는 이제 신통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10력(力)에 대하여 한 믿음이라도 일으킨다면
남녀 모두 착한 길[善道]에 나아가게 됩니다.

10력의 공덕은 끝이 없으며
대선(大仙)께선 석씨 종족 위해 오셨으니
기쁘고 기쁜 일이 이제 다가왔습니다.
인주(人主)여, 믿는 마음 일으켜야 하십니다.

대왕의 명성 한층 더 드날리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찰 것입니다.
왕자는 이미 인간의 왕위 버리신 뒤에
10력의 자비 마음 두루 갖추고
시방을 다니되 마음 걸림 없음이
연꽃이 물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음 같습니다.

스스로 4류(流)의 모든 존재[有] 건네 주어
또한 인간 하늘들을 4폭하(瀑河)에서 건네 주어
두려움 없는 섬[洲] 언덕에 놓으시니
대왕이시여, 길잡이[導師]를 믿어야 하십니다.

4류(流)와 3독(毒)의 화살 뽑아버리고
많은 중생 위한 훌륭한 의사 되셨으며
많은 의사 중에 가장 으뜸 되시니
대왕이시여, 깊이 공경하고 믿어야 하십니다.

또한 악마의 모든 군사 항복 받고
악마 왕과 그 권속 항복 받아
적멸(寂滅)의 묘한 보리 증득하시니
대왕이시여, 깊이 공경하고 믿어야 하십니다.

모든 인왕(人王)․천왕(天王)이 함께 권하고 청하여
중생 제도 위하여 묘한 법 말씀하고
위없는 감로(甘露) 약을 널리 펴시니
인간의 우왕(牛王)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모든 외도 무리를 덮어 감추고
헤아리기 어려운 묘한 법륜(法輪) 굴리며
한량없는 억만 중생을 제도하시니
크게 뛰어난 인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무명(無明)으로 두껍게 가린 어둠 속에서
스스로 눈이 깨끗해지고 남도 깨끗하게 하며
설법으로 눈 먼 이들 없애주시니
크게 뛰어난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노(老)․병(病)․사(死)의 두려움이 핍박한 이에게
늙고 병듦 없애고 죽지 않는 법을 말하여
세간 중생을 착한 세계[善趣]에 오르게 하시니
크게 뛰어난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세 가지 불에 타는 세간의 중생에게
땅에 타는 불을 물로 끄듯이
8정성도(正聖道)를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니
크게 뛰어난 우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3예(穢) 끊어 없애고 모든 악을 토(吐)해 내며
세간의 세 가지 흐린 때를 여의고
시방을 다니며 심히 기묘하시니
용맹스런 우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아버지가 아들 사랑하듯 세간 가엾이 여기고
10력과 대자(大慈)로 널리 윤택하게 하며
대비(大悲)를 일으켜 중생 제도하시니
용맹스런 우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조복하기 어려운 이를 조복하신 바가바께서
제도해야 할 이는 이제 모두 제도하고
활활 타는 모든 번뇌 없애주시니
용맹스런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중생이 3유(有)의 바다에 떨어지면
마치 배로 건져 건네 주듯이
10력과 대비로 세간 구제하시니
용맹스런 우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한량없는 공덕과 단정한 몸 지녀
대비로 다니며 세간을 교화하고
오랫동안 흐린 마음 깨끗하게 하시니
용맹스런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마니보(摩尼寶)가 물을 맑히는 것처럼
세간을 다니며 중생들을 맑히고
많은 미혹과 다툼과 혼탁함을 없애시니
용맹스런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마니주(摩尼珠)의 성품이 깨끗하여
지혜로운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
세존은 악을 여의고 마음 깨끗하시므로
총명한 이들로 하여금 흠모하게 하십니다.

세간에서 믿는 마음을 일으키면
하늘과 사람들은 괴로운 짐 여의고
모든 존재[有趣] 버림․적멸 얻게 하시니
용맹스런 대왕이시여, 믿어야 하십니다.

공덕더미 가운데서 조금만을 말씀함은
마치 허공에 있는 새의 한 자취 같아서
부처님 공덕의 언덕 저는 잘 모릅니다.
대왕이시여, 깊이 공경하고 믿어야 하십니다.

그때 정반왕은 혜명 우타이가 세존이 보살이었을 때에 닦았던 공덕을 말하는 것을 듣고 즉시 스스로 생각하기를 ‘제가 제도된 뒤에 반드시 왕을 제도하겠습니다’라고 한 여래의 본래 서원을 기억하여 알았다. 이렇게 기억하고 나서 깊이 공경과 믿음을 내어 다시 혜명 우타이에게 말씀하였다.
“비구여, 당신은 이제 내 아들의 아들입니다. 당신은 식사가 끝나면 속히
부처님께로 돌아가시어 음식을 가져다 부처님께 올리십시오. 나도 이제 세존을 가서 뵙겠습니다.”
그때 혜명 우타이는 정반왕께서 공경하고 믿게 된 것을 알고 밥을 먹은 뒤에 즉시 음식을 가지고 가서 여래께 올렸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타이는 정반왕을 교화하여 바른 믿음을 얻게 하였다. 비구들아, 오늘은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들이 큰 이익을 얻었도다.”
그때 세존께서는 우타이를 찬탄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너는 오늘 큰 복덕을 얻었도다. 정반왕께서 공경과 믿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타이가 정반왕을 교화하였는데 그가 얻게 될 공덕이 만일 물질이라면 시방세계의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부처님 세계로도 수용하지 못하리니, 그 공덕의 무더기야말로 넓고 커서 한량이 없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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