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60권
대보적경 제60권
대당 우전 삼장 실차난타 한역
송성수 번역
15. 문수사리수기회 ③
그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께서는 이미 10지(地)와 여래의 10력(力)을 만족하셨고 모든 불법이 다 원만해지셨는데 무엇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지 않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불법이 원만해지고 나면 다시 보리를 증득[證]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미 원만하여졌으므로 다시 증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어떻게 모든 불법이 원만하여집니까?”
“불법이 원만하여짐은 마치 진여(眞如)가 원만하여짐과 같고 진여가 원만하여짐은 마치 허공(虛空)이 원만하여짐과 같나니, 이와 같이 불법과 진여와 허공은 역시 둘이 아닙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말한 것과 같아서 어떻게 모든 불법이 원만해지는가 하면 마치 물질[色]이 원만하여지고 나아가 의식[識]에 이르기까지 원만하여지는 것처럼 불법이 원만하여지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어느 것을 물질 등이 원만하여 진다고 합니까?”
“선남자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보는 물질은 항상한[常] 것입니까, 항상함이 없는[無常] 것입니까?”
“다 아닙니다.”
“선남자여, 만일 법이 항상한 것도 아니고 항상함이 없는 것도 아니라면 그것에는 더하거나 덜함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법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다면 이것을 원만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원만하여지는가 하면, 만일 모든 법을 분명히 알지 못하면 분별이 생기지만, 분명히 알면 분별이 없는 것이니, 만일 분별이 없으면
더하거나 덜함이 없고 더하거나 덜함이 없으면 이것은 곧 평등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남자여, 만일 물질이 평등하다고 보면 그것이 곧 물질이 원만해진 것이니, 느낌․생각․지어감․의식과 모든 법이 원만해진 것도 그와 같습니다.”
그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법인(法忍)을 얻으시고서부터 한 생각도 정각(正覺)을 이루시겠다는 원이 없으시면서 이제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권하여 보리에 향하게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나는 실로 한 중생에게도 권하여 보리에 나아가게 한 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중생은 있지 않기 때문이요, 중생의 성품은 스스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만일 중생을 얻을 수 있다면 곧 보리에 행하도록 하겠지만 이미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권할 데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평등하여 분별이 없기 때문이니, 평등으로써 평등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일으킬 곳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말씀하기를 ‘모든 행(行)은 오되 어디서부터 온 곳도 없고 가되 어디에 가 닿는 곳도 없다고 관찰해야 한다’고 하신 것이니, 이것을 평등하다고 하며 곧 이 성품은 공한 것이라 성품이 공한 가운데서는 구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은 나에게 ‘법인을 얻은 뒤로는 한 생각도 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이 없었다’고 물었는데 선남자여, 당신은 그 마음을 보았습니까?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써 보리를 얻는 것입니까?”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문수사리여, 왜냐 하면 마음은 물질이 아니어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리 또한 그러하여 다만 이것은 이름이라는 생각일 뿐이므로 마음이라는 이름이나 보리라는 이름은 모두가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이 나에게 ‘한 생각도 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곧 비밀스런 뜻[密意]에서 하는 말입니다. 왜냐 하면 마음은 본래부터 생기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생김이 없으며 이미 생김이 있지 않거늘 무엇을 얻고 무엇을 증득하겠습니까?”
사자용맹이 물었다.
“어떤 것을 평등하게 증득하여 들어간다[平等證入]고
합니까?”
“모든 법 가운데 매이거나 집착함이 없으면 평등하게 증득한다고 합니다. 증득하여 들어간다[證入]고 함은, 저 미세한 지혜도 나거나 없어지지도 않고 진여와 다름이 없으며 분별할 만한 것도 없으면 이것을 증득하여 들어간다고 합니다. 만일 바른 소견으로 수행한 이면 평등한 가운데서는 하나의 법도 얻을 만한 것이 없고 갖가지의 성품을 여의면서 또한 하나에도 집착하지 않나니, 이것을 증득하여 들어간다고 합니다.
만일 몸으로 모든 법의 모양이 없음[無相]을 증득하면 저 모양을 분명하게 아나니, 이른바 모양이 없는지라 몸과 마음에 대하여도 집착하지 않으므로 이것을 곧 원만하게 증득하여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자용맹이 물었다.
