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63권
대보적경 제63권
북제 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송성수 번역
16. 보살견실회 ③
4) 본사품(本事品)
그때 혜명 마하 가섭(摩訶迦葉)이 모든 아수라왕들이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나서 보기 드문 일이라는 마음을 내며 ‘세존께서는 본래 보살행을 닦으실 때에 어떠한 선근(善根)을 지었기에 이러한 과보를 얻으신 것일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때 가섭은 곧 여실삼매(如實三昧)에 들어가서 그 삼매로써 마음의 힘을 장엄한 까닭에 과거 아승기겁 동안에 여래께서 닦으셨던 모든 공덕을 기억하여 알았으며, 저 여러 세계의 여러 생(生) 동안 닦았던 선근이 모두 최상의 보리를 만족하게 하였고 이 선근으로써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轉地]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도 모두 기억하여 알았다.
그때 가섭은 여래의 큰 선근을 기억할 때에 이러한 마음을 내었으니 ‘부처님께서 익힌 것과 같은 선근은 넓고 크시다. 여래의 발심한 하나하나의 선근 이야말로 시방세계에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수의 국토에 살고 있는 중생들이 모두 사람의 몸을 얻고 이 사람 몸을 얻은 뒤에 이 중생들이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겁 동안 선서께 공양하는 것이 역시 아수라들과 같이 하며 이 낱낱의 중생들이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겁 동안 여래께 공양하여 마친다 해도 여래의 한 번 발심한 선근에 보답하지 못하리라’ 하였다.
그때 혜명 마하 가섭은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모든 여래께서
발심하여 넓고 큰 보리에 향한 것을
아수라들이 부처님께 공양한 것으로는
가라(迦羅)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리이다.
세존․응공(應供)․인중상(人中上)께는
마치 수미산의 전단(旃檀) 무더기만큼
인간과 천상의 훌륭한 것으로 공양해야 되나니
공덕의 저 언덕을 건넌 까닭이리다.
인간 세계의 사자(師子)요 응수공양(應受供養)께
항하의 모래 수보다 더 많은
마치 큰 바다에 가득히 찬 물과
향수를 화합한 만큼 공양해야 하리다.
공덕을 두루 갖춘 응수공양께
항하의 모래 수보다 더 많이
꽃 더미를 가득히 쌓아서 공양함이
마치 작가바라산(斫迦婆羅山)만큼 해야 하리다.
자연의 대사(大士)요 응수공양께
마치 수미산만큼의 등불 심지와
큰 바다를 향유(香油) 그릇으로 삼아
그 등불로써 모든 훌륭한 이께 공양해야 하리이다.
응수공양이요 큰 위세 지닌 이께
항하의 모래 수보다 더 많이
탑묘를 세워서 공양해야 되리니
공덕의 저 언덕을 건넌 까닭이리다.
인간에서 견고하신 응수공양께
광대하고 훌륭한 보배 일산들로써
나유타 겁의 수를 지나도록
그 일산으로 삼천세계를 두루 덮어야 하리다.
세간을 가엾이 여기는 인중존(人中尊)이요
끝없는 공덕 지닌 응수공양께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 찰 만큼
모든 보배 당기로써 공양해야 하리다.
불가사의한 억 겁 수만큼
광대한 번기로써 공양해야 하나니
항하의 모래 수만큼의 모든 세계에 가득 차도록
한량없는 억 겁 동안 지내야 하리다.
여래․인사자(人師子)께 공양함에 대하여
분별을 일으켜 비유하리니
큰 논사(論師) 가운데의 사자 제자들이여
공양하는 사람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나와 여기 모인 모든 대중들
항하의 모래 수만큼이나 많고
모든 시방세계 중생들이
모두가 다 부처님이 되고
10력을 두루 갖춘 사람 사자되어
그 부처님의 머리 수가 항하의 모래만큼 많고
그 낱낱 모두에 또 항하의 모래만큼의 머리가 있으며
그 낱낱의 머리에는 또 항하의 모래 수만큼의
각각에는 입이 있으며
그 낱낱의 입에
한량없는 모래 수만큼의 혀가 있다 하면
그 혀로써 여래를 찬탄한다 하여도
그 모든 여래를 말로는 다 하지 못하고
공덕의 저 언덕에 이를 수도 없으며
일체지지(一切智智)로도 헤아릴 수 없나니
공덕의 저 언덕을 건넌 까닭이리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비구들아, 나의 모든 성문(聲聞)들이 단정하고 정직하게 머무르면서 지혜도 있고 법이 있음이 마치 범천(梵天)과 같아야 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공덕을 두루 갖추었고 불가사의한 공덕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여래의 공덕 무더기는 불가사의 하느니라. 비구들아, 여래의 공덕 무더기가 만일 그것이 물질이라면 하나하나의 일으킨 마음마다 얻게 된 공덕은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수의 세계라 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비구들아, 여래가 하나하나 일으킨 마음의 공덕은 일체지(一切智)가 반연할 곳이기 때문이니,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을 항하강 모래만큼 많은 겁 동안 헤아려도 헤아릴 수가 없고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가 본래 보살행을 수행할 때에 하나의 일으킨 마음마다 모든 중생을 위하지 않음이 없었고 중생을 포섭함에 있어서도 하나의 일으킨 마음마다 모든 중생을 위하지 않음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중생의 세계는 끝이 없고 그 안에 있는 중생 또한 끝이 없으며 모든 중생 세계는 끝이 없고 여래가 낱낱이 일으킨 마음의 공덕 또한 끝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마치 중생세계가 끝이 없고 마치 중생 세계를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여래의 낱낱 일으킨 마음의 공덕 무더기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니, 모두가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가령 마음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공양한다 해도 여래가 한번 일으킨 마음의 공덕을 보답하지 못하느니라. 왜냐 하면 저 모든 중생은 여래께 공양하면서 모두가 여러 가지 음식이나 세간의 과보를 희망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보살의 본래 일으킨 마음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나 세간의 과보를 구하는 마음을 떠나서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며 중생들이 생사를 저버리고 열반을 향해 나아가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니, 여래도 본래 보살행을 수행할 때에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여의고 세간의 과보를 구하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한량없고 끝이 없이 생사에 유전하면서 아승기의 불가사의한 비롯함이 없는 세계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겁 동안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여 계셨으니, 그 명호는 인타당왕(因陀幢王) 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바가바(婆伽婆)였느니라.
