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방등무상경(大方等無想經) 4권
대방등무상경 제4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송성수 번역
36. 대운초분 여래열반건도(如來涅槃健度)
이에 대중 가운데 건행(健行)이라는 대범왕(大梵王)이 모든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7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대승경전(大乘經典)에는 무릇 몇 가지의 삼매(三昧)와 총지(總持)와 수행할 도(道)의 비밀한 갈무리[藏]와 즐거이 설하면서 막힘이 없는[樂說無礙] 여래의 경계가 있습니까? 국토 세간은 다시 몇 가지가 있습니까?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온갖 것을 가엾이 여기시므로 저는 오늘 감히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원컨대 이족존(二足尊)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널리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마땅히 공손히 받들고 지니겠습니다.”
그때 무진의(無盡意)라는 천자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어 곧 범천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대범왕이여.
부처님께 진실한 뜻[義]을 묻는구려.
부처님께서는 사실대로 대답하시어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십니다.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공경하면서 존중할 것이니
하나하나의 방등경(方等經)에는
항하 모래만큼의 뜻이 있어 알기 어렵습니다.
여래이신 큰 법왕[大法王]께서는
넓은 문으로 법계(法界)를 여시며
부처님께서 얻는 총지의 법[總持法]은
2승(乘)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범(大梵)이여, 대승경의 뜻은 한 가지만이 아니요, 나아가 만 가지나 됩니다. 설령 어떤 사람의 지혜가 아난과 같고 수명이 항하 모래만큼 길어도 그 이치를 능히 받아 지니거나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사람이 그 변설(辯舌)이 날카롭고 항하 모래만큼 많이 설명한다 하여도 역시 다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대승경은 그 뜻이 깊고 깊어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고
측량할 수도 없어 그 경계는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말씀의 뜻은 다할 수 없습니다. 범천이여, 마치 의사가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말하는 약방문은 또한 다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 세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범천이여, 마치 여인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건강하게 키우려고 조금씩 소(蘇)를 먹이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 세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범천이여, 이미 중생을 위하여 이런 질문을 드렸으니 우리는 지극한 마음으로 그 뜻을 듣고 받들어야 합니다.”
그때 대운밀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 가운데 사백 삼매를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심히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원컨대 여래께서 분별하여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너희들이 묻는 바와 같이 중생들의 더러운 때[垢]를 제거하기 위하여 인욕으로 바르게 믿는 마음과 바르게 정진하는 마음과 기억하는 마음과 선정[定]의 마음을 얻게 하고, 미래의 복이 얇은 사람으로 하여금 복덕이 생기게 하려고 짐짓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선남자야, 만일 어떤 국토의 성읍(城邑)과 시골의 사부대중이 이와 같은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면, 그때 가뭄이 들었으면 비가 내리고 비가 지나치게 오면 곧 그칠 것이니라.
선남자야, 어느 국토나 그 안의 중생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고 듣게 되면, 이 사람은 금강 같은 몸[金剛身]을 얻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경전 가운데 신주(神呪)가 있기 때문이니라. 중생을 위하여 3세(世)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함께 널리 말씀하셨느니라.
우구례 모구례 다지 비두지 다니갈지 다나뢰지 다나싱탑혜
郁究隷 牟究隷 頭坻 比頭坻 陀尼羯坻 陀那賴坻 陀那僧塔兮
만일 어떤 사부대중이 이 주문을 외우면 곧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받게 되느니라. 만일 어떤 국토에서 비가 오도록 기원하려 하면 육재(六齊)의 날에 그 왕은 마땅히 깨끗이 목욕하고 삼보(三寶)께 공양하고 용왕(龍王)의 이름을 찬탄하고 불러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4대(大)의 성품은 변하거나 바뀌게 할 수 있지만 이 주문을 외워 지녔는데도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너희들이 먼저 물은 4백 삼매의 뜻을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선남자야, 이 경 가운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심심정수대해(甚深淨水大海)삼매가 있느니라. 모든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히 깊다[甚深]’고 하고, 온갖 생사의 갈증을 능히 끊기 때문에 ‘청정한 물[淨水]’이라 하며, 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큰 바다[大海]’라 하고, 모든 부처님 세존과 같아서 평등하기 때문에 ‘삼매(三昧)’라 하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갖추면,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몸을 얻고, 견문이 많은 바다[多聞海]와 견문이 많은 보배 갈무리[多聞寶藏]를 얻으며, 보리의 마음에서 동요하거나 옮아가지 않으며, 부처님 지혜가 항상 머무르는 몸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변하거나 바뀜이 없으면서 마음에 의심이나 막힘[疑礙]이 없고, 법의 비[法雨]를 여의지 않으며, 언제나 삼보를 만나고 선지식을 만나며, 온갖 진실하고 바른 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녀야 하나니, 지니고 나면 곧 한량없는 공덕을 완전히 갖추고 성취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다시 심심정수대해소입(甚深淨水大海所入)삼매가 있느니라. 어떠한 삼매로도 이 삼매의 모양을 널리 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심심(甚深)’이라고 하고, 생사를 씻기 때문에 ‘정수(淨水)’라 하며, 밑[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해(大海)’라 하고, 동요하지 않은 몸의 상ㆍ낙ㆍ아ㆍ정을 얻기 때문에 ‘소입(所入)’이라고 하며, 마치기 때문에 ‘삼매’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갖추면, 곧 모든 하늘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느니라. 범천(梵天)을 섬기는 이를 보면 곧 범천의 모습이 되어
범천 섬기는 일을 타파하게 되면서도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자재천(自在天)을 섬기는 이를 보면 자재천의 모습이 되며, 팔비(八臂)를 섬기는 이를 보면 팔비의 모습이 되느니라.
