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방등무상경(大方等無想經) 5권
대방등무상경 제5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송성수 번역
37. 대운초분 증장건도(增長健度) ①
그때 남방(南方)에 한량없는 여러 천자(天子)들이 있었는데 흑산(黑山)에 있다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모든 향ㆍ꽃ㆍ번기ㆍ일산ㆍ음악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오늘 이 경전을 연설하시자 남방 세계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도 역시 이 경을 연설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경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선남자야, 이와 같은 경전에는 세 가지 이름이 있으니, 첫째는 대운(大雲)이요, 둘째는 대반열반(大般涅槃)이며, 셋째는 무상(無想)이니라.
대운밀장보살이 물었기 때문에 대운이라 하고, 여래는 언제나 머무르면서 끝내 열반에 드는 경우가 없고,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기 때문에 대반열반이라 하며, 이와 같은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온갖 생각[想]을 끊기 때문에 무상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라도 한량없는 항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을 친근하여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여 큰 공덕을 이룬 뒤에야 비로소 이 경전을 들을 수 있느니라.
비록 듣게 되었다 하더라도 널리 해설할 수 없으며, 만일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의 처소에서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고, 나아가 큰 공덕을 이루고서 듣게 되면 곧 분별하여 널리 연설할 수 있느니라.
선남자야, 정법(正法)이 멸하려 할 적에 이 경은 염부제 안에
빠짐없이 유포되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의 처음 40년 동안에도 역시 유포되며, 정법이 멸하려 할 적의 나머지 40년 동안에 다시 유포될 것이니라.
악을 행할 때, 방등(方等)을 비방할 때, 나쁜 왕이 다스릴 때, 나의 제자들이 금계를 깨뜨릴 때, 거친 난[荒難]을 만나 세간 사람들이 가벼이 여길 때, 사부(四部)의 제자들이 몸을 닦지 않고 계율을 닦지 않고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서 무명과 광치(狂癡)로 방일(放逸)을 익힐 때일 것이다.
무릇 짓는 바가 짐승과 같을 때, 화상(和上)이나 사장(師長)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때, 상좌(上座)와 기숙(耆宿)과 장로(長老)를 어길 때 등 그러할 때에 나의 모든 제자들이 이 경에 대하여 믿어 받들지 못하고 비웃고 헐뜯고 서로서로 경멸할 것이니라.
‘어떻게 삿된 소견을 방등이라고 말하고, 머리 깎은 사람들을 사문이라고 하겠느냐? 어떻게 사견이 적힌 경서를 거꾸로 읽겠는가? 실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데 이양을 탐하는 까닭에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공연히 대중 가운데 큰 소리로 말하리라.
‘이와 같은 경은 진실로 삿된 소견이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니, 부디 읽고 외우거나 베껴 쓰거나 받아 지니지 마시오.’
그때 대중들은 곧 함께 대답하리라.
‘대덕이여,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이 경의 모양과 뜻은 실로 부처님의 말씀이요, 우리는 이제 경을 위하여 서로 공급할 것입니다.’
나의 이 제자들은 공양을 위하여 평소에는 믿는 마음이 없으면서도 받아 지니고 외우고 해설하리니, 이것을 바로 법이 멸한다[滅法]고 하느니라.
또 천자야, 미래 세상에 법이 멸하려 할 적에는 나의 사부대중은 박복하고 지혜가 적고 만족할 줄 모르고 선근에서 물러나 법재(法財)에 가난하고 마음에 없는데도 불보ㆍ법보ㆍ승보를 친근한 척 할 것이니라.
옷과 밥을 위하여 머리를 깎고 염색한 옷을 입되, 그 마음은 거칠어서 마치 독거사(禿居士)와 같고, 노비를 부리고 금은의 값진 보물과 화폐ㆍ가패(珂貝)ㆍ유리ㆍ파리를 챙기며, 곡식ㆍ쌀ㆍ소ㆍ말 등의 짐승과
논밭과 집을 쌓고 모으며, 여러 가지 색깔 있는 침구에 고기를 먹고 즐겨 맛에 빠질 것이니라.
