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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9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58권

by Kay/케이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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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58

 

 

대보적경 제58권


대당 우전(于闐) 삼장 실차난타(實叉難陀) 한역
송성수 번역


15. 문수사리수기회(文殊師利授記會) ①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대중 1천 인과 함께 계셨다.
보살의 8만 4천 중에는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과 관세음(觀世音) 보살과 득대세(得大勢) 보살이 우두머리였고, 다시 72억의 여러 하늘 대중이 함께 있었는데 모두 보살의 도(道)를 향해 나아갔으며, 다시 사대천왕(四大天王)과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범천왕(梵天王) 등이 각기 그들의 권속 5만 2천과 함께 있었는데 역시 모두가 보살의 도에 나아갔으며, 또 네 아수라왕(阿修羅王)이 있었는데 저마다 한량없는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7만 2천의 대용왕(大龍王)이 함께 있었는데 난타(難陀) 용왕과 우파난타(優波難陀) 용왕과 바류나(婆留那) 용왕과 사갈라(娑竭羅) 용왕과 지대지(持大地) 용왕과 무열뇌(無熱惱) 용왕과 고승(高勝) 용왕과 복마(伏魔) 용왕과 최승(最勝) 용왕과 월상(月上) 용왕 등 이러한 이들이 우두머리였으며,
또 한량없는 야차왕(夜叉王)들도 함께 있었는데 금비라(金毘羅) 야차왕과 아타박구(阿陀薄拘) 야차왕과 소지로마(蘇支路摩) 야차왕과 묘의(妙意) 야차왕과 묘혜(妙慧) 야차왕과 묘상(妙相) 야차왕과 보색(普色) 야차왕과 부동(不動) 야차왕과 유력(有力) 야차왕과 대력(大力) 야차왕 등 이러한 이들이 우두머리였다.
그때에 왕사성의 국왕과 대신 그리고 모든 4부대중(部大衆)이며
하늘․용․야차와 사람인 듯하면서도 사람은 아닌 이[人非人]들이 저마다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이며 갖가지 살림 도구로써 여래께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공양하였다.
그때에 세존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모든 비구들과 함께 하늘과 사람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왕사성의 아사세궁(阿闍世宮)을 향하시면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백천 가지 묘한 빛의 광명을 놓고 백천의 음악이 동시에 울렸으며, 우발라(優鉢羅)꽃과 발담마(鉢曇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타리(芬陀利)꽃의 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무수히 떨어져 내려왔다.
이때에 여래의 신통의 힘으로써 다니시는 곳마다 백은(白銀)으로 줄기가 되고 진금(眞金)으로 잎이 되고 비유리(毘琉璃) 보배로써 꽃술이 된 수레바퀴 만한 큰 보배 연꽃들이 솟아 나왔고 그 꽃받침 속에는 변화로 된 보살이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으며, 이 모든 보살들이 보배 연꽃과 함께 왕사성을 오른편으로 일곱 바퀴를 돌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석씨 종족[釋種] 응공(應供)이신 대상주(大商主)요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안온하게 하신 이며
큰 위덕과 고요한 마음을 갖추신
세간의 의지가 되신 이께서 성(城)에 들어오신다.

만일 늙어 죽는 괴로움을 여의고자 하고
혹은 천궁(天宮)에서 유희를 즐기려 하며
혹은 악마 군사들을 깨뜨리고자 하면
마땅히 묘한 변재(辯才)를 지니신 인간의 주인[人中主]을 가까이 해야 한다.

이름 듣기 어려운 이께서 이제 출현하시고
백천 겁 동안 많은 행동 닦으시어서
대비(大悲)의 마음으로 세간을 노니시는
이러한 높은 이께서 성에 들어오신다.

일찍이 한량없고 끝없는 버림[捨]을 행하시어
아들․딸과 아내와 그리고 왕위며
머리․눈․귀․코와 손발을 버렸으며
의복과 음식도 역시 그러하셨다.

한량없는 보시의 공덕 이미 수행하시어
위없는 일체지(一切智)를 증득하셨고

보시로써 마음 조복하여 그 행을 굳게 하며
계율이 깨끗하여 결함 없으신 대장부시며
한량없는 인욕의 공덕 성취하시어
마음이 늘 편안[恬怕]하신 이께서 성에 들어오신다.

구지(俱胝) 겁 동안 훌륭한 정진을 행하시고
중생의 고통을 생각하시면서 고달픔을 잊으시며
한량없고 견줄 데 없는 선(禪)을 구족하신
저 범음(梵音)을 내신 이께서 성에 들어오신다.