건타(健馱)를 섬기는 이를 보면 건타의 모습이 되며, 천모(天母)를 섬기는 이를 보면 천모의 모습이 되고, 귀신을 섬기는 이를 보면 곧 귀신의 모습이 되느니라. 비록 이와 같은 갖가지 모습을 나타내어 그들의 소견을 무너뜨리더라도 마음에는 실로 집착이 없느니라.
짐승을 잡아 죽이는 이를 보면 곧 백장[屠者]의 모습을 나타내어 그를 교화하여 살생을 못하게 하고자 하고, 술집이나 전다라(旃陀羅)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역시 그와 같이 하며, 장기ㆍ바둑을 하거나 희롱하면서 시시덕거리는 곳을 보아도 모두 그 모습을 나타내어 빈궁한 일을 끊게 하느니라.
아내ㆍ자식ㆍ노비ㆍ하인 등을 거느리는 것을 나타내더라도 그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범행(梵行)을 닦느니라. 비록 보배로 장식한 옷을 입는다 하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청정하고, 진수성찬을 먹는 것을 나타내 보인다 하더라도 안으로는 언제나 법희(法喜)로써 스스로 배를 채우느니라.
모든 음녀의 집에 들어간다 하여도 여러 나쁜 일을 하는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며, 박사(博士)나 점쟁이나 새나 수리의 몸과 온갖 짐승의 무리들에 이르기까지 역시 그 온갖 미천한 모습이나 불구(不具)의 몸을 나타내어 들어간다 하여도 몸이 지닌 허물을 널리 말해 주기 위해서이니라.
아흔다섯 종류의 삿된 도[邪道]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모습에 따라 나타내더라도 그들의 소견을 깨뜨리기 위해서이며, 자기 자신의 사백 네 가지 병(病)을 나타내 보이니 중생들의 안팎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이니라.
외서(外書)를 읽고 외워서 갖가지 말을 이해하고 노비와 하인과 남녀노소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거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온갖 날짐승ㆍ길짐승 등의 말을 능히 이해하거나 향ㆍ꽃ㆍ약초ㆍ나무 열매ㆍ풀 열매를 나타내거나 혹은 왕ㆍ왕자ㆍ대신ㆍ장자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사문ㆍ바라문의 모습이나 제석천왕ㆍ전륜성왕ㆍ해ㆍ달 등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느니라.
사대천왕(四大天王)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니
이것은 사천하(四天下)를 옹호하기 위해서이니라.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신통을 나타내 보이더라도 끝내 마지막 열반에 들지 않느니라.
여러 가지 색(色)을 변화로 짓더라도 색의 성품[色性]을 무너뜨리지 않고, 비록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에 가서 나게 되더라도 끝내 국토라는 상(相)을 분별하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의 심히 깊은 삼매를 얻게 되더라도 법계(法界)에 대하여 분별하지 않고, 인간과 천상의 임금이 되더라도 마음에 교만이 없느니라.
비록 꿈 속 일을 설명하더라도 꿈의 모양을 보지도 않고, 밖으로 악마의 일을 나타내더라도 실로 악마의 업[魔業]이 없으며, 세간에서 행하더라도 세간의 법에 물들지 않는 것이 마치 연꽃이 더러운 곳에서 피더라도 물들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과보를 바로 심심대해소입삼매를 성취한 것이라 하느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선덕(善德)이라는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법은 심히 깊고 비밀스러운데도 모든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여 연설하십니다.
그런데 이 박복하고 둔한 근기를 가진 어리석은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듣지도 않고 받지도 않고 은혜[恩分]도 모르고, 오로지 여섯 무리의 못된 비구와 함께 일을 하여 지옥을 더욱 자라게 합니다.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승가를 파괴하며 석씨 종족에 났으면서도 교만을 더욱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실로 사람의 무리가 아니요 억지로 사람이란 이름만 붙였을 뿐 그의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짐승과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한량없는 아승기 세상에서부터 언제나 여래에 대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극악한 마음을 내었으므로 그가 베푼 것이 있는데도 과보가 없고 스스로 닦은 선행도 역시 성취하지 못하였으니 마치 니건자(尼乾子)와 같아서 차별이 없습니다. 니건자는 받는 것도 없고 보시도 없다고 말합니다. 제바달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진실로 이는 악마의 무리요 부처님의 권속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여래에 대하여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문(沙門)이라 하더라도 사문의 뜻이 없습니다. 가령 가사(袈裟) 속에 날카로운 칼을 숨겨 놓은 것 같아서 실로 이는 독인(禿人)1)이요
사명[命]도 없다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하는 무리들도 그와 같아서 실로 세존이라거나 세존이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는 일체지자(一切智者)라 하신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못된 사람을 출가시켜 머리를 깎아 주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게 하셨습니까?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바는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善根)을 내게 하기 위해서인데 무엇 때문에 이 사람만은 유독 낼 수 없는 것입니까?