모든 부처님을 저버리고 열여섯 가지 착하지 않은 율의(律儀)를 성취하며, 국왕ㆍ대신ㆍ장자 등을 친근히 하여 이웃 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고, 남의 공양을 받으면서도 도리어 나쁜 마음을 내며, 온갖 사문이 아닌 법과 바라문이 아닌 법을 성취할 것이니라.
천자야, 이와 같은 나쁜 세상의 나쁜 비구일 때에 그때 나에게 대가섭과 같은 계율을 청정하게 지니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제자가 한 사람 있어서 염부제 안의 나의 제자 중에서 악을 익히고 행하는 이들을 잘 교화할 것이니라.
참되고 바른 말을 하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널리 여래의 깊고 비밀한 갈무리를 열며,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두루 성취하여 계율을 지니면서 두타(頭陁)를 행하는 이를 찬탄하며, 만족할 줄 알고 분소의(糞掃衣)를 입은 이를 찬미하며, 널리 나쁜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리라.
‘여러 대덕들이여, 세존께서는 온갖 청정하지 않은 물건을 모으거나 맛을 탐내어 고기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언제나 청정한 계율을 지닌 이를 찬탄하고 금계를 무너뜨린 것을 꾸짖으셨습니다. 대덕이여, 그대들이 지금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에게는 큰 세력이 있으므로 그대들을 항복시키겠습니다.’
나의 이 제자는 복덕의 힘으로 모든 이들을 믿음으로 굴복시켜 어김이 없게 하리라. 왜냐하면 이 사람은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세존을 친근하였고 널리 자비를 닦았으며 대승을 좋아하면서 정법을 수호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언제나 5만 8천의 여러 선한 귀신들이 따라다니면서 모시고 호위하리니,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기 위해서이니라.”
천자는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미래에 역시 그 법을 지닌 비구를 수호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자야, 너희들이 말한 바와 같이 법이 멸하려고 할 적에는 마땅히 힘써 수호해야 하느니라. 천자야, 그러할 적에는 나도 역시
위신과 도의 힘으로써 악마를 꺾고 조복하고 나쁜 비구를 다스릴 것이며, 그때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도 다 같이 나의 이 제자를 찬탄하실 것이니라.”
그때 남방의 모든 천자들이 다시 꽃과 향을 세존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제자는 언제 어느 국토에서 태어나며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열반하고 1200년 뒤에 남천축(南天竺)의 땅에 사다바가나(娑多婆呵那)라는 큰 나라 왕이 있을 것이니라.
법이 멸하려 하는 나머지 40년 동안에 이 사람이 그때 나와서 대승방등경전을 강설하여 멸하려 하는 법을 구제하여 일으켜 널리 이 경을 세간에 유포시키고 사람들로 하여금 빠짐없이 지녀서 읽고 외우고 베껴 쓰며 그 뜻을 듣고 받게 할 것이니라.
그때 만일 이 경전을 이와 같이 받아 지니고 해설하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이런 사람은 나의 제자가 아니며 악마의 권속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낙견(樂見) 건달바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가엾이 여기셔서 큰 사랑을 성취하고 청정한 계율을 두루 갖추며 종성과 권속에 나무랄 데가 없는 가섭(迦葉)과 같은 미래에 법을 지닌 제자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하여 말해 주리라. 나의 이 제자는 정법을 수호하여 부처님의 종성을 지니므로 모든 중생들이 즐거이 보려고 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 남천축에 수뢰타(須賴吒)라는 조그마한 국토가 있고, 그 국토에 선방편(善方便)이라는 하천이 있으며, 그 하천에 화만(華鬘)이라는 마을이 있을 것이니라. 그 화만 마을에 사는데 어떤 바라문이 한 동자를 낳으리니, 그가 바로 지금의 일체중생락견(一切衆生樂見)이란 리차(梨車)이니라.
뒷날에는 다시 중생락견(衆生樂見)이라고 이름을 부르리니, 그는 바로 대보살이요
대향상왕(大香象王)으로 언제나 모두의 공경과 공양과 존중과 찬탄을 받을 것이니라.
그의 나이 스무 살에 출가하여 도를 닦아 따르는 무리가 많고 청정한 계율을 닦아 지니고 모든 부처님의 대승경전을 찬양하며 정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니, 그의 모든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을 것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 비구가 설한 정법을 들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그때 국왕ㆍ대신ㆍ장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이 경을 위하여 이 법을 지닌 이를 공양하고 공경할 것이니라. 이 경의 힘 때문에 그 나라 왕은 큰 세력을 얻어서 국토에 침범하는 이가 없게 될 것이요, 나의 이 제자는 악마가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니라.