“어떤 것을 얻는다[得]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세간의 말로써 얻는다고 이름하는 것이요, 모든 성인이 얻는 바는 말로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법에는 의지함이 없고 말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또 선남자여, 얻는 것이 없음으로 얻는 것을 삼고 또한 얻는 것도 아니고 얻지 않는 것도 아님을 얻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거룩하시옵니다. 원컨대 문수사리가 얻게 될 부처님 세계[佛刹]를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 자신이 문수사리에게 물어야 하느니라.”
그때 그 보살은 문수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는 장차 어떠한 부처님세계의 공덕과 장엄을 얻으실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내가 보리를 구한다면 당신이 그 얻게 될 부처의 세계를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어찌하여 보리를 구하지 않으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일 구하는 것이 있다면 염착(染著)함이 있고 염착함이 있으면 탐애(貪愛)가 있게 되며 탐애함이 있으면 곧 생김[生]이 있기 때문이니, 그것에 만일 생김이 있으면 이것은 곧 탐애가 있는 것이므로 탐애하는 것이 있으면 끝내 그 속에서는 벗어남[出離]이 있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문에 보리를 구하지 않는 것이니, 왜냐 하면 보리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러나 당신은 나에게 ‘어진 이가 어떠한 부처의 세계를 얻게 될 것이냐’고 물었는데, 나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지(一切智)이신 여래 앞에서 자기의 부처세계의 공덕과 장엄을 말하는 것은 곧 보살이 자기의 덕을 스스로 칭찬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신이 어떠한 원(願)으로써 부처님세계를 장엄하는가를 말해 주어서 모든 보살로 하여금 듣고 나서 결정코 이런 원을 이룩하게 하여야 하느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여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의 신력을 이어받아 그들에게 널리 말해 주겠나이다. 큰 보리를 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모두가 자세히 들어야 하며 만일 이런 원을 들으면 사실대로 배워서 원만하게 하여야 하오리다.”
문수사리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는 그때에 시방에서 각각 항하강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백천억 나유타의 아승기겁으로부터 이와 같은 원을 세웠사오니, ‘나는 걸림이 없는 천안(天眼)으로써 뵙게 되는 시방의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부처님세계의 모든 여래께서 만일 내가 결정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시도록 권하여서 가르쳐 드리고 경계하여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닦도록 하시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신 것이 아니라면 나는 보리를 끝내 증득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나는 반드시 이런 소원이 만족된 연후에야 최상의 보리를 증득하겠다’고 한 원이옵니다.”
그때 대중 속에 있던 모든 보살들은 ‘문수사리는
걸림이 없는 천안으로 몇 분의 여래를 뵈었을까?’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세존은 모든 보살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아시고 곧 사자용맹뢰음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마치 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서 작은 먼지로 만드는 것과 같나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작은 먼지들을 계산으로써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문수사리는 걸림이 없는 천안으로 동방에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뵈온 것만 해도 그 수보다 더 많나니,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에서도 그와 같으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원이 있사오니 ‘항하강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하나의 부처님세계로 만들어서 한량없는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에 섞어 장엄하겠으며,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나는 끝내 최상의 보리를 증득하지 않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하나의 원이 있사온데 ‘나의 세계에 보리수(菩提樹)가 있어 그 부피는 꼭 10대천계(大千界)만큼 하며 그 나무의 광명이 이 부처세계를 두루 비추게 하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내가 보리수에 앉고 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열반하기까지는 그 중간에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으며, 다만 변화로써 두루 시방의 한량없고 무수한 모든 