여래께서는 자비로 언제나 자재한 말씀으로써 모든 중생을 위하여 널리 바른 법을 말씀하셨고 듣는 이는 은혜를 입게 되어 선근이 열리고 펴졌는데 무엇 때문에 제바달다만은 이런 이익에 참여하지 못합니까? 여래의 성품은 청정하고 몸도 청정하고 마음도 청정하므로 권속도 마땅히 청정해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대중 가운데 이런 무리가 있습니까?”
그때 대운밀장보살이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이어받아 선덕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구나. 대바라문이여,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도 이 일에 대하여 도무지 물을 수 없는데 그대는 이제 이런 이치를 능히 묻는구나.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나는 부처님의 위신과 도의 힘[道力]을 이어받아 그대를 위하여 널리 설명하겠다.
그대는 제바달다가 은혜를 모른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은 은혜를 알고 있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비록 여섯 무리의 비구와 함께 하는 그 일이 같다 하더라도 나쁘다고는 하지 못한다. 제바달다는 불가사의하여 닦는 업행(業行)이 모두 여래와 같으니 여래의 업행이 곧 제바달다의 업행이다.
모든 중생들은 여래 세존의 진실한 공덕을 열어 드러낼 수 없지만 제바달다는 사람들에게 열어 보일 수 있어서 아승기의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善根)에 편히 머무르게 한다.
여래의 업행이 지옥의 종자가 아닌데 어떻게 제바달다를 지옥 사람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대는 여섯 무리의 비구가 행한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그대는 이제 여섯 무리의 비구는 실로 나쁜 이들이 아니고 행한 법도
역시 부처님의 행과 같은 줄 알아야 한다.
대바라문이여, 실로 여래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도 없고 제바달다도 역시 여래의 몸에서 피를 내지 못한다. 만일 나무 그림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다. 여래의 몸도 또한 그러하다. 만일 피가 나왔다고 한다면 곧 그것은 선권방편(善權方便)으로 불가사의한 줄 알아야 한다.
대바라문이여, 석가 여래의 종성(種性)은 청정하여 마치 감유리(紺琉璃)와 같다. 모든 제자들은 금계를 훼손하는 일[毁禁]이 없으며, 나도 또한 여래의 제자로서 파계(破戒)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위없는 바른 법은 실로 듣는 이로 하여금 선근을 내게 하는 것이지, 내지 않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래의 대중은 지계(持戒)를 성취하여 모두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간다. 대중과 권속들은 마치 전단의 숲[栴檀林]이 순전히 전단으로 에워싸인 것과 같으며,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마치 금강산(金剛山)과 같으며, 또한 파괴할 수 있는 이도 없다.
두려움이 있다면 곧 파괴될 수도 있지만 여래의 제자는 영원히 근심이나 두려움이 없다. 만일 근심이나 두려움이 없다면 어떻게 파괴할 수 있겠는가? 파괴할 수 없는 것이 마치 사자 떼와 같다.
여래 법왕은 마치 사자왕이 순수하게 사자로써 권속을 삼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은 권속은 헤아리기도 어려워서 성문이나 연각의 경계가 아니다. 헐어 없앨 수 없는 것은 마치 재로 불을 덮어 놓은 것과 같다.
여래께서는 위없는 일체지인(一切智人)이시니 만일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도록 허락하셨다면, 끝내 계율을 허는 일이 없으며, 온갖 중생은 모두 여래께서 아시는 경계에 든다. 이 때문에 여래를 일체지라 한다. 제바달다도 이와 같은 것을 두루 갖추었으니 승가를 파괴하였다고 하지 않는다.
대바라문이여, 설령 천만의 한량없는 모든 악마들도 역시 파괴할 수 없다. 만일 못된 제바달다가 승가를 파괴했다고 한다면 곧 이것은 선방편(善方便)인 줄 알아야 하거늘 어떻게
행위가 축생과 같다고 말하겠는가?
제바달다는 진실로 석가여래의 청정한 종성 가운데 태어났으니 축생으로 나지 않았다. 만일 석씨 종족으로서 모든 악행을 지었다고 하면 옳지 못한 말이다. 제바달다가 행한 악행은 석가여래의 공덕의 힘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석씨 종족 가운데 태어난 이를 독인(禿人)이라고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다. 제바달다는 해탈의 청정한 계율을 잘 지키고 지녔는데 어떻게 니건자라고 말하겠는가? 나쁜 욕심이 있는 이라야 나쁜 사람이라 하거늘 제바달다는 마음에 나쁜 욕심이 없는데 어찌 나쁜 비구라고 말하겠는가? 여래의 좋은 방편을 수행하는 이가 제바달다 바로 그 사람이다.