지혜가 한량없고 짝할 이 없음은
마치 허공이 끝없음과 같으며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서 높은 계율도 그러하며
많은 행동 갖추어 닦아 지혜 깨끗하시다.

악마 군사 꺾어 뜨려 구제하여 주시고
근심 없는 부동위(不動位)에 머무르시며
같을 이 없는 법왕(法王)으로서 법륜(法輪)을 굴리시는
저 석씨 사자[釋師子]께서 성에 들어오신다.

만일 성불하여 세상에 출현하고
32상(相)으로 장엄하고자 하면
견줄 데 없는 보리의 마음 내어서
여래께 공양을 일으켜야 한다.

탐냄․성냄․어리석음을 영원히 버리고
모든 번뇌 여의고자 하면
속히 석씨 사자를 가까이 하면서
갖가지 모든 공양 베풀어야 한다.

만일 제석․범왕 속히 되어서
저마다 천의 권속 늘 따르게 하고
항상 천궁의 모든 쾌락 받으려면
그는 마땅히 석씨 사자 친근해야 한다.

4주(洲)를 다스리는 전륜왕이 되고
원하는 바 7보(寶)를 모두 성취하며
천의 아들이 다 용감하고 건강하려면
마땅히 저 훌륭하고 높은 이께 공양해야 한다.

장자(長者)로서 읍(邑)의 주인이 되고
재물이 한량이 없게 하며
권속들의 빛과 몸 모두 뛰어나려면
마땅히 석씨 사자께 공양해야 한다.

이미 해탈했거나 장차 얻게 됨은
부처님의 고요한 법 들었기 때문이니
만나기 어렵고 저 훌륭하고 높으신 이께
감로(甘露)의 근심 없는 구절 들어야 한다.

그때 왕사성 안에 사는 남녀로서 어른이나 어린이의 한량없는 중생들이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모두가 깨쳐 알고 저마다 향과 꽃과 보배 일산이며 당기․번기를 가지고 한량없는 음악을 울리면서 여래께로 나아가 일심으로 우러러보며
뛸 듯이 기뻐하며 공경하고 공양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성에 들어 오라 하시면서 발로 성문(城門)을 막 밟자마자 성안의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묘한 꽃들이 내리고 모든 음악이 울렸으며, 성안의 중생으로서 눈먼 이들은 보게 되었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었으며, 미치광이는 마음을 얻었고 발가벗은 이는 옷을 얻었으며 배고픈 이는 밥을 얻고 가난한 이들은 재물을 얻었다.
그때 중생들은 또한 탐냄․성냄․어리석음과 교만에 시달림이 없었고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가 향하는 것이 마치 아버지와 아들과 같았다.
그 음악 가운데서는 이러한 게송이 울려 나왔다.

열 가지 힘[十力]을 지닌 대장부이시고
가장 훌륭한 사람의 사자[人師子]께서
만물의 이익 위해 성에 들어오셨으니
중생들은 편안함과 즐거움 얻었네.

눈먼 소경은 빛을 보게 되었고
귀머거리는 소리 듣게 되었으며
미치광이는 본래의 마음이 회복되고
벌거벗은 이는 의복을 얻었으며
굶주린 이는 좋은 음식 만났고
가난한 이들은 재물을 얻었네.

또 허공 가운데서
백천억이나 되는 모든 하늘들이
함께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음악을 다투어 아뢰네.

덕을 갖추신 10력(力)의 세존께서
지금 이 성안으로 들어오셨는데
성안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두루 진동함[遍動] 등이 그것이며
중생은 두렵다는 생각이 없고
모두가 큰 기쁨을 얻게 되었네.

그리고 지금 이 성안에 있는
일체의 모든 중생들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인색함과 시샘으로 시달리지 않네.

기쁨과 즐거움이 온몸에 가득 차고
인자한 생각으로 서로가 향하나니
부처님께서는 속히 성에 들어오셔서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소서.

세존께서 성에 들어오실 때에
큰 광명을 널리 놓으시자
인간과 하늘들은 함께 음악 울리며
마음과 뜻에 기쁨이 가득 차네.

이러한 모든 기특한 일들이
갖가지로 한량이 없네.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모두 보며 받들지 아니함이 없구나.