그때 만일 어떤 이가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면 곧 대보살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요, 복전(福田)이라는 이름으로 청정한 승가에 있을 것이니라.
건달바왕아, 그러한 때에 나의 모든 제자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경전을 믿고 받을 것이며, 해탈을 얻는 이도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네 가지 일을 성취하면 이와 같은 경전을 받아 지닐 수 있느니라. 첫째는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水潮)삼매를 얻어 듣는 것이요, 둘째는 남방 부처님의 명호를 얻어 듣는 것이며, 셋째는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는 것이요, 넷째는 지극한 마음으로 불(佛)ㆍ법(法)ㆍ승(僧)을 믿는 것이니라.
그때 만일 이 경전을 믿고 받들지 못하는 이면 그는 바로 악마의 권속일 것이고, 만일 믿고 받드는 이면 그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일 것이니라.
선남자야, 미래 세상에 신심(信心)이 있는 이면 모든 부처님 세존을 친근하였다고 하리니, 왜냐하면 이와 같은 경전은 모든 부처님께서 봉한 도장[封印]이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도장[印]이란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佛性)이 있고 여래는 항상 하여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는 것을 말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능히 믿으면 이 사람은 참된 부처님의 제자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법을 지닌 이를 공경하는 이 사람은 장차 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도중과 권속이 되느니라. 왜냐하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미 이 사람에게 희유한 마음을 내셨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이 법을 지닌 비구는 불가사의하며 이미 과거에 같이 연등부처님[然燈佛]에게 큰 서원을 세웠기 때문이니라.
‘미래 세상에 석가여래의 법이 멸하려 할 적에 저는 그 가운데 출가하고 수도하여 정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때의 정진용왕(精進龍王)이란 이는 바로 지금의 낙견(樂見) 리차이니, 이 낙견 리차가 바로 그 미래의 법을 보호하는 비구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나의 이 제자의 미래 공덕을 잘 관찰하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나의 이 제자를 공경하고 공양하면 그 사람은 바로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공경을 받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미래 세상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와 같은 법을 지닌 비구가 잘 연설한 바를 믿고 받들면 그는 곧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지니신 언설(言說)을 믿고 받드는 것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와 같은 법을 지닌 비구를 친애하고 공경하면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면 곧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사랑을 받아 수명이 더욱 늘어날 것이니라.
만일 미래 세상의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법을 지닌 이러한 비구를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오로지 한마음으로 생각을 붙들어 연설한 바를 듣고 그의 단점을 찾지 않으면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찾고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마치 라후라(羅睺羅)를 보호하면서 계율을 지키도록 이르는 것과 같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미래 세상의 박복한 중생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는 이렇게 말하리라.
‘안타깝고 안타깝구나. 이와 같은 중생인 낙견(樂見) 비구는 실로 비구가 아니면서 비구의 모습을 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전을 멀리하고 스스로 지은 바를 말하여 『대운경(大雲經)』이라 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금계(禁戒)는 멀리하고 스스로 중생들을 위하여 다시 금계를 제정하고 있구나.
여러 대덕이여, 저마다 자세히 들으시오. 만일 금ㆍ은의 값진 보배를 쌓고 모으는 것을 파계라 하고 쌓고 모으지 않는 것을 지계(持戒)라 한다면 여래께서 어디서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오?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데도 부처님 말씀이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이와 같은 나쁜 사람을 공경하고 공양하겠소? 나쁜 말을 널리 연설하여 부처님 말씀으로 삼고 나쁜 계율[惡戒]을 말하여 부처님 계율로 삼고 있으니 말입니다.
모든 대덕들이여, 우리는 실로 이와 같은 나쁜 비구의 말은 믿고 받들 수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 이와 같은 사람을 공양한다면 헛되이 공(功)만 들인 것이요 끝내 과보가 없을 것입니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지녔던 신심이 저마다 무너지고 사라지게 될 것이니라. 만일 누군가 이런 나쁜 말을 믿고 받들면 이런 사람이야말로 어둠으로부터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만일 믿고 받들지 않는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광명으로부터 광명으로 들어가게 되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나쁜 말을 따른다면 바로 악마의 권속일 것이고, 만일 따르지 않는다면 참된 나의 제자일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 『대운경』의 뜻은 깊고 은밀하여 환히 알기 어려운 것이니라. 만일 미래 세상에 복덕이 순수하고 두터우며 보리의 마음을 얻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사부대중이라면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니라.