대바라문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제바달다는 지옥의 업을 쌓은 이다’라고 한다면 바로 그것이 보살의 업인 줄 알아야 한다. 보살의 업이란 곧 그것은 신통이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짐짓 지옥에 있는 것이니 실제로 지옥에 있는 것은 아닌 줄 알아라.
가령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나중에 한 사람은 동쪽으로 가고 한 사람은 서쪽으로 헤어져 가고 있는데 만일 이 사람들이 짐짓 화합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역시 옳지 않으며, 만일 여래와 제바달다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다면 이 역시 옳지 않다.
대바라문이여, 어떤 사람이 산 생명을 죽이고 나쁜 업을 지으면 으레 한량없는 백천 세상 동안에 지옥에서 과보를 받아야 하고, 어떤 사람이 착한 법을 닦으면 으레 한량없는 백천 세상 동안에 천상에서 과보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선을 닦은 이가 지옥에서 과보를 받거나 악을 행한 사람이 천상에서 과보를 받는다면 이것은 바로 모든 부처님 여래의 경계이며 모든 성문이나 연각은 알 수가 없다.
여래께서는 한량없는 미묘하고 진실한 공덕을 성취하셨거늘 어떻게 제바달다가 부처님 몸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실로 한량없는 세상 동안
여래에 대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극악한 마음을 내었다고 하지만 제바달다는 실로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진실로 선악의 과보를 결정코 환히 알고 있으며 한 생각의 악이라도 한량없는 세상 동안 지옥에서 과보를 받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제바달다는 끝내 악을 짓지 않았다.
여래께서는 이미 한량없는 세상 동안 영원히 모든 악을 끊으셨는데 어떻게 중생이 여래께 나쁜 마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만일 제바달다를 지옥 사람이라 한다면 어떻게 여래 법왕과 동일한 종성이 될 수 있겠는가? 지옥 중생이 여래와 같은 권속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역시 옳지 않다.
만일 제바달다가 한량없는 세상 동안 온갖 악을 지었다면 마땅히 한량없는 세상에 지옥에서 과보를 받고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여래와 함께 한 곳에서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일 여래와 한 곳에 있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못된 이가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만일 제바달다가 진실로 나쁜 사람이라면 어떻게 여래와 화합할 수 있겠는가? 마치 그 두 사람이 동쪽과 서쪽으로 길이 어긋나 있다면 이치로 보아 화합이란 없는 것이다. 제바달다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동쪽으로 가라고 들으면 동쪽으로 가며 성인의 뜻을 어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옥 사람이라 하겠는가? 만일 동쪽으로 가라 하였는데도 일부러 어기고 서쪽으로 갔다면 곧 지옥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만일 제바달다를 지옥 사람이라 한다면 이는 악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지(地)라 하면 사람[人]을 이르고 옥(獄)이라 하면 하늘[天]을 이르므로 인간과 천상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지옥 사람이라 하기 때문이다.
또 지라 하면 항상 있음[常]을 이르고 옥이라 하면 모양이 없음[無相]을 이른다. 제바달다는 역시 항상 있고 모양이 없기 때문에 지옥이라 한다. 또 지라 하면 즐거움[樂]을 이르고 옥이라 하면 끊어짐[斷]을 이른다. 생사를 즐거이 끊기 때문에 지옥이라 한다.
또 지라 하면 좋은 방편[善方便]을 이르고 옥이라 하면 능히 말한다[能說]고 이른다. 좋은 방편을 말하기 때문에
지옥이라 한다.
대바라문이여, 여래 세존은 좋은 방편이 있고 또한 널리 연설하시는데도 지옥이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바달다를 지옥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제바달다의 모든 경계는 실로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바라문이여, 여래 세존은 언제나 황두대사(黃頭大士)를 칭찬하셨는데 그가 바로 제바달다비구이다. 육군비구도 역시 대보살로서 제바달다와 함께 다녔는데 어떻게 지옥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마치 전단나무가 전단으로 에워싸인 것과 같고, 가령 향상(香象)은 밟을 수 있으나 나귀는 그러지 못하고, 도리어 이것은 향상만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대바라문이여, 여래 세존이신 대향상왕(大香象王)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말씀하신 깊은 뜻은 이승(二乘)으로서는 능히 알 수 없고 도리어 향상인 모든 대보살만이 비로소 받아 지닐 수 있다. 제바달다는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그대는 마땅히 참회하고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해야 한다.
대바라문이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제바달다의 공덕을 능히 알고 분명하여 의심이 없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진실한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 공덕의 1/2의 일을 얻었으며 부처님의 눈 하나를 얻었고 부처님의 몸 반쪽을 얻은 줄 알아야 한다.
대바라문이여, 제바달다의 모든 공덕은 모든 중생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래 공덕의 경계도 모든 중생이 능히 알지 못하며 또한 여래의 법신(法身)도 볼 수 없다.
대바라문이여, 제바달다는 진실로 여래의 미묘한 모든 공덕을 능히 알지만 성문이나 연각은 실로 알지 못한다. 오직 제바달다만이 똑똑히 알고서 의심이 없고,
또한 여래께서 나투신 한량없는 신통을 나타내 보일 수 있으며, 중생과 여래의 행한 바를 보일 수 있고, 부처님 여래의 모든 국토도 안다.