부처님세계에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할 때만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나의 세계에는 여인이라는 이름이 없고 순전히 보살 대중으로 번뇌의 때를 여의고 깨끗한 범행을 갖추며 처음 태어날 때에 가사(袈裟)가 몸을 따르고 가부좌하고 앉아 홀연히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보살만이 그 세계에 두루하게 차고 성문과 벽지불이라는 이름도 없게 되며 오직 여래의 변화로 시방에 나아가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3승(乘)의 법을 연설할 때만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그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장차 성불할 때의 명호는 무엇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문수사리가 성불할 때의 명호는 보견(普見)이니라. 무슨 뜻으로 보견이라 하는가 하면, 저 여래는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서 널리[普] 보게[見] 되기 때문이니,
만일 모든 중생으로서 그 부처님을 뵙는 이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보견 여래가 비록 아직 성불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만일 내가 살아 있거나 열반한 뒤에 어떤 이라도 그의 명호를 듣기만 하면 역시 모두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이니라. 다만 이미 이생(離生)의 지위에 든 이와 좁고 하열한 마음을 지닌 이만은 제외되느니라.”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마치 아미타불세계에서 법희(法喜)로써 음식을 삼는 것처럼 저의 세계에서도 보살이 처음 태어나 먹고 싶은 생각을 일으킬 때에 곧 모든 맛있는 음식이 발우에 가득히 담겨지면서 오른손 안에 있게 되며,
곧 생각하기를 ‘만일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지 못했거나 그리고 가난하여 고뇌하는 중생과 아귀 등의 무리에 보시하여 그들을 배부르게 하기 전이면 나는 기필코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이런 생각을 할 때에,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허공으로 올라가 걸림 없이 시방의 한량없고 무수한 모든 부처님의 세계 안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여래와 성문들에게 밥을 공양하고 또 가난으로 고생하는 중생들에게도 모두 두루 돌려준 뒤에 다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갈애(渴愛)를 여의게 하고 한 찰나(刹那) 동안에 도로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저의 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처음 태어날 때에 필요한 의복이
그의 손안에서 마음대로 나오고 갖가지 보배 옷이 맞춘 듯이 몸에 맞고 사문의 옷이어야 되며,
곧 생각하기를 만일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기 전이면 스스로 수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고 한 찰나 동안에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세계로 나아가 이 보배 옷을 모든 부처님께 바친 뒤에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와서 그제야 자신이 수용하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저의 부처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얻게 되는 재보와 모든 살림 도구는 반드시 먼저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에게 나누어주어 두루 고양하고 난 연후라야 수용하겠으며, 또 나의 세계에는 8난(難)과 착하지 않은 법을 멀리 여의어 이미 허물이 없고 또한 금계(禁戒)도 없으며 고뇌와 모든 즐겁지 못한 뜻이 없게 하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그때 사자용맹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부처님세계의 이름은 무엇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세계의 이름은 수원적집청정원만(隨願積集淸淨圓滿)이니라.”
사자용맹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부처님의 세계는 어느 곳에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남방에 있느니라. 이 사바(娑婆)세계도 그 부처님의 세계에 있을 것이니라.”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나의 부처세계는 한량없는 묘한 보배로 쌓여져서 이루어지고 다시 한량없는 마니(摩尼)의 묘한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어 장엄하며, 그 마니 보배는 시방세계에서도 일찍이 없고 심히 얻기 어려운 것이어서 이러한 보배 이름을 구지(俱胝)해 동안을 연설하여도 다할 수 없으며,
모든 보살들이 그 세계가 금으로 바탕이 된 것을 보기 좋아하면 곧 보자마자 금이 되고 은으로 된 바탕을 보기 좋아하면 곧 보자마자 은이 되며, 그리고 금을 볼 때에 줄어진 일이 없게 되며 파리(頗梨)․유리(琉璃)․마노․적진주(赤眞珠) 등의 한량없는 보배로 된 것을 보기 좋아하면 각각 보게 되는 그대로 모두가 서로 장애하지 않게 되며,
이와 같이 전단향(旃檀香)의
바탕으로 되고 아가라향(阿伽羅香)으로 되고 적전단 등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보기 좋아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역시 그와 같다.