‘장하십니다. 비구여, 참된 부처님의 제자이십니다. 큰 자리[大地]에 잘 머무셨으니, 이는 대보살이며 용맹스런 대사(大士)요
하열한 사람이 아니십니다. 하열한 사람은 이렇게 큰 바다에 회전(廻轉)할 수 없으십니다. 여러 대덕들이여, 그대들은 어서 와서 다 함께 이와 같은 비구에게 공양해야 합니다.
모든 대덕들이여, 내가 지금 법을 지닌 이 비구를 보니, 이것은 바로 과거 세상에 지은 한량없는 공덕의 과보입니다. 이 비구가 머무르는 처소마다 그 땅이나 그 중생은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하여 안락하고 우환이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만일 이 비구를 보게 된다면 이런 사람은 이미 천안(天眼)과 법안(法眼)을 완전히 갖추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만일 그의 말을 들으면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차라리 이러한 한 사람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을지언정 끝내 법이 아닌[非法] 무리의 백천만 인을 위해선 몸과 목숨을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나쁜 법이 출현했을 적에 나의 이 제자는 마땅히 이 가운데 나의 법을 보호하고 지닐 것이니라.
선남자야, 미래 세상에 법이 멸하려 할 적에 만일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그는 곧 지혜 등불을 환히 켜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바를 수행하며 법의 날개를 얻어서 악마의 경계를 파괴하고 몸에도 자재(自在)를 얻고 마음에도 자재를 얻어 불가사의한 이라고 하리니, 모든 중생들에게 사랑과 공경을 얻게 될 것이니라.
선남자야, 법이 멸하려 할 적에 법을 지닌 이 비구는 하루 낮ㆍ하룻밤의 여섯 때[六時]에 모든 중생들에게 외칠 것이니라.
‘그대들은 함께 바른 법을 받아 지녀야 합니다.’
모든 나쁜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달게 여기지도 않고, 달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곧 말하리라.
‘대덕이여, 이와 같은 사악한 법을 누가 믿고 받들겠소? 잠자코 있으면 좋겠지만 만일 잠자코 있지 않으면 그대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겠소.’
그러면 법을 지닌 이는 다시 말하리라.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잠자코 있지는 않겠소.’
모든 나쁜 비구들은 곧 함께 법 지닌 이 비구를 찾아가 살해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사람이 바로 법을 지닌 나의 최후의 제자인 것이니, 그때 나의 법은 곧 멸하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그때 나의 제자 중에서 다시 이와 같이 법을 수호하는 자가 있다고 말한다면 옳지 않느니라.”
건달바왕이 아뢰었다.
“법을 지닌 이 비구는 그 몸을 버린 뒤에는 다시 어떤 몸을 얻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몸을 버린 뒤에는 장차 부처님 몸인 그지없는 몸[無邊身]을 얻을 것이니라.”
건달바왕이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 비구가 어떻게 몸을 버리고 부처님 몸을 얻게 되는가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장하고 장하구나. 잘 들어라. 나는 법을 지닌 이 제자의 공덕에 관한 일을 설명하리라.
이 현겁(賢劫)의 천불(千佛)이 멸도하신 뒤에는 6만 2천 겁 동안 결코 부처님이 출현하시지 않게 되느니라. 그때에는 한량없는 억 나유타의 모든 벽지불이 세간에 있으면서 교화할 것이요, 이 겁이 지난 뒤에 일곱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이니라. 이 일곱 분의 여래가 반열반하신 뒤에 이 나라는 그때 희광(喜光)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것이요,
이 희광이라는 나라에 부처님이 출현하시리니, 명호는 지취광(智聚光)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리라.
이 부처님 세계의 모든 백성들은 얼굴 모습은 단정하고 신심을 성취하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나의 법 가운데 목숨이 다하도록 보호하고 지니면 모두 그 부처님의 세계에 나서 그 부처님의 큰 제자가 될 것이니라.