제바달다는 바로 대장부이니, 여래께서 노니시는 곳곳마다 제바달다도 역시 따라다녔다. 이런 이치 때문에 대장부라 하는 것이다. 모든 부처님 여래의 경계는 매우 깊고, 비밀스러운 말씀은 불가사의하지만 오직 제바달다 비구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여래께서는 이제 비밀한 말씀을 여실 것이니 그대는 잘 들어야 한다.”
그때 대중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찬탄하였다.
설령 한없는
악마 파순(波旬)이
그 신통력을 다한다 하여도
승가는 파괴할 수 없네.
여래인 위없이 높으신 분께서는
큰 사랑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업의 과보를 나타내 보이시네.
그때 세존께서 대운밀장 보살마하살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너는 지금 쾌히 제바달다의 진실한 공덕을 말하였구나.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은 대승방등(大乘方等)의 공덕과 세력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느니라. 너는 모든 중생들의 의심을 깨뜨리고자 하여 이 때문에 제바달다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었느니라.
또 선남자야, 이 경에는 또한 모든 부처님 보살의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水潮三昧)가 있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성취하여 두루 갖추면 높고 크고 견고한 수미산왕(須彌山王)을 입으로 불어서 부수고 깨뜨려 작은 티끌처럼 만들어서 그것이 꽃다지 겨에 들어가도 꽃다지 겨는 더 불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대천왕(四大天王) 역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으면서 그 있게 되는 곳을 스스로 알지 못하느니라.
삼십삼천(三十三天)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보살이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를 성취하여 두루 갖춘다고 하느니라.
또한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성취하여 두루 갖추면 사대해(四大海)의 물을 하나의 털구멍에 넣어도 자라ㆍ악어ㆍ거북ㆍ용ㆍ고기 따위의 물 속에 사는 족속을 번거롭게 하지도 않고 수명도 보통 때와 같아서 일찍 죽게 하는 일도 없느니라. 모든 용왕ㆍ아수라ㆍ건달바도 자기들이 가 있는 곳을 깨닫지 못하느니라.
삼천대천세계를 마치 옹기장이의 물레와 같이 오른 손바닥에다 올려놓고 대지(大地)를 뚝 잘라서 다른 세상의 항하 모래만큼 세계 밖에 던져둔다 하여도 그 안에 있는 중생들은 자기들이 오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며, 그 세계를 가져다 이 국토에 도로 안전하게 놓아둘 때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그때 선덕은 모든 향ㆍ꽃ㆍ번기ㆍ일산ㆍ음악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크신 사랑으로 온갖 것을 가엾이 여기심이 마치 라후라(羅睺羅)와 같습니다. 이제 여쭙고 청하고자 하니 원컨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이때 대중 가운데 일체중생락견(一切衆生樂見)이라는 리차동자(梨車童子)가 선덕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잠자코 계신다면 허락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제가 이제 대답하겠으니 의심나는 대로 물어 보십시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리차여, 저는 일찍이 다른 이로부터 이러한 이치를 들었습니다. 가령 겨자씨만한 여래의 사리(舍利)에게 공양하게 되면 그 복의 과보로 도리천왕(忉利天王)이 된다 하였습니다.
리차여, 이 『대운경(大雲經)』의 그 뜻은 심히 깊고 여래의 비밀스러운 말씀이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모든 성문이나 연각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변두리 땅의 사람이겠습니까? 저는 이제 여래의 사리를 겨자씨만큼이라도 얻어서
공경하고 예배하여 도리천에 가서 그곳의 천왕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예로부터 언제나 이런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때 리차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령 항하(恒河) 가운데
빠르게 흐른 물에서 연꽃이 나고
구지라새를 희게 하려 한다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거북에게 털이 생겨서
그것으로 승가리(僧伽梨)를 마음대로 짓고
겨울날에 얼음을 녹이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모기의 다리로
교량(橋梁)을 만들어
온갖 중생이 건너가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물속에 있는 거머리에게
홀연히 흰 이[齒]가 생겨서
크기가 향상(香象)의 어금니 같게 하려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토끼에게 뿔이 생겨
그것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높이가 정거천(淨居天)까지 이르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쥐나 벌레 따위가
토끼의 뿔로 만든 사닥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 달을 먹게 하려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파리가 종(鍾)이나 돌이나
푹 익은 좋은 술을 마시어
정신없이 한껏 취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당나귀의 입과 입술 생김새가
마치 빈바(頻婆)의 열매와 같게 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추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까마귀와 뿔이 난 올빼미가
같이 하나의 나무에 깃들어
서로 떠나지 않고 먹이를 먹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가시나무의 잎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감싸고
두루 덮어 버리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조그마한 배가
수미산을 싣고서
넓은 바다를 건너게 하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조그마한 참새가
부리로써 대향산(大香山)을 물어다
다른 곳에 옮겨두려 하면
사리이어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곧 게송으로 리차에게 대답하였다.
장하십니다, 리차 동자여.