그 부처님․여래는 하나하나의 일으킨 마음마다 항하강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에서 일찍이 중생들을 위한 이익과 안락을 짓기 위한 생각으로 마음을 일으켰느니라.
비구들아, 저 인타당 여래께서 부처님이 되었을 때에는 항하강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가 동일한 부처님의 세계였으며, 그 인타당 여래․응공․정변지의 국토도 장엄하고 깨끗하여서 악한 세계[惡趣]와 여덟 가지 재난[八難]을 떠났고 이 인타당 여래․응공․정변지의 저 국토에 있는 모든 중생은 정정취(正定趣)에 머물러 있었느니라.
그 사정취(邪定趣)의 중생이나 증상만(增上慢)의 중생은 한결같이 다 없었고 깨끗하지 못한 몸의 업[身業]과 깨끗하지 못한 입의 업[口業]과 깨끗하지 못한 뜻의 업[意業]이 모두 없었으며 악한 세계와 번뇌와 악한 세계를 짓는 업도 없었느니라. 왜냐 하면 인타당 여래가 이 중생들을 교화하여 그들이 일으키는 마음은 모든 악을 그치게 하였고 그들에게 착한 법을 가르쳐 주어 닦고 배우게 하였기 때문이니라.
이 인타당 여래의 국토는 일찍이 다섯 가지 즐거움을 얻었나니, 하나는 욕심의 즐거움[欲樂]을 얻은 것이요, 둘은 출가하는 즐거움[出家樂]을 얻은 것이며,
셋은 선의 즐거움[禪樂]을 얻은 것이요, 넷은 삼마발제의 즐거움[三摩跋提樂]을 얻은 것이며, 다섯은 최상의 보리의 즐거움[無上菩提樂]을 얻은 것이니라.
저 모든 중생들이 비록 그런 즐거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탐착하지 않았으니, 마치 꿀벌이 그 맛만을 취할 뿐이요 꽃의 빛깔은 취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저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았느니라. 또 비록 그런 즐거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머물러 집착하지 않았으니, 비유하면 마치 나는 새가 공중을 다니면서도 그 공중에 집착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이 중생들이 비록 그런 즐거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이 인타당 여래․응공․정변지의 그 불국토에 있는 중생들은 근심과 괴로움이 없었고 오직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을 뿐이며 또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不苦不樂受]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에 마음에 맞는 즐거움이 있었을 뿐이니, 왜냐 하면 그 모든 중생들은 본래 선만을 닦았기 때문이니라.
저 인타당 여래가 본래 보살행을 수행할 때에는 모든 상호(相好)를 나타내어 그 중생들이 모든 악을 짓지 않게 하고 중생들을 편안히 놓아 선법을 닦아 익히게 하였으므로 그들은 차례로 모든 악한 길을 여의고 착한 곳에 있게 되었느니라.
저들은 온갖 종류의 착하지 않은 업은 한결같이 없었으므로 그 지었던 업에 따라 과보를 받을 때에도 마음으로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도 않았으니, 괴로운 느낌[苦受]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느니라. 악한 업을 짓지 않았으므로 괴로움의 과보도 받지 않았고 어리석음이 없었기 때문에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었느니라.
저 인타당 여래의 불국토에는 언제나 한결같이 나쁜 폭풍우가 없었고 또한 독한 열기도 없었으며 저 모든 중생들에겐 시절이 바뀌는 등의 괴로움도 없었느니라.
저 인타당 여래가 본래 보살행을 수행할 때에는 그 불국토의 모든 중생들에게 온갖 몸으로 짓는 업의 지혜는 으뜸가는 지혜[上首智]로 따라 옮겨가면서 연설하고 열어 보이며 바르게 나타내었고, 이와 같은 온갖 입으로 지은 업의 지혜도 으뜸가는 지혜로 따라 옮기면서
연설하고 열어 보이며 바르게 나타내었으며, 이와 같은 온갖 뜻으로 지은 업의 지혜도 으뜸가는 지혜로 따라 옮기면서 연설하고 열어 보이며 바르게 나타내었느니라.
이와 같은 저 모든 중생들이 그 보살로부터 들은 뒤에는 저 모든 중생이 몸으로 지은 모든 업과 입으로 지은 모든 업과 뜻으로 지은 모든 업의 지혜는 으뜸가는 지혜로 따라 옮기면서 회향하였느니라. 어리석은 과보도 생기지 않았느니라. 어리석은 까닭에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받지만 저 모든 중생들은 그 불국토에서 괴로운 느낌이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 모두 한결같이 없었나니, 어리석음을 떠났기 때문이니라.
저 모든 중생들이 그 국토에 태어날 때에 인타당 여래의 교화를 받고 나서 법에 대하여 공경히 여기고 소중하게 여기므로 만일 돌아다닐 때에 법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법에 염착(染著)하느니라. 그들은 마음에서 법을 사랑하고 염착하였으므로 돌아다닐 때에도 괴로운 느낌이 없으며, 가고 서고 앉고 눕고 잠을 자고 깨어날 때에도 모든 위의(威儀)의 고통이 없었느니라.