큰 제자라 함은 곧 보살마하살로서 참된 대장부요 대향상왕이니라. 그 세계의 백성은
온갖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을 것이요 모두 청정한 신심을 성취할 것이니라.
지취광부처님의 수명은 15중겁(中劫)이요,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3승(乘)의 가르침을 여실 것이며, 비록 삼승을 연다 하더라도 보살 1승(乘)의 행을 대부분 연설할 것이니라.
그때 비록 악마왕과 악마의 아들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들은 모두 대자대비의 마음을 얻어서 모두 3악도의 고통을 멀리 여의고 8난(難)이 없을 것이니라.
세계가 언제나 청정한 것이 마치 북방 울단월(鬱單越)의 국토와 같고, 하늘 악마 파순(波旬)은 그 기회를 얻지 못하여 영원히 사견(邪見)이 끊어질 것이니라. 그 부처님 여래가 열반하신 뒤에는 법이 천억(千億) 동안 머무르고 그러한 뒤에야 멸하여 다할 것이니라.”
이 말씀을 연설하실 때 온갖 하늘ㆍ용ㆍ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의 모든 대중이 온갖 꽃과 향과 미묘한 음악을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대가섭 등의 모든 제자는 기뻐하여 찬탄하고 공경하고 예배하였다.
모든 대보살들은 또한 수미산만큼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을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모두 함께 원을 세웠다.
“원컨대 저는 미래에 그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그때 대운밀장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래께서는 미래 세상의 박복한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그와 같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은 세간에 출현하시기 어렵고, 이 『대운경』을 듣는 이도 또한 어려우며, 어떤 이가 한 글귀 한 글자도 베껴 쓰고 받아 지니며 읽고 외우는 것 또한 어려운데 어떻게 미래 사람만을 위해서라 말하느냐? 나는 마땅히 3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널리 열어서 분별하리라.
선남자야, 미래의 박복한 중생은 죄의 뿌리가 깊고 무겁기 때문에 나는 이 경을 미래에 유포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미래 세상에 가령 이 『대운경』에 대하여 믿는 마음으로 의심하지 않고 한 게송이라도 읽고 외우는 이와 같은 사람은 심히 얻기 어려우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말씀을 하십니까?”
“선남자야, 나는 또한 유독 미래만을 위해서 말하지 않느니라.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의심을 내느냐? 또는 어떤 이가 여래가 말하는 한 게송이나 한 글귀에 의심을 내지 않는 것은 3세 중에서도 또한 다시 얻기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3세 중생은 삼매다라니문(三昧陁羅尼門)을 얻어서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미래 중생은 은혜를 알지도 못하고 은혜를 갚지도 못하며, 은혜를 모르기 때문에 신심을 얻기 어렵고, 신심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미래 세상을 위하여 이 경전을 연설한다’고 말한 것이니라.
가령 이 경의 한 게송이나 한 글귀라도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는 이런 사람은 얻기 어려우니라. 미래의 중생은 박복하고 죄가 무겁기 때문에 다시 미래 세상을 위하여 이 경전을 연설한다고 말하느니라.”
대운밀장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보살이 이와 같은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에 편히 머무른다면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할 것입니다. 이것은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은 깊어서 헤아릴 수 없느니라. 마치 바다에 온갖 물줄기들이 흘러 들어가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바다는 오히려 헤아리고 셀 수 있어도 모든 보살은 헤아리거나 셀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와 같은 깊은 삼매에 편히 머무르기 때문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발가락의 한 털로써 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삼천대천의 모든 큰 세계를 들어서 상방(上方)의 한량없는 세계에 높이 올린다 하여도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두렵다거나 갔다 왔다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다른 지방의 모든 것이 나타나게 하나니, 교화하고 제도하기 위한 것이니라. 나아가 시방(十方)에서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삼매라야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널리 3세를 위하여 연설하십니다.”