깊은 방편을 능히 아시는구려.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서
저는 부처님 공덕을 말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경계는 헤아리기 어렵고
얻은 바는 이미 다 마치셨으며
모든 부처님은 항상 변함이 없나니
이 때문에 태어나시는 곳[生處]이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색(色)에 평등하므로
이것을 부처님의 법계(法界)라 하고
여래는 법을 짓지도 않고
또한 다시 내는 것도 있지 않습니다.
여래의 금강 같은 몸은
깨뜨리거나 무너뜨릴 수 없나니
이 때문에 사리는
진실로 얻을 수 없습니다.
여래께는 사리가
겨자씨만큼도 없으니
피와 살이며 뼈도 없는데
어떻게 사리가 있겠습니까?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방편으로 몸 받는 것을 나타내나니
모든 부처님 몸은 항상 머무르며
법계도 또한 다시 그러합니다.
모든 중생의 부름에 응하여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며
또한 그 마땅함을 따라
갖가지 몸을 나타내십니다.
만일 부처님께 자비가 있으셔서
널리 모든 중생에게 미치게 하신다면
무엇 때문에 몸을 나누어서
사리 베푸는 것을 보지 못하겠습니까?
그때 대중 가운데 정광(淨光)이라는 천녀 한 사람이 있다가 다시 꽃ㆍ향기ㆍ번기ㆍ일산과 음악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어진 두 사람은 심히 깊고 미묘한 지혜를 성취하여 여래의 비밀한 갈무리[祕密藏]를 능히 열었습니다. 이들은 어느 곳에서 왔습니까? 원컨대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녀야, 너는 중생을 위하여 일부러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나는 그것을 말하리라. 이와 같은 두 사람은 바로 부처님의 참된 제자로서 마치 향상왕(香象王)과 같으며 이는 대장부이니라. 중생들을 위해 생사에 즐거이 머물며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면서 나의 호념(護念)을 받느니라. 모든 부처님 종성(種姓)을 잘 보호하고 지니어 부처님의 무거운 임무를 맡아 법의 등불을 활활 타게 하느니라.
천녀야, 과거 한량없는 억 나유타 아승기 겁(劫)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동성등(同性燈)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셨느니라.
그때 염부제(閻浮提)에는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중생이 있었는데 모두 다 평화롭고 즐겁게 지냈으며 배고픔과 목마름과 고뇌 등의 재앙은 전혀 없었느니라.
그 땅은 넓고 청정하고 화려하였으며, 가로와 세로는
6만 8천 유순(由旬)이요, 7만 8천의 많은 성(城)이 있었으며, 낱낱의 큰 성은 7보로 만들어졌고, 그 성의 사방에 있는 벽에는 구만의 각적(却敵)이 있었느니라.
그때 보취(寶聚)라 하는 큰 성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의 왕사성(王舍城)이니라. 그때 보취성에는 8만 1천억의 사람들이 있었고, 동성등부처님께서는 그 성에서 나셨느니라. 그 성에 있던 모든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신통을 성취하여 인간 가운데 상왕(象王)이었느니라.
천녀야, 그때 여래께서는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사자후(師子吼)를 하시며 이와 같은 대운경전(大雲經典)을 널리 말씀하셨느니라.
그때 그 성 안에 대정진용왕(大精進龍王)이라는 왕이 있었느니라. 왕에게 호법(護法)이라는 부인이 있었으며, 법림취(法林聚)라는 한 대신이 있었느니라.
국왕과 부인과 대신은 그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합장하며 예배하고는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느니라.
그때 동성등부처님께서는 대정진용왕의 마음속을 아시고 무소외(無所畏)라는 큰 광명을 놓으셨느니라. 왕은 이 광명을 만나 마음에 법의 기쁨[法喜]을 얻었느니라.
그때 대신은 부처님의 신력을 이어받아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의 사리를 얻을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느니라. 천녀야, 그때 대왕은 바른 법을 위하여 곧 대신과 함께 서로 거듭 사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듣고서 곧 찬탄하여 말씀하셨느니라.
‘장하고 장하구나.’
그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 마하남(摩訶男)이라는 큰 제자가 마음속에 착한 뜻이 생겨나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장하구나, 대왕이여. 여래의 심히 깊은 법계(法界)를 잘 아는구나.’
부처님께서 곧 그때 모인 대중을 위하여
왕이 알고 있는 깊은 법의 묘한 뜻을 말씀하시자 대중들은 듣고 나서 모두 놀라고 의심을 내었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곧 여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이 왕의 공덕은 불가사의하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며, 이것은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그때 대왕은 부처님께서 자기의 공덕을 칭찬하신 것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느니라. 곧 공양을 올리고는 오른편으로 천 번을 돌고 보배 꽃을 따다가 부처님 위에 뿌리면서 다시 찬탄하고 곧 서원을 세웠느니라.
‘미래에 석가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큰 방편으로써 법의 멸망을 보이실 때 저는 그 가운데 출가하고 수도하면서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고 큰 세력을 갖추었다가 파계(破戒)하거나 행실이 나쁜 비구를 보면 쫓아내어 변두리의 불법이 없는 곳에 보내겠으며 바른 법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때 대신도 또한 서원을 세웠느니라.