저 모든 중생들이 이 국토에 있을 때에는 악을 따르는 일도 없고 악이 없기 때문에 괴로움도 생기지 않으며, 선에 대하여도 집착함이 없는 이런 인연 때문에 저 모든 중생들은 선에 순종함이 없으므로 변하고 바뀌는 고통도 없느니라. 그리고 모든 법 가운데서 탐착하지 않나니, 이 때문에 괴고(壞苦)도 생기지 않느니라.
또한 원수끼리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도 없나니, 왜냐 하면 저 모든 중생들은 온갖 중생들에 대하여 평등하게 머무르는 마음이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원수끼리 만나는 괴로움도 없느니라. 그리고 또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愛別離苦]도 없나니, 왜냐 하면 저 중생들은 모든 법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은 사랑함으로부터 생기게 되나니, 그러므로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이 없느니라.
고고(苦苦)도 역시 없나니, 왜냐 하면 즐거운 느낌[樂受]에 집착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오직 행고(行苦)인, 즉 덧없는 괴로움[無常苦]만이 있을 뿐이니,
왜냐 하면 그 부처님은 오직 제일의 이치[第一義]만을 말씀하셨기 때문이니라.
저 부처님은 항하 모래 수만큼 많은 겁 동안 세간에 계셨으며, 그 부처님 세계에서는 어떤 중생도 부처님과 다른 논리로 다투는 이가 와서 그 나라에 살지 않았나니, 왜냐 하면 그 여래께서 본래 보살행을 수행하실 때에 중생들을 성숙시켰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下] 선근(善根)과 적은 선근으로써 선근을 잘 익히지도 않고 선근에 잘 상응하지도 않으며 크게 정진하는 선근도 아니고 잘 나아가는 선근도 아니며, 잘 일으키는 선근도 아니고 잘 회향하는 선근이 아닌데도 이러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즐거움을 주며 괴로움을 제거시킬 수 있겠느냐? 이러한 넓고 큰 국토를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마음과 겁이 많고 착하지 못한 것에 상응하는 마음으로써 정진하는 마음이 아니고 잘 익히는 선근의 마음도 아니며 잘 나아가는 마음도 아니고 잘 일으키는 선근의 마음도 아니며, 잘 회향하는 마음이 아닌데도 이러한 중생을 유익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중생들과 함께 즐기기를 생각하며 괴로움을 제거시킬 수 있겠느냐? 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믿음과 적은 믿음과 나약한 믿음과 겁이 많은 믿음으로써 믿음에 잘 상응하지도 않으며 정진하는 믿음이 아니며, 잘 쌓은 선근의 믿음이 아니고 잘 나아가는 믿음이 아니며 잘 일으키는 선근의 믿음이 아니고 잘 회향하는 믿음이 아닌데도 이러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괴로움을 없애주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계율과 적은 계율과 나약한 계율로써 정진하는 계율이 아니고 선근을 잘 쌓는 계율도 아니며, 잘 나아가는 계율도 아니고 선근을 잘 일으키는 계율도 아니며 잘 회향하는 계율이 아닌데도 이러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며 괴로움을 없애주고 함께 즐거워 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정진과 적은 정진과 나약한 정진과 겁이 많은 정진으로써 정진에 상응하지 아니하고 힘써 나아가는 정진도 아니며, 선근을 잘 쌓는 정진도 아니고 잘 나아가는 정진도 아니며 선근을 잘 일으키는 정진도 아니고 잘 회향하는 정진이 아닌데도 이러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며 괴로움을 없애주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세계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기억[念]과 적은 기억과 나약한 기억과 겁이 많은 기억으로써 선근에 상응하는 기억도 아니고 정진하는 기억도 아니며, 선근을 잘 쌓는 기억도 아니고 잘 나아가는 기억도 아니며 선근을 잘 일으키는 기억도 아니고 잘 회향하는 기억이 아닌데도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함께 즐거워하기를 생각할 수 있겠느냐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선정[定]과 적은 선정과 나약한 선정과 겁이 많은 선정으로써 선근에 상응하는 선정이 아니고 정진하는 선정도 아니며, 선근을 잘 쌓는 선정도 아니고 잘 나아가는 선정도 아니며 선근을 잘 일으키는 선정도 아니고
잘 회향하는 선정이 아닌데도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낮은 지혜와 적은 지혜와 나약한 지혜와 겁이 많은 지혜로써 선근에 상응하는 지혜가 아니고 정진하는 지혜도 아니며, 선근을 잘 쌓은 지혜도 아니고 잘 나아가는 지혜도 아니며 선근을 잘 일으키는 지혜도 아니고 잘 회향하는 지혜가 아닌데도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진실로 그러하느니라. 적은 선근과 적은 계율과 적은 믿음과 적은 정진과 적은 기억과 적은 선정과 적은 지혜로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거나 함께 즐거워하고 괴로움을 여의게 할 수 없으며, 넓고 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하고 이러한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킬 수도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의 인타당 여래가 너희들은 누구인지 알겠느냐?”
여래께서 물었으나 모든 비구들이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마침 그때 동방으로 항하 모래만큼 많은 수의 모든 부처님세계를 지나서 월광장엄(月光莊嚴)이라는 세계가 있었고 그 국토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고위덕왕(高威德王) 여래․응공․정변지였다.
지금도 계시는데 문수사리가 그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석가모니께서 생각하는 마음을 아시고 즉시 고위덕왕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석가여래께서 사바세계에 계시면서 설법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그곳으로 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예배한 뒤에 법을 듣고
공양하고 공경하겠나이다.”
이렇게 청하자마자 그때에 고위덕왕 여래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대로 가거라.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니라.”