그때 왕사성에 보살인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은 최과구(摧過咎)였다. 마을의 거리에서 세존의 상호(相好)가 단정 엄숙하여 맑고도 밝으며,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보는 이들이 싫어함이 없고 사마타(奢摩他)에 머물러서 으뜸가게 조복받았으며, 모든 감관을 수호함이 마치 길이 잘든 코끼리와 같고
바른 생각으로 어지럽지 않음이 마치 맑고 깊은 못과 같으며 32상(相)으로 그 몸이 장엄되었음을 멀리서 보았다.
저 보살은 이런 것을 보고 나서 극히 존중하고 깨끗한 신심이 생겼으므로 곧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섰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함께 부처님께로 나아갔고 수 없는 하늘들은 허공에 서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예배하였다.
이때 최과구 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그 소원대로 부처님 세계[佛刹]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겠나이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최과구를 가엾이 여기면서 자리로 나아가 대중들 가운데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이 하나의 법[一法]을 성취하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그 소원대로 부처님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어떤 것을 하나의 법이라 하는가 하면, 이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대비(大悲)를 행하기 때문에 훌륭한 뜻의 즐거움으로써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훌륭한 뜻의 즐거움으로써 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 하느냐 하면, ‘만약 이미 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이는 작은 악(惡)도 끝까지 다시는 짓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리니, 어떤 것이 짓지 않는 것이냐 하면, 탐냄․성냄․어리석음이 그것이니라. 그리고 집에 있는 이의 위의와 희롱도 다 여의고 만일 출가한 뒤면 다시는 이름이나 이익이나 공경을 바라지 않으며 출가한 이로서의 수행할 법에 편히 머무르는 것이니라.
어떻게 출가한 이로서 수행할 법에 편히 머무르는가 하면, 모든 법에 사실대로 깨우쳐 들어가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깨우칠 모든 법이냐 하면, 온(蘊)․계(界)․처(處)의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이며 어떻게 깨우쳐 들어가는가 하면 ‘5온은
고요히 사라져서 마치 허깨비와 같고 공과 같아서 아무것도 없다’고 관찰하는 것이니, 이렇게 깨달을 때에는 깨달아 들어감도 보지 못하고 깨달음도 없고 생각도 없어서 온갖 분별이 모두 다 고요히 사라지느니라.
만일 5온에 대하여 이와 같이 깨쳐 들어가면 곧 모든 법을 깨우쳐 들어가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출가한 이로서 수행해야 할 법이라 하느니라.
보살이 이와 같이 이런 행을 닦을 때에는 역시 모든 중생을 버리거나 여의지 않나니, 왜냐 하면 이 보살이 스스로 관찰한 대로 중생을 위하여 말하면서도 법과 중생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이것이 보살로서 하나의 법을 성취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또한 부처님의 세계로 하여금 완전히 갖추어지게 하고 원만하게 하느니라.”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최과구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기뻐 뛰면서 허공으로 일곱 개의 다라나무[多羅樹]만큼 높이 올라갔으며, 그 대중 가운데의 2천의 중생은 보리의 마음을 일으켰고 1만 4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더러움[垢]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이때 세존께서 기쁜 듯이 빙그레 웃으시자 그 입에서 갖가지 빛깔의 광명이 나와서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고 나서는 되돌아와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리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며 세존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재한 힘을 지니신 인도하는 스승으로서
모든 법의 저 언덕에 이르셨고
일체지(一切智)로 인간에서 가장 높으신 이께서는
무슨 일로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선서(善逝)요 10력(力) 지닌 세존께서는
모두의 이익 되시고
3세(世)를 밝게 통달하신 분이시니
무슨 일로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중생들이 마음으로 짓는 행과
상․중․하의 차별을 모두 아시고
모든 생각하심에 걸림이 없으시니
부처님께서는 널리 말씀하여 주소서.

억 나유타의 모든 하늘들이
함께 부처님께 예를 올리니
미묘한 음성을 일으키시어

간절한 소망 이루어 주소서.

훌륭한 선정으로 저 언덕에 이르셨고
지혜 또한 그러하오며
착오(錯誤)된 일 떠났사오니
무슨 일로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백천의 모든 하늘 대중이
법 위해 일부러 여기 모였고
한량없는 모든 비구들
합장하고 듣기 원하옵니다.