‘석가여래께서 큰 방편으로써 열반을 나타내신 뒤에 저는 그 가운데 큰 국왕이 되어 여래의 위없는 바른 법을 수호하고 지니겠으며 나쁜 비구를 보면 영(令)을 내려 쫓아내고 법을 지닌 이가 있으면 공경하고 공양하겠습니다.’
이때 부인도 또한 서원을 세웠느니라.
‘석가여래께서 출현하셨을 때, 저의 세력으로 사견(邪見)을 조복시킬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때 마하남도 또한 서원을 세웠느니라.
‘저로 하여금 그때 그 여래의 큰 제자가 되어서 큰 신통을 얻고 부처님의 공덕에 대하여 사자처럼 외치게 하여 주소서.’
천녀야, 이러한 네 사람은 지금 나의 세상에서 법의 중임(重任)을 맡고 있으며, 오늘날만이 아니요, 미래에도 또한 나의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닐 것이니라.”
이때 천녀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네 사람은 바로 누구입니까? 원컨대 여래께서 그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천녀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나는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설하리라.
그때의 대신은 바로 지금의 선덕바라문이니라. 이 바라문은 내가 멸도(滅度)한 지 1백 20년 후에 염부제에서 왕이 될 것인데 이름은 아숙가(阿叔迦)이고 파리불라성(波梨弗羅城) 안에 머무르며 성(姓)은 무사(無邪)씨일 것이니라.
전륜왕이 지닌 복덕의 이분의 일을 얻고 염부제에서 큰 자재[大自在]를 얻어 바른 법을 수호하고 지니며 크게 사자처럼 외치면서 법을 유포하고, 사리(舍利)를 훌륭하게 얻어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나쁜 비구를 보면 다스리어 선(善)을 닦게 할 것이니라.”
천녀가 다시 아뢰었다.
“원컨대 다른 사람도 말씀해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천녀에게 말씀하셨다.
“우선 잠시 기다려라. 나는 이제 먼저 너의 인연을 말하리라.”
이때 천녀는 이 말씀을 듣자마자 곧 참괴(慚愧)의 마음을 내면서 머리숙이며 땅에 엎드렸다.
부처님께서 곧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무릇 참괴란 바로 중생의 착한 법의 의복이니라.
천녀야, 그때 왕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너이니라. 너는 그 부처님께 잠깐 동안 한 번 『대열반경(大涅槃經)』을 들었는데 그 인연으로 지금 하늘의 몸을 얻고 내가 세간에 출현한 것을 만나 다시 이 깊은 이치를 듣는 것이니라.
이 하늘의 몸을 버리면 곧 여인의 몸으로써 장차 왕의 국토에서 전륜왕이 다스리는 것의 1/4을 얻고 큰 자재를 얻을 것이며, 5계(戒)를 받아 지녀 우바이(優婆夷)가 되어 소속된 성읍(城邑)과 마을의 남녀노소를 교화하여 5계를 받아 지니게 하니라.
바른 법을 수호하며 외도와 모든 삿된 다른 소견을 꺾고 조복할 것이니라. 너는 그때 실은 보살이지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인의 몸을 받고 있는 것이니라.
그때의 왕은 곧 바로 지금의 일체중생락견(一切衆生樂見)인 리차(梨車) 동자이니라. 그는 바른 법의 심히 깊은 뜻을 통달하여 여래의 미묘한 법의 갈무리를 능히 열고
부처님 법을 보호하여 지니어 이지러뜨리지 않게 하느니라.
그때의 마하남(摩訶男)은 바로 지금의 대운밀장(大雲密藏)보살이니라. 나의 진신(眞身) 1/2을 얻고서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면서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니며 깊은 이치에 능히 대답하여 막히는 바가 없느니라.
천녀야, 나는 이제 대중 가운데 비록 상지(上智)의 대가섭(大迦葉) 등이 있다 하더라도 이 심히 깊은 이치를 대운밀장 보살마하살만큼 널리 분별할 수는 없느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기재(奇才)라는 한 천자가 천명의 천자들과 함께 곧 일어나 부처님을 향하여 모든 꽃ㆍ향ㆍ번기ㆍ일산ㆍ음악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며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큰 바다도 자로 재고 헤아릴 수 있으며
수미산도 달아서 알 수 있지만
여래의 법의 경계는
미루어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 여래께서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대바라문아, 너는 이제 기뻐하는 마음을 잘 내었고 위없는 과보[無上果]를 얻었느니라.