그때 문수사리 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댄 채 머리 조아려 고위덕왕 여래께 예배한 뒤에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았다. 비유하면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잠깐 동안에 문수사리는 그 월광장엄 세계에서 사라져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 나타나 머리를 조아려 발에 대고 공손히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옛날 인타당 여래는 바로 지금의 세존이시옵니다. 왜냐 하면 이로 말미암아 세존께서는 불가사의한 모든 좋은 방편을 두루 갖추시어 중생들을 성숙시키고 불국토를 깨끗하게 하시면서도 항상 고달파하시지 않으셨고 또한 만족해함도 없으셨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중생을 보살승(菩薩乘)에 편히 놓아 두시면서도 만족해함이 없으셨나이다. 만일 진실한 말을 한 사람이 있어서 바른 말을 했다면 ‘으뜸인 가운데서도 으뜸이고 묘하며 으뜸이고 가장 훌륭한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분이라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진실이요 다른 이가 아님을 알 것이옵니다.”
그때 문수사리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뛰어나고 용맹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모든 세간을 가엾이 여기시며
큰 위덕의 신력을 나타내시어
중생을 성숙시키기 때문이옵니다.
이미 과거 세상에
일찍이 8억의 부처님을 도왔으며
오히려 자신도 신력이 있었지만
정각(正覺)을 취할 마음은 없사옵니다.
6만 2․3천의
부처님 국토를 깨끗하게 하면서도
식견(識見)이 얕은지라 모니 부처님의
교묘한 방편을 몰랐사옵니다.
처음의 발심을 버리지 않고
저 여래께서 계신 곳마다 나타나겠사오며
다시 미래 세상에서도
한량없는 부처님으로 나타나겠나이다.
5) 가루라왕수기품(伽樓羅王授記品)
그때 다시 8억 6천만의 금시조왕(金翅鳥王)과 모든 아수라들이 세존께 공양하고 수기를 얻는 것을 보고 여래께 견줄 데 없는 공경과 믿음을 내며 뛸 듯이 기뻐하고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변화로 8억 6천만의 전당(殿堂)을 만들었는데 순수하게 하늘의 7보로써 장식하여 매우 기이하고 미묘하며, 하나하나의 전당에는 일곱 겹으로 된 구부러진 난간이 있었고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서 미묘하기 제일이었으니, 이른바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로 되어있다.
금으로 된 구부러진 난간에는 금으로 들보와 많은 기둥을 만들었고 은으로 굽은 격자창을 만들었으며, 은으로 된 구부러진 난간에는 은으로 들보와 많은 기둥을 만들었고 금으로 굽은 격자창을 만들었으며, 비유리로 된 구부러진 난간에는 비유리로 들보와 기둥을 만들고 파리로 격자창을 만들었으며, 파리로 된 구부러진 난간에는 파리로 도로와 기둥을 만들고 비유리로 격자창을 만들었다.
그 모든 전당의 둘레 4면에는 7보로 된 방울이 드리워져 있었으니, 금․은․유리․파리․진주․자거 및 마노가 그것이며 그 보배는 정밀하고 기이하여 미묘하기 제일이었다. 이 모든 전당에는 다시 7보로 된 그물을 그 위에다 덮었으니, 금으로 된 그물․은으로 된 그물․비유리로 된 그물․파리로 된 그물․적진주로 된 그물․자거로 된 그물․마노로 된 그물이었는데 미묘하기 제일이었다.
또 다시 변화로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일산을 만들었는데 미묘하고 기특하였으니 금․은 내지 마노로 되었으며, 또 다시 변화로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묘한 당기를 만들었는데 금․은 내지 마노로 되어 있으며, 청색 당기는 황색 꼭지이고 황색 당기는 청색 꼭지이며 적색 당기는 백색 꼭지이고 백색 당기는 적색 꼭지이며, 잡색(雜色) 당기는 순색(純色) 꼭지이고 순색 당기는 잡색 꼭지를 달아 놓았다.
또 다시 변화로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묘한 번기를 만들었는데 갖가지 색깔로 되어서 장엄하고
깨끗하기 제일이었고, 또 다시 변화로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장막을 만들었는데 금․은 내지 마노의 보배 실로 짜여졌으므로 미묘하기 제일이었다.
그때 모든 금시조왕은 이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전당과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일산과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당기와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번기와 8억 6천만 개의 7보로 된 장막을 가져다 모두 여래․세존께 바쳤다.
이미 바치고 난 뒤에 모든 금시조왕들은 공양거리와 함께 허공 가운데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았으나, 마치 연라바나 코끼리왕이 삼십삼천에서 정수리에 모든 하늘들을 이고 허공을 날아 파리질다라나무[波利質多羅樹]로 나아가는 것과 같아서 저 모든 금시조왕이 이 전당과 일산과 당기와 번기와 장막을 가지고 허공으로 올라가 부처님을 세 바퀴 도는 것도 그와 같았다.
그때 저 모든 금시조왕은 부처님을 공경하며 주위를 돌고 나서 물러나 한 편에 서서 몸을 굽히고 합장하고 모두 함께 동일한 음성으로 찬탄하며 게송을 읊었다.
생사를 벗어난 이께 귀명(歸命)하옵고
생사에서 구제하신 이께 귀명하오며
견줄 데 없이 견고한 선비께 귀명하옵고
위없고 같을 이 없는 성인께 귀명하옵니다.
원컨대 저희들은 견고한 몸과
32상(相)을 이 몸에 장엄하게 하옵고
다시 80의 수형호(隨形好)가 있게 하시며
저희들도 스승님[導師]과 같게 하소서.
원컨대 저희들의 원광(圓光)이 위덕을 갖추고
몸․얼굴․공덕 모두 성취하게 하옵시며
제일가는 부처님의 위의를 얻어서
남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적멸(寂滅)을
증득[證]하게 하옵소서.