또 그 세계에는 해와 달과 마니와 별이며 불 등의 광명으로 비추지 않고 그 모든 보살들은 모두가 자기 몸의 광명으로 천억 나유타의 세계를 비추게 되며,
또 그 세계에는 꽃이 피는 것으로 낮을 삼고 꽃이 지면 밤을 삼는 등 모든 보살들이 좋아하게 되는 시절을 따라 곧 모두가 알맞게 되며, 그리고 추위와 더위와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없으며 만일 모든 보살이 그 좋아하는 것에 따라 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면 곧 다른 세계로 갔다가 도솔천(兜率天)에서 수명이 다하여 내려와 나서 보리를 증득하고 이 부처의 세계에서는 열반이 없게 되며,
백천 종류의 음악이 허공에서 비록 모양은 나타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소리가 들리게 되고 이 음악에서는 탐애(貪愛)를 따르는 소리가 나오지 않고 다만 모든 바라밀과 불․법․승의 소리와 보살장(菩薩藏) 법문의 소리만이 나오며 모든 보살이 이해할 묘한 법 그대로를 모두 다 들을 수 있게 되며,
또 모든 보살이 만일 부처님을 뵙고자 하여 나아간 처소를 따라 거닐거나 앉거나 서거나 하면 생각에 응(應)하여 곧 보견 여래가 보리수에 앉아 있음을 보게 되며, 만일 모든 보살이 법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다만 그 부처님을 뵙기만 하여도 해석을 기다리지 않고 의심의 그물이 모두 끊어지면서 법의 이치를 환히 알게 하겠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그때 모임 속의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보살들이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라도 보견 부처님의 명호를 듣게 되는 사람은 곧 가장 으뜸가는 좋은 이익을 얻게 되거늘 하물며 그 불국토에 태어남이겠나이까? 만일 어떤 이라도 이 문수사리에게 수기(授記)하는 법문을 듣게 되거나 그리고 문수사리의 이름을 듣는 이라면 이야말로 모든 부처님을 눈앞에서 뵙는 것이라 하겠나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너희들의 말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어떤 이가 백천억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받아 지닐 때에 또 다른 어떤 이가 문수사리보살의 명호를 부른다면 그 복은 앞의 것보다 더 많거늘 하물며 보견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사람이겠느냐? 왜냐 하면 그 백천억 나유타의 부처님께서 중생을 이익 되게 한 것은 문수사리가 1겁 동안에 지은 이익보다도 못한 까닭이니라.”
그때 대중 안에 있던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인 듯하면서도 사람이 아닌 이들이 같은 소리로 소리 높여 불렀다.
“나무 문수사리동진 보살, 나무 보견 여래․응공․정등각.”
이 말을 마치자 8만 4천억 나유타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한량없는 중생들의 선근이 성숙되어 3승(乘) 중에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었다.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또 원이 있사온데 ‘내가 뵙게 된 한량없고 무수한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그 모든 부처님이 계신 부처님세계의 공덕과 장엄을 모두 다 나의 한 부처세계에다 놓아두겠으며, 다만 2승(乘)과 5탁(濁) 등만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 자신이 부처세계의 공덕과 갖가지 장엄을 설명한다면 항하 모래만큼 많은 겁을 지난다 해도 다 설명할 수 없나이다. 제가 원한 것들은 부처님만이 능히 아시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문수사리야, 여래가 알고 보는 것은 3세(世)에서는 한계나 장애가 없느니라.”
그때 대중 속에 있던 모든 보살이 생각하기를 ‘문수사리가 얻게 될 부처님 세계의 공덕과 장엄은 아미타불의 세계와 같은 것일까’라고 하였다.
그때 세존은 그 보살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아시고
곧 사자용맹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한 개의 털을 100개로 쪼갠 뒤에 그 쪼개진 한 개의 털을 큰 바닷물 속에 넣어서 한 방울의 물을 적셔냈다면 이 한 방울의 물을 아미타불세계의 장엄에 비유할 수 있고, 남은 그 큰 바다의 물을 보견 여래의 부처님세계의 장엄에다 비유할 수 있나니, 다시 그보다 더 뛰어나느니라. 왜냐 하면 보견 여래의 부처님세계의 장엄은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니라.”
그때 사자용맹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종류의 부처님세계의 장엄은 3세(世)의 부처님 세계의 장엄에도 혹시 또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느니라. 선남자야, 동방으로 여기서 백억의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서 주최상원(住最上願)이라는 부처님의 세계가 있고 그 속에 부처님이 계신데 명호는 보광상다공덕해왕(普光常多功德海王)이시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항상 보살들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고 계시느니라.
선남자야, 그 부처님 세계의 공덕과 장엄이 보견 부처님의 세계와 똑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네 분의 보살이 있는데 불가사의한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이런 원을 기필코 이룰 것이요 또한 장차 얻게 될 이 부처님세계의 장엄이 보견 여래와 같을 것이니라.