대바라문아, 이로부터 남쪽으로 30만 항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수만나(須曼那)라고 하는 세계가 있느니라. 그곳에 부처님 세존이 계시니 명호는 정광비밀(淨光祕密)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5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법희보(法喜寶)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법장(法藏)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
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6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일체지(一切池)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사자후신족왕(師子吼神足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36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화번(華幡)이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고수미(高須彌)이시고 10호(號)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나아가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8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보수(寶手)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법호(法護)이시고 10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나아가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대바라문아,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는 국토가 엄숙하고 청정하여 산ㆍ언덕ㆍ돌ㆍ모래ㆍ더러운 찌꺼기 등이 없고, 그 땅은 부드러워서 마치 가릉가(迦陵伽) 옷과 같으며, 세상에는 오탁(五濁)이 없느니라. 또한 여인이나 2승(乘)이 없으며, 나아가 이승이라는 이름과 여인이라는 이름도 없고 순전히 모든 보살마하살 등으로 대승(大乘)을 좋아하고 대승을 수호하여 지니면서 즐거이 대승을 연설하느니라.
대바라문아,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러한 모든 부처님 명호를 받아 지니고서도 3악도(惡道)에 떨어진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대바라문아, 이런 이치 때문에 내가 열반한 뒤에 이 경은 남방의 국토에서 널리 행하여 유포하고 바른 법[正法]이 소멸하려 하는 나머지 40년에는
북방에 이르게 될 것이니라. 북방에는 안락(安樂)이라는 왕이 있으니, 누구든지 이 경권을 받아 지니고 베껴 쓰거나 읽고 외우며 해설하는 이를 보면 때에 따라 네 가지를 공급하여 모자라지 않게 할 것이니라. 그때 북방에는 8만 4천의 중생이 있으니, 이 경전을 받아 지닐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경을 들은 뒤에는 놓아버리거나 멀리 여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정수리에 이고 받아 지니면 전쟁ㆍ독ㆍ물ㆍ불ㆍ도적을 맞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나, 그가 지은 전생의 업[宿業]만은 제외되느니라.
또 대바라문아, 만일 안의 사부대중이나 바깥의 중생이 공양하기 위해서거나 두려워서거나 법을 파괴하기 위해서거나 간에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받들어 지니면 끝내 3악도에는 떨어지지 않으며 또는 3악도에 이르게 된다는 일도 있을 수 없느니라.”
그때 선덕이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의 이름만을 들어도 오히려 이와 같은 한량없는 좋은 이익을 얻게 되는데, 하물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는 이이겠습니까?
만일 저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듣게 되면, 곧 이미 위없는 큰 보배를 얻게 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이미 그의 손에 있으며,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이미 그 집에 도달하셨고, 그 땅은 금강이요 그 몸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고 옮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역시 이러한 사람을 공경하고 공양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대바라문아, 너는 이제 여래 공덕의 힘을 잘 알고 잘 이해하는구나. 만일 어떤 중생이 저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공경하며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이른바 왕의 두려움[王怖], 사람의 두려움[人怖], 귀신의 두려움[鬼怖] 등 모든 두려움이 없고 모든 질병이 없으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의 도를 배우는 제자가 되어 팔부(八部)의 귀신과
그의 권속의 수호를 받게 되고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게 될 것이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희견(喜見)이라는 건달바왕(乾闥婆王)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합장하여 공경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어떠한 중생이 이 경을 능히 받아 지녀 널리 유포하게 하며, 어떠한 중생이 받아 지니지 못하여 법이 무너져 멸하게 합니까?”
그때 여래께서 잠자코 계시면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이때 대가섭(大迦葉)이 희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여래께서는 진실로 열반하심이 없고 법도 멸하여 다하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누가 이 경을 받느냐고 합니까?”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여, 모든 중생은 미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덕이여, 여래께서 멸도하시지 않는 까닭을 널리 연설해 주십시오. 모든 중생은 어리석음이라는 어두움에 가리워져 있습니다. 원컨대 법 등불을 켜서 광명이 열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는 미래에도 역시 널리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뜻을 열겠습니다. 원컨대 대덕이여, 가엾이 여기셔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가섭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의 법신(法身)은 육신(肉身)이라 하지 않고, 부처님 몸은 금강이므로 파괴되는 몸이 아니며,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완전히 갖추셨고, 방편의 몸이라 식신(食身)이라 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몸이신데 어떻게 멸한다고 하겠습니까?”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저는 이제야 마땅히 여래 세존께서 방편으로 열반하시는 것이지 결코 완전히 멸하는 것[畢竟滅]은 아님을 알겠습니다.”
그때 가섭은 희견을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실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선남자여, 큰 바다는 헤아릴 수 있어도 여래의 공덕은 헤아려 알 수 없습니다.”
희견왕이 말하였다.
“여래는 어느 때에 마지막으로 멸도하십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모기와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생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열반에 들면 여래는 그때에야 비로소 열반하게 되십니다.”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여래께서는 이와 같은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시는데 모든 중생은 무엇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중생들은 박복하여 여래께서 항상 머무르면서 변하지 않는 금강의 몸이며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대덕이여, 이와 같은 몸은 오직 부처님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모든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미칠 바가 아닙니다.”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佛性)이 있어서 보리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이 법을 설할 때 2만 2천의 천자(天子)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서 한결같은 목소리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열반하지 않으시고
진실한 법은 멸(滅)함이 없지만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멸도(滅度)가 있음을 나타내 보이십니다.
여래께서는 항상하며 멸하지 않지만
중생 위해 방편으로 말씀하시니
여래는 불가사의하고
법(法)과 승(僧)도 또한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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