갖가지의 음악을 공양하면서
여래께 청하오니
거룩하신 부처님 세존이시여
대중의 의혹을 풀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최과구 보살이 허공에 오르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예, 보았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최과구는 이로부터 6만 2천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이 세계에서 성불하여 명호를 적정조복음성(寂靜調伏音聲)이라 하고 겁(劫)의 이름을 이열뇌(離熱惱)라 하리니, 그 부처님의 국토는 공덕으로 장엄되고 그리고 성문과 보살들도 역시 부동(不動) 여래의 묘희(妙喜)세계와 같아서 조금도 차별이 없을 것이니라.”
이때에 세존은 모든 비구들과 함께 아사세(阿闍世) 왕궁에 도착하신 뒤에 각기 차례대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때 왕은 곧 갖가지 음식을 손수 나누어주면서 세존과 비구승들에게 공양하여 모두 충족되게 하고 다시 아름다운 의복을 부처님께 바친 뒤에 곧 부처님 앞의 낮은 자리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분하고 성나는 것은 어디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어리석고 지혜 없는 일은 무엇을 말미암아 없어지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분하고 성나는 것은 나[我]와 내 것[我所]에서 생기나니, 만일 공덕과 허물과 나와 내 것을 잘 알지 못하면 지혜가 없다고 하리니, 만일 사실대로 나와 내 것을 알면 이는 곧 지혜도 아니고 지혜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모든 행(行)은 오되 어디서 온 곳도 없고 가되 어디에 닿는 곳도 없습니다. 만일 오고 감이 없다면 곧 나고 없어짐이 없고, 만일
나고 없어짐이 없다면 저 지혜와 지혜가 없다는 것도 모두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나고 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조그마한 법도 없기 때문이니, 만일 분명히 아는 것을 여의면 이것이 아는 것이 됩니다.”
그때 아사세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있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어떻게 이와 같이 훌륭한 말씀을 하시나이까? 저는 이제 차라리 법을 듣다가 죽을지언정 부질없이 오래도록 살기만을 원하지 않겠나이다.”
그때에 세존은 아사세왕을 위하여 권하고 깨우쳐서 기쁘게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굴산으로 가서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시어 삼매(三昧)에 드셨다.
이때에 여래는 법 보시를 하려고 하였으므로 신시(申時)가 되어 삼매로부터 깨어나시자 모든 큰 보살들과 성문들도 모두 선정[定]에서 나왔다.
이때 문수사리는 4만 2천의 보살승(菩薩乘)에 나아간 모든 하늘들과 함께 있었고, 미륵보살은 5천의 보살들과 함께 있었으며, 용맹뢰음(勇猛雷音)보살은 500의 보살들과 함께 있었다.
이와 같은 모든 보살들과 성문들과 아사세왕은 각기 권속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둘러싸여서 여래께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와 앉았으며, 그때에 왕사성에서도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함께 기사굴산으로 나아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와 앉았다.
이때에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전에 이미 왕사성에서 최과구를 위하여 간략하게 보살마하살의 공덕과 부처님 국토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말씀하셨나이다.
훌륭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자세히 말씀하여 주옵소서. 마치 모든 보살이 물러나지 않는 보리의 행을 행하여 모든 번뇌를 쉬고 부처님세계를 엄정(嚴淨)하게 하여 큰 서원을 원만하게 하고 모든 바라밀다를 구족히 수행하며 성문과 벽지불(壁支佛)의 지위를 멀리 여의고 여래께서 행하셨던 자취를 밟으며 많은 악마를 항복 받고 모든 외도를 제압하며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어 묘한 법 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사오니, 이와 같이 보살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기 전까지는 결정코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안에 보리를 구하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법을 들은 뒤에 기뻐하면서 수행하리이다.
그때에 세존은 생각하시기를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비단 이 앞에 있는 모임의 대중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통 변화를 나타내야 하겠구나’ 하시고, 백천억의 묘한 빛깔의 광명을 놓아서 낱낱의 광명으로 시방에 있는 백천억의 국토를 두루 비추었으므로 저 모든 부처님 국토에 있는 해와 달이며 하늘․용․마니(摩尼) 및 번갯불 등의 광명이 가려져서 나타나지 않았고,
저 온갖 크고 작은 위산(圍山)과 수미산이며 그 밖의 모든 산의 우거진 숲과 나무들도 부처님의 광명을 받아서 그림자가 나타나지 못하였다.
이때에 여래는 다시 위덕으로 기침 소리를 내시자, 그 소리는 시방세계에 두루 들렸다.
그때 동방(東方)으로 여기서 84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부처님세계를 지나서 보광명(普光明)이라는 세계가 있었다. 거기에는 현재 명호가 집길상왕(集吉祥王)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으며 그 부처님의 세계에는 성문과 벽지불이라는 이름조차 없고 오직 보살로만 그 국토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저 낱낱의 보살은 저마다 백억의 물러나지 않는 보살로써 권속을 이루었다.
그때 대중 속에 법상(法上)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다. 무슨 뜻으로