“선남자야, 장하고 장하구나. 실로 말한 바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큰 바다는 모든 하천과 샘을 모두 포섭하는 것처럼 이 『대운경』도 역시 그와 같아서 온갖 한량없는 경전을 모두 포섭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모든 경전에 이와 같은 등의 집착 없는 삼매가 있다면 그 경은 이미 이 경전 안에 포섭되어 있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 등이 얻는 삼매는 이 삼매에 견준다면 비유조차 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성문이나 연각은 상(常)이 없고 아(我)가 없고 낙(樂)이 없고 정(淨)이 없지만 집착 없는 삼매는 널리 여래의 상ㆍ낙ㆍ아ㆍ정을 열어서 변하거나 바뀌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 때문에 이 두 가지는 서로 비유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믿는 마음이 청정하면, 이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얻어서 보리의 도(道)를 닦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남자나 여인이 항상 머무르고 변하지 않는 것을 얻고자 하면, 마땅히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연설해야 하느니라. 만일 그와 같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연설하면 이런 사람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서도 마음에 의심이나 두려움을 내면 이런 사람은 여래의 진실한 모양을 보지 못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진실한 모양’이라 함은 이른바 여래는 항상하여 머물러 변하지 않고 잔잔하고 편안히 머문다는 것이니, 이 때문에 듣는 이는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마땅히 받들어 널리 사람들을 위하여 연설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연설한 이는 부처님 법에서 항상 머무르면서 멸함이 없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모든 중생의 발자국은 코끼리 발자국 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모든 삼매도 역시 그와 같아서 이 경 안에 들어가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염부제의 온갖 산ㆍ하천ㆍ우거진 숲ㆍ나무와 사천하(四天下)의 산ㆍ하천ㆍ나무ㆍ해ㆍ달ㆍ별이 모두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들어가 있듯이 모든 범부ㆍ성문ㆍ연각이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공덕과 선정ㆍ삼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두 이 『대운경』 가운데 들어가 있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한 생각이라도 모든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가을철에는 구름이나 안개가 전혀 없어 허공이 맑고 깨끗하며, 해가 처음 돋아날 때에는 광명이 단정 엄숙하여 사람들이 좋아하고 온갖 어둠을 깨뜨려 없애는 것과 같으니라.
이 『대운경』도 역시 그와 같아서 여래의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 왕성한 해가 나와서 청정하고 비밀한 말씀의 허공에 떠 있으면서 상(常)도 없고 낙(樂)도 없고 아(我)도 없고 정(淨)도 없는 중생의 온갖 어두운 장애를 깨뜨려 없애느니라. ‘단정 엄숙하여 좋아한다’고 함은 여래는 끝내 마지막 열반에 들지 않는다는 데에 비유한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몸이 가벼워 빠르게 가는 것이 마치 사풍왕(四風王)과 같고, 수명은 만족스러워 하늘의 연수[天數]로 천 년 동안 날아다니면서
시방세계를 두루 유람하고 두루 다닌 뒤에는 도로 본래 있던 데로 돌아오는데, 그와 같이 다녔던 곳마다 그 안에 가득 찬 7보와 아울러 자기의 몸으로써 삼보께 공양하되 다시 수없는 천 년 동안을 채운다면, 선남자야, 그와 같이 지은 복덕을 세거나 헤아릴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그와 같은 복덕도 어떤 사람이 한 생각 동안 여래의 항상함[常]과 법(法)ㆍ승(僧)의 멸하지 않음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로움을 위해서거나 두려움 때문이거나 친근하기 위해서거나 간에 여래가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한 글자나 한 글귀를 연설하여 그로 인해 얻는 복덕을 앞의 복덕에 비교하면, 앞의 복덕은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이나 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헤아려 비유하더라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약나무를 어떤 중생이 가지를 취하거나 줄기를 취하거나 잎사귀를 취하거나 꽃을 취하거나 열매를 취하거나 껍질을 취할 적에 이 나무는 역시 가지를 취하고 줄기를 취하지 말라거나, 줄기를 취하고 잎사귀를 취하지 말라거나, 잎사귀를 취하고 꽃을 취하지 말라거나, 꽃을 취하고 열매를 취하지 말라거나, 열매를 취하고 껍질을 취하지 말라거나 하는 생각을 내지 않아도 온갖 병을 낫게 하느니라.
상ㆍ중ㆍ하의 중생의 쓰임에 따라 물에 개거나 소(蘇)와 섞거나 또는 가루거나 환(丸)이거나 간에 바르거나 먹으면 모든 병을 낫게 하는 것과 같다.