원컨대 계율을 지니고 삼마제(三摩提)를 갖추며
모든 부처님의 으뜸가는 지혜 얻게 하옵시며
모두가 부처 되어 중생을 제도함이
지금 세간의 스승이신 부처님과 같게 하옵소서.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10력을 갖추고
18불공법(不共法)의 언덕에 이르게 하옵시며
부처님 지혜 이루어 세간을 초월케 하시고
지금 으뜸 중에서도 으뜸이신 여래와 같게 하옵소서.
또한 중생은 체성(體性)이 없어서
요술 같고 꿈과 같아 의지할 바 없음 알며
메아리 같고 허공 같음을 널리 말씀함이
오늘 중생들을 위하여 말씀하신 부처님과 같게 하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모든 금시조왕들이 공경하고 믿게 되었음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셨다. 이때 혜명 마승(馬勝) 비구가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신 것을 보고 게송으로 물었다.
인간에서 최상의 뛰어난 스승님께서
까닭 없이 웃으시지 않으셨으리니
세간을 가엾이 여기신 이여, 저희들을 위하여
웃으신 까닭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 모든 금시조왕의 부처님께 공양한
보배의 전당․당기․번기가 공중에 나타나서
이 하늘․인간들에게 보기 드문 마음 내게 하시니
양족존(兩足尊)께서는 이 이치를 말씀하여 주소서.
대중들이 합장하고 서서
깊이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모두 기뻐하면서
금시조들의 미래 과보를 들으려 하오니
양족존께서는 이 이치를 말씀하여 주소서.
인간의 가장 훌륭한 이께서 말씀하시면
모든 대중은 다함께 의심 없어지리니
대중이 의심 여의고 두려움 없음[無畏] 얻게 하소서
여래의 지혜로는 기쁘게 할 수 있으리이다.
대중이 기뻐하고 두려움 없음 얻으면
모든 허물 여의고 마음 깨끗하여서
저 대중들 여래의 말씀 들으려 함이
마치 제자가 스승의 말씀을 들으려는 것 같으리다.
원컨대 대중들의 의심 풀어 주시고
부처님께서 섭수하여 기쁘게 하옵시며
대중들이 기뻐하며 모두 와 모였으니
금시조들의 미래 과보를 말씀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혜명 마승에게 말씀하셨다.
10력은 진실하여 모든 것을 초월하고
8기(伎)의 맑은 소리[梵聲] 모두 구족하였으며
모든 감관 조복한 이가 마승을 위하여
금시조들의 미래 과보를 말하여 주리라.
장하도다. 마승아, 이런 이치 물음이여.
나의 미소(微笑)는 세간을 가엾이 여김이니
그들의 과보를 즐거운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기쁜 마음이어야 의심 그물 없어지리라.
금시조왕들 나에게 묘한 공양 베풂은
위없는 보리의 과위 구하기 위함이며
열 가지 지혜 힘[智力]과 4무외(無畏) 등의
그런 법 얻은 까닭에 길잡이가 되리라.
다시 18불공법(不共法)을 구하기 위해
이 금시조들 나에게 공양하였네.
또한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는 몸과
32상 80종호도 구하였느니라.
부처님의 깨끗한 계율과 삼마제와
부처님 경계와 큰 지혜를 구하고
정토(淨土)를 성취하며 세간 건너는 등의
이런 일로 금시조들은 공양하였느니라.
그들은 신심으로 나에게 공양하였기에
지혜로운 이들로 축생세계 여의고
앞으로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리니
이것이 악도(惡道)의 마지막 몸이니라.
그들은 이로부터 항하의 모래만큼의 겁을
언제나 인간과 천상에 나게 되며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공양한 뒤에
성불하여 모든 감관 조복하게 되리라.
저 불국토에는 악한 세계가 없고
몸이 구족하고 8난(難) 여의며
그 부처님들 명호는 똑같이 보단정(普端正)이요
그 겁(劫)의 이름은 수미당(須彌幢)이리라.
8억 4천만 년 동안을
세간을 가엾이 여기며 머물게 되고
그 때의 모든 선서(善逝)께서는
머무름[住]과 수명(壽命)과 불사(佛事)가 다 같으리라.
저 부처님들은 뜨거움 여의고 번뇌 떠나며
낱낱의 모든 부처 80회(會)를 여시리니
저 낱낱 모임 속에 8억의 사람이
교만(憍慢)을 여의고 자재함을 얻으리라.
그들은 본래 지닌 금빛의 몸과
큰 세력으로 항상 교만 품었었나니
뒷날 성불할 때에는 중생을 위하여
교만 끊어 없애며 법 바퀴 굴리리라.
저들은 과거에 이미 일찍이
지극한 고행(苦行) 닦은 신선[仙人]들이며
8억 6천만 년 동안을
수행한 것은 신통을 위해서였느니라.
저 모든 신선들 신통 얻었을 때에
자기들의 고행을 보기 드문 일이라 찬탄하며
계율 범하지 않고 공덕을 갖추어
숲 속에 살면서 교만 부렸네.
이 교만 때문에 금시조로 태어났고
마음 통한 까닭에 신력 갖추었으며
계율 깨끗하였기에 부처님을 뵙게 되었고
교만 때문에 보리의 마음 잊었었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 보리의 수기와
금시조의 본래 생(生) 말씀하시자
대중들은 듣고 나서 기뻐하였고
기뻐한 뒤에 모두가 보리 그릇 이루었네.
6) 용녀수기품(龍女授記品)
그때에 9억 6천만의 용녀(龍女)들은 모든 아수라와 가루라들이 세존께 공양하고 수기하신 것을 보고 나서 마음으로 기쁨을 내며, 그들도 펄펄 뛰며 좋아하면서 세존께 공양할 마음을 일으켜 변화로 9억 6천만 개의 일산을 만들었는데 모두가 7보로 이루어졌고 비유리로 된 그물을 그 위에다 덮었으며, 적진주 보배로 그물을 만들고 금으로 일산대를 만들었으며 비유리 보배로 일산의 꼭지를 만들어 놓고서 백천이나 되는 보배 섞인 깃발을 4면에다 드리웠다.