그때 사자용맹이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그 보살들의 명호와 머무르는 곳을 말씀하여 주시옵고, 또 그 보광상다공덕해왕 여래의 부처님세계를 보여 주셔서 이 대중으로 하여금 유익한 것이 많게 하옵소서. 왜냐 하면 이 모든 보살이 보고 듣고 한 뒤에는 이러한 소원을 장차 이루게 될 수 있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겠느니라.
선남자야, 그 한 보살의 이름은 광명당(光明幢)인데 동방의 무우덕(無憂德) 부처님의 세계에 있고, 다음의 이름은 지상(智上)인데 남방의 지왕(智王)여래의 부처님세계에 있으며,
다음의 이름은 제근적정(諸根寂靜)인데 서방의 혜적(慧積) 여래의 부처님세계에 있고, 다음의 이름은 원혜(願慧)인데 북방의 나라연(那羅延)여래의 부처님세계에 있느니라.”
그때 세존은 신통의 힘으로써 보광상다공덕해왕 여래의 부처님세계를 나타내시어 이 대회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그 여래와 보살 대중과 아울러 그 부처님세계의 공덕과 장엄을 보게 하셨는데 옛날에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들었던 일도 없었으며, 저 모두가 불가사의하였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보배로 사이사이에 섞어 장엄하였으며 1겁 동안 그 공덕을 말한다 해도 다 말할 수 없었고 대중들이 모두 분명하게 보는 것이 마치 손바닥 안의 암마륵(菴摩勒) 열매를 보는 것과 같았다.
그 보살의 키는 4만 2천 유순이었고 부처님의 키는 8만 4천 유순이었으며 광명을 환히 비추어 마치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된 산과 같았고 광대한 공덕과 장엄을 성취하셨는데 큰 보리수 아래에 앉아 모든 보살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서 백천억의 모든 변화를 나타내셨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 속으로 나아가셔서 중생들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고 계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들은 저 여래의 부처님세계의 장엄과 보살 대중들을 보았느냐?”
그때 모든 대중들은 같은 소리로 아뢰었다.
“예, 보았나이다. 저희들은 이 보살들의 행을 배워야 하겠사오며, 문수사리가 수행한 것과 같이 저희들도 이와 같이 장엄한 부처님세계를 성취하겠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기쁘신 듯 빙그레 웃으시자 그 입으로부터 갖가지 빛의 광명이 나와서 한량없고 끝없는 세계를 비추었고 다 비춘 뒤에는 도로 와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빙그레 웃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 안의 8만 4천 보살들이 저 부처님세계의 장엄한 일들을 보고 비록 모두가 마음을 내어 장차 이와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성취하려고 하나, 그 가운데 16명의 장한 대장부만이 훌륭한 뜻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내는지라 문수사리가 일으킨 큰 서원과 같이 그들만이 원만하게 이룰 것이며, 나머지의 모든 보살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속히 증득할 것이요 얻게 될 부처님 세계의 공덕과 장엄은 마치 아미타불의 세계와 같을 것이니라.
미륵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의 뜻으로 좋아함이 이미 훌륭한지라 이룩한 것도 클 것이니, 뜻으로 좋아함[志樂]이 뛰어나다 함은, ‘나는 문수사리와 같이 장엄한 불국토를 성취하리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 나머지의 하열한 이들은 비록 신심으로써 이런 말을 한다 하더라도 이 말의 업[語業] 때문에 오히려 60억 백천 나유타 겁 동안 나고 죽는 경계를 버릴 것이요 또한 5바라밀(波羅蜜)이 원만하게 될 것이니라.”
그때 미륵보살은 사방에 있는 광명당(光明幢) 등의 4대 보살이 저마다 유리(琉璃)로 되어 광명이 나는 누각에 앉아 백천억의 모든 하늘들에게 둘러싸여서 꽃을 내리고 음악을 울리고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대지(大地)를 진동시키면서 이곳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 미륵보살이 곧 세존께 아뢰었다.
“청하옵건대, 그런 일을 묻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네 분 보살은 나를 보기 위해서이니, 사방에 계신 여래께서 각각 이곳으로 가게 하셨느니라.”