법상이라 하는가 하면, 그 보살이 대중의 모임에서 설법(說法)을 들은 뒤에 허공으로 일곱 개의 다라나무만큼 올라가서[上昇] 스스로 그의 몸을 숨기고 다라니금강구(陀羅尼金剛句)라는 보살장(菩薩藏)의 법문을 말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때에 그 모임에 있던 대중들은 모두가 함께 생각하기를 ‘모든 법에는 다만 그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왜냐 하면 곧 법상 보살과 같이 몸의 모양은 보이지 않고 그 소리만 들리기 때문이니, 이 소리에 바탕이 없음은 마치 저 몸의 모양과 같아서 이미 보고 듣는 것을 여의면 곧 법 성품[法性]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법을 연설할 때에 모임에 있던 한량없는 득인(得忍) 보살들은 멀리서 저 국토의 법상 보살을 보았고 또 이 세계에서 부처님께서 놓으신 광명도 보았으며 그리고 그 소리가 저 세계까지 미치는 것도 들었으므로 저 모든 보살들은 즉시 함께 집길상왕 여래께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으며, 법상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일들이 나타나나이까? 전에는 없었던 일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에서 서방(西方)으로 84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면 사바(娑婆)라는 세계가 있는데 거기에는 현재 명호가 석가모니라는 부처님이 계신다. 시방세계의 모든 보살들을 소집하기 위하여 모든 털구멍에서 이 광명을 놓으셨고 그리고 기침 소리를 내셨느니라.”
법상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사바세계로 가서 석가여래와 모든 보살들을 뵈옵고 예배한 뒤에 공양하고 싶사오며 아울러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지금이 바로 적절한 시기이니라.”
그때 법상 보살은 곧 생각하기를 ‘지금 내가 어떤 신통 변화로써 그곳으로 가서 석가여래를 뵈옵고 예배하면 될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몸을 장엄하는 삼매[一切莊嚴身三昧]에 들어갔다. 이 삼매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이 삼천대천(三千大千)세계에 묘한 꽃이 가득 차면서 무릎까지 쌓였고 백천의 음악이 동시에 울렸으며, 보배로 된 당기․번기․일산이 갖가지로 장엄되었고 또 묘한 향기가 이 세계에 두루 풍기는 것이 마치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과 같았다.
이때 법상 보살은 신통 변화를 나타낸 뒤에 곧 63억의 큰 보살들과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서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저 국토에서 없어지면서 이 세계에 나타나 여래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왔던 방향을 따라 그의 원력(願力) 때문에 변화로 나타나게 된 연꽃 위에 앉았다.
그때 여기서 남방(南方)으로 96억 나유타의 부처님세계를 지나서 이진(離塵)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에 현재 명호가 사자용맹분신(師子勇猛奮迅)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한량없는 큰 보살 대중에게 공경히 둘러싸여 계셨다.
그 대중 가운데 보장(寶掌)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무슨 뜻으로 이름을 보장이라 하는가 하면, 그 보살은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중생을 교화할 때에 오른손으로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움켜잡고자 하면 곧 하고자하는 대로 이루어졌고, 그 손으로부터 불․법․승의 소리와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와 자(慈)․비(悲)․희(喜)․사(捨)의 소리가 나오는 등, 이와 같은 백천억 나유타의 법보(法寶)의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 보장 보살은 큰 광명을 보고 기침 소리를 들은 뒤에 그 부처님께로 나아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일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서 북방(北方)으로 96억 나유타의 부처님세계를 지나서 사바(娑婆)라는 세계가 있는데 명호가 석가모니라는 부처님이 계신다.
그 세계의 공덕과 장엄에 관한 법문을 하시기 위하여 모든 보살들을 모아 그들로 하여금 이 법을 듣고 공덕을 섭수하게 하려고 이런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보장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사바세계로 가서 석가여래와 모든 보살들을 뵙고 예배한 뒤에 공양하고 싶사오며 아울러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 하러 가라고 하느냐 하면, 그 사바세계에는 3독(毒)을 두루 갖춘 고통받는 중생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니라.”
보장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석가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무슨 의로운[義] 이익을 보셨기에 장엄하고 깨끗한 세계를 버리기까지 하시면서 저 더러운 국토[穢土]에 출현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석가 여래는 옛날 오랜 세월 동안에 말씀하시기를 ‘나는 속히 대비(大悲)를 성취하여 항상 폐악(弊惡)한 중생들 가운데서 평등하고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묘한 법 바퀴를 굴리기를 원한다’고 하셨느니라.”
보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석가 여래께서는 옛날 이런 일으키기 어려운 대비의 서원을 세워서 이와 같은 나쁜 세계에 출현하였사오니, 이렇게 인자하신 세존이야말로 매우 만나기 어렵겠나이다. 저는 이제 가서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라.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니라. 그러나 선남자야, 너는 그 국토에 가서 조심하고 잘 살피어 스스로 훼손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저 세계에 태어난 모든 보살들은 비록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 밖의 중생들은 마음씀이 험상궂고 교활하여서 조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보장이 아뢰었다.