또 변화로 9억 6천만 마리의 말을 만들었는데 푸른 말에다 푸른 색깔과 푸른 형상과 푸른빛이 나게 하고 모든 장식도 똑같이 푸르게 하였으며 비유리 보배로 고삐와 굴레를 만들었다. 그리고 위로 허공에는 변화로 큰 위덕 있는 마니보(摩尼寶)의 수레를 만들어 놓고 그 수레 위에 다시 보배의 전당(殿堂)이 있었는데 세로와 가로가 똑같이 60유순이나 되었고 그 전당으로 와서 모인 대중들을 두루 덮었으며 그 전당의 4면에는 변화로 9억 6천만 개나 되는 많은 보배로 된 깃발을 만들어서 그 주위에 드리웠으므로 매우 기이하고 미묘하였다.
그 모든 광채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을 빼앗았으며 보배 그물을 변화로 만들어서 전당 위에다 두루 덮고는 다시 보배로 된 방울을 전당의 네 개 행랑채에 달아 놓았고 다시 7보로 된 재두루미와 고니와 흰 비둘기를 변화로 만들어서 차례로 날려보내어 전당의 4면을 빙빙 돌게 하였다.
또 다시 9억 6천만 가지의 모든 용들의 음악을 변화로 만들어 놓고 그때에 모든 용녀들은 저 푸른 말을 타고 저마다 보배 일산을 허공에 던지니, 저절로 빙빙 돌아다녔고 이 용녀들은
저마다 악기를 가지고 모든 음악을 연주하며 부처님을 세 바퀴 돌면서 하늘의 전단향 가루와 하늘의 침수향 가루와 다마라잎[多摩羅葉] 가루와 하늘의 순금 가루와 모든 용들의 꽃이며 아울러 또 변화로 만든 갖가지 꽃을 부처님의 위에다 뿌렸다.
또 우바라꽃으로 된 깃발과 갖가지 색깔이 섞인 많은 꽃으로 된 깃발과 갖가지 한량없는 뒤섞인 향으로 된 깃발과 갖가지 한량없는 여러 색깔로 된 옷과 갖가지 한량없는 여러 색깔로 된 영락을 부처님께 뿌려서 널리 공양을 베푼 것도 모든 아수라왕들과 같았다.
그때 9억 6천만의 용녀들이 음악을 울릴 때에,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그 소리가 삼천대천의 부처님세계에 두루 차게 하였으므로 그 안에 있는 중생으로서 이 소리를 들은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다.
그리고 큰 위덕 있는 많은 보배로 된 전당과 보배의 깃발 사이에는 많은 새들이 오락가락하였으며, 모든 보배 방울이 달린 그물에는 산들바람이 불어서 묘한 소리를 내었는데 그 소리가 온화하고 고상하여 아주 반할 만하였으니, 마치 모든 음악을 솜씨 있게 잘 연주하고 두드릴 때에 나온 소리가 온화하고 고상하여 반할 만한 것과 같이 저 큰 위덕있는 전당과 내지 방울 달린 그물에서 나는 소리들도 그와 같았다. 그리고 이 소리도 삼천대천의 부처님 세계에 두루하였으므로 그 속에 있는 중생으로서 이 소리를 들은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역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때 저 모든 용녀들은 다시금 갖가지 하늘꽃과 갖가지 하늘향을 물과 함께 내리게 하였고 그 향기와 꽃냄새는 순풍(順風)과 역풍(逆風)에 따르지도 않고 거스르지도 않으면서 모두가 잘 풍겼으며, 이 향과 물 때문에 가비라성의 세로와 가로 60유순 안에는 모두가 향으로 도취되었고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찼으므로 그 안에 있는 중생으로서 이 향기를 맡은 이는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다.
그때 저 모든 용녀들은 부처님께 공양한 뒤에 9억 6천만의 일산과 9억 6천만의 말과 9억 6천만의 음악과 갖가지 많은 보배로 장엄한 공양 거리를 가지고 허공 가운데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몸을 굽혀 존경을 표시하고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모든 용녀들이 지혜 있어서
펄펄 뛰며 좋아하고 기뻐하면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하노니
안온한 큰 보리를 구하나이다.
9억 6천만 보배 일산과
미묘한 장엄을 변화로 만들어서
선서(善逝)께 공양하고 마음 잘 조복하여
온갖 모든 장애에서 벗어나겠나이다.
다시 9억 6천만의 묘한 말과
장식하는 기구들을 변화로 만드니
말과 장엄은 모두가 청색이요
또한 청색의 당기도 있나이다.
그 말들은 모두가 공중에 있으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하고 있사오며
용녀들은 다 함께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머리 조아려 여래의 발에 예배하나이다.
용궁 안에 있는 변화로 된 음악을
공양하기 위하여 가져왔사오며
온 뒤에는 석가모니 받들어 모시고
큰 길잡이께 공양 바쳐 올리나이다.
선서께서는 그 음악의 소리를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차게 하시니
한량없는 중생들은 그 소리 듣고
모두 다 보리의 마음에서 물러나지 않나이다.
이 모든 용녀들은 공중에서
변화로 하나의 큰 보배 전당 만들어
세로와 가로가 60유순인데
시방의 모든 중생을 두루 덮었나이다.
보배로운 이름과 위덕 있는 왕성한 광명으로
시방의 대천세계[大千界]를 두루 비추며
이 모든 용녀들은 대중 앞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기뻐하며 공양하나이다.