그때 보살들은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는데, 네 보살의 광명이 이 큰 모임을 두루 비추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이 네 명의 장한 대장부들은 뜻하고 바라는 대로 나아감이 모두가 불가사의하나니, 마땅히 존중하며 그들에게 법요(法要)를 청할 것이니라.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보살들보다 가장 뛰어난 것이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이들을 뵙게 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요, 20억 겁 동안 나고 죽는 헤맴을 버리고 다섯 가지 바라밀이 두루 원만하게 될 것이며, 어떤 여인이 이 보살의 이름만을 들어도 속히 여인의 몸을 여의게 되느니라.”
이때 세존께서 곧 신통력을 거두어들이시자, 그 부처님의 세계는 홀연히 보이지 않았으므로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온갖 모든 법은 다 요술과 같나이다. 왜냐 하면 마치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리면서 숨겼다 나타냈다 하는 것처럼 모든 법의 나고 없어짐[生滅]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이 나고 없어짐은 곧 나고 없어짐이 없는 것이요 나고 없어짐이 없으면 그것이 곧 평등이오니, 보살이 이 평등을 수행하면 곧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나이다.”
지상(智上) 보살이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이 보리를 어떻게 증득하는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이 보리란 것은 증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상이 아뢰었다.
“이 보리는 머무르거나 증득하는 것도 아니고 머무르거나 증득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 하면 그 법의 성품이 본래부터 생김이 없는 것이어서 일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또한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증득함이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지상 등의 모든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한 모양의 법문[一相法門]을 말한다고 하는 것입니까?”
미륵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온(蘊)․계(界)․처(處)를 보지 않고 또한 보지 않는 것도 아니며 분별하는 바도 없고 모이거나 흩어짐을 보지도 않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이것이 범부의 법이다, 이것이 이승의 법이다’라고 갖가지로 분별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은 곧 법 성품을 어기고 한 모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즉 모양이 없는 것[無相]이므로,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낙견(樂見)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진여(眞如)의 행을 닦으면서도 진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매우 깊은 법에 있어서 분별하는 것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애변(無礙辯)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마지막까지 모든 법을 다하고 또한 이 법을 다른 이들을 위하여 연설하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선사(善思)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것[思議]으로써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는 것에 들어가되 이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는 것도 얻을 수 없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묘리진(妙離塵)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모든 모양으로 더러워지지 않으면서 또한 물든 것도 아니고 물들지 않는 것도 아니며 어기는 것도 없고 따르는 것도 없으며, 미혹하거나 미혹도 없으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또한 갖가지도 아니며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사갈라(娑竭羅)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바다와 같이 매우 깊은 법에 들어갔으면서도 이 법에 대하여도 분별하지 않고 비록 다른 이를 위하여 말하면서도 말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월상(月上)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음의 작용이 평등함은 마치 보름달과도 같고 중생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우암(離憂闇) 보살이 말하였다.
“어떻게 중생의 근심의 화살 즉 나와 내 것을 뽑아 내겠습니까? 이것은 저 근심의 뿌리이니, 만일 나와 내 것의 평등함에 머무를 수 있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소연(無所緣)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와 성문의 법․연각의 법 및 모든 부처님의 법에 반연하지 않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보견(普見) 보살이 말하였다.
“설법을 할 때에 마땅히 평등한 법 즉 ‘공한 법의 평등함’을 말해야 하되 역시 공하다는 생각과 평등하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삼륜(淨三輪) 보살이 말하였다.
“설법을 할 적에 마땅히 3륜(輪) 즉 ‘설법할 중생이 나를 얻을 수 없고, 또한 자신이 법사(法師)임을 분별하지 않으며, 말한 법에 대하여도 주착(住著)함이 없음’을 깨끗하게 하여야 하나니, 이와 같이 법을 연설하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취행(成就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모든 법에 대하여 평등한 행을 닦고 아는 것이 사실대로 이며 문자의 설명이 아닌 것을 연설할 수 있으면, 법은 말[言說]을 여의기 때문에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심행(深行)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매우 깊은 모든 법을 환히 통달하면서도 그 말하는 이와 말할 것과 그리고 하는 일을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이것을 한 모양의 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모든 보살들이 저마다 변재(辯才)로써 한 모양의 법문을 연설하였다.
이 법문을 말할 때에 37억의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4천 나유타의 백천 중생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7천의 비구는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모든 유루(有漏)를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96나유타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모든 법에서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었다.