“저 국토가 비록 분한(忿恨)과 원수가 많다 하더라도 저를 해치지는 못하리이다. 가령 모든 중생이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성을 내고 욕을 퍼붓고 심지어 칼과 몽둥이와 기와 조각과 돌로 때리고 던진다 하여도 모두 받아들이고 끝내 보복하지 않겠나이다.”
그때 사자용맹분신여래는 거기에 있는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들도 만일 보장보살과 같을 수 있다면 함께 가도 되느니라.”
이런 말씀을 하시자 그 모임에 있던 7만 2천의 보살들이 같은 소리로 아뢰었다.
“저희들도 함께 사바세계에 가겠나이다.”
보장보살은 곧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어떤 신통 변화로써 그곳에 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예배하고 또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할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오른손으로 이 삼천대천세계를 덮고 모든 음식과 의복과 탈 것과 금․은․유리․진주․가패․산호 및 벽옥 등을 내려 모든 중생들이 희망한 대로 모두 충족시키면서 법을 듣기 좋아하는 이면 곧 들을 수 있게 하고 또 법을 듣는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을 증득하게 하며, 또한 병들어 고생하는 무수한 중생들에게는 뛰어나고 절묘한 쾌락을 느끼게 하였다.
이때 보장보살은 신통 변화를 일으켜 모든 보살들과 함께 한 생각 동안에 그 국토에서 없어져 이 세계에 나타나 여래에게 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왔던 방향을 따라 그의 원력 때문에 변화로 나타나게 된 연꽃 위에 앉았다.
그때 여기서 서방(西方)으로 72억 나유타 백천의 부처님세계를 지나서 마니장(摩尼藏)이라는 세계가 있었는데 그곳에 현재 명호가 마니적왕(摩尼積王)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다.
그 부처님의 세계는 깨끗한 유리(琉璃)로 이루어졌다. 성문과 벽지불은 없고 오직 깨끗한 큰 보살 대중들뿐이며, 유리로 된 땅에 가고 오고 앉고 서므로 모두 여래를 분명히 뵈올 수 있어서 마치 밝은 거울 속에서 얼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이 보살들도 그 땅에서 부처님 세존을 뵈올 수 있는 것이 그러하였다. 그렇게 뵈온 뒤에는 법을 청하였고 부처님께서 곧 그들을 위하여 옛날에 세운 큰 서원을 말씀하셨으며
그 모든 보살들도 법을 듣고 지혜[忍]를 얻었다.
그때 여래는 양 눈썹 사이의 흰 터럭몸매[白毫相]의 마니보(摩尼寶) 가운데서 큰 광명을 놓아 그 세계를 두루 비추었으므로 그 안에 있는 해와 달의 광명이 가리어 나타나지 않게 되자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밤과 낮을 삼았다.
저 세계에 승지원(勝智願)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이 광명을 만나자마자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로운 일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서 동방으로 72억 나유타 백천의 부처님세계를 지나면 사바라는 세계가 있는데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가진 부처님이 계신다. 모든 보살들을 소집하기 위하여 이런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그때에 승지원이 이런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여래와 모든 보살들을 뵈옵고 예배한 뒤에 공양을 올리고 싶사오며 아울러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니라.”
그때 승지원은 생각하기를 ‘이제 나는 어떤 신통 변화로써 그곳에 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예배해야 될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삼매에 들어 이 삼천대천세계의 3악도(惡道)의 고통을 모두 다 소멸시키고 최상의 쾌락을 얻게 하는 것이 마치 비구가 선정을 얻은 때에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이 탐냄․성냄․어리석음과 모든 견해와 아만․분을 내고 해치고 인색하고 시샘하고 뽐내고 아첨하고 덮어 숨기는 것 등의 괴로움을 당하지 않고 모두 인자한 마음을 내는 것과 같았다.
그때 승지원 보살은 신통 변화를 일으켜 4만 2천의 보살들과 함께 한 생각 동안에 그 국토에서 사라져 이 세계에 나타나 여래에게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왔던 방향을 따라 그의 원력 때문에 변화로 나타나게 된 연꽃 위에
앉았다.
그때 여기에서 북방(北方)으로 6만 3천의 부처님세계를 지나 상장엄(常莊嚴)이라는 세계가 있었다. 그곳에 현재 명호가 사라기왕(娑羅起王)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국토에는 애초부터 여인이라는 이름을 들을 수 없고 모두가 연꽃에서 변화로 나면서 가사(袈娑)가 몸에 입혀졌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부처님 종성의 도장[佛種性印]에 관한 법문을 말씀하고 계셨다. 어떤 것을 부처님 종성의 도장이라 하는가 하면, 이른바 맨 처음 보리의 마음을 내면 이로부터 곧 보살계(菩薩戒)를 갖추고 보살장(菩薩藏)에 들어가며, 다라니(陀羅尼)를 얻어 마음에 산란함이 없고 버림[捨]을 여의지 않으며 공한 성품을 깨달아 들어가고
모양[相]이 없고 소원[願]이 없는 것을 바르게 닦고 성품에는 탐염(貪染)을 여의며, 온(蘊)․계(界)․처(處)를 잘 깨달아 들어가고 할 일을 따라 깨달으며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기 좋아하고 생멸없는 성품을 진실하게 분명히 알며 모든 법을 증득하며 분별이 없고 바른 견해를 두루 갖추면서 허망한 생각들을 끊는 것이니, 이 때문에 부처님 종성의 도장이라 한다.
그때 그 대중 속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상장엄성수취왕(相莊嚴星宿聚王)이었다. 본래의 서원이 훌륭한지라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그의 몸을 보게 되면 반드시 32상을 얻게 되었다.