뛰놀 듯 좋아하며 견줄 데 없는 마음으로
안온한 보리의 과보를 구하고 있사오니
원컨대 저희들이 장차 부처가 되어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여 주소서.
저희들의 소원은 한량없는 중생에게
설법하여 모든 번뇌 제도하는 것이오니
또한 10력(力) 지닌 큰 길잡이와 같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게 하소서.
온갖 법은 요술 같고 아지랑이 같으며
또한 물거품과 같아 견실(堅實)하지 못하고
내리는 비에서 일어나는 거품과도 같나니
모든 법은 주장[主]이 없음을 알겠나이다.
중생은 형상 같고 그림자 같다고
이렇게 세간을 관찰하였사오니
원컨대 저희들이 대중을 위하여
법성(法性)과 진여(眞如)와 실제(實際)를 말씀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잘못됨 없이
법은 거짓이요 허망한 모양이요 어리석은 이를 속이며
요술의 장엄과 같아 진실함이 없고
범부들을 미혹시킬 뿐이라고 잘 깨달았나이다.
중생은 법에 미혹하고 지혜가 없어
모든 법의 여실(如實)한 성품 알지 못하오니
스승께서는 저 여러 법을 이미 보셨으므로
다시 다른 중생들에게 알게 할 수 있나이다.
허공에서 구름 일어 땅을 뒤덮을 때에
저 허공의 구름은 마치 그림자 같고
그것은 바탕이 진실치 못해 의지할 수 없으며
또한 그림자와 같아 실체가 없다고 보옵니다.
이와 같이 중생들은 체성(體性)이 없는데도
모든 감관만을 미혹하게 하지만
부처님의 지혜는 이렇게 존재의 갈래[有趣]에서
지혜 없는 이를 미혹시킬 뿐이라고 보나이다.
세간이 존중하는 이런 업(業)으로써
지혜 있는 사람에게 이익을 지어주며
여래께서는 체성이 없다 함을
모든 중생에게 진실로 보여 주시나이다.
오직 진실한 법을 좋아하는 제자만이
나고 죽는 진창 위의 교량(橋梁)이 되며
어리석은 이에게 진실한 법이 경계 아님은
소리에 집착하며 이치를 구하지 않는 까닭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끝이 없으신 이라, 저는
진실을 구족하게 나타내 보인 이요
어리석은 범부에게 친하고 구(救)하는 이가 되어주며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좋은 벗[善知識]에게 귀의하나이다.
이와 같이 큰 보리를 구하기 위해
저희들은 높으신 길잡이께 귀의하노니
원컨대 부처가 되어 남도 깨우치고
세간을 이롭게 함이 부처님과 같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용녀들이 깊이 믿게 되었음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셨다.
그때 혜명 마승(馬勝) 비구가 게송으로써 물었다.
세간 지혜 가운데서 뛰어난 지혜 지닌 이요
가장 훌륭한 스승님께서 미소(微笑) 나타내셨으니
존중하고 견고한 덕, 산 같은 분이시여
지금의 미소짓는 까닭 없지 않으리다.
인간에서 가장 으뜸가고 높으신 이여
이 미소지은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하늘․사람․용․귀신이 만일 듣게 된다면
부처님께 모두가 큰 기쁨을 내리다.
세간의 스승님께서 세간에 대해
언제나 모든 것이 인연의 법임을 아시며
한 법도 부처님께서는 모르심이 없나니
인연의 종류를 부처님께서는 모두 아나이다.
원컨대 선서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부처님께서 아시고 미소지은 인연 말씀하소서.
모든 대중에 만일 듣게 된다면
모두들 기뻐하며 의심 그물 없어지리다.
여래의 미묘한 법 큰 이익 있어서
이 대중들 반드시 얻게 되리니
대중이 만일 적정(寂定)한 마음 얻으면
묘한 법의 이익을 맛본 까닭입니다.
부처님의 힘으로 분별 끊게 하시면
보리 좋아하며 부처님의 말씀만을 들으리니
만일 미소지은 인연을 듣게 된다면
반드시 불도를 성취하리다.
만일 사람이 법에 대하여 의심 있으면
그 마음 들뜨고 괴로워하게 되는데
지금 여기 모인 대중들이 그러하오니
미소지은 인연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의심 그물 끊을 만하나니
원컨대 스승님께서는 없어지게 하시며
속히 대중 위해 말씀하여 저희들 제도하소서.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나타내셨나이까?
누가 오늘에야 마음이 깨끗하였나이까?
누가 오늘에 악마를 항복 받았나이까?
누가 부처님께 공경하고 믿음을 냈나이까?
누가 오늘에 부처님께 공양하였나이까?
원컨대 스승님께서는 대중 앞에서
누가 이런 힘이 있었는가를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 등이 들은 뒤에 기쁜 마음 낼 것이며
기쁜 마음 낸 뒤에는 안락을 얻으리다.
이 모든 대중들 다 함께 경례하오며
모두가 의심 그물 있사오니
미소지은 인연을 말씀하여 기쁨 내게 하시고
세존께서는 대중들의 의심을 끊어주소서.
이 모든 하늘․사람들이 들은 뒤에는
대중들은 당연히 의심 없어지리니
만일 여래께서 하신 말씀 듣게 되면
모두가 기쁜 마음 얻게 되리다.
그때 세존은 게송으로써 혜명 마승에게 대답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혜명 마승아.
여래에게 웃은 인연 잘 물었구나.
모든 용녀 공양한 것 보고 나서
나는 세간을 가엾이 여겨 일부러 웃었느니라.
내 이제 너를 위하여 그 과보 말하리니
모든 허물을 여의고 지극한 마음으로 들을지어다.
내 이제 미소짓게 되었던 일을
너희 마승 등은 잘 들어라.
이 모든 용녀들은 마음에 집착 없이
큰 보리를 구하여 닦아 나아가리니
지혜로써 세간의 공을 수행하면서
결정코 보리의 도에 편히 머무르리라.