그때 사자용맹뢰음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문수사리는 얼마쯤 있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그 부처님의 수명과 보살들의 수는 얼마나 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 자신이 문수사리에게 물어야 하느니라.”
그때 사자용맹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얼마쯤 계시다가 보리를 증득하실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허공의 경계가 색신(色身)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제야 최상의 보리를 증득할 것이요, 만일 환술로 된 사람이 보리를 증득하면 나는 그제야 증득할 것이며, 만일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곧 보리라면 나는 그제야 증득할 것이요,
만일 꿈․메아리․빛․그림자 및 허깨비가 보리를 증득할 때면 나는 그제야 증득할 것이며, 만일 달이 뜨면 낮으로 삼고 해가 뜨면 밤으로 삼는다면 나는 그제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묻는 것은 마땅히 저 보리를 구하는 이에게 물어야 됩니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보리를 구하지 않으십니까?”
“구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문수사리가 곧 보리요 보리가 곧 문수사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문수사리는 다만 이름이 있을 뿐이요 보리도 다만 이름이 있을 뿐이요 보리도 다만 이름이 있을 뿐이므로 이 이름을 여의고서는 짓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공이요 그 공한 성품이 곧 보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자용맹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혹시 아미타 여래의 성문과 보살들의 모임을 보았거나 들은 일이 있느냐?”
“예,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였나이다.”
“그 수가 얼마나 되더냐?”
“산수로나 생각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치 마갈국(摩竭國)의 분량으로 깨 한 섬에서 한 개의 낟알을 집어내어 그 양을 아미타불 국토의 성문과 보살에 비유한다면
나머지 집지 않은 것들은 문수사리가 보리를 증득할 때의 보살들의 모임에 비유될 수 있나니, 또한 그 수보다 더 많은 것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삼천대천세계의 작은 티끌수 같이 많은 겁을 보견 여래의 오래 사는 겁의 수에 견준다면 백 분․천 분․백천억 분 내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는 것이니, 저 보견 여래의 수명은 산수로써도 계산할 수 없고, 한량도 없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치 어떤 한 사람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서 작은 티끌이 되게 하고 둘째․셋째의 사람도 대천세계를 부수어서 작은 티끌이 되게 하고는, 다시 어느 한 사람이 그 작은 티끌들을 가지고 여기서 동방으로 그만큼의 작은 티끌 수와 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한 개의 티끌을 내려놓고, 또 그만큼의 작은 티끌 수와 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또 한 개의 티끌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하여 차례대로 모든 작은 티끌들을 다 내려놓으며,
다시 두 번째의 사람이 역시 그러한 작은 티끌을 가지고 여기서 남방으로 앞에서와 같이 가서 티끌을 내려놓되 차츰차츰 차례대로 그 티끌이 다할 때까지 내려놓으며, 서방과 북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도 각각 한 사람씩이 있어서 티끌을 내려놓는 수도 역시 그와 같이 한다면, 선남자야, 이 모든 세계의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알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이 시방으로 지나가게 된 세계에 작은 티끌을 놓았었거나 놓지 않았거나 모두 가루를 만들어서 티끌이 되게 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작은 티끌들을 산수로써 계산하여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이가 헤아리게 된다면 곧 미혹되고 어지러워져서 분명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부처님 여래는 그 작은 티끌 수를 환히 아시며 설령 그보다 더 많다 해도 여래께서는 역시 다 아시느니라.”
그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은 큰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큰 지옥에서 한량없는 억 겁 동안 모든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해도 끝내 이와 같은 큰 지혜를 버리지 않아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어느 누가 이 큰 지혜 속에서 욕락(欲樂)을 내지 않겠느냐? 오직 하열한 이와 게으른 이는 제외되느니라.”
이 지혜를 말할 때에 1만의 중생이 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자용맹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10사람이 시방세계를 지나면서 모두 다 작은 티끌이 되게 하는 것과 같이 문수사리는 그만큼의 많은 작은 티끌수의 겁 동안 보살의 도를 행하여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문수사리의 큰 서원이 불가사의하고 나아가 향하는 것도 불가사의하며 보리를 증득한 뒤의 수명도 불가사의하고 보살 대중의 모임도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니라.”