그때 그 보살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기침 소리를 듣자 곧 부처님께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일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서 남방으로 6만 3천의 부처님세계를 지나면 사바라는 세계가 있고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가진 부처님이 계신다. 모든 보살들을 소집하기 위하여 이러한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그 보살은 말하였다.
“왜 사바(娑婆)세계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세계에서는 탐냄․성냄․어리석음과
그리고 모든 고뇌를 견디고 참아야 하나니, 이 때문에 사바세계라 하는 것이니라.”
그 보살은 말하였다.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은 모두가 욕설을 듣고 매를 맞고 모든 고달픈 일을 능히 참고 받아야만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세계 중생이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는 이는 극히 적으며 탐냄․성냄․어리석음과 원한 등의 속박을 따르는 이들이 많으니라.”
그 보살은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그 세계를 사바라고는 하지 않아야 하겠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장엄성수취왕아, 저 부처님의 국토에도 보살승(菩薩乘)을 행하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있어서 일찍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인욕(忍辱)을 성취하여 중생을 보호하고 자신을 잘 조복하였으므로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고뇌로부터 와서 해를 끼쳐도 모두 잘 참고 끝내 탐냄․성냄․어리석음에 멋대로 놀아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이러한 착한 장부들이 있기 때문에 세계의 이름을 사바라고 하지만, 또 그 세계도 중생들이 많은 악(惡)을 두루 갖추어서 허물을 뉘우치는 일은 적고 그 마음이 거칠고 부끄러워함이 없으며,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고 교법을 존중하지 않고 스님들을 좋아하지 않다가 장차 지옥과 축생과 아귀에 떨어지느니라.
저 석가여래는 이런 하열한 중생들 속에서 모욕과 혐한(嫌恨)과 비방과 뇌란(惱亂)과 나쁜 말과 위협 등을 모두 잘 참고 받으시면서 그 마음이 대지(大地)와 같아 동요함도 없고 거슬림도 없으며 공양을 얻거나 얻지 못하거나 마음에는 높낮이가 없고 또한 미워하거나 사랑함도 없나니, 이 때문에 그 세계를 사바라 하느니라.”
그때 상장엄성수취왕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크고 좋은 이익을 얻고 있나이다. 저 폐악하고 하열한 중생들 속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말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동북방(東北方)에 묘장엄인(妙莊嚴忍)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에는 현재 명호가 대자재왕(大自在王)이라는 부처님이 계시며 그 국토의 중생은 모두 다 한결같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갖추고 있어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멸정(滅定)에 든 것과 같아서 그곳의 안락함도 그와 같지만,
어떤 중생이 그 불국토에서 억백천 년 동안 모든 범행을 닦는다 해도 이 사바세계에서 한 번 손가락을 튀기는 동안만큼 짧은 시간에 중생에 대하여 일으키는 자비로운 마음보다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 얻게 되는 공덕도 오히려 그곳보다 많거늘 하물며 하루 낮과 하룻밤 동안 깨끗한 마음에 머무름이겠느냐?”
그때 상장엄성수취왕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여래와 모든 보살들을 뵙고 예배하고 받들고 싶사오며 아울러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니라.”
그때 상장엄성수취왕 보살이 생각하기를 ‘이제 나는 어떤 신통의 힘으로써 그곳으로 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예배하면 될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공중에서 변화로 보배 일산을 만들어 이 삼천대천세계를 덮고는 백천만억의 영락(纓珞)을 단 보배 번기를 주위에다 드리워 놓고 그 일산 속에서 갖가지 꽃을 내리고 백천의 음악이 저절로 울리게 하였으며,
또 이 모임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및 사람인 듯하면서도 사람이 아닌 무리로 하여금 저마다의 몸에 32상을 갖추고 보배 일산 속에 나타나는 것을 보게 하였다.
그때 상장엄성수취왕 보살은 신통 변화를 일으켜 10억의 보살들과 함께 한 생각 동안에 그 국토에서 없어지면서 이 세계에 나타나 여래에게 가서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왔던 방향을 따라 그의 원력 때문에 변화로 나타난 연꽃 위에 앉았다.
이렇게 하여 나아가 두루 시방에서 각각 한량없는 아승기의 부처님세계 속에 있는 한량없는 아승기의 백천억 보살들이 큰 광명을 보고 기침 소리를 들은 뒤에 그곳의 세존께 묻고 이 국토에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각각 한편에 앉는 것도 그와 같았다.
또 이 세계의 제석․범왕․호세(護世)의 큰 위덕을 지닌 하늘과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이 모두 광명을 보고 함께 부처님께 와서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편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신 뒤에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세계에 있던 보살로서 이 모임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이 국토의 공덕 장엄과 부처님의 키와 보살과 성문과 그리고 수용하는 기구들이 각자 살고 있던 본래 세계의 것과 모두 똑같음을 보고 이 세계가 어지러움이 없음도 알았다.
그때 미륵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리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름이 시방에 떨치고 지혜 한량없으며
큰 광명 놓아 세간을 비추심을
모든 중생이 다 함께 헤아려도
인존(人尊)의 훌륭한 지혜 측량할 길 없나이다.