이것에는 짓는 이도 받는 이도 없고
또한 낳는 이도 기르는 이도 없으며
모든 법만이 있을 뿐 그 밖의 일은 없나니
그 법 또한 허망하여 아지랑이 같으니라.
은혜 알기 때문에 나에게 공양하고
지혜로써 진실을 잘 알고 있으며
장하게도 부처는 모든 세간 아나니
이른바 공이요 주장[主]이 없음을 알았느니라.
그들은 이 공을 즐기며 잘 닦아 익히므로
비록 공양을 베풀지라도 요술과 같다고 여기며
훌륭한 보리에 대하여 일으키는 소원[願]도
그 보리를 관찰하며 역시 집착이 없느니라.
견줄 데 없는 것으로 부처에게 공양하나
역시 중생은 공적(空寂)함을 관찰한 뒤에
용의 나쁜 길의 몸을 영원히 여의고
저 천상에서 제석(帝釋)과 같이 살게 되리라.
도리천(忉利天)에서 지극한 즐거움 누리다가
저 천자(天子)로서 수명이 다하고 나면
그 명칭(明稱)을 훼손함이 없어
다시 저 야마천(夜摩天)에 태어나게 되리라.
야마천궁에서 살고 있을 때에
저 하늘 묘한 쾌락 두루 받으며
모든 불자(佛子) 그 안에 머물면서
하늘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있으리라.
이 모든 불자들은 즐거움 누리다가
저 야마천의 수명이 다하고 나면
다시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게 되어서
그곳 하늘들과 같이 있게 되리라.
모든 천녀(天女)들에게 언제나 둘러싸여
그 하늘 훌륭한 쾌락 두루 받지만
집착하는 마음 없이 착한 길에 머무름은
마치 연꽃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것 같네.
저 하늘들은 능히 큰 지혜로써
모든 세간이 공임을 관찰하리니
마치 돌에 새긴 글자가 없어지지 않듯이
그들이 기억을 잃지 않음도 그와 같으리라.
저 모든 천자들은 그 하늘에 살면서
그 안의 훌륭하고 묘한 쾌락 받을 것이며
저 착한 세계에서 수명 다하면
다시 화락천(化樂天)에 가서 나게 되리라.
그들은 좋은 이름을 얻어 훼손됨이 없고
모든 처녀들 훌륭한 공양 받으며
비록 천궁에 있더라도 마음에 집착이 없으며
저 하늘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있으리라.
저 화락천 궁전 안에서
저 하늘 훌륭한 과보를 두루 받다가
그 지혜로운 이들의 수명이 다할 때에는
모든 법에 있어서 마지막[究竟]을 얻으리라.
그런 뒤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나면
큰 상주(商主)가 되어 믿음이 깨끗하며
저 하늘에서도 마음에 오염됨 없이
이렇게 머무를 때에 법을 좋아하게 되리라.
저들은 저 하늘의 궁전에 살면서
그곳의 지극하고 묘한 5욕락(欲樂)을 누리며
어리석은 이들 없이 착한 세계 머물면서
그곳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있으리라.
하늘의 5욕을 받으면서 그의 허물을 보고
고요한 선정과 열반을 즐거이 구하며
선정을 닦아 익혀 획득한 뒤에
목숨을 마치고 곧 범천(梵天) 안에 나리라.
범천 궁중에서도 선정을 잘 알아
선정의 과보인 적멸(寂滅)의 낙(樂)을 받으며
지혜가 견줄 데 없이 1겁 동안 머문 뒤엔
최상의 큰 보리를 구하게 되리라.
범천 궁전에서 1겁 동안 머물 적에
위의(威義)에 머물면서 지혜 구하며
방편으로 세간을 이익 되게 하면서
그지없고 한량없이 널리 지으리라.
지혜로이 범궁(梵宮)에서 선정 즐기며
선정에 집착 않으면서 적멸 누리며
선열(禪悅)에 집착함도 허물임을 알고는
모든 감관 고요해져 보리 구하네.
온갖 것을 마음으로 믿고 알게 되어
보살행에 편히 머무르게 되며
모든 선정도 거짓인 모양임을 알고
오직 적멸의 대열반만 구하게 되리라.
저 모든 불자들 그 가운데서
안온한 보리의 과보를 구하며
저 범천 궁전에서도 마음이 깨끗하여
세간 이익 되게 하고 마음을 잘 다루리라.
모든 범천들에게는 자연의 교법[自然敎]이 있는데
그들 범천의 교법으로 세간 못 벗어나고
오직 모든 부처님의 보리도만이
마침내 세간을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게 되리라.
범천들은 그때에 신심을 내고 나서
발심하며 불법에 편히 머무르리니
본시 범천의 자연 교법으로써는
마침내 세간 벗어나는 도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니라.
선서(善逝)의 법에 그들이 상응하게
세간을 위하여 이 법을 말하리니
저 법안(法眼)으로 말한 과보와 같이
듣는 이들에게 속히 알게 하리라.
그들은 저 범천 궁전에 머물러 있을 때에
세간을 모두 이익 되게 하리니
한량없는 나유타의 억 중생들이
보리도에 편히 머무르게 하리라.
그들은 한량없는 나유타 겁 동안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게 되리니
그런 뒤에 미래 세상의 성수겁(星宿劫)을
모든 감관이 고요해지며 성불하게 되리라.
이에 모든 하늘․사람․용․아수라와
금시조와 야차와 건달바며
구반다귀(鳩槃茶鬼)와 긴나라 등
온갖 대중이 모두 기뻐하였다.
그들 모두는 부처님의 교화로
부처님 법 가운데서 힘 얻은 뒤에
모두 다 기뻐하며 합장하였고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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