그때 사자용맹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일으켜 나아감이 매우 큰지라 닦을 행도 광대하니, 그만큼 많은 작은 티끌 수와 같은 겁 동안 피로하면서도 싫증을 내지 않아서이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공이 ‘낮과 밤과 시절과 세월과 겁의 수[劫數]를 지냈다’고 하는 이런 생각이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만일 어떤 이가 온갖 법이 허공과 같은 것이라고 깨달으면 저 미세한 지혜로도 분별함이 없으며, 또한 ‘낮과 밤과 시절과 세월과 모든 겁의 수 등을 지냈다’고 하는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저 모든 법에는 생각이나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마치 허공은 피로하여 싫증을 냄도 없고 뜨거운 번뇌[熱惱]라는 생각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설령 항하강의 모래만큼 많은 겁을 지난다 해도 허공은 역시 생기는 것도 없고
또한 타서 없어지는 것도 없으며 파괴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허공이란 아무 것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아서,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모든 법은 아무 것도 없다 함을 알고 나면 역시 뜨거운 번뇌도 없고 피로하여 싫증을 내는 일 등이 없을 것입니다.
선남자여, 저 허공이란 이름 역시 타 없어지는 것과 뜨거운 번뇌와 피로하여 싫증을 내는 일이 없고 동요하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것이니, 문수사리의 이름도 그러하여 뜨거운 번뇌와 피로하여 싫증을 내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름은 성품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 법을 말할 때에 사대천왕(四大天王)과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범천왕(梵天王) 등과 그 밖의 위덕이 있는 모든 천자(天子)들이 같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이 모든 중생으로서 이 법문을 들은 이는 크게 좋은 이익을 얻게 되거늘 하물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움이겠나이까? 저희들이 이룩해야 할 선근은 극히 넓고 큰 것임을 알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널리 유포하겠사오니, 이 깊은 법을 호지(護持)하기 위해서이옵니다.”
그때 사자용맹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이가 이와 같은 법문을 듣게 된 뒤에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생각하며 그리고 이와 같은 공덕과 부처님세계를 장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얼마의 복을 얻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래는 장애가 없는 부처의 눈으로 보게 되는 모든 부처님과 그 세계에 만일 어떤 보살이 묘한 7보(寶)로써 그 모든 세계에 가득히 채워 놓고 낱낱의 여래께 바치고 공양하면서 저마다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이 보살들을 깨끗한 계율에 머무르게 하고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얻게 할 때에,
다시 어느 보살이 이 부처님세계의 장엄과 공덕에 관한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다시 마음을 일으켜 문수사리가 배운 것을 따라 일곱 걸음을 걷는다면, 이 공덕을 비교하건대 앞의 7보로
보시하는 공덕은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때 미륵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의 이름을 무엇이라 해야 하오며 저희들은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법문의 이름은 제불유희(諸佛遊戱)라 하며 또한 제원구경(諸願究竟)이라고도 하고 또한 문수사리공덕장엄불토(文殊師利功德莊嚴佛土)라고도 하고 또한 영발보리심보살환희(令發菩提心菩薩歡喜)라고도 하고 또한 문수사리수기(文殊師利授記)라고도 하나니, 이렇게 받아 지닐지니라.”
그때 시방에서 온 모든 보살들이 이 법문에 공양하기 위하여 많은 꽃을 뿌리면서 찬탄하였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야 이 불가사의한 문수사리의 사자후로 하신 장엄한 법문을 듣게 되었나이다.”
그때 모든 보살들은 이 말을 한 뒤에 저마다 본토로 돌아갔으며, 이 법을 연설할 때에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보살들이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의 지위를 얻었고 한량없는 중생들의 선근이 성숙되었다.
그때 문수사리는 즉시 보살이 광명을 내어 두루 비추는 여환삼매(如幻三昧)에 들어갔다. 삼매에 들어간 뒤에 여기에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시방의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부처님 세계의 모든 여래와 그 한 분 한 분의 부처님 앞에 모두 문수사리가 나타나서 자신의 부처님 세계의 공덕과 장엄을 두루 보게 하였으며, 모인 대중들이 보고 난 뒤에는 문수사리의 훌륭한 큰 서원에 대하여 있기 어려운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저 모든 보살들과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이 아닌 따위의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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