시방의 한량없는 억의 보살이
법 구하기 위해 함께 와서
모든 법문을 믿고 즐기오니
부처님께서는 연설하여 기쁨 주소서.

여래의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명칭은 널리 시방 국토에 들리고
법을 연설하되 두려워함 없음이 사자와 같으며
광명이 허공에 두루하여 해의 빛과 같나이다.


온갖 하늘과 용과 나찰과
그리고 모든 비구와 비구니며
우바새와 우바이 대중들이
합장하고 여래의 말씀 들으려 하나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세존께선 모두 분명히 아시며
뛰어나게 아시는 힘으로써 중생 구제하시나니
의혹을 결단하여 환히 알게 하소서.

어떻게 보살은 지혜의 행으로
불국토를 장엄하고 정결하게 하오며
어떻게 모든 소원 성취하나이까?
이제 여래께선 자세히 말씀하소서.

어떻게 간탐 없는 계율에 결함 없고
욕설과 어려운 일들 능히 참으며
수행에 정진하여 게으름이 없으시어
한량없이 고통받는 중생 해탈하게 하오리까?

전심(專心)으로 즐거이 삼매문(三昧門)에 드시고
깨끗한 선(禪) 궁전에 노닐어 계시며
세간 이롭게 하시면서도 오염됨이 없음은
연꽃에 더러움이 묻지 않는 것과 같나이다.

어떻게 지혜로 세간을 벗어나고
매우 깊고 미묘한 법 열어 밝히며
온갖 악마들을 항복 받고서
속히 사마타(奢摩他)를 구족할 수 있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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