이 『대운경』도 역시 그와 같아서 중생이 한 게송이나 반 게송이나 하나의 이름이나 하나의 뜻이나 한 글귀나 반 글귀나 두 글자를 믿고 받는 것을 관찰하지 않아도 여래가 항상함을 말하느니라. 또한 중생이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와 대자(大慈)ㆍ대비(大悲)를 수행하거나 또는 수행하지 않는 것을 관찰하지 않아도 모두 다 3악도의 병을 끊게 하느니라.
여래도 또한 중생들이 한 게송을 취하고 반 게송을 취하지 않는다거나 반 게송을 취하고 이름을 취하지 않는다거나 이름을 취하고 뜻을 취하지 않는다거나 뜻을 취하고 글귀를 취하지 않는다거나
구절을 취하고 반 구절을 취하지 않는다거나 반 구절을 취하고 이에 두 글자[二字]에 이르기까지 관찰하지 않더라도 모두 다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3악도를 여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미래의 사람이 몸을 닦지도 않고 계율을 닦지도 않고 마음을 닦지도 않고 지혜를 닦지도 않으면서 가벼이 여기고 웃거나 천히 여기고 잘난 체하면서 허물이나 이익을 구하기 위하여 많건 적건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듣고 받더라도 역시 한량없는 악업(惡業)을 멀리 여의고 영원히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병을 끊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해가 나왔을 적에는 얼음이나 눈을 능히 녹이는 것처럼 이 『대운경』도 역시 그와 같아서 여래의 상(常)을 말할 적에는 온갖 무상(無常)한 얼음이나 눈을 능히 녹이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허공에 맹렬한 바람이 일어날 적에 중생의 몸에 불어서 모든 털구멍으로 들어가 열병(熱病)이 모두 나아 몸이 맑아지고 시원해지는 것과 같으니라.
‘허공’이란 『대운경』에 비유하고, ‘맹렬한 바람이 일어난다’고 함은 여래의 상(常)에 비유하고, ‘바람이 털구멍으로 들어간다’고 함은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것에 비유하고, ‘열병이 낫는다’고 함은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끊는 것에 비유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경전을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되 끝내 수다원(須陀洹)의 과(果)를 위해서 금계(禁戒)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끝내 사다함(斯陀含)을 향(向)하거나 사다함을 얻거나 아나함(阿那含)을 향하거나 아나함을 얻거나 아라한(阿羅漢)을 향하거나 아라한을 얻거나 하기 위해서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을 향하거나 위없는 과위[無上果]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이는 곧 참으로 금계를 지키는 것이라 하느니라.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위하여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여래의 불가사의를 위한 것이라야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여래는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한량없는 삼매를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모든 부처님과 평등함을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또한 다시 마음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한량없는 인과(因果)를 닦고 쌓는 것이 아니며,
머무르기 위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닦고 쌓는 것이 아니니, 여래는 머무르는 바가 없는[無所住] 데에 머무르는 이것이 바로 진실한 모양[實相]이니라.
만일 이것1)이 여래의 무상인(無上印)이라 한다면 금계를 지킨다고 이르지 않고, 만일 여래가 바로 인(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이른다면 너는 이 가운데 부디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모양이 없기[無相]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만일 여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한다면 역시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종호(種好)가 없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만일 여래는 종호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닌다고 한다면 역시 의심을 내지 말라.
여래는 신통의 인연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요, 여래는 비밀한 갈무리[密藏]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며, 여래는 위없는 복전[無上福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요, 여래는 여래장(如來藏)이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모든 중생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뭇 고통의 핍박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고,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며, 중생의 나고 죽는 속박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오로지 위없는 보리의 도에 향하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성승(聖僧)의 이름을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여래의 거룩한 종성(種姓)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법과 승의 종성[法僧種]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삼매(三昧)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ㆍ해탈(解脫)을 얻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청정한 계율을 얻어
완전히 갖추어 이지러뜨림이 없게 하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여래는 계율이 없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온갖 계율을 끊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고, 여래께는 이런 계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며, 이런 계율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 하느니라.”
그때 대운밀장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는 금계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 그 뜻은 무엇입니까? 만일 또 어떤 이가 ‘보살이 이 큰 바다에 깊이 나아가는 수조삼매에 머무르면 금계를 지키지 않는 이다’라고 하면 그 뜻은 무엇입니까? ‘여래는 무상인(無上印)이기 때문에 금계를 지킨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 그 뜻은 또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이 삼매에 머무른 이후에는 처음부터 유위법(有爲法) 안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부처님 법을 완전히 갖추어 성취하느니라.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삼매는 모두 이미 모든 부처님 법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큰 보배 무더기에 그 빛깔이 청정한 청유리(靑琉璃)가 있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의심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이 삼매에 머무르고부터는 곧 불성(佛性)을 똑똑히 보고 의심하지 않게 되느니라. 왜냐하면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니, 만일 의심이 있다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느니라. 여래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은 이 삼매에 머무르고 나면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고 두루 갖추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마지막[畢竟]이 됩니까?”
“선남자야, 너는 ‘보살이 마지막이 됩니까?’라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모든 중생들이 이 삼매를 얻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다 마치고 난 뒤에야 ‘이 보살은 마지막이 됩니까?’라고 물어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삼매는 매우
희유합니다. 만일 모든 중생이 듣고 받들지 못하면 심히 불쌍히 여길 만하지만, 만일 듣게 되면 이 사람이야말로 큰 이익을 얻는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만일 어떤 이라도 이 삼매의 이름을 들으면 이런 사람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이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족성(族姓)이 단정한 왕자(王子)가 위엄 있고 용맹스럽고 마음에는 간탐(慳貪)이 없고 지니는 계율이 청정하여 나무랄 데가 없으면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고 권속이 공경하며 국토를 다스리되 백성들이 따르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이 삼매에 머무르면 역시 그와 같아서 모두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전타라(旃陀羅)는 끝내 왕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설령 왕이 된다고 해도 이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왜냐하면 모든 상족(上族)들이 비웃기 때문이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지 못하고서 모든 부처님이 지닌 미묘한 공덕을 성취하려 한다면 역시 옳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보살들의 비웃음을 받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이 삼매에 편히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은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능히 알지만 만일 이 삼매에 머무르지 못하면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는 줄 너는 이제 자세히 관하라.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완전히 갖추느니라.
왜냐하면 이와 같은 보살은 어떤 이가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뼈마디ㆍ손ㆍ발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ㆍ남종ㆍ여종ㆍ하인ㆍ코끼리ㆍ말ㆍ칠보 등을 구하는 것을 보면 곧 그가 바라는 대로 갖가지를 베풀어 주기 때문이니라. 몸조차도 보시하거늘 하물며 또한 그 밖의 보배이겠느냐?
보시할 때는 기뻐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가 없느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하여 얻거나 얻지 못하거나 간에
마음에는 의심이나 염려가 없고 끝내 보답을 위하여 보시하지 않느니라. 만일 보답을 위하여 보시한다고 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탐욕을 위하여 보시하지 않고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보시하는 것이며, 여래의 상(常)을 위하고 법을 보호하기 위하고 단바라밀을 두루 갖추어서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을 연설하기 위하여 보시를 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른 뒤에는 곧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고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음을 조금은 아느니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이와 같이 관하느니라.
‘나의 지금 이 몸은 공(空)하여 아무것도 없고 이미 위 없이 크게 이익되는 일을 얻었다. 나는 이제 이 뼈 마디ㆍ손ㆍ발ㆍ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살갗ㆍ피ㆍ살로써 남에게 보시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어떻게 이와 같이 몸을 관합니까?”
“선남자야, 이 보살마하살은 이 몸이 가고 오고 앉고 눕는 것을 마치 빈 병[空甁]과 같이 보지 않느니라. 이 때문에 보살은 몸은 비고 고요하여 피ㆍ살ㆍ골수는 공신(空身)이라고 관하며, 이 삼매에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은 피ㆍ살ㆍ골수의 몸이 아닌 것을 얻어서 법신(法身)을 성취하는 것이요, 식신(食身)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신이요 식신이 아니라는 그 뜻은 무엇입니까? 법신은 형상이 없어서 볼 수조차 없는데 어떻게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까? 여래께서는 언제나 모든 경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새가 허공을 날 적에 그 발자국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법신도 그와 같아서 가고 오는 것도 없고 움직이는 것도 없으며